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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테네/에기나섬의 갈매기(아랍서 지중해까지:15)

    ◎설백의 날개끝 에게해 파도 “넘실”/스크루 휘말린 고기 향해 힘차게 내려꽂는 모습에 탄성 절로 그리스인들의 색채감각은 진솔하고 직재적이다.그들은 자신들의 전통이 어디서 비롯되고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깨닫고 생활감각으로서 뿐만 아니라 상징으로서의 그런 주조색을 서슴없이 선택한듯이 보인다.하양과 파랑. ○흰색·파란색 주조 흰색은 말할 것도 없이 햇빛의 그것에서 따 왔을 것이고 바닷물빛에서 끌어온 듯한 푸른 색은 또 거의 코발트 블루에 가깝다.이 두 색깔과 몇몇 보조색이 어울려 풍토와 기질을 특징적으로 드러내면서 비할데없는 미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벼랑 너머 구릉에 다 붙여 줄지어서서 바람을 견디고 있는 그들 전통가옥의 소쇄한 아름다움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작은 창과 짙은 그늘이 드리운 좁고 긴 출입문의 그 하얀 돌집들이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화면에 나타나기만 하면 아무리 시시한 영상도 일순 밀도가 달라지는 듯하면서 불가사의 한 긴장감을 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이것도 필자의 편애가 일으키는 착각일까.시멘트의 현대식 건물들로 거의 들어차 있다고는 해도 언덕에서 바라보는 아테네시의 전경이 주는 인상 역시 거기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이것은 도장의 문제가 아니라,거기에 조화되는 주위 경관과 사람들의 전통적인 생활인습이 함께 어우러져 제풀에 만들어 내는 색감인 것이다.똑같은 빛깔이라도 가량 시간이라든가 인고라든가 거기 스며밴 그런 요소들의 농담에 따라 그 느낌이 천양지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상식이다.흰 벽을 한 집들의 유난한 아름다움은 스페인의 알함브라궁에서 내려다 본 언덕바디의 회교마을이나 그라나다 교외에 있던 민중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작은 2층 유택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느낌이 어딘가 약간씩 달랐던 것도 같다. 아테네 사람들의 그런 색채감각이 더욱 돋보이면서 집약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곳은 아마 피레우스 외향일것이다.거기 정박한 크고 작은 배들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것이다.대개 하양,파랑,혹은 어쩌다 검정과 주황색 부분채색으로 도장이 된 그 배들은 의젓한 자세로 물속에 닻을 내리고서끊임없이 무슨 사연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헤일 수 없을만큼 수효가 많다든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 보인다든가 하는 인상같은 것은 언외에 속한다.그 모습은 진솔하다는 느낌을 너머 탁 트인 호방함까지 곁들이면서 사람을 들뜨게 만들기에 족했다.아토미카호라는 이름의 중간크기 객선에 올라 우리는 지체않고 에기나 섬으로 향했다.이 섬은 에게해와 지중해 연안에 떠 있는 천여개가 넘는 그리스의 섬들 중에서도 한시간 반 남짓의 거리밖에 안되는,아테네에서는 두번째로 가까운 섬이다.하루 일정만 아니었더라면 그리스 역사상 가장 영욕이 심했던 섬의 하나인 크레타이거나 히피와 쟁이들이 우글거린다는 미코노스를 사실 필자는 보고 싶었다.흰 십자가와 굵직한 청색선 다섯개가 단순하게 가로로 죽죽 내질린 그리스 국기가 이제서야 온전히 생기를 되찾은 듯이 몸을 뒤채며 깃대 끝에서 펄럭이고,눈더미를 그대로 쏟아붓는 듯한 물 이랑이 그물 끝에서 그대로 긴 길을 만들면서 따라왔다. ○날개끝엔 검은 점 그 묘하게 생긴 갈매기들은 배가 그렇게 반시간 남짓이나 물살을 가르던 무렵 쯤에 무슨 계시처럼 우리 머리 위로 한두마리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은 어떴는지 몰라도,솔직히 필자는 이번 여행의 시초부터 어딘가 석연찮은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발길 닿는대로」라고는 했지만 무엇이 여행의 동기였는지 그것부터가 아직도 분명한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후세인이 벌인 하트라 축제에 초청을 받았다든가 신문·잡지에 견문기를 쓰기로 한 일들은 외형상의 구실이나 여건에 지나지 않는다.신선한 이국풍물이니 무슨 중뿔난 문화감각의 개안이니 해도,그렇게 거쳐온 나라들의 식당에 이쑤시개 같은 것이 비치 돼 있었든가 없었든가 하는 그 정도의 심도가 고작이었을 것이다. 어찌된 셈인지 아테네에서의 마지막날 밤 예의 이 피레우스항부근에서 커다란 도미찜 하나로 네 사람이 배를 불린 「그레코」라는 식당을 제외하고는,어느 나라에서도 이쑤시개가 비치된 식당은 없었던 것 같아 이런 일도 곤혹스러운 기분에 일조를 한 것 같다.그런 나라 사람들은 그것이 전혀필요치도 않을만큼 이빨들이 모두 짐승처럼 튼튼하다는 말인가,아니면 그들의 그 문화감각이란 것도 아직 외래객의 이빨끝에까지는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인가. 바로 머리 높이에서 날고 있는 새를 바라보면서 필자는 아마 그 비슷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가슴이 뽀얗고 설백의 날개 바깥쪽으로는 옅은 회갈색이 스미듯이 번지면서 끄트머리에 검은 점이 악선트처럼 찍혀 있는 놈들인데,우리 연안의 갈매기들보다는 약간 몸통이 작고 좀더 날씬한 것도 같다.활짝 날개를 펴고 움직임을 멈춘 채 바람을 타고 이쪽과 눈을 맞추다 갑자기 사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는 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수효가 불어났다.물이랑이 쉴새없이 소용돌이치는 고물부근에 앉아 있던 일행들이 저도 모르게 몸들을 일으켜세웠다.이놈들이 어디로 사라졌지 하는 순간에도 시야 한쪽으로는 또다른 날개와 부리를 들이밀면서 갈매기들은 정신이 다 멍할 지경으로 십여마리씩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며 따라오고 있었다. 콸콸대는 파도의 뱃전 너머로는 멀리 보이기 시작한 섬의타는 듯한 주황색 해안선이 그네뛰듯이 오르내리고,그러자 갈매기들은 마치 팔매질을 당한 듯이 제가끔 물 위로 힘차게 내려꽂히기 시작했다.스크루에 휘말린 고기들을 건져올리는 것이다.어떤 그럴듯한 풍경 앞에서도 생각이 나지 않던 「장관」이란 소리가 새들의 그 적나라한 생태 앞에서야 저도 모르게 얼핏 떠오르면서,일행 틈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우리를 환영하러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아유 저놈들 참!』 그 어떤 선명한 정경이나 사태도 지나놓고 보면 마치 몽롱한 꿈결같은 법이다.필자는 도리없이 이번 여행의 동기를 다시 한번 제풀에 떠올렸다.결국은 우물속 같은 그 모든 국내사정이나 짓누르는 개인적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발을 내디딘 격밖에는 되지 않는다.다른 일행들이야 동기가 어떨 값에,그럼에도 무엇이 정말로 문제인가라고 할 때는 「자유」라는 소리 외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또 있을 수도 없었다.그렇다.사람을 찐드기먹이고 옭아매는 그 모든 사정으로부터 훌훌 벗어나는 자유가 아니라,그런 사정들과 어떻게 긴장을 유지한 채 균형을 잡고 버티어낼 수 있는가 할 때의 그 「자유」였을 것이다.방금 본 갈매기들의 그 생태와 비상은 마치 「자유」라는 막연하기 짝이 없는 그런 개념의 구체적인 실상 아니면 그 현실적인 이행과정의 촉감이거나 이미지처럼 필자의 가슴을 호되게 친 것이다. ○자유의 표상처럼 배가 닿자 선창이 열리고 오토바이에 몸은 얹은 일단의 젊은이들과 선객들이 왁짜하니 섬으로 빠져나갔다.흰색·코발트색·핑크색으로 예쁘게 단장한 타베르나와 카페들은 손님맞을 준비로 부지런히 식탁을 훔치고,인근에서 실습을 왔는지 노란 옷을 입은 유치원 꼬마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병아리처럼 떠들면서 우리 앞을 지나갔다.거대한 잉크병을 그대로 자빠뜨려 엎질러놓은 듯한 모래톱,거기 동화처럼 끌어올려져 몸들을 말리고 있는 갖가지 모양과 크기의 배와 보트와 그런 풍경의 아름다움을 새삼 왈가왁부해서 무엇하겠는가.수블라킨가 뭔가 하는 꼬치요리를 점심으로 먹은 것도 같은데 그 미각을 되씹고 탄상할 여유가 있을 리도 없었다.의문이 풀리기 시작한 여행의 동기는 스스로에게 그만큼이나 사뭇 중대한 사건이었다는 것일까.일행과도 헤어져 종아리를 물에 담근 채 한나절이나 멍하니 필자는 그러고 앉아 있었다.누가 뭐래도 이 맑은 바다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에게해에 한번이라도 발을 적셔보기 위해 사실은 이번 여행을 떠나온 것같다」고 썼다가 그 과장이 멋적어 찢어버렸다.방파제 그늘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남녀의 그림자나,이쪽 끄트머리에서 연방 허리를 굽히면서 한쪽 다리로 물장난을 치고 있는 고독해 보이는 한 이국소년의 모습이 이제는 새삼 감동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리도 없었다.기념품가게 앞을 어슬렁거리다 말고 필자는 좀전에 먹은 생선요리의 값을 우리돈으로 환산해보았다.아마 7천∼8천원쯤 되었을 것이다.그런 멍청한 상념 속에도 「자유」라는 말의 뉘앙스는 어김없이 그대로 스며배어 있었다.그 때문이었던가,섬을 떠날 무렵에 일행과 길이 엇갈리면서 일어난 그 어처구니없는 실종소동 같은 것은 더구나 언급할만한 것이 못된다.아테네를 뜨던 전날 밤늦게 영화관에서 대한 베르톨루치의 「리틀 부다」의 선선한 감동이 그나마 그때까지 식을 염을 않고 있던 그 들뜬 감정을 다소나마 가라앉혀주었을 뿐이다.
  • 경상대교수 검찰소환 응하라(사설)

