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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환시대 리더십]③ 김근태가 ‘진화’한다

    이해찬 총리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김근태 의원은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포석이 ‘통일=정동영,복지=김근태’로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그가 ‘1지망’이었던 통일부를 접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받을 것인가?아니면 입각을 포기할 것인가.며칠 전부터 조언그룹의 얘기를 경청하던 그가 특유의 ‘장고’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날 오후 4시.밖으로만 돌던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여의도 한반도재단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오늘 내일은 기자 만나면 안되는데….”라며 웃었지만,결국 기자를 야박하게 물리치지 못했다. 입각할 것이냐는 질문에 “숙고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으나,“민주세력이 단합해서 노 대통령과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입각을 결정했음을 내비쳤다.“나는 대통령과 친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법정치자금 폭로,다시는 못해 이처럼 그의 어법은 간접적이다.또 복잡하게 말한다.때문에 비디오 세대들에겐 요지가 뭔지 어렵게 느껴진다.그가 지난 15대 초선 의원일때 기자들은 그의 방에 들락거리기를 좋아했다.지엽적인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그의 ‘운동권적 시각’이 신선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시대정신’이 바뀐 뒤로 기자들은 간접적이고 선명하지 않은 그의 어법을 싫어한다고 했다.몇년 전만 해도 신선했던 그의 ‘운동권적 시각’은 이제 나이브하고 미숙하며,승부사적 기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그는 이러한 지적에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차원에서,칭찬으로 알아듣겠다.”고 둘러갔다. ‘평소 정치적 판단을 잘 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운동권적 판단을 하는 오류’로 자주 지적되는 사례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때 당시 권노갑 고문으로부터 2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민주당 인사들은 해당행위를 했다고 격분했고,한나라당은 부도덕성을 공격했다. 그는 비난과 냉소를 견뎌보려 했지만,경선에서 득표율 꼴찌를 기록했고,급기야 중도하차했다.참모와 선·후배 정치인의 만류를 물리치고,양심의 목소리를 따른 대가는 처절했다. 그는 “그 고백 덕분에 동교동계가 지원하는 이인제 의원 대신,개혁적인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후보가 됐고,정권 재창출에 기여했다는 생각을 한다.또 조직적인 돈선거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며 멋쩍어 했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그도 깨달은 것이 있다.운동권적 양심보다 정치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그래서 그는 선회해야 했다. “똑같은 조건이 다시 벌어진다 해도,절대 못한다.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그때 너무 쓰라렸다.”솔직한 목소리다. ●측근들 “김장관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2시,보건복지부 청사.김근태 신임 복지부 장관이 취임사를 앞두고 있다.김 장관은 어색함을 털어내기 위해 “내가 원내대표할 때 파이팅을 많이 하니까,사람들이 ‘김근팅’이라고 하더라.(직원들 작게 웃음) 복지부 파이팅 한번 할까요?”라며 선창으로 팔까지 흔들어가며 2차례나 파이팅을 외쳤다.복지부 공무원들도 따라했다.김 장관은 이어 어리숙한 모습으로 “취임사를 할까요?”라고 물어본다.직원들 사이에 더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카리스마가 드러나지는 않지만,미숙한 듯 친근하게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접근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측근들은 “김 장관이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취임사가 끝난 뒤 그는 강당에 모인 공무원 모두와 눈빛을 맞추며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대충대충이 안되는 그가 진지한 눈빛으로 5초 동안이나 손을 잡고,말까지 건넸다. 사람을 성심껏 대하는 그의 태도는 지난달 22일 열린우리당 통외통위·국방위 연석 간담회에서도 잘 나타났다.김선일씨 피랍대책을 정부와 협의하는 자리에서,의원 20여명은 회의 시작을 기다렸다.의원들은 그러나 정부측 1∼2급 관계자가 긴장된 모습으로 10분 넘게 대기하고 있는 것에 신경쓰지 못했다.그때 김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부측 관계자냐.”고 물으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수고한다.”는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결정 늦지만 철저하게 지킨다 152석 과반의석의 여당이 됐지만,당정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부와 여당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이 원내대표를 그만둔 뒤 못내 마음에 걸렸다.실험기간이 짧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지난번 노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와 관련,“당이 대통령의 소신을 몰라 잘못 공약했다.”고 발언한 것이 못내 서운하다.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책임지듯,원내대표는 총선 공약을 책임지기 때문이다.그는 결국 “계급장을 떼고 토론해서 잘못 됐으면 바로잡고,국민에게 사과하자.”는 말을 했다.그러나 다른 말은 다 사라지고 ‘계급장 떼고’만 남아,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습만 부각된 것도 안타까워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햄릿형 정치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결정은 늦게 내리지만,한번 결정하면 철저히 지키고 부당한 억압에 물러서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대권을 꿈꿔 보겠다.”는 김 장관.그에겐 지도자로서의 절차탁마가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 같다.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그는 경쟁자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 등을 손꼽는다.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seoul.co.kr ●약력 ▲1947.2.14 경기 부천 출생 ▲양수초등학교 광신중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초대 의장 ▲민청련 사건으로 투옥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전민련 사건으로 구속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공동대표 ▲민주당 부총재 ▲15,16,17대 의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보건복지부 장관 ■ ‘정치인 김근태’의 고민 ‘정치인 김근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대중성 확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를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지난 2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그는 쉽고 편하고 재미있기보다는,어렵고 사색적이고 재미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재야 운동가로 30여년을 살았지만 이른바 ‘KS’인 경기고·서울대 출신인만큼 지식인 층에서 그의 이름 석자는 대충 통한다.그러나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으면 밤낮으로 대권을 꿈꾼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하면 된다.”고 대입시험을 앞둔 ‘고3’처럼 말했다.스스로도 대답이 멋쩍었는지 “지난 4월 총선 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에 맞게 제한된 시간에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훈련이 꽤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4월14일 저녁 마지막 유세지인 명동성당에서 ‘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250석 이상으로 예상되던 열린우리당 의석이 노인폄하 발언 이후 하루에 지지율이 2∼3%씩 떨어져 1당을 내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시달렸다. 하지만 “나의 절박함이 진실되게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꼈다.호소력도 좋아졌고,전달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당시 그를 두고 열린우리당 출입기자들은 ‘근본적인 한계(대중성)에도 불구하고 선전한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비교하면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복지부 장관 재임 기간 이를 극복하는 게 ‘김근태’의 과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문소영 기자는 청주 출신으로 지난 1992년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시사주간지 뉴스피플과 경제·문화부에서 일한뒤 정치부로 옮겨 청와대에 이어 열린우리당을 출입하고 있다. ˝
