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억압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안타왕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계파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경련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근시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52
  • 전경린 새소설 ‘황진이’

    전경린 새소설 ‘황진이’

    ‘정염의 작가’ 전경린이 황진이(이룸출판사 펴냄)를 소설로 불러냈다.‘끼’라면 남 못지 않은 작가와 역시 ‘끼’라면 둘째가 서러운 조선시대 기녀와의 만남 자체로 눈길을 확 끈다.3일 서울 인사동에서 작가를 만나 작품구상과 자료 수집에서부터 황진이의 해석과 형상화 등 원고지 1540장에 자신을 태운 10개월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이태준·최인호,북한의 홍석중 등이 다루었던 인물을 다시 소재로 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고 시절 마냥 끌린 여성들이 나혜석 윤심덕 전혜린 그리고 황진이였다.‘언젠가 소설로 옮기고 싶다.’고 마음먹었다.게다가 등단 10년을 맞아 현재를 무대로 한 어떤 스토리도 황진이만큼 끌리지 않았다.” 조숙했던 여고생 전경린을 사로잡은 여성들은 모두 당대의 문제적 인물.여성문제를 감각적 문체로 빚어온 작가의 작품세계와 맥이 닿는다.따라서 곧바로 ‘전경린의 황진이는?’이라는 호기심으로 이어진다.“야담·야사는 황진이의 몸을 남자를 유혹하는 위험하고 저급한 것으로 규정하는데 저는 이것이 표피적이라 판단,몸 이데올로기를 긍정하고 존중했다고나 할까요.이야기 얼개는 야사를 존중했습니다.” 황진이의 정신적 세계에 무게를 뒀다는 말이다.그래서 작가는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홀려 파계하게 만들거나 서경덕을 유혹하는 장면을 단순하게 처리한다.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기생 황진이’의 가장 큰 자긍심은 역시 사랑”이라는 작가의 시선은 선비 이사종과의 사랑을 묘사할 때 어느 판본 못지않게 후끈하다.“자기 운명의 모순 속에 스스로 갇히면서도 그 속에서 억압을 풀어가는 황진이와 선비 이사종의 운명적 사랑을 그릴 때 제일 행복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둘의 사랑은 절제된 열정이기에 더 뜨거워 가슴이 델 것 같다. 황진이를 낳기 위해 들인 공은 만만치 않다.야사나 야담은 샅샅이 훑었고 송도 거리를 그리기 위해 이중환의 택리지와 조선시대 생활사 관련자료 등 엄청난 자료를 섭렵했다.이런 내공은 서얼 차별이 조선시대에 시작됐다거나 서경덕의 주기론에 대한 설명,서경덕의 제자인 허난설헌과 허균의 아버지인 허엽과 토정 이지함의 사연 등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나아가 당대 유교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바라보는 비판으로 피어나기도 한다.“이전의 황진이 묘사는 남성적 서술에 유린당한 면이 있습니다.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면 품위 있고 진정한 학자이고 넘어가면 위선이라는 구분도 너무 작위적입니다.” 창작 도중 작가에게 힘을 준 것은 인간의 보편성이었다.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500년 전의 황진이나 현대 여성의 내면의식에 흐르는 동질성을 발견하고 자신감이 생겼고 이후에는 그 느낌을 따라갔다고 한다. 작가는 작중 인물에게 자신의 내면의식을 불어넣으면서 대화한다.그 과정에서 닮은 점도 발견할 것이다.“신분 차별의 희생양 황진이나 도읍의 영화를 한양에 내준 송도,유교 가운데 주변부 이론인 주기론의 서경덕 등 모두가 비주류잖아요.제도적 권위나 출세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제 생각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이런 애정은 작품 끝까지 이어져 “갖은 세파를 넘어온 황진이 앞에 또 하나의 생이 열리는 듯한” 신비감 속에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이진의 섹스&시티] 밝히는 걸

    “난 내 남자친구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모든 면에서 똑 부러지는 제 친구 신혜.그는 성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랍니다.그런 그가 하루는 열을 내며 남자 친구 흉을 보더군요.평소 남자친구 자랑에 침이 말라 질투심을 유발하던 신혜라 관심이 가더군요. 얘기인즉 신혜가 남자친구에게 먼저 섹스 얘기를 꺼냈더니 순식간에 ‘밝히는 여자’ 취급하더랍니다.다른 사람도 아닌 평소 신혜의 성에 대한 열린 사고를 옹호해 주던 남자친구가 말입니다. 신혜는 일단 ‘네가 나를 원하는 것처럼 나도 너를 원할 수 있다.’라고 설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저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동안에도 신혜는 남자친구의 위선적인 태도를 참을 수 없다며 씩씩거리더군요. 평소에는 남자친구가 먼저 은밀한 제안을 하다가 역할이 바뀌니 남자친구가 거부감이 들어 신혜에게 ‘망발’을 한 것 같군요.왜 남자는 여자가 먼저 요구하면 거부감을 나타내는 걸까요?신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말이죠. 요즘 남자들은 여자가 매체에 나와 당당하고 대담하게 자신의 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면 박수를 보냅니다.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젊은 여자가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크나큰 금기였고 단정치 못한 일로 간주됐었는데 말이죠.요새는 많은 여성들이 여러 매체를 이용해 자신의 성담론을 펼칩니다.몇년 전 한 중견 탤런트가 자신의 성경험담에 대한 책을 내서 화제가 됐고 미국출신의 누드배우가 스타가 된 일도 있었죠. 이렇게만 보면 그동안 억압돼온 주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태도가 많이 유연해진 것처럼 보입니다.하지만 여전히 남자들은 자신의 여자친구나 아내의 ‘요구’는 묵살하는 게 당연한 듯 행동하고 헤픈 여자로 취급해 버리죠.여성의 개방적인 생각은 환영하면서도 실제로는 남자를 따라오기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만을 담당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 같습니다.아직도 여성들은 매일 남자들의 뿌리깊은 편견들과 싸워야 하는 것이죠. 섹스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고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죠.자신의 신념이나 윤리지침에 입각해 행동하는 우리는 자신의 섹스관과 성생활에 대해 당당한 게 당연하고요.하지만 잔존하는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여러 가지 편견들 때문에 여성들이 부딪히는 벽은 아직도 높게만 보입니다.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자신감을 가지고 주체적인 성생활을 누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일 텐데 말이죠, 남자들이 여자의 욕구를 인정하고 존중해 줬으면 좋겠습니다.여자가 수동적인 역할만을 맡기를 바라지 말고 남자와 같은 성적인 존재로,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능동적인 존재임을 알 때 성생활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요?여자가 먼저 얘기를 꺼낸다고 밝히는 사람 취급하지 마세요.새롭게 눈을 뜹시다.남자 여러분,제발 오늘부터라도 ‘편견의 동굴’에서 한발짝 나와 주실래요? ●이진 은요 초등학교 1학년때 쿠바 음악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경험한 조숙한 만 25세의 미혼여성.어린 시절부터 엄마 몰래 여성지의 ‘방중술’ 섹션을 즐겨보던 그녀는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술,책,친구,다큐멘터리 영화,음악을 사랑하고 사고의 경직을 거부한다.현재 케이블TV·잡지 등의 섹스 칼럼니스트임과 동시에 프리랜서 영상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 [여성&남성] 남성들이 본 ‘신데렐라 신드롬’

    “이딴게 시청률 50% 넘었다는 게 웃긴다.그 시간대에 볼만한 프로가 없어서 그렇겠지” “재미있게 보고있다.요즘 일도 힘든데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파리의 연인’ 같은 ‘신데렐라’ 드라마를 보는 남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린다.어이없어하는 반응이 있는가하면 시청률 50% 달성에 톡톡히 한몫을 하는 남자들도 많다. ●“요즘 드라마 짜증난다.” 박용진(27·회사원)씨는 요즘 여자친구를 만나면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기에 바쁘다.“여자친구가 한기주가 어떻고,건희가 어떻고 하는 통에 정신이 없다.”면서 “하도 말을 많이 하는 통에 얼마 전에는 나도 ‘파리의 연인’을 봤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대한 박씨의 반응은 허탈감.박씨는 “똑똑한 내 여자 친구가 왜 이런 삼류 드라마에 열광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박씨처럼 ‘신데렐라’ 드라마를 반대하는 남성들의 주장은 비슷하다. 재벌2세,3세처럼 돈많고 잘 생긴 남자 주인공이 나와서 벌이는 그렇고 그런 사랑놀음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칼럼을 쓰기도 한 김비환(46)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성은 현실에서 돈을 버는 것이 힘들고 돈에 따라 위계화된 질서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이런 좌절감과 억압을 느끼고 있는 남성은 아내나 애인이 ‘신데렐라’ 드라마를 보면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나타날까 우려해 짜증을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드라마가 현실에서는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을 강조하면서 여성들을 비현실적 꿈에 젖게 하고,그런 것을 할 수 없는 남성은 좌절감에 빠진다는 것이다. ●“왜 그래,재미만 있는데.” 반면 이정운(28·회사원)씨는 한 주일의 스트레스를 주말마다 여동생과 보는 ‘파리의 연인’으로 풀고 있다.이씨는 “드라마가 일단은 재미있고,웃다 보면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파리의 연인’을 즐겨보는 남성들도 적지않다.지난 25일 방송분은 시청률이 50%를 넘었다. 시청률조사기관인 TNS코리아가 분석한 4회까지의 10대이상 남성 평균시청률은 13.2%.18.5%인 여성 평균시청률보다는 낮지만 남성적 드라마로 분류되는 SBS ‘장길산’의 남성 평균시청률 8.5%를 크게 웃돈다. 로맨스물은 곧 여성취향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지난 연말 외화 ‘러브 액추얼리’를 2차례 이상 본 관객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았다.바꿔 말하면 여성적,또는 비남성적 감수성을 가진 남성들이 로맨스물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남자도 드라마를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이 TV드라마의 현실반영이냐,판타지 기능이냐를 놓고 갈등하다가 적어도 현재는 판타지가 우선순위라는 데 동의했다는 것이다.그만큼 경제다,정치다 피곤한 현실을 사는 시청자들이 남성,여성을 막론하고 드라마에서라도 현실을 ‘적극적으로’ 외면하고 싶은 심리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불좀 꺼주세요’ 30일부터

