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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 ‘망신살’ 찬호 선발서 퇴출

    [MLB] ‘망신살’ 찬호 선발서 퇴출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4년만에 ‘친정 나들이’에 나선 박찬호(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최악의 제구력 난조로 ‘선발 수성’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박찬호는 12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고작 1과 3분의1이닝동안 3안타,2볼넷,2몸에 맞는 공,1폭투 등 어어없는 난조를 보였다.3-2로 앞선 2회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강판된 박찬호는 3-7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승패 없이 시즌 방어율만 6.63으로 치솟았다. 투구수는 44개. 박찬호는 이날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던 지난 6월22일 LA 에인절스전에서 1이닝 동안 10안타를 얻어맞고 8실점한 이후 생애 두번째 최소 이닝 강판의 수모를 당했다. 또 멋진 승부를 기대했던 박찬호-최희섭의 맞대결에서 박찬호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며 1루 땅볼과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고, 최희섭도 긴장한 듯 헛스윙하며 배트를 1루 관중석으로 날려 기대를 저버렸다. 지난 콜로라도전에서 5이닝 4실점한 박찬호로서는 이날 호투로 신뢰를 회복해야 할 절박한 처지였다. 게다가 통산 2.98의 눈부신 방어율을 기록한 친정 다저스타디움 등판이라 기대를 더했지만,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1회부터 투구 밸런스를 잃고 허둥대며 어처구니없이 무너진 것. 그가 말한 대로 “인생 최악의 투구”였다. 박찬호의 선발 제외 가능성이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찬호의 잇단 부진으로 브루스 보치 샌디에이고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페드로 아스타시오의 선발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아스타시오는 부상 전까지 4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2승, 방어율 2.42로 호투했었다. 여기에 역시 부상에서 회복한 애덤 이튼마저 컨디션을 점차 회복해 박찬호의 선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박찬호의 부활 여부는 미지수지만, 이 상태라면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의 꿈도 접어야 할 안타까운 처지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사설] 식약청의 허술한 의약품 관리체계

