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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언론자유 억압’ 규정 운용

    청와대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언론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높은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홍보수석실 산하 춘추관은 13일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출입기자실에 공시했다.개정된 제 10조에는 ‘대통령·영부인의 외부행사의 시기와 일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보도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출입기자의 등록취소를 규정한 제 11조도 개정,3항에 10조를 위반하면 등록을 취소하도록 했다. 문화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11월3일 김대중도서관 개관식 참석’을 미리 보도한 것과 관련,청와대측과 기자단 사이의 신경전이 있었는데 그를 명문 규정으로 정리한 것이다. 대통령 일정을 미리 보도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요구는 일방 일리가 있을 수 있다.그러나 이왕 개정안을 마련하려면 취재·보도를 제한하려고만 하지 말고,언론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일부 기존규정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다. 제 11조 2항은 출입기자가 ‘보도약속의 파기,명백한 오보,또는 현저하게 공정성이 깨어진 보도,기타 출입기자로서 품위를 손상케하는 행위’를 할 경우 등록을 취소한다고 돼 있다.‘오프 더 레코드(비보도요청)’나 ‘엠바고’ 등을 규정한 보도약속의 파기를 제외하면,다분히 자의적·편의적인 판단이 가능한 대목이다.품위손상 역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청와대는 ‘지원(2진)기자' 들에게도 ‘보안서약서’ 서명을 종용했다가 철회,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내용은 권위주의·군사독재시대에 통용될 만한 내용들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취급하는 업무 이외 사항을 알려고 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수집하지 않겠다.’,‘청와대 기밀의 누설은 적을 이롭게 하는…,절대 누설하지 않겠다.’ 등이다.‘국가적 기밀’이 취재활동을 통해 파악한 정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그것을 보도하는 것이 과연 반국가적 행위인지가 애매하다.이같은 내용의 보안서약서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모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보안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출입증이 발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소영기자 symun@
  • 책 / 중국 성문화사

    류다린 지음 / 노승현 옮김 심산 펴냄 중국의 성(性)의 역사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유구하다.중국인들은 성을 들춰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했는가 하면,도(道)를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연구하기도 했다.중국 고대의 성문화는 정치·경제 상황과 성쇠를 함께했다.예컨대 경제가 발달하고 봉건사회가 강성했던 당나라 때에는 성문화는 번성했지만,송나라 중기 이후부터는 중국의 봉건사회가 쇠퇴하면서 성문화 또한 보수적이고 폐쇄적으로 흘러 유가의 금욕주의가 성학(性學)의 발전을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이러한 현상은 800년 가까이 이어졌다.그러나 중국 성문화는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부정의 부정’을 거듭하며 변화 발전해 갔다. ●침상에 오르면 부부요, 내려오면 손님 ‘중국 성문화사’(류다린 지음,노승현 옮김,심산 펴냄)는 선사시대부터 청나라 말에 이르기까지 중국 5000년 역사 속에 숨겨진 성의 역사와 성문화의 변천사를 살핀다.중국의 대표적 성학자인 저자(상하이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을 연구하고 그 역사를 알아야만 인류 역사의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용의 도’는 중국 고대의 성문화에도 스며들어 있다.상대적이긴 하지만 고대 중국인들은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은근한 성을 즐겼다.중국에서는 어느 시대건 고대 로마와 같이 사회 전체가 음란했던 시기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중세 유럽에서처럼 잔혹하게 동성애를 징벌하거나 ‘마녀’를 처형하는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부부의 성생활에 있어서도 고대 중국인들은 ‘침상에 오르면 부부요,침상을 내려오면 손님’이라는 ‘절제된' 태도를 취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위진시대 ‘여장남자' 처음 등장 이 책은 성문화의 아류에 대해서도 적잖은 지면을 할애한다.대표적인 것이 동성애 문제다.중국 역사상 남풍(男風)은 황제(黃帝) 때부터 시작됐다고 하지만 황제가 실존인물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남성 동성애는 궁정에서뿐만 아니라 일종의 사회풍조로 변해 민간에까지 퍼졌다.특히 군벌이 할거하던 격변기인 위진남북조 시대에는 동성애가 크게 유행했다.‘여장남자’가 처음 나타난 것도 위진시대다.이에 비해 여성 동성애에 관한 기록은 남성중심 사회였던 만큼 매우 적다.중국 고대에 여성 동성애는 마치 중간에 거울 하나를 두고 자위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마경(磨鏡)’이라 불렸다.여성 동성애 현상은 거의 모두 현대 성과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상황적 동성애’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림자와 사랑에 빠진 여인 풍소청 저자는 성애 도착의 하나로 ‘영련(影戀)’,즉 ‘그림자 사랑’을 언급한다.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성장 발육하는 과정에서 나르시시즘에 빠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아 주목을 끌지 못한다.중국 고대 역사상 ‘그림자 사랑’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명나라 때의 여인 풍소청이다.첩실로 들어가 처첩갈등 끝에 쫓겨난 풍소청은 강물에 스스로를 비춰 보거나 그림자를 보면서 자기연민 속에 살다 결국 18세로 삶을 마감했다.후세 사람들은 사당을 지어 그를 기리고 학자들은 성적 억압이 빚은 풍소청의 비극을 연구했다.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우생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반광단이 지은 ‘풍소청-그림자사랑 연구’다.이것은 중국학자가 현대 정신분석법을 응용해 변태적 성심리를 연구한 최초의 저술로 꼽힌다. ●중국 고대 性문화의 꽃은 ‘춘화' 중국의 성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소설과 춘궁화(春宮畵)다.성소설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한 악질 토호의 입신출세 과정을 그린 ‘금병매’.중국인들은 열부(烈夫)를 칭송하며 성적인 억압을 강요하는가 하면 ‘금병매’의 주인공인 반금련의 모습을 좋아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성적 정향을 보인다.춘궁화는 본래 궁궐에서 음탕한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봄밤에 궁궐의 휘장 안에서 일어난 일을 묘사해 ‘춘궁(春宮)’ 또는 ‘비희도(秘戱圖)’라 불렸다.기록에 따르면 한나라 때 이미 ‘춘궁’이 나타났고 명나라 후기에 최고조에 달했으며 청나라 시대에 이르러서도 끊임없이 성행했다.궁중의 춘궁화에서 비롯된 춘화는 나쁜 기운을 내쫓고 재난을 없애주는 것으로 간주돼 민간에서는 ‘피화도(避火圖)’라고도 했다.저자는 옛사람들의 성생활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춘화야말로 중국 고대 성문화의 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생물학적인 성과 사회적인 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아우르며 중국 고대의 성문화를 해석한다.하지만 특별히 성정치학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현학적이거나 추상적인 성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둔다.다만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중국 고대의 성문화를 사실적으로 다룰 뿐이다.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침묵하고 있던 동양의 성이 스스로를 드러내 놓고 말하도록 했다는 데 있다.3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이런 책 어때요/ CEO 히틀러와 처칠,리더십의 비밀