    1990년대 대학로 최다 관객 동원을 기록한 흥행작 ‘불 좀 꺼주세요’가 30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열전 열번째 작품으로 막을 올린다. 지난 92년 대학로극장에서 초연 당시 무려 3년6개월 동안 장기공연되며 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았고,‘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영화 ‘서편제’와 함께 소장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2000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연출가 황인뢰,배우 이호재 남명렬 정경순 등이 참여해 ‘다시보고 싶은 화제의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진 이후 4년 만의 재공연이다. ‘불 좀 꺼주세요’는 극작가 이만희의 탄탄한 극적 구성력과 탁월한 언어 감각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가장 특징적인 대목은 주인공 남녀의 속마음인 분신(分身)의 존재.이성과 본능이라는 인간의 이중적인 단면을 관객이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부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그 남자,강창영(조원희).젊은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그녀를 떠났다.다른 여자와 결혼한 그는 장인의 도움으로 국회의원이 되지만 문득 위선과 허위로 살아온 삶에 환멸을 느끼고,홀연 의원직을 사퇴한 뒤 그녀를 찾아나선다.그 여자,박정숙(고수민).시골학교 교사였던 시절,학교 과수지기였던 창영을 사랑했지만 그의 친구인 달호에게 성폭행을 당해 결혼하게 된다.그러나 결혼은 곧 깨지고,창영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살아간다. 극은 이들 남녀의 이성적인 대화와 분신들의 적나라한 속마음을 대비해 보여주면서 본능과 욕망을 억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슬픈 운명을 형상화한다.남녀 분신 역에는 김은석과 박유밀,1인 다역에는 서현철과 백은경이 출연한다.최용훈 연출.9월26일까지.(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길섶에서] 내외하기/신연숙 논설위원

    지금은 없어진 풍경이지만 결혼식장 하객석에 남녀가 따로따로 앉은 적이 있었다.남녀가 7세가 되면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다는,전통적인 내외하기 관습의 잔재였을 것이다.그런데 이 관습이 아주 사라졌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생각지도 않은 때 한번씩 불쑥 나타나 사람을 당혹케 한다.부부동반 모임에 가서 남자 따로 여자 따로 앉게 되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한번은 미국 출장 중 한 교포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미국 대학교수인 교포는 우리 일행과 업무관련이 많은 사람이어서 물어볼 말이 많았다.그러나 막상 집에 도착해 인도된 곳은 그와 한자리가 아니었다.무조건 남자손님은 메인 테이블로,여자손님은 보조 테이블로 안내되었던 것이다.‘남녀칠세부동석’정신의 미국 진출에 감격해야 할지,탄식해야 할지 한참을 헷갈리고 있어야 했다. 남녀가 같은 성끼리 어울리는 게 심리적으로는 보다 편안할지 모른다.그러나 이는 전통 사회의 여성 억압,혹은 배제장치였을 뿐이다.어제도 한 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다.“여성은 여성끼리 따로 자리를 배치했습니다.” 정말 집요한 생명력의 한국 전통이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열린세상] 말의 정파적 오용과 남용/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우리 사회가 말(言語)에 대한 새로운 경험으로 소란하다.소통이 아니라 분열을 가져오고 있는 것에 대한 당혹감 때문이다.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의 말 속에 공허한 편가르기의 강요가 있다.책임의식과 공복정신이 결여된 무모한 말들이 핏대를 세우고 신문과 텔레비전에서,토론회와 기자회견에서 백병전으로 맞붙고 있다.영문도 모르고 죽은 말의 시체들이 내는,진동하는 악취에 코를 막고 있는 국민들은 아랑곳없이 또 다른 말들이 국민을 담보로 국토를 말싸움의 전선으로 만들고 있다.민주주의 발전과 성숙을 가능하게 한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정파적 오용과 남용으로 오히려 혼란과 위기감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인간의 말은 혼돈과 무질서한 카오스의 세계를 정돈과 질서의 코스모스의 세계로 옮겨 놓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이해할 수 없는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인간의 상호교통,교류,교감이라는 중요한 기능 담당자다.말에 얽힌 고금의 흥망사는 물론이고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가 체험하는 말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일희일비의 사연도 인간이 얼마나 말에 의해 지배당하는 존재인가를 일러준다.말로서 입장을 명료하게 밝히되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특히 공적인 위치에 있는 이들은 이러한 말의 본질과 기능을 잊지 말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켜야 한다. 우선 말은 폭력적이지 말아야 한다.말이 폭력성을 지닐 때의 폐해는 가공할 만한 것이다.육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물리적인 폭력보다도 언어적 폭력에 의한 후유증은 더 치명적이고 지속적이다.말의 폭력에 의한 심리적 상처는 인격과 도덕심에 모욕감을 주고 정체성의 상실을 가져와 당당하고 공명정대한 사고와 행동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 자존심과 합리성을 훼손시킨다.좀처럼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말은 폐쇄적이지 않아야 한다.내 말만이 유일하게 타당하다면서 다른 견해와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인색해서는 안 된다.다양하게 다른 의견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타당성과 신뢰성을 획득하고 설득력을 높임으로써 지배적인 여론으로 동의를 얻는 것은 한 사회의 발전에 핵심 요소다. 말이 이러한 속성을 잃으면 민주주의적 의견 교류는 사라지고 외부와 내부는 교통하지 못하고 조직은 수혈을 받지 못해 썩게 된다.또한 말은 구속성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내 말과 다르면 옳지 않다며 직간접적으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의사표현을 제한하게 되면 죽은 사회가 된다.일사불란의 일률적인 사회가 사람들을 얼마나 억압하고 유대감과 생동감을 앗아가며 멋대가리마저 없는 사회를 만드는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독재 및 권위주의 시대 치하에서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 일러준다. 말을 제대로 하고 제대로 들으며 제대로 토론하는 교육이 시급하다.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울음이나 동작 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음성언어인 말을 사용한다.이런 점에서 시기는 빠를수록 좋으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정규 교육의 과목으로 채택하고 실습교육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말을 통한 대화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체감을 형성하는 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말을 통한 절차와 과정의 보장은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공공성이다.권력의 합리적인 힘은 말의 설득력에서 오는 것이지 정파적 과장이나 말싸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말의 설득력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고 나라를 리드해야 한다.고집하거나 강요하거나 교정하는 것이 아니고 대화할 때 설득력이 생기는 것이다.말은 상대방과의 차이를 구태여 구분하고 편을 가르고 대결하면서 상대방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말은 상대방과의 차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편을 이해하고 대화하면서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이다.그래야 분열이 아닌 통합을 지향하는,살아 있는 말이 되는 것이다.학연·지연·혈연이 갈라놓은 이 땅에 말까지 뛰어들어 분열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우선 정부와 집권 여당의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 박세일의원“아버지 박정희과오 박대표 사죄”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에 취임한 박세일 의원은 23일 “박근혜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사죄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 70%의 공이 있는 반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한 30%의 과도 있다.”면서 “다음 세대를 이끌 지도자는 과거 업적은 발전적으로 계승하고,나머지 30%의 과에 대해선 철저하게 반성·사과해야 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박 대표의 연설문 작성을 지휘하는 등 ‘당내 최측근 자문그룹’으로 분류되는 박 소장은 “박 대표도 아버지가 이룬 산업화 업적을 곁에서 지켜봤고,그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화가 억압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박 대표가 스스로 아버지의 유산을 활용하는 언사를 본 적이 없다.”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아버지 후광=박근혜 한계’를 일축했다. 차기 대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일한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아 벌써 대권주자 소리가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특히 한나라당은 최소한 2년 동안 당이 환골탈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박세일의원“아버지 박정희과오 박대표 사죄”

