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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관서 이번에 물 쏟아져/2천여주민 큰 불편

    ◎신당 2동… 15시간만에 정상화 13일 상오5시쯤부터 서울 성동구 신당2동 824 지하 1.7m 깊이로 묻혀 있는 가스관의 가스공급이 중단되고 오히려 가스관에서 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나 이 지역 주민 2천여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가스공급이 되지 않는다는 주민신고에 따라 가스공급업체인 극동가스측이 이 일대 6곳의 가스관 매설지점을 파고 점검을 위해 가스관꼭지를 여는 순간부터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오 늦게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긴급복구에 나선 가스회사측은 15시간 가량 지나서야 가스관의 물을 모두 빼내고 가스공급을 정상화시켰다. 극동가스측은 지하 가스관과 수도관이 함께 파손되면서 수돗물이 가스관으로 가득 스며들어가는 바람에 가스공급이 끊겼다가 가스관꼭지를 열면서 물이 거꾸로 쏟아져 나왔거나 가정용 가스보일러관을 설치하면서 수도꼭지와 가스꼭지의 연결위치를 서로 바꿔놓아 수돗물이 가스관으로 역류,이같은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복구작업을 마칠 때까지 사고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 대구시민을 생각하며(송정숙 칼럼)

    대구참사는 우리로 하여금 만사를 포기해버리고 싶게 만들었다.그동안 그토록 빈번했던 어처구니 없는 대형사고들이 우리를 이미 정신적 탈진상태로 만들었고 거기에 다시한번 일격을 더했으니 절망감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위로의 말도 수습의욕도 찾아지지 않는 그 무력감에서 그래도 우리를 소생시킨 것은 다름아닌 대구시민이었다.그들의 그 아름다운 인정이었다. 자기 위험을 돌보지않고 현장에 뛰어들어 한목숨이라도 더 구하려다가 실신도 하고,벌겋게 피를 뒤집어쓰며 정신없이 생명을 구하고도 힘이 못미쳐 잃어진 목숨들을 안타까워 하는 그들.날밤을 새우며 구조반을 거들고 그 뒷바라지로 24시간을 매달린 어머니들과 한방울의 피라도 나누어보겠다고 길고 긴 줄을 서 있는 어른과 아이들.맥이 빠져 세상이 싫어지는 우리에게 그들은 구원이었다. 그중에서도 참혹하게 제자들을 잃은 시인교사가 절규처럼 한 말은 우리의 정수리를 때린 망치였다.참사로 희생된 동료교사에게 함께 저승길을 가게될 「우리 아이들」을 맡기노라 당부하며『이런 말이라도 하지않고는 누군가를 저주하게 될 것같아 환장하겠다』던 한마디.그건 우리심장을 하비는 송곳이었다.그런 그는 영정을 만들기 위해 병광이와 민철이와 석술이의 사진을 교무수첩에서 찢어내면서 『너희들은 그 사람들을 사랑으로 용서해주도록 하라』고도 당부했다.대구시민인 그 「선생님」의 이 말을 우리는 멍에 삼아 등에 짊어지게 되었다. 침이라도 탁 뱉듯이 『이눔으 세상 나사가 빠져버렸다』고 힐난하며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말이 우리에게는 너무 흔해졌는데,누군가에게 구정물처럼 핑계를 한바가지 안겨주고 목청껏 비난이나 하는 말만 너무 많아졌는데,용렬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사형을 시켜버려야 할 공직자의 책임을 허옇게 열거하는 일로 카타르시스를 하는 듯한 말도 넘치게 들었는데 『누군가를 저주라도 하게 될 것같아 환장할 것같은 마음』을 참아가며 죄지은 이들을 사랑으로 용서하도록 가르치는 대구「선생님」말은 그런 말이 아니다.우리는 평생동안 그 말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대구시민을 안다.속속들이 다알지는 못해도 역사의 길목길목에서 대구 사람들이 보여준 결의를 알고 정의감을 알고 울분을 알고 그 인정을 안다.의때문에 분노하지만 긍정적인 결론을 내릴줄도 아는 성숙한 아량을 우리는 믿는다.그런 대구의 희생자들이므로 돌아오지못할 저승길을 떠나며「선생님」의 당부대로 「저주」대신 「사랑의 용서」를 선택했으리라는 것을 또한 믿는다. 이 대구시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은,우리 사회가 더는 이렇게 흘게빠진 채로 살지 않는 것임도 우리는 절감한다.높은 목소리로 일회성의 가혹한 비난이나 외치고 마는 일의 반복이 얼마나 의미없는 일인가를 우리는 알고 있다.비난과 비웃음은 까딱하면 적개심과 불화만을 확대시킨다.지구촌에는 불화 때문에 피비린내나는 내전을 하느라고 민족을 기아와 질병으로 피골이 상접한채 지옥속에 빠져버리게 한 나라도 숱하다.민족간의 갈등 때문에 전쟁이 끊이지않아 피폐의 늪에 빠진 민족도 얼마든지 있다.불화와 적개심은 증오와 갈등의 근원이 된다. 불화와 갈등은 승화시키고 잘못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따지고 집요하게 추궁하여 누구도 책임에서 회피하지 못하고 모든 빚은 다 갚아야 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그러기 위해 바로 「내가」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톺아보는 일이 우리에게는 시급하다.지속적으로,꼼짝못하게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법을 지키며 꾀피우는 일이 없도록 감시하는 시민에게는 공직자도 사회지도층도 겁을 먹는다. 이런 모든 교훈을 대구시민에게서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한다.그들이 스스로 비극을 딛고 일어나 늠름한 기상으로 거듭나리라는 것을 우리는 확신한다.대구는 여러번 그러했으니까.그것이 우리 모두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수범이 될 것이다.우리는 대구를 사랑한다.대구를 형제로 둔 우리 모두는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 일본/「규제완화」 관민 발맞춰 추진(세계화 외국에선)

    ◎관습 등 대외교섭 활용… 내실있는 개방 지난 1월17일 한신(판신)대지진으로 대도시가 한순간에 생지옥으로 빠져들자 전세계로부터 의료진과 구호품 등을 보내겠다는 제의가 속속 답지했다.그러나 일본쪽 반응은 뜻밖에 심드렁했다.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의료진과 관련,일본정부는 「일본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면 일본 의사면허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기상천외한 해석을 내렸다.로스앤젤레스지진에서 경험을 상당히 쌓은 미국의사도 예외는 아니었다.세계 각국으로부터 「역시 일본은……」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자 결국 받아들여지게 됐지만 이들은 주로 의료기구를 소독하거나 일본의사를 보조하는 데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일본은 한국산 김에 대해 연간 2백50만속의 수입쿼터를 배정해놓고 있으나 김수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한국으로부터 수출되는 김은 모두 일본의 김생산업자로 이뤄진 김협동조합에 넘겨야 하고 조합은 이 김을 전년도 수입실적이 있는 수입상에게만 팔도록 행정규제가 이뤄져 있다.따라서 한·일국교정상화후 쿼터를 처음 배정받은 해에는 전년도 수입실적이 있는 수입상이 없기 때문에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고 다음해에는 똑같은 사정이 되풀이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시범수입을 제외하고는 수출실적이 전무한 형편이다. 일본은 선진국치고는 세계적인 규제의 나라다.건설업·유통분야 등에는 공정거래에도 문제가 많다.미국 등으로부터 늘 규제를 완화하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외국정부를 포함,1백50여 단체로부터 2천5백항목의 규제완화요망을 접수해놓고 있는 실정이다.일본인도 스스로 규제가 심하다고 말한다. 법령·행정내부규칙·행정지도를 통한 규제와 계열(게레쓰)화등에 의한 관습적이고 자율적인 규제는 일본문화의 한 측면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일본은 「이익을 주거나」 「손해를 입히는」 규제행위와 연결된 관료의 부패가 거의 없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관료체제는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고 전후 일본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관차였다.일본 대형증권업체에 규제완화에 대한의견을 구하니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관민일체로 해야 한다고 응답해왔다.관료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은 썩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와 함께 일본정부가 각종 규제를 섣불리 벗어던지지 않는다는 점과 관습을 통한 규제 등을 대외교섭에서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 3월 11개 분야 1천64항목의 규제완화추진5개년계획(엔고현상으로 추진기간을 3년으로 단축)을 발표했다.물론 해외로부터는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일본정부는 60년대초부터 대외개방정책을 펴면서도 각종 규제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하나씩 천천히 벗으면서 국제화를 해나가고 있다.섣부른 국제화보다는 적절한 페이스를 지켜가면서 국제화를 향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하게 생산자위주의 성장경로를 거치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의 전략이 모범적 사례가 될지 아니면 잘못된 사례가 될지 연구할 만한 점이 많은 듯하다.
  • “못다핀 꽃들 당신이 인도하소서…”/사고후 첫 등교 영남중 표정

