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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불교’ 창시 시바락사 내한

    “괴로움과 고통,억압의 존재를 깨닫고 그 원인을 깊이 이해하면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적절한 불교적 대응이 가능합니다.” 20일 개막돼 25일까지 경기도 용인 삼성 휴먼센터에서 열리는 참여불교세계대회 참석차 방한한 태국의 술락 시바락사(사진·70) 박사.‘참여불교운동’ 창시자인 그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내면의 평화를 이루어 사회정의를 위해 힘쓰는 게 참여불교”라며 “욕심과 무지,폭력,미움을 부추기는 사회를 용서와 자비,너그러움,지혜로 가득한 세상으로 바꾸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술락 시바락사 박사는 2년마다 개최되는 이 대회를 주최하는 참여불교세계연대를 지난 89년 설립한 국제 사회참여불교운동의 태두.정권의 부도덕성과 자본의 횡포에 저항하다 여러번 투옥됐으며 불교적 가치에 입각한 활발한 사회참여불교운동을 벌여 두 번이나 노벨평화상 수상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 [젊은이 광장] 대학인 의식에 뿌리박힌 성폭력

    “대학 내 여성운동이 활발해질수록 성폭력 사건 신고가 늘어난다.” 학내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역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법칙이라고 한다.언뜻 듣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들의 얘기를 경청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과연 어떤 실상이 숨겨져 있을까. ‘XX와 성폭력 사건에 부쳐’,‘XX의 공개사과를 요구한다’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대자보들이다.1990년대 중반 이후 조심스럽게 나붙기 시작한 이 같은 대자보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성폭력 문제를 공개적인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냈다.그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연세대의 교수 성폭력 사례 공개 토론회를 비롯해 최근에는 곳곳에서 학내 여성단체 등이 마련한 성폭력 관련 행사와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성폭력 사건을 쉬쉬하고 감추려 했던 과거와 달리,이제 대학에서도 성폭력을 둘러싼 침묵의 벽이 많이 허물어졌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변화의 이면을 조심스럽게 들춰보면 아직도 성폭력이 대학문화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새내기 배움터와 모임 등의 술자리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성적 발언과 행동,그리고 학점과 학위·논문 심사 등을 미끼로 제자에게 가해지는 교수의 성폭력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후배와 사제라는 관계 속에 합리화되고 방치되는 것은 행위로서 벌어지는 성폭력만은 아니다.명백한 사실로 존재하는 행위는 그에 대응하는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오히려 문제는 피해자의 행동거지를 문제삼아 피해자를 가해자로 자리바꿈시키는 ‘2차 가해’,혹은 단순한 언행에서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기는커녕 농담거리로 희화화시켜 유야무야 만들어버리는 ‘어쩔 수 없는’ 분위기이다. 이는 대학내 하나의 문화로서,의식 속에 존재하는 성폭행이다.그것은 어느 조직보다 인간관계가 중시되고 남성중심의 문화가 잔존하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쉽게 체념되고 묻혀지는 부분이다.당연히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진다면 이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신고되는 성폭력 사건 수가 많아지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올바른 성의식을 가져야 할 중·고등학교 시기에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케케묵은 관습을 떠받들었던 우리에게 대학은 모처럼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제의 자유를 누리게 해주었다.그러나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채 억눌려있던 욕구를 제대로 표출할 줄 모르는 대학생들은 성폭력 문제에 더욱 쉽게 노출되었다.그리고 이를 제대로 해결해낼 문화나 제도도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은 준(準)사회이다.사회로 나가는 길목에 서있는,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가장 진보적인 공간 속의 대학인이 건강한 성문화를 만들어 갈 수 없다면 이 사회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성폭력을 뿌리뽑기란 무리일지 모른다. “성폭력이 뭘까요.”라고 물으면 개념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상식이나 교양처럼 알고 있지만 진지하게 자기 행동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한 여성운동가의 고충 섞인 푸념은 ‘지식’만이 대학을 대학다운 공간으로 만들지 않음을 말해준다.지식이 한 개인의 의식과 전체의 문화 속에 녹아들어행동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지성인을,진리의 상아탑을 쌓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염 희 진 성균관대 신문사 前 편집장
  • 기고 / 공공성 훼손하는 국가학벌이 문제

    얼마 전에 끝난,‘수평사회를 만들자’라는 기획의 제2부로 진행된 대한매일의 ‘학벌 타파’기획 연재기사를 빠지지 않고 읽어왔다.근래 사회에서 학벌이 사회적 의제로 등장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관심을 보인 언론은 있었으나,이번처럼 무려 넉달에 걸쳐 다각도에서 학벌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기획은 없었다.그러기에 이번 기획기사는 앞으로 우리사회의 학벌문제를 고민하는 정책담당자나 일반인에게 중요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기획 측은 학벌을,우리 사회가 수평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억압하고 서열과 차별이 지배하는 수직사회요 닫힌 사회로 만드는 원인자라고 보았다.그리하여 학벌을 ‘현대판 골품제’라고 명명하였는 바,신라시대에 골품제로 인해 많은 능력있는 인재들이 사회발전에 참여하지 못하고 좌절함에 따라 통일신라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자는 강한 호소력을 담고 있다고 보인다. 아울러 18회에 걸친 연재에서 학벌의 실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취재한 것으로 시작하여,학벌문화의 정점으로 거론되는 서울대의 문제를과감하게 파헤쳤으며,일본과 유럽 등지의 해외취재를 통해 보다 넓은 시각에서 우리 모습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광범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하여 학벌타파의 해법이 무엇인지를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가며 모색하여 보았으나,학벌문제가 워낙 난마처럼 얽힌 문제라 어디서부터 손을 써나가야 할지 뚜렷한 방향을 보여주지는 못한 듯하다.오히려 이러한 기획이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심도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데 하나의 디딤돌이 되는 것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대안 모색에 있어서는 크게 두가지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하나는 ‘학벌 타파’라는 구호 자체를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의 의구심이다.그들은 이러한 구호에 대해 인위적인 평준화,실력보다는 자리 나눠먹기 등을 말하는가라고 되묻는다.나아가 학벌은 우리 현실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만한 능력의 지표이며,학벌에 서열이 있고 그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기도 한다.그러기에 학벌타파가 어떤 ‘인위적’인 간섭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그러나 현재의 학벌구조는 그 자체가 매우 인위적인 것이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경쟁질서의 형성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기획기사가 학벌문화의 정점으로 서울대 문제를 자세히 다루었는데,바로 국립 서울대가 학벌의 정점에서 군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인위적인 것이다.그것은 국가가 국립중앙대학으로서 특별히 지원하여 일종의 국가 엘리트 양성소로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시키기 때문인 것이다.이것은 자연스레 대학간에 공정한 경쟁질서와 그것이 가져오는 창의와 역동성을 억압하게 되어 고착된 대학 서열구조가 형성되고 이것이 학벌문제의 핵심인 것이다.우리가 심각하게 문제삼는 학벌은 단순한 동창회 문화가 아니라,마치 구소련의 노멘클라투라와 같이 국가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가를 사유화하는 국가학벌의 횡포이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방향은 학벌문제에 대한 근본주의적이고 사회공학적인 접근이다.교육공화주의,대학의 평준화,대학별 인재할당제 등을 내세우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이들은 학벌문제는 궁극적으로 고등교육이 시장의 영역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모든 불평등이 생긴다며,대학교육을 전면적으로 국가관리체제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대한민국을 새로이 건국하지 않는 한 이러한 주장이 우리 사회의 동의를 얻으리라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학벌로 인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집단에 의하여,학벌에 대한 문제제기가 마치 대중주의적이고 평등지상주의적인 발상으로 매도되는 데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마침 참여정부에서도 학벌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합동기획단을 발족시킨다고 한다.그러나 학벌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없이 단순히 지엽적이고 결과적인 현상을 수정하고자 한다면 어색하고 인위적인 정책들만이 나올 것이고 그 실효성도 크지 못할 것이다. 김동훈 국민대 법대학장
  • 인간속에 도사린 폭력성의 한계는…/라스 폰 트리에의 새로운 실험 ‘도그빌’