    박세일의원“아버지 박정희과오 박대표 사죄”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에 취임한 박세일 의원은 23일 “박근혜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사죄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 70%의 공이 있는 반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한 30%의 과도 있다.”면서 “다음 세대를 이끌 지도자는 과거 업적은 발전적으로 계승하고,나머지 30%의 과에 대해선 철저하게 반성·사과해야 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박 대표의 연설문 작성을 지휘하는 등 ‘당내 최측근 자문그룹’으로 분류되는 박 소장은 “박 대표도 아버지가 이룬 산업화 업적을 곁에서 지켜봤고,그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화가 억압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박 대표가 스스로 아버지의 유산을 활용하는 언사를 본 적이 없다.”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아버지 후광=박근혜 한계’를 일축했다. 차기 대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일한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아 벌써 대권주자 소리가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특히 한나라당은 최소한 2년 동안 당이 환골탈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협력과 저항/김재용 지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친일 반민족 진상 규명법 개정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이런 현실에서 한 문학평론가가 일제말 문학인들의 입장을 규명한 ‘협력과 저항’(소명출판 펴냄)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친일문학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이 책은 저자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새로운 시각이 실려 빛난다. 친일문학 연구의 선구자인 임종국 선생의 연구 등 기존의 접근방식은 민족주의에 따른 것으로 친일을 외부의 강요에 의한 ‘굴종’으로 설명했다.그러나 김 교수는 친일을 철저하게 자발적으로 이뤄진 ‘협력’으로 파악한다.반대로 친일을 거부한 ‘저항’의 양상을 ‘침묵·우회적 글쓰기·망명’ 등 세가지로 세분한다.이런 분류에 대해 저자는 “친일문학을 제대로 비판하려면 민족주의와 서구 중심부의 탈식민주의 이론을 동시에 극복한 뒤 내재적 비판에 입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 말인 1938년 10월부터 45년 8월 해방까지다.저자는 이 시기가 “일본의 중·일전쟁 승리와 40년 파리 함락으로 친일협력의 두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한다. 1부 ‘협력’에서 저자는 윤치호·이광수의 경우를 들어 “자발성을 띤 경우에만 친일문학”이라고 설명한 뒤 시인 서정주와 소설가 채만식·최정희 등에게서 ‘전도된 오리엔탈리즘’(서정주),‘모성과 국가주의의 결합’(최정희) 등 친일을 향한 내적 논리를 끄집어낸다.또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지향했던 송영의 경우도 왜곡된 국제주의로 인해 친일 작품을 썼다고 분석한다. 2부 ‘저항’에서는 중·일전쟁 이후 가혹해진 억압에 따른 세가지 저항방식을 고찰한다.많은 저항문인들이 선택한 ‘침묵’은 그저 글을 쓰지 않았다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식민주의를 비판하다가 글쓰기를 중단한 경우인데, 저자는 시인 김기림을 대표적으로 꼽는다.이어 소설가 한설야의 일본어로 쓴 작품 ‘피’‘그림자’에서는 검열을 피해 우회적으로 저항하려는 노력을 읽어낸다.저자는 최후의 선택으로 ‘망명’에 주목한다.작가 김사량처럼 우회적 글쓰기를 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망명한 경우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깊고 푸른 바다,동해.백두대간을 옆에 끼고 동해가 누워 있다.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 동해를 향하여 향나무로 야무지게 깎은 남자의 성기가 열댓개씩 굴비 엮이듯 새끼줄에 엮여 걸린 게 아닌가.일년 내내 출렁이는 물결과 해풍을 따라 끄떡거리고 있을 남근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삼척의 신남리,일명 섶내미마을에 가면 언제나 남근(男根)을 볼 수 있다.아예 ‘해신당 성민속공원’이란 간판까지 내걸어 본격적으로 ‘남근’을 팔고 있다.그래서 웬만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지는 이미 오래이며,텔레비전에도 너무 자주 소개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그래서 삼척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찾아오곤 하는 곳이 됐다.해양수산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남근공원 옆에 들어선 어촌 민속전시관은 절반쯤을 세계성민속관으로 꾸며놓고 손님을 끌고 있어 이래저래 신남리만큼 ‘남근 볼거리’가 풍성한 마을도 없을 것이다. 얼마전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포구마을 산기슭에 ‘큰당’이라 불린 서낭당이 있고,바다로 혀를 내민 곶(串)부리에는 ‘작은당’이라 불리는 해랑당(海娘堂)이 있어 해마다 마을제를 올려왔다. ●처녀 죽은 뒤 풍랑 잇따라 옛날 옛적의 일이다.마을의 젊은 남녀들이 배를 타고서 마을 앞 아름다운 백섬,일명 애바위로 나갔다.섬에서 조개를 줍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었고,젊은이들은 서둘러 귀환했다.그러나 같이 간 처녀 한 명이 미처 배를 타지 못했고,급기야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로부터 얼마 후,마을에서 하나 둘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바다에만 나가면 풍랑이 이는 이유는 뭡니까?” “ 처녀애를 서낭으로 모시고,남근을 바치도록 하시오.” “남근이라뇨?” “해마다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처녀의 혼령을 달래보시오.” 답답하다 못해 찾아간 무당의 입에서 처녀의 원귀를 달래주라는 공수가 내려졌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원귀를 처녀귀신이라 했던가.그로부터 마을의 당은 해랑당이 되었고,예쁜 처녀애를 그림으로 그려서 여서낭으로 봉안했다.해마다 남근을 깎아서 정성을 드리니 그후로는 탈이 없었다. ●남근 깎아 봉안하자 바다 잠잠 남근을 바친 뒤로는 고기도 잘 잡히고 해상 사고도 없다고 한다.해랑당의 남근은 향나무를 적절한 크기로 깎아서 흰색과 붉은 무늬가 조화를 이룬다.주먹에 꽉 찰 정도로 굵고 시원스럽게 깎았기 때문에 자신의 그것이 작은 남자라면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다.남근에는 붉은 황토를 칠해 실물과 비슷한 색깔을 내기도 한다. 이 동네의 웬만한 어른들은 수십년간 남근을 깎아온 터에 자귀 하나만 쥐면 나뭇밥을 일으키며 척척 깎아내는데,수십년간 남근 깎기에 이력이 난 솜씨가 가히 경탄스럽다.남근 깎기에 관한 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이런 전통이 문화관광상품으로까지 확대되어 아예 남근공원이 들어섰고,장승보다 큰 남근들이 전봇대처럼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근년에는 남근을 매단 열쇠고리까지 만들어 팔고 있으니,남근으로 수입을 올리는 유일한 마을이 아닌가 싶다.남근만을 강조하는 남근공원이 여성차별이라는 문제제기도 없지 않아 한동안 뜻있는 여성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니,이래저래 남근공원은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풍요 바라는 염원 담겨있어 그러면 이 해랑당의 남근신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해랑당의 죽은 처녀에게 남근을 바치는 의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인 죽음관에서 비롯된다.귀신 중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처녀귀신이다.속설에 처녀귀신은 손각시(孫閣氏),혹은 왕신이라고 하였다.처녀귀신은 원한이 깊어 혼령이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원귀가 되어 떠돈다고 믿는다.그리하여 ‘망자혼사(亡者婚事)굿’처럼 죽은 처녀 총각을 맺어주는 사후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이러한 의미에서 해랑당의 여서낭은 해마다 여러 개의 남근을 받고 있으니,죽어서나마 남자 복은 많은 셈이다. 해랑당 당신화(堂神化)에는 풍요주술을 희구하는 어민들의 염원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처녀귀신에서 남근을 봉헌함은 당연히 성적인 주술을 의미한다.처녀는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원한을 풀어낸다.단순한 원한풀이를 뛰어넘어 처녀와 남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생산을 가져오며,덕분에 바다는 한결 풍요로워진다. 해랑당의 남근은 더 이상 인간의 남근이 아니며,영적인 힘을 부여받은 주술적인 남근이다.이들 주술은 왜 힘을 지니는가.이미 시대의 고전이 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서 프레이저(Frazer)는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를 분석하면서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는 ‘유사(類似)의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해랑당의 남근신앙도 ‘유사의 법칙’에 비교적 충실하다.처녀와 남근의 결합은 역으로 어업의 풍요와 다산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고성군 백도선 동굴에 남근 봉헌 동해안 남근에 관한 한 해랑당이 유일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른 곳에도 남근신앙이 존재한다.고성군 문암리 앞바다의 백도는 ‘망개’라 불린다.이곳의 해식동굴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바,나무로 깎은 남근을 곳곳에 꽂아 거룩한 신전으로 꾸몄다.지금은 사람들이 빼가거나 제물로 떨어져나가 몇 개만 남아 있으나,한때는 구멍마다 남근이 가득찼다. 매년 정월에 마을 앞산의 남성황신과 바닷가 여성황신에게 제를 올리는데,해랑당처럼 특별히 남근을 깎아 여성황에게 봉헌한다.남근은 제관 가운데 한 사람이 깎는데,자신이 남근을 깎는다고 말해서는 안되며,남근을 타인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아무리 나무 남근이지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금기가 지켜진다. 