    ◎희생된 교사 영결식장 또한번 통곡의 바다로/슬픔딛고 열심히 공부… 사고없는 세상 만들자 대구 가스폭발 사고 4일째인 1일까지 피해복구가 웬만큼 이뤄졌으며 장례식도 이어졌다. ○…42명의 희생자를 낸 영남 중학생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1일 사고 후 처음 등교.그러나 정상 수업 대신 자율학습을 했다. 담임 선생님과 친구 2명을 잃은 3학년 8반 교실에는 교단과 빈 책상을 국화꽃이 대신한 가운데 학생들의 흐느낌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3명이 희생된 2학년 1반 교실은 『친구를 잃은 슬픔을 딛고 열심히 공부해 이런 사고가 없는 세상을 만들도록 하라』는 담임 교사의 당부에 한동안 울음바다를 이뤘다. ○…영남중 교정에서 열린 이종수 교사(39)의 영결식장은 통곡의 도가니였다.『우리는 압니다.당신과 마흔두명의 우리 아이들을 이 세상에서 떠나게 한 것은 잘못이 거듭되어도 반성할 줄 모르는 불성실과 뻔뻔스러움이라는 것을…』 이길우 교장이 추도사를 읽는 중 50여명의 교사와 1천6백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오열했다. 가랑비까지 뿌린영결식에서 총학생회장인 나형준군(15·3학년9반)은 『어처구니없는 참변이 이 땅에서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 세상을 바로 잡아가는데 선생님의 남기신 뜻이 큰 힘이 돼 주시옵소서…』라고 추도. ○…대구시와 자매결연이 된 미국 애틀랜타시와 중국 청도시 등 외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구 가스사고 희생자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는 전문을 보내왔다. ○…대책본부는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끝나는 2일부터 유가족을 방문,위로하기로 했다. 구청 과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유족들의 요구사항을 청취,수습대책의 요구사항을 청취,수습대책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한편 대책본부에 이날까지 1백70여건에 42억3천여만원의 성금이 접수했다.
  • 대구/가스폭발 대참사 97명 사망

    ◎지하철공사장 6백m 붕괴 차량 80대 추락/등교길 중고교생 60명 희생… 부상 1백66명 【대구=특별취재반】 28일 상오 7시50분쯤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70 영남중·고 앞 네거리 대구 지하철 1∼2공구(시공자 우신종합건설)에서 도시가스관이 폭발,등교길 학생과 출근길 시민 등 99명이 숨지고 1백6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우리나라 가스폭발사고 사상 최대의 참사이며 아직 중상자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희생자 가운데는 특히 등교길 학생들이 많아 하오 5시 현재 영남중학생 36명등 중·고생 53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사고로 지하철 공사장의 철제 덮개 3백여m가 붕괴되면서 출근길 차량 60여대가 지하 공사장으로 추락하고 건물 지붕이 날아가는 등 공사장 이웃 건물 10여채가 심하게 파손됐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날아간 대형 철제빔과 철제 덮개,불에 탄 버스,뒤집힌 승용차와 사체,부상자 등이 나뒹굴어 아비규환을 이뤘고 서일학원 6층건물 등 반경 1백m안에 있는 아파트 유리창등이 박살났다. 또 이 일대 전주 20여개가 무너져 내리고 지하의 대형 수도관도 파열돼 달서구 등에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검찰과 경찰은 이 사고가 지하철 공사장의 굴착작업을 하던 포클레인이 현장을 지나는 직경 2백㎜의 도시가스관을 잘못 건드려 새어나온 가스가 인화물질에 옮겨붙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우신종합건설 직원 김유덕씨(33)는 상오 7시40분쯤 현장에서 목공작업을 하던 목공반장 천귀일씨(31·사망)로부터 가스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무전연락을 받고 현장에 달려 가보니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작업 인부들은 사고 나기 30분 전인 7시20분 쯤부터 가스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우신종합건설이 올들어 두차례에 걸쳐 공사장에서 가스가 누출되고 있다는 신고를 한 점을 중시,우신종합건설과 대구도시가스공사의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공사과정상의 부실이나 관계자의 과실이 드러나는대로 모두구속할 방침이다. 사고가 난 공사현장은 우신종합건설이 맡은 1∼2공구 7백85m 가운데 중간 지점으로 도시 가스 배관 공사는 마무리된 상태이나 구조물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고가 나자 대구시는 시공무원,경찰,군병력 등 1천여명과 헬기,크레인 등 각종 장비 5백여대를 동원해 구조작업에 나섰다. 한편 대구시는 이날 달성구청에 사고수습대책본부(본부장 이종주대구시장)를 설치,사고수습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 특별재해지 간주/내각 책임지고 사고수습”/김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은 28일 대구 도시가스폭발사고와 관련,『사고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간주하고 내각이 총책임을 지고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사고의 수습에 만전을 기하라』고 이홍구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하오 사고현장을 다녀온 이총리로부터 사고현황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지시하고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가장 시급하므로 부상자의 구조와 치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나 많은 국민이 희생된 데 대해 아픈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분들과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철저히 규명하고 공사를 중단하거나 다시 하는 일이 있더라도 철저하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면서 『전국의 건설현장은 물론 지하시설물 등 사고의 위험이 있는 모든 시설물에 대해 행정력을 총동원해 다시 한번 철저한 안전점검을 하라』고 당부했다.
  • 대구로 달려간 정·관가/대구 가스참사 수습노력

    ◎행사 취소… “사후조치 만전” 지시/청와대/현장·병원 방문,부상자 등 위로/총리실/당직자 현장 급파… “보상에 최선”/여야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측은 물론,여야를 막론하고 정·관가 인사들은 28일 예기치 않은 대구가스 폭발사고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순 말을 잊었다.이들은 침통한 표정속에서도 조속한 현장복구와 민심수습을 위해 현장방문길에 나서는등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청와대◁ ○…김 대통령은 이날 하오 청와대에서 사고현장을 다녀온 이홍구 국무총리로부터 사고상황등에 대해 보고받고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나 많은 국민이 희생된 데 대해 아픈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하고 사고수습과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등교하던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당한 것을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애통해 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제4백50회 충무공 이순신장군 탄신 기념행사에 참석한뒤 천안 제2공단을 방문한자리에서 대구 사고에 대해 언급,『아주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김대통령은 이날 저녁 예정됐던 민자당 초·재선 의원들과의 만찬을 즉시 취소하고 사고이후 조치를 확인하는등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김대통령은 『이런 사고는 모두 부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사고 수습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예방하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아침 사고발생을 보고받고 동행키로 했던 한승수비서실장에게 청와대에 남아 사고수습을 챙기라고 지시했으며 행사 도중 박성달행정수석을 통해 수시로 상황보고를 받았다. 김대통령은 조만간 사고현장을 방문,수습대책을 점검하는 한편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위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이홍구 국무총리는 사고현장을 다녀온 뒤 이날 밤 긴급관계장관회의에 이어 긴급 고위당정회의에 잇따라 참석,사고수습대책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홍재형 부총리,안우만 법무·이양호 국방·서상목 보건복지·오명 건설교통·오인환 공보처장관과 김무성 내무·박운서 통산부차관 등이 참석한 긴급관계장관회의는 시종 침울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어 민자당의 김덕룡 사무총장 현경대 원내총무 박범진 대변인 이상득 제2정책조정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이 총리는 『사후대책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내일 당장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이 문제를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총리는 『원만한 사고대책을 위해 앞으로 긴밀한 당정협의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특별지시도 있는 만큼 정부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이총리는 이날 하오 김숙희교육부장관과 함께 사고현장과 피해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을 차례로 방문,유가족과 부상자들을 위로한 뒤 상경,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민자당◁ ○…이춘구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한편 상오와 하오 두차례에 걸쳐 고위당직자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대표는 이날 낮 12시30분쯤대구에 도착,사고현장을 돌아보다 『흙에 묻혀 보이지 않는 곳에 희생자가 더 있을지 모르니 유족들에게 더 큰 슬픔을 주지 않도록 수습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침통한 표정으로 경찰과 소방관계자등 복구요원들에게 당부했다. 정호용 대구시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구당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대책위를 구성해 희생자 및 보상문제를 당차원에서 수습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민자당은 이날 하오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부상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29일 상오 여의도당사에서 당직자와 사무처요원들이 헌혈을 하고 당 재해대책기금 3억원을 희생자 가족들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이기택 총재는 이날 하오의 총재단회의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상오 11시쯤 비행기편으로 대구로 내려갔다. 하오 3시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이총재는 이의호 대구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사고 현황을 보고받은 뒤 『정부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사망자와 부상자에대한 철저한 사후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또 국회 내무위·통상산업위 소속의원과 대구지역 지구당위원장등으로 사고진상조사단을 구성,진상조사와 함께 복구대책,피해자 보상문제 등에 대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홍구 총리 대국민사과문 오늘 대구 지하철공사현장에서 일어난 가스폭발사건은 참으로 엄청난 사고였습니다.무엇보다도 먼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번 사고로 희생된 사망자들,그리고 현재 부상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들께 심심한 애도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이번 사고 희생자들 가운데는 그 반이상이 어린학생들이었습니다.따라서 우리 모두의 가슴아픔이 한결 더하는 것은 바로 이 나이어린 학생들이 이 뜻하지 않는 사고로 희생되었다 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안전,특히 안전사고예방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했던 정부로서 참으로 큰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할말이 없습니다.정부를 대표해서 국민과 대구시민,그리고 특히 오늘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사망자,부상자 가족 여러분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는 이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입니다.모든 전문가를 동원해서 왜 이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는가를 꼭 확인할 것입니다. 이 엄청난 사고를 당해 대통령께서도 이 사고지역을 특별한 재해지역으로 간주하여 정부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지원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사후대책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다시한번 말씀 드립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관계장관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했습니다.저희로서는 모든 힘을 다해서 이런 사고가 다시는 나지 않도록 거듭 노력하겠습니다.그러나 모든 국민과 기업,그리고 단체들이 안전을 위해서 합심해 주실 것을 다시한번 당부드립니다. 오늘 하오에 대구 현장에 갔었습니다.참으로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현장이었습니다.그러나 또 바로 이 어려운 현장에서 주민들이 합심해서 슬픔을 나누고 쓰라림을 나누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시는 그 장면을 보고 경의를표하고 또 감격도 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전국민이 하나의 공동체로 이 슬픔과 어려움을 극복하여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거듭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이번 사고로 사망하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부상자들이 하루빨리 쾌유되시길 또 빌겠습니다.국민들께는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꽝”순간 공사구간 6백여m “폭삭”/대구 가스참사 상보

