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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명 돌아올때까지 UCC 만들 것”

    “19명 모두가 돌아오는 날까지 손수제작물(UCC)을 계속 만들 계획입니다.” 아프간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다섯번째 UCC인 ‘600시간만의 석방, 그리고 끝나지 않은 기다림’을 제작한 뇌병변 장애인 이명구(32)씨는 20일 “UCC를 만들면서 억류돼 있는 제창희(38)형과 석방된 김지나(32) 누나의 얼굴을 계속 떠올렸다.”고 밝혔다. 왼쪽 팔다리를 모두 쓰지 못하고 일반적인 대화가 힘들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씨는 “힘들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동영상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에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고 전했다. 이씨의 동영상에는 과거 악성 댓글이 많았던 것과는 달리 “안타깝다.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원하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평소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이 많은 이씨는 8년 전부터 동영상 제작, 편집 과정 등을 독학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샘물교회 방송팀에서 지나씨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창희 형 어머니가 한달간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잠도 못 주무시는 것을 지켜 보며 가슴이 특히 많이 아팠다.”면서 “형이 하루 빨리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부둥켜 안는 감동적인 장면을 담은 UCC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편 피랍자 가족들은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주한 터키대사관을 찾아 피랍자들의 석방에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가족들은 터키대사관측에 피랍자들을 뜻하는 19송이의 빨간 장미와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문을 전달했다.성남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수감자 석방해야 대면접촉”

    탈레반이 수감자 석방을 대면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다시 내걸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가 한달을 넘기면서 고비를 맞았다. 또 인질 19명은 5개 조로 나뉘어 억류 중이며 유경식(55)씨 및 같은 조의 여성 2명이 지난 19일부터 인질이 모두 함께 있게 해달라며 단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인질사태 33일째인 20일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의 대면협상에 간여해온 한 소식통은 “인질 19명이 4명씩 4개 조,3명씩 1개 조로 나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각 조에는 남성이 1명씩 끼어 있다.”고 덧붙였다. 가즈니주 카라바그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 잔은 “수감자 석방 요구가 받아들여져야만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면서 “현재 인질들의 ‘처우’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AFP가 보도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아프간 피랍 한달] 남은 과제와 전망

    [아프간 피랍 한달] 남은 과제와 전망

    김경자(37)·김지나(32)씨의 귀국 다음날인 18일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사태가 한달을 맞았다. 그러나 16일 재개된 탈레반과의 대면접촉이 성과도 없이 끝났고, 차기회담 날짜도 잡지 못해 남은 인질 19명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또 고비를 맞았다. ●수감자 석방 철회 명분 숙제로 한국 정부로서는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철회시킬 명분을 줄 수 있을지가 숙제로 여겨진다. 탈레반이 한국과의 접촉은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이 이런 명분을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있다. 따라서 탈레반이 언제든지 협상재개 일정을 잡는다면 인질 석방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탈레반 협상단 물라 나스룰라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의 반대 때문에 대면접촉이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고 밝히고, 한국 협상단의 얼굴에서 심한 괴로움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여 한국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즉 탈레반 역시 한국과의 대면접촉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태를 더 장기화시키는 것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인질의 추가희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탈레반 지도부는 석방요구 수감자 숫자와 명단 결정권을 협상단에 위임하는 등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우리의 카드는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아프간 정부에 당사자로서 결자해지 심정으로 수감자 석방을 요청할 수도 있다. 탈레반이 물러설 명분을 아프간 정부가 주도록 압박한다는 뜻이다. 형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끝났는 데도 풀려나지 못한 수감자를 석방한다든지 보석을 허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아프간 정부 입장에서는 여성인질을 석방한 뒤 남성 인질 5명을 풀어주면서 탈레반 수감자 5명의 석방을 비공개로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탈레반의 실리를 살려주면서 미국이나 연합국에는 탈레반과 거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몸값을 치르는 것이다. 탈레반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 몸값 지불을 통한 인질 석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나간 고비들 두 김씨가 억류 29일 만이자 출국 35일 만인 17일 풀려나기까지 고비는 숱했다. 석방은 10∼11일 이틀에 걸친 대면접촉의 열매다. 하지만 탈레반이 여성 2명을 적신월사에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에는 탈레반의 석방보류 선언으로 피를 말리기도 했다. 앞서 7일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는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 협상단이 이틀 안으로 대면접촉 장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마침내 “대면협상 이전엔 살해계획 없다.”는 청신호를 탈레반이 보낸 뒤 2명 석방에 이르렀다. 그 이전엔 피말리는 고비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28일 탈레반은 유정화(39)씨의 “차례차례로 죽이겠답니다.”는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려주더니 30일 “여성 인질들도 살해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31일엔 심성민(29)씨가 배형규(42) 목사에 이어 두번째로 희생되는 충격이 있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아프간 피랍 한달] “석방된 줄 알았는데…” 비보 듣고 눈물만…