    검찰이 지난 24일 새벽 「한국사회의 이해」라는 이적성 교양교재를 주도적으로 집필하고 강의한 진주 경상대교수 두명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나 실패했다고 한다.검찰은 이들 교수가 은거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 대학 도서관등을 3시간에 걸쳐 수색했으나 이미 잠적한 뒤여서 구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들은 지금껏 교내농성을 하면서 세차례에 걸친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해왔고 성명등을 통해 교재의 이적성을 부인해왔다.게다가 이들은 달아난 뒤에도 수사기관을 매도하는등 공권력을 정면부정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특히 문제교수들뿐 아니라 일부 동료교수들까지 나서서 검찰의 구인을 두고 「학문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운운 하며 구인중지를 요구하고 있다.또 이 학교 운동권학생들은 경찰의 교내진입에 항의하는 규탄집회를 가졌다.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진전과정을 지켜보면서 당혹감과 함께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문제교수는 물론이고 일부 동료교수나 학생들의 언행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검찰의 수사자세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서 먼저 구인장 집행을 피해 도망친 교수들에게 몇마디 고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수사에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또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한마디로 비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최고 지성인을 자처하면서 취할 태도가 아닌 것이다.자신들의 언행이 떳떳하다면 무엇이 두려워 피한단 말인가.자신들의 언행이 옳다면 지금이라도 법정에 나서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것이 타의 모범이 될 교수의 올바른 자세다. 더구나 학생들에게 좌경교재로 계급혁명을 가르친 교수들에 대한 수사를 「학문의 자유 침해」운운하다니 억지중에도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학문의 자유라 해서 무한대로 마냥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다른 자유와 마찬가지로 「법율에 의한 한계」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문제교수들이 수사를 받게 된 것도 그들의 행동이 그러한 학문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 실정법을 어긴 혐의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태도도 국민들의 마음에 썩 드는 것만은 아니었다.문제교수들의 검거실패를 보면서 혹시 검찰의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고 있다.어쨌든 이번 사건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 차원에서라도 분명히 처리되어 실정법 위반이 드러나면 응분의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검찰의 법집행을 끝까지 주목·추적할 것이다.
  • 「주사서캐」(외언내언)

    지금 젊은세대는 듣도 보도 못한 것이겠지만 옛날에는 어쩌다 자식에게 소홀한 부모나 의붓부모 밑에서 서럽게 자라는 아이들의 경우 머리에 이가 들끓고 그 알인 서캐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하얗게 박이게 마련이었다.그러고는 시도때도 없이 긁적거리며 이웃에 옮기기도 했다. 운동권 대학생들이 고교생을 의식화하기 위해 만들어 뿌렸다는 잡지 「새날 열기」에 관한 신문기사는 우리사회의 머리에 의식화의 서캐를 하얗게 슬어놓은 것같은 느낌을 주어 소름이 끼친다.이렇게 슬어놓고 시간이 흐르면 그것들은 저절로 부화되어 성충이 된다.그 해충들이 사회를 근지럽히며 흡혈을 하게 하는 일은 손도 댈 필요가 없이 저절로 되는 일이다. 진작부터 이런 모종의 전략전술이 운동권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은 있어왔다.그러나 그럴때마다 다소 우선회경향의 기득권계층이 사태를 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공연한 과장도 지나친 노파심도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가소성 높은 순수한 머리의 고교생들에게는 이런 「주사의 서캐」가 얼마나 효과적이었겠는가.이렇도록 두손놓고 있었던 당국이 어처구니없고 한심스럽기도 하다. 잡지 하나를 만든다는 것은 난다긴다하는 진용이 몇년쯤 매달려서도 실패를 하게 마련인 사업이다.그런것을 몇명의 운동권대학생들의 조종을 받아가며 10대가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우선 그 엄청난 재정을 무엇으로 충당했겠는가.배후에서 어떤 세력인가가 조종하고 있었을 것임을 자연스럽게 짐작하게 한다. 서캐는 발이 촘촘한 참빗으로 공들여 훑어내야만 간신히 빠진다.우리 사회의 운동권서캐를 뽑는 일도 이런 기능이 있어야할 것이다.자녀들을 이런 함정에서 지키지 못한 우리는 서둘러야 한다.안그러면 어른들에게까지 그 해충의 피해가 옮겨오게 될 것이다.
  • 관용차를 미제로 하라니(사설)

    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알수 없지만 근래에 미국이 우리국민의 감정을 상하게하는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를 잇달아 던지고 있다. 미국무부의 보안법폐지 선호의사표명이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우리의 자동차시장개방과 관련,미 무역대표부대표가 서한을 통해 우리 관용차를 미국제로 구입하라고 요구해왔다는 보도다.경제논리를 떠나서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내정간섭으로,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미국측의 이번 요구는 정부인사가 언론에 주기적으로 외제차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를 하고 상공자원부내에 소비자이익상담실을 설치하도록하는 내용까지 들어있다.마치 중앙정부가 하급관서에 업무지시하듯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다.우리정부가 무슨 할일이 없어 미국자동차 세일즈까지 하라는 얘기인가.미국정부라면 외국의 그런 요구에 응할 수있는지 불쾌하기 짝이없다. 따져본다하더라도 우리의 관세율은 EC와 똑같은 10%로 높다고 보지않으며 자동차수입도 64만대수출에 6만대수입이면 폐쇄시장이라고 볼수 없다.더구나 엄청난 대미무역흑자를 내고있는일본과 동일시한 무리한 시장개방요구는 들어줄 수없다. 우리는 탈냉전시대,국제화시대에 국내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 타국가의 간여 폭이 넓어지는 추세를 잘 알고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정부의 문제제기방식과 매너가 너무나 거칠고 세련되지못했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한다.자본주의의 대표라할 미국이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해야지 독점방식을 강요하는 횡포를 부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대국다운 행태라고 할 수없다.단기적인 이익추구에 집착하는 근시안적인 자세라는 비판을 면키어렵다. 더욱이 개별국사정에 대한 무지가 너무나 크다는 느낌이다.우리의 국내사정을 충분히 알고 존중한다면,정부가 외제차선전에 앞장서는 것이 국민의 거부감만 줄것을 모를 수있는가 하는것이다.최근 미국의 행태를 보는 우리 국민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있는지 알수가 없다. 통상문제와 다른 문제는 별개라고할지도 모르겠으나 미국의 내정간섭적 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은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미국정부가 김일성에 대한 조의표명에 이어 최근의 미북관계개선 원칙합의에 이르기까지 북한을 다루는 모습에 대다수 우리국민들의 심기는 편치않다.경수로설치비용의 부담문제와 미북회담과정의 미국태도를 보는 눈도 결코 곱다고 할 수없다.한반도의 정세가 변하고있는 미묘한 시기에 한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관계당국도 이제는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단호히 배격하는 자세를 보여야할 것이다.
  • 적당주의가 또 참사 불렀다(사설)