    “역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다.” 새달 1일 개봉하는 ‘도그빌(Dogville)’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초현실주의적 스릴러 ‘유로파’(1991)와 ‘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 등 잇단 문제작을 터뜨리다가 ‘어둠 속의 댄서’로 2000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정점에 올랐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그의 신작 ‘도그빌’은 그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영상언어를 실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쉼없는,새로운 도전 의식을 보여준다.‘어둠 속의 댄서’‘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억압받는 여성상을 통해 순교적 이미지를 보여준 감독은 ‘도그빌’에서 인간을 차고 냉정한 대상으로 해부한다.상황에 따라 얼마나 인간이 광기에 사로잡히고 야만적이 될 수 있는가를 미세하게 포착한다.그는 이런 관점을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3부작을 구상하고 있는데 ‘도그빌’은 1부작으로 그 신호탄이다. 무대 형식도 파격적이다.마치 독일 연출가 브레히트의 연극 무대를 보는 듯,영화의 세트를 극도로 단순하게 처리했다.무대에 소꿉장난 하듯 듬성듬성 만든 집,분필로 선을 그어 나눈 8가구,대문도 없이 관객에 노출시킨 방,몇가지 가구와 벤치 등 최소한의 세트만 설치했다.상대적으로 인물들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만들고 상황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키워준다.또 꽃씨가 흩날리는 광경,그레이스가 사과트럭 뒤에 숨어 탈출을 시도하는 몽환적 장면 등에서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여 환상적 분위기를 한껏 높여준다. 작품 배경은 미국 로키산맥 기슭에 자리한 마을 ‘도그빌’.‘개들의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자체가 주민들의 야수성을 암시하는 복선이다.공동체처럼 지내는 단촐한 산골마을에 갱단에 쫓기던 미모의 여자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흘러 들어오면서 복잡다단한 상황이 펼쳐진다.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당연히 경계심.하지만 그레이스의 신비한 분위기에 반한 작가 지망생 톰(폴 베타니)의 제의로 2주의 통과의례 기간을 거치는 동안 그레이스는 헌신적 노력으로 주민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도그빌리언’이 된다.그러나 경찰이 그레이스를 찾는 전단을 붙이고현상수배 사진이 붙으면서 쫓기는 사연을 알게 된 주민들은 그에게 더 많은 노동과 몸을 요구하는 등 노골적인 ‘구별짓기’가 시작된다. 감독은 그레이스가 몸과 마음을 착취당하는 과정을 점증법으로 묘사하면서 인간에 숨어있는 야만성을 하나하나 까발린다.정체를 모를 때는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동등하게 대했으나 쫓긴다는 신분을 알고는 차츰차츰 억압자로 돌변하는 인간 집단의 심리를 정교하게 그려가고 있다.2시간45분을 지루하지 않게 끌어가는 힘은 꿈꾸는 듯한 표정,인간의 광기에 지친 얼굴,복수의 화신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는 니콜 키드먼의 열연이다.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로렌 바콜을 비롯, 제임스 칸,필립 베이커 홀 등의 노련한 연기도 작품을 빛내는데 한 몫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책꽂이

    ●못다 그린 그림 하나(박충훈 지음,이소북 펴냄) 90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의 소설집.운동권학생의 반평생을 보여주면서 참된 사회운동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지적하는 표제작 등 8편의 중단편을 실었다.8500원. ●반인간(김태연 지음,책세상 펴냄) 87년 등단한 작가의 네번째 장편.공학과 문학을 함께 전공한 이력을 살려 다이어트 산업에 눈이 먼 동양의학의 문제점을 비판.9000원. ●바람편지(유안진 지음,중앙M&B 펴냄) 시와 수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지은이의 신작 에세이.성장기,시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시에 대한 개인적 생각 등을 담았다.잊혀져가는 옛 풍속을 들려주고 한국 여성에 대한 새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8500원. ●그래서 너를 안는다(김인숙 지음,청년사 펴냄)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가가 10년 전 쓴 작품을 개작.순수했던 소년이 전과 3범의 백수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남성의 억압된 성 인식이 스스로를 어떻게 타락시키는가를 조명.8500원. ●너없는 세상에서 1,2(이은 지음,제이북 펴냄) 99년 신춘문예 당선자의 첫장편.20대의 꿈과 사랑을 신세대 시각으로 조명.가볍지만은 않은 진실함도 담겨 있다.각권 7500원. ●영천동 7번지(조명인 지음,풀잎문학 펴냄) 단편을 주로 써온 작가의 첫 장편.유부남을 사랑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주인공이 겪는 기구한 운명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7500원. ●마우스(김호경 지음,민음사 펴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의 장편.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오가며 일어나는 현실파괴 음모와 사랑의 이야기.영화적 상상력과 기법을 빌린 전개가 독특하다.8500원. ●로빙화(魯花)(중자오정 지음,김은신 옮김,양철북 펴냄) 타이완 1세대 작가의 대표 장편.초여름에 잠깐 피었다 지는 로빙화의 생장과 멸종에 빗대,주인공인 미술천재 소년의 짧은 삶을 이야기.7500원.
  • “빚 代물림 민법조항은 위헌”법원 ‘상속포괄승계원칙’ 위헌 제청

    법원이 상속법의 근간인 민법 제1005조 ‘포괄승계원칙’이 부모의 빚까지 떠맡도록 해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인천지법 신헌석 판사는 10일 “민법의 상속 포괄승계 조항으로 인해 상속인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모든 권리와 의무까지 승계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고 재산권을 침해,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인(자녀)은 상속 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부모)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부모의 재산보다 빚이 많을 경우 자식들이나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빚이 대물림된다.심지어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까지 빚이 이어져 태어나면서부터 빚쟁이가 될 수도 있다.민법은 이를 막기 위해 상속 포기나 재산범위 내에서 빚을 상속받는 한정상속제도를 두고 있지만,상속인이 이를 몰랐거나 피상속인의 사망사실·재산상황 등을 몰랐을 경우 고스란히 빚을 떠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천 김학준기자
  • 오피니언 중계석 / 현대민주주의의 쟁점과 전망