  • 송환추진委 “北送 환영”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 권오헌 공동대표는 5일 의문사위의 강제전향 장기수 북송 논의에 대해 “국가기관인 의문사위에서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잘못을 지적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환영했다. 권 대표는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고문과 억압 속에서 이루어진 전향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비전향자로 간주해야 하며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송환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0년 1차 송환 이후 남아있는 비전향 장기수와 강제로 전향한 장기수들이 계속해서 송환을 요구해 왔다.”면서 “장기수의 송환은 한 번으로 끝날 수 없으며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을 거슬러 전향을 강제하는 공권력에 죽음으로 맞선 이들을 국가기관인 의문사위에서 인정하고,그 부당성을 지적해 강제전향자의 송환문제까지 논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송환을 원하는 장기수 가운데에는 남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그것이 평생에 걸쳐 일관되게 지켜온 그들의 신념이고 바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송환추진委 “北送 환영”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 권오헌 공동대표는 5일 의문사위의 강제전향 장기수 북송 논의에 대해 “국가기관인 의문사위에서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잘못을 지적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환영했다. 권 대표는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고문과 억압 속에서 이루어진 전향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비전향자로 간주해야 하며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송환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0년 1차 송환 이후 남아있는 비전향 장기수와 강제로 전향한 장기수들이 계속해서 송환을 요구해 왔다.”면서 “장기수의 송환은 한 번으로 끝날 수 없으며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을 거슬러 전향을 강제하는 공권력에 죽음으로 맞선 이들을 국가기관인 의문사위에서 인정하고,그 부당성을 지적해 강제전향자의 송환문제까지 논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송환을 원하는 장기수 가운데에는 남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그것이 평생에 걸쳐 일관되게 지켜온 그들의 신념이고 바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후세인 재판 비공개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재판 과정이 앞으로는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살렘 찰라비 특별재판소장은 “지난 1일 후세인의 첫 법정 출두 때는 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언론의 취재경쟁을 허용했으나,앞으로 특별재판소의 모든 심리는 언론의 취재를 불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찰라비 소장은 후세인과 그의 측근 11명을 각각 독방에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3일 전까지는 후세인만 독방에 수감돼 있었다.찰라비 소장은 “수사가 시작되면 그들이 입을 맞춰 진술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죄를 시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형량을 감해주는 ‘유죄답변교섭(plea bargain)’을 위해 서로 협상할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별재판소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은 판사를 지명하고 다른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 피고 개개인을 만날 계획이다.이와 함께 각각의 혐의에 대한 조사와 증거수집도 진행한다. 재판 비공개는 양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의 영향력을 차단하길 원하지만 이는 특별재판소의 적법성을 훼손할 수 있다. 특별재판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등 첫 재판에서 보여준 후세인의 도발적 태도는 이라크 임시정부에 큰 부담이다.이를 차단하지 않을 경우 그를 추종하는 저항세력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실제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전범 재판을 추종자들의 반미정서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했었다.또 후세인의 혐의 중 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억압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종파·종족간 폭동을 야기할 수도 있다. 반면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비공개 진행에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또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은 재판의 완전공개를 요구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기억과 편견/최창모 지음

    ●이슬람 반미주의 뒤에는 반유대주의 자리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은 20세기를 ‘인류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세기’라고 했지만 정작 극단적인 폭력의 시대는 바로 지금인지 모른다.종전 선포 후에도 이라크에서는 총성이 멈출 줄 모른다.이라크인들의 필사적인 저항과 무시무시한 증오는 물론 미국을 향한 것이다.그러나 이슬람 세계의 극단적인 반미주의를 면밀히 살펴보면 그 한편에는 뿌리깊은 반유대주의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억과 편견-반유대주의의 뿌리를 찾아서’(최창모 지음,책세상 펴냄)는 최근 국내에서도 반미와 함께 반유대주의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책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저자(건국대 히브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폭격이 한창일 때 직접 그곳에 들어가 반전·평화운동을 펴 주목받기도 한 인물이다. 2000년이 넘도록 인류의 역사를 피로 물들인 반유대주의는 언제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저자는 서구와 이슬람 세계에서 유대인이 경험한 미움과 차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한편 반유대주의가 낳은 또 다른 괴물인 시온주의에 대해서도 고찰한다.이 책은 반유대주의를 단순히 지나간 과거로서 다루지 않는다.유대인을 괴물로 둔갑시킨 ‘조작된 집단 기억’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20세기 최대의 비극인 홀로코스트와 9·11테러,팔레스타인 문제 등으로 이어져 왔는가를 밝힌다. ●유대인은 천성적으로 악하다? 반유대주의라는 말은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수천년 동안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다양한 원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돼 왔기 때문이다.반유대주의와 관련,영어권에서는 Anti­semitism으로 쓸 것인지 하이픈을 뺀 채 쓸 것인지부터가 논쟁거리다.하이픈을 붙이면 ‘셈족주의(Semitism)에 반대하는 주의’라는 뜻이 되는데 이는 반유대주의에 상응하는 의미가 아니다.그런 점에서 우리말의 ‘반유대주의’나 ‘반셈족주의’ 어느 쪽도 완전한 개념은 아니다.저자는 반유대주의를 “유대인은 천성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악하며 열등하다고 여기는 모든 태도와 행동”이라고 정의한다.책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유대교와 기독교가 분리된 시기,중세와 근대 유럽의 반유대주의,홀로코스트와 이슬람 세계의 반유대주의까지 시기와 지역을 넘나들며 반유대주의의 전개 과정을 꼼꼼히 살핀다. ●이스라엘, 나치와 같은 수법 그대로 써 저자는 반유대주의가 유대인 개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박해를 의미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다.오늘날 반유대주의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이슬람 세계에서도 근대 이전까지는 오히려 서구 세계보다 유대인에게 더 큰 관용을 보였다는 게 저자의 견해.소수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살았지만 높은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같은 반유대주의가 시온주의라는 유대 민족운동을 낳았다고 주장한다.반유대주의의 폭력과 증오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유대인의 몸부림이 유대인을 시온주의로 똘똘 뭉치게 했고,마침내 1948년 유대국가인 이스라엘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문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팔레스타인 사람들은 2000년 동안 살아온 터전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나 피해자로 전락했다.또한 이스라엘은 유대인이 나치에 당한 수법을 그대로 팔레스타인에 적용해 억압하고 있다.오늘날 이슬람 세계에서 유대인이 흔히 나치와 동일시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저자는 “현재의 극단적 반유대주의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폭력으로 대처한 이스라엘 정부와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편 미국에 있다.”고 강조한다. 유대인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한국에 반미주의와 결합된 반유대주의가 싹트고 있는 현실에서 증오와 폭력,편견의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인 반유대주의의 실체를 살펴보는 것은 퍽 긴요한 일이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후세인 “나는 대통령” 범죄혐의 서명 거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1일 바그다드에서 시작됐다.후세인은 이날 자신의 최측근 11명과 함께 특별재판소에 출석,자신들에게 적용될 기소혐의에 대해 들었다.지난해 12월13일 자신의 고향 티크리트에서 체포된 뒤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후세인의 재판모습은 일단 녹화된 뒤 엄격한 검열을 거쳐 CNN,알 자지라TV 등에 공개됐다. 재판시작과 함께 특별재판소의 정통성에 대한 후세인 변호인단의 공격,후세인 사형여부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신경전도 뜨거워졌다.후세인의 범죄가 광범위하고 증거수집의 어려움과 특별재판소의 능력 등을 고려해볼 때 실질적인 기소와 재판은 빨라야 연말이나 가능할 전망이다. ●후세인 “난 이라크 대통령” 30분여동안 진행된 첫 재판에서 후세인은 도전적이며 특별재판소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다소 지친 모습의 후세인은 법정에서 쉰 목소리로 “이것은 모두 연극이다.진짜 범죄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신분을 묻는 질문에 “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후세인은 법정에 도착했을 당시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있었다.법정에 들어가면서 수갑과 포승줄은 풀어졌다.TV카메라는 보안을 고려해 판사 뒤에서 후세인의 모습을 찍었다.후세인은 기소 혐의를 듣는 중간중간 메모를 해가면 재판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라크 판사 한명으로부터 7가지 예비 기소혐의를 들은 후세인은 법률 서류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그는 “쿠웨이트는 이라크 영토다.그건 침공이 아니다.”라며 쿠웨이트 침공을 옹호했다.