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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은 그 당시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제도적으로 잘보장된 국가였다.그러나 바이마르공화국의 민주주의는 흔히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로 불려진다.제도로서 민주주의는 잘 갖추어졌으나 독일국민들의 정치의식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바이마르공화국 대다수 국민과 정당은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해관계를 민주적으로 조정하는 기제로 민주주의 제도를 활용하기 보다는 자기이익을 무조건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하였다.그 결과,바이마르공화국 말기 세계대공황이 독일을 엄습하자,선동정치에 현혹된 독일국민들은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자유로부터 도피함으로써민주주의제도인 선거를 통해 독재자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를 선택하는 비극적이고 역설적 상황이 초래되었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는다수의 비민주주의자들이 소수의 민주주의자들을 구축하여 국민복리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체재로 귀결될 수 있다.불길하게도 심히 우려할만한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50여년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 정부’는 권위주의를 민주주의로,관치 재벌경제를 지식기반시장경제로,구휼적 차원의 복지를 생산적 복지로,냉전적 남북한관계를 평화·화해·협력적 관계로 전환시키는 등 권위주의적국가발전 패러다임을 민주적 발전양식으로 바꾸어가고 있다.이러한 ‘국민의정부’ 개혁정치는 필연적으로 정치·경제·사회적 이해관계의 변화를 수반한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우리사회 각 분야의 기득권층들은 민주주의 제도를 자기이익 고수수단으로 악용하고 민주세력을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고,이에 따라 역설적으로 민주주의가 비민주적 적폐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사회의 위험성은 최근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옷로비 의혹사건,언론대책문건 사건 등이 이를 웅변으로 대변해주고 있다고 하겠다.옷로비에 고위관료 부인이 개입되었고 정부가 언론대책문건에 의해 언론대책을 마련했는가에 대한 여부에 대한 논쟁은 이러한 일련의사건들의 형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사건들이 갖는 시대사적 내용은 40년 가까이 지켜온 권력을 내준후 권력금단 현상에 빠진 특정지역주민 및 정당,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한 무소불위의 황제재벌, 사회민주화에 의해 족벌체제가 위협받는 언론재벌 등 개혁저항세력들의 조직적 반격에 있다.더 이상 한국사회의 발전에 순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이들 비민주적 기득권세력은 현재의 민주주의제도를 악용하여민주화세력이 주축이 된 ‘국민의 정부’의 도덕성을 공격함으로써 개혁과민주화를 무력화시키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예컨대 이들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뒤안길에서 자행된 고문,가혹행위 등공권력의 인권유린,민주주의 압살행위에는 애써 눈을 감는다.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장외집회를 부끄럼없이 개최하면서 총풍,세풍사건 등 천인공노할만한사건은 야당 탄압이라는 미명하에 세인의 관심 밖에 있기를 원한다. 과거 야당총재를 용공으로 몰고 갔던 경천동지할 사건은 민주주의와 상관없는 과거지사로 치부한다.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과거 개발독재에 봉사하면서부정부패의 본신이었던 인사들까지도 사이비 민주주의자로 변신,자신들의 얼룩진 과거를 잃어버리고 어이없게도 천사와 같이 흠결없는 도덕성을 ‘국민의 정부’에게 요구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억압과 인권유린의 선봉에 나섰던 비민주주의자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하여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면,민주세력들은 이제 방관의 침묵에서 깨어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결연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비민주주의자들의 전유물이 되어서 민주주의 파괴수단으로 전락된다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우리는 바이마르공화국의 몰락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삼고,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세력에 의한 정권교체도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해야만 한다. [황 병 덕.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독자의 소리] 쾌적한 고속도휴게소 가꾸기 고객 동참을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6월부터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높이고,쾌적하고 청결한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는 등 개혁을 실시하여 괄목할만한 향상을 이루고 있다.그래서‘아름다운 화장실’로 고속도로 휴게실이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그런데 이런 우리 공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준 이하의 고객의식으로 그간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난주 업무관계로 출장을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마침 휴게소의 직원들이 화분에 접착제를 붙이고 있어 이유를 물으니 이용객들이 화분이 예쁘다고 몰래 가져가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접착제를 붙이게 됐는데,그래도 계속 화분 숫자는 줄어든다는 이야기였다.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에서 새 천년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의의식은 아직도 이 정도에 머물러있는가.고속도로 휴게소가 편안하고 쾌적한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용객들의 주인의식이 절실하다. 김태준[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 홍보담당]
  • [사설] 허술한 수능 관리

    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제기되고 있는 시험관리 문제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어떻게 수능시험 관리가 그토록 허술할수 있었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다.서울 236개 고사장 가운데 13개 고사장에서 라디오 방송 수신상태가 나빠 540여명의 수험생이 영어 듣기평가 시험을다시 치렀고,부산에서는 시험장이 집중배치돼 교통난으로 수험생들의 무더기지각 사태가 벌어졌으며, 경남 거창에서는 시험 당일 새벽에야 시험지가 부족한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공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수능시험이 어떤 시험인가.그 시험의 성패에 따라 마치 인생이 결정되는 것처럼 여겨져 해마다 수험생은 물론 그 부모까지 온 가족이 몸살을 앓는 시험이다.올해도 수능시험에 실패했다고 절망한 학생의 자살소식이 들려올 만큼당사자들에게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수험생들이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관리되어야 할 이 시험관리가 그토록 허술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영어 듣기평가재시험은 불가피한 경우 허용되고 있고 그 규칙도 마련돼 있다.그러나 서울처럼 문제화 되지 않았을 뿐 라디오 수신상태가 나빴던 고사장이 전국적으로 많았을 것이다.그런 상황을 그냥 감수한 수험생들로서는 결과적으로 문제를 두번 듣고 재시험을 본 수험생들보다 손해를 보았다고 불평할 수 있고,재시험이 치러진 문제의 고사장에서 시험감독관의 잘못으로 재시험을 보지 못한 학생들 또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재시험을 치렀건 치르지 않았건 듣기평가의 라디오 수신상태가 나빴던 고사장은 준비작업에 소홀했던 책임을 져야겠지만 차제에 영어듣기평가 방법의 근본적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비행기 이착륙까지 금지해가며 90만명에 이르는 수험생이 라디오를 이용해 동시에 치르는 현행 듣기평가 방법은 참으로 원시적인 것이다.고사장으로 지정된 학교의 학생들에게 집에서 라디오를 가져오게해 하루 전에 점검한 후 교실마다 2개씩 배치해서 시험을 치르는 한 수신상태 불량과 재시험 소동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라디오 성능이 제각각인데다 라디오 전파라는 게 방향에 따라 수신이 잘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창과 부산의 문제는 사실 듣기평가 재시험 소동보다 더 한심한 것이다.교육당국의 기강해이와 무신경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수능시험처럼 중요한 국가관리 시험이 지금처럼 허술하게 관리되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추락할 수밖에 없다.
  • ‘국정원 선거 개입의혹’ 與 반응

