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어처구니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사나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복권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입양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서울광장
    2025-08-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248
  • 공적자금 관리 모럴해저드 실태

    공적자금 관리 모럴해저드 실태

    감사원의 공적자금 관리실태 2차 특감 결과는 2001년 1차 때의 연장선상에 있다.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관리소홀과 부실대출,횡령,은닉 등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가 그대로 재연됐다.여기에 관리기관의 무책임과 무능력까지 보태져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공적자금 회수실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이번 감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금액은 총 1조 760억원.단순 관리소홀로 회수하지 못한 자금 3300억원,자산관리공사(KAMCO·캠코)의 잇속 챙기기로 새나간 3558억원,부실금융기관의 복리후생기금 등 살찌우기로 들어간 2320억원 등이다.국가부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성된 국민의 혈세가 손에 쥔 모래처럼 술술 빠져나간 것이다. ●직원주택자금 2946억원 무이자 융자 무엇보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부실 금융기관들의 모럴 해저드가 심각했다.서울보증보험과 경남은행,수협중앙회,광주은행,우리은행,한국투자증권 등 6개 금융기관은 경영부실 상황인데도 2002년 직원들의 임금을 26%로 대폭 인상했다.임원들의 연봉도 1억 100만원에서 1억 8200만원으로 무려 80% 올렸다. 이들 6개 금융기관과 대한투자증권,우리신용카드 등 8개 금융기관은 임직원에게 주택구입자금 2946억원을 무이자로 융자하고 학자금·개인연금 등 1416억원을 무상 지원했다. 은닉과 횡령도 버젓이 자행됐다.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한 장본인들이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1108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고,이들 중 2000여명은 직장이 있어 이들의 연 총소득이 165억원에 달했다.그런데도 예금보험공사나 캠코는 이를 파악하지 못해 압류나 가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은닉을 부채질했다.횡령금액은 8억 5900만원이다.파산관재인 보조자와 캠코 직원 6명이 경매배당금을 법원으로부터 받아 빼돌렸다. ●캠코직원, 경매배당금 8억 빼돌려 캠코는 1999년 부실채권 7724억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증한 채권 356억원을 무담보채권으로 매각해 272억원의 손실을 봤다.대한주택보증이 지급보증한 채권 356억원 중 99억원을 M사(미국투자회사)에 단돈 100원에 넘겼다.나머지 257억원어치의 채권을 G사(미국투자회사)에 143억원에 팔았다.덕분에 G사는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이자까지 포함해 326억원을 챙겨갔다. 어처구니없는 촌극도 벌어졌다.부실채권을 매각하려면 자산유동화회사(SPC)를 설립해야 하는데도 캠코는 2개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설립,뒤늦게 SPC를 다시 설립했다.무용지물이 된 CRC 설립 자금과 이중부담케 된 관리수수료로 낭비된 공적자금은 무려 474억원이다. ●채권매각 절차 몰라 474억원 ‘헛돈’ 캠코는 2000년 10월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5조 1723억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2332억원에 매입했다.이 채권을 외국회사 등에 팔아 그 이익을 기금에 회수하는 게 정상이지만 일반회계자금으로 ‘딴주머니’를 찼다.공적자금 관리를 맡은 주 기관이 부실채권정리기금 관리자의 지위를 악용해 총 3134억원을 자사 이익으로 빼돌려 성과급 지급 등으로 사용했다.2002년 캠코의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97년에 비해 75% 올랐으며,지난해에는 임원들에게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액수의 성과급이 지급됐다.캠코는 또 과다 지원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약정을 맺어야 하지만 이를 누락해 부실채권정리기금에 585억원의 손실을 끼쳤다.예보도 2000년부터 4개 보험회사에 지원한 공적자금 가운데 검토 소홀로 투입할 필요가 없는 193억원이 포함돼 있었지만 사후정산 약정을 체결하지 않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을 불렀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사설] 고속철 사고 언제까지 계속될건가

    고속철 승객들은 불안하다.개통 첫날부터 고장으로 말썽을 일으킨 고속철이 또 고장이 났다.부산에서 전력공급 장애로 운행이 1시간20분이나 지체되는 최악의 운행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빠르고 쾌적한 교통수단에 대한 승객들의 부푼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지금까지 크고 작은 고장과 기술적인 장애가 60여차례나 있었다니 하루에 한번꼴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의자가 운행중에 빠진 일도 있었고 심지어 문이 안 열려 승객이 5㎞나 지나 철길에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있었다. 이런 일들은 무엇보다 준비와 후속 대응이 소홀한 탓이다.우리는 그동안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대형사고 경험이 수없이 많다.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불감증을 지적하지만 금방 잊어버린다.사고를 뻔히 보고도 ‘큰 문제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결국은 화를 부른다.작은 사고가 난다면 그때부터라도 면밀한 방지책을 세워서 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함이 옳다.사후약방문이라도 괜찮다.또 대비를 철저히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낸 담당자들에게는 엄중한 징계를 내려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고속철 승객 1300여명을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고 답한 사람은 36.7%에 그쳤다.이처럼 만족도가 낮아 개통 이후 평균 탑승률과 운임 수입은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승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이래서는 10조 7000억원이라는 부채를 진 고속철이 언제 빚을 갚고 흑자를 내겠는가.당국은 최선을 다해 고장을 없애고 서비스도 개선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꿈의 고속철’을 실현시켜줄 것을 당부한다.