    인류의 가장 많은 구성원을 정치적으로 동원해낸 이념이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다.그러나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그런데 사회주의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5일 이 대학 사회과학대에서 ‘현대민주주의의 쟁점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 최형익(崔亨翼·정치학 박사)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쟁점과 가능성:이행기의 국가와 사회’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그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성취는 이후의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의 성공적 이행 여부를 가늠하는 것으로 보았다.발표를 요약한다. 지금까지 사회주의 정치이론은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론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왔다.그러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론은 사회적 민주주의와 양립하지 못했다.소련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가 그랬듯이,이제는 노동자 국가가 억압적 계급국가의 형태를 재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기왕의 사회주의 체제는 사회적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의 그 어느 하나도 성취하지 못한 채 일당 독재와 지령식 국가통제경제의 기묘한 결합만을 낳았을 뿐이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로 이행의 1차적 쟁점은 국가와 사회와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일이다.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시민사회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통해 사실상 국가를 형성했다.그렇다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이행기의 국가는 어떤 성격이어야 하는가.아울러 자본주의 체제가 부르주아를 위시한 중간시민계급을 형성했듯이 사회주의를 구성할 정치사회적 주체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해방’일 것이다.그것은 부르주아 및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인민대중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해방을 의미한다.그런데 이같은 해방을 향한 혁명은 정치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정치는 어떤 경우든 소멸할 수 없다.억압국가의 해체가 가능하지도 않은데도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정부주의와 같은 이론적 기회주의로 귀결된다.따라서 마르크스의 정치이론은 정치의 핵심 쟁점인 ‘국가’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의 정치 신조와 레닌의 ‘국가와 혁명’ 이론의 지도 아래 진행된 러시아 혁명이 어째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공적 생활을 파괴하고 억압적인 국가주의 사회를 낳았는가.그것은 이론이 현실을 따라잡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이론에 현실을 꿰어 맞추려 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혁명 이후 러시아에 요구되었던 것은 국가 소멸을 향해 치닫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국가,곧 민주공화국을 확립하는 작업이었다.로자 룩셈부르크는 그러한 정치민주주의의 확장을 통해 사회·경제적 해방의 문제가 프롤레테리아트 대중정치의 의제로 각인될 수 있음을 이해했다.그람시 역시 ‘아무리 좋아도 해악’이라는 마르크스,엥겔스의 국가관으로부터 벗어나 국가를 적극적·긍정적으로 생각했다.그의 국가론 속의 국가는 단순한 억압적 상부구조의 지위만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노동대중들의 사회·경제적 해방이 해방의 정치가 지향해야 할 중심이기 때문에 해방의 정치과정은 국가를 경시할 수 없다고 보았다. 앞으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론의 핵심인 국가론은 어떤 것으로 채워져야 하는가.먼 훗날에 있을지도,없을지도 모르는 국가 소멸에 대한 미래학이 아니라 새로운 민중공화국 형성을 위한 정치이론이 필요하다.국가를 우회해서는 사회·경제적 해방은 결코 달성되지 않는다.아울러 민주주의 사상을 사회주의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사고해야 한다.민주주의 없이는 사회주의도 없다.제도적 국가권력과 사회에 광범위하게 포진된 대중적 민주주의 권력간의 정치적 구분과 세력 균형이 필요하다.이 두 권력간의 연합이 민중민주주의 헤게모니의 요체이다.당·국가체제만이 아닌,국가권력과 다양한 형태의 사회권력의 공존이라는 정치적 다이내미즘의 확보를 통해서만 국가권력의 관료적 자립화 및 정치지도자들의 독재화를 막고 국가에 대한 인민대중의 민주적 통제를 확보할 수 있다.
  • “죽음으로 무죄증명”강도범 몰린 40대 자살유서

    경찰로부터 강도 용의자로 몰린 40대 남자가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3일 오전 7시 20분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상가주택 건설현장 4층에서 김모(48)씨가 천장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현장 소장 박모(59)씨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작업을 막 시작하려는데 위에서 현장 인부들로부터 ‘사람이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 올라가보니 김씨가 유서를 남기고 천장에 노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남긴 유서에는 “피해자의 말만 믿고 일방적으로 범인으로 모는 경찰 앞에서 무죄를 증명하기에 너무 힘들어 죽음을 택했다.”면서 “하지도 않은 범죄를 인정해야 하는 ‘유전무죄,무전유죄’의 세상이 이렇게 실감날 수 없다.”고 씌어 있었다.김씨는 또 “형사들은 3건의 사건만 인정하면 죄를 가볍게 해주겠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인정하지 않으면 관악산에서 일어난 수십건의 사건을 모두 피해자와 나를 대질시키겠다고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조사 결과 2년전부터 관악산 움막에서 기거하던 김씨는 지난달 28일 서울 남부경찰서에서 관악산에서 부녀자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벌인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피해자들이 “당시 복면을 쓴 범인의 눈빛과 비슷하다.”고 진술,용의자로 몰린 것으로 밝혀졌다.김씨는 연행 다음날 증거 부족으로 귀가조치됐으나 30일 경찰의 재출두 요구로 경찰서로 갔다가 담당 형사에게 “점심을 먹고 오라.”는 말을 듣고 경찰서를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억압적으로 자백을 유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영표 이두걸기자 tomcat@
  • TV시리즈 원작영화 여름극장가 융단폭격/ 이안 감독의 슬픈 블록버스터 ‘헐크’

    소재가 궁해진 할리우드에 세계적 인기를 누린 TV시리즈야말로 더없이 먹음직한 요릿감이다.인기 TV시리즈를 스크린으로 옮긴 화제작 2편이 간판을 건다.27일 전세계 동시개봉하는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Charlie’s angels-Full throttle)와 새달 4일 개봉하는 ‘헐크’(The Hulk).같은 액션장르를 빌렸지만 감상포인트는 완전히 다르다.경쾌한 폭소탄을 내장한 ‘미녀 삼총사’가 도시락이라면,유전자 변형을 SF블록버스터로 이야기하는 ‘헐크’는 대형 뷔페다. 잇속에 빠른 할리우드가 ‘웬만해선 흥행을 막을 수 없는’ 주인공을 스크린으로 불러세웠다.화가 치밀면 몸집이 이스트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괴물인간 헐크.만화 마니아들에겐 ‘고전’ 이상의 ‘바이블’이었으며,TV시리즈를 보며 자란 30대 이상에겐 거부할 수 없는 ‘추억’이다. 영화 ‘헐크’는 외피부터 얘깃거리가 되는 대목이 많다.40년이나 해묵은 만화캐릭터에 새삼 눈을 돌린 할리우드의 기획도 그렇지만,연출자가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이란 사실이 특히 그렇다.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감독의 잠재력이 얼마나 만족스럽게 발현되는지 지켜볼 기회다. 할리우드의 막강자본(제작비 1억 20000만달러)으로 부활한 헐크는 외형상으로는 SF액션 블록버스터다.그러나 정작 감독이 선택한 시나리오는 아버지와 아들이 엮는 가족비극사다.억압된 인간의 본능과 다중성에 초점을 맞춘 만화 원작이나 TV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간인 동시에 괴물인 주인공은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다.어려서 부모를 잃은 생명공학 박사인 브루스 배너(에릭 바나)는 실험실에서 우연히 감마선을 쐰 뒤부터 묘한 신체징후를 느낀다.그 무렵 실험실의 수위인 데이비드 배너(닉 놀테)가 자신이 친아버지이며 곧 브루스의 몸 속에서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괴반응이 일어날 거라고 예고한다. 도입부에서 영화는,정부가 인간유전자 조작을 금지하자 태어날 아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젊은 시절의 데이비드를 회상화면으로 친절히 보여준다.감독은 스케일만으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돌이킬 수 없이 꼬인 부자관계를 통해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고자 했다.아버지의 그릇된 야욕으로 슬픈 운명을 띠고 태어난 브루스가 어쩔 수 없이 거대괴물이 되고 마는 모습에선 ‘스케일’보다는 ‘비극’의 정서가 먼저 엿보인다. 익히 아는 줄거리이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영화 속 영웅의 새로운 면모 때문이다.헐크는 국가나 세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음모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고,동료이자 애인인 베티(제니퍼 코널리)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어쩌면 ‘반영웅’이다. 심리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닉 놀테의 사이코 연기가 영화의 규모를 세워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아들을 이용해 절대권력을 얻으려 음모를 꾸미는 산발한 머리의 닉 놀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3D애니메이션처럼 매끈히 다듬어지는 헐크의 변신과정 말고는 이렇다하게 기억될 장면이 없을지도 모른다. SF액션 블록버스트의 공식을 고민 없이 베낀 대목들은 아쉽다.긴급사태가 터졌다며 휴가 중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다거나,통제실 부스에서 시시각각 진압명령이 이어지는 등 질리도록 봐온 화면에선 맥이빠질 법하다.할리우드 최고의 시각효과팀인 ILM이 공을 지나치게 들인 탓일까.거대한 봉제인형처럼 붕붕 튀어오르는 헐크의 뒷모습은 초록괴물 슈렉 같아 실소가 터진다.상영시간 2시간16분. 황수정기자 sjh@
  • 감성과 이성의 어울림 / ‘김종학 작품전’