또 쿠웨이트에 대해 “어떻게 당신들은 그 자식들을 변호할 수 있는가”라며 욕설을 퍼부어 판사로부터 “그런 말은 법정에서 금지돼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느린 진행,열띤 공방전 후세인의 주요 범죄 혐의는 이란-이라크전 당시 겨자가스를 써 이란 군인 2만명을 죽인 혐의,쿠웨이트 침공,88년 쿠르드족 마을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 5000명 학살 등 광범위하다.이란과 쿠웨이트는 재판과정에 참여,증거를 제시하며 후세인의 유죄를 증명하는데 협력할 방침이다. 후세인의 아내 사지다에 의해 구성된 20명의 변호인단은 특별재판소가 후세인을 재판할 권한이 없음을 집중 공격할 계획이다.변호인단은 현재 이라크에 들어가지 못하고 요르단에 머물고 있다.변호인단을 이끄는 무하마드 알 라쉬단은 “현행 이라크 사법부는 행정부와 동일하다.”며 “(삼권분립 차원에서)합법적이지 않다.”고 공격했다.변호인단에 가세한 프랑스 변호사 엠마뉴엘 루도트는 “특별재판소는 불법으로 일으킨 전쟁으로 탄생한 불법 정부에 의해 구성됐기 때문에 합법성이 결여돼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의 처벌수위를 사형으로 정해놓은 인상이다.말리크 도한 알 하산 이라크 법무장관은 “후세인은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셰이크 가지 알 야웨르 대통령도 “정권을 넘겨 받은 직후 회의를 갖고 후세인에 대한 사형선고 방침 등 현안을 논의했다.”며 사형선고 가능성을 시사했다.미국도 후세인의 혐의가 증명되면 ‘최고형’인 사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럽은 사형에 반대다.세실 포조 디 보르고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30일 “후세인 재판은 이라크 국민에 달려 있으며,재판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후세인을 사형하는 데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한 측근도 영국은 사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3월 말과 4월 초 이라크인 3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1%가 후세인을 사형해야 한다고 답했다.후세인 재판이 시작되면서 후세인 정권 시절 억압받았던 시아파 밀집지역은 환호하는 분위기다.반면 대다수 수니파들과 후세인 추종자들이 살고 있던 지역은 불안정과 생활수준 악화로 침체돼 있다.일각에서는 후세인 재판이 이라크를 종파·종족간 분열을 심화시킬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외신 lark3@seoul.co.kr˝
  • 후세인, 1일 이라크 법정 선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일 이라크 재판정에 선다.지난해 12월13일 티크리트의 땅굴에서 체포된 뒤 거의 6개월만에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30일 미군으로부터 후세인 전 대통령과 최측근 11명의 법적 신병을 인도받았다.살렘 찰라비 이라크 특별재판소 소장은 이날 오전 수용시설을 방문,이들에게 법적 권리와 향후 일정을 통지했다고 밝혔다.찰라비는 “이로써 후세인에 대한 사법 처리절차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후세인 등 12명은 1일 법정에 출두,혐의 내용에 대한 인정심문을 받게 되며 실질적인 기소와 재판은 증거수집 등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빨라야 연말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와파크 알 루바이에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재판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 알 야웨르 대통령은 아랍 일간지와의 기자회견에서 주권 이양 직후 열린 각료회의에서 사형제도를 부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후세인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하지만 영국과 유엔이 사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후세인의 주요 범죄 혐의에는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겨자가스 등을 사용해 이란 군인 2만여명을 죽인 행위,1988년 쿠르드족 마을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 5000명 학살,쿠웨이트 침공,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억압정책,가혹행위와 의문사에 대한 책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2)끝-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下)

    갈촌 선생의 장승에 대한 생각은 지식이 아닌 깨달음이다.글쓴이의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장승에 관한 책을 탐독하기보다는 고요한 명상으로 이제껏 알고 있던 지식 나부랭이들을 탈탈 털어내 버리려고 한다. ●신(神)을 향한 기도는 민족·국가 초월 한 때는 장승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지닌 이들로부터 다른 나라에 있는 장승과 유사한 조각품들과 갈촌선생이 제작한 탈이나 장승이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괜스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었다고 한다.자신은 한 번도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으며,외국어로 쓰여 있는 외국의 책이나 다른 글들을 읽어본 적도 없는데 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하면 몹시 억울하기도 했었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장승의 마음을 읽어내는 눈을 뜨게 되면서부터 외국의 석인상(石人像) 종류나 나무로 다듬은 신상(神像)들이 한국의 장승이나 탈과 원초적으로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식량 부족과 질병의 두려움,천둥 번개 홍수 폭풍이나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의 무서움,풍성한 종족의 번식을 소망하는 기도,야생동물들의 공격이나 적대국들의 침략 공격으로부터 종족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을 향한 기도 등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공포와 소망은 민족이나 국가가 다르다고 하여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고 있으며,그 꿈을 비는 마음이 장승이나 탈의 형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액과 탈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데 액과 탈을 인간에게 가져오는 것이 귀신이라고 한다.그 귀신을 쫓아내면 액과 탈이 소멸되는데,한국인이 귀신을 쫓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귀신에게 술을 먹여서 기분을 좋게 하여 달래서 보내는 법이 가장 흔한 방법이고,칼과 창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쫓아보내는 방법이 다른 하나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근간으로 삼아 장승의 모습이 정해지는데,장승이 서 있는 마을에 따라,장승을 다듬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천만가지의 표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대개는 그 지역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존경받고 숭배의 대상이 되어 온 전설적인 장군이나 성인(聖人)들의 모습이 장승 얼굴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그래서 장승을 보면 그 마을의 질병이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데,그 장승을 만든 사람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곧 장승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갈촌 선생은 20년 넘게 탈과 장승의 마음을 깨닫기 위해 살아오면서 차츰 현대사회 속에 장승문화를 이식시켜야겠다고 여기게 되었다.장승이 지닌 가장 좋은 점이 인간이면 누구나 자생력을 발견하여 키우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였다.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것은 인간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무를 선택하고 장승의 모습을 만들어낸다.자신이 장승이 되는 것이다.살아있는 사람의 꿈이 장승의 마음으로 전환되는 것이다.장승을 다듬는 동안 몸을 청결하게 하고,섭생을 조심하는 것은 자연의 힘을 전해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그 과정을 통하여 자신과 자연이 하나가 됨을 깨닫는 것이 더 큰 기쁨인 것이다.지극 정성으로 장승의 몸을 만드는 행위는 곧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나무나 돌에 형상화시키는 신비의 체험이자 원초적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같은 깨달음을 보다 많은 현대인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장승학교를 열었다.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자생력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즉 내 손으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행위는 현대 산업 사회가 숙명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경쟁과 자연파괴의 위험을 깨닫고,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경쟁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내뿜는 고통,억압,번뇌의 독기를 없애고 상생(相生)의 삶을 살 수 있는 여유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가능하다는 깨달음으로 바꿔주기 위해서 장승학교를 연 것이다.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행위 1997년부터 시작한 장승학교는 4개월 코스와 2박3일 코스 두 종류가 있다.올해까지 9년 동안 장승학교를 졸업하고,장승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장승을 말해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약 330명이나 된다.전국에 걸쳐서 장승 문화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도 장승학교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의 장승운동을 통해서였다. 장승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 개인의 정신이 지닌 한없는 능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인간이면 누구든 혼자서 장승을 만들 수 있다는 것,내가 주체가 되어야 온전한 장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누구든지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남의 도움 없이 자신의 장승을 훌륭하게 만들고 그 장승은 남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평등하고 고귀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이 능력을 서로 존중해야만 진정한 주체가 나타나며,그 주체는 곧,모든 사람의 존재는 다른 모든 존재와 필연적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상생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이같은 능력을 예술로 승화시키면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이자 자연의 마음에 인간의 마음이 얹혀지는 것이라고 한다. 