  • 특전사 준위2명 군납비리에 악덕 사채놀이까지

    A사 1억 7600만원,B사 6500만원,C사 6850만원…,도합 3억 1500만원. 최근 4년 동안 특전사 물품구매 담당 양모 준위와 정비담당 황모 준위가 낙하산 등 장비 납품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돈 액수다. 특히 황 준위는 일부 업체에 100만∼200만원을 사실상 강제로 떠안기고 월10부의 고리로 이자만 2000여만원을 챙겼다.이들이 받은 뇌물은 한해 4000만원으로 각자 연봉의 1.5배에 이른다. 검찰은 어처구니없는 군납 비리가 가능했던 것은 이들이 사실상 업체선정 과정 등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양 준위는 수입품만 납품받던 낙하산을 본인 결정으로 국산으로 바꾸는 등 사양 결정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했다.황 준위가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업체의 납품은 중지된 것으로 전해졌다.양 준위는 17년,황 준위는 10년간 한자리에 근무한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곽상도)는 19일 양 준위와 황 준위를 군 검찰에 통보하고,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군납업체 대표 3명을 구속기소,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실상 군납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준위 등이 뇌물로 받은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수사관할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상납 고리를 캐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환경·생태보전 ‘까막눈 행정’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먹구구식 환경·생태보전 행정 실태가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생태계 위해시설 설치를 강행하다 수십억원의 국고를 낭비하는가 하면 엉뚱한 곳을 생태계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환경부·해양수산부·문화재청에 대해 ‘자연생태계 보전 시책 추진실태 감사’를 실시,그 결과를 최근 해당 부처에 통보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01년 해양연구원 등에 발주한 ‘갯벌 생태계 조사용역’ 결과,보전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고받은 전남 해남·순천·강진 등 6개 지역 갯벌은 제외하고 보전가치가 낮은 것으로 조사된 진도·무안군 일대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현재 진도군 일대 갯벌은 방조제 공사로 모래와 자갈 등이 널린 ‘불량 갯벌’로 변했다.반면 순천만 갯벌은 세계적 희귀조류인 흑두루미가 유일하게 월동하거나 염생(鹽生) 동식물이 서식하는 등 여전히 보전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해수부 해양보전과 정상윤 계장은 “당시 용역조사는 과학적인 조사기반을 갖추지 못했으며,정책결정이 반드시 용역보고서 내용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파주시는 철새 도래지 보호를 외면한 채 개발을 추진하다가 거액의 국고를 낭비한 사실이 드러났다.파주시는 천연기념물 제 250호로 지정된 ‘한강하류 재두루미 도래지’에서 불과 120m 떨어진 곳에 하수종말처리시설 설치공사를 진행하다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12월 공사 중단조치를 받은 상태다.감사원은 “재두루미 도래지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파주시가 하수종말처리시설의 방류구 위치를 변경할 경우 49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관광지화·상업화된 도시가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빚어졌다.환경부는 2001년 전남 곡성군 두가1리 마을을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자전거하이킹 코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이유로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인증서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이곳은 문화관광부로부터 14억원의 국고보조를 받아 야영장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데다,섬진강 관광열차 운행으로 인해 관광객들이 붐비는 등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요건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감사원은 “환경부가 자체 제정한 지침에도 상업화·도시화·관광지화된 마을을 대상에서 빼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환경부는 전남 신안군이 민·관 투자로 47억원을 투입,10년여에 걸쳐 관광지개발 조성사업을 마친 곳(육타리도)을 2002년 ‘특정 도서(島嶼)’로 지정,개발을 금지시키는 바람에 시정통보를 받았다.박희정 자연정책과장은 “관련법을 개정해 육타리도를 특정도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道公 사장추천위 ‘망신살’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연거푸 망신을 당하고 있다. 지난 겨울 폭설 늑장 대처로 따가운 질타를 받았던 도공이 이번에는 사장후보 추천 과정의 실수로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사장추천위원회(사외이사 5명+일반인 4명)가 지난달 말 서류·면접을 거쳐 건설교통부에 올린 최종 후보 5명 가운데 한 사람이 검찰에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공 노조는 “폭설 사태 이후 실추된 공기업의 명예를 회복하고 직원들을 추슬러야 할 인물을 가려내야 하는 사추위가 허울좋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며 “새 사장을 뽑는 사추위 의사결정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공기업 사추위가 소신껏 활동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터라 이번 실수를 계기로 공기업 사추위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
  • [기고] 美 ‘학살전쟁’에 왜 동참해야 하나/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