    서울 파레스 룸살롱 화재사건은 한마디로 우리사회의 기강해이와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 한번 드러낸 참사였다.불과 20여분동안의 화재에서 무려 14명의 목숨을 앗아가다니 얼마나 안전시설이 미비하고 평소 안전관리가 소홀했길래 그처럼 엄청난 참극을 가져왔단 말인가.너무도 충격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이런 원시적인 사고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화재원인은 당국에서 조사중이므로 곧 정확한 내용이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전기누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다만 전기누전을 가져온 것이 멋대로 배선을 늘렸기 때문인지,아니면 전기기기를 잘못 다룬데 따른 것인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실화나 방화도 배제할 수는 없다.그렇지만 이번 화재도 결국은 모든 화재나 안전사고가 그렇듯 역시 안전관리 미비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옳다. 화재원인이 어디에 있든 이번같이 대형참사로 발전한 데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선안된다.사고업소에선 우선 자체화재경보기가 평소 잘못 작동된다며 아예 전원을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러니 화재가 나도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을 것은 뻔하다.게다가 비상구는 통로를 막고 방으로 개조했다.창문이란 창문은 방음을 위해 모두 막아버렸다.화재안전대책이 얼마나 형식적이다 못해 엉터리였나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비상구만 제대로 갖추고 창문이라도 열수 있도록 되어 있었던들 그런 인명희생은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인명피해가 컸던데는 이것말고 또 다른 원인이 있다.당황한 종업원들이 불이 번질 것을 염려해 전원을 꺼버려 손님들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대피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종업원들은 또 소화기로 불을 끄려다 실패하자 손님들을 대피시킬 생각은 않고 그대로 달아났고 그 탓에 소방차의 출동도 그만큼 늦었다고 한다.평소 종업원들에 대한 화재안전교육이 전혀 없었다는 증거다. 모든 면에서 이번 화재도 분명 인재였다.그렇다면 왜 이런 인재가 일어났는가.두말할 필요없이 총체적으로 느슨해진 사회기강의 해이에 있다고 본다.업소나 당국이나 무슨 일이든 성실히 수행할 생각은 않고 그저 적당히 넘기려는 나쁜 버릇과 풍조가 이런 재난을 부른 것이다. 이번같은 화재무방비의 유흥업소는 부지기수로 많다.언제 어디서 이런 일이 재발할지 모른다.당국은 화재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고 근본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겠다.또한 업소의 불법행위는 말할 것도 없고 불법을 뻔히 알면서도 지도·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관계자들의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할 것이다.
  • KAL기 사고 “조종사 협조 안한탓”/음성기록 판독결과

    ◎기장·부기장 착륙싸고 이견 대한항공 2033편 여객기 제주공항 활주로 이탈및 화재사건은 나쁜 기상아래서 기장과 부기장의 의견이 엇갈려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음이 밝혀졌다. 교통부는 16일 「사고조사 중간발표」를 통해 『사고 여객기의 잔해에 대한 정밀조사와 함께 관제녹음과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를 분석한 결과 ▲배리 우즈 기장과 정찬규 부기장의 상호 협조 결여 ▲활주로 정상접지 실패 ▲돌풍현상등이 사고원인이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가 활주로에 접지할 당시 두 조종사의 견해 차이로 기장은 계속 착륙을 시도한 반면 부기장은 여객기의 복행(복행·재이륙)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기가 활주로 1천m쯤을 지날때 부기장은 2차례에 걸쳐 복행할 것을 기장에게 건의했고 이어 기장이 착륙순간 제동동작을 하는동안 부기장은 기수를 들어올리는 조종간 조작을 시도했다고 교통부는 설명했다. CVR에 기록된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내용중에는 부기장의 2차레 복행건의 가운데한차례는 기장이 알아듣지 못했고 나머지 한차례는 기장이 거절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어 착륙도중 기장이 부기장에게 『조종간을 잡지 말라』는 경고를 2차례 했으나 역시 부기장이 이를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이륙을 시도하는 바람에 기장이 『뭐하는거야,하지마,이 사람이…너 우리를 죽이려 하니』라고 힐난하는 목소리와 여객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담벽에 충돌한 직후 『우린 활주로 위에 있었는데 왜 올라가려고 했느냐』며 다시 나무라는 목소리가 3차례나 녹음되어 있었다. 한편 교통부는 CVR와 함께 블랙박스에 들어 있던 비행자료 기록장치(FDR)를 분석,사고여객기의 정확한 활주로 접지지점,비행기의 고도,풍향및 풍속,속도,조종사의 조작행위등을 알아내면 9월말쯤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 음성녹음내용 요약/“재이륙 해요”/부기장/“뭐 해! 모두 죽이려하나”/기장 ▲11시20분52초(부기장)활주로가 보인다,활주로가 보인다. ▲11시20분55초(기장)나도 보인다,나도 보인다. ▲11시21분22초(부기장)복행. ▲11시21분26초(기장)잡고 있잖아…잡지마,잡지마,왜 그러는가. ▲11시21분33초(기장)잡지마. ▲11시21분34초(부기장)복행해요? ▲11시21분35초(기장)아니야,아니야. ▲11시21분42초 ▲11시21분43초(부기장)역추진장치 작동. ▲11시21분46초(부기장)제동장치작동. ▲11시21분55초(기장)뭐 하는거야? 하지마! 이 사람이…우리를 죽이려 하나. ▲11시22분07초(기장)조종간 붙잡아! ▲11시22분08초 ▲11시22분09초(기장)자,그래 괜찮아? ▲11시22분11초(부기장)괜찮아요. ▲11시22분12초(기장)좋아. ▲11시22분14초(기장)이거 잡지 말라니까.왜 올라가려고 했는가? 왜 올라가려고 했는가? ▲11시22분24초 ▲11시22분34초(기장)좋아. ▲11시22분36초(부기장)복행…복행. ▲11시22분38초(기장)그래,그러나,우린 활주로 위에 있었잖은가.왜 올라가려고 했는가? ▲11시22분43초 ▲11시22분44초 ▲11시22분48초(기장)좋아,좋아,여기를 떠나자,그쪽의 창문을 열라. ▲11시22분53초 ▲11시22분55초(기장)그쪽 탈출선을 잡아라. ▲11시23분00초(기장)왜 올라가려고 했는가? 우리는 완전히 역추진장치를 가동시켰잖은가.소화기 잡아당겨,당겨. ▲11시23분08초(기장)손잡아…손잡아. ▲11시23분12초(부기장)소화기를 당겼다. ▲11시23분22초(기장)좋아 나가자,나가자. ▲11시23분30초(부기장)사람 없어요? ▲11시23분43초(기장)다 나갔는가? ▲11시23분58초(부기장)다 나갔어요? 다 나갔어요?(승객 대피하는 소리)
  • 객차내 부상자 뒤엉켜 아비규환/열차충돌사고 상보

    ◎“꽝” 굉음… 기관차 앞부분 크게 파손/일부승객 충돌충격 차밖 튕겨나와/피묻은 옷가지·가방 등 소지품 널려 【밀양=김정한·강원식기자】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진 기관사가 가장 기본적 수칙인 신호조차 지키지 못해 있을 수 없는 참사를 불러왔다.전날 제주공항에서 일어난 대한항공기 사고도 조종사간의 조종실수로 밝혀지고 있는 터에 또다시 이같은 대형사고가 하루만에 발생,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사고순간◁ 대구를 떠나 마산으로 가던 217호열차에 탔던 승객 윤상이씨(45·마산시 회원구 봉암동)는 『미전신호소를 앞두고 열차가 속도를 줄여 서행하던중 급제동을 거는 소리를 듣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고 실신했다』고 사고순간을 전했다. 또 부산발 대구행 202호열차에 탔던 서영석씨(37·회사원·대구시 중구 대봉1동)는 『철로변 포인트의 붉은 신호등을 보고 왜 열차가 계속 가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꽝」소리와 함께 앞으로 쏠려 머리를 다쳤다』고 말했다. 두 열차는 기관차의 앞부분이 크게 파손됐으며 충돌 순간의 충격으로 일부 승객들이 좌석모서리에 부딪히거나 한쪽으로 쏠려 부상자가 속출했다. 사고 열차는 일반열차가 아닌 동차로 객실 앞부분에 운전석이 있어 이 충돌로 기관사들이 그자리서 처참한 모습으로 모두 숨졌다.사고 현장에는 승객들의 피묻은 옷가지와 가방,신발등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어 사고순간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구조◁ 부인과 함께 밀양읍으로 가다 사고를 처음 목격한 중장비기사 주성복씨(32·밀양읍 신천리)는 곧바로 부인을 시켜 사고사실을 경찰에 알리도록 한뒤 현장으로 달려가 다치지 않은 승객들과 함께 구조를 시작했다.이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삼랑진지서 직원과 소방대원,그리고 인근 주민들이 합세해 긴급구조작업을 벌였고 객실 의자사이에 끼여 신음하던 중상자들은 119구급차량등으로 밀양읍내 영남병원등에 급히 후송시켰다. 부상자들 가운데 부상정도가 가벼운 나머지 1백20여명은 응급조치후 모두 귀가했으며 중상자들은 마산과 부산등지의 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복구◁ 사고가 나자 부산지방철도청은 긴급복구반을 현장에 급파,상행선을 먼저 복구해 이날 하오 4시쯤부터 다시 개통시켰으나 하행선은 동차를 쉽게 빼내지 못해 복구에 어려움을 겪다 12일 새벽에야 가까스로 견인,정상운행에 들어갔다. 사고대책 경남도와 철도청은 밀양군청 상황실에 합동사고대책본부를 철치하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와 부상자치료에 최선을 다해 지원하기로 하고 가족대표들과 협의하고 있다. ▷수사◁ 경찰은 철도청관계자와 함께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미전신호소 근무자 김영택씨(50)등을 불러 조사한 결과 202호열차가 신호기는 물론 역무원의 수신호(깃발)조차 무시한채 진행한 것으로 밝혀내고 기관사와 기관조사가 동차내의 자동제어장치를 풀고 운전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경찰은 또 신호기작동이 부산지방철도청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중시,신호기작동경위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 또 「소수친북 집회」 소동인가(사설)