    의료기관들이 환자에게 뇌졸중 유발 위험이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이 함유된 감기약을 팔아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감기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판매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개월간 2만여건이나 처방됐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식약청은 국민건강 증진보다 제약회사의 이익이 우선인가. 또 의료인들은 환자야 어떻게 되든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이번 감기약 파동을 보면서 우리는 식약청의 거듭된 무능과 직무유기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감기약은 국민 누구나 복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의약품 중 하나여서 보다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PPA 성분이 미국에서 유해 판정을 받은 이후 한참을 미적거리다 지난해 8월에야 제조·판매 금지 조치를 취했다. 당시에 문제된 감기약을 바로 회수해 폐기 처분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이후 판금된 감기약이 버젓이 시중에 팔리고 있다는 제보들이 인터넷 등에 나돌아 의료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됐지만 식약청은 이를 방치했다. 식약청은 엄중한 문책을 면하기 어렵다. 유해 약품을 안전한 것으로 속여 판매한 의사와 약사들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의약품의 유해성 판정과 유해 의약품의 회수·폐기의 전 과정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식약청의 이번 직무유기에 제약회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보건 및 의료행정 체계 전반을 점검해보기 바란다.
  • [오늘의 눈] ‘안전불감증’ 대구시/ 황경근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당장 떠나고 싶다. 어디 불안해서 대구에 살겠나.”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목욕탕 건물 폭발사건에 시민들은 또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또 사고냐.’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들이다. 연이은 지하철 참사 등으로 그렇잖아도 ‘사고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구에 이런 비극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대구시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제 동네 목욕탕까지 마음 놓고 못 다니는 도시가 돼 버렸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고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느냐.”는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목욕탕 폭발사고 발생이후 대구시는 시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이 ‘단순 화재사고’라고 판단, 평소처럼 정시에 퇴근을 했다. 심지어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불안감을 부추기지 마라. 단순 화재사건인데 왜 호들갑을 떠느냐.”면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인명구조를 위한 고가사다리 차는 목욕탕에 갇혀있던 시민들이 모두 대피한 뒤에야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대형참사를 겪고도 대구시의 안전의식과 구조구난 대책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대구시는 지하철 참사이후 ‘사고없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대구시민 10명 가운데 5명은 ‘지하철 이용시 여전히 불안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또 민간경비업체 직원들은 대구시의 재난 및 재난관리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61.8%가 ‘심각하거나 아주 심각하다.’고 걱정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자치단체의 레임덕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단체장은 힘들고 궂은 일을 임기 뒤로 미루고, 일부 공무원은 업무는 뒷전인 채 차기 유력후보에게 줄을 대느라 바쁜 모습이다. 대구시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시청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대구시는 이번 기회에 실천 가능하고 보다 확실한 안전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예산이 없느니, 인력이 모자라느니 타령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사고없이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시민의 소박한 바람이 정녕 무리란 말인가. 황경근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kkhwang@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전자마약’에 빠진 中청소년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전자마약’에 빠진 中청소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1억 3000만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지난 97년 62만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인구가 8년사이 160배나 늘어나 ‘인터넷 대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청소년들은 인터넷 게임과 인터넷 상의 각종 포르노물에 중독되면서 인터넷은 각종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변했다. 중국 청소년들이 이른바 ‘전자 헤로인’의 심각한 피해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 게임중독 450만… 고민하는 ‘인터넷대국’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1억 3000만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지난 97년 62만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인구가 8년사이 160배나 늘어나 ‘인터넷 대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청소년들은 인터넷 게임과 인터넷 상의 각종 포르노물에 중독되면서 인터넷은 각종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변했다. 중국 청소년들이 이른바 ‘전자 헤로인’의 심각한 피해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대학교 시먼(西門) 부근의 한 왕바(PC방).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이 PC방은 100명을 수용할수 있으며 저녁 8시 전후로 빈 자리를 거의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18세 이상만 출입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구 중·고등학생들이 적지않았다. 에어컨 시설도 없는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찌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라인 게임이나 채팅에 열중해 있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PC 위에는 낡고 먼지가 수북한 선풍기가 PC방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밤샘파 인터넷 중독자 급증 하루에 800여명이 온라인 게임과 채팅 등 인터넷을 즐기고 있으며 하루 12시간 이상을 인터넷에 몰두하는 ‘밤샘파’ 중독자들도 적지않다는 것이 PC방 주인의 전언이다. PC방 사용료는 시간당 3위안(약 390원)으로 1년 회원권(50위안)을 사면 시간당 2위안을 낸다. 중국의 PC방은 전국적으로 대략 35만개. 불법 PC방이 다수를 차지한다.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으며 최근 중소 도시는 물론 농촌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는 인터넷 중독자를 대략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3.5%인 450만명 안팎으로 추산한다. 청소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터넷 중독자들은 용돈을 PC방에서 날리고 인터넷 접속을 위해 범죄 유혹에 빠져드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변하고 있다. ●살인, 자살부르는 인터넷 중독증 톈진(天津) 탕구(塘沽)에 사는 중학생 샤오이(小藝·14)는 2년전부터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면서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PC방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지면서 인터넷 비용이 부족한 그는 부모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길거리 자전거를 훔쳐 파는 전형적인 ‘전자 헤로인 중독자’가 됐다. PC방 출입을 막는 어머니를 살해한 그는 500위안을 훔쳐 가출을 했다가 붙잡혔다. 샤오이는 경찰 조사에서 “아무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태연하게 진술했다. 아들의 인터넷 중독을 비관한 어머니의 자살 사건도 일어났다. 고등학생 류궈휘(劉國輝·16)는 2년 전 집에서 9000위안(약 110만원)을 훔쳐 가출한 뒤 선양(瀋陽)의 한 PC방에서 줄곧 폐인 생활을 했다. 돈이 다 떨어지자 지난 6월 집에 돌아왔지만 류군의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다. 인터넷을 위해 집을 나가고 남의 것을 훔치는 절도범으로 전락해 철장신세를 지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중국청소년 네트워크협회 비서장 하오샹훙(向宏)은 “인터넷 중독자 95%가 13∼18세의 청소년들”이라며 “인터넷 게임을 모방한 살인사건이나 포르노 중독자들의 성범죄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上海)의 경우 지난해 청소년 범죄 가운데 26%가 인터넷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하이시 검찰의 주샤오핑 청소년과장은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청소년 범죄가 매년 30% 이상 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온라인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치유하기 위해 공식 클리닉도 적지않다. 웹 중독에 빠진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는 타오란(陶然) 박사는 “클리닉을 찾는 청소년들은 매일 게임에 빠지거나 채팅에만 매달려 학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이들은 의욕상실과 불안, 공포, 타인에 대한 반항심, 정신적 공황, 흥분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중독 상황을 전했다. 환자 대부분은 14세에서 24세로 불면증이나 체중 감소, 대인기피 등 증상을 보인다. ●인터넷 중독 예방에 착수한 당국 중국 당국은 급증하는 인터넷 게임의 중독 폐혜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예방 정책에 착수했다. 지난달 23일 ‘중독 방지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이 3시간을 초과하면 ‘불건전한’ 것으로 간주, 이용자에게 게임상에서 각종 불이익을 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이 중독방지 시스템은 게임 5시간을 초과하면 15분마다 ‘즉시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라. 당신이 획득한 아이템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경고문이 뜬다. 중국은 지난해 온라인 인터넷게임에 대해 전국적인 조사에 착수, 올 초에 ‘피파 2005’ 등 폭력성 짙은 50개 게임에 대해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당국의 인터넷 규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모든 미등록 웹 및 블로그를 폐쇄할 것임을 천명한 데 이어, 오는 10월까지 불건전 온라인 게임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을 전개할 예정이다. 지난 5개월간의 단속에서 ‘섹스 비치(Sex Beach)’를 포함한 총 9개의 온라인 게임을 불법물로 규정하고 8개의 게임업체를 처벌했다. 중국 언론들은 “온라인 게임이 게으름과 무능, 심지어 살인까지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당국이 오는 9월까지 포르노, 폭력, 도박 등 선정적이고 불건전한 온라인 게임에 대해 강력한 ‘정화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문화부도 “일부 게임들이 포르노와 도박·폭력 등 불건전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며 강력한 척결 의지를 밝혔다. oilman@seoul.co.kr ■ 작년 온라인게임 시장규모 4700억원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의 인터넷 산업 시장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다.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현재 1억 3000만명이지만 2년 후인 2007년에는 2억명을 넘어서 미국(1억 7000만명)을 추월할 것이 확실하다. 중국의 전체 인구에서 인터넷 이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10%에 불과하다.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네티즌 1억 3000만… 2년뒤 2억 넘을듯 시장 조사기관 니코 파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게임 이용자는 2300만명으로 추정되며 2003년 1380만명에 비해 엄청난 신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도 전년보다 47.9% 증가한 4억 6780만달러(약 4700억원)로 4년 후인 2009년에 20억달러(약 2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인터넷 산업의 확산은 ‘정보화 사회’ 진입을 독려하는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육성책 때문이다. 인도는 인구가 11억명으로 중국(13억명)에 뒤지지 않지만 인터넷 이용자 수는 중국의 4분의1인 3000만명에 불과하다. ●상하이시, 게임업체 30여곳 집중지원 중국 정부는 지난 5년간 통신망 구축에만 1400억달러(약 140조원)를 쏟아 부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산업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온라인게임 엔진 개발 등을 국책 과제로 선정하고 정부 출자 회사 2곳을 새로 설립했다. 상하이시 정부는 소프트웨어·게임 업체들에 토지 매입과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30여개의 자체 개발 온라인 게임을 선정,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하이는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50%를 휩쓰는 게임 메카가 됐다. oilman@seoul.co.kr ■ 하오샹흥 청소년네트워크비서장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인터넷 중독은 마약 중독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파괴하고 잠재적 범죄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청소년 네트워크협회 하오샹훙(向宏) 비서장은 “수년전부터 인터넷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중국은 선진국처럼 올바른 인터넷 문화가 정착될 시간이 없었다.”며 “오락 거리가 별로 없는 중국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시바허에 소재한 중국청소년 네트워크협회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회단체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컴퓨터 문화를 보급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의 상담과 치유·예방이 주요한 업무다. 하오 비서장은 “인터넷 중독자는 전국적으로 대략 450만명 안팎이지만 베이징의 경우 인터넷 사용자의 13∼15% 정도가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중독자 가운데 게임 중독이 가장 많으며 채팅과 포르노, 인터넷 서핑 중독자들도 적지않다.”며 95%가 13∼18세 청소년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중독자 급증과 함께 유료 예방센터가 붐을 이루고 있다.”며 “치료는 3주 정도 걸리며 비용은 2000위안(26만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또 인터넷 중독 증세와 관련,“컴퓨터 사용 시간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인터넷이 정상적인 학교·사회 생활을 파괴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청소년 네트워크협회가 지난 1년동안 치유한 청소년 중독자들은 대략 500여명으로 회복률은 60% 안팎이다. 그는 “보통 치료 기간은 3주정도 걸리지만 상황에 따라 중독 증세가 반복적으로 일어나 완전 치유는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인터넷 중독과 청소년 범죄와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베이징 하이덴(海淀)구의 경우 청소년 범죄의 90%가 인터넷 중독과 관련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오 비서장은 한국의 인터넷 중독 예방 상황에 관심을 표시하면서 한국 청소년 관련 단체와의 교류를 희망했다. oilman@seoul.co.kr
  • [사설] 청와대 군시설 인터넷 노출 대책 있나

