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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미술사/민음인 펴냄

    한치 앞도 모른다는데,10년 후의 일을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1996년 처음으로 러시아에 갔을 때, 문학 공부를 하던 내가 러시아 미술사에 관한 책을 쓰게 되리라고, 그리고 미술 현장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게 될줄 어찌 알았겠느냐 말이다.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스탕달 신드롬’(뛰어난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신적·육체적 충격)을 일으켰다. 이렇게 시작된 러시아 미술 공부는 아마 알지 못했으면, 평생 후회했을 그런 아름다운 세계를 내게 보여주었다. 이 책은 러시아 본토에서 러시아 미술을 공부한 사람으로 러시아 미술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는 사명감과 공부하면서 느꼈던 행복함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서 쓴 책이다. 러시아 미술은 격렬하고 열정적인 러시아인들의 삶 자체와 그것의 예술적인 승화를 보여준다. 19세기까지 존속했던 농노제와 억압적인 차르 통치, 공산주의 혁명과 개혁 등 남다른 역사는 이 나라의 예술 문화에 독특한 특성을 각인했다. 현실이 남루하고 비참할수록, 그것을 직시하면서 동시에 정신적으로 뛰어넘으려는 열망이 러시아 문화 전반의 특징이다. 나는 이러한 열망을 ‘위대한 유토피아의 꿈’이라고 요약했다.19세기의 이동파의 그림, 칸딘스키, 말레비치, 타틀린 같은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은 이러한 유토피아적 열망과 좌절의 과정을 눈앞에서 그림으로 직접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러시아 미술을 소개하되, 딱딱한 연표 외우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야기의 구조를 택했다. 한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인들의 삶과 역사,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더불어 샤갈의 환상적인 푸른색의 비밀, 심수봉이 불러서 유명해진 노래 ‘백만송이 장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이야기의 구조를 빌렸기 때문에 책에 넣을 수 있었다. 또한 독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푸슈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의 생생한 초상화가 그려졌던 상황도 이 책에서는 전한다. 러시아 미술이라는 특정한 나라의 미술로 시작했으나, 종국에 가서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면서 만들어낸 위대한 결과물로서의 예술이 창조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은 이 책을 끝까지 쓰게 만든 힘이었다.‘일상을 잘 영위하는 것(well-being)´이라는, 다소간 미적지근한 화두가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듯한 요즘, 뜨거운 삶의 흔적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의 현실은 불우했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풍요로웠다.
  • “팔레스타인 학살 사과합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50여년 전 발생했던 팔레스타인인 대학살 사태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2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페레스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남부의 크파르 카셈을 방문,“과거 이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모두 신의 자식이며 누구도 다른 이를 살해하거나 억압하고 모독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1956년 10월 이스라엘의 이집트 공격으로 제2차 중동전쟁이 발생한 첫 날 국경지대를 지나던 아랍계 노동자 48명이 국경수비대 요원들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측은 당시 국경수비대가 노동자들에게 총을 쏜 것은 이들이 야간 통행금지령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숨진 아랍계 노동자들은 야간 통행금지령을 통보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텔아비브(이스라엘) dpa 연합뉴스
  • [이명박 시대-진보·신당 어디로] 위기의 진보세력 “성찰 기회”

    20일 출근길에 나선 회사원 김모(44)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1987년 ‘6월항쟁’을 지켜 봤던 김씨는 지난 밤 대통령선거 개표를 지켜 보며 대학 동창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세월의 흐름 탓일까.‘동지들’ 중 절반은 한나라당 집권을 당연시했고, 김씨를 비롯한 나머지는 무력감을 곱씹으며 고개를 숙였다. “분배와 복지를 말하면서 세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쓰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했는데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거죠. 정책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설득해 가는 과정이 중요했는데….” ●평범한 386들의 자괴감 자신을 ‘왼쪽’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보통 시민들, 특히 87년 민주화운동과 2002년 대선의 흥분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이번 대선을 지켜 보고 느낀 자괴감은 자못 컸다. 현 정부의 실정과 대안 부재로 이명박 당선자의 승리가 예상됐지만,“솔직히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것이다.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386세대에게 진보는 정치적 자율성의 획득과 억압에 대한 항거이지만, 시민들에게 진보는 행복추구권 등 다양한 권리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도적 위치에 오른 386세대들이 정치적 민주화의 노스탤지어에서 깨어나 후배 세대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 선거”라고 지적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번 연속 집권한 진보세력은 정책의 당위성만 강조했지 실정에 대해 사과할 줄은 몰랐다. 민주노동당 역시 여론과는 동떨어진 이데올로기를 강조했다.”면서 “진보세력들이 민심을 읽는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반부패운동으로 새 출발 “머리로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만 마음으로는 쉽지 않다.” 이 당선자의 압도적 승리에 대한 진보진영의 솔직한 속내다.19일밤 서울 모처에서 열린 전국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회에서는 허탈감과 함께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선거무효와 불복종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되 BBK사건 등 당선자의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만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거짓이 교란한 선거라도 국민의 심판은 분명하다.”면서 “현실정치의 진보세력이 대안으로 선택될 만큼 신뢰를 얻지 못했고, 시민사회단체도 유권자들의 판단이 오염되지 않도록 후보자의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진보진영이 충분한 비판과 견제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면서 “삼성비자금을 비롯,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끊기 위해 반부패운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386정치세력의 맏형 격인 대통합민주신당 이인영 의원은 “서민들의 삶에 와 닿는 사회개혁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개선된 효과를 국민들이 느끼게 하지 못했다.”면서 “깊이 자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새출발하겠다.”고 말했다. 임일영 이재훈기자 argus@seoul.co.kr
  • [2007 대선 릴레이 시론 (15)] ‘축제’는 아니지만 대의 선택해야/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7 대선 릴레이 시론 (15)] ‘축제’는 아니지만 대의 선택해야/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7대 대선 게임도 오늘로 막을 내린다. 지난 대선에 비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향후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는 대의(大義)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악이라도 뽑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이번 대선게임 과정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번 선거는 이명박 후보의 선거이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뽑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폭이 축소됐다. 이번 대선에서는 일 잘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담론이 지배했고,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시 발휘한 능력 덕분에 도덕성,BBK, 친인척 문제 등을 안고 있음에도 계속 선두를 유지해오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이명박의 정책 내용, 정책적 능력을 검증하기보다 인물과 도덕성 검증에 치중함으로써 판세를 뒤집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동일한 사안이 이회창 후보처럼 대쪽으로 상징되는 도덕성을 무기로 하는 후보에게 적용되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지역주의의 약화이다. 지역주의 선거가 약화된 것은 노무현 정권의 공(功)이다. 노무현 정권이 지역균형발전, 행정수도 이전, 지방분권 정책을 실시한 결과,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새로운 균열구조가 생기고 이 균열은 지역주의와 교차하면서 지역주의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역주의의 약화는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감지된다. 과거와 같이 수도권의 유권자들이 자기 출신 지방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약화되고 있다. 셋째, 정책선거의 실종이다.BBK 진실 공방 속에 정책토론은 사라졌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물 선거이다. 물론 인물 검증도 중요하다. 잘못된 정책은 고치면 되지만 투명성, 진실성, 공공성에서 흠집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경우 국민들은 5년 내내 고생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검증은 선거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선거의 필수 과목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책 검증이 소홀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은 경제 살리기, 경제성장에 치우쳐 있고 사회분야 정책 제시에는 소홀하다. 보수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 후보들도 성장률을 몇% 이루어 내겠다는 ‘성장률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넷째, 세대간 대결구조가 실종됐다.2030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는 2002년 선거에서 노무현을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청년실업으로 인해 2030세대가 보수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의 소통 수단인 인터넷 언론매체에 대한 과잉규제로 인터넷 언론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는 점도 세대간 대결구도가 실종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난 대선에 비해 인터넷 참여 매체는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참여를 통제하는 선거법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다는 것은 정치적 자유에 대한 중요한 침해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는 국민이 아니라 검찰이 선거 당락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 선거’이다.BBK 검찰수사가 이번 대선의 판세를 결정지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특검 결과에 따라 당선무효 또는 탄핵파동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결정하게 되고 2000년 미국에서 일어난 부시-고어 검표 사건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쟁송(爭訟)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영역을 축소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일반인 230명 첫 개성 나들이

