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억압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피지컬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北 제재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52
  • [서울광장] 세월호 사건과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박찬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세월호 사건과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박찬구 논설위원

    30년 전의 일이다. 대학 교정은 음습한 사복경찰과 최루탄의 강압에 짓눌렸다. 학생 시위대를 쫓는 사복경찰은 학과 건물과 강의실에까지 난입했다. 스크럼을 짜고 민주화를 외치다 붙잡히고 끌려가기 일쑤였다. 몇 달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친구는 어느 날 안기부(현 국정원)가 조작한 간첩사건의 배후 인물로 발표돼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훈장으로 삼을 일은 아니지만 망각해서는 더더욱 안 될 민주주의의 암흑기였다. 1987년 시민 주체의 반독재 민주화 항쟁으로 우리 사회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등 형식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뤘다. 고난과 희생, 굴곡의 민주화 운동이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뀐 지금, 다시 1980년대 교정을 떠올려야 하는 현실이 생경하다 못해 참담하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와 권력의 행태를 반추하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역정이 무색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억압과 통제의 수단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화하고 자의와 편의의 법치는 시민의 내면을 교묘하고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를 당위로 여기던 믿음은 유효한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하고 무탈한지 자문하게 된다. 한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와 내면화 정도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 권력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난세에 바닥을 드러내는 게 민주주의의 민낯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과 통신의 비밀도 보장돼 있다. 세월호 사건 국면에서는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기사와 관련한 산케이 신문 기자의 기소와 공권력의 온라인 관리감독 강화는 시민에게 검열과 사생활 노출의 공포를 자아내게 하고 급기야 사이버 망명 사태까지 불렀다. 우려와 경고는 외신에서 더 적나라하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지도자를 비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던 과거 독재정권의 사례가 현 정부에서 재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국가 재난 시 대통령의 일정은 공공의 이익 문제’라고 비판했다. 외부의 재단과 평가가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라고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유력 외신의 비판에는 달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게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우리의 현실이다. 집회·시위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시민이 급증했다는 사실도 열악한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올 들어 세월호 관련 집회·시위가 잦았던 지난 7월까지 연행자 수가 508명으로, 2012년 한 해의 연행자 수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광화문 일대의 집회·시위를 불허한 비율도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공권력이 시민의 발언권을 차벽으로 원천 차단하고 양심과 집회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압박하고 시대정신을 역류시키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뿐인가. 국가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의 침식은 공동체 내부에 잠복한 파시즘적 광기와 야만을 거리로 불러냈다. 세월호 피해자 단식 농성장에서 폭식을 하는 젊은 무리에 이어 노란 리본을 강제 철거하려는 극우 단체까지 등장했다. 피해자의 영혼을 짓밟는 반인권적 작태나 다름없다. 한 인간으로서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유, 사람답게 살아남을 권리는 국가의 무능함과 무대책 속에 세월호와 함께 수장됐다. 민주주의는 통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과 가치가 핵심이다. 우리 사회처럼 정치·경제적 기반이 취약할수록 통치자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 민주주의를 올곧게 구현해 나갈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구가할 만한 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를 냉철하게 묻고 있다. 엄혹한 시절이다. 다시 민주주의의 기로에 섰다. ckpark@seoul.co.kr
  • [사이버 사찰 논란] 우윤근 “사이버 사찰 국조·청문회 검토”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모바일 메신저인 다음카카오톡 등에 대한 사이버 사찰 논란과 관련,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 의사를 내보이는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정감사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맹탕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사생활과 관련된 ‘국민적 이슈’를 부각시켜 정부·여당을 몰아세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사이버 사찰의 실상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반드시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존엄과 자유를 위협하는 박근혜 정부의 사이버 사찰에 대해 단호하고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거론하기도 했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감시체제와 억압의 위협성을 경고하는 소설을 언급하며 ‘박근혜 정권’에서 현실화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대신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우 대표는 “이제 사이버 이중국적 취득은 정부의 검열과 감시를 피하기 위한 대한민국 국민의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 외신들도 경쟁하듯 이번 사태를 보도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라며 박근혜 정부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신 검열 진상조사위원장으로 우상호 의원을 지명한 가운데 곧 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진상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사찰’, ‘검열’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십년 전부터 강력범죄 수사 시 감청 영장에 따라 통신 제한 조치를 해 오던 것을 야당은 마치 새로운 사건이 터진 것처럼 언급하면서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 주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정부나 여당을 공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남북 화해 위해 대북전단 살포 자제해야

    국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 관계가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탈북자단체가 날린 전단을 향해 경기도 연천 일대 민간인통제선 쪽으로 고사총 수십발을 발사한 북은 어제와 그제 잇따라 대남 비난성명을 통해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2차 고위급 회담 전면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측 간 무력 충돌로 확대되지 않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나, 모처럼 맞이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다시 엉키게 된 점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대북전단을 날린 탈북자단체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전격적인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에 힘입어 어렵게 조성된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고려해서라도 탈북자단체는 전단 살포를 자제했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와 북측 대표단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2차고위급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황인 만큼 회담이 성사될 때까지만이라도 양측은 상대를 자극하는 그 어떤 행위도 삼가는 게 온당한 일이며 여기엔 탈북자단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선을 넘어 자유의 땅을 밟은 탈북자들이 북의 세습체제에 대해 갖고 있는 분노를 모르지 않는다. 북에 남은 가족과 주민들을 하루빨리 독재정권의 압제로부터 해방하고픈 염원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 아니다. 전단 내용에 담겼듯 북한 주민들이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려야 함은 당위의 문제다. 지금 유엔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 역시 이 같은 기본가치 위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려 북한 체제를 들여다본다면 이는 단순히 전단 수천, 수만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사실 또한 분명하다고 하겠다. 비록 북한 정권이 전단 살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의 통제 수준을 고려할 때 전단을 본 북한 주민들이 ‘아랍의 봄’에서 목도한 집단적 항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오히려 남북 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를 빌미로 북한 정권이 내부 통제와 주민 탄압을 더 강화하는 역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설령 탈북자단체의 주장처럼 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들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해도 이로 말미암아 빚어질 한반도의 급격한 혼란을 우리가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통일이 남북 모두의 대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통일 논의는 북의 점진적 개혁개방을 통해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한 전단 심리전은 자칫 올바른 통일 노력에 저해가 될 수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간 차원의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을 다하는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0월 임진각 진입도로 통제를 통해 전단 살포를 막았던 것과 같은 물리력을 동원한 편법이 아니더라도 탈북자단체를 설득해 전단 살포를 자제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북한 당국에도 주문한다. 외교적 고립을 탈출할 길은 남북 대화뿐이다. 전단 살포를 빌미로 2차 고위급 회담을 무산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여성 폭력 근절 어떻게 해야 하나…라시다 만주 유엔 특보·김행 원장 대담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여성 폭력 근절 어떻게 해야 하나…라시다 만주 유엔 특보·김행 원장 대담

