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어처구니
    2025-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최진
    2025-08-11
    검색기록 지우기
  • 비아그라성분-비아그라정100밀리그람(구연산실데나필)-【pom5.kr】-비아그라 50mg Visit our website:(비아그라약국.kr)
    2025-08-11
    검색기록 지우기
  • KC
    2025-08-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247
  • [옴부즈맨 칼럼] 청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는가/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청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는가/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TV드라마가 요즘 유행이다. 신문을 펼치면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가. 또 어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유명인이나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는 데 비해 청소년과 같은 약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1년 반 동안 옴부즈맨 칼럼을 써 오면서 지금까지는 신문에 ‘있는’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면, 오늘은 평소 신문에는 거의 없던 청소년의 목소리를 생각해 보았다. 청소년의 목소리가 신문에 등장하는 것은 대개 이미 희생이 된 뒤다. 사설 해병대캠프의 어처구니없는 사고 소식은 서울신문에서도 2014 지방선거 전망과 국가기록원 회의록 원본을 둘러싼 정치기사에 밀려 1면 하단에 실렸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청소년이 5명이나 희생되었는데도 말이다. 청소년들은 캠프장을 결정할 수도 없고, 구명조끼 없이는 입수가 제한되어 있는 구역임에도 물속으로 들어가라는 무자격 교관의 명령을 거부할 권리도 없다. ‘훈련’이라는 미명 하에 ‘폭력’이 자행되어도 반항할 수 없다. 이런 캠프가 과연 청소년의 리더십을 증진시킬 수 있겠는가? 리더는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우리 청소년들처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해병대를 흉내낸 지옥훈련을 한다고 하여 리더십이 길러질 수도 없으려니와, 오히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만 학습하고 오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럽다. 맹목적 순종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프로그램에 왜 우리 청소년들을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청소년활동진흥법은 “청소년 체험활동을 진흥시켜 청소년의 잠재역량 계발과 인격 형성을 도모하고 수련, 참여, 교류, 권리증진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청소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설립된 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는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인증받지 않은 업체와 학교의 공식활동을 계약한 학교 측, 계약주체이면서도 소규모 여행사에 재위탁함으로써 프로그램 운영에서는 한 발 뺀 해양유스호스텔 측, 무자격 교관들로 믿을 수 없는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미처 꽃피기도 전의 청소년들 목숨을 앗아간 운영팀이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과연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청소년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혹시 돈벌이의 수단이나 대리만족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의 안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청소년을 캠프에 유치할수록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게임에 중독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아질수록 게임업체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과연 이런 것이 책임 있는 어른들의 자세일까?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는 청소년 관련 업무들이 정책의 수요자인 ‘청소년’을 중심으로 통합 관리된다면 이런 사고가 조금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인증받지 않은 캠프에 참여했으니 ‘너희 탓’이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청소년이 교육받고 활동하는 ‘현장’이 좀 더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청소년의 인권과 안전을 위한 기구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겠다. 희생되기 전에, 지금도 여전히 입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어른들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쌓아가고 있는 우리 청소년의 마음속 목소리에 신문이 먼저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짐짓 속내를 떠보려다가 짐을 떠안게 된 배고령이 봄 꿩 제 울음에 놀라듯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는데, 켕기는 구석이 있다 보니 손사래가 과장되어 대중이 없었다. 정한조는 아니래도 짐을 떠안길 작자가 나타나서 잘되었다 싶어 손사래를 치는 배고령의 손을 허공에서 잡아 앉히었다. 정한조는 발명할 틈도 주지 않고 윽박지르고 들었다. “아니 임자, 부리는 먼저 헐어놓고 발뺌은 왜 하나? 나로 말하면 오지랖 챙길 겨를도 없다는 것을 임자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구월이 중신애비는 자네가 맡아서 혼사를 성사시키도록 하게. 성사만 시킨다면 술값 용채는 내가 책임을 짐세.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우리 행중에 임자같이 신실한 중신애비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네.” “아닙니다요. 월천댁에게 허튼소리 몇 마디 했다가 쥐어박히고 나면 그 망신살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호랑이를 그리려다 똥개를 그려 면목이 없게 된 배고령이 머쓱한 얼굴로 아닌 보살하고 간신히 접소를 빠져나오긴 하였는데, 등골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울타리 밑에 앉아 담배를 연거푸 두 대나 죽이고 나서 도방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자리에 있는 이웃 숫막을 찾았다. 천봉삼은 무릿매를 맞아 얻은 장독이 삭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휘진 몸뚱이에 간혹 가다가 뒤틀린 오장육부를 죄다 쏟아낼 듯 토하곤 했지만 치명적인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간병이 알뜰하던 월이는 아직까지 몰골이 파리하고 초췌하였으나 다소 기운을 차리고 도방에서 시키는 대로 동자치 노릇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적굴에서 붙잡혀 와서 엄살을 부리는 늙은이들 수발에도 품앗이를 아끼지 않았다. 음성도 침착하고 두길보기하지 않는 처신이 처량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정한조도 뒤를 싸주는 것 같았다. 배고령이 머쓱한 얼굴로 나간 뒤에 턱을 고이고 앉아 있던 정한조가 뒤뜰에서 궁싯거리는 만기를 불러 앉히었다. 불러 놓고 만기의 기색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정한조의 입에서 천만뜻밖의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만기… 자네 본래 이름이… 연임이 아니던가?” 그 말이 떨어지자, 멀뚱한 얼굴로 앉아 있던 만기가 금방 파랗게 질려 얼른 고쳐 앉으며 정한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적당을 소탕한답시고 북새통을 벌이느라,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네만, 샛재 비석거리에 있는 월천댁 말일세. 얼마 전에 임자를 데릴사위 삼겠다고 나더러 정색하고 중신애비가 되어 달라는 청을 넣었다네.” 느닷없고 어처구니없어 말구멍이 막혀버린 만기가 대꾸를 못 하고, 처연하게 정한조를 쳐다만 보는데, “임자의 본색이 계집사람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지금 행중에서 나 하나뿐이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소금 상단에 끼어들기 위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소년 때부터 변복으로 사내 행세하고 있지만, 나 역시 이런 생뚱맞은 일이 생기리라고는 미처 예측을 못 했네.” 