    아프간에서 피랍됐던 김경자(37)·김지나(32)씨가 30일 만에 귀국한 1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마중나간 가족들은 두 사람의 ‘퉁퉁’ 부은 얼굴에 수척해진 모습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경기 성남시 분당타운 피랍가족모임 사무실에서 석방 모습을 지켜본 피랍자 가족들은 “남의 일 같지 않고 부러울 따름”이라며 기대와 반가움을 표시했다.●귀국길에 배목사·심성민씨 피살 소식 알아 김경자씨 오빠 김경식(38)씨와 김지나씨 오빠 김지웅(35)씨,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 차성민(30)씨 등 3명은 낮 12시20분쯤 비행기 안에 들어가 이들을 맞았다. 이들 3명은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내릴 때까지 일반석에서 기다리다가 12시45분쯤 1등석에서 여동생을 만나 꼭 끌어 안은 채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오빠들은 “(밖에 나가면)차분히 인터뷰에 응하고, 너무 겁먹지 말라.”고 동생들을 격려했다. 이들의 만남을 지켜본 차 대표는 “30여일간 같이 지내다 보니 모두 가족 같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눈물이 났다. 생각보다는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보딩브리지(탑승교) 앞에서 두 사람은 남은 인질들에 대한 죄책감과 일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시선을 밑으로 내린 채 “죄송하다. 고맙다.”며 소감을 간단히 밝힌 뒤 자리를 떠났다. 공항에는 내·외신 기자들과 외교부 당국자 등 1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이들의 귀국을 지켜봤다. 인도 뉴델리를 경유해 입국한 두 사람의 얼굴은 부어 있었다. 귀국 길에 오르기 직전에야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살해된 사실을 알고는 ‘미친듯이’ 울었기 때문이다. 또 혼자만 살아남아 돌아왔다는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두 사람은 기내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뒤척이기만 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배 목사와 심씨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됐다는 사실을 피랍 당시는 물론 석방된 뒤에도 한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면서 “심씨와 같은 그룹으로 분류돼 억류 생활을 함께했던 이들은 심씨가 지난달 30일 탈레반 대원들에게 불려나간 뒤 돌아오지 않자 석방된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정부 “석방 양보설은 다소 과장” 정부 관계자는 최근 일부 언론이 탈레반 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석방 양보설’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지나씨가 풀려날 당시 다른 피랍자의 양보로 석방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피랍된 이후 워낙 이동이 잦았던 탓에 두 사람은 당시에도 탈레반이 자신들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줄로 믿고 있었으며 따라서 석방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귀국길은 언론과 일반인 접촉을 최대한 막기 위한 정부측의 깜짝 쇼가 잇따랐다. 정부 측은 언론의 취재망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당초 알려졌던 입국 유력 경유지를 변경해 16일 오후 두 김씨를 인도 뉴델리 인디라간디 공항으로 이동시켰다. 또 일반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탑승구 바로 옆의 귀빈실을 통째로 빌려 이들을 ‘대피’시켰으며, 좌석을 비행기 맨 앞쪽으로 정하고 가장 나중에 탑승하는 방법은 물론 두 김씨를 창측 좌석에 앉히고 정부 관계자가 복도쪽에 앉는 방식으로 일반인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다.분당타운 피랍가족모임 사무실에서 귀국 장면을 지켜보던 10여명의 피랍자 가족들은 귀국 순간을 지켜봤다. 이날이 이슬람국가의 휴일이어서 많이 나오지 않았으며, 일부 가족들은 TV를 통해 석방자들의 귀국 장면이 방영되자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줄곧 훔쳐냈다.한 가족은 “카메라 플래시가 아무리 터져도 좋고,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쳐도 좋으니 제발 어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성남 국군수도병원 입원 정밀검진김경자·김지나씨는 오후 2시15분쯤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도착, 입원했다. 이들은 병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잠시 안정을 취한 뒤 정밀검진을 받았다. 건강에 큰 이상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간 억류 생활로 면역력이나 정신력이 매우 약화돼 있어 정밀검진이 실시됐다. 정부는 인질로 억류된 19명의 신변 안전을 위해 두 사람을 특별관리하게 되며 취재진과 외부인들의 병원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면회는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들은 이 병원 7층의 대령급 장교가 사용하는 병실 1개를 배정받아 건강 진단과 함께 안정을 취했다. 한편, 이날 저녁 면회를 끝내고 가족 모임을 방문한 김경자씨의 부모는 가족들에게 “짧은 시간 면회해서 자세한 얘기는 물어보지 못했고, 달래주다 왔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정확한 상황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임일영 류지영 박건형기자·연합뉴스argus@seoul.co.kr
  • 한국인 부인 둔 모로코 사업가 불법체류 전력 빌미 “억류·폭행 뒤 강제출국” 파문

    한국인 아내를 둔 모로코인 사업가가 입국심사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이틀간 억류된 채 관련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강제추방됐다는 주장이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인권 시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건 발생 장소와 관리책임을 둘러싸고 법무부와 인천공항공단의 입장도 달라 사태가 확산될 전망이다. ●모로코인 “민·형사 소송제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의 위은진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모로코인 A(26)씨가 입국심사에서 탈락한 뒤 억류과정에서 관련 직원에게 10여분간 철제의자 등으로 폭행당했다.”며 이와 관련한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여수외국인화재참사 조사위원으로 활동한 위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A씨는 홍콩에서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지만 이전 국내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입국이 거부됐다.”면서 “문제는 곧바로 재출국 의사를 밝힌 당사자를 24시간 넘게 구금한 뒤 이달 1일 오전에야 출국시켰고 이 과정에서 폭언·폭행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위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중국유학 중 만나 올 4월 결혼한 부인 이모(29)씨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30일 밤 홍콩발 국내 B항공 여객기로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나 국내 불법 체류 사실이 확인돼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후 A씨가 “왕복티켓을 끊어온 만큼 곧바로 홍콩으로 돌아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오겠다.”,“부산에서 소식을 듣고 올라온 부인과 면담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A씨는 홍콩으로 출국한 뒤 폭행에 따른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국내에서 소송을 벌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진실은 무엇인가 위 변호사에 따르면 A씨측은 “억류 도중 이에 항의하자 철제의자로 머리를 맞는 등 폭행을 당했고 땅에 쓰러지자 다시 신발로 목을 밟더라.”면서 “정식직원이 아닌 용역업체 직원이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일방의 주장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장을 찍은 CCTV의 존재 여부나 반대편 당사자가 법무부 직원인지, 또 반대편 당사자도 진단서를 끊었는지 여부는 민감한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사건이 벌어진 장소와 책임소재.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보고는 받았지만 우리 소관이 아니라 책임이 없다.”면서 “입국이 거부되면 개별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대기실’에 머물게 되며 이 과정에서 해당 항공사측 보안요원과 일어난 가벼운 신체접촉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관리하는 ‘보호실’은 정직원과 공익요원이 관리한다.”며 “용역직원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항공측과 인천국제공항공사측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입국거부자를 관리하기 위해 개별항공사가 운영하는 대기실은 인천공항 내에 없다.”며 “확인 결과, 공사소속 보안요원 중에 이 같은 사건에 휘말린 당사자도 없더라.”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최재천 인간견문록] 엘비스 프레슬리와 양쯔강 돌고래