    라시다 만주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주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남아공으로 이주한 유색인종 3세대로서 각종 차별을 뼛속까지 경험했다. 서울신문은 그와 김행 양평원장의 대담을 지난 10일 주관했다. →김행 원장 :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만주 특별보고관 : 유엔 시스템에서 독립적 전문가로 활동하며 4가지 업무를 주로 한다. 특정 정보를 수집 조사하고, 여성폭력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매년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한 차례씩 주제별 보고를 하는 등 기준을 마련하며, 남성폭력과 여성폭력이 어떻게 다른지 알리고, 정보를 얻기 위해 워크숍 등에 참여한다. →한국은 직선에 의해 여성 대통령이 뽑힌 나라다.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을 4대 폭력으로 규정해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정책을 집행하는데 이런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불량식품도 몸에 대한 폭력이란 점에서 이 4가지는 공통점을 가지며, 구체성을 띤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더욱 효과적이려면 구조적인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증상뿐 아니라 폭력의 원인과 결과를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재발이 방지된다. 폭력을 당연시하는 태도는 없어져야 한다. →국가가 여성폭력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효과적인가. -먼저 국제법에 의거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구제수단을 마련하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 국가가 성인지적 관점에서 법률을 제정하고 같은 법률이라도 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정책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 인권 침해에 대한 지원과 금전적 보상, 주택 마련 등 여성들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고 발전하도록 돕기 위해 국가가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성인지적 사건을 적절히 다루도록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예방적 대책도 포함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여성인권 보장과 폭력 방지를 효과적으로 이룩한 국가가 있나. -여성폭력을 근절하는 데 큰 성과를 이룬 국가는 없다. 부분적으로는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법률과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났고, 법률을 적용해 실행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보통 정부들이 처한 가장 큰 도전과제는 여성폭력을 인권이 아니라 사회복지나 가족융합의 측면에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문제라고 하면 여성인권 침해가 잊혀지기 쉽다. →예산배정의 우선순위에서 여성폭력은 대개 뒷순위로 밀린다. -동의한다. 성인지 예산 등이 실행되지만 여성폭력 예산을 독립항목으로 할당하는 나라는 없다. →여성폭력은 기본적으로 남녀 간 힘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는데 추가적으로 설명해달라. -여성폭력은 자신의 존엄성과 삶의 권리,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잃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인권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 여성 차별과 억압 등 인권침해는 폭력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제도적 차별이 만연하는 것이 큰 문제다. 사회가 발전해도, 법률에 의해 보장하더라도, 가부장적 문화가 남아 있고 여성 소득이 남성보다 낮은 게 당연시되는 등 차별과 불평등이 일어난다. 여성이 무슨 일을 하든지 노인과 아이 돌봄은 당연히 여성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것도 문제다. 안정성 부족과 급여 차이 등 직장에서도 차별로 나타나며 이 차별과 불평등이 영속화되면서 여성폭력의 원인이자 결과가 된다. →한국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심이나 역차별 주장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강화하는 기제가 되는데, 어떻게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나. 유엔의 ‘여성을 위한 남성’(He for She) 캠페인은 어떤 식으로 여성을 돕는가. -이제는 페미니즘이 남성 반대가 아니라 비차별과 양성평등을 옹호한다는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400년 전과 2500년 전에 작성된 여성 인권신장 문서를 보면 교육, 보건, 투표권 등 옛날과 큰 변화가 없는 게 안타깝다. 아직도 여성들이 운전이나 투표를 못 하는 나라도 있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 페미니즘을 가르쳐 공백을 없애야 한다. 남성, 특히 정치인들에게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 ‘히포쉬’ 캠페인은 여성인권과 평등을 위해 남성들이 함께 싸워나간다는 점에서 동의하지만 이런 운동으로는 남성들이 더 누리는 권력이나 가부장적 제도에 대해 논의할 수 없고, 남성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권리를 준다는 방향으로 잘못 해석될 소지가 있다. →얼마 전 캄보디아의 웨니 쿠스마 유엔 여성대표를 만났는데 그분은 세계 각국에서 여성 리더들이 배출되지만 여성 정치인에게 여러 가지 폭력이 행해지고 있어서 이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그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공적 영역에 진출한 여성들이 많은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다. 여성들은 정계에서도 육체적,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다. 여성을 정계에 영입할 때는 환경도 바꿀 준비가 돼야 한다. 여성은 공적 업무뿐 아니라 요리와 아이돌봄 등 집안일도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남성과 달리 여성들이 법안 작성 업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연구 조사인력을 지원한다든지, 여성들이 발언과 토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을 제공하는 것 등이 방법일 것이다. 여성들이 동등하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줘 여성들의 능력과 자신감을 향상시켜야 한다.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도 중요하다. 남성들이 여성을 무시하고 2류 시민으로 대하면서 폭력적 언행과 고정관념을 계속 행사하면 여성들이 정계에서 일하는 의미가 없다. 교육이 필요하고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의 인권이 침해됐을 때 사법적인 조치와 보상 및 구제가 있어야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변할 수 있다. →캄보디아 여성대표는 호주에서 길라드 전 총리에게 “빅 바텀”(큰 엉덩이)이라고 하고, 태국의 잉락 전 총리의 사생활에 언론이 집중하는 등 차별에 대해 적절한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하더라. -이런 것들을 근절할 제도적 장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법에 마련돼 있다. 일반적으로 언론이 여성은 아무렇게나 다뤄도 된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 여성 정치인의 신체나 옷이 아니라 발언과 주장에 대해 더 관심을 갖도록, 과연 어떤 게 뉴스 가치가 있고 국민이 원하는 기사인지를 언론 옴부즈맨 등이 평가하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 부적절한 보도가 있으면 언론인이 책임져야 한다. →상당수 남성과 일부 여성들은 성매매가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남성의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해 여성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이고, 성매매가 필요악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빈곤, 폭력, 성매매를 알선하는 남성에 의한 여성폭력, 남성들의 성적 욕구 제어 등 성매매의 원인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이주여성 폭력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는데 어떤 관점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하나. -가난, 가정폭력, 억압, 경제적 기회, 성매매 등 다양한 이유에서 가족과 안정적인 삶을 떠나 이주하는 여성들이 늘어난다. 국가는 이들이 어떤 연유로 오는지, 그 과정에서 폭력은 없었는지 살펴보고, 불법이든 합법이든 영토 안에서 이들의 인권이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 국제인권법에 서명 비준했기 때문이다. 단일민족에게는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 내 국민이 아니니까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버리고 사회적 관점을 바꿔서 이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인권으로 통한다’고 결론을 내려도 될까. 우리가 일류국가가 된다는 것은 인권국가가 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우리는 국가 개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인권 우선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인데, 이에 따라 모든 정부는 사법, 정치, 예산을 인권 측면에서 봐야 하고, 이주민이나 여성에게 폭력 및 정치 참여 교육도 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담아 모든 정부가 모든 사안을 인권과 통합해야 한다. happyhome@seoul.co.kr ■라시다 만주(Rashida Manjoo)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국내외 사회 정의와 인권, 특히 여성인권을 위해 30년 넘게 헌신해온 전문가다. 2009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지명을 받았다. 케이프타운대 공법학 교수이고, 미국 웹스터대 객원 교수 등을 겸하고 있다. 올해 미국 변호사협회의 국제인권상을 받는 등 인권 관련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남아공 헌법에 의거해 설립된 양성평등위원회의 의회감찰관으로도 활동했다.
  • ‘홍길동전 저자’ 이상의 사상가 허균