    지난달 22일 북녘 용천역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 소식이 전해지자 종교계와 시민사회,방송 등 언론은 물론 한나라당과 재향군인회,한국기독교총연합 등 반북색채가 강한 보수진영까지 북녘동포돕기에 나서고 있다.정부도 100만달러의 긴급구조물품을 보낸 데 이어 250억원 상당의 지원을 추가로 하겠다고 한다.사상과 정견을 넘어 인류애와 동포애로 하나 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이렇게 인류를 사랑하고 민족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왜 이라크 파병 문제에는 인색하기만 할까. 미국은 과잉폭력을 투자함으로써 이라크와 중동에서 명분을 잃고,스스로 ‘제2의 베트남전’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이라크에서 미군은 더 이상 해방군이 아니다.이라크에서 미군은 학살자일 뿐이다.이라크 국민은 물론 가장 든든한 연합세력과 동맹세력을 자처했던 나라들도 학살자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세 번째 규모로 이라크에 파병했던 스페인이 완전히 철수했다.온두라스·폴란드 등도 학살의 공범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애당초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명분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이라크 어디에서도 대량살상무기는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9·11테러 경고를 받고도 골프를 치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중이던 2001년 11월에 이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이라크전쟁 준비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대량살상무기와 상관없이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증거들만 나오고 있다. 결국 궁색해진 미국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세우는 것을 새로운 명분으로 내걸었다.로버트 달은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위해 다두정(多頭政),즉 정치적 선호(選好)에 대한 다양성과 평등성이 허용되고,다양한 정치적 선호를 보장하는 결사·표현·집회·언론 등의 자유가 제도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주의는 슘페터가 말하는 ‘최소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다.즉 미국이 선택한 정치 엘리트,권력자들에 대한 선택권만 있는 형식적 민주주의다.실제로 민주주의 이라크를 위해 미국은 치안과 입법권을 미국과 미군이 가진 상태에서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한다.주권을 이양해도 이라크 군대는 미군의 지휘를 계속 받아야 하며,이를 위해 이라크 땅에 미군이 반영구적으로 주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이게 무슨 주권이양인가. 친미세력을 앞세우고 이들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로버트 달이 정의한 최소한의 민주주의에도 못 미치는 허구이며,기만의 민주주의 놀음을 하는 것이다.결국 미국의 꼭두각시가 돼 이라크 인민으로부터 버림받기를 두려워한 과도통치위원들은 위원회에서 이탈하고 있다.이라크 경찰,군도 미군의 명령을 거부하며 저항군에 합류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학살전쟁이며,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석유확보와 달러 방어,군사패권 유지와 팍스아메리카나를 위한 점령임은 분명하다.그런데 왜 유독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1년에만 2000억원이 넘는 파병 비용을 전담해 가며 학살에 동참하려는 것일까.우리는 국제사회에서 학살자의 시종으로 낙인찍히려 하는가.우리는 다른 민족과 국가를 한번도 침략하지 않은 평화민족임을 자랑스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가.스페인 열차테러를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오고 싶은 것인가.정녕 그런 사태들이 벌어져야 파병을 철회할 것인가. 지금 우리 정부와 의회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전쟁에 우리 부모와 형제가 낸 세금으로 우리 젊은이들을 학살장으로 내몰려 하고 있다.한 손으로는 학살자를 위해 사람과 돈을 보내고,한 손으로는 구조를 위해 사람과 돈을 보내는 정부와 정치권의 정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금배지를 달자마자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파병문제와 국가보안법 문제를 뒤로 숨기는 여당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 간곡히 읍소하는 마음으로 외친다.파병을 철회하고 파병비용을 북녘 동포와 이라크 국민의 구호비용으로 사용하라. 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
  • [열린세상]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예수는 있는가?/김진호 당대비평 주간·목사

    한 잡지사는 내게 이 영화가 예수를 세밀하게 묘사하기위해 치밀한 고증을 거쳤냐고 물어왔다. 물론 영화는 전혀 사실적이지 않았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말에 의아해할 사람은 없다.모양이 닮았지만,양자는 서로 별개임을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한데 ‘교회에는 예수가 없다.’고 말한다면 이 말은 매우 심각한 문제제기로 들린다.예수와 교회는 서로 깊게 연루되었다,되어야 한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한참 시사회를 할 무렵 한 영화 잡지가 내게 글을 청탁하면서,최근의 ‘예수에 관한 역사적 연구’의 관점에서 이 영화의 예수를 다루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그것은 ‘패션‘이 예수에 관한 ‘사실적’ 묘사를 위해 치밀한 고증을 거쳤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점검해 보라는 얘기겠다.물론 예상대로 영화는 전혀 사실적이지 않았다.예수에게 고문을 가하는 장면의 리얼리티 정도가(비록 직접적인 정보는 없더라도) 개연성을 지닐 뿐,그 외의 역사적인 고려는 최근의 연구 성과는커녕 고전적인 연구조차 참조하지 않았다. 얼마 후 나는 감독인 멜 깁슨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지지하지 않는,가톨릭 신자라는 정보를 들었다.‘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현대의 신학적 성과를 수용하여 교리적이고 체제적인 개혁을 결의한 가톨릭 교회회의였다.그리고 그는 이 영화를 자신의 신앙적 신념과 결부시켰다.요컨대 멜 깁슨의 영화가 현대 신학의 역사학적 논의를 충실히 반영하였는지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그가 사실 고증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열렬하게 토로한다 할지라도,그것은 적어도 학문적인 개연성을 갖지 못한다. 한데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 신자들에게까지도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데 성공했다.특히 미국이나 한국처럼 원리주의적 기독교가 성행한 사회에서 그러하다.이것은 교회가 학문적 구성물인 ‘역사의 예수’를 수용하지 않는 태도와 맞물려 있다.실제로 ‘역사의 예수’와 ‘교회의 예수’는 많은 경우 대립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거대 규모의 한 개신교 교단 신학교에서 교수 두 사람이 교수직과 성직자의 직위를 박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그 이유 중의 하나는 ‘역사의 예수’에 관한 연구 성과를 수용한 학문적 논의를 했다는 것이었다.신학 학술사적으로 이 분야 연구가 그리 일탈적인 것이 아님에도 대학교에서 이러한 학문적 견해가 파면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그것은 분명 사실이다.이것은 극단적인 사례지만,한국의 어떤 신학교에서도 ‘역사의 예수’ 연구는 학생들에게 거의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있는 형편에 있다.