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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인신매매 최악” 13년째 최하 등급 지정…우리나라는? “최소한의 조건 충족”

    “북한 인신매매 최악” 13년째 최하 등급 지정…우리나라는? “최소한의 조건 충족”

    북한 인신매매 최악 ”북한 인신매매 최악” 13년째 최하 등급 지정…우리나라는? “최소한의 조건 충족”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인신매매 방지활동과 관련해 최하 등급인 3등급(Tier 3)으로 다시 지정했다. 미국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연례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를 발표해 북한을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않고 개선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 나라’를 뜻하는 3등급 국가로 지정했다. 북한이 3등급에 지정된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13년째로, 3등급으로 지정된 국가는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시리아, 이란 등 23개국이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북한은 강제 노동,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 여성, 아동의 근원이 되는 국가”라면서 “5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외 북한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강제노동 환경임을 시사하는 조건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8만~12만명의 정치범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면서 “강제노동은 체계화된 정치적 억압의 체계”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13년 연속 1등급(Tier 1)을 유지했다. 1등급 국가는 ‘(미국의)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TVPA)에 정해진 최소한의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나라들’이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성매매, 강제노동 피해자인 남성, 여성, 어린이들을 공급하는 곳이자 경유지이고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특히 유흥업소에서 강제로 성매매에 내몰리는 여성과 장애를 가진 남성이 염전 등지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일부 한국 남성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에서 아동 성매매 관광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 예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형법에 따라 인신매매 행위자를 조사·처벌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인신매매 피해자를 구별해낼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 인신매매 최악” 미국 국무부 13년째 북한 지목

    “북한 인신매매 최악” 미국 국무부 13년째 북한 지목

    ‘북한 인신매매 최악’ 북한이 ‘인신매매 최악’ 등급으로 13년째 지정됐다. 미국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북한을 인신매매 방지 활동과 관련해 최하 등급인 3등급(Tier 3)으로 다시 지정했다. 미국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연례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에서 북한이 3등급에 속한 것은 2003년 이후 13년째다. 반면, 한국은 13년 연속 1등급(Tier 1)을 유지했다. 3등급 국가는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않고, 이렇다 할 개선 노력도 보이지 않는 나라들’을 뜻한다. 이에 비해 1등급 국가는 ‘(미국의)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TVPA)에 정해진 최소한의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나라들’이다. 보고서는 “북한은 강제 노동,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 여성, 아동의 근원이 되는 국가(source country)”라며 “5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외 북한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강제노동 환경임을 시사하는 조건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국무부 보고서는 “8만∼12만 명의 정치범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며 “강제노동은 체계화된 정치적 억압의 체계”라고 비판했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무는 많은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에 취약하다”며 “일부 탈북 여성이 중국인이나 한국계 중국인에 의해 성노예로 전락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은 “인신매매 예방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으며, 정권의 억압 때문에 다른 나라로 탈출한 북한 사람들이 인신매매에 취약한 상태에 놓이고 있다”고 국무부 보고서는 우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일조선인 그들의 삶과 詩

    재일조선인 그들의 삶과 詩

    ‘세상이 넓다지만/나이 먹은 나에게는/발붙일 곳이 없네// 북으로 가면 <<귀포>>의 딱지/남으로 가면 <<똥포>>란 부름/이래서야 내 땅인들 정이 가겠나/차마 왜땅귀신은 될 수 없고//어디로 가야 하나//정말 몰랐네/고향을 등진 죄가/이렇게 무거울 줄은//삶의 어려움//이국의 달빛 아래/이 밤도 그림자 하나/유령같이/발붙일 곳을 찾아 얼른거린다’(정화흠의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 세금으로 사는/아베 총리/당신은 총리가 되자 바람으로/한 짓이 도대체 무엇이요/우리 학교 탄압에 이골이 나/차별의 첫 시책부터 폈으니//(중략) 차라리/미납자혐의로 옥에 갇히어/내 바친 세금으로/먹고 잔다면 참으로 시원하겠다’(김정수의 ‘세금 4만 8천엔’) 오늘날 재일조선인의 삶과 의식을 보여주는 ‘2000년대 재일조선인 시선집’(경진출판)이 나왔다. 시집을 엮은 김형규 아주대 다산학부대학 특임교수는 “정치적 견해나 이념이 강하게 드러나는 시보다 재일조선인의 역사 감각과 그들이 겪는 일상적 경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작품들을 선별했다”고 소개했다. 시선집에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시인 19명의 시가 수록됐다. 재일조선인은 대부분 일제 식민지라는 민족사의 상처 속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과 그 후손들이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6000여명이 무참히 학살되는 등 식민지 시기 내내 생존의 위협 속에서 지냈고, 해방 후에는 외국인으로서의 차별까지 덧쓴 채 굴욕과 억압의 삶을 살았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으로 취급당하며 여러 차별을 받고 있다. 의무 교육 혜택에서 제외되고 공무원이 될 수 없으며,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과 일본의 정치적 대립 관계가 심할 때는 아직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모국에서는 언어나 문화 차이 때문에 반(半)일본인이라 불리며 이방인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재일조선인은 일본에서도 남북한에서도 환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존 국내 자료집에는 해방 이후 작품들은 많이 수록돼 있지만 오늘날 재일조선인의 삶을 보여주는 시들은 드물다”며 “최근 시들을 보면 지금도 그들의 삶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스타뷰] ‘뮤지컬 슈퍼스타’ 마이클 리

