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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核… 核… 정신나간 美공군

    미군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가 실수로 핵미사일 5기를 실은 채 통제도 받지 않고 3시간 넘게 미 대륙을 종단비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2001년 9·11사태 이후 미국이 핵무기나 핵물질의 ‘불량국가’ 및 테러조직 이전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9·11 6주년을 앞두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 미국의 핵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CNN을 비롯한 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노스다코다주의 마이넛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52 한 대가 3시간3분 동안 미 대륙을 종단해 남부의 루이지애나주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순항 핵미사일인 ACM 5기가 장착된 사실을 안 장병들을 놀라게 했다. 확인 결과 마이넛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기 전 무장해제했어야 하는 미사일이 실수로 장착돼 있었다. 미군 당국은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마이넛 공군기지는 B-52에 핵미사일이 그대로 장착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B-52 폭격기에만 장착하도록 설계된 순항 핵미사일 ACM은 폭발했을 경우 5∼15kt(1kt은 TNT 폭약 1000t의 폭발력)이나 되는 핵탄두가 탑재돼 있다.지난해 10월 핵실험을 한 북한이 당초 4kt의 폭발력을 기대했으나 최대 0.5kt에 그쳤다는 점에서 만약 핵미사일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뻔했다. 미 공군 대변인 에드 토머스 중령은 “핵미사일 이동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장착 해체작업도 안전하게 진행됐다.”면서 “그 무기들은 항상 공군의 통제와 보호하에 있다.”고 밝혔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신당 제1당 맞나

    신당 제1당 맞나

    5일 실시된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에서 4위 유시민 후보와 5위 한명숙 후보의 순위가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유령 선거인단 논란에 이은 당선자 순위 번복으로 통합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씻기 어려운 신뢰성 손실을 초래하게 됐다. 당 국민경선위원회 측은 당초 예비경선 통과자 순위를 ‘4위 한명숙 후보,5위 유시민 후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각 후보 진영이 “순위를 공개하려면 득표집계까지 공개하라.”고 거세게 요구했고, 국경위측은 이에 떠밀려 이날 밤늦게 후보별 득표수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기초자료를 근거로 국경위 측은 ‘4위 유시민,5위 한명숙’이라고 당초 순위와 바뀐 결과를 내놓았다. 첫번째 해프닝이다. 그러나 잠시 뒤 국경위측은 “외부 유출 문제로 통계자료를 모두 없앴다. 기초자료로 다시 정리를 하다 보니 오류가 있었다.”고 번복했다. 그러면서 ‘4위 한명숙 후보,5위 유시민 후보’ 순위가 맞다고 정정했다. 두 번째 해프닝이다. 이 과정에서 국경위 이목희 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국경위 사무실이 있는 당산동 당사로 건너가 확인 작업을 벌였다.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득표수 결과가 타당하지 않은 데다 후보들에게는 왜 공개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여의도 일대가 대혼란에 빠졌다. 그러다 밤 11시30분이 넘어설 무렵 국경위측은 최종 집계 결과 4위 유시민 후보,5위 한명숙 후보가 맞다며 또다시 번복했다. 세 번째 해프닝이다. 국경위측은 “당초 이날 오후 순위를 공개할 때 실무자가 실수했고, 첫 득표수를 공개할 때도 실무자가 여론조사와 선거인단을 등치시키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득표수를 재등치시키는 바람에 순위가 뒤집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후보 순위가 바뀌는 동시에 후보별 득표수도 달라져야 하지만, 당 국경위측은 후보별 득표수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명이라는 것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탈락자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경선무효론도 제기될 공산이 커 보인다. 6위 추미애 후보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추 후보 측은 “대통령이 되기보다 대통합을 위해 참여한 만큼 깨끗하게 승복하겠다.”고는 했지만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밤샘 해프닝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유령당원 논란도 모자라 컷오프 결과까지 뒤집어 발표하다니, 정말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구혜영 박창규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국가·국민 볼모로 아프간 선교 안된다