평소에는 정한조 앞에서 우물쭈물 얼버무리기 잘하던 만기가 그 대목에 이르자 분명한 어조로 말하였다. “지금까지 잘 견뎌왔는데, 하찮은 일로 본색을 드러낼 까닭이 없습니다.” “임자의 심사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차제에 본색을 밝혀 월천댁이 일찌감치 단념토록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가. 월천댁으로 말하면 십이령길을 넘나드는 우리 행중과는 20년 가까운 인연을 맺고 있어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아닌가. 식솔이나 다름없지. 그런 사람에게 오래도록 딴청 피워 속내를 괴롭힌다는 것도 도리가 아닐세. 뿐만 아니라, 지금 접소에서 동자치 노릇하는 월이란 아낙네 말일세. 그 여인네를 지켜보자니 매우 총기도 있고 심덕도 무던해서 같은 계집사람으로서 서로 심금을 털어놓고 의지하고 살아도 무방할 것 같으니 내가 권할 때, 아주 본색을 밝혀버리면 마음 편할 것 같지 않은가.” “지금 와서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없다니? 그럼 평생 동안 남장으로 행세하며 살겠다는 것인가? 언젠가는 본색을 밝혀야 하지 않겠나. 본색을 밝혀야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월천댁 일은 시생이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밖에서 서성이다가 엿듣게 되었습니다만, 배고령이 그 댁 구월이에게 정분을 둔 것 같습니다. 배고령이 야밤에 월이의 손목을 낚아채서 집 밖으로 나가 정분 나누는 것을 우연히 엿본 일도 있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세상에 비밀이 없군그려. 그 말이 적실한가?” “뉘 앞이라고 거짓 발고하겠습니까.” “그것 참…그런 일이 있었군.” “월천댁 일은 시생에게 맡겨주십시오. 사내 행세하는 것이 몸에 배어 그지없이 편안할 뿐 아니라, 딱히 염두에 둔 남정네도 없습니다. 또한 우리 행중과는 한 식솔이나 다름없는 나귀들에게도 정이 들어서 떨어져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생에게 낙이 있다면 나귀들을 돌보는 일입니다. 나귀들도 시생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마도 뿔뿔이 흩어져 사방으로 튈 것 같습니다. 말이 없어 그렇지 눈치와 속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시생과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합니다. 이번 일은 더이상 거론하지 말아주십시오. 나귀들과 동행으로 도감 어른을 모시고 작반하는 것이 시생에겐 더없는 낙인데 어찌 하찮은 일로 시생을 내치려 하십니까.” 그때, 정한조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만기를 나무랐다. “그만 하게…임자의 고집도 어느새 나귀들 뺨치겠군그려. 그렇다면 만기가 배고령과 구월이 혼사가 무사히 맺어지도록 중신애비가 되어주면 좋겠군. 하냥다짐을 해도 좋겠지?” “도감 어른께서 더이상 시생을 두고 거론하지 않으시면 주선하겠습니다.”
  • [사설] ‘갈등공화국’ 현주소 확인한 이념논쟁 살인

    인터넷 정치논쟁이 살인사건으로 비화된 어처구니없는 일이 부산에서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백모씨는 인터넷사이트 정치커뮤니티에서 함께 활동하던 누리꾼 여성을 자신을 조롱하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려 한다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했다고 한다. 한때 채팅사이트 아이디까지 공유할 정도로 가까웠던 이들은 원래 진보적인 성향이었지만 최근 정치 견해를 달리하면서 사이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상의 보수·진보 정치 댓글 논쟁이 급기야 살인까지 부른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정치갤러리에서 활동했지만 이들이 정치·사회적 이슈와 이념의 문제를 놓고 얼마나 진지한 논리대결을 펼쳤는지는 모른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인터넷상에 떠다니는 정치 댓글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토론과 논리적 설득보다는 피아(彼我)가 뚜렷이 나뉘어 상대를 공격하는 막말과 욕설의 잔치임을 어렵잖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은 누리꾼들에게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의사표현의 천국’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칫 온갖 저주의 악다구니를 쏟아내는 쓰레기 언어의 하치장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도 표면상으론 정치적 이념 갈등의 문제로 비쳐지지만 상당 부분 도를 넘은 상호 욕설과 비방이 기폭제 노릇을 했다고 본다. 이념 논쟁이 아니라 막말 공방이 문제라는 얘기다.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단순한 오락 수준의 글놀이나 억눌린 감정의 배설행위쯤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 특정한 인물이나 지역에 대한 막무가내식 비방과 폄하는 이미 도를 넘었다. 이는 최근 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의 ‘홍어’ 논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인터넷 토론문화 자정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정치의 일상화 시대다. 정치는 누리꾼들의 단골 소재가 됐다. 날로 황폐해지는 온라인 토론문화가 물론 각박한 정치권 탓만은 아니다. 하지만 흉보면서 닮는다고 했다. 정치가 인터넷 특유의 저질언어를 닮아가는 것인지, 인터넷 공간이 정치권의 막말 습성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분명한 것은 증오를 양산하는 정치권의 막말 행태가 인터넷 토론문화에 적잖이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공간도, 정치권도 공존의 가치를 새겨야 한다. 언제까지 ‘갈등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사설] 등록금으로 대납한 교직원 연금 환수해야

    국민들은 어제 전국의 44개 사립대학이 교직원의 각종 개인 부담금을 교비로 대납했다는 소식에 두 번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사학연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당연히 교직원이 부담해야 돈을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충당했다니 놀랄 일이다. 액수도 2080억원에 이른다니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노심초사하며 등골이 빠지게 고생하는 학부모들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렵다. 하루에도 몇 개씩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대학생들의 심정은 또 어떤가. 더욱 분통 터지게 하는 것은 별일 아니라는 듯 방관하는 교육부다. 법률 조언을 구한 결과 학교법인과 노조의 단체협상으로 지급한 돈은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직원노조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포장한 자문 결과라면 모를까, 교육부가 할 소리인가. 이러니 어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을지 한번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보기 바란다. 사학연금이 무엇인가.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재직하는 동안 일정 비율을 적립하고 퇴직하면 돌려받는 제도이다. 부담금의 50%는 당사자가 내고, 나머지는 국가와 학교법인이 분담한다. 국·공립대학 교직원이 혜택을 받는 공무원연금과 기본적인 틀은 같다. 그러니 사학연금의 개인 부담금을 등록금에서 충당했다는 것은 공무원들이 자신들이 내야 할 연금 부담금을 국민이 낸 세금에서 돌려쓴 것이나 다름없는 어이없는 일이다. 그동안 사립대학 법인의 상당수는 재정 여건이 충분함에도 법인이 내야 할 사학연금 부담금조차 등록금으로 대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니 교직원의 개인 부담금까지 등록금에서 돌려쓰는 것이 사립대학 구성원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까지 대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문제 대학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교육부의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는 등록금이 어떤 곳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교육부는 해당 대학의 명단을 공개하고, 엉뚱한 곳에 새나간 돈이 환수될 때까지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해당 교직원들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해야 한다. 대학의 권위가 아무리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대학이 야바위판이 되어선 안 된다.