그나마 최근 영미권에서 이 연구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덕에,몇몇 학술지나 비판적인 연구기관 등에서 최근의 논의가 종종 소개되고 있는 형편이다. 신학교가 이런 사정이니 교회는 말할 것도 없다.요컨대 교회에는 ‘역사의 예수’가 없다.물론 그것이 신학 관련 매체가 아닌 곳에 고자질할 만큼 중요한 문제거리냐고 반문할 수 있다.하지만 ‘패션‘의 경우는 이런 양상이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내가 다른 글에서 언급한 바 있거니와,이 영화는 인종적·성적·계급적 편견을 담고 있다.사람들이 온갖 고문을 당하며 처참하게 죽임당하는 예수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고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고 고백할 때,그러한 감정 이입은,의도했든 아니든,영화 속에 함축된 여러 편견들과 함께 우리 내면에 끼어 들어온다. 마치 지난 총선에서 정치인들의 ‘자학적인’ 선거운동이 유권자에게 감정 이입되면서 그들에 대한 냉정한 판단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처럼,‘신의 자학’이라는 ‘교회의 예수’ 담론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지극히 감성적인 반응만을 자극하는 리얼리티만을 부각시키면서 다가올 때,신앙의 비판적인 성격은 실종되고 만다.더구나 ‘패션‘은 모든 인간사를 ‘선과 악’ 이분법으로 단순분할하고 있다.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정치세력화하고 있는 원리주의적 기독교가 그렇듯이 말이다.이럴 때 ‘악’은,‘악’으로 규정된 존재들은 세상의 증오와 복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미국인에게 아프간과 이라크가 그랬던 것처럼. 김진호 당대비평 주간·목사˝
  • 성매매 수사 여고생 경찰이 성폭행

    현직 경찰이 성매매 혐의로 조사를 하던 여고생을 성폭행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20일 수사과정에서 만난 김모(16·여고 1년)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이 경찰서 형사과 소속 임모(43) 경사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임 경사는 지난달 16일부터 인터넷 채팅으로 원조교제를 해온 김양에 대해 수사하던 중 18일 오후 2시쯤 경남 양산시 모처에서 만나 부산 기장군 모 해수욕장으로 데리고 가 식사를 하고 술을 함께 마신 뒤 자신의 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양은 경찰에서 “경찰관 아저씨가 술이나 한잔 하자며 불러낸 뒤 싫다고 반항했는데도 ‘하루만 너를 사자.’고 말하며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이에 대해 임 경사는 “서로 마음이 맞아 성관계를 가졌으며 헤어질 때 용돈을 하라며 10만원을 주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경찰은 21일 임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사설] 개탄스런 이산상봉 일정파행

    제9차 남북 이산상봉 행사가 파행을 겪었다.금강산 치마바위에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이란 문구에 대한 남측 지원요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빌미가 됐다.결국 북측의 공식사과 요구로 지난 2일 오후 삼일포 참관상봉이 무산됐다.반세기동안 기다려온 천금 같은 혈육상봉의 기회를 눈앞에서 잃어버린 남북 이산가족들의 기막힌 심사를 헤아려볼 때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우선 이번 사태가 북한체제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통일부 관계자의 말 실수에서 비롯됐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멀게는 지난 1997년 경수로 공사현장에서 김정일 사진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는 이유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 일이 있고,지난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울면서 떼내는 것을 목도하지 않았던가.결국 최근 몇년간 남북간 접촉이 일상화되면서 정부 당국자들의 대북 경계심과 근무기강이 느슨해진 데 따른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남측 당국이 지난 2일 오후 3시부터 5시20분까지 버스에 탑승해 참관상봉을 기다리던 이산가족들을 아무 설명도 없이 방치했다니 분노마저 치민다.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영문을 모른 채 저마다 “혹시 내 잘못은 아닌가.”하며 애를 태웠다니 정부 당국의 무책임과 무성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통일부 차관이 3일 속초로 귀환한 이산가족들을 찾아가 직접 사과했지만,사후약방문일 뿐이다. 북측의 경직된 대응도 잘못이기는 마찬가지다.남측 관계자의 실수를 침소봉대하며 혈육상봉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지나쳤다.특히 북측은 예기치 않은 해프닝인 이번 일이 남북관계 전반에 더 이상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사설] 민주당 내분으로 허비할 시간없다

    민주당의 내분이 걱정스러운 지경을 넘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이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이미 확정된 4명의 후보들을 전격 교체했고,조순형 대표가 교체된 후보들에게 다시 공천장을 발부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급기야 조 대표가 선관위에 당인 및 대표자 직인 변경등록 신청까지 냈고,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 이중등록이라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빚어졌다.결국 선관위가 조 대표의 직인변경 신청을 적법하다고 판단,조 대표의 공천자 결정권을 인정해 사태는 일단 결론이 났다. 오늘이면 총선 후보등록이 마감되고 내일부터는 선거운동이 시작된다.민주당이 이 시점까지 당내 문제를 대화나 합의도 없이 선관위에 결정을 맡긴 것은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추 선대위원장이 내세운 개혁공천이나 조 대표의 비상대책위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그러나 선거를 앞둔 전통 정당으로서의 모습이 이래서야 되겠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민주당의 당권이나 공천권이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는 민주당의 문제이겠지만 이런 싸움으로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이런 불안정한 정당을 누가 집권 경험을 가진 원내 제2당이라고 하겠는가.우리는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갈등을 정리하고,정체성을 내세워 총선에서 당당하게 승부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그러나 민주당은 공당의 책임은 외면하고,자중지란에다 헤어나지 못할 후유증까지 남겼다.지금의 내분은 개혁도 아니고,변화를 위한 진통이라고 보기 힘들다.더욱이 민주당의 주인은 조 대표도 아니고,추 의원도 아니다.