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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막처럼 황폐해가는 사회(사설)

    경찰관이 벌인 끔찍한 살인사건이 우리를 전율시킨다. 시민의 보호임무를 위해 지급받은 총기로 무방비한 시민을 넷씩이나 쫓아다니며 살해했다. 엊그제는 정복순경이 시민 주머니에서 소매치기를 하고 잡히더니 하룻사이에 이런 일이 또 벌어졌다. 경찰이 수십만 명은 되는데 그중에 어쩌다 정신병자 같은 자가 하나쯤 있었던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럴수는 없다. 무기를 「지급받아」 지니고 다니는 그들의 행동이 그렇게 제어되지 못한 채 광란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은 시민을 너무 불안하게 하는 일이다. 지급받은 총기에 아주 손쉽게 총알을 추가해서 가지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총기관리에 구멍이 뚫렸음에 틀림이 없다. 또한 범행을 저지른 김 순경이란 사람은 피살자 가족과 깊고 집요한 시비를 벌였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투서며 법정 고소사건이 오락가락했었다고 한다. 이런 사건들에 휘말린 경찰관이라면 그가 소속된 부서에서는 그에 대한 감독과 경계가 최소한도로라도 있었어야 했을 것 같다. 총기를 얼마든지 가까이 하는사람이,한편으로 복수심에 충만해 있었다면 범행의 충동을 받은 지는 오래되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경찰의 업무가 워낙 많고 절대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태여서 그런 일까지는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 제2,제3의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점이 심히 걱정스럽다. 이 사건이 우리를 전율시키는 또 하나의 문제는,주차시비 같은 사소한 시비가 이같이 끔찍한 살인사건을 결과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합리적인 질서생활의 훈련을 미처 익히기 전에 엄격한 질서에 의존하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는 사회체제로 들어서고 말았다. 주차시비는 그런 중에 대표적인 것이다. 차고도 없으면서 셋방주민까지 차를 소유해버렸기 때문에 남의 대문 앞이건 1차선 도로건 아무데나 차를 대놓고 들어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자가용 생활을 하고 있다. 아파트상가에 사람이 모여드는 영업이나 교회·학원 같은 것을 차리면 자동차로 몰려든 사람들이 아파트주민과 시비가 붙는다. 이런 일들이 시민간에 갈등을 확대·재생산하여 증오와 불화의 분위기를 사회에 충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거리에서 차량끼리 일으키는 부딪침,고의적인 보복과 그것에 이어지는 시비의 끝없는 반복들이 우리 사회를 사막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자가용시대가 예고될 때부터 이런 것에 대응하는 장치들이 연구되었어야 할 터이지만 우리에게서 그런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 우리의 불행을 낳고 있고 미래까지 연장될 게 뻔하다. 현직 순경의 끔찍한 보복살인 사건은 그 구체적 예시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조금 냉정하고 성숙하여 극단적인 결과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현재로서는 다른 길이 없다. 한 두번 화끈하게 분쟁했다면 타협하여 풀어버리는 지혜도 터득하는 것이 큰 불행을 막는 길이다. 어처구니없이 비명에 간 사람들과 그 가족의 불행이 가슴아플수록 사전에 순화되지 못한 갈등의 관계가 한스럽다. 가해자인 김 순경 역시 불행하기로 말하면 피해자보다 덜할 것이 없다. 천인공노할 죄인의 삶을 사는 운명만큼 큰 불행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기가 속한 사회와 가정 모두를 참담한 불행 속에 몰아넣은 그 죄값까지 생각하면 그의 불행이야말로 구제도 못 받고 용서도 못 받을 크고 끝없는 불행이다. 이 사건을 통해 함께 사는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반성이라도 있어야만 할 것이다.
  • 북한의 실상과 허상(사설)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렵다기보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일인독재와 철저한 통제로 차단된 폐쇄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살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도 북한당국의 연출과 안내에 따를 뿐 그 사회의 진솔된 모습과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참된 심성을 헤아리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이 북한에서 보고 듣고온 모든 것들을 그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는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7일 밤 KBS­TV가 방영한 「인류 최후의 황제 김일성이 퍼레이드」란 제목의 다큐멘터리영화는 북한이 그들 체제의 우수성과 결속을 과시하기 위해 얼마나 인간을 도구화하고 그 심성을 황폐화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준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88년 9월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건국 40주년 경축식에 초대된 폴란드의 한 젊은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스토리가 없고 1백만 대군중의 퍼레이드만 있을 뿐이며 들리는 것은 「만세」라는 절규뿐이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섬뜩한 느낌과 함께 『과연 저럴 수가 있는가』라면서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그러나 「퍼레이드」와 「만세」로만 점철된 이 영화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고뇌에 찬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완벽하게 통제된 사회라고 해도 사람의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표정마저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사회는 기본인권마저 무시되고 「하루에 두끼먹기운동」을 벌여야 할 만큼 생활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남쪽의 선거방해와 대남비방을 위한 각종 군중집회에 동원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북한에서는 예사로 일어나고 있으며 독재와 통제에 순치된 북한 주민들은 묵묵히 따르고 있다. 이같은 북한당국의 인간도구화를 이 한편의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국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엔에 가입하기로 결정했으며 핵사찰문제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또 대일수교를 서두르고 있고 대미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국제관계에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대남비방을 위한 선전·선동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김정일 사진이 부착된 불온유인물이 나돌자 북한의 방송들은 일제히 『친애하는 김정일 동지를 흠모하는 분위기가 서울을 휩쓸고 있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북한의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작태는 물론 북한주민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대내용이다. 국제적인 압력에 못 이겨 대외적으로는 유연한 몸짓을 보일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체제수호를 위한 강압적인 통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북한집권층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금까지의 그릇된 통치사고에서 벗어나 개방과 자유의 물결을 수용해야 한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에서 이미 『공산주의는 끝났다』고 선언한 마당에 북한만이 그 체제를 끝까지 수호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이제라도 북한주민들이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활이 질을 높이고 최소한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인간을 정치도구화 하는 정권은 언젠가는 반드시 망하고 만다는 냉엄한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기 바란다.
  • 저런 후보 이런 낙점/이재근 논설위원(서울칼럼)

    소설가 출신 중년 입후보자가 금품을 요구하는 유권자들 등쌀에 투신으로 중상을 입었다는 기사가 유난히 눈에 띈다.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 적어도 선량이 돼보겠다고 나선 이인데 아무리 홧김이라도 「그만한 일」로 몸을 던지다니 하면서도 오죽했으면 거기까지 갔겠느냐는 동정에도 이르게 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후보자를 투신케 한 유권자들도 물론 문제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유권자들 탓만인가. 진작부터 달콤한 말솜씨와 터무니없는 약속으로 그들을 유혹한 쪽은 누구이며 또 일부 후보자들끼리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어떤 것인가. 과열이다,타락이다 하지만 지지표받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분명하게 깨어있는 의식으로 당당하게 임한다면 흔히들 얘기하는 과열타락상은 잔칫집에서 더러 없어지고 깨지는 젓가락이나 종지그릇에 다름아닐 옥의 티일지 모른다. 후보자들의 은밀하고 조직적인 탈법행보가 있어서는 물론 안 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그들의 향응·금품제공에 맞들인 잘못된 시민들의 투표행위가 여기에 맞물리게 된다면 선거의 타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시민의 낮은 주권의식이 과열타락선거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시민적인 자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타락의 고리를 끊는 절제된 시민의식이나 고발정신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그래도 역시 깨끗하고 의연해야 하는 쪽은 선량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이어야 한다. 선량이란 사전풀이 그대로 「뛰어난 인물을 선출함」이거나 또는 「그 선출된 인물」이다. 다른 말로해서 양사이기도 한 것이다. 예부터 우리 젊잖은 전통사회에서 선량 또는 양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척 까다로웠다. 이른바 육덕육행 즉 충·의·성·인·지·화의 덕목과 효·우·목·검·약·휼의 궁행을 갖춰야 했다. 이 빠르고 다양한 시대에 육덕육행까지는 안가더라도 웃어른 모실 줄 알고 우애·화목하며 근검절약위에 적어도 남을 돕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는 이웃사촌이면 양사로 뽑힐 만하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전제가 있다. 돈이 너무 많거나 있는 돈 헤프게 쓰면서 대가를 바라는 사람은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돈많이 쓰는 후보자는 왜 안 되는가. 돈은 그것이 돌고도는 과정에서 반드시 검게 변질되는 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검게 변하면서 여린 데를 파고드는 돈은 모두가 목적과 방향을 향해 흐르게 마련이며 아울러 검게 변하는 돈을 쓰는 사람의 마음은 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대 로마에선 공직이나 민의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권세지향 후보자들은 순백색의 긴 겉옷(white toga)을 입었다. 우리식의 흰 두루마기일 것이다. 권력과 금력에 몰두하지 않고 속임수를 모르며 비굴하거나 변절하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때묻지 않고 청렴결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자 해서이다. 그것은 또한 주어진 지위와 공동체 구성원,그리고 그 명예에 대한 봉사와 헌신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어의 「후보자(Candidate)는 「흰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을 어원으로 한다. 우리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학식과 덕망이나 육행육덕을 두루 갖춘 사람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거기에 근접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데 보다 현명해야 할 것이다. 대체 지자제는 무엇인가.그것은 국민주권의 실현이다. 중앙관료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직업정치인들을 제치고 주민이 직접 내고장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과정이다. 기초의원들은 물론이고 광역의원들은 더욱 그러하다. 지방의원들은 월급도 없는 단순명예직이다. 회의수당이나 그야말로 차마비가 고작이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면책특권도 없고 비서딸린 사무실도 없다. 그런데도 하는 일과 해야 할 일은 더 많다. 지역사회의 발전을 기하며 주민편익과 후생복지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민생전반을 도탑게 하며 문화환경을 가꿔야 한다. 월급없이 봉사·헌신해야 하니 바로 명예인 것이다. 자원봉사자라고 함이 더 알맞을 것이다. 과열·혼탁이라지만 후보자들 중엔 깨끗한 사람­흰옷을 입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정당 보스들에 굽신대지 않고 지방관료들에 당당하여 해바라기가 되지 않는 평범한 시민적 양사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대개는 의롭게 고군분투할 것이다. 궁극적이며 본래적인 의미의 공명선거란 그 고장 유권자들이 그 냉정한 혜안으로 이런 흰옷의 후보자를 골라내는 데서 찾아진다고 하면 틀림없다. 선거란 묘한 것이어서 당선이 되겠다고 나선 쪽으로선 탈법이거나 비상한 행위는 오히려 예삿일이 된다. 당선이 눈에 보인다고 착각될 때에는 돈에 관한 한 어느 누구의 무슨 돈이고 끌어쓰게 된다. 그런 사람이 이유야 어떻든 더러 당선되기도 할 것이지만 월급없는 명예직인 지방의원이 그 큰돈을 벌충하려들면 무슨 짓거리를 할 것인가 한 번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일도 투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후보자가 몸담은 정당을 보고 사람을 택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 유권자 인식으로선 우리 정당들이 모두는 그 수준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지난번 야당의 한 의원은 그 중앙당의 공천행태에 분통을 터뜨리고 당을 빠져나오면서 『뒷골목 세계에서도 볼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것을 본 끝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내뱉은 일도 있었다. 그런저런 앞뒤를 살핀다면 선거에 있어 궁극적인 공명성 여부는 결국 유권자들 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말없이 그 혜안 번득이며 찍을 사람 점찍기 이전에 낙선시켜야 할 사람 고르는 일에 착수해야 하리라고 본다. 선거일이 엿새 남은 것이다.
  • “생계 타격… 더 참을 수 없었다”/화염병시위 막은 고대앞 주민들