    앤드루 로버츠 지음 / 이은정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성공한 지도자에게는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처칠에게는 앨런브룩이 있었고,스탈린에게는 안토노프,루스벨트에게는 조지 마셜 장군이 있었다.그러나 히틀러에게는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다.훌륭한 지도자는 자기 의견에 반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처칠은 토론을 즐겼지만 히틀러는 억압했다.세기의 라이벌이라 할 처칠과 히틀러.1940년 5월 처칠이 총리에 취임하면서 리더십 대결은 본격적인 장에 오른다.저자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처칠도 떠나야 할 때를 놓쳐 옥에 티를 남겼다고 지적한다.1만 4500원.
  • [젊은이 광장] 젊은이가 대학생 뿐인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도 최근에야 일반 중·고등학생처럼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받게 됐다.한 방송사의 공익성 오락프로그램이 학생 신분이 아닌 청소년도 할인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여 여론을 이끌어 낸 결과다.개선된 현실이 반가우면서도,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은 (중·고등)학생’이라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스레 깨달았다.실제 방송에서도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에게 학생증 없이 극장,버스,지하철 등을 이용해보게 한 결과 대부분이 학생증이 없으면 10대임에도 성인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며칠 전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의 대부분은 물론 대학에 입학할 것이다.하지만 모두가 수능을 치르진 않는다.많은 퇴학생,실업계 고등학생은 졸업 직후 바로 사회로 진출한다.적지 않은 인문계 고등학생도 대학에 입학하지 않는다.질문을 던져본다.‘젊은이는 곧 대학생’이란 생각이 무의식중에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대학생이란 말과 동일하게사용된다.노동부는 대졸 실업자 문제 해결에 매달리지만 대학생이 아닌 젊은이의 취업 문제는 신경쓰지 않는다.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대한매일의 ‘젊은이 광장’칼럼 필자도 모두 대학생이다.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거나,애초 대학 진학을 생각하지 않은 젊은이에게는 항상 ‘대학도 못간 게…’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청소년’과 ‘젊은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는 어떤 획일적인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과 다르면 무조건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다.사회적 소수를 돌볼 줄 모른다.장애인,동성애자,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어김없이 차별의 시선이 가해진다.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가해자는 모르지만 피해자에게 주위의 시선은 아픈 상처가 된다. 생각해 보자.중학교를 중퇴한 청소년이 성인 버스요금을 지불할 때의 마음을.대학을 다니지 않는 젊은이가 나이에 대한 우회적 질문인 “몇 학번이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의 설움을.어쩌면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이유도 대학생이 되지 않았을 때의 사회적 차별이 두려워서가 아닐까.장애인을 배제하고,실업계 고등학생을 소외시키고,성적순으로 우반과 열반을 가르는 살벌한 ‘차별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한 사회가 사회적·문화적 소수파를 대하는 태도는 그 사회가 열린 사회인지 닫힌 사회인지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한다.수능으로 온통 떠들썩한 지금,우리사회가 꼭 ‘공부해서 성공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꼭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진정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이뤄내고,사회가 그것을 적극 뒷받침해 줄 수 있었으면,그런 열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그래서 모든 젊은이가 ‘젊은이대접’을 받았으면 좋겠다. 얼마전 서울 대학로에서는 한 댄스팀이 ‘대학로 100일 댄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대부분의 팀원은 대학교를 중퇴하거나,다니지 않는 젊은이였다.그들이 보여준 멋진 춤은 대학로에 모인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수능 대리시험을 치르다 적발된 ‘대학생'과 몸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준 ‘비대학생’ 중에서 누가 더 ‘젊은이’다운가. 양 창 모 한국외대 신문사 사회부장
  • 책 /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대니얼 네틀·수전 로메인 지음 / 김정화 옮김 이제이북스 펴냄 ●오스트레일리아 토착어 250여개 없어져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200여년 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처음 오스트레일리아에 발을 디딘 이래 지금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250여개의 토착어가 종적을 감췄다.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용하던 100여종의 토착어도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알래스카 코르도바 지역에 살던 에야크족 인디언 마리 스미스는 에야크어의 마지막 사용자이자 최후의 추장이었다.언어학자들은 현재 지구상에는 약 5000개에서 6700개의 언어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그 중 90%는 21세기를 지나는 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지난 500년 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언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미 사라졌다.에트루리아어·수메르어·이집트어 등 고대제국의 언어들은 수백년 전에 소멸했다.사람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이나 환경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면서 언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왜 무신경할까.언어의 사멸은 무엇보다잔인한 인류의 재앙이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대니얼 네틀·수전 로메인 지음,김정화 옮김,이제이북스 펴냄)은 세계의 다양한 언어들의 소멸 위기를 경고하고 그 대책을 모색해보는 책이다.언어의 사멸은 고대제국이나 낙후된 오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서,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위대한 문학을 낳은 아일랜드어의 쇠락은 하나의 경종이 될 만하다.기원후 1000년경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어는 공격적으로 확산돼 가던 언어였다.아일랜드어는 유럽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 다음으로 오래된 문헌을 갖고 있는 유서깊은 언어다.그러나 아일랜드어는 지금은 일부 시골 농부들의 언어로 전락해 시들어가고 있다.1990년 당시 한 추산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전해줄 만큼 애착을 갖고 아일랜드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9000명에도 못미친다.젊은 세대에 전해지지 않는 언어는 결국 죽고만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구전돼 오던 지식들마저 사라지고 저자들이 언어의 사멸에 주목하는 것은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인식의 창이기 때문이다.집단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며 나아가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태평양 팔라우섬의 어부들은 수백종의 물고기 이름과 서식지,숱한 어종들의 산란 주기를 알고 있다.북극 지역에 사는 이누이트족은 어떤 종류의 얼음과 눈이 사람과 개,카약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얼음과 눈의 강도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을 붙였다.필리핀 민도로 섬의 하우누족은 450종 이상의 동물과 1500여종의 식물을 구별할 수 있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수천년 동안 구전돼 오던 이 실천적인 지식들은 그들의 언어가 사라지면서 점차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의 소수언어를 사라지게 한 데는 유럽제국의 확산과 정복의 물결이 한몫 했다.지난 500년간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의 여러 섬들을 점령하면서 전염병을 퍼뜨리고 학살을 자행했다.유럽에서 전파된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95%가 죽었고,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유럽인과 접촉한 지 100년 만에 인구의 3분의1이 천연두로 사망했다.유럽인들의 원주민 집단학살과 전염병 전파,언어의 이식 등은 토착지역의 언어적 다양성을 뿌리째 뽑아버렸다.1860년대 러시아가 카프카스를 점령하면서 벌인 대학살 이후 우비크어가 급격히 쇠퇴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체첸이나 쿠르드족은 지금도 러시아와 터키의 억압정책으로 삶의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그들의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어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아 언어의 죽음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인류학자인 저자들은 언어와 지역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원주민들이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그것은 바로 지역생태계의 자원을 통제할 권리를 원주민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안정돼 그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말을 써야 비로소 언어의 보전이 가능하다. 그러면 우리 말의 운명은? 한국어는 7000만명이 사용하는 말로 사용자 수로만 보면 세계 15대 언어 안에 든다.그러나 일부에서 영어공용화론이 제기되는 등 한국어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이 책에 나오는 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백인들의 말을 알아야 한다.그러나 영원히 살아남으려면 우리 말을 알아야 한다.” 우리로서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전향제 어떻게 변해왔나

