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어처구니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겨울왕국2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특별수사단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공천 혁신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가맹사업법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294
  • ‘여자는 구혼거절 못한다’는 결혼법

    ‘여자는 구혼거절 못한다’는 결혼법

    「아프리카」의 소국 「잔지바르」의 「카루메」대통령은 기분 내키는대로 정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최근엔 어처구니없는 결혼법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 그의 결혼법은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그녀에게 구혼하는 남자의 청을 거부할 경우 남자에게 실격 사유가 없는 이상 처녀 부모를 징역에 처할수 있고, 약혼한 처녀는 일주일 이내에 결혼하지 않으면 약혼이 무효다. 그리고 어떤 처녀도 「잔지바르」이외의 곳에서 결혼 하고자할 경우는 그 남자가 먼저 7천 8백「달러」(약 2백50만원)의 신부세를 내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다는 것. [선데이서울 70년 6월 21일호 제3권 25호 통권 제 90호]
  • [잘 가거라 2006년] 나의 올해는 지긋지긋 했다

    [잘 가거라 2006년] 나의 올해는 지긋지긋 했다

    글 이유경 시인, 본지 편집주간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지긋지긋한 한 해’로 손꼽히는 경우는 올해 말고 한 번이 더 있었던 것 같다. 50여 년 전 일이다. 세월의 간격이 있긴 하지만 사안의 힘겨웠던 과정은 둘 다 비슷하다. 그러나 어렸을 때의 그 첫 힘겨웠던 경험은 나에게 달콤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마음의 양식으로 남아 있다. 첫 번째의 것은 내가 열세 살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무렵이었다. 나에게는 여덟 살 위의 형이 있었는데 그가 부산에서 고교 졸업반을 다녔다. 시골의 가난한 우리 집은 아들 둘을 도시로 유학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한 해 ‘재수’의 고역을 치르게 된 것이다. 동급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나는 패잔병처럼 남아 시골 골목과 들길을 고개를 푹 꺾고 헤매 다녔다. 지겨운 1년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고독한 방황’이 훗날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물을 들여다보고 언어를 생각하고 표현의 길을 홀로 모색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올해의 것은 날벼락이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 ‘날벼락 같은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혹은 나를 비켜가는 어떤 경험 세계라고 생각해 왔었다. 처음 나는 실제 이 날벼락 같은 상황을 당하고, 한동안 어처구니없게도 웃음이 나왔다. 아픔이 몰려왔을 때야 비로소 ‘당했구나!’했으니까. 지난 3월 1일 저녁 무렵이었다, 독일 월드컵축구를 앞두고 가나와의 시범경기가 서울 상암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나는 서두르며 집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개천의 좁은 다리를 지나가는데 빠르게 지나가는 트럭 바퀴에서 튕긴 철판이 느닷없이 나의 오른 쪽 대퇴부를 강타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풀썩 주저앉은 나는 찢겨져나간 바지 사이로 부러져 삐죽이 튀어나온 나의 허벅지 뼈를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했고 마침 집에 와 있던 딸아이를 휴대폰으로 불렀다. 사고 난 지점은 집과 가까운 거리였다. 사람들은 나를 둘러싸고 입을 모아 “기어이 올 것이 왔구먼!”했다. 나는 몰랐는데, 철판은 그때까지 흉물로 방치돼 ‘사건’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구급차가 와서 현장을 수습하고, 진통제로 의식을 뺏은 나를 병원으로 싣고 갔다. 응급실에서 4시간 동안의 대수술을 받은 나는 그때부터 한 달을 깁스한 상태로 입원실에서 시간을 까먹어야 했다, 병원 정형외과에 장기 입원해본 사람은 안다. 우울한 병실의 침묵과 창백한 견딤의 지루함을! 그것은 몸속으로 간헐적으로 지나가는 아픔을 삼키고 있는 자의 형이상학적 자화상일 것이다. 상대방을 외면하고 자아만을 들여다보는, 외로운 시인과도 같은 모습 말이다. 새벽잠이 없는 나는 그 한 달 동안 병원 휴게실의 무미건조한 풍경 속에서 봄을 맞았다. 병실에선 다른 사내의 앓는 소리나 코 고는 소리를 듣고 누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실려서, 쇠막대기 같이 무거운 한쪽 다리를 수습해가며 휴게실의 새벽 한두 시간을 나는 견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퇴원해서도 6개월 동안을 나는 지팡이 신세를 지고 있다. 나이 때문인가, 손상된 뼈와 근육이 쉽게 재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지고 있다는 징조와 희망사항이 금방 무너지거나 아픔으로 앙갚음해 오던 적이 부지기수였다. 밤중에 오는 가느다란 통증은 감당하기가 힘이 드는 적일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나는 지팡이 신세로 이사를 해야 했는데,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의 아파트다. 이게 나에게 말썽을 부렸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을 걷는 것이 더 힘겨웠고, 그래서 수습돼 가던 뼈와 근육의 조화를 손상시켰는지, 염증은 없으면서도 부상 입은 다리가 붓고 걸으면 통증이 재발하곤 했던 것이다. 담당의사는 다시 한 달 동안 목발을 권했다. 근육운동을 않았던 다리는 더욱 불편해졌고, 통증도 여전했다. 한 달 후로 예약한 날짜에 갔더니 의사는 많이 좋아졌다면서 다시 한 달 동안 목발 짚기를 명했다. 그 한 달이 다 가고 있는 지금에도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나거나 쉬고 나서 걸으면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지방도로에서 당한 이 사고에 대해 지방 보상심의위원회는 보상을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지방관청이나 국가가 만들지 않은 길에서의 사고에 대해선 관리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판례를 내세우고서였다. 걸어 다니지 않아도 아프고, 열심히 걸어도 아픈 이런 불편의 악순환에서, 나는 올해 안에 벗어날 수 있을까? 지겹게 긴 2006년이여, 제발 어서 가버려라!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강태규의 연예in] 에릭 클랩튼이 한국인이었다면

    지난 23일 세계적인 뮤지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이 열렸다. 그의 나이 63세. 어쩌면 이 공연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는 자못 남달랐을 게다. 1만여 관객이 몰려든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열기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가진 명성과 인기는 여전했다. 지난 1997년 내한공연에서는 팝 위주의 선곡으로 팬들을 열광시키더니, 이번에는 질퍽한 농도의 블루스 음악으로 또 다른 맛을 안겨주었다. 관객에게 별다른 인사도 없이 2시간 동안 관객을 몰아치며 칼날 같은 음악적 이음새를 선보인 에릭 클랩튼. 국내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Wonderful Tonight’ ‘Layla’를 연이어 부르면서 객석을 열광케 했다. 이미 약관의 나이에 ‘기타의 신’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세계의 팬들을 주목시켰던 에릭 클랩튼. 그는 이날 공연에서 록의 황금기 속에 녹아든 자신의 절정기,70년대 곡들을 중심으로 무대를 채워나갔다. 거장 뮤지션에 대한 탄식은 공연장 구석구석에서 새어나왔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한참 동안 곱씹다가, 또 일제히 거장에게 아낌없는 경의를 보내는 관객의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다 불현듯 심통이 불쑥 솟아났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일지 모르겠지만 에릭 클랩튼이 만약 이 땅,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저만한 인기와 굳건한 아성을 과연 쌓을 수 있었을까? 2006년 여름부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아시아와 뉴질랜드에서 마무리되는 월드투어로 세계 음악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중 84번째 공연 도시가 바로 자신의 고향인 서울에서 국민들의 성원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저 무대에 설 수 있었을까? 에릭 클랩튼의 음악적 완성도와 깊이를 폄하하자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음악적 지형도와 힘의 논리가 결국 대중의 함몰적인 음악적 편견을 낳고 있다면 그것을 마땅히 경계하고 싶다.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국가 경쟁력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내실있는 우리의 음악적 토양의 부재가 못내 서글프다. 천재적 뮤지션의 탄생은 튼튼한 음악산업 속에서 대중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 가요의 음악적 실종을 읽어내리면서 그 주범이 누구인지를 뒤돌아보는 일은 세계적인 뮤지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면서 열광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 지 오래되어 버렸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 [김종면기자의 책안세상 책밖풍경] 言衆의 도리