    신새벽 어둠을 뚫고 달린 지 세 시간여. 버스가 구불구불 산길을 오른다싶더니 그 유명한 박연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살얼음이 낀 탓에, 떨어지는 폭포수의 장엄함은 덜했다. 폭포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북측 남자 관광안내원이 걸쭉한 육담을 던진다. 연못 한가운데에 큰 돌멩이가 하나 박혀 있는데 그 모양을 두고 천연덕스럽게 진한 비유를 던졌다. 남측 관광객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박연’이라는 이름도 이 돌멩이에서 유래됐다. 바가지 모양 같다고 해서다. 박연폭포는 황진이·서경덕과 더불어 송도 3절로 꼽힌다. 고려 475년 도읍지로서의 영광과 조선시대 억압의 역사를 한데 지닌 개성이 5일 남한 관광객들에게 처음 문을 열었다. 새벽 6시 서울 계동에서 출발한 10대의 관광버스에는 총 230명의 일반 관광객이 나뉘어 탔다. 최고령 관광객인 김윤경(87) 할아버지는 북측 영접단으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고 “살아 생전 고향 땅 개성을 다시 밟아보다니 꿈만 같다.”며 57년만의 고향방문을 감격스러워했다. ●매일 300명출발·요금 18만원 개성관광은 금강산관광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금강산이 내금강까지 열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외진 관광지라면, 개성은 비무장지대쪽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다. 명승지를 구경하다 고개만 들면 담벼락 저편의 출퇴근하는 개성시민들,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 등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지척에서 느낄 수 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북한이 (개성 개방이라는)쉽지 않은 결단을 내려줬다.”며 “금강산∼백두산∼개성을 잇는 삼각 축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겨울철인데도 이달 개성관광 예약자 수는 벌써 7000명에 육박한다. 북측 안내원의 해설을 뒤로 하고 통일관으로 이동했다. 그 유명한 13첩 반상기와 개성약밥이 점심 상에 올랐다. 점심식사 뒤 선죽교를 찾았다. 고려의 아픔이 담긴 또 하나의 장소다.‘명성’보다는 규모가 작다. 고려 충신 정몽주가 이방원의 철퇴에 맞아 피흘리며 죽어간 곳이다. 정몽주의 혈흔이라는 검붉은 자국은 후세 사람들이 그럴 듯하게 보이는 돌을 옮겨다 놓은 것이지만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개성관광은 하루에 300명씩 매일 출발한다. 요금은 18만원이다. 개성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가정 깨지 않으려 아내 불륜 참는데…

    Q아내가 5개월 전부터 같은 직장의 이혼남과 불륜관계에 있습니다.2년 전에도 동창과 외도한 사실이 드러나 용서해줬는데 이번에는 아예 회사 일을 핑계로 집에 안 들어오고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어쩌다 들어와서는 오히려 “왜 구속하냐.”며 큰소리입니다. 둘이 모텔에서 나오는 게 꿈에 보이고, 늘 붙어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가정을 깨지 않으려고 참고 있는데 점점 한계를 느낍니다. 간통죄로 고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이들이 대학 들어갈 때까지는 이혼할 생각이 없어 그러지도 못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불쾌하고 괘씸해서 견딜 수 없습니다. -고민남(가명·45세) A남자로서 자존심 상하고,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참담함이 느껴져 안타깝습니다. 요즘 유사한 남편들의 상담사례가 많아지는데 배우자의 불륜이나 부정한 행위는 그 어떤 것보다도 존재감을 거부당한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외도사실을 안 이후의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 기간을 두 사람이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이후 결혼생활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우선, 참거나 감정을 억압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세요. 아내의 불륜행위를 중단시키려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단호한 태도와 대응을 통해 분명한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아내가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번, 두 번 경고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경고한 대로 행동하세요. 외도가 한 번의 실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음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배우자가 어떻게 반응했는가와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대부분 외도한 배우자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무조건 받아주거나 오히려 더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대 실수를 덮어두거나 상처받은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나중에 문제를 더 크게 만듭니다. 분노감이 치밀어 오르는데 안 그런 척 가장하거나 거짓 대면하다 보면 엉뚱한 것을 트집잡아 감정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잘못을 인정한 쪽에서도 “미안하다 그랬는데 왜 자꾸 과거 얘기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라고 적반하장 격으로 화를 내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또한 혼자만의 상상으로 골이 깊어지게 되고, 해결되지 않은 채 심리적 거리감을 그대로 가지게 됩니다. 차라리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불쑥불쑥 그때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고 자기표현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지금처럼 과거 상처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뢰가 또 다시 무너진 상황이라면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주의해야 합니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의심을 하게 되면 배우자는 견디지 못하고 더욱 밖으로 돌게 됩니다. 아내입장에서는 관계가 회복불능이라고 단정하거나 살면서 자신을 끝까지 괴롭힐 것이라 믿게 되니까요. 잘못한 쪽도 평생 죄인으로 살 수 없고, 용서해주는 쪽도 마음의 상처를 안으며 평생 살 수 없습니다. 서로의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섣불리 ‘용서’하거나 겉으로 ‘괜찮은 척’하기보다는 내 감정을 먼저 추스르고, 분노감과 배신감에 따른 마음 상태에 대해 충분히 아내에게 드러내놓아야 하며 이해받아야 합니다. 지금의 문제뿐 아니라 그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깊이 있게 살펴보면서 부부로서의 친밀감과 신뢰감이 회복될 때까지 서로의 상처에 대해 충분한 치유과정을 갖도록 하세요. 아내의 외도는 부부관계에서 대화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 더 많이 찾아옵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푸틴이 손볼대상은 ‘문화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손봐야 할 곳은 문화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정복’할 곳으로 문화계를 꼽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은 국내에서 보안·정보 분야나 석유재벌, 언론매체 등과의 힘겨루기에서는 이미 모두 승리했다.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힘으로 모두 눌렀다. 이런 여세를 발판 삼아 2일 일제히 투표가 시작된 이번 총선에서도 굳건한 위치를 확보했다.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은 전체 의석 450석 가운데 최소 62%를 차지하는 압승이 예상된다. 푸틴은 문화계에도 나름의 기준으로 철권을 휘두를 기세다. 옛 소련식의 억압은 아니지만,‘푸틴식’ 검열은 문화계에도 이미 적용돼 왔다. 몇주 전 러시아 문화장관은 파리에서 열린 러시아 현대미술 전시회를 검열했다. 제복을 입은 두 명의 러시아 남성경찰이 숲속에서 진한 키스를 하고 있는 작품 등 수십 개가 전시목록에서 빠졌다. 지난해에는 크렘린과 러시아 정교회를 비꼬는 선동적인 작품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화랑 대표가 폭력 청부업자들에게 심하게 맞았다.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폭력가담자를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 몇년간 문화적 저항주의자들이 기소된 경우는 최소 6건에 달한다. 크렘린은 영화제작자인 니키타 미칼코프 등과 같은 거물 문화계 인사들은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미칼코프는 가상의 수만명의 예술가들 이름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아첨하는’ 편지를 썼다. 헌법상 내년 3월로 제약된 임기에 국한되지 말고 계속 집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크렘린의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 문화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저명 작가인 빅토르 예로페예프는 “당국이 옛 소련시절처럼 탄압하지는 않지만 2년만 더 있으면 (탄압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 문화계에 대한 크렘린의 압박을 우려했다.한편 푸틴이 얼마나 압승을 거둘지가 관심인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총선이 2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동부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차츠키시 32번 투표소를 처음으로 시작됐다. 전국 9만 5000여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된다. 예비결과는 3일 이날 오전 10시쯤 발표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손자 돌보다 딸과 싸움만 늘어