    ‘사상전향제’의 역사적 뿌리는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1933년 일제가 ‘사법당국 통첩’을 제정,사상범과 독립운동가에게 ‘일왕에 대한 충성서약’을 석방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해방 이후에는 독재정권에 의해 전향서로 바뀌어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는 수단이 됐다. 80년대에는 생활계획서라는 명목의 각서 제출을 요구했다.이처럼 전향서는 사상범에 대한 사면·복권의 주요 판단기준이었다. 사상전향제는 국가가 특정 사상이나 정치적 신념을 강제로 포기하게 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보장된 ‘사상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지난 98년 국민의 정부는 사상전향제를 전격 폐지하는 대신 변형된 형태의 ‘준법서약제’를 도입,논란을 초래했다.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준법서약제에 대해 ‘헌법적 의무를 확인,서약하는 것에 불과할 뿐 양심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준법서약제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지난 4월 시국·공안사범 1418명을 사면했으나 준법서약서를 받지 않음으로써 폐지의 단초가 됐다.법무부는 지난 7월 형사정책적인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마침내 준법서약제를 폐지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전향제 관련 사건일지 ●1933년 일제,사법당국 통첩제 도입. ●1945년 사상전향제로 전환. ●1993년 3월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 북송 ●1998년 사상전향제 폐지.준법서약제 도입 ●1999년 11월 유엔,국가보안법 단계적 철폐 권고 ●2000년 9월 비전향 장기수 62명 북송 ●2002년 4월 헌법재판소,준법서약제 합헌 결정 ●2003년 4월 준법서약서 없이 1418명 사면 단행 ●2003년 7월7일 준법서약제 폐지
  • [열린세상]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지금 가을은 그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세간의 어려움 때문에 가을의 낭만보다는 싸늘한 인간적 아픔이 살을 파고 든다.올해의 이 길목에서 유난히도 많았던 자살사건 특히 가족단위 집단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한 단면을 보여 주었다.심화되어 가는 빈부격차와 극단적인 이기주의,어느 한 곳에도 따뜻하게 발 붙일 수 없는 사회에서 인간이 선택해서는 안 되는 최후의 절망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야만성과 문명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란 원시인이자 야수 야만인이자 우상숭배자이고 동시에 이성과 사랑 정의를 누릴 능력이 있는 존재”라고 정의한 적이 있지만 요즘 같아선 오직 야수성만이 지배하는 사회로 비친다.절제되지 않는 일차적인 욕망과 감정이 넘실거리는 사회.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대로 괴로운 사회이지만 한편 먹고 살 만한 사람은 그들대로 욕망의 배출구를 찾지 못해 안달을 하는 사회이다.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영화 ‘바람난 가족’이나 TV 일일극‘앞집 여자’는 어지러운 이 땅에서 방황하며 살아가는 한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잘 그려주고 있다.“남편 말고 애인이 필요해.” “아내 말고 여자가 필요해.”라는 말은 얼크러진 우리 사회의 내밀하게 가려진 부분을 잘 들추어주고 있다.아니 어쩌면 남성중심적 가족이라는 억압질서의 허위의식을 강력하게 고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앞으로 전개되는 21세기는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전통적인 결혼제도나 가족제도까지도 소멸할 것이라는 관련 연구자들의 보고도 있다.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정상적인 것보다는 비정상인 것이,원칙보다는 변칙이 지배하는 요즘의 사회문화 추세이다.무엇이 올바른 가치의 기준인지조차 헷갈리는 세상이다.이 속에서 참되고 올바른 진정성을 갖는 사랑보다는 비정상적이고 약삭빠른 사랑이 범람한다.혼란과 모순으로 가득찬 삶속에서도 밤하늘의 샛별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잊혀지지 않는 사랑의 이야기가 하나 있다. 지난해 5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때 전남 영광에서 올라갔던 75세의 정귀업 할머니.그녀는 23살 때 헤어진 북쪽의 남편을 52년만에 만난 것이다.당시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TV에서의 상봉장면은 아직도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가시밭길도 그런 가시밭길이 없어라우.꽃방석 깔아줘도 가지 않을 길을 50년 넘게 혼자서 훠이훠이 걸어 왔어라우.눈물을 밥 삼아 살아왔지요.‘눈이 높아 못오나 길을 몰라 못오나’라는 노랫말이 내 삶의 노래가 됐지요.” 상봉하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구절구절 슬픔이 담겨있는 그 자체로서 고도로 집약된 하나의 시 구절이었다.52년간의 세월이 농축된 한편의 연가였다. 정귀업 할머니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시골에 남았다.남편은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지만 6·25전쟁으로 행방불명된 것이다.남편 사이에 아이 하나가 있었지만 4살 때 병으로 숨졌다고 한다.그녀는 지금껏 남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혼자서 인고의 세월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것은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고 돌아온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남편이 살아있다는 그런 믿음의 그늘에서 살고 싶었던 것이다.그녀라고 해서 젊은 날의 욕망이 없었겠는가.사랑은 믿음 속에서 오래 참고 기다린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우리는 기존의 가치와 도덕,진리마저도 새롭게 해석되고 도전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요즘의 세태 속에서 정귀업 할머니와 같은 사랑의 진정성도 새롭게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쓸쓸한 가을에 다시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정귀업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이다. 신 일 섭 호남대교수 동양사
  • ‘주식회사 말聯’ CEO 마하티르 22년만에 은퇴