    여당은 ‘6·3재선거 당시 국정원 개입의혹 문건’을 둘러싼 야당의 주장을 “어처구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문제의 문건은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의 개인 참고자료일뿐 국정원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당 지도부는특히 “개인적인 사안이므로 진상은 이부총재 본인이 밝힐 일”이라면서 “야당이 이를 정치공세로 비화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17일 오전 국회 총재실에서 열린 당 8역회의 직후 “당에서 논평할 가치가 없다”면서 “이부총재가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토록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김옥두(金玉斗) 총재비서실장은 회의 직전 “이부총재쪽이 당의 자료와 이미 언론 등에 공개된 내용 등을 취합,개인적으로 작성한 수준의 문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 뒤 “한나라당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정형근(鄭亨根)의원이 국정조사에 협조토록 하는 등 생산적 정국운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방어논리는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도 이어졌다.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의원 등은 회의를 통해 “이부총재쪽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문건을 문제삼는 것은 야당의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규정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재선거 관련 문건은 국정원과는 무관하며 이부총재쪽의 최상주(崔相宙)비서관이 당의 여론조사 결과와 각종 외부정보,언론보도등을 토대로 작성한 개인문건에 불과한 만큼 별 문제가 없다”고 ‘조직적관련설’을 강력 부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정원장이 선거에 개입한 증거”라며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의 예결위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주현진기자 jhj@
  • 재계‘기러기 습성’비유 선단경영 옹호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재계가 주장하는 ‘기러기론’을 반박하며 선단식 경영을 옹호하는 세력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재계가 병든 기러기까지 낙오없이 시베리아로 데리고 가는 기러기떼의 습성을 비유로 들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냉혹한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맞지 않는 논리”라며 “이는 선단식 경영을유지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500마리의 기러기떼 가운데 병든 기러기가 50마리나 될 경우 이를떠안고는 도저히 시베리아까지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재벌들이 선단식 경영행태를 지양하고 부실기업을 퇴출시킬 것을 촉구했다. 전 위원장은 또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일부 외국인들의 ‘설익은’ 비판에 국내 일부 학자들이 동조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한국정부의 개혁정책을 미국의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했으나 글로벌 경쟁시대에 이같은 개혁을 추진하지않는 나라가 어디있느냐”며 “선단식 경영을 옹호하는 그의 주장에 일부 국내학자들이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처사”라고지적했다. 정부의 부당한 시장개입 주장에 대해선 “달동네 주민들의 세금까지 공적자금으로 투입하는 등 우리경제가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처한 마당에 정부가뒷짐지고 있으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아직도 기업간 담합행위가 심각한 상태”라고 전제하고 “기업들이 담합을 자행하면서 공정위가 개입하면 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기주의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전 위원장은 “선단식 경영이 효력을 발휘했던 것은 개발연대 시절 부품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금융조달도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세계화된 경제시대이기 때문에 예전의 내부화 효과를 기대해서는 발목만 잡힐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환용기자 dragonk@
  • [독자의 소리] 휴대폰해지 거부는 고객 배려않는 태도

    군부대에서 출장이 잦은 군인이다.출장을 다니다 보면 부대와의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자주 생긴다.그래서 사용하던 일반 017을 부대와의 연락이 더용이한 군 017 서비스로 바꾸려고 신세기통신에 연락했다.그런데 신청한 지3개월 이내에는 해지가 안된다는 것이었다.계약 당시 약정서에는 그런 조항은 없었는데 대리점에서는 6개월 이내 해지는 단말기를 반납해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자기들이 손해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미 ‘휴대폰 의무사용 강요 못한다’는 신문보도도 봤고 계약 당시 의무사용에 대한 어떤 내용도 듣지 못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불법이란 것을 알면서도 자기 대리점이 손해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계약해지에 불응하고,통신위원회 시정조치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없다.소비자 입장에서 배려할 줄 아는 기업을 기대한다. 김태종[k2boy@chollian.net]
  • [최상현 칼럼] 돌아와 살고 싶은 나라

    인천 호프집 화재사고로 우리 사회가 냄비 끓듯 들끓고 있다.하지만 우리습성으로 볼 때 곧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 거의 틀림없다.이처럼 호들갑만을떨다 사고원인을 그대로 안고 가기 때문에 대형 사고는 되풀이된다. 꽃다운 청소년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은 몬도가네 영화에서나 있어야 한다.멀쩡하던 다리가 갑자기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져 수십명 수백명씩 죽고 다치는 과거의 사고도 그러하다.그런데 우리는 이런 대형 사고에 갈수록 익숙해지고 충격에 무디어지고 있다.물론 익숙해지고 무디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체념(諦念)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익숙해지는것이든 체념해가는 것이든 그 속에서 더 큰 불행의 씨앗은 자란다.이런 체념과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몬도가네 영화와 같은 대형 사고는 끝나지않을 것이다. 호들갑만을 떨다 청산하지 못하고 ‘안고 가는 사고원인’은 공무원과 업자 사이의 관업(官業)유착이다.관업비리는 셀 수도 없이 많은 각종 안전법규와 수칙 안전장치들을 모조리 허수아비만도 못한 쓸모없는것으로 만들어놓는다.무슨 법규가 없어 끔찍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다.그런데도 사고가 나면 우리는 습관처럼 본질적인 것은 외면하고 법규나 만들고 그것을 손질한다고 와글거린다.이번 인천 화재사고를 당해서도 마찬가지다.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한다는 등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지만 그것이 대형 사고의 근치(根治)를 위한 최우선 순위의 일은 아니다.자명하지만 가장 급하고 근본적인 것은 관업비리를 막고 공무원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며 독직과 오직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런 노력을 체념하지 말고 계속해야 하며 오히려 배가시켜 나가야 한다.지금부터 그렇게 한다 해도 결코 늦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만이 해야 하는 일의 다가 아니다.공직기강보다 조금도 덜 중요할 수 없는 것이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의식 수준이다.공직자를 독직과 오직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는 부당 사업자와 옳지 않은 사람이 우리 국민 속에 있는 한 공직자가 독야청청(獨也靑靑) 바로 서 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그러니까 대형 참사로부터 우리 사회가 자유로워지려면 공직기강과 국민의식수준이 동반 향상돼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그러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효 있는 개혁으로 공직기강을 바로 잡고 그것을 국민 속에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당연하고 뻔한 얘기 같지만 그같은 총력 대응이 불가피하다.엄정한 사후적징벌도 이같은 총력 대응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인천 호프집 참사는 불과 몇달 전 있었던 화성 씨랜드 참사의 꼬리를 물고일어났다.그때 아들을 잃은 유족 한 가족이 이민을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이착잡한 반응을 일으켜놓았다.국무총리까지 나섰지만 그들의 결심을 되돌리지 못했다.그들은 조국이 준 훈장도 반납했으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수십명의 어린 생명이 거듭 희생되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겠느냐”고 한다는 것이다.이런 그들을 보는 싸늘한 시선이있으나 이해하려는 도량이 없어서는 안된다.이 나라를 등지고 떠나는 나라가 아니라 돌아와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다.그런 나라란 몬도가네와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로 내 가족과 이웃이 애꿎게 희생되지 않는 나라다.아픔을 겪는 사람과 아픔을 같이 나누고 위로가 돼주며 관민(官民)이 함께 진실로 따뜻한 도움의 손을 내미는 나라일 것이다.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꼭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그 비슷한 흉내라도 내었다면 그 유족의 이민은 막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금은 부질없는 것일까.어쨌거나 잘 고쳐지지 않는 사고원인을 근치함으로써 다시는 불행을 양산하는 사고의 재발이 없도록 하자는 데 모두가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최상현 논설위원 shc@
  • 李會昌총재 언론문건 사전인지說 싸고 신경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언론문건’ 사전 인지설이 거론되면서 여야의 신경전이 날카롭게 벌어지고 있다. 야당은 ‘이회창 죽이기’가 재연되고 있다면서 장외투쟁 등을 통한 강경대응 방침을 재천명했다.반면 여당은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면서도 의혹의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3일 “여권은 이도준(李到俊)기자를 시켜 증언 조작을 시도하고있다”면서 “이회창 흠집내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의 구속도 요구했다. 이 총재는 당무회의에서 사전 인지설과 관련,“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문건을 먼저 보거나 설명 받은 일이 절대 없다는 것이다. 사전 인지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이 총재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야당이 나선 것인데 언론이 돕지는 못할 망정 이런 식의 보도를 해서야 되겠느냐”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당은 또 이날 이도준기자가 지난해 12월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보낸 사신(私信) 중 정 의원에 의해 삭제된 부분을 공개했다.여기에는 이 기자가 친·인척으로부터 돈을 받은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삭제된 부분과 관련,지금까지 여권 일부에서는 “이회창 총재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한편 여권은 이 문제와 관련,언급을 자제하면서 사태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국민회의측은 “그러한 보고를 받아보지 못했다.검찰에서 밝힐 사안이다”며 입을 다물었다.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에게 전화를 해 “이 총재의 사전 인지설을 흘린 적이없다.오해 없기를 바란다”며 사태 확산을 막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다른 당직자는 “이도준 기자가 정형근 의원에 앞서 이회창 총재에게 문제의 문건을 보여줬거나 내용을 미리 거론했을 여지는 계속 논란이 될것”이라면서 ‘이회창·이도준 커넥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강동형 박준석기자 yunbin@
  • [‘99프로야구 결산] (하) 새 천년의 과제