민주당은 더이상 내분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 儒林(5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儒林(5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사내가 꼼짝도 하지 않고 노려보며 말하자 나졸들이 모두 사내를 쳐다보았다.비록 기골이 장대하긴 하였지만 봉두난발한 천민에 불과한 모습이었다.그런 쌍놈이 함부로 ‘네 이놈’하고 불호령을 내렸으므로 군세가 강하기로 소문난 의금부 나졸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셈이었다. “이놈 봐라.” 나졸들의 수장격인 나장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저놈을 당장 혼찌검을 내어 이리 끌고 오도록 하여라.” 화가 난 나졸들이 한꺼번에 주장을 들고 덤벼들었다.그러나 네댓 명의 나졸들이 동시에 덤벼들었으나 놀랍게도 사내의 몸에는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한결같이 무술에 능한 군사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몸은 바람처럼 솟구쳐서 자유자재로 신출귀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수레 위에 앉은 조광조가 바깥이 소란스럽자 물어 말하였다.그러자 나장이 답하였다. “웬 사내가 나으리를 부르며 쫓아오고 있어 이를 쫓고 있는 중입니다.” “잠깐 수레를 멈추시게나.” 나장이 수레를 멈추자 조광조가 말하였다. “그 자를 이리 데려오시게.” 나장이 나서서 싸움을 뜯어말리고 그 사내를 조광조의 곁으로 데려왔다.한바탕의 격전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숨소리하나 거칠어지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조광조가 묻자 사내는 선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나으리,대사헌 나으리.쇤네를 모르겠나이까.” 조광조는 물끄러미 사내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쑥대머리로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얼굴을 덮은 검은 구레나룻.남루한 모습만 보면 갈 데 없는 쌍놈이었다.그러나 천천히 사내의 행색을 살피던 조광조의 입에서 어느 순간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아니 자네가 웬일인가.” “나으리께오서” 무릎을 꿇은 사내가 고개를 숙여 말하였다. “유배 길에 오르셨다고 하여서 한양에부터 쫓아오는 길이나이다.” “내가 자네를 얼마나 찾았는지 알고 있는가.” 조광조가 반가운 표정으로 말하였다. 사람들과 접촉을 금지하기 위해서 방책을 두르지 않았다면 두 손을 마주잡을 정도의 반색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다 이제야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나으리께오서는 쇤네가 불가촉(不可觸)의 천민임을 모르시나이까.” 불가촉 천민.사내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 나라의 고위 대신인 대사헌 조광조와 지금까지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조광조 일생일대 최고의 수수께끼 인물인 피색장(皮色匠).짐승의 가죽을 다루어 물건을 만드는 갖바치와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불가촉의 신분이었던 것이었다.그러나 조광조는 일개 갖바치에 불과한 사내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1년 이상이나 수소문하였던 것이다.그러나 사내의 행방은 묘연하였다.수표교 근처에서 피전을 벌여 놓고 장사를 하던 갖바치는 하루아침에 홀연히 사라져 버렸으며 산중에 들어가 수도를 한다고도 하고 사물놀이패가 되어서 전국을 떠돈다고도 하는 헛소문만 무성하였던 것이다.이 수수께끼의 인물에 대한 기록은 조광조의 문집 부록편에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도성 안에 남다른 인격을 지닌 피장이 한 사람 있었다.조광조는 진작부터 그 인물을 알아보고 학문에 관해서 묻거나 같이 자면서 시국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가까이 지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피장의 능력이 뛰어난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 조광조는 어떻게든 그를 관직에 추천하려 하였으나 그는 조광조의 제의를 사양한 후 자취를 감추었다.이름 석자도 알리지 않은 채.”
  • 儒林(5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사내가 꼼짝도 하지 않고 노려보며 말하자 나졸들이 모두 사내를 쳐다보았다.비록 기골이 장대하긴 하였지만 봉두난발한 천민에 불과한 모습이었다.그런 쌍놈이 함부로 ‘네 이놈’하고 불호령을 내렸으므로 군세가 강하기로 소문난 의금부 나졸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셈이었다. “이놈 봐라.” 나졸들의 수장격인 나장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저놈을 당장 혼찌검을 내어 이리 끌고 오도록 하여라.” 화가 난 나졸들이 한꺼번에 주장을 들고 덤벼들었다.그러나 네댓 명의 나졸들이 동시에 덤벼들었으나 놀랍게도 사내의 몸에는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한결같이 무술에 능한 군사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몸은 바람처럼 솟구쳐서 자유자재로 신출귀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수레 위에 앉은 조광조가 바깥이 소란스럽자 물어 말하였다.그러자 나장이 답하였다. “웬 사내가 나으리를 부르며 쫓아오고 있어 이를 쫓고 있는 중입니다.” “잠깐 수레를 멈추시게나.” 나장이 수레를 멈추자 조광조가 말하였다. “그 자를 이리 데려오시게.” 나장이 나서서 싸움을 뜯어말리고 그 사내를 조광조의 곁으로 데려왔다.한바탕의 격전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숨소리하나 거칠어지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조광조가 묻자 사내는 선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나으리,대사헌 나으리.쇤네를 모르겠나이까.” 조광조는 물끄러미 사내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쑥대머리로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얼굴을 덮은 검은 구레나룻.남루한 모습만 보면 갈 데 없는 쌍놈이었다.그러나 천천히 사내의 행색을 살피던 조광조의 입에서 어느 순간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아니 자네가 웬일인가.” “나으리께오서” 무릎을 꿇은 사내가 고개를 숙여 말하였다. “유배 길에 오르셨다고 하여서 한양에부터 쫓아오는 길이나이다.” “내가 자네를 얼마나 찾았는지 알고 있는가.” 조광조가 반가운 표정으로 말하였다. 사람들과 접촉을 금지하기 위해서 방책을 두르지 않았다면 두 손을 마주잡을 정도의 반색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다 이제야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나으리께오서는 쇤네가 불가촉(不可觸)의 천민임을 모르시나이까.” 불가촉 천민.사내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 나라의 고위 대신인 대사헌 조광조와 지금까지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조광조 일생일대 최고의 수수께끼 인물인 피색장(皮色匠).짐승의 가죽을 다루어 물건을 만드는 갖바치와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불가촉의 신분이었던 것이었다.그러나 조광조는 일개 갖바치에 불과한 사내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1년 이상이나 수소문하였던 것이다.그러나 사내의 행방은 묘연하였다.수표교 근처에서 피전을 벌여 놓고 장사를 하던 갖바치는 하루아침에 홀연히 사라져 버렸으며 산중에 들어가 수도를 한다고도 하고 사물놀이패가 되어서 전국을 떠돈다고도 하는 헛소문만 무성하였던 것이다.이 수수께끼의 인물에 대한 기록은 조광조의 문집 부록편에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도성 안에 남다른 인격을 지닌 피장이 한 사람 있었다.조광조는 진작부터 그 인물을 알아보고 학문에 관해서 묻거나 같이 자면서 시국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가까이 지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피장의 능력이 뛰어난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 조광조는 어떻게든 그를 관직에 추천하려 하였으나 그는 조광조의 제의를 사양한 후 자취를 감추었다.이름 석자도 알리지 않은 채.”˝