    김종학(48)의 불꽃(사진) 연작은 폭발하는 감정과 차가운 이성의 절제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철판 느낌을 주는 검은색 캔버스가 이성을 상징한다면,가운데에 유화로 처리한 붉은 꽃은 “힘껏 눌러 막고 있는 이성의 성벽을 뚫고 분출하는 것들의 이미지”다. 서울 청담동 송미령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종학 작품전’에는 불꽃 연작을 비롯해 포도·잡초 연작 등 16점이 나와 있다. 현대작가들 중에는 드물게 정물화에 주력해온 김씨의 작품 소재는 포도,사과,서양배 등 과실류와 새우,오징어,잡초,불꽃 등 주변에서 흔히 봐왔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자연의 이미지들이다.그는 이 이미지들을 대형 화폭에 옮긴다. 과감한 생략과 단색 위주의 색채를 사용해 주제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그는 정물의 소재와 개인의 삶을 연결시키는 데 흥미를 갖는다.예컨대 포도 송이는 개인과 개인의 모임을 의미하는 일종의 코드라는 것.광고지나 포스터 등을 배접해 두툼하게 만들고 안료로 처리해 광고나 포스터 글자들이 보일 듯 말 듯 비쳐지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김씨의 작품세계는 1994년 파리 체류를 기점으로 둘로 나뉜다.이전 작품들이 억압된 인간의 모습을 주제로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분위기를 그려냈다면,이후의 작품들은 자연을 그려낸 것으로 전통적이고 동양적인 감수성을 느끼게 한다.그는 대작을 그리지만 이번 전시엔 대부분 40호 미만의 소품들을 내놓았다.7월10일까지.(02)540-8404. 김종면기자 jmkim@
  • [씨줄날줄] ‘안티 전교조’

    사회의 크고 작은 권력에 대해 아래로부터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21세기적 현상으로 ‘안티’운동을 들 수 있다.주로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기에 아무리 소수의 의견이라도 손쉽게 동조자를 끌어모을 수 있고 저항의 대상 또한 기업에서부터 정치인,연예인까지 다양하다.명예훼손 등을 내세워 이를 억압하려는 기도도 있지만 사회의 성숙과 시민의 권리 확보에 짠 소금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평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반대하는 ‘안티 전교조’ 시민단체 ‘교육공동체시민연합’(교시련)이 생긴다고 한다.내놓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전교조에 대항할 시민단체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역설해온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가 상임공동대표로 내정됐고 창립선언문에서 ‘특정 교직단체’의 ‘편향적 의식화’교육을 비판하며 ‘민주적이고 조화로운 교육공동체’ 회복을 내세운 데서 ‘안티 전교조’적 성격이 충분히 읽힌다. 4명의 전직 총리와 4명의 전직 교육부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단체의 태동을 보며 두 가지 생각에 잠긴다.우선,‘안티’의 대상이 될 정도로 ‘권력화’혐의를 받고 있는 전교조.10여년 전 출범 당시 전교조는 체제의 억압을 받았지만 참교육과 교단의 민주화란 대의 명분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그러나 합법적 지위와 우호적 정부의 우산 아래 툭하면 학생들의 학습권을 압박 수단으로 들고 나오는 오늘날의 행태는 교육자단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이익단체와 다를 바 없이 비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교시련이 내놓은 ‘교육공동체 회복’이란 명분의 진정성.이상주 대표 내정자는 지난 3월 부총리직에서 물러난 이래 ‘사사건건 교육개혁에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자기모순적 집단’‘전교조는 하이에나 떼와 같다.’는 등의 감정 섞인 독설을 쏟아 왔다.그는 특히 지난 5월 교단갈등 해소를 위한 교장단회의에서는 전교조를 ‘증오심에 불타는 투사’들로 몰아붙여 교단 갈등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교시련의 ‘안티’성이 교육공동체 회복의 역할을 할지,교단 분열이나 보수·진보 힘겨루기의 또 다른 양상으로 확대될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시민들은 더이상 교단이 분열의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기를 원한다.전교조도 ‘안티 전교조’도 ‘참교육’이란 공통분모를 내세웠다.그 실천을 시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신연숙 논설위원
  • 이런 책 어때요 / 근대초극론

    히로마쓰 와타루 지음 김항 옮김 / 민음사 펴냄 근대의 초극’이란 말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에서 금기시돼온 용어다.그 이름으로 제시된 사상이 전쟁 직후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고발됐기 때문이다.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인 저자는 2차대전 당시 서양의 근대를 초극한다는 명분 아래 전쟁 이데올로기로 변질된 ‘근대초극론’의 기원을 추적한다.일본의 지식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배타적인 우월감’을 ‘지도국의 의무’로 믿게 됐는지,‘억압받는 자의 희생’을 ‘억압하는 자의 봉사’로 바꿔버렸는지를 보여준다.일본 낭만파와 교토학파의 자기합리화 논리의 허구도 지적한다.1만 2000원.
  • [녹색공간] 삼보일배의 진정한 마무리

    무모하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삼보일배가 65일 만에 마무리되고,숙연했던 거리는 평상으로 돌아왔다.몇 군데 언론에서 짤막하게 전한 삼보일배의 정신이 시민들의 가슴에 훈훈하게 내려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한쪽에선 개발 독재시대에 통용되었을 개발 논거를 근거도 없이 들이민다.위기 의식인가.분위기 반전용인가.전북의 도지사와 일부 공무원들은 개발 시위로 핏발을 세운다. 군사 독재시절 ‘국론분열’이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무섭게 다가왔다.‘하면 된다’를 앞세우며 일사불란한 획일성을 강요했던 권위주의 정권은 문제를 제기하는 작은 목소리도 국론분열이라며 윽박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희생을 각오한 민주화 운동으로 서슬 퍼런 분위기에서 벗어난 요즘,권위주의에 길든 기득권들은 참여 정신에 몸을 맞추지 못한다.국론통일은 왜 필요하고 어떻게 가능한지,그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민주적인 토론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민감할수록 양비론을 즐기던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논법은 장애인들의 억압된 이동권보다 그들의 시위로 지하철이 마비된 현상을 강조하는 표피적 진단과 맥을 같이한다.책임있는 언론이라면 제대로 취재하고 편중없이 분석해야 할 일이다.인간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오체를 던진 삼보일배를 집단 이기주의로 싸잡아 몰아붙이는 태도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탐욕이나 어리석음과는 거리가 먼 4명의 성직자와 스스로 참여한 행렬이 확성기로 개발을 부르짖는 예의 없는 인파들에게 언짢은 표정 한번 던지지 않았는데,어떤 근거로 삼보일배를 집단 이기주의라고 폄하하는가. 참여와 시스템을 강조하는 청와대도 예의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다.땡볕 아래 묵묵히 삼보일배로 찾아간 성직자들을 외면하지 않았던가.숱한 비서관 중 단 한 명도 물컵 들고 나오지 않은 결례는 참여정부의 손님맞이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첨예한 사안일수록 이해 당사자가 포함된 논의를 민주적으로 충실하게 거치며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건강한 상식은 새만금에는 예외인가.새만금에 대한 주장들을 세력 관계로 이해하고 눈치보는 듯한 자세는 참여정부의 자세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흔히 갯벌은 인체로 볼 때 콩팥과 허파에 비유되지만 하구 언의 갯벌은 자궁에도 빗댈 수 있다.수많은 어패류의 오랜 산란장이 아닌가.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이어진 갯벌은 우리가 물려받은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생명이자 자산이건만,질식되는 생명체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우리는 당대의 탐욕을 위해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한다.삼보일배는 그런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새만금 개발 중단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만족스러운 다짐도 받지 못한 채 삼보일배가 마무리되자 잠시 허탈하고,물막이 공사를 서두름으로 다급한 마음이지만,삼보일배는 성과가 컸다. 삼보일배의 정신을 시민들과 가다듬어야 할 순서가 남았다. 논의 과정만이라도 새만금 제방 내 갯벌에 바닷물은 흘러야 한다.물길이 막히면 보전이 불가능하지만 물길이 터 있는 상태에도 개발 논의는 충분하지 않은가.차제에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보전으로 해마다 2000만 명의 관광객이 운집하는 독일의 갯벌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탐욕과 어리석음으로 황금알 낳는 우리 자신의 생명을 죽이지 말자는 뜻이다. 박 병 상 인천도시 생태연구소장
  • [화제의 사이트] horrorpia.com