    [최재천 인간견문록] 엘비스 프레슬리와 양쯔강 돌고래

    어제 8월16일은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한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1977년 그의 죽음 이후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에 이어 무려 6명의 대통령을 맞았고, 광주민주화운동과 외환위기를 겪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했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렀다. 세계적으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었다. 천안문 소요사태가 일어났으며,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다.9·11 테러에 이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탈레반에 억류된 우리 가족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후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건만 엘비스의 팬들은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의 고향인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를 비롯하여 런던·도쿄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열린 추모행사는 역시 모창대회. 의상과 모습은 물론 춤과 노래가 흡사 그를 닮은 많은 사람이 그의 부활을 염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 봤자 엘비스는 이제 다시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다시는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할 또 하나의 친구가 사라졌다. 영국의 생물학자들이 발표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지난 300만년 동안 양쯔강에서 살아온 민물돌고래가 거의 확실히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양쯔강 돌고래는 비록 물에 살았지만 가슴지느러미의 뼈가 우리의 손뼈와 비슷한 엄연한 포유동물이다.1950년대만 하더라도 6000여 마리가 살았으며 1999년에 실시한 한 조사에서도 10여마리가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됐는데,6주에 걸친 최근 조사에서는 아무런 생흔도 발견하지 못했다. 비록 엘비스 프레슬리에 비할 바는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독특한 카리스마를 지닌 동물인데 이제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양쯔강 돌고래는 최근 반세기 동안 인간의 영향으로 멸종한 최초의 거대 척추동물이다. 하지만 양쯔강 돌고래처럼 우리 인간이 몰아낸 동물은 수없이 많다. 미국 개척시대에 북미 대륙 거의 전역에서 가장 흔한 새 중의 하나이던 나그네비둘기는 20세기에 사라진 대표적인 척추동물이다.19세기 초반에는 무려 30억∼50억마리가 서식했건만 마구잡이 포획으로 인해 1910년쯤에는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서식하던 도도새 역시 1505년부터 유럽인들이 이주해 들어오면서 마침내 1681년 완전히 멸종하고 말았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는 현대 생명과학의 도움으로 멸종한 공룡들이 되살아났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불가능한 일이다. 언젠가 생명복제 기술이 발달하여 멸종한 생물을 복원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소수의 개체들을 복원하는 데 그칠 뿐 다양한 유전자 구성을 갖춘 개체군 전체를 되살릴 수는 없다. 자연계에서는 한번 떠난 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도도새, 나그네비둘기, 양쯔강 돌고래는 물론 그들의 문화 역시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도도새의 멸종은 도도나무의 연쇄멸종을 불러왔다. 도도나무의 열매는 도도새의 장을 통과하지 않으면 발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사람은 파리나 빈대처럼 멸종될 수 없다.”고 단언했지만 나는 오히려 파리나 빈대보다 우리가 먼저 멸종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의 손에 무참하게 멸종의 벼랑으로 밀려 떨어지는 그 수많은 생물들이 붙들고 있는 끈에 우리의 발목도 함께 묶여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기다란 직육면체의 나무토막들을 켜켜이 쌓은 후 하나씩 빼다가 전체를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는 젱가라는 놀이가 있다. 하나 둘씩 우리 손에 뽑혀나가는 그들과 함께 끝내 우리도 연쇄멸종의 희생물이 되고 말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하나뿐인 지구를 살려내야 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어떻게 지내십니까] 베트남에 5년 억류 이대용 前 주월공사

