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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 연출 박근형

    연극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 연출 박근형

    “어제 꿈에 니 동생이 나왔어. 지 소변이 너무 뜨거워 죽겠다는 거야. 온 다리에 쇳물이 흐르는 것 같다고.”텅빈 눈으로 집나간 막내아들을 부르는 어미. 그 뒤로 아들 이리가 울부짖는다.“엄마아, 뜨거워. 못 참겠어.”평상에 앉은 큰딸 이금은 깨진 수박을 거머쥐고 우악스럽게 먹어댄다. 연출가 박근형의 신작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26일까지)의 연습 현장인 서울 혜화동 게릴라극장 안. 한쪽에선 조명작업이 한창이고, 또 한쪽에는 누추한 옷가지들이 빨래줄에 널렸다. 지난 4월 LG아트센터에서 최민식 주연의 ‘필로우맨’을 지휘했던 박근형(44·극단 골목길 대표)이 소극장으로 돌아왔다.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수상작인 ‘내 동생의’(극본 지경화)를 연극으로 만든다. ‘내 동생의’는 먹거리 개를 키우는 가족 이야기다. 어미는 앓아누운 시아버지의 대변을 받아내고 큰딸 이금은 이혼해 돌아온다. 둘째딸 이손은 겁탈 당해 오줌을 지리고 쌍둥이 아들은 누이를 못 지켰다는 죄책감에 집을 나갔다. 연출자의 말을 빌리자면 ‘마지못해 사는 척박한 가족’이다. 지난해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올해의 예술상과 동아연극상, 대산문학상을 거머쥔 박근형이 이번 작품에선 ‘어머니’를 말한다. 어미와 딸, 아내, 며느리로 사는 여성들의 억압된 이야기가 서정적으로 펼쳐진다.“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졌다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아직도 보이지 않는 숱한 인습과 통념을 견뎌야 합니다. 이 작품은 이 사회가 개와 같다는, 그 사나운 개들 속에서 여자로 살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개를 먹여야 한다는 암시가 있어요.” 상징과 은유가 많은 희곡이라, 관객과의 간극을 메우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소극장으로 돌아온 마음만은 푼푼하다.“저는 편하죠, 이런 극장이. 소극장은 배우들의 연기가 가감 없으니 숨길래야 숨길 수도 없고…. 대극장에서는 아무리 리얼하게 해도 증폭시켜야 하니 장단이 있어요.” 이번 작품에는 그와 어깨를 겯어온 극단 골목길의 배우들뿐 아니라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의 여검사 장영남과 극단 백수광부의 정은영이 합류한다. 두 사람은 큰딸 이금과 어미로 살을 맞댄다. 브랜드파워가 높은 연출가로 꼽히는 박근형은 짐짓 동료들의 이름을 대며 칭찬을 밀어냈다.“최용훈, 김광보, 위성신 등 저희 또래들이 연출층이 두껍잖아요. 그래서 서로 배우고 자극을 많이 받아요. 양정웅은 섬세하고 전략을 잘 짜는 스타일이지만 저는 ‘에이, 될 대로 되라’예요. 연출미학이 있거나 이론이 없지요. 지금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때가 많아요.” 기교나 겉치레없이 온전히 이야기의 힘만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그는 “요새는 뒷심이 달린다.”며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11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할 차기작 ‘백무동에서’는 사뭇 솔깃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지리산 근처 마을 백무동에 사는 여자들이 할머니고 어린 아이고 할 것 없이 한꺼번에 아이를 밴다. 절망적인 삶 속에서도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관통해온 그의 화법은 ‘내 동생은’에서도 비껴가지 않는다.“제가 세련되지가 못해서…. 거칠고 투박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죠.” 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9일로 베이징올림픽 ‘D-365’.2008년 올림픽 주경기는 1년이 남았지만, 중국은 지금 ‘장외 경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을 필두로 한 ‘기업들의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이번 올림픽은 특별하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다. 이들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다. 코카콜라는 올해 초 중국에서 기존엔 없던 600㎖짜리를 새로 출시했다.S라인을 한껏 살렸으며 손잡이가 편해졌다는 평가다. 이 콜라병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성화 봉송로 발표일인 4월26일 콜라를 무료로 나눠줄 때도 별도로 제작한 기념 캔을 사용했다. 지난해 7월 베이징 수도박물관은 ‘올림픽유치 기념 특별 전시회’를 열면서 콜라 부스를 따로 따내기도 했다.50년 전의 콜라병과 기념배지 등은 올림픽과 함께한 코카콜라의 역사를 한껏 과시했다.‘올림픽의 상징 기업’ 코카콜라가 2008 베이징올림픽 마케팅에 얼마나 일찌감치 뛰어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최근 중국에서 임금착취, 노조억압 등 시비에 휘말린 맥도널드는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고, 유니폼을 바꾸며 이미지 제고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 법인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슈워츠는 요즘 매일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맥도널드가 얼마나 베이징올림픽을 지원하며, 성공을 기원하는지 강조하고 다니느라 바쁘다. 다국적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올림픽 공식후원사(TOP·The Olympic Partners)’들은 우월적 지위에서 이미 마케팅을 본격화해왔다. 삼성, 비자, 제너럴일렉트릭(GE), 맥도널드, 코닥, 파나소닉, 아토스 오리진, 존슨앤드존슨, 오메가, 매뉴라이프, 레노보 등 12개 후원사는 최근 중국 TV와 언론매체에 단골 광고주다. 로컬 기업들의 ‘유사’ 광고도 한창이다. 올림픽 로고나 상징 문양·색 등을 통해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에 한창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참가했던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는 올림픽 경기장 밖에서도 중국을 겨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버드와이저는 월드컵 기간에 경기장 내 브랜드를 갑자기 영문(Bud)과 중문(百威)을 함께 쓰는 광고로 바꿨다. 월드컵 무대에 중국어 광고가 처음 진출한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을 타깃으로 한 고도의 브랜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으로 이번 올림픽은 중국 기업들에게 커다란 도약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국 기업과 1차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한국기업들에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중국 최대 PC업체인 롄샹(聯想·Lenovo)의 양위안칭(楊元慶) 회장은 “올림픽은 우리가 세계 일류로 도약할 수 있는 비밀열쇠”라고까지 공언했다.2004년 17억 5000만달러에 IBM의 PC부문을 인수한 롄상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7000만달러 이상을 내고 TOP이 됐다. 세계 각국에 ‘올림픽 PC시리즈’를 선보였고 광고는 올림픽 후원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공동으로 코카콜라를 떠올릴 수 있는 빨란색을 채용한 노트북을 한정판매하기도 했다. 올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18%나 상승했다. 특히 현지 기업들은 개최국 조직위원회가 지정하는 ‘로컬 스폰서’로 공식적인 홍보활동을 함으로써 외국기업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 외국 기업들이 도리어 ‘앰부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색가전 브랜드 하이얼(海), 중국 최대 우유회사 이리(伊利), 중국이동, 중국 2위 은행인 중국은행 등도 올림픽마케팅에 뛰어든지 오래다.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1년을 ‘혁명의 때’라고 표현하고 있다.
  • [발언대] 탈북자들의 손을 잡아주자/조순환 서울 노원경찰서 보안과 경위