    지난해 ‘IMF체제’에서 비롯된 위기의 쌍방울 문제와 롯데-삼성의 플레이오프에서 표출된 어처구니없는 관중난동 등은 새천년을 맞는 프로야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86년 한화,91년 쌍방울이 가세함으로써 프로리그의 틀을 갖추고 현재까지 인기 스포츠로 군림해 왔다.그러나 지난해 모기업의 부도로 해체 위기에 몰린 쌍방울은 프로야구의 기본 틀마저 깰 우려를 낳으며 시즌 내내 촉각이 모아졌었다. 현재 법정관리 상태인 쌍방울은 매각쪽으로 가닥을 잡고 미국 프로야구 구단인 다이아몬드 백스와 줄다리기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이 때문에 내년 시즌에는 자칫 쌍방울을 제외한 7개 구단의 단일리그로 후퇴할 가능성마저 대두되는 힘겨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 박용오 ‘자율총재’는 8개 구단의 골격을그대로 유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를 위해 국내외 기업과 다각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취임 1년을 맞는 박 총재는 그동안 야구발전에 이렇다할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해 기대가 컸던 야구인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그러나 앞으로 쌍방울 문제의 처리 여부가 새천년을 이끌‘자율총재’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어서 막판 활약(?)이 기대된다. 여기에 롯데-삼성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상식 이하의 관중과 선수가 보인 추태도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홈런을 친 상대 선수에게 오물을 투척하고 선수는 관중석에 방망이를 던져 맞대응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18년이나 되는 우리 프로야구의 현주소여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이 사건을계기로 선수와 팬이 하나되어 성숙된 관람 문화를 정착시키고 야구장이 가족들의 즐거운 놀이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이밖에 시즌 초반부터 불거졌던 심판의 판정시비와 폭행 사건도 팬들을 무시한행태.팬들이 외면하는 프로야구 중흥의 외침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민수기자 kimms@
  • [대한매일을 읽고] 철로변 학교부지 배정 안전 우려

    학교부지를 철길 옆으로 배정한 장삿속 기사(대한매일 10월15일자 24면)를읽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소음과 진동 등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기존의 학교도 쾌적한 곳으로 옮기고 있는데 부산시와 부산도시개발공사가 아파트 분양 저조를 우려해 10곳의신설학교 부지를 철로변 근처로 설계변경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철로변에 학교가 들어서면 수업에 지장을 줄 것은 뻔하고 학생들의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그러다 안전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한번 지으면 50년 이상 사용해야할 학교를 이렇게 졸속행정과 얄팍한 상혼으로 지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학교를 옮겨줄 것인가. 아니면 일단 지어놓으면 어쩔 수 없을 것이란 배짱인가.쉽게 고칠수도 없는일을 잘못된 줄 알면서 그대로 잘못을 저지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이인숙[경남 사천시 용강동]
  • 인천 인현 상가 화재 참사 ‘불법’ 묵인이 불러

    인천 인현동 상가 화재는 경찰,구청,소방서,교육청의 ‘불법묵인 행정’이불러온 어처구니 없는 토요일밤의 초대형 참사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55분쯤 인천시 중구 인현동 27 4층짜리 상가건물에 불이나 55명이 숨지고 7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13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사상자는 신원미상 2명을 제외하고 모두 10대 청소년이었다.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상가의 2층 호프집에서 인천시내 34개 중·고교생 105명등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다 변을 당했다.중학교 2년생 4명 등 중학생도 4개교 9명이나포함됐다. 또 사상자의 절반가량이 여학생인 것으로 드러나 교육당국의 학생생활지도에 커다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날 상가건물 지하 1층 ‘히트 노래방’ 공사 현장에서 전기공사도중 불이나 2층 ‘호프 러브’술집으로 옮겨 붙으면서 유독가스가 출입구를 따라 스며들면서 ‘꽃다운’목숨을 삽시간에 앗아갔다. 이번 화재는 지난 71년 대연각화재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토요일밤의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불은 불과 27분만에 진화됐지만 인명피해는 엄청났다.비상구가 없었고 비상경보음이 울리지 않았으며 스프링쿨러도 작동하지 않았다.일부 목격자들은업소측이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영업을 해 학생들이 밖으로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사는 경찰의 영업장 폐쇄지시를 무시한 업주의 ‘배 째라식 돈벌이의식’,비상구와 스프링쿨러도 없이 영업이 가능토록 방조한 소방당국,경찰과 구청의 단속소홀,청소년의 유흥업소 출입을 막지 못한 교육당국의 무관심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일어났다. 특히 54명의 사망자를 낸 ‘호프 러브’는 지난 3월 9일 자진 폐업했다.그러나 영업을 계속하다 지난 19일 경찰에 의해 다시 무허가 영업행위로 적발,지난 22일자로 영업소 폐쇄 명령을 받고도 버젓이 영업을 강행했다.따라서이번참사는 경찰,소방서,구청 등 관계기관과 유착됐다는 강한 의혹을 받고있다. 한편 경찰은 인천 중부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했으며 인천시 중구청과 교육청도 ‘인현동 화재 사고현장 수습대책본부’를 각각 구성,사고수습에 들어갔다. [특별취재반]
  • [사설] 또 안전불감증 참사인가