    대검찰청은 9일 「범민련」이란 친북 재야단체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려는 이른바 「범민족대회」를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기도하려는 이적행위로 규정,이를 불허하는 한편 그 주모자들을 전원 사법처리키로 했다.서울경찰청은 이에따라 범민족대회추진본부 공동본부장 이창복씨와 집행위원장 황인성씨를 전격 구속했다.그러나 범민련은 정부의 불허방침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강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문민 대통령정부가 불허하는 불법집회를 강행하려 하는 범민련은 대한민국 법질서를 초월하는 존재인가. 범민련은 북한의 대남공작을 총괄하고 있는 「조평통」 중심의 북측본부와 해외 반한인사들로 구성된 베를린의 해외본부 그리고 남측본부로 조직돼 있다.해외본부와 남측본부는 조평통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꼭둑각시에 불과하고 「범민족대회」는 북한이 남쪽의 일부 재야인사와 주사파 학생들을 부추겨 「남조선해방」을 위한 혁명역량을 축적하면서 민간 주도의 적화통일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대남전략의 일환이다.범민련이 범민족대회의 주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평화협정체결을 촉구하기 위한(주한미군 철수 위한) 범국민서명운동 ▲연방제통일방안(북한공산독재유지 및 대남적화위한)의 대중적 지지확산 ▲국가보안법철폐 등을 보면 이 단체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따라서 이 단체는 역사의 민주화 흐름을 거역하고 통일을 저해하는 반력사·반민주 집단임에 틀림없다. 범민련은 우리 사회의 소수 극렬좌익집단에 불과하다.또 김일성주체사상을 신봉하고 폭력시위를 주도한 탓에 국민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범민족대회도 성사에 뜻이 있다기보다는 행사추진을 통한 전열재정비와 민간주도 적화통일열기를 고조시키기위한 안간힘으로 분석된다.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망상이 아닐수 없다.도대체 민간끼리의 통일이 성사될수 있겠는가.그리고 남쪽의 관변단체가 북쪽의 반체제세력과 함께 평양에서 북한체제를 비방하는 모임을 갖겠다면 북한당국은 이를 허용할수 있겠는가. 범민련은 걸핏하면 국민을 앞세우고 통일을 부르짖는다.누구를 위한 국민이며 누구를 위한 무슨 통일인가.대다수 국민이 외면하고 있는데도 국민을 앞세우고 북한의 대남전략에 따라 통일만을 부르짖는 것은 민족을 기만하는 일이다.우리가 이들에게 주고싶은 한가지 충고가 있다면 그것은 「허황된 꿈에서 빨리 깨어 나라」는 것이다.우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일정책은 모두가 잘못이고 북한의 통일전선은 모두가 옳다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한 와해와 파멸을 자초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범민련은 북한조종을 받는 소수친북정치대회인 「범민족대회」로 더이상 국민을 현혹,기만하지 말라.
  • “고씨 회견 자의일까” 의문 투성이

    ◎회견도중 고함/“의거입북” 절규… 구원신호 일지도/라디오 회견/TV생방송 회피… 진실성에 의혹/국제적 파문 커지자 각본따라 서둘러 회견시킨듯 최근 북한의 인권상황이 국제여론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북한당국이 10일 납북자 고상문씨를 방송회견에 출연시켜 자진입북한 것처럼 강변하고 나와 그 저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그의 회견에 몇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고씨의 이번 회견내용을 분석한 정부당국자들은 국제사면위의 보고서가 큰 파문을 일으키자 북한측이 그를 서둘러 각본대로 기자회견을 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당국의 강압에 의해 그가 자의적으로 진술하지 못하고 시키는대로 얘기했음이 감지되는 탓이다.대다수 북한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공신력있는 국제기구인 국제사면위가 지난달 30일 그가 북한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뒤에야 회견이 있었다는 점이다.북한은 고씨가 해외연수중이던 지난 79년 4월 노르웨이에서 실종된 뒤 국제여론이 악화되자 같은 해 7월 노동신문 회견을 통해 의거귀순했다고 강변한 일이 있다.당시 한국과 노르웨이측의 문제제기로 수세에 몰렸던 북한당국은 3개월이 지난 뒤에야 고씨를 당기관지 인터뷰에 등장시켰었다.때문에 북측이 그 당시 고씨에게 허위사실을 말하도록 고문과 회유를 자행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불러일으킨 바 있고,그가 정치범수용소에 있다는 국제사면위의 최근 발표는 이를 재확인한 셈이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도 우리측의 주도로 납북자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가중되자 북한당국이 고씨를 동원해 맞불작전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논리적 정황이 아니라도 고씨의 이번 회견은 북한당국의 각본에 따라 급조된 연출의 냄새를 짙게 풍기면서 몇가지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은 국제사면위가 정치범수용소 수용사실을 발표한 지 10여일이 지난후 뒤에야,그것도 얼굴을 볼 수 없는 라디오 회견을 통해 납북사실을 부인하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의 용태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TV에 왜 떳떳하게 출연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평양방송에 의한 육성만으론 현재 그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지 판단할 수 없을 뿐아니라 그의 얘기가 어느정도 진실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그는 회견도중 갑자기 언성을 높여 『고상문은 공화국북반부에 내 자발로 걸어들어온 의거입북자란 말이다』라고 외치면서 「의거입북자」라는 대목에서 고성을 지르는 이상한 언행을 보였다.이는 납북사실을 전하기 위한 역설적인 절규라는 해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무언가 남쪽에 전하려는 사인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과거 68년 푸에블로호 납치 때도 미해군 승무원들이 북한당국에 의해 허위자백을 강요받은 기자회견을 할 때 손으로 코를 계속 긁는 등의 신호로 「진실」을 알려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국제사면위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삼가한 채 북한주민이 듣지 않는 대남방송을 통해 회견을 내보낸 것은 북한당국이 국제여론이 악화되는 등 사태의 확산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따라서 정부는 납북자문제는 남북협상과 여론환기를 통한 국제적 압력을 병행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북측이 우리측의 대북 전통문 접수마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이나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기구와 주변국들과 연계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한 뒤 남북간 직접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씨가족 반응/“강압 못이겨 허위주장 했을것” 국제사면위원회의 발표에 의해 북한 승호 정치범수용소에 갇혀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수도여고교사 고상문씨가 10일 북한 평양방송에 나와 『자진월북했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접한 고씨의 가족들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 가족들은 『고씨가 북한당국의 강압에 못이겨 허위주장을 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더이상의 속임수와 거짓선전을 그만두고 하루빨리 고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호소. 고씨의 장모 김백자씨(67·서울 은평구 갈현동 385의 6)는 『고씨가 자진월북한 것이 아니라 납북됐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북한이 궁지에 몰리니까 가짜 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고씨가 했다는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 고씨의 형 상구씨(48·서울 송파구 신천동 20)도 이날 『북한이 동생을 비롯,강제 납북한 사람들을 송환하라는 국제적압력이 거세지자 이를 막기위해 동생을 수용소에서 급히 석방,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허위진술을 하게 한 것이 틀림없다』며 『북한은 더이상 잔꾀를 부리지 말고 동생을 빨리 송환하라』고 촉구.
  • 주사파 뿌리째 파헤쳐야(사설)

