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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회 톨레랑스 어디에 / “”보수와 진보는 敵이 아닌 친구다””

    ■‘이념의 어지럼증' 돌파구는 참여정부 출범 3개월,우리 사회는 ‘이념의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진보와 보수,그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 아직도 유령처럼 주위를 떠돌고 있다.우리는 어디서 양극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정치이념 논쟁의 핵심을 파악하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체계화한 ‘제3의 길’은 나름의 방식으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다.이것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의 국정이념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실제 정치에서 하나의 이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좌파와 우파 양쪽 모두의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8년 보수당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은 블레어는 어쨌든 성공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형 이념지평 모색할 때 우리에게 ‘제3의 길’은 없는가.‘그들의’ 제3의 길이 구식 사회주의의 실패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길이라면,‘우리의’ 제3의 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지금이야말로 한국적인 혹은 한국형의 새로운 이념지형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그 핵심어는 수렴 또는 융합이 될 수밖에 없다.이를테면 ‘젊은’ 진보와 ‘늙은’ 보수의 융합,‘친미’와 ‘반미’의 융합,‘국가’와 ‘개인’의 융합 같은 것이다.제3의 길은 모순과 대립을 적당히 절충해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모두를 아우르고 종합하는 개념이 돼야 한다.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식과 관행의 지체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그것은 진보나 보수세력 모두 마찬가지다.이른바 ‘국론분열’의 체감지수는 현대그룹의 대북비밀지원금 논란을 둘러싸고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진보와 보수를 자임하는 당사자들은 서로를 수구 냉전집단,민족배반자로 도식화해 딱지를 붙이고 진리를 독점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그러나 이같은 선악 이분법은 사회를 새로운 몽매주의로 퇴화시킬 뿐이다.한신대 윤평중(철학과) 교수는 “보수와 진보는 짝개념”이라고 전제,“그동안 보수가 부정한 기득권을 옹호 내지 정당화해온 측면이 있는만큼 이에 대응하는 진보적인 목소리 또한 전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한다.그는 “보수나 진보라는 말은 더이상 총론 수준에서 ‘명사’로 남용돼서는 안 되며,각론 수준에서 살아 움직이는 ‘형용사’로 써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오늘의 다원적인 복합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단일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원사회 맞는 수렴,융합을 미군의 장갑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로 촉발된 민족주의적 자각은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표출됐고 극단적인 반미의식으로 이어졌다.이라크전 파병 문제 또한 첨예한 친미-반미 논쟁을 낳았다.서로의 비판에 대한 반박이 아닌,비판과의 ‘화해’를 이룰 길은 없는가.경성대 권용립(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미나 반미라는 개념은 우리 정치와 역사에 대한 피상적 관찰과 담론이 만들어낸 대결적 언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한·미 ‘대등외교’를 외치는 것 자체가 이미 대등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권 교수는 “단순한 친미-반미의 이분법을 넘어 한·미관계를 외교적 계산에 바탕을 둔 진정한 국제관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과 정신적으로 대등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양극단의 대립구도는 이제 지양,극복돼야 한다.이분법적인 인식의 구도에 갇혀 우리가 사고하지 못하는 것들,그 속에서 배제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건강한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종면 기자 jmkim@ ■대통령 이념·지지도 비교 역대 대통령의 이념·성향은 보수에서 개혁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통치자의 이념·성향보다는 국정운영 스타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대다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취하느냐가 이념·성향보다 국정운영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그만큼 국민들의 반향도 즉시 나오기 때문이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념적 측면보다는 리더십 부분을 보완하면 지지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초 지지도보다 다소 떨어진다.지난달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국민은 59.6%였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DJ·YS에 비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의 탈권위적 리더십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자유분방한,거침 없는 언행이 국민들에게는 불안한 국정운영으로 비쳐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나 DJ·YS의 인기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대북,한총련·전교조 문제 등과 관련한 노 대통령의 최근 보수적 행보가 기존 민주당·노무현 지지층의 지지도 이반으로 번질 수도 있으나 일부 보수계층이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면서 지지도 자체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 대통령이 대체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전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한반사이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물’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임형’ 성격이 강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도 집권 초기에는 국민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독재·권위주의 정치에 억압돼 있던 국민들에겐 ‘열린 정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하나회 정리 등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통치스타일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정권 초기 가장 높은 지지도를 가져왔다.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유의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성격을 바탕으로 IMF(국제통화기금) 국가 대란을 해결,좋은 점수를 받았다.다른 관계자는 “경제극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도 지지도 상승에 일조했다.”고 해석했다. 홍원상 기자 wshong@ ■과거 혼란기와의 비교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찬반 투표 강행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과천시청 정문 앞에는 ‘단체협약 쟁취’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시청을 찾은 민원인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공무원들도 노조원인가?” “공무원이 파업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나?” ‘참여정부’ 출범 이래 온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다.이념적 혼란과 노사분규로 상처투성이다.과천시청 앞의 깃발은 참여정부의 혼란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건국 이래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국민의 정부’에서도 이 정도의 혼란은 없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각 집단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이다.밀어붙이면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기대감 때문이다.공무원도 노동3권을 요구하며 파업찬반 투표를 벌였고,‘서민의 발’인 지하철과 버스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경제의 대동맥이 멈추기도 했다.‘NEIS’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교조는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하고 있다.노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놓고 ‘굴욕적 외교’,‘실리외교’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북한 지원에 대해 ‘퍼주기 식’이라는 비난도 있다.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도 뜨겁다. 역대정권에서도 집단이기주의와 힘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시도는 간단없이 이어졌지만,집권초기 지금처럼혼란스러웠던 때는 없었다.더욱이 사안마다 보혁 갈등이 잠재된 듯한 양상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의 혼란상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난도 있다.정부가 ‘친(親)노조’,진보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 사태,철도노조 파업경고,화물연대 파업 등 경제문제에서 한총련 합법화 논란 등에 이르기까지 보혁 갈등이 첨예하게 노출되고 있다.뒤늦게 정부가 편향된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고,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 갈등 부분과 관련,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외환관리체제 이후 빈부격차가 커졌고 비정규직 등 살기 힘든 계층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 사회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권기홍 노동 장관은 “지금의 혼란상은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편향되지 않은 시각을 갖고 각종갈등과 대립을 융화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씨줄날줄] 문화 충돌

    노무현 대통령의 ‘문화 충돌’이라는 말이 화제다.노 대통령은 22일 해외 공관장 만찬에서 이 말을 했다.그는 한총련의 5·18 시위 뒷얘기를 소개하면서 “요즘 문화의 충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대통령의 문화 충돌은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일이다.대통령이 국민의 정서와 괴리돼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한총련 시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문화 충돌이라는 말은 대통령이 가볍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대통령은 어느 일부 세력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21일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말도 했다.집단행동을 앞세운 집단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국가 지도자로서 너무 경솔한 발언이다.대통령의 절제되지 않고 직설적인 화법은 많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품위없는 말들은 대통령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좋은 의미로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합리적 근대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우리나라에는 강요된 권위주의가지배해 왔다.권위주의는 분단과 전쟁,독재과정 등에서 나타난 역사적 모순과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억압해 왔다.노 대통령은 이러한 권위주의에 반발해 왔다.그는 공관장 만찬에서 “경호가 삼엄하지 않은 사회,두렵게 느껴지지 않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그의 탈권위주의적인 열린 리더십 지향은 시대흐름과 맞는 바람직한 일이다.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념은 확고한 것 같다.그는 “국외에서 볼 때 한국이 개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도 이런 민주주의를 한번 해 보자는 게 내 소망이다.”라고 말했다.‘한국이 개판’이라는 말은 대통령이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말이다.그러나 혼란을 겪더라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신념을 읽을 수 있다.문제는 대통령의 낭만적 이상주의다.인간은 탐욕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탐욕이 사회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민주적이지만 권위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권위있는 지도력과 권위주의는 다르다.권위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지도력을 발휘할 때 강화된다.정치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이창순 논설위원
  • 오피니언 중계석/ 문화인의 정치참여 어떻게 봐야하나