    ◎폭력 재발땐 앞으로도 몸으로 막겠다/“민자당서 얼마나 받았나” 대들땐 서운 『화염병이 난무하는 과격한 시위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시민들이 나서서 폭력시위를 막아야 할 때입니다』 6일 하오 서울 고려대 앞 신제기로터리 주변 인도에는 이 지역 주민 7∼8명이 모여 앉아 지난 5일 이 학교 학생들이 벌였던 화염병시위를 막았던 얘기를 주고 받으며 『앞으로 화염병시위가 또다시 재연될 경우엔 주민 모두가 나서 막아야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경영하거나 시장에서 행상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 주변에서 빚어지는 화염병과 최루탄의 공방전 때문에 생계가 위협당하는 등 더 이상 고통스러워 참을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10여 일 전에 있었던 시위 때문에 매캐한 최루가스냄새가 아직까지 가시지 않아 어린이들이 목젖이 부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가면서까지도 인내해왔던 주민들은 한국외국어대생들의 정원식 총리서리 폭행사건을 계기로 급기야는 학생들의 화염병시위를 직접 몸으로 막고 나섰던 것이다. 『고려대 앞 신제기로터리에서는 5일 하오 5시50분쯤부터 이 학교 학생 4백여 명이 복면을 하고 쇠파이프를 든 것은 물론,언제나 그랬듯이 화염병을 투척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위대와 1백여 m쯤 떨어진 우신향병원 앞과 제기시장 입구에는 경찰이 최루탄발사차를 대기시켜놓고 학생들을 해산시킬 준비를 하는 모습도 보였지요』 주민들은 학교 철책울타리를 뜯어내면서 거리로 뛰쳐나와 구호만을 외칠 때까지는 「이젠 좀 자제하겠지」 하는 한가닥의 기대 때문에 거리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는 역시 무너졌다. 시위학생들이 또다시 화염병을 마구 던져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들 가운데 인도에 서 있던 20여 명이 시위대의 「선봉대」 앞으로 달려나가 도로를 가로막고 학생들의 진출을 막았습니다. 힘센 남자들은 시위학생들 사이에 끼어들어 「제발 화염병만은 던지지 말라」고 애타게 호소했죠』 주민들은 『이때 일부 학생들이 「민자당에서 돈을 얼마나 받고 이 같은 짓을 하느냐」 「누구의 사주를 받고 왔느냐」고 대들며 멱살을 잡고 삿대질까지 해댔다』면서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햇다. 『등에 아기를 업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돌아다니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선봉대」 학생들은 막무가내로 경찰에 화염병을 던져댔어요. 그럴 수가 있습니까』 주민들은 이내 목청을 높였다. 주민들이 나선 지 약 30분 지난 하오 6시20분쯤 됐을 때 시위학생들은 이들의 신분이 주민임을 확인하고는 『주민들과는 충돌을 빚지 말자』면서 준비한 5백여 개의 화염병 중 쓰다 남은 4백여 개를 들고는 더 이상 시위를 벌이지 않고 구호를 외치며 학교로 돌아갔다. 주민들은 학생들의 화염병시위도 막고 모처럼 최루탄 냄새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앞에서 「삼표석유」라는 조그만 석유소매상을 경영하는 곽상만씨(28)는 『그 동안 화염병 불을 끄는 데 사용한 소화기 숫자만도 수십 개나 된다』고 상기하면서 『이젠 어떤 명분으로도 화염병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말했다.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경영하는 윤성남 할아버지(71)는 『총리라서가 아니라 스승을 폭행하는 학생들의 행동이 개탄스러울 뿐』이라면서 『화염병을 못 던지게 하는 법을 강력히 만들어야 한다』고 분개했다.
  • 이 비통… 할말이 없다/정진홍 서울대 교수·종교학(특별기고)

    ◎“총리폭행” 캠퍼스 난동을 보고 김군에게. 할 말이 없네. 한밤과 한낮을 뒤척이며 겨우 자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할 말이 없다」고 하는 말 뿐임을 용서해주게. 그리고 이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언이라면 지금 자네에게 쓰는 이 글도 멈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할 걸세. 그런데도 나는 이 글을 이렇게 이어가고 있네. 이것은 참 어처구니 없는 역설이네. 하지만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자네가 어쩌면 짐작도 못할 곤혹스러움과 아픔의 끝에 겨우 발언된 것이라면,내가 자네와 같은 믿고 싶은 제자에게 그렇게 발언할 수 있기까지의 심정을 토로해도 좋으리라 생각되어 용기를 내고 있는 걸세. 이 마음을 자네는 헤아려 줄 수 있겠나. 생각해 보면 할말 없음의 정황이 벌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 때문만은 아니네. 자네의 동료가 매맞아 죽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내 기막힌 침묵은 시작되고 있었네. 아니,그 훨씬 이전에서부터 그래왔다고 해야 옳겠지. 어쩌면 그것은 자네들이 그처럼 한이 되어 외치는 분단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고,아예그 이전에 국권의 상실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고,그렇게 내친김에 아득한 민족사의 처음에까지 그 정상을 밀어올릴 수도 있을 걸세. 우리는 역사적 존재이니까…. 그러한 역사적 존재이기 때문에 역사의 주체이어야 하고 또한 역사를 새롭게 빚어 펼칠 책무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네. 그리고 역사적 현실인 사회의 구조와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넘어 그 개혁을 의도할 수밖에 없는 필연을 살아야 한다는 것,그 일에 젊음의 순수와 용기,그것이 몸짓되어 나타나야 한다는 당위도 그대로 승인되지 않을 수 없을 걸세. 사실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자네들의 그 삶의 방식이 부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네. 그리고 내 어설픈 삶의 실상이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면 그에 비례하여 자네들에 대한 희망과 신뢰가 점증하는 것도 사실이네. 그렇다고 한다면 「할말 없음」의 정황이란 실은 불가능한 것이었어야 하고 오히려 자네들의 소리에 공명하고 자네들의 몸짖에 내 몸짓도 어울려 춤사위를 빚었어야 했을 걸세.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네. 왜 그럴까. 왜 이런 비참한 꼴이 되었을까. 자네들은 이미 그 대답을 현란하게 전개하고 있는 줄을 모르는 바도 아니네. 기회주의적 비겁성,프티 부르주아의 소시민적 타성,반동,마침내 적이라는 선언을 주저하지 않는 데 이르기까지 자네들의 판단과 정죄는 거침이 없었네. 옳은 이야기지. 그런 대담성도 없다면 자네들은 희망의 실체일 수가 없을 걸세. 하지만 자네들은 좀더 여유를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 굳이 여유라고 할 것도 아닐세. 자네들의 그 투명한 인식속에 자네들과 「다른」 어떤 고뇌의 주체들이 현존한다는 사실을 승인하는 지평은 확보될 수 없는 것일까. 충분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같은 몸짓의 춤이나 동일한 소리로 발언하지 않는 현상의 분명한 현존을 다만 선악의 이원적 택일로 재단하는 그러한 태도 아니고는 접근할 도리가 없는 것일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그러한 태도가 지극한 독선,환상적인 나르시시즘일 수도 있으리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직해 볼 수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보세. 도대체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왜 개혁이나 혁명조차 추구하는가. 그릇된 체제,불의한 구조를 척결하려는 것이라는 대답은 너무 소박하네. 그것은 당연한 대답이고 직접적인 분노의 표적인 것은 틀림없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바른 체제,의로운 구조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다시 말해 분노를 일게 한 근원적인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이 사람답기를 바라는 꿈의 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릴는지 몰라도 그것 이상 어떻게 더 현실적인 묘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사람답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일세. 그것을 배신하는 어떤 의로움도,어떤 선도,어떤 혁명에의 기대도 우리는 그것을 승인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일세.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특정한 체제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자존을 지니는 존재인 것이고,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진정한 고뇌는 체제자체가 어떻게 형성되어도 남아있을 인간성자체의 문제에서부터 출발하고 그것에로 되돌아오는 것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세. 그렇다면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분노도,행위도 그것 자체로는 목적일 수 없는 다만 수단적인 가치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러기에 그것은 끊임없이 가변적인 것임이 역사에 의해 실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우리는 인간을 배신하는 수단적 행위를 인간답기를 지향한다는 구실로 정당화하는 기만을 살고 있네. 이것이 어제 오늘 우리가 겪는 참상의 본연이 아닌가. 김군,빈 그룻의 공허를 순수라고 속이면,사려없음의 무모를 용기라고 스스로 기만하면,단세포적 반응을 진리의 확인이라고 착각하면,사람다움이란 어디에 자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 있을 위험 때문에 고뇌하는 스승의 현존을 자네들은 끝내 외면하고 말 작정인가. 이 발언을 또 하나의 「정치현상」으로 환원하여 정죄하는 것으로 끝나도 우리는 정직한 것일까. 그러나,김군. 자네들만을 비난할 의도는 없네. 스승의 자리를 차지해온 몇십 년,그 세월을 자네들을 정직하게 만나고 살아보지 못한 내 부끄러움 때문이네. 그래서 결국 할말이 없네만 이 부끄러운 참회 속에 자네들의 참회가 어우러져 「참회의 공동체」를 빚고 싶다면 이것도 염치없는 욕심일까. 의로운 사회는 참회의 공동체를 모태로 하는 것이지 정죄의 공동체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터득할 필요가 있네. 우리는 인간이 아닌가. 김군,「할말 없음」의 발언이 너무 길었네,그러나 어쩌랴. 자네들에게 아니면 누구에게 이 발언을 하겠나….
  • 나라를 테러한 이 패륜/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공멸한다(사설)