남근은 길이 한 자,지름 5㎝ 정도의 크기.보기에도 막강하다.반드시 오리나무를 이용해 3개를 깎는데,이 남근을 여성황신이 있는 바위구멍에 꽂아 구멍이 한번에 맞으면 풍어가 온다고 믿는다.‘한번에 맞아야’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데서 속궁합,혹은 성적 결합의 정확성을 엿볼 수 있다. 망개의 남근 봉헌에는 해랑당과 같은 처녀 원귀설화가 없다.여성황과 남성황의 남녀 결합을 제관이 깎은 남근을 바위구멍과 결합시키는 의례를 통해 성취하고 있을 뿐이다.해마다 성적 결합을 올리는 것으로 미뤄 결혼식은 아니고,그렇다고 임시 동거도 아닌,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망개의 해식동굴은 그 자체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기도 한다.폴란드 태생의 말리노프스키(B.K. Malinowski)가 뉴기니 북동쪽 트로브리안드 군도를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에서도 어김없이 동굴이 등장한다.이 경우에는 여성이 동굴에 음탕한 자세로 누워서 종유석의 물방울을 받아 후손을 잉태한다.망개의 해식동굴도 단순하게 동굴을 선택하여 구멍에 남근을 봉헌한다는 것 이상의 세계문화사적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남근봉헌, 해양민족에 넓게 퍼져있는 문화 남근봉헌(phallicism)은 비단 우리만 가진 것이 아니다.이웃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폴리네시아 같은 해양민족 사이에 드넓게 퍼져 있다.한반도에는 육지부에 남근신앙이 대단히 많지만 대개 아들낳기를 희구하는 기자신앙에 속해 보수적인 편이다.남근을 깎는 제의 연출행위가 거의 없으며,남근석을 세워 오로지 아들낳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에 해랑당이나 망개의 남근 봉헌은 제의 자체로도 드라마틱하다.해마다 남근을 깎는 행위 자체가 극적이다.남근 깎는 기술력의 전승이 오랜 세월을 이어져왔으니 문화전승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남녀 결합의 장엄(莊嚴)을 통하여 바다에는 풍요가 찾아들고 해상 안전은 물론 고기잡이까지 만사형통이다. 동해 바다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보다 차라리 남근 봉헌을 통해 신들을 달래기로 작정한 셈이다.여신들 입장에서야 험한 파도로 해코지를 일삼기보다는 해마다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인생을 편하게 살기로 작심했음직하다.험난한 자연과 인간의 대타협점이 신들의 성적 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동해의 해풍을 받으며 끄떡거리는 남근 속에 이와 같은 오묘한 논리가 잠복되어 있는 것이다. 남근공원을 찾아가서 오로지 ‘야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거친 동해에 격이 맞게 내걸린 남근 봉헌의 속깊은 뜻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올 일이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깊고 푸른 바다,동해.백두대간을 옆에 끼고 동해가 누워 있다.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 동해를 향하여 향나무로 야무지게 깎은 남자의 성기가 열댓개씩 굴비 엮이듯 새끼줄에 엮여 걸린 게 아닌가.일년 내내 출렁이는 물결과 해풍을 따라 끄떡거리고 있을 남근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삼척의 신남리,일명 섶내미마을에 가면 언제나 남근(男根)을 볼 수 있다.아예 ‘해신당 성민속공원’이란 간판까지 내걸어 본격적으로 ‘남근’을 팔고 있다.그래서 웬만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지는 이미 오래이며,텔레비전에도 너무 자주 소개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그래서 삼척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찾아오곤 하는 곳이 됐다.해양수산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남근공원 옆에 들어선 어촌 민속전시관은 절반쯤을 세계성민속관으로 꾸며놓고 손님을 끌고 있어 이래저래 신남리만큼 ‘남근 볼거리’가 풍성한 마을도 없을 것이다. 얼마전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포구마을 산기슭에 ‘큰당’이라 불린 서낭당이 있고,바다로 혀를 내민 곶(串)부리에는 ‘작은당’이라 불리는 해랑당(海娘堂)이 있어 해마다 마을제를 올려왔다. ●처녀 죽은 뒤 풍랑 잇따라 옛날 옛적의 일이다.마을의 젊은 남녀들이 배를 타고서 마을 앞 아름다운 백섬,일명 애바위로 나갔다.섬에서 조개를 줍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었고,젊은이들은 서둘러 귀환했다.그러나 같이 간 처녀 한 명이 미처 배를 타지 못했고,급기야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로부터 얼마 후,마을에서 하나 둘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바다에만 나가면 풍랑이 이는 이유는 뭡니까?” “ 처녀애를 서낭으로 모시고,남근을 바치도록 하시오.” “남근이라뇨?” “해마다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처녀의 혼령을 달래보시오.” 답답하다 못해 찾아간 무당의 입에서 처녀의 원귀를 달래주라는 공수가 내려졌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원귀를 처녀귀신이라 했던가.그로부터 마을의 당은 해랑당이 되었고,예쁜 처녀애를 그림으로 그려서 여서낭으로 봉안했다.해마다 남근을 깎아서 정성을 드리니 그후로는 탈이 없었다. ●남근 깎아 봉안하자 바다 잠잠 남근을 바친 뒤로는 고기도 잘 잡히고 해상 사고도 없다고 한다.해랑당의 남근은 향나무를 적절한 크기로 깎아서 흰색과 붉은 무늬가 조화를 이룬다.주먹에 꽉 찰 정도로 굵고 시원스럽게 깎았기 때문에 자신의 그것이 작은 남자라면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다.남근에는 붉은 황토를 칠해 실물과 비슷한 색깔을 내기도 한다. 이 동네의 웬만한 어른들은 수십년간 남근을 깎아온 터에 자귀 하나만 쥐면 나뭇밥을 일으키며 척척 깎아내는데,수십년간 남근 깎기에 이력이 난 솜씨가 가히 경탄스럽다.남근 깎기에 관한 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이런 전통이 문화관광상품으로까지 확대되어 아예 남근공원이 들어섰고,장승보다 큰 남근들이 전봇대처럼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근년에는 남근을 매단 열쇠고리까지 만들어 팔고 있으니,남근으로 수입을 올리는 유일한 마을이 아닌가 싶다.남근만을 강조하는 남근공원이 여성차별이라는 문제제기도 없지 않아 한동안 뜻있는 여성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니,이래저래 남근공원은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풍요 바라는 염원 담겨있어 그러면 이 해랑당의 남근신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해랑당의 죽은 처녀에게 남근을 바치는 의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인 죽음관에서 비롯된다.귀신 중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처녀귀신이다.속설에 처녀귀신은 손각시(孫閣氏),혹은 왕신이라고 하였다.처녀귀신은 원한이 깊어 혼령이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원귀가 되어 떠돈다고 믿는다.그리하여 ‘망자혼사(亡者婚事)굿’처럼 죽은 처녀 총각을 맺어주는 사후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이러한 의미에서 해랑당의 여서낭은 해마다 여러 개의 남근을 받고 있으니,죽어서나마 남자 복은 많은 셈이다. 해랑당 당신화(堂神化)에는 풍요주술을 희구하는 어민들의 염원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처녀귀신에서 남근을 봉헌함은 당연히 성적인 주술을 의미한다.처녀는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원한을 풀어낸다.단순한 원한풀이를 뛰어넘어 처녀와 남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생산을 가져오며,덕분에 바다는 한결 풍요로워진다. 해랑당의 남근은 더 이상 인간의 남근이 아니며,영적인 힘을 부여받은 주술적인 남근이다.이들 주술은 왜 힘을 지니는가.이미 시대의 고전이 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서 프레이저(Frazer)는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를 분석하면서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는 ‘유사(類似)의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해랑당의 남근신앙도 ‘유사의 법칙’에 비교적 충실하다.처녀와 남근의 결합은 역으로 어업의 풍요와 다산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고성군 백도선 동굴에 남근 봉헌 동해안 남근에 관한 한 해랑당이 유일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른 곳에도 남근신앙이 존재한다.고성군 문암리 앞바다의 백도는 ‘망개’라 불린다.이곳의 해식동굴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바,나무로 깎은 남근을 곳곳에 꽂아 거룩한 신전으로 꾸몄다.지금은 사람들이 빼가거나 제물로 떨어져나가 몇 개만 남아 있으나,한때는 구멍마다 남근이 가득찼다. 매년 정월에 마을 앞산의 남성황신과 바닷가 여성황신에게 제를 올리는데,해랑당처럼 특별히 남근을 깎아 여성황에게 봉헌한다.남근은 제관 가운데 한 사람이 깎는데,자신이 남근을 깎는다고 말해서는 안되며,남근을 타인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아무리 나무 남근이지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금기가 지켜진다. 남근은 길이 한 자,지름 5㎝ 정도의 크기.보기에도 막강하다.반드시 오리나무를 이용해 3개를 깎는데,이 남근을 여성황신이 있는 바위구멍에 꽂아 구멍이 한번에 맞으면 풍어가 온다고 믿는다.‘한번에 맞아야’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데서 속궁합,혹은 성적 결합의 정확성을 엿볼 수 있다. 망개의 남근 봉헌에는 해랑당과 같은 처녀 원귀설화가 없다.여성황과 남성황의 남녀 결합을 제관이 깎은 남근을 바위구멍과 결합시키는 의례를 통해 성취하고 있을 뿐이다.해마다 성적 결합을 올리는 것으로 미뤄 결혼식은 아니고,그렇다고 임시 동거도 아닌,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망개의 해식동굴은 그 자체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기도 한다.폴란드 태생의 말리노프스키(B.K. Malinowski)가 뉴기니 북동쪽 트로브리안드 군도를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에서도 어김없이 동굴이 등장한다.이 경우에는 여성이 동굴에 음탕한 자세로 누워서 종유석의 물방울을 받아 후손을 잉태한다.망개의 해식동굴도 단순하게 동굴을 선택하여 구멍에 남근을 봉헌한다는 것 이상의 세계문화사적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남근봉헌, 해양민족에 넓게 퍼져있는 문화 남근봉헌(phallicism)은 비단 우리만 가진 것이 아니다.이웃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폴리네시아 같은 해양민족 사이에 드넓게 퍼져 있다.한반도에는 육지부에 남근신앙이 대단히 많지만 대개 아들낳기를 희구하는 기자신앙에 속해 보수적인 편이다.남근을 깎는 제의 연출행위가 거의 없으며,남근석을 세워 오로지 아들낳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에 해랑당이나 망개의 남근 봉헌은 제의 자체로도 드라마틱하다.해마다 남근을 깎는 행위 자체가 극적이다.남근 깎는 기술력의 전승이 오랜 세월을 이어져왔으니 문화전승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남녀 결합의 장엄(莊嚴)을 통하여 바다에는 풍요가 찾아들고 해상 안전은 물론 고기잡이까지 만사형통이다. 동해 바다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보다 차라리 남근 봉헌을 통해 신들을 달래기로 작정한 셈이다.여신들 입장에서야 험한 파도로 해코지를 일삼기보다는 해마다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인생을 편하게 살기로 작심했음직하다.험난한 자연과 인간의 대타협점이 신들의 성적 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동해의 해풍을 받으며 끄떡거리는 남근 속에 이와 같은 오묘한 논리가 잠복되어 있는 것이다. 남근공원을 찾아가서 오로지 ‘야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거친 동해에 격이 맞게 내걸린 남근 봉헌의 속깊은 뜻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올 일이다.