    ◎복강판 1백개 50m 치솟아/군·경 1천여명 구조 “비지땀” 【대구=특별취재반】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대 참화였다.28일 상오 대구시 상인동에서 일어난 지하철 공사장 폭파 참사현장은 나뒹구는 피투성이의 사체,폭격을 맞은듯 흩어진 지하철 구조물,불타버린 시내버스,고꾸라진 승용차의 잔해 등으로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화사한 봄햇살속에 4월을 마감하려던 국민들은 『서울 마포 지하철참사가 일어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순간◁ 사고현장 근처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시민 김중기씨(73)는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았으며 지하철공사장의 철제 복공판 1천여개가 50m 높이로 튕겨진뒤 공사구간 2백여m가 내려 앉으면서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승용차를 몰고 출근하다 현장을 목격한 이주창씨(31·대명9동)는 『신호대기를 하다 폭음에 놀라 눈을 감았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앞서가던 승용차 위에 철제빔이 떨어져 있었고 운전자는숨져있었다』고 말했다. ▷현장◁ 사고주변은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었다.우일교통 소속 대구5자5116호 시내버스가 불이 붙은 채 20m 아래의 지하공사장으로 추락하는 등 신호대기를 하고 있거나 통행하고 있던 80여대가 순식간에 공사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또 이웃 건물 80여채가 폭격을 맞은 듯 크게 부서졌으며 주변 20여개의 전주가 무너져 내리고 동서신경외과 건물 등 사고현장 주변 일대 건물이 폭발 충격으로 기울어져 대규모 지진이 지나간 듯 보이기도 했다. 사고현장 지름 1㎞안의 아파트 및 건물의 유리창들이 깨어져 나갔으며 공중으로 튀어오른 가로 75㎝ 길이 2.7m 두께 20㎝의 복공판이 주변 차량을 덮쳐 1백여대의 차량이 크게 부서졌다. 복공판이 튕겨져 나간 사고현장 곳곳에는 학생들의 책가방과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다 화재로 철제빔이 꺼멓게 그을린 모습으로 당시의 참상을 증언했다. ▷수습·구조◁ 사고가 난 뒤 한시간 뒤까지 일부 가스관에서 계속 가스가 유출된데다 러시아워로 도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상오9시30분쯤부터 경찰과 군인 1천여명이 투입돼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작업이 시작되면서 뒤늦게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몰려들어 사상자들이 들것에 실려 나올때마다 주민들은 한숨과 함께 곳곳에서 사상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소리로 주변은 아수라장 그대로였다. ▷피해자주변◁ 가장 많은 사상자가 생긴 영남중은 45명이 사망한 것은 확인됐으나 상당수의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또다른 사망여부를 확인하느라 이날 늦게까지 부산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날 사고가 현장에서 10여m 떨어진 대구백화점 상인점 신축공사를 하고 있던 표준개발측이 지반안정을 위해 구멍을 뚫다 가스관을 건드려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으나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부주의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고원인및 수사◁ 도시가스측은 『상오7시30분쯤 가스누출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출동한 순간 폭발했다』면서 『월배쪽으로 난 직경 2백㎜의 도시가스관과 상인동쪽으로 분기되는 1백50㎜가스관의 누출로 사고가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가스폭발사고 일지 ▲85년5월6일=서울 마포·서대문구 14개동 도시가스 연쇄폭발,가옥 20채 파손. ▲90년7월22일=경남 울산시 유공에틸렌공장 부탄가스저장탱크 폭발,재산피해 1억원. ▲92년2월24일=광주 해양도시가스저장탱크 폭발,9명 중상. ▲93년11월9일=전남 여수시 삼성전자판매장 LP가스 폭발,20명 부상. ▲93년11월29일=경남 울산 현대미포조선소 LP가스운반선 폭발,10명 부상. ▲94년1월9일=광주 무등주유소 LP가스 폭발,3명 사망,5명 부상. ▲94년4월27일=전남 나주군 신진냉동가스 폭발,5명 사망,2명 부상. ▲94년8월30일=서울 도봉2동 4층건물 LP가스 폭발,5명 사망,2명 부상. ▲94년12월7일=서울 아현동 가스중간기지 폭발,12명 사망,1명 실종,65명 부상,이재민 6백여명.
  • “상급자에 불만” 어처구니 없는 방화/부산 금사전화국

    ◎전화국직원이 단자선에/전화 1만6천회선 불통 【부산=이기철 기자】 전화고장 수리를 담당하는 전화국직원이 상급자에 불만을 품고 전화단자선에 불을 질러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 일대 1만6천5백여가구의 전화가 불통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 하오 7시쯤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2동 금사전화국 반송분기국사의 시험실에서 이 시험실에 근무하는 서정수씨(32·5급·동래구 명장2동)가 시험실내부 점프선(전화 교환기와 가입자 선로를 연결하는 선)에 불을 질러 전화번호 단자 1만6천5백회선이 불에 탔다. 이 사고로 해운대구 반송1·2동 일대 1만6천여가구의 전화가 불통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통신 부산사업본부는 긴급복구작업에 나섰으나 소실된 물량이 많은 데다 자재가 부족해 27일 하오쯤에나 완전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 봤다. 서씨는 경찰에서 시험실 책임자 김용호씨(57)가 자신을 조롱,홧김에 라이터로 신문지에 불을 붙여 점프선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서씨를 방화혐의로 연행,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지하철구조물 총점검하라(사설)

    지난 3월 제2기 서울지하철 5호선과 8호선 천장에 수십군데의 균열이 발견돼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더니 이번에는 7호선 도봉차량기지의 바닥이 진입선로보다 45㎝나 낮게 시공되는 바람에 차량이 출입할 수 없게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졌다.이번 사태는 도봉차량기지의 설계가 토목및 건축의 기준점을 잘못 선정한 때문이라고 하는데 서로 수치가 다른 도면으로 시공했으니 그것이 제대로 맞을 리가 없지 않은가.단순한 실수라고 탓하기엔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다. 첨단기법이 총동원되어야 하는 지하철공사에서 설계도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 이같은 엄청난 결함을 유발시켰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모든 건설공사는 설계·시공·감리의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어느과정에서라도 찬찬히 살펴보고 점검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결함을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간 결과로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시공을 다시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시지하철본부와 시공회사인 한신공영은 진입선로의 지반을 낮추거나 차량 기지의 철골구조물을 들어올리는 보수공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보수공사에만 6개월이 소요돼 올 연말로 예정된 7호선의 개통이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엄청난 추가예산이 들게 됐고 개통시기도 늦어지게 됐으니 이런 낭비가 또 어디에 있는가.그동안 투입된 막대한 예산과 인력·시간은 누가 어떻게 보상한단 말인가. 이런 결함을 초래한 시공회사및 관련 공무원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지하철의 부실시공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사인 만큼 어물쩍 넘겨버려서는 안된다.우리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부실공사와 관련된 제재는 보다 엄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발견된 곳 말고도 다른 여러곳에서 비슷한 유형의 결함이 잠재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모든 지하철 구조물에 대한 정밀진단을 철저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부실하게 건설된 지하철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상상하면 안전점검 및 진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서울 도봉 지하철기지 오측 시공/검사고 바닥 낮아 차량 “부도”