    어처구니가 없다. 분노가 끓어오른다. 망연자실한다. 「일인지하만인지상」의 밀가루·달걀이 범벅된 얼굴은 오늘의 이 나라 일그러진 모습이다. 이것이 수출 10위권,국제 신인도 19위 나라의 자화상이란 말인가. 국무총리가 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다. 이 나라가 당했다. 어찌하여 나라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싶어 침통해지는 마음을 가누기가 어려워진다. ○못된 버릇 조장한 결과 오냐 오냐 조동으로 키운 손자,할아비 수염을 뽑는다고 했다. 버릇을 제대로 못 가르친 앙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손자」들은 할아비의 수염만 뽑는 것이 아니다. 망건도 망가뜨리고 얼굴도 할퀸다. 그도 모자라 넘어뜨려서 올라탄다. 못되게 구는 버릇을 진작에 바로잡아놓지 못한 결과가 그것이다. 학장·총장실을 점거하고 스승의 머리를 깎고 멱살잡이하며 폭언을 했을 때,그때 단단히 혼을 냈어야 한다. 그렇건만 자기에게 떨어진 불똥이 아니라선지 유야무야 넘기기가 일쑤였다. 그러면서 「일리」가 있는 양 옹호론을 펴는 부류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만능방패인 「민주화」를 내세우는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그 못된 버릇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못된 버릇은 상습화하고 면역을 심어 나왔다. 그 잘못된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잘못된 죽음까지를 잘못된 죽음이라 가르치지 못했다. 입으로만 건성으로 그러지 말라면서 그들의 잘못된 죽음을 영웅시함으로써 오히려 그 길의 선택을 미화하고 나섰다. 그들이 못된 어리광 부리는 「손자」들에게 가르친 것은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였다. 도대체 「민주화」라는 것의 정체가 무엇이었던가. 인성이 마모되고 규범과 예절을 어겨도 괜찮은 것이었던가. 그렇게 해서 「쟁취」한 민주화로써 과연 무엇을 기대하려 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어른들은 지금도 「백병원」과 「명동성당」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오늘의 이 시점에서 수염 뽑히는 할아비들은 하나같이 어른 노릇 못한 점에 대해 자책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양식들은 많았고 그를 부추기는 잘못된 어른들의 행태 또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양심들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들을 다부지게 야단치는 일에만은 선뜻 앞서려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내편 아니면 적으로 치는 흑백논리의 악의에 찬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질타할 줄 아는 어른으로 그런 점에서 최근의 김동길 교수나 김지하 시인,박홍 총장 등의 준절한 타이름과 꾸짖음은 모든 어른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그들의 질타에 대해 재야나 운동권은 「배신자」로 낙인 찍었지만 그것은 「민주화」를 내세우면서도 얼마나 비민주적인 생리를 지녔는가를 말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현실적 이익에 좌우되어 한 언행은 아니지 않았던가. 그같은 영혼의 소리를 「배신」으로 몰아붙이는 독선에 대한 질타가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바로잡힌다. 그렇게 나무랄 줄 아는 「양식의 용기」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 공권력의 행사에 대한 인식도 바로잡혀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한 막연한 선입관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당한 행사에까지도 조금만 과격하면 곧장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그러나 공권력의 위축은 남용되고 오용되는 행사 못지않게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선진 제국에서의 가혹하고 냉엄한 공권력 행사의 사례를 우리도 알고 있지 아니한가. 잘못된 버릇을 바로잡는 첨병인 공권력에 대해 그것이 신중하고 올바른 행사일 때 국민적인 뒷받침을 해야 마땅하다. 공권력과 대등하게 「대치」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안녕 질서를 해치는 존재가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성회복에 지혜 모을 때 일언이폐지하여 한 나라의 재상이 학원 안에서 학생들에 의해 집단폭행을 당한 일은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정 총리는 총리로서보다도 먼저 교육자적인 양심으로 못 다한 강의를 보충하기 위하여 예전에 하던 대로 대중교통수단으로 학교에 가서 강의를 했다. 이런 스승에게 제자들은 폭행으로 보답한 셈이다. 위아래도 없고 법도 없고 예절도 없고 우악스런 폭력만이 있는 사회라 함을 내외에 과시한 꼴이 되지 않았는가.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우리가 제아무리 잘 살게 되고,또 그들 과격학생들이 주장하는 「민주화사회」가 된다고 해도 우리의 심성이 이렇게 황폐해지고 우리의 도덕률이 이렇게 와해되어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불행해질 수밖에는 없다. 남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겸손을 잃고 나만 주장하면서 편을 가르고 내 뜻에 거슬리면 행패와 폭력으로 나온다 할 때 이 세상의 선의와 미덕이 어디에 발붙일 수 있다고 하겠는가. 이번의 정 총리에 대한 폭행사건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심각한 시각에서 출발하는 대응이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타난 현실에의 대응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근원적인 병리가 무엇이며 어디에 연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통찰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이와 유사한 혹은 그보다 더 흉악한 사단도 배제할 수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행복의 기준을 지나치게 물질 쪽으로 설정한 나머지 인성을 잃어온 데 대한 성찰을 하면서 그 회복운동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배우고 배우지 못하고 또는 가지고 가지지 못하고에 관계없이 오늘의 우리는 자족과 겸허를 잃고 욕망과 오만에 차 있다. 배타와 아집에 차 있다. 정 총리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다시 한 번 그것을 읽는다.
  • 「총리폭행」 국무위원 긴급간담 내용