  • [문화마당] 돈 버는 춘향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이도령이 과거 시험에 낙방한다면 춘향이는 어떻게 할까.얼마 전 어느 여고에서 문학 강연을 할 때 던진 질문이다.다양한 대답들이 나왔는데,그 중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저 같으면,변 사또에게 몸을 팔아 돈을 받고,그 돈을 밑천으로 하여 장사하면서 이도령이 시험에 합격하도록 뒷바라지를 하겠습니다.학생들은 손바닥을 치고 깔깔대면서 웃었다.어찌 보면 기발한 발상일지도 모른다.그러나 학생의 대답은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잘못된 사고에 깊숙이 감염되어 있다. 고시에 합격해서 높은 지위에 올라서야 한다는 출세지향주의,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여성을 남성의 보조 수단 내지 성적 도구로 생각하는 남성우월주의 등의 논리가 그 대답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이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학생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였다.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학생들이 이처럼 불순한 생각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자.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 문화는 ‘문화산업’이라는 미명하에 상업주의와 한탕주의에 함몰되어 있다.문화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그것을 팔아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문화계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인터넷을 비롯한 영화나 텔레비전에 폭력적이고 퇴폐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난무하는 것은 문화상품을 경쟁적으로 더 팔려는 의도 때문이다.이러한 문화상품을 창출하는 이들에게 학생들과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을 것이다.한마디로 타락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아버지 세대와 그것을 자신도 모르게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는 자식 세대,이들이 합심하여 우리의 춘향이를 몸 팔고 돈 버는 여자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본래 올바른 문화는 비판적 상상력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비판적 상상력은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정신에서 비롯된다.‘춘향전’은 당시 사회를 지배하던 억압적인 신분 차별제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또한 난쟁이를 굴뚝에서 뛰어내리게 한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부익부빈익빈’으로 압축되는 70년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비판정신에 기초하고 있다.어디 그뿐이겠는가.70년대의 통기타와 80년대의 민중극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도 당대 사회의 모순에 대한 강력한 비판정신을 함유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문화는 비판적 상상력에 입각해서 그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그러나 지금 우리 문화는 문화 본연의 이 의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그렇다면 오늘 우리 문화에서 더 이상 희망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인가.그렇지 않다.열악한 환경에서도 자긍심을 가지고 문화 본연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극소수의 문화 종사자들이 문화의 광장을 힘들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밥을 굶으면서도 좋은 시와 소설을 쓰고,또 그것을 책으로 출간하는 이들이 있기에 희망의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사그라져 가는 불꽃을 되살리는 방법은 단 하나,‘타락한’ 문화와 ‘올바른’ 문화를 구분 짓고,‘올바른 문화’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그것과 호흡을 늘 함께하는 것이다.폭력이 난무하는 인터넷 게임을 하기보다는 한 편의 훌륭한 시와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네 심성을 정화시킬 때,더 이상 춘향이를 몸 팔고 돈 벌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 [전환시대 리더십]③ 김근태가 ‘진화’한다

    이해찬 총리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김근태 의원은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포석이 ‘통일=정동영,복지=김근태’로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그가 ‘1지망’이었던 통일부를 접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받을 것인가?아니면 입각을 포기할 것인가.며칠 전부터 조언그룹의 얘기를 경청하던 그가 특유의 ‘장고’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날 오후 4시.밖으로만 돌던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여의도 한반도재단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오늘 내일은 기자 만나면 안되는데….”라며 웃었지만,결국 기자를 야박하게 물리치지 못했다. 입각할 것이냐는 질문에 “숙고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으나,“민주세력이 단합해서 노 대통령과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입각을 결정했음을 내비쳤다.“나는 대통령과 친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법정치자금 폭로,다시는 못해 이처럼 그의 어법은 간접적이다.또 복잡하게 말한다.때문에 비디오 세대들에겐 요지가 뭔지 어렵게 느껴진다.그가 지난 15대 초선 의원일때 기자들은 그의 방에 들락거리기를 좋아했다.지엽적인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근본적으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그의 ‘운동권적 시각’이 신선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시대정신’이 바뀐 뒤로 기자들은 간접적이고 선명하지 않은 그의 어법을 싫어한다고 했다.몇년 전만 해도 신선했던 그의 ‘운동권적 시각’은 이제 나이브하고 미숙하며,승부사적 기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그는 이러한 지적에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차원에서,칭찬으로 알아듣겠다.”고 둘러갔다. ‘평소 정치적 판단을 잘 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운동권적 판단을 하는 오류’로 자주 지적되는 사례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때 당시 권노갑 고문으로부터 2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민주당 인사들은 해당행위를 했다고 격분했고,한나라당은 부도덕성을 공격했다. 그는 비난과 냉소를 견뎌보려 했지만,경선에서 득표율 꼴찌를 기록했고,급기야 중도하차했다.참모와 선·후배 정치인의 만류를 물리치고,양심의 목소리를 따른 대가는 처절했다. 그는 “그 고백 덕분에 동교동계가 지원하는 이인제 의원 대신,개혁적인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후보가 됐고,정권 재창출에 기여했다는 생각을 한다.또 조직적인 돈선거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며 멋쩍어 했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그도 깨달은 것이 있다.운동권적 양심보다 정치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그래서 그는 선회해야 했다. “똑같은 조건이 다시 벌어진다 해도,절대 못한다.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그때 너무 쓰라렸다.”솔직한 목소리다. ●측근들 “김장관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2시,보건복지부 청사.김근태 신임 복지부 장관이 취임사를 앞두고 있다.김 장관은 어색함을 털어내기 위해 “내가 원내대표할 때 파이팅을 많이 하니까,사람들이 ‘김근팅’이라고 하더라.(직원들 작게 웃음) 복지부 파이팅 한번 할까요?”라며 선창으로 팔까지 흔들어가며 2차례나 파이팅을 외쳤다.복지부 공무원들도 따라했다.김 장관은 이어 어리숙한 모습으로 “취임사를 할까요?”라고 물어본다.직원들 사이에 더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카리스마가 드러나지는 않지만,미숙한 듯 친근하게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접근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측근들은 “김 장관이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취임사가 끝난 뒤 그는 강당에 모인 공무원 모두와 눈빛을 맞추며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대충대충이 안되는 그가 진지한 눈빛으로 5초 동안이나 손을 잡고,말까지 건넸다. 