    최근 한 지상파방송 아나운서가 쿠사리라는 일본어를 순수한 한국말이라고 잘못 방송했다가 망신을 샀다. 또 불필요한 외국어를 멋인 양 주워섬기는 유명 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한글문화연대로부터 ‘우리말 해침꾼’으로 선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글이 인격의 반영이라면, 말은 인격 그 자체다. 그러나 우리는 부적절한 말이나 글을 일상적으로 남발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맞춤한 한국말이 있는데도 굳이 외국어를 골라 쓰는 풍경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영어와의 전쟁’을 벌이며 자국어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뒤섞인 프랑글레(Franglais)를 몰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영어식 독어 뎅글리시(Denglisch)가 판치는 독일은 자국어의 소멸을 막기 위해 헌법으로 독일어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도 스페인어의 침투에 맞서 상원에서 영어가 미국의 공식언어임을 선언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우리는 어떤가. 유치원에서조차 영어 인증시험이 유행이다. 우리말의 뉘앙스도 깨치기 전에 외국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영문도 모르고 영어를 지껄이고 있으니. 그들이 쓰는 우리말이 ‘영어식’ 한국어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영어에 ‘과몰입’돼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그 어처구니라는 우리말의 뜻이라도 한번 가르쳐 주자. 궁궐 같은 건물 추녀마루 끝에 한줄로 놓인, 흙으로 만든 조각이 바로 어처구니다. 잡상(雜像)으로도 불리는 이 작은 조형물은 옛날에 귀신을 쫓기 위해 병사를 지붕 위에 올린 데서 유래했다. 마침 ‘어처구니 이야기’(비룡소)라는 어린이 그림책이 나와 수천부가 팔려나가고 있다.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얘기다.자국어만이 아름답다거나 우월하다는 주장은 곧 언어 제국주의요, 언어 패권주의다. 그러나 자기 나라말을 사랑하고 가꿔나가는 것은 언중(言衆)으로서의 도리다. 그런 점에서 현행 표준어 일변도의 음운정책 폐지를 요구하며 헌법소원까지 낸 지역말 연구모임 ‘탯말두레’의 활동은 단연 돋보인다. 이 모임의 간사인 박원석 도서출판 소금나무 대표는 “지역 언어의 보존 차원에서도 각 지역의 사투리, 즉 탯말 교육은 절실하다.”며 “탯말을 공용어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기야 ‘빈대떡’이란 방언이 경쟁관계에 있던 표준어 ‘빈자떡’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사례도 있고 보면, 탯말이 언제 표준어를 대신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영어 인증시험에 얼이 빠진 유치원생,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창피를 당한 아나운서, 되잖은 외래어를 남용해 우리말 해침꾼이 된 디자이너…. 이들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빛나는 우리 말·글 책을 선물하고 싶다.jmkim@seoul.co.kr
  • [씨줄날줄] 석궁의 진실/진경호 논설위원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괴상망측한 생김새의 오크족들이 사용한 석궁의 위력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하다. 수백m를 날아가서는 철갑을 뚫고 인간과 엘프족들을 살상한다. 쉬잉∼ 하며 날아가는 소리도 괴기하기 짝이 없다. 이 판타지 영화 탓일까. 16일 아침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서울고법 부장판사 석궁 피습 사건 보도가 물리학적으로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범했다. 피해자 박홍우 판사가 복부에 1.8㎝ 깊이의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은 데 대해 많은 언론이 박 판사와 석궁의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수사경찰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박 판사가 외투를 입은 데다 1m 거리에서 화살이 탄력을 받기 전에 맞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석궁의 경우 70∼80m 정도 날아갔을 때 가장 파괴력이 크다.”는 총포류 판매상의 말이 버젓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다. 석궁처럼 별도의 추진동력 없이 날아가는 비행체는 발사 직후부터 위력(속도 에너지)이 떨어진다. 날아가는 화살에는 공기의 저항과 지구 중력만이 작용할 뿐 더 빨리, 더 멀리 날도록 하는 그 어떤 추진력도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탄력 받을 이유도, 파괴력이 증가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고려대 물리학과 조동현 교수는 “물리학적으로 석궁의 화살은 발사 직후부터 위력이 떨어진다.”며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도”라고 지적했다. 석궁의 실제 위력도 ‘반지의 제왕’이 묘사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석궁 대다수의 유효사거리는 30∼40m로, 위력이 크지 않아 사냥보다는 레저용으로 쓰인다. 역사적으로도 백년전쟁을 영국의 장궁(잉글리시 보)이 프랑스의 석궁(크로스보)에 승리한 전쟁으로 보는 해석(활이 바꾼 세계사, 김후 저)도 있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가는 탄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발사 직후 회전력에 의한 파괴력 증가가 있을 수 있으나 무시할 정도라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탄환의 전체 운동에너지 가운데 속도에너지가 줄어드는 만큼 미미한 정도로 회전에너지가 늘 수는 있으나 파괴력을 결정짓는 것은 속도에너지이기 때문에 발사 직후 위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아픈 역사에서 배운다-병자호란 다시 읽기] 10만 포로의 눈물