    순식간에 50여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어처구니없는 대형참사가 또 일어났다.30일 발생한 인천 인현동 상가건물 화재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부른인재(人災)였다.안전과 법규는 철저히 무시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한 업주,불법영업을 방치하고 형식적인 소방점검에 그친 당국의 무사안일,비상사태에대비한 안전시설의 전무(全無)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그대로 드러낸 참사였다.경기도 화성의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의 참극이 일어난 지 꼭 4개월 만의 일이다.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충분히막을 수 있는 참사여서 매우 안타깝다.희생자의 대부분이 꽃다운 10대 청소년들이라 더욱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상가 2층 호프집은 허가도 없이 불법으로 영업을 해왔다고 한다.50여평 남짓한 크기로 120여명이 북적대는 업소에 두 사람이 겨우 비켜다닐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계단이 유일한 출입구였다.대형 유리창문은 나무 패널로 막아버렸고 비상계단은 아예 없었다.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그 안에서 고스란히 희생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이미 25년 전에경험했던 서울 대왕코너 나이트클럽 화재참사의 재판(再版)인 듯하다.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못하게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같은 것은 있으나마나다.불법영업을 방치하고 대형참사가 예상되는 시설개수를 묵인해온 관계기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처음 불이 난 상가 지하 노래방의 안전 무방비도 한심할 정도이다.화재 위험이 큰 시너 등 인화물질을 사용하는 내부수리 공사를 하면서 화재에 전혀대비하지 않았고 초기 진화를 위해 천장에 설치해둔 ‘확산 소화기’마저 공사에 방해가 된다며 제거해버렸다니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짐작할 만하다.더욱이 화재가 났는데도 비상경보벨이 전혀 작동하지않아 피해를 더욱 크게 했다. 인천 상가 화재참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천 상가와같은 위험을 안고 있는 곳이 전국에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화재가 났다하면 손님들이 피할 수 없는 위험한 업소들이 오늘도 버젓이 성업중이다. 실내장식에는 화재시 유독가스를내뿜을 위험물질들이 마구 사용되고 있다. 소방시설들도 겉치레일 뿐인 곳이 많다.이런 위험을 그대로 두는 한 제2,제3의 참사는 계속될 것이다.참사를 당했을 때만 요란을 떨 것이 아니라 전국의건물이나 업소에 대해 철저한 안전점검을 일제히 실시하고 미비한 관계법규도 보완해야 한다.그렇지않아도 화재가 많은 겨울철이다.
  • [언론 문건 파문] 드러난 전모 재구성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폭로한 이른바 ‘언론 문건’의 작성,전달 등의 전모가 사실상 드러났다. 정의원은 “이강래(李康來) 전청와대정무수석이 극비리에 작성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이를 언론 장악의 기초로 활용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문건 작성자와 정의원에게 전달한 사람은 어처구니 없게도 두 언론사의 기자인 것으로 드러났다.문건작성 및 전달과정 등 문건 파장의 전모를 재구성해본다. [문건작성자] 중국 베이징에 유학중인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지난6월 문건을 평소 소신(본인주장)에 따라 작성,같은달 24일 팩시밀리로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 사무실에 보냈다.이는 지난 27일 국민회의가 “문건 작성자는 이강래 전수석이 아니라 문기자”라고 발표하면서 확인됐다. 문기자는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건 작성시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정의원은 같은날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전달자가 ‘이종찬 부총재 측근’이라고 말해 ‘전달자가 누구냐’는 데 관심이 모아졌다. [문건 전달자] 28일 저녁 정의원은 국회에서 문건 전달자가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라고 발표했다.이기자는 이날 저녁 이종찬부총재의 한 측근에게 “지난 7월 이부총재 사무실에서 문제의 문건을 (팩스 전화번호는 가리고)몰래 복사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이기자는 이에앞서 자신의 회사간부에게도 문건을 보여주며 보도문제를 상의했다.그러나 “문건내용의 신빙성이의심된다”는 지적에따라 보도되지는 않았다.이기자는 29일 기자회견에서도이같은 사실을 재확인했다.따라서 국민회의가 처음 제기했던 중앙일보 간부관련설,이부총재 측근으로부터 받았다는 정의원의 주장은 일단 사실이 아닌것으로 드러났다.국민회의는 29일 중앙일보에 공식 사과했다. [확인과정] 국민회의는 정의원이 문건을 폭로한 하루뒤인 25일 문건 작성자가 문일현기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리고 26일 문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이 때부터 이부총재 사무실에서는 그동안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을 상대로 탐문에 들어갔다.사무실에 자주드나들며 이상한 행동을 보였던 이기자를 지목,“당신이 했느냐”며 추궁해 들어갔다.압박을 이기지 못한이기자는 28일 밤 이부총재 측근에게 전달 과정의 전모를 털어 놓게 됐다. 이기자는 이에 앞서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찾아가 자신이 문건 전달자라고고백했다. 강동형기자 yunbin@ *이도준 평화방송기자 문답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는 29일 오전 여의도 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갖고 “이강래(李康來)전 청와대정무수석의 문건 작성여부는 추정 수준이었다”고 말했다.이어 “지난 25일 대정부질문 이후 정의원에게 항의하자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이렇게 한번해야 정부도 정신 차리고,언론도 각성할 것’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지금 심경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느꼈다.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작성했다는사실을 듣고 당혹하고 허탈했다.‘시대적 특종감’으로 확신했던 기자로서의내 자질과 능력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정 의원이 여권 공작설을 주장했는데 여야 어디로부터도 공작이나 제의를 받지 않았다.매우 불쾌하며 나를 공작정치의 희생물로 만드는 것이다. ◆이종찬(李鍾贊) 국민회의 부총재가 문건을 주면서 어법과 표현을 고쳐달라고 했나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이 부총재가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얘기를 했나 안했다. ◆어제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만나서 무슨 얘기했나 정 의원이 너무 앞서 나가는데 자제토록 해달라고 부탁했다.또 여야관계와국회를 정상화시켜 달라고 했다.이 총재는 ‘알았다’고만 말했다. ◆정 의원이 추가로 폭로한 3가지 문건도 전달했나 그것은 내가 모르는 대목이다. ◆하고 싶은 말은 여야 정치지도자들에게 소모적 정쟁을 중단해 줄 것을 호소하고 싶다. 최광숙기자 bori@ * 이종찬 부총재 문답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문건 작성자가 문일현(文日鉉)기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나와 이강래(李康來)전 정무수석을 지목했다”면서 “이회창(李會昌)총재와정의원이 의도적으로 내용을 조작, 정치공세를 펼쳤다”고 주장했다. 다음은일문일답 요지. ●사건의 본질은 일종의 해프닝이다.본인과 친분이 있던 언론인이 언론개혁의 소신을 적어팩스로 보내왔다.또다른 언론인이 이를 절취했다.내가 대통령에게 이 문건을보고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이도준(李到俊)기자와는 어떤 관계인가 나의 여의도 개인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고 있는 언론인이다.사적(私的)으로아무런 인척 관계가 아니다. ●서류철에 있던 문건을 봤나 못봤다.(그 서류철에) 어떤 서류가 있었는지 모른다. ●문기자가 문건과 함께 보냈다는 편지는 받았나 본 적 없다. ●28일 국민회의 의총에서 “문건 작성전 문기자가 중앙일보 간부와 상의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표현이 와전됐다.녹취하지 않았다. ●문제의 문건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이기자에게 말했다는데 문건을 갖고 이기자와 얘기한 적이 없다. ●한나라당 이총재와 정의원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다.이총재는 이번 사건 뒤에 숨어있는 배경과 의혹을밝히고 정의원도 나라를 혼란시킨 점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주현진기자 jhj@ *'언론 문건'관련자 4人의 주장 쟁점별 비교 ‘언론 문건’의 유통경로가 거의 드러났다.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적지 않다.관련자들의 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문건을 작성한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제보한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폭로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문기자가 팩스로 문건을 보낸 사무실의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 등 4인의 주장을 사안별로 비교해본다. ■이강래 전정무수석이 개입했나 정의원은 “이종찬 전국정원장이 이기자를 불러 ‘이강래(李康來)전 정무수석이 이 문건을 작성해 가져왔는데…’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정의원은 “이기자는 이종찬씨가 국정원장을 그만둔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여러가지 임무를 주면서 이강래씨와 한팀이 돼 일하라고 했고,국정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지원을 받아 각종 보고서를 생산,보고해왔다고 말했다”고주장했다. 이기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또 “나와 정의원은 누가 문건을 작성했는지는 모르나 이 전 정무수석이 만들수도 있겠다는 추정을 한수준”이라고 정의원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두 사람간 얘기도 ‘이러지 않겠느냐’‘그럴 수 있겠다’‘맞다’‘그렇다’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기자는 또 “정의원은 ‘이종찬-이강래 라인’이 한 것으로 우리는 믿고있는 것 아니냐’고 내게 유도질문을 했다”고 털어놨다. ■문기자는 문건을 혼자 작성했나 문기자는 “평소의 소신과 생각을 정리해 이부총재측에 보냈다”고 했다.또“문건을 혼자 만들었다”며 중앙일보간부와의 상의여부도 부인했다. 이부총재는 “문기자가 회사 간부와 상의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표현이 와전됐다”고 밝혔다. ■이기자는 어떻게 문건을 입수했나 정의원은 “이부총재가 이기자에게 문건을 주면서 어법·표현 등을 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달라고 했다고 이기자가 전했다”고 밝혔다. 이기자는 “정의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단독소행’임을 주장했다.자신은 이종찬부총재 사무실에서 문건을 기사화하려고 복사해 몰래 가져왔을 뿐이라고 했다. ■문건은 재가공됐나 초기에는 정의원의 가필의혹이 제기되다가 해소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정의원쪽에서 재가공 여지를 거론했다. 문기자는 “신문에 나온 것을 보니 첨삭이나 가감은 없었다”고 말했다.이기자도 “이부총재 사무실에서 팩스문건을 복사해 정의원에게 전달했다”고말했다.정의원도 “원본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라며 인정한다.그러나 “기자 한사람이 작성했다고 보기에는 문건 내용이 치밀한 것으로 볼 때 이강래(李康來)팀에서 재가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부총재는 문건을 보았나 이부총재는 “문건을 갖고 이기자와 얘기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정의원은 “이부총재가 이기자를 불러 ‘이전수석이 작성한 것인데 문안을 수정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됐나 정의원은 “나중에 이기자로부터 문건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이부총재는매주 한번씩 대통령과 독대해 보고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기자는 “문건의 내용상 국정원이 작성하고 청와대에 보고되지 않았겠느냐는 심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대출기자 dcpark@
  • [사설]‘맹물’ 전투기라니