    “안녕하십네까? 반갑습네다.” 통일부 산하 탈북자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탈북자들과 신변보호담당관의 첫 만남에서 듣는 북녘 사투리다. 같은 민족 형제자매이면서도 이방인 같은 그들을 대할 때마다 “오랜 분단의 역사가 같은 민족도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하는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생활고와 억압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형제, 처자식과의 인연도 끊은 채 돈을 벌겠다는 욕심으로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 공안들의 눈을 피해 떠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서 남한에 입국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가 어렸을 적 생각했던 뿔달린 공산당도, 우리에게 직접 총부리를 겨누었던 적도 아니다. 헤어져 있던 시간만큼 너무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우리의 형제자매들일 뿐이다. 월남이 패망한 후 돌아갈 조국이 없어 이국을 떠돌던 베트남 난민들을 떠올려 보면서 부모형제와 처자식을 떠나 낯선 남한을 찾아온 탈북자들을 관심있게 바라 보자. 탈북자 1만명 시대 탈북자들이 외로움을 이겨내고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신변보호담당관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모두 그들의 손을 잡아 주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일로 가는 길이며 우리들이 반드시 해야 할,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조순환 서울 노원경찰서 보안과 경위
  • 이슬람권 평화활동가 시각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자업자득’이라며 피랍인들을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역할론과 책임론을 두고 ‘반미운동’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군사대응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가족들은 그때마다 피가 마른다. 이슬람권에서 평화활동을 해온 청년 운동가 두 명이 만났다. 안영민(36) ‘경계를넘어’ 활동가와 이동화(33)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두 사람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레바논 등 분쟁지역을 오가며 평화운동을 해왔다. 이동화씨는 최근 무슬림이 됐다. 피랍사태를 지켜본 두 사람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입말 그대로 옮겼다. ●“‘람보’ 기대하는 건 인질 죽으란 말” 이동화:“잘됐네”“이번 기회에 순교하면 되겠네”…. 피랍사실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 반응이 이랬잖아. 너무 놀랐어. 냉소를 넘어 거의 증오에 가까웠어. 안영민:국제평화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 기독교의 봉사활동을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오직 ‘미전도 종족’이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으니까. 이:내가 2005년 요르단에 머무를 때 정말 화났던 게 뭐였냐면 말야. 이라크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선교사들 중 일부는 한국 강남쯤 되는 곳에서 호화롭게 살면서 가난한 무슬림을 하찮게 보는데, 정말 기가 막히는 거야. 안:그렇다고 ‘너희가 선교하러 갔으니까 너희 책임이다.’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이:형 말이 맞아. 비판할 건 비판해야겠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잖아. 지금은 비판보다는 생명을 걱정하는 게 우선이니까. 안:더 심각한 건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납치된 사람들이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이었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 아닐 거야. 하지만 실제 군사작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야. 지금은 말뿐이지만, 상황이 장기화돼서 더 이상 기다려도 소용없다고 판단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밀고 들어갈 수도 있어. 이:미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 네티즌들이 군사작전 운운하는 게 더 놀랍지. 할리우드 인질구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 현실에서 람보를 기대하는 건 말 그대로 ‘인질 다 죽어라’잖아. 안: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미국 책임론’을 반미로 몰아가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냐?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지? 사실 아프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 사람 목숨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이:정부 협상력이 제대로 안 통하는 거 봐. 벌써 두 사람이 죽었어. 사람들이 미국을 거론하는 건 미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인 데 말이야. ●“국내 무슬림 희생양 돼선 안돼” 안:언론에도 아쉬운 점이 있어.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가로운 요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미국이 아프간에 들어간 이유가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때문이란 사실, 한국인은 두 명이 죽었지만 그간 미국과 나토군의 폭격으로 죽어간 아프간 국민이 수만명이었다는 사실 등도 한번쯤 보도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이:속보도 중요하지만 아프간 정부-탈레반, 아프간 정부-미국, 탈레반-미국 간의 역사·정치적 배경을 함께 짚어줬다면 독자들이 피랍사태의 전후 맥락을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안:얼마 전 부산에서 술 취한 사람이 이슬람사원 유리창 깨고 그랬다면서? 무슬림으로서 어떻게 생각해? 이:내 무슬림 친구들이 정말 우려했던 게 바로 그거야. 왜 한국 사람들은 탈레반을 무슬림과 동일시하냐고 그래. 자기들도 탈레반이 싫고, 아랍권에선 탈레반을 무슬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억울하다는 거야.‘우린 한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와서 깽판을 쳐도 한국 사람 전체를 욕하진 않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탈레반의 행태를 두고 이슬람 전체를 욕하냐’는 거지.9·11사태 이후 ‘무슬림=테러, 코란=칼’로 각인된 이미지 탓이 크다고 봐. 안:탈레반은 정말 나쁜 짓 많이 했지. 사람도 많이 죽였고, 여성 인권도 억압했고. 하지만 탈레반은 무슬림의 일부분일 뿐이야. 언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원리주의자’‘근본주의자’란 표현인데, 자꾸 이 부분만 부각되니까 결국 이게 전부인 것처럼 되는 거야. 이:2003∼2004년 이라크 전쟁 때 현지에 있었는데, 더 이상 최악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평안한 거야. 도대체 알 수 없는 평안의 정체가 뭘까 궁금했어. 결국 찾은 답이 무슬림이란 종교였어. 난 총도 안 쏘고 폭탄도 안 터지는 한국에서 늘 머리가 깨지는 듯 했는데…. 내가 무슬림이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그들의 실제 삶을 봤기 때문이야. 안:아프간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국에 많이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이슬람제국 건설이 아닌 여성인권과 민주주의를 원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까 자꾸 오해가 생긴다고 봐. 그 오해를 없애는 게 우리 할 일이기도 하고. 정리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파놉티콘 /제러미 벤담 지음

    1949년 소설 ‘1984’를 낼 때, 저자 조지 오웰은 자신이 그려낸 빅 브러더(Big Brother)가 불과 60여년 뒤 이렇듯 심각한 형태로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될 줄 예상이나 했을까. 현대 사회는 ‘1984’ 속 텔레스크린보다 더한 감시카메라(CCTV)가 엘리베이터·주차장·현관 등에 설치돼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세상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감시체계를 일컫는 개념으로 영국의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이 1791년 고안해낸 ‘파놉티콘’을 빼놓을 수가 없다. 국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된 그의 ‘파놉티콘’(신건수 옮김, 책세상 펴냄)’은 정보 감시가 일상화된 요즘 더욱 비판적으로 다가오는 원형감옥 ‘파놉티콘’의 실현을 주창하고 있다.‘파놉티콘´(panopticon)은 ‘pan´(모두)과 ‘본다´(opticon)를 합성한 것으로 직역하면 ‘모두 다 본다.’는 뜻. 파놉티콘이 적용되는 원리는 이렇다. 중앙에 높은 감시탑을 세우고, 이 감시탑 바깥을 둘러서 원형감옥을 세워 죄수들을 감금시킨다. 이 속에 갇힌 수감자는 감시자의 시선이 언제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어 언제나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며, 이에 따라 규율과 감시를 내면화해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 1975년 미셸 푸코는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파놉티콘의 감시체계가 권력자들이 폭력과 억압을 관철시키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푸코는 권력자들이 비정상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일반 상식’ 뒤에 숨어서 사회적 통제와 억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신병자는 정신병원으로 가야하고 장애인이 옆집에 살면 불편하게 여기는 것도 바로 이에 해당하며, 이 속에 숨은 것이 바로 파놉티콘의 원리라고 푸코는 강조하는 것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이혼한 아내 없인 못살겠어요