    2명의 희생자를 내고 43일만에 종료된 ‘아프간 인질’ 사태가 우리사회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테러단체와의 직접교섭에 따른 한국의 위상 격하, 초기 대응 미숙 등 정부의 외교력 부재, 몸값 지불 여부와 그 액수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 해외에서의 한국인 추가 납치 가능성 확대 등 어느것 하나 간단치 않은 과제들이 한꺼번에 우리사회에 던져졌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반(反)개신교’ 여론의 급속한 확산이다. 개신교계는 그제 아프간 사태 수습 첫 실무회의를 가졌다. 상식대로라면, 이 회의에서는 인질 21명 무사 석방에 고마움을 표하는 한편 그동안 인질 사태로 인해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정부에 큰 부담을 준 데 대해 사과하는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마땅했다. 아울러 무분별한 해외선교 행태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 사과·반성은커녕 정부가 석방조건으로 아프간 내에서의 선교활동 중지에 합의한 사실을 두고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인질이 석방되기를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종교인다운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사회이다. 그러므로 일부 개신교회가 관계 법령과 정부 지시를 무시하고 굳이 신자들을 아프간에 다시 보내 선교활동을 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만 국가와 국민을 결국 볼모 잡히는 ‘제2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개신교단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리라는 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장주의·실적주의에 빠져 무리하게 해외 선교활동을 하다 오히려 국내 분위기를 ‘반 개신교’로 몰아가는 어리석음을 더이상 범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미 2명의 목숨을 잃게 한 모험주의적 선교는 재고돼야 한다.
  • [단독] ‘오만한 경찰’ 지금도 이런데…

    억울한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피곤하니 고소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거나 늑장 출동해 폭행 피의자를 놓치고 이를 따지는 시민에게 ‘근무교대하느라 늦었다.’며 되레 큰소리를 치는 등 경찰의 위압적인 행태가 빈축을 사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경찰이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는 등 언론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시행될 경우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더욱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기성 폐업 확실한데 고소 말라니…” 회원들의 회비 수억원을 빼돌린 뒤 도망간 피트니스센터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았던 김모(37·유학 준비생)씨는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 등은 지난 4월 회원 몰래 운동기구를 빼돌린 뒤 폐업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A피트니스센터 대표 이모(47)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당신들만 돈을 돌려 받았으면 됐지 왜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일을 키우느냐.”면서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고소를 해 피곤하게 만드느냐.”며 고함까지 쳤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추가 고소는 별다른 이유없이 모두 반려됐다. 김씨는 “폐업 당일까지도 회원을 모집하는 등 전형적인 ‘사기성 폐업’이 명백한데 단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고소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경찰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담당 경찰관은 “굳이 고소라는 법적 절차를 밟지 말고 당사자 간 합의로 사건을 해결하라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대학생 조모씨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역 부근에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졌다. 조씨는 괴한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폭행을 당하면서도 옷을 붙잡고 112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신고 뒤 18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 괴한은 이미 기력을 상실한 조씨를 뿌리치고 유유히 사라졌다. 조씨는 늑장 출동에 대해 따지자 “근무교대하느라 늦었다. 범인을 못 잡으면 국가에 치료비를 청구하라.”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시민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조씨는 “시민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무책임한 이유로 늦었다고 해명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이에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신고 시간이 근무 교대 시간인 데다 당시 근무조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 시간이 지체됐다.”고 해명했다. 각 경찰서 게시판에도 경찰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강동경찰서 게시판에 김모씨는 지난 8일 강동구 명일동 한 치킨집에서 취객이 손에 흉기를 들고 가게에 불을 지르려 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밖에서 수수방관하다 돌아갔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광진경찰서 게시판에는 지난달 26일 오토바이 폭주족 단속에서 반말과 고압적 태도로 일관한 한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이른바 취재선진화 방안 등으로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가 제한될 경우 공권력 남용 등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일선기자들의 분노 가벼이 보지 말라