    사람을 고치던 의사였던 그는 낙후된 조국 말레이시아를 수술하고 싶었다.그에겐 무엇보다 확고한 비전과 열정이 있었다.이 두 가지를 무기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2년간 말레이시아의 풍요를 일궈냈다. 아시아에서 선출직 지도자로서는 최장 기간 재임한 마하티르 총리가 31일 퇴임한다.지난 29일 그가 마지막 각료회의를 주재했을 때 일부 각료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국민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말레이시아를 살 만한 나라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일본을 모델로 근대화 작업에 매진했다.그의 통치하에 말레이시아는 고무와 주석을 팔던 나라에서 제조업 중심지로,아시아의 신흥 경제강국으로 탈바꿈했다.소득은 3배로 늘었다.때문에 일부에선 신격화에 가까울 정도로 추앙받는다.실제 그의 연설을 기초로 한 ‘총리의 사상’은 국립대 학생들의 필수 과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독재에는 많은 부작용이 뒤따랐다.국내 안팎에서 정치와 언론을 탄압하고 인권을 억압,사회·정치면에선 후진국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이 들끓었다.그는 30일 마지막 의회연설에서 너무 많은 자유는 무정부주의를 낳는다는 경고로,자신의 정치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제3세계를 대변하는 지도자로 대접받기도 한다.거침없는 독설로 서방세계를 몰아붙이기로 유명했다. 아시아적 가치를 내세우며 선진 서구사회에 기죽지 않는 그의 모습은 일부 아시아인들에게 카타르시스로 작용했다.1997년 금융위기 때 그는 아시아 위기가 조지 소로스와 같은 국제금융투기꾼들의 농간이라고 쏘아붙였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부국들의 음모’라며 코웃음으로 대응했다.최근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밀고당기는 입씨름을 벌여 역시 ‘세계적 독설가’임을 입증했다. 인도계 아버지와 말레이계 어머니 사이의 10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마하티르는 1946년 21살의 나이에 통일말레이전국기구(UMNO)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말레이대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7년간 고향에서 개업의로 일했다.그러다 1964년 UMNO 의원에 선출됐으나 5년 뒤 압둘 라흐만 당시총리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토착 말레이계 사회를 무시하는 그의 처사를 비난한 뒤 출당됐다. 1972년 UMNO에 재입당한 그는 2년 뒤 의회 재선에 성공한 뒤 정치적으로 급성장,1978년 UMNO 부총재로 선출됐고 1981년 말레이시아의 4대 총리직에 올랐다. 최근 자신이 독재자라는 비난에 대해 그는 “나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직 건강할 때 물러나는 독재자”라고 자랑스레 대꾸,마지막 화젯거리를 제공했다. 박상숙기자 alex@
  • 여기는 ‘불평등 공화국’입니다/ 임순례 감독등 6명이 만든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

    여섯개의 시선에 담은 ‘불평등 한국’.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운위할 정도로 돈에서는 앞서가지만,정신에서 우리의 허방은 여전히 깊다.새달 14일 개봉하는 ‘여섯개의 시선’은 박광수 여균동 박찬욱 임순례 박진표 정재은 등 작품성에서 내로라 하는 여섯명의 감독이 인권을 주제로 만든 여섯편의 단편 영화 모음.국가인권위원회가 5000만원을 지원해 제작했다.김창국 인권위위원장은 “내가 가하거나 당하거나 이중적 의미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만이 아니라 의식개혁도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제작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성희롱에 가까운 여상 3년생들의 취업준비 과정,네이티브에 가까운 영어발음을 위한 혀 절개수술,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 등 소재는 다르지만 속에 품은 뜻은 하나다.한국의 인권 사각지대를 고발한다. 임순례감독의 ‘그 여자의 무게’는 취업을 눈앞에 둔 여상 3년생들의 풍속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차분하게 담았다.“졸업 때까지 몸매 관리 잘하라.”는 담임선생,“살 좀빼라,50㎏넘으면 웬만한 회사에서는는 면접도 못본다.”는 체육교사의 말은 비정상적 고용환경을 보여준다.평범한 외모에 약간 살이 찐 주인공 선경이 쌍꺼풀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원조교제성 모임에 가는 장면이나,외모를 중시하는 면접관들의 태도 등을 클로즈업하면서 ‘겉’만 강조하는 모순을 꼬집는다.그 너머로 이런 희한한 풍경을 낳은 기본 모순인 빈부의 문제도 도마에 올린다. ‘죽어도 좋아’로 노인들의 성문제를 건드린 박진표 감독의 예리한 문제의식은 비인간적인 영어 열기를 겨냥한다.그의 작품 ‘신비한 영어나라’는 L과 R발음을 네이티브에 가깝게 내기 위해 아들의 혀마저 서슴없이 절개하는 부유층의 잔인한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심의 통과를 걱정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영화는 끔찍한 수술장면을 세밀하게 보여준다.그를 통해 자식의 인권을 유린하는 부모의 만행을 까발린다. 스타일리스트 박찬욱의 시선은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다.‘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에서 억울하게 5년여 세월을 한국 정신병원에서 보낸 네팔 여성노동자의 기막힌 사연을 다큐 기법으로 추적한다.돈을 잃어버려 라면 한그릇 값을 못내 그 대가로 치러야 했던 희생을 냉정하게 담으며 인권의 억압자인 우리 모습을 비판한다. 장애우들의 취업난과 대륙횡단만큼이나 험난한 광화문 횡단을 통해 이동권쟁취투쟁을 다룬 여균동감독의 ‘대륙횡단’,외모에 대한 선입관이 빚는 에피소드를 깔끔하게 묘사한 박광수감독의 ‘얼굴값’,한번의 실수를 저지른 이웃에 ‘주홍글씨 A’의 낙인을 찍고 따돌리는 싸늘한 현실을 그린 ‘그 남자의 사정’ 등도 지지리 못난 우리의 얼굴을 담아낸다. 몰랐거나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했던 문제들을 끄집어낸 여섯개의 에피소드에는 날선 목소리만 있는게 아니다.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한편한편이 작품성을 확보하고 있다.개성이 강한 감독의 ‘여섯개의 시선’은 따로 놀면서도 절묘한 화음을 빚는다.그리고 묻는다.영화의 영어제목처럼 ‘당신이 나라면(If You were me?)? 혹은 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당신은 무얼하십니까?'라고. 이종수기자 vielee@
  • 전태일문학상 확 달라졌다/ 추리·SF까지 소재 확장 응모자도 고교생등 다양