    ‘문학수첩’ 여름호 요약 소설가 출신의 영화감독 이창동씨의 문화관광부 장관 입각은 현대사에서 새로운 실험이다.‘문학수첩’ 여름호는 ‘문화인의 정치참여 이래도 좋은가’라는 주제로 문화인의 정치참여가 어떤 명암을 갖는지 조명했다.문학평론가 윤지관씨의 ‘문학과 정치의 이분법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찬성론과 서울여대 교수 이숭원씨의 ‘문학적 재능과 정치권력’이라는 반대론을 요약한다. ●문학과 정치의 이분법을 넘어서 시민으로서의 일상적인 참여 행위를 제외하면,문화예술인의 정치참여는 정부의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것과 시민 또는 민중운동에 가담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이 가운데 후자,즉 창조적인 문화 예술인이 자유와 진리에의 충동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운동에 가담하고 이를 주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특히 창작 활동 자체를 억압하는 파시즘 체제에서 문화 예술인들의 요구가 적극적인 저항의 형태로 표출된 것은 정치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문학적 요구에서 발원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창작활동의 기반이 되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상황에서는 어떤가.기본적으로 질서를 지향하는 권력과 질서 이상의 것을 바라보는 문화 예술이 어깨를 걸고 함께 가는 상황은 일어나기 어렵다.시민사회의 성숙성은 사회의 속물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고 그같은 조건은 문화 예술의 존재에 대한 본원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문학과 예술의 반체제성은 정치권력뿐 아니라 더욱 공고화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것일 것이다.개혁이 국민적 과제라 하더라도 그 개혁이 자본주의 체제의 궁극적인 승리가 아니라 그 지양을 목표하는 것이 되지 않는 한 진정한 창작의 지향과 모순될 것임은 여전하다.체제 안에서 살면서 체제를 넘어서는 활동을 통해서만 그 반체제성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문학과 예술의 조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작가 겸 정치가들의 독특한 기여는,그들이 작가로서 정체성을 견지하고자 하는 한에서는 체제와 반체제의 경계선에서 발휘되는 인문적인 상상력이 발휘될 때 가능해진다.바로 여기에 예술인의 정치 현장에 대한 참여의 의미가 있으며,이 긴장이 흐려지거나 삭감되는 순간,그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문학적 재능과 정치권력 문학인이 국회의원이나 장관 같은 정치권력의 중심 직책을 맡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한정하고자 한다.문학은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문학과 현실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니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가진 문학인들이 현실에 참여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역사적으로 전체주의적 정치 체제가 지배했을 때 문학인은 권력의 중심으로부터 소외되고 탄압받았는데,그것은 전체주의 정치철학의 지향하는 획일적 사고와 문학 자체가 안고 있는 다양하고 개방주의적인 사유의 흐름이 충돌하기 때문이다.문학인이 추구하는 자유롭고 기발한 상상의 확대와 정치인이 요구하는 안정되고 균형있는 제도의 정착은,어느 순간 상보적인 관계를 맺다가도 본질적으로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그렇게 볼 때 문학인의 정치 현실 참여는 문학적 신념에 의해 선택된 행위다.그 참여적 행동은 정치적 신념보다는 문학인(또는 인간)으로서 양심적 고민의 소산일 가능성이 많다.추구하는 이념 역시 많은 문학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열망이라는 큰 테두리에 무리없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된다는 것은 문학적 감성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사실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행정능력이 더 많이 요구된다.그런데 권력이란 것은 억압을 전제로 한다.사회주의 이념도 이념 그 자체로는 이상적이지만,그 이념이 제도화되고 정치권력에 의해 시행되면 인간을 억압하는 기제로 변질되어 버린다.결론적으로 말해 문학적 재능 때문에 공직을 맡게 되면 공무도 충실하게 수행하기 어렵고 문학적 재능마저 탕진하게 된다.문화 예술인은 철저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자기의 길을 굳건히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다만 문화 예술 방면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응하면 되는 것이다.
  • [편집자문위원 칼럼] ‘화물연대 파업’ 다양한 접근

    이 땅의 언론은 과연 믿을 만한가?내가 처음 언론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그토록 믿었던 언론을 ‘의심’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던 나에게 언론매체는 사회를 바라보는 창이자 통로였다.때문에 우리사회의 소식을 전해주고 사안에 따라서는 생각의 방향까지 알려주는 ‘고마운’ 언론을 의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랬던 내가 감히 언론을 ‘의심’하게 된 계기는 노동자를 비롯한 우리 주변 사람들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우연찮게 찾아온 노동자들과의 만남은 언론을 통해 형성됐던 ‘무섭고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그들에 대한 인식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그들은 이기적이지도 무섭지도 않았다.그들은 부당한 처사와 억압 속에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일 뿐이었다.그리고 생각했다.내가 얼마나 ‘순진한’ 사람이었던가를….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었는지를…. 지난 10여일간 우리 사회를 ‘휘청이게’했던 화물연대의 파업은 또다시 언론이 노동자들에 대해서 얼마나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사건이었다.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한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더욱 커진 화물연대의 파업은 우리 경제를 뒤흔들 정도로 위력을 떨쳤다.이에 대해 언론들은 마비된 부산항·광양항의 ‘비상상황’을 조명하며 기업들의 손해를 연거푸 보도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우리사회의 거대한 ‘악’이었으며 이를 빨리 수습하지 못한 정부 역시 또 다른 ‘악’이었다.기업들은 ‘선의의 피해자’였으며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심판관’이었다.점점 악화돼 가는 상황은 매일 신문 지면 대부분을 장식했고 국민들은 이와 같은 경제충격에 한숨을 쉴 뿐이었다.화물연대가 어떤 이유로 파업을 하고,그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대한매일 역시 화물연대 파업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관련 기사 55개,사설 5개.상대적으로 적은 지면수를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특히 ‘경제와 e세상’에서는 거의 매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을 집중적으로 다뤘다.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액,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또 ‘물류중심국가’라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강한 우려도 함께 전달했다.또 사태를 더 크게 키운 정부의 늑장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하고,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그야말로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이었다.사안이 크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만큼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쓴 기사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파업으로 인한 ‘영향’만이 아닌 파업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게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지난 16일자에 실렸던 ‘본지기자 25t 지입차량 동승기’와 같이,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기사들이 더 많이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나라 경제를 좀먹으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노동자들’이란 인식이 싹튼 것으로 알고 있다.국민들이 이 같은 인식을 갖게 된 것에는 언론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제 윤 아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4학년
  • 책 / 오만과 편견