  • [사설] 소비자더러 ‘불량 맛가루’ 가려내란 얘기인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일 식품재료를 가공·판매한 식품업체 대표 김모씨와 이 회사에 불량 재료를 납품한 채소가공업자 조모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1년 1월부터 폐기하거나 가축사료로 써야 할 양배추·시금치·브로콜리와 쓰레기장 옆에 쌓아둔 채 세척도 하지 않은 전복 양식용 다시마, 유통기간이 지난 말린 당근 등을 가공해 불법적으로 유통시켰다고 한다. 별다른 위생처리를 하지 않은 탓에 유통된 재료에서 담배꽁초와 아스콘 등 이물질이 발견됐다. A 중소식품업체는 이런 불량 재료로 ‘맛가루’, 일명 후리가케를 만들어 전국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납품했다. 이런 불량 식재료를 유부초밥이나 면류·선식 등을 만드는 전국 230여개 식품제조업체로도 흘러들어 가게 한 업자들은 각기 수억원대를 벌어들였다니, 여간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니다. 맛가루는 어린 자녀가 밥맛이 없다고 투정을 할 때 밥 위에 뿌려주거나 주먹밥을 만들어 먹이는 음식 재료이다.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파란 시금치와 파, 붉은 당근, 흰 양배추 등 야채들이 들어 있어 엄마들이 선호한다. 또 일부는 이 맛가루의 품질을 믿고 손쉽게 유아 이유식도 만든다고 한다. 이런 맛가루가 불량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엄마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경찰은 불량 재료로 맛가루를 만든 A사도 피해자라며 실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납품받은 식재료의 품질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A사도 귀책사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오늘도 맛가루를 사려는 소비자는 대형마트의 진열대에서 어느 제품을 골라야 할지 몰라 불안할 것이다. 경찰은 A사의 실명을 밝혀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불량식품은 박근혜 정부의 4대악 근절 대상이다. 이번 기회에 불량식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불량식품 제조·유통·판매자의 실명을 모두 밝히고, 부당수익에 대해 수십 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 먹거리로 장난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불량식품 제조·유통사범 5명 중 1명이 재범자라는 사실도 처벌을 강화해야 할 이유이다.
  • [열린세상] 로스쿨을 되돌아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로스쿨을 되돌아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로스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지난 몇 년을 회상해 보면 정말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뉴욕에서 연구년을 마치고 돌아온 2007년 여름 로스쿨 도입이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바로 로스쿨 설립 신청이 이어졌다. 우리 집 첫아이가 태어난 것이 2007년 8월이니 그해 여름에서 가을은 안팎으로 전쟁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6년. 이제 어느 정도 시스템이 안정되어 가고 있지만, 로스쿨에 대한 비판도 사그라지지 않는 것 같다. 안에서는 엄격한 상대평가의 시행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고, 교육의 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바깥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취업시장은 갈수록 좁아지고,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불합격자의 누적에 따라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예비시험의 도입까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여름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혼란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로스쿨을 한다는 것만 정하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런 것이 어디 로스쿨 하나뿐이겠는가. 이런 일에 놀란다면 우리나라 국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리라. 다행히 로스쿨의 문제는 이미 많이 공론화되어 다양한 해법이 모색되고 있다. 그런데 별로 부각되지 못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로스쿨 도입에 집중한 나머지 법학교육의 범위가 로스쿨로 국한되어 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일정한 법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의 수가 사회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고시라도 준비해 볼까 하면서 법서를 뒤적여 보는 경험을 갖기도 힘들어졌다. 로스쿨을 설치한 대학은 학부의 법학교육이 크게 줄어들어 일반 학부생이 법학을 접할 기회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학부에 법과대학이 있는 대학은 로스쿨의 도입과 연계하여 어떤 교육내용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막막하다. 법학교육의 축소는 단순히 법조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법치주의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법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는 법조인의 양성에서 학벌이 보다 공고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로스쿨은 정원이 100명을 넘지만 절반 정도의 로스쿨은 정원이 몇십명 수준이다. 그리고 점차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말은 로스쿨이 학생을 다양화할 사치를 부릴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몇십명을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채워야 하는데, 여기서 그 학생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부족한 것이 로스쿨의 현실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학벌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후 취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학벌이 강화되고 인생에서 역전이 어려워지는 것은 단순히 비싼 등록금이나 또는 입시의 공정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오히려 훨씬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문제가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책이 마땅한 것도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로스쿨 도입 당시에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지금도 장학금이나 취업률 등 현안에 가려 별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 로스쿨의 입학 정원을 자유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이지만, 정부에 정원 통제를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러한 증원도 실제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이미 지난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고, 이래저래 교육자로서 갑갑한 심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조급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겨우 6년이 지났을 따름이다. 앞으로 올 세대는 현재의 우리보다 훨씬 유능하고 뛰어날 것이고, 그들이 로스쿨과 법조의 주역이 될 이삼십년 후에는 지금의 많은 문제들이 해소되어 있을 것이다. 로스쿨에 관한 논의가 현재의 혼란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조금씩,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 노 전대통령의 NLL 포기취지 발언 진실공방 재연, 정국 급랭