장승학교에서 배우는 과정 중에는 ‘장승팔괘마당’이라는 놀이가 있다.장승학교 졸업식 때나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 벌이는 장승축제다.졸업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 과정이기도 하다.모두 여덟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1)장승 만들기(2)장승 그림 그리기(3)장승 그림을 위한 시 낭송(4)장승 춤(5)장승 춤을 위한 시 낭송(6)장승 노래(7)장승 노래시(8)함께 하는 마당. ●장승은 한국문화의 ‘영원한 새벽’ ‘장승팔괘마당’ 놀이의 특징은 어떠한 정형성도 부정하는 것이다.정형성이 없기 때문에 그 때 그 때마다 모든 것이 달라진다.기존의 틀에 얽매여 있는 고정관념을 털어 내어 활활 태워버리는 것이다.자연에서 정형성이란 없다.인간의 눈이나 생각이 정형성을 만들었을 따름이다.자연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이 팔괘마당의 축제에 대하여 미쳤다는 표현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혼란스럽고,기괴하며,섬뜩하기도 하고,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상망측한 짓거리라고 내뱉기도 한다.그런데 유럽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신선하고 충격적인 예술의 한 극치라고 칭찬하는데,두 가지의 다른 견해 차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단다. 특히 장승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의 세계는 확실히 이채롭다.그때마다 상황과 연희자의 생각에 따라 토해내는 소리는 심령의 노래다.고대 조상들의 심성과 고요한 자연의 마음이 짓고 허물면서 원초적 근원을 느끼게 한다. 갈촌 선생의 장승 가르치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주문 외우기다.장승을 다듬는 사람들이 줄곧 입으로 소리내어 외우는 주문은 ‘좋아진다! 좋아진다!’는 것이다.장승 다듬는 이가 ‘좋아진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만든 장승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좋아진다는 따뜻함이 일어난다. 장승을 만드는 것은 그 시대의 마음을 기록하는 것이다.망치로,칼끝으로 장승을 깎으면서 외친다.내가 좋아진다,내 집과 이웃,마을과 나라,세계와 우주가 좋아진다고 외친다.그렇게 믿으면 다 이루어진다.장승은 한국 문화의 영원한 새벽이다. ●알림 지난 1월부터 독자여러분의 성원속에 연재해 온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이 이번 52회로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그동안 1주일에 두차례씩 집필해 주신 정동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2)끝-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下)

    갈촌 선생의 장승에 대한 생각은 지식이 아닌 깨달음이다.글쓴이의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장승에 관한 책을 탐독하기보다는 고요한 명상으로 이제껏 알고 있던 지식 나부랭이들을 탈탈 털어내 버리려고 한다. ●신(神)을 향한 기도는 민족·국가 초월 한 때는 장승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지닌 이들로부터 다른 나라에 있는 장승과 유사한 조각품들과 갈촌선생이 제작한 탈이나 장승이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괜스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었다고 한다.자신은 한 번도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으며,외국어로 쓰여 있는 외국의 책이나 다른 글들을 읽어본 적도 없는데 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하면 몹시 억울하기도 했었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장승의 마음을 읽어내는 눈을 뜨게 되면서부터 외국의 석인상(石人像) 종류나 나무로 다듬은 신상(神像)들이 한국의 장승이나 탈과 원초적으로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식량 부족과 질병의 두려움,천둥 번개 홍수 폭풍이나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의 무서움,풍성한 종족의 번식을 소망하는 기도,야생동물들의 공격이나 적대국들의 침략 공격으로부터 종족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을 향한 기도 등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공포와 소망은 민족이나 국가가 다르다고 하여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고 있으며,그 꿈을 비는 마음이 장승이나 탈의 형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액과 탈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데 액과 탈을 인간에게 가져오는 것이 귀신이라고 한다.그 귀신을 쫓아내면 액과 탈이 소멸되는데,한국인이 귀신을 쫓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귀신에게 술을 먹여서 기분을 좋게 하여 달래서 보내는 법이 가장 흔한 방법이고,칼과 창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쫓아보내는 방법이 다른 하나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근간으로 삼아 장승의 모습이 정해지는데,장승이 서 있는 마을에 따라,장승을 다듬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천만가지의 표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대개는 그 지역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존경받고 숭배의 대상이 되어 온 전설적인 장군이나 성인(聖人)들의 모습이 장승 얼굴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그래서 장승을 보면 그 마을의 질병이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데,그 장승을 만든 사람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곧 장승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갈촌 선생은 20년 넘게 탈과 장승의 마음을 깨닫기 위해 살아오면서 차츰 현대사회 속에 장승문화를 이식시켜야겠다고 여기게 되었다.장승이 지닌 가장 좋은 점이 인간이면 누구나 자생력을 발견하여 키우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였다.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것은 인간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무를 선택하고 장승의 모습을 만들어낸다.자신이 장승이 되는 것이다.살아있는 사람의 꿈이 장승의 마음으로 전환되는 것이다.장승을 다듬는 동안 몸을 청결하게 하고,섭생을 조심하는 것은 자연의 힘을 전해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그 과정을 통하여 자신과 자연이 하나가 됨을 깨닫는 것이 더 큰 기쁨인 것이다.지극 정성으로 장승의 몸을 만드는 행위는 곧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나무나 돌에 형상화시키는 신비의 체험이자 원초적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같은 깨달음을 보다 많은 현대인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장승학교를 열었다.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자생력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즉 내 손으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행위는 현대 산업 사회가 숙명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경쟁과 자연파괴의 위험을 깨닫고,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경쟁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내뿜는 고통,억압,번뇌의 독기를 없애고 상생(相生)의 삶을 살 수 있는 여유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가능하다는 깨달음으로 바꿔주기 위해서 장승학교를 연 것이다.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행위 1997년부터 시작한 장승학교는 4개월 코스와 2박3일 코스 두 종류가 있다.올해까지 9년 동안 장승학교를 졸업하고,장승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장승을 말해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약 330명이나 된다.전국에 걸쳐서 장승 문화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도 장승학교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의 장승운동을 통해서였다. 장승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 개인의 정신이 지닌 한없는 능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인간이면 누구든 혼자서 장승을 만들 수 있다는 것,내가 주체가 되어야 온전한 장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누구든지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남의 도움 없이 자신의 장승을 훌륭하게 만들고 그 장승은 남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평등하고 고귀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이 능력을 서로 존중해야만 진정한 주체가 나타나며,그 주체는 곧,모든 사람의 존재는 다른 모든 존재와 필연적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상생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이같은 능력을 예술로 승화시키면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이자 자연의 마음에 인간의 마음이 얹혀지는 것이라고 한다. 장승학교에서 배우는 과정 중에는 ‘장승팔괘마당’이라는 놀이가 있다.장승학교 졸업식 때나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 벌이는 장승축제다.졸업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 과정이기도 하다.모두 여덟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1)장승 만들기(2)장승 그림 그리기(3)장승 그림을 위한 시 낭송(4)장승 춤(5)장승 춤을 위한 시 낭송(6)장승 노래(7)장승 노래시(8)함께 하는 마당. ●장승은 한국문화의 ‘영원한 새벽’ ‘장승팔괘마당’ 놀이의 특징은 어떠한 정형성도 부정하는 것이다.정형성이 없기 때문에 그 때 그 때마다 모든 것이 달라진다.