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침투」 사건을 보면서/최종기 서울대 명예교수(전문가 진단)
북한은 부분적 개방을 내세우면서 나진·선봉포럼에서 한국을 배제한채 2억7천만달러 투자계약을 체결하고,10월쯤에는 한국을 별도로 설명회에 초청한다는 등 내용을 홍콩발로 흘리면서 평화를 구사하는 듯한 제스처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듯 하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되지도 않는데,이번에는 잠수함으로 무장공비를 강릉앞바다로 침투시켜 남한 사회의 교란을 시도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우리에게 큰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같은 동족이라는 점에서 그들 백성들을 생각하여,인도적인 면에서 쌀지원을 비롯한 여러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삼고지례를 다하였으나 그들은 한국을 배제한채,대미·대일 관계의 정상화만을 지상과제로 외교적인 공세만을 취하여온 것이고,늘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우리는 수세에 놓이고,돈만 대는 국제적인 봉이 되는듯 하였다.이번 북한의 냉전수구적 도발은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로,대북관계는 감상적인 동족애로서만 대해서는 안된다는 경종을 울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둘째로,우리의 군·경 등은 그동안 물샐틈없는 경계태세를 갖추었다고 호언장담하던 것이 『해안방어선이 이렇게 허술했나』하는데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대규모 침투를 뒤늦게 알고 대처하는 모습을 대할때 해안감시체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갈망하고 있고,여러나라로부터 식량원조 등을 받아내야 하는 실정에 무장공비를 남파한 것은 우리의 허점에 편승,잡히지 않을수 있다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이와같은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해안 감시체제의 개혁과 현대식 장비도입과 이에 따르는 초소의 책임규명이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
셋째,국민들이 간첩의 침투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과 우리사회의 허술한 점의 보완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넷째,우선 북한이 고질적인 강온 양면전략에 기초한 「우리정부 흔들기」작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또한 이번 공비침투가 한반도의 긴장위기를 고조시켜 이를 통한 대미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관측도 엿볼수 있다.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북정세 인식 차이가 크고 북·미간 유해송환,미사일 협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직거래로 이득을 빨리 차지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또한 북한의 체제위기를 위부로 돌리기 위한 목적을 포함한 치밀한 준비된 다목적 대남·대외 카드,특히 북한의 개방파 보다 강경파가 득세를 입증한 남한의 혼란과 대미공세의 강화를 노린듯하다.
대북한 관계에 있어서는 우리의 대미 외교,특히 미국과 북한관계가 우리 머리위로 우리가 모르는 외교적 흥정이 되지 않도록 미국에 대한 우리 외교가 강화되어야 한다.미국의 11월 대통령선거에 대한 북한의 초조감의 발로 일수도 있고,미국의 국내정치·선거에 따른 외교적 허점을 북한은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이며,우리로서는 우리의 국가이익을 저하하는 결과의 초래를 미연에 방지하는 외교노력이 기대된다.
불행중 다행으로 민간인의 신고로 공비침투가 알려지고군·경 합동으로 소탕작전이 진행되고 대북 경각심을 높일 좋은 계기로 삼아야 되며,국민의 한목소리로 우리의 안보태세 강화와 국민이 화합하는 계기로 삼아,국민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교훈이 될 것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