    미국의 인터넷업체 구글이 제공하는 위성사진 서비스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청사와 각종 군사시설이 그대로 공개되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 위성사진은 해상도가 최고 2m 수준으로 주차장에 있는 차량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는 정도여서 군사기지에 있는 군함·전투기의 종류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국가 주요 보안목표’‘가·나·다급 보안시설’로 분류해 사진촬영 등이 엄격히 제한되는 공간이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전면 노출되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미국의 관계기관과 협조해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구글이 미국 업체여서 국내법 적용대상이 아니고, 또 위성사진 제공이 상업서비스의 하나이기에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구글은 미국의 백악관 등 전세계를 촬영해 위성사진을 서비스하기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상황 등 우리의 특수성을 이해시켜 일정시설은 사진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묘안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 기회에 정부가 주요 보안시설 관리·운영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할 것을 권한다. 비록 구글에서 먼저 터져나오긴 했지만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 무한 발전하는 세상에서 이와 비슷한 일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주요 시설의 노출을 일정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새로운 보안 개념과 시스템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 [사설] 北, 금강산관광 축소 납득 안된다

    북한이 다음 달부터 남측 금강산 관광객 수를 하루 600명으로 줄이겠다고 지난 25일 현대아산 측에 통보해 왔다고 한다. 김윤규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진이 그 이유라고 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금강산 관광은 김 부회장 개인의 사업이 아니다. 아무리 인적 관계가 중시되는 남북경협사업이라 해도 남북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사업을 개인의 진퇴와 연관짓는 북한 당국의 처사는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은 육로관광이 허용되고 관광상품이 당일짜리에서 2박3일까지 다양해지면서 남측 관광객 수가 하루 1000∼1200명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됐다. 관광객 수를 하루 600명으로 제한하면 관광객 수만큼 ‘관광봉사료’를 받는 북측 수입도 따라 줄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측의 조치를 개성관광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거나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 체제를 길들이겠다는 심사가 담긴 것으로 보기도 한다. 김 부회장이 북한을 상대로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의도이든 북한의 관광제한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 금강산 관광은 비록 현대아산과 금강산관광총회사가 사업주체라고 하나 남북 모두가 합의한 남북 화해의 약속이다. 여행 예약자들의 실망과 불만도 빗발치고 있다. 정녕 김 부회장 퇴진에 대한 항의라면 유감표시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새 진용을 갖춘 현대아산 역시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향후 대북사업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복잡미묘한 사업의 성격을 충분히 감안했는지 반성하고 대북 설득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환자혈관서 20㎝ 수술용철사 발견

    심장혈관 확장 수술과정에서 수술용 철사가 끊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환자의 심장동맥에서 끊어진 철사가 발견됐으나 시술한 병원과 이를 제조한 제약회사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자 피해자가 양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경남 마산시 회원동 김모(49)씨는 최근 자신을 수술했던 창원의 모 병원과 수술용 철사를 제조한 제약회사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창원지법에 제기했다. 평소 협심증에 시달리던 김씨는 지난 1월 중순 심장혈관 확장 수술을 받은 뒤 X선 모니터로 수술 경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심장 동맥에 20㎝ 가량의 철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수술에 사용된 철사로 전체 길이 190㎝ 중 끊어진 일부다. 김씨는 이 병원을 비롯, 부산과 서울 등지의 병원에서 모두 5차례에 걸쳐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실패했다. 김씨의 동생(46)은 “병원과 제약회사가 서로 책임을 미룰 뿐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5000여 차례나 수술을 했지만 철사가 끊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품 자체의 하자로 제조사에 책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사측은 “수술용 철사는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데다 동일한 제품에 대한 검사 및 이번에 끊어진 철사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결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병원측의 수술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박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시론] 죽어가는 응급환자를 살리자/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시론] 죽어가는 응급환자를 살리자/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사고로 사망한 응급환자 10명 가운데 4명은 적절한 치료를 신속히 받았다면 살 수 있었던 ‘예방가능한 사망’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러한 수치는 선진국에 견줘 3배나 높으며, 심지어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2배나 높다.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이 지하에서 들으시면 통곡할 노릇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교통사고, 심장마비, 중풍 등 국민 누가에게나 뜻하지 않게 닥칠 수 있는 일들이 대표적인 응급 상황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우리 모두 가슴이 서늘해진다. 선진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 의료수준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교통사고로 피를 많이 흘려 쇼크에 빠진 응급환자’의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를 진단해 보자. 이런 환자에게는 정맥주사로 많은 양의 수액을 사고 현장에서 신속하게 주입해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119 구급대원이 이같은 처치를 한 경우는 3%에 불과했다. 정맥주사와 같이 응급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처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1급 응급구조사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119 구급대원 중에서 1급 응급구조사는 17%에 불과하다. 적어도 절반은 1급 응급구조사여야 하는 데도 말이다. 또한 1급 응급구조사의 응급처치 능력 역시 의심받을 만한 수준이다. 다음으로는 신속하게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돼야 한다. 조금 오래된 조사 결과지만 중환자를 중소병원으로, 경환자를 대형병원으로 이송한 경우가 36%나 됐다. 구급대원이 중·경환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다음에는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아니다. 응급의학 교과서에는 ‘출혈성 쇼크’ 환자에게 30분 이내에 수혈토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시간 이내에 수혈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이 응급환자가 (간 파열로 인해)신속하게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자. 조사된 바에 의하면 이런 응급환자가 신속하게 수술을 받은 경우는 10명에 1명도 되지 않았다.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응급의료시스템 아래에서 안심하고 살려면 응급의료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119 구급대의 1급 응급구조사 인력을 대폭 충원해야 한다. 병원들이 응급실 투자를 기피하지 않도록 응급진료에 대한 건강보험수가도 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또 119 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의 질적 수준을 평가해 잘 하는 곳에는 추가 예산 배정, 건강보험 수가 인상과 같은 유인을 제공하고 잘못하는 곳에는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공공의료 강화를 줄기차게 외쳐온 참여정부가 최근 대표적인 공공의료 분야인 응급의료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던 응급의료기금을 기금운영 합리화 차원에서 폐지할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응급의료정책을 포함한 의료정책은 경제정책에 종속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제대로 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응급환자에 가슴 아파하며, 응급의료를 경제성장률만큼이나 중시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장관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응급의료시스템 투자를 위해 건강보험료를 올리겠다고 나서는 정부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 “부동산 투기 회개합시다”

