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단체 「자력성장의 길」열다/중앙회장 경선을 결산하면
◎과열선거로 내분 유발… 후유증 심각/공약남발 등 막을 선거제도 개선 서둘러야
농어민이 처음으로 뽑는 농림수산관련 단체장선거가 지난 19일 수협중앙회선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88년12월 농협법등 관계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 1월19일 산림조합중앙회장선거를 시작으로 농지개량조합연합회,축ㆍ농ㆍ수협등 5개 농어민단체가 차례로 경선을 통해 모두 첫 민선회장을 갖게됐다.
농어민단체가 단체장을 조합원이 뽑은 조합장에 의해 선출하게된 것은 우리사회 전반에 민주화 자율화 추세가 확산됨에 따라 소외계층인 농어민의 자주조직인 각 협동조합이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고 권익을 옹호하는데 크게 미흡한데다 관치조합이라는 비판이 집중적으로 나온데서 비롯했다.
이에따라 88년12월말 농어민단체법이 개정,공포되기에 이르렀는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회원조합장과 중앙회장 직선제도의 도입이었다.
당시까지 농어민단체는 중앙회장및 임원들이 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것은 물론이고 임명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각 단체와 무관한 군출신ㆍ공무원이었으며 그렇지않으면 각 단체의 지휘감독을 맡은 정부부처의 퇴직공무원들이 낙하산식으로 옮겨오기 일쑤였다.
이들 단체회장및 임원들은 따라서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단체도 농민의 자조ㆍ자립보다는 정부의 비호와 지원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정부 정책사업의 대행기관에 불과해 농어민의 불신을 받아왔었다.
이에따라 이번 민선 농어민단체회장은 과거의 관제회장과 달리 농어민의 이익보호를 위해 추곡수매가 결정,농수산물 수입개방의 대응등에서 정부와 국회및 각정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정부의 임명회장제에서 민선회장에로 바뀌면서 처음으로 실시된데 따른 산고때문인지 농어민단체를 꾸려갈 유능하고 덕망있는 경영자를 선출하기 위한 차분한 분위기가 잡히지 않고 과열로 치달아 후보들간의 인신공격을 비롯,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홍보전략과 금전살포설이 나도는등 정치권의 선거를 방불케했다.
이같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맞물려 중앙회와 단위조합은 임ㆍ직원들도 선거막바지에접어들면서 후보자들과의 혈연ㆍ지연ㆍ학연등 연고에 따라 나누어져 내분ㆍ갈등까지 빚어졌고 이 와중에 정상적인 업무 일부가 소홀히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등 그 폐단이 너무 컸다.
여기에 공정선거를 유도해야할 관련 부처 고위공무원들 가운데도 공공연히 특정후보자를 지원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또 정치권과 같이 인기에 영합하려는 공약남발도 적지 않았다. 이밖에 당선된 회장이 아닌 다른후보를 지원한 임ㆍ직원이나 조합장에 대해 보복인사내지 정책자금의 배분 등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주는 등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숱하게 뿌린 선거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회수할지도 걱정거리다.
물론 당선자들은 이는 절대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확언하고 있다.
이같은 선거결과와 부작용 내지 잡음등을 놓고 일부에서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어느나라도 중앙회장을 경선으로 뽑지 않고 있다면서 현 선거제도를 개선ㆍ보완해야 한다는 다소 성급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농어민단체중 농ㆍ수ㆍ축협중앙회장은 농어촌지도자일 뿐아니라 거대한 금융기관장의 성격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타당하느냐에 논란이 없지 않다.
현선거제도 개선론자들은 중앙회장을 조합장중에서 각지역대표를 호선,이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뽑거나 이들 대표가 돌아가면서 맡는 방안등을 내놓고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감사의 경우도 현행 선거에 의한 선출방식이 합리적이냐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외국의 제도◁
일본은 농협중앙회장의 경우 18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회의에서 추천돼 총회에서 투표가 아닌 거수에 의한 만장일치 방식으로 선임되어왔다. 부회장ㆍ감사ㆍ이사도 모두 중앙회장과 같은 간선방식으로 선출된다.
임원추천회의 위원 18명은 일본 전지역을 6개구역으로 나누어 각구역의 조합장중에서 호선된 지역회장 6명,지역회의 이사중 호선된 6명,6개지역 이외의 기타지역연합회 대의원중 호선된 6명등으로 구성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협중앙회에 해당하는 일본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도 조합장중 선거로 뽑힌 현(도)지회장이 모여 호선해 추대된다.
미국및 프랑스의 농협도 조합장중 호선된 지역대표로 구성된 이사회가 이사 중에서 회장ㆍ부회장을 선거없이 호선하고 있다.
서독ㆍ덴마크의 농협은 프랑스와 같이 구성된 이사회에서 중앙회장ㆍ부회장을 농과대학장이나,농과교수ㆍ농업전문가ㆍ경제전문가ㆍ농민단체장 중에서 추대한다.
대만도 농협의 경우 중앙회장은 이사회에서 호선되며 감사는 없고 감독관청이 감사를 맡고 있다.〈채수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