    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서구의 근대 시민사회는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자기 경계 밖의 사람들을 타자(他者)화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자유·평등·박애라는 서구 시민사회의 보편적인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시민혁명 자체는 이미 ‘차별’과 ‘배제’의 논리 위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제국주의를 통해 비유럽세계로 전파됐고,결과적으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주변부 민족주의의 논리는 제국의 오만을 모방한 편견으로 이어졌다.서구적 근대의 특징인 ‘경계짓기’의 논리가 전 지구적 근대의 논리로 보편화된 것이다. ‘오만과 편견’(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휴머니스트 펴냄)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근대적인 정체성이 어떻게 선을 긋고 경계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해 왔는가를 추적한다.책은 그 논의의 실마리를 한·일 두 지식인의 대담이라는 색다른 형식을 통해 풀어간다. 주인공은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와 사카이 나오키 미국 코넬대아시아연구과 교수.한국의 민족주의에 내재된 폐쇄성과 억압성을 비판하는 글을 꾸준히 발표해온 임 교수는 ‘당대비평’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일상적 파시즘’ ‘탈민족주의’ 같은 생소한 담론들을 공론화시켜왔다. 사카이 교수는 문화이론가 가라타니 고진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손꼽히는 사상가.서구중심적인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 내셔널리즘의 일본적 특수성을 날카롭게 분석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년 동안 ‘경계짓기로서의 근대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서울과 도쿄,뉴욕에서 모두 10차례의 대담을 나눴다.이 책은 그 고단한 과정의 산물이다.이들은 ‘인종’ 내지 ‘민족’이라는 근대의 견고한 장벽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하나씩 허문다. ●21세기 美 헤게모니 방식 한·일 삶에도 침투 임 교수는 먼저 사람이 사람을 타자화하는 과정은 근대 국민국가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특별히 부각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그는 서기 169년 비잔틴을 정복한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 셉티무스 세베루스가 흑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로마제국의 ‘관용적인’ 시민권 정책 탓도 있지만,흑인이 로마황제가 됐다는 것은 인종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경계가 그만큼 단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고대 그리스의 경우 ‘바르바로이(Barbaroe)’는 원래 야만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쓰는 사람을 뜻했다.이 말이 ‘야만인’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은 페르시아전쟁을 겪으면서부터다.이처럼 고대의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즉 그리스인의 정체성은 페르시아라는 타자를 매개로만 가능했다. 사카이 교수 또한 국민국가의 형성이란 관점에서 인종과 민족의 정체성 문제에 접근한다. 19세기 미국 역사를 살펴보면 원래 유대인이나 이탈리아인,그리고 아일랜드인은 백인으로 간주되지 않았다.스스로의 사회적 저항 과정을 통해 흑인을 타자화하고 흑인이라는 범주를 변형시킴으로써 자신들을 백인화하고 백인지상주의를 내면화해갔다는 게 그의 견해다. 책을 위한 대담이 진행되는 동안 두 차례의 세계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2001년 9·11테러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의 미국 헤게모니 작동방식은 19세기 유럽의 사회제국주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해졌다.저자들은 미국의 헤게모니는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만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범한 한국인과 일본인의 일상적 삶 속에도 미시정치의 방식으로 침투해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보편적 존재로서의 남성,타자화되는 여성’이라는 제목 아래 젠더(gender)의 문제도 다룬다.“‘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은 자연적인 차이에 기초하기보다는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근대 자본주의가 성립하면서 이러한 가부장제는 더욱 강화됐다.가부장제를 전근대의 산물로 보는 시각에서 자본주의 임노동체계의 성립과 관련된 근대의 산물로 바라보는 새로운 이해방식이 필요하다.”(임 교수) ●상품 고급화에도 백인‘기호’가 필요한 시대 사카이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차별과 편견을 잉태한 제국의 오만을 지적한다.“인종의 위계질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식민지 관계를 통해 학습돼왔다.그러나 오늘날은 욕망의 상품화를 통해 학습되는 방식으로 변했다.상품이 고급스럽다는 것을 호소하려면 반드시 인종의 위계질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급 레스토랑은 백인 여성을 모델로 써야 하고,고급 승용차의 경우는 철두철미하게 ‘백인’이라는 기호를 사용해야 한다.” 이 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전제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기획’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국내 책 기획에 해외의 필자를 끌어들여 출판기획의 시공간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열린세상] 공부가 인생의 전부 아니다

    이 나라 청소년들에게 꿈이 있을까? 꿈에 대해 진지하게 궁리해본 적이 있을까? 간혹 꿈이 무엇이냐고 설문조사를 해보면 ‘연예인’이 1위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그런 결과가 과연 자신의 꿈을 골똘하게 탐색해 본 결과인지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일명 ‘사춘기’라 불리는 청소년기는 꿈을 가장 많이 꿈꾸어야 할 때다.그때의 꿈은 추억 속의 따뜻한 고향이 되어 삶의 지향점이 되기도 하고,그때의 꿈이 나중에 엄청난 결실을 맺을 때도 있다.청소년기는 꿈의 탐색기요 꿈의 개발기다.그런데 이 나라 청소년들은 꿈에 대해 과연 얼마나 탐색하고 개발하고 있을까.대답은 부정적이다.한참 꿈꾸어야 할 청소년들이 현실적인 억압속에서 꿈을 제대로 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한마디로 공부 때문이다.공부라 하면 본래는 너무나 좋은 말이다.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거나 닦는 것을 말한다.나아가 인생공부,마음공부,경전공부,예절공부라는 말까지 있는 것을 보면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공부 대상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공부라 하면 학교에서 배우는 학과공부를 말한다.그것은 곧 입시와 연결되어 입시공부가 되고 이 나라의 공부는 ‘달달 외우기’ 공부이므로,곧 암기공부가 된다.그런 의미의 공부는 이 나라 청소년들의 꿈을 짓밟는 원흉 중의 원흉이 되고 있다. 세상엔 공부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다.그런 사람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신이 난다.반면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병이 난다.그러니 공부란 그런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러면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은 어찌할 것인가.그런데도 너나없이 똑같이 공부,공부해야 하는가.이는 똑같은 이치로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그런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면 정말 병이 난다. 육체적 병뿐 아니라 마음의 병이 더 커서 일탈과 비행,가출까지 한다.어찌 보면 이런 아이들이 일탈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달란트’가 다르다.다 같이 미남미녀인 데도 생김생김이 다 다른 것과 같이,또 사람마다 마음 씀씀이가 모두 다른 것과 같이 달란트 역시 사람마다 다 다르다.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이 ‘다름’을 너무도 무시해 왔다.오히려 사람을 획일적으로 재단해 획일적으로 훈련시켜도 된다고 생각해 왔다.과거 사농공상(士農工商)적,관존민비(官尊民卑)적 획일성의 시대가 대표적이다.획일적 성공관도 거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젠 세상이 변했다.다양한 세상의 다양한 분야,다양한 노력과 다양한 성공이 온 세상에 보장된 시대가 된 것이다.가히 ‘다름’의 시대가 되었다.너나없이 ‘사(士) 자’가 되어야 출세하고 ‘사(士) 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던 시대는 갔다.공부가 출세를 보장해 주던 시대가 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획일적인 잣대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차별해 왔다.공부 못하는 것이 마치 무슨 큰 죄인 것처럼,무슨 2류·3류 인간인 것처럼 취급해 왔다.이는 참으로 큰 죄악이다.세상은 공부 잘하는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뿐만 아니라 공부 잘하는 달란트는 이 세상의 그 수많은 달란트 중의 하나일 뿐이다.그런데 공부 잘하는 학생만 대우받고 그러지 못한 학생들은 무시한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그 수많은 공부못하는 학생들은 죄다 쓸모없는 사람들이란 말인가.말도 안 되는 소리다.공부 못하는 것도 보통의 재주가 아니다. 엄청난 재주다.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겐 공부 못하는 대신 분명히 또 다른 달란트가 하나씩,둘씩 혹은 셋씩 있는 것이다.그 달란트를 개발해주는 것이 부모나 교사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부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 격려해 주어야 한다. 청소년들의 꿈은 다양한 적성 속에 있다.공부만이 잣대가 아니다.획일적 공부 이데올로기가 청소년들의 적성을 짓밟게 해서는 안 된다.그 적성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강 지 원 변호사
  • [건강칼럼] 중년 남성의 우울증