    [스타뷰] ‘뮤지컬 슈퍼스타’ 마이클 리

    국내 뮤지컬계에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는 많다. 하지만 마이클 리(42·한국명 이강식)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재미교포 2세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0여년간 활동하다 돌연 한국행을 택했다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그가 보여 준 배우로서의 진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독보적인 가창력과 연기력, 뮤지컬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겸손함까지, 뮤지컬 팬들에게 ‘마이클 리’라는 이름은 브로드웨이에서 날아온 선물과도 같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지저스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는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마저스’(마이클 리+지저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그가 다시 브로드웨이로 돌아간다. 오는 10월 초연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엘리전스’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오픈런’(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공연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탓에 ‘기약 없는 작별’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더 큰 무대를 누비게 됐다는 뿌듯함과 한동안 그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하지만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벌써부터 한국에서의 다음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우리나라 뮤지컬계와 마이클 리의 첫 만남은 생경했다. 2006년 ‘미스 사이공’의 라이선스 초연에 주인공 크리스 역으로 이름을 올린 그에게 국내 언론은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한 배우’라는 것 외에 별다른 수식어를 찾지 못했다. 무대에 오른 그에게는 “가창력과 연기력은 일품이나 대사 전달이 안 된다”는 뜨뜻미지근한 평가가 내려졌다. ●혹독한 훈련으로 신뢰 쌓은 ‘미스 사이공’ 하지만 4년 뒤 그는 다시 ‘미스 사이공’으로 한국을 찾았다. 다시 한번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그는 4년 전보다도 더 혹독한 훈련으로 자신을 몰아붙였다. 2년에 걸친 전국 투어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신뢰를 쌓아 간 그는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시작으로 아예 한국에 눌러앉았다. 그를 팬들도, 공연계도 다시 브로드웨이로 보낼 수 없었다. 세상 모든 뮤지컬 배우들이 꿈꾸는 ‘꿈의 무대’인 브로드웨이를 뒤로하고 한국 무대에 매진했던 이유는 뭘까. 그는 “한국 활동은 내게 큰 기회가 됐다”고 돌이켰다.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몇 년 새 크게 발전해 있었습니다. 한국의 뮤지컬 산업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저를 알리고 싶었죠.” 그는 한국 활동에서의 성취 중 하나로 “브로드웨이에서는 맡기 힘든 배역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을 꼽았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에게는 아시아인 배역이 주로 주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지저스와 유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유대인 제이미 등 피부색의 경계를 넘어선 도전으로 호평받기도 했으나 데뷔작인 ‘미스 사이공’의 베트남 장교 투이, ‘태평양 서곡’의 일본 사무라이 카야마 등 아시아인 배역을 자연스레 맡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제가 아시아계라는 건 배우로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시아계 배우가 필요한 작품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제약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물론 열린 생각을 가진 연출자와 제작자를 만나 아시아인이 아닌 배역도 맡을 수 있었던 건 행운입니다.”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그는 비로소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한계를 털어 버릴 수 있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 시인, ‘벽을 뚫는 남자’의 듀티율, ‘프리실라’의 틱 등 국가와 인종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배역에 스스로를 던질 수 있었다. ●매번 파격적 배역… 소심남 듀티율 역할이 ‘딱’ 관객들은 그가 매번 새롭고 파격적인 배역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에 놀라움을 표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진중하고 중후한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이내 소심한 우체국 공무원(‘벽을 뚫는 남자’), 파격적인 의상과 분장으로 치장한 드래그퀸(‘프리실라’)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심지어 ‘서편제’에서 동호 역을 맡아 한국인의 정서를 탐구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벽을 뚫는 남자’의 듀티율을 가장 도전적인 배역으로 꼽았다. “한국의 뮤지컬 팬들은 배우의 이미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처음 캐스팅이 발표된 뒤 소심하고 덤벙거리는 듀티율이 저에게는 안 어울린다는 우려가 많았죠.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배우를 더 흥분시키곤 합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제가 왜 그 배역을 맡았는지 다들 이해하셨죠…. 그리고 사실 전 듀티율과 정말 닮았어요.(웃음)” 한국 활동에 매진하면서 브로드웨이에서는 2년 넘는 공백이 생겼다.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브로드웨이 대극장이든, 지하실의 작은 극장이든 모든 곳이 똑같은 무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기회”를 꿈꾸며 찾은 한국 무대에서 그는 훌쩍 성장했다고 한다. “처음엔 한국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습니다. 지금 1시간이면 할 수 있는 걸 처음엔 5시간 동안 매달려야 했죠. 덕분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넘어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것에서도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좋은 청취자이자 더 진실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가 한국 뮤지컬 팬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듯, 그 역시 한국 활동이 “큰 선물”이었다고 돌이킨다. 그는 출연 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9월 1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를 다음달 말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단 하루 휴식을 취하고 바로 ‘엘리전스’의 리허설을 시작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엘리전스’는 영화 ‘스타트랙’으로 유명한 일본계 배우 조지 다케이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편견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는 여기서 리더십과 정의감으로 반란을 이끄는 대학원생 ‘프랭키 스즈키’ 역을 맡는다. 2011년 리딩 공연부터 참여해 온 작품이어서 애착이 남다르다. ●2년 넘는 한국 활동은 ‘큰 선물’ 이었죠 한국계 배우가 일본계 미국인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아쉬워할 팬들도 있을 법하지만, 그는 국적과 민족을 넘어 ‘이방인’의 아픔에 주목한다. 스스로도 미국에서 ‘이방인’이었으며,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연기와 노래로 승화해 온 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정하는 것이 내 외모와 피부색, 혈통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인이 검은 머리와 황색 피부를 가진 사람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죠. 이는 한국도 조만간 고민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그는 배우뿐 아니라 연출가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어쩌면 브로드웨이와 한국에서 모두 성공한 뮤지컬 연출가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계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한국에 살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한국에 터를 잡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예스”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 꿈꾸는 목표도 있다. “한국에는 재능 있는 후배가 많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후배들의 재능을 키워 주고 싶어요. 그게 연기든, 뮤지컬 제작이든, 무엇이든 말이에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그림으로 들여다본 착한 욕망·나쁜 욕망