    이른바 「주사파」의 뿌리깊은 연결고리에 새삼 전율을 금치 못한다.우선 그 상하조직의 완벽함에 충격을 느낀다.북에서 김일성부자가 적화통일의 기도를 위해 개발한 붉은 이념의 강물을 홍수로 내려보내면 그것을 저수하여 수원지로 만드는 조직이 있고 그걸 다시 갈무리하여 학원과 노동현장에 공급하는 조직이 있으며 그것을 활착시키고 새로운 알을 부화도 시키는 교수집단이 있다.그러면서 사회교란의 행동대원은 대를 이어간다. 주사파를 배후조종해온 소위 「김일성주의청년동맹」의 적발로 그 전체모습이 이제 우리앞에 선연한 윤곽을 드러내게 되었다.이렇게 질기고 탄탄한 뿌리로 우리에게 기생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가 막히지만 이들을 이렇도록 키워온 우리 토양의 무책임함에 어이가 없다.북에서는 그저 이념만 양산해서 보내면 풍요한 재정은 합법적으로 현지조달하여 학생회도 장악하고 노동현장도 점령하였다.강의는커녕 출석도 하지 않고 장학금을 받으며 학사가 되고 그중의 일부는 교수요원으로 진출하여 확실하게 이적이 되게 제작한 이념교재로 새로운 운동권을 부화시키는 토양이다. 이렇게도 이상적이고 자유자재한 주사파생산근거지가 대한민국땅에 그토록 오래,그토록 활개치며 존속되어왔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모골이 송연하다.그것도 세계적으로 진작에 용도폐기된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붕괴된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더욱 활발하게 활착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얼마나 기생에 거침이 없었으면 국가의 녹을 먹는 교수란 사람들이 신입생을 새운동권으로 부화시키기 위해 집체제작한 교재를 「학문의 자유」운운하며 강변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는가. 기왕에도 학원가와 노동현장에서 끊임없이 심상찮은 심증을 느낀 사람들은 많이 있었고 문제제기도 있었다.그러나 『무언가 분명 있다』고 단지 말만 했을 뿐,그것을 파헤치거나 차단하는 책임있는 노력을 거의 안해왔다.당국도 학원도 지식인사회도 함께 직무유기를 해온 셈이다.그것이 오늘과 같은 현상을 부르고 말았다. 오늘 같은 시대에 어리석고 웃음거리밖에 안되는 김일성주의에 놀아날 젊은이가 있겠느냐고 짐짓 낙관한 사람도 있고 용렬한 안일주의와 이기주의적 타성에 빠져 외면한 사람도 있고 판독과 분석을 잘못한 무능도 있었다.한 대학총장의 용기있는 지적이 없었다면 아직도 이런 일은 그냥 진행되었을 것이다.이만큼이라도 실체가 드러난 것은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천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를 칭칭 감고 기생하며 생명을 죄려는 그들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의도를 뿌리부터 뽑아 줄기가 시들게 해야 한다.그래야만 시대착오적인 이념놀이에 빠져 있는 젊은이도 구원할 수 있다.말로가 뻔한 그들을 건지기 위해서도 더는 이들 집단의 불법기생을 용허해서는 안된다.
  • “터무니 없다” 일축속 파장 촉각/「경륜로비설」 정치권 반응

    ◎“상식밖의 일이다”… 일부선 6공에 눈총/민자/“개인개입 불가… 박씨주장 사리 안맞아”/민주/“일고 가치없다” 묵살/연희동 일본의 재일교포 빠찡꼬업자 나카야마 야스지(중산보이·한국명 박영수)씨가 한국의 경륜·경정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정·관계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렸다고 주장함에 따라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민자당◁ 대부분의 당직자와 의원들은 정·관계 로비설에 대해 『전혀 모른다』거나 『상식밖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그러나 막상 검찰이 내사에 착수하고 그동안 로비의혹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이 큰 타격을 입어왔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표명. 강삼재기조실장은 『국회를 상대로 한 거액의 로비는 아무리 비밀리에 해도 소문이 떠도는 법인데 그때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로비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했다.강실장은 그러나 『액수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전혀 없는 얘기가 나돌지는 않는 법』이라면서 『로비가 있었다면 대상은 그당시 정권의 실력자들이었을 것이며 따라서 현정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그때의 체육계와 관련된 「6공 핵심인사」들을 지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도 『국회는 사행심조장을 이유로 경륜·경정법 제정을 꺼렸으나 체육청소년부(당시 박철언장관)는 의원들에게 외국사례 시찰을 제안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민주당◁ 민주당은 경륜·경정법이 정한 사업주체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지방자치단체로 국한돼 있어 민간이 거액의 로비자금을 들여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나카야마씨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특히 이 법안은 91년 12월17일 국회 교육체육청소년위를 통과했는데도 92년10월까지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나카야마씨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기택대표는 5일 『당시 정황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로비대상이 누구였는지,그리고 현재의 경륜사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파악해 보라』고 지시,정치쟁점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그러나 당시 교청위의 평민당 간사였던 박석무의원은 『야당의 반대속에 표결로 이 법안이 처리됐다』면서 『국회를 상대로 한 로비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일축. ▷5·6공측◁ ○…전두환·노태우전대통령의 측근들은 경륜·경정 사업을 둘러싼 로비의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부인. 전전대통령의 민정기비서관은 『나카야마씨가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하는 89년에는 전전대통령이 백담사에 있었고 친인척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어려운 처지에 몰렸는데 로비를 받을 대상이 될 수 있겠느냐』고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전전대통령에게 나카야마씨와 연결되는 친인척이 있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설명. 노전대통령의 윤석천비서관도 『파산한 빠찡꼬업자의 이야기인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 ◎재일동포 박영수씨 경륜사업 추진 전말/프로사이클 초대회장 맡아 의욕적 활동/“공영화” 정부방침따라 국내진출꿈 무산 한국 정계에 거액의 불법로비자금을 뿌린 것으로 폭로돼 물의를 빚고 있는 재일동포 박영수씨(71·일본명 나카야마 야스지)는 정부의 경륜·경정 공영화 방침에 따라 국내진출의 꿈이 좌절되기 전까지 프로사이클연맹을 이끄는 등 국내사이클계에 깊숙이 관여했었다. 프로사이클연맹은 지난 88년 9월 경륜사업에 대비,재단법인으로 발족시킨 한국사이클위원회 산하 임의단체였다.재일교포실업가인 박씨는 그의 자금력에 관심을 갖고 있던 연맹관계자들과 관계를 맺었고 경륜사업을 추진중이던 당시 대한사이클경기연맹 회장 민경중씨와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민 전회장으로부터 프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아 사업을 추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90년 5월부터 실질적으로 프로사이클연맹을 이끌게 됐다. 그는 회장을 맡자 서울 근교에 대규모 경륜장 건설을 계획하는 등 전국 5대도시에 경륜장을 만들고 사업의 이익금 일부를 국내 사이클 발전과 체육발전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경륜사업에 2000년까지 1백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박씨가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인 것도 바로 이 시기일 것으로 여겨진다.그러나 그의 이같은 포부는 정부의 경륜사업 공영화 방침에 따라 벽에 부딪혔다. 당시 체육부의 정동성장관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을 이용,국민여가선용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아래 경륜과 경정을 그 대상으로 정하고 89년 말부터 사이클연맹과는 별도로 사업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91년 12월 경륜·경정법이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의해서만 추진될 수 있도록 제한된 채 통과되자 박회장은 프로사이클 연맹회장직도 사퇴하고 더이상 관여하지 않았다. 그의 로비활동은 이에 앞서 체육청소년부가 시안을 마련중이던 91년 3월까지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로비자금을 투입했다면 당시 국회 문교체육위와 체육청소년부 등을 상대로 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 「긴급입수 인류 최후의 황제 김일성」 여과없이 방송