사람을 성심껏 대하는 그의 태도는 지난달 22일 열린우리당 통외통위·국방위 연석 간담회에서도 잘 나타났다.김선일씨 피랍대책을 정부와 협의하는 자리에서,의원 20여명은 회의 시작을 기다렸다.의원들은 그러나 정부측 1∼2급 관계자가 긴장된 모습으로 10분 넘게 대기하고 있는 것에 신경쓰지 못했다.그때 김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부측 관계자냐.”고 물으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수고한다.”는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결정 늦지만 철저하게 지킨다 152석 과반의석의 여당이 됐지만,당정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부와 여당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이 원내대표를 그만둔 뒤 못내 마음에 걸렸다.실험기간이 짧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지난번 노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와 관련,“당이 대통령의 소신을 몰라 잘못 공약했다.”고 발언한 것이 못내 서운하다.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책임지듯,원내대표는 총선 공약을 책임지기 때문이다.그는 결국 “계급장을 떼고 토론해서 잘못 됐으면 바로잡고,국민에게 사과하자.”는 말을 했다.그러나 다른 말은 다 사라지고 ‘계급장 떼고’만 남아,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습만 부각된 것도 안타까워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햄릿형 정치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결정은 늦게 내리지만,한번 결정하면 철저히 지키고 부당한 억압에 물러서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대권을 꿈꿔 보겠다.”는 김 장관.그에겐 지도자로서의 절차탁마가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 같다.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그는 경쟁자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 등을 손꼽는다.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seoul.co.kr ●약력 ▲1947.2.14 경기 부천 출생 ▲양수초등학교 광신중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초대 의장 ▲민청련 사건으로 투옥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전민련 사건으로 구속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공동대표 ▲민주당 부총재 ▲15,16,17대 의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보건복지부 장관 ■ ‘정치인 김근태’의 고민 ‘정치인 김근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대중성 확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를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지난 2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그는 쉽고 편하고 재미있기보다는,어렵고 사색적이고 재미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재야 운동가로 30여년을 살았지만 이른바 ‘KS’인 경기고·서울대 출신인만큼 지식인 층에서 그의 이름 석자는 대충 통한다.그러나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으면 밤낮으로 대권을 꿈꾼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하면 된다.”고 대입시험을 앞둔 ‘고3’처럼 말했다.스스로도 대답이 멋쩍었는지 “지난 4월 총선 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에 맞게 제한된 시간에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훈련이 꽤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4월14일 저녁 마지막 유세지인 명동성당에서 ‘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250석 이상으로 예상되던 열린우리당 의석이 노인폄하 발언 이후 하루에 지지율이 2∼3%씩 떨어져 1당을 내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시달렸다. 하지만 “나의 절박함이 진실되게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꼈다.호소력도 좋아졌고,전달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당시 그를 두고 열린우리당 출입기자들은 ‘근본적인 한계(대중성)에도 불구하고 선전한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비교하면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복지부 장관 재임 기간 이를 극복하는 게 ‘김근태’의 과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문소영 기자는 청주 출신으로 지난 1992년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시사주간지 뉴스피플과 경제·문화부에서 일한뒤 정치부로 옮겨 청와대에 이어 열린우리당을 출입하고 있다. ˝
  • 송환추진委 “北送 환영”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 권오헌 공동대표는 5일 의문사위의 강제전향 장기수 북송 논의에 대해 “국가기관인 의문사위에서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잘못을 지적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환영했다. 권 대표는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고문과 억압 속에서 이루어진 전향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비전향자로 간주해야 하며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송환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0년 1차 송환 이후 남아있는 비전향 장기수와 강제로 전향한 장기수들이 계속해서 송환을 요구해 왔다.”면서 “장기수의 송환은 한 번으로 끝날 수 없으며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을 거슬러 전향을 강제하는 공권력에 죽음으로 맞선 이들을 국가기관인 의문사위에서 인정하고,그 부당성을 지적해 강제전향자의 송환문제까지 논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송환을 원하는 장기수 가운데에는 남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그것이 평생에 걸쳐 일관되게 지켜온 그들의 신념이고 바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송환추진委 “北送 환영”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 권오헌 공동대표는 5일 의문사위의 강제전향 장기수 북송 논의에 대해 “국가기관인 의문사위에서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잘못을 지적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환영했다. 권 대표는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고문과 억압 속에서 이루어진 전향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비전향자로 간주해야 하며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송환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0년 1차 송환 이후 남아있는 비전향 장기수와 강제로 전향한 장기수들이 계속해서 송환을 요구해 왔다.”면서 “장기수의 송환은 한 번으로 끝날 수 없으며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을 거슬러 전향을 강제하는 공권력에 죽음으로 맞선 이들을 국가기관인 의문사위에서 인정하고,그 부당성을 지적해 강제전향자의 송환문제까지 논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송환을 원하는 장기수 가운데에는 남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그것이 평생에 걸쳐 일관되게 지켜온 그들의 신념이고 바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후세인 재판 비공개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재판 과정이 앞으로는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살렘 찰라비 특별재판소장은 “지난 1일 후세인의 첫 법정 출두 때는 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언론의 취재경쟁을 허용했으나,앞으로 특별재판소의 모든 심리는 언론의 취재를 불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찰라비 소장은 후세인과 그의 측근 11명을 각각 독방에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3일 전까지는 후세인만 독방에 수감돼 있었다.찰라비 소장은 “수사가 시작되면 그들이 입을 맞춰 진술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죄를 시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형량을 감해주는 ‘유죄답변교섭(plea bargain)’을 위해 서로 협상할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별재판소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은 판사를 지명하고 다른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 피고 개개인을 만날 계획이다.이와 함께 각각의 혐의에 대한 조사와 증거수집도 진행한다. 재판 비공개는 양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의 영향력을 차단하길 원하지만 이는 특별재판소의 적법성을 훼손할 수 있다. 특별재판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등 첫 재판에서 보여준 후세인의 도발적 태도는 이라크 임시정부에 큰 부담이다.이를 차단하지 않을 경우 그를 추종하는 저항세력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실제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전범 재판을 추종자들의 반미정서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했었다.또 후세인의 혐의 중 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억압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종파·종족간 폭동을 야기할 수도 있다. 반면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비공개 진행에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또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은 재판의 완전공개를 요구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기억과 편견/최창모 지음