    그림으로 들여다본 착한 욕망·나쁜 욕망

    욕망의 힘/이명옥 지음/다산책방/332쪽/1만 6000원 “이 세상에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착한 욕망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욕망을 갈망케 하여 착한 욕망을 축소시키거나 파괴하는 나쁜 욕망이 있다”고 철학자 말렉 슈벨은 ‘욕망에 대하여’에서 말했다. 문학과 예술, 철학은 알 수 없는 불안과 나쁜 욕망을 잠재우고, 선한 욕망을 일깨워 삶의 에너지가 되도록 안내한다. 미술 에세이집 ‘욕망의 힘’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다룬 그림 83점을 고전문학, 영화, 소설, 철학 등 인문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문화예술 기획자이자 작가, 미술관장인 저자는 고전 명화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해외 및 국내 작가의 그림을 폭넓게 소개하며 미적 안목을 넓히도록 돕는다. 길지 않은 글 속에 작품 해설과 함께 인용되는 소설이나 영화 속의 명문들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면서 글의 내용을 더욱 풍요롭게 꾸며 준다. 우선 ‘사랑, 원초적 욕망’에서 잭 베트리아노, 제임스 타소, 그뢰즈, 볼디니 등의 그림으로 성적인 욕망과 사랑,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쁜 욕망 극복하기’에서는 시린 네샤트, 일리야 레핀, 디에고 리베라 등의 그림을 통해 이기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전쟁과 억압은 왜 생겨나는 것인지를 들여다본다. ‘성취욕, 존재 추구에 대한 욕망’에선 에곤 실레, 마그리트, 고흐, 오키프 등의 작품과 함께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가, 성취욕이 병들지 않고 온전히 결실을 맺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소통, 관계 회복에 대한 욕망’에서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수르바란, 모란디, 황선태, 남경민, 휘슬러, 고야, 노먼 록웰 등 기쁨과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그림들을 소개한다. 책 표지에 등장한 도발적인 붉은 색깔의 구두가 녹아내리는 듯한 그림은 노세환의 ‘신데렐라 구두에 대한 고정관념의 한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넬슨 만델라(권태선 지음, 흩날린 그림, 창비 펴냄) 평생 동안 인종차별을 없애고자 노력한 넬슨 만델라의 파란만장한 삶을 균형 잡힌 서술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억압받는 이들의 가슴에 자긍심과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꿈의 씨앗을 심은 만델라의 업적과 인간적인 면모가 자세하게 담겨 있다. 192쪽. 1만 2000원. 안녕, 나의 장갑나무(자크 골드스타인 글·그림, 예빈 옮김, 주니어김영사 펴냄)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한 소년이 500년 동안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 온 떡갈나무를 통해 사랑과 죽음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떡갈나무의 죽음을 통해 살아 있는 자연에 감사하고 죽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84쪽. 1만원.
  • [씨줄날줄] 절의 ‘탐욕’과 소작농의 설움/문소영 논설위원

    단편소설 ‘사하촌´(寺下村)은 소설가 김정한의 1936년 문단 데뷔작이다. 제목처럼 절 소유인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 농민들의 찌든 가난과 고통을 잘 그려 냈다. 가뭄에 논이 쩍쩍 갈라져 농민 폭동이 우려되자 저수지 물을 터 놓았더니 그 봇물을 탐욕스럽게 보광사에서 다 차지해 소작농들은 그 귀한 물을 구경도 못 하고 물싸움을 벌이게 된다. 불교에 귀의한 종교인을 중이라고 부르지 않고 스님이라고 존칭하는 이유는 그들이 불쌍한 중생을 고해(苦海)의 바다에서 구제해 부처의 정토로 이끈다는 믿음 때문인데, 사하촌을 읽다 보면 승려도 탐욕스런 인간에 불과해 가난한 소작농을 착취하고 타락한 폭력집단에 불과한 게 아닌가 싶다. 종교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때는 일제강점기로 나라 잃은 설움에 타락한 승려들의 착취로 뼛속까지 가난이라는 이중 고통을 겪는다. 한국 3대 사찰이라는 통도사 주변의 넓은 논밭이 모두 사찰 소유라고 해 고려시대는 대체로 이런 풍경이었겠지 하고 잠깐 ‘사하촌’을 떠올리기도 했다. 토지개혁 하면 1945년 해방 이후 북한과 남한의 토지개혁을 떠올리지만, 왕조가 바뀔 때 토지개혁은 기본이었다. 민생 안정과 기득권 세력의 약화, 세금 낼 자경농 육성 등이 목표다. 조선도 개국하자 토지개혁을 한다. 기득권 세력인 귀족과 불교를 억압하기 위해 사찰과 귀족, 호족 등이 소유한 땅과 노비 등을 농민에게 나눠 주었다. 또 ‘도조’(賭租) 또는 ‘도지’(賭只)라는 소작료를 고려 말 8할에서 4할로 낮추었다. 조선 초기의 이런 토지개혁에도 불구하고 중·후기를 거치면서 가뭄과 흉년으로 양민이 노비가 되면 그 토지를 헐값에 산 양반들이 대지주가 되는 탓에 17~19세기에 토지개혁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물론 실현은 잘 안 됐지만. 귀농을 했으나 소작농으로 유기농 포도 농사를 충북 영동에서 짓는 40대 부부가 있다. 이들 부부가 최근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을 했다. 2012년 6월 법주사 말사인 한 절의 주지로부터 버려진 땅 약 1만㎡(3000여평)를 2022년까지 10년 동안 빌려 농사를 짓기로 계약서까지 썼는데, 최근 “절 소유 밭에서 나가라”는 내용증명과 함께 “철수하지 않으면 영동에서 영영 못 살게 하겠다”는 엄포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해 여름부터 몇 개월 동안 포크레인을 빌려 땅을 개간하는 데 15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갔다. 40대 부부도 예상하지 못한 목돈이다. 주변 대나무 밭에서 뻗어 나온 죽순들과 땅 깊이 뿌리박은 칡덩굴, 관목까지 모두 걷어 내고 갈아엎는 일이 쉽지 않았단다. ‘무상으로 쓰라’던 약 3000㎡(1000평)도 개간해 놓자 절에서 가져갔다. 땅이 척박해 돼지똥 거름 400통을 가져다 부어 작물을 키울 만하니까 탐욕이 생겼나 싶다. 진짜 농부가 자기 땅을 소유하는 세상은 언제쯤 올 것인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무한도전 ‘낙타고기’ 풍자 징계는 코미디”

    “무한도전 ‘낙타고기’ 풍자 징계는 코미디”