    [아픈 역사에서 배운다-병자호란 다시 읽기] 10만 포로의 눈물

    조선은 왜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항복하는 비참한 환란을 겪어야 했을까. 한마디로 17세기초 명·청 교체기의 격랑 속에 조선 지배층이 국제정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2007년은 병자호란이 끝난 지 370년이 되는 해이다. 북핵 문제를 놓고 6자 회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듯,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팎의 정세는 예측불허다. 우리가 과연 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러시아·일본 등과의 숨가쁜 외교전에서 북핵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며, 미래를 당당하게 개척해 나갈 수 있을까. 병자호란을 살피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자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한민족의 운명에 외교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되짚어보기 위해서이다. 지대 사학과 한명기 교수의 눈을 통해 ‘병자호란´의 안과 밖을 살펴본다. 역사평설 ‘병자호란´이 매주 목요일 연중기획으로 독자를 찾아간다. 편집자 주 ●준비 없이 전쟁을 선택하다 1636년(인조 14년) 봄. 조선 조정에서는 청나라를 황제국으로 인정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같은 해 3월, 청의 수도인 선양(瀋陽)에서 누르하치의 여덟째 아들 홍타이지(皇太極)가 황제로 즉위한다는 소식이 조선에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척화파(斥和派) 신료들은 “개·돼지만도 못한 오랑캐 추장에게 황제 칭호는 가당치도 않다.”며 “정묘년(丁卯年,1627년)에 그들과 맺은 맹약을 파기하고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들은 이어 ‘황제 운운’하는 내용을 담은 국서를 가져온 청나라 사신 용골대(龍骨大)의 목을 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주화파(主和派) 신료들은 “청이 명을 능멸할 정도로 세력이 강해진 현실을 인정하여 그들의 요구를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사신을 박대해서도 안된다.”고 맞섰다. 최종 결정권자인 국왕 인조는 양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척화파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곧 이어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조정이 청과 맺은 맹약을 파기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장차 발생할지도 모르는 청의 침략에 대비하라는 내용으로 인조가 평안감사에게 보내는 극비교서(敎書)를 가져가던 금군(禁軍) 전령이 용골대 일행에게 교서를 빼앗긴 사건이었다. 자신의 목을 치라는 험악한 분위기에 놀라 황급히 달아나고 있던 용골대 일행에게, 다른 곳도 아닌 조선 영토 안에서 국왕의 밀찰(密札)을 빼앗긴 것이다. 척화냐, 주화냐를 놓고 정쟁만 무성했던 와중에 정작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어지는 정보 전달체계가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1636년 12월6일. 청군은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질풍같이 내달렸다. 병자호란이 시작된 것이다. 모든 병력을 의주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대로(大路) 바깥에 위치한 산성들 속으로 집결시켰던 조선군은 청군의 침입 사실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했다. 청군이 조선군과의 접전을 피해, 곧장 서울로 진격하는 속전속결의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임진강 이북의 방어를 책임진 도원수 김자점(金自點)은 청군이 침입했다는 최초의 보고를 묵살하고 조정에 제때 알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적이 다가오자 싸우지도 않고 도주해 버렸다. 청군이 이미 개성을 지나 양철평(良鐵坪-지금의 은평구 녹번동)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월14일. 서울 도성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아이들과 노약자들, 부녀자들의 울부짖음속에 피란행렬이 줄을 이었고, 조정 신료들도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렸다. 인조는 왕실 가족들과 종묘에 모셔져 있던 역대 국왕의 신주(神主)들을 강화도로 먼저 옮기도록 했다. 이어 자신도 강화도로 들어가려 했으나 청군이 이미 김포에서 강화로 이어지는 길을 차단해 버렸다. 인조는 어쩔 수 없이 남대문까지 갔다가 강화도 행을 포기하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돼지´에게 무릎을 꿇다 1637년(인조 15년) 1월 중순. 준비 없이 들어왔던 남한산성의 상황은 참혹했다. 청군이 산성을 완전히 포위했고, 삼남으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를 차단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군량이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청군은 연일 서양식 최신 대포인 홍이포(紅夷砲)를 쏘아대면서 항복하라고 종용했다. 조선 조정이 목이 빠져라 고대하던 지원군은 오지 않았다. 혹독한 추위 때문에 동상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성을 지킬 의욕을 잃은 장졸들 가운데는 항복하자고 시위를 벌이는 자들까지 나타났다. 그 와중에도 신료들은 척화와 주화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인조는 눈물을 보이며 대책을 호소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1월26일. 강화도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청군은 바다에 익숙하지 못하여 수전(水戰)을 치를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강화도 조선군 지휘부의 방심이 불러왔던 결과였다. 청군은 이에 앞선 1월22일, 조선에서 노획한 선박에 홍이포까지 싣고 강화도에 대한 상륙작전을 벌였다. 조선군이 변변한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강화도는 함락되었고, 피란했던 왕실 가족과 중신들은 전부 포로가 되었다. 강화도의 함락 소식은 남한산성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 놓았다. 1월30일. 인조는 남한산성의 서문을 나와 현재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삼전도(三田渡)로 향했다. 이윽고 그는 높다란 수항단(受降壇) 위에 앉은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의 예를 바쳤다.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세번 큰절을 올리고, 한번 절할 때마다 세번씩 머리를 바닥으로 조아리는 오랑캐식 항복 예식이었다. 원래 조선의 지식인들은 홍타이지를 포함한 여진족들을 인간이 아닌 ‘금수(禽獸)’로 경멸했다. 일부 인사는 심지어 청 태종을 ‘황태극(皇太極)’ 대신 홍태시(紅泰豕)라고 불렀다.‘붉고 큰 돼지’란 뜻이다. 그런데 인조가 ‘인간’도 아닌 ‘돼지’에게 무릎을 꿇는 치욕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청 태종은 인조로부터 항복을 받은 뒤 사로잡은 포로들을 이끌고 철수길에 올랐다. 그러면서 인조에게 또 다른 다짐을 받아냈다. “내가 끌고 가는 조선인 포로들 가운데 압록강을 건너기 전에 도망치는 자는 불문에 부친다. 하지만 압록강을 건너 단 한발짝이라도 청나라 땅을 밟은 뒤에 도망쳐 오는 포로는 조선 조정이 도로 잡아 보내야 한다.” 무시무시한 약조였다. 날이 갈수록 영토는 넓어지는데 인구가 부족했던 청은 조선인 포로들을 보배로 여겼다. 그들은 훌륭한 노동력이자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청은 10만이 훨씬 넘는 조선인 포로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인조로부터 이같은 다짐을 받아냈던 것이다. 훗날 실제로 청에 끌려갔다가 탈출해 왔던 포로들은 이 ‘약조’ 때문에 청으로 다시 박송(縛送)되었다. 그리고 그 포로들은 청군에 끌려가 발뒤꿈치를 잘리는 혹형에 신음해야 했다. 호란 후에도 인조는 어렵사리 왕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조선인 포로들의 통곡소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누가 안추원의 비극을 책임질 것인가? 1664년(현종 5년). 항복 후 27년이 지나 한 남자가 청에서 도망쳐왔다. 마흔한살의 안추원(安秋元)이 그였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전 개성 부근에서 살았던 열세살의 소년 안추원은 가족과 함께 강화도로 피란했다. 하지만 이듬해 강화도가 함락될 때 그는 청군의 포로가 되었고, 선양으로 끌려갔다. 그는 선양에서 한족 출신 대장장이에게 팔린 신세가 되었다. 호란이 끝난 뒤, 포로로 끌려왔던 조선인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몸값을 치르고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하지만 안추원은 그렇지 못했다.1644년 명이 멸망하자 청은 베이징에 입성한다. 베이징을 새로운 수도로 정한 청 조정은 선양의 거주민들에게 베이징으로 이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스물한살이 된 안추원은 그의 주인에게 이끌려 베이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18년이 지난 1662년(현종 3). 서른아홉의 장년이 된 그는 조선으로의 탈출을 결행한다. 산해관(山海關)을 통과하여 만주 벌판을 가로질러야 하는 일생일대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산해관에서 청군에 붙잡히고 말았다. 베이징으로 송환된 그는 이마에 글자가 새겨지는 묵형(墨刑)에 처해졌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비원(悲願)은 처절했다. 다시 2년이 지난 1664년, 안추원은 마침내 청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정확히 27년 만의 귀향이었다. 그가 사선을 뚫고 조선에 도착했을 때 조정은 고민에 빠졌다. 여전히 조선인 포로들의 탈출을 금지하고 있던 청의 존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27년만에 목숨을 걸고 탈출한 자국 백성을 어찌 차마 돌려 보내겠는가. 청이 알까봐 쉬쉬하는 가운데 안추원은 내륙으로 옮겨졌다. 안추원은 고향을 찾았다. 하지만 고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병자호란으로 그의 가족은 풍비박산 나고 말았다. 목숨을 걸고 다시 찾은 고향이었지만 그는 당장 생계조차 막막했다. 조정은 그를 받아주었을 뿐 생계대책을 마련해 주지는 않았다. 귀향의 감격도 잠시 뿐 배고픈 그에게 아무런 피붙이도 남아 있지 않은 고향은 그저 또 다른 이역이었을 뿐이다. 안추원은 절망 끝에 베이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청으로의 귀환은 탈출보다 훨씬 위험했다. 1666년(현종 7). 그는 결국 고국을 탈출하려다 체포되었다. 체포된 이후 그가 어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다. 아마도 처형되었을 것이다.2번이나 탈출을 시도했던 그가 온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백성 도탄에 빠뜨렸던 김자점 영의정까지 올라 안추원의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하지만 위정자들의 오판에 떠밀려 나락으로 떨어진 그의 비극은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할까? 병자호란을 통해 수많은 ‘안추원’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비극’을 불러왔던 최고책임자인 인조는 왕위를 유지했고, 책임을 져야할 신료들의 상당수도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전쟁 발생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적과의 싸움마저 회피하여 국왕과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렸던 김자점은 인조 말년 최고위직인 영의정까지 올랐다. 오늘날. 병자호란의 참상을 떠올리면서 현실을 돌아본다. 꼭 10년전 ‘IMF 외환위기’가 불러온 칼바람 속에서 스러져갔던 수많은 민초들. 비극을 초래한 책임자들의 과실 또한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수많은 생령들을 도탄에 빠뜨려 놓고도 자신의 과실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들의 ‘무책임’은 시공을 초월하여 유전되는 것일까. 비극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내지 못하면 또 다른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소용돌이치고 정치권의 난맥상과 민생의 어려움 때문에 걱정이 쌓여가고 있는 오늘, 370년전 병자호란의 비극을 되돌아보는 마음은 여전히 착잡하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교수> ●필자 한명기 교수는 ▲1962년생 ▲1985년 서울대 인문대 국사학과 졸업 ▲1997년 서울대 대학원 국사학과 졸업(문학박사) ▲1998∼2001년 서울대 규장각 특별연구원 ▲현재 명지대 사학과 교수. 계간 ‘역사비평’ 편집위원 ▲논저 ‘임진왜란과 한중관계’(1999),‘광해군’(2000) 외 다수 ●청태종 송덕비(위 사진) 병자호란 이후 청이 조선에 강요해서 세운 청 태종 송덕비. 병자호란의 전말을 적었다. 사진은 일제시대에 촬영된 것으로 당시 경기도 광주군 중대면 송파리 삼전도에 있었다. 현재도 삼전동에 있으며 사적 101호로 지정돼 있다.
  • [오늘의 눈] 그들만의 국회/황장석 정치부 기자