    요즘들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사춘기 때에 이어 일생에 가장 큰 생리·심리적 변화를 겪는 시기인 데다,경제위기로 사회와 가정에서의 위상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은 가정과 사회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다른 계층에 비해 이들의 질병에도 세심하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유명배우 장궈룽이 투신 자살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우울증이 꼽혔다.미국에서도 연간 600만 명의 남성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지만 정작 치료를 받는 남성은 일부다.게다가 우울증에 걸린 남성이 자살할 가능성은 여성보다 4배나 높다. 역사를 통해 남성들은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아왔다.이런 의식이 남성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함은 물론이다.게다가 자존심 때문인지 외부 도움이나 치료도 받지 않으려 한다. 우울증 여성들이 ‘불안하다.’거나 ‘초조하다.’는 등 자기 속을 표출하는 데 반해 남자들은 속마음을 열어 보이거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남성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혼자 삭이지 말고 가족과 대화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자신이 원하는 취미활동을 하거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그래도 자신이 위축되고 우울감이 심해지면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한방에서는 우울증을 기울(氣鬱)이라고 한다.기가 한 곳에 맺혀 억울(억압+침울)한 심정이 발산되지 못한 채 정신·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따라서 한방 치료는 기를 원활하게 풀어주는 약을 쓰는데,최근에는 긴장을 완화해 심신을 안정시키는 아로마요법(향기요법)이 인기다. 봄나물과 향기좋은 과일,유자차 등은 뭉친 기운을 풀어주고 감정을 다스리는 간의 기운을 보충해 준다.오늘 저녁,봄나물이 있는 식탁에서 맛있는 식사와 함께 정겨운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강명자 꽃마을한방병원장
  • [시론]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관용’이란 뜻을 가진 tolerance의 프랑스어식 발음인 ‘톨레랑스’가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년전 일이다.20여년간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한 홍세화 씨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에서 프랑스문화의 키워드를 ‘톨레랑스’로 규정했다.그에 따르면 ‘톨레랑스’는 “나와 다른 남을 다른 그대로 용인하는 이성의 목소리”로서,다른 종교·사상·지역 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좁은 의식에서 벗어나 ‘다름’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사회의식을 말한다.물론 프랑스에서도 ‘톨레랑스’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은 아니며 중세이후 유럽역사를 피로 물들인 신구교 갈등과 분쟁,그로 인한 반성과 성찰에서 시작되어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것이라 한다. 사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나와 다름(異)을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작게는 부부·가족간의 사소한 다툼에서 크게는 기업·조직·지역·국가간의 분쟁에 이르기까지 이질적인 문화와 가치관,특성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톨레랑스’정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그토록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았음에도 단일 민족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통성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고유의 공동체의식에 기인한 바 크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끈끈하게 이어온 공동체의식이 어느새 우리만을 위한 ‘배타성’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때인 것 같다.외국인노동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한 차별과 인권침해,단일민족국가임을 자랑스레 말하면서도 같은 민족인 중국교포를 무시하고 배척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 등은 이미 낯설지 않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문제 또한 그러하다.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동네에 장애인시설이 생긴다고 하면 집값 떨어지는 걱정에 당장 반대부터 하는 게 현실이다.어느 누구를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에겐 아직도 나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의식이 부족하다.장애인복지의 선진국이 여러가지 제도나 재정적인 면에서 앞선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다른 것은 장애인에 대한 기본 인식의 차이이다.장애인이라면 나와는 너무나 멀기만 한 이질적인 집단,사회로 나오는 것보다는 집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생각이 남아있는 한 어떠한 그럴듯한 제도도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최근 그러한 인식이 많이 없어지는 듯하지만,장애인이 살아가기에 아직 우리사회에선 너무나 많은 장벽이 있다.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다닐 수도,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사람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도 없는 장벽.그러한 장벽을 없애고,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도 떳떳하게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장애인 스스로 복지의 대상자가 아닌 당당한 소비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신정부 출범후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복지를 강조하며 이들에 대한 차별금지 제도도 곧 법제화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제도보다는 그 제도를 뒷받침하는 기본정신,즉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24절기중 여섯번째로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이기도 하다.해마다 돌아오는 장애인의 날이 그들을 더욱 외롭게 하는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부디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마음을 윤택하게 하는 봄비가 되어,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톨레랑스’정신이 우리사회에도 깊이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신 필 균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본지 자문위원
  • 리뷰 / 국립창극단 ‘청년시대’

    신화는 구체적인 역사가 보편성을 얻은 결과물일 때가 많다.그래서 역으로 신화를 해석하여,과거의 사실(史實)을 추정하기도 한다.매헌 윤봉길 의사가 1932년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일본침략군 최고사령관 등을 폭사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의거도 지금쯤은 신화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국립창극단이 윤봉길의 의거 7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5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무대에 올리고 있는 창작창극 ‘청년시대’에서도 신화와 역사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청년시대’는 일단 창극이라는 전통적 공연형태에 ‘근대적 영웅서사시’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구조를 적용시킬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는 점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실제로 박범훈이 만든 음악은 삼현육각이 아닌 국악관현악단을 참여시킨 새로운 시도였고,추상적 형태의 컴컴한 무대 역시 연출자 정갑균의 말처럼 ‘아방가르드’적이었다. 그러나 음악과 무대가 충분히 신화적이었던 데 반해,조영규의 대본이나 연기는 지나친 사실의 재현이었다. 태극기와 일장기에상징성을 크게 부각시키고,일본순사의 윤봉길에 대한 탄압을 강조한 것도 그렇다.의거를 억압에서 자유,혹은 구시대의 모순에서 벗어난 새시대의 갈망이라는 ‘21세기적 신화’로 승화시키지 못한 이유였다. 오히려 일본의 압제와 한민족의 저항이라는 ‘20세기적 사실’에조차 머무르지 못하고,‘일본 순사의 악행에 대한 조선 젊은이의 분노’로 폄하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역설이 전혀 없이 비장감 일색으로 풀어간 것도 생각해보아야 한다.비극을 희극화하여 더욱 비극적으로 만들었던 판소리 내지 창극 특유의 표현법 정도는 되살려나가는 것이 어떨까. 그러나 첫 공연에서 나온 문제점은 내년,후년을 이어가면서 개선될 것이다.‘윤봉길’이 아닌 ‘청년시대’라고 제목을 붙인 것부터가 사실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신화적 보편성을 추구하려 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새로운 창극의 시도’라는 의미를 크게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공연물로 손색이 없다.극적 요소가 충분한 데다,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국악을 자연스럽게 가까이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13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토·일요일 오후 4시.(02)2274-3507∼8. 서동철기자
  • 문학단신