    지난달 예천비행장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F-5F 공군 전투기 사고 원인이 물섞인 항공유 주유 때문이라는 사실에 우리의 국방태세가 이정도 수준인가 충격을 금할 길 없다.유사시 제일 먼저 현장에 출격해 적을 제압,초기 전세(戰勢)를 유리하게 이끌어야 할 공군의 임전태세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투기가 맹물이나 다름없는 연료를 싣고 비행하다 엔진이 멈춰 추락하는일이 어디 상상할 수나 있는 일인가.공군의 발표만으로도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현대전의 생명은 규격화된 장비 정비와 검증된 안전교범(敎範)에 따른 운영이다.그럼에도 이번 사고로 이런 수칙들이 무시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공군은 유류탱크에 균열이 생겨 지하수가 스며들었다고 하나 유류탱크는 이에 대비해 매일 수분을 빼내는 드레인(Drain)작업을 해야 하는데도 한달 동안 한 차례도 이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연료 주입 직전 수시로 실시해야 할 샘플링 테스트도 생략됐다.또 활주로 급유대와 유조차의 여과기까지 모두 고장난상태였다니 불량연료를 사전에 제거하는 4개의 안전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다음으로 군의 기강해이의 심각함을 들지 않을 수 없다.군에서 지원부서 장병들의 역할이 작전부서 이상 중요함에도 주된 업무인 점검과 작업규범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것은 기강이 서있지 않기 때문이다.우리의 현상황은휴전상태이고 적의 도발행위에 군이 한치의 허점도 보여서는 안된다.사고 전투기가 서해교전과 같은 작전에 출격했었다고 생각만 해도 불안하다. 사고 처리과정도 석연치 않다.공군은 사고 원인 조사와 해당 지휘관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도 한달 이상 국방부장관에게조차 보고하지 않는 등 진상을은폐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당시 장교급과 장성급들의 진급심사를 앞두고 불이익을 모면하기 위해 중대사고조차 숨기려 했다면 이 또한 군기문란차원에서 바로 잡아야 겠다. 이와 함께 유류탱크의 균열은 군 주요시설의 부실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철판 두께 1.2㎝의 유류탱크 내부벽과 이를 둘러싼 80㎝의 콘크리트 외부벽으로 이뤄진 구조물에 균열이 생겨 지하수가 스며들어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났다는 발표에 전문가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유류탱크 역시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실시공의 한 예가 아닌지,원천적으로 불량항공유가 공급된 것은 아닌지도 규명돼야 한다. 우리는 완벽한 임전태세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사건의 전모가 규명되고 보완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군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철저한 재조사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 언론장악문건 진위밝혀야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언론장악의혹 문건‘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 정국파행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여당측은 이 문건에 대해 “공작전문가인 정의원이 날조해서 역공작정치를 하고 있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조치를 취할 방침임을 밝혔다.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이강래(李康來)전 청와대정무수석도 기자회견을 통해”정의원을 민·형사상 명예훼손혐의로 제소하고 조작된 문건유포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적용에서 제외토록 하는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한 것으로 보도됐다.여당이 내세우는 정의원 폭로문건의 조작근거는 10여개 항목에 이르는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문서의 글자와 이번 문건 글자 크기에 큰 차이가있고 올 6월 작성됐음에도 ‘지난해 대선’이란 표현을 쓴 것,국정원을 전신인 안기부라고 표기한 점 등이다.그렇지만 한나라당측은 “여권의 언론장악기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증거물”이라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임명 등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치열한 정치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우리는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문제 문건에 대한 진위(眞僞)가 반드시 가려져야 함을 강조한다.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정치공방만 계속될 경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의 정치불신만가중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문건이 어디서 만들어 졌든간에 많은 부분의 내용들이 일부 언론사들의 고질적 탈세관행 등 갖가지 부정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여 밝힌 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것이 사실이다.이들 언론사는 발행부수를 크게 부풀려대외적으로 과대선전하고 고액의 광고비를 받는 반면 세금계산시 부수를 줄여 탈세하거나 특혜금융,사주(社主) 공금유용 등의 헤아릴 수 없는 법규위반을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특히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일부 언론사는 제각기 자사(自社)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언론탄압 대상이 된 양 정의원이 공개한 문건내용 가운데 자사 관련내용만 발췌,부분 보도함으로써 독자가 총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린 격이 됐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문건은 일부 언론사들이 정론(正論)보다는 독자에 영합하기 위한 곡필경쟁을 일삼거나 탈세 등 범법의 치외법권영역으로 안존(安存)해왔음을 적시하고 있다.이는 또 거의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목이기도 하며 우리 언론이 더이상 개혁의 사각지대로 방치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문건진위 규명과 더불어 언론개혁도 시급히추진돼야 할 것이다.
  • [20세기 문명기행] 4. 대량학살과 세계대전

    “1917년 육군에 입대한 나는 1차대전중 프랑스 육군에 배속됐다.우리가 속한 807 파이어니어 보병대원은 350여명이었다.파이어니어 보병대는 전투부대가 아니고 교량부설이 주임무였다.그런데도 귀국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모두 12명 뿐이었다”(뉴스위크지에 실린 미국인 참전용사 허버트 영 회상 중에서). 1차대전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흉탄으로 어처구니 없이 시작됐으나 9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희생자수가 19세기 최대의 국제전이었던 보(普)·불(佛)전쟁의 15만명보다 무려 60배나 많다.1차대전이 20세기 ‘대량살상의 시대’를 연 셈이다. 대량살상의 시대를 여는 데는 과학기술도 ‘한몫’을 했다.독일군의 독가스,영국군의 탱크가 처음 등장함으로써 대량살상을 부추긴 것이다.대량살상 신무기는 지상에만 있지 않았다.독일군은 당시 혁명적 교통수단이었던 비행기를 폭격에 동원,영국을 초토화시켰고 U보트(잠수함)로 연합국 전투함을 수장시켰다. 30년대말부터 히틀러의 광기로 세계는 초토화됐다.반(反)공산주의 및 인종차별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나치즘은 악의 뿌리인 소련지역까지 영토를 확장,독일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유대인을 배척하자고 주장했다.이 때문에 600만명의 유대인이 학살되고 2차대전이라는 극단으로 몰고 갔다.히틀러의 전격적인 폴란드 침공으로 촉발된 2차 대전은 6년간의 전쟁으로 6,500만명의 생명이빼앗긴 인류 최악의 전쟁이었다.전쟁이 끝날 무렵 등장한 원자폭탄은 대량살상 무기발전의 ‘절정’을 이뤘다. 2차대전이 끝나자,또다른 불행의 역사가 기다리고 있었다.세계 맹주로 떠오른 미국이 유럽을 원조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자,소련과 소련이 이끄는 공산진영이 모습을 드러내며 냉전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소련이 동유럽을 장악한데 이어,중국마저 공산화됨으로써 공산주의는 전세계 인구의 30%를 지배하게 됐다.50년대 벽두는 냉전을 알리는 신호들로 시작됐다.소련과 중국,두 거대 공산국가는 2월15일 ‘중소동맹’결성을 발표,공산주의 연합전선의 탄생을 선언한 것이다. 냉전의 ‘유탄’은 은둔의 나라 한반도로 튀었다.북한군이 6월25일 새벽 전격남침하자 미군과 유엔군이 급파됐고,소련에 이어 중국이 참전함으로써 동서냉전이 열전으로 바뀌었다.3년동안 계속된 한국전쟁은 한민족에 엄청난 피해를 안긴채 ‘미완의 전쟁’으로 막을 내렸다.250만명의 한국인과 100만명의 중국인,5만여명의 미국인 등 4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동서진영이 맞붙은 두번째 결전장인 베트남전쟁은 ‘무적함대’ 미국에 첫패배를 안겼다.동남아지역에 공산주의의 확산을 저지한다는 명분 아래 전쟁에 개입한 미국은 50만명 이상의 미군을 투입하고 폭탄을 무차별 쏟아부었으나 결국 쫓겨났다.5만5,000명의 미국인과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바치고서야수렁에서 빠져나왔다. 냉전의 악순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프랑스 유학중 공산주의에 심취한폴 포트(98년4월 사망)가 무장투쟁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뒤 ‘농민천국’을 구현한다며 지식인 등은 물론 노동자·농민·부녀자·어린이까지 닥치는대로 학살했다.인구의 4분의 1인 200만명이 희생돼 캄보디아를 ‘킬링필드’로만들었다. 소련의 개방·개혁정책을 실시로 냉전에 종지부를 찍자마자 민족 분규로 대량학살이 자행됐다.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는 ‘인종청소’가 그치지 않고 르완다 등 아프리카에서도 무차별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다.그러나 동티모르가오랜 내전을 딛고 독립을 쟁취했고,북아일랜드는 신·구교도간의 유혈분쟁을종식시켰다.새천년을 앞둔 세계에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김규환기자 khkim@ *인류의 공포 核무기 사라질까 1945년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뒤 지구촌은 핵무기의 악몽에 시달려왔다. 미국과 옛 소련은 세계 패권을 잡기 위해 핵경쟁을 시작,전인류를 수십번죽이고도 남을 양의 핵무기를 생산,배치했다.여기에 19세기의 강자 영국과프랑스가 뛰어들었고 중국도 뒤질세라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46년부터 96년 말까지 50년간 이들 5개 핵강국들은 무려 2,045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이중 미국이 1,030회로 가장 많고 러시아(715회),프랑스(210회),영국 및 중국(각각 45회)의 순이었다.지하핵실험이 1,517회였다. 핵강국들은 이같은 핵실험을 거쳐 다량의 핵무기를 생산,배치했다.96년 말현재 모두 3만9,047개나 된다.실전배치한 것과 비축분,폐기대기중인 것을 다합한 것이다. 러시아가 2만5,000개로 가장 많다.미국은 1만2,937개로 미국과 러시아가 전세계 핵탄두의 97%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숫자의 핵실험과 무기는 인류복지 증진에 쓰였을 돈을 투입함으로써 가능했다.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40년부터 96년까지 핵무기 개발과 생산 등에 5조5,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이는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총매출과 맞먹는 돈으로 미국인 한사람이 2만2,000달러를 부담한 꼴이라는 계산이다.옛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경쟁 패배로 해체됐으나 ‘핵유산’은 여전히 옛 소련의 자식들인 동구국가들에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통해 추가 핵실험과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 하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그나마 미 의회의 비준 거부는업친데 덮친격이 되고 있다. 더우기 미국은 2008년까지 매년 36억달러 이상을 핵실험과 운반수단의 개발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인도,파키스탄,북한 등 제3세계 22개 국가들은핵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때문에 새천년에도 핵무기가 전인류의 최대 악몽으로 남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박희준기자 pnb@
  • [집중취재 이것이 문제다] 어문 정책