    전태일 문학상이 확 달라졌다. 70년 노동해방을 외치며 분신한 노동자 전태일의 삶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자본의 억압에 맞서는 시대의 상징이었다.그의 삶을 문학적으로 이어받으려고 제정한 전태일 문학상이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먼저 응모작품이 다양해졌다.그동안 전태일 문학상에 투고한 작품의 무대는 주로 노동현장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가족 이야기,여성·학교 문제를 비롯해 추리소설과 공상과학소설까지 포함됐다.응모자들도 노동자 위주에서 대학생은 물론 고교생까지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심사에 참여한 소설가 안재성은 “인터넷 공모를 병행하면서 네티즌 작가지망생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인 듯하다.”며 “이는 전태일문학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노동문제뿐만이 아니라 인간살이의 모든 것이 주제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응모의 영향인지 응모 작품 편수도 크게 늘었다.예년에는 300편이던 시가 925편으로,20여편에 머물던 소설이 45편으로 늘어났다.1회부터 심사에 참여한 소설가 박태순은 “응모작의 변화는 변화된 현실에 따른 소설적 반영”이라며 “지식정보화 시대로 돌입하면서 노동 형태·개념은 달라졌는데 이에 민감한 문학적 대응이 응모작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태일기념사업회’가 발표한 전태일문학상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당선작 ▲소설 김옥숙(‘너의 이름은 희망이다’)▲생활·기록 정경식(‘결코 멈출 수 없다’)◇가작 ▲시 윤석정(‘자목련’외 2편) 임희구(‘곱창’외 6편) ▲소설 서창덕(‘꿈의 전화’) 조채운(‘그 많던 차장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생활·기록 김명순(‘운명의 배반’외 1편) 시상식은 다음달 7일 오후 5시 민주노총 서울본부 강당 3층에서 열린다 이종수기자 vielee@
  • 使측 손배소·가압류 남용 금지

    노조나 노조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가압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마련된다.권기홍 노동부장관은 최근 잇따른 근로자의 자살·분신과 관련,29일 정부 제1청사에서 강금실 법무부장관,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 등 3부 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방안은 월급의 가압류 한도를 낮추고 신원보증인에게까지 미치는 가압류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대법원에 가압류 처분결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하고,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가압류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통해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권 장관은 이와 함께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고용 남발을 규제하는 차원에서 보호법안을 마련,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법 개정과 관련 없이 올해 안에 대책을 마련,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관련기사 12면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기만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민주노총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공공부문에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400억원대의 손배·가압류를 먼저 일괄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국노총도 “정부의 이번 발표가 참여정부의 노동억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기조가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이런 책 어때요 / 신여성

    문옥표 등 지음 청년사 펴냄 일제 식민지 시대 조선과 일본에 등장한 근대의 새로운 여성,즉 신여성은 개인을 억압하는 인습과 제도에 반기를 들었다.그들은 구시대의 젠더질서와 사상을 거부하고 남녀평등을 희구했던 선구자들이다.이 책은 신여성들의 역사적 궤적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조명한다.신여성이란 말은 1920년 여성지 ‘신여자’가 창간되면서 유행하기 시적했다.일엽 김원주가 제기한 ‘신여자 선언’은 신여성이란 집단을 하나의 사회집단으로 부각시키는 구실을 했다.‘조선과 일본의 신여성-나혜석과 히라쓰카 라이초우(平塚雷鳥)의 생애사 비교’ 등의 글이 실렸다.1만5000원.
  • 책꽂이