    Q6개월 전 아내와 합의 이혼을 했습니다. 아내는 그 당시 이혼을 요구하며 이유는 묻지 말라고 했습니다. 결국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위해 도장을 찍어줄 수밖에 없었지만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혼 후 알고 보니 다른 남자가 있었고 사실이 확인될수록 땅이 꺼진 것 같은 깊은 수렁에 빠져듭니다.16년간 아내는 자기를 전혀 내세우지 않고 가정과 자식만을 위해 살았고 부부싸움 한번 해 본 적도 없어 주변에서 잉꼬 부부로 다 부러워했습니다. 저는 이 사람 없이는 못살 것 같은데 아내의 마음을 되돌려 재결합할 수 있을까요? -유성환(가명·43세) A이혼 후에야 비로소 이혼 사유에 대해 직면하게 되고 아내의 마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군요. 자책감과 배신감의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껴져 안타깝습니다.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오는 동안 아내는 자신의 감정을 내세우거나 드러내지 않고 가정을 위해 희생적으로 살아온 듯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무엇이 가정을 위해 더 나은 행동이었을까요. 잉꼬 부부로 보이는 데에는 그럴듯해 보였는지 모르지만 긴 세월 동안 부부가 속마음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결혼 생활 중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참고 덮는 데 급급하여 논의를 필요로 하는 문제들조차 대화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것은 아닐까요. 부부싸움을 극도로 싫어하는 부부들은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직면하여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참고 억누르는 습관이 생기게 되어 마음의 간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지게 됩니다. 문제가 있을 때 싸우기 싫거나 상황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마찰을 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갈등 회피형’ 부부는 서로에 대해서 표면적인 것 외에는 알 수 없으며 오늘의 현실을 변명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속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는 배우자에게 진정한 애정을 느끼기 어려운 일이며 자신의 불만이나 욕구들을 상대에게 더 이상 요구하거나 말하지 않으니까요. 배우자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갈등을 회피하게 되면 응어리진 속마음을 많이 쌓아두게 되기 때문에 외로워집니다. 이때 자신의 속감정을 나누고 위로, 지지, 공감을 얻을 만한 다른 이성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며 외도를 저지를 위험도 높아지지요. 갈등 회피형 부부는 참고 삭이는 것이 배우자에 대한 배려라고 착각하고 스스로 마음 문이 닫힐 때까지 견디다가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요구합니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요구에 이혼 도장까지 찍어주는 것이 배려라고 착각한 것도 속마음과 다르게 행동한 것이 되지요.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스스로 억압시켜 버렸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마음을 열고 결혼 생활 동안 쌓아왔던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진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나 지지에 대한 확신과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기준이나 일반적인 잣대로 상대에게 지시, 명령, 평가, 충고하듯이 말하지 않고 자기방어도 하지 마세요.‘어떠한 이야기라도 잘 들어 주는구나.’,‘자기 식대로 강요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다른 이성 파트너와 나누었던 마음이 줄어들고 서서히 진실을 드러낼 것입니다. 전 배우자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준 후에는 본인의 속마음도 전달될 수 있도록 표현하세요. 단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면 무조건 재결합해야 한다고 조급하게 몰아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속마음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다시 재결합 가능성에 희망을 가져보아도 좋습니다. 당사자 중심으로 재결합 과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함께 노력해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테러리즘의 근원과 역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23명의 피랍 사건이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3년 전 김선일씨 사태 이후 아랍 세계와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해결이나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뼈아픈 깨달음을 안겨준다. 탈레반 세력의 부활, 무리한 선교활동, 정부의 뒤늦은 파병 철수 결정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이 또한 임시방편에 그친다면 비슷한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슬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지아우딘 사르다르 등 지음, 유나영 옮김, 이후 펴냄)는 현대 이슬람 사회의 쟁점, 서구 사회가 이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 등을 살핀 책이다. 저자들은 이슬람이 오늘날 테러리즘, 독재, 억압 등과 결부돼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무슬림들이)서구야말로 자신들의 모든 문제를 일으킨 근원이라고 습관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서구가 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 슬며시 기대하는 모습 또한 흔히 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오늘날 이슬람에는 긴급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증오와 노골적인 공격으로 일관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거부하는 서구사회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터무니없이’ 간단히 규정해버리는 ‘박식한 무지’가 유독 무슬림에 대해 적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과 연결돼 있다고 경계한다. 나아가 “오리엔탈리즘은 무슬림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예측할 수는 있는 존재로 만들어 권위를 획득했다.”면서 “미국 9·11 테러 이후에 아랍인과 무슬림을 악마로 몰아붙이는 경향에도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적인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슬람 내부에서 일고 있는 자성과 개혁 노력이다. 영국인 무슬림 샤밈 미아흐는 무슬림으로서 정체성을 재발견해 더욱 나은 시민이 됐다면서 이렇게 기술한다.“젊고 자기주장이 강한 남녀 무슬림들은 전통적 이슬람 관습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나도 잠자리에 들 때면 전통적인 긴 옷을 벗어던지고 편안한 할랄 사각 팬티로 갈아입는다.”고. 언제나 일상의 작은 흐름이 역사를 만드는 법이다.9500원.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씨줄날줄] 히잡의 부활/구본영 논설위원