    노 전대통령의 NLL 포기취지 발언 진실공방 재연, 정국 급랭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시기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새 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취지’의 발언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에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에 대한 열람을 공식 요청해 공식자료를 검토한 결과,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진실이 밝혀진 이상,그동안 야당이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서 위원장은 “핵무기 관련 부분도 있고,또 다른 군사력 관련 부분도 굉장히 많다”며 “대화가 아니고 보고하는 수준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야당이 계속해서 책임 회피로 일관할 경우 NLL 대화록 전문을 국민 앞에 공개토록 추진하겠다”며 “제 말이 조금이라도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이 대화록 축약본을 가져와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이뤄진 열람에는 서 위원장 외에도 새누리당 조원진,조명철,정문헌,윤재옥 의원 등 당 소속 정보위원들이 참여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국정원이 대선 개입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NLL 발언으로 물타기를 하려 한다. 이런 국정원은 해체돼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제1의 국기문란사건인 대선 불법개입에 이은 국정원의 제2의 국기문란사건”이라며 “대선 불법 개입을 물타기 하려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이 보여줬다는 문건은 원본이 아니라 (원본) 내용을 왜곡하고 훼손한 내용”이라며 “새누리당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특히 “오늘 오후 4시5분부터 4시44분까지 한기범 국정원 제1차장이 정보위원장실에 와서 발췌본을 보여주고 갔다. 이는 국정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한 차장이 정보위원장실을 빠져나가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국정원이 국회가 요구하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당은 공식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가 궁지에 몰리자 과거의 엉뚱한 이슈를 끄집어내 상황을 왜곡시키려 한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대체적인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프로야구] 7연승 펄펄나는 KIA 7연패 늪에 빠진 넥센

    [프로야구] 7연승 펄펄나는 KIA 7연패 늪에 빠진 넥센

    타선이 완전히 살아난 KIA가 7연승을 내달렸다. 전날 희대의 오심에 운 넥센은 연패를 ‘7’로 늘리며 3위 LG에 턱밑까지 따라잡혔다. KIA는 16일 광주구장에서 이어진 프로야구 경기에서 나지완과 김주형, 이범호가 홈런 세 방을 터뜨려 박정권이 연타석 홈런을 날린 SK를 9-7로 따돌리고 지난해 6월 23일 광주 SK전~7월 1일 대전 한화전 이후 다시 7연승 콧노래를 불렀다. KIA는 나지완이 1회 말 1사 1, 2루 기회에 상대 선발 김광현으로부터 우중간 담장을 넘겨 3-0으로 앞서나갔다. 4회 말에도 김주찬의 적시타 등을 묶어 6-1로 달아난 뒤 박정권에게 2점 홈런을 맞았지만 곧바로 김주형이 두 경기 연속 홈런포를 내뿜어 다시 7-3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박정권이 7회 또 다시 2점포를 날려 개인 두 번째, 시즌 7번째, 통산 702번째 연타석 홈런을 수놓았다. KIA는 이 이닝에만 송은범-유동훈-임준섭-신승현-박경태-박지훈 등 6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역대 한 이닝 최다 투수 교체를 기록했다. 이범호가 7회 말 2점 홈런으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은 것이 컸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앤서니는 19세이브를 기록, LG전 7회부터 나와 끝내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한 손승락(넥센)과 공동 선두가 됐다. 넥센은 잠실에서 LG에 4-5로 아쉽게 지며 창단 이후 두 번째로 7연패 늪에 빠졌다. 5연승을 달린 LG는 넥센과의 승차를 0.5경기로 줄였다. 넥센으로선 3회 1사 3루 상황에 정성훈의 땅볼 때 3루 주자 정의윤이 런다운에 걸렸으나 선발 밴헤켄이 공을 놓치는 바람에 한 점을 내준 것이 치명적이었다. 7회 서건창과 이택근의 적시타로 한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상대 구원 봉중근을 9회 초 1사 만루 기회에서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김시진 감독이 14번째로 700경기째를 지휘한 롯데는 한화의 막바지 추격을 4-3으로 따돌렸다. NC는 선두 삼성과 연장 12회 접전 끝에 7-7로 비겼다. 5회와 8회 터진 모창민의 연타석 홈런이 빛을 잃었다. 이날 4개 구장에 5만 8373명이 찾아 시즌 252경기 만에 관중 305만 4222명을 기록, 역대 네 번째로 짧은 기간에 300만을 넘어섰다. 하지만 전날 LG-넥센전에서 나온 박근영 2루심의 어처구니없는 판정에 쏟아진 비난은 이날까지 이어졌다. KBO 심판위원회는 이날 박 심판을 퓨처스(2군) 리그로 내려보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경기에 앞서 넥센 더그아웃을 찾아 “절대로 (김병현 경징계에 대한) 보복성 판정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인 만큼 해당 심판을 징계했다”며 사과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위기의 한국사 교육] 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최근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의 이미지를 합성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이 사진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한 사립대 학생들이 만든 이 사진에는 욱일승천기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남녀 학생 7명이 나치식 거수 경례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논란이 커지자 “역사적 의미를 간과한 채 이런 사진을 촬영하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모양이 예쁘다”, “(욱일승천기 모양이) 멋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관이 최근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제대로 된 한국사 교육과 시민교육의 부재 속에 ‘1020세대’가 온라인상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걸그룹인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면서 ‘민주화’ 용어를 잘못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서 ‘민주화’는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사용하는 집단 괴롭힘과 강권 등을 뜻한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씨는 “‘전효성으로 민주화시킨다’는 글을 여러 게시판에서 자주 접했다”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권유한다는 뜻이라고 무의식중에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가수 김진표도 지난해 방송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한 일베식 표현 ‘노운지’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김씨는 “단어의 어원이 그런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운지’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이후 쓰이지 않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이 담긴 단어들을 습득했다고 했다. 온라인 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큰 1020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탓이다. 일베 등 과격한 인터넷사이트들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감수성이 예민한 1020세대를 흡수하는 모습이다. 과격한 표현과 역사 뒤집기가 기성 권위에 대한 ‘쿨’(멋있는)한 도전으로 여겨지면서 모방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역사 왜곡을 일종의 놀이로 보고, 학업 스트레스와 대화 단절 등 오프라인상의 불안감을 인터넷 공간에서 해소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실제 일베에서 인기 있는 글은 기성세대가 믿는 진실을 과격한 언어로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거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온라인 우익 현상을 연구해온 와카미야 요시부미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12일 “요즘 젊은이들은 미묘한 역사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근현대사나 인문교양 역사를 많이 배우지 않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방지원 신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베 현상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에서 주고받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학교 교육 등 현재의 정규 교육이 바로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고도제한에 소음까지… 충북 황당한 경제자유구역