    “부동산투기, 기독교인부터 반성하자.” 이달 말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기독교인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끈다. 토지정의를 위해 17개 단체가 연대한 ‘토지정의시민연대’의 간사단체인 기독교인 모임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은 24일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토지정의를 위한 기독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하나님은 8·15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근거로 우리 민족, 특히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기독교인과 교회가 토지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 토지를 회복시켜 줘 모든 사람이 진정한 자유와 광복의 기쁨을 누리는 희년을 기대하셨다.”면서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 기독교인과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토지회복을 반대하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많은 중대형 교회들이 예배당과 수련관, 기도원, 교인묘지 건축을 빙자해 부동산투기를 하면서 교회를 성장시켜 왔다는 교회 안팎의 지적을 들었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부동산투기를 자행하면서 번 돈을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간주하고 그 일부를 십일조와 감사헌금으로 드렸고, 목회자는 그것을 축복해 왔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교회가 부동산투기에 관련해 강단에서 토지정의를 설교하지 못하고, 투기를 하지 말라는 권면도 못하고 있다.”면서 한쪽에서는 가난한 성도의 비탄이 사무치고, 반대쪽에서는 투기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은 부유한 성도의 감사기도와, 목회자의 축복이 흘러넘치는 비참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관련해 부동산투기를 자행한 교회와 기독인의 죄를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회개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부동산투기를 한 교회와 기독인들이 참회하는 마음으로 토지불로소득을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면서 “기독인들이 앞장서서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더 내겠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통일을 준비하는 큰 틀에서 토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언문은 “성경에서 말하는 토지정의를 구현하고, 통일시대의 토지제도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는 헌법에 ‘토지불로소득 환수’조항을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해괴하게 돌아가는 도청사건

    불법도청 사건의 흐름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래서야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겠나 싶게 석연치 않은 상황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선 전직 국정원장 3명의 국정원장 항의성 면담이 그렇다. 이들은 면담에서 자신들의 재임 기간 불법도청이 없었다면서 국정원의 발표내용을 강도 높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이 전·현직 국정원장들이 모여 네탓 내탓 해가며 갑론을박할 사안인가. 밀실에서 압력 넣고 흥정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전직 국정원장들이 할 일은 후임 국정원장에게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불법도청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고해하는 것이다. 추가적인 집단행동도 할 수 있다고 했다는데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김승규 국정원장의 발언도 잘못되기는 마찬가지다. 정권 차원이 아닌 실무선의 도청이라고 했다는데 수사도 하기 전에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가. 과거 정권의 일이라지만 엄연히 피의자 격인 국정원이 자신의 범법사실과 죄목을 이렇게 재단하고 설명하듯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실 이 문제는 김 원장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발표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반발하자 노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차원의 도청’으로 규정하며 그의 ‘결백’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검찰에 수사의 한계선을 그어준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전·현 정권간의 대립구도로 흐르는 점이 우려스럽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어제 김 전 대통령을 문병했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마당에 DJ 달래기식의 이런 행동들은 자제돼야 한다. 검찰 수사 또한 거듭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소환하는 등 불법도청에는 팔을 걷어붙이면서도 X파일의 내용은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전·현직 검찰간부 7명의 떡값 수수의혹까지 제기됐는데도 검찰은 정녕 독수독과론의 우산 밑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특별법이다 특검법이다 하며 부지하세월의 공방에만 빠져 있는 정치권이 그저 한심하고 딱할 뿐이다.
  • [사설] 불법자금 받은 정치인은 왜 봐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내놓은 2004년 정치자금 실사 결과는 우리에게 두가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관련 주체들이 제대로 준수할 때 가치를 지닌다는 것, 그리고 좋은 제도를 유지하려면 불·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어제 발표는 이런 점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본다. 무엇보다 선관위의 이중 잣대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는 어제 정치자금 실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기업 대표와 임직원 18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정치자금법을 어기고 회사 돈을 정치자금으로 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그러나 이런 기업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은 단 1명도 고발하지 않았다. 불법자금을 준 사람은 처벌하고, 받은 사람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선관위측은 “해당 정치인들이 ‘기업의 돈인 줄 몰랐다.’고 한다.”고 이유를 댔다. 어처구니가 없다. 선관위는 정말 그런 해명을 믿는다는 말인가. 기업인이 자선사업가라도 되나. 어느 기업인이 정치인에게 돈을 주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또 어떤 정치인이 많게는 2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받으면서 누구 돈인지 모를 수 있다는 말인가. 지난해 3월 이뤄진 정치자금법 개정의 취지는 정·경 유착 근절을 위해 정치인들이 기업돈은 일절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이번 조치대로라면 앞으로도 정치인들은 기업인들에게 돈을 받고 “기업돈인 줄 몰랐다.”고 오리발만 내밀면 만사형통이 된다. 집행이 이렇듯 어설퍼서야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선관위는 해당 정치인들도 함께 고발해야 한다.
  • 신세계 신관 매출액 공방

    ‘유통업계의 라이벌’ 신세계와 롯데의 치열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명동상권과 ‘한국대표 백화점’ 간판을 위한 이들 백화점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신관 개점 첫날인 10일 매출액이 68억 4000만원으로 백화점 오픈매출에서 역대최고”라며 “이는 지난 2003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48억원보다 20억원이 더 많다.”고 11일 밝혔다. 또 같은날 롯데 본점의 매출액 40억원보다 높아 국내 최고 백화점 자리에 등극했다고 자랑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롯데는 “신세계의 매출액은 사전행사까지 포함한 8∼10일간의 3일치 매출액”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소공동)의 3일 누적 매출액은 82억원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이에 신세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전행사의 판매액을 첫날의 매출로 잡는 게 백화점업계의 관행”이라며 “우린 상장 회사로서 발표에 공신력이 있다.”고 비켜나갔다. 신세계는 또 롯데의 신격호 회장이 신세계 본점을 전격 방문할 것이란 설을 흘렸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며 신세계강남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본점 신관이 선진국 백화점의 벤치마킹 결정판이고 궁금하니까 확인하러 오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신 회장의 신세계 방문예상설에 롯데는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롯데 관계자는 “국내에 있지도 않은 남의 오너를 들먹이는 것은 예의와 상도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신 회장은 신세계 본점의 실내와 매장편성, 상품구성 등에 대한 보도들을 보고받아 이미 알고 있다.”며 “신 회장이 신세계 강남점을 방문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반박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사설] ‘도요토미 운하’라니, 넋 나간 문화재청