    ◎“법질서 확립,결연한 정부의지 보일때”/폭력세력에 총체적 대응 시급/사도 파괴한 패륜행위로 규정/이번 사태계기 공권력 정당성 회복해야 4일 하오 최각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국무위원간담회는 전 국무위원이 비통한 심정과 국민에 대한 송구그러운 마음을 표현한 가운데 2시간 넘게 정 총리서리 폭행사건에 대한 본질과 사회적 충격에 관한 진지한 의견을 나누고 정부의 대책방향을 토의했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있은 국무위원들의 발언요지. ▲최각규 부총리=이번 행위는 국가와 정부에 대한 직접적 도전행위이고 사회윤리와 도덕을 짓밟는 행위이며 사도를 파괴한 패륜적 행위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이종구 국방장관=국가와 정부에 대한 체제파괴세력의 계획된 도전이 아니고서는 이와 같은 지각없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겠는가 개탄스럽다. 이것은 국가의 수치다. 좌익 폭력세력에 대한 척결의지가 수차 천명됐음에도 아직도 그들이 뻔뻔스럽게 거리에서,학원에서 활개치고 있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더욱이지금은 범죄와의 전쟁선포 시점인 만큼 국가와 정부에 대한 도전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따라서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김동영 정무1장관=이번의 봉변은 나라전체의 위신에 대한 먹칠이다. 이를 계기로 사회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과연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가. 불순세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하고 있는가 등의 문제를 제기해 새로운 각오와 대책을 세워야지 또 다시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현재 사노맹 등 불법단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안정을 바라는 국민 대다수의 염원이다. 지금 모처럼 이룩한 경제발전의 상황에서 이같은 사태가 방치되면 우리는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 동안 민주주의의 대가를 많이 지불해왔는데 지금은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을 당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강력한 정부,강력한 법집행만이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 수호를 가능케 할 것이다. ▲김기춘 법무장관=패륜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부족할 정도로 학생들의 행동은 규탄돼야 한다. 우리사회를 파괴하려드는 세력이 아니면 어떻게 이같은 행동을 저지를 수 있었겠는가. 어떻게 생각하면 이같은 사태는 예견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 동안 수없이 파출소가 습격당하고 수많은 전경들이 부상당하고 목숨을 잃어도 누가 비분강개 했었는가. 이런 것을 우리 정부가 또 지식인·사회지도층이 간과해왔기 때문에 오늘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현시점에서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국민은 공권력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비판하고 있지만 아울러 나서야할 때 주저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도 냉엄하게 비판한다는 것을 명심해 지금부터 행동으로 준엄한 법집행을 보여주겠다. ▲이상연 내무장관=운동권이 민주화로 미화되던 시대는 지났다. 민주화를 부르짖던 세력의 실체를 국민이 알게 됐으며 이들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가져줄 때 정부의 공권력행사가 뒷받침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제도권 정당,지식인,언론,사회지도층 등 각계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할필요가 있다. 지난번 공권력행사의 차질로 공권력이 너무 위축당하곤 했는데 앞으론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총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요망된다. 공권력도 중요하지만 배후세력,체제전복세력,용공세력을 이 사회에서 고립화시키는 노력에 모두 동참해야 한다. ▲윤형섭 교육장관=교육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내일 전국대학총·학장협의회가 열리는데 정부도 정부지만 학교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 ▲최창윤 공보처 장관=폭력을 주도하고 이에 가담한 학생들을 철저히 가려내 학사적,형사적 책임을 묻고 학원폭력을 근절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장기적 해결책은 현행 교육제도의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권,학교당국,사회각계가 학생운동을 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번 사태를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아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어령 문화장관=우리가 공권력만 얘기했지 공권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화기반은 부재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지식인들이 보여준 역할은 몇 개 사단 이상의 위력을 보여줬다. 10명의 의인만 있었어도 소돔성이 망하지 않을 수 있었듯이 우리도 모든 지식인·지도층이 나서 입을 열고 용감한 의인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소수의 좌경세력이 무엇이 두려운가. 민주화를 부르짖던 이들의 진정한 실체를 국민이 알게 됐다. 법과 질서를 갈망하는 것이 국민의 합의사항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대책을 수립해 나가자. ▲김진현 과기처 장관=도덕성 회복이 시급하고 이를 통해 정부정책과 공권력의 정당성을 회복하자. 지금이야말로 정부·지식인·사회지도층 모두의 일대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해원 서울시장=이번 사태를 학원사태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사회 전반의 전환점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민에 대한 정부의 신뢰도 회복돼야 한다. ▲최 부총리=결론적으로 대증적인 대응보다는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대책을 관계부처가 철저히 수립,시행토록 하자. 그리고 국민의 신뢰라는 차원에서 지금이야말로 엄청난 책임감이 정부에 부여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관계부처별로 단기·장기대책을 세워 확고한 대응을 해야 한다.
  • 정치권의 자정이 「공명」 이끈다/권기진 정치부장(데스크시각)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대화와 순리가 어디론가 실종해버린 것 같다. 산업발달로 사회가 복잡·다기화됨에 따라 이같은 민주적인 기본요소들이 제대로 지켜져야 살아가기가 편해지는 법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대화와 순리가 통하지 않고 무시되는 일이 비일비재다. 우선 오는 20일 광역의회선거일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부터 무슨 선거 때면 으레 등장하는 금품거래·각종 불법행위 같은 단골메뉴들로 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공천후유증」 여야 모두 공천을 싸고 돈들이 오갔다는 잡음 때문에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당원들이 집단탈당하거나 당지도부의 공천결정에 불만을 품은 지역구 의원들이 탈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재력있는 후보자를 많이 공천한 여당과 일부지역에서 공천 자체가 당선을 의미하는 신민당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민자당의 어느 의원은 공천희망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탈당계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신민당의 어느 의원은 당의 공천에 반발,「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라며 탈당해버렸다. 공천을 싸고 수억대의 금품수수 사례가 있다는 정보에 따라 사직당국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공천희망자로부터 돈을 받은 여당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는 미루고 있어 여론의 비난이 높다. 이러한 모든 사태가 순리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닌가. 공당은 공정하게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으며 사직당국은 법질서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긴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당선가능성이 높은 덕망있는 인사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후보로 결정하는 것이 공천이다. 그런데도 이를 지키지 않고 마치 장사를 하듯 돈을 주고받고 공천을 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에 불만이 있는 의원들은 중이 절 떠나듯이 당을 떠나버리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그 의원과 소속당을 믿고 밀어준 지지자들이 느낄 실망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며칠 동안 서울 도심인 명동성당과 백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어느 「치외법권」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비록 일부 학생과 재야인사들이긴 하지만 이들은 숫제 법질서를 무시하고 선동시위를 벌여 일반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법집행이 정지돼 풀려난 인사가 재야단체활동에 앞장서고 있는가 하면 구속영장을 집행하러간 검사가 폭행을 당하고 그냥 발길을 돌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이 나라 수도 한가운데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법질서마저도 실종 일부 과격학생들은 데모를 했다하면 화염병을 던지고 파출소 등 공공건물을 습격하는 등 폭력시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평화시위는 찾아보기 어렵고 진압하는 전경과 공방전을 벌이는 것을 보면 흡사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 이 지구상에서 우리처럼 과격한 시위를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왜 우리는 이처럼 얻는 것 하나 없는 소모전을 부질없이 벌여야 하는지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모든 문제를 극한적 투쟁으로 쟁취하려고 하면 하나도 얻지 못하고 전부를 잃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깊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사회를 안정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길인가를 찾아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이 시급하다. 오늘날과 같이 국제적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여야 정치인들은 조속히 표류하는 정치권을 정상궤도에 진입시켜 정국을 수습하고 광역의회선거가 공명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광역의회선거는 공명선거의 정착여부를 가름해볼 수 있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의 기초의회선거에서는 불법·타락 양상이 크게 줄어들어 공명선거 정착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러나 이번 광역의회선거는 기초선거 때와는 달리 정당의 참여가 허용되고 있어 정당간에 치열한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열·혼탁 양상이 더욱 심해지고 불법행위가 판을 쳐 모처럼 뿌리내리고 있는 공명선거풍토가 흔들릴 우려마저 없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여야는 하루빨리 공천후유증을 수습하고 공명선거실시방안을 논의,실천에 옮겨야 할 책무를 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당은 무엇보다도 정국을주도,야당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 동안 돌출했던 시국사건 때처럼 뒷짐지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선거정국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더욱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제대로 파악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할 때다. 때마침 신민당이 공명선거방안 논의를 위한 여야중진회담 개최를 제의한만큼 이를 여야 대화재개의 기회로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화와 순리 존중을 야당은 야당대로 선동적인 장외투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창 농번기에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고 선관위와 선거법 위반 논란을 벌이고 있는 장외집회를 강행하는 것은 광역선거에 이용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신민당은 최근 서울과 부산집회에서 안정을 바라는 민심의 소재를 잘 파악했을 줄 안다. 우선 여야부터 대화와 순리를 존중하는 데 슬기를 모아야 할 것이다.
  • “이럴수가…” 경악·분노/「정 총리 외대 봉변」소식에 모두가 흥분