    ‘홍길동전 저자’ 이상의 사상가 허균

    허균생각/이이화 지음/교유서가/324쪽/1만 5000원 허균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쯤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허균은 일반의 인식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사상가요 문장가였다.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일관되게 고발정신과 개혁의지를 지켰던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허균 생각’은 일반의 인식과는 동떨어지게 가려졌던 그 허균의 진면모를 촘촘하게 들여다본 신간이다. 신군부가 등장한 1980년 월간 ‘뿌리 깊은 나무’가 강제 폐간된 뒤 단행본으로 출간, 금서로 지정됐던 책. 수정·보완을 통해 당대 정치, 학문, 문학에서 도드라졌던 ‘허균의 생각’을 다시 건져냈다. 허균은 명문가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지만 역모죄에 얽혀 능지처참됐다. 부친 허엽은 부제학과 경상 관찰사를 지낸 청백리였고 맏형 허성 역시 빼어난 문장가이자 성리학자였다. 누이 난설헌은 해동에서 첫째가는 규수 시인으로 유명했다. 사대부의 자제로 유복하게 살 수 있었던 그는 왜 그리 험한 길을 갔을까. 순탄치 않은 가정사는 주요한 원인일 수 있다. 둘째 형 허봉은 아버지 뒤를 이어 동인의 우두머리가 됐지만 탄핵·유배됐고 누이 난설헌도 애환 많은 삶을 살다가 스물일곱에 요절했다. 서류라는 이유로 벼슬길이 막혀 방탕한 세월을 보낸 손곡 이달의 문하에 든 것도 주목할 이력이다. 그런 가정사 속에서 허균이 정치의 바탕을 민본에 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늘은 인재를 내리면서 차별하지 않는다는 ‘유재론’과 백성을 근본에 둔 ‘호민론’은 그 대표적인 글들이다. ‘호민’이란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저항하고 도전하는 무리를 뜻한다. 빈민을 구제하고, 썩은 관료계급을 척결해 착취와 억압이 없는 이상국가인 율도국을 건설한다는 ‘홍길동전’은 바로 그 호민정신의 결집이다. 산림에 묻히는 선비를 썩은 무리로 보고 현실의 잘못에 적극 개입해 고치려는 자를 참선비로 보았던 허균은 반유교적인 행동과 학문태도로 일관했다. 유교 교학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문장을 반대하고 시는 진솔한 감정과 정서를 담아내야 한다는 그의 문학적 성향 역시 애조와 현실에 대한 저항이 주를 이룬다. 올해 방한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서울대 강연에서 양국 간 우호를 상징하는 말로 ‘간과 쓸개를 늘 서로 꺼내 보이니 깨끗한 얼음 담은 병에 차가운 달이 비치는 듯하다’는 허균의 문장을 인용한 바 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 “극단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패거리들이 판치고 궤변을 늘어놓는 가짜 지식인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허균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독자들의 몫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말랄라 유사프자이, 카일라시 사티야티 노벨평화상 수상…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 탄생

    말랄라 유사프자이, 카일라시 사티야티 노벨평화상 수상…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 탄생

    ‘말랄라 유사프자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카일라시 사티야티’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파키스탄의 10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의 아동 노동 근절 및 교육권 보장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야티(60)가 공동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이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한 투쟁을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11살 때 영국 BBC 방송의 우르두어 블로그에 탈레반 치하의 삶에 대해 글을 쓰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런 활동으로 탈레반의 공격 대상이 된 소녀는 2012년 10월 귀가길에 버스 안에서 머리에 총을 맞았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말랄라는 교육운동을 지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7세 말랄라 최연소 노벨상

    파키스탄 여성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 아동인권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가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만 17세인 유사프자이는 평화상은 물론 전 분야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유사프자이 이전 최연소 수상자는 1915년 25세의 나이로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인 로런스 브래그였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맞서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해 투쟁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유사프자이에 대해 “수년 동안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싸워 왔으며 어린이와 청소년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설명했다. 사티아르티에 대해서는 “마하트마 간디의 전통대로 평화적으로 투쟁하며 아동 노동 착취에 맞서 싸웠다”고 밝혔다. 유사프자이는 여성 교육을 탄압하는 탈레반에 맞서 온 10대 인권운동가다. 영국 BBC 방송 홈페이지에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녀들의 삶에 대해 글을 올려 주목받았다. 2012년 10월 9일 통학버스에서 탈레반 대원이 쏜 총에 두개골을 맞아 중태에 빠졌으나 영국에서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난 이후 교육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사티아르티는 1980년대부터 아동노동 저항운동을 벌였다. 그가 설립한 인도 아동구조재단 ‘바치판 바차오 안돌란’(Bachpan Bachao Andolan·아이들을 구하자)은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 8만여명을 구조했다. 부모의 빚을 대신해 팔려 가는 어린이를 구조하는 데도 힘썼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말랄라 유사프자이, 카일라시 사티야티 노벨평화상 수상…역대 최연소 수상자 말랄라는 누구?

    말랄라 유사프자이, 카일라시 사티야티 노벨평화상 수상…역대 최연소 수상자 말랄라는 누구?

    ‘말랄라 유사프자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카일라시 사티야티’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파키스탄의 10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의 아동 노동 근절 및 교육권 보장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야티(60)가 공동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이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한 투쟁을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다. 파키스탄의 10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ㆍ여)는 ‘탈레반 피격소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만 17세인 말랄라는 역대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영광도 함께 안게 됐다. 파키스탄 북서부 시골지역의 평범한 소녀였던 말랄라가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꼭 2년 전이다. 2012년 10월 9일 파키스탄 북서부 키베르 파크툰크와주 스와트 밸리 지역 밍고라 마을.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말랄라(당시 15세)는 괴한의 총격에 머리를 관통당해 사경을 헤맨다. 말랄라가 11살 때부터 운영한 영국 BBC 방송 블로그를 통해 여학생의 등교를 금지하고 여학교를 불태우는 등 파키스탄탈레반(TTP)의 만행을 고발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한 TTP는 “여성에게 세속적인 교육을 시키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며 “누구든지 율법에 어긋나는 세속주의를 설파하면 우리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말랄라는 영국에서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이 사건으로 오히려 파키스탄의 여성 교육권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건강을 되찾은 말랄라는 계속되는 탈레반의 살해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부르짖었다. 말랄라는 자신의 16살 생일인 이듬해 7월 12일 미국 유엔 총회장에서 “한 명의 어린이가, 한 사람의 교사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어린이 무상교육 지원을 요청했다. 올해 7월에는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동북부 치복에서 극단 이슬람 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200여 명의 나이지리아 여학생의 무사귀환을 호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성진 칼럼] 다시 생각해 보는 평등