기존의 틀에 얽매여 있는 고정관념을 털어 내어 활활 태워버리는 것이다.자연에서 정형성이란 없다.인간의 눈이나 생각이 정형성을 만들었을 따름이다.자연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이 팔괘마당의 축제에 대하여 미쳤다는 표현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혼란스럽고,기괴하며,섬뜩하기도 하고,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상망측한 짓거리라고 내뱉기도 한다.그런데 유럽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신선하고 충격적인 예술의 한 극치라고 칭찬하는데,두 가지의 다른 견해 차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단다. 특히 장승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의 세계는 확실히 이채롭다.그때마다 상황과 연희자의 생각에 따라 토해내는 소리는 심령의 노래다.고대 조상들의 심성과 고요한 자연의 마음이 짓고 허물면서 원초적 근원을 느끼게 한다. 갈촌 선생의 장승 가르치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주문 외우기다.장승을 다듬는 사람들이 줄곧 입으로 소리내어 외우는 주문은 ‘좋아진다! 좋아진다!’는 것이다.장승 다듬는 이가 ‘좋아진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만든 장승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좋아진다는 따뜻함이 일어난다. 장승을 만드는 것은 그 시대의 마음을 기록하는 것이다.망치로,칼끝으로 장승을 깎으면서 외친다.내가 좋아진다,내 집과 이웃,마을과 나라,세계와 우주가 좋아진다고 외친다.그렇게 믿으면 다 이루어진다.장승은 한국 문화의 영원한 새벽이다. ●알림 지난 1월부터 독자여러분의 성원속에 연재해 온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이 이번 52회로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그동안 1주일에 두차례씩 집필해 주신 정동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베델선생 서거 95주년 기념대회 열려

    대한제국의 국권이 꺼져가던 시절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여 항일운동에 앞장선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한국이름 배설·裵說) 선생을 추도하는 ‘베델 선생 서거 95주년 기념대회’가 2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묘지공원에서 열렸다. 베델선생기념사업회(회장 진채호)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토퍼 로빈스 주한영국대리대사,김유전 광복회장,이문원 독립기념관장과 독립운동가 유족,그리고 대한매일신보의 구국정신을 계승한 서울신문 채수삼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대회장으로 추대된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은 “베델 선생은 양기탁·박은식·신채호 선생과 민족정론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일제 침략의 부당성과 만행을 세계에 폭로하고 한국민의 가슴에 독립운동정신을 새겼다.”고 추모하면서 “선생은 단순한 언론인이 아닌 우국지사로 칭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수삼 사장은 추념사에서 “선생이 트리뷴지 특파원을 도와 고종의 밀서를 영국에 보낸 결과 을사조약의 강제체결을 만방에 알린 것은 한 편의 드라마”라면서 “서울신문은 뿌리가 되는 대한매일신보의 창간 100주년을 맞은 올해 구국 독립 정신을 되살리는 데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업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일제의 억압 아래서도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정론을 설파한 선생의 뜻을 기릴 것”이라면서 “올해 안에 태평로 서울신문 사옥 앞에 선생의 동상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념대회에서는 베델선생기념사업회가 95주기를 맞아 위촉한 ‘베델찬양가’를 대한독립군가 선양회 합창단이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 반주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책꽂이]

    ●정님이(김용택 지음,열림원 펴냄) 절판된 산문집 ‘옥이야 진메야’의 개정판.시인을 키운 섬진강의 어린 시절과 특별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아련하게 담았다.동네에 이사온 정님이에 대한 설렘,한 우산 속 빗방울 소리 등에 담긴 추억 여행을 통해 순박한 동심이 피어난다.8200원. ●백제시편(조재도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지난 85년 등단한 시인의 6번째 작품집.교육현장의 모순을 질타한 이전 시와는 달리 자연과 농촌의 넉넉함을 노래한다.평론가 방민호 서울대교수는 “공동체적 가치를 백제라는 온화한 왕국의 이미지로까지 격상시켜 보여준 매력적 시집”이라고 평가한다.6000원. ●한국 지역문학의 논리(박태일 지음,청동거울 펴냄) 지역 문학을 꾸준히 연구해온 저자의 글 모음집.지역문학에 대한 인식론과 연구방법에 대한 논의,지역 문학행정과의 관련성,경남·부산지역에서의 논쟁 등 세분야로 나눠서 묶었다.1만 9000원. ●본색(本色)(정진규 지음,천년의시작 펴냄) 산문시 형태를 고수해온 시인의 12번째 시집.“몸은 시간 속의 우리 존재와 영원 속의 우리 존재를 함께 지니고 있는 실체”라는 시인의 지론에 바탕한 78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을 수록.6000원. ●아버지의 총(이네 살림 지음,유정애 옮김,한빛문화사 펴냄) 쿠르드족 출신의 소설가 겸 영화감독의 자전적 소설.한 소년의 눈을 빌려 독립을 향한 쿠르드족의 염원,이라크인의 무자비한 억압과 그 속에서의 아버지의 사랑 등을 그린다.8500원. ●페인트공(유익서 지음,생각하는 백성 펴냄)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을 소설로 그려온 작가의 30년에 가까운 작품활동 가운데 대표작을 골랐다.다양한 상황 속 인간의 얼굴을 조명한다.평론가 박철화는 “예술과 일상의 대립과 변증의 세계”라고 분석한다.1만원. ●돈 후안 테노리오(호세 소리야 이 모랄 지음,정동섭 옮김,책세상 펴냄) 19세기 스페인 계관시인의 대표 희곡.탕자 돈 후안의 전설을 모티프로 한 뒤 주인공이 신앙심 두터운 여주인공을 만나 회개하고 구원받는다는 낭만적 내용으로 끝맺는다.5900원. ●적멸을 꿈꾸며(하순희 지음,태학사 펴냄) 지난 9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시조집.보편적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면서 유한자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작품 68편.5000원.˝
  • [CEO 칼럼] 경찰의 법 집행 존중해야/오상현 대한손해보험협회 회장

    몇가지 점만 제외하고 나면 2004년의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라는 형식적 외연에 상당히 근접한 듯하다.불과 십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의 의견개진이 사회 곳곳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때로는 크고 작은 사회적 사안별로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돌을 빚더라도 최적의 결론 도출을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우리 국민의 민주의식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주의를 경험한 기간이 짧다 보니 여전히 일부의 민주주의 의식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신중하면서도 개방적인 방식으로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도출된 최종 결론에는 설혹 반대의사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대승적 견지에서 흔쾌히 승복하는 자세 등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기초질서 단속 등 국민 일상과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집행되는 경찰 공권력이 과거와는 반대로 수난을 받고 있는 것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대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술을 마시고 파출소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근래에는 불만을 품고 차를 몰고 파출소에 돌진하거나 방화를 하는 일도 몇차례 있었다.정당하게 교통단속을 하는 경찰에게 몇 시간씩 억지를 부리며 지나칠 정도의 항의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공권력이 과거 독재 정권기에 인권탄압의 수단으로 쓰인데 따른 반발의 성격이 짙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국민을 보호할 공권력이 거꾸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민주인사를 탄압하고 권력 횡포의 수단으로 남용되었으니 공권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감정이 여전히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때가 아니라고 본다.우리나라는 현재 민주주의가 착실하게 진행되어 가는 자율적 과도기를 맞고 있다.민주주의의 정착기인 지금은 경찰의 공권력이 존중받기 시작할 때이어야 하는 것이다.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서구에서는 경찰의 법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 수갑을 채우고,때로는 곤봉세례를 받기도 하며 엄중한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찰이 없다면 우리는 단 한시간도 안전한 사회를 꿈꿀 수 없다.단란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경찰들을 기억해 보자.한국은 실제 세계적으로도 밤거리가 가장 안전한 몇몇 나라로 꼽히지 않는가.따라서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자신의 입장만 생각한 나머지 수많은 민주시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데에서 자라난다.불법적 공권력이 인권을 탄압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억압하였듯,거꾸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하게 집행되는 경찰력에 대해 법을 무시하고 대항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의 참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이제 교통법규위반 단속 같은 기초질서 확립 등을 위해 집행되는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은 존중돼야 한다.민주주의의 정착기인 현재는 공정성과 정당성으로 스스로의 권위를 세우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민주시민으로서 경찰의 법 집행에 대한 자발적인 협조가 요청되는 시대인 것이다.물론 여기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의 헌신적인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결국 이것은 세계 속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작지만 반드시 실천돼야 하는 우리 모든 국민의 과제인 것이다. 오상현 대한손해보험협회 회장 ˝