    Q저는 50대 초반의 주부입니다. 원래 직장을 다녔는데 경제적인 부분을 딸이 지원해 주기로 하고 이제는 집에서 손자들만 돌봅니다. 네 살, 두 살 아이 둘을 키운 지 이제 반년쯤 됐는데요. 손자들이 사랑스럽지만 벌써부터 늙은 할머니가 된 것 같아 종종 우울한 기분이 듭니다. 근데 언젠가부터 딸과도 다툼이 많아졌습니다. 옛날부터 부부 싸움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서인지 조금만 소릴 질러도 딸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니 아이가 보고 배운 게 아니냐면서 그런 환경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고 울더군요. 어릴 때 엄마 아빠 악 쓰며 싸우던 모습이 지금도 자기는 생생하다면서요. 딸이 엄마 사정 몰라 주니 손자 키우는 것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고 갑갑하기만 합니다. -이창숙(가명) A아이 돌보는 것도 힘든데 딸과 갈등상황까지 연결되니 서운하고 답답한 마음 이해가 됩니다.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딸이 이해하기보다는 비난하면서 들춰낼 때면 ‘내가 무슨 좋은 소리 듣겠다고 내 일과 생활을 모두 반납하고 이러고 있나.’하는 억울한 생각까지 들겠지요. 그러나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생각하지 말고 딸 내면의 상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모녀지간의 갈등 고리를 풀 수 있기 때문이지요.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으로 인해 성장과정에서 딸이 받았을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목소리가 크고 소리를 지르게 될 때 당사자인 어머니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감정표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딸의 입장에서는 과거 상처의 기억으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과거 부모가 악쓰며 싸우던 모습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오늘의 문제를 의미하기도 하고요. 과거 기억으로 억압시켰다가 자녀양육과정에서 계속 되살아날 것이 예상되기도 하지요. 사람은 누구라도 과거 성장과정에서 받았던 상처가 있기 마련입니다. 원래 부족한 게 인간이듯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고 부모역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딸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엄마의 삶에 대해 비난하거나 잘못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응어리진 상처에 대해 얘기하려 하는 것뿐이지요. 부정하거나 방어적인 경계심을 풀고,“지금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네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엄마, 아빠 싸울 때 어린 네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니?”마주앉아 딸의 과거 감정에 귀 기울여 주고 더 많은 이야기 듣도록 하세요. 이 때, 눈물과 함께 쏟아내는 토설을 통해 응어리진 마음이 많이 풀어질 것이니 앞질러 과거 아픔을 덮으려 하지 마세요. 마음을 함께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서 모녀 사이는 더 돈독해질 것입니다.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일에 대한 가치, 즐거움이 있고 적성에 맞는 것들을 체크해 보세요. 손자 돌보는 일보다 다른 일을 찾았을 때 삶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면 가족회의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합니다. 무리한 육아에 대한 책임과 스트레스는 손자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손자를 돌본다 해도 놀이방이나 어린이 집을 부분적으로 이용하거나 다른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지금 느끼고 있는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녀중심의 생활패턴을 중단하고 자기중심의 생활을 병행해야 합니다. 화를 안으로 삭이면 우울증, 밖으로 표출하면 감정폭발로 이어지지요.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고 건강한 사람입니다. 누구나 자신을 행복하게 할 권리와 책임이 따릅니다. 엄마는 딸의 역할모델 학습이니 자신을 먼저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하기 바랍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하재봉의 영화읽기] 만덜레이

    [하재봉의 영화읽기] 만덜레이

    치열한 실험정신을 잃지 않고 영화미학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는 덴마크 출신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미국 3부작을 기획한 의도는, Pax Americana라고 부를 정도로 세계 정치 문화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역사를 영화적으로 접근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계기는 911 테러였다.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될수록 미국의 오만함도 커지고 적대적인 시선도 늘어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오늘날 미국사회의 문제점을 해부해 보고 싶어했다. 매우 정치적인 의도로 미국 3부작이 기획된 셈이다. 그 첫번째 시도가 <도그빌>이다. 그레이스라는 여자가 도그빌이라는 마을에 도망치듯 들어와 겪는 폭력적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충격적인 영화 언어와 날카로운 실험정신으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영화언어를 만들어냈다. 연극적 무대 양식과 영화적 실험기법이 충돌하면서 절묘한 하모니를 빚어내는 이 작품은, 이른바 구동독작가인 브레히트류의 서사극에서 영향을 받았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제4의 벽을 무너뜨리고 감정이입에 의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는 아리스토텔레스식의 동화효과가 아니라, 무대 위의 사건과 인물에 의문점을 갖고 관객들로 하여금 비판적 이성으로 분석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이화효과를 창안한 브레히트의 극작술과 연출방법은 현대연극의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었다. 가까스로 도그빌을 벗어난 그레이스가 도착한 곳이 미국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만덜레이>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은, 미국 정치의 심장부를 소재로 한 <워싱턴>이다. 개들의 마을을 뜻하는 도그빌이나, 흑인 노예 농장을 소재로 한 만덜레이 등의 제목이나 소재에서도 드러나듯이, 라스폰 트리에 감독은 역사가 일천한 미국의 천박한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청교도 정신으로 건설한 나라가 아니라 그 이면에는 잔혹한 폭력과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라스폰 트리에의 미국 3부작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는, 실제 공간이 아니라 마치 연극 작품처럼 무대 위의 셋트에서 촬영된 이질감에서 비롯된다. 그것도 사실주의 양식의 무대가 아니라, 표현주의 스타일의 상징적이며 압축적 이미지를 담은 무대다. 따라서 한 마을이나 농장은 무대 위에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벽이나 울타리 등은 의미적으로는 설정되어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물들이 공간을 이동하면서 문을 열고 닫는 행위를 마임으로 연기하면, 음향으로 가상의 벽이나 문이 존재하는 것을 알려준다. 그곳이 어떤 공간인지는 바닥에 글자로 쓰여 있다. 카메라는 가끔 버즈 아이샷으로 공중 높이 올라가면서 마치 건축 설계도의 평면도처럼 관객들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도그빌을 떠나 남부 알래바마주의 한 오지 마을 만덜레이에 도착한 그레이스(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와 갱단 두목인 그녀의 아버지(윌리엄 데포우 분)는 폐지된지 70년이 넘은 노예제도가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농장주인 백인 마님은, 농장의 흑인 노예들에 관한 모든 비밀이 적힌 자신의 침대 밑 노트를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마지막으로 그레이스에게 하고 숨진다. 그레이스는 흑인들에게 그들이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 자유의 몸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농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머무르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레이스를 비웃으며 갱단의 부하 몇 명에게 그레이스를 경호하도록 하고 떠난다. 흑인 노예들은 갑자기 찾아온 자유에 당황해 한다.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모르고 무질서한 행동들이 나타난다. 죽은 백인 마님 대신 농장에 질서가 집힐 때까지 그레이스에게 마님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그레이스는 받아들인다. 그리고 침대 밑에 숨겨진 비밀노트를 본다. 그 속에는 모든 흑인 노예들이 7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자존심 강한 1등급부터, 아첨 잘하고 상황에 따라 자신을 바꾸며 생존해 나가는 카멜레온같은 7등급까지 상세하게 분류된 그 노트의 분석은 정확했다. 그레이스는 그들이 자율적으로 일하고 목화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노력한다. 라스폰 트리에 감독은 일차적으로 미국의 노예제도를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오늘날의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강제적으로 끌고 온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이 없었다면 성장 불가능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그 속에는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흑인 문제와 노예제도가 일차적 소재라면,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는 자유에 대한 것이다. 억압이 사라졌다고 저절로 자유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농장의 흑인 노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유인가? 그들 중에는 오랫동안 몸에 익은 속박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강요된 자유가 아니라, 자유의지로 선택한 속박에 길들여진 그들 곁에서 그레이스는 혼란을 느낀다. 또 그녀는 흑인 노예들의 벌거벗은 강인한 몸을 보면서 욕망을 느낀다. 흑백의 섹스는 미국 영화에서 오랫동안 금기에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의 섹스는 문제될 것이 없다. 백인이 우월자이고 지배자였으니까. 그러나 백인 여자와 흑인 남자의 섹스는 미국 영화 속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만약 그 부분이 내러티브 전개상 꼭 필요하다고 해도, 침대로 갔다가 다음 날 해가 뜨는 식으로 간단하게 묘사하는 게 전부였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흑인 인텔리로 등장해서 나스타샤 킨스키와 섹스를 하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원 나잇 스탠드>는 그런 점에서 충격을 준 영화다. <만덜레이>에도 그레이스와 흑인 노예 티모시(이삭 드 번콜 분)의 사실적인 섹스씬이 등장한다. 흑인 남자들의 벗은 몸을 보고 자위를 하는 그레이스의 모습에 이어, 후반부에는 음부까지 드러낸 그레이스와 검은 성기까지 노출한 티모시의 격렬한 섹스씬이 삽입되어 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이다. 흑백의 터부를 라스폰 트리에 감독은 깨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섹스가 아니다. 자유와 속박의 문제다. 농장 노예들을 분석한 비밀노트도 사실은 농장 집사인 흑인 윌햄(대니 글로버 분)이 작성한 것이었고, 흑인들이 농장을 떠나지 않는 것도 속박에 의해사 아니라 갑자기 찾아온 자유의 세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까 봐 의도적으로 노예제도의 틀을 유지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레이스는 만덜레이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또 자존심 강한 1등급 먼시족 남자로 생각하고 이끌렸던 티모시는 사실은 기회주의적인 7등급 만시족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더구나 티모시는 목화로 수확한 마을의 공금을 술과 노름으로 탕진해 버린다. 분노한 그레이스가 티모시를 결박해 놓고 채찍으로 후려치는 모습에서 우리는 기회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의 본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레이스뿐만이 아니다. 농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그레이스를 마님 대용으로 이용한 흑인들의 대부 윌햄도 그렇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다른 흑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속박의 경계, 인간의 본성에 대해 대담한 방식으로 접근한 라스폰 트리에의 용기와 실험정신은 <만덜레이>라는 걸작을 만들었다. 영화 양식의 무대적 차용이라는 독특한 외형적 방식뿐만 아니라, 내적인 주제적 측면에서도 저울추의 균형감각을 유지한다. 위장된 휴머니즘을 신랄하게 파고 들어가는 감독의 예리한 연출력이 <만덜레이>를 보는 동안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니콜 키드만에 이어 그레이스 역을 맡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만든 <빌리지>에서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신인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론 하워드 감독으로서 <분노의 역류> <뷰티풀 마인드> <다빈치 코드> 등을 만든 명장이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아버지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노력으로 주목받는 연기자로서 발돋움하고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유로파>로 데뷔한 후, 병원을 소재로 한 장편 시리즈 <킹덤>,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브레이킹 더 웨이브>, 가수 비욕이 참여했던 뮤지컬 영화 <어둠 속의 댄서> 등을 만들었던 문제 감독이다. 그는 인위적인 시선을 배제하고 자연광 등으로 순수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도그마 선언을 주도했고, 이에 동조하는 젊은 영화감독들과 함께 새로운 영화운동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들고 찍기를 자주 사용하고 카메라와 편집 테크닉에도 능란한 그는, 깊이 있는 주제의식으로 항상 문제 영화를 만들어왔다. <만덜레이>는, 미학적으로는 브레히트의 서사적 방법론을 영화언어에 접목함으로써 사건과 인물에 집중하는 힘을 높이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관객들의 비판정신을 불러일으키면서 미국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글 하재봉 시인, 영화평론가, 동서대 교수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 “민주화후 경제적 불평등 더 악화”