    문화재청이 경남 통영의 해저터널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통영태합굴(統營太閤堀) 해저도로’라는 이름을 붙이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문화재청의 역사인식에 우리는 그저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으로 왜적을 크게 섬멸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린 곳이다. 그런 이곳에 ‘태합(太閤)’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 태합이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신하들에게 자신을 부를 때 쓰도록 만든 극존칭이다.‘살아도 죽어도 따라야 하는 지엄한 권력자’를 뜻한다. 일본 역사에서조차 태합으로 불린 이는 도요토미가 유일하며, 따라서 태합은 곧 도요토미를 일컫는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로 등록할 때는 명칭의 시원(始源)을 따르도록 규정돼 있고, 오랜 기간 이 해저도로가 주민들 사이에서 태합굴로 불려져 왔던 점을 반영했던 것”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통영시와 통영사연구회 등의 주장은 다르다.“광복 이후 지금까지 ‘통영운하로’‘통영해저터널’로 불러 왔고, 관광자료나 지도에도 그렇게 표기돼 있으며 ‘태합굴’이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하면서 붙인 명칭일 뿐”이라며 “오는 11일까지가 등록예고기간인 만큼 통영시 등으로부터 제기된 시정요구를 충분히 감안해 다음달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그리해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문화재청 사람들의 몰이해다. 문화재 등록 때마다 국민 모두가 감수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 [씨줄날줄] 대통령의 휴가/이목희 논설위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크로포드목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기간은 무려 33일. 우리로서는 상상 못할 일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해마다 이집트,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쾌적한 휴식을 즐긴다. 작년에는 바베이도스에 위치한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호화별장에서 여름을 보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모리셔스, 마요르카섬 등 유명휴양지를 찾곤 한다. 국가지도자가 휴가를 가도 국정이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야 선진국이다. 우리도 대통령이 한달간 청와대를 비운다고 국정이 파탄날 일은 없다고 본다. 민심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의 휴식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 뿐이다. 노태우 정권 이전에는 대통령이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있었다. 안가(安家)에서 비밀스러운 술잔치가 가능했다. 눈치 안 보고 골프를 쳐도 됐다. 청와대를 수도원(修道院)처럼 만든 이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안가를 부수고, 공직자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당시 김광일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수도자적 생활이 오히려 합리적 판단을 저해한다는 점을 느꼈다. 별장을 빌려 여흥자리를 시도했으나 YS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뒤를 이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모범생의 전형이다. 휴가지에서도 두문불출, 독서와 정국구상에 전념했다.YS·DJ시절, 언론에 빠지지 않았던 제목이 ‘청남대 휴가구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젊음에도 불구, 전임자가 만든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휴가보내기’를 해봤다. 창덕궁산책, 인형극 관람 등이다. 올해는 강원도에서 사흘을 보낸 뒤 지난 2일 밤 청와대로 돌아왔다. 공식휴가는 주말까지다. 청와대 관저에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참모들을 불러 국정을 논의하거나 밤늦게까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수밖에 없다. 본인에게 휴식이 아니며, 비서실과 내각이 마음편히 휴가를 보내기 어렵다. 국민정서가 따라주지 않고, 어처구니없는 정치스캔들이 연발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마음껏 쉬어라.”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형 대통령 휴식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테니스, 수영 등 운동이나 도박성 없는 게임이 좋을 듯싶다. 관저 앞에 텃밭을 가꾸면서 땀을 흘리는 방안도 괜찮아 보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나사풀린 軍…해당부대 北잠수함 침투때도 곤욕치러

    북한 잠수함 사건, 주민들에 의한 무장간첩 시체 발견에 이어 10년 사이 같은 부대에서 또다시 총기 탈취사건까지 발생하자 해당 군부대의 기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강릉·동해·삼척 등 강원도 동해안 경계를 맡고 있는 육군 철벽부대는 1996년 9월18일 강릉 강동면 안인진리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어 1998년 7월12일에는 동해시 묵호진동 해변에서 기관단총을 휴대한 북한 무장간첩 시체 1구와 침투용 추진기 1대가 주민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육군은 기존 부대를 해체하고 1998년 12월 새로운 사단을 창설, 동해안 경계 임무에 투입했지만 이번에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해안 경계초소 인근에 민간인들의 접근이 수시로 이뤄지고 이로 인해 초병들이 민간인들에 대한 경계 심리가 느슨해져 빚어진 것으로 풀이했다. 육군 철벽사단 예하 해안 경계초소는 심지어 해안철책선 바로 옆에 유흥카페까지 있다. 실탄으로 무장한 군 장병들이 피서객들과 뒤섞인 가운데 해안선을 지키고 있어 당초부터 각종 사고 가능성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군 관계자는 “최근 전방 해안 인근 부대의 경우 해안에 설치된 경계용 철조망을 풀어 달라거나 부대쪽의 해수욕장을 개방해 달라는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군부대 입장에서는 대민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설령 평소 민간인과 자주 접하는 곳에서 경계를 서거나 순찰을 돈다 하더라도 심야에 나타난 남자들에게 다소간의 경계심을 갖고 대했다면 총기 피탈로까지 이어졌겠느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순찰자들이 누군가 접근하는 것을 봤을 때 제자리에 설 것과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수하(암구호)를 요구하는 상식적인 대응만 했더라도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지역의 경우 민간인들의 왕래가 워낙 많다 보니 부대측은 한 곳에서 근무하는 초소 근무자들에게는 평소 민간인들의 총기 탈취 우려 등에 대해 교육을 시켜 왔으나, 초소 순찰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간인이 밤낮없이 드나드는 관광지인 동해안의 특성상 민간인 출입이 일절 차단된 휴전선과는 작전 환경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동해 조한종·서울 조승진기자 bell21@seoul.co.kr
  • ‘쾌도난마 한국경제’ 저자 국민대 정승일 겸임교수