    ◎뒤늦게 발견… 공사중단 소동/건설본부/“설계·시공과정 조사… 원인규명” 서울 지하철 5호선과 8호선에 이어 7호선(건대 입구∼의정부시)의 도봉 차량기지도 잘못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와 시공사인 한신공영(주)에 따르면 도봉 차량기지(의정부시 장암동 166)의 차량검사고와 주공장의 바닥이 진입선로보다 45㎝나 낮게 시공되는 바람에 차량이 출입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와 한신공영은 최근 기지 입구의 철골 공사를 마치고 진입선로 개설공사를 하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 선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는 설계 잘못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검사고와 주공장의 표고는 지표면보다 15㎝ 높게,진입선로의 표고는 지표면보다 60㎝가 높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검사고 등을 재시공하는 데는 6개월 정도가 걸려,올 연말로 예정된 7호선의 개통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와 한신공영은 진입선로의 지반을 낮추거나 검사고 등의 철골 구조물을 들어올리는 보수공사를 계획하고 있다.그러나 거대한 구조물을 들어올려 재시공할 경우 또다른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차량검사고는 가로 79m,세로 1백80m,높이 12m의 8개 선로 규모이고 주공장은 가로 1백10m,세로 3백10m,높이 7·6m로 한 개의 선로를 갖추게 된다. 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는 『이런 일이 빚어진 원인을 정확하게 가리기 위해 설계와 시공 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신공영의 관계자는 『설계가 잘못됐더라도 시공자가 설계를 확인할 책임이 있는만큼 보수공사비를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도봉 차량기지는 7호선 전동차의 유지 및 검수를 위해 92년 4월 착공,지난 해 10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토지보상 등이 늦어지며 완공시기가 올 연말로 늦춰졌었다. 차량기지의 실시설계와 감리는 동아엔지니어링이,건축설계는 환경스페이스가 각각 맡았다. ◎토목·건축 기준점 산정 잘못탓/지하철 건설 주먹구구식 반증 최근 지하철 5,8호선의 일부 구간 터널에서 균열이 발견된 데 이어 7호선 도봉 차량기지의 설계 잘못이 밝혀짐으로써 모든 지하철 노선에 대한 부실시공의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봉 차량기지의 설계가 잘못된 것은 토목 및 건축의 기준점을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다.서로 높이가 다르게 설계된 도면에 따라 시공했으니,검사고 등의 바닥이 선로보다 45㎝나 높아지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빚어졌다. 설계­시공­감리로 이어지는 3자 중 누구 하나라도 제 역할을 충실히 했더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공정의 60% 이상이 진행된 뒤에 뒤늦게 알고 재시공 소동을 벌이는 것은 지하철 건설이 주먹구구식임을 반증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기본은 측량을 통한 기본 설계 및 실시 설계이다.설계시 임의의 토목 기준점을 정한 뒤 각 구조물과의 거리와 방향을 결정하고 토목 기준점 위에 건축 기준점을 설정해 구조물과 지표면의 높이를 정한다. 이런 기본이 잘못 됐는데도 도봉 차량기지의 실시설계자 겸 감리자인 동아엔지니어링,건축설계자인 환경스페이스와 시공을 맡은 한신공영(주),감독관을 파견한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는 공사 중 단 한 차례도 도면 확인을 하지 않았다.
  • 한국형 경수로 양보못한다(사설)

    미국이 대북경수로협상에서 또 양보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도 되고 있다.미당국이 대북제공 경수로 한국형 명기 관철이라는 당초입장에서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사태전개가 아닐수 없다.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 명칭을 두고 그간 북한과 한미 등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왔다.한미는 반드시 한국형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북한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이 25일 베를린에서 경수로문제 전문가회의를 갖는 시점에 미국의 양보설이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 미정부의 진의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그동안의 보도를 종합하면 경수로에 말썽 많은 국적이나 기종을 명시하지 않는 방향의 타협을 하자는 것으로 관측된다.갈루치 미핵대사도 「실질적으로 한국형이면 명칭에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우리는 우선 두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이같은 후퇴를 용납 할 수 없다.첫째는 언제까지 일방적 양보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북한이 위협하고 억지만 부리면 미국은 계속 양보해 갈 것인가.그리고 미국은 경수로 명칭이 미국의 국익이 아니기 때문에 간단히 양보하려는 것은 아닌가.이점 분명해야 할 것이다. 둘째 「실질적 한국형」이란 말은 또하나의 함정이란 측면이다.그것은 한국형 표시만 않고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주도하게 한다는 것인데 미국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한국 기자재와 기술인력의 동원은 북한이 용납할 것 같은가.북한은 또 터무니 없는 억지를 부리거나 트집을 잡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보이고 있는 완강한 거부태도로 미루어 한국형 기종표시 양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직감한다.한국형 명칭문제는 단순한 명칭문제가 아니라 북의 진의를 확인하는 중요한 시금석인 것이다.
  • 사이비 종교(외언내언)

    한글사전은 「사이비」를 『겉은 제법 비슷하나 속은 다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따라서 사이비종교는 종교가 아니라 종교의 탈을 쓴 혹세무민의 집단이다.이 집단들은 허무맹랑한 교리를 내세워 신도들을 현혹한다.그 대표적인 교리가 종말론이다. 종말론 자체는 그릇된 교리가 아니다.그러나 사이비교주들은 이것으로 위기의식을 강조하면서 영생을 약속하는 미끼로 활용하고 있다.종말론의 뿌리는 깊다.초대교회때의 기독교박해,십자군원정,1·2차세계대전등 그때그때의 긴박하고 어려웠던 시대상황을 대변하는 절망과 구원의 신앙이었다. 우리사회도 사이비종교의 종말론때문에 여러차례 소동을 겪었다.87년 32명이 집단자살의 참극을 빚었던 구원파의 오대양사건은 온세상을 놀라게 했고 92년에는 다미선교회가 그해 10월28일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속여 신도들에게 학업과 생업을 버리도록 강요하고 가정을 파괴하는등 반사회적 행위를 해 교주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신도들로부터 3억5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지난해 1월12일 구속된 영생교조희성교주도 종말론으로 신도들을 현혹했다.그는 『곧 세상의 종말이 온다.「동방의 메시아」 「구세주」 「이긴자」인 나를 믿으면 영생을 얻을 것』이라고 외치면서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했는가 하면 기혼자에게는 이혼을 강요하고 미혼자에게는 결혼을 못하게 하는등 어처구니 없는 사기행각으로 세상을 농락했었다. 일본 도쿄의 지하철독가스 살포사건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오우무진리교」도 종말론을 앞세운 사이비종교라고 한다.사이비종교의 사회적 폐해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신앙의 자유를 구실삼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사이비종교는 이 땅에서 추방되어야 한다.히로뽕이나 코카인이 인간의 육체를 좀먹는 마약이라면 사이비종교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정신적 마약이기 때문이다.
  • 캠퍼스의 봄/김종양 한양대 총장(일요일 아침에)