  • [토요일 아침에] ‘윈 윈’의 화해/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

    이웃간에 원수지고 사는 것은 비극이다.이웃도 본인도 모두 손해본다.이유는 자기가 앞을 보고 열심히 살기도 쉽지 않는데 원수인 이웃이 항상 방해자요 적대자로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화해는 이웃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의 삶을 위해서 더 중요하다.자신 속에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것이 사실은 미래를 향해 거침없는 날개를 단다는 말과 같다. 국가와 민족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철천지 원수지간의 역사를 끌어안고 고민하던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간의 심정적 적대정책을 벗고 대타협과 화해의 길로 들어서면서 유럽연합이 활성화되고 두 나라의 발전과 협력도 엄청나게 힘을 받은 것을 두나라를 오가며 경험할 수 있었다. 독일·프랑스관계 못지않게 힘든 관계가 아마 한·일관계일 것이다.국교정상화 이후 엄청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마음속은 솔직히 편치 않다.항상 서로간에 이익이 되는 해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필자는 한·일간에 이런저런 모임이 있을 때마다,화해협력의 방안에 관해 크고 작은 발제를 할 때마다 힘주어 강조하는 제안이 있다.화해의 상징적 행위를 개발하고 양국민이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것이다.곧 ‘8·15’를 한·일 국민 모두가 ‘해방절’로 기념하자는 제안이다.필시 일본에서는 이 날이 패망의 분노를 씹는 패전기념일일 것이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민족이나 나라를 부당하게 침략하며 고통을 안겨주는 군국주의 내지 식민주의적 사고와 악행에서 일본을 해방시킨 자유의 날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했다.그래야 식민지 억압의 피해에서 해방된 한국과 식민지 억압의 주체에서 해방된 일본이 진실로 화해하고 공동이익이 보장되는 미래를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일본이 내심 좋아하는 독일 사람들의 결단도 들려 준다.1985년 바이츠제커 대통령이 전국독일기독교 총회에서 독일이 패망한 날 5월4일을 평화를 위해 독일을 나치에서 패전을 통해 해방시킨 해방과 자유의 날로 지키자는 제안이 독일국민의 마음을 움직였고,결국 정신적인 통독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곁들여 하고는 했었다. 6·25는 6월달의 상징적 날이다.민족 비극의 날이요,진절머리 나는 날이다.남북간의 화해와 교류협력의 와중에서도 이 날만은 남은 남침의 피해자로,북은 남침의 가해자로 수백만명의 사상자를 만들어낸 민족비극의 극치를 되새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실제로 북의 남침으로 시작된 이 전쟁의 피해자는 우리 민족 모두이다.북진하고 후퇴하면서 정전협정이 맺어지기까지 우리민족은 얼마나 많은 원한과 비극속에 희생을 당했으며,지금까지도 적대관계속에 원수처럼 지내니 그 손해와 비극은 얼마인가 말이다.다시는 전쟁야욕도 전쟁발발도 용납되지 않는 결단의 날,그리고 전쟁이 아닌 평화만이 상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임을 확인하는 뜻에서의 ‘민족화해의 날’로 지킬 수 없을까 말이다.남북은 통일이후에도,이전에라도 윈윈하는 평화와 번영이 있어야 한다.과거를 승화시킨 미래지향의 화해는 반드시 우리 민족을 살려낸다. 8·15를 한·일 양국의 국민이 함께 해방의 날로 지킨다고 만사해결이라는 말은 아니다.이런 상징적 행위속에 진정한 미래지향의 선린이 싹튼다는 점이고,동북아 집단안보와 경제공동체 체제의 공동주역이기 때문에 성숙한 화해의 틀을 마련함으로 윈윈하자는 것이다. 6·25를 민족화해의 날로 쌍방의 국민들이 합의하여 지킨다고 해서 옛 적대적 반감과 상처가 아물거나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의 상징적 행위속에 우리가 염원하는 평화통일의 꿈은 훨씬 알차게 이루어져 갈 것이다.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
  • 이라크臨政 계엄령 검토

    이라크 임시정부가 오는 30일 미군 주도의 연합군으로부터 주권을 이양받은 뒤 계엄령을 선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요인 암살과 송유관 공격,차량폭탄테러 등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라크인,민주주의·치안 균형 원해”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가 주권을 이양받은 뒤 임시정부에 폭넓은 치안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계엄령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신문은 사담 후세인 시절의 억압통치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지만,이라크인들은 민주주의와 치안 유지를 함께 원하기 때문에 정부는 14개월째 이어지는 폭력에 맞서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실제 이라크에서는 지난 16일 북부석유공사(NOC)의 보안책임자가 암살당하고 앞서 14일 교육부 문화국장,13일 외무차관이 살해되는 등 최근 요인 암살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저항세력이 이라크 남부의 송유관에 폭탄테러공격을 감행,남부의 석유 수출이 10일 이상 중단됐다. 게다가 17일(현지시간) 바그다드와 인근 지역에서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한 것이 계엄령 선포를 고려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무와파크 알 루바이에 국가안보보좌관은 “각료들이 계엄령 선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측과 실질적 협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계엄령 선포를 위해서는 임시헌법에 비상통치에 관한 조항이 없기 때문에 새 법을 제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이라크 복귀 당장 어려워” 17일 차량폭탄테러 직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 상황이 너무 폭력적이어서 유엔 요원들이 현지에 복귀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BBC방송 인터넷판이 보도했다.지난주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된 새 이라크 결의안에는 유엔이 이라크로 복귀해 주도적 역할을 한다고 규정돼 있다. 황장석기자 외신 surono@seoul.co.kr˝
  • [월드 이슈-세계 언어지도가 바뀐다] EU 공용어 골머리 “영어로 통일하자”

    지난 5월1일로 회원국이 15개에서 25개로 늘어난 유럽연합(EU)이 언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공용어가 20개다 보니 각종 관련자료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유능한 통·번역사를 못 찾는 언어도 속출하고 있다.다만 동구권 국가들이 대거 신규 회원국이 되면서 EU 내에서 영어의 패권이 강화되는 경향도 있다. ●공용어는 없지만 영어가 중심축 4억 5000만 인구에 공용어가 20개다 보니 영어를 단일 공용어로 삼지 그러냐는 외부의 목소리도 많다.191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엔은 공용어가 영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6개라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다.이번 EU 확대로 공용어가 된 몰타어는 몰타 인구 40만명만 쓴다. 그러나 공용어 축소는 EU정신에 위배된다.유럽회의 번역담당사무국의 칼 뢴토르 사무국장은 “알 권리와 민주주의,평등의 문제이자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서 겪어야 할 문제”라며 공용어 축소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뢴토르 국장은 “EU 시민 가운데 2억∼3억명은 모국어 하나밖에 모른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빠짐없이 모국어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도리안 프린스 주한 EU대사도 “EU법규는 개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관련 법규가 그들이 모르는 언어로만 되어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실제로 EU 주민 누구라도 모국어로 EU 정보에 접근하는 데 거부당하면 EU 법정에 제소할 수 있다. 물론 영어가 기본이 되긴 한다.브뤼셀에 위치한 EU본부 직원 1만 6000명 사이에 주된 실무어는 영어다.EU집행위원 대부분 2∼3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 다수가 모이면 영어가 주로 쓰인다.독일 일부에서는 EU 인구 중 독어를 모국어로 쓰는 비중(24%)이 가장 높으므로 독어에 좀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체 EU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EU집행위가 자신의 모국어 외에 어떤 언어가 가장 유용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영어라고 답한 사람이 69%로,독어라고 답한 사람(26%)의 두배를 훨씬 넘었다.불어를 고른 사람도 37%로 독어보다 많았다.제2외국어로 교육되는 언어도 영어 89%,불어 32%,독어 18%순이었다. ●통·번역 비상 공용어가 20개다 보니 통·번역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2003년 현재 각종 법규,서신,출판물,보도자료 번역량이 150만쪽이었는데 올해는 260만쪽에 달할 전망이다.통·번역 요원과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EU 확대 전 5억유로(6950억원)였다.매일 800명의 통역요원이 필요했다. EU는 새로 공용어가 된 1개 언어당 110명씩의 정규직 통·번역사와 프리랜서를 채용할 계획인데,채용이 끝나면 비용이 8억유로(1조 1123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확대 초창기인 지금 최소 180명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며,활동이 본격화할 경우 36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 워낙 수요가 커 유능한 통·번역사를 찾기도 힘들다.특히 몰타어는 사용인구수가 워낙 적어 최근 실시된 EU통역요원 선발시험에서 단 한 사람도 선발되지 못했다.뢴토르 국장은 얼마전 몰타어를 핀란드어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소개해달라며 통·번역사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물론 통역이 EU간 언어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EU 전체로 다른 나라와 협상을 벌인 경우 협상국 언어의 통역도 필요하다. EU는 나름대로 장치를 마련했다.사용인구가 적은 언어는 먼저 주요 공통언어로 번역된 뒤 다시 사용빈도가 낮은 다른 언어로 번역된다.이를 위해 현직 통역사들에게 새 언어를 훈련시키고 있다.일종의 중계장치를 쓴 셈인데,이 과정에서 한 사람이 농담을 하면 통역을 거치느라 웃음이 시차를 두고 연달아 터지기도 하고 의미가 잘못 전달되기도 한다. 