    ◎KBS에 시청자 항의 빗발/김의 생애·지도력 추앙·선전하는 내용/어처구니없는 실수… 공영방송 위상 실추/11일밤 김 시신·정일 참배 광경도 놓쳐 김일성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맞아 방송3사가 치열한 보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는 9일 하오 긴급편성해 방송한 김일성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갑작스럽게 방송을 중단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데 이어 11일 밤에는 북한 평양방송이 공개한 김일성의 시신과 김정일의 첫 공식 참배광경을 놓쳐 시청자들의 비아냥을 사고 있다.관료주의적 사고와 매너리즘에 빠진 거대한 조직의 문제점이 표면화된 셈이다. KBS­1TV가 지난 9일 하오 6시부터 30여분간 방송한 문제의 프로그램은 「긴급입수 인류 최후의 황제 김일성」으로 마치 북한방송처럼 김일성의 생애와 지도력을 일방적으로 추앙,선전하는 내용.이 프로그램은 지난 88년 폴란드 국영영화사인 「폴텔」이 제작한 55분짜리 다큐멘터리로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군중대회 장면과 「위대한 김일성수령」 「친애하는김정일 동지」를 연발하는 유치원 어린이의 모습등이 포함됐고 「김일성이 위대한 수령이며 민족의 태양」이라고 극찬하는 북한 여자해설자의 생생한 목소리까지 들어있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KBS에는 『이런 내용을 아무런 여과없이 방영할 수 있느냐』,『김일성이 무슨 영웅이라도 되느냐』,『김일성을 위대한 인물로 착각하게 만드는 저의가 무어냐』는등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대해 프로그램 편성관계자는 『2년전 공개된 필름이어서 모니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며 『김일성 사망에 맞춰 재방송하다보니 추모방송으로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발견돼 방송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공영방송인 KBS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중요한 시기에 국가이익에 민감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상황판단이나 사전점검없이 무책임하게 내보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더욱이 김일성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지 6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이런 방송을 내보낸것은 졸속 끼워넣기식의 편성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MBC는 11일 하오 11시40분 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 도중 주석궁의 유리관 속에 안치된 김일성의 시신과 김정일의 공식적인 참배 모습을 긴급 입수,처음 공개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이런 긴급 뉴스가 나갈때 한가롭게 「문화기행」을 내보내고 있던 KBS-1TV는 「뉴스 24시」에서도 이장면을 놓쳤다. MBC가 귀중한 화면을 단독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은 비상근무 체제를 통해 제휴사인 미국의 CNN과 CBS,일본의 후지TV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모니터하고 있었기 때문.대외방송 전담 북한 평양방송이 11시5분쯤 일본의 TBS와 미국의 CBS에 화면을 보냈고 CBS와 제휴 관계에 있는 MBC는 동시에 이 화면을 받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게 된것.KBS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NHK가 일본에서 수신한 화면을 릴레이식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기술적인 문제는 제쳐 놓고라도 경쟁사의 방송도 제대로 모니터하지 못한 KBS의 안일하고 나태한 자세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 현대판 왕조(외언내언)

    왕조시대에 왕이나 왕후가 승하하면 국상이라 하여 온국민이 소복을 하고 백립을 쓰며 방방곡곡에 빈소를 차리고 곡반을 편성해서 곡을 하게 했다.19 19년 고종이 승하했을 때는 시민들이 철시하고 대한문앞에서 통곡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임금이 하늘이요,어버이이던 왕조시대의 풍습이었다. 김일성이 죽은 뒤 평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애도의 모습은 우리의 상식을 초월한 「광기」그자체인 것 같다.만수대 언덕위의 김일성동상 앞에는 수만명의 주민들이 몰려와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며 오열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심지어 머리를 땅바닥에 찧어대기도 하며 실신하는 사람까지 있다 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주민들이 비탄에 빠져 2∼3개월동안 우울증세를 보이다가 집단히스테리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반세기에 걸친 1인독재와 광적인 우상화가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결과일 것이다.정신분석학에서는 「독재자에 대한 우상화는 성인의 이성을 마비시켜 유아의 수준에 머무르게 한다」고 주장한다.북한주민들에게 「살아 있는 신」이었던 김일성의 죽음은 「모든 것의 상실」을 의미할지도 모른다.북한주민들의 통곡과 오열은 49년 동안 폐쇄사회에서 이데올로기에 의해 순치된 가엾은 인간상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북한전역에 세워진 김일성의 동상은 2천여개.그 동상마다 기묘한 애도행렬이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조선시대의 국상때보다 훨씬 요란한 애도장면을 보면서 북한은 역시 「김일성왕조」였음을 실감하게 된다.그는 왕이 누린 것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오지 않았는가.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시킨 것도 그렇다.20세기 어느 국가,어느 체제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세자를 책봉하고 부왕이 죽으면 세자가 등극하는 왕조시대와 다를 바가 없다.김일성의 죽음은 김일성왕조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포용하되 말려들지 말아야/정희경(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단)

    애당초 한반도의 분단이 제2차세계대전의 끝무렵에 맞물렸던 국제정치의 힘겨루기의 소산이었고,뒤이은 한민족의 분열과 적개심,그로해서 연유한 무서운 불신등은 두루 정치세계가 빚어낸 것이었다.따라서 한반도의 국토통일과 한민족의 화해및 융합은 결자해지의 원칙에 따라 결국 정치적 영도자의 대좌를 통한 화해없이는 불가능하다.그런 점에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45년이후에 있었던 모든 남북회담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 아닐수 없다.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날의 모든 남북 대화들이 있었다고 보아도 좋으리라.「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먹구름은 그렇게 울었나 보다」란 미당의 시구가 어울릴 만한 느낌을 지금 강하게 느끼고 있다. 71년8월12일 최두선총재가 남북적십자회담의 개최를 제의했을 때의 그 신선한 감동이 일렁이던 우리의 거기에선 남북간의 적대감을 인도주의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희구로 분출되었다.그러나 그 기대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그 무위함을 드러내기 시작했었다.나는 남북적십자본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판문점에서 열렸던 25차에 걸친 예비회담에 참여하면서 정치적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회담이 얼마나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그리고 어렵사리 시작된 본회담으로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열렸던 남북적십자대표의 대좌도 문제의 변죽만 울렸을 뿐 결국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음은 정치적 접근이 두절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북대화에 대한 나의 경험으로 보아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그 실현의 경위를 따질것 없이 남북 문제해결에의 첩경일 뿐만 아니라 남북간에 그동안 꼬이고 꼬인 모든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첫단계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정권은 두말할 나위없이 지난 45년이후 김일성일인독재에다 이제 김정일로 이어지는 세습정권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자유민주주의의 원칙에서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지만,그것은 또한 무서운 정치력으로 응집력높은 정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그들이 남북대화에 내세우는 인물만해도 지난 25년간변함이 없다.한마디로 대부분이 구면이고 인도주의적 문제를 다루는 적십자회담이나 고위급정치회담에서나 필요에 따라 역할분배만 달라질뿐 한결같이 그 얼굴이 그 얼굴들이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측은 변화무쌍하다.정권이 그러했고 남북대화참여인사 또한 그러해왔다.거기에도 정권의 정통성시비가 끊이지 않아온 우리나라 정치사속에선 과거의 역사란 흔히 「정권유지적 차원에서」라는 라벨이 붙으면서 거부되고 단절되고 「차별화」되어온 것이 현실이다.따라서 남북의 통일방안도 정권따라 확연히 다르게 변화해왔으며 남북대화에 참여하는 인물도 부지기수로 「물갈이」되어온게 사실이다.이같은 남북의 차이가 과연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동인으로 작용할 것인가 걱정되지 않을수 없다.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역사의 단절이나 거부는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괴롭고 부끄럽고 힘겨웠던 역사도 역사임에는 틀림이 없다.그런 역사의 험산준령을 넘으며 와신상담의 인고를 견디며 조금씩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가는데에 자유민주주의적 역사의식의매력이 있는 것이다.더구나 남북대화라는 엄청난 중임을 맡아 보았던 사람으로서 그 진지했던 민족에의 책임감,하늘의 도우심을 간구했던 그많은 헌신의 시간들이 정권유지차원의 도구등으로 표현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역사해석의 결과라고 보며 그런 해석은 엄존하고 있다. 결자해지의 마당에 대좌하는 우리대통령은 45년 이후 우리역사의 모든 것을 껴안는 큰틀의 정치지도자로서의 풍모를 유감없이 보여줄 것을 희구한다.우리사회에 엄존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연장선상에 북한일인독재정권에의 위험한 동조세력의 끈질긴 준동도 대통령께서는 간과하지 않는 다원화사회의 국가원수로서의 순발력있는 회담의 이니시에이터가 될것을 믿고 그렇게 염원해 본다.
  • 동네북과 교개위파동(서울광장)