    “예산이 남아 도느냐.(아이디 bimbi2006)”,“국민 혈세 이렇게 낭비하느냐.(qoral0425)” ‘국회의원들이 눈·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국회가 의원회관 현관(일명 정현문)에 1억 5000만원을 들여 차양(캐노피)을 설치하고 있다.’는 기사(서울신문 1월6일자 3면)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이다. 육두문자를 써가며 공사를 발주한 국회 사무처와 예산을 승인해준 의원들을 욕하기도 했다. 일부 국회 직원들까지 기자에게 “설마 그런 어처구니없는 공사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빗발치는 비난에도 불구,9일 현재 공사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사무처의 김태랑 사무총장은 지난 8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여론과는 관계 없이 이 시설물은 꼭 설치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바닥이 화강암으로 돼 있어서 눈·비가 올 때는 굉장히 미끄럽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주요 공공기관 가운데 외부의 감사를 받지 않는 유일한 기관이다.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예산을 스스로 편성·승인·집행한다. 자체적인 감사 외엔 외부의 감시가 없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윤리의식과 자체정화 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하지만 지난달 여야가 2007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보여준 행태는 그런 요구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국민을 위한 복지예산은 대폭 깎았고, 자신들을 위한 예산은 지난해보다 증액된 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대표적인 게 의원들의 해외시찰 등을 지원하는 의원외교 예산이다.‘외유성 시찰’이 적지 않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9억 6200만원이었던 의원외교 예산은 71.6%나 늘려 50억 8300만원을 배정했다.‘의원 전용 차양’ 설치와 마찬가지로 ‘사무처가 제안하고 여야가 눈감아주는 절차’였다.‘출산·양육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10억원 중 절반을 도려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황장석 정치부 기자 surono@seoul.co.kr
  • [책꽂이]

    ●글로벌 리더(남상훈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외국생활을 할 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려 하기보다는 한국인끼리 어울리는 등 현지문화와 동떨어진 문화적 ‘게토’ 속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문화충격은 피할 수 있지만 배우는 게 별로 없게 된다. 저자(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는 이(異)문화 적응능력이야말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역량, 즉 글로벌 컴피턴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문화다양성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 역(逆)문화 충격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제시.1만 2000원.●주석달린 셜록 홈즈1(레슬리 클링거 지음, 승영조 옮김, 북폴리오 펴냄) 영국 추리소설가 코넌 도일의 작품 ‘셜록 홈스’를 방대한 주석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꾸민 책.‘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보스콤밸리 사건’ ‘푸른 석류석’ 등 24편의 작품에 1000여개의 주석을 붙였다. 주석을 단 클링거는 ‘셜로키언’(셜록 홈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 모임인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의 회원으로 ‘셜록 홈스’의 권위자.‘셜록 홈스’가 영국에서 처음 연재될 당시 곁들여졌던 시드니 패짓과 W H 하이드 등의 초기 삽화들도 실렸다.3만 8000원.●25시(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 지음, 이선혜 옮김, 효리원 펴냄) 정식 계약본으로 재출간된 게오르규의 장편소설.1916년 루마니아에서 정교회 신부의 아들로 태어난 게오르규는 조국이 구소련의 위성국이 되자 프랑스로 망명, 평생을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살았다.1949년 발표된 ‘25시’는 평범한 시골농부 요한 모리츠가 겪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통해 극단적 관료주의의 횡포와 인간소외를 고발한 작품이다. 게오르규는 내전과 분단의 아픔을 겪은 한국을 사랑해 6차례나 찾은 친한파 작가. 전2권 각권 9800원.●이런 집에 살고 싶다(변상태 지음, 정음 펴냄) 인간은 세번 집을 바꾼다고 한다. 어머니 양수 속이 첫번째 집이요, 삶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대지 위의 집이 두번째이며,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영혼의 집이 그 세번째다. 이 책은 저자(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의 전원주택 세이재(洗耳齋, 귀를 씻는 집) 이야기. 오랜 투병생활을 한 아내를 위해 특별히 고안한 ‘순정의 공간’이 인상적이다.1만원.
  • “담력 키우려” 살인한 어이없는 엽기 10대들

    “아니 이럴수가! 겨우 그같은 이유 때문에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아버리다니” 중국 대륙에 10대 후반의 소년들이 에멜무지로 택시 운전사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어처구니 없는 강력 범죄사건이 발생,충격을 주고 있다. 화서도시보(華西都市報)는 중부 쓰촨(四川)성 다주(大竹)현 공안 당국이 지난 10월3일 발생한 택시 운전기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잡고보니 10대 소년 2명이었는데,이들 용의자가 운전기사를 잔인하게 살인한 이유가 단지 “담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진술하는 바람에 인명 경시풍조의 만연에 충격을 받았다고 27일 보도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강력사건의 용의자는 10대 후반의 고등학교 2년생 펑화(馮華·가명)과 백수건달 펑빈(馮賓·가명) 등 2명.‘재미삼아’ 학교에 다니는 펑화가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건달 펑빈과 통을 짜고 시내 곳곳을 쏘아다니며 온갖 나쁜 짓만 저지르는 ‘인간 쓰레기’들이다. 살인 사건은 지난 10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국경절(國慶節) 연휴기간(1∼7일)이어서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생활의 피로를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날 때였지만,‘집에서 내놓은 자식들’인 이들은 할일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머니 속에 샐닢 한푼도 남아 있지 않은 적수광권이어서,즐거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상대적 박탈감만 느끼며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에 화가 난 이들 두 사람은 유흥비를 마련,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크게 한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이날 저녁 펑화와 펑빈 두사람은 현금을 비교적 많이 갖고 다니는 택시 운전사를 타겟으로 삼았다.해서 무작정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탄 이들은 한탕하기 쉬운 한적한 시외곽으로 가자고 말했다.2㎞쯤 갔을 때 택시의 뒷좌석에 있던 이들은 갑자기 강도로 돌변,돈을 내놓으라고 운전사를 욱대겼다. 당시 운전기사가 갖고 있던 780위안(약 9만 3600원)을 턴 이들은 또다른 생각이 떠올랐다.어차피 살려두면 신고를 해 철창신세를 지는 후환이 있을 수 있고,앞으로 ‘큰 일’을 하려면 이 참에 담력을 키워야 된다고 판단해 택시 운전기사를 살해해 내다버리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됐음을 확인한 순간,곧바로 실행해 옮겨 운전기사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실체를 인근 야산으로 싣고 가 그대로 암매장해버렸다. 하지만 이들의 ‘시체처리 솜씨’가 별로 좋지 않았던지,다음날 오전 9시쯤 밭일을 나가던 농부가 이를 발견해 공안(경찰)당국에 신고하는 바람에 이들은 공개수배당하는 처지가 됐다. 수배된지 3개월여가 지난 이달 18일,펑화는 학교에서 붙잡히고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로 달아났던 펑빈도 연락받은 현지 공안에 덜미를 잡혔다. 공안 당국의 조사결과 이들은 처음에는 택시 운전사를 죽이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후환도 두렵고 ‘앞으로 큰 일을 하려면 담이 커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담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일부러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문초하던 공안을 경악케 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경찰관이 치정 방화