    언어정책이 실종됐다.9일 훈민정음 반포 553돌 한글날을 맞았지만 외래어표기는 물론 맞춤법의 혼선이 가시지 않고 있다.외래어 표기를 위한 변변한회의조차 열리지 않고,학자들은 한자병기 등 해묵은 논쟁만 다람쥐 쳇바퀴돌듯 거듭하고 있다. 미처 순화되지 않은 각종 외래어가 판을 치고 공공기관이나 언론매체 등은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기는커녕 국적불명의 언어를 남발해 오히려 국어환경을 오염하고 있다.더욱이 사이버시대를 맞아 PC통신상에서는 저속한 속어 등이 난무하고 있으나 정부나 전문가 등은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언어정책이 이처럼 ‘무정부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언어에 대한 철학의 부재’탓으로 압축된다.최근 논란이 됐던 공문서 한자병용정책의 경우에서 보듯 문화관광부는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리기 일쑤다.정책 결정권자의 즉흥적 판단이 어문정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말은 이같은 정책결정 과정의 난맥상 말고도 갖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정보화시대에 걸맞는 말과 글의 체계수립 ▲남북한 언어의 통일 ▲로마자 표기법 개정이나 외래어 표기문제 ▲순수 국어의 순화 등.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맞춤법을 쓰는 이의 편에 서서 쉽게 고쳐야 할것으로 지적된다.맞춤법 하면 어렵고 비현실적이라는 게 일반인의 인식이다. 문화관광부 자문기구인 국어심의회의 전위원 정재도씨는 “89년의 ‘읍니다’ ‘습니다’의 개정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혼란과 부담을 주었다”며 “이런 사례들이 되풀이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외래어와 외국어 표기의 방치는 더욱 심각하다.미국식 영어가 우리 생활에자리잡은 지 오래다.식자층일수록 미국발음의 외국어를 선호한다.지난해에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외국·외래어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를 거르는 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하다.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으나 1년에 몇 차례 형식적으로 열었다가 아무 성과없이 끝난다. 양사겸 한글사 대표는 “지난 40년에 만들어진 외래어표기법이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마자 표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84년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앞두고졸속 제정된 표기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당시 장모음과 영어 ‘아’와 ‘어’의 발음을 모두 ‘어’로 통일시켜 40년대에 만든 안으로 되돌려 놓았다. 문화부 산하 기관인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이달 중 개정안이 나올 예정이지만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면 우리말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가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무엇보다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쉽고 아름다운 말을 많이 개발하고 정부와 언론,특히 방송이 국어순화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연구자들은 항상 예산타령만 늘어놓고 있다.물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국어정책을 총괄하는 문화부 국어정책과의 올해 예산은 겨우19억여원이고 문화예산이 정부예산의 1%에 이르는 내년에도 29억원에 불과해 문화부 전체예산에 비하면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다.전문인력을 키우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태부족인 액수다.지난 91년에 설립된국어연구원의 올해 예산도 3억∼4억원에 불과하다.일본은 우리의 100배 이상이다. 그러나 작은 희망의 불빛이 보이고 있다.국어연구원이 92년부터 7년간 준비해 9일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 첫권은 국가가 어문정책에 이제야 눈을뜨고 있음을 보여준다.문화관광부도 지난해 ‘21세기 세종계획’이란 이름의 정보화 10년 계획에 나섰다. 인하대 김문창 교수는 “우리말과 글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려면 정부와언론이 앞장서 말을 갈고 닦아야 한다”면서 “세계화하되 우리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홍기자 hong@ -외국의 어문정책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기말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이들 나라는 ▲관련 정부부서를 설치해 예산 및 인원을 충분히 배치하며 ▲새로운 용어 등을 자기 식으로 바꿔 표현함으로써 정체성을 지키고 ▲정부가말 보호에 앞장서는 등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이런 노력이 두드러지는 나라로는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자기말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프랑스는 영어로부터 말을 지키는데 주력하고 있다.생활용어는 물론 웬만한 전문용어도 프랑스말로 바꾼다.예컨대 컴퓨터는 ‘오르디나퇴르’,데이터는 ‘다타’,나토는 ‘OTAN’,에이즈(AIDS)는 ‘SIDA’로 쓴다.말의 이같은 토착화를 위해 프랑스학술원에 대통령직속기구인 프랑스어 정화위원회를 두고,매주 회의를 열어 영어로 된 신규용어를 프랑스어로 바꾼다.회의에는 대통령도 자주 참석한다. 지난 76년 프랑스어 정화법을 제정,일상생활에서 프랑스어가 있음에도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단어 1개마다 2만프랑의 벌금을 물린다. 프랑스어권인 캐나다 퀘벡주 역시 지난 88년 언어정화법을 마련하고 사복언어경찰을 편성,영어를 쓸데없이 많이 쓰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린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한술 더 뜬다.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도 전혀 쓰지 않으려 애쓴다.전화인 텔레폰의 경우 ‘페른 스프레이허’로,음운론(音韻論)인 ‘포노롤지’는 ‘소리학’이란 뜻의 ‘라흐트레흐어’로 바꿨다.독일은 이런자국어 지키기를 16세기부터 추진해왔다.이런 노력 덕분으로 300여년이 지난요즘 철학 의학 용어는 독일어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역시 영국식 영어인 ‘퀸즈 잉글리시’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고있다.책 등에서 미국식 영어가 나오면 이를 영국식으로 ‘번역’한다. 미국과 일본 또한 유럽에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인다.미국은 공영방송에서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즉각 ‘퇴출’된다.일본은 ‘세계의 모든 언어를 받아들이되 발음은 일본식으로 한다’는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도 중국식을 주장한다.비틀즈의 경우 ‘더벅머리 네명’이란 뜻의 ‘披四頭’(피스두)로,택시는 ‘돈을 주고 빌리는 차’란 의미의 ‘小租車’로쓴다.미니스커트는 ‘그대를 유혹하는 치마’라는 뜻의 ‘美니裙’(미니췐)으로 옮긴다. 박재범기자 jaebum@
  • [특별시론] 중앙일보사태 언론개혁 계기로