    ‘쾌도난마 한국경제’ 저자 국민대 정승일 겸임교수

    “그러니까 보수지요.” 최근 경제개혁과 관련된 이슈를 담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낸 국민대 정승일 겸임교수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이 책을 크게 다룬 기사들이 재벌이나 박정희에 우호적인 측면만 부각한 것 같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제도학파적 입장에서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와 한국경제를 다룬 이 책은 사실 껄끄러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책의 핵심은 경제의 세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정부’‘재벌’‘노동’ 모두 ‘자유와 시장’에 현혹돼 제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박정희에 대한 반감 때문에 외려 더 종속적인 경제구조를 옹호하고 있고, 재벌은 사실 이데올로기 공세 외에는 별 쓸모도 없는 ‘자유와 시장’을 덥석 물었고, 노동은 신자유주의·재벌·비정규직의 함수관계에 대해 기초적인 이해조차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언론도 문제를 보탰다.‘연봉이 얼만데 파업이냐.’는 소리나 ‘부자를 적대시하는 정책 때문에 투자가 안 된다.’는 소리나 모두 한심한 얘기기는 매한가지다. 언론자유를 빙자한, 도를 넘어선 정부 욕해대기 역시 비판 대상이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와 관료집단이 금리 가지고 노닥거릴 게 아니라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으로 광범위하게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아래 북유럽식 사회적 타협 모델을 책 말미에 결론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이런 내용임에도 책을 다룬 기사는 약간씩 비틀렸다. 가장 크게 기사를 다룬 곳은 중앙일보와 문화일보. 기사 내용은 그나마 책에 충실한 편인데 제목이 튄다. 중앙일보는 ‘경제야, 경제야, 진보가 밥 먹여 주니’, 부제는 ‘재벌 총수가 미워 투기자본에게 재벌의 운명을 맡겨도 좋다는 발상까지’로 잡았다. 문화일보는 ‘신자유주의 경제개혁 저성장 불렀다’는 제목 아래 ‘박정희 경제성공은 자유주의 제한의 결과’,‘재벌은 현재까지도 우리 경제의 견인차다’,‘투자없이 효율성 개선으론 고용창출 한계’ 등을 부제로 배치했다. 그러나 이 책이 과연 진보와 현 정부(현 정부의 진보성 여부와는 별도로)만을 겨냥하고, 박정희와 재벌을 옹호만 하는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물론 정 겸임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지금 정책을 만들어 내는데 대한 책임이 있기에” 현 정부가 비판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관치’의 주역 격인 재경부가 외려 자유니, 시장이니 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가 움직이기만 하면 ‘관치’ 운운하고 노사정위원회나 유럽식 사민주의 모델에 수시로 ‘빨간칠’을 해댄 쪽은 어느 쪽인지 모를 일이다. 정 겸임교수도 이를 감안한 듯 진보·보수로 꼽히는 신문 2∼3곳을 지목해 “아마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진보쪽은 재벌 옹호론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고, 보수쪽은 책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기에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 실제로 전혀 다루지 않았거나 다루더라도 간략하게 단신 정도로 처리한 경우가 많았다. 정 겸임교수는 “사실 합리성과 투명성이라는 시장의 원칙을 내세우는 측이 지금 경제학의 주류”라면서도 “그러나 합리성과 투명성에도 국적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그렇게 서구적 합리성과 투명성이 좋다면 나라를 들어다 그들에게 바치지 왜 우리가 어떻게든 해보려고 아둥바둥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론은 현실의 반영이고 그렇다면 이론에 국적이 없을 수 없는데, 미국식 자유시장이론만 배워서 우리나라에 갖다 붙이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삶속의 차 (1)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삶속의 차 (1)