    [어떻게 지내십니까] 베트남에 5년 억류 이대용 前 주월공사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세력의 인질극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미 2명이 희생된 가운데 여성 피랍자 일부가 가까스로 풀려났으나, 나머지 인질의 석방은 아직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국민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낭보가 들려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운데 이대용(83) 전 주월공사를 만났다. 그는 월남 패망 후 공산 베트남 정권에 만 5년간 억류됐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제3국에서의 ‘최장기 인질’이었다. 그로부터 아프간 인질들을 구해 낼 묘책과 근황을 들어봤다. ●“그들도 탈레반이었다.” 월남이 사실상 패망한 1975년 4월30일. 이 주월 경제공사는 운명처럼 대사관 직원과 교민을 본국으로 안전 귀환시키는 철수 본부장직을 맡게 됐다. 김영관 당시 주베트남 대사 등 대부분의 공관원과 교민들이 이미 사이공을 떠난 뒤였다. 사이공 공항까지 북베트남군의 포격을 받는 위기일발 상황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안전하게 귀국시키려 안간힘을 쓰다 베트남 정보공작특별경찰조직인 안녕내정국에 체포됐다. 그는 “생각해 보니 그들은 아프간에서 무고한 외국인들을 납치·감금하는 탈레반과 다름 없었다.”고 회상했다. 치화 형무소에 수감된 그에게 외교관의 치외법권을 규정한 빈협정은 한낱 휴지조각이었다.1평도 안되는 독방에서 10개월 동안 햇빛 한번 못 보고 지낼 때도 있었다. 체중이 78㎏에서 42㎏으로 줄어들 정도로 참기 어려운 고통에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대목에서 이 전 공사는 “아프간 한인 인질들이 기습적으로 납치되는 바람에 충격이 클 것”이라면서 “국가가 구출할 것이라고 믿고 침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견디기 어려운 건 목숨을 담보로 끊임없이 강요하는 사상전향 요구였다. 그는 공산 베트남 측의 ‘가이따우’(인간개조) 공작에 꿋꿋이 버텼다.‘극한 상황에서 강요에 의한 거짓 전향은 무죄’임을 나중에야 알았다. 물론 이를 알았더라도 전향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납치세력들로부터 이슬람교로 개종 압박을 받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인 피랍자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개종하는 척이라도 하며, 생명을 보전하는 게 우선”이라고. 이 전 공사와 서병호·안희완 두 영사가 억류되자 본국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와 외교 공관망을 총동원해 석방교섭을 펴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베트남과 외교관계가 단절된 데다 냉전하의 남북관계가 큰 걸림돌이 됐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베트남 통일후 ‘남조선 해방´을 부르짖고 있는 가운데 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휘하는 노동당 제3호 청사가 북송 공작에 뛰어든 것이다. ●석방 교섭, 그때와 지금 78년 인도 뉴델리에서 남북한과 베트남간 비밀 3자회담이 열렸지만,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 북한이 이 전 공사 등의 북송을 최대치 목표로, 여의치 않으면 남한내 수감 간첩과의 교환을 추진하려 한 까닭이었다. 이 전 공사는 “탈레반이 피랍자와 탈레반 죄수들을 맞교환하려는 것과 너무 유사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당시 북측은 “중남미 테러세력들도 자국내 미 외교관들을 인질로 잡고 수감중인 도시게릴라들과 맞교환을 요구한다.”고 억지 사례를 들었다.“국제법의 보호를 받는 외교관과 간첩을 바꾸는 건 어불성설”이란 남측 주장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금언과 함께 석방의 전기는 왔다. 베트남이 미제 및 소련제 무기 등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위협을 느낀 중국이 견제에 나서면서다. 중국과 입장을 같이한 북한도 베트남에 캄보디아 철수를 요구하며 틈이 벌어졌다. 이때 한국정부는 거상 아이젠버그를 활용해 석방교섭을 성공시켰다. 그는 베트남의 외자유치를 도우며 커미션을 챙기던 유대계 미국인이었다. 물론 이는 이 공사가 생지옥 같은 긴 수감생활을 견뎠기에 가능했다.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비밀 루트를 개척해 억류 외교관들과 접촉선을 유지하려 한 한국정부의 노력도 주효했다. 부패한 베트남 관리들을 구워삶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탈레반과의 공식 접촉 못지않게 다양한 비공식 통로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아프간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사우디 등의 이슬람기구와 단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장사꾼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베트남에도 현지 공장이 있는 한 기업체의 이사로 있다.(주)선진의 장학재단 고문격으로 일선에선 한발 비켜나 있다. 그는 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인 도이모이 정책과 관련,“86년 제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웬반린이 서기장으로 취임하면서 반세기 동안 외세 배격을 부르짖던 원로급들을 예우하면서 은퇴시킨 것은 사실상의 쿠데타”라고도 했다. 반면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해선 얼마간 비관적 전망을 했다.“주체사상을 포기, 개혁·개방하면 체제가 무너질 판인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북한의 웬반린’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그는 누구인가 1925년 황해도 금천에서 태어난 이대용 전 주월 공사는 고향의 인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김구 선생을 비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동으로 몰리자 목숨을 걸고 월남했다. 이후 육사 7기로 임관한 뒤 한국전쟁을 맞아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유엔군 참전으로 북진이 시작된 이후엔 압록강에 맨 먼저 손을 담근 제6사단 7연대 1중대장으로 활약했다. 63년 주베트남 대사관 무관으로 파견되면서 베트남과의 굴곡 많은 인연이 시작된다. 소장으로 예편한 그는 67년 베트남 대선서 미 육군지휘참모대학에서 함께 수학한 웬 반 티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 이듬해부터 주베트남 대사관 정무공사로 4년간 근무한 것이다.73년 다시 주베트남대사관 부공관장격인 경제공사로 부임해 베트남과의 질긴 인연을 확인했지만,75년 베트남이 공산화된 직후 체포돼 사이공의 치화형무소에서 5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특별경찰과 사이공의 북한대사관 정보원들에 의해 전향과 귀순을 강요받았으나 끝내 거부했다. 이때 나중에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유명해진 박영수 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국장과도 악연을 맺었다. 박 전 부국장은 억류 중인 그에게 투항을 강요했던 북한 대사관의 정보원이었다. 80년 4월12일 베트남서 풀려난 이 전 공사는 화재보험협회 이사장과 생명보험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99∼2003년 육사총동창회장과 명예회장을 역임했다.96년 한·베트남친선협회 회장을 맡아 베트남과 이어진 악연의 고리를 끊었다. ■즈엉 찐 특 前 주한 베트남 대사와의 인연 이대용 전 주월공사가 베트남 억류 후유증을 털어내고 있던 2002년 초 어느 날. 생지옥 같았던 수감생활의 악몽을 되살릴 일이 생겼다. 그를 치화 형무소로 밀어넣은 장본인 중의 한 명이 서울에 온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주한 베트남 대사로. 즈엉 찐 특 제3대 주한 대사.1975년 월남 패망 당시 베트남의 특별경찰조직인 안녕내정국 요원으로서 이 공사를 신문했던 인물이었다. 이 전 공사는 한국말이 능통하고 얼굴이 유난히 하얀 그를 ‘튀기’라는 별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전 공사는 걸핏하면 “총살하겠다.”고 위협하던 그를 떠올리며 몸서리쳤다.“만나면 죽이고 싶다.”는 게 당시의 솔직한 심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특 대사가 이 전 공사가 회장을 역임했던 서울남서로타리클럽의 조찬특강 연사로 나오면서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27년 만에 만난 이 전 공사에게 특 대사는 “(신문을 받을 때)‘국제관계에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고 하셨는데, 참으로 선견지명이었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미 한-베트남 관계가 북한-베트남 관계보다 더 밀접하게 됐으므로 원한을 누그러뜨리려는 공치사만은 아니었다. 이 전 공사도 “양국이 철천지 원수였던 당시 각자 자기 나라를 위해 충성했을 뿐, 개인적 원한은 없었던 게 아닌가.”라고 화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평생지기처럼 지내며 서로를 돕는 사이가 되었다. 구본영 논설위원
  • 부족원로 “날 보자 울음 터뜨려”

    부족원로 “날 보자 울음 터뜨려”