    『우리가 뭐 동네북이니.연휴에 모처럼 나들이 갔더니 「안보불감증」이라고 두들겨 대고 곧 전쟁이 터질것처럼 호들갑 떨길래 아이들 좋아하는 라면,이참에 좀 넉넉히 사다 놓았더니 이번엔 또 「몰지각한 사재기」라고 비난하고.불과 2주일도 안된 사인데 어느 장단에 춤추어야 할지 모르겠다』『사실 라면등을 산것도 신문에 비상물품 목록까지 소개했길래 그거 오려 가서 들여다 보며 산거야.서울시에서 「비상대비 관계관 회의」란 것을 긴급소집해서 시민들에게 비상시 물자 확보를 권장키로 했다는데 그런 기사를 읽고도 가만 앉아 있다면 그거야 말로 안보불감증 아니니?』 오랜만에 학교시절 친구들을 만났다가 신문사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그러나 강남에 사는 한 친구에 의해 화제는 바뀌었다. 『심지어는 교육개혁도 우리 때문에 안된다니 기가 막히더라.교개윈가 뭔가 대학입시를 불과 몇개월 앞두고 입시제도 바꾼다고 어처구니 없는 소동을 벌여놓고서는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찬성하는데 강남8학군 학부모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좌절됐다」니 참….우리가 정말 동네북인가봐』『본고사가 없어지면 내신이 정말 「종신형」 되고 말거야.우리 아이는 지금 정신 차려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내신성적이 나빠서 좋은 학교에 가긴 힘들것 같아.그래도 본고사에 희망을 걸고 있어』재수생 아들을 둔,강북에 사는 친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기서부터 친구들의 이야기는 서로 엇갈리기 시작했다.『본고사가 없어져야 해.이러다간 과외비 때문에 살림 거덜날것 같애.아이들도 너무 고생하는게 불쌍하고』『그나저나 입시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빨리 결정되어야지.지금 3학년 아이들은 본고사를 본다지만 1·2학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자기 아이의 성적과 학년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에겐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전쟁가능성보다 대학입시 문제가 더 시급한 발등의 불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친구들이 이번엔 신문을 공격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론과 교육개혁의 문제를 생각하지않을수 없었다.본고사 폐지 소동 역시 부끄럽게도 언론에 약간의 책임이 있다.「본고사=명문대학」이라는 이상한 등식에 사로잡혀 47개 대학이 95학년도 입시에 본고사를 채택하고 과열과외 바람이 불자 본고사가 우리 교육을 왜곡되게 한 원흉인양 호들갑을 떤것은 언론이었다.새 입시제도에 의해 본고사가 처음 실시된 94학년도 입시에서는 9개 대학만이 본고사를 채택하자 「교육부가 본고사를 보지 않도록 유도했다」고 비난한 것도 언론이다. 물론 언론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따라서 그때그때 문제점이 되는 것들을 부각시킨다.그러다 보면 지엽적인 것들이 줄기보다 크게 부각되기도 한다.본고사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이를테면 그런 것이었다고 할수 있다. 어쨌거나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오판한 교육개혁위원회는 이번 소동으로 그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그야말로 「동네북」신세가 되고 말았다.자업자득이지만 교육개혁에 대한 그 구성원들의 순수한 열정까지 매도해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실제로 본고사를당장 폐지하자는데 문제가 있는것이지 교개위가 제시한 개선안은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본고사를 폐지할 만큼 내신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천년대까지 치밀한 준비작업을 해 나가야 할것이다.또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높이려면 문제은행식이 돼야 하고 우리 교육평가원이 미국의 SAT를 관장하는 ETS처럼 3천여명의 출제인원을 확보하지는 못한다해도 필요한 전문가와 예산을 확보하거나 공사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잠재울 96·97학년도 입시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것이다.입시제도의 변경은 학생들의 혼란을 막고 신뢰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3년의 예고기간을 두는것이 상식이므로 교개위의 개선안은 그 정신을 살리는것(본고사 과목 축소등)이상으로 당장 반영될순 없다고 본다.학생선발의 다양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개선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 현충일에 다지는 결의(사설)

    최근 우리는 6·25전쟁에 관한 러시아의 자백적인 TV프로그램을 보았다.스탈린과 김일성이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어떻게 의논했고 그 전쟁이 결국은 어떻게 「비긴 전쟁」으로 끝나게 되었는가의 경위를 우리와 반대적 시각에서 제작한 내용이다. 이 프로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이것으로 6·25가 역시 남침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새삼 분노가 끓어올라서 그런것만은 아니다.반세기나 지나 이제는 화석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아픔이,영상에 비친 들녘에 쌓인 처참한 주검들과 함께 되살아났기 때문이다.눈덮인 길섶에서 부모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부짓는 아기의 모습도 있다.이 참담함속을 살아남아 우리는 오늘을 이뤘다.그렇게 주검들의 한을 딛고 우리는 오늘의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이다.이제는 비록 소수가 되었지만 그때를 아는 사람들은 진상이 드러난 영상앞에서도 이렇게 가슴이 아파지는 것이다. 이 프로가 보여준 러시아의 「자백」은 신기할것도 놀라울 것도 없다.그것은 우리 모두가 확실하게 알고 있던 일이기 때문이다.다만 이런 자백을거증으로 삼아야 할만큼 잘못된 논리들이 우리사회를 교란시켜왔다는 사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집요하게 음모해온 세력에게 하릴없이 끌려온 우리의 어처구니없음이 너무 부끄러울뿐이다. 더구나 우리의 소중한 일부 젊은이가 그런 터무니없음에 젖어 헤어나지 못하고 최근에는 그 전쟁이 『조국해방전쟁』이었다느니 하는 해괴한 논리까지 들먹인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명명백백한 진실을 외면하면서 독기어린 날조에 빠져든 중독증이 걱정스럽다. 현충일을 맞으며 우리는 호국영령에게 면목이 없다.그분들이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이런 어불성설이 튀어나온 것인가하는 생각에 모골송연해지는 느낌이다.70년을 바치고 사회주의 건설의 환상에서 깨어난 종주국이 있는데도 몽상보다도 허망한 이념과 사상을 주민에게 강요하며 기근공화국을 이끌어가는 체제를 찬양하는 약물중독에 빠진듯한 젊은이들을 만든 것을 자책한다. 오늘 현충일만이라도 머리를 깊이 숙이고 이런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겠다.그토록 장하게 스러진 분들의 뜻을 되새기며 머리숙여 빌어야 할 것이다.그분들을 욕보이지 않고 회한들지 않게 하고 그뜻이 잘 살려지게 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더라면 오늘과 같은 일은 덜 벌어졌을 것이다.오늘만이라도 마음을 경건히 하고 꽃다운 목숨을 호국의 제단에 바친 분들을 위해 묵도를 드리도록 하자.그런 마음가짐이라도 있어야 잘못되어가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확연히 드러난 전쟁의 진실을 보고하며 깊이 머리숙이자.호국영령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 재동/지명 유래:4(서울 6백년만상:35)

    ◎수양대군이 김종서일가 참살한 곳/이태원/임란때 왜군에 당해 낳은 아이들 길러/홍제동/청군에 정벌 버린 여인 목욕으로 구제 땅이 비로소 이름을 얻는 과정은 인간사만큼이나 사연도 많다.산수나 지형등 자연환경 혹은 지역특산물에서 유래되거나 역사에서 땅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자연」에서 비롯된 땅이름은 자연경관의 옛모습을 전해주지만 「역사」에서 붙여진 이름은 후손들에게 가름침을 전해준다. 어린조카 단종의 용상을 넘보아온 수양대군은 왕권다툼의 기선을 제압하기위해 계유년(1453년)에 당대의 실력자 김종서등을 제거하기위한 계유정란을 일으켰다.수양은 모사 한명회의 계략에 따라 장사들을 이끌고 재동에 있던 좌의정 김종서의 집을 습격,일가족은 물론 닥치는대로 참살했다.이같은 대학살로 재동일대는 선혈이 낭자했고 피비린내가 천지에 진동했다. 대학살의 참극이 지나간뒤 한명회는 피비린내를 없애려고 온 동네에 재를 뿌려 온통 재투성이로 만들었고 백성들은 이후부터 잿골이라고 불렀다.잿골이 한자어로 바뀌는 과정에서 재동이 됐다고 전해진다. 어처구니없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땅이 이름은 얻은 곳으로 이태원과 홍제동을 빼놓을 수 없다.임진왜란이 일어난 선조 25년(1592년) 한양에 진주한 왜적들은 지금의 이태원동과 맞붙어 있는 용산에 진을 쳤다. 그때 이태원에는 운종사라는 비구니들이 수도하는 사찰이 있었다.왜적들은 운종사를 습격해 여승들을 겁탈하는 만행을 저질렀다.왜군이 퇴각하고 한양을 다시 찾은 조정은 운종사의 비구니들 뿐만아니라 왜적들에게 겁탈당해 태어난 아이들문제로 고심하게 된다. 결국 조정에서는 왜적의 아이를 낳은 부녀자를 벌하지 않기로 하는 한편 지금의 이태원에 보육원을 지어 이 아이들을 기르게 했다고 한다.이때부터 지금의 이태원일대가 이태원으로 불렸고 효종조에 이르러 이태원이란 땅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6·25이후 한동안까지 양색시들의 거리였고 지금도 인근에 외인부대가 주둔해 있으며 외국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이고 보면 「이태원」이라는 지명을 곱씹어보게 한다. 아픈 역사의 뒷얘기를 전해주기는 홍제동 역시 이태원못지 않다.홍제동은 홍제천이 가로지른다 해서 붙여진 땅이름이다.홍제천은 종로구 평창동 북한산에서 발원해 홍제동을 지나면서부터는 물이 모래속에 스며들어 대부분 모래만 보인다해서 흔히 모래내(사천)로 불리는 길이 14㎞의 한강지류이다. 인조 14년(1637년) 임진란에 이은 정유재란이 끝나고 채 40년도 안돼 이번에는 청나라가 쳐들어왔다.임진란때와 똑같이 골칫거리는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되돌아온 사대부 집안의 부녀자들이었다.이름하여 환향녀. 정절은 여인네가 지켜야할 철칙이었지만 호란은 국가적 환란이 아닌가.조정중신들과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궁리한 끝에 인조는 칙령을 내린다.『모래내에 목욕하고 나면 정절을 저버린 죄를 묻지 않겠노라.만일 이후 부녀자의 정절을 거론하는 자는 엄단하겠노라』 국란에 희생된 여인들은 모래내에서 목욕을 함으로써 사함을 받아 「널리 구제됐다」해서 이 냇물은 홍제천,그리고 그 여인들이 목욕하던 장소를 홍제원이라 부르게 됐다는 얘기가 설화처럼 전해지고 있다.
  • 자녀까지 동원하다니(사설)