    현직 경찰관이 호프집에 불을 질러 업주 등 4명이 화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문제의 경찰관이 소속된 전주 덕진경찰서는 연이은 자체 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어 근무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오후 10시15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S호프집에서 전주 덕진경찰서 수사과 강력2팀 소속 유모(43) 경사가 페트병에 미리 준비한 휘발유 1.8ℓ를 가스난로 주변에 뿌려 불이 났다. 현장 목격자들은 유 경사가 “이게 휘발유다.”며 고함을 지르며 가스난로 주변에 휘발유를 뿌리자 옆에 있던 종업원이 말리는 과정에 가스난로에 불이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불은 건물 내부 일부를 태우고 10분 만에 진화됐지만 난로 옆 테이블에 있던 업주 김모(43·여)씨와 종업원 오모(40)씨, 손님 이모(51)씨 등 3명이 전신에 1∼3도의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이 가운데 오씨는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어 서울 화상전문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경사는 화재 직후 현장에서 도망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동료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유 경사가 내연의 관계인 업주 김씨가 남자 손님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격분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이 사건과 관련, 전북지방경찰청은 22일 지휘 책임 등을 물어 이명섭(60) 덕진경찰서장과 수사과장, 강력팀장 등 5명을 직위해제했다. 후임 덕진경찰서장에는 전북경찰청 하태춘 경비교통과장을 임명했다. 한편 덕진경찰서는 연이은 자체 사고로 고사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14일 새벽에는 조모(47) 경위가 전북 완주군 주택가에서 음주운전을 한 뒤 이웃주민과 시비를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조 경위는 이때 혈중알코올 농도 0.135%의 만취상태였다. 앞서 지난 3월11일에는 이모(40) 경사가 경기도 용인경찰서에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100만원권 수표 1장을 받아 사용하다 파면됐다.또 지난 2월25일에도 모 지구대 B(42) 경장이 화재사건 피해자 C(33·여)씨를 집에서 성추행한 혐의가 드러나 파면되기도 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데스크시각] AI가 주는 교훈/임송학 지방자치부 부장급

    2003년 전국을 긴장시켰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3년여만에 다시 발생했다.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매우 높고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AI 백신과 치료제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1억달러를 들여 2000만명분의 백신과 8100만명분의 약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미 보건당국은 지구촌 한 곳에서 AI가 발생한 뒤 2개월 이내에 미국으로 전파돼 최대 200만명이 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인들이 어떻게 AI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의학적, 사회적, 경제적 파장이 달라질 것이라며 가정 기업 학교 주정부 연방정부가 할 일들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았다. 태국은 가금류 폐사 사실을 제때 신고하지 않은 농장주를 징역형에 처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 AI확산을 막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조류독감 대비 태세는 사후약방문격이다. 폐사 신고를 받아 고병원성으로 밝혀지면 대량 살처분하는 방법으로 확산을 막는데 주력할 뿐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조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AI발생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새가 오염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한 인과관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갖 오해와 억측, 불신과 착오가 발생하고 국민들에게 공포심만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허술한 신고·감시체계도 문제다.AI를 진단할 수 있는 기관이 전국에 44곳이나 있지만 예방활동보다는 농가의 폐사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들도 폐사한 닭을 가지고 안양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직접 찾아가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염성이 강한 오염원이 무방비상태로 전국을 휘젓고 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농가들의 직접 검사의뢰를 받지 않고 자치단체를 경유하도록 하는 제도보완이 시급하다. 이번 AI방역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농업통계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통계는 국가발전과 올바른 정책결정에 기초가 되는 무형의 인프라다. 그런데도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 닭을 살처분하기로 했지만 농림부, 전북도, 익산시가 내놓은 통계가 서로 달라 큰 혼선을 빚었다. 선진국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세계 농산물의 작황을 검증하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우리의 통계 실정을 생각하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권주자와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현장방문도 도움이 되기보다는 폐가 됐다는 지적이다. 자치단체의 한 공무원은 “높은 분들의 위문이 오히려 폐문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방문이 있을 때마다 AI확산방지에 주력해야 할 자치단체의 행정력이 얼마나 허비되는지 헤아렸어야 할 것이다. AI확산방지를 위해 많은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했지만 일부 고위공무원들의 사려깊지 못한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AI방역대책본부장인 전북도 행정부지사 등 전북도와 김제시 간부들이 AI비상령속에 지난 16일 골프를 즐겨 빈축을 샀다. 이들이 골프를 즐기는 시간에도 익산시와 김제시 2400여 하위직 공무원들은 강추위속에 비상근무를 했다. AI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국제기구와 선진국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짐작할 수 있다. AI가 국가적 재앙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자치단체, 학계·업체·농가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임송학 지방자치부 부장급 shlim@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한번 웃자고 하는 말

    [한승원 토굴살이] 한번 웃자고 하는 말

    ‘한번 웃자고(笑呵) 하는 말이다.’‘하하하(呵呵呵)’ 이 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이나, 조희룡의 짧은 산문들 속에서 발견되는 말이다. 그 글들은 그분들이 늘그막에 들어서 쓴 것들이다. 그런데, 한번 웃자고 한 말들이라지만 그냥 웃자고 한 소리들만은 아니다. 옥편에서 ‘가(呵)’를 찾아보면,‘꾸짖을 가’이기도 하고,‘깔깔 웃을 가’이기도 하다. 거기에서는 ‘희롱’(戱弄-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려댐)이 담겨 있다. 늙은이들의 희롱은 그냥 희롱이 아니다. 상대를 꾸짖는 뜻이 담겨 있고, 거기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희롱하는 뜻이 담겨 있고, 스스로의 삶 즐기기가 담겨 있다. 풋 늙은이인 나도 그분들처럼 이 해 마지막 달력장을 앞에 놓고, 한번 웃자고 하는 말을 하고 나서 망년(忘年)하고자 하니, 혹 망령(妄靈)이 나 있다고 흉허물하지 않기 바란다. 얼마 전,‘우리가 멈추면 세계가 멈춘다!’는 말을 앞세우고, 자기 화물차를 세워놓고 시위를 한 사람들은 그들 일부는 고속도로를 막고 몽둥이를 들고 시위를 했고, 자기들의 뜻에 반하여 움직이는 물류 화물차들에 불을 질렀고 운전자들을 끌어내려 두들겨 팼다. 그 때문에 망가진 화물차의 수가 70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차들을 훗날 마음 넉넉한 당국이 모두 보상해주었다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반대자들은 ‘미국의 강압에 대한민국이 망가진다.’면서 하필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필사적으로 시내 교통을 마비시키면서 몽둥이를 들고 시위를 했다. 언론은 물류유통의 멈춤으로 인하여 나라경제가 금방 찌그러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지만,FTA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때껏 언급하다 하다 지친 것인가. 그 무렵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 노약자 석을 차지한 ‘무소유의 천사’ 두 사람이 ‘말’을 허공중에 띄우는 희롱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FTA 반대꾼들이 미국으로 시위 원정을 갔다는 뉴스를 듣고 나는 바짝 긴장을 했다고. 우리 시위꾼들은 미국에 가서 과연 시위를 할까. 미국 경찰은 그 시위를 허락할까. 만일 시위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 시위꾼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대한민국 땅에서 하듯이 몽둥이를 들고 막는 경찰들을 두들겨 팰까…. 손에 땀을 쥔 채 조마조마하면서 뉴스 시간을 기다렸지. 그런데 막상, 브라운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평화로웠어. 우리 사랑하는 시위꾼들은 몽둥이를 들지도 않았고, 화염병을 던지지도 않았고, 차도를 점령하지도 않았어. 영문으로 쓴 피켓 한 개씩을 들고 아주 다소곳한 모습으로 시위를 했어. 그런데 그 평화로운 시위를 보는 내 심사는 허망하고, 슬프게 비틀리고 있었어. 우리 시위꾼들은 왜 대한민국 땅에서 하듯이 거친 본성을 드러내지 않고, 그렇게도 평화롭게 시위를 했을까. 아, 미국이 무섭기는 무서운 나라인 모양이다.” “그야 뻔할 뻔자지. 미국에서는, 경찰이 시위를 허락하면서 정해놓은 구획과 선(법) 밖으로 시위꾼들이 만일 한 발짝만 벗어날 경우 사정없이 파김치가 되도록 두들겨 패버린다. 두들겨 맞은 시위꾼들이 항의를 해도 소용없어. 법을 어겼기 때문에 법에서도 나 몰라라 한단 말이여. 미국이란 나라는 법으로만 똘똘 뭉쳐진 나라 아닌가. 미국에서는 함부로 땅에 떨어진 휴지를 못 줍는다. 청소부가 자기들의 사업 영역을 침범했다고 신고를 해 버리면 휴지를 주운 사람이 꼼짝없이 벌금을 물게 되니까.” “에끼 순!” 한쪽 천사가 어처구니없어 하자 다른 천사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법다운 법도 없고, 그어놓은 선도 없어. 대한민국 경찰은 사정을 두고 막는 체할 수밖에 없는데, 그 까닭은 여차하면 나중에 과잉 진압했다고 오히려 처벌을 받기 때문이여. 반대로, 과잉 진압을 하도록 충동질해 가지고 두들겨 맞은 시위꾼은 영웅이 되는 거라. 남보다 앞장서서 투쟁하곤 한 영웅은 자기들의 선거철에 노조 간부로 당선되고, 일단 그렇게 되면 귀족처럼 그랜저 굴리면서 살 수 있고,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시위는 일종의 신분상승 수단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여.” 한 천사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하긴 그 말이 맞네. 대한민국에서의 시위는 과격하면 과격할수록 언론이 보도를 더 크게 하는데, 시위꾼들은 그것을 여론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더라고. 여론화되면 정부쪽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시위꾼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시위는 의사 표시의 차원이 아니고 의사 관철의 차원이다 이거야. 그야말로 법은 없고 주먹하고 몽둥이만 있는 원시지대인 것이지.” “아이고 법이 법답고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사람다워야 따르지.” 천사들이 희롱하는 말 때문에 속으로 슬퍼하면서 웃고 또 웃었다. 아, 송년하지 말고 망년(忘年)하자, 가가가(呵呵呵).
  • [사설] 수능성적 사전 유출 책임 물어야