    경칩을 딛고 봄이 성큼 다가섰다.교정의 양지바른 바위 틈새에서 봄비에 젖은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렸다.그것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런 내 모습이 쑥스러워 뒤를 돌아다보니 한 학생이 빙긋이 미소 띠며 인사를 건넨다.수줍은 듯 피어난 꽃봉오리와 싱그러움이 넘치는 젊은이들.오랜만에 느껴 보는 캠퍼스의 정경이다. 대학의 총장직을 맡은 지 어언 두해.어느 분께선 지난 2년간의 세월이 20년인지 두달인지 갈피를 못잡겠다는 술회를 했다던가.그 말의 속뜻을 이심전심으로 깨달을만 하다.아직은 지천명의 연륜에도 채 미치지 못했는데 귓가엔 서리가 내려 주위의 연민어린 눈총을 받는다. 주인없이 텅빈 내 연구실이 문득 그리워진다.앞으로 남은 2년간의 세월은 또 얼마만한 무게로 나를 짓누를 것인지 마냥 두렵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휩쓰는 세계화의 바람은 대학의 캠퍼스에도 어김없이 불어온다.대학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도 시원찮은 판에 거꾸로 사회가 침체된 대학을 걱정하게끔 되었다.참으로 면목없는 꼴을 드러낸 셈이다. 속맘 같아선 단숨에 정체의 늪을 갈아엎고 싶다.그러나 불가능한 일이다.교육은 백년대계를 바탕으로 세워져야만 한다는 당위성에 눌려 변화의 속도나 폭이 지지부진하기만 하다.한걸음 한걸음을 속으로 되뇌이면서 스스로를 달랠 수밖에 없다. 이제 대학도 안주의 숲을 떠나 적자생존의 룰이 지배하는 허허벌판에 내던져졌다.자율이란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냉혹한 힘겨루기 일수도 있다.천편일률적인 만물상을 닮은 양적 팽창의 대학성장이 아닌,그야말로 각자의 교육이념이나 여건에 맞는 차별적 특성화만이 대학의 살 길이다. 한해에 70만명이 넘는 입시 지원생들을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등급을 매겨 놓은채,일류니 이류니 하며 대학의 순위에 따라 두부모 자르듯 나눠가지는 현행의 입시제도 아래선 대학의 경쟁력은 발붙일 틈이 없다.각자의 적성이나 소양은 간곳 없고 사설 입시학원의 자의적인 배점표에 따라 지망대학과 학과가 좌우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언제까지나 내팽개쳐 둘 것인가. 이러한 풍토에선 똑똑한 학생을 뽑아 바보로 만드는 교육의 역기능을 피할 길이 없다.더욱이 입학후엔 전과의 기회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잘못 첫발을 내디딘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마음에도 없는 공부를 강요받게 된다. 따라서 억지 춘향식으로 딴 학점은 졸업장과 맞바꾸는 헐값으로 증발해 버리고,사회 진출후의 역할은 전공과 전혀 동떨어진 분야에서 새로 시작 되어진다.좋은 예로 각 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후 교육과 훈련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는다는 불평을 하게 됨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제 대학은 사회에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게끔 판을 다시 짜야 한다.그 길만이 대학교육에 대한 공급자(대학)와 수요자(기업등)간의 괴리현상을 막을 수 있는 첩경이다.쓸만한 재목을 찾기 어렵다는 구인난과 일할 곳을 찾아 헤매는 구직난이 한데 겹쳐지는 아이러니를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일류대학이란 사회적 고정관념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그자리에 일류학과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이 들어서야 한다.각 대학이 얼마나 많은 일류 학과를 거느릴 수 있는가에 경쟁의 초점이 맞춰질 때 사회도 살고 대학도 산다.그를 위하여 먼저 대학자체가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본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자니,어느 틈에 화창하던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와 때아닌 눈발을 흩뿌린다.꽃샘 추위 속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리는 계절의 정직함이 교육의 현장에서도 철칙으로 통용될 것이라는 믿음을 애써 다져 본다. 춘래불사춘,정녕 캠퍼스에도 봄은 왔건만 앞으로의 할일들이 태산 같은 무게로 온몸을 짓누른다.
  • 사랑과 모험의 대륙/작가 김주영(아프리카 기행:2)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카렌 공주집은 박물관으로/덴마크 공주­영 수렵가의 애절한 사연 그대로/처음 만난 케냐 대평원 가시나무 숲 뒤덮이고/나이로비 서쪽 초원엔 용맹한 마사이 부족이… 아프리카에서 자생하고 있는 천여종의 나무와 꽃들을 모두 옮겨다 심었다는 사파리파크호텔 경내를 돌아보며 휴식을 취한 3시간뒤 곧장 나이로비교외에 자리잡은 카렌박물관으로 달려갔다.카렌박물관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현장이기도 하다. ○등잔·가구 등 잘 보존 덴마크의 공주였던 카렌은 1914년 부로어 브릭센 피네케 남작과의 결혼을 위해 혼자서 덴마크를 출발한다.그녀는 한때 아프리카 노예시장의 거점이었고 1907년까지 케냐공화국의 수도였던 케냐의 동쪽 항구 몸바사에 당도한다.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내륙의 나이로비로 향하던 카렌은 가시나무숲으로 뒤덮힌 대평원에서 영국출신 수렵가인 데니스핀치 해턴과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남작과 결혼은 하게 되지만 애인 해턴이 1931년 비행기 사고로 숨질때까지 카렌은 이 집을 지키며 고독하게 살았다. 그때 카렌이 쓰던 가구 그리고 그녀의 손때가 묻은 등잔과 책 한권에 이르기까지 훼손없이 보존되고 배치되어 있다.그녀가 커피를 심었던 농장이 지금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이곳의 커피농장은 1914년 그녀가 피네케남작과 결혼한 당시 덴마크의 가족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카렌 블릭센의 원작소설과 영화는 그녀가 이곳에 살면서 애인 해턴과의 밀도있는 사랑,커피농장주로서 겪어야 하는 갈등과 좌절,그리고 흑인노동자들과의 인간애를 진한 감동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이곳에서 흑인들에게 커피재배를 지도하며 살았지만 해턴의 사망과 때를 같이하여 파산선고를 받았고 덴마크정부는 나중에 이 농장과 땅을 케냐정부의 독립선물로 주었다.그녀가 커피농장을 지키며 살아야 했던 17년동안의 고독은 케냐의 대평원에 흩어져 자생하고 있는 가시나무 숲의 스산한 모습과 상징적으로 대비된다.그녀는 엽색행각과 도박으로 세월을 농하고자 하는 남편 피네케남작을 기약없이기다려야 했고 아프리카의 대평원을 바람과 같이 종횡무진으로 쏘다니며 수렵생활에 미친 해턴을 또한 기약없이 기다렸다.가뭄에 시달려 항상 수척한 가지와 메마른 가시잎을 허공으로 향한 채 언덕 위에 외롭게 서있는 가시나무의 고독은 오직 두 남자를 기다려 17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카렌의 좌절과 고통을 연상하기에 충분하였다. ○18세기에 케냐 이주 케냐사람들은 「유럽인들이 케냐를 자기들의 식민지로 만든 사실이 좋은 일이건 나쁜일이건 카렌의 집은 케냐 역사의 단면도 보여주는 것이기에 기념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이러한 발언 속에는,케냐의 산업화발전과정이 결코 유럽인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기록에 남아있는 케냐 최초의 역사는 남부아라비아와 교역관계를 가졌던 해안지방에 관한 것들이고 내륙은 19세기까지도 외국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아랍의 상인들이 케냐 혹은 아프리카 동부내륙으로 진작 침투하지 못했던 까닭은 타루평원의 사막을 횡단해야 한다는 어려움과 18세기경에 케냐중부로 들어온 매우 용맹스럽고 호전적인 마사이족들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냐에는 30여개의 인종집단이 살고 있다.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른 이들 종족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집단은 키쿠유족,루히야족,루오족,캄바족,칼렌진족들이 있지만 공용어는 스와힐리어와 영어다.이들 종족중에서 현재인구 약10만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마사이족은 케냐와 탄자니아의 경계지역 가시나무가 많은 초원지대에 거주하고 있다.이 마사이족의 땅에 최초로 도전한 유럽인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지리학자 조셉 톰슨이었다.그는 1883년 왕립지리학회의 승인을 받아 아프리카 탐험에 나섰다.그 탐험대의 임무는 케냐산 일대의 조사와 우간다의 여러 왕국으로 직행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그는 이 14개월의 탐험에서 호전적인 마사이족뿐만 아니라 키쿠유족과 루오족들과도 만났으나 그때마다 고비를 잘 넘겼다. ○첫 탐험자 톰슨 요절 그것은 톰슨이 가졌던 임기응변과 재치덕분이었다.그는 적의를 드러내는 마사이족을 만나게 되면 대뜸 틀니를 뽑아서 흔들어보인 다음 그것을 다시 잇몸에 끼웠다.그것으로 사람의 코나 눈도 자유자재로 뗐다붙였다 할수 있는 마력의 소유자로 믿게 만들어서 마사이족들을 겁주어 내치었다.그가 마사이족들에게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요술로는 갈바니전지(이탈리아 해부학자인 갈바니가 개구리 해부도중에 발견한 원리)를 써서 마사이족에 따끔한 전기충격을 맛보게 하여 겁을 주는 것과 각 소금을 유리컵의 물속으로 떨어뜨려 컵속의 물을 부글부글 끓게 하는 것들도 있었다.그러나 톰슨이 가진 결정적인 힘은 그들 마사이족들에게 소의 페스트를 치료하는 전문가로 믿게 한 것이었다. 대체로 이런 기지를 발휘해 그때마다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톰슨은 동아프리카 북부지역의 탐험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탐험 도중 들소의 뿔에 받혀 2개월간이나 사경을 헤매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킬리만자로산의 가장자리를 돌아 오늘날의 나이로비 북쪽 80㎞지점까지 진출하였었다.그의 아프리카 탐험은 네차례에 걸쳐 실시되었고 이때 수많은 동아프리카 추장들과 무역협정을 맺었다.37세 나이로 죽기까지 영국에 머물렀지만 입버릇처럼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로비에서 하룻밤을 쉰 필자는 이튿날 마사이마라를 향해 차를 달렸다.나이로비에서 서쪽으로 1백70마일.경비행기 예약을 취소하고 육로여행으로 바꿨다.이동하고 있는 동물들과 마사이족들의 생활을 좀 더 소상하게 살피기 위함이었다.케냐정부는 마사이들이 현대적인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병원과 학교를 제공하려들지만 그들은 거부하고 유목과 사냥에 의존하며 메마른 초원을 쉴새없이 옮겨다니며 살고 있다.그들의 젊은 전사들은 전통적으로 창 하나로 수사자를 사냥함으로써 그 부족들에게 용맹을 증거해 보이려하지만 지금 사자사냥은 금지되어 있다.
  • 의회정치 포기인가(사설)