    공포가 좋다. ‘호러피아’(horrorpia.com)를 모른다면 진정한 공포영화 마니아가 아니다.지난 99년 개설된 이후 가입한 회원수가 1400명이 넘는다.대학생부터 회사원,주부에 이르기까지 회원의 면면도 다양하다.보통 사람보다 ‘강한 심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다.운영자 정유진씨는 “극의 흐름을 종잡을 수 없는 공포물의 특성을 고려해 미성년자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가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호러피아’의 가장 큰 자랑은 광범위하게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다.스릴러,오컬트,뱀파이어 등 호러 장르뿐 아니라 SF와 판타지까지 700편이 넘는 영화 정보가 쌓여 있다.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다.영화사가 주최하는 개봉영화 시사회나 부산,전주 등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영화제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한달에 한차례 열리는 정기 상영회는 공포영화 동호회답게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영화 상영 도중 무서운 캐릭터 분장을 한 회원들이 객석을 뛰어다녀 멋모르는 일반 관객을 아연케 한다. 회원들이 공포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다양하다.현실에서는 배제되고 금기시되는 것들이 공포영화 속에서는 자유분방하게 표현된다는 것을 첫번째 이유로 꼽는다.공포라는 원초적 감정 자체를 즐기기 위해 동참했다는 회원도 있다. ‘호러 마니아’ 김재환(31)씨는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마성’은 근대적 이성이 억압하고 추방해버린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이라면서 “판타지나 호러물은 단순한 오락과 눈요깃거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sylee@
  • 은행나무 아래서 판소리 듣는다

    은행나무 그늘에 멍석 한장. 8일 이명국 명창이 5시간 동안 ‘춘향가’를 완창할 ‘무대’이다.여기에 청중을 위한 막걸리와 떡이 준비된다.19세기 시골장터의 소리마당이 그대로 재현되는 셈이다. ●멍석 펼치고 막걸리·떡도 들어 이 명창은 1999년부터 판소리 다섯 바탕의 완창에 나섰다.99년에 ‘심청가’에 이어 2001년에는 ‘수궁가’를 완창했다.‘춘향가’를 서울 성균관대 안에 있는 명륜당 은행나무 아래서 부르게 된 것은 전통적 소리마당을 꾸며보고 싶다는 그의 뜻이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에드워드 캔다 미국 캔자스대 교수의 생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캔다 교수와 캔자스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5명은 지난달 26일부터 박승희 교수의 안내로 효(孝) 문화탐방 여행을 하고 있다.3일과 4일은 경주 남산에 올랐고,5일에는 안동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을 찾는다.하회를 찾는 것은 서애 유성룡 선생의 제삿날에 맞춘 것.이들은 새벽 1시 시작되는 제사를 참관한다. 지난달 27일에는 전남 영암에 있는 박 교수의 시골집도 방문했다.5대조부터 산소를 돌보고 있는 뒷동산에 올라 예를 올렸고,대청마루에 앉아 계신 85살 아버지에게 마당의 흙바닥에서 절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박 교수는 “효는 인류를 구하는 사랑”이라고 말한다.사회복지란 가정,나아가 공동체가 파괴됐을 때 대체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쉽게 말해 아무리 훌륭한 시설에서 간호사가 도와주어도,가족이 보살펴주는 것과는 삶의 질이 다르지 않으냐는 것이다. 지금 사회복지학은 고통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닌,행복을 위한 기초로 생각하는 추세.전북 진안의 마이산탑사를 찾았을 때 캔다 교수 일행이 감명깊게 받아들인 것도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데 들어간 정성 때문이었다. ‘춘향가’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소리꾼이 5시간이나 걸려 한마당을 부르는 데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지만,이 역시 행복을 추구하는 고통이다. 무엇보다 ‘춘향가’는 고난을 꿋꿋하게 이겨낸 인간승리자가 끝내는 억압자까지 포용하는 줄거리인데,이런 인생의 전환과정을 돕는 것이 사회복지학의 주요한 과제의 하나라는 것이다. 지난 21일 한국에 온 캔다 교수 일행은 한국 여행이 보름을 넘어서면서 식사시간만 되면 “돌솥비빔밥”과 “된장찌개”를 외친다.삭힌 홍어도 없어서 못먹을 지경이다. 그러나 한가지 실패한 것은 재래식 변소 체험이다.서산 개심사와 승주 선암사에서 두 차례나 시도했지만 모두 코를 잡으며 수세식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그러면서도 재래식 변소에서 재와 낙엽과 섞이며 퇴비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장 과학적인 환경보존”이라고 설명하자 머리를 끄덕였다. ●전통문화에서 사회복지 지혜 찾아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깃든 사회복지 예지를 찾아서’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자매결연을 맺은 두 대학의 문화적 학술적 교류 사업의 하나.지난 2001년 안식년을 캔자스대학에서 보낸 박 교수와 캔다 교수의 친분이 이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미국의 아시안 센터가 비용을 대는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4년 동안 계속된다.캔다 교수 일행은 10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은행나무 아래서 판소리를 듣다’ 공연 문의는 (02)760-0631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서동철기자 dcsuh@
  • [2003 여성문화](1) 성형열풍