    ◎“민주화를 외치면서 폭력 쓰다니…/스승에 대한 보답이 주먹질인가”/패륜적 작태… 관련자 전원 엄벌/김 법무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개탄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도덕과 인륜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는가. 정원식 국무총리서리가 3일 하오 한국외국어대 교육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도중 이 학교 학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계란과 밀가루세례를 받은 사실을 보고 국민들은 경악과 함께 하나같이 개탄해마지 않았다. 국민들은 정 총리서리가 3부 요인의 한 사람이라서기보다 오랫동안 교단에서 생활을 해오면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온 스승의 입장에서라도 학생들의 그와같은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아무리 이해관계와 의견을 달리 한다 해도 더욱이 아무리 철없는 학생들의 행동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이번 사건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문사에는 학생들의 폭력행동을 꾸짖으며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폭력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기도했다. 이날 TV뉴스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는 연세대 송복 교수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스승으로서 교단에 마지막으로 선 사람을 끌어내 학생들이 폭행하는 교육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송 교수는 『스승의 머리를 강제로 깎고 총장 사진을 밟고 다니는 등 최소한의 도리마저 잃은 학생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무창씨(영창건업 대표)는 『학생들이 정 총리를 폭행한 일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비록 정부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내각 수반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 『정 총리가 이날 자신의 강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학교에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총리에 대한 폭행일 뿐 아니라 스승에 대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희씨(57·여·문성국교 교사)는 『정 총리서리로서가 아니라 교수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마지막 강의를 하러 간 것을 학생들이 집단으로 폭행을 한것은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김 교사는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바로 일으켜세우기 위해서라도 집단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을 반드시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기영 부장판사(서울민사지법)는 『한 나라의 내각 수반이 학생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뿐더러 한 시민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면서 『총리가 자신의 마지막 교수로서의 직분을 다하기 위한 자리에서 변을 당한 일은 어른과 스승을 공경하는 우리 사회에서 더더욱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야인사인 「전민련」 조직부장 김형민씨(31)는 『문교부 장관까지 역임한 총리가 대학조차도 자유스럽게 출입하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면서 『정부는 학생들의 잘잘못을 떠나 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는가를 냉전하게 판단,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일 변호사는 정 총리에 대한 학생들의 폭행소식을 듣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학생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아무리 정의롭다 할지라도 진리와 이성을 탐구하는 상아탑에서 폭력행사는,더욱이 한 나라의 총리에 대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관형씨(31·삼성전자 근무)는 『요즘 시국상황에서 재야단체 회원이나 운동권 학생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국의 총리가 스승의 입장에서 고별강연을 위해 대학을 방문한만큼 최소한 스승의 대우를 했어야 했다』면서 모두들 제자리·제위치에서 이탈해 목소리만 높이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논어에 나오는 『군군 신신 민민에 학학」이라는 문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주동자 학측에 따라 처벌” 교육부 교육부는 이날 밤 윤형섭 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사태수습책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대학측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속히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주동학생들을 가려낸 뒤 학칙에 따라 처벌할 것도 아울러 지시했다. 윤 장관은 이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에 죄송”/외대 이 총장 회견 한국외국어대 이강혁 총장은 4일 0시20분쯤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수사기관과는 별도로 진상을 조사해 관련학생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학칙을 엄격히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주장하는 「참교육」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폭력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공권력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만큼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전모의 여부 집중 수사” 경찰 김기춘 법무부 장관은 3일 밤 정원식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학생들의 폭행사건을 보고받고 『학생들이 스승을 폭행한 이번 사건은 인륜도덕과 예의범절을 거스린 패륜적 사태로 동기여하를 막론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자 전원을 색출해 엄벌하라고 검찰과 경찰에 지시했다. 정구영 검찰총장도 이날 밤 사건에 대한보고를 받고 『이번 사건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건 전모를 철저히 파악해 관련자 전원을 검거,엄단하라』고 관할 서울지검에 긴급 지시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서울지검 북부지청 장재 특수부장을 반장으로 하는 수사전담반을 편성,이 학교 총학생회장 정원택군(23·경제학과 4년)과 총학생 부회장 김경헌군(22·중국어과 4년),학보사 편집장 홍용희,문화부장 백경선(23),상경대 학생회장 박상우군 등 학생회 간부 5명이 이번 사건을 주동한 것으로 보고 4일중으로 이들에게 검찰로 나와줄 것을 요구하는 출두요구서를 보내기로 했다. 경찰도 이날 이완구 서울시경 3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반을 편성,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특히 학생들이 정 총리의 강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밀가루와 계란을 준비해 이날 정 총리에게 던진 것으로 보고 사전모의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 먼저 죽음을 안식시키라(사설)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시신을 떠메고 거리를 헤매며 죽음을 수모스럽게 하는 이런 짓을 해도 괜찮은 일인가. 죽음에 당면하면 우리는 애도를 한다. 흉한 죽음에서 성스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엄숙한 애도일 뿐이다. 그것이 죽음에 대한 최대의 예의다. 「장례」의 본 뜻도 그런 것이다. 상여는 뒷걸음을 치지 않는다. 그래서 장의차도 뒷걸음치기를 않는다. 그런데 강군의 주검을 담은 운구행렬은 되돌아가 이미 출발했던 원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런 비례를 한 이유를 「장례위원장」이라는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힘을 마지막 싸움에 쏟아 붓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결정적인 싸움」이란 어떤 싸움이고 왜 「마지막 싸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사람들의 싸움을 위해 예의 갖추어 장사지내져야 할 주검이 이렇게 이승에 붙잡혀 구천을 헤매는 고혼같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특히 민망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은 「정의」와 「양심」같은 가장 좋은 낱말을 빌려 입고 장례를 싸움의 무기로활용할 궁리에 차있는 장례위원회의 나이든 세대들을 보는 일이다. 거기 가세하여 정치적 장외투쟁의 판을 벌이는 세력도 딱하고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젊은이의 한스런 죽음에 끼어들어 정치적 이득을 챙겨보려 했던 정치인의 모습을 사람들은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이 유권자이기도 할 것이다. 병원의 영안실은 주검이 머무는 곳이다. 산사람과 구분하는 정도의 기능을 할 뿐만이 아니라 주검의 조건에 따른 과학적 처리와 관리를 하는 특수한 장치를 가진 공간이다. 이 공간을 출발한 시신은 설사 「노제」를 못 지냈다 하더라도 유택을 향해 정해진 도정을 밟지 않을 수 없는 물리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불가피하고 거의 절대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강군의 유해는 「학생회관」으로 되돌아왔다. 영안실로 돌아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면서까지 「싸움의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무슨 싸움인가. 정말 이것이 「민주화」를 위한 싸움인가. 과연 이런 방식의 「싸움」을,그들이 칭하기 좋아하는 「국민」이 원한다고 생각하는가.마침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망자」가 남긴 소리에 귀기울이고 싶어도 산자의 욕심가득한 구호소리가 가로막는 이 방해전파투성이의 장의를 통해서는 들을 수가 없다. 나이 많은 세대의 지혜는 사려깊음에 있다. 그런 지혜로 한번쯤 되돌아 생각해 보라. 만약에,시인처럼 여리고 교육자처럼 깊은 아량을 발휘하여 부모다운 용기로 『가엾은 강군을 우리 고이 보내자. 그 죽음을 안식하게 하고 남은 우리 힘으로 그의 죽음이 남긴 억울한 원혼의 설움을 풀어주자. 젊은이의 생명이 우리의 투쟁보다 더 귀하다』고 말을 하는 어른들이었다면,진실로 많은 「국민」은 그 현자같은 태도에 머리숙여 그들이 펴려는 뜻에 공감할 것이다. 시신을 뻗쳐놓고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는 행동을 가장 파렴치하고 비정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다. 장례를 예사로 「무기연기」하는 발상을 지닌 한줌의 기성세대가 열에 떠 냉철한 사고력을 잃은 젊은이들을 유도하고 있는 일에 우리는 분노를 느낀다. 젊은세대는 앞으로도 계속 성숙하므로 이성을 찾고많은 사람이 떨어져나갈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분노를 심어주고 그것으로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이런 「싸움」을 계속할 만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폐일언하고 죽은이를 안식시키라. 우리 모두가 애도할 수 있도록 엄숙하고 조용하고 품위있게 보내드려라. 그러지 않는다면 어떤 섭리의 노여움을 사게 될지도 모를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든다.
  • “한국 학생시위 배경은 「민중사고」”

    ◎불지,“반압제·반외세 민족투쟁의 한서 비롯”/미지선 “분신은 민주개혁 방해할지도” 비판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14일 사설을 통해 『한국에서 시위학생의 죽음을 두고 폭발한 여론의 분노는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는 정당화하기가 어려울 만큼 한국 국내를 강타했다』고 지적하고 특히 한국내 일부 급진세력의 노태우 대통령 퇴진 요구는 『로스앤젤레스 경찰관의 폭행사건을 두고 부시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어처구니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저널지는 이날 최근의 한국사태를 다룬 「한국의 열병」이란 사설에서 『한국의 핵심 급진파들은 이 나라가 이미 독재와 결별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를 원치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분신의 가장 슬픈 측면은 이 급진파 순교자들이 자유의 대의를 위해 기여하지 않고 그걸 방해하는 것인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1987년 한국에서 수십만의 근면한 중산층이 거리에 나와 민주화를 요구했을 때 민주법칙을 구현하기 위한 계획과 시간표를 발표한 사람이 바로 노태우였으며,그는 또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고 상기시키고 『노 대통령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선택을 지켜나가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지도 15일 다시 최근의 한국정부­반정부세력간의 긴장·대치상황을 전하면서 많은 학생·근로자들이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지난 87년에 있었던 정부­반정부 세력간의 충돌 때와는 달리 중산층 및 일반 사무직 근로자들은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런지 노태우 대통령은 최근의 격렬한 시위에도 불구,흔들리지 않고 있는 모습이며 그의 보좌관들도 최근 사태로 정부가 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타임스는 그러나 노 대통령 측근들도 한국 학생들 및 반정부세력의 최근 가두시위가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로부터 높은 물가,심각한 공해로부터 경제성장의 둔화 등에 이르는 내정에 노 대통령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많은 한국민의 안타까움·불만에서 비롯된 것임을 시인하고 있다고 밝히고 노 대통령이 각종 여론 조사에서 매우 저조한 지지율을 얻고 있으며 10% 미만일 때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격화되고 있는 한국 학생시위 배경에는 학생과 지식층의 전통적인 반압제투쟁과 민족적 신비성을 갖는 「민중」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고 프랑스의 르 몽드지가 15일 분석했다. 르 몽드지는 전 정권(5공)에 비해 현저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현 정권하에서 「극단주의」가 점증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는 가운데 학생시위는 조선시대로부터 5공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나타난 지식층과 학생들의 반압제투쟁 그리고 이같은 상황에서 형성된 민족적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군철수·통일 등에 있어서의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학생들이 87년과 같은 일반의 지지는 얻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 반압제 투쟁에서 나타난 결단과 용기 등 부인하기 힘든 정통성을 갖추고 있다고 전제하는 가운데 과거 박정희 정권과 5공 정권의 탄압과 「거짓말」이 오늘날 학생들의 대정부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학생들은 현 정부를 이전정권의 상속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르 몽드는 학생시위의 역사적 배경으로 또 「외국세력과 특권층」의 압제에서 비롯된 「민중의 한」을 지적하면서 민족적 신비성이 짙은 이 사고를 통해 학생들과 일부 지식인들은 민중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의 뿌리를 탐구해왔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학생시위의 「정열적」 요소는 바로 이같은 민족주의적 신비성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분신」은 이 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보안법 유지,정치범 존재,광주사태 재규명 등 현 정권의 민주화를 피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르 몽드는 덧붙였다. 이 신문은 그러나 급진학생들의 핵심부분은 4천∼5천명에 불과하며 상당수는 지하 마르크스주의 연구서클에 가입돼 있다면서 이들 학생조직에 일부 반체제 및 노조가 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꾸짖을 수 있는 용기를 내시오/장석영 사회부장(데스크시각)