  • [데스크시각] 용광로 vs 샐러드 접시/구본영 국제부장

    얼마전 기자는 덕수궁 옆 성공회 뜨락에서 외국인 근로자 강제추방에 맞서 농성중인 네팔인 나빈(35)을 만났다.마엔드라라는 네팔의 번듯한 대학을 나온 청년이었다.“한국 젊은이들이 안 하는 일(3D업종)을 하겠다는데 왜 쫓아내려고만 하는가?”라는 게 몇달째 천막농성중인 그의 항변이었다. 그의 어눌한 한국말에 불현듯 수년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의 일화가 떠올랐다.백인인구 비율이 높은 로드아일랜드주의 바닷가 생선가게에서였다.필경 매끄럽지 않은 영어를 구사했을 기자야말로 백인 종업원에겐 영락없이 또 한 사람의 나빈이었을 게다.백인 아가씨는 날생선을 먹지 않는 다수 미국인들이 그렇듯이 징그러워하면서 내장을 발라 생선 필렛을 떠줬다.하지만 (매운탕 용으로)뼈까지 싸 달라고 하자 야만인이라도 만난 듯이 눈이 휘둥그레졌다.“Doggy bag,please.”(먹다 남은 음식을 싸 달라는 뜻의 관용어법)라는 사족에 야릇한 미소까지 지었다.어차피 개가 아닌,네가 먹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듯이…. 이렇듯 ‘인종전시장’에서도 유색인종에게는 보일듯 말듯한 차별은 여전히 있다.미국도 경기가 수년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더욱 부정적 시각이라는 소식이다.부시 대통령과 케리 의원간 양자구도로 정착된 올해 대선에서 고용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음이 이를 웅변한다.케리 진영은 부시 행정부가 미국내 제조업분야의 일자리 감소문제를 소홀히 다룬다고 연일 비난한다.부시 행정부의 근로자 해외 아웃소싱에도 당연히 비판적이다.반면 부시 측은 케리 후보가 세금을 인상해 미국내 일자리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역공을 펴고 있다.케리 측의 보호무역정책도 결국엔 우방국의 반격으로 미국 제조업에 대한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꼬집는다. 미 정부가 이민자나 소수인종을 통합하는 방식에서 역사적으로 ‘용광로(melting pot)’이론과 ‘샐러드 접시(salad bowl)’이론이 교차 적용돼 왔다.전자는 소수파를 미국사회의 주류에 무조건 합류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반면 후자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통합을 꾀하는 방식이다.이중언어교육이나,취업·취학시 약자에게 쿼터를 주는 차별수정조치가 그 실례다.전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이 더 선호한다.후자는 민주당이 주로 앞장서온 방식이다.그러나 올 대선에선 이같은 이분법이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다.부시 측이 오히려 900만명에 이르는 히스패닉 유권자 등 소수인종 표를 의식,불법체류자를 양성화하는 이민법 개정을 선창했다.실업논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양측의 주장이 점차 수렴되는 기미도 보인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으로 촉발된 우리의 탄핵정국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선거법 위반 시비를 야기한 쪽이나 이를 빌미로 탄핵안을 통과시킨 측이나 어처구니없긴 매 한가지다.애당초 용광로에서 녹여 하나로 만들 수도,샐러드 그릇에 조화롭게 담을 수도 없는 사안으로 무한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탄핵안 통과 이후 거리와 사이버공간에서 친노·반노로 갈려 핏발선 눈을 부라리고 있는 광경을 보라.본질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과는 무관한 일인데다 생산적으로 수렴되지도 않는 정쟁거리임이 분명해지고 있지 않은가.행여 4월 총선의 유·불리기준으로만 이번 사태를 계산하는 이가 있다면 92년 미 대선의 선거구호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바보야,중요한 건 경제야.”(It’s the economy,stupid.) 구본영 국제부장 kby7@˝
  • [사설] 선관위 이중 공문 어처구니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서를 받는 기관에 따라 ‘이중 공문’을 만들어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탄핵발의를 주도한 민주당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공문을 공개하면서 밝혀졌다.선관위는 민주당에 발송한 공문에선 ‘(대통령의)발언은 선거법 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에서 (공무원의)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라고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을 명시하고 있다.그러나 청와대에 보낸 공문에선 선거법 위반에 대한 언급은 모두 빼고 중립의무 준수만을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선관위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선거법 위반을 적시하지 않았다고 한다.권력이 외경스러워서 분명한 사실조차 통보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선관위측은 중요한 것은 결정 내용이지 공문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공문에 결정문을 첨부하는 것은 상식이다.그런데 이쪽 저쪽에 보내는 공문이 서로 달라서야 말이 되는가.선관위는 해명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다.수신처에 따라 이중 공문을 발송하는 자세로는 그렇지 않아도 혼탁해지고 있는 4·15 총선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법기관으로서 위상을 지켜내지 못하는 선관위라면 차제에 혁파되어야 한다.이중 공문을 만들어 진실을 호도한 관계자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당사자는 물론 지휘책임까지 물어 풍토를 쇄신해야 한다.나아가 4·15총선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자세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늦었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중 공문을 만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중앙선관위의 준열한 자기 반성과 환골탈태를 촉구한다.