    필자와 차(茶)의 인연은 벌써 35년 가까워 진다. 참으로 비릿하고도 아련한 생의 출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초의스님과 차는 마치 벼락치듯 나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먼 생의 출구에서부터 윤회의 물결과 인연의 흔적들이 내 생(生) 내면에 깊이 잠재했었던 것 같다. 갓 출가를 한 필자는 선방수좌들이 공부하는 남해 용문사에서 공부를 했다. 초 겨울 추위가 절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원주스님을 감기에 들게 했다. 당시 남해는 남해대교가 없던 시골이어서 약을 구할 수가 없었다. 마땅한 약이 없어 고민을 하는 나에게 한 보살이 넌지시 ‘민간담방약’을 일러줬다.“지난 겨울 안거때 보니까 스님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후원 찬장에 있는 무슨 풀을 달여 마시고 몸이 낫는 것을 봤습니다.” ●처음 대한 이상한 풀잎의 약효 나는 급히 찬장을 뒤졌다. 보살의 말처럼 찬장 깊숙한 곳에 대나무가 그려진 푸른 통에 푸르스름하게 말린 아주 작은 풀잎들이 반통 넘게 들어 있는 것 아닌가. 질그릇 약탕기를 꺼내고 숯불을 지펴 그 풀잎을 전부 쏟아붓고 부채로 부쳐 달이기 시작했다. 한 시간 가량 푹 삶은 그 풀잎국물은 농익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녹색이었다. 냄새를 맡아 보니 쓴 냄새가 코를 독하게 찌르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소중한 약은 약인 모양이다. 이렇게 독하게 쓴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내가 제대로 골라 달인 게 분명하구나.’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정성스럽게 체에 걸러보니 사발로 반쯤됐다. 나는 좋은 감기몸살약이라며 원주스님에게 드렸다. 단숨에 약사발을 마신 원주스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도대체 무슨 약이기에 이렇게 소태보다 쓴가.’라고 물었다. 나는 지금까지 일을 자초지종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원주스님은 갑자기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여보게 행자 그 차가 얼마나 귀한 차인 줄 아는가. 큰 스님 공부하시는데 가끔식 드리려고 소중하게 보관해온 것인데. 그걸 전부 다 달이면 어쩌란 말인가. 자네는 차도 모르나.” 도대체 매미 날개 같기도 하고, 감나무잎을 말려놓은 것 같기도 했던 ‘이상한 풀잎’들이 차인지 그 무엇인지 알기나 했겠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쓸 만한 차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시절 한약으로 고았으니 얼마나 쓰고 어이가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나의 차 생활의 첫 경험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뉘라서 차 한잔의 깊은 맛을 헤아릴 수 있으랴. 잡것이 한번 스치면 차의 오롯한 진성(眞性)을 잃나니….”하며 한국의 다성 초의스님이 ‘동다송´에서 노래한 이시가 내 삶의 절대적인 중심으로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차는 이렇게 마치 천둥번개처럼 삶을 통째로 관통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차는 곧 우리의 정신문화 대변 우리의 삶속에 차(tea)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내재적 가치이며 문화이며 시간이기도 하다. 차는 약용, 음식, 기호음료, 수행의 매체로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왜 차를 마셔야 하는가를 잘 모르고 살고 있다. 차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왜 차를 마셔야 하는가를 모르고 마시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고서’(古書)에서는 “차를 마실 때 사람을 가려 마시고 아무 때나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차는 곧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삶에 대해 나는 가만히 한번 묻고 싶다. 우리곁을 지키던 맑은 달, 칠흑같은 어둠을 밝히던 반짝이는 별, 깊은 호흡으로 온 육신을 상쾌하게 하던 맑은 공기는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며,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던 삶의 도리는 실종된 지 오래다.‘금전’의 논리와 욕망의 극대화는 인간을 철저하게 자본의 노예로 귀속시켜버린다. 생명이니 환경이니 사랑이니 하는 전통적인 삶의 명제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오로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밖에 없다. 우리시대에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문화와 문화사이, 조직과 조직사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생존’논리에서 빚어지는 스트레스다. 현대인의 만병의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도한 긴장과 흥분, 마라토너처럼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시대에 차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고, 조직과 조직의 긴장을 풀어주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삶에 촌각의 여유를 붙들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차인 것이다. 초의스님은 영혼을 일깨우는 인간의 찻 자리에 대해 일갈했다.“밝은 달 촛불이 되고 또 벗이 되니/흰 구름 자리되고 또 병풍이 되어주네/솔 솔 솔 찻물 끓는 소리 시원하고 고요하니/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영혼을 일깨우네/오직 흰 구름 밝은 달 두 벗을 삼으니/도인의 찻 자리 이보다 빼어날 소냐.” 가만히 감상해 보라 참으로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이 우리마음에 자리를 잡으며 ‘하얀 도라지 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텃밭에 톡톡 빗방울을 튀겨내며 서있는 도라지꽃, 사무실 책상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능수버들처럼 휘어진 풍란을 보며 차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바로 ‘삶의 찻자리요, 도인의 찻자리’인 것이다. ●차의 미덕은 어디서 오는가 그렇다면 차의 미덕은 어디에 있는가. 명나라 도륭은 ‘고반여사´(考槃餘事)에서 “차는 행실이 바르고 덕을 닦은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음료다. 백석의 맑은 샘물을 길어 끓이는 절차를 법도에 맞게 하여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없이 한결같이 계속하여 그 법식을 완전히 익히고 깊이 음미하여 정신이 융회하고 심취해서 제호나 감로에 비교할 만한 참다운 맛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서 다도를 휼륭하게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라 하겠다. 모처럼 좋은 차를 마시면서 그 사람 됨됨이가 미흡하다면 마치 좋은 샘물을 퍼서 잡초에 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이보다 더 큰죄가 없을 것이다. 차의 멋을 모르고 꿀꺽 단숨에 마셔 맛의 분간도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상 속될 수가 없다.”고 했다. 차는 육우의 ‘다경´에서도 나와 있듯이 하늘아래 그 귀함을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신령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뜬 구름처럼 하늘위에서 노니는 신비스러움이 아니다. 여기에서 ‘신령’이라 함은 인간의 영혼을 맑고 담백하게 일깨우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인간을 위한 것이고, 현존하는 필요충분한 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차는 또 적요(寂寥)한 것이다. 적요라는 것은 고요하고 그윽한 평안한 경지에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시대 우리문화는 이른바 ‘들뜸’의 문화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참을 줄도 기다릴 줄도 모른다.‘원 스톱 문화’시대에 자신의 뜻과 목적을 관철시킬 일방통행의 ‘들뜸’의 문화를 차분하게 가라앉힐 또 하나의 정적인 작용인 것이다. 우리가 ‘차’를 단순히 ‘차’라 부르지 않고 ‘다도’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를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을 ‘차’요 ‘다도’라고 하는 것이다. 산과 들을 달리며 활과 검을 쓰며 심신을 단련했던 신라의 화랑들도 차를 통해 문과 무의 품격있는 조화를 이루었으며, 고려시대 스님들과 문인들도 “한잔의 차는 곧 참선의 시작. 차의 맛은 선의 맛”이라며 차를 진리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키는 ‘도의 동반자’로 봤다.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도 “차를 끓여마시는 것이 바로 도의 본체를 체득하는 것이다.”며 차의 진리적 가치를 극찬하고 있다. ●삶과 문화 바꿀 새로운 인연으로 차는 또 그 과학적 효능에 있어서 이 시대의 삶과 또 다른 동반자적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도륭은 ‘고반여사´에서 “진짜 좋은 차는 갈증을 없애고, 음식을 소화시키며 가래를 제거하고 잠이 들게 하며, 소변이 잘 나오고, 눈을 맑게하여 머리가 좋아지게 한다. 식사가 끝날 때마다 차로 입안을 가시면 기름기가 말끔히 제거되며 뱃속이 저절로 개운해진다. 이(齒)사이에 낀 것도 차로 씻어내면 다 삭아 줄어들어서 모르는 동안 없어지기 때문에 번거롭게 이를 쑤실 필요가 없다. 이에는 쓴 것이 좋기 때문에 자연히 이가 튼튼해져서 충과 독이 저절로 없어진다.”고 적고 있다. 차는 또 모든 음식 가운데 으뜸이다. 단순한 으뜸이 아니라 희(喜)로(怒)애(哀)락(樂)애(愛)오(惡) 등 인간의 모든 성정을 통칭해 으뜸이라는 것이다. 초의스님은 ‘동다송´에서 “모든 음식 가운데 차만이 홀로 육정의 으뜸이다.”고 격찬한다. 진나라의 뛰어난 문장가였던 장맹양도 “정식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하고 갖은 요리는 그 맛이 절묘하고 뛰어나네. 향기로운 차는 육정의 으뜸이어서 넘치는 맛이 천하에 퍼진다.”고 품평하고 있다. 신농은 또 ‘식경´에서 “차를 오래마시면 사람이 힘이 있고 뜻을 즐겁게 한다.”고 적고 있다. 음식중의 으뜸인 차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하루 하루의 삶을 즐겁게 하는 약리적인 작용을 한다. 차는 만병지약(萬病之藥)이라는 말이 있다. 차가 실생활에서 약용으로 식용으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수천년을 이어온 차의 강물은 여전히 깊고 멀다. 우리시대 문화코드로 새롭게 복원되고 있는 차는 우리시대의 삶과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오늘 우리가 차를 마시고 차를 생각하고 차를 곁에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여연스님은 ▲ 1970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 1971년 해인사에서 혜암스님을 은사로 출가 ▲ 1982년 인도 다람살라 티베트 문헌도서관 수학, 스리랑카 게라니야대학 동양문화연구소에서 근본불교와 팔리어 연구 ▲ 1984년 불교잡지 ‘해인’ 창간 편집주간 ▲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사무처장 ▲ 11·12대 조계종 종회의원, 불교신문 논설위원·주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역임 ▲ 현재 해남 대흥사 일지암 주석, 사단법인 일지암초의차문화연구원 이사장
  • 시장의 유혹,광기의 덫/ 로버트 멘셜 지음