통역서비스를 제한하기도 한다.EU정상회의와 각료급 회의에는 20개 언어 모두에 대해 통역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대사급 회의에서는 영어 불어 독어 등 3개 언어에 한해서만 서비스가 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6000여개 언어중 100년후 90% ‘멸종’ 현재 지구상에서 쓰여지고 있는 6000여 언어 가운데 절반이 영어와 같은 유력 언어뿐 아니라 억압적인 정부정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앞으로 100년 안에 지구상의 언어 가운데 90%가 사멸할 것이라고 극히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언어학자들도 있다. 언어도 동물이나 식물처럼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멸종’할 수밖에 없다.언어의 사멸은 고대 제국이나 오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지금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언어의 사멸 현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하지만 언어의 사멸 속도와 범위는 전례없을 정도로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화·세계화 추세에 따라 강대국 언어가 세계 공용어로 사용되면서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와 삶,그리고 정신을 담고 있는 언어들이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2년 전 발표한 90쪽 분량의 ‘세계 사멸 위기 언어 지도’ 보고서에서 “프랑스,러시아에서 미국,호주에 이르는 세계 각지에서 소수민족의 언어와 유산이 사멸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유네스코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어는 최소 3000개에 이른다.”며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는 도구를 영원히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23개 현지어 중 절반이 중국어 때문에 사라지고 있는 타이완과,프랑스어가 현지어를 대체하고 있는 뉴칼레도니아 등을 위기 지역으로 꼽았다.또 프랑스 내에서 사용되는 14개 언어와 스칸디나비아와 러시아 북부에서 사용되는 사미어와 라플란드어 등을 사멸 위기 언어로 분류했다. 최근 들어 언어의 사멸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미국과 호주다.특히 호주에서는 1970년대까지 시행된 강력한 동화정책으로 수백가지 원주민 언어가 사멸됐다.미국에서도 유럽인 이주 전까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언어 수백가지 가운데 현재 150가지 미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은 당국의 압력으로 소수민족 언어의 앞날이 불투명한 반면 일본과 필리핀,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지역은 2000여 언어가 사용되는 등 언어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분석됐다.아프리카에서는 1400여 언어 중 550여 언어가 쇠퇴 일로에 있고,특히 250여개는 사멸 위기에 놓인 것으로 지적됐다.사멸 과정을 겪고 있는 언어들 대다수는 5000명 미만의 소수집단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5000∼6700여개의 언어가 있는 것으로 언어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이 가운데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100대 상위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나머지 10%가 6000여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특히 적도를 중심으로 열대지역의 20개 주요국이 종류면에서 세계 언어의 70%를 점하고 있다. 언어가 소멸의 운명을 피하려면 사용인구가 1억명이 넘어야 하고,국력이 세계 10위권 내에 들어야 한다.이와 함께 정부의 두 언어 또는 다언어 정책도 현지어 생존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국내에 번역·출간된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에서 저자 다니엘 네틀과 수전 로메인은 “언어를 보존하려면 원주민에게 자원을 통제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언어의 사용집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가정과 사회에서 그 언어를 사용해야만 언어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세계 유일 여성문자 ‘뉘수’ 세상에는 여성들만 사용하는 비전(傳) 언어도 있다.세계 유일의 여성 전용 문자인 중국의 ‘뉘수(女書)’ 관련 자료들이 지난 4월 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후난(湖南)성 문서관 류거닝(劉歌寧) 관장은 뉘수 문자가 적혀 있는 손수건,앞치마,스카프,핸드백,부채,서예작품 등 303점을 공개했다. 공개된 뉘수 자료들은 1900년대 초 청(淸) 말부터 1970년대까지 시대별로 다양하다. 뉘수는 중국의 소수민족인 야오족 여성들만이 사용한 독특한 마름모꼴 문자로 후난성 장융,다오(道),장화(江華) 등 3개 현과 광시좡주(廣西壯族) 자치구 일부 지방에서 사용했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불행과 심리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도 있었다.어머니에서 딸들에게로만 전해졌고,고립된 지역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남성들은 뉘수를 해득할 수 없었다. 뉘수는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 사회의 부단한 변화에 따라 농촌의 일부 할머니들만이 사용,거의 사멸 위기에 놓였다. 뉘수를 사용한 지방에서는 여성들이 죽을 때 뉘수로 쓴 물건들을 불태우거나 시신과 함께 매장하기 때문에 뉘수 관련 자료는 매우 희귀하다. 중국 정부가 100만달러를 들여 후난성 장융현에 짓고 있는 박물관에는 현재 700자만 사용되고 있는 뉘수 문서 등이 전시된다. 또 장융현 문화국에서 일하며 남성으로는 처음으로 뉘수를 배운 저우 수오이(79)는 50년간의 노력 끝에 최근 뉘수 사전도 편찬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 佛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사진전

    피에르 부르디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성향을 탁월하게 분석한 사회학자일 뿐 아니라,교육·미디어·문학·미술·패션 등 문화 전반에 관해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철학자로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석학이다.부르디외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해 고민한 사회비판적인 지식인이었다.‘사회문화적 불평등은 어떻게 재생산되는가.’라는 화두 아래 빈곤과 실업,파업 등 사회문제에 주목했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비판하는 선봉에 서기도 했다. 부르디외의 이런 사회참여적 면모는 그의 ‘알제리 체험’에서 또한 극명하게 드러난다.부르디외는 1958년부터 1960년까지 군복무를 위해 프랑스 식민지인 알제리에 머물면서 목격한 피압박민족의 사회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에르 부르디외 사진전-세계적인 사회학자가 바라본 알제리의 이미지’전(7월18일까지)은 부르디외가 당시 알제리에서 찍은 사진작품들을 한 데 모아 보여준다. 부르디외의 사진은 식민지종주국으로서 프랑스가 알제리에 대해 갖고 있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거둬낸다.대신 식민지배와 전쟁에 시달린 알제리의 피폐한 모습을 생생히 전해준다.부르디외는 사회학·인류학·민속학적인 차원에서 알제리인들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사진을 활용했다. 이번에 공개된 150점의 작품들은 식민지 알제리의 참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1830년 이래 알제리를 지배해온 프랑스는 2차대전 이후 공개적으로 분출된 알제리의 독립 열망을 무참히 짓밟았다.1945년 시위에서는 셸리프 지역에서만 5000여명이 죽었다.‘셸리프의 제바브라,집단이주민 수용소’ 같은 작품이 그 증좌다.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의 독립전사들과 프랑스 사이의 투쟁은 1956년 이후에는 하나의 전쟁으로 발전했다.알제리의 독립을 지지한 부르디외는 군복무 기간이 끝난 뒤에도 알제리에 계속 머물며 빈곤에 찌든 사람들,억압받는 여성,남루한 차림의 어린이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들이 보여주는 알제리는 아름답지도,저널리스트적이지도 않다.인종주의적인 것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부르디외는 사진 덕분에 자신의 연구대상인 알제리인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고 사적인 모임에도 초대받아 “연구대상과 공감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전시기간 중에는 “사회학은 격투기다.”라는 요지의 부르디외의 인터뷰 비디오도 매일 상영한다.관람료 어른 4000원,초·중·고생 2000원.(02)720-066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요절 문화평론가 이성욱 유고집 4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대중문화의 가벼운 현상도 그의 섬세한 감각에 포착되면 심오한 의미가 부여됐다.늘 깨어 있으면서,샘솟는 문제의식으로 상업적 글쓰기를 질타하는가 하면 70년대 대중문화의 큰 아이콘이었던 ‘쇼쇼쇼’ ‘선데이서울’ ‘김추자’에서 대중문화의 만개(滿開)를 끄집어 내기도 했던 문화평론가 고(故) 이성욱.‘한국 대중문화 100년사’란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를 꿈꾸다가 2002년 11월 요절해 주위를 안타깝게 한 그의 사유가 담긴 유고집 4권이 나왔다.그 속엔 80년대엔 문학평론가·문화운동가로,90년대엔 전방위적 문화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이념의 공백’으로 침체에 빠진 한국 문화운동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고인의 ‘지적 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편 지난 2년 동안 유고집을 준비해온 ‘고 이성욱 유고집 출간 준비위원회’는 18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출간기념회를 갖고,정주하지 않은 채 늘 현실과 그 반영태인 문화의 변화과정을 추적해온 고인의 비평정신을 기린다. ●20세기 문화이미지/문화과학사 펴냄 고인이 90년대부터 운명을 달리하기 두달 전까지 문화현상을 분석한 글 모음집.‘최후의 유작’인 셈이다.부제 ‘윈도를 열고 몸으로 만나 다중이 되자’가 말하듯 여러 문화현상에 열린 감각을 유지한 채 그 특성과 구성과정을 분석한 게 특징이다.눈길을 끄는 것은 3장.‘새로운 정복자 MS’ ‘금발 컴플렉스의 거푸집’ ‘나라를 구한 어린이’ 등 23개의 아이콘으로 20세기의 문화 이미지를 분석한다.영화와 축구,체 게바라의 징후,민족·민중운동과 신세대문화의 크로스오버까지 ‘문화 리베로’로서의 왕성한 관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근대문화 연구서’이다.1만 5000원. ●쇼쇼쇼/-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 - 생각의 나무 펴냄 모두 4부로 구성된 문화비평서.한국 대중문화 100년의 계보를 엮으려는 고인의 의욕이 잘 느껴진다.개혁·반공·검열·계급·소비 등 ‘5개의 강박관념’이라는 키워드로 1900년부터 90년대까지의 문화를 꿰뚫는 2부에는 고인의 문제의식이 집약돼 있다. 