    [손성진 칼럼] 다시 생각해 보는 평등

    머나먼 미래에 인류는 키도 크고 머리도 좋은 유전자를 가진 인종과 그 반대인 작고 지능이 떨어지는 인종으로 나뉠 것이라는 연구를 본 적이 있다. 우성은 우성끼리 결합하고 열성은 열성끼리 어울릴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다. ‘가타가(Gattaca, 1998)’라는 미국 영화는 타고난 유전자로 계급이 갈라지는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계급화는 근대에 자유 평등사상이 태동하기 전까지 절대왕정의 시대에 어디에나 존재했다. 평민과 노예를 억압하며 부를 독차지한 귀족에 대한 반발은 민중의 봉기를 불렀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탄생시켰다. 계급화를 부정하는 평등은 사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양쪽에서 다 같이 핵심적인 요소다. 다만 자유주의의 평등은 기회적 평등이요, 사회주의의 평등은 결과적 평등임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것은 경쟁의 원리를 무시하고 완전한 평등에 집착했기 때문임을 부정할 사람도 없다. 시대에 따라 평등의 가치는 훼손되고 변화했다. 극단적인 우파 학자들은 불평등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경쟁을 강조하는 뜻이겠지만 발전을 위해 평등을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심하다. 불평등의 용인은 그것이 경제적 불평등이라 해도 근대 이전의 신분적 불평등 사회로 돌아가자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불평등을 기반으로 한 발전은 하위 계층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옆에 있는 구멍가게가 그런 경우다. 비교도 되지 않는 자본력을 가진 대형마트와 경쟁해 이길 수 있는 능력이 구멍가게에는 없다. 수십개 구멍가게의 매출을 흡수해 대형마트는 더 큰 매출을 창출할 수 있겠지만 희생은 크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벌의 존재 가치는 엄연하다 하더라도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견제해서 중소기업이 커 나갈 토양을 만들어주자는 게 극단적인 우파가 반대하는 경제민주화다. 불평등을 좇으면서도 양극화와 불평등은 평등주의가 야기한 악(惡)이라는 주장은 모순되고 억지스럽다. 불평등은 기업 구성원들과 기업과 고객 관계에서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036만원으로 10대 그룹 대기업 임원과 비교하면 2.91%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1692만원으로 임원의 1.62%다. 이것이 개인의 능력과 경쟁에 의한 결과라면 극우파가 원하는 경쟁 또는 불평등 지수는 이미 세계 최고인 셈이다. 자손 대대로 먹고살 수 있는 은행장의 수십억원대 연봉이 피땀 흘려 벌어 낸 서민의 이자라고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권력을 움켜쥔 갑이 을을 지배하는 ‘갑을 관계’의 세태는 더 들먹일 것도 없다. 기회적 평등을 위한 사회적 장치들은 망가진 상태다. 교육의 기회균등은 평준화가 무너지면서 이미 깨졌다. 서울과 지방, 학교 간 격차는 심각하다. 영재를 위한 수월성 교육은 필요하지만 현재의 입시는 비평준화와 다를 바 없다. 평준화 초기에 수십명씩 명문대에 진학시키다가 지금은 단 1명도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고교는 허다하다. 자사고를 한꺼번에 없애겠다는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은 급진적이지만 수십년간 누적돼 온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뜻으로 본다면 이해할 만하다. 국가고시 제도의 변경은 이유가 있겠지만 평등에 있어서는 기회 박탈이라는 독약과도 같다. 심화된 양극화와 불평등은 평등주의가 야기한 게 아니라 당연히 정책이 잘못 운용된 탓이다. ‘불평등의 대가’의 저자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은 힘과 정치적 권모술수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생겨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의지와 리더십이다. 평등 정책에 대한 저항에 밀리지 말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평등은 버릴 수 없는 자유주의의 가치다. 남을 딛고 내가 잘되고 보자는 이기주의가 경쟁이라는 가면을 쓰고 발호한다면 인류의 어두운 미래는 더 빨리 닥칠 것이다. sonsj@seoul.co.kr
  • [북미 제네바합의 20년 북핵리포트] “北 비핵화 허송세월 20년… 북핵 정책 패러다임 바꿔라”

    [북미 제네바합의 20년 북핵리포트] “北 비핵화 허송세월 20년… 북핵 정책 패러다임 바꿔라”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한 1994년 10월 21일 북·미 제네바합의는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로 파기됐다. 그 이후에도 북핵 협상은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을 도출했지만 도발→제재→합의→파기→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탈피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서울신문은 6일 신성택 GK전략연구원 핵전략연구센터 소장과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의 대담을 통해 지난 20년간의 북핵 현상의 실체를 진단하고 새로운 북핵 패러다임을 모색했다. 박 교수는 “최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으로 남북 간 관계 개선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북핵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난 20년간 한·미 양국 모두 진보와 보수 진영이 번갈아 당근과 채찍을 모두 써봤지만 북핵 폐기는 성공하지 못해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핵 문제를 미·중 양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핵 내성’ 인식도 우려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육군 예비역 대령 출신의 핵무기 전문가인 신 소장은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핵개발을 은폐할 수 있는 ‘커튼’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실전배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고급 기술인 ‘캐비티 방식’(cavity method)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북한의 핵무기 기술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조차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캐비티 방식은 핵탄두의 폭발 위력을 인위적으로 줄어들게 보이게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남북 대화 국면 전환 시 북핵 문제 대응은. -박 교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과 경제 병진 노선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데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핵을 연계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신 소장 남북 간 이뤄질 2차 고위급 접촉 성과에 따라 관련국들이 북핵 문제를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초기 조건이 성숙될 수는 있다. 그러나 남북이 현재의 경색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탐색전 상황에서 핵문제를 의제화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제네바 합의 평가는. -신 소장 당시 합의문을 보면 두 주역인 강석주 북한 노동당 비서와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가 22차례나 만나 합의했던 만큼 여느 기업의 합병계약서만큼이나 세밀하고 정교하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해체하는 대신 중유·경수로를 지원받는다는 최초의 핵 합의였고, 우리는 북핵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믿었지만 이뤄진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북한이 200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요원들을 축출할 때까지 핵개발 시간만 벌어줬다.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핵을 은폐하는 커튼으로 쓴 셈이다. -박 교수 제네바합의는 북한이 외부 세계와 외교적으로 핵문제 해결을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하지만 핵이라는 건 과학기술적인 성격과 북한 정권의 생존이라는 정치적 측면이 공존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잘된 협상이지만 정치적 담판의 측면에서는 미국의 대북 접근이 순진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미국이 낙관하지 않았나 싶다. 북한은 당시 미국이 NPT 체제를 영구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를 간파하고 어떤 요구를 해도 들어줄 것이라는 정세를 악용했다. 제네바 합의의 실패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미국의 전략적 대응 역시 안이했다. →지난 20년간 한·미의 북핵 정책을 총평하자면. -신 소장 결과적으로 허송세월이었다. 다섯 번이나 우리 정권이 바뀐 건 북핵 정책도 다섯 번 바뀐 것과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thinking)는 우리말로 하면 예의주시, 즉 뾰족한 대안이 없을 때 쓰는 정책이다. 북한이 3차례 핵실험을 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성공한 마당에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핵이라는 암이 온몸으로 전이되고 있는데 소화제를 찾고 있는 격이다. -박 교수 북핵 해결은 실패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년간 보수·진보 정권을 10년씩 거치며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 관여정책(포용정책)과 억압·봉쇄정책을 번갈아 썼지만 어떤 정책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는 북핵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핵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할까. -박 교수 북한이 합의와 파기를 반복해 온 만큼 이 악순환을 끊을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핵 문제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던 국제적인 경제·금융기구와 유럽 국가 등의 행위자를 포섭하고 참여시켜야 한다. 6자회담 등 다자적 틀은 정비하되 북·미와 남북 간 양자 협상도 공존해야 한다. 비핵화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핵을 포기하라고만 요구했다. 이제는 북한 스스로 핵무기가 무용하거나 사용 불가능한 군사적 수단이라고 인식하도록 안보 환경을 만드는 방식의 북핵 전략이 필요하다. 또 북한 권력 내부의 행위자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포섭 정책도 펴야 한다. 동시에 북한 사회 등 내부로 우리의 DNA, 한류나 종교 등을 침투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 -신 소장 북핵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서울이 인질이 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을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 북한에 전 세계로 핵기술을 파는 ‘핵 비즈니스’ 면허증을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수 있지만 현 정세에서 뚜렷한 묘안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핵능력 평가와 4차 핵실험 전망은. -신 소장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 폭발위력은 1㏏(킬로톤)이었고 2009년 2차 때는 4~5㏏으로 늘었다.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때의 위력은 6~10㏏으로 평가된다. 1·2차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핵무기 제조 능력을 확인시켜준 것이고, 3차 때는 기술 진전을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4차 핵실험 시 그 위력은 (표면상으로는) 10㏏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핵실험장의 콘크리트와 철판, 물 등의 매질을 바꿔 폭발 위력을 실제 보다 적은것 처럼 보이게 하는 ‘캐비티 방식’의 고급 기술을 보여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그 기술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북한은 언제든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고, 가까운 시기에 소형·경량화, 다종화된 성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 북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실제로 군사적으로 위협하기 위해 핵을 개발한다면 이에 대한 정치·경제적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정권의 생존을 목표로 한다면 적절한 수준에서의 핵능력을 보유하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북·중 기류의 변화 징후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은. -신 소장 핵개발 초기 북한에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이 핵실험할 때마다 북한 과학자들이 참관했다. 이제 북핵을 중국도 이익을 침해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고, 중국이 등 돌리는 순간 북한이 매우 어려워진다. 우리 정부는 중국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박 교수 중국의 대북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시진핑(習近平) 집권기에 실제적인 대북 전략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김정은을 포기하는 게 북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와 인식을 강화하고, 통일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피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효과는. -신 소장 북한의 핵기술 자립도는 매우 높다. 제재만으로 핵개발을 막는 건 어렵다. 제재를 강화하면 북 정권이 불편할지는 몰라도 핵개발 속도 자체를 줄이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 -박 교수 성공적인 제재가 되려면 두 조건이 필요하다. 경제적 제재 이외의 다른 수단(군사 행동)이 가세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분명하거나 제재 대상국이 외부와의 경제적 결합도가 높을 때다. 중국과 같은 특정 국가와만 교류하는 북한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제재만으로는 북핵 대응의 한계가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北, 국제사회 인권 우려 귀담아 들어야