    ●이슬람 반미주의 뒤에는 반유대주의 자리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은 20세기를 ‘인류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세기’라고 했지만 정작 극단적인 폭력의 시대는 바로 지금인지 모른다.종전 선포 후에도 이라크에서는 총성이 멈출 줄 모른다.이라크인들의 필사적인 저항과 무시무시한 증오는 물론 미국을 향한 것이다.그러나 이슬람 세계의 극단적인 반미주의를 면밀히 살펴보면 그 한편에는 뿌리깊은 반유대주의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억과 편견-반유대주의의 뿌리를 찾아서’(최창모 지음,책세상 펴냄)는 최근 국내에서도 반미와 함께 반유대주의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책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저자(건국대 히브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폭격이 한창일 때 직접 그곳에 들어가 반전·평화운동을 펴 주목받기도 한 인물이다. 2000년이 넘도록 인류의 역사를 피로 물들인 반유대주의는 언제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저자는 서구와 이슬람 세계에서 유대인이 경험한 미움과 차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한편 반유대주의가 낳은 또 다른 괴물인 시온주의에 대해서도 고찰한다.이 책은 반유대주의를 단순히 지나간 과거로서 다루지 않는다.유대인을 괴물로 둔갑시킨 ‘조작된 집단 기억’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20세기 최대의 비극인 홀로코스트와 9·11테러,팔레스타인 문제 등으로 이어져 왔는가를 밝힌다. ●유대인은 천성적으로 악하다? 반유대주의라는 말은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수천년 동안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다양한 원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돼 왔기 때문이다.반유대주의와 관련,영어권에서는 Anti­semitism으로 쓸 것인지 하이픈을 뺀 채 쓸 것인지부터가 논쟁거리다.하이픈을 붙이면 ‘셈족주의(Semitism)에 반대하는 주의’라는 뜻이 되는데 이는 반유대주의에 상응하는 의미가 아니다.그런 점에서 우리말의 ‘반유대주의’나 ‘반셈족주의’ 어느 쪽도 완전한 개념은 아니다.저자는 반유대주의를 “유대인은 천성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악하며 열등하다고 여기는 모든 태도와 행동”이라고 정의한다.책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유대교와 기독교가 분리된 시기,중세와 근대 유럽의 반유대주의,홀로코스트와 이슬람 세계의 반유대주의까지 시기와 지역을 넘나들며 반유대주의의 전개 과정을 꼼꼼히 살핀다. ●이스라엘, 나치와 같은 수법 그대로 써 저자는 반유대주의가 유대인 개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박해를 의미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다.오늘날 반유대주의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이슬람 세계에서도 근대 이전까지는 오히려 서구 세계보다 유대인에게 더 큰 관용을 보였다는 게 저자의 견해.소수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살았지만 높은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같은 반유대주의가 시온주의라는 유대 민족운동을 낳았다고 주장한다.반유대주의의 폭력과 증오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유대인의 몸부림이 유대인을 시온주의로 똘똘 뭉치게 했고,마침내 1948년 유대국가인 이스라엘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문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팔레스타인 사람들은 2000년 동안 살아온 터전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나 피해자로 전락했다.또한 이스라엘은 유대인이 나치에 당한 수법을 그대로 팔레스타인에 적용해 억압하고 있다.오늘날 이슬람 세계에서 유대인이 흔히 나치와 동일시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저자는 “현재의 극단적 반유대주의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폭력으로 대처한 이스라엘 정부와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편 미국에 있다.”고 강조한다. 유대인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한국에 반미주의와 결합된 반유대주의가 싹트고 있는 현실에서 증오와 폭력,편견의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인 반유대주의의 실체를 살펴보는 것은 퍽 긴요한 일이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후세인 “나는 대통령” 범죄혐의 서명 거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1일 바그다드에서 시작됐다.후세인은 이날 자신의 최측근 11명과 함께 특별재판소에 출석,자신들에게 적용될 기소혐의에 대해 들었다.지난해 12월13일 자신의 고향 티크리트에서 체포된 뒤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후세인의 재판모습은 일단 녹화된 뒤 엄격한 검열을 거쳐 CNN,알 자지라TV 등에 공개됐다. 재판시작과 함께 특별재판소의 정통성에 대한 후세인 변호인단의 공격,후세인 사형여부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신경전도 뜨거워졌다.후세인의 범죄가 광범위하고 증거수집의 어려움과 특별재판소의 능력 등을 고려해볼 때 실질적인 기소와 재판은 빨라야 연말이나 가능할 전망이다. ●후세인 “난 이라크 대통령” 30분여동안 진행된 첫 재판에서 후세인은 도전적이며 특별재판소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다소 지친 모습의 후세인은 법정에서 쉰 목소리로 “이것은 모두 연극이다.진짜 범죄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신분을 묻는 질문에 “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후세인은 법정에 도착했을 당시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있었다.법정에 들어가면서 수갑과 포승줄은 풀어졌다.TV카메라는 보안을 고려해 판사 뒤에서 후세인의 모습을 찍었다.후세인은 기소 혐의를 듣는 중간중간 메모를 해가면 재판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라크 판사 한명으로부터 7가지 예비 기소혐의를 들은 후세인은 법률 서류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그는 “쿠웨이트는 이라크 영토다.그건 침공이 아니다.”라며 쿠웨이트 침공을 옹호했다.또 쿠웨이트에 대해 “어떻게 당신들은 그 자식들을 변호할 수 있는가”라며 욕설을 퍼부어 판사로부터 “그런 말은 법정에서 금지돼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느린 진행,열띤 공방전 후세인의 주요 범죄 혐의는 이란-이라크전 당시 겨자가스를 써 이란 군인 2만명을 죽인 혐의,쿠웨이트 침공,88년 쿠르드족 마을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 5000명 학살 등 광범위하다.이란과 쿠웨이트는 재판과정에 참여,증거를 제시하며 후세인의 유죄를 증명하는데 협력할 방침이다. 후세인의 아내 사지다에 의해 구성된 20명의 변호인단은 특별재판소가 후세인을 재판할 권한이 없음을 집중 공격할 계획이다.변호인단은 현재 이라크에 들어가지 못하고 요르단에 머물고 있다.변호인단을 이끄는 무하마드 알 라쉬단은 “현행 이라크 사법부는 행정부와 동일하다.”며 “(삼권분립 차원에서)합법적이지 않다.”고 공격했다.변호인단에 가세한 프랑스 변호사 엠마뉴엘 루도트는 “특별재판소는 불법으로 일으킨 전쟁으로 탄생한 불법 정부에 의해 구성됐기 때문에 합법성이 결여돼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의 처벌수위를 사형으로 정해놓은 인상이다.말리크 도한 알 하산 이라크 법무장관은 “후세인은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셰이크 가지 알 야웨르 대통령도 “정권을 넘겨 받은 직후 회의를 갖고 후세인에 대한 사형선고 방침 등 현안을 논의했다.”며 사형선고 가능성을 시사했다.미국도 후세인의 혐의가 증명되면 ‘최고형’인 사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럽은 사형에 반대다.세실 포조 디 보르고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30일 “후세인 재판은 이라크 국민에 달려 있으며,재판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후세인을 사형하는 데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한 측근도 영국은 사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3월 말과 4월 초 이라크인 3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1%가 후세인을 사형해야 한다고 답했다.후세인 재판이 시작되면서 후세인 정권 시절 억압받았던 시아파 밀집지역은 환호하는 분위기다.반면 대다수 수니파들과 후세인 추종자들이 살고 있던 지역은 불안정과 생활수준 악화로 침체돼 있다.일각에서는 후세인 재판이 이라크를 종파·종족간 분열을 심화시킬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외신 lark3@seoul.co.kr˝
  • 후세인, 1일 이라크 법정 선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일 이라크 재판정에 선다.지난해 12월13일 티크리트의 땅굴에서 체포된 뒤 거의 6개월만에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30일 미군으로부터 후세인 전 대통령과 최측근 11명의 법적 신병을 인도받았다.살렘 찰라비 이라크 특별재판소 소장은 이날 오전 수용시설을 방문,이들에게 법적 권리와 향후 일정을 통지했다고 밝혔다.찰라비는 “이로써 후세인에 대한 사법 처리절차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후세인 등 12명은 1일 법정에 출두,혐의 내용에 대한 인정심문을 받게 되며 실질적인 기소와 재판은 증거수집 등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빨라야 연말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와파크 알 루바이에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재판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 알 야웨르 대통령은 아랍 일간지와의 기자회견에서 주권 이양 직후 열린 각료회의에서 사형제도를 부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후세인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하지만 영국과 유엔이 사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후세인의 주요 범죄 혐의에는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겨자가스 등을 사용해 이란 군인 2만여명을 죽인 행위,1988년 쿠르드족 마을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 5000명 학살,쿠웨이트 침공,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억압정책,가혹행위와 의문사에 대한 책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2)끝-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下)