    “이제 여기에 탈레반은 없으며, 가족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까 눈물을 그치고 서로 얘기 나누더라고요.” 억류 26일 만에 탈레반으로부터 풀려난 한국인 인질을 처음 인계받은 아프간 부족 지도자 하지 자히르(32)는 14일 새벽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질들은 우리 시간으로 13일 오후 7시쯤 탈레반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자히르가 인질을 넘겨받아 회색 코롤라 승용차로 적신월사 차량에 옮기는 데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이 때가 이날 8시30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질 석방에 뒷거래가 있었다는 추측에 대해 “대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차량 제공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가즈니주 다이크 지역 콘다르 마을에 사는 그는 집안이 대대로 탈레반과 신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나 탈레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전형적인 아프간 원로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이 마을은 가즈니 시티에서 남서쪽으로 7㎞ 떨어진 곳이다. 자히르는 “오늘(13일) 아침 탈레반이 우리 집에 찾아와 ‘아르조까지 차를 준비해 달라.’며 시간과 접선 장소를 알려줬다.”면서 “아르조에 적신월사 차량이 있으니 그들을 만나면 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아마 어젯밤(한국시간 13일 새벽)에야 석방 시간이 확정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탈레반과의 약속이라며 인질을 인계한 장소와 어디서 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인질들은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더니 5분 정도 계속 흐느꼈고, 승용차를 타고도 1분 정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며 “앞자리에 탄 내가 영어로 뒷좌석의 그들에게 ‘이제 탈레반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라고 위로하니 그제서야 울음을 그쳤다.”고 말했다. 울음이 그쳐 운전석 거울로 보니 서로 웃으며 무언가 한국말로 얘기하다 가끔씩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등 감정의 굴곡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이 웃는 걸 보니 나도 기뻤다. 이는 인질협상의 큰 성과이며 이런 일을 하게 돼 행복감을 느꼈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아르조로 오는 지역은 미군이 없는 탈레반이 장악한 곳”이라며 “인질을 넘긴 탈레반 지역 사령관이 위성전화로 이 지역을 장악한 다른 탈레반 사령관에게 내 차의 색깔과 차종, 운행 목적을 설명하며 ‘공격하거나 납치하지 말라.’고 연락했다.”고 전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사설] 남은 19명도 조속히 석방돼야

    탈레반에 억류된 인질 21명 가운데 김경자·김지나씨가 석방돼 가족 품에 무사히 돌아오게 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탈레반은 2명을 석방하면서 “선의와 인도주의의 표시”라고 밝히고도, 나머지 인질 19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수감자 맞교환을 거듭 내세웠다. 따라서 남은 인질들을 조속히, 무사하게 귀환하도록 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여성인질 2명이 그나마 우선 석방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 하나가 우리 정부가 탈레반 측과 벌여온 대면 접촉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었을 가능성이다. 아프간과 미군 등 연합군 쪽에 수감된 탈레반 죄수들을 석방할 권한이 우리에게 없다는 현실을, 그들도 어느 정도 인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있을 대면 접촉에서 우리 정부가 그들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인도적·경제적 지원 방안을 폭넓게 제시해 설득하는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 우리는 또 평화를 사랑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전세계 이슬람권이 인질을 조속히 석방하도록 탈레반 측에 더욱 압박을 가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인질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오해와 거부감은 더욱 증폭될 수 있음을 탈레반 측에 깨우쳐 주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아프간과 미국 정부가 지금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탈레반 측은 최초 교환대상으로 내세운 수감자 명단에서 상당히 후퇴한 안을 몇차례 내놓았다. 그런데도 원칙만을 고수해 한국인 인질들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여성 2명이 석방된 뒤에도 아직 19명이 고통 속에 남아 있다. 이들 모두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은 함께 총력을 모아야 한다.
  • [아프간 인질 2명 석방] “남은 19명 석방위해 접촉 계속”

    “방금 풀려난 여성 인질 2명은 육안으로 봤을 때 건강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 밤 김경자씨와 김지나씨의 석방을 조희용 대변인이 공식 발표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 지방재건팀(PRT) 영내로 들어와 건강진단을 받았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상태를 밝힐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귀국까지 인도 절차는 어떻게 되나. -미국 PRT 지방재건팀에서 긴급한 의료검진을 받은 후 곧 바그람의 동의부대로 이송해 건강 진단을 받고 휴식을 취할 것이다. 이후 가급적 빨리 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구체적인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명만 먼저 석방된 배경이 있나.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도 뚜렷하게 아는 바가 없다. 아무 조건 없이 선의로 풀어준다고 했고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 나름대로 판단은 있지만 아직 19명이 억류되어 있으므로 정부 판단을 밝히지는 않겠다. ▶남은 인질 19명은 건강에 이상 없나. -그동안 직간접 접촉을 통해서 피랍자들의 안위를 확인해 왔다. 현재 인질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확인한 적 없다. ▶앞으로 협상 전망은 어떤가. -정부는 남은 19명 피랍 국민 모두의 석방을 위해 대면접촉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계속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4차 대면접촉 시점은 언제쯤인가. -3번 대면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질문했는데 현재까지 몇번 대면접촉이 있었는지 밝힌 바 없다. 앞으로도 대면접촉을 계속해 나가면서 석방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것만 밝히겠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아프간 인질 2명 석방] 반전에 반전… 피말린 사흘