    시장에는 항상 바람이 분다. 지금의 부동산 투기가 그렇고, 몇 년 전의 벤처열풍이 그렇다.‘묻지마 투자’를 이끄는 이 이상한 열기는 시장을 온통 부글부글 끓게 하고 너도나도 이 대열에 참가하지 못해 안달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 거짓말처럼 거품이 꺼지고 모두가 넋을 잃고 주저앉는다.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로버트 멘셜 지음, 강수정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은 이처럼 시장이 군중의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을 역사적으로 살피고, 개인들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책은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튤립열풍에서 20세기 말 미국의 닷컴 버블까지 시장은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곤 했음을 보여준다.1634년부터 1637년까지, 네덜란드에서 튤립 광풍이 불었다. 튤립이 고도의 기술을 갖고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재배할 수 있는 화초로 인식되면서 부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아름다운 구근을 선발하는 대회에 갈수록 많은 상금이 걸렸고, 우승을 차지한 구근은 이종교배를 위해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희귀한 구근을 키워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얘기가 퍼졌고, 멀쩡히 직장 잘 다니던 사람들이 튤립을 키우고 거래하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사표를 던졌다. 튤립 철이 아닌데도 나중에 주겠다는 약속만으로, 몇 사람의 손을 거쳐 판매되기에 이르렀고, 최고 상등품 가격이 지금 가치로 11만달러에 이른 구근도 있었다. 그러나 1637년 초를 정점으로 튤립 가격은 땅이 꺼진 것처럼 무너져, 몇 주 사이에 수십분의 1로 떨어졌으며,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게 진정한 자산이 아니라 구근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책은 튤립열풍 이후 우리 역사가 과열과 침체로 점철돼 왔음을 보여준다. 주기적인 경기의 과열과 침체에서 일시적인 유행 열풍까지 어처구니없는 판단착오의 사례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군중의 물결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선의와 상식을 갖춘 보통 사람들이라는 데 주목한다. 심각한 것은 갈수록 그 거품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가 공룡처럼 덩치를 키우면서 누구나 쉽게 헛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선거의 당락은 선전, 선동가들에의해 좌우되고, 추문이 인터넷을 타고 불과 몇 초 만에 전 세계를 활보하는 세상이다. 40년 넘게 골드만삭스에서 투자전문가로 일하며,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올려 전설적 투자전문가로 꼽히는 저자가 던지는 물음은 이렇다. “왜 혼자 있을 때는 그렇게 영리한 사람이 군중 속에 있을 때는 바보가 돼 버리는가.” 저자는 군중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정신을 잃을 때에도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개인의 건전한 판단에 달렸다고 충고한다. 금전적 결정이든, 취향의 문제이든, 정치나 윤리의 문제이든, 유행이나 바람이 불 때는 밖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력을 차단하고 스스로 생각하라고 거듭 강조한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독도이름 붙여 더 자랑스럽습니다 ”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송함을, 그것도 국내 기술로 건조하게 된 것은 국가 위상을 한껏 드높이는 ‘사건’입니다. 정말 가슴이 뿌듯합니다.” 대형 수송함(LPX·1만 4000t급)인 ‘독도함’을 건조하는 데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해군 홍익선(해사 34기) 대령은 LPX 진수식을 마친 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해군본부 조함단 소속인 홍 대령은 지난해 1월부터 부산의 한진중공업에 파견돼 독도함 건조를 진두지휘해왔다. 작업 감독을 위해 해군에서 파견된 현역 장교 10여명 중 책임자인 ‘수석 감독관’직을 맡아온 것. 독도함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만족시켜야 하는 군 당국과 건조업체의 이익이 맞서 이를 중재해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그는 “독도함은 상륙작전을 위한 병력·장비의 수송을 기본 임무로 하는 수송함 또는 상륙함이지만 해상 기동부대나 상륙 기동부대의 기함이 되어 대(對)수상전, 대공전, 대잠전 등 해상작전을 지휘통제하는 지휘함의 기능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도함이란 명명에 대한 일본측의 반발에 대해 그는 “분명한 우리 영토인 독도를 우리 함정 이름에 쓴 사실을 놓고 여러가지 말을 하는 일본을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독도함은 앞으로 내부 장비 및 설비공사, 무장 탑재공사, 장비 성능테스트, 시운전 등을 마치고 2007년 6월쯤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될 예정이다. 길이 199m, 폭 31m, 최대 속력 시속 43㎞인 독도함은 한번에 해병대 1개 대대 병력(720명)과 최대 70대의 전차를 실을 수 있다.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열린세상] 학교 성폭력 은폐자 파면하라/강지원 변호사

    익산에서 또다시 학생 집단성폭력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13일 익산J중학교 남학생 2명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도루코칼로 위협해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이 J중학교는 지난 4월, 그로부터 1년여전에 일어났던 학생 집단성폭력사건을 은폐했다가 뒤늦게 들통이 났던 바로 그 학교다. 은폐 사건의 진상은 지난 7월6일 밤 방송된 KBS2 TV 추적 60분에서 관계자들의 생생한 진술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경위는 이렇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5일 이후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4개 중학교 남학생 8명에 의해 여중생에게 저질러졌다. 그들은 밖에서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까지 했다. 불량서클 명칭은 ‘끝없는 질주’였다. 이 사건은 그로부터 1년도 더 지난, 금년 4월에야 경찰수사에 의해 전모가 밝혀졌다. 피해자의 부모도 그제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부모를 더욱 기막히게 한 것은 학교당국은 훨씬 전부터 사건내막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부모에게 일체 비밀에 부친 채 다른 이유를 들어 타학교로 전학가라고 강요했고 부모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까지 그같은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 여중생은 9월 들어 가출, 무단결석을 보름 정도 했다. 그러곤 9월말 학교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때 학생의 기억으로는 학교측이 무단결석사실과 함께 “○○○와 안 좋은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냐.”며 집단성폭력사건을 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할 수 없이 “예”라고 대답했고 나중에는 자술서까지 써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 부분에 대해 당시 성폭력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학교측의 이같은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 한 가해학생 부모가 지난해 10월7일 학교에 불려가 그같은 사실을 통보받았고 그날 J중학교 관계자도 그 학교에 왔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무료법률지원팀은 그외에도 생생한 증언들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자,이런데도 학교측은 계속 ‘오리발’을 내밀 것인가. 그래서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빠져 나갈 생각인가. 또 성폭력이 아니라 단순한 성관계인 줄, 심지어 화간인 줄 알았다고 계속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할 것인가? 도대체 한 장소에서 한 명도 아닌 8명이 교대로 그랬는데도 화간이었다고? 그리고 당시에 여학생이 반항을 안 한 점이 이상하다고? 그렇다면 그것이 반항을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그 기막힌 상황에서의 여자아이의 심리를 그렇게도 상상할 수 없단 말인가? 그 아이는 지금도 언제 치유될지 모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대인공포증,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게 화간이었다고? 그래서 은폐조작했다고? 그게 바로 교육자의 양심이고 교육적 조치란 말인가? 도대체 교육부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북도 교육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진국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2차,3차 재발을 막기 위해 이미 총력전에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교육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아니 직위해제 2달만에 어느새 복직까지 시켜 줘 네티즌들의 몰매까지 맞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러니 똑같은 사건들이 또 발생하는 것이다. 더 말할 것이 없다. 지난 사건부터 전면 재조사하라. 그리고 은폐관계자들을 색출해 가차없이 파면하라. 직접 조사했다며 은폐가 없다고 보도자료를 낸 익산교육청 책임자들, 공립·사립을 막론하고 학교책임자들을 모두 파면하라. 세상에 사건사고는 늘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똑 부러지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중의 한 가지가 범죄보다 더 나쁜, 은폐라는 더 큰 범죄를 막는 일이다. 피해여중생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선생님의 ‘선’자는 먼저 ‘선’자 아닌가요? 저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사신 분들이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더 원망스러워요. 제 억울함을 풀어 주실 거죠?”라고. 강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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