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 행운의 반집승
총보(1∼218) 전세계가 월드컵 열풍에 빠져 있다. 특히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만들었던 우리나라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가히 전세계 최고일 것이다. 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까지 월드컵으로 도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기사들 가운데에도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서 오래 전부터 ‘비마회(飛馬會)´라는 모임을 만들어 수시로 모여서 훈련도 하고, 시합도 한다. 그러나 월드컵 기간 동안 모든 공식 시합을 중단할 수는 없다.
당연히 모든 대국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다른 나라 시합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 팀의 시합이 있는 다음 날 바둑을 둬야 하는 프로기사들은 정말 죽을 맛이다. 호기심을 억누르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주변의 응원 함성이 마음을 산란하게 한다. 아마도 현재 시험을 준비하느라 문 걸어 잠그고, 공부하는 수험생과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본국은 축구로 따지자면 5:5 정도의 대량 득점이 난 상태에서 승부차기에 들어간 바둑이라고 하겠다. 서로 대마를 잡고 잡히는 대 바꿔치기를 하여 무량대가를 만든 뒤에 반집승부가 나오는 것을 보면, 승부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초반 포석은 흑이 기선을 잡았다. 흑53으로 우변 백 대마를 공격할 때까지만 해도 흑의 기세가 높았다. 그러나 백54로 붙였을 때 58의 곳을 하나 젖혀두지 않은 흑55의 실착으로 백은 금방 위기를 탈출했다.
이후는 오히려 백의 페이스. 흑의 잔 실수가 여러 번 나오면서 조금씩 백이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흑103이라는 결정적 실착이 등장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백104로 공격해서 하변 흑 대마를 잡아서는 백의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흑도 117의 반격을 펼쳤지만 김기용 3단은 냉정하게 상변을 버리고 좌변을 지키는 바꿔치기를 감행해서 무난히 마무리짓는 듯싶었다. 그런데 흑139의 단수 때 141의 곳에 두지 않은 백140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151까지 7집을 손해 봐서는 다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 패착인 백166으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진시영 초단에게는 행운과 같은 승리이다.
(170=29,204=200,207=201,209=202,210=200,218=201)
192수 끝, 흑 반집승
(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 덤 6집반)
유승엽 withbd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