    이슬람 문화권에선 여성들이 종교적 전통에 따라 외출시 베일(쓰개)을 두른다. 같은 이슬람권이라 하더라도 나라별 종교·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그 복식도 천차만별이다. 시리아나 터키에서는 얼굴을 드러낸 머릿수건인 히잡(hijab)이 보편적이다. 이보다 얼굴을 더 많이 가리는 게 파키스탄에서 쓰는 니캅이나, 이란 여성들이 쓰는 차도르다. 탈레반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가 강한 아프가니스탄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는 부르카를 착용한다. 엊그제 끝난 터키 총선에서 친이슬람 성향의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압승을 거뒀다는 소식이다. 이번 총선은 ‘이슬람과 민주주의의 공존’을 내세우는 세력과, 종교의 정치개입 반대를 고수하려는 신정(神政)분리 세력간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강력히 반대하는 세속주의 야당의 참패였다.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은 의외로 커 보인다.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종교를 국가 경영 원리에서 배제하는 ‘세속화 정책’이 건국 이래 터키의 기조였다.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은 정치에서 이슬람을 몰아내기 위해 ‘샤리아’법(종교관습법)을 철폐하고 신헌법을 공포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고 학교나 관공서에서 히잡을 불법화했다. 터키의 현대화를 이룩한 케말은 아타튀르크(터키의 국부)로 불릴 정도로 카리스마가 여전하다고 한다. 반면 그가 메스를 댄 이슬람 전통에 대한 대수술은 ‘미완의 실험’에 그친 인상이다. 상당수 터키 여대생들이 금지구역인 교정을 나서자마자 히잡을 다시 두른다고 하지 않는가. 히잡 착용을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보는 서구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선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히잡도 전통문화라는 터키 국민의 이중적 심리를 읽었기에 집권당의 총선 연승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와는 별개로 히잡의 ‘화려한 부활’은 유럽 정치 기상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한다. 무엇보다 터키의 숙원인 유럽연합(EU) 가입에 미칠 영향이 관전 포인트다. 프랑스가 학교내에서 히잡 착용을 불법화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기존 회원국들이 EU의 정책에 이슬람 색채가 강해지는 것을 내심 꺼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문화마당] 문학제와 지방자치단체/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이효석은 어두웠던 일제 강점기에 자유와 사랑과 예술의 가치를 깊이 인식한 작가였다. 그는 문학인들이 밀집해 있던 서울이 아니라 고도(古都)인 평양에서 자신의 문학적 신념을 소설과 산문에 실어 세상에 내보내곤 했다. 이 글들에서 그는 정치나 역사가 인간 본연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인간이 사회적 존재 이전에 자연적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올해는 그런 이효석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매년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주관하여 태어난 후 100년이 되는 작가들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필자는 이효석의 문학세계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이 정치적, 사회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출생과 성장, 성숙, 죽음을 차례로 겪어나가는 자연적 존재이며 또 그러한 자연적 존재의 삶을 충만하게 영위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흔히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로만 알려져 있는 이효석에 대해서 새로운 관심과 애착이 생기면서 최근에 필자는 이효석의 장녀인 이나미씨를 만나 뵐 수 있게 되었다. 이나미씨는 아드님과 함께 창미사(創美社)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두 번에 걸쳐 ‘이효석 전집’을 출판한 분이다. 출판사도 차리고 전집같이 일품이 많이 나가는 사업까지 펼쳤으니 만나 뵙기 전 생각으로는 아주 유족(裕足)하지는 않더라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계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신촌에서 천호동까지 물어물어 찾아가 보았을 때 그분은 단칸 반지하방에서 척추 디스크를 앓으면서 외롭게 지내고 계셨다. 아드님은 중국으로 사업을 하러 가셨다는데 언제 돌아오실지 명확한 기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은 눈치였다. 이나미씨는 한국현대소설 연구자의 한 사람에 불과한 필자에게 작가 이효석을 둘러싼 문제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효석 문학제에 관한 것이었다. 이효석 문학제는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문화행사로 지방자치단체와 문학이 조화를 잘 이룬 사례로 손꼽히곤 한다. 그러나 이나미씨를 만나고 나서 생각하게 된 것은 이 연례행사가 외화내빈에 흐르지 않으려면 이효석 문학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더 깊이 숙고해야 하리라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작가나 작품을 매개로 해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경남 진해의 김달진 문학제, 경북 영양의 조지훈 문학제, 충북 옥천의 정지용 문학제 등은 문학이 사회적 ‘공익’을 창출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에서 결코 도외시해서는 안 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문제를 행정편의적으로 해결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을 빌미 삼아 경제적인 이득만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래 문학은 정치나 운동 같은 것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오히려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의 기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행정 쪽에서 보면 작가, 작품, 유족, 관련 문학인 등 어느 하나 순탄하게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요행히 ‘사업’이 잘 진척되어 정착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경제적 실적을 거두어 지역민의 지지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난제들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축제를 만들려던 것이 계륵으로 변해 버리는 일도 종종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효석은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들에 의해서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작가였다. 문학은 이 현대사회에서 환금적인 가치 이상의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것 가운데 하나다.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해당 국가들 적극적으로 요구 들어줘

    피랍 한국인들의 석방을 둘러싼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조기 석방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25일 풀려나면 지난 19일 납치된 뒤 딱 일주일 만이다. 24일 로이터통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후 아프간 무장세력이 외국인을 납치한 건수는 이번 한국인 납치사건을 포함해 모두 15건. 이 가운데 8건이 협상에 성공했다. 대개 납치 직후 해당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 납치세력의 요구에 귀기울였던 점이 주효했다. 지난 3월5일 납치된 이탈리아 기자 대니얼 마스트로자코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포로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측과 직접 협상을 벌였다. 밀고 당기기 끝에 고위급 지도자 5명과 마스트로자코모를 맞바꾸는데 성공했다. 지난 2003년 10월 탈레반이 터키인 1명을 납치했을 때도 자신들의 포로를 풀어 달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당초 요구조건인 8명보다 적은 2명이 석방됐지만 인질은 열흘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해당 국가들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태도를 보여 탈레반측의 조바심을 누그러뜨리면서 협상을 벌였다. 특히 적극적인 물밑 협상을 벌이면서 탈레반의 요구를 만족시켜 준 것도 공통점이다. 금전 역시 중요한 ‘당근’으로 작용했던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독일정부는 지난해 1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독일인 기술자 2명의 석방을 위해 100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공영 ARD방송이 보도한 바 있다.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사진기자 가브리엘레 토르셀로가 납치됐다 풀려났을 때도 200만달러를 탈레반측에 풀었다. 이번 한국인 피랍사건은 지난 5년간 탈레반이 외국인을 납치한 사건 가운데 유례없이 최단 기간에 인질들을 풀어준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납치된 외국인들은 석방되기까지 평균적으로 36일이 걸렸다.2003년 이후 납치 사건 중 가장 빨리 석방된 케이스인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 피랍 당시도 석방까지 2주일이나 걸렸다. 식량,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벽한 산악지대에서 23명이나 되는 인질을 장기간 수용하는 것은 탈레반 입장에선 버거운 일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했다.그 동안 탈레반이 억류했던 인질은 최대 3명을 넘지 않았다. 또 18명이나 되는 많은 여성을 장기간 억압하는 듯한 모습은 같은 이슬람권 민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이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신진작가 10명의 ‘열’전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실질적이어서 좋았어요.(권경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인사미술공간이 올해로 3회째 신진작가 10명을 배출했다. 서울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열’전(8월26일까지)에는 1977년생부터 1983년생까지 그야말로 풋풋한 ‘새내기’ 작가 10명이 수줍게 열정을 드러낸다. 인사미술공간은 워크숍을 통해 2005년부터 ‘미술계에서 전업작가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미술대학과 큐레이터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작가 25명 가운데 10명을 뽑아 넉 달간 ‘신진작가수첩’ 워크숍을 진행했다. 포트폴리오 작성법, 글쓰기의 실제, 국내외 레지던시(작가 입주 창작 프로그램) 활용, 지원금 신청서 작성요령 등 학교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살아 있는 교육이다. 인사미술공간의 강성은 큐레이터는 “인맥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에서 제도적으로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프로그램의 의의를 설명했다.지난 2005년 신진작가수첩에 참여했던 김보민은 이제 홍콩 크리스티경매,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등에서 활약하는 국제적인 작가가 됐다. 또 2006년 참가한 진기종은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가 됐고, 안정주는 핀란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제 막 미술계에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은 한국 미술의 미래를 가늠해 보게 한다. 올해 신진작가수첩에 참여한 권경환(30)은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검은 화면에 흰색 연필로 미사일의 불빛과 하얀 연기를 그려넣은 사뭇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바로 그 지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빛을 발한다. 이소정(28)은 한지 바탕에 수묵으로 그린 ‘나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라는 작품을 냈다. 스스로 ‘마마걸’이라고 고백하는 작가는 이를 통해 한국 성인 여성이 겪는 억압을 표현한다. 이밖에 관광엽서나 관광객의 비디오를 편집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함혜경), 아바타 그림 위에 불투명 유리를 씌운(손서현) 작품도 눈길을 줄 만하다.(02)760-4722.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데스크시각] 1987→1997→2007/손성진 경제부장