    ●사춘기(김행숙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99년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사춘기와 귀신 등 경계에 머무는 소재를 통해 ‘떠도는 감성’을 노래.평론가 이장욱은 “구체적 개인으로서의 서정적 자아를 창조해 현대시의 새 징후를 보여준다.”고 평가.6000원. ●살아남은 자의 전설(장혜영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조선족 작가의 장편.여성 4대의 삶을 소재로 중국에서 겪은 우리 민족의 억압된 역사와 남존여비 등 수난사를 비롯, 자본주의 도입 이후 변화된 사회상을 묘사.모두 2권,각 9000원. ●해방후 조선족 소설문학연구(이광일 지음,경인문화사 펴냄) 중국 옌볜대 교수인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조선족 문학에 대한 기존연구를 검토한 뒤 김학철,이근전 등의 작품세계를 조명.해방 후 조선족 소설이 중국문학의 단순한 번안이 아니라 자체의 발전법칙이 있음을 규명.2만 2000원. ●휴일의 에세이(이어령 편저,문학사상사 펴냄) 나도향,김동인,최인호와 생텍쥐페리,앙드레 지드,보르헤스 등 국내외 유명 문인들의 유려한 에세이 61편을 모은 것.생활·자연·사상·문명·기행 등 5개의 장으로 나눠 작가들의 내면 풍경과 철학을 섬세하게 담았다.8000원. ●열대어(요시다 슈이치 지음,김춘미 옮김,문학동네 펴냄)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의 소설집.일본문학의 전통을 바탕으로 대중문화적 감수성을 겸비한 작품세계로 젊은 세대를 가장 잘 그리는 작가로 평가받는다.심리묘사 없이 행동만을 묘사한 표제작 등 3편.7500원. ●나의 날개로 날고 싶다(이춘해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교직생활,전업주부로 살면서 습작한 작가의 첫 장편.남편의 숱한 외도를 알면서도 가정을 위해 참아온 주인공이 이혼 뒤 옛 애인을 만나 참된 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8500원. ●아쉬움에 대하여(유자효 지음,책만드는집 펴냄) 언론인 시인의 8번째 작품집.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그리워한다.그러나 그 정조는 과거로의 퇴영이 아니라 현실의 삶을 긍정하기에 역동적이다.해서 노래한다.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살만하다고.물론 “당신이 떠난 뒤에도”.6500원.
  • 기고 / 교칙은 학생이 지켜야 할 기본의무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의 문예아카데미 김상봉 교장은 지난 9월29일자 대한매일 15면에 ‘학교 교칙의 파시즘’을 게재했다.인권에 대해 보다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그의 얘기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나친 개인주의와 독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사회를 성숙시키고 대안을 찾기에는 무리한 면이 많다. 그는 공동체를 해체,다시 복원할 수 있다는 소견이 강한 것 같다.이러한 발상은 그동안 합의된 내용을 놓고 너무도 쉽게 해체와 건설,와해와 갈등을 생각하는 주의·주장을 담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에 “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언급된 내용에 대해 그는 학생에 대한 엄포요,파시즘이라고 강하게 비난한다.그러나 이는 적절치 못하다.학생들에게 교칙 준수에 대한 강한 의미 전달이나 설명으로 이해해야 한다. 교칙 준수를 학생들에 대한 파시즘으로 생각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문제점을 갖는다.학생들이 교칙을 반드시 지켜주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학생다움을 실천해 건전한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마음인 것이다. 학교 교칙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고쳐질 수 없는 도그마라면,이는 학생에 대한 엄포요,파시즘이라 할 수도 있다.그러나 교칙 준수를 강조하는 학교도 변화하는 학생들을 생각하지 않고 교칙을 유지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교사들은 ‘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교칙을 바꿀 수 없다.’고 이해하지는 않는다.따라서 교칙이 학생들에 대한 엄포와 파시즘이라는 김 교장의 관점은 지나치다. 분명 교칙은 학교와 학생 중심으로 개선되고 수정되며 전통으로 계승해야 한다.교칙이 학생들의 생활을 규제만 하는 것은 아니다.학생들은 교칙 준수를 통해 준법에 대한 인내력과 자율성을 배운다. 우리 사회가 학생 인권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교사,학부모,학생들은 학생 인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들을 계속 보강하고 있다. 그 속도가 더디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학교 규칙은 파시즘’이라는 발상은 교칙에 대해 냉담과 부정적 감정을 갖는 것이다.학생들의 불만은 교사들도 알고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교칙에 대한 의미 있는 자기 책임까지 생각하고 자라주기를 바란다. 김 교장은 또 “한국의 수많은 학교에서 그렇게 법과 사회정의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가르치기 위해 제정한 교칙의 내용이…주로 용의 복장 규정들이라면서…억압적 규제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비판한다.하지만 그가 교과서에서 예로 든 내용은 ‘함께 하기’라는 활동을 통해 학생 스스로 교칙을 만들어 보는 한 학교의 사례를 보기로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예를 참고로 학생들은 친구들과 논의하고,자율적인 공동 사고를 통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교칙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파시즘적 폭력…”이라고 매도할 일인가.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자신의 평소 관점과 편견에 얽매여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그의 글은 교사들에 대한 적절치 못한 비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권위주의나 획일주의 문화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분명히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고쳐 나가야 한다. 하지만 부분적인 문제가 있다고 우리 사회의 권위 자체를 부정하거나 공동체 삶을 경시하는 태도는 ‘벼룩을 없애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찬석 서울 가락고 교사
  • 김영현·박노해·장정일·김영하…90년대 문학 ‘10년의 성찰’/신수정 첫 평론집 ‘푸줏간에 걸린 고기’

    “90년대 문학을 되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자의 치욕스러움이다.” 흔히 90년대 문학의 특징으로 거대 담론의 실종과 내면세계로의 회피,서사구조의 상실,대중문화의 고고한 진군 앞에 ‘백기 투항’ 등을 거론한다.한마디로 ‘위기’라는 것.그러나 신예비평가 신수정(사진·38)은 이런 견해가 일면적이라고 일축한다.그가 낸 첫 평론집 ‘푸줏간에 걸린 고기’(문학동네 펴냄)는 90년대 문학에 대한 10년의 성찰이 담겨 있다. 93년 등단한 뒤 다작은 아니지만 예리한 시각의 글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98년 고석규비평상을 수상한 그의 글모음은 ‘90년대 문학’을 위한 항변으로 읽힌다.그는 섬세한 살핌으로 김영현,박노해와 장정일,그리고 김영하에게서 90년대 문학의 징후를 읽어낸다. 그에게 김영현의 ‘벌레’는 한국문학이 이성에서 욕망으로 이동하는 맹아다.“이상과 당위의 열정으로 충만했던 이성적 주체로서의 인간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육체적 존재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52쪽)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욕망’이 문학사에 떠오르는데,이를 반영한 작가는 박노해와 장정일.둘다 ‘인간=욕망하는 기계’로 규정하되 박노해는 ‘인간의 욕망’에,장정일은 ‘욕망의 인간’에 방점을 찍는다. 시집 ‘참된 시작’에서 박노해는 욕망을 넘어서는 인간의 힘을 강조하는데 견주어 장정일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등 일련의 포르노그래픽 작품에서 인간의 모든 이성적 기획에 도사린 억압성과 무의미함을 포착한다는 것이다.지은이는 박노해와 장정일의 길을 ‘구도자와 유희자’라는 대조적 키워드로 정리한 뒤, 이들이 90년대 한국문학사에 욕망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두가지 가능성이라고 평가한다. 논의는 더 나아간다.지은이는 이질적인 두 작가의 이면에 ‘계몽적 기획’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한다.기존 체제와 부딪힌 두 사람은 “현존 체제의 그물을 넘어 또 다른 욕망을 욕망한다”며 그를 ‘아버지 넘어서기 욕망’이라고 진단한다. 신수정이 ‘90년대 문학’이라는 보따리에 담는 마지막 작가는 김영하.그의 작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프로이트의방법론으로 분석하면서,“자기 안의 남성성을 거세한 신인류 탄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결론은 “사회정치적 리비도를 내면화한 90년대 문학은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들이 구현하고 있는 쓸쓸한 신성을 통해 문명과 제도의 폭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는 새 인간형에 대한 갈망으로 귀결된다.”는 것. 지은이는 90년대에 매달린 이유에 대해 “문학청년 시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사회·세계를 향해 발언한 시기가 90년대였는데 이 시기 문학 형태가 제 생각과 너무 닮았다.이 우연성을 필연적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었다.” 그의 비평집은 90년대를 반추하는 메타비평에 머물지는 않는다.그는 박완서 등 원로작가는 물론 은희경 성석제 배수아 하성란 등 문제작 작가들과 윤효 김이태 등 숱한 신인작가의 세계에 밀도높은 비평의 거울을 비춘다.그가 말하는 문학의 새로운 출발을 보려는 듯. 이종수기자 vielee@
  • 전문가가 본 쿠체/추상성 빼어난 ‘제2카프카’