    지금 국회에는 헌정사상 보기 드문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회기중인 국회는 야당의원에 의한 정·부의장연금으로 기능이 정지됐고 국회내무위의 위원장과 간사마저 납치돼 의정이 마비되는 헌정사상 전례없는 비상사태가 조성되고 있다.우리는 이같은 불법적 실력행사에 큰 유감을 표명하면서 의회주의를 포기하는 것인지를 민주당에 엄숙히 묻는다. 통합선거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은 법안처리를 원천봉쇄한다는 구실로 황낙주 국회의장의 공관과 이한동 부의장의 사택을 집단으로 기습점거해 인신을 장시간 감금하는 어처구니 없는 불법을 자행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있다.그뿐 아니다.민주당 내무위 소속의원들은 김기배 위원장과 황윤기 민자당 간사를 승용차와 비행기편으로 속초와 여수로 강제 납치하기에 이르렀다.의사당 내무위도 겹겹이 점거됐고 복도까지 철야농성장소로 바뀌었다. 우리는 민주전당인 국회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의회주의적 작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도대체 반독재투쟁에서도 찾아보기 힘든이런 일들이 어떻게 문민시대에 가능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는다.이같은 폭력적 방법이 의정에서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의 우리 정치파행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통합선거법논의가 선거연기음모가 아님이 명백해진 이상 상대당이 내놓은 법안에 대해 국회상정과 심의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은 의회주의적 발상이 아니다.「협상불가」를 정해놓고 이에 반하는 모든 상황을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리하니까 판을 깨겠다는 극단적 반대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여소야대의 경우에는 다수결이 적용되고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거부되는 민주주의란 없다.민주당은 국민과 여론의 뜻을 헤아려 대화에 나서야 한다.현재 민주당측이 벌이고 있는 모든 불법행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이렇게 하는 것이 민주의정을 바라는 국민의 뜻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복패션/동양적 선·색살린「하이패션」창출(한국문화 세계화의길:6)

    ◎창조·기술·비즈니스 연결 공동작업 필요/전문 세일즈맨 양성… 디자인 판촉도 강화 「할아버지의 바지저고리와 목도리를 연상시키는 투박한 재킷,가마니를 짠듯한 실크·울의 허리선이 높은 코트.색동색 무늬가 돋보이는 원피스」….93년 3월 세계패션의 메카 프랑스 파리. 장 폴 코르티에·이브 생 로랑·지아니 베르사체 등 세계 패션계를 이끌고 있는 기라성 같은 디자이너들의 화려한 컬렉션에 집중되던 언론과 패션전문가들의 시선이 한국에서 온 생소한 이름의 디자이너 이신우와 이영희를 비추기 시작했다. 『아직 세계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특히 선과 색이 무척 아름답다』­프랑스 국영2TV는 『일본에 이어 한국이 파리패션계를 노크하고 있다』고 호기심과 경계심 어린 반응을 보였다. ○이신우·이영희씨 진출 두 사람이 파리무대에서 첫선을 보인 옷의 기본은 색동으로 대표되는 한국적인 복식미의 선과 색을 살린 것. 20년간 한복의 현대화 작업을 해온 이영희씨는 파리로 입성하기 직전 양장디자이너로 변신,한복의 활용폭을넓혀 파리로 나온 것이다. 93년 10월에는 진태옥씨가 가세했다.그리고 지난해 봄에는 홍미화씨가 한국 특유의 정서인 해학을 느낄수 있는 옷들을,가을에는 안피가로 장광효등 남성 디자이너들까지 뛰어들었다. 컬렉션기간중 지면을 아껴온 파리의 패션전문지와 일간지들은 이영희씨의 의상을 한마디로 자연을 닮은 「바람의 옷」이라고 표현했다. 한국미 과시의 절정은 지난해 3월 이신우씨의 파리컬렉션에서 였다. 고구려 고분벽화 문양을 응용해 여성의 내재된 강한 힘을 표현한 이신우씨의 옷은 『고대아시아의 영광이 찬양한 아름다운 옷』이란 평을 받았으며 6백여벌의 주문을 받았다.이어 10월 진태옥씨는 우리 전통 혼례옷인 활옷을 서양의 진과 매치시켰다.실크 소재의 붉은색 바탕에 정교하게 십장생 수를 놓은 재킷 조끼등이 하이라이트였다. 일본의 원로 패션평론가 히로시 다나카는 진씨에게 편지를 보내 『한민족의 역사성에 대한 깊은 사색이 투명한 미의식에 의해 승화된 작품세계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범국가적 지원 따라야 한국의섬유산업은 지난 30년간 수출입국의 견인차 노릇을 해온 효자산업이다.그러나 근년들어 반도체·자동차등의 수출이 늘며 사양산업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푸대접을 받는 처지가 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 4대섬유수출국이다).이에 국내의 뜻있는 디자이너들은 한국복식의 선과 색을 살려 고부가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하이패션쪽으로 방향전환을 시도,과감히 파리 입성을 한것이다. 냉혹한 세계패션 무대에서 우리 디자이너들이 어느 정도 파리 패션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수 있었던 것은 90년대 이후 급부상한 동양풍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지아니 베르사체등 내로라 하는 디자이너들이 너도 나도 중국이나 몽골의 대륙적인 분위기를 자신의 작품속에 응용했다.또한 자기민족 고유의 것이 세계화의 지름길이라는 「에스닉 이노베이션」의 분위기속에 그나마 성과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파리 입성은 결코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되고 있다. 「기모노 볼레로」­.이 말은 일본의 디자이너들이 세계무대에서 이미 「자포니즘」으로 확고히자리를 잡은 속에 앞으로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더 치열해져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충격적인 단어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패션지 「마리클레르」가 한 한국디자이너의 한복저고리 응용작을 보고 「기모노 볼레로」로 잘못 소개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우리패션계에서는 세계패션시장의 스타로 떠오른 한국인 디자이너가 없고 국가적 지원도 전무한 상태에서 파리진출을 시도하는데 대해 「무모성」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품기획·마케팅 취약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분야가 취약하기 짝이 없는 상태에서 디자이너 개인이 거대한 세계시장에 도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창조」와 「기술」 「비즈니스」­이세가지가 세계화 시대의 한국패션이 나가야할 길이라면 우리의 디자이너들은 이런 면에서 너무 준비가 없이 홀로 뛰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패션관계자는 『우리 디자이너들은 현지 홍보자에게만 의지하는 실정이며 광고·홍보·마케팅 등 사전 조사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탓에 독창적인한국패션의 디자인은 인정받으면서 정작 외국여성들의 인체비례등 신체조건을 잘 파악치 못해 재고를 늘린다는 것. 국제 바이어들에게 수주전을 펴는 전문세일즈맨을 두는등의 실질적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디자이너들이 파리컬렉션에 참가하는 비용은 한번에 1억∼3억원정도. 돈만있으면 너도 나도 나갈수 있어 실속없이 외국인들의 주머니를 불린다는 소리도 듣고 있다. 겐조등이 유럽시장 진출에 성공한이후 지난 81년 일본 통산성은 11명의 디자이너를 선발, 미국 뉴욕 진출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썼다. 85년 프랑스에 유학, 세계적 패션업체인 파리의 기라로시사 여성복 수석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미경씨(35)는 『실크등 고급스런 소재와 꼼꼼한 바느질,한복의 선등이 파리에서 주목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지나치게 한국적인 옷을 내세우기보다는 독특한 선과 색으로 우회적인 공략을 해야한다고 한국패션의 세계화 전략방안을 말한다. 패션평론가 김청씨는 『60년대 국제복장학원의 최경자씨가 아리랑드레스를 만들어 한국패션의 세계화를 시도했다면 30년이 지난 지금은 보다 세계인의 정서를 수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와야할 시기』라며 『한국적인 것을 구체화시키는 공동작업에 힘을 모을 것』을 강조한다. 국내디자이너들을 보면 디자이너 O씨는 모시나 삼베 실크등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날염하는데만 매달려 있다.또 디자이너 S씨는 도장찍듯 문양을 찍어나가는 작업만 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분산된 작업으로는 세계시장을 뚫을 수 없다. 작업내용들을 하나로 모으고 체계화시켜야한다. 패션은 문화산업이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치라는 인식에 머물고 있다.패션산업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동시에 한국의 정신과 이미지등 유형무형의 것을 수출하는 길임을 생각할때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은 시급해진다. ◎파리 패션계 입지다지는 진태옥씨/“전통적 고전미 현지 정서에 접목”/활옷·십장생 문양 응용해 호평받아(인터뷰) 『한국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가.또 어떻게 국제적인 감각으로 이를 수용해 유럽인들의 미의식을 파고 드는가가 늘 숙제였습니다』 30년 이상을 양장 디자인에 몰두하면서 지난 93년 가을이래 파리라는 세계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제시,입지를 다지고 있는 진태옥씨.김영삼대통령의 유럽순방 수행경제인으로 선정돼 2일 장도에 오른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청담동 작업실에서 만나보았다.22일 열리는 「95가을·겨울 파리프레타포르테(기성복)컬렉션」마무리 준비가 겹쳐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패션은 고부가가치의 산업입니다.우리 문화의 세일즈작업을 패션디자이너들이 맡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 가을 조선시대 결혼예복인 활옷을 응용,특유의 붉은 색상을 재현하고 십장생등 문양을 손수 수놓은 작품을 일부 제시해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진씨는 『활옷을 응용한 재킷과 조끼상품에 십장생의 의미를 담은 설명서를 부착했는데 동양의 신선사상에 호기심을 갖는 상류층 유럽여성들에게 어필한것 같다』고 밝혔다.현지 미국 뉴욕의 도프굿맨 백화점 등에서 1천∼1천5백달러(재킷)의 고가에 팔린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진씨는 『「고전적」요소를 「아방가르드한」상품으로 재현한 활옷응용과 같은 작품으로 디자이너 「진태옥」의 정신세계와 한국문화의 정수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고 자평하고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 시장에 어울리는 보편적인 옷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로 인정받을때 진정한 「문화의 세계화」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 일 자민당내 「종전50년」련/“태평양전쟁 미화”획책