    10년 전,20년 전을 반추하고 있는 올해다.6·10항쟁이 20년 전이었고 외환위기가 10년 전이었다. 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두 정치적, 경제적 사건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군부독재기와 비교해 볼 때 괄목할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 정당한 방법이라면 용인되는 요즘이다. 의사표현을 무력으로 억압하고 사병들의 투표권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던 20년 전을 젊은이들은 도리어 생소하게 느낀다. 6·10항쟁의 주체였던 386세대들은 이제 집권자가 되었다. 그러나 항쟁 이후에도 한동안 재야의 그늘에 있었던 그들 또한 권력의 안마당으로 들어가자 그 달콤함에 빠져 들었다. 그러면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정치의 쓴맛을 경험하는 중이다. 경험 부족이 부르는 정치와 정책의 실패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부르고 보수세력의 거센 공격에 직면해 있다. 공격을 받아 마땅할 만큼 현재의 정책들은 너무나 공허하다. 비현실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기자실 개혁이 그렇다. 언론이라고 개혁에서 피해나갈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점의 우선 순위는 아니다. 집권층은 아직도 20년 전의 생각에 매몰돼 있다. 그 사이 많이 변했다.10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고서도 경제적으로는 적어도 몇년을 후퇴하는 일을 겪었는가. 실질을 추구하지 못한 권력 때문이다. 개혁의 자기도취와 희열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탓이다. 10년 전 쓰라린 경험을 겪고 우리는 다시 발아래 땅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을 것을 잃었다. 돌이키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외환위기는 외견상으로 극복되었다. 그러나 잘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른바 양극화다. 한편에서는 외제차가 넘쳐나는데 다른 쪽에서는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저소득 가정이 늘어난다. 집권층이 관심가져야 할 것은 바로 이런 문제다. 시간이 부족하다. 공허한 곳에 동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 1987년이나 1997년에 비해 지금의 서민생활이 얼마나 나아졌을까. 민주화가 진전된 만큼 좋아졌을까.1인당 국민소득(GNI)은 1987년에 3321달러였다. 올해에는 2만달러를 돌파한다고 한다.6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구매력 기준 국민소득(PPP GNI)은 87년 1만 8372달러에서 올해는 2만 8000달러쯤 된다.20년만에 1배반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체감 경제는 그보다 더 못하다. 주식 값이 치솟는다고 서민경제가 좋아질 것은 없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계층간의 괴리감만 키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돌아와서는 안 될 개발독재를 떠올리고 있다. 정치적 억압은 알 바 없다며 피부로 느낄 정도로 경제발전을 구가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그 사이 6·10항쟁은 퇴색되고 잊혀지고 있다. 정치적 선진화는 경제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민주화 세력의 책임이다. 하나는 이루었으되 둘은 못했다. 국민들은 민생고를 걱정하고 있는데 이데올로기의 함정에 빠져 있었던 지난 몇년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향해 가려면 할 일들은 너무나 많다. 양극화를 해소해서 국민들의 일체감을 높여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서 미래 발전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 금융의 시대에 대비해 규제를 풀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런 일들을 민간부문의 힘만으로는 해내기 어렵다.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되어야 해낼 수 있다. 한국은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저성장 시대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2의 성장이 필요하다. 의식적인 기반은 국민들이 자신할 만큼 갖추어져 있다. 좇아야 할 것은 허황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현실이다. 손성진 경제부장 sonsj@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평소 의사소통 부족이 부른 일

    Q1아내가 한 달 전 “우리 헤어지자.”라는 메모만 달랑 남겨놓은 채 집을 나갔습니다. 가출한 아내를 찾아다니고 아이들 돌보느라 하던 사업도 엉망이 됐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왜 집을 나갔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니 더 미칠 것 같습니다. -K(남·45세) Q2결혼 10년째인 저는 그동안 참고 살았습니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참고 살면 남편도 달라지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노래방 도우미와 가까운 사이라는 친구 말을 듣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이혼 요구를 했지만 또 무시하더군요. 대화도 안 되고 한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싫어 집을 나와 이혼을 하고 싶습니다. -J(여·37세) A아내가 없는 시간 동안 겪었을 K님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자녀 돌보기, 집안 일, 회사 일을 병행해 나가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무엇보다 아내가 집을 나간 이유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견딜 수 없었겠지요.K님의 경우처럼 갑자기 아내가 집을 나간 경우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왜 아내가 집을 나갈 수밖에 없었을까, 꼭 이래야만 했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꼬리를 무는 여러 생각들로 잠을 이룰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평상시 대화가 잘 되는 부부였다면 아내에게 무슨 고민이 있는지, 어떤 불만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아내와의 관계를 되짚어 보고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무관심하고 소홀히 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의 결혼생활을 점검해 보세요. 결혼 10년 동안 참고만 살다가 이혼을 선택한 J님. 늘 이혼을 생각할 만큼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많은 상처를 해결하지 않은 채 쌓아놓고 견디셨군요. 그러나 이번 문제의 발단인, 남편이 노래방 도우미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해서 얻은 것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주변 친구 말에 의존하지 않고 내 배우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부부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의 기본은 당사자가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기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놓고 각자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 상황을 드러내는 일이지요. 이때, 왜곡된 편견이나 가면을 벗고 오직 자기 감정에 충실하여 진솔한 느낌을 주고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 속으로 ‘꿍’하고 있거나 참고 삭이는 것은 감정을 억압시키고 관계를 회피하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두 분께서는 부부간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는 점을 깊이 깨닫고 각각 배우자와의 접촉을 시도해야 합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동안 쌓아왔던 응어리진 상처와 억압되었던 감정들을 끄집어내고 배우자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도덕적 판단도 의미가 없습니다. 배우자가 표현한 감정은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에 국한하여 수정을 요구하세요. 배우자를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표현을 존중해주고 수용해주는 태도를 보여야 가출한 아내, 밖으로만 돌던 남편과 비로소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시, 명령, 비난, 충고, 방어적인 말은 가급적 중단하세요.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등 잘잘못을 따지는 논쟁도 피하세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상대의 속마음을 알고 해결방법을 찾아 함께 노력해본 뒤 이혼 결정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나에게 우선 책임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려 하지만 자신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도, 그 속에서 구해내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임을 알아야 합니다. 만남이나 결혼 못지않게 헤어질 때에도 과정이 중요하지요. 혼자 참고 삭이다가 스스로의 감정을 견디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집을 나가는 행위를 한다면 상대는 헤어지는 이유도 모른 채 많은 시간을 방황할 것입니다. 이는 서로에게 원망과 증오에 찬 배신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로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만큼, 이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만남의 의미만큼이나 새로운 헤어짐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여성&남성] 세상의 중심에 선 알파걸