    민주화는 반드시 독점을 해체하는가.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는 15일 열리는 ‘비교사회학적 관점에서 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변화’ 심포지엄에서 ‘민주화 이후 오히려 사회경제적 독점이 강화됐다.’는 분석을 내놓을 예정이다. 민주화가 정치사회적 탈독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연구소가 특별히 주목한 점은 소수자의 관점에서 본 민주주의다. 연구소는 언론에 미리 배포한 ‘심포지엄의 배경과 의미’란 글에서 ‘다수자 민주주의’와 ‘소수자 민주주의’를 구분해 설명했다.“다수자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다수자 정치가 가능한 엘리트의 다원경쟁적 구도가 형성되면 민주주의 필요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치적 배제·경제적 불평등·사회적 차별을 받는 소수자 관점에서 보면 그 자체로 민주주 충분조건의 실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소수자 민주주의론’을 재구성하기 위해 소수자의 불평등·차별·배제·소외를 만들어내는 다수자의 기득권 구조를 ‘독점’이란 개념으로 접근·분석했다.‘민주화 이후’의 재벌독점을 분석한 조현연(정치학)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화 이행에 따른 정치적 독점 해체가 새로운 정치적 기회구조를 창출했음에도 그 자체로 사회경제적 독점 해체나 약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막강한 경제권력에 바탕을 둔 재벌의 영향력이 정치영역에까지 확장됐다.”고 밝혔다. 윤상우(사회학) 한림대 교수는 “민주화 이후 빈곤과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며 외환위기 이후 급등한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이 현재까지 계속 되는 점, 상대빈곤율의 지속적 증가 등을 이유로 꼽았다. 소수자 민주주의의 선결조건은 사회경제적 탈독점화다. 민주화로 인한 정치적 탈독점이 반드시 사회경제적 탈독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비정규직화 및 사회양극화 심화 등으로 분출하는 한국사회의 갈등 양상에서 대표적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 조희연(사회학) 성공회대 교수는 “독재 하에서 정치·경제·사회적 독점에 의해 억압됐던 소수자는 민주화로 자신들의 요구와 이해를 표출할 수 있는 제한적 공간이 출현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이해와 요구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형식 속에서 수용되느냐다.”라고 강조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미국 통제·아랍 독재에 문학적 저항”

    “미국 통제·아랍 독재에 문학적 저항”

    “나는 아랍을 위협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에 맞서 싸웁니다. 동시에 아랍 민중을 억압하는 아랍 독재정권의 비민주성에도 맹렬하게 저항합니다.” 이집트 소설가 소날라 이브라힘(70)은 “나는 아랍작가며, 아랍작가여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미국의 정치·문화적 통제에 반대하는 ‘아랍인’으로서의 자의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브라힘은 “나는 아랍의 독재정권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또렷이 힘줘 말했다. 아랍의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온몸으로 싸웠고, 가장 매서운 언어로 독재정권의 비민주성을 폭로해 왔음을, 그는 “저항”이란 단어로 짧게 표현했다. ‘2007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AALF)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이브라힘을 8일 전북 전주 코아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프랑스를 제외한 서구 문학계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외국문학을 서구문학과 동일시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낯선 이름임은 물론이다. 반면 아랍 세계에서 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가장 논쟁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아랍에 드리운 미국의 막강한 정치·문화적 영향력을 비판·탐구해온 소설가이자, 부패권력의 전복을 꿈꾸다 투옥됐던 실천적 지식인이다. 그는 줄곧 정치적 메시지를 짙게 함의한 글들을 써왔다.“아랍 세계의 하루하루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폭탄소리와 죽어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그에게, 정치적 글쓰기는 일상을 살아가는 삶 그 자체다. ●아랍민족주의 비판하는 아랍민족주의자 한국을 처음 찾은 이브라힘은 이날 조금 피곤한 듯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세월이 쌓여가는 백발의 머리와 검은 뿔테 안경 속 형형한 눈매가 대조를 이뤘다. 1959년 나세르 정권은 비밀 정치조직원이란 이유로 그에게 7년형을 언도했고,5년 반 동안 강제노역에 처했다. 당시 그는 작가가 아닌 정치운동가였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감옥 안 최악의 경험들은 그를 ‘정치성 강한 소설가’로 변신시켰다. “독방에 혼자 있으면서 내 삶의 과거와 현재를 깊이 돌이켜 보게 됐고, 교수·학생·노동자·농민·언론인 등 나와 함께 갇혀 있는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게 됐습니다. 나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우리는 감옥에서 고문받아야 하는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브라힘은 “우리는 미국의 위협에 대항하는 동시에 아랍의 독재정권에도 대항해야 한다.”고 했다.“독재에 대항하는 정치운동은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민족운동”이라고도 했다. 미국에 대한 저항과 아랍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을 함께 강조하는 것이 그와 그의 문학이 가진 독특한 가치다. 이브라힘은 아랍민족주의자면서도, 아랍민족주의에 대항해 싸워 왔다. 미국의 아랍 지배에 대항하는 아랍민족주의를 지지하면서도, 독재권력이 정권 유지를 위해 오용하는 아랍민족주의는 강하게 비판했다.“미국이 원하는 것은 아랍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아랍의 석유와 시장”이란 지적과 “최근 국회를 해산한 파키스탄 무샤라프 군부독재를 보면 이집트 무바라크의 26년 장기독재가 보인다.”는 지적은 쌍둥이처럼 따라 나왔다. ●‘미국화된 지식인의 위기’ 경고 반미·반독재 작가로서 이브라힘의 면모는 그가 수상과 참석을 거부한 문학행사에서 드라마틱하게 발현됐다.2002년 ‘베를린국제문학축제’에 초청받은 그는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을 고수하는 이스라엘 대사관과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는 미국 대사관이 후원하는 행사엔 참석할 수 없다.”며 거부 시위를 선언했다. 이듬해 10월 카이로국제협회가 주는 ‘올해의 작가상’ 시상식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정부로부터 상을 받을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한 채 단상을 내려와 이집트를 발칵 뒤집었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환호했고, 반정부 언론들은 ‘정부의 강압정치에 직격탄을 날렸다.’며 대서특필했다. 이후 그는 이집트 언론에 정치·사회적 견해를 담은 글을 쓸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여성의 배를 갈라 뱃속 아이까지 죽이는 현실에서 문학축제는 축제가 아니란 사실, 이집트 국민을 고문하고 죽이는 무바라크 독재에 내가 항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디어 앞에서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브라힘은 지식인의 위기를 경고한다. 초강대국 미국의 입김에 휘둘리는 아랍 정권과 그 때문에 발생하는 국가적 혼란엔 ‘미국화된 지식인의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유럽의 문학이 세계 문학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 아랍작가는 아랍의 문화와 정치상황을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현실을 타개할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이 뿌리박은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전주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데드 걸