    ◎“아주 해방전쟁”규정… 행사 추진/아시아국 강력 반발 예고 【도쿄=강석진 특파원】 일본 연립정권 제1당인 자민당의 「종전 50주년 국회의원연맹」(회장 오쿠노 세스케 중의원 의원)이 오는 5월말 2차대전 전몰자를 추도한다는 명분으로 「아시아 공생공영 제전」을 대규모로 계획하면서 「태평양전쟁을 구미 열강으로부터 아시아 식민지를 해방시킨 전쟁」으로 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27일 자민당및 일본 외무성 소식통에 따르면 이 행사는 전몰자 추도대회라고 내세우고 있으나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을 구미 열강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아시아를 해방시킨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어 아시아 각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민당 소속 중·참의원 3백3명 가운데 1백72명이 가입한 이 단체는 특히 일본군 전사자는 물론 일본 동맹국 전사자,일본군에 소속해 있던 외국인 전사자에 대한 추모행사도 계획하고 있어 침략전쟁으로 전후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로부터 규정돼 온 태평양전쟁을 미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외국 전사자의 유족을 초대하면서 그 대상을 「동맹국및 일본 군적을 갖고 대동아전쟁에 참여한 국가」와 「대동아전쟁을 계기로 전후 독립을 이룩한 국가」로 규정해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식통들은 의원연맹이 유족대표로 대만 이등휘 총통도 초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여당안의 이같은 행사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큰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정 자민­사회당 이견 증폭/일 회의/「불가결의」쟁점화/찬·반론 “팽팽”… 연립정권 붕괴 가능성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이 패전 50주년을 맞아 국회차원에서 불전결의를 채택할 수 있을까.이 문제는 지난 25일 예산안이 중의원 예산위를 통과하면서 일본 정가 최대의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3당은 지난해 6월 연립정권을 발족시키면서 「전후 50년을 계기로 과거의 전쟁을 반성하고 미래의 평화에의 결의를 표명하는 국회결의의 채택 등에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데 합의했었다.하지만 채택 전망이 불투명하게 돼가고 있다. 이를 둘러싼 여당내의 논란은 연립정권의 유지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사회당은 3당 합의인 만큼 당연히 채택돼야 한다는 입장.3월까지 여당안에서 부전결의를 마무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안에는 부전 내지는 사죄 결의에 반대하는 중·참의원들이 「종전 50주년 국회의원연맹」을 결성하고 있다.여기에는 모리 자민당간사장과 하시모토 통산상,와타나베 전외상 등 거물들이 참여하고 있다.참가자는 자민당 중·참의원 3백3명 가운데 지난 13일까지 1백61명이었으나 27일까지 1백72명으로 늘었다.이들은 ▲과거의 전쟁처리는 평화조약과 강화조약으로 외교상 해결됐으며 ▲입법부가 역사관을 단정하는 것은 권한을 넘는다는 이유로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나카소네 전총리처럼 『사죄할 만큼 사죄했다.사죄 결의는 공허하다.올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할 뿐이다.부전결의는 자위권마저 부인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이들은 침략전쟁인태평양전쟁이 아시아 식민지 해방전쟁이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도 펴고 있다.여기에 야당인 신진당에서도 24명이 참여한 「바른 역사를 전하는 국회의원연맹」은 당이 당론으로 부전결의에 찬성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보 사회당서기장이 연일 『이를 바꾸거나 부정하는 것은 연정출범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정권 존립을 놓고 자민당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전범 출신 등을 총리로 배출했던 자민당이 얼마나 호응할지 불투명하다. 또 부전결의가 채택된다 하더라도 과거의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피해 국가들의 요구가 얼마나 구체화될 수 있을지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 3월1일 철거 선포에 부쳐/김도현 문화체육부 차관(특별기고)

    ◎“옛 총독부청사여,사라짐으로 증언하라”/막혔던 역사,눌렸던 민족 정기 살아 웅비하리니… 구 조선총독부 청사여,마침내 너는 헐린다. 우리 겨레를 말살하기 위해 세워졌고 그 안에서 온갖 흉모와 폭압이 계획되고 집행되었던 너는,우리 겨레가 다시 빛을 찾은지 50년만에 독립의 함성이 지축을 울린 기념일에 퇴장을 선고 받고 해방의 날에 꼭대기를 걷어내는 것으로 시작하여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네가 자취를 감춘 그 자리에는 옛 궁궐이 모습을 다시 갖추고 우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광화문을 통해 겨레의 정궁이었던 근정전을 볼 수 있게 된다. 저 북한산 북악 그리고 경복궁을 거친 맑은 바람은 더는 흉물에 막히고 휘어지지 않고 세종로로 서울로 한반도로 시원스레 내려올 수 있게 된다. 구 총독부 청사여,너도 나름대로 크기와 쓸모와 내세울 만한 겉모양을 갖추었고 한동안 요긴하게 정부청사와 박물관으로 쓰이기도 했기에 그리고 너무나 중요한 목에 버티고 있었기에 서울의 모습으로 새겨져 있었지만 그래서 이제 임종에 즈음하여 마지막 사랑을 받음직도 하련만,유감스럽게도 너를 위해 울어줄 수 없구나.네가 미워서가 아니고 너의 값어치를 일부러 깎아내려서도 아니고,나아가 네속에서 이루어졌던 갖은 흉책과 그것을 꾸미고 저질렀던 그 사람들을 마냥 지금껏 증오해서도 아니다. 네가 서 있는 그 자리는 이나라의 서울이 비롯되는 얼굴이며 그래서 이 나라가 열리는 머리이며,네가 가로 막은 것은 정부와 백성,이 나라 역사의 흐름이었던 것이다.너는 실로 비대하고 견고한 몸집으로 이 나라 역사를 단절하고 민족을 절멸시키는 자리에서 역할을 했던 것이다.잘못 앉았던 자리를 비워주고 안 했어야 할 일을 영원히 맡아야 한다는 피할 수 없는 업보를 받는 것이다. 혹 너의 없어짐을 잘 모르고 가여워 하거나,너의 모습을 또 다른 저의를 가지고 간직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너를 짓고 광화문을 헐어 낼 때 그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한 같은 나라 사람으로 동양의 아름다움을 아꼈던 이가 쓴 글의 일절을 다시 읽어 주고 싶다. 『가령 지금 조선이 발흥하고 일본이 쇠약하여 마침내 조선에 합병됨으로써궁성이 폐허가 되고 대신 그 자리에 서양식의 일본 총독부 건물이 세워지고 저 푸른 해자너머 멀리 보이던 희벽의 에도성(강호성)이 헐리는 광경을 상상해 주기 바란다』 (야나기 무네요시 1922년 잃어지려는 한 조선 건축을 위해서) 너를 그곳에 둔채 겨레의 치욕을 새기고 뒷날에 가르침을 두자는 소리도 없지 않으나,네가 가로막고 있는 그 자리가 이 나라의 5백년 정궁의 숨통인 것을 바로 그 궁앞에서 너의 등을 본다면 누구나 숨이 막히면서 깨달을 것이다.또 너를 보면서 아직도 용서할 수 없는 향수를 느낀다거나 끔찍한 앞날의 망상을 펴는 무리도 없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나라 형편도 너를 없앨 만큼 넉넉지 못했다.극도의 나쁜 정치행위로 태어난 너 였기에 고도의 좋은 정치적 결단을 새 정부가 내린 것을 오히려 너는 반겨해야 할 것이다.이것은 역설이 아니다.네가 그 자리에서 많은 옳은 이들로부터 저주를 받고 악한 무리를 새로운 역사적 범죄로 유혹하기 보다는 깨끗하게 사라져서 막히고 가려졌던 아름다운 우리나라 서울 옛 정궁을 만천하에드러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복받을 일이다. 사라지는 식민지 총독부와 되살아나는 민족의 정궁은 세계와 역사 앞에 우렁차게 증언할 것이다.다른 나라와 겨레를 빼앗고 누르고 죽이는 일은 오래갈 수 없으며,이 모든 나쁜 일들이 쫓겨난 자리에 아름답고 밝고 시원한 옳고 좋은 일이 온다는 것은 꼭 반드시 이루어지는 역사의 철칙이다.
  • 성수교 참사 무학여고 장세미양/어제 「눈물의 영혼졸업」