    충북도와 충주시가 황당하게 일을 처리, 논란에 휩싸였다. 소음과 고도제한으로 기업 유치에 불리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은 뒤 뒤늦게 대책기구를 만드는 등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도에 따르면 충북 경제자유구역 전체 면적 9.08㎢의 절반가량인 충주 에코폴리스지구(4.20㎢, 가금면 가흥리·장천리 일원)는 19전투비행단 인근에 있어 소음 피해가 심각하다. 에코폴리스지구 12.4%는 신축이 금지되는 소음대책 2종지역(소음도 90∼95웨클)이고, 80%는 방음시설 시공 조건으로 신·증축이 가능한 3종지역(75~90웨클)이다. 웨클은 항공기 소음 평가단위로 75웨클은 교통량이 많은 큰 도로와 20m 떨어진 주택에서 느끼는 시끄러움을 의미한다. 에코폴리스지구의 88%는 비행안전구역에 해당돼 건축물 고도제한도 받는다. 또한 철도와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이 이 지역을 관통, 8개 소구역으로 분리돼 대단위 개발이 불가능하다. 도로와 철도의 경계선과 맞닿아 접도구역으로 지정된 43만 6000㎡의 토지는 각종 건축행위 제한을 받는다. 도청 내부에서도 “이런 곳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일단 경제자유구역을 지정받고 보자는 식으로 일을 성급하게 추진해서다. 시는 용역을 의뢰한 한국교통대의 한 교수가 이 지역을 경제자유구역 후보지로 제안하자 선뜻 수용했다. 공군부대가 인근에 있지만 접근성이 좋고 관광지와의 연계도 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시 관계자는 “당시는 경제자유구역을 지정받는 게 급선무였다”면서 “불리한 여건을 알았지만 신청부터 하고 대책은 나중에 마련하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시가 도에 제출한 경제자유구역 개발안은 그대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접수됐고, 올 2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최종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도는 에코폴리스지구의 소음 피해와 고도제한 사실 등을 모르고 있었다. 도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시 사전 협의가 없었던 점을 국방부가 지난 4월 문제 삼아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는 도시계획 전문가, 건설회사 관계자 등으로 대책기구를 만들기로 했지만 불리한 입지 여건을 극복할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진형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충주지청장은 “지정고시된 날로부터 3년 내에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하지 못하면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해제되는데, 사업시행자 유치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 걱정이 크다”면서 “토지 활용도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도와 시는 민자유치 등 총 6591억원을 투입해 이 지역에 바이오 휴양시설과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시론] ‘탈북동포의 날’이 필요하다/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탈북동포의 날’이 필요하다/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탈북자 처리하는 꼴을 보니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이 생각난다. 우왕좌왕, 엉거주춤, 어정쩡…. 뭐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사후 대책은커녕 라오스에서 북송된 9명을 놓고 책임 전가하기에 바쁘다. 늘 일어나던 일인데 마치 처음 보는 양, 엄청난 인권 문제가 터진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수천명이 이보다 더 험한 꼴을 당하면서 질질 끌려 북송됐다는 사실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이 사건으로 라오스 통로로 목숨 걸고 탈출을 시도하던 또 다른 이들은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걱정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가슴을 에는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터질 수밖에 없다. 2만 5400명. 갖은 고생 끝에 대한민국에 온 탈북자 숫자다. 한 해 3000명씩 들어오던 규모에 맞춰 화천에 제2하나원을 만들어 놨는데, 요샌 반의 반으로 줄어들어 안 하던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났다. 탈출을 못하게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재입북 기자회견으로 북한주민들의 한국행 기대심리를 꺾어놓은 결과다. 남한 가면 멸시받는다는 소문이 북한 당국의 심리전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탈북하면 거의 모두 한국행을 원할 거라고 믿고 있다. 들어오면 집도 받고 돈도 받아 본인만 열심히 일하면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열 명 중 둘셋 정도가 한국행을 맘에 두고 있을 정도며, 들어와서 만족하는 숫자도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이 싫어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을 떠난 ‘탈남’ 숫자도 벌써 1100명이 넘는다. 상황에 맞춰 탈북자 정책을 수정해 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한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맘에 안 든다고 불만이다. 숫자가 급증하고 정착 후유증이 발생할 때마다 정착금을 줄이고 정착을 제도화하는 방안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이젠 안정된 프로그램도 작동하고 지역마다 탈북자를 위한 기구도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탈북자들은 캐나다, 영국, 미국행을 꿈꾸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한마디로 탈북자 정책이 너무 차갑다. 탈북자를 위한다고 만들어 놓은 정책에 사랑이 담겨 있지 않고 통제와 경쟁이 지배하고 있다. 능력 없는 사람은 가산금도 못 받는 정착금 제도가 작동하고 있고, 영어 잘하는 사람만 어학연수 갈 수 있는 이상한 제도를 외국대사관들이 부추기고 있다. 영어 잘하는 탈북자가 진짜 평범한 탈북자일까? 수능성적이 안 되면 안 뽑는 대학도 부쩍 늘고 있다. 모자라는 학생을 뽑아 잘 가르쳐 ‘든 사람’으로 만드는 게 교육기관인데 학교수준 떨어질까 봐 외국인 전형에 포함시켜 탈북자를 뽑는단다. 처벌이 싫어 도망 나온 사람들에게 정착교육 시작부터 벌점을 부과하는 정착제도를 습관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만점에서 점수를 까 나가지 말고 기본점수에서 시작해 잘하면 점수를 얹어줘 칭찬하는 제도를 병행했더라면 수많은 초기 탈북자들이 새 삶에 더 많은 기대를 했을 것이다. 탈북 미녀만 짧은 치마 입혀 출연시키는 방송만 없었더라도 정착금 받자마자 성형수술 비용으로 날려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었을 게다. ‘자연도태 적자생존’, 이것이 탈북자 정책의 현주소다. 북의 눈치를 보느라 ‘새터민’이란 용어도 조작해 냈다. 당사자들이 그토록 싫어하는데도 말이다. 그럼 우린 ‘헌터민’인가. 이참에 ‘탈북동포의 날’을 만들자. 두 다리로 대한민국 땅에 온 사람들을 기려, 두 다리 모양새 닮은 ‘11월 11일’을 탈북동포들과 함께 살아가는 날로 하자. 기념일을 만들면 특집방송도 하고 기념식을 통해 두루 칭찬도 할 수 있다. 방송작가와 연출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탈북동포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줘 우리 사회에 이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통일 예행 연습을 위해 먼저 온 우리 반쪽을 이제부터라도 동포애로 맞자. 땅의 통일도, 화폐의 통일도 필요하지만 사람의 통일, 마음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북한 주민의 꿈이 ‘아랫동네’에서 살아보는 것이란 얘길 듣고 싶다.