    한국PD연합회가 MBC ‘무한도전’의 메르스 관련 풍자에 대해 경징계 조치를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를 비판했다. PD연합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방통심의위가 지난달 29일 메르스 사태를 다룬 KBS2 ‘개그콘서트-민상토론’에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지난 1일 ‘무한도전’ 징계 조치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PD연합회는 “‘무한도전’에 대한 징계는 코미디다”라며 “물론 ‘무한도전’은 ‘낙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라’고 하면서 ‘중동지역’임을 특정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낙타를 어디서 봐’라며 보건당국이 공개한 메르스 예방법에 대해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 본질이다”라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13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중동지역 여행 중 낙타, 박쥐, 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삼가기 바랍니다’라는 예방 수칙 중 ‘중동지역’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으로 의견 제시 제재를 의결했다. PD연합회는 “핵심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는데 계속 ‘낙타와의 접촉 금지’를 외치는 보건당국의 무사안일을 비판한 것이다. 이것이 정부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방통심의위는 징계로 화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방통심의위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민원 제기가 들어오면 반드시 처리하게 되어 있는 규정이 있고, 그 규정에 따라 가장 약한 징계를 가했다는 불가피성을 호소하고 싶을 것이다”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대한 권력의 심기 불편, 그 권력을 대변하는 일부 단체의 민원, 민원 제기에 따른 신속한 징계 처리가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한다는 점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우! 지구촌] 에펠탑 등 ‘유럽 명소 셀카’ SNS게재시 벌금?

    [나우! 지구촌] 에펠탑 등 ‘유럽 명소 셀카’ SNS게재시 벌금?

    유럽연합(EU)이 프랑스 에펠탑 등 유럽 각국의 랜드마크 사진을 허가없이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은 당국의 허가 없이는 랜드마크를 포함한 공공건물의 사진을 함부로 찍을 수 없도록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허가를 받지 않은 관광객들은 에펠탑 등 유명 건물을 배경으로 하는 셀프카메라 사진 또는 일반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불법이 아니나, 이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SNS 또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릴 때에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법안은 상업적인 사진작가들이 무단으로 건물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최근 SNS 등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저작권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있기 때문. 이를 어길 시에는 전문 포토그래퍼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건물만 찍은 것이 아니라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비상업적인 용도로 기념사진 또는 셀프카메라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에게까지 해당 법규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독일의 유럽의회의원인 줄리아 레데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유명 건축물들의 전경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것은 수 백 만명의 유럽인들에게 저작권과 관련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의 포토그래퍼 연합도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독일의 한 사진연합협회 측은 “유럽 내 모든 건물들의 사진을 찍고 쓰는데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 측은 이것이 상업적인 사진작가들을 겨냥한 법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 유럽의회의원들은 전경 사진의 자유를 주장하는 ‘파노라마 프리덤’ 법 발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연합 측은 이번 법안과 관련해 현지시간으로 다음 주 법안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에펠탑 등 배경 셀카’ SNS 올리면 벌금!

    ‘에펠탑 등 배경 셀카’ SNS 올리면 벌금!

    유럽연합(EU)이 프랑스 에펠탑 등 유럽 각국의 랜드마크 사진을 허가없이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은 당국의 허가 없이는 랜드마크를 포함한 공공건물의 사진을 함부로 찍을 수 없도록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허가를 받지 않은 관광객들은 에펠탑 등 유명 건물을 배경으로 하는 셀프카메라 사진 또는 일반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불법이 아니나, 이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SNS 또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릴 때에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법안은 상업적인 사진작가들이 무단으로 건물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최근 SNS 등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저작권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있기 때문. 이를 어길 시에는 전문 포토그래퍼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건물만 찍은 것이 아니라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비상업적인 용도로 기념사진 또는 셀프카메라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에게까지 해당 법규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독일의 유럽의회의원인 줄리아 레데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유명 건축물들의 전경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것은 수 백 만명의 유럽인들에게 저작권과 관련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의 포토그래퍼 연합도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독일의 한 사진연합협회 측은 “유럽 내 모든 건물들의 사진을 찍고 쓰는데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 측은 이것이 상업적인 사진작가들을 겨냥한 법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 유럽의회의원들은 전경 사진의 자유를 주장하는 ‘파노라마 프리덤’ 법 발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연합 측은 이번 법안과 관련해 현지시간으로 다음 주 법안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3대 과제 마무리 은총받은 오바마 레임덕 걱정도 끝

    3대 과제 마무리 은총받은 오바마 레임덕 걱정도 끝

    지난 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농구 경기장.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가 울려 퍼졌다. 선창을 한 이는 바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7일 찰스턴에서 벌어진 백인 청년의 흑인 교회 총기 참사 사건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해 추모 연설을 하던 도중 찬송가를 불렀다. 미 언론은 이날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오바마 대통령의 찬송가 열창이 “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이번 주 내내 은총에 대해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들이 보여준 은총에 대해, (이번 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가 설교했던 은총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묘사된 은총에 대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흑인 차별을 상징하는 남부연합기의 퇴출과 총기 규제도 촉구했다. 그는 “남부연합기를 끌어내려 하나님의 은총을 나타내자”며 “남부연합기는 단순히 선조의 자부심을 나타내기보다 더 많은 것을 대변해 왔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많은 이에게 그 깃발은 조직적 억압과 인종적 예속의 상징이었다”고 지적했다. 임기가 1년 6개월 남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난 한 주는 잊지 못할 ‘은총의 한 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가 24일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외교·무역 정책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25일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작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정부 보조금이 합법이라고 판결해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은 또 26일 오바마 정부가 지지해 온 동성 결혼을 미 전역에서 합법화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힘을 실어 줬다.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 주간 거둔 잇단 성과로 당분간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없이 국정을 주도해 나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박현갑의 빅! 아이디어]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할 일