  • [최홍운칼럼] 국민 역량 보여줄 때다/최홍운 논설위원실장

    우리는 다시 위기 때마다 슬기를 발휘하는 국민의 힘을 확인한다.정치권이 자초해 떠넘긴 분열상을 앞에 둔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나라의 주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된 데 대한 책임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져야 함은 물론이다.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지 않고 벼랑끝 대치를 벌이다 동반 추락을 자초한 꼴이다.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의사당 안으로 들어온 국회 경위들에게 끌려나가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바라본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했다.그 누구도 민의의 전당에서 선량(選良)들이 쫓겨나가고 대통령의 직무가 중단되는 이 상황을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탄핵안이 발의된 뒤 가진 노무현 대통령의 11일 기자회견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큰 정치’를 보여줄 것을 기대했다.탄핵안 발의 자체가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지만 파탄지경에 이른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주길 소망했다.그 기대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물론 ‘사과하면 철회할 탄핵안’이어서 야당의 행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그렇다 하더라도 이 지경에까지 이른 정치혼란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크다. 12일 홍보수석을 통해 밝힌 사과는 이미 너무 늦었다.그 사이 남상국 대우건설 전 사장은 한강에 뛰어들었고 노사모 회원은 국회 앞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했으며 또 의사당을 향해 승용차를 돌진한 뒤 방화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말았다.대통령으로부터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준,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라고 지목받은 남 전 사장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 투신자살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과 안상영 전 부산시장에 이어 남 전 사장까지 정치로 인해 목숨을 끊은 이같은 일이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되어야 하는가.국민을 잘 살게 하는 정치는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지 암담하다.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나.믿을 데는 국민밖에 없는 것 같다.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뒤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자세는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국민들의 분노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 분을 삭이고 차분히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정치권과 이쪽저쪽으로 갈라져 끝간 데 모르게 싸우고 있는 일부 광분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혼돈을 최소화하는데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다.헌정사상 처음있는 이 사태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과 반응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놀라며 흥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위기 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가까이로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들 수 있다.공동개최국인 일본은 이미 오래전에 전용구장 건설 등 모든 준비를 마쳤으나 우리는 너무 뒤처진 듯했다.막상 대회가 시작되면 외국 관광객은 모두 일본으로 몰려가고 우리는 빚더미에 앉을 것이라 했다.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던가.세계가 놀란 ‘붉은 악마’의 등장과 함께 일치단결된 모습을 과시하지 않았던가.IMF 외환위기 때는 고사리손의 어린아이에서부터 시골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구하는 ‘금모으기 운동’에 한마음으로 나서지 않았나. 오늘 우리는 다시 위기 때마다 슬기를 발휘하는 국민의 힘을 확인한다.정치권이 자초해 떠넘긴 분열상을 앞에 둔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나라의 주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국민단결이야말로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위대한 국민의 역량을 다시 보여주자. 논설위원실장 hwc77017@˝
  • [임영숙 칼럼] 폭설의 추억

    충돌할 듯 마주 보고 질주하는 열차 같은 여야 정치권과 폭설로 마비된 국가 시스템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국가란 무엇이며 정치는 무엇인가. 눈발이 흩날리는 아침이었다.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인 두 아이가 학교에 간지 1시간쯤 지나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폭설예보가 내려져 하굣길이 위험해질 것 같아 수업을 중단하니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라는 것이다.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학교에 가보니 벌써 많은 학부모들이 모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먼 곳에 집이 있는 학생들의 부모에게 먼저 연락이 간 모양이다.함박눈을 맞으며 강아지처럼 신나게 내달리는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오며 국가 시스템과 삶의 질을 생각했다.10여년 전 뉴욕에서 연수 중에 겪은 일이다. 지난 주말 내린 폭설로 고속도로 등에 갇혀 추위와 굶주림과 공포에 떨며 밤을 지새웠거나 무릎까지 파묻히는 눈 속을 10㎞나 걸어 음식물을 구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니었다.국가의 대동맥인 고속도로가 무려 30여시간 동안 마비된 사태의 전말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기상청은 고속도로 마비사태가 이미 시작된 다음에야 대설경보를 발령했고,도로공사는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 다음에야 차량 진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폭설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장관회의는 눈이 멈추고 사태가 종료된 다음날 오전에야 열렸다.한마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실종된 상태였던 것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발생한,기상관측사상 최대인 100년만의 이번 폭설에 완벽한 대처는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그러나 기존의 재난대비 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또 기상이변이라든가 기상관측사상 최대라는 상황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2001년에도 20년만의 폭설이 내렸고,2002년에는 사상최대의 비를 쏟은 태풍 루사가,2003년에는 사상최고의 순간최대 풍속을 기록한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갔다. 루사와 매미의 피해지역은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됐고 이번 폭설에도 특별재해지역이 선포돼 3년 연속 특별재해지역이 선포되고 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같은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것이다.그러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금의 탄핵정국에서 이 나라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인지도 모른다.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히는 존재가 된 우리 정치인들에게 지난 주말의 폭설은 정치적 쇼의 대상일 뿐이었으니 말이다.오로지 총선에서의 승리만을 위해 국가혼란은 아랑곳하지 않고,충돌할 듯 마주 보고 질주하는 열차 같은 여야 정치권과 폭설로 마비된 국가 시스템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국가란 무엇이며 정치는 무엇인가. 지난 가을 독일의 한 방송사가 시청자 설문조사와 토론을 통해 선정한 ‘우리의 최고’ 인물 10명 중 1위를 한 사람은 정치인 아데나워였다.역시 정치인인 비스마르크와 브란트도 각각 3·4위로 선정됐다.바흐(2위) 아인슈타인(5위) 괴테(6위) 구텐베르크(7위) 루터(8위) 마르크스(9위) 숄 남매(10위,나치 저항 희생자) 등과 함께. 브란트 총리가 바르샤바 유태인 기념비 앞에서 무릎 꿇고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사죄했을 때 독일 작가 호르스트 크뤼거는 이렇게 말했다.“그렇다.이것은 우리들의 국가다.그렇다.이것은 나의 국가다.” 우리 정치인이 이처럼 국민을 감동시킬 수는 없을까.아니 감동까지 시키지 않아도 된다.속수무책으로 폭설에 갇힌 끔찍한 기억을 잊게 하고 최소한 국민이 마음 놓고 숨쉬고 살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이 나라가 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 다행히 한달 여 지나면 총선이다.우리 정치에 질린 사람일수록 꼭 투표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임영숙 주필 ysi@˝