    [아프간 인질 2명 석방] 반전에 반전… 피말린 사흘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이 전격 석방, 인도되기까지 만 사흘,71시간의 피말리는 반전의 시간이 이어졌다. 탈레반이 한국 대표단과 첫 대면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으로 무사귀환의 꿈이 커진 것은 지난 10일 밤 11시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을 통해서였다. 인질억류 23일 만이었다. 협상은 가즈니주 적신월사 사무실에서 시작됐다.6시간가량의 1차 협상을 끝낸 양측은 11일 오전 두 번째 대면협상을 속개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4시30분쯤부터 인질 석방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탈레반 협상단 대표인 물라 카리 바시르는 “인질 21명이 오늘 또는 내일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12일 새벽 AFP, 로이터 등 외신은 여성 인질 2명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아마디는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선의의 표시로 아픈 여성 2명을 조건 없이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낮 12시 인질 2명의 석방 계획이 보류됐다는 소식은 한국 정부와 피랍자 가족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지도자위원회가 결정을 바꿔 여성 2명이 도중에 되돌아갔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는 그러나 AP통신에 “석방 계획은 일단 보류상태”라면서 “한국 정부와의 협상진전에 만족해 여성 인질 2명은 이르면 오늘 석방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다시 여운을 남겼다.12일 오후 들어 다시 여성 인질 2명이 한국 시간 오후 7시30분까지 석방될 것이란 외신 보도들이 나왔지만 이날도 결국 석방을 준비하다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13일 오후 4시50분쯤 아마디 대변인은 다시 AIP에 “2명의 여성 인질이 오후 8시30분쯤 적신월사에 인계될 것”이라고 밝혀 다시금 기대를 높였다. 결국 오후 9시쯤 여성 인질 2명의 적신월사 인도 소식이 교도통신을 통해 들어오면서 26일간 계속된 인질사태 해결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아프간 인질 2명 석방] 정부 “이제부터 본게임”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여곡절 끝에 여성 피랍자 2명이 13일 밤(한국시간) 풀려남으로써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이 지난달 19일 사건 발생 이후 직간접 접촉의 첫번째 성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 우리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의 대면 접촉 과정에서 여성 2명의 석방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나머지 19명의 무사 귀환에 기대를 걸 수 있다는 기류가 읽힌다. ●“이번 석방 대면접촉 성과 아니다” 하지만 전망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들의 석방을 ‘대면 접촉의 성과’라기보다 ‘탈레반의 전략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 직후 “이제부터 협상의 본게임이 시작됐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여성 2명의 석방이 협상의 지속성을 보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석방이 우리와의 대면접촉이나 거래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을 계기로 이번 사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류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섣부른 기대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탈레반은 여전히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대면 접촉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나머지 피랍자 19명의 안위를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이같은 상황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면 접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지만, 상황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나머지 피랍자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정부는 “여성 피랍자들이 언론에 노출됐을 때 현지 피랍 생활에 대한 언행 하나하나가 나머지 피랍자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이같은 정황은 탈레반이 향후 우리 대표단과 대면 접촉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에 따른 것이다. 이번 석방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맞교환’주장을 끝내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우리 대표단에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맞교환’카드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탈레반이 대외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거액의 몸값 등 ‘실리’를 챙기기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탈레반이 지난 11일 석방 결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관용과 선의의 표시’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패키지해법´ 이제 본격 시험대 1차적으로는 건강이 악화된 여성 피랍자 2명을 계속 억류하는 것에 탈레반이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대면 접촉 과정에서 이 여성들에게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면 탈레반으로서는 스스로 주장하는 피랍의 명분이나 대면 접촉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은 집권 경험이 있는 집단으로 전략·전술에 상당히 능하다.”고 전제한 뒤 “최종 해결까지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라며 신중한 분석을 내놓았다. 여전히 관건은 ‘맞교환’조건을 철회토록 탈레반을 설득하는 것이다. 정치·경제·군사·문화적인 조건을 담은 ‘패키지 해법’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현 시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한 창의적인 해법 도출과 협상력은 대면 접촉에 나선 우리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박찬구 김미경기자 ckpark@seoul.co.kr
  • [아프간 인질 2명 석방] “2명 석방” 외신들 긴급 타전

    AP,AFP,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3일 앞다퉈 여성 인질 2명의 석방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한 일본 교도통신은 오후 9시쯤 아프간 가즈니주 지역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아픈 여성 인질 2명을 약속한 대로 아프간 원로들에게 넘겼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도 탈레반이 이날 여성 인질 2명을 아프간 부족장에게 넘겼다고 보도했다. 여성 인질 중 한 명의 건강이 양호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비슷한 시간, 로이터통신은 여성 인질 2명이 적신월사에 인계됐다고 보도했으며, 중국 신화통신도 파즈와크 아프간 뉴스를 인용해 탈레반이 여성 인질 2명을 안다르 지구에서 풀어줬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탈레반 지역사령관은 석방소식을 전하면서 “석방된 인질들이 탑승한 차량은 적신월사 차가 아닌 일반 차량이며 15∼30분 정도면 가즈니시의 적신월사 건물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즈와크 아프간 뉴스도 한국인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압둘라 잔 탈레반 사령관의 대변인인 마숨이 “2명의 여성 인질이 앰뷸런스를 타고 가즈니시로 떠났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韓·탈레반 첫 직접 협상] 피랍에서 첫 대면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난달 19일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한국인 23명이 납치된 이후 탈레반과 한국정부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해법을 찾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피랍사태 이후 2∼3일만에 이뤄질 것 같았던 양측의 대좌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23일만에 이뤄진 것이다. 7월19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버스를 타고 칸다하르로 이동하던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강제로 납치되면서 희대의 인질사태가 시작됐다. 탈레반은 한국인 23명을 억류한 다음날인 20일 “24시간 내 아프간에 주둔 중인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 모두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며 1차 시한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노무현대통령이 한국군 철군은 연말에 예정돼 있다며 인질 전원 석방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탈레반은 이에 2차 협상시한을 다시 정하며 “한국인 인질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 3차 협상시한을 제시하며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을 요구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인질사태 22일째인 9일엔 아프간과 파키스탄 부족장 회의 ‘평화 지르가(Peace Jirga)’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개막됐으나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이후 탈레반과 한국정부의 물밑 접촉이 급물살을 타면서 양쪽은 얼굴을 맞대게 됐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파키스탄 대통령도 ‘불참’ 선언

    아프가니스탄 군은 탈레반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인질 21명을 구출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된 상태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작전 개시를 유보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AFP통신은 제마라이 바샤리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 아프간 정부가 가즈니주에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배치해 두고 군사작전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샤리 대변인은 “우리가 아직 작전을 펼치지 않는 것은 인질들의 안전과 한국 정부가 우리에게 군사작전에 돌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9일부터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열리는 파슈툰족 부족회의 ‘평화 지르가’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키스탄에서 영향력을 가진 부족 지도자 7명 가운데 2명이 이미 불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무샤라프 대통령까지 불참 뜻을 밝힘에 따라 평화 지르가는 ‘반쪽 회의’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계 종교지도자와 평화 운동가들도 인질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모임인 ‘종교간 세계평화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아프간 형제들이 인질들의 가족들이 당하고 있을 고통을 헤아릴 것을 호소한다.”며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인질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행동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남아공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 등 21명의 명의로 발표됐다. 피랍 21일째인 이날까지 인질 석방을 위한 우리 정부와 탈레반의 직접 교섭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7일 저녁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를 통해 한국인 여성 인질과 탈레반 여성 수감자의 맞교환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직접 대화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면서 “대면협상을 위한 장소를 결정하고 있다는 보도 또한 근거가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최종찬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아프간 사태 장기화 국면] 자이툰카드로 美와 타협?