    북한 당국의 주민 인권 탄압을 규탄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유엔을 무대로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에는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외교 장관이 회담을 가졌고, 이튿날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 주민 인권개선을 위한 북한 당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꼽히는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환경이 세계에 소상하게 알려진 뒤로 유엔 인권소위원회가 1997년 처음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고, 이후 북한 인권문제는 거의 매년 유엔의 상시의제로 다뤄져 왔다. 그만큼 북한의 인권 실태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발표한 370여쪽의 보고서도 북이 자의적 구금과 표현의 자유, 생명권, 이동의 자유 등 조사대상 9개 분야 모두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북의 인권침해를 명백한 ‘인도에 관한 범죄’라 규정했다. 엊그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의 정치범 수용소를 가리켜 ‘사악한 제도’(evil system)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유엔 차원의 논의가 적극적으로 전개되는 데 대해 일각에선 케네스 배씨 등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조기 석방을 위해 미 정부가 의도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차원으로 보기도 하나, 이는 좁은 안목의 접근이라 할 것이다. 한 국가 정부가 스스로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제사회가 보호할 책무가 있다는 ‘국민보호개념’(RtoP·Resposibility to protect)이 인권에 대한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며, 유엔 차원의 논의는 이미 연말 총회에 정식 의제로 상정한다는 국제 사회의 공동 목표 아래 진행돼 온 사안이다. 남북 간 대화 재개가 시급한 마당에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유엔 무대의 논의에 적극 참여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실제로 어제 북한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남북 인권대화 제의에 대해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철면피하고 가소로운 추태”라며 반발했다. 이를 구실로 우리 정부가 제의한 고위급 접촉을 마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만을 우선해 한계 상황에 다다른 북의 인권을 마냥 외면한다면 이는 북한 주민들을 더욱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데 방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인도적 차원에서든 안보전략 차원에서든 온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라 할 것이다. 3대 세습권력 강화를 위해 지금과 같은 인권 탄압을 이어가는 한 북한은 결코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정상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김정은 체제는 깨닫기 바란다. 평양의 ‘선택받은 주민’을 상대로 한 보여주기식 민생 행보가 아니라 6개 수용소에 갇힌 20여만 정치범에 대한 핍박을 당장 멈추고 거주와 통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서부터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야 한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남한의 드라마를 훔쳐보고 K팝을 흥얼거리는 시대에 통제와 억압만으로 체제를 지탱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어떤 선택이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지 김정은 정권은 숙고하기 바란다.
  • [문소영의 시시콜콜] 낙관론 사라진 사회에서 고급인력 떠난다

    [문소영의 시시콜콜] 낙관론 사라진 사회에서 고급인력 떠난다

    30대 초반의 김모씨는 캐나다 정부의 창업지원 덕분에 지난해 가을 가족과 캐나다로 떠났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올 4월 공식적으로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그는 지난해 시험 운영 때 지원해 영주권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의 조건은 첫째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을 것, 둘째 캐나다에서 창업할 것, 셋째 중급이상의 영어 실력 등이다. 정보통신(IT) 관련 개발자인 김씨는 이 조건을 쉽게 만족시켰다. 누군가는 자녀 영어 사교육비가 들지 않으니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도 했다. 캐나다는 이 프로그램으로 연간 2750명의 고급 IT 인력을 흡수해 일자리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IT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캐나다뿐만 아니라 영국과 호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을 입법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게임사를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업체가 등장했다. 자본과 노동의 이동에서 경계가 무너진 지구촌에서 노마드 정신으로 무장한 인재들은 좋은 조건을 찾아 이리저리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선진국들의 영주권까지 제공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에 ‘IT 강국’으로 소문난 한국의 고급 인력의 마음도 들썩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지원하는데 왜 외국으로 떠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현재의 한국은 암담하거나 답답한 미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 1위이자, 저출산율 1위 국가다. ‘대통령 모독’이 거론되자 검찰이 인터넷 등에 대대적 단속에 나서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나라다. 정부의 검열을 걱정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국내기업인 카카오톡을 떠나 미국의 바이버나 독일의 텔레그램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른바 ‘SNS 이민·망명’이다. 창조경제를 주창하면서 정부가 국내 IT 기업의 미래를 고사시키니 우습다. 또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을 적재적소를 따지지 않고 공기업 기관장 등으로 보내고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김성주 MCM 대표를 총리급인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보내고, 자니 윤씨를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는 등의 ‘보은인사’는 두고두고 논란이다. 실력보다 스펙을 따지는 것도 젊은 인력의 해외 이탈을 부추긴다. 정부 감사에서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의 창업 지원을 선발한다면 지원서류 작성에 최적화된 ‘세금 도둑’을 양산할 뿐이다. IT고급인력을 유출하며 국가경쟁력 거론은 무의미하다. symun@seoul.co.kr
  • [영화 多樂房] ‘프랭크’