  • [씨줄날줄] 한 지휘자의 이중성/김인철 논설위원

    “(충남 연기군의 한)시골극장에 들어섰는데 최신식 건물에다 우아한 객석의자까지 무대시설과 더불어 완벽한 시설에 또 한번 우리나라의 양적 문화발전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서울팝스)의 음악총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하성호씨가 몇해 전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그는 이 글에서 “딴 세상에 온 것 같다.”는 한 촌로(村老)의 한마디는 지휘자로서 자부심과,관객에 대한 존경과 감동을 느끼게 했다고 격찬했다. 하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 서울팝스를 창단한 이후 1900회가 넘는 연주회를 여는 등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선도해온 인기 지휘자.그런 하씨가 말문이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게 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한국 사람들은 박수를 안 친다.한국은 반만년 역사 동안 한번도 승리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5일 로스앤젤레스) “한국은 5000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미국은 200년 짧은 역사 동안 훨씬 많은 것을 이룩해냈다.”(6일 샌디에이고).음악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린다는 취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팝스의 미국 순회공연 중 나온 말들이다.참으로 하씨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 모멸감을 준 실언이 아닐 수 없다.하씨의 변명이 더욱 가관이다.통역 없이 짧은 영어로 청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는 마음이 앞선 탓에 적절치 못한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는 것.버클리음대와 템플음대,필라델피아 콤즈음대 등에서 공부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10여년간 미국생활을 한 그의 영어 탓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이번 공연에 문화관광부는 2억원을 지원하며 후원명칭을 사용토록 했다.한국관광공사도 1억원,몇몇 기업체가 모두 8억원을 지원했다.정부 주최 공연이나 다름없다.그런 행사에서 “미국이 최고다.음악은 미국에서 온 거다.미국이 한국에 음악 및 다른 것들을 전파해줘서 고맙다.”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천시하는 인사말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도 정부 차원의 엄정한 조치가 없다면 이게 나라꼴인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약소민족을 억압하던 식민지 경영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그 대신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에 대해 갖는 비굴한 의존성과 닮고 섬기려는 사대주의는 식민지시대보다도 훨씬 더 자발적이다.” 박완서씨가 일찍이 ‘내 안의 언어사대주의’를 책망하며 내뱉은 일갈이 가슴을 친다. 김인철 논설위원˝
  • [사설] 황장엽씨 신변위협 예사롭지 않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 대한 신변 위협 사건이 발생했다.황씨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탈북자 동지회 사무실 앞에서 지난 8일 발견된 유인물과 칼이 꽂힌 황씨의 사진에는 황씨와 함께 망명한 김덕홍씨,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이었던 고영환씨 등에 대한 협박도 적혀 있었다. 이번 사건은 황씨 망명직후인 1997년 2월 발생한 이한영씨 피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김정일 친척인 이씨는 1982년 망명해 9번이나 이사다니며 숨어 살았지만,신변보호가 허술한 틈을 타 결국 피살되고 말았다.그해 말 이른바 부부간첩이 검거되면서 북한 공작원이 살해했다는 사실을 거의 확인하고도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탈북자의 신변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이씨처럼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협박에 의해 탈북자들의 활동이 위축되어서도 안 된다.당장 황씨도 당분간 대외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이들의 발언과 대외활동이 남북 관계에 방해가 되느냐 안 되느냐,북한 이해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발언 내용의 적실성은 검증이 필요할 뿐 협박에 의해 침묵이 강요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공포심으로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정부는 철저한 수사를 펴는 한편 주요 탈북자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이한영씨 피살전에도 신변 불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러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이를 무시하다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예단을 갖지 말고 폭넓게 수사를 벌이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키큰 007 ‘NO’…英MI5, 남자178cm이상 배제

    앞으로 키가 평균치 이상으로 큰 사람은 영국에서 첩보원이 되기 어렵게 됐다.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7일 보도한 영국 국내정보국 MI5와 해외정보국 MI6의 선발기준에 따를 경우다.너무 키가 큰 요원들은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최근 신입 요원 공모광고를 낸 MI5는 신체 조건으로 “배경에 녹아들 수 있을 정도의 체격과 용모,남자 178㎝ 미만,여자 170㎝ 미만의 키”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숀 코너리부터 피어스 브로즈넌에 이르기까지 007 시리즈에서 영국의 첩보원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다섯 명의 미남 배우들은 평균키 이상이었다.영화 속에서 정예 MI6 요원인 본드 역의 숀 코너리의 키는 183㎝,조지 레이즌비는 185㎝,로저 무어는 180㎝,티모시 돌턴은 185㎝,피어스 브로즈넌은 180㎝였다.현실 속 MI5의 여성 총수인 엘리자 매닝엄 불러 국장은 170㎝이다. 이에 키 180㎝인 MI5의 한 직원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지금까지 많은 최고급 요원들이 180㎝가 넘는 키를 가졌다.”고 반발했다. 연합˝
  • 엉뚱한 자료 통보 ‘공시지가 소동’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결과를 주민들에게 개별 통보하면서 40만명에게 엉뚱한 자료를 전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3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감정평가협회는 지난주 전국 50만 필지의 표준지 공시지가 자료를 해당 주민들에게 우편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전산 착오로 행정구역 주소와 지번이 전혀 다른 엉뚱한 정보가 담긴 내용을 통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전산 처리되는 해당 토지 주소를 모두 예시(例示)주소인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으로 출력해 통보한 것이다. 잘못된 표준지 공시지가 자료를 통보받은 주민은 약 40만명(중복 토지소유자 제외)정도로,주민들은 건교부와 종로구청,감정평가협회에 전화를 걸어 경위를 확인하는 ‘소동’을 빚었다.특히 서울 종로구청에는 연휴가 끝난 2일 아침부터 공시지가 통보 문의가 잇따랐다.일부 시민들은 토지 소유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지적과를 찾거나 등기부등본 발급기계를 통해 사실확인을 하기도 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건교부는 감정평가협회에 원인규명을 지시,제대로 된 표준지 공시지가 자료를 다시 출력해 3일부터 해당 주민들에게 다시 통보하기 시작했다. 건교부는 “지번과 공시지가 등 다른 정보는 모두 정상인데 행정구역 주소만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행정구역에 관한 전산코드가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류찬희기자 chani@˝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