    피랍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지던 미국·아프간 정상회담이 ‘테러와 협상불가’ 원칙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자 정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단계적’ 해법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유사 사례에서도 (인질 석방까지) 평균 35일 걸렸다.”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외교채널 총동원 아프간 정부 설득작업 정부는 일단 건강 이상설이 보도되고 있는 여성 인질을 탈레반 여성 수감자와 맞교환하는 방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이날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가 여성 수감자를 풀어주면 같은 수의 여성 인질을 1대1로 교환할 용의가 있다.”며 여성 인질 우선 석방 전망을 밝게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탈레반과의 직접 접촉을 유지하면서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석방에 나서도록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설득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억류된 인질의 수를 최소화한 뒤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일괄 타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탈레반이 협상을 최대한 길게 끌면서 카드를 세분화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추구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문제는 억류 인질 감소와 사태 장기화가 군사작전을 통한 구출론에 다시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로선 미·아프간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통해 군사작전 움직임을 봉쇄하면서 상황에 따라 군사·비군사 옵션을 조합하는 ‘패키지 해법’을 찾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셈이다. ●노 대통령, 부시에 협조 당부 방안 검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방안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간 대화가 성사된다면 양국 정부의 손익을 절충한 극적 타협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 경우 ‘주고받기’의 대상은 미국 정부가 주둔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이라크 자이툰 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파병 연장의 명분을 찾고 있던 국방부와 외교부로서도 손해볼 게 없는 카드인 셈이다. 무슬림 사회의 여론을 동원해 인질 석방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탈레반이 5년간 국가를 통치했던 세력인 만큼 국제여론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며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이 경우 파키스탄 등 탈레반에 영향력을 가진 주변국과 협조를 다각화하면서 이슬람권 적십자사인 적신월사(赤新月社) 등 국제 비정부기구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데스크시각] 마호메트의 이름으로/최종찬 국제부 차장

    오래간만에 생맥주를 마셨다. 반가운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마시는 맥주맛은 언제나 좋다. 컬컬한 목젖을 적시며 넘어가는 맥주 맛의 여운은 한여름밤의 열대야를 날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몰랐는데 갈수록 미지근한 무언가가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그 정체를 몰라 한동안 고민했는데 술자리를 파하고 나오니 그것을 알게 되었다. 털어내도 털어내도 거미줄처럼 착착 달라붙는 그것의 정체는 바로 탈레반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반군인 탈레반이 내 마음의 한 구석에 똬리를 튼 것이다. 지난 7월19일 아프간 가즈니주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해 20일째 억류하면서 벌써 2명을 살해한 만행을 저지른 그들이 내 곁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괴로운 것이 어찌 나뿐이랴. 사랑하는 사람이 저주받은 전쟁의 땅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처한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질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 하고 있다. 역사란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그들이 봉사 장소로 아프간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가즈니주 탈레반 장악지역인 시장에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 이 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탈레반의 이번 납치극은 정당화될 수 없다. 탈레반이 친미정권인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다시 건설하기 위해 와신상담, 권토중래를 노린다고 해도 말이다. 이 과정에서 작은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이 강변한다 해도 안 된다. 탈레반이 볼모로 잡고 있는 이들은 무장한 군인이 아니고 무고한 민간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시 상황 속의 불가피한 결과라는 억지 논리를 계속 편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부메랑이 될 것이다. 탈레반이 과거 정권을 빼앗긴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인 것처럼 말이다. 피는 피를 부르고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는 진리는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며 증명된 절대명제이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도 그렇다. 탈레반 전사의 가족들이 한국에 봉사하려고 왔다가 그런 일을 당하고 있다면 탈레반의 심정이 지금처럼 냉정할 수 있을까. 이제 탈레반은 인질들을 빨리 풀어 주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무고한 인명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탈레반에 억류된 이들은 십자군도 아니고 탈레반의 적도 아니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숭배하는, 시처럼 아름답다는 코란 속에는 무고한 생명을 정치적인 명분으로 빼앗아도 된다고 가르치는 구절은 없다. 해발 2000m의 산악지대, 산소도 부족하고 황야와 같은 환경 속에서 시시각각 엄습하는 죽음의 그림자속에서 비틀거리는 한국인 인질들을 생각해 봐라.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심신이 쇠약해져 있고 특히 여성 2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한다. 이들마저 죽는다면 탈레반이 얻는 소득은 진정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프간 정부군이나 미군에 구금된 동료 탈레반들에게 ‘너희들을 잊지 않았다.’고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 과연 생명보다 우선 순위일까. 테러리스트와 타협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과 탈레반 수감자 석방은 곤란하다고 고개 젖는 아프간 정부, 동료 수감자를 풀어 줘야 인질을 석방한다는 탈레반의 삼각 대결에서 결국 등이 깨지는 것은 한국인 인질뿐이다. 군사 작전설이 끊임없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사태를 길게 끌면 끌수록 탈레반이나 억류된 사람이나 좋지 않다. 해서 이것저것 재지 말고 하루빨리 남은 인질들을 풀어 줘야 한다. 그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의 입을 빌려 말하고 싶다. 남은 인질 21명을 당장 석방하라고. 최종찬 국제부 차장 siinjc@seoul.co.kr
  • [아프간 사태 장기화 국면] “인질들에게 이슬람 개종 권유”