    갈촌 선생의 장승에 대한 생각은 지식이 아닌 깨달음이다.글쓴이의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장승에 관한 책을 탐독하기보다는 고요한 명상으로 이제껏 알고 있던 지식 나부랭이들을 탈탈 털어내 버리려고 한다. ●신(神)을 향한 기도는 민족·국가 초월 한 때는 장승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지닌 이들로부터 다른 나라에 있는 장승과 유사한 조각품들과 갈촌선생이 제작한 탈이나 장승이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괜스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었다고 한다.자신은 한 번도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으며,외국어로 쓰여 있는 외국의 책이나 다른 글들을 읽어본 적도 없는데 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하면 몹시 억울하기도 했었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장승의 마음을 읽어내는 눈을 뜨게 되면서부터 외국의 석인상(石人像) 종류나 나무로 다듬은 신상(神像)들이 한국의 장승이나 탈과 원초적으로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식량 부족과 질병의 두려움,천둥 번개 홍수 폭풍이나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의 무서움,풍성한 종족의 번식을 소망하는 기도,야생동물들의 공격이나 적대국들의 침략 공격으로부터 종족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을 향한 기도 등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공포와 소망은 민족이나 국가가 다르다고 하여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고 있으며,그 꿈을 비는 마음이 장승이나 탈의 형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액과 탈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데 액과 탈을 인간에게 가져오는 것이 귀신이라고 한다.그 귀신을 쫓아내면 액과 탈이 소멸되는데,한국인이 귀신을 쫓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귀신에게 술을 먹여서 기분을 좋게 하여 달래서 보내는 법이 가장 흔한 방법이고,칼과 창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쫓아보내는 방법이 다른 하나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을 근간으로 삼아 장승의 모습이 정해지는데,장승이 서 있는 마을에 따라,장승을 다듬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천만가지의 표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대개는 그 지역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존경받고 숭배의 대상이 되어 온 전설적인 장군이나 성인(聖人)들의 모습이 장승 얼굴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그래서 장승을 보면 그 마을의 질병이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데,그 장승을 만든 사람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곧 장승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갈촌 선생은 20년 넘게 탈과 장승의 마음을 깨닫기 위해 살아오면서 차츰 현대사회 속에 장승문화를 이식시켜야겠다고 여기게 되었다.장승이 지닌 가장 좋은 점이 인간이면 누구나 자생력을 발견하여 키우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였다.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것은 인간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무를 선택하고 장승의 모습을 만들어낸다.자신이 장승이 되는 것이다.살아있는 사람의 꿈이 장승의 마음으로 전환되는 것이다.장승을 다듬는 동안 몸을 청결하게 하고,섭생을 조심하는 것은 자연의 힘을 전해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그 과정을 통하여 자신과 자연이 하나가 됨을 깨닫는 것이 더 큰 기쁨인 것이다.지극 정성으로 장승의 몸을 만드는 행위는 곧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나무나 돌에 형상화시키는 신비의 체험이자 원초적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같은 깨달음을 보다 많은 현대인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장승학교를 열었다.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자생력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즉 내 손으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 행위는 현대 산업 사회가 숙명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경쟁과 자연파괴의 위험을 깨닫고,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경쟁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내뿜는 고통,억압,번뇌의 독기를 없애고 상생(相生)의 삶을 살 수 있는 여유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가능하다는 깨달음으로 바꿔주기 위해서 장승학교를 연 것이다.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행위 1997년부터 시작한 장승학교는 4개월 코스와 2박3일 코스 두 종류가 있다.올해까지 9년 동안 장승학교를 졸업하고,장승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장승을 말해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약 330명이나 된다.전국에 걸쳐서 장승 문화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도 장승학교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의 장승운동을 통해서였다. 장승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 개인의 정신이 지닌 한없는 능력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인간이면 누구든 혼자서 장승을 만들 수 있다는 것,내가 주체가 되어야 온전한 장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누구든지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남의 도움 없이 자신의 장승을 훌륭하게 만들고 그 장승은 남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평등하고 고귀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이 능력을 서로 존중해야만 진정한 주체가 나타나며,그 주체는 곧,모든 사람의 존재는 다른 모든 존재와 필연적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상생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이같은 능력을 예술로 승화시키면 장승만들기는 곧 영혼의 치료이자 자연의 마음에 인간의 마음이 얹혀지는 것이라고 한다. 장승학교에서 배우는 과정 중에는 ‘장승팔괘마당’이라는 놀이가 있다.장승학교 졸업식 때나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 벌이는 장승축제다.졸업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 과정이기도 하다.모두 여덟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1)장승 만들기(2)장승 그림 그리기(3)장승 그림을 위한 시 낭송(4)장승 춤(5)장승 춤을 위한 시 낭송(6)장승 노래(7)장승 노래시(8)함께 하는 마당. ●장승은 한국문화의 ‘영원한 새벽’ ‘장승팔괘마당’ 놀이의 특징은 어떠한 정형성도 부정하는 것이다.정형성이 없기 때문에 그 때 그 때마다 모든 것이 달라진다.기존의 틀에 얽매여 있는 고정관념을 털어 내어 활활 태워버리는 것이다.자연에서 정형성이란 없다.인간의 눈이나 생각이 정형성을 만들었을 따름이다.자연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이 팔괘마당의 축제에 대하여 미쳤다는 표현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혼란스럽고,기괴하며,섬뜩하기도 하고,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상망측한 짓거리라고 내뱉기도 한다.그런데 유럽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신선하고 충격적인 예술의 한 극치라고 칭찬하는데,두 가지의 다른 견해 차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단다. 특히 장승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의 세계는 확실히 이채롭다.그때마다 상황과 연희자의 생각에 따라 토해내는 소리는 심령의 노래다.고대 조상들의 심성과 고요한 자연의 마음이 짓고 허물면서 원초적 근원을 느끼게 한다. 갈촌 선생의 장승 가르치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주문 외우기다.장승을 다듬는 사람들이 줄곧 입으로 소리내어 외우는 주문은 ‘좋아진다! 좋아진다!’는 것이다.장승 다듬는 이가 ‘좋아진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만든 장승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좋아진다는 따뜻함이 일어난다. 장승을 만드는 것은 그 시대의 마음을 기록하는 것이다.망치로,칼끝으로 장승을 깎으면서 외친다.내가 좋아진다,내 집과 이웃,마을과 나라,세계와 우주가 좋아진다고 외친다.그렇게 믿으면 다 이루어진다.장승은 한국 문화의 영원한 새벽이다. ●알림 지난 1월부터 독자여러분의 성원속에 연재해 온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이 이번 52회로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그동안 1주일에 두차례씩 집필해 주신 정동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