    [박현갑의 빅! 아이디어]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할 일

    오늘로 메르스 발병 38일째가 된다. 확진 환자 증가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퇴원자 숫자가 처음으로 치료자 숫자를 넘어섰다. 대한민국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가 우리 사회에 준 교훈을 반추할 때다. 무엇보다 국가 통치철학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초기 국민을 관리와 통제 대상으로만 인식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치료 중인 병원을 공개하라는 여론을 무시했다. 감염 지역과 병원을 밝히면 다른 환자와 병원 종사자, 나아가 지역사회에 공포와 혼란을 조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반 공동위원장인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지난달 말 메르스 감염 병원 공개 불가방침을 설명하는 세종청사 언론 브리핑에서 “메르스 환자를 열심히 치료하고 있는 안전한 병원, 검증된 병원들이 공개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했다. 의료 시스템이 민간 병원 중심인 미국보다도 더 공공병원 비중이 낮은 실정에서 민간이 감염병 치료를 꺼리면 감염병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의료기관 중심의 사고로 부분적으로만 맞을 뿐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병원 명단과 예방법 등이 나오는 등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웠다. 또 정부의 비밀주의 방침에 대한 자구책으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간주해 처벌하겠다고 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민=통제 대상’이라는 군사정부 시절 사고방식에서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국가가 관리하고 통제할 대상이 아니다. 높은 교육열에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내 재산이나 건강관리에 조금이라도 의심스럽거나 불안하다고 판단하면 자구책을 찾는다. 메르스 감염 지도 제작이 그렇고, 카카오톡 등을 통해 각종 예방법을 주고받는 현상이 그러한 사례다. 나름의 집단지성이 발휘된 것이다. 정부의 국민에 대한 인식 전환이 없다면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중앙공무원교육원은 물론 각 부처 자체 교육을 통해 공직자와 국민의 관계 재정립,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제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인간안보’에 대한 중요성도 재인식할 때다. 이 개념은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제시했다. 동서 간 냉전 종식 후 일어난 국제 분쟁의 대부분이 내전 형태로 생겨났고, 그 최대 피해자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라는 점에서 이 개념이 부각됐다. 즉 국가안보의 개념을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민, 영토, 주권을 방어하는 전통적 의미에서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존엄을 중시하는 국민 중심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인간안보 개념에서는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 인권침해, 환경파괴, 질병, 불량식품, 정치적 억압 등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비군사적 불안 요인이 국가가 챙겨야 할 관리 대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높은 지지를 받아 왔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국민 대다수가 전염병 공포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안보위협 요인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외부의 침입만 국가안보의 위협 요소로 판단하고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공포감에 빠지게 하는 전염병도 인간안보 관리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메르스 공포로부터 시민의 일상은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 이 무렵이면 정부의 메르스 일일점검회의도 더이상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통치철학에 대한 근본적 인식 재고가 없다면, 국민에 대한 인식과 안보 개념을 새로이 하지 않는다면, 제2의 메르스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긴급 진단 문학 권력] 위기를 다시 태어날 기회로

    [긴급 진단 문학 권력] 위기를 다시 태어날 기회로

    문학은 독자들에게 처연히 버림받았다. 올해 상반기 대형서점들의 월별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20위 안에 들어간 한국문학 작품은 시건 소설이건 단 한 편도 없었다. 종합베스트셀러 50위로 넓혀서 확인하더라도, 그나마 주류 문단에서 작가 취급도 제대로 못 받는 소설가 김진명씨의 ‘싸드’가 49위에 턱걸이했을 뿐이다. 이렇듯 문학의 위기는 문단 관계자들이 엄살떠는 수준의 수사를 넘어 냉엄한 현실이 됐다. ‘신경숙 표절 사건’은 종언을 고한 문학이 드러누운 관 뚜껑에 대못을 박은 꼴이 됐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정도가 아니라 벼랑 아래로 떨어진 한국문학에 필요한 것은 전면적인 성찰과 자정 노력이다. 표절 논란 초기 신씨를 일방적으로 옹호해 집중포화를 받았던 창비, 문학과지성사와 더불어 3대 문학권력의 하나로 꼽힌 문학동네는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이명원, 조영일 등 5명의 평론가에게 25일 오후 공개적으로 좌담회를 제안했다. 한국작가회의와 문인협회 등도 잇따라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우영 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시민사회단체, 출판인회의, 법조인 등과 함께 표절과 관련된 내용을 명문화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중”이라면서 “이 가이드라인은 작가들의 상상력과 표현을 억압하는 방식이나 표절 여부를 따져가는 심판자의 역할이 아니라 대다수 작가들의 논의와 합의 속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느슨한 형태의 윤리강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5일 정기이사회에서 표절 사태 및 해결 과제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문인협회는 ‘문학표절문제연구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강희근 시인을 소장으로 하는 연구소에서 표절의 장르별 기준을 정하고, 처벌에 관해 심의 의결하며 연구소에서 표절로 확정된 작품은 ‘표절기록부’에 등재해 영구 보관하는 것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많은 작가, 평론가 등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 접근하는 방식이 자칫 대중의 정서만 좇아가는 ‘포퓰리즘적 대증요법’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표절 여부는 작가의 의식과 양심에 관한 문제이며 검열이라는 것은 글 쓰는 데 있어 가장 크게 상상력에 지장을 준다”면서 “검증 시스템이나 검증 기관, 이런 검열 장치를 마련한다고 하는 것은 창작활동을 옥죄는 것과 같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발상의 유사성, 표현의 유사성 등 여러 측면이 있기 때문에 표절이다 아니다는 심증만 있을 뿐 표절이라고 합의를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자칫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문학 내적으로 비평적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출판사에서 표절이 거론된 작가들에 대해 엄중하게 처리한다면 표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C(60)씨는 “이미 문학은 밑바닥까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면서 “이번 일에 대한 어정쩡한 봉합이 아닌, 더욱 격렬한 논쟁 등 조정을 거친 뒤에야 어슴푸레하게나마 한국 문학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北, 인권사무소 적대감 걷고 인권경시 자성해야