    한국인 인질사태 20일째인 7일 국제사회는 탈레반 움직임에 종일 숨을 죽였다.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이 테러에 대한 강경론만 재확인했을 뿐, 적어도 겉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실마리를 주지 못한 채 끝나서다.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겠다던 탈레반이 혹시 극단적인 수순을 밟지는 않을까에 온통 관심이 쏠린 하루였다.그러나 탈레반이 여성 인질과 여성 수감자 1대1 맞교환 카드를 꺼내든 점은 실낱같은 희망을 낳았다.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지도부에서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며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난 듯한 자세를 보여 인질문제가 쉽게 풀릴 단서라는 성급한 추측도 나왔다. 같은 탈레반의 제스처는 이슬람 내부에서조차 많은 여성들을 장기간 억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는 등 각계에서 국제적인 공동노력을 촉구하는 데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한국이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함께 아프간 재건사업에 큰 몫을 하고 있다.”면서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이날 유엔본부 앞 하마슐트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뉴욕과 뉴저지 한인회 등 10여개 동포단체와 힐러리 의원실 관계자, 유대인 단체인 JCRC의 마이클 밀러 회장 등이 참석해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관심을 촉구했다. 세계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퍼스트(Human Rights First)도 “지구촌 모든 구성원들이 탈레반의 인명경시를 비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부터 11일까지 카불에서 열리는 ‘평화 지르가’도 희망을 부풀렸다. 여기에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부족 지도자, 정치인, 관료 등 700여명이 참석해 인질 석방노력을 통한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한다. 탈레반이 비교적 조용한 것은 무시하기 힘든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반면 미군 주축의 연합군이 연일 탈레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무장헬기와 대포로 중무장한 파키스탄군이 7일 아프간 접경지역 인근의 부족 자치지역 내에 있는 저항 세력의 은신처를 파괴했다고 파키스탄군 대변인이 밝혀 이번 공격의 불똥이 인질 사태로 튈까 하는 우려를 키웠다. 또 익명의 탈레반 지휘관은 로이터 통신에 “인질들에게 감자와 비스킷과 차, 쌀, 과일, 음료 등 필요한 음식을 모두 주고 있다.”면서 “인질들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할 것을 거듭 권했다.”고 밝혀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들을 회유하고 있음을 드러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아프간 사태 분수령] “한국인 인질 조속 석방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 19일째를 맞은 6일은 사태의 최대 분수령으로 인식돼 어느 때보다 긴장 속의 하루였다. 특히 하루 종일 희망과 낙담의 기류가 어지럽게 교차되자 냉정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관계자들은 우선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텔레반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자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이 회담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일 동안은 인질 살해 협박을 하지 않던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이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인질 1∼2명은 더 죽일 수 있음을 한국 정부는 알아야 한다.”면서 인질의 목숨이 초단위로 짧아지고 있다고 위협하고 나서자 “또 악몽이 시작되냐.”며 긴장했다. 또 탈레반으로 보이는 무장세력이 피랍 한국인들이 억류돼 있는 가즈니주에서 주정부 관리 1명을 납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민들은 탈레반이 외국인이나 아프간 정부 인사 납치 강행이라는 강경책을 계속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실망이 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의 단서도 제공돼 긴장 속에서도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분위기였다. 아마디 대변인이 이날 “우리의 지도자가 새 선택을 갖고 있다.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탈레반이 실현되기 어려운 수감자 교환이 아니라 다른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때이른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위독한 인질 2명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먼저 석방될 수 있다는 설도 나돌자 사태진전에 희망을 걸었다. 특히 가즈니주의 탈레반 사령관이 “대면협상이 실현되든 안 되든 며칠 내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가 전해지자 관계자들은 팽팽했던 긴장의 끈을 일단 풀기도 했다. 그는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가 피랍자 3명과 ‘한국어’로 30여분간 통화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교민들은 정부가 적신월사(赤新月社·이슬람국가의 적십자사) 등 국제사회에서 명망 있고 이슬람권에서 존경받는 비정부기구(NGO)의 중재와 안전보장을 통해 탈레반과의 대면협상을 진전시키려 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높였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인 인질의 석방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프간 국내에서도 탈레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7월24일 가즈니주 주민 1000여명이 억류된 한국인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인 데 이어 6일 남부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억류를 비난하는 시위가 열렸다. 칸다하르 주민 300여명은 트럭 등 차량에 나눠 타고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가 노력하기를 촉구한다.” 등의 탈레반 비난 구호를 외치며 전단지를 배포했다. 특히 탈레반이 여성을 납치한 것이 이슬람문화에 반한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인질사건 보도의 딜레마/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들을 납치하여 인질로 억류한 지도 보름이 지났다. 보름 이상 동안 벼랑 끝에 놓인 인질의 생사를 지구 반대편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심정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인질사태를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무고한 인질이 두 명씩이나 무참히 희생되는 뉴스를 지켜보면서 사건의 추이에 따라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사건 초기에는 놀라움과 걱정이 앞섰고 조기 석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희망, 무고한 희생에 대한 경악과 분노, 지지부진한 협상에 대한 실망, 우리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등이 지난 보름동안 몇 번이나 요동을 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인질사건이 주는 충격은 언론보도의 혼선으로 더욱 가중된 느낌이다. 초기에는 정확히 몇 명의 인질이 납치되었는지에 대한 혼선이 있었고, 최근까지도 남·여 인질의 수가 정확하게 몇 명인지 확인되지 않은 것 같다. 인질의 건강상태나, 몇 그룹으로 나뉘어 억류되어 있는지에 대한 보도도 언론마다 제각기 다르다. 협상 진전상황에 대한 보도는 더더욱 그렇다. 첫 번째로 희생된 인질의 경우도 충격적이었지만, 두 번째로 희생된 인질의 경우는 억류된 인질들의 육성이 공개된 무렵으로 가느다란 희망을 가지던 시점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이러한 언론보도의 혼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한국인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되어 있고 지극히 제한적이고 일방적인 접촉만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하고 직접적인 요인은 인질사건에 대한 외신보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일부 인질의 석방을 예고하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보도가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인질 석방이나 군사작전에 관한 보도를 공식적으로 취소하거나 정정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이번 인질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협상상대를 압박하며 최대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일 것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인물이 언론사 간의 경쟁을 이용하여 선별적으로 몇몇 언론에 그럴듯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부 당국이 기자들의 안전위협을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방문취재를 제한하는 바람에 현지의 동향을 주로 외신보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인질사건 보도가 혼선을 빚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특파원을 상주시키고 있는 해외언론조차도 혼선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 현지 취재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직접 취재의 경로가 사실상 차단된 상태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여야 할까? 우선 언론이 사실여부의 확인이 충분하지 않은 외신보도의 인용을 좀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긴박한 사안에 대한 속보도 중요하지만 두개 이상의 소스에 의해 독립적으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은 이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비록 이 사건이 분쟁지역에서 다수의 우리 국민이 장기간 인질로 납치된 초유의 사건이기는 하지만 제목과 지면에서 좀 더 차분할 필요가 있다. 자극적인 제목, 과도하게 큰 활자, 충격적인 사진 같은 보도는 절제할 때이다. 직접 취재가 제한된 상황일수록 정보를 판단하고 종합하여 전달하는 데스크의 게이트키핑과 편집기능이 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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