    ◎아버지가 명예졸업장 받아/“수학선생님 꿈 못피우고…” 고실 울음바다 13일 상오 11시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 강당에서 열린 제50회 무학여고 졸업식. 5백29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날 졸업식에서는 지난해 10월19일 어처구니 없는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숨진 장세미양의 아버지 장영남(49)씨의 모습이 보였다. 장씨는 딸의 명예 졸업장을 받기위해 식장으로 나왔다.가슴에는 평소 딸이 좋아하던 노란색 튤립 여섯송이에 안개꽃을 감싸 만든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장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졸업식장을 지켜보며 눈물을 애써 참았다. 식장에서의 졸업식이 끝난뒤 장씨는 세미양의 학급이었던 3학년 2반 교실로 돌아왔다. 『장세미』담임인 유갑례 선생이 졸업생중 맨 먼저 세미양의 이름을 부르자 대신 세미양의 자리에 앉아있던 장씨의 눈가엔 이슬이 맺혀지기 시작했다.결국 명예졸업장을 전달받으면서 장씨는 끝내 오열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교실안의 조용한 울먹임은 이내 흐느낌으로 이어졌다.흐느낌은 이내 통곡으로 변했고 교실안은 온통 울음바다였다. 『졸업도 못한 자식한테 이제 졸업장이 무슨 소용입니까』 장씨는 세미양이 친구들과 찍은 졸업사진이 담긴 졸업앨범과 졸업장을 쓰다듬으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용돈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더 잘해 주는 건데…』 장씨는 사고가 나기전 세미양이 생일선물로 준 라이터를 마치 졸업하는 세미양의 손이라도 되는 양 한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세미양과 가장 친했던 친구 오명자(18)양은 『세미는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어했어요.같은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싶었는데….아마 하늘나라에서는 대학생이 됐을꺼예요』라고 울먹여 한바탕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 화염… 가스… 죽음의 기관실/부산 선박화재

    ◎철제 칸막이 막혀 희생자 늘어 【부산=김세기·김정한·이기철 기자】 작은 불티 하나가 부른 어처구니 없는 인재였다.『조금만 대비했더라도 수십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지 않을 것인데…』 사고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가족들은 무방비상태에서 어처구니없이 당한 참화에 넋을 잃었다.특히 기름투성이 작업장에서 용접작업을 하면서 소화기 한대,손전등하나 갖추지 않았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고순간◁ 60여명의 근로자들이 기관실의 기름파이프 교체작업을 위해 용접기를 사용해 파이프 절단작업을 벌이던 중 용접 불티가 기관실내 기름찌꺼기에 옮겨 붙어 삽시간에 뒤쪽 기관실을 화염으로 뒤덮었다. 사고가 난 곳은 배 밑바닥으로 불이나면서 전기 배선이 불타는 바람에 전기공급이 중단돼 기관실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됐고 비닐 호스 등이 타며 유독가스를 내뿜어 출입구를 찾으려는 근로자들이 서로 뒤엉켜 아비규환을 이뤘다. 이날 사고배의 2백여평 크기의 엔진룸에는 40여명이 함께 작업을 하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홍재구씨(33)는『사고현장에는 소화기나 손전등하나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며 『불이 나자 동료들이 탈출을 시도했으나 칠흙같이 깜깜한 배밑창에서 방향감각을 잃어 참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현장◁ 어둠에 묻힌 화재현장은 불을 피해 출입구를 찾으려다 유독가스에 질식된 근로자들의 사체가 뒤엉켜 사고순간의 처절함을 짐작케 했다.특히 위치를 망치로 두드려 알리다가 숨진듯 많은 근로자들이 손에 망치를 든채 숨져 있어 참혹함을 더했다. 또 희생자 대부분이 불에 달궈진 철판에 온몸이 데여 신원파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한편 사고현장에는 근로자 가족들이 나와 희생자들이 구조될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진화◁ 불이 나자 소방차 24대와 소방정 2척 등이 긴급 출동,진화에 나섰으나 발화지점이 맨밑 안쪽에 자리 잡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특히 사고선박에 불이 번지면서 배에 접근이 어려워 기관실 철판을 절단,물을 뿜어 진화했다. ▷구조◁ 119 인명구조대 3개분대 20명은 사고현장에 접근하려 했으나 철판이 불에 달궈져 구조에 애를 먹었다.구조대는 출동 초반에는 생존자들이 망치로 철판을 두드려 위치를 알려주자 철판을 용접기로 가로,세로 60㎝크기의 구멍을 뚫어 7명을 구조했으나 불이 타오르면서 접근이 막히면서 생존자를 구출하지 못했다. 이날 사고는 작은 것이었으나 사전 대피훈련이 제대로 안된데다가 철제 칸막이로 미로를 만들어 피해가 컸다 이날 동료와 함께 엔진수리작업을 하다 탈출에 성공,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한진해운소속 선박수리공 김진학씨(41)는 『작업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불이야」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살아야 한다는 일념에 미로같은 선내를 30여분간 기어서 빠져나왔다』고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점◁ 이번 참사도 대형 작업장의 안전수칙을 전혀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불이 난 엔진실은 온통 기름찌꺼기 등 인화물질로 뒤범벅이였지만 작업전에 청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회사측은 평소 조선건조현장에는 안전관리원 30여명이 배치,작업관리를 하고 있으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수리작업장에는 안전요원이 단 1명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회사측은 화재직후 검은 연기가 솟자 엔진보일러 가동으로 발생한 연기로 알고 화재신고를 뒤로 미루는 우까지 범해 「재난 불감증」증후군을 노출했다. ◎화재선박 수리­구입 보험금/최고 1천1백50만달러/인명 보험은 별도가입 한진부산호는 동양화재에 1천1백50만달러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선박보험에 가입돼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선박의 수리비나 구입비로 최고 1천1백50만달러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동양화재의 선박보험에 가입했다.인명피해와 관련한 보험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선박 관련 인부나 선원에 대한 보험은 해운사들이 외국의 선주 상호공제조합의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관례여서 한진중공업이 이에 가입했을 경우 숨진 한진중공업 소속 인부들의 유가족은 이 조합과 산재보험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하청회사 소속 인부의 경우 별도의 보험이나 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산재보험 이외에는 보상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조사단급파 노동부는 한진 부산호화재사고와 관련,장선식 산업안전국장을 단장으로 서울산업대 이영순·정재희 교수,한국산업안전공단 신승부 기술위원실장,이창규 화공안전부장 등 화재·폭발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7일 부산에 급파했다. 조사단은 사고원인을 정밀조사해 발생원인을 밝힌뒤 방지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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