    북한이 서울에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설된 데 대해 연일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사무소가 정식으로 문을 연 그제는 보복 조치로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2명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는가 하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반(反)공화국 인권 모략 책동’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어제도 강력한 비난 논평을 냈다. 앞서 북한은 선수단을 파견하기로 했던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지난 19일 불참을 통보하면서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개설을 이유로 들었다. 예상했던 반발이긴 하지만 초강경 대응이어서 자못 걱정스럽다. 김정은 정권의 예측불가능성을 감안하면 북한이 자칫 이를 핑계로 도발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북한의 동태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왜 그렇게 분노하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인권사무소 개설은 사실상 북한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해 왔다. 수백만명의 주민이 사실상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으며 공개처형 등으로 정권 차원에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숱한 탈북민들의 증언이 뒷받침한다. 이번 사무소 개설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1년여간의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통해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 책임을 추궁할 조직 설치를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 사회의 충고를 귓등으로 흘려 사무소 개설의 단초를 제공해 놓고 적반하장 격으로 오히려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 지금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사무소 개설에 반발하기보다는 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는지 내부의 인권경시 정책 등을 살펴보고 시정하는 일이다. 사무소는 앞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그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책임 추궁의 역할도 맡게 될 것이다. 북한 코밑인 서울에 개설된 것은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으로선 거북살스러운 사무소 활동이 되겠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김정은 ‘최고 존엄’의 자존심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도 굶주림과 고문, 강제 이주 등으로부터 벗어날 권리가 있다.
  • [영화 多樂房]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영화 多樂房]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무법의 ‘배드 시티’(bad city)에는 고독한 영혼들만이 적막함을 가로지르며 배회한다. 마약에 중독된 아버지를 돌보며 희망 없는 하루를 살아가는 청년(아라쉬), 남성들에게 번번이 착취당하는 창녀, 거리에서 돈을 구걸하는 꼬마…. 흑백의 영상이 적나라하게 보여 주듯 시공을 초월한 도시의 어두움은 이들에게 어떠한 희망의 빛도 허용하지 않고 암담한 시간의 톱니바퀴만 쉬지 않고 돌릴 뿐이다. 이렇게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들이 만난 뱀파이어 소녀는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특히 약에 취해 가로등을 바라보던 아라쉬 앞에 예고 없이 나타난 뱀파이어 소녀는 한 줄기 빛처럼 아라쉬를 설레게 만든다. 소녀가 약 기운 때문에 일어날 수도 없는 아라쉬를 스케이트보드에 태우고 집으로 데려오는 장면은 일견 코믹하면서도 앞으로 소녀가 아라쉬의 인생에 깊게 관여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장면마다 공들여 재단된 무채색의 미장센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의 진행은 느린 편이다. 하지만 배드 시티의 음산한 기운과 뱀파이어 소녀의 출몰은 끊임없이 가슴을 졸이게 한다. 그러나 소녀와 다른 인물이 함께 잡히는 투숏에서는 서스펜스를 넘어 다양한 기류를 느낄 수 있는데, 뱀파이어에 대한 감독의 남다른 시각은 이 영화를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시킨다. 가령 밀폐된 공간에서 소녀와 창녀가 한 프레임에 들어왔을 때 폭발하는 감정은 공포와 두려움이 아니라 슬픔과 고독이다. 소녀는 멀찍이, 그러나 창녀와 같은 방향을 보고 앉아서 거울 앞에 있는 창녀가 어떤 사람인지 묘사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말을 걸어 준 것처럼 창녀는 이 신비스러운 소녀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객관화하게 된다. 소녀가 창녀와 유대감을 가지는 반면, 폭력적인 남성들을 공격하는 것은 이란 사회에 대한 여성 감독의 시각이 다분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녀가 발목까지 늘어뜨린 차도르를 곧 뱀파이어의 망토처럼 시각화한 것은 이 천이 가진 여성 억압적 속성을 고려할 때 흥미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소녀는 뱀파이어라는 정체가 무색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다. 관객들은 그녀가 가공할 만한 힘으로 잔혹하게 인간을 해치는 장면들을 본 후에도 계속 호기심을 갖고 그녀를 주시하게 된다. 발랄한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단발머리, 스모키 화장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을 즐기며, 길에서 만난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는 평범한 소녀로서의 모습과 행동이 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대사를 자제하는 대신 분위기나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된 음악은 새로운 뱀파이어 캐릭터와 더불어 영화의 클래식한 화면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좋아하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차례로 붙여 나간 듯한 몽환적 느낌은 중독성이 강하다. 걸출한 신예, 애나 릴리 아미푸르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15세 관람가. 25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 [긴급 진단 문학 권력] 문학계 자성 목소리

    [긴급 진단 문학 권력] 문학계 자성 목소리

    소설가 신경숙(52)씨의 표절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표절 논란을 넘어 한국 문학권력 문제로 확산되면서 문단의 자정 운동을 촉발했다. 문단 내에선 표절은 신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출판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한국 문단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를 주제로 열린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 긴급 토론회에서는 한국 문학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향한 날 선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15년 전에 생산적인 성찰을 통해 매듭지었어야 할 문제였는데 당시 억압된 채로 지금까지 남아 있던 것이 과거로의 회귀를 초래했다”고 통탄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까지 표절, 문학 상업주의, 폐쇄적 매체권력, 문학권력과 언론권력의 결탁, 비평적 심의기준 붕괴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지만 공론화되지 못하고 묻힌 게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는 인식이다. 발제자로 나선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돈과 패거리 권력으로 무장된 한국 문학이 신경숙 사태를 낳았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신경숙은 환금성이 탁월한 작가였고 백낙청 교수는 신경숙의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 문학의 보람’이라는 말로 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창비와의 미학적 연결망을 찾아내고자 했다”며 “치매 상태에서 집을 나가 행적을 알 수 없는 건 신경숙 소설(엄마를 부탁해) 속 ‘엄마’가 아니라 오늘의 ‘한국 문학’”이라고 꼬집었다. 문학비평가 집단의 문제에 대해서도 칼을 겨눴다. 이 교수는 “현재의 비평 공간에서 이견을 지닌 비평가 대부분은 한 줌의 중심 질서 바깥에 ‘비체제’ 지식인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라며 “(문학비평의 기능이) 비평적 담론과는 완전히 무관한 산업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대학 교수는 문학권력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1990년대 출판 상업주의와 동인과 에콜 중심으로 작동하는 문학권력의 폐쇄성에서 신경숙 사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20년이 지났지만 변화가 없고 그 폐쇄성은 더욱 공고해졌다. 신경숙 표절에 대해 창비가 대응했던 게 한국 문학이 얼마나 갇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신경숙 표절 사건으로 민낯을 드러낸 건 한국 문학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단의 건강한 질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부상하는 전복적 흐름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문학적 신념에 따라 작가들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신경숙 표절 사건은 한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문학에 작동하는 문학권력에 대한 중요한 문제 제기의 촉발점이 돼야 한다”며 뼈아픈 성찰 속에서 새로운 혁신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토론자인 심보선 시인(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은 “이윤지상주의와 한국문학지상주의가 기이하고 모순적인 방법으로 결탁해 있다. 이 결탁 속에서 특정 작가에 대한 애정이 하나의 조직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특정 작가들을 거의 가족처럼 돌보는 무한 애정 유사가족주의 문화 속에서 표절을 끝내 표절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표절과 표절 은폐 가능성은 잠재돼 있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대안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표절과 관련해 법적 기준까진 아니더라도 윤리규정, 원칙과 규범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 교수는 “등단 시스템, 문학매체 발간 시스템, 문학상 수여 시스템, 문학출판 관행 등 일련의 문학 질서를 전복할 문학권력의 외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 시인은 “비평 자체가 아니라 권력화된 비평이 문제”라며 “신경숙은 우리의 에이스가 아니다. 에이스 발굴과 육성이라는 비평적 강박에서 벗어나 한국 문학의 다양한 글쓰기와 활동의 영역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니캅의 역설/구본영 논설고문