    수학능력시험 발표일을 하루 앞두고 수능채점 결과가 한 입시학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언어, 수리 등 5개 영역의 등급을 나누는 표준점수는 물론 도수분포의 상세자료가 공개됐다. 지난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문제 학원은 사실 여부를 묻는 문의가 폭주하자 1시간만에 홈페이지에서 이를 삭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공신력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국가기관의 고사 결과가 일개 사설 학원을 통해 사전 유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육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경위를 철저히 가리고, 또 책임을 묻는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야 할 것이다. 개인별 수능 결과가 통보됐고, 특별히 불이익을 당한 수험생이 없다는 이유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안일한 관리 체계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해당학원은 문제가 커지자 몇몇 일선 학교를 통해 자료를 구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또 교육부는 사전 이해를 돕기 위해 발표 하루전 출입기자들과 일부 사설학원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전 브리핑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선 유출경위를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학원이 일선학교는 물론 교육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입증됐다. 어떤 경로라 할지라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정보를 유출하는 과정에서 금전 등의 검은 거래가 있었다면, 엄정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차제에 일선 교육청과 학교에 대한 관리와 감독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길 당부한다.
  • [발언대] 초·중등 과정에서 ‘논술’ 교육하지 말라/김미선 국어논술학원장·미네르바 독서문화연구소장

    본인은 2002학년도부터 강남에서 국어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불고 있는 ‘논술 광풍’은 본인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대학 당국이나 교육부, 그리고 사설논술학원 등 각 주체가 만든 이해관계의 그물 속에서 오로지 학부모와 학생만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지난달 22일자 신문에서 ‘초·중등 과정에 논술교육을 실시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초·중등의 교과과정에 논술 문항을 삽입하고 고등작문 시간에는 ‘논술’단원을 두겠다는 게 그 요지이다. 여기에 교사 5명이 연구팀을 꾸려 신청하면 500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내용도 붙어 있었다. 교육부가 이러한 기현상의 중심에 서 있다는 확신을 주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초등 논술 필요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지금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논술이 ‘입시논술’이라고 한다면 엄밀히 말해서 특히 초등과정에서의 논술교육은 별 의미가 없다. 입시논술은 고등교과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고전과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자신의 배경 지식과 가치관을 주체적이고 독창적인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에 그 주안점이 있다. 요약하면 묻는 문제에 논리적으로 답하기이다. 이는 초·중등교과의 매 단원에 이미 ‘학습활동’이나 ‘심화문제’ 따위를 통해 녹아 있다. 문제는 현행 교육행정이 성적 산출 위주로 되어 있어서 ‘토론해 보자.’식의 문항을 아예 무시하고 그냥 넘어가는 데에 있다. 제7차 교육과정의 훌륭한 문제의식과 교과내용을 그대로 둔 채 ‘입시를 염두에 둔’ 논술내용을 새로 마련한다는 것이 뜬금없다. 마치 이전에는 논술 관련 내용이 전무한 것인 양 논술을 추가하겠다는 것과 같다. 현재 일선 고교에서 작문은 구박덩이 선택 교과목이다. 거기에 한 단원을 추가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는 논술을 단순히 서론-본론-결론을 써 내는 쓰기과목으로만 인식한 오류이기도 하다. 논술은 단순한 ‘주장하는 글’이 아니다. 그것은 형식에 불과하며, 폭넓은 독서를 통한 간접 체험과 다양한 현장체험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내면화된 논술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각 단계마다 입시논술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철학이 부재한 교육정책이다. 지금도 고등학교 사회나 윤리교과서에서 출제되고 있는 논술문제는 이미 일정 수준을 성취한 단계이다. 그런데 오히려 교육부가 입시 위주로 가겠다고 아우성치는 꼴이다. 또, 사교육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그 가상함에도 불구하고 대학 당국이나 논술학원이 생성해 낸 ‘사회문제’를 역으로 교육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강조하건대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그 중심에 서서 일관된 교육 철학으로 국가의 교육을 주도해 나가야 할 교육부의 처사로는 온당치 못하다. 그동안 상위 소수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초·중등 대상의 논술은 이제 필수 교과목이 될 것이고, 학부모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등논술, 중등논술이라는 말에도 주의를 주고 싶다. 이들 용어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이다. 먼저,‘정서적 읽기’에 우선되는, 논리성을 강조한 논술교육은 기형적인 인간형을 만들며 입시든 인성 교육의 차원이든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장에서 접했던 ‘논술형 초등생’은 분석적이고 객관적이어서 문학작품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책을 싫어하게 될 확률도 높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주인공과의 동일시를 체험하고 울고 웃는 모습은 그 다음 단계의 교육을 수월하게 한다. 이 과정이 생략된 논술 교육은 속 빈 강정이다. 두 번째는 말의 힘이라는 측면에서이다. 초등논술, 중등논술이라는 말이 이미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보다 폭 넓은 독서와 문화를 체험하게 하겠다는 취지의 사교육 영역의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수없이 쏟아지는 광고와 기사에서 심심찮게 보는 ‘초등논술’이라는 말은 없는 개념을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를 논술 광풍에 휘둘리게 하는 보이지 않는 복병이다. 김미선 국어논술학원장·미네르바 독서문화연구소장
  • ‘뉴라이트’ 교과서 논란