    흔히 “여자들이 변했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면서 남성도 여성도 변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만 ‘변화’가 비난의 뜻으로 사용되는 것은 전통적인 여성상을 고수하기 바라는 남성들의 이기적인 시각이 잠재한 탓임에 분명하다. 여성들은 변화의 파도를 타고 있다.의식적이든 대세에 떠밀려서든.이제 그 도도한 물결을 막아설 힘은 없어 보인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변화하는 시대를 사는 여성을 되짚어볼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누구인가,어디에 서 있는가.2003년 오늘의 여성,그들의 현주소를 성형,모유 수유,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과 명품에 탐닉하는 여성 등을 주제로 4회에 걸쳐 조명한다. ‘과거는 용서해도 못생긴 것은 용서못한다.’거나 ‘못생긴 여자는 용서해도 뚱뚱한 여자는 용서 안된다’는 우스개 속에는 여성에 대한 분명한 시각이 담겨 있다.물론 ‘거울 안보는’ 남자가 자신이야 어떻게 생겼든 여자의 외모만을 도마에 올려 놓고 재단하는 말이다. 이런 세태 탓일까.여성들은 자신을 꾸미는 것이야말로 ‘당연한’ 권리이자의무로 받아들이게 됐다.화장의 역사를 두고 볼 때 여성의 외모 가꾸기가 갑자기 시작된 일은 분명 아니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외모 가꾸기 열풍은 ‘타고 나지 않았으면 고쳐라.’는 것이 정설이다.외모도 경쟁력이라 부추기는 시대,‘나는 자연산’이란 말이 꾸밈없이 수수하다는 느낌보다는 경제적 무능력이나,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또다른 표현처럼 비난받기도 한다. 한 눈에만 쌍꺼풀이 있는 김은정(28·회사원)씨는 쌍꺼풀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얼마전 친지의 소개로 맞선을 봤는데,“아니,왜 짝눈이래? 알 만한 사람들이 왜 그런 단점도 안 고치고 선을 봐?”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사진찍으면 좀 어색하게 나오긴했지만 별로 칼을 대고 싶지는 않았는데….보수적인 저희 부모님이 오히려 수술하라고 권하세요.” ●여대생 77% “성형,숨기긴 왜 숨겨” 유진선(47·주부·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3년 전부터 매년 보톡스 주사를 맞고 눈주위를 ‘다림질하고 있다’.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왔다.그런데 얼마전부터 친구들이 스스럼없이성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자신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한다.“숨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요즘에는 서로 좋은 병원들의 정보도 주고 받을 정도로 달라졌어요.” 나미영(51·주부·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씨도 최근 ‘성형이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란 선입견을 버리게 됐다.얼마전 여고동창모임에서 ‘바른 생활’이란 별명을 가진 친구가 눈가의 주름을 제거하고 젊어져서 나타난 이후의 일이다.“집에 있다고 푹퍼진 여성들을 나는 싫어한다.하지만 아무리 운동해도 안 빠지는 중년의 내 뱃살에 대해 포기했던,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아줌마라 생각하게 됐다.”며 “아랫배는 지방흡입수술을 해야한다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지금부터 성형용 비자금을 만들 참”이라고 말했다. 성형외과의 ‘큰손’은 40대 여성들이다.20대 여성들이 결혼과 취직을 위해 쌍꺼풀 수술이나 코를 높인다면 40대 여성들은 미용성형을 결심하기 쉽진 않지만,한번 시작하면 계속해서 수술날짜를 잡는다고 한다.뱃살지방제거수술 등 500만원이나 되는 비용이 드는 성형술도 그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외모에 집착하는 루키즘(lookism)이 여성의 상품화와 가부장제도에 이어 여성을 억압하는 또다른 새로운 문화라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여성 단체가 ‘노 다이어트’ 운동을 표방할 지경까지 됐다. 한국갤럽의 94년 조사에서 ‘성형수술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불과 13.9%만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나 5년 뒤인 99년 조사에서는 4배 이상 늘어난 59%였다.여대생들은 ‘성형수술을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느냐.’는 질문에 76.5%나 ‘굳이 숨기지 않겠다.’고 응답했다.성형은 더이상 비밀스러운 일탈도,병리적인 자아도취도 아닌 세태가 됐다. ●보다 편하게, 더욱 예쁘게 경제가 불황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그러나 서울 강남구의 청담동·신사동·삼성동 등 성형외과를 둘러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더욱이 ‘뷰티의료센터’나 ‘메디컬 스킨케어’란 낯선 조어가 신뢰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성형외과는 날로 대형화하고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하는 실내장식,성형수술뿐 아니라 두피와 피부,몸매,발관리까지 토털 여성미 관리 시스템으로 변해 가고 있다.또 미용실의 역할까지 흡수,날로 화려해지고 있다.수술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피부관리와 몸매관리는 각각 10회에 50만∼150만원으로 다 합쳐 계산하면 입이 딱 벌어진다.하지만 토털관리가 연회비 1500만원이라도 회원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부근의 한 ‘뷰티의료센터’는 병원이라기보다는 고급미용실같이 느껴진다.이곳을 찾는 여성들은 우선 성형외과·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쳐 보톡스 주사를 맞거나 다른 시술을 한다.그런 다음 피부관리사를 만나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또 지방제거수술의 경우 울퉁불퉁해진 배 부위를 매끈하게 하기 위해 마사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뿐만 아니라 강력한 물살을 이용해 살을 빼주는 스파와 제트샤워,갖가지 안티 스트레스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었다. 40대 초반 여성을 만났다.친구따라 왔다는 그는 사각턱선을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기로 했다고 했다.“마취를 하거나 뼈를 깎는 수술이라면 생각도 안했을 텐데 10분정도만에 달라진다니 용기가 생겼어요.”.정말 10분후 수술실을 나온 그는 “따끔했다.생각보다 더 간단했다.1∼2주는 지나야 턱의 근육이 풀어지고,각진 얼굴이 부드러워진다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전문의 김대용씨는 “이제 성형은 특별히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다.더욱이 보톡스가 지방제거에 폭넓게 사용되면서 여성들에게 성형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수술로 어떤 부분을 완전히 바꾸는 개념이 아니라 7개월∼1년동안 잠깐 변화시키는 것이니 만큼 거부감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특히 최근 지방세포에 아미노필린 주사를 1주일에 두 번정도 맞으면서 엔드몰로지라는 강력한 마사지를 해주면 허리선이 매끈해진다는 것도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했다. ●열등감이라고? 예쁜 여자가 더해 병원에서 만난 여성들은 대개 평균이상의 외모거나 자신의 나이보다 한결 더 젊어 보였다.그들의 ‘미모’가 과연 가꿔진 것인지,예쁜 여성들이 더욱 외모에집착하는 탓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다경 파르베 뷰티의료센터 원장은 “그전에는 타고난 아름다움이 중요했다면 요즘엔 얼마나 다듬고,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이다.외모를 가꾸면서 단지 겉모습뿐 아니라 자신감을 얻고,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정서적 효과까지 얻게 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전문의 양승규씨는 “대개 성형에 대해서 아직도 사회적으로는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 있지만,실제로 수술도 간편해지고 있고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에 여성들은 성형외과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원의 성형외과 개업의 김대용씨는 “요즘 환자들은 모두 시장조사를 끝내고 병원에 온다.인터넷으로 수술에 대한 정보를 세세한 것까지 모두 알고 전문가가 돼서 온다.”며 달라진 풍속을 얘기했다. 김경애 동덕여대(여성학) 교수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가치를 많이 둘수록 언제 아름다움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백설공주’의 계모처럼.그러나 늙어가는 몸에서 아름다움이 구현됐다 해도이는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여성들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인사말을 없애자.‘말랐다,뚱뚱해졌다,늙었다.’ 등 부정적인 말은 물론 ‘아름답다,예뻐졌다,날씬해졌다.’는 말도 여성들을 외모에 집착하게 하고,억압한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최근 칸 영화제에 참석한 프랑스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는 “배우에게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중요하지만 곧 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진정한 아름다움은 정신의 문제로 ‘실제 아름다운가’보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스컴을 통해 객관적인 미의 기준을 갖게 된 이 시대 여성들은 ‘이만하면 괜찮은 편’이란 주관적인 미보다 객관적인 척도로 아름다움을 평가받고 싶어한다. 허남주 기자 hhj@
  • 조기은퇴 ‘빨갱이목사’ 홍근수씨 부부 / 육필로 쓴 ‘목회활동 34년’