    [강유정의 영화in] 데드 걸

    죽은 자는 위협적이다. 죽은 자가 위협적인 까닭은 그들의 신체가 훼손되고 썩어가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변하지 않기에 위협적이다. 살아 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서 그들은 영원히 부정되거나 변화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 상태 그대로 증거가 되는 자들, 그들이 바로 죽은 자들 그리고 사체들이다. 황량한 벌판 한 가운데서 사체가 한 구 발견된다. 영화 ‘데드 걸’은 심하게 훼손된 한 여자의 사체에서 시작해 그녀가 시체가 되기 직전까지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데드 걸’의 독특한 점은 ‘사체’라는 낯익은 스릴러적 소재를 삐딱하게 비틀었다는 데에 있다. 수사극처럼 건조하게 시작된 영화가 전혀 다른 방향의 드라마로 진행되는 것이다. 다섯 편의 옴니버스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작품의 에피소드들은 패치워크처럼 서로 다른 조각보들과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 조각보는 엄마와의 폐쇄적인 삶에 자신을 차압당한 한 여자에 관한 것이다. 사체 최초 발견자인 여자는 갑작스럽게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어머니는 이 사실을 두고 여자를 비난한다. 그녀와 어머니의 관계는 실상 억압적인 구속에 가깝다. 어머니에 대한 책임감과 불편함 가운데서 방황하던 여자는 결국 낯선 남자를 따라 나선다. 드디어 어머니를 끊어 내고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데드 걸’은 죽은 여자가 아닌 ‘사체’와 연결된 삶을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이 삶 가운데에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카렌 몬크리에프 감독은 시체를 둘러싼 다섯 여자들을 통해 ‘결핍’을 그려낸다. 그들의 삶은 누군가의 부재 혹은 무언가의 결여로 황폐화되어 있는 것이다. 가령, 첫 번 째 이야기에는 아버지 그리고 죽은 형제의 빈자리가 등장한다. 검시관의 이야기를 그린 두 번 째에는 실종된 자매가 자리잡고 있다. 세 번 째 에피소드의 연쇄 살인범의 아내에게는 남편과의 소통이 없고, 네 번 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엄마’에게는 딸이 사라져 버렸다. ‘데드 걸’이 시체를 둘러싼 스릴러가 아닌 여성의 삶에 대한 드라마로 읽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훼손된 것은 죽은 자의 몸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삶 자체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조금 다른 삶을 향해 움직여 가지만 그 이동이 결코 쉽지마는 않다. 부재와 결핍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매 에피소드는 가없이 흔들리는 구원의 손길에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과연 몬크리에프 감독은 결핍에 대한 보상과 충족을 기대하는 것일까? 도리도리, 그렇지는 않은 듯 싶다. 마지막 에피소드, 그러니까 사체로 발견된 여자, 크리스티나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청하고 받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녀가 도움을 청한 이는 연쇄살인범이며, 손길을 잡는 순간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딸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힌 크리스티나는 조금 뒤 처참히 살해당한 채 벌판에 버려질 것이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만 한편 또 시작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부재와 희망, 소통의 역학관계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폭력으로 짓밟히기 직전, 환하게 웃는 크리스티나의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휘발된 희망과 소통하는 영화,‘데드 걸’이다. 영화평론가
  • 안정과의 불화가 빚은 고통 극복

    윤이형(32)의 소설은 안정된 것들과의 불화다. 안정된 삶, 안정된 관계, 안정된 시스템과 불화하므로 필연적으로 고통스럽다. 윤이형의 소설은 그래서 고통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젊은 소설가 윤이형의 첫 번째 창작집 ‘셋을 위한 왈츠’(문학과지성사)가 나왔다.8편의 단편이 실렸다. 윤이형은 2005년 등단했다.2년 사이에 발표한 글은 책에 실린 것 외에도 4편이 더 많다. 문예지는 많이도 청탁했고, 윤이형은 많이도 써냈다. 작가의 작품 생산력과 작가에게 거는 기대가 동시에 증명된 셈이다. 할 말이 많았던 작가 윤이형은 그 많은 말을 매 작품마다 다른 형식으로 표현한다. 단편 ‘판도라의 여름’은 ‘삶과의 불화’를 그린다. 사람의 마음을 현상할 수 있는 ‘판도라스 박스’를 개발한 ‘닥터 판’. 그가 남편의 마음을 현상하자 한 여성이 인화돼 나온다. 분노한 판은 다른 여성에게 반응할 수 없도록 남편을 수술하고 식물인간으로 만든다. 판도라스 박스는 “관성으로 유지해온 관계와 억지로 쌓아올린 신뢰” 및 “신의 눈에 흡족하도록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순응해온 거짓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닥터 판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발명품 때문에 그간 안정돼 있었다고 믿어온 삶을 깨뜨리고 만다. 표제작 ‘셋을 위한 왈츠’는 ‘관계의 불화’를 다룬다. 슬럼프에 빠진 일러스트레이터가 음악치료사를 찾아가고, 치료사는 주인공에게 왈츠를 권한다. 숫자 3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는 3박자 음악 왈츠를 꺼려하면서도 하나, 둘, 셋을 세며 3이 얽어맨 상처 속으로 들어간다. 주인공은 자신과 형, 누나의 관계를 삼각형으로 표현한다. 가장 안정적인 도형(관계)인 삼각형은 또한 가장 빡빡하고 가장 억압적이며 가장 불안한 도형(관계)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심리에서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화가인 아버지 이제하씨와 오랫동안 불화했다는 윤이형(필명)의 정서를 애써 읽어낼 필요까진 없겠다. ‘시스템과의 불화’를 이야기하는 ‘피의 일요일’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설정을 차용했다. 접속자들의 손가락에 따라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 ‘나’는 시스템 속에서 들려오는 한 목소리와 만난다. 목소리는 “우리는 모두 캐릭터이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버에 갇혀 마치 동물처럼 키워지고 조종되는 존재”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자기가 잃어버린 시스템에 저항하며 자신을 찾으려던 목소리는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고 만다. 삶, 관계, 시스템과의 불화는 결국 모든 것들과의 불화다. 그렇다고 윤이형의 불화가 ‘세상 모든 견고한 틀’을 깨버리겠다는 반항심의 표현만은 아니다. 그가 고통을 자처하며 불화하는 것은 극복으로 향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셋을 위한 왈츠’에서 음악치료사는 말한다.“세 박자를 이기려면 세 박자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저주를 풀려면 저주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요.”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책꽂이]