    ●15일부터 ‘삶과 노동' 문학강좌 구로노동자문학회의 문학강좌가 15일부터 5월18일까지 열린다.지난 15년간 억압받는 노동자의 울분을 달래며 그들에게 희망의 실타래를 이어준 이 강좌는 15일 시인 정호승의 ‘삶과 문학’ 강의를 시작으로 소설가 김연수(‘역사와 문학’),시인 최정례(‘시인을 찾아서’) 등이 매주 화·금요일 두차례 문학과 삶과 노동을 주제로 강의한다.대미는 17,18일 전북 임실 섬진강을 탐사하는 문학기행으로 장식한다.(02)869-2583. ●계간 ‘시와 반시' 신인상 작품 공모 계간 문예지 ‘시와 반시’가 올 상반기 신인상 작품을 공모한다.분야는 시(5편 이상 또는 장시)와 평론(200자 원고지 70장 안팎).시한은 20일까지이고 당선작은 6월1일 ‘시와 반시’ 여름호에 발표한다.(053)654-0027,622-0377. ●봄에 읽기 좋은 동시집 6권 선정 한국시사랑회(회장 박두순)는 유경환의 ‘마주 선 나무’(창작과비평사)와 양인숙의 ‘웃긴다 웃겨 애기똥풀’(문원) 등 6권을 ‘봄에 어린이들이 읽을 좋은 동시집’으로 선정했다.(02)521-1119.
  • [씨줄날줄] 동상의 종말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교외에 ‘동상 공동묘지’가 있다.레닌·스탈린·소련군 등 공산주의 우상들의 동상이 역사의 죄인처럼 서 있다.헝가리에 산재해 있던 동상들을 동구혁명 때 파내어 옮겨 놓은 것이다.헝가리인들은 공산주의 우상들의 동상들을 한데 모아 1993년 동상 공동묘지를 만들었다.공산주의 폭정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결코 잊지 말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동상 공동묘지에는 40여개의 동상과 비석이 먼지를 쓰고 서 있다.붉은 우상들의 초라한 몰골이 권력의 슬픈 종말을 증언하고 있는 듯하다.1980년대 말부터 동유럽을 휩쓴 혁명의 광풍 속에 수많은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들이 철거되고 파괴됐다.모스크바 시민들은 레닌의 동상이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 광장에 쓰러져 파괴되는 것을 보고 환호했다.모스크바 강변에는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레닌과 스탈린은 러시아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재평가되고 있다.그러나 동유럽에서는 독재자일 뿐이다.독재자들은 대부분 생존시에 동상을 만든다.권력을 강화하고 권위를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동상을 활용한다.독재자들의 동상에는 무서운 권력욕이 숨어있다.독재자들의 동상이 많을수록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은 그만큼 억압받았음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독재체제가 무너졌을 때 그들의 동상도 같이 무너졌다.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그의 하야와 함께 파괴됐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동상도 철거되고 있다.미군들의 도움을 받아 후세인 동상을 철거하는 이라크인들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했다.독재체제의 비극적인 종말을 환호하는 듯한 표정들이다.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으로 이라크가 동정을 받고 있지만 후세인 대통령은 악명 높은 독재자다. 독재자들은 대부분 집권 당시에는 절대 권력의 ‘거인들’이었다.그러나 그들의 권력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왔다.독재자들의 비극은 역사의 진보에는 희망이다.독재의 고통을 견디면 자유의 기쁨이 온다는 믿음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역사에는 많은 굴곡이 있지만 그래도 역사는 인류에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악명높은 독재자의 동상은 그래서 생명력이 짧다. 이창순 논설위원 cslee@
  • [열린세상] 자기주장 훈련 필요한 사회

    얼마전 한 신문의 칼럼에 글을 두어 번 썼다.어떤 단체가 그 칼럼을 보고 이메일을 보내왔다.주된 메시지는 그 신문에 글을 쓰지말라는 권유였다.문제는 말을 하는 방식이었다.그들은 민족반역적인 신문에 글을 계속 쓴다면,말로가 좋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을 했던 것이다. 우리 대학의 직원 한 분도 폭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였다고 한다.어느 날 그는 청각장애 학생으로부터 학습여건에 대한 항의성 민원사항을 접수하고 있었다.답변 도중에,무심코 손을 입에 갖다 대었다.청각장애인들은 상대의 입모양을 보고 말하는 내용을 알아듣는다.직원의 말을 알아듣기 위하여,학생은 입을 가려버린 (직원의) 손을 거칠게 후려쳐 치워버렸다. 상대의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언어폭력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국회의원들은 시민단체로부터 ‘이라크 파병안에 찬성하면,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위협을 당했다.대통령조차 인사결과에 항의하는 노사모회원으로부터 “문둥이 자슥”이라고 불리는 수모를 겪었다. 위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이들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면서 자기주장을 펴는 화법을 쓰고 있다.이런 종류의 화법이 용인되는 사회가 있기는 하다.언로가 막힌 사회이다.예컨대 한 맺힌 사연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의 마음이 너무나 황폐하거나 절박하다.듣는 상대를 배려할 여유가 없으므로,일방적 대화나 무례함 등이 용인된다.혹은 권위적 사회나 독재사회에서도 합법적 의사소통 채널이 부족하다.억압된 국민들은 자연히 소리를 높이고 무례하게 말한다. 또 하나,전술적으로 폭력적인 대화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알려지지 않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때로 주목받기 위하여 비정상적인 의사전달 표현방식을 사용한다.초기의 마르크시스트나 페미니스트들이 그랬다.그들은 유리창을 깨거나 소리높여 외치는 거리행진을 통해,자신들의 존재와 생각을 알렸다. 우리 사회도 얼마 전까지는 언로가 개방되지 못했었다.그러나 많은 점들이 개선되고 있다.군사독재가 청산되고 합법적 의사소통 채널이 생겨나고 있다.한 맺힌 사연을 사회에 알릴 방법도 늘어가고 있다.언론이나 인터넷 혹은 국민감사 청원제 등의 다양한 채널이 늘고 있다. 정권교체를 통하여,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사회 개방화와 커뮤니케이션 체제의 개선을 통하여,요즈음은 하늘아래 낯설기만 한 주장이 별로 없다.전투적인 모습으로 이목을 끌게 할 의견은 많지 않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충분하게 개선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그러나 우리 사회도 상식적인 선에서 자기주장하는 방법을 모색할 시점에는 이른 것 같다.즉 ‘듣는 이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자기주장을 하는 법’을 학습하고 실천하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상대편에게 무례하게 자기주장만 하는 경우,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청자들은 마음의 빗장을 닫아 버린다.상대가 기분상할 것을 걱정하여서,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것도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기는 마찬가지이다.참는 선이 어느 한계에 달하면,마음이 싸늘하게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목적선(目的善)뿐 아니라 과정선(過程善)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자신의 의사를 건강하게 표현하며,서로가 상대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단계로 나아가야 된다.상대에게 예를 갖추고,상대의 입장을 감정이입한 후에,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상대를 보지 않으며-귀는 닫은 채-자신의 주장만 거친 입으로 내뱉는다.듣는 사람이 보기에 그런 이들은 자신만 옳다고 여기는 뜨거운 머리와,타인의 감수성을 무시하는 차가운 가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설득이 될 리가 없다.모두가 승자가 되는 윈윈 사회가 되기 위해서,우리 모두 예의를 갖추고 대화를 시작할 때이다. 이 미 나 서울대 교수 사회문화교육
  • 이런책 어때요/가네코 후미코 외