    ‘뉴라이트’ 교과서 논란

    신우익(뉴라이트) 단체로 알려진 ‘교과서포럼’이 만든 대안 교과서가 5·16과 유신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하나의 편향이라는 비판 속에 유신 체제의 피해자와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은 독재 반대 및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교과서포럼은 29일 고등학교 2학년 선택과목인 ‘한국근현대사’의 대안 교과서 최종 편집본을 공개했다. 교과서를 보면 5·16을 ‘5·16혁명’으로 표현하면서 “5·16은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새로운 대안적 통치집단 등장의 계기가 된 사건이다. 군사정부는 강한 추진력으로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현재 일선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과서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표현하고 있다. 교과서에는 또 1961년 생긴 경제기획원에 대해 “이전에도 비슷한 기구들이 있었지만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경제기획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정부의 추진력 덕분”이라며 고 박정희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유신체제와 관련해서도 “권력구조적 차원에서 영도적 권한을 지닌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보장하는 체제인 동시에 행정적 차원에서는 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한 국가의 자원동원과 집행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라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발전과 중앙권력으로부터 광주 지역의 소외가 누적된 탓”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는 “‘서울의 봄’을 좌절시킨 신군부 강압정치에 끝까지 저항한 운동”이라고 표현한 현재 교과서와 크게 다른 해석이다. 이에 대해 민주화 관련 시민단체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 박제민 사무국장은 “일본 우익이 전범을 미화하는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살인정권을 찬양하고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산화한 열사들을 매도한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흘린 피땀으로 일군 체제를 모두 부정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조진태 사무처장은 “(5·18의 원인으로 제시한)호남 지역의 소외 누적이 하나의 내적 동기는 될 수 있어도 그 자체만으로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편협하다.”면서 “신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는 부분이 빠진다면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정치적 이념에 따른 편향된 시각을 문제로 지적했다. 중앙대 사학과 권중달 교수는 “대안 교과서는 기존의 편향에 대한 반작용으로 또다시 편향된 면이 있다. 지금처럼 이념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올바른 역사가 나올 수 없다.”면서 “최근세사는 역사학회에서 정치와 독립적으로 순수하게 토론을 거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역사철학부 박찬순 교수도 “교육에는 일관성이 필요한데 하루 아침에 내용을 바꾸면 국민들의 혼란을 조성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의사표시를 위해 시중에 배포하는 것은 자유지만 교과서로 채택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로 검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서포럼은 30일 서울대 사범대에서 ‘제6차 심포지엄’을 열어 찬반 의견을 수렴한 뒤 수정 작업을 거쳐 내년 3월 출간할 계획이다. 교수를 중심으로 12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교과서포럼은 현재 쓰이고 있는 역사교과서 내용을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이 포럼 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사범대)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후세들이 배우기에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에서 대안 교과서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천 박정경기자 patrick@seoul.co.kr
  • [오늘의 눈] 갈지(之)자 주택정책/류찬희 산업부 차장

    누구나 샤워를 하다가 예상치 못한 찬물이나 뜨거운 물이 나와 손잡이를 확 돌리거나 닫아버린 경험이 있을 게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제대로 샤워를 끝내지도 못하고 샤워실을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정책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고도 장기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면 애초 목표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랬다저랬다 하다 보면 정책의 신뢰성만 떨어지고 ‘갈지(之)자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주택공급제도가 그렇다. 장기 플랜이 없고, 어렵게 세운 정책도 이리저리 휘둘린다. 정치권·시민단체·언론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너무 흔들린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그렇고 누더기처럼 변한 청약제도도 매 한가지다. ‘11·15대책’을 발표한 지 며칠 됐다고 정부는 신도시 아파트 공급 일정과 목표를 놓고 또 왔다갔다한다. 애당초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놓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의아심이 들 정도다. 정부 스스로 세운 로드맵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나왔다. 아파트 후분양제도는 꽃도 피기 전에 비바람을 맞고 있다. 후분양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끌어내리고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자는 차원에서 나왔다. 그런데 신도시 아파트 공급(분양 시점 기준)일정을 앞당기려고 후분양제 확대 적용을 미루려는 움직임이 있다. 무주택자들의 입주 일정은 전혀 바뀌지 않는데도 선분양이니 후분양이니 하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판교 신도시에 적용했던 채권입찰제도 역시 갈대처럼 흔들린다.‘로또’ 당첨자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려고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채권을 쓰다 보면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책정돼 정부가 거품 가격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비난을 받자 손을 댄다고 한다. 개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발 이익 귀속 주체를 명확하게 밝혀낼 수 있는 제도 마련은 뒷전이다. 오락가락 주택정책은 찬물 나온다고 갑자기 뜨거운 물로 바꾸다가 샤워를 망치거나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정책 당국자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류찬희 산업부 차장 chani@seoul.co.kr
  • 청년구직자 두번 울린 ‘서울산업진흥원’

    서울시가 청년 구직자 해외취업 지원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했다가 결국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등 파행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 희망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실적 부풀리기 목적이 더 컸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산하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을 통해 ‘두바이호텔 취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호텔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것으로,70명 모집에 전국에서 176명이 지원했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8월에 최종 합격자가 결정됐다.SBA 권오남 대표이사는 “청년 구직자들이 두바이 지역 최고급 호텔 근무를 통해 국제적인 호텔리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서울시는 이들이 현지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하게 될지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합격자들이 출국에 앞서 현지 교민들과 여행객들을 통해 알아 본 결과 호텔의 월 급여는 고작 25만∼35만원에 불과했다.서울시는 취업 알선업체의 제안서에 나온 ‘현지에서 생활 가능한 급여 제공’이란 문구만 믿고 이에 대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출국을 포기하는 합격자들이 이어지자 그제서야 현지 공관 등을 통해 조사에 나섰고 결국 사업 시작 5개월 만인 지난 3일 사업포기를 결정했다.합격자 최모씨는 “시험에 붙기 위해 두 달 동안 다섯 차례나 회사에 비번을 신청해 직장 상사의 눈총을 받는 등 힘들게 버텨 왔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겨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지방 출신의 다른 합격자는 “급여수준이 낮더라도 서울시가 사업을 계속 추진했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지 조사가 늦었던 것을 인정한다.”면서 “늦었지만 해외에 나가 피해를 보는 국민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에 사업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영화 ‘사랑따윈… ’의 김주혁·문근영이 말하는 사랑