    K교수님! 지금 우리는 크나큰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하늘은 혼돈의 먹구름이 뒤덮힌 채 좀처럼 개일 줄을 모릅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돌풍도 아직까지 잠을 자려들지 않고 있습니다. 교수님. 착잡하고 암울한 마음을 한동안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얼마전 교수님과 제가 만났을 때 우려했던 바대로 위기국면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병인진단 시급 교수님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두고 교수님이나 제가 그대로 앉아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닙니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교수님 우리가 오늘의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먼저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하듯이 원인 분석을 빨리,그리고 정확하게 내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해서 먼저 왜 젊은이들이 죽음을 택했는가를 깊이 반추해 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병인을 알아냈다면 치료도 서둘러야 되겠습니다. 며칠전 강경대군의 죽음에 이어 젊은 대학생들의 분신이 잇따르자 교수님은 우리의 사회병리를 모두가 정치권의 잘못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옳은 말씁입니다. 그때 저는 교수님의 분석에 동감을 표하면서 그밖에도 많은 원인이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저는 당시 저의 시각이 옳다고 주장했습니다만 최근 독자들로부터 신문사 데스크로 걸려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접하고 더욱 저의 시각이 맞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저에게 걸려온 전화내용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큰 아들은 전경으로 근무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대학 1학년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한 어머니는 눈물 머금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루도 잠을 편 히자는 날이 없습니다. 대학생과 전경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모두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봅니다. 정치지도자들이 대권에만 정신을 팔고 정쟁만 일삼아 왔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불행을 가져온 것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무슨 문제가 생겨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일인데도 방관하거나 일부에선 문제를 더 부풀리고 있어요. 참으로 한심한 작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독자는 문제의원인을 대학자체에 있다고 했습니다. 『대학이 그동안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닙니까. 대학은 지식교육만 했지 어디 지성교육을 했습니까. 더욱이 이번 학생들의 죽음이 몰고온 소용돌이가 전국을 진동시키자 일부이긴 합니다만 학생들의 눈치만 살피는 교수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요. 학생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면 이를 꾸짖고 옳은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 교수들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없는 교수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소신있는 교수」 절실 교수님. 이 독자는 민교협에 가입되어 있는 교수들의 동조농성행위에 대해 격한 어조로 힐책했습니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농성에 가담해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그 독자는 경찰의 시위과잉진압에 대해서도 힐책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학내문제에 경찰이 학교안까지 들어가고 달아나는 시위학생을 끝까지 추적해서 폭력으로 진압하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의 시위양태도 문제입니다. 화염병은 무기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싸운다는 지성인들이 반민주 행위를 하면 되겠습니까.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고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발 대학생들은 이성을 갖춘 지성인의 자세로 돌아가야 합니다』 교수님. 마지막으로 전화내용을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안타깝고 답답해서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말씀을 드린다는 이 독자는 학생들의 자살행위를 영웅시하는 일부 사람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 자식을 잃은 부모만큼 마음 아파할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강군이 사망한 지 벌써 열하루째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화를 부르짖다가 젊음이 죽어갔는데 이를 정치투쟁에 이용하다니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그런 일은 마땅히 규탄 받아야 합니다. 언론은 또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물론 모두 잘못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교수가 학생들의 잘못을 꾸짖자 학생들이 이를 야유하는 대자보를 붙였는 데 언론이 한낱 웃음거리로 취급했더군요』 교수님. 독자들의 전화내용은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그렇다고 또다른 병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질만능주의의 팽배라든지 호화사치 풍조라든지 하는 망국병들은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사회에 정신세계를 도덕적으로 지탱해줄 지주가 없다는 점입니다.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가치규범이 붕괴된 지 오래됐습니다. 쓰러져 없어진 이 가치관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않고서는 이 암담한 수렁 속에서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교수님.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모든 것을 알면서도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적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당국자도 교수도 언론인도 학생도 이제는 침묵을 지켜서느 안됩니다. 역사의식을 갖고 난국을 풀어나가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합니다. ○새 「정신지주」 세우자 토인비가 말했듯이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긴장된 역학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역사는 제공합니다. 우리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지금 못풀면 다음 세대에서라도 풀어야 합니다. 민주화의 숙제,분배 정의의실천이라는 숙제,남북통일이란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 숙제는 목청을 높이거나 폭력을 써서 풀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풀어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먹구름을 걷어내고 찬란한 5월의 태양을 맞이해야 겠습니다.
  • 학생들의 교수 집단폭행(사설)

    학생들의 폭력행위는 엄격히 제재되어야 한다. 학생이 폭력을 휘둘렀을때 학생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구나 학생이 교수에게 폭력을 가했다면 그것은 패륜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성균관대의 김정탁교수가 사소한 시비 끝에 이 학교 학생 3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을 허탈한 심경으로 바라보면서 느낀 감회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교수는 지난 28일 학교구내의 일방통행을 어기고 승용차를 몰고오던 학생들과 마주쳤는데 학생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자 차에서 내려 교수임을 밝힌뒤 길을 비켜줄 것을 요구했고 학생들이 이를 거부하는데 화가 치밀어 한 학생의 뺨을 때린 것을 신호탄으로 학생들이 집단구타 했다는 것이다. 보도의 내용만으로는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으나 이 경우 사태의 본질은 당시의 상황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수에게 집단으로 폭력을 휘둘렀다는데 있다. 설사 스승에게 잘못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자가 불손한 언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전통윤리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먼저 잘못을 저질러 놓고서 이를 지적하고 훈계하는 교수에게 폭력을 가한 이번 사건은 극심한 분노의 감정과 함께 가누기 어려운 아픔을 느끼게 한다. 김교수의 기막힌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한 분별없는 행동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폭력의 대상이 된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운동권 학생들이 학원민주화라는 명분아래 저지른 것들이고 그 때문에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변명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학생들의 잘못이 용서될 수 없고 또 되어서도 안되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경우와도 성격이 판이한 어처구니 없는 패륜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김교수를 집단구타 할때 「교수면 다냐」는 폭언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내뱉은 이 한마디가 우리의 대학현실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학생들이 교수를 대하는 시각이 어느 정도 비뚤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바로 「교수면 다냐」이다. 「총장이면 다냐」 「학장이면 다냐」 「교수면 다냐」라는 반목과 갈등의 앙금이 학생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면 우리의 대학현실은 참으로 암담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은 열심히 공부하고 착한데 극소수의 잘못만 들어 전체를 꾸짖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발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학생의 교수폭행이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당국이나 교수들도 개탄만 할것이 아니라 이같은 비도덕적인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학당국은 학생들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정직하고 공정한 학사행정을 펴야 하고 교수는 교수의 본분과 사명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겸허한 자기 성찰과 함께 학생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몸가짐을 한시도 쉬지 않고 닦아 나가야 한다. 이번 사건이 교수와 학생의 바람직한 관계정립을 위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수서의혹」 낱낱이 밝혀 의법조치”/청와대/특별감사·수사의 파장