    ●그노시스(미타 마사히로 지음, 다른세상 펴냄) 역사 속에서 과학과 종교가 이어온 독특한 관계의 흐름을 읽으며, 그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그노시스는 인식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생각하는 것을 금기시한 가톨릭의 억압에 맞서 비밀스러운 신의 영역에 접근하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유일한 도구였다. 원제 ‘다 빈치의 수수께끼, 뉴턴의 기적’.9500원.●나대로 간다(이홍우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시사만화가인 저자가 5공화국에서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풍자성 짙은 ‘작품만화’를 그리며 느낀 단상을 묶었다. 저자는 “시사만화의 도식인 기승전결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부단한 형식실험을 거듭했다.”고 회고한다.1만 2000원.●우리 고전을 찾아서(임형택 지음, 한길사 펴냄) ‘백사집’,‘열하일기’,‘매천야록’,‘진명집’,‘한남집’…. 익숙한 책에서부터 이름조차 낯선 우리 고전을 소개한다. 일정한 시대에 국한하지 않고 고려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고전을 다루었다. 이미 알고 있거나, 미처 몰랐던 우리 고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2만 6000원.●조선 500년 신통방통 고사통(조성린 지음, 동서문화사 펴냄) 지은이는 현재 종로구청의 주민생활지원국장으로, 조선왕조의 사회사를 다루어 ‘종로저널’에 연재했던 글을 묶었다. 역사 드라마를 통해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오해하기 쉬운 역사용어와 잘못 사용되는 생활용어들을 풀었다. 공무원답게 조선시대의 행정제도도 조명했다.2만원.●독버섯 이야기(조덕현 지음, 양문 펴냄) 버섯은 숲속의 요정이라고 불리고, 신의 식품이나 불로장수의 영약으로 추앙받는다. 죽은 동식물의 사체를 환원시키는 자연의 청소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종종 접하는 독버섯의 중독사고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평생 버섯만 연구한 지은이는 이 책으로 독버섯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자 했다.1만 3000원.●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천샤오추에 지음, 양성희 옮김, 북돋움 펴냄) 잔혹한 역사 속에서도 매혹의 문화를 만들어낸 쿠바의 모든 것을 담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쿠바의 특별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여행자들이 꿈꾸는 나라 쿠바의 다양한 면모를 다양한 그림자료와 사진자료로 만날 수 있다.1만 1000원.●급진적 진화(조엘 가로 지음, 임지원 옮김, 지식의숲 펴냄)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이라는 종(種)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워싱턴 포스트’ 기자인 지은이는 첨단 테크놀로지 분야의 전문가들을 취재해 최근 각광받는 생명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정보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될 때 찾아올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2만 5000원.●조선의 베스트셀러(이민희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 임진왜란 이후 조선 사회에 불기 시작한 소설 열풍과 이에 편승해 돈을 받고 소설을 대여하던 세책업자들의 이야기를 엄밀한 학문적 탐구와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사대부가의 여성과 하층민이 주로 찾았던 소설은 당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주류문화의 배척 속에서도 그 깊이와 폭을 넓혀 갔다.9000원.●아빠와 딸이 여행을 하며 고전을 이야기하다(정인화·정다훈·정다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50대 아빠와 20대의 두 딸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중년의 삶과 청년의 삶을 탐구하고 비전을 찾고자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토론했다. 생기발랄한 막내 딸 다영이, 깊은 정신세계로 무장한 첫째 딸 다훈이, 해박한 지식에 실천력을 겸비한 아빠가 주인공이다.1만 3000원.
  • 넬슨 만델라 평전/자크 랑 지음

    넬슨 만델라 평전/자크 랑 지음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의 흑인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아프리카 민중의 인권을 위해 살아온 만델라는 정의감에 넘쳐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순수한 열혈청년인가? 프랑스 좌파정권에서 12년 동안 문화부와 교육부 장관을 지낸 자크 랑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주저주저하고 어수룩한 모습에서 친숙함 자크 랑에 따르면 만델라는 추장의 아들로 태어나 섭정의 도움으로 궁정에서 유년생활을 보내고 대학 교육까지 받는 등 보통의 아프리카 흑인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특혜를 누렸다. 게다가 만델라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를 감안해 행동의 수위를 조절하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면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마치 연극인처럼 ‘무대의상’과 ‘무대장치’까지 세심하게 고려한다. 무엇보다 젊은 날의 만델라는 뭇 여성들과 댄스파티를 즐기며, 여성의 시선을 즐기는 평범한 젊은이이기도 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쉽게 우쭐해지는 보통 사람으로, 오랜 죄수 생활 끝에 양복을 걸치면서 “수상 같다.”는 주변 사람들의 아부에 만족해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크 랑의 ‘넬슨 만델라 평전’(윤은주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은 만델라라는 인물에 진솔하게 접근한다. 랑이 그려내는 만델라는 결코 성인(聖人)이 아니며, 그의 말과 행동은 종종 기존 영웅의 풍모와는 거리가 멀다. 만델라는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부끄러워하며, 때로는 숨기기도 한다. 하지만 자크 랑이 그려내는 만델라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주저주저하고 어수룩한 모습의 만델라에게서 인간적인 친숙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크 랑은 만델라 구명운동을 벌이는 예술가들의 음악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랑은 흑인차별정책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직시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가 보여준 예외적인 모습은 어떠한 분석도 불가능하다. 그것은 고전적인 독재정치가 아니라 전례없이 짐승 같은 짓거리였기 때문”이라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연극배우 출신인 랑은 이 책에서 서양 고전 연극의 형식을 빌려 아프리카라는 무대에 선 배우로 만델라를 묘사한다. 제1막에서 만델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 가운데 가장 고상한 성격의 소유자인 안티고네의 아프리카인 형제로 등장한다. 이상주의적이고 열정적인 젊은이는 도시의 법에 복종해 왔지만, 어느날 숭고한 책무를 위해 그것을 위반해야 함을 깨닫는다. 제2막에서 만델라는 검투사 스파르타쿠스가 된다. 비참한 처지에 있는 동료들의 선두에 서서 로마에 대항해 양날 검을 휘두른다. 제3막에서 그는 인간에게 해방의 불을 가져다준 죄로 바위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다. 제4막에서 그의 조국은 혼란이 극심해지지만, 만델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프로스페로가 되어 치밀한 계획으로 모든 이를 화합과 용서의 세계로 이끈다. 제5막에서 그는 ‘넬슨왕’이 되는데, 마침내 자유로워진 조국의 창조자이자, 비극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침몰하기 직전의 아프리카 대륙을 미몽에서 깨나도록 한 선지자가 된다. ●흑인뿐 아니라 백인도 해방시켜야 한다는 사명 느껴 만델라는 27년 동안 수감 생활을 겪으면서 억압 받는 자뿐 아니라 탄압하는 자의 영혼도 마찬가지로 파괴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긴 영어의 생활을 끝내고 자유를 만났을 때 그는 흑인뿐 아니라 백인 또한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는 최근에도 “커다란 언덕을 올라갔지만 아직 더 많은 언덕이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가야 할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꾸물거릴 틈이 없다.”며 전 지구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힘쓰고 있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이용원 칼럼] ‘놈현스럽다’ 소동이 희비극인 이유

    [이용원 칼럼] ‘놈현스럽다’ 소동이 희비극인 이유

    한글날을 앞두고 국립국어원이 ‘사전에도 없는 말 신조어’라는 책을 펴냈고, 이 책에 수록된 단어 가운데 ‘놈현스럽다’가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는 뜻이라는 보도를 처음 접하고는 그러려니 했다. 우리사회에서 유행한 신조어를 모아 해마다 자료집을 내는 일은 국어원이 늘 해오던 업무요,‘놈현스럽다’도 한때 유행한 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태는 엉뚱하게 비약했다. 청와대 쪽에서 국어원에 항의했다는 얘기가 들리더니, 이어 국어원과 출판사가 남은 책의 배포를 중단한다는 둥 배포된 책도 회수한다는 둥 갖가지 소문이 떠돌았다. 급기야는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 “민간기관도 아닌 국가기관에서 그런 표현을 실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이 소동을 지켜보면서 든 의문은 “왜 청와대가 ‘놈현스럽다’는 표현에 새삼 발끈할까.”라는 것이었다. 국어원이 발간한 책은 해마다 내는 신조어 자료집 가운데 2002∼2006년치를 한데 엮은 것에 불과하다.‘놈현스럽다’는 2003년치에 이미 수록됐고, 당시 청와대 쪽에서는 전혀 시비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아무도 쓰지 않는 이 죽은 말(死語)에 청와대가 이토록 예민하게 구는 까닭은 무엇일까. 2003년 4월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두 달째 되는 달이다. 막강하다던 제1야당 후보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새 대통령은 많은 국민에게서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TV에 나와 검사들과 맞장토론을 벌이면서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거침없이 말해 국민을 놀라게 하긴 했지만, 그 자체가 권위를 벗어던진 새로운 대통령상(像)으로 보였다. ‘놈현스럽다’는 그 시절 나온 말이었다. 그래서 그 뜻이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고 풀이됐다. 비록 부분적으로 실망스러운 데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기대할 만하다는, 애정 어린 시선이 그 단어에는 어려 있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깊어지면서 그 단어는 세인의 기억에서 지워져갔다. 청와대가 이번에 코미디 같은 소동을 벌인 까닭도, 그래도 국민에게 기대를 받던 그 좋은 시절을 되씹으며 자격지심에 괴로웠기 때문인지 모른다. 소통의 도구가 극히 한정된 먼 옛날에도 백성의 말은 곧 천심(天心)이고 예언이었다. 따라서 위정자들은 말을 두려워해 곧잘 억압하려고 했지만 역사는 늘 위정자보다 백성의 말을 편들었다.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현재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는 유행어를 수집·연구하는 통상적인 학술사업을 두고 ‘국가원수 모독’ 운운하며 겁박한다. 한술 더떠 국가기관은 당연히 대통령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민간기관도 아닌 국가기관에서”라고 질책한다.‘놈현스럽다’ 소동을 지켜보면서 낄낄 웃다가도 한편으로 슬퍼지는 건 학문·지식에 대한 이같은 무지와 폭력성 때문이다. 2007년 말 ‘놈현스럽다’는 말이 되살아난다면 그 함의(含意)는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너 죽고 나 죽자는 위협적인 태도’ ‘집단 내에서 편가르기를 통해 세력을 유지하는 방식’ ‘교묘한 말재주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는 우선 포함될 터이다. 덧붙여 ‘듣기 싫은 말은 어떻게든 못하게 하려는 행태’도 빼놓을 수 없겠다. 수석 논설위원 ywyi@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미스터리 ‘궁녀’