    영화 ‘사랑따윈… ’의 김주혁·문근영이 말하는 사랑

    “사랑 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하는 두 사람이 있다. 가슴 속에 큰 상처를 가진 이들의 마음은 이미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져 있다. 아픔을 가진 공통점으로 묶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듬으면서 결국 “사랑은 내게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는다. 사랑에 상처받아 사랑을 거부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원하는 두 남녀를 담은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제작 싸이더스FNH·9일 개봉)의 시사회가 지난 3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어진 간담회에는 이철하 감독과 두 주연 김주혁과 문근영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낱낱이 벗겨냈다. # 절실한 사랑을 향한 멜로 “재미있게 촬영을 했고, 후회없이 즐겁게 찍었다.”고 제작소회를 밝힌 이 감독은 “영화의 제목은 ‘사랑따윈 필요없어’이지만 이는 반어적인 표현일 뿐, 영화를 보고 사랑했을 때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클럽의 ‘넘버원 선수’ 줄리앙(김주혁)은 어마어마한 빚을 한달 내에 갚아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죽은 친구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행세를 하며 친구의 동생 류민(문근영)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냉정한 줄리앙과 차가운 류민은 서로를 냉대하다가 결국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흐름은 다소 뻔하지만, 마치 멋진 사진 한 장, 광고의 한 장면을 보는 것같은 서정적이고 차분한 화면은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다.“밝고 화사한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둡긴 하다.”고 설명한 이 감독은 “특히 클로즈업을 사용해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세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 원작과 다른 잔재미를 더해 같은 제목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원작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중요한 에피소드는 가지고 오되 재해석하려고 노력했다. 과도한 앵글이나 과장된 액션은 가급적이면 절제하며 다소 고집스럽게 찍었다.”고 했다. “비교하면서 평가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영화로 평가해 주길 바란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사실 원작을 끝까지 보지 않았어요. 연기를 구속할 것 같아서요. 솔직한 감정으로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호스트’라는 직업을 소화하기는 힘들더라고요.”(김주혁) “누군가처럼 멋지거나 똑같은 연기를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해요. 스스로 느끼고 연기하려 노력했죠.”(문근영) 다소 결말이 모호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감독은 “본 그대로, 느낀 그대로가 정답”이라고 일축했다. # 비극이 아닌 사랑의 완성 하지만 멜로 라인에 키스신이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사실은 애정 신이 있었다. 고민한 끝에 결국 편집했다.”는 것이 이 감독의 답. 김주혁이 “네티즌이 무서워서…. 오래 연기하고 싶었다.”고 하자, 문근영은 “저도 무서운 분이 있어서….”라며 귀여운 익살을 부렸다. 그럼, 이들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작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사랑 앞에서 극도로 소심한 광식이를 연기했고, 이번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김주혁은 적어도 둘 다 자신의 모습은 아니란다.“연애에 능숙하지 않아요. 그저 어처구니 없이 즐겁게 해주는 식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때는 광식이에 가깝죠.” “류민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류민이 된 내 모습을 누군가가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관객도 시선을 바꿔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영화로 봐주었으면 해요.”(문근영) 영화의 잔재미 하나.“마지막까지 영화를 책임지고 싶었다.”는 이 감독이 가수 보아가 부른 엔딩곡 ‘선샤인’의 가사를 직접 만들어 붙였다.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이 담겨 있다니, 영화가 끝난 뒤 노래를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새영화] ‘잔혹한 출근’

    주식투자로 가진 돈을 몽땅 다 털린 실직 가장. 이 모든 사실을 가족들에게 감쪽같이 속여온 남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채 이자를 갚기 위해 급기야 여고생을 유괴한다. 유괴범 딱지를 붙인 것보다 기가 막힌 건 오히려 그 다음이다. 여고생의 몸값을 받아내기도 전에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의 딸이 유괴된다. 새달 2일 개봉하는 ‘잔혹한 출근’(제작 게이트픽쳐스)의 이야기 얼개는 이의를 달지 못하게 기발하다. 유괴범이 자신의 딸을 유괴당해 벌이는 해프닝이라면 드라마 전복의 묘미만도 기준치 이상은 녹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충무로가 인정한 애드리브 스타 김수로가 주연했다면 기대치는 더 솟을 수밖에. 그러나 영화는 기대감의 수위를 ‘대략난감’으로 꺾어내린다. 유괴 소재의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영화는 김수로에게 끊임없이 코미디를 요구하는 반면, 정작 그는 희극배우의 전력을 털어버리려 안간힘을 쓰는 듯한 불균형이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배우와 영화의 목적의식이 엇박자를 타는 어정쩡한 코믹 서스펜스물로 주저앉고 말았다. 사채 이자에 허덕이는 동변상련으로 가까워진 두 남자 동철(김수로)과 만호(이선균)가 어린 여자아이를 유괴했으나 아이의 부모가 협박전화를 받지 않는 바람에 첫 작전은 실패한다. 다시 여고생(고은아)을 납치했지만, 난데없이 동철의 딸이 유괴당해 일이 엉뚱하게 꼬여간다. 이중유괴라는 희소성 높은 소재를 내세운 영화는 스릴러물 치고는 비교적 단순한 인물구도를 택했다. 경찰에 쫓기는 두 남자, 이들을 뒤쫓는 사채업자(김병옥), 뒤늦게 진한 부성애를 드러내는 유괴된 여고생의 부자 아빠(오광록)가 그들. 실업문제가 빚은 사회적 부조리를 에둘러 고발하려는 여유는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다. 하지만 ‘김수로 표 코미디’에 연연하는 전반부와 유괴범과 경찰, 사채업자의 쫓고 쫓기는 과정에 집중한 후반부는 따로국밥이다. 코미디와 스릴러가 유기적으로 고리를 엮지 못하는 요령부득의 한계를 빤히 드러낸다. 기자시사회 무대인사에서 김수로는 “내가 추구한 코미디”라고 자신있게 영화를 소개했다. 주특기인 애드리브를 최대한 차분히 구사하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긴 했다. 그러나 그가 추구했다는 코미디의 정체는 영화 속에서 끝내 오리무중이다. 김태윤 감독의 장편 데뷔작.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스웨덴식 복지 패배 아닌 승리”

    “스웨덴식 복지 패배 아닌 승리”

    지난달 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자, 한국에서는 유럽식 사민주의 복지모델이 드디어 파탄났다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런데 정작 스웨덴을 공부한 학자들은 보수언론이 주도한 얄팍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번 기회에 스웨덴 모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요청에 ‘오해의 결이 워낙 두껍게 쌓여 있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조차 모르겠다.’(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다 안재흥 아주대 교수가 아예 ‘2006년 스웨덴 총선 결과의 해석-스웨덴 모델의 특성과 신정치의 아이러니’라는 글을 본지에 보내왔다. 이번 스웨덴 총선의 전말과 의미를 분석한 글이다. 안 교수는 서강대, 미시간대를 거쳐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유럽 사민주의를 연구한 정치학자다. ●스웨덴 총선결과는 ‘시장의 완패’ 환호성의 배경에는 ‘사민당 패배=스웨덴 모델의 패배=시장의 승리’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이번 총선결과가 외려 스웨덴 모델의 철저한 승리라 분석한다. 이번에 승리한 보수당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같은 부자당·친기업당의 단골 메뉴인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가 창당 이래 최대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세안을 던져버리고 스웨덴 모델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끝에 승리했다. 보수당마저 스웨덴 모델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서야 집권할 수 있었으니 스웨덴 모델의 진정한 승리가 아니냐는 얘기다. 거꾸로 사민당의 패인은 실업과 복지같은 좌파적 이슈를 외면하고 ‘성장’,‘균형예산,‘물가안정’ 같은 우파 레퍼토리만 읊어댔다는 데 있다. ●사민당 패배는 복지개혁의 아이러니 안 교수는 이를 신정치, 즉 비난회피정치의 아이러니로 봤다. 세계화 시대 새로운 정치는 복지국가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는 총대를 누가 메느냐다. 복지혜택자들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위험은 크다. 이 비난을 피하는 데 사민당은 일단 유리하다. 최소한 ‘사민당이라면 엉뚱한 짓은 안 하겠지.’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게 바로 감세안처럼 급진적 처방을 내건 보수당이 대패하고 사민당이 계속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게 이번 총선에서 역전됐다. 사민당은 1994년 재집권한 뒤 보편적 복지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개혁을 진행하면서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까지 이뤄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완전고용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이런 성과만 강조하다 보니 신자유주의적으로 비쳐졌고,‘그래도 스웨덴 모델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약속한 보수당보다 더 반노동자적으로 인식된 것이다. ●‘극적인 전환’은 없다 그렇기에 안 교수는 ‘사민당의 우향우, 보수당의 좌향좌’ 현상이 이번 총선에서 두드러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극적인 전환’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웨덴 정당사에서 이런 유연함은 언제나 있어왔다는 것이다.20세기 초 노조를 기반으로 집권한 사민당은 외려 “정치권력을 장악했으니 이제 민간기업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한걸음 물러선 뒤 법인세 감면, 임금억제 등 온갖 투자유인책을 마련했다. 동시에 우파인 자유당은 스웨덴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유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임노동자기금’(이윤의 일부를 주식 형태로 노조에 줘 소유집중을 완화하자는 방안)을 제일 먼저 구상했던 정당이다. 스웨덴 총선에서 진정으로 배울 것은 현실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정당의 이런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