    ◆가네코 후미코 야마다 쇼지 지음 정선태 옮김 / 산처럼 펴냄 가네코 후미코는 조선의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의 사상적 동지이자 연인이며 옥중에서 결혼한 부인이다.스물세살 나이에 옥중에서 자살한 그녀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무적자(無籍者)로서 밑바닥 삶을 살면서 자신의 뜻과 의지를 무시당한 아픔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식민지 조선은 ‘확대된 자아’였다.박열과 가네코는 1923년 간토대진재 때 조선인대학살을 무마하기 위해 일제가 조작한 ‘천황폭살사건’으로 법정에 서면서 세상에 알려졌다.이 책은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자’라고 불리길 원했던 가네코의 사상투쟁의 전모를 보여준다.1만 8000원. ◆궁정사회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여성 옮김 / 한길사 펴냄 루이 14세 치하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펼쳐진 다양한 궁정문화를 파헤쳤다.베르사유는 그 안에 웬만한 도시의 인구와 맞먹는 1만명(1774년 당시)의 대식구가 살았던 거대한 인구집합체였다.‘결합태 사회학’의 창시자인 독일 출신 유대계사상가 엘리아스는 ‘결합태’란관점에서 궁정사회를 분석한다.결합태란 인간이 자기행위를 통해 형성하는 인간관계의 구체적 형태로,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표현하는 개념.루이 14세 때에 와서 인간은 좀더 고양된 인간관계를 ‘에티켓’문화로 형성했으며,이것이 프랑스를 넘어 독일·영국·스페인 등지로 퍼졌다.3만원.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제레미 블랙 지음 한정석 옮김 / 이가서 펴냄 전세계의 들끓는 반전시위에도 불구하고 치러지고 있는 이라크 전쟁엔 과연 어떤 명분이 있는 것인가.숱한 주장과 논평들이 난무하지만 그 어느 것도 명쾌하게 답해주지 못한다.영국 엑시터 대학의 교수인 저자는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는 전쟁의 원인을 국가의 호전성에 비중을 둬 설명한다.싸울 명분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그런 점에서 호전성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일단 시작된 전쟁의 지속성을 설명하는 유용한 틀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이라크전쟁의 본질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준다.1만 8000원. ◆일회용 사람들 케빈 베일스 지음 편동원 옮김 /이소출판사 펴냄 ‘야만의 세계화’,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의 참상을 고발.태국·파키스탄·인도 등 아시아 저개발국가에서 벌어지는 아동노동과 여성억압,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노동자 학대의 잔학성을 살핀다.저자는 사회학자이자 영국 최대의 자선기금모금 회사인 ‘펠 앤드 베일스’의 공동 창업자.그에 따르면 이같은 ‘현대판 노예제’에 예속된 사람은 미국 10만∼15만명을 포함,세계적으로 최소 2700만명에서 최대 2억명에 이른다.저자는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2000년 안토니오 그람시와 파블로 네루다가 수상해 유명해진 비아레조 상을 받았다.1만 6000원. ◆선비와 피어싱 조희진 지음 동아시아 펴냄 우리 민족은 복식과 관련해 두 번의 예송논쟁(1659년 기해예송,1674년 갑인예송)을 벌였을 만큼,의복은 몸을 보호하고 부끄러움을 가리는 차원을 넘어 예를 표현하는 형식으로 간주됐다.그런 점에서 복식을 논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사상적 기반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이 책은 우리 선조들의 옷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를 읽어낸다.조선시대엔 사대부 남성과 여성들도 지극히 단순한 형태의 피어싱을 했다.저자는 계간지 ‘디새집’의 칼럼 ‘알쭌알쭌한 우리 옷 이야기’로 잘 알려 복식문화 논객.1만 5000원. ◆꿈 피오나 스타 등 지음 남경태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그리스의 트로이 원정군 사령관인 아가멤논에게 꿈의 메시지를 보낸다.이집트인들처럼 그린스인들도 꿈이 치유의 능력을 가진다고 믿었다.예컨대 고대의 아테네 시민들은 몇 주일 씩이나 신전에서 머물며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꿈을 꾸고자 애썼다.사람들은 왜 꿈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이 책은 상징과 예지의 파노라마로서의 꿈의 정체를 밝힌다.창조성·사랑·죽음·공포·가족 등 10개의 주제로 나눠 접근한다.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꿈은 깨어난 뒤에도 떠오르는 회상몽(回想夢)을 일컫는다.1만 8000원.
  • 아마추어 극단 ‘실극’ 부조리극 ‘생일파티’ 무대에 매일 5시간 구슬땀 연습

    “당신이오,피티? 당신이오? 피티?”(메그) “잠깐,좀더 진지하게 분위기를 띄우세요.다시 한번 더….”(연출가) “당신이오,피티? 당신이오? 피티?”(메그) “됐어요.다음부터 분위기를 조금 더 띄우는데 신경을 써주세요.”(연출가) 지난 1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20∼22일 이곳에서 열리는 정기 공연을 앞두고 아마추어 연극인 10여명이 리허설에 몰두하고 있었다.극단 ‘실극’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30∼50대의 대학 교수·회사임원·벤처기업 경영인 등이다.퇴근 후 거의 매일 5시간씩 기획,캐스팅,연기 등 모든 것에서 손발을 맞추며 연습에 비지땀을 흘렸다. ‘실극’은 1986년 서울대 공대 연극반원들을 중심으로 만든 사회인극단으로 회원은 100여명.초대 회장을 지낸 이문로 박사,오세기 아주대 교수,이원복 덕성여대 교수,이수문 (주)하추 대표,양영일 (주)퍼시스 대표,신혜경 중앙일보 기자 등이 주요 회원.연극반의 명맥이 끊어져 회원은 94학번까지로 돼 있다. 이태식(50·한양대 토목공학과 교수) 회장은 “회원들이 연극에 입문한 이유는 자기가 경험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체험해보기 위해서 였으나 요즘에는 서로간 끈끈한 정을 계속 잇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88년 ‘안내놔? 못내놔!’를 시작으로 2∼3년에 한번씩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6회를 맞이하는 이번 공연의 제목은 해럴드 핀터 원작의 ‘생일파티’.사회의 제도적 억압과 폭력을 고발하는 부조리극이다. “70년대 중반 드라마센터에서 이 연극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유신 시절인 당시 시대상황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죠.” ‘생일파티’를 공연하기로 제안한 김인수(48·삼창텔레콤 이사·피티역)씨는 “시간이 많이 빼앗기는 취미 활동이지만 카타르시스와 성취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골드버그역을 맡은 이상헌(44·건국대 교수)씨는 “직장 생활과는 달리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연극의 매력”이라며 “작품이 선정된 지난해 12월 이후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살이 쏙 빠졌다.”고 너스레를 떤다. 매켄역을 맡은 이희철(32·(주)한샘 대리)씨는 “연습으로 바빠 지난 1월 아들이 태어날 때 자리를 지키지 못해 지금도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털어놨다.스탠리역을 맡은 천호준(33·(주)갬소프트 이사)씨도 “연습하다 보니 여자 친구와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조금 불만스럽다.”며 “1시간30분 양의 연극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도 틈만 나면 쉬지 않고 대사를 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무대에 서겠다는 열정만큼은 전문 배우 못지않아 배역 경쟁은 치열하다.이번에도 출연자가 4명에 불과한데 무대에 서기를 원하는 회원이 10명을 넘어 심사를 위해 독회를 10회 이상 하는 등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선발했다.한 회원은 “배역을 따기 위해 여자 친구를 통해 회장에게 읍소작전까지 벌였다.”고 귀띔한다. 이들의 활동 거점은 연습장이 있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연습 뒤풀이 장소는 근처 포장마차나 곱창집을 주로 이용한다.“연습 뒤풀이 때는 주로 연기에 대해 토론을 합니다.공대 출신들이어서 조명은 어때야 하고 음향은 어때야 하는지 등 연극에 대해 분석적으로접근하는 바람에 다소 딱딱한 편이죠.” 연극 기획을 맡은 박병회(41·(주)로템 기술연구소 차장)씨의 말이다. 하지만 여성회원이 거의 없어 여배우는 실험극단의 이연규(메그역)씨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연기과 전문사 과정의 김미경(룰루역)씨를 초빙했다. 김규환기자 khkim@ ***나도 한번 해볼까 - 6개월 정도면 기본연기 가능 일반인들이 취미활동으로 연극을 배우기는 쉽지 않다.연기 학원들이 대부분 TV 탤런트·영화배우 등을 양성하거나 연극영화과 진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반인들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배울 수 있는 곳은 예술의전당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한국배우예술원 등이 대표적. 예술의전당 ‘생활 연극 아카데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오는 4월7일부터 6월28일까지 3개월 과정의 ‘교육연극-성인을 위한 연극놀이’ 강좌를 개설한다.정원 40명의 2개반을 운영하며,수강료는 30만원이다.(02)580-1624. 김동수 플레이하우스는 정규반 외에 주말반을 운영하고 있다.주말반은 토요일 오후 3∼9시이며,22일부터 첫 강좌를 시작한다.수강료는 첫달이 45만원,이후에는 35만원이다.(02)3675-4675. 한국배우예술원은 토요일과 일요일 주 2회 3개월 과정의 주말 성인반을 운영하고 있다.수강료는 1개월 18만원.(02)872-4674. 한국문예진흥원은 연극연기 과정은 아니지만,일반인들의 연극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주는 ‘수요일 연극이야기’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강좌는 오는 4월9일∼6월18일까지 열린다.정원은 80명,수강료는 무료다.(02)760-4582.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김정수 실장은 “연극 연기 배우기는 개인적 소양과 어느 수준을 요구하는가에 따라 각각 다르다.”며 “3개월 정도 배우면 연극작품에 대한 감상법을 익히며,기본적인 연기를 하려면 6개월 정도는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미아점·무역센터점,LG백화점 구리점 등은 초등생 및 청소년 대상의 연극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그랜드백화점과 그랜드마트도 3개월 과정의 유아대상 뮤지컬 연극놀이반,초등생 뮤지컬 연극교실,청소년 연극 기초입문반 등을 개설하고 있다. 김규환기자
  • [사설] 美 이라크 공격은 인류의 슬픔