    金三雄 주필 “신문사 사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들춰진 많은 비리를 기자들이 앞장서 ‘언론탄압’이라는 미명아래 감춰주고 막으려 든다면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바라던 진정한 언론의 독립은 커녕,신문지 제조업체 직원으로의 전락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포악한 정권에겐 비굴하고 온건한 정권 아래선 교활하다.과거 정권 아래선 능동적으로 나쁜 짓 하던 언론이 이제는 매사를 트집잡고 비판한다.” 앞의 말은 최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중앙일보가 연일 지면에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 회사의 사진부오동명기자가‘중앙일보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대자보에서 밝힌 내용이고,뒤엣 말은 지난 봄 역시 같은 신문의 오홍근 논설위원(현 국정홍보처장)이자신의 칼럼게재를 거부한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나오면서 밝힌 말이다. 최근 중앙일보사태에 최초로 용기있는 소신을 밝힌 오기자는 ‘중앙일보의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인 뒤 사표를 제출하고,오 논설위원도 사직하고서야 소신을 밝힐 수 있었다.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을 직분으로 하는신문사에서 사표를 쓰지 않고서는 소신을 말할 수 없는 경직된 구조에서 ‘언론자유’나‘언론탄압’운운은 얼마나 공허한가. 중앙일보는 홍사장 구속에 반발하면서 언론탄압을 내세우며 ‘대정부공격’에 지면을 도배질하고 있다. 이것은 중앙일보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언론개혁의 정신에서나,구태에서 벗어나 거듭나기를 바라는 많은 독자의 바람에도 역행된다.그 이유와 개혁방향을 살펴보자. 첫째, 정부는 조세를 포탈한 홍사장의 개인 비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과 검찰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나고 본인도 부분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진다.신문사사장이 아니라 누구라도 납세를 거부하거나 탈세한 사람은 응분의 처벌을 받는 것이 국법질서다.더구나홍사장의 경우 탈세액이 거액인데다 수법이 또한 교묘하다. 둘째, 홍사장은 중앙일보와 법적으로 관련이 없는 기업에서 거액의 세금을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고 그 스스로 수사과정의 공정성에 이의를 달지않았다. 중앙일보는 왜 개인 홍석현씨의 비리를 신문사의 비리인 것처럼스스로 옭아매려 하는지 모르겠다. 셋째,중앙일보는 홍사장 탈세사건과 관련하여 그의 사장직 퇴임은 물론 모든 경영진과 간부들을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하겠으니 잘 봐달라고 요청했으나(정부는)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청와대대변인이 밝혔다.그렇다면 사장의 비리를 정부와 빅딜하겠다고 흥정하다가 여의치 않게되자‘언론탄압’이라 반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넷째,중앙일보는 15대 대선당시 자사 보도에 대한‘감정’으로 정부가 표적성 세무조사를 했다고 한다.당시 이 신문의 대선보도와 관련, 기자여론조사에서 92%가 불공정보도로 지적했으며 기자협회보는‘비이성적 행태’라 비판했다.이런 행태를 보인 신문이 그후 국민과 독자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섯째,정부의 언론탄압이 있었다면 그때그때 정정당당하게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할 것이지 오랫동안 묵혀두었다가 이것을 대정부 흥정이나 공격자료로 이용하는 것은 양식이 있는 언론사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언론의 생명은 투명성과 함께 사실보도가 아니겠는가. 여섯째,정부당국의 대언론 자세의 문제점이다.왜곡된 보도나 잘못된 비판에 대해 정공법을 쓸 것이지 변칙적인 방법이나 비굴한 모습으로 대처할 것이무엇인가.과거 정권에서는 ‘권언유착’으로 전화 한마디로‘빼거나 고치거나 키우거나 줄이는’일이 다반사였다지만 현정부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그만큼 언론의 독립성이 강화된 측면과 함께 정부의 언론간섭이어려워진 환경이기도 하다.따라서 정부는 언론중재위,반론권,민형사 소송 등 정공법을 택해 정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곱째,본질적으로 중앙일보사태는 족벌의 언론지배라는 구조적 모순에서잉태되었다.개인(족벌)이 주식 또는 지분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신문이라는공기업을 사유물처럼 지배,여론을 독과점하면서 정치권력화 한다.그리하여‘사장의 비리가 언론탄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역설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따라서 소유지분의 한계를 20%선에서 제한하는 정감법의 개정 등 제도적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모름지기 언론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 필요할 때는 권력과 유착하고 언론의 본분에 충실해야 할 때는 반정부투쟁에 나서는 잘못된 행태는 언론의구조적 모순에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중앙일보사태는언론개혁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imsu@
  • [문명자 회고록] 내가 본 朴正熙와 金大中(2)

    1970년 3월 17일 한강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 전 정인숙(鄭仁淑)은 1년정도 미국에 체류했다.아들까지 낳은 정인숙이 도처를 다니며 청와대를 들먹이는 등 말썽을 일으키자 경호실장 박종규가 정인숙 모자를 미국으로 보낸것이다. 정인숙 모자는 워싱턴 16번가에 있는 ‘우드너’라는 아파트와 같은 호텔에한달 반동안 살다가 뉴욕으로 옮겼다. 당시 뉴욕에는 미국남자와 결혼한 한국여성들의 모임인 ‘한미부인회’라는 모임이 있었다.정인숙의 화류계 친구중에도 한미부인회의 회원이 있어 정인숙도 모임에 한두 번 나왔는데 그때정인숙을 본 기억이 있다.예쁜 얼굴의 젊은 여인이 모자를 쓴 남자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목소리가 용모에 어울리지 않게 남자같은 음색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자신을 ‘미세스 박’이라고 소개했다.내가 물었다. “남편은 무슨 일을 합니까?” “재일교포 사업가예요”. 나는 그때 그 남자아이가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바로 정일권이었다.정인숙이 죽고난 뒤 ‘워싱턴 포스트’의셀리그해리슨 기자가 나를 찾아왔다.그는 ‘정인숙사건’을 취재중이었다.한국신문에는 어차피 실리지 못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취재원을 밝히지말 것을 전제로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며칠후 ‘워싱턴 포스트’ 1,2면에는 ‘한국의 크리스천 킬러 스토리’라는제목으로 셀리그 해리슨이 쓴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크리스천 킬러’란 미모의 한 영국 고급창녀가 남성편력을 계속하다가 살해당한 사건을 가리킨다. 71년 3월4일 ‘프리덤 볼트 오퍼레이션(한미공수기동훈련)’ 취재차 나는이 신문을 들고 서울에 갔다.‘프리덤 볼트 오퍼레이션’은 ‘팀스피리트’의 전신이랄 수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다.오산공항을 거쳐 숙소인 조선호텔에 도착했을 때 정일권의 비서 김종하(金鍾河·전 신아일보 편집부국장)가나를 찾아왔다. “총리께서 문 기자님이 오신 것을 신문에서 보시고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십니다” 정일권의 특징중 하나는 자신의 주변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이다.특히 자신이 주미대사 시절 데리고 있던 부하들이워싱턴에서 돌아오면 마지막까지 보살펴 출세길을 열어준 것으로 유명하다.그래서 이들을 속칭 ‘워싱턴클럽’이라고 했다.나야 ‘워싱턴클럽’과 관계가 없었지만 정일권은 61년 주미대사 시절 안면을 익혔다고 해서 내가 한국에 가면 종종 ‘워싱턴클럽’의 식사자리에 나를 부르곤 했다. 이처럼 한국에 가면 정일권으로부터 종종 초대를 받았지만 71년 당시만은나를 만나자는 이유가 정인숙사건 때문이란 것을 직감했다.정일권이 워싱턴포스트 취재원이 나라는 것을 짐작했을 것 같았다.나는 나대로 정일권을 만나 진상을 추궁해볼 작정으로 약속장소로 갔다.잠시후 정일권이 측근 한 사람과 나타났다.그런데 앉자마자 뱉아낸 정일권의 발언이 걸작이었다. “문 기자,나는 정인숙과 딱 한번 같이 잤는데 그 아이가 내 아들일 리가없소.나는 이미 불임수술을 해서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몸이오” 아마 요즘 정치인들 같으면 사실이야 어떻든 “나는 정인숙과 관계가 없다”고 딱 잡아뗐을 것이다. “딱 한번밖에 안 잤다”고 변명하는 정일권의 태도를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인가. 그가군대시절 “야,야”하고 부르던 박정희에게 “각하”,“각하”하면서 끝까지미움을 사지 않고 그 그늘 밑에서 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유들유들한 성격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문제의 ‘워싱턴 포스트’를 들고 그 길로 정일권의 부인을 만나러 갔다.그녀와 나는 정일권이 주미대사 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지금까지내가 만난 여성들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조선여인상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서슴지 않고 정일권의 부인을 꼽을 것이다.나는 들고 간‘워싱턴 포스트’를 그녀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건 아세요?”.정 총리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이 집에 시집와 아들을 못낳은 죄로 우리집 주인이 어디서든 아들을 낳아 오면 받아들이려고 해요.그래서 우리 주인에게 신문에 난 그 아이가당신 혈육이라면 호적에 올리자고 했는데 우리집 주인이 절대 아니라고 합니다.장기영(張基榮·전 한국일보 사주·작고)씨 하고도 의논했어요.장기영씨가 ‘그분이 공직자라 곤란해서 그렇다면 일단 내 호적에 넣어주겠다’고도했는데 본인이 한사코 아니라고 하니 난들 어쩌겠습니까?” 70년대 후반 정일권의 이 현숙한 부인은 세상을 떴다.얼마후 정일권은 재혼을 해 새로 장가든 부인과의 사이에 3남매를 두었다.“불임수술 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자식을 낳았는가”하고 따져보고 싶었는데 정일권 스스로 제 발이저렸는지 “불임수술을 풀었다”고 변명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정인숙의아들 정성일(鄭成一·32)은 90년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정일권에게 자기를아들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정일권은 비서를 시켜 4,000만원을 전해주고는 “돌아가라”고 했다고 한다.정성일은 정일권을 상대로 친자확인소송까지 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리 정운현기자 jwh59@
  • [사설] 주목되는 고엽제 損賠訴