    [강유정의 영화in] 미스터리 ‘궁녀’

    달이 가득 차면 이지러져야 한다. 초생달, 보름달을 그쳐 그믐달로 사위어가는 달의 순환은 그 원리가 여성의 것과 닮아 있다. 그래서 달은 여성에 대한 비유이자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차면 기울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채우기만 하고 비울 수 없는 여성들이 있다. 깨끗한 피로 채워진 자궁이 매달 경혈을 거듭해야 하고, 그곳에 신성한 아이가 들어설 확률은 0퍼센트이다. 욕망도 자궁처럼 차오르지만 해소할 방법도 없다. 그녀들의 이름은 궁녀, 여성이지만 억압만 있을 뿐 욕망의 실체와 만나본 적 없었던 불행한 여성들, 그들이 바로 궁녀이다. 영화 ‘궁녀’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축시(丑時)가 되자 지밀상궁이 왕과 왕비를 깨워 잠자리에 들라고 고한다. 축시라면 새벽 한 시 즈음, 꾸벅꾸벅 조는 나이든 상궁 곁의 나인은 문틈을 열어 왕과 왕비의 교접을 훔쳐본다.“당신의 씨를, 왕손을 달라.”는 호소를 신음과 섞는 왕비를 보며 어린 나인은 호기심에 빠져든다. 성욕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차단당한 채 상상만 해야 하는 여인들. 이 첫 장면은 궁녀의 욕망이 어떻게 단속되고 처리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영화는 ‘궁’이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발효하는 욕망을 그려내고 있다. 성이 금지된 궁 안에서 몸 속 깊숙이 쌓인 욕망들은 왜곡된 형태로 드러난다. 물건을 훔친 자는 손목이 잘리고 처녀성을 잃은 나인은 참형에 처해진다. 수많은 법칙과 금기로 가득 찬 궁녀들의 세계는 자신의 욕망을 폭력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히스테리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녀들의 증세는 실상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녀들의 욕망은 음탕의 결과가 아니라 자손을 잇고자 선천적으로 내재된, 너무도 근원적인 욕망이기 때문이다. 차단당한 성욕은 재물에 대한 욕심,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나인에 대한 폭력 등으로 전도된다. 수백명의 나인 중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는 불과 10명 안팎, 나머지 나인들의 삶이란 고단하기 그지없다. 영화가 밀폐된 공간에서의 여성의 욕망을 보여준다는 점은 내명부 여인들의 면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왕손을 낳지 못한 중전은 먼저 원자를 생산한 희빈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다. 왕이라는, 남근을 가진 유일한 남자, 아버지가 될 수 있는 단 한 남자를 둔 싸움은 치열하다 못해 잔혹하다. 영화는 이 모든 행태를 귀신의 원한으로 풀어가지만 실상 그것은 귀신의 해코지나 저주라고 보기 어렵다. 궁안에서 벌어진 그 모든 해괴한 일들은 모두 사람의 소행이라 보는 편이 옳다. 혈기왕성하고 순결한 여성들을 궁 안에 가둬두는 순간, 단 한 남자만을 바라보도록 시선이 고정되는 순간, 도착은 시작되고 불운은 침잠한다. 아무나 아들을 얻을 수 없지만 누구나 아들을 원하는 상태, 자체가 일종의 광기이고 비정상이다. 결국 ‘궁녀’는 구중궁궐의 문을 켜켜이 닫아 걸어서 이 부패한 욕망의 공간을 격리시킨다. 조선조라는 시기만큼 이 도착적 공간은 아련하지만 어쩌면 이 억압과 도착은 여전할 지도 모르겠다. 비밀은 사후적으로 드러나니 말이다. 영화평론가
  • [이종현의 나이스샷] 긍정적 생각이 굿샷 비결

    얼마 전 지인과 그린에서 1m 퍼팅을 똑같이 실패한 적이 있다. 지인은 1m 퍼팅을 하면서 ‘실수하면 안 돼.’라는 말을 했지만 퍼팅은 실수로 돌아갔다. 이어 필자 역시 1m가 조금 안되는 거리의 퍼팅을 남겨놓고 ‘똑같은 실수를 하면 안 돼.’라며 퍼트를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골프가 마인드에 좌우되는 멘탈 스포츠임을 새삼 확인했다. 연습장에서 끊임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한다 해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인드다. 그런데도 우리 골프 교습법에 보면 ‘하지말라.’는 부정적 언어가 대부분이다.‘헤드업하지 말라, 스웨이하지 말라, 슬라이스 내지 말라….’ 등 골퍼를 위축시키는 부정과 억압의 언어 일색이다. 교육학자들은 무엇을 가르칠 때 ‘그것은 잘못이다.’‘그런 것은 하지 말라.’ 등의 언어를 쓰면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파티에 초대받은 집 부인이 뚱뚱하다고 해서 ‘웃거나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라.’고 아이에게 주의를 줄 경우 오히려 뚱뚱한 모습이 더 신경쓰여 웃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웨이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말보다는 ‘오른쪽 무릎을 넣어라.’가 좋고 ‘헤드업 하지 말라.’보다는 ‘머리를 고정하면 좋다.’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특히 자신이 미스샷을 했을 때 자학하는 조로 ‘바보’,‘멍청이’ 등의 말을 쓰면 이미 심리적으로 패배의식을 갖게 돼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세계적인 프로골퍼 커티스 스트레인지는 한달 만에 같은 골프장, 같은 17번 홀에서 같은 상황을 맞은 경우가 있었다. 한번은 성공했고 한번은 실패했다. 팀 대항에서 세컨드 샷을 보기 좋게 그린에 올려 버디를 기록한 반면 우승을 앞둔 투어 대회 세컨드 샷은 해저드에 빠트려 우승컵을 내줬다. 이에 스트레인지는 성공을 시킨 팀대항에서는 ‘팀을 위해 최고의 샷’을 생각했고 투어대회에서는 ‘미스 샷을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부정과 긍정의 질량이 엄청난 다른 결과를 가져옴을 알 수 있다. 물론 내공이 강한 골퍼들은 멘털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골퍼들은 멘털에 의해 ‘좋은 샷과 나쁜 샷’이 극명하게 구분되는 경우가 많아 늘 긍정적인 사고를 해주는 것이 좋다.‘벙커에 넣으면 안 돼.’가 아닌 ‘벙커 옆 넓은 페어웨이로 보내면 되지.’,‘뒤 땅을 치면 안 돼.’가 아닌 ‘핀까지 가볍게 올리자.’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최소 3,4타는 덜 칠 수 있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亞문학 ‘보편제국주의’ 탈피 민족적 특색 살려야”

    “亞문학 ‘보편제국주의’ 탈피 민족적 특색 살려야”