    쿠체의 소설을 접해본 이들은 그의 문체가 절제된 가운데도 폐부를 찌르는 힘이 있다고 한다. 탄탄한 구성과 사변적 깊이 그리고 존재의 밑바닥까지 울려오는 전율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보기 드문 거장의 대작을 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또한 그 작품 배경의 추상성과 절망의 함정으로 점철돼 있는 상황들은 카프카의 작품세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쿠체의 소설에서는 남아프리카와 닮은 상황들이 종종 재현되지만 구체적인 장소들은 언급되지 않는다.이런 독특한 설정 때문에 그는 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핵심을 비껴간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했을 때 남아프리카에서는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으며,그는 ‘정치적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이렇게 회피적 방편으로 출발했을지도 모르는 그의 작품의 추상성은 그러나 그의 작품에 깊이와 보편성과 사유적 공간을 부여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야만인을 기다리며’(1980)의 배경은 19세기의 어느 불특정한 시기 제국의 전초기지로 매우 추상적이다.이 변방의 요새는 ‘야만인’들이라 불리는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제국의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군사요원들은 지금까지 이 변방의 요새를 평화스럽게 다스려온 치안판사의 온건한 정책을 폐기하고 야만인들에 대한 강경한 탄압과 정복전쟁을 시작한다. 지명은 나와 있지 않지만 누구든지 이것이 남아프리카의 백인들이 흑인들에 대해 가지는 망상적 공포와 그에 대한 히스테리컬한 반응 그리고 그런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추상성은 남아프리카의 상황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지 않지만, 백인들이 처한 거북한 입장을 억압적 지배자의 집단에 속하면서도 그 집단의 정당성을 믿을 수 없는 묘한 위치에 처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일반화시켜 순전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관심사가 가지지 못하는 사유의 깊이를 작품에 부여한다. 그 외에도 최근 한국의 강단에서 많이 논의되는 쿠체의 작품으로는 18세기 영국작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여성의 시각에서 다시 쓴 ‘포’(Foe)라는 작품이 있다.이것은 고전적 작품을 패러디하며 현대적 시각에서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전형적인 포스트모더니즘적 실험이라 할 수 있는데,‘야만인을 기다리며’에 비해서는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전수용 교수(이화여대 영문과)
  • 쿠체 문학세계/남아공 쿠체 노벨문학상 수상 인종문제·제국주의 비판

    존 맥스웰 쿠체는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우스터에서 네덜란드계 백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수학,컴퓨터,언어학,문학 등을 공부한 그는 세계문학계에서 “지적인 힘과 균형적 스타일,역사적 비전과 윤리적 통찰력을 독특한 스타일로 통합시킨 작가”로 통한다. 영어로 교육을 받은 그는 7편의 소설로 영국의 권위적인 ‘부커상’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수상자가 되는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주요 작품으로는 국내에 번역 출판된 ‘추락’‘페테르부르크의 대가’‘야만인을 기다리며’와 ‘철의 시대’,‘포’‘더스크랜즈’ 등이 있다.작품을 내는 족족 “내용과 형식면에서 기존 범주에 도전하면서 새 영역을 개척한다.”고 호평받았다.케이프타운 대학 석좌교수인 그는 부커상 수상작이자 대표작인 ‘마이클 K의 삶과 세월’ ‘추락’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인종차별과 성 문제를 창의적 소설기법에 담았다. 2000년 국내에 소개된 ‘추락’은 그의 문학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이 작품은 흑백의 공존이 구호만으로는 안 된다는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을 형상화했다.흑인에게 정권이 넘어간 뒤 남아공화국 한 백인교수의 치욕스러운 추락 과정을 조명하면서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백인의 무한한 자기 반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인종 문제에서 싹을 보여준 폭력과 억압에 대한 쿠체의 비판의식은 타깃을 제국주의로 넓히면서 보편성을 담보한다.최근 소개된 ‘야만인을 기다리며’(들녘 펴냄)에서 쿠체는 남아프리카라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이는 제국주의-식민지주의자 사이에 나타나는 폭력과 억압이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작가의식을 투영한 것이다. 쿠체의 작품세계는 리얼리즘보다는 반리얼리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로 분류된다.국내에 소개된 또 다른 작품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책세상 펴냄)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이 작품에서 그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사악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그는 또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 작가로도유명하다.‘페테르부르크의 대가’가 그런 특징을 압축하고 있는데,감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등장인물에는 그의 창작방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국내에 쿠체 작품을 주로 소개해온 왕철 전북대 영문과 교수는 “그의 작품은 반리얼리즘적 소설이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맛을 알 수 있다.”며 “주로 단문을 사용하지만 그 속에 깊은 사유와 해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같은 남아공 작가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나딘 고디머는 그의 작품세계를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갖고 있는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송두율 파문 /뮌스터大 동문들 반응