    ◎“감사협조” 결론만… 계파간 시각차 뚜렷/여/박 시장등 파면을 요구… 자체조사 나서/야 수서지구택지 특혜분양 의혹파장은 김윤환의원(민자)이 또다른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개입설을 발설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관련기관으로 지목받고 있는 청와대와 민자당·민주당은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정치권의 로비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장병조 문화·체육비서관의 개입으로 곤혹스런 입장을 겪고있는 총와대는 7일 상오 정해창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가진후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의법조치만이 최선의 「진화책」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피력. 김영일 사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하면서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이 사건의 배후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 김수석은 『노대통령도 이 사건을 보고받고 심히 불괘해하고 어처구니 없어했다』고 전한 뒤 『깨끗한 정부를 지향하는 6공화국의 의지에 비추어 사건의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며 따라서 정부도 할수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규명할 것』이라고 피력. 김수석은 장비서관이 개입된데 대해 『장비서관이 서울올림픽 조직위 기획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서울시 올림픽기획단장이었던 강병수 현 한보주택 사장과의 친분 등 인연이 있어 상궤를 벗어난 민원처리를 한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고 『지금은 어떠한 부정이나 비리를 덮어두거나 은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며 용납될수도 없다』고 부연. ▷민자당◁ 6일의 당무회의를 통해 「감사원의 특별감사에 최대한 협조 및 철저한 진상규명 희망」을 당론으로 집약한 민자당은 이날 고위당직자회의를 열고 수서문제를 논의했으나 참석자들 대부분이 걱정만 한채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박희태대변인이 전언. 민자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민정·공화계와 민주계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사태해결을 위한 묘책은 제시되지 못할 것이란게 당주변의 관측. 민정계는 사건의 핵심이 점차 청와대 압력유무에 쏠리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 또한 「수서택지분양의 전면 백지화」 여론이 비등하자 민정계는 당초 입장에서 벗어나 이를 수용하려는 분위기. 민정계의 한 중진은 『어차피 이번 사건이 원만히 수습되기 위해서는 속죄양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장병조 청와대 비서관과 정태수 한보회장의 구속가능성을 강력 시사. 또다른 고위당직자는 사태확산의 장본인인 민주계의 김운환의원을 겨냥,『아무리 국회의원이지만 안뒤 가리지 않고 내뱉을 수 있느냐』며 과거 야당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듯한 김의원의 폭로성질의에 강한 불만을 표시. 반면 민주계는 김의원의 행동에서 보듯이 철저한 진상파악을 통해 『모든 것을 까발리자』는 강도높은 분위기가 대체적. 김의원의 주장이 신문에 보도되기전인 6일 낮12시30분 서울시내 모호텔에서 김봉조의원의 소집으로 최기선·강삼재의원 등 민주계의 김영삼대표 측근들이 긴급회동을 갖고 김운환의원으로부터 이번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듣고 그 대책을논의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민주계의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대목이라는 분석이 유력. 김대표의 한 측근은 『이번 사건에 관한 한 민주계는 타 계파에 비해 순수하다』면서 『우리는 가능한대로 모든 것을 밝히고 싶지만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지시한 청와대입장도 있고 해서…』라고 말해 묘한 여운. 민주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수서문제 의혹의 증폭을 통해 ▲청와대·평민당간 내각제 추진 협의설 봉쇄 ▲당내 월계수회 약화 ▲수서의혹과 모 최고위원의 연관기도 등을 얻어내기 위한 「다목적용 노림수」가 아니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평민·민주당◁ 평민당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전날 김대중총재의 수서지구 특혜분양 사건에 대한 「선조사 후백지화」 방침이 석연치 않은 태도로 여론에 투영되자 즉각 백지화 방침으로 급선회. 평민당은 이와함께 이번 수서 특혜분양 파문이 평민당 지도부 쪽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사건의 초첨을 청와대 등 행정부 쪽으로 집중시킬 의도인듯 ▲박세직 서울시장,윤백영 부시장,장병조 청와대비서관등 관련자에 대한 파면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 등을 요구하는 한편 허경만부총재를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 그러나 평민당측은 이번 파문에서 일단 면책된 민주당측이 전날 이기택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평민당의 비리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민자·평민 양당을 싸잡아 매도하자 곤혹스러운 표정. 박상천대변인은 이와관련,『수서특혜 사건에 청와대·행정관료의 관련 여부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민원처리」를 한 평민당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오해하기 쉽도록 말한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면서 『자신의 위상을 높여보려는 술수』 『선동적인 자세』라는 등 마치 여당이 야당을 공격하듯이 이총재를 맹비난. 이에대해 민주당측은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과 함께 김대중총재가 당소속 이원배의원의 주선으로 지난해 6월과 8월 주택조합측 민원인들을 만나기 훨씬 전인 지난해 1월께에 한보측의 토지매입 및 주택조합측과의 거래과정상 의혹이 크게 보도됐던 점을 겨냥,『수서분양 뒤에는 한보가 있다는 사실이 지난해 초부터 보도됐는데 평민당이 이를 몰랐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라고 힐난. 민주당은 이날 총재단·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특별검사제 ▲국정조사권 발동 ▲노태우대통령의 해명 및 사과가 사태수습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한편 자체 진상조사 작업에 박차. 당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행정부내에서 장병조 청와대 비서관 이상 고위층의 개입 가능성과 김대중 평민당총재와 26개 조합측 대표의 면담 과정에서 한보측의 로비개재 가능성을 중점 추적하고 있다』고 귀띔.
  • 「힘깨나 쓰는 사람들」의 부조리(사설)

    『혹자시리즈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말이 대낮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왕왕거리며 울려나오고 있었다. 뇌물외유 의「혹」,예체능계 부정입학 의「혹」,수서 의「혹」이 줄을 이으니까 「높은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곤「혹」,또 곤「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빈정거림투가 가득한 프로에 다이얼을 고정시켜놓고 있는 택시기사는 『…그게 다 힘깨나 쓰는 사람끼리 하는 짓들이지 우리네하고야 상관이 있나』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과연 그렇다.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총집합하여 합동연출로 만든 총체부조리의 파노라마가 「수서의혹」이다. 여야,관,권력 있는 조직,튼튼한 기업,언론에 이르기까지 맞들어가며 꾸민 일이다. 그일로 이익을 만들어 살찐 기업이 더 살이 찌고,「자격없는 무주택자」들은 투기맛을 즐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혹자」와 관계되어 들먹여진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또 있다. 로비자금 받아서 가족동반 「외유」도 하고 주머니에 챙겨넣은 의심까지 받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잇속을 챙겨가며 입학부정에 참여한 대학교수들도 상위계층이다. 「양심적 지도층」이기를 기대하는 최전열의 집단이다. 결혼식장이나 상가에 수출을 옮겨다 놓은 듯이 밀집하는 화환이 사회문제가 된지는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의연히 기승을 부리는 이 풍속에 철퇴를 내리기 위해 당국은 어느날 급습조사를 하여 「명단공개작전」을 폈다. 거기 걸려든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야 국회의원,동창회장,친목회장 등이다. 역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다. 사회를 날마나 「곤혹」에 빠지게 하여 아무일도 못하게 하는 사람들의 정체가 바로 이렇게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이제 염증이 난다. 합법적 여부나 부정,비리 무자격 탈세같은 죄목들이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좀 드러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화이트칼러 범죄는 상류계층의 도덕적 각성없이는 바로잡히지 않는다. 법의 맹점을 악용하여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이 계층의 사람들이 적극적인 탈법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는데 더욱 심각함이 있다. 법적으로 흠이 있는 일을 「공식」으로 강압한 흔적까지 있고 작당하여 조직화한 혐의까지 있는 것이다. 나라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이적행위를 하려는 집단의 조종을 받은 것이라도 아니라면 온갖 혜택받은 계층이 이럴수가 없겠다. 지하철좀 늦었다고 역사를 때려 부수고,요금 물어내게 하고,임금시비를 벌이다가 덮어놓고 칼부림하는 어처구니없는 불법이나 폭력행위를 떳떳하게 나무랄 수도 없게 만드는 것도 이 『힘깨나 쓰는 사람들의 부조리』다. 약삭빠른 처신으로 치부도 하고 호사도 누릴지 모르지만 그렇게 뿌려진 악취로 오염된 사회의 해독에서 자신들도 보호받을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을 너무 모르는 것같다. 그들 때문에 아무 죄없이 오염의 해독으로 질식해가는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 죄값도 힘깨나 쓰는 사람의 부조리계층이 져야 한다. 우선 그런 대상부터라도 확실하게 찾아졌으면 좋겠다.
  • 분유 8천t 올 수입방침/낙농가선 반발

    지난해 봄만해도 남아돌던 분유가 젖소의 과잉도태로 부족한 상황으로 뒤바뀌어 올해 8천t이 수입된다. 30일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우유 총수요 예상량은 1백95만3천t인데 비해 생산량은 1백84만8천t으로 추정,지난해 재고를 감안할 경우 8만t(분유로 환산하면 8천t)의 공급부족이 전망됨에 따라 부족분을 축협을 통해 수입키로 했다. 이에따라 우선 4월까지 2천t의 분유를 수입하고 나머지는 수급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수입할 방침이다. 이에대해 낙농육유협회 등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5월말에도 분유 재고가 쌓인다면서 마리당 15만원의 장려금까지 주면서 젖소 도태를 유도하더니 이제는 모자란다며 수입방침을 세운 것은 어처구니없는 정책부재라고 지적,분유수입을 강력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도태된 젖소는 11만8천마리로 전년(6만5천마리)보다 5만3천마리(82%) 많은 것이며 지난해 계획량(11만4천마리)에 비해서도 4천마리(3.5%) 더 잡은 것이다. 한편 지난해말 현재 젖소 사육두수는 50만4천마리로 전년(51만5천마리)보다 1만1천마리 줄었다.
  • 「예술계」 교육의 근원적인 문제(사설)