    [영화 多樂房] ‘프랭크’

    뮤지션을 꿈꾸는 청년 존은 우연한 기회에 ‘소론프르프브스’(Soronprfbs) 밴드의 키보드 연주자로 합류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밴드는 그 이름만큼이나 음악도, 멤버들도 모두 괴짜스럽다. 특히, 커다란 인형 가면을 절대로 벗지 않는 팀의 리더 프랭크는 한없이 신기한 존재다. 존은 아일랜드 베트노의 외딴 별장에서 이들과 함께 음반을 준비하며 점점 프랭크라는 인물에 빠져든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 영화의 첫 번째 소구점은 ‘프랭크’라는 캐릭터에 있다. 어린이용 인형극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는 대체적으로 친절하고 따뜻하며 사람 끄는 매력을 가진 온화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음악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상식을 뛰어넘는데 프랭크는 새로운 음악 표기법을 만들고, 세상에 없던 악기를 제작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등 기이한 방식으로 앨범을 준비해 나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벽을 기해 녹음된 그의 음악에는 실제로 매우 독특한 감성이 녹아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프랭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보다는 멤버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존을 비롯한 멤버들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서 위대한 음악을 해방해야 한다’는 프랭크의 기조에 동의하며, 커다란 가면 속에서 그것을 몸소 실천해 나가는 프랭크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것은 멤버마다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는데, 어떤 이는 프랭크가 될 수 없다는 자괴감 때문에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프랭크의 음악을 대중들과 공유하지 않고 그를 독차지하려 하기도 한다. 존 또한 모든 사물을 프랭크의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의 비밀을 깨닫기 위해 열심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이름까지도 너무나 평범한 존이 질투하고 있는 것은 프랭크의 비정상성과 그에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되는 어린 시절의 억압된 경험, 혹은 트라우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분명 어리석은 일이지만, 사실 창작 활동에 남다른 경험과 영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상당히 보편적이다. 특히, 살리에리 증후군을 달고 사는 예술가들이라면 한 번쯤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그 얄미운 천재적 영역을 일상의 ‘괴짜스러움’이나 ‘기이함’ 등과 등치시켜 보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부분의 허상을 들추어낸다. 가면이 누군가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가면이 그의 재능을 흐려놓기도 한다는 것을.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오히려 인간을 옭아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세상의 수많은 프랭크들을 향한 감독의 태도는 냉소나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 순수한 열정이 만들어낸 판타지를 탓해 무엇 하겠는가. 대신 그는 조용히 다독이며 격려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멤버들과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프랭크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진실해 보이는 것은 그가 가면을 벗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원래 그런 모습이기 때문일까.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가 묘연해지는 뒷맛도, 프랭크의 음악도 꽤 중독성이 강한 작품이다.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고정관념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면

    고정관념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면

    고정관념은 세상을 어떻게 위협하는가/클로드 스틸 지음/정여진 옮김/304쪽/1만 8000원 일상적인 대화에서 ‘고정관념’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사물을 대할 때도 사람마다 반응은 제각각이다. 흔히 인용되는 상황이 반쯤 물이 든 컵이다. 비관론자는 “반밖에 채워져 있지 않네”라고 말하는 반면, 낙관론자는 “반이나 남아 있네”라고 반응한다. 이처럼 인간의 판단은 자율적이다. 개개인의 자유의지로 직업, 인간관계 등 자신이 필요한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사실이 있다. 선택하는 순간 일종의 ‘맥락’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은 세상을 어떻게 위협하는가’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본문 내용을 잠시 들여다본다. 동일한 수학 실력을 지닌 명문대 여학생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어려운 수학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 결과 남성이 한 명도 없는 집단의 여성은 한 명의 남성이 있는 집단의 여성들보다 시험을 더 잘 봤다. 그리고 각 집단의 여성 숫자가 줄수록 그들의 점수도 낮아졌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배워 왔을 어떤 배경적 신호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지 수학시험에 임하는 여성 숫자가 줄었을 뿐인데 그것이 부정적 ‘신호’가 돼 해당 고정관념을 극복해야 한다는 큰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학 관련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여고생처럼 사회적으로 부여된 정체성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정체성 비상사태’라고 명명한다. 또한 ‘여성은 남성보다 수학 풀이 능력이 뒤처진다’는 속설처럼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부정적 고정관념에 처하게 되는 곤경을 ‘고정관념의 위협’이라고 정의한다. 이 고정관념의 위협을 극복하지 못한 여학생은 수학 관련 학과를 기피함으로써 그 학과와 무관한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 선택에서 비롯된 인간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학생, 자기 능력을 실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자신을 압박하는 불안감의 근원을 파악해 자기 가치를 재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생존만큼 힘든 탈북대학생의 ‘취업 전쟁’

    생존만큼 힘든 탈북대학생의 ‘취업 전쟁’