  • 잘나가던 은행딜러, 왜 자기 무덤 팠을까

    금융시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거래로 치명적 손실과 결과가 종종 빚어진다. 1995년 233년 역사의 영국 최고 상업은행 베어링스 은행의 파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능한 수석 딜러가 파생금융상품 불법거래로 무려 13억 달러를 날려 은행이 문을 닫은 사건이다. 2006년 미국 대형 헤지펀드 아마란스 어드바이저의 파산, 2008년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이 선물거래로 49억 유로의 손실을 입은 사고도 ‘잘나가는’ 딜러의 예상 밖 선택과 거래가 원인이었다. 이런 대규모의 금융사고, 다시 말해 모두가 믿었던 딜러들의 기대 밖 행동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지목했던 ‘탐욕’ 때문일까, 아니면 시스템 분석오류가 원인일까. ‘리스크 판단력‘(존 코츠 지음, 문수민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은 그런 경제분석과는 전혀 다른 쪽에서 원인을 찾아내 센세이션을 부른 책이다. 생물학적 요인, 바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주범이다. 저자는 월스트리트 베테랑 트레이더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경과학자로 변신한 인물. 그가 책에서 2005년 런던의 금융회사 트레이더 250명의 타액 샘플을 채취, 분석해 소개한 결과는 아주 흥미롭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날과 낮은 날의 수익 차를 1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거의 백만 달러에 육박했다. 이 결과를 통해 저자는 금융시장의 비이성적 과열과 비관주의가 생겨나는 원인을 ‘승자효과’로 주목한다. 동물 세계에서는 수컷이 암컷을 두고 벌인 싸움에서 승리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상승한다. 이 호르몬은 산소 운반량과 근육량을 높여주며 자신감도 불어넣는다. 승리할 확률도 덩달아 높아진다. 금융시장에서도 그런 현상은 마찬가지로 반복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만에 빠진 트레이더는 위험한 규모의 포지션을 마음대로 매매하게 되고 결국 수익은 떨어지지만 경영진은 이전의 성과만 믿고 방관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저자는 승승장구하는 트레이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 관리야말로 이른바 ‘스타 트레이더’에 더 집중돼야 함을 강조한다. 반대로 트레이딩 현장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중년 이후의 남성이나 여성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다양성의 해법이 눈길을 끈다. 1만 5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설] 절전 호소보다 사과와 재발방지가 먼저다

    어처구니없는 부품 비리에 따른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올여름 ‘블랙 아웃’(대규모 정전 )이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23기 가운데 10기가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에게 절전을 당부하는 것 말고는 사실상 무대책인 듯하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원전 핵심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결과 빚어진 일이다. 원전의 안전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많은 국민이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게 되고, 국토를 영원히 황폐화시킨다는 것은 체르노빌 참사에서 이미 확인하지 않았는가. 그런 만큼 원전의 안전과 연관된 범죄는 비리 당사자는 물론 기관 책임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정서이다. 형사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하루라도 빨리 책임자의 사표를 받는 게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최소한의 성의 표시일 것이다. 하지만 국무총리는 그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한국전력 사장,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불러 질책하고 당사자의 사법처리를 포함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을 지시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도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손실액은 2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발전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나 디젤 발전기를 돌려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전력구입비가 135억원 늘어나는 만큼 원전의 불량 부품을 교체하고 정상가동하는 데 필요한 6개월이면 모두 2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예상 매출 감소액도 449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당장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영에 압박이 가해지겠지만, 결국은 국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전의 경영 부담을 덜고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으니 국민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이번 사태는 원전의 신뢰도를 땅에 떨어뜨려 장기적인 전력 수급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할 것이 분명하다. 원전이 안전하다고 강변해도 믿을 국민이 있겠는지 정부는 자문해 보기 바란다. 대외신인도의 하락으로 해외 원전 수주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는 오늘 전기 절약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먼저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수긍할 수 있는 원전 비리 재발 방지 방안을 내놓는 게 순서라고 본다. 한수원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민심은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책임 규명 의지는 보여주지 않은 채 “삼복더위에도 손부채 하나로 참는 것이 애국”이라고 강변한다면 어느 국민이 흔쾌히 동참할 수 있겠는가.
  • 채동욱 검찰총장 “전두환 前대통령 추징, 필요시 압수수색”

    채동욱 검찰총장은 28일 전두환 전 대통령 등 고액 벌과금 미납자에 대한 추징과 관련해 “특별수사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계좌추적, 자산추적, 필요시 압수수색 등 입체적·다각적 방법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채 총장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주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액 벌과금 미납 집행과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내달라”며 주문했다. 검찰은 고액 벌금 및 추징금 미납자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주 대검에 고액 벌과금 집행팀을 구성하고 일선청에 집중 집행반을 설치해 100일간 한시적 가동에 들어갔다. 채 총장은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구속피의자가 탈주한 사건과 관련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면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청사 보안을 강화하고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하시모토 망언 규탄” 韓·日 여성의원들 공동대응 제안