    미국의 대대적인 이라크 공격이 세계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유엔의 승인도 못 받고 프랑스·독일 등 유럽 우방들의 지지도 못 받은 명분 없는 전쟁이다.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하는 것은 오로지 미국의 오만한 힘과 논리뿐이다.미국의 일방적인 힘의 논리에 의한 이라크 전쟁은 참혹한 인명피해를 가져오고 국제 평화를 무너뜨리는 인류의 슬픔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의 무장해제와 후세인 독재체제에 억압받는 이라크인들을 해방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전쟁은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기 때문에 미화될 수 없다.미국의 공격으로 수많은 무고한 이라크인들의 생명이 희생되는 것은 얼마나 참혹한 비극인가.미국은 민간인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병원·학교·주택 등 민간인 시설에 대한 공습을 피해야 한다. 미국은 인간방패들이 있는 발전소·정수시설·식량창고·정유시설 등에 대한 공습도 자제해야 한다.목숨을 바쳐 세계 평화를 지키겠다는 인간방패들의 숭고한 뜻이 미군 공격에 희생되는 참극은 없어야한다.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부상·기아 등으로 고통받을 수백만명의 이라크인들을 위한 식량·의료지원 등 적극적인 구호에 나서야 한다.난민에 대한 국제적 지원도 필요하다.요르단·이란·쿠웨이트·터키 등 주변국으로 피신하는 난민들이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북부에 사는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에 대한 보호대책도 필요하다.쿠르드족들은 1991년 걸프전 때도 큰 피해를 입었다.이라크 전쟁에서 생·화학무기가 사용돼서는 안 되며 이스라엘과 아랍이 싸우는 중동전쟁으로 비화돼서도 안 된다.이라크에 있는 수많은 세계적인 문화유산들도 보호되어야 한다.미국이 문화유산을 공격하면 문화적 대학살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되면 유가 폭등과 주가 폭락으로 세계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 세계경제의 불안을 없애고,가장 우려되는 무고한 생명의 희생도 크게 줄여야 할 것이다.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세계전략의 위험성을 알리는 21세기의 비극이다.
  • [사설] 부유층의 한심한 도피성 출국

    부유층의 도피성 해외 출국현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새 정부 들어 부(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북핵위기,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Bye 코리아’ 증후군이다. 서울 강남일대 부유층을 중심으로 해외이민,자녀의 유학·해외연수,이중국적을 갖기 위한 원정출산 등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일례로 미국 원정출산이 연간 신생아의 1%를 웃도는 5000명을 넘고,1만달러를 넘게 해외반출하다 지난 1월 적발된 사람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출국자는 18%가량 늘었다는 지적이다. 부유층의 일그러진 자화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국내 부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쳐 국세청이 특별관리하는 3만여명,시중은행 저축성예금에 5억원 넘게 예치한 계좌가 5만 8920개에 이른다.1000억원 이상 재산가만 59명이라는 조사도 있다. 이들은 대기업 총수와 가족,기업 대주주,금융소득 종합과세자,재산세 고액납부자 등으로서 우리사회의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다.따라서 국가 위기상황 속에서 극단적 이기주의 경향을 보이는 이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의무)를 다하지는 못할망정 중산층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꺾고 위화감마저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 당국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부에 관한 인식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남덕우 전 총리는 최근 전경련 웹사이트에 띄운 글에서 “약자와 빈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강자와 부자의 자유와 활동을 억압하면 발전이 없어지고 기업가정신을 꺾게 된다.”고 했다.정당한 부의 축적과 사용까지 싸잡아 비난해서도 안 될 일이다.
  • 책/근본주의의 충돌 - 美·이라크 전쟁이 뭐! 문명충돌이라고?

    타리크 알리 지음 / 정철수 옮김 미토 펴냄 일찍이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1996년)에서 국제사회의 갈등을 서구와 서구문화의 지배에 저항하는 동양의 이슬람 국가와 유교국가들이 맞부딪치는 대결로 봤다.이데올로기에 기초한 동서냉전이 끝난 뒤 서구와 수장(首長)국가인 미국의 정치·경제·문화적 지배력이 세계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동양 국가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보다는 문화·종교·인종적 정체성을 내세워 외부의 저항을 물리치려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최소한 미국·이라크 전쟁에 관한한 문명충돌론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는 공허한 논의에 불과하다. ‘근본주의의 충돌’(타리크 알리 지음,정철수 옮김,미토 펴냄)은 미국이 왜 그토록 이라크와의 전쟁에 집착하는가를 근본주의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영국을 대표하는 진보적 잡지 ‘뉴 레프트 리뷰’의 편집자인 저자는 먼저 이라크가 여전히 미국의 통제 밖에 머물러 있는 산유국이며,중동지역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군사대국’이란 사실에 주목한다. 또 국내적 요인으로는 부시 행정부가 친(親)시오니즘 유태인들을 민주주의자들로부터 떼어놓는 것을 중요한 전술적 목표로 삼고 있으며,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한 공화당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변함없는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의 성격은 ‘아메리코필리아(Americophilia)와 옥시덴털리즘(Occidentalism)을 넘어’라는 부제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아메리코필리아가 종교적 심성에 기초한 맹목적인 애국주의,즉 ‘미국숭배증’을 가리킨다면 옥시덴털리즘은 ‘동양에 의해 날조된 서양’,즉 서구라는 타자를 상정함으로써 미국인과 미국적인 것을 증오하는 대상으로 삼는 태도를 말한다.그러나 문제는 아메리코필리아에 잠재된 기독교 근본주의의 폭력성과 옥시덴털리즘에 내재된 이슬람 지배층의 정치적 의도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시오니즘,미국의 제국주의적 근본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가 얽히고 설킨 ‘근본주의들이 충돌하는 세계’다.저자는 인간의 자유와 상상력을 파괴하는 모든 근본주의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광적인 보수주의와 근본주의자들의 후진성을 쓸어버리고 진보적인 새 사상에 이슬람 세계를 개방하는 이슬람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이를 위해 이슬람은 정치와 종교를 엄격히 분리하고 성직자 집단을 해체하며 무슬림 지식인들에게 코란을 해석할 권리와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저자는 서구 제국주의는 물론 이슬람을 포함한 다른 종교들도 혹독하게 비판한다.모든 종교는 이데올로기적 기만의 집합체이고 제도적 억압의 체계라고 믿기 때문이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弱者사정 弱者가 안다?여성·장애인·동성애자·외국인근로자 反戰 선봉… 내일 집회