    지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역 인근 5평 남짓한 사무실. 영국 작가 로먼 크르즈나릭의 ‘인생학교 일: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을 가슴에 품은 대학생 8명이 모였다. 수업 시작 전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를 하며 해맑게 웃던 이들은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재단 탈북민취업지원센터의 ‘취업 아카데미 프로그램’ 중 독서토론에 참가한 탈북 대학생들이다. 8월 말부터 총 10회에 걸쳐 수요일마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남쪽 땅이 낯선 탈북 대학생들이 취업면접 등에서 논리적 사고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독서토론에 앞서 ‘1분 스피치’가 진행됐다. 이날 주제는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한 학생이 “자유를 찾아왔는데 와 보니 적자생존식 경쟁이 치열해 외려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 청년이라면 누구나 진로를 고민하겠지만, 목숨을 걸고 남한에 들어온 이들에겐 더 어려운 문제였다. 또 다른 학생은 “직업 선택에 설렘보단 두려움이 더 크다”고 했다. 남한 체제를 막연히 동경했지만, 막상 퇴근시간 지하철에서 피곤에 찌들어 있는 직장인들을 보면 우울해진다고 했다. 한 학생은 “오로지 살아서 한국에 오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직접 와 보니 더 큰 목표를 설정하거나 동기부여가 힘든 것 같다”고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진행한 한준(31) 강사는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학생들보다 열정적이고 생각이 깊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일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설정해 갔다. 한 학생은 “사회복지사 등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급여 등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다른 학생은 “극한상황까지 겪어 봤기 때문에 안정된 삶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후회 없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 한국으로 온 김은미(23·가명·여)씨는 “탈북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정보부족”이라면서 “진로를 헤매고 있을 때 센터를 만나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며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로 3년째 탈북 대학생들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최경일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우리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취업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면서 “면접 요령만 알려주기보다는 논리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독서토론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시론] 보호수용 도입, 편법적인 징역형의 연장일 뿐이다/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보호수용 도입, 편법적인 징역형의 연장일 뿐이다/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거에 ‘보호감호’라는 제도가 있었다.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에 대해 징역형 복역 후에 최장 7년까지 다시 구금하는 것이었다. 그 목적은 위험한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한다는 것인데, 실제 보호감호의 집행 현실은 징역형과 전혀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에 시달리다가 결국 2005년에 여야 정당의 합의로 폐지됐다. 9년이 흐른 지금, 법무부는 보호감호제의 이름을 ‘보호수용’이라고 바꿔 재도입하겠다며 근거 법률을 입법예고했다. 인권침해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과거의 보호감호제보다 대상자의 범위를 축소해 살인과 성폭력범죄자로 그 대상을 한정하고, 접견이나 전화통화 등 구금생활 중의 처우를 개선하고 재범의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니 과거의 보호감호제와는 다른 제도라고 강변한다. 접견이나 전화통화의 혜택을 징역형 재소자보다 더 많이 주고 작업에 대한 보상금을 더 많이 지급한다고 해서 보호수용이 징역형과 차별화된 제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흔히 보안처분의 일종인 보호수용과 형벌은 법 형식상 다른 제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보호수용의 목적은 실제 형벌의 목적과 같다. 보호수용은 전면적인 자유박탈, 즉 구금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제재로써 재범방지의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징역형과 본질상 동일하다. 보호수용의 경우에 징역형 집행보다 생활상의 혜택을 조금 더 부여하는 것으로 보호수용과 징역형의 본질적 동일성이 부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일 형법의 보호감호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는 2009년 판결에서 보호감호는 자유박탈이라는 점에서 형벌과 실제로 동일하고, 보호감호의 집행목적도 형벌목적과 중첩되며, 실제 집행에서도 징역형과 차별화된 처우가 없다는 점에서 유럽인권협약에서 규정한 ‘형벌’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보호수용은 결국 징역형의 편법적인 연장이며 따라서 이중처벌인 셈이다. 법무부는 단순히 범죄자를 장기간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교정 프로그램을 시행해 범죄자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추구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보호수용에서 획기적인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교도소에서 먼저 시행할 생각은 왜 안 하는 것일까. 현재 교도소의 교정교화 프로그램은 열악하다 못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징역형 복역 중에 이렇다 할 교정 프로그램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채로, 재범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재차 구금하면서 그때 가서 ‘획기적인’ 교정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 없다. 교도소를 바꾸는 게 먼저다. 진정으로 범죄자의 교정교화를 고민한다면 징역형 집행 단계에서 효과적인 교정교화 처우를 실시해야 하는 것이지, 보호감호라는 이름으로 편법적으로 징역형을 연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보호감호 재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마치 치안불안을 방관하는 무책임한 주장인 양 오해돼서는 곤란하다.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보호수용이라는 추가적인 형사제재를 부활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징역형 집행의 과감한 개혁, 즉 징역형 행형단계에서 전문적이고 효과 있는 교정교화 처우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적, 경제적 현실에 눈을 돌려 범죄자에 대한 직업 알선이나 갱생보호 프로그램 등 범죄자가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등한히 한 채로, 보호감호라는 이름으로 범죄자를 장기간 격리하는 데에만 몰두한다면 이는 범죄자의 교정교화라는 국가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서는 재범방지라는 형사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다. 보호수용 재도입은 오직 억압적인 구금과 격리를 통해 국가형벌권의 확장을 추구하는 위험한 정책일 뿐이다.
  • 이란 20대女, 노래하고 춤췄다가 채찍 91대형 논란

    이란 20대女, 노래하고 춤췄다가 채찍 91대형 논란

    이란의 20대 6명이 유명 가수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가 징역 6개월 형, 채찍 91대형을 받았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월 5일 유명 가수인 페렐(Pharrell)의 곡 ‘Happy’를 부르며 춤을 추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뒤 한달 후 이를 인터넷에 올렸다. 이들은 자막을 통해 “페렐의 팬으로서 아이폰5S를 이용해 이 영상을 제작했다”면서 “우리는 영상을 만드는 순간 순간 매우 행복했다. 당신의 얼굴에도 미소가 띄워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총감독은 사산 솔레마니라는 남성이 맡았는데, 최근 열린 재판에서 그는 제작을 담당한 대가로 채찍 91대형 및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여성 3명을 포함해 제작에 가담한 5명은 채찍 91대 및 징역 6개월 형이 내려졌다. 이란 재판부는 특히 이 뮤직비디오에서 한 여성이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얼굴만 남기고 머리카락을 감싸는 스카프)을 쓰지 않은 채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춤을 추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현지에서는 이들 6명이 국영텔레비전방송에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국민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죄를 하는 굴욕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이들의 변호사는 “잘못을 인정하는 자백을 받은 뒤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이중 일부는 이란 밖으로 여행할 수 있는 허가가 떨어졌다”면서 “이들은 현재 집행유예 상태이며, 만약 3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감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을 접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의 챔파 파텔은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이란은 위성안테나수신을 규제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자와 예술과, 영화감독 등을 체포해 왔다”면서 “이란은 이 젊은이들에 대한 규제 및 체벌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이 뮤직비디오에서 부른 노래의 원곡자인 페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아이들이 ‘행복’을 전파하려다 체포된 것은 말로 하기 부족할 만큼 슬픈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음악·극·무용 삼위일체합창음악의 ‘진수’

    음악·극·무용 삼위일체합창음악의 ‘진수’