    [여성&남성] 세상의 중심에 선 알파걸

    페미니즘의 ‘제3의 물결’이라고 불리는 ‘알파걸(α-girl)’은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댄 킨들러 교수가 정의한 새로운 사회계층인 알파걸은 학업,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에게 뒤지지 않는, 오히려 능가하는 엘리트 여성을 일컫는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직장에서 알파걸들의 활약은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는 알파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시기와 질투어린 시선도 공존하는 게 현실이다. 알파걸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따로 또 같은’ 생각을 들어봤다. ●알파걸은 대세다? 알파걸의 약진은 중·고교의 학생회장 등 리더그룹에서 두드러진다. 많은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을 타고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사춘기 소녀’보다는 강한 자아를 지닌 소녀들이 전방위로 나서고 있는 것. 남녀 공학인 K중은 남녀 반장을 각각 한 명씩 뽑는다.K중 1학년의 한 반에서 남자 반장은 특별히 나서는 아이가 없어 추천을 받아 투표로 선출했다. 하지만 여자 반장을 뽑을 때는 달랐다. 심모(13)양이 손을 번쩍 들고 반장에 단독 출마를 했다. 심양은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관해선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 주위 친구들의 평가이다. 하다 못해 담임 선생님이 벌을 줄 때도 이유를 따져 물어 곤혹스럽게 하고, 환경미화나 체육대회 때도 남자 반장의 도움을 받아 주도적으로 행사를 준비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원 한 번 다니지 못했지만 첫 시험부터 지금까지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담임인 정모(32·여) 교사는 “가끔씩 황당한 일을 벌이곤 하는 알파걸들은 교사들에겐 ‘예측불허’란 의미다.”라면서 “공부도 1등이고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도 남자 아이들을 압도해 요즘에는 남자 반장보다 더 믿음직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남자들의 미묘한 시기 20∼30대의 알파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5년차 회사원 박모(29·여)씨는 팀내에서 공인된 ‘알파걸’이다. 똑 부러지는 일처리로 상사들의 신뢰를 독차지할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다. 세살배기 딸을 둔 박씨는 남편과 시댁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박씨는 스스로 알파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중·고와 여대를 다니면서 사회의 고정된 ‘성역할’에 얽매이지 않게 됐을 뿐이고 회사에서도 남자들과의 경쟁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알파걸’이란 말이 트렌드처럼 되는 게 모든 여성에게 알파걸이 되라고 강요하는 새로운 억압 기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라면서 “알파걸도 필요하지만 조용히 살림하고 내조하며 사는 삶도 가치있을 수 있죠. 그런데 일부에선 알파걸만 훌륭한 것처럼 떠드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2·여)씨는 자타공인 알파걸이다. 능력도 워낙 빼어나지만 리더십과 강한 ‘포스’를 뿜어내 남자 동료들도 그 앞에 서면 꼼짝을 못한다. 그렇다고 모나거나 잘난 척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 중 누구도 그를 싫어하지 않는다. 박씨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알파걸로 길러졌다. 돈벌이는 어머니가 도맡아 하고 외려 아버지는 살림살이와 딸의 사소한 고민까지 챙겨 주는 등 전통적인 관념의 성역할이 전도된 가정에서 자라난 것. 킨들런 교수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친밀한 관계가 딸들의 사고방식과 심리, 사회와의 교류 방식, 인생에 대한 소망과 기대치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박씨 역시 알파걸이란 타이틀이 탐탁지 않다. 박씨는 “여자 동료나 후배들은 저를 롤모델로 여기고 따르지만, 남자 동료나 후배는 겉으로 내색을 안해도 묘한 질투 같은 게 실린 것을 느끼곤 해요.”라고 털어 놓았다. 대학생 우모(23·여)씨는 ‘알파걸’하면 동창 김모(23·여)씨가 떠오른다. 다른 친구들은 어학연수를 갈 때 김씨는 8학기를 연속으로 학교에 다니며 과외로 돈도 벌고, 어학원 등도 꾸준히 다녔다고 한다. 학교에서 발표수업을 할 때도 떨기는커녕 남자 조원들을 ‘수족처럼’ 부렸고, 남자 동기들도 서로 김씨의 조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우씨는 “남자를 잘 이끌며 리더로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이 부러웠다.”면서도 “어쩔 땐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남자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고 미모를 활용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 샘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알파걸에 대한 호들갑… “이해하기 힘들어” 6년차 회사원 김모(31·여)씨가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동료나 선배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특히 상사는 물론 동료나 아랫사람에게까지 인정받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면서도 “솔직히 내 주위에서 미디어에서 떠드는 의미의 완벽한 알파걸은 찾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파걸’이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아가는 데 대해 김씨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능력 외적인 사회의 차별 구조 때문에 여자들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적었을 뿐이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입사시험이나 고시, 학교에서 여자들이 더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알파걸이란 개념이 은연 중에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능력이 떨어지는데, 남자보다 잘 하는 여자들이 많아지니까 신기하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것 자체가 가치 차별적인 용어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일선 학교에서 거센 ‘알파걸’ 열풍 수도권의 한 중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장모(30) 교사는 최근 일선 학교에 거세게 불고 있는 ‘알파걸 열풍’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 교사는 “6개 반이 남녀 합반으로 한 반에 남자 반장과 여자 반장을 한 명씩 뽑는데 남자 반장은 얌전하고 차분한 반면 여자 반장은 목소리가 크고 리더십이 강하다.”면서 “결국 ‘여자 반장-남자 부반장’ 구도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남녀공학 A중에 다니는 이모(13)군은 또래 사이에 공부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는 데다 성격까지 좋은 ‘알파걸’들이 꽤 있다고 말한다. 이군은 “솔직히 공부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 아이들이 잘 했다. 평균 점수도 조금 더 높았다. 하지만 알파걸들은 공부뿐 아니라 뭐든지 잘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32) 교사는 ‘알파걸’ 하면 남자애들을 한 손에 휘어잡아 ‘카리스마’란 별명으로 불리던 이모(15)양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성격도 털털하고 포용력이 좋아 불량 학생(?) 그룹에 속하는 남학생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같은 반에 5살이나 많은 남학생 C군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도 반항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C군이 급우를 괴롭히는 것을 본 이양은 멱살을 다잡고 ‘맞짱’을 떴고, 결국 급우 전체에게 사과를 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싸움의 기술로 C군을 제압한 것은 아니다. 이양의 ‘카리스마’에 C군이 저도 모르게 물러선 것이다. 김 교사는 “왜 그런 무모한 싸움을 했냐고 물었더니 ‘남자애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서도 무서워서 가만히 있기에 그랬다.’면서 ‘불의를 보고 어떻게 참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세대의 단어로는 원더우먼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들도 진급하면 변신한다? 철강회사에 다니는 김모(27)씨가 피부로 느낀 알파걸들은 주로 대리급 여자 상사들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들은 무서울 정도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일처리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일처리를 요구한다. 철강업계의 경우 설비에 한계가 있고 지금껏 해온 관행과 제약 때문에 수익성이 높아도 많이 생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규모는 적지만 수익성이 높은 회사보다는 수익성은 적어도 덩치가 큰 회사를 우선적으로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그런데 우리 팀의 여자 상사는 이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여자 상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을 요구했고, 그 결과 기획부터 공장 생산방식,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이 변하게 됐다. 하지만 남자 직원들은 갑자기 달라진 일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녀의 정확한 일처리에 군소리 한 마디도 못하고 두려워하기만 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런 알파걸들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일처리로 최고경영자(CEO)의 눈에 들어 관리직으로 승진하면 다른 남자 선배들처럼 평범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대리 때처럼 지적하기보다는 승진을 먼저 생각해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였다.”면서 “그래서 알파걸이 알파우먼(?)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회사원 이모(31)씨 역시 “여자 신입 사원들의 창조력과 패기에 놀라지만 표출하는 방식에서 조금씩 부작용을 드러낸다.”면서 “결국엔 남자들의 표현법과 사회 적응력을 터득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남자들의 표현법은 알고 있어도 절대로 공개석상에서 상관보다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남자 역시 분명 알파맨이 있지만 스스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면서 “알파걸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남자들을 넘어서려면 끌어 주는 알파우먼이 많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도 내 딸이 알파걸이었으면… 갓 돌이 지난 딸을 둔 회사원 이모(31)씨는 자신의 딸이 알파걸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성 역할을 벗어나 미래에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꿈을 꾼다. 그는 “나는 남자로서 생활을 책임지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배우고 살았지만 딸은 아무 부담 없이 스스로를 위해 맘껏 능력을 펼쳤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주위의 알파걸들이 두려운 만큼 내 딸도 많은 남성들을 두렵게 만드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에든버러 가는 ‘보이첵’