    한국 여성 국회의원들이 하시모토 도루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오사카 시장)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의 잇따르는 위안부 관련 망언에 한·일 여성 의원들이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희정·류지영·김현숙 의원과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28일 기쿠타 마키코 일본 민주당 여성위원장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김희정 의원이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잘못된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함께 메시지를 전하고, 세미나 등을 통해 독일이 전후에 유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양국 여성 의원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여성 인권침해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일본 의원들은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일본 정부의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의원들 사이에서도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국 의원들은 또 전날 중의원 ‘청소년 문제에 관한 특별위원회’의 마쓰시마 미도리 위원장 등 특별위원회 소속 일본 의원 6명과 만난 자리에서 유승희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일본 정치인들의 일본군 위안부 망언에 대한 규탄 및 공식사과 촉구 결의안’을 전달했다. 한편 세계 17개국의 60여개 국제단체들이 공동으로 하시모토 대표의 ‘위안부 망언’을 강하게 규탄했다. 네팔 인권단체인 여성재활센터(WOREC)의 수미타 프라드한 조정관은 27일(현지시간) “60여개 국제단체들이 최근 하시모토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규탄하면서 단합된 의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규탄 대열에 참여한 국제단체에는 일본 인권단체인 반차별국제운동(IMADR)과 휴먼라이츠나우를 비롯해 국제앰네스티(AI), 아시아인권위원회(AHRC) 등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도 하시모토 대표와 선 긋기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한국 측에 재차 확실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기시다 외무상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시모토 대표의 ‘일본군 위안부 정당화 발언’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반발하는 데 대해 이같이 말하고, “정부의 입장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영업시간 끝나’ 직원이 주유 거부…구급차 탄 환자 사망

    구급차의 주유를 거부해 환자가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중국 허베이(湖北)성에서 한 주유소 직원이 ‘영업시간 종료’를 이유로 구급차의 주유를 거부, 환자가 이송 도중 사망에 이르렀다고 27일(현지시간) 언스완바오(恩施晩報)가 보도했다. 한 남성 일꾼이 허베이성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실족해 추락, 중상을 입었다. 이 남성은 곧바로 근처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작은 병원에서는 중상을 입은 이 근로자를 치료할 의료진과 장비가 부족했고, 큰 병원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었다. 구급차는 황급히 이 남성을 싣고 큰 병원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구급차는 장거리 운전을 대비해 주유소에 갔지만, 해당 주유소 종업원은 ‘영업시간 종료’를 이유로 주유를 거부했다. 다급해진 구급대원들이 사정을 설명하고 겨우 주유한 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많은 시간을 지체한 탓에 중상을 입은 남성은 큰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구급차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 환자의 유가족들은 “그때 주유소에서 곧바로 주유했더라면,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인터넷뉴스팀
  • [열린세상] 숫자놀음에 빠진 우리 교육/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숫자놀음에 빠진 우리 교육/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몇 차례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미국 교육이 배워야 한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느닷없이 미국 대통령의 칭찬 대상이 된 한국 교육은 어리둥절했다. 저간의 사정은 이러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 호놀룰루시에 소재한 명문 사립 푸나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와이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한국계 부모들은 어떻게든 자녀들을 이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청년 오바마는 자기보다 성적이 좋고 더 좋은 대학을 간 한국계 친구들을 사귀며 한국인 부모들의 교육열에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오바마의 한국 교육 칭찬은 미국의 교육제도 내에서 한국인의 교육열에 관한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은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할 만큼 커다란 교육자산이고 경쟁력이다. 문제는 그 좋은, 불타는 교육열은 후진적인 교육 제도와 문화의 틀에 갇혀서 부모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어처구니없는 교육 제도와 현실을 조금만 이야기해 주면 오바마 대통령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것이다. 의대를 지망하던 아들이 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과목에서 한두 문제 더 틀려 재수를 하게 됐다는, 친구가 전해주는 처절하다 못해 한심한 이야기다. “수능에서 수학 문제 만점을 맞아야 서울에 있는 의대에 가고, 한 개 틀리면 수도권 의대, 하나 더 틀리면 지방에 있는 의대, 또 하나 더 틀리면 서울공대에 가는 식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도박이고, 퀴즈쇼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교육현실에서 신경쇠약, 우울증,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고 견뎌내고 있는 청소년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미국 명문 대학들은 미국의 수능인 SAT 2400점 만점에 2200점 정도를 넘으면 수학능력이 있다고 보고 과외활동, 작문, 교사 추천서 등을 평가해 선발한다. 국내에서 SAT 만점을 맞고도 미국 대학 낙방이 뉴스가 되는 것은 우리의 교육 문화 수준을 드러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적 이외에 고교 때 발휘된 리더십으로 명문 하버드 대학에, 그것도 다른 대학을 거쳐 편입을 통해 입학했다. 국내 대학들도 요즘 랭킹 숫자 놀음에 빠져 꼴이 말이 아니다. 교육 대신 취업률만 따지고 있고, 연구 대신 논문 숫자만 세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교수들의 논문 수 늘리기를 위한 이상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름이 있는 대학은 교수를 뽑을 때 영어 논문 수가 많은 이를 뽑는다. 기존 교수들의 떨어진 논문 생산력을 벌충하기 위해 사실상 신임교원이 쓴 논문 수를 사고 있는 것이다. ‘논문용병 교수’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1년에 영어논문 3편을 써주는 대가로 연봉을 책정하고 더 쓰면 보너스를 받고 덜 쓰면 삭감당하는 식이다. 어떤 대학에서는 논문 숫자가 많이 나오는 분야로 알려진 학과의 신설을 추진해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학이 마치 논문공장이 되어가는 꼴이다. 양의 축적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변증법처럼 논문 수가 많으면 저절로 훌륭한 연구가 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와 학문의 세계는 양과 질이 반드시 일치하는 곳이 아니다. 거칠게 얘기해서 현재 공장 체제에서 생산되는 논문의 95% 이상은 10년 뒤면 쓰레기가 될 수 있다. 대학에서 논문 편수가 많은 교수는 대우를 잘 받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좋은 연구로 존경받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서로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논문을 찍어내기에 바쁜 것이다. 학문의 전당이 논문 공장으로 변해버린 풍경이다. 요즘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는 신문사의 대학랭킹 장사에서 비롯됐다. 신문은 알량한 대학광고를 더 따내기 위해 대학평가를 자처하면서 대학들을 포로로 만들었다. 평가기준의 문제점을 모두 알고 있지만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후진적이고 전근대적인 대학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학의 개혁과 국제적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이런 체제는 아니다. 우리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 많은 언론에 묻지 말고 차라리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보자.