    음악·극·무용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하는 합창음악의 정수가 무대를 채운다. 국립합창단이 오는 30일 구천(58) 신임 예술감독의 취임 연주회로 20세기 독일 작곡가 칼 오르프의 대작 칸타타 ‘까르미나 부라나’를 선택했다. ‘까르미나 부라나’는 중세 떠돌이 수도사나 음유시인들이 사랑, 유희, 외설, 도덕 등을 노래한 세속시가집에 뿌리를 둔다. 칼 오르프는 1803년 독일 바이에른의 한 수도원에서 발견된 ‘보이렌 수도원의 노래’ 속 250곡 가운데 25개 가사를 3부작의 칸타타로 완성했다. 때문에 타락한 수도원장 등 지도층에 대한 조롱, 중세시대 때 억압된 기층민의 욕망 등 풍자적 가사를 통한 당시 사회상도 엿볼 수 있다. 구천 예술감독은 “봄기운 가득한 서곡으로 시작하는 ‘까르미나 부라나’는 합창, 오케스트라가 화려하게 어우러지는 축제의 의미를 지닌 곡”이라며 “기악적인 요소와 성악적인 요소가 대화하듯 소통하는 장면에 귀를 기울이면 곡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구천 감독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박현주, 테너 신동원, 바리톤 김동섭이 독창을 맡고 국립합창단, 광주시립합창단,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대작에 목소리를 수혈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무대 위에 춤을 뿌리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관현악 연주를 맡는다. 1만~5만원. (02)580-130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그는 그의 마음을 미지의 기술에 바쳤다.” 책머리에 나오는 이 말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제8권에서 인용한 말이다. 이 문장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가 크레타 섬에서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대목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스티븐의 대사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이 그를 크레타 섬에 가뒀을 때 손수 날개를 만들어 달고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탈출한 인물로, 주인공 스티븐 디달러스의 표상이다. 주인공 ‘스티븐’은 신약성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최초의 순교자 이름이고, 디달러스는 ‘명장’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다이달로스의 이름이다. 바로 이 인용문과 이름에서 작가가 예술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예술가는 갇혀 있는 체제 속에서 격리되고 추방되는 동시에 창조를 통해 탈출하며 순교하는 자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대사인 “삶이여, 오라. 나는 이제 백만번씩이라도 경험의 현실과 만나러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내 민족의 의식을 벼려 내러 간다”는 탈출에 성공해 비상하는 다이달로스의 이미지와 겹치며, 자신이 추구하는 삶으로의 비상을 표현한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창조했다. 의식의 흐름은 개인의 의식에 떠올라 그의 이성적 사고의 흐름에 병행해 의식의 일부를 이루는 시각적·청각적·물리적·연상적·잠재의식적인 수많은 인상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한 기법이다. 의식의 흐름은 인물이 갈등하는 상황과 그것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데, 주로 주인공의 내적 독백으로 서술된다. 그래서 독자는 책을 읽으며 스티븐의 예민한 의식 깊숙이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의 내적 진실과 맞닥뜨린다.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인 ‘에피퍼니’는 매 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1장에서 스티븐이 돌란 신부에게 억울하게 매를 맞으며 종교의 부당한 권력에 대해 자각하는 순간, 2장에서 가정 경제의 몰락으로 인한 현실인식을 하는 순간, 3장에서 죄를 범한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순간, 4장에서 바닷가에서 치마를 과감하게 걷어 올린 한 소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에 나타난다. 이는 스티븐에게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하는 순간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에피퍼니인 바닷가 소녀를 보는 장면은 스티븐의 ‘살고, 실수하고, 타락하고, 승리하는’ 삶과 연관이 있다. 이는 당시 부모가 그에게 요구했던 아일랜드의 질서 안에서 성공하는 사람이나 가톨릭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장이 요구했던 경건하고 순결한 성직자의 삶도 아니다. 온갖 관습과 의무를 벗어난 새로운 길인 것이다. 스티븐의 감수성과 의식은 가정, 학교, 정치, 성, 종교, 민족, 언어, 예술 등과 대면하며 갈등을 겪게 되는데 크게 가정, 종교, 국가와 충돌한다. 먼저 가정은 스티븐에게 안정을 주지도 못하고 평화롭지 않다. 경제적으로나 지성으로 무능한 아버지는 “게으른 암캐”라고 아들을 지칭하며 스티븐의 자아를 인정하지 않는다. 더구나 어린 스티븐에게 포근한 이미지였던 어머니는 주체적인 여성이라기보다는 맹목적으로 아들에게 종교를 종용하는 대변인이다. 스티븐에게 어머니는 “뚫고 날아가야 할 자신의 영혼 위에 덧씌워진 그물”일 뿐이다. 스티븐은 정신적 고아다. 종교 또한 스티븐에게 회의와 저항감을 줄 뿐이다. 전형적인 아일랜드 중류가정의 기독교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스티븐에게 종교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굴레였다. 스티븐은 성직자의 횡포와 위선을 겪으며 종교적 권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스티븐에게 가톨릭 설교는 인간의 감각적인 욕망을 지나치게 절제시켜 영혼을 짓누를 뿐이다. 스티븐은 신이 원하는 모습은 진실한 마음이지 강압적인 수행이나 고행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작문 시간에도 현실순응적인 테니슨보다 저항적이고 자유분방한 바이런의 강렬한 시적 표현에 심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소명이 종교인보다는 예술가에 있음을 인식한다. 국가 역시 자유와 안식을 주지 못한다. 아일랜드는 당시 영국의 식민지 상태였으며 가톨릭에서 심한 억압을 받았다. 민족독립운동가인 파넬이 독립을 이뤄낸 듯했으나 이후 불륜으로 실각하면서 자유를 쟁취하지 못한다. 독립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배신과 변절 등 사회 내부적 갈등이 산재해 있었다. 조이스는 이러한 아일랜드에 환멸을 느낀다. 이런 상황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돼,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상상력과 더불어 작가의 내면과 당시 아일랜드의 도시와 시민, 의식, 정치, 역사 등을 체험하게 한다. 주인공 스티븐의 성격묘사와 배경이 되는 더블린의 모습은 젊은 시절 조이스가 살던 더블린을 반영하고 있으며,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사건들은 대부분 실제 아일랜드의 정치와 역사적 사실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스티븐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은 민족주의에 관심을 갖고 영국문화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옛 고전 문화에서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스티븐은 이러한 문예부흥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 미래가치적인 것을 품고 나가려는 스티븐에게 과거 지향적인 문예부흥 및 민족주의는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우리의 선조들은 자기네 언어를 버리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택했어…. 이 나라에서는 한 사람의 영혼이 탄생할 때 그물을 뒤집어 씌워 날지 못하게 한다고…. 나는 그 그물을 빠져 도망치려고 노력할 거야”라며 국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결국 스티븐은 “내가 믿지 않게 된 것은 그것이 나의 가정이든 조국이든 나의 종교든, 결코 섬기지 않겠어.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이나 예술양식을 빌려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자유로이, 가능한 한 완전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무기인 침묵, 유배 및 간계를 이용하도록 하겠어”라며 가족이나 종교, 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예술가로 살아갈 것임을 선포한다. 실제로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의 왜곡되고 비뚤어진 내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조국과 불화를 겪었는데, ‘더블린 사람들’이나 ‘율리시스’ 등 조이스의 작품은 삭제요구와 소송제기의 위협, 출간 금지를 당하며 고국의 핍박을 받았다. 그는 고국을 떠나 스위스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조국과 화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대부분 현실의 불합리와 부조리, 억압이나 속박을 알고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거기서 자유롭게 탈피하지 못하고 예속된 삶을 살아간다. 스티븐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예술가적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벗어나 자신의 정체를 찾아갔다. 그것은 자유로운 영혼의 길이며 예술의 방식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자각을 통해 비상하려는 이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준다. 스티븐은 예술에서 그 길을 찾았다. 스티븐처럼 비록 시대와 불화하더라도 참된 자유를 누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어느 세계로 비상할 것인가. 이 물음은 욕망으로만 삶을 담보할 수 없는, 내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 백인 남편에 키스한 흑인 女배우 ‘매춘 혐의’ 체포

    백인 남편에 키스한 흑인 女배우 ‘매춘 혐의’ 체포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LAPD)이 길거리에서 자신의 남편에게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흑인 여배우를 체포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영화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에 출연한 흑인 여배우인 다니엘레 왓츠는 지난 13일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시티 길거리에서 백인인 남편 브레인 루커스에게 키스를 하며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두 명의 경찰관이 매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녀에게 다가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왓츠가 거절하자 이들 경찰관은 왓츠를 즉시 체포하고 경찰차에 태운 다음 해당 경찰서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체포된 왓츠가 억울함에 울고 있는 장면이 그대로 촬영되기도 했다. 왓츠는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공공장소에서 옷을 다 입은 채로 애정을 표시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화가 나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경찰차 뒷좌석에 앉아 있으면서 지난날 아버지가 아무런 잘못도 없으면서 경찰에 의해 억압되고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면서 집으로 왔을 때 그가 얼마나 화가 나 있었을까를 느꼈다”며 “스스로 자유의 나라라고 부르고 있는 이 나라가 아직도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을 구금하고 있다”고 경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왓츠는 경찰서로 이송된 직후 신분을 확인한 해당 경찰서가 자신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각종 현지 언론에 의해 이번 사건의 파문이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LAPD의 대변인은 “애초 일단의 남녀가 차 안에서 성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사진= 경찰에 의해 체포되자 울고 있는 왓츠 (왓츠 페이스북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