    몸과 탱고, 조명과 나무의자가 없었다면 ‘보이첵’은 없었을 것이다. 극명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빛과 어둠. 환희와 절망 사이를 질주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배우와 함께 해체되고 합체되는 의자. 이 세 가지 재료를 몸이 가지고 논다. 8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된 ‘보이첵’이 지난 2∼5일 아르코예술극장의 기획프로그램 ‘몸짓콘서트’에서 선보였다. 다음달 2일부터 27일까지 에든버러 오로라 노바 극장에 오를 ‘보이첵’은 2001년 초연 이후 재작년 스위스와 일본 공연에 이어 2007년 폴란드,2008년 타이완까지 진출할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수작. 육군 일등병인 보이첵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가난한 버러지’이자, 흥미로운 실험 대상이다. 멸시와 천대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그가 유일하게 가진 것은 붉은 입술의 아내 마리. 악대장은 순금 귀걸이를 미끼로 아내를 탐하고 의사는 실험대에 그를 가둔다. 목울대와 핏발이 잔뜩 선 보이첵은 파국을 택한다. 그러나 음악과 몸놀림의 카리스마는 날 선 비극도 무디게 한다. “보이첵, 보이첵∼.”하며 시종일관 그를 불러대는 코러스의 익살과 정색, 군무는 장면마다 눈을 고정시킨다. 무대 장치이자 또 하나의 배우인 10개의 의자는 칼과 술이자 보이첵을 옥죄는 권력과 억압이 된다. 이야기간의 점성이 묽어 장면간의 연결고리는 헐겁다. 음악의 볼륨이 대사를 덮거나 몸에 대한 집중이 대사 전달을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과관계에 기대는 극이 아닌 만큼 관객도 이에 너그럽다. 한편, 아르코예술극장에서는 15일까지 몸의 향연이 펼쳐진다.10일부터 12일까지는 고재경, 이윤재, 정금형 등 마임 전문가들이 선보이는 ‘1인 마임’이 대기 중. 8일,14∼15일에는 연극 배우와 안무가, 설치예술가 등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선보이는 릴레이 몸짓 공연 ‘움직이는 갤러리’가 이어진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인권변호사 에바디의 회고록 출간

    ‘다음 처형할 대상은 에바디’ 200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시린 에바디(60)는 1990년대 후반 암살된 지식인의 가족을 변호하기 위해 정부 관료와 암살 전담반이 나눈 대화록 파일을 열람하다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러나 보통사람에게는 소름이 끼칠 이런 ‘사건’도 에바디에게는 그저 일상에 불과했다. ‘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시린 에바디, 아자데 모아베니 지음, 황지현 옮김, 황금나침반 펴냄,2007)’는 정치적 억압과 유혈 투쟁으로 격동의 역사를 살아온 이란에서 여성과 아동의 인권 수호에 앞장선 시린 에바디가 쓴 회고록이다. 1947년 이란 하마단에서 태어난 에바디는 당시로서는 아주 특별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는 에바디와 남동생을 아들과 딸로 구분하지 않았고, 또 아버지는 어머니를 지극히 존중했다. 이렇듯 이슬람국가 답지 않은 집안 분위기에서 평등의식과 자존감을 키워온 에바디는 자연스럽게 불합리한 처사와 불평등에 비판의식을 갖게 됐고 행동으로 옮기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에바디는 1970년 23세의 나이로 이란의 첫 여성 판사가 됐지만 영예는 오래가지 않았다.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뒤 강경 보수파의 신정 체제가 ‘여성은 법 집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듬해 판사직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에바디는 단순 사무직으로 강등됐다. 하지만 권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이란을 침공하는 등 엄혹한 세월이 닥쳤지만, 조국과 정의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에바디는 1992년부터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에바디는 여성의 생명 가치를 남성의 절반으로 규정하고, 여성의 이혼권 및 자녀양육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 체계를 바꾸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에바디는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무슬림의 한 사람으로, 진정한 이슬람 율법은 여성의 평등권 및 민주주의 가치와 공존하는 것임을 입증해보인다. 그에게는 2001년 노르웨이의 국제적 인권상인 라프토 상을 비롯해 권위있는 상이 잇따라 주어졌다. 하지만 상의 목록보다도 더 빛나는 것은 무자비한 가부장적 체제와 편파적 법전 해석에 맞서 온몸으로 싸운 에바디의 피와 땀 그 자체이다.1만 2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혼인의 문화사/김원중 지음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은 보통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의 행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본래는 동·서쪽 남자 모두에게 미련을 두는 처녀의 심정을 담은 표현이었다고 한다. 중국 제나라에 혼기가 찬 처녀가 있었는데, 동쪽 집안과 서쪽 집안에서 동시에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 집 아들은 못생겼지만 부자였고, 서쪽 집 아들은 가난했지만 ‘꽃미남’이었다. 부모는 궁리 끝에 딸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동쪽 집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 어깨를 드러내고, 서쪽 집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라.”했다. 딸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양쪽 어깨를 모두 끌어내렸다고 한다. ‘낮에는 부유한 동쪽 집에서 먹고, 밤에는 잘생긴 서쪽 남자와 자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처녀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이야기로, 공자가 살던 무렵 일반 서민들의 자유연애 풍토는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혼인의 문화사’(김원중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는 중국 고대의 성(性)의 모습을 제시하며 혼인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국의 성과 결혼, 가족 문화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 없다. 지은이는 ‘여자는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지아비를, 지아비가 죽으면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삼종지도(三從之道)와 처첩제도 등 전통적인 중국의 가족제도가 중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유교문화권 여성을 억압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은이는 수천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중국 혼인사에서 중심축이 되는 남녀의 관계에는 ‘동가식서가숙’의 고사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실제로 춘추시대나 위진남북조시대의 귀부인 사이에 보편화된 사통(私通)이나 성도덕의 문란, 절대권력을 휘두른 여제(女帝)의 남성 탐닉을 보면 고대 중국의 여성은 남성의 성적 노리개로만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의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혼인의 예절을 갖추지 않고 이루어진 남녀의 성관계를 야합(野合)이라고 했는데, 공자 역시 야합으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멸시를 받지 않은 것은, 공자를 잉태한 야합이 춘사(春社)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농사가 순조롭기를 땅의 신에게 비는 춘사에는 예외적으로 야합이 허용됐다고 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버지라는 개념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다. 모계사회의 단계에서는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확신하지 못하고, 어머니도 자식과 아버지의 필연적인 관계를 확신할 수 없는 ‘부계불확실성’이 지배했다. 한반도에서도 단군왕검과 박혁거세, 견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웅이 ‘아비 없는 자식’으로 태어났는데, 이런 현상은 남성 중심의 일부일처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어원학적 측면에서도 성(姓)은 어머니의 혈통을 중심으로 삼는 개념이었다고 한다. 여자라는 뜻의 女(여)와 태어난다는 의미를 가진 生(생)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글자로 아버지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성의 결정이 모계로부터 비롯하고 있으며, 성의 주체가 여자였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본지 독자권익위 9차회의 “盧대통령 보도 다소 감정적”