    연 닷새째 계속되던 경북 울진의 핵폐기장설치 반대시위가 1일 과기처 당국의 후퇴로 일단 해산되었다. 다행이라 해야할지 불행이라 해야할지 모를 착잡한 사태의 전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온갖 불법,폭력시위에 자녀들까지 동원한 주민들의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그렇다고 물러나고만 과기처당국의 행동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 아닐수 없다. 핵폐기장 설치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일부 주민들의 태도는 옳지 못한 것이었다.지역사회에 대한 주민의 의견은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표시될수 있으며 그것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도출된 합의를 기초로 해야 한다.또한 그 과정은 법과 질서의 테두리안에서 합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그럼에도 울진에서의 반대시위는 도로를 점거하는등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불법과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반대시위가 있기전 지난달 16일 울진군 기성면 주민 2천1백50명은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신청서를 연대서명으로 작성,과기처에 제출한 바 있다.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 조건부 유치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서명한 주민은 이지역 성인의 58%에 해당된다고 한다.한쪽에서는 핵폐기장유치를 찬성하는 지역주민들이 있고 분명한 의사표시까지 해놓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들의 존재나 의사는 아예 묵살해버린채 불법적인 실력행사로 목적을 관철한 것이다.자기와 의견이 다르다해서 무조건 등을 돌리는것은 결코 바람직한 민주시민의 태도라고 할수 없는 것이다. 이번 시위에서 주민들이 보여준 자녀들의 등교거부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었다.자녀교육을 볼모로 투쟁목표를 달성했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일인가.지난달 31일에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등교를 저지하여 군내 읍·면지역의 초·중·고생 5천9백명이 결석했다고 한다.등교안한 학생중 일부는 주민들과 함께 돌을 던지는등 시위에 가담시킨 사태까지 빚어졌다.학생들에게는 학교수업이 최고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 영역이자 본분이기도 하다.그러한 학교수업을 부모들 자신이 받지못하게 저지했다는 것은 당장의 이해관계를 위해 자녀들의 중요한 장래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수업현장을 떠나 격렬한 시위에 가담시키기까지 한것은 결코 온당한 부모의 도리라고 할수 없다.6·25전쟁이 진행되던 전시하에서도 우리의 학부모들은 천막을 치고 창고를 개조해서라도 수업만은 강행토록 하는 열의를 보였었다.당국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자녀들까지 동원하는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이번 울진시위자들의 행동은 규탄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 6·25남침 러시아의 증언(사설)

    러시아 최대 국영TV방송인 오스탄키노방송이 최근 한국전쟁의 내막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한국전쟁과 관련한 극비자료와 기록필름을 공개하고 북한의 남침 내막을 소상히 보도했다고 한다.이 자료들은 러시아에선 처음 공개된 것으로 극비리에 추진된 남침전쟁 준비과정에서 김일성·스탈린·모택동 3자간의 구체적 협의 내용과 소련군의 역할및 중국군의 참전경위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날 방송 진행자로 나온 옐친대통령의 전군사보좌관이며 한국전쟁연구 권위자인 드미트리 볼코고노프장군은 스탈린 개인문서고등에 보관된 극비전쟁자료를 직접 들고나와 『한국전쟁은 스탈린이 무력통일을 희망하는 김일성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필요한 모든 군사장비를 제공키로 약속하는 한편 모택동과도 긴밀히 협의한 뒤 북의 남침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6·25는 그들 3인이 합작해서 일으킨 범죄적 도발행위였음이 명확해진 것이다.「6·25는 북의 남침」이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사실은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와 소련 인사들의 증언등을 통해 이미 오래전에 증명됐었다.그럼에도 북한은 시종일관 「남한의 북침전쟁」이라며 허위선전에 열을 올려왔다.뿐만아니라 구공산권 국가들은 물론 상당수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조차 북한의 날조된 「북침설」에 동조해 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그들의 교과서나 백과사전에 아직도「북침설」로 기술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국내 일부 학자와 대학생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이다.「진보」라는 미명아래 북한의 날조된 「북침설」에 동조하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분단전후의 냉전과 열전의 책임이 북에는 없고 남에만 있으며 그 책임이 중·소에는 없고 미국에만 있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논리에 매달리고 있기도 하다.북한의 종주국이었으며 전쟁을 허락하고 지원한 러시아 역사기록의 진실을 보고도 북침운운의 그런 논리에 매달릴 것인지 묻고싶다. 북한도 이제는 더이상 날조된 「북침설」을 주장하는 억지는 쓰지말아야 할 것이다.그런 생떼는 이제 더 이상통하지 않게되었다.북침설로 민족과 세계를 우롱해온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해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비밀자료들은 옐친대통령이 새달 러시아를 방문하는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가려져 있던 역사적 진실들이 한층 더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스스로 가해자측인 러시아 대통령이면서 세계사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비밀자료들을 넘겨주려는 옐친대통령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 어떻게 이런 사고가(사설)

    교통신호는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안전판이다.특히 건널목에서의 교통신호는 인명과 직결되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다.그런데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4동의 한 건널목에서 파란불 신호를 보고 길을 건너던 국민학교 학생이 승용차에 치여 참변을 당했다.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신호기의 고장때문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개탄을 금할수가 없다. 문제의 신호기는 사고가 발생하기 4∼5일전부터 이미 고장이 나 있었으며 주민들이 이를 고쳐달라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었다고 한다.그럼에도 수리가 안된채로 위험한 상태가 며칠씩이나 방치되었다고 하니 이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경찰은 고장직후 신호체계의 이상을 파악했을 것이다.당연히 즉각적인 고장수리 조치가 취해졌어야 마땅하다.신호기의 고장은 보행자와 차량통행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뿐만 아니라 대형사고의 위험성마저 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도 경찰은 요지불동,고장수습을 외면해왔다는 점이다.국민의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또한 인명의 안위에 관련되어 있는 사안을 그토록 무신경하게 방치했다면 이는 행정당국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여전한 행정당국의 느슨하고 안이한 업무처리를 확인한 것이다.공직자들의 「복지불동」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건은 「늑장행정」「신고묵살」,나아가 「국민생활 불편의 외면」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아니할수 없다.대형사고가 발생했을때 우리는 그원인이 사소한 부주의나 예방대책의 소홀함에 있음을 자주 보아왔다.안전을 위한 약간의 예방노력만 기울였던들 방지할수 있었음에도 그 작은 일을 못해 대참사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고장직후 수리를 했더라면 파란불을 보고 건너던 어린 학생의 무고한 희생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경찰은 사고발생후 40여분만에 고장난 신호기를 고쳤다고 한다.40여분만에 취해질수 있는 조치가 4∼5일씩 방치됐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태만이다. 교통신호기의 잦은 고장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지난해 11월 경찰청에서 서울시내의 교통신호체계를 조사한 결과 전자교통 신호기중 40%가 정상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비만 오면 꺼지는 교통신호등도 서울시내 곳곳에서 자주 발견된다.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전자교통신호기의 사후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원활한 교통소통의 핵심이 되는 교통신호체계는 철저히 관리·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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