    송두율 교수의 독일 뮌스터대 동문이나 수강생들은 국정원의 발표와 송 교수의 기자회견을 보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놀라는 모습이었다.그러나 송 교수가 친북 활동을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동문도 있었다. 80년대 뮌스터대에서 송 교수의 지도를 받았던 성공회대 차명제(50) 교수는 “송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국정원 조사처럼 북한을 수시로 왕래하며 공작원 노릇을 했다고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당시 송 교수는 80년대 혼란스러운 세계질서 속에서 학문적 관심으로 남·북한의 경계를 넘나들었을 뿐,일방적으로 북한 체제를 동경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갖고 친북활동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송 교수는 당시 가난한 유학생들이나 타고 다니는 중고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 등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거액의 공작금을 받는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신분이었다면 그렇게 생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와 독일에서 10년 동안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서울대 송영배(59) 교수도 “지식인의 입장에서 독재 상황에 처한 남한의 민주화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지만,북한 노동당 입당과 정치국 후보위원 활동에 관련된 말은 한마디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당시 유학생이면 누구나 느끼듯이 사회주의에 대한 학문적이고 막연한 동경을 했을 수 있지만,정치적인 측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동문은 송 교수의 당시 모습으로 미뤄 친북활동 전력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뮌스터대에서 송 교수의 강의를 수강했던 성균관대 송해룡(50) 교수는 “한마디로 송 교수는 ‘과대포장’된 인물”이라고 말했다.그는 “당시 송 교수는 정식 교수도 아니었으며,강의 도중 ‘한국은 인권억압이 만연해 존재해서는 안되는 나라’라며 좌파성향의 발언을 자주 해 동질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고 말했다.송 교수의 지도를 받았던 한 지방대 교수는 익명을 요구하며 “송 교수와 같이 수학한 당시 유학생들은 송 교수가 북한을 왕래하는 등 친북활동을 했다는 사실을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내에서는 자신의 입장 때문에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열린세상] 학교 교칙의 파시즘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에 보면 교칙에 관한 소단원이 있다.교과서는 “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그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만약,‘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으로 교칙을 지키지 않고 위반하기 시작한다면,교칙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학교 풍토가 만들어질 것이다.이런 현상이 확대되면 사회의 규칙과 법의 원칙은 무너지고,사회의 부정은 치유되기 어려워질 것이다.우리 학교를 ‘가고 싶은 학교,머무르고 싶은 학교,즐거운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질서를 유지해야 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칙을 잘 지켜야 한다.” 건강한 민주시민을 기르는 것이 학교의 주요한 과제의 하나라면,학생들에게 법과 질서를 지키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은 마땅하고도 필요한 일이다.이런 의미에서 도덕교과서가 “학교에서 정한 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만약 학생들이 교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교칙을 지키는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고,이것이 나중에까지 이어져 사회의 규칙과 법의원칙이 무너지고 사회의 부정이 만연해진다면,이것이 어찌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한국의 수많은 학교에서 그렇게 법과 사회정의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가르치기 위해 제정한 교칙의 내용이 과연 어떤 것인가? 교과서는 구체적인 교칙의 실례를 제시하는 친절까지 베푸는데 그 내용이 가당치가 않다.하필 제시하는 교칙이라는 것이 복장 및 용의 규정인데,그 내용은 한 세대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복장과 두발 그리고 신발에 대한 억압적 규제들이다. 이를테면 “체육복 차림으로 등·하교하지 못한다.”거나,“삭발·염색·파마를 하거나 무스나 스프레이 등을 하지 않는다.”든지,“실외화는 운동화로 하며,슬리퍼,고무신,신사화,굽 높은 신발,에나멜화,가죽샌들,흰색 단화,끌신,장화 등의 신발을 금한다.”는 것 따위가 교과서가 제시하는 교칙의 실례들이다. 이는 하나같이 학생인권 아니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다.그런데 그런 규칙도 교칙이니까 무조건 지켜야 한다니 이런 파시즘적 폭력이 어디 있는가? 교과서는 교칙을 지키지 않으면 지키는 사람이 손해보는 풍토가 만들어진다지만,어떤 아이가 등·하교할 때 체육복을 입고 간다 해서 교복을 입고 가는 아이가 손해보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아니면 어떤 아이가 구두를 신고 학교에 간다고 해서,운동화를 신고 학교 가는 아이가 손해보는 것은 또 무엇인가? 어떤 아이는 장발을 하고 다른 아이가 삭발을 했다 해서,누가 누구 때문에 무슨 손해를 본다는 말인가? 아무 것도 없다.손해를 끼치기는커녕,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다양성은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하물며 학생들이 용의,복장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건강한 다양성을 누린다 해서,그것이 나중에까지 이어져 사회의 법과 규칙이 무너지고 부정이 만연하리라는 발상이 도대체 파시스트의 머리 속에서가 아니라면 어떻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한국의 학교는 질서가 곧 획일성이며,다양성의 추구가 일종의 범죄라는 생각을 심어줌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의 개성적 창조성도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타인의 다름도 인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반민주적 파시즘의 온상이다.그리고 교칙은 그런 파시즘을 위한 도구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것은 교복이 아닌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 때문이 아니라 그런 학생이 무슨 대단한 범죄자라도 된다는 듯이 지금 이 시간에도 제 편한 대로 만든 교칙을 핑계삼아 학생들을 괴롭히는 교사들 때문이다. 누가 병영이나 감옥과 다름없는 학교에 간수나 다름없는 교사들을 보러 그리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싶어하겠는가? 부잣집 아이들은 원정출산에 조기유학이다,그게 아니면 사설 학원이라도 있지만,가난한 학생들이야 학교 말고는 딱히 갈 데도 없으니 어쩌겠는가,가기 싫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다니는 수밖에. 김 상 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장
  • ‘스캔들‘ 어떤 영화/방탕한 선비 ‘은밀한 게임’ 뒤끝은…

    점잖은 대갓집 양반이라고,규방을 지키는 천하의 정절녀라고 원초적 본능이 없었을까.‘정사’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의 멜로사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제작 영화사 봄·새달 2일 개봉)는 바로 이 지점에 주춧돌을 놓고 출발했다. 미지의 드라마를 상상력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은 영화보기의 큰 즐거움 중 하나.그런 점에서 감독은 대단한 위험수를 뒀다.그러나 모험은 성공한 듯하다.시간배경만 조선시대로 바꿨을 뿐 빤히 알려진 줄거리에 충실했는데도 온통 새 작품 같은 신선함이 느껴진다.각본도 감독이 직접 썼다. 과거에 급제하고도 풍류에 빠져 사는 방탕한 선비 조원(배용준)과,그가 ‘누님’이라 부르는 내연의 여자이자 명문가의 정실부인인 조씨부인(이미숙)이 은밀한 게임을 시작한다.천하의 바람둥이 조원이,얼굴 한번 못본 남편을 잃고도 꼿꼿이 수절하는 소문난 정절녀 숙부인(전도연)을 유혹할 수 있을지 ‘능력’을 시험키로 한 것. 영화는 세 사람이 주인공인 사랑게임에 주변인 몇몇을 거멀못으로 엮어넣어 에로물의 단순함을 극복하려했다.조씨 부인의 덫에 걸려드는 청춘남녀 인호(조현재)와 소옥(이소연)이 그들.조씨 부인은,남편이 소실로 들이려는 꽃다운 소옥을 좌의정의 아들 인호와 의도적으로 맺어줌으로써 남편에게 복수하려 한다. 영화 전편에 떠도는 주제어는 질투와 욕망,억압이다.거침없이 발산되는 조원의 정복욕,은밀하고 간교한 조씨 부인의 질투심,인습에 얽매인 숙부인의 도덕적 강박 사이를 영화는 쉼없이 줄타기한다. 이미숙이 치맛자락 밖으로 감질나게 내미는 버선코,극도로 폐쇄적인 전도연의 옷매무새 등에서 역설적이게도 아찔한 욕망이 스며나온다.“당시대에 일반화했던 억압의 이미지로 에로티시즘을 극대화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계산은 잘 맞아떨어졌다.철저히 고증된 복식과 소품들을 과감히 클로즈업하는 화면이,백지위에 뚝뚝 떨어진 선혈처럼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황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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