    예능계 입시부정 사건이 확대되면서 우리를 더욱더욱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예술교육 전체가 총체적으로 오염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실과,그것이 단지 자녀를 대학에 보내겠다는 열망에서만 자행된 「범행」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광맥잡기」에 투자하는 행위였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과 비리를 산란하고 부화시켜 대물리며 진행되게 하는 일에,예술적 명문집안의 후예까지도 서슴없이 가담했던 것이다. 그 2대 3대들이 전수받은 같은 수법으로 부정을 이어가게 되어 있는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지금이나마 드러난 것은 불행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분야에서 부패의 소문과 냄새가 새어나오기 시작한 것은 10년,20년 전부터의 일이다. 처음에는 일부 타락한 사대에서 맴돌던 것이 전체로 전이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대응도 생사를 건 대수술이 되지 않으면 소생시키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 입학 비리와 연관된 대학교수는 아주 작은 혐의라도 확실한 것이기만 하면 교수자격을 회수해야 한다. 예술과 교육의 이름으로 부도덕한 일에 연루되는 것에는 가혹한 응징이 가해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교육적으로 다소 이의가 있을지 모르지만 혐의가 인정되는 해당 학생들에 대해서도 온정이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부정은 값을 치러야 한다는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그들은 미래의 비리를 잉태하고 있는 부정보균자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준 성인이므로 부모와 함께 부정을 공모한 일원이라는 차원에서 차단되어야 한다. 이와함께 예술교육의 원천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예술적 재능이나 기량과 관계없이 대학입학의 수단으로 예술전공의 대학에 간 그들은 대학을 나오면 비슷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다시 비슷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다시 비슷한 방법으로 예술전공 학생을 양성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면소재지까지 구멍가게 수보다도 많은 음악·무용·미술학원들이 들어서 정작 예술의 싹은 자르고,재능있는 아이들은 흙속에 묻히게 하는 우리 현실도 현행의 모순된 예술교육제도의 소산이다.대학에 예술학과가 수두룩하고 한해에 분야마다 수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교수진은 대부분이 실기교수로 채워져 있다. 대학의 예술과는 예술 실기만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다. 그런 뜻에서 예술계 대학의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해묵은 지적이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그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뜻에서는 국공립 예술학교의 설립문제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예술교육은 그 특수성을 살려 예술학교에서 양성되는 체제를 많은 나라가 전통적으로 택하고 있다. 예술학교 설립을 기득권의 침해쯤으로 생각하고 대학교수들이 반대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예술학교나 예술학원을 통해 실기를 전수하거나,대학에서 교육을 하거나 역할은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예술계 대학과 같은 구조와 비리인 수련의,교수·교사채용의 부조리와 부정도 같은 강도로 척결되어야 한다. 걸프해안의 기름바닷물을 뒤집어쓴 물새처럼,오염되기에 이른 학생을 양성하는 우리의 교육계를 정화하기 위해 우리는 비장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되리라고 생각한다.
  • 무참히 깨진 농촌 총각의 「결혼 꿈」/박현갑 사회부기자(현장)

    『뜻이 맞는 아내를 맞아들여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더니…』 9일 상오 서울 종로구 혜화동 고려대 부속병원 영안실에서는 서울여자와 맞선을 보려고 상경했다가 승용차에 차여 숨진 농촌 노총각 두기동씨(33)의 홀어머니 박기분씨(59)가 오열하고 있었다. 두씨가 어처구니없는 변을 당한 것은 지난 7일 상오2시45분쯤. 4남2녀 가운데 셋째인 두씨는 나이 30을 넘기면서 여러차례 맞선을 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해 실의에 빠져있다가 지난 1일 서울에 사는 누나(39)로부터 『괜찮은 서울처녀가 있으니 맞선을 보라』는 연락을 받고는 사뭇 들뜬 마음으로 상경했다. 변을 당하기 하루전인 지난 6일 밤에도 누나 집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혼례문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새벽2시40분쯤 여관방을 잡으려고 누나집을 나왔다. 낯선 지역에서 택시를 기다리다가 그만 어처구니없게도 승용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8시간 남짓만에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어머니에게도 효도가 극진하고 주위사람들에게도 예의범절이 깍듯해 마을 어른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었는데…』 조카가 죽었다는 소식에 전북 옥구군 수산리에서 헐레벌떡 올라온 두씨의 작은 아버지 두경돈씨(62)도 끝내는 말을 잇지 못했다. 농촌으로 시집오려는 처녀들이 없어 농촌총각들이 노총각으로 늙으며 결혼을 못해 자살까지 하는 현실이지만 서울까지 올라와서 선도 보지 못하고 비명에 간 두씨의 사연은 오늘날의 농촌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주위사람들을 더욱 안쓰럽게 만들었다. 두씨를 친 사고차량의 운전자는 나이어린 대학생이었고 그는 운전면허를 빨리 따겠다는 생각만으로 겁도없이 한밤중에 몰래 아버지의 승용차를 몰고나와 시내에서 주행연습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 노상강도에 뺏긴 「진학의 꿈」/오승호 사회부기자(현장)

    ◎고입시 망친 학생,문걸고 몸져 누워 서울 월계중학교 3학년인 권양순군(15)과 권군의 부모는 요즘 실의에 빠져 있다. 성적이 반에서 7∼8등 안에 드는 상위권이며 학교에서 모범을 보여온 권군이 고입 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에 강도를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해 그만 진학의 꿈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고입 연합고사날인 지난 12일 아침 월계동 집을 나선 권군은 수험표와 수험용 연필 5자루,비상금 1천원을 갖고 차분한 마음으로 고사장인 석관고교로 향하고 있었다. 고사장은 집에서 2㎞쯤 떨어져 있었고 걸어서 25분쯤 걸리는 거리였다. 권군이 성북구 장위3동 월계체육관 옆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을 때인 상오8시10분쯤 20세 가량으로 보이는 청년 3명이 달려들어 『수험생이니 제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달라』는 사정에도 아랑곳 없이 주먹과 발로 뭇매를 때리고 현금 1천원을 빼앗은 다음 수험표까지 뺏어 찢어버리고 달아나 버렸다. 『그래도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온몸에 멍이 들도록 얻어 맞고 피를 흘리며쓰러져 실신해 있던 권군은 이런 일념으로 2시간쯤만에 깨어나긴 했으나 이 때는 이미 1교시 시험이 끝날 무렵이었다. 간신히 길가로 기어나와 전화통을 붙잡고 집에다 연락,부모와 함께 경찰에 강도신고를 한다음 고사장인 석관고 감독관실을 찾아가 사정을 호소해 보았으나 끝내는 3교시 시험만을 양호실에 앉아 겨우 치를 수 있었다. 평소 공과대에 진학하려던 권군의 꿈은 고교진학에서부터 잔인한 강도들의 소행으로 깨져버리고 말았다. 월계중학교측은 1년간 책임지고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나서고 있긴하나 권군과 부모의 좌절과 실망을 달랠 수는 없었다. 시험을 치르고 난 같은 반 친구들이 설악산으로 2박3일 동안 졸업여행을 떠난 13일 밤 늦게까지도 권군은 식음을 전폐하고 이틀째 방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드러누워 있었고 이를 보다못한 부모들은 마루에 앉아 긴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 고입 수험길 강도에 앗긴 진학꿈/돈뺏고 뭇매

    ◎실신깨어 고사장가니 3교시/시험장에 폭력배 들어와 집단 폭행도 고입 연합고사날인 12일 상오8시10분쯤 서울 성북구 장위3동 월계체육관 앞길에서 20세 가량의 청년 3명이 시험을 치러가던 권양순군(15·월계중 3년)을 마구때려 실신시키고 현금 1천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권군은 이날 월계2동 집에서 고사장인 석관고로 가던중 청년 3명이 부근 석계역 굴다리 아래로 끌고가 학교·학년·주소 등을 물어보고는 마구 때렸다는 것이다. 권군은 이들에게 수험생이니 시험을 치르게 보내달라고 수험표까지 보여주며 사정했으나 청년들은 수험표를 뺏어 찢어버리고 권군이 갖고 있던 수험용연필 5자루까지 부러뜨려 버렸다. 권군은 범인들이 달아난 뒤 이마와 코 등에 피를 흘리며 2시간쯤 의식을 잃은채 쓰러져 있다가 1교시 시험이 치러지고 있던 상오10시25분쯤에야 깨어나 집으로 연락,달려온 부모와 함께 상오11시55분에야 고사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2교시가 거의 끝났었다. 권군은 양호실에 앉아 3교시 시험만을 겨우 치렀다. 이날 서울 시내에는 수험생들을 보호하고 수송을 돕기 위해 경찰관들이 배치돼 있었다. 권군은 성적이 반에서 7∼8등을 하는 상위권이었다. 권군의 아버지 권운경씨(40)는 『시험날 수험생이 강도를 만나 시험조차 치를 수 없다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개했다. 한편 이날 상오10시15분쯤 송파구 오륜동 보성고등학교 3층 제31 고사실에서도 10대 소년 10여명이 몰려와 고사를 치르고 있던 서울 B중 3년 2명과 재수생 김모군(16) 등을 걸상과 주먹으로 10여분간 마구때려 머리가 깨지는 등의 상처를 입히고 달아났다. 이날 이 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유모군(15·B중 3년) 등은 『1교시 시험을 마친 뒤 교실에서 쉬고 있는 사이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인 10대 10여명이 갑자기 교실안으로 몰려와 김군 등을 집단 폭행하고 옆에 구경하던 학생들도 마구 때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겁에 질린 수험생들에게 『조용히 하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나간뒤 2교시 시험이 끝나자 다시 들어와 3층 복도에서 10여분간 『까불지 말라』며 위협하다 시험이 시작되자 돌아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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