    요즘 한국 기독교계에서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빨갱이 목사’ ‘통일 목사’로 불려온 홍근수(65) 향린교회 담임목사의 조기 은퇴다. 88년 KBS 심야토론에 출연,친북발언을 한 뒤 ‘빨갱이 목사’로 낙인됐고,줄곧 통일과 민족 자주를 외쳐 ‘통일 목사’로 인식돼온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진보적 인사. 그만큼 그의 거취는 비단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이 일반화된 한국 개신교에서 70세 정년보다 5년 앞선 조기은퇴는 목회자들에게 훨씬 더 강한 메시지로 다가간다. 오는 8일로 예정된 홍 목사의 은퇴가 회자되는 가운데,향린교회가 그의 걸어온 길을 정리한 자서전(한울출판사)을 사회에 내놓아 눈길을 끈다. ‘나의 걸음’이란 홍 목사의 글과,그의 반려자인 부인 김영(춤추는 교회 담임) 목사의 자서전 ‘좋은 것을 깨는 여자’를 한 권에 나란히 묶었다. 우선 ‘나의 걸음’에서 홍 목사는 은퇴와 관련해 이렇게 소박한 심경을 밝혔다.“남이 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 위해 조기은퇴하거나 설교 밑천이 다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65세에 자원은퇴가 시작되고 70세에 법적으로 은퇴하게 되어 있는 것은 평소의 소신에 따라 일종의 생의 복무 연한과 같다고 여기는 사람으로서,복무 연한이 끝나는 65세에 은퇴한다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나며 진보적인 목회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가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도 세상물정을 아는 ‘제대로 된 신학자’가 되고 싶어서였다.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한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미국 유학을 거친 그는 34년간의 목회활동을 통해 향린교회를 한국 최고의 진보교회로 우뚝 세웠다. 향린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목회활동을 하던 초기,진보적 성향 때문에 교회 고위직 간부들과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켜 목회활동을 그만두려 했으나 교인들의 간곡한 만류로 담임목사를 계속했던 그다. 그의 대미관은 미국 유학 길에 오를 때까가지는 평균 장로교 목사로서의 그것이었다.‘친미’를 넘어 ‘호미’목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12년 반을 산 뒤1986년 말에 영구 귀국할 무렵 그는 이른바 ‘반미 목사’가 되어 있었다.‘반미 목사’로 바뀐 과정을 그는 이렇게 밝힌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믿었으나 실은 예수를 덮어놓고 믿고 신학을 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제국주의성,야만성,국가이익을 위해서는 민주주의는 물론 도덕도 정의도 인권도,심지어는 어떤 기독교의 이상도 모두 뒷전으로 미루어두는 정체를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민족자주 민주주의 민중생존권 전국 민중연대’의 공동대표인 홍 목사.‘오늘은 지금까지 산 나의 생애의 마지막 날이고 남은 여생의 첫날이다.’를 좌우명으로 삼아 살아왔다는 그는 은퇴후,교회 담임 때문에 실상 제대로 일을 못했던 이 일들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했다. 한편 부인 김영 목사는 ‘좋은 것을 깨는 여자’에서 남편과 자식들의 뒷바라지로 자신을 찾지 못하다가,주위 사람들의만류를 뿌리치고 목회자의 길을 택한 사연 등 험난한 목회의 과정을 시 형식으로 정리한 것도 흥미롭다. 이화여대 재학시절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는 김 목사의 가부장제를 위시한 관습의 질곡에 대한 비판,종교적 헌신 등이 곳곳에서 읽힌다. 김 목사는 특히 “‘좋은 게 좋다’는 말이 나를 얼마나 억압했던가.무조건 순종하고 의미없이 침묵하는 것을 나의 영혼은 견디지 못했다.”고 목회자가 된 배경을 술회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수도권 기업규제 푼다 / 盧대통령 “반인권·반환경 아니면 해제”

    정부는 경기 침체를 타개하는 방안의 하나로 국내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 것을 검토키로 했다.이에 따라 그동안 수도권 공장 총량제 등으로 묶였던 수도권 진입 규제가 대폭 풀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대대적인 기업규제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수도권 이용은 지방분권화,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함께 억압적 규제에서 계획개발 쪽으로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재계가 법인세 인하 등의 조건을 걸고 26조원의 투자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경제체질을 약화시키거나 반(反)인권·반환경적인 것이 아니면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3면 노 대통령은 이어 LG필립스의 LCD공장 파주 유치를 예로 든 뒤 “실효성 없는 규제를 풀고 지방화와 행정수도 건설 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 규제를 그동안 완화했지만 앞으로 다시 개혁할 것”이라고 말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방침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말라고 하면 공장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외국으로 가 버린다.”고 덧붙였다.또 “현재 침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특히 현재는 나라간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도시간의 경쟁이 필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법인세도 연내 법 개정을 통해 외국과 같은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날 “시장경쟁을 막는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위원장은 충남 도고 증권연수원에서 열린 재무 관련 5개학회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금융규제는 금융의 건전성과 투명성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한정하고 이들 이외의 규제는 기본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태헌 주병철기자 tiger@
  • [외교관 통신] 이웃 강대국과의 공생전략

    투명성과 여성의 활발한 사회참여로 이름난 핀란드 수도 헬싱키 중심에는 노천시장 광장이 있다.광장에는 러시아의 상징인 금빛 찬란한 쌍독수리 탑이 우뚝 솟아 있다.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씌어 있다.“1833년 러시아 황비 알렉산드라가 핀란드를 처음으로 방문하다.”. 러시아는 나폴레옹과의 대접전에 대비,수도 페테르부르크로부터 전선을 최대한 멀리하기 위해 1809년 핀란드를 속령으로 하였으며,1833년 러시아 황제로서는 최초로 니콜라이 1세 부부가 핀란드를 방문한 것이다.당시 핀란드인들은 종주국 황제 방문을 기념하기는 해야 하는데,기념탑에 니콜라이 1세라고 쓰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아무 것도 쓰지 않을 수는 없어,절충안으로 황비 알렉산드라의 이름만을 새겨 두었다.당시 피지배 국민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노천시장 광장에서 가까운 헬싱키 중심 광장에는 니콜라이 1세의 아들인 알렉산드르 2세 황제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많은 여행객들은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90년이 되어가는데 어떻게 아직도 러시아 황제의 동상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 알렉산드르 2세는 핀란드어를 공용어로 허용한 황제로서 핀란드인들에게 계몽 군주로 기억되기 때문에 그 동상을 보존하는 이유의 일부다.하지만 이웃 강대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실용적 사고방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핀란드인들의 실용적 사고는 현대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인들은 외부세력의 지배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저항하면서 국가를 송두리째 잃기도 하는 비운을 겪어 왔으며,헝가리와 체코의 자유운동도 소련의 무력진압을 당한 바 있다.이에 비해 핀란드인들의 생존전략은 러시아 황제에 대한 충성을 늘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민족적 정치적 입지 확대를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이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었다. 파아시키비 대통령(1946∼1956년)은 대 소련 관계에 있어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모든 지혜의 출발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실용주의 정책을 구사했다.또한 케코넨 대통령(1956∼1981년)이 흐루시초프와 ‘사우나 외교’ 등을 통한 개인적인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핀란드의 중립과 경제적 실리라는 국익을 확보해 나간 것은 잘 알려져 있다.그는 소련에 대한 불신을 개인적으로 마음 속에 평생 갖고 있으면서도,대통령 재임 중에는,핀란드가 소련에 대하여 좋은 이웃으로서의 신뢰를 강화해 나갈수록 핀란드와 서방간의 협력증진은 더욱 원활해진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러한 실용주의 정책은 핀란드의 ‘법의 지배’전통과도 상통한다.이 전통은 19세기부터 이어지는 것으로서,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핀란드의 독자적 입법권 제약 등 억압정책을 펴자,53만 명의 핀란드인들은 자치 헌법 및 약속에 근거하여 청원서를 만들어 서명하고 이를 황제에게 제출했다.이 전통은 이웃 강대국의 압력에 대한 저항수단으로 유효하게 활용돼 왔으며,현재 세계 제일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핀란드인들은 러시아와의 두 차례 전쟁 등 오랜 역사적 관계에서 러시아에 대한 ‘공포심’을 잠재의식 속에 갖게 되었으나,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함으로써 이러한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핀란드는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러시아와 접경(1300㎞)하고 있으며,러시아 북서부 지역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가장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일례로 핀란드는 러시아와 공유하는 핀란드 만(발트해 동부해역)의 오염 완화를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하수처리 공장을 건설하고 또한 세계3대 박물관의 하나인 에르미타지 박물관의 하수처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30건 이상의 실질 협력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핀란드는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국익 확보를 통해 투명하고 부강한 복지 국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병화 駐핀란드대사관 참사관 ●이병화(47) 대동상고,외시14회,주러시아대사관,러시아과장
  • 한국사회 톨레랑스 어디에 / “”보수와 진보는 敵이 아닌 친구다””