    메르스는 뜨겁지만 건조한 날씨와 궁합이 잘 맞는 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12년 첫 발병 이래 이 ‘열사의 땅’에서 줄곧 맹위를 떨치고 있다. 본래 낙타에서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낙타도 없는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장마철인데도 건조한 요즘 날씨가 왠지 마음에 걸린다. 메르스가 창궐한 사우디에서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감염 사례가 적다고 한다. 확진자도 여성이 남성의 절반 수준이지만, 발병 이후 사망률도 여성이 현저히 낮았다고 최근 외신이 전했다. 지난해 세계 의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3년 6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사우디 남성 확진자는 사망률이 52%였으나 여성은 23%에 불과했다. 물론 바이러스가 성별을 가릴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사우디에서 여성 환자가 적은 것은 ‘니캅’이 평소 입과 코를 가려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라이나 매킨타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라는 분석이 그럴싸하다. 니캅은 눈 빼고는 얼굴과 몸을 모두 가리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의상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선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갈 때 베일을 두르는 게 종교적 전통이다. 다만 나라별로 사회적 분위기나 이슬람 율법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복식도 다양하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세속화된 터키에서는 얼굴은 드러내는 머릿수건인 히잡이 일반적이다. 반면 사우디 여성들의 니캅이나, 이란 여성들이 뒤집어쓰는 차도르는 훨씬 몸을 많이 가린다. 눈조차 망사로 가리는 부르카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강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많이 착용한다. 세상만사는 새옹지마인가. 이슬람 여성들의 베일은 서구 민주주의의 시각으로 보면 여성 억압의 상징이다. 하지만 니캅이나 부르카가 이제 중동 여성들을 메르스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니 기막힌 역설이다. 영국의 어느 사학자의 명언이 생각난다. 그는 “역사적 사건에는 역사의 진로를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돌리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다람쥐가 겨울잠 이후 땅속에 도토리를 저장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상수리나무 군락 형성에 도움을 주듯이 말이다. 우리의 경우 남녀 간 메르스로 인한 사망률의 큰 차이가 없단다. 다분히 여성 차별적인 이슬람 문화가 여성들의 메르스 감염을 막는 기제가 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중동과 달리 낙타 고기를 먹지 않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확산된 이유는 뭘까. 보건 당국의 초동 대응 실패를 더 거론하는 것도 지겹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메르스 감염은 환자들이 거쳐 간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아무래도 ‘한국적 병실 문화’도 메르스가 번지는 데 일조를 했을 듯싶다.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다니는 ‘의료 쇼핑’이나 침상이 다닥다닥 붙은 다인실 병동으로 문병객들이 제한 없이 드나드는 관행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생사 가르는 격심한 풍랑 앞 정의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생사 가르는 격심한 풍랑 앞 정의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사회정의란 무엇인가/이종은 지음/책세상/852쪽/3만 5000원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정의’가 문화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작 정의에 대한 진지한 담론은 많지 않았다. ‘사회정의란 무엇인가’는 이종은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어느 때보다 절박하고 현재적인 주제에 대한 정치철학적 논의를 다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치철학의 근본 과제는 권력으로 하여금 정의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며 권력이 정의를 달성할 때 좋은 정치질서가 이루어진다’는 시각에서 정의로운 사회와 합리적 원칙을 모색해 온 이 교수가 5년 만에 완성한 정치철학 4부작의 완결본이다. 전작 ‘정치와 윤리’(2010), ‘ 평등, 자유, 권리’ (2011), ‘정의에 대하여’(2014)를 통해 정의의 윤리적 바탕, 정의의 원칙과 구성 요소, 정의의 개념과 원칙을 심도 있게 짚었던 이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사회정의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와 이론을 두루 살피고 공동선에 대해 고찰한다. 흔히 사회정의라고 하면 빈부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삼는 배분적 정의가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정의는 부의 배분을 넘어 개인의 자유와 평등과 권리, 자기 존중과 사회적 유대에까지 걸쳐 있다. 저자는 사회정의의 문제와 관련해 줄곧 ‘풍랑 만난 배’의 예를 다룬다. 10명이 탄 배가 격심한 풍랑을 만났다. 1명이 내려야 9명이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선장은 어차피 희생이 필요하다면 처자식이 없는 승려가 뛰어내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한 명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저자에 따르면 사회정의란 ‘살아가는 데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성원들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진짜 문제다.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존 롤스(1921~2002)의 정의 이론이다. 저자는 20세기 사회철학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교육학, 법률학에 많은 영향을 끼친 롤스의 저서 ‘정의론’(1971)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정의의 본질을 탐구하고 바람직한 정의론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롤스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가 자유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선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관념을 고려하지 않으며, 배분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한다. 궁극적으로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제시하고자 했던 롤스의 정의론은 최대한의 평등한 자유의 원칙, 기회평등 원칙과 차등원칙으로 집약된다. 기본적 자유로 이루어진 체계 전체는 가능한 한 광범위해야 하며, 각자는 이 체계 전체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고,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또한 최소 수혜자에게 혜택이 되게 하는 불평등은 허용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롤스가 차등원칙을 강조한 것은 효율적인 경제체제가 최소 수혜자에게 최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라며 “롤스의 정의론은 모두의 자유와 소수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사회정의를 둘러싼 다양한 이론과 공동선을 논하는 이유는 차제에 우리가 정치적 원칙으로 삼아야 할 정의이론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데 있다”면서 “어느 누구의 억압과 지배 없이 도출된 정의의 원칙으로 사회정의를 이룩하는 데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합의에 도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이 될 수 있으며 올바르게 된 국민국가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대안학교의 숨은 진실, ‘학교반란’ 예고편