  •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로 밝혀낸 가스공사 태만경영/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로 밝혀낸 가스공사 태만경영/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종이신문은 속보에서도 뒤지고, ‘원인을 얘기하기보다는 결과만 보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속보 전달이 늘어나면서 종이신문이 결과만 나열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면 탐사보도를 꼽을 수 있다. 탐사보도는 감춰진 진실을 캐묻고, 우리 사회의 썩은 상처를 터뜨려 새살을 돋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가 되는 현실이 항상 보도거리인 셈이다.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신문이 보도한 ‘주먹구구 가스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탐사보도 시리즈는 오랜만에 종이신문에서 만난 알곡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 산업용 액화천연가스(LNG)값이 2009년 t당 409.5달러에서 2012년 3분기에 617.3달러로 50.7%가 뛰었다고 밝혔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산업용 LNG값은 2009년 t당 354.5달러에서 2012년 2분기에 315달러로 11.1%나 내렸다. 특히 산업경쟁력을 나타내는 산업용 LNG값과 가정용 LNG값의 차이가 우리나라는 93%였지만, 일본과 미국은 40~50%였다. 가정용 LNG값이 조금 오르더라도 산업용 LNG값이 내리면 전력생산과 공장에서 사용하는 LNG가격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낮은 전력값과 상품값을 지불해도 된다는 것이다. 낮은 산업용 LNG값은 소비자 후생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제 LNG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가스공사는 외국의 가스공급업체와 향후 20년간 267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20조원의 국부 손실을 낳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가스공사가 가스 수입과 공급을 독점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독점하다 보니 가격협상력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인 태만경영을 하는데, 최근 국회에서 가스 수입과 공급에 대한 민영화 입법을 시도하자 이를 막기 위해 장기계약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국부 낭비를 시도했다고 비판한다. 기사에서는 우리나라와 에너지 사정이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 가스공사의 독점적 경영의 문제점을 잘 짚어줬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개발 중인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 가스수입원은 더 다양해질 것이다(4월 2일자). 취재진은 최소한 산업용 LNG라도 민간업체가 직수입할 수 있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좋은 지적이다. 아쉬움도 있다. 탐사보도의 묘미는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실마리를 제시하는 데 있다. 그런데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 있는 가스장기도입계약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단순히 가스공사가 ‘수상한 거래’를 했고, 해외에서 ‘슈퍼 갑’으로 접대받는다는 의혹만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수상한 점’이 무엇인지, 감사원 감사나 국정조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실마리조차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가스공사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비정상적인 가격문제만 반복적으로 보여준 한계가 있다. 또한 국회에서 추진하는 민영화 입법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산업계에 후생효과가 있는지도 좀 더 꼼꼼히 살펴봤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더 파고들어 후속보도가 있기를 기대한다. 탐사보도는 양날의 칼과 같다. 한번 빼들면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사회적 불신과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숭례문 5월 4일 공개] 숫자로 본 5년 3개월의 복구

    숭례문은 2008년 2월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2층으로 된 문루가 불타 내렸다. 이후 5년 2개월 20일간의 복구가 진행됐다. 당시 국민은 숭례문이 모두 소실됐다고 절망했지만 1층은 멀쩡했다. 2층 문루도 일부는 건질 수 있었다. 그래서 복원이 아니라 복구공사가 된다. 불에 그슬린 통나무를 적심으로 사용하는 등 숭례문 부자재로 활용했다. 투입된 총비용은 245억원으로 문화재청 숭례문 자체복구 비용 147억원과 기탁금 7억 5000만원, 신한은행 12억원, 포스코 3억원, 서울시의 관리동 건립비 9억 2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신응수 대목장과 이재순·이의상 석장, 홍창원 단청장, 한형준 제와장, 이근복 번와장, 신인영 대장장 등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참여했다. 복구에 동원된 인원은 총 3만 5000명이다. 신응수 대목장이 주도한 목공사에는 3968명이 참여했다. 목재는 국내산 육송 15만 1369재가 사용됐다. 25t 트럭 28대분이다. 화마를 피한 목재 6만 47재는 재활용했다. 국민들이 1만 855재를 기증했다. 복원에 사용된 목재는 문루 아래층(1층)의 경우 90% 이상이 기존 부재다. 2층 문루는 4개 고주(중심기둥)를 최대한 살렸고, 그 위에 새 나무를 덧대 화재의 흔적이 보인다. 단청 작업에는 1541명이 동원됐다. 안료는 12종 1332㎏이 사용됐다. 석간주(82㎏)와 호분(80㎏)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수입했다. 기와는 이근복 번와장 감독 아래 284명이 참여해 전통기와 2만 3369장을 지붕에 이었다. 암키와 1만 4991장, 수키와 7284장, 암막새 488장, 수막새 519장, 특수기와 96장 등을 사용했다. 대장장 신인영의 주도하에 251명이 철물을 생산했다. 못 등 31종 3만 7563개가 사용됐으며, 총무게는 6.3t이다. 방재 장치도 강화했다. 건물 안에는 스프링클러 장치, 건물 밖에는 소화전과 방수총을 북동, 북서, 남동, 남서 귀퉁이에 각 1개씩 총 4개 설치했다. 지붕 적심과 개판 사이에 방염천을 설치해 섭씨 1000도 이상 고온에서도 10분 이상 견딜 수 있게 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감정노동& 집단지성/정기홍 논설위원

    2009년 개봉작 ‘핸드폰’은 서비스업 종사자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 채 고객들을 대하는 고통을 그려내 주목받았다. 대형마트의 주임(박용우 역)은 웃음이란 마스크를 쓰고 언제나 손님을 살갑게 맞이한다. 어느 날 손님이 두고 간 꺼진 휴대전화를 찾아주려고 전원을 켜는 순간 “돌려줄 거면 전화를 받아야 할 거 아냐”라는 어처구니없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에 상응한 화풀이를 한다는 내용이다.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의 애환을 리얼하게 그려낸 영화다. 멀티소비의 시대, 어느 직종에서나 손님은 왕이고 종사자는 시녀처럼 행동해야 살아남는다.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1983년 자신의 저서 ‘통제된 마음’(The Managed Heart)에서 델타항공 여승무원들의 고통지수를 조사한 뒤 이를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란 용어로 정의했다. 감정노동자는 배우가 연기를 하듯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항시 웃어야 한다. 1970년대 이후 서비스업의 번창으로 산업에서 행동과 말이 중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감정노동 직종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승무원과 은행원, 간호사, 식당 종업원, 텔레마케터, 마트 점원 등 매우 다양하다.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의 ‘돌봄 노동’도 넓은 의미에서 감정노동에 속한다. 기업체 못지않은 지방 관청 창구의 친절도 ‘행정 권위’가 ‘공적 웃음’으로 옷을 갈아입은 감정노동의 또 다른 일면이다. 문제는 성희롱과 욕설을 견뎌내며 미소를 머금고 나긋나긋한 말과 몸짓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최근 사회복지사들의 잇단 자살은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해 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국 콜센터 상담원 2명 중 1명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니 그야말로 억지 웃음을 짓다가 병을 얻은 꼴 아닌가. 며칠 전 대기업 임원이 항공사 여승무원을 폭행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기업은 당사자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뒷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황당한 사건 이후 네티즌들이 신상털기에 나서 파장을 더하고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성의 힘이 기업의 사과를 받아내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다. 차제에 감정노동자의 방어권과 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선진 외국에서는 감정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상처를 산업재해로 인정한다. 우리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 몇 달째 계류돼 있다.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우리 사회의 천박함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