    “약자와 소수자의 이름으로 모든 전쟁에 반대합니다.” 13일 저녁 6시.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앞에서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속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전쟁 최대 피해자는 여성·노약자·장애인 서명대 앞에 선 시민들은 ‘장애인’과 ‘반전(反戰)’이라는 두 이미지를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은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이들은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여성과 노약자,장애인 등 소외되고 힘이 약한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세계적 움직임에 맞춰 반전운동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국내에서도 ‘반전’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여성과 장애인,노약자,동성애자 등 약자들의 움직임이 누구보다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지금까지 굵직한 사회 이슈와는 다소 동떨어졌던 이들이 반전운동에 적극 나선 이유는 “전쟁이 국가주의와 애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고조시켜 소수자에 대한 일상적 폭력과 차별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15일 주말 반전집회 분위기 고조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여성계다.여성단체연합·여성민우회 등은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 행사에서 ‘이라크 전 반대와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를 ‘호주제 폐지’와 함께 올해의 주요 활동목표로 내걸었다. 지난달 27일에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여성해방연대,전쟁반대여성연대 등 30여개 단체가 ‘반전평화 여성행동’이란 연대조직을 만들었다.이들은 날마다 종로 YMCA 앞길에서 전쟁반대 캠페인을 벌이고,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여성해방연대 유오희정(29)사무국장은 “이라크 여성들이 후세인의 압제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이 여성을 해방시킬 수 없다.”면서 “폭탄은 남성과 여성,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성애자와 외국인 노동자도 적극 가세 성적(性的) 소수자인 동성애자의 참여도 활발하다.‘언더’에 숨어있던 남녀 동성애자 50여명은 지난달 15일 대학로에 이어 15일 종묘공원에서 열리는 제2차 반전집회에서도 자신들의 상징인 ‘레인보’깃발을 들고 나와 ‘반전’을 외칠 계획이다.이번 집회에는 이들을 포함,모두 5000여명이 참여한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부터 반전운동에 참여해온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정욜 대표는 “1933년 나치 집권 이후 수십만명의 동성애자가 가슴에 분홍색 역삼각형 표지를 달고 수용소에서 죽어갔던 아픈 기억 때문에 전쟁과 국가주의에 대한 공포가 남다르다.”고 전했다.이들은 ‘전쟁에 반대하는 동성애자 모임’을 만들어 조직적인 반전운동을 벌이고,전쟁과 억압으로 이중고를 겪는 중동지역 동성애자와도 연대할 계획이다. 외국인 노동자도 적극적이다.필리핀 출신 존스(33)는 “전쟁의 피해는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만큼 종교와 인종에 관계 없이 모든 이주노동자가 단결,전쟁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대 정치학과 권혁범 교수는 “반전운동은 본질적으로 국제주의적 성격을 띤다.”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의 참여가 북핵문제와 맞물려 자칫 폐쇄적 민족주의로 치달을 수 있는 국내 반전운동의 이념과 참여 폭을 넓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박지연기자 sylee@
  • [넷피니언 리더] 언니네 (www.unninet.co.kr) 조지혜 대표 · 변형석 운영자

    ‘여성주의로 숨쉬는 마을’을 기치로 내건 ‘언니네’ 사이트에서는 흔한 남성우월주의자의 욕지거리나 감정의 배설을 찾아보기 어렵다.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진다.여성주의 사이트 ‘언니네’가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다. ‘언니네’는 2000년 4월 선을 보였다.대표인 조지혜(28·여)씨와 사이트운영자 변형석(33)씨 등 연세대 출신 여성주의자 7명이 중심이 됐다.7명의 공동 운영진이 1주일에 한차례 정기 모임과 온라인 모임을 갖는다.하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언니네’에서 동고동락하는 2만여명의 여성 회원들이다. ‘언니네’ 사이트는 성폭행,성차별 등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아픔을 함께 풀어내는 자유칼럼방 ‘자기만의 방’,여성 현안을 소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특집’,회원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원들은 자신의 사연을 풀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최근 한 여성 회원이 이혼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글을 올리자 다른 회원들이 만나 위로해 주는 등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도 주고받는다. ‘언니네’와 같은 여성주의의 등장은 통일·평등 등 80년대를 풍미했던 거대 담론들이 여성에 대한 억압을 줄이지 못했다는 반성을 배경으로 한다.변씨는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여성 억압적인 모순들을 짚어내고 해결하는 게 우리의 소중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그 수단으로 웹진을 선택한 것은 온라인의 여성 친화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했다.조씨는 “직접 말하기 어려운 상처들은 화면을 통해 좀 더 손쉽게 털어놓을 수 있고,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기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언니네’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사업자등록을 통해 영리단체로 변신할 예정이다.사이트를 유료화하고,언니네 칼럼방의 글을 출간하는 등 다양한 수익 방안을 구상중이다. 조씨는 ‘언니네’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성들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여성주의를 각자의 삶까지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盧대통령 국정토론회 분야별 발언내용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국정 각 분야에 대해 많은 말을 했다.노 대통령의 언급을 분야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권력기관 개혁 권력기관은 과거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그러기 위해 야당을 억압하고 사찰했다.국정원이 그랬고,(정치권에) 돈까지 갖다준 모양이다.참모들이 말하길 정권이 어려울 때 지켜주는 것이 검찰이라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마지막으로 지켜주는 것은 국민이다.검찰에 신세지지 않고 정권을 5년간 당당하게 이어가보고 싶다.검찰의 특권에 따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으므로 개혁돼야 한다.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조직의 기존문화,말하자면 서열주의를 파괴하지 말고 발탁인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명분이 없으며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정치력 정치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믿으면 정치인에게 속게 된다.정치인과 유권자는 계약의 당사자로서 때로는 흥정을 해야 한다.정치의 본질은 정치인의 권력투쟁이다.그런데 왜 봉사한다고 말하느냐.민심을 잃으면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기때문에 그런 것이다.전제군주도 마찬가지다.정치인에게는 조삼모사의 기술이 필요하다.똑같이 7개를 주면서 기분 좋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 아니겠나.줄 것이 더 없으면 기분이라도 좋게 서비스라도 하라. ●전 정권 평가 전두환 대통령은 정의로운 사회를 써먹었고,노태우 대통령은 보통사람을,김영삼 대통령은 쓸 게 없으니 신한국을 썼고,김대중 대통령은 신신한국이라고 할 수가 없어 제2건국을 제시했다.그래도 김대중 대통령은 이론적인 분이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지식기반사회 건설 등 논리적인 내용을 담아 국정비전으로 제시했다.7개인가 있었는데 해양부장관 때는 다 외웠는데 제대하고 나니까 잊어버렸다. ●언론개혁 10여년 동안 언론,아니 일부 언론과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스스로 소리내 웃음)그래서 저는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물론 조심해도 많이 긁혔지만,조심해서 치명적인 실수는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가판보고 빼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그걸 안하는 만큼 정부도 긴장하고 투명하면 된다.한발 더 나아가 공직사회도 억울한 일 당하면 꼭 밝히자.교육개혁은 잘 모르겠다.부총리께서 알아서 하세요. ●장관의 리더십 (장관은)풍을 쳐라.누구와 박치기하더라도,바짓가랑이를 잡더라도 해낸다고 큰소리를 쳐라.내가 해양부장관 때 경제부처 사무관을 만났다.해양부 공무원은 내가 민주당 부총재쯤 되니 기대는 큰데,막상 진념 부총리를 대하니 내가 뭔 재주로 산전수전 다 겪어 머리 위에 앉아있는 그를 당하겠는가.(김진표 경제부총리와 윤진식 산자부장관,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특히 크게 웃음)그래서 사무관 만나 설득하니 진 부총리도 도장을 찍더라.또 여기 앉아계신 예산처장관이 예산실장 할 때 가서 술도 사고 그랬다.접대하는 사람이 정신을 잃어 나오면서 예산처 국장의 신발을 바꿔 신고 와 버렸다. ●3대 국정 핵심전략 기술혁신·시장개혁·문화혁신을 3대 국정핵심전략으로 하겠다.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이 기업 경쟁력 향상과 국가경쟁력 확충의 관건이므로 5년 내내 쉼없이 시장개혁을 하겠다.문화의 혁신은 가치지향의 사회를 말하는것이다.페어플레이 문화,게임규칙을 존중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회,자존심과 원칙이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문소영기자 sy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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