    ■‘이념의 어지럼증' 돌파구는 참여정부 출범 3개월,우리 사회는 ‘이념의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진보와 보수,그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 아직도 유령처럼 주위를 떠돌고 있다.우리는 어디서 양극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정치이념 논쟁의 핵심을 파악하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체계화한 ‘제3의 길’은 나름의 방식으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다.이것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의 국정이념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실제 정치에서 하나의 이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좌파와 우파 양쪽 모두의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8년 보수당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은 블레어는 어쨌든 성공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형 이념지평 모색할 때 우리에게 ‘제3의 길’은 없는가.‘그들의’ 제3의 길이 구식 사회주의의 실패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길이라면,‘우리의’ 제3의 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지금이야말로 한국적인 혹은 한국형의 새로운 이념지형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그 핵심어는 수렴 또는 융합이 될 수밖에 없다.이를테면 ‘젊은’ 진보와 ‘늙은’ 보수의 융합,‘친미’와 ‘반미’의 융합,‘국가’와 ‘개인’의 융합 같은 것이다.제3의 길은 모순과 대립을 적당히 절충해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모두를 아우르고 종합하는 개념이 돼야 한다.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식과 관행의 지체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그것은 진보나 보수세력 모두 마찬가지다.이른바 ‘국론분열’의 체감지수는 현대그룹의 대북비밀지원금 논란을 둘러싸고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진보와 보수를 자임하는 당사자들은 서로를 수구 냉전집단,민족배반자로 도식화해 딱지를 붙이고 진리를 독점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그러나 이같은 선악 이분법은 사회를 새로운 몽매주의로 퇴화시킬 뿐이다.한신대 윤평중(철학과) 교수는 “보수와 진보는 짝개념”이라고 전제,“그동안 보수가 부정한 기득권을 옹호 내지 정당화해온 측면이 있는만큼 이에 대응하는 진보적인 목소리 또한 전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한다.그는 “보수나 진보라는 말은 더이상 총론 수준에서 ‘명사’로 남용돼서는 안 되며,각론 수준에서 살아 움직이는 ‘형용사’로 써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오늘의 다원적인 복합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단일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원사회 맞는 수렴,융합을 미군의 장갑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로 촉발된 민족주의적 자각은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표출됐고 극단적인 반미의식으로 이어졌다.이라크전 파병 문제 또한 첨예한 친미-반미 논쟁을 낳았다.서로의 비판에 대한 반박이 아닌,비판과의 ‘화해’를 이룰 길은 없는가.경성대 권용립(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미나 반미라는 개념은 우리 정치와 역사에 대한 피상적 관찰과 담론이 만들어낸 대결적 언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한·미 ‘대등외교’를 외치는 것 자체가 이미 대등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권 교수는 “단순한 친미-반미의 이분법을 넘어 한·미관계를 외교적 계산에 바탕을 둔 진정한 국제관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과 정신적으로 대등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양극단의 대립구도는 이제 지양,극복돼야 한다.이분법적인 인식의 구도에 갇혀 우리가 사고하지 못하는 것들,그 속에서 배제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건강한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종면 기자 jmkim@ ■대통령 이념·지지도 비교 역대 대통령의 이념·성향은 보수에서 개혁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통치자의 이념·성향보다는 국정운영 스타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대다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취하느냐가 이념·성향보다 국정운영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그만큼 국민들의 반향도 즉시 나오기 때문이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념적 측면보다는 리더십 부분을 보완하면 지지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초 지지도보다 다소 떨어진다.지난달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국민은 59.6%였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DJ·YS에 비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의 탈권위적 리더십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자유분방한,거침 없는 언행이 국민들에게는 불안한 국정운영으로 비쳐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나 DJ·YS의 인기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대북,한총련·전교조 문제 등과 관련한 노 대통령의 최근 보수적 행보가 기존 민주당·노무현 지지층의 지지도 이반으로 번질 수도 있으나 일부 보수계층이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면서 지지도 자체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 대통령이 대체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전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한반사이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물’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임형’ 성격이 강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도 집권 초기에는 국민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독재·권위주의 정치에 억압돼 있던 국민들에겐 ‘열린 정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하나회 정리 등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통치스타일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정권 초기 가장 높은 지지도를 가져왔다.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유의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성격을 바탕으로 IMF(국제통화기금) 국가 대란을 해결,좋은 점수를 받았다.다른 관계자는 “경제극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도 지지도 상승에 일조했다.”고 해석했다. 홍원상 기자 wshong@ ■과거 혼란기와의 비교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찬반 투표 강행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과천시청 정문 앞에는 ‘단체협약 쟁취’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시청을 찾은 민원인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공무원들도 노조원인가?” “공무원이 파업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나?” ‘참여정부’ 출범 이래 온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다.이념적 혼란과 노사분규로 상처투성이다.과천시청 앞의 깃발은 참여정부의 혼란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건국 이래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국민의 정부’에서도 이 정도의 혼란은 없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각 집단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이다.밀어붙이면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기대감 때문이다.공무원도 노동3권을 요구하며 파업찬반 투표를 벌였고,‘서민의 발’인 지하철과 버스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경제의 대동맥이 멈추기도 했다.‘NEIS’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교조는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하고 있다.노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놓고 ‘굴욕적 외교’,‘실리외교’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북한 지원에 대해 ‘퍼주기 식’이라는 비난도 있다.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도 뜨겁다. 역대정권에서도 집단이기주의와 힘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시도는 간단없이 이어졌지만,집권초기 지금처럼혼란스러웠던 때는 없었다.더욱이 사안마다 보혁 갈등이 잠재된 듯한 양상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의 혼란상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난도 있다.정부가 ‘친(親)노조’,진보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 사태,철도노조 파업경고,화물연대 파업 등 경제문제에서 한총련 합법화 논란 등에 이르기까지 보혁 갈등이 첨예하게 노출되고 있다.뒤늦게 정부가 편향된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고,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 갈등 부분과 관련,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외환관리체제 이후 빈부격차가 커졌고 비정규직 등 살기 힘든 계층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 사회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권기홍 노동 장관은 “지금의 혼란상은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편향되지 않은 시각을 갖고 각종갈등과 대립을 융화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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