특히 ‘이성욱의 아우라’가 물씬 묻어나는 70년대 대중문화 분석은 압권. 고인은 자신의 청년시절 문화적 삶의 흔적들이 배어 있는 이 시기를 “한국 대중문화가 가장 만개했지만 ‘긴급조치’로 대변되는 억압과 검열로 순식간에 암흑기로 돌아선 ‘비운의 시대’”라고 평가한다.1만 8000원. ●비평의 길/문학동네 펴냄 80년대 풍만했던 민중문학에 대한 애정에서 90년대 개인·내면화로 침잠해간 우리 문학의 흐름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평론집. 먼저 조세희·윤정모·안재성 등의 작가론과 ‘반미(反美)문학’ 등을 통해 80년대 문학이념 논쟁을 정리한다.이어 ‘표절 논쟁’과 90년대 들어서 벌어진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면서 후기자본주의시대 문학의 상품성을 질타,대안적인 글쓰기를 제안한다.문학의 위기에 공세적으로 맞서려는 의욕도 담겼다.그런 노력의 하나로 시인 김지하·백무산·유하·안도현 등의 작품 변화과정을 분석한다.1만 6000원. ●한국 근대문학과 도시 문화/문화과학사 펴냄 고인이 병마와 싸우면서 마무리한 박사학위 논문들을 엮은 책.“근대 도시는 근대문학의 성립에 있어 불가피한 요소”라는 입장에서 전차·카페·백화점 등 ‘근대성의 옷’을 입은 1930년대 도시 공간을 중심으로 문학이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살핀다.문단의 ‘모던 보이’소설가 이상과 박태원,김기림·정지용 시인 등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새롭게 형성된 근대 도시와 그것을 체험한 주체(문인),그리고 그들의 문학적 표현 사이에 긴밀한 관련성이 있음을 포착한다.사회현상을 현미경처럼들여다보면서 그 구조를 이해하려는 거시적 틀을 놓치지 않고 있다.1만 4000원.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 [국제플러스] ICFTU “노조원 작년 129명 살해”

    |브뤼셀(벨기에) AFP 연합|전세계적으로 고용주들과 각국 정부의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과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9명의 노동조합원들이 살해되고 이보다 많은 노조원들이 투옥됐다고 세계 최대 노동조직인 국제자유노조연맹(ICFTU)이 9일 연례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혔다.이 보고서는 전세계 13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 [여자는 욕을 얼나마 할까] 남자들이 하는 욕은 다 한다

    여자의 생생한 욕을 들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식당의 욕쟁이 할머니에게나,저잣거리 정도에서가 아닐까.여자들은 언제 욕을 하고 싶어할까,정말 욕을 쓰는지,쓴다면 어떤 욕을 쓸까.‘여자의 담배’처럼 우리 사회의 금기인 ‘여자의 욕’.서울신문 여성팀은 지난 4, 5일 20∼40대 여성 104명에게 e메일을 보내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그 결과 놀랍게도 욕,그것은 여자에게 갈증이었다. 자신이 ‘상사’라고 생각하는 남자 직장인은 특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직장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욕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머리에 똥만 든 놈’,‘사이코’,‘또라이’‘띠발’.직장상사가 무례한 언행을 하거나,얼토당토 않은 일,책임을 떠넘길 때 뒤통수에 내갈기는 여자의 욕이다.대부분은 입안에서,혹은 머릿속에서 빙빙 돌지만 개중에는 참다못해 얼굴에 대놓고 욕하는 여자들도 있다.‘개XX’,‘또라이’,‘씨XX’ 같은 욕을 부장에게 대놓고 했다는 여성(23·미혼)도 있었다. “회사의 싸이코 상사가 또라이 짓할 때”(23·미혼),“상사에게 깨졌을 때”(25·미혼) 같은 사례는 그렇다 치자. “상사가 일과 관련해 말귀를 못 알아듣고 똑같은 소리 해대거나 제 의견이 맞다고 우길 때”(30·기혼),“선배라는 이유만으로 후배에게 일을 떠넘길 때”(38·기혼) 같은 ‘이유있는 항변’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괜히 부하나 후배에게 “욕들어 먹을 짓”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충고이기도 하다. “운전할 때”가 꽤 높은 빈도를 차지한 것은 예상된 결과였다.여성 운전자가 크게 늘어난 지금,사소한 차선다툼 같은 일로 뭐라고 중얼대는 옆 차량 여성 운전자를 목격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중얼대는 “그 뭣”이 대체로 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갑자기 옆 차로에 끼어들 때” “이 개XX야라고 소리질러 봤다.”(39·기혼)는 여성에서부터 “염병할”,“쓰X”,“미친X” 등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들은 “일이 안 풀릴 때”,아이를 둔 주부들은 “아이가 말을 안들을 때” 욕을 쓰고 싶어했다.학원을 운영하는 한 여성(41)은 “아이가 속을 썩일 때” “이 새X야”라는 욕을 써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편이 늦게 들어올 때 욕을 하고 싶다.”는 주부(40)는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반말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에게 야,이 새X야,언제 봤다고 반말이야.”라고 욕을 해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상이 남편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남편과 격하게 싸웠을 때 욕을 써본 적이 있다.”는 한 공무원(49)은 남자들이 흔히 쓰는 욕을 그대로 썼다고 고백했다.거의 모든 여자들은 남자처럼 욕을 쓰고 싶어하고 실제로 써봤다는 사람이 10명 중 9명꼴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단지 여자들이 욕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남자들이 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지랄’,‘재수없는 X’ 같은 것들도 욕의 범주에 넣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들도 대놓고는 잘 쓰지 않는 ‘니XX’,’X같이’ 같은 욕들도 이번 조사에서는 “써봤다.”거나 “알고 있으며 써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욕을 쓰는 대상만 해도 남편,자식,형제에서부터 상사,후배,친구,상대편 운전자,불특정 다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상당수 여자가 욕을 쓰고 싶어 하며,혼잣말이든 대놓고 하든 욕을 하지만 그 3분의2는 “여자라는 이유로,혹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점은 ‘여자의 욕’이 아직은 여자에게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한 회사원(24·미혼)은 “‘지랄’같은 욕은 대놓고 한다기보다 감탄사처럼 내뱉는다.”면서 “주변의 시선이 꺼려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욕쓰는 여자의 3분의1은 “욕을 하고 싶지만 주변의 시선이 걸려,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하지 못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에 단호히 “아니오.”라고 고개를 저었다.경찰관이라고 밝힌 여성(46)은 “여자라고 해서 못할 것은 없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하지 않을 뿐”이라고 경계선을 긋는다. 그러나 욕을 하고 싶어도,그것을 억압하는 사회가 아무리 답답해도,욕을 하는 사람을 보면 “스트레스 해소라면 괜찮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보기 싫다.”,“저질스럽다.”는 응답이 다수파를 차지한 점은 흥미롭다. “‘자식’정도 쓰는 여자는 괜찮다.남자도 괜찮다.근데 욕을 진심으로 쓰는 사람은 좀 그렇다.남자든 여자든….”(30·미혼·학생),“일상회화가 몽땅 욕인 남자애들 보면 좀 그렇다.”(30·기혼·은행원),“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지만 천박해 보인다.특히 여중생,여고생이 몰려다니며 듣기 거북한 욕을 큰소리로 해대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33·기혼·대기업 과장) 유지혜 이재훈기자 sunstory@seoul.co.kr˝
  • 盧대통령 “단기부양책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7일 17대 국회 개원 축하연설에서 집권2기 국정운영의 방향으로 경제·민생 회복에 무게중심을 실었다.노 대통령은 특히 ‘경제위기론’과 관련,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경제불안 심리를 차단하는데 주력했다.또 ‘독재의 망령,권력의 들러리’와 같은 표현들을 사용하기도 했다. ●경제·민생회복 노 대통령은 내수부진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결코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올해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전망,외환보유액 1600억 달러(세계 4위),상장기업 이익률 97년 이래 최대치,부채비율 선진국 수준 하락 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재계의 적극적인 투자 약속,노사간 무분규 선언,노사정지도자회의 가동 등도 우화적 환경으로 추가했다.‘3대 해외악재’인 중국 쇼크,국제유가 급등,미국의 금리인상 등도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비정규직 처우 향상을 비롯해 중소기업 대책 마련,재래시장 지원,실업률 감소와 청년실업 해소를 통한 빈부격차 완화,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보강 등을 거론해 ‘분배’에도 비중을 뒀다. ●“과장된 위기론이 진짜 위기 불러” 노 대통령은 지난 89년 재계와 언론이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개혁 저지를 위한 ‘총체적 위기론’을 들고 나왔고 정부는 여론에 떠밀려 증시부양과 건설투자 확대책을 내놓아 결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했다.노 대통령은 2000년에도 ‘제2의 IMF위기설’이 대두돼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고 실제로 경기하강을 가속화시켰다고도 했다.노 대통령은 “경제위기설이 무리한 대책을 낳고 그것이 진짜 위기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반복해선 안 된다.”면서 단기부양책을 쓰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독재의 망령 살아나지 못할 것” 노 대통령은 모범적 선거문화 변화와 시민참여,밀실공천 폐지 등을 들어 17대 국회를,4·19혁명 이후의 5대 국회와 6월항쟁 뒤의 13대 국회에 빗대어 ‘국민의 국회’,‘시민의 국회’로 규정했다.노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국회를 권력의 들러리로 전락시켰다면서 발췌개헌,4사5입개헌,3선개헌과 유신,3당 합당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17대 국회에서는 “억압과 저항으로 얼룩진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고,다시는 독재의 망령이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한나라당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또 “당과 국회를 지배하는 일은 없다.”면서 “대통령은 헌법적인 틀 속에서 정당한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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