    월남전 참전 국내 고엽제 피해자 1만7,206명이 미국의 고엽제 제조회사인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1인당 3억원씩 총 5조1,618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이 소송은 국내 변호사 101명이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인지대만 해도 250억원에 이르는 사법사상 최대규모 집단소송으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고엽제 피해자들은 소장에서 “피고 회사들은 월남전 이전부터 다이옥신을다량 함유한 고엽제가 인체에 심각한 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같은 사실을 숨기고 미국정부에 고엽제를 판매해 광나이·퀴논 등 한국군 작전지역에 80% 이상을 뿌려 원고들이 숨지거나 중상해를 입게 했다”고주장했다.월남전 당시 한국군들은 고엽제 살포를 ‘황색 비’(黃色雨)라고불렀다.고엽제의 독성을 까맣게 모른 채 일부러 고엽제를 맞기까지 했다.고엽제를 맞으면 모기 등 벌레가 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정말 어처구니 없는일이다.그 결과 현재 국내에는 국가가 인정하고 있는 고엽제 피해자는 후유증 환자 2,399명과 이들보다는 증세가 덜한후유의증(擬症)환자 4,997명이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엽제 피해는 환자 뿐 아니라 자손들에게도 엄청난피해를 미친다. 고엽제 제조회사들은 마땅히 이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실제로 84년 미국법원은 미국·호주·뉴질랜드 등의 고엽제 피해자 24만명이 낸 집단소송에서 제조회사의 책임을 인정해 1억8,000만달러를 받아내게 한 바 있다.당시 우리 피해자들도 집단소송에 참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제조회사들은 혹시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의 시효를 거론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네바협약에서도 독성물질의 전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제조회사가 화학적 독성물질인 고엽제를 제조·판매해서 살포케한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로 민법상의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현재 한국정부는 피해자들에게약간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그것은 모든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조회사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원은 이번 소송과는 별도로 국내 고엽제 피해자 3,114명이 지난 5월에 낸 다우케미컬과몬산토의 국내 특허권 재산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고임시지급금 가처분 신청을 심리중에 있다.이번 소송과 관련 피해자들은 법원이 소송비용을 일부 부담해주는 소송구조 신청도 함께 냈다.국민의 권익과국제적 규범을 함께 존중하는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한다.
  • [특별기고] 언론사가 사주 犯法 대변해서야

    보광그룹 탈세사건이 대주주 홍석현씨의 구속 수감으로 마무리됐다.단순 개인비리의 사건임에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유는 홍석현씨가 바로 현직 언론사 사장·발행인이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언론사주라는 신분 때문에 한편으로는 거액의 탈세를 행한 것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고,다른 한편으로는 그 수사와 구속이 자칫하면 언론 간섭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또 전례로 보아 언론사주가 과연 구속될 것인가라는 점도 큰 관심거리로 부각했다. 이번 사건은 언론개혁의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첫째,언론사주라고 해서 더이상 ‘성역’이 아니라는 것이다.과거 언론사주나 언론인의 비리탈법행위를 봐주곤 하던 ‘성역화’ 관행은 바로 ‘권언유착’이 만들어낸부산물이다.이제 언론개혁을 위해 이런 관행은 깨져야 한다.따지고 보면 이번 홍석현씨 구속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94년 경향신문 사주도 외화밀반출 혐의로 구속된 전례가 이미 있고 지방에서는 회사돈 횡령과 탈세 등 사이비 행각을 저질러 구속된 언론사주의 사례도 많다. 둘째,언론은 무엇보다 신뢰와 도덕성이 생명이다.보도내용은 말할 것 없고언론인과 언론사주는 더더욱 높은 수준의 윤리와 도덕성을 요구받아 마땅하다.1,000여개에 달하는 차명계좌,거액의 탈세 규모,온갖 탈세수법 등은 일반적 기업관행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다.사회의 비리부패를 꾸짖고 그 척결에 솔선수범해야 할 언론사의 사주가 비리 탈법의 전면에 등장한다면 그 언론이 어떻게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비리부패를 고발할 것인가?이번 사건이 언론사주 개인의 도덕적 자질에 대한 비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결국 언론사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만 입혔을 뿐이다. 셋째,언론보도는 결코 언론사주의 이해관계에 얽매여선 안된다.중앙일보쪽의 항변과 반박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보도태도 때문이다.홍석현씨가 보광그룹의 단순 대주주일 뿐 어떤 공식 직함을 보유하거나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고 따라서 탈세혐의에 법적 책임이없다는 식의 항변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자 하는 짓에 불과하며,그가 보광그룹의 지배중심에 서있는 사실상의 ‘총수’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지난번 손숙 장관의 금품수수를 돌연 들춰내 공직에서 물러나게 한 언론사가 그 수백배 수천배에 달하는 거액을 탈세한 혐의를 받은 자사 사주를 적극 비호하고 나서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따라서 자사 사주라는 이유만으로 해서 언론이 그 탈세혐의를 비호하는 방패막이로 악용해서는 안될것이다.진정 ‘독립언론’이라면 먼저 이를 통렬히 비난하고 자성해야 하는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이와 반대로 탈세사건을 ‘언론길들이기’ 또는 ‘표적수사’ 등 정치적 시각에 매몰돼 호도하는 것은 자사 이기주의일 뿐이며 언론의 힘을 이용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보도태도가 막연한 심증과 피해의식의 방향으로만 치우쳐질 경우 여기에 공감할 독자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언론인협회(IPI)의 항의서한 내용은 두 기구의 전통과 명예에 비춰볼 때 정말 한심스럽다.탈세혐의의위법성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이 무조건 수사를 중단하고 홍석현씨를 구속하지 말라는 내용은 지나칠 정도로 간섭적인 태도이다.또 탈세사건에 대한 국내 타언론의 보도자세나 국민·시민단체·언론단체 등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은 채 오로지 중앙일보사의 일방적 주장만을 판에 박은 듯이 내세우고 있다. 비리 탈법 언론사주 수사에 대한 이런 편파적인 태도는 결국 두 단체가 진정한 언론자유보다는 언론사주의 이해관계만 대변하고 옹호하는 이익단체에불과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할 정도이다.두 단체가 과거 유신체제나 전두환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에 대해 이만큼 재빨리 항의한 적이 있었던가?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앞으로 언론개혁의 과제가 언론소유와 경영의 분리,경영투명성 확보,편집권 독립 등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주동황 광운대교수 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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