    본지 독자권익위 9차회의 “盧대통령 보도 다소 감정적”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을 둘러싼 보도 태도가 다소 감정적이었다. 검증공방을 분석하는 기사도 드물었다.” 27일 오전 서울신문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 9차 회의에서 쏟아진 애정어린 충고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선관위 결정에 대한 보도내용 등을 주제로 편집국 간부들을 상대로 1시간 넘게 날선 비판을 가했다. 회의에는 독자권익위 차병직 변호사, 유선영 언론재단 연구위원, 임효진 중앙대 신문 전 편집장 등이, 편집국에서는 강석진 국장, 박대출 정치부장, 최홍재 편집부 차장 등이 참석했다. 유 위원은 “대통령이라는 제도를 감정적으로 만화그리듯 그렇게 조롱거리로 삼는 보도를 할 수 있느냐. 민주주의에 대한 권위를 실추, 비하하는데 한국이라는 배가 잘 나아갈까.”라면서 “신문에서 감정을 빼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위원은 이어 “선거법이 과도하게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기획기사를 낸다든가 (선거법을)고칠 필요가 있다는 기획기사를 내보내 균형감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차병직 위원도 동감을 표시하면서 “전체적 흐름은 그렇다 해도 한 두개 신문쯤은 다르게 하면 눈에 띌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효진 위원은 “서울신문이 대체로 객관적 입장에서 보도해 왔으나 선관위 보도의 경우,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일자 3면 ‘노 대통령의 일탈 발언 안팎’ 기사 제목 가운데 ‘공식후보 없어 위법 아니다.’라는 제목을 예로 들며 “탄핵을 주장하는 쪽은 헌법정신과 정치적 중립위배 등을 근거로 해서 체계적인 것처럼 보이는 반면 이 제목의 경우, 대통령 발언은 잘못인데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객관적인 평가에 도움이 되는 기사가 많아야 한다.”면서 선거법과 공무원법의 상충 때문에 선거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8일자 4면 기사를 한 예로 들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정치적 토론을 원하는데 (언론은)스캔들 다루듯 한다.”면서 “분석·기획기사가 더 많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 위원은 “젊은이들의 시대적 감수성을 감안해서 신문을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면서 “젊은이들을 독자로 유인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 위원은 “이명박·박근혜 후보간 검증공방을 분석하는 기사가 보기 어려웠다.”면서 “좀더 분석하고 발로 뛰는 노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강석진 국장은 이에 대해 “좋은 지적에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테마를 갖고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사설] 당장 손 봐야 할 선거법 인터넷 조항

    시대에 뒤떨어진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이 말썽을 빚고 있다. 선관위가 선거법 93조 1항을 근거로 대선 180일 전인 지난 22일부터 인터넷상의 특정후보 지지·반대 등을 금지하자 네티즌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법만 놓고 보면 이메일은 물론 포털사이트 게시판, 댓글, 심지어 개인블로그에서까지 특정후보·정당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내용은 모조리 불법이다. 아예 대선에 관해선 입을 닫고 있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선관위 발표가 나온 뒤로 선관위 홈페이지 등엔 네티즌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선관위가 억압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주된 내용이다. 궁지에 몰린 선관위는 부랴부랴 “모든 댓글이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특정후보·정당을 비방하거나 지지할 의도가 아닌 글을 일회성으로 올리면 위반이 아니며, 계속해서 지지·비방 글을 싣거나 퍼나를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뜻이다. 군색하고 모호하다. 대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어떻게 가리며,‘계속’은 몇차례를 말하는가. 위법 여부는 알아서 판단할 테니 네티즌들은 처분만 기다리든가 아예 입을 다물라는 말인가. 선거법을 당장 보완해야 한다. 세상은 디지털 시대에 진입한 지 오래이건만 선거법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서 헤맨다. 선거법 전체 조항 278개 가운데 인터넷 관련은 2∼3개에 불과하다. 한창 인기를 모으는 손수 제작물(UCC) 관련 조항도 없다.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국회는 당장 인터넷 관련 선거법 조항만이라도 먼저 정비해야 할 것이다.
  • [19일 TV 하이라이트]

    ●사랑해도 괜찮아(KBS2 오전 9시) 지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루치와 깜빡 잠이 들어버리고, 아침에 살금살금 나오려다가 철웅과 마주친다. 시내와 함께 잔뜩 술을 마신 후 모텔에서 깨어난 하웅은 눈 앞에 있는 시내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한편, 석훈은 철웅과 함께 있던 지인을 본 후 꼬리를 무는 궁금증에 양이에게 찾아간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이슬람교 영향으로 억압을 받아온 파키스탄 여성들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세대 여성들의 요구에 맞춰 체육관이나 의류매장, 미용실 등이 전국에 들어서고 많은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과 취업기회를 누리고 있다.TV나 인터넷의 영향으로 서양 여성 못지않게 스타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팔도사투리 총출동!진짜 지방 사람을 찾아라!’. 대한민국 전국 팔도를 사투리 하나로 평정한 엄청난 사연의 주인공들이 몰려온다. 유창한 본토식 사투리 구사와 걸쭉한 입담 뒤에 숨겨진 쇼킹한 비밀. 전국 최강 팔도명물들의 발칙한 진실공방이 펼쳐진다. 진짜 사연의 주인공은 단 두 사람. 이들을 찾아본다. ●나쁜여자 착한여자(MBC 오후 7시45분) 말자는 세영이 태욱과 지우를 말리지는 못할 망정 집에 와서 김치나 담가주고 있다며 비난한다. 세영은 안하무인격인 말자의 태도에 어이가 없다. 말자는 태욱을 강제로 끌고 나가고, 지우는 태욱이 돌아올까봐 오피스텔을 지키겠다고 한다. 서경은 진아를 찾아 곧 미국으로 가니 잊지 말아달라고 한다. ●하늘만큼 땅만큼(KBS1 오후 8시25분) 은주의 입덧이 가라앉을 때까지 처가살이를 하겠다는 상현에게 명자는 집에서 지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상현은 은주와 같이 지내고 싶다며 다시 간곡하게 설득하지만 명자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한편 순임은 싫다는 봉례를 졸라 봉례 차에 기사까지 대동하고 은주 집으로 쳐들어가는데…. ●다큐 인(EBS 오후 9시20분) 스피드 보트를 타고 피피섬으로 가는 일정이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성훈씨에게 걸려온 전화, 사무이 섬 현지 소장과 급히 논의할 일이 생긴 것이다. 이씨 없이 피피섬으로 떠나게 된 직원들. 설상가상 이씨는 비행기 시간에 늦었다. 이씨는 무사히 태국 현지답사를 끝마치고 ‘최고의 여행’을 기획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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