    대안학교의 숨은 진실, ‘학교반란’ 예고편

    대안학교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영화 ‘학교반란’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학교반란’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대안학교를 찾은 아이들이 직면하게 되는 어른들의 욕심과 탐욕 그리고 절망을 폭로한 작품이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학생들을 방치한 채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선생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인해 벼랑까지 내몰린 학생들의 절망을 담고 있다. 특히 ‘희망이 절망이 되어버린 그곳’이라는 카피는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식 밖의 일들에 대해 궁금증을 자극한다. ‘학교반란’의 배경이 되는 대안학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밀려나온 학생들의 마지막 보금자리다. 친구의 자살이 트라우마가 된 미수부터 아버지의 학대로 꿈을 잃은 광호, 댄서가 되고 싶은 명철, 가수가 꿈인 승진 그리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는 상철까지. 영화 ‘학교반란’의 인물들은 각자 내면적 상처로 인해 비록 일반학교에는 다니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저마다의 꿈을 안고 대안학교에 모여든 이들이다. 하지만 ‘학교반란’의 선생들은 이런 학생들을 사회에서 격리된 쓰레기 취급하듯 여기며 그저 방치하고 억압할 뿐이다. 이번 작품을 연출한 송동윤 감독은 실제로 전직 대안학교 교장 출신이다. 송 감독은 학생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대안학교의 교장 직을 맡았지만 그 곳에서는 꿈과 희망이 아닌 절망과 방관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영화 ‘학교반란’에 대해 송 감독은 “‘우리가 이런 세상에서, 이런 학교에서 뭘 할 수 있지?’라고 자조하며 절망을 맛보는 학생들을 보아왔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영화를 통해 충격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사진 영상=마운틴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손성진 칼럼] 메르스가 별것 아니라고?

    [손성진 칼럼] 메르스가 별것 아니라고?

    과거를 받들고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守舊) 세력은 혼돈기가 되면 정의의 사도처럼 칼을 빼든다. 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보수와도 같다고 할 수 없는, 이념도 정파도 아닌 이 세력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맹목적인 신념에 자신을 붙들어 매고 있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 자기 확신범들이다. 건전한 보수라면 필요할 때는 문을 열어젖힐 줄 안다. 꽁꽁 걸어 잠근 수구 세력이 보수의 탈을 쓰고 보수인 양 활개를 쳐도 양자가 뒤죽박죽이 된 혼돈에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우리로서는 구별해 낼 방도도 없다. 물론 진보에도 수구가 섞여 있다. 그들을 좌우 이념 논쟁의 장에 초대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불필요하다. 보수와 진보가 발전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그 속에 뒤엉켜 있거나 가면을 쓰고 숨어 있는 수구는 현실 안정과 과거 회귀만을 흔들림 없이 추구한다. 스스로 정한 원칙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표현과 행동은 늘 극단으로 치닫는다. 언뜻 보면 국가와 사회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 즉 탐욕으로 얼룩져 있다. 메르스에 피로감을 느낀 수구 세력이 어김없이 ‘칼을 받으라’며 발호하기 시작했다. 명백하게 국가적 중대사안임에도 군중심리에 의한 호들갑쯤으로 이번 사태를 격하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의 저변에는 사안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안정만을 추구하는 기득권층의 보신 논리가 숨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세월호 희생자는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논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1년에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만명이 넘고 결핵으로도 수천명이 죽는데 무슨 대수냐는 것이다. 목숨의 가치를 숫자로 따지는 이런 무리들에게 인권, 특히 소수의 인권이 안중에 있을 리 만무하다. 적어도 지식인이라고 자부한다면 의미를 숫자에서만 찾는 것은 사유(思惟)의 부족이라고 나무랄 수밖에 없다. 1000명이 넘어야 목숨의 가치가 있고 한 명은 무의미하다는 논리는 해괴하다. 그런 논리라면 겨우 3명이 희생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골방에서 숨져 간 청년 실업자 자살 사건에도 주목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대중의 속성과 언론 센세이셔널리즘의 문제점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를 부화뇌동으로 무시해도 될 만큼 현대 사회의 구성원은 몽매하지 않다. 수구 세력은 정보가 통제된 사회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억압된 대중을 떠올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수십 년 전과는 다른 자유의 힘으로 대중은 군중심리가 아닌 혜안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 그런 대중의 힘 또한 여론이 철권정치를 무너뜨렸듯이 지금도 국가나 정부보다 더 중요한 발전의 한 축을 맡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번지르르한 표피 속에 감춰져 있던 곪은 환부를 노출시켰듯이 메르스 또한 수많은 숙제를 국가와 사회, 또 국민 개개인에게 던졌다. 중국에서 전파돼 중세 유럽을 궤멸시킨 페스트에 메르스를 비교할 바는 물론 아니다. 전염병의 위험성보다는 정부의 무능함과 무사안일, 거대 조직(병원과 같은)의 무책임, 사회 구성원의 무신경 등 갖가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구 세력에게는 파헤쳐진 더러운 속살이 거슬리고 눈꼴사나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결과들의 연원을 따져 보면 그들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그래서 어떤 비리,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더라도 파묻고 외면하려만 드는 것일까. 지금까지도 세월호 사건을 단순한 정비 불량 사고 정도로 덮으려 하는 것일까. 메르스가 페스트와는 다르더라도 정부와 국민이 무관심하면 결핵 이상의 돌림병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대중과 대중의 생각을 반영하는 언론이 잠자코 있는다면 어떤 상황이 됐을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지나친 과민 반응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마음을 한데 모아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재난이 닥쳤을 때 어렵잖게 극복할 수 있다. 재난 극복에 수구와 개혁,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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