    한국의 고은(74) 시인과 중국의 문학평론가 장종(張炯·74)이 만났다.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위치한 대산문화재단에서였다. 두 사람은 한·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해 11∼17일 열리는 ‘한·중문학인대회(한국문화예술위원회·대산문화재단·중국작가협회 공동주최)’의 양국 작가단 단장을 맡고 있다. 두 나라 문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작가들이다. 고은은 올해도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후보로 거론된 세계적 시인이고, 중국작가협회(중국공산당 산하기구인 전국 문인협의체) 명예부주석이자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장종은 사회주의 문학론의 탁월한 이론가로 평가받는다. 장종은 국제 케임브리지 전기센터에서 수여하는 ‘20세기 성취상’과 은상 포장을 받은 바 있다. 고은과 장종은 1933년생 동갑내기다. 두 사람이 밟아온 지난 시간은 전쟁과 분단,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점철됐다. 유사한 시대적 격랑을 헤치고 살아온 두 사람은 역사라는 큰 퍼즐 속에 찍어온 각자의 발자국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은 과거 양국 문학이 담당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역할과 현재 문단이 직면한 과잉 시장주의의 위협을 서로를 통해 거울처럼 비춰봤다. 통역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 BK21사업단 권영실 연구교수가 도왔다. 사회 및 정리 이문영기자 ●“역사가 우리 몸과 문학에 새긴 상처” -장종 고은 선생을 매우 존경합니다. 나와 동갑인데도 그토록 많은 작품을 쓰셨다는 사실이 놀랍기만합니다. 선생께서 불교에 귀의했던 동기와 문학을 택해 환속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고은 저의 산중생활은 전적으로 한국전쟁 탓입니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 죽음 속에서 제가 살아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절 행복하게 했던 모든 가치들이 파괴됐습니다.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초토화됐고, 살아남은 제 마음까지 폐허가 됐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인간됨을 부정하는 모습에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산에 들어가 방황하며 10년을 보냈고, 문학은 다시 저를 산에서 내려오게 만들었습니다. -장종 전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때 서구 민주주의 사상을 처음 접했어요. 그후 자유와 혁명의 가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48년 공산당에 가입했습니다. 당시 공산당 활동은 비밀리에 이뤄졌기에 드러내놓고 움직이진 못했습니다. 지하에서 글을 인쇄해 전단지를 만들고 거리에서 몰래 뿌리는 식으로 선전작업을 하곤 했지요. -고은 48년이면 15살 소년입니다. 당시는 나이 어린 소년까지 역사를 정면 대결토록 만드는 시대였지요. 억압받는 식민지 소년에 불과했던 저 또한 한국전쟁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시련의 시간이었고, 우리 두 사람의 인생엔 각기 자기 나라의 아픔이 새겨져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만남을 통해 두 나라 현대사의 아픔이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장종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에게 새겨진 시대적 아픔은 우리 문학의 아픔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1919년 5·4운동 이후 로마·그리스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서구 문예사조가 한꺼번에 밀고 들어왔습니다. 심지어 일본과 소련문학의 영향까지 받으면서 당시 중국문학엔 다양한 문학사조가 한 시대에 공존하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루신 선생의 작품만 봐도 ‘축복’과 ‘아큐정전’은 현실주의에 가까운 반면,‘고사신편’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성격을 띱니다. -고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는 서양의 고대문학조차 근대에 와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중세문학, 르네상스시대 문학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는 서구문학이 오랜 시대를 거치며 쌓아온 변화의 흐름을 한꺼번에 만나버린 겁니다. 단테는 옛날 사람인데 근대에 만났기 때문에 단테조차도 근대의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혼란이라 명명하는 게 당연합니다. ●“시장주의에 종속된 문학의 위기” -장종 양국 문학에 정치색이 강한 것은 그런 혼란과 무관치 않습니다.1919년 태동된 중국 ‘신문학’ 이후 약 50년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면 ‘대혼돈’‘정치·계급투쟁’‘내우외환’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문학은 순수문학의 길만 가라는 목소리가 생겼습니다. 개혁·개방 이후엔 ‘문학은 문학으로 족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강해져서 정치색 없는 작품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지요. 하지만 창작을 하면 어떤 현상과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 정치성과 철학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고은 한국문학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때론 정치노선을 아예 배격하는가 하면, 때론 지나치게 정치에 밀착되기도 했습니다. 정치 때문에 문학이 죽기도 했고, 정치가 문학을 살리기도 했지요. 민주화 이후엔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중국처럼 문학이 내면화 경향을 걷고 있어요. 그러나 내면화 경향이 오래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린 작가입니다. 작가는 마치 딱따구리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쪼아대야 합니다. 자신의 아픔만을 투시하던 문학으로부터 타자의 아픔을 바라보고 그 아픔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야 합니다. 전 향후 문학의 전망을 ‘타자읽기 문학’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래야 문학이 타자와의 합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장종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문학은 생산과 소비에서 유사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어떤 책은 1000만부 이상을 찍기도 합니다. 중국문학 전대미문의 번영기라 할 수 있지요. 그래도 문제는 있습니다. 이전엔 정치에 종속돼 있던 문학이 이젠 시장에 종속돼 있습니다. 원고료에 집착한 작가들이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일회성 통속문학에 치중하면서 작품성이 떨어졌고, 지나치게 사회문제를 등한시하면서 사상성과 도덕관념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우려할 일이지요. -고은 한국도 진즉에 겪어온 일입니다. 시대·경제상황이 변하면서 무한한 문학적 가능성을 개척해 왔지만 시장적 가치에 의해 문학의 가치가 좌우되는 현상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역적 색채 강할수록 세계성 강해” -장종 중국과 한국문학이 세계화되려면 민족적 특색을 살려야 합니다. 루신 선생은 지역적 색채가 강할수록 세계성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중국인이 서양인의 문화와 생활을 작품에 쓴다면 서양인이 딱히 읽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수한 번역인력 양성도 시급합니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서부 신강성엔 13개의 민족이 모여 삽니다. 위구르족 하자크족엔 이미 상당 수준의 장편소설이 창작돼 사랑받고 있지만,10억 이상의 중국인들이 이들 작품을 독해도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고은 몇 년 전에 나이지리아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레 소잉카와 대담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전 ‘보편성’을 믿지 않는다고 단적으로 말했습니다. 특히 아시아문학이나 아프리카문학에 세계적 보편성이 결여돼 서구문학에 뿌리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럴 듯 해보이지만, 보편성엔 무서운 함정이 있어요. 한마디로 ‘보편제국주의’입니다. 장 선생 말씀처럼 자기 자신의 특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가치가 있습니다. 소잉카도 동의하더군요. 자기 언어와 목소리, 생각을 담지 않으면 서구 문학을 흉내내는 것밖에 안 됩니다. -장종 베이징에서 서울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밖에 안 걸립니다. 아시아문학의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이번 문학인대회를 계기로 양국의 문학교류가 더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고은 한·중 양국은 그간 각자가 너무 아팠습니다. 이웃을 돌보고 쳐다볼 겨를이 없었지요. 장벽도 높았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만났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몰랐던 서로를 적극적으로 알아나간다면 분명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문학을 태동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moon0@seoul.co.kr
  • “리얼리즘은 내가 영화를 보는 관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39) 감독일 것이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그가 영화제 뉴컨런츠 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처음 부산을 찾았다. 그의 영화는 지금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되고 있다. 6일 기자와 만난 그는 “루마니아 친구들이 (부산영화제가)특별하다고 해서 어떤지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4개월’은 1987년 차우세스쿠 독재정권을 배경으로 불법 낙태시술을 받으려는 여성을 통해 당시 사회의 억압과 불안을 다룬 작품.“1987년은 군사정권의 막바지이자 최악의 시기였습니다. 또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이 그때 일어나기도 했구요.” 루마니아에서는 1966∼1989년 낙태가 불법이어서 이 시기 베이비붐이 일었다. 인구를 늘려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육성해 국가발전을 도모하고, 사회주의적인 가치를 교육받은 새로운 세대를 길러내는 것이 당시 정권의 목표였다고 문주 감독은 설명했다. 그 또한 이 시기인 1968년에 태어났다. 제목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주인공 여성의 임신기간을 가리킨다. 하지만 그는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주인공들이 사회로부터 느끼는 압박감, 결정을 내려야 하는 힘든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영화에는 유난히 롱테이크(길게 찍기) 장면이 많다. 배우들에게 코멘트도 자제하고 관찰자의 입장을 유지하도록 했다는 그는 “컷이 많으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다.”며 “관객들이 눈앞의 광경을 보며 자연스럽게 빠져들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통 리얼리즘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우리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루는 데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루마니아의 영화산업은 초라하다. 연간 제작되는 영화가 10∼12편, 편당 제작비도 50만∼100만 유로에 그친다.‘4개월’은 전세계 60여개국에서 배급, 상영이 결정됐다. 국내에서도 올해 말 개봉될 예정이다. 부산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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