    ‘취재 지원’을 빙자한 정부 각 부처의 언론통제 기도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언론계 반발 또한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저께만 해도 서울시내 경찰서를 담당하는 17개 언론사 기자들과 노동부 출입기자단이 각각 해당 기관의 ‘언론통제책’을 거부하고 나섰다. 같은 날 외교부가 새로 마련한 브리핑룸에서 처음 실시한 브리핑은, 국정홍보처 산하 KTV 등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 기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어떤 조직인가.20년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서 최근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경찰 스스로 조직의 비리를 공개하고 이를 반성한 적이 있는가. 박군 사건 때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도 “탁자를 턱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뺌했다. 김 회장 사건으로는 고위 간부가 줄줄이 옷을 벗었고 일부는 사법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굳이 큰 사건을 예로 들 것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후 지난달까지 집계한 인권침해 피해신고를 보면 전체 2만여건 가운데 4567건이 경찰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경찰이, 정권의 언론통제 시도에 편승해 한술 더 뜨려 하니 이를 어찌 기자들이 방관하겠는가. 경찰청·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일선기자들이 분노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까닭을 정부는 숙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민주사회의 기본가치인 언론자유를 통제하려는 온갖 시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엄중히 촉구한다.
  • [사설] 취재봉쇄 모자라 기자 막을 방호원 뽑나

    정부가 그제 국무회의에서 ‘취재선진화’를 명목으로 직원들을 대규모 증원하고 기자 출입을 막을 방호요원을 크게 늘리기로 의결했다. 정부의 이번 직제개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말이 취재선진화이지 철저하게 언론을 차단하겠다는 속셈을 읽을 수 있다. 경찰청도 새달부터 기자들의 일선 경찰서 출입을 봉쇄한다고 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 정부 부처가 앞다퉈 경쟁하는 꼴이다. 현 정부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 더 이상 뉴스가 아닌지 오래됐다. 정부는 며칠전 과천 종합청사 내 통합 브리핑룸의 기사송고실 공사를 마무리했다. 기자들의 상주 공간을 없애는 게 목적이었다. 많은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공사 철회 목소리를 끝내 외면하고 밀어붙였다. 정부 부처가 취재 사각지대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실화됐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선 주자들 모두가 우려하고 반대했던 일이다. 정부 부처뿐만 아니다. 국민들과 접촉이 잦은 경찰도 마찬가지다. 형사계 보안계 등 경찰 내에서의 인권침해 감시 등이 불가능하게 됐다. 국정홍보처는 이번에 합동브리핑센터 관리 등을 구실로 직원을 35명이나 늘렸다. 정권 말기의 공무원 증원 논란이 그치지 않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배짱이 놀랍다. 기자들 출입을 막기 위해 방호원을 대폭 늘린다니, 해외 언론에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이번 일에 앞장선 정부 관계자들은 국민들의 눈, 귀를 가린 인물로 기록되는 것을 훈장으로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 [사설] 美, ‘소등뼈’ 해명 없이 수입조건 거론하나

    정부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등뼈를 발견하고 지난 1일 검역중단과 함께 미국측에 원인규명 및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등뼈는 현행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상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부의 조치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그 이튿날 해명 한마디 없이 “이참에 근본적으로 위생조건 개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제는 아예 등뼈까지 팔겠다는 속셈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제안은 건강을 걱정하는 우리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뜻이다. 한·미간 진행 중인 위생조건 개정 협상절차를 무시하면서 자국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이기주의에 다름아니다. 그러잖아도 정부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가며 지난 6월부터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에서 ‘뼈 있는 쇠고기’로 수입을 확대하는 협상을 미국과 벌여오고 있다.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통제국’으로 격상된 데 따른 것이다. 이 협상은 등뼈 발견으로 8단계의 수입위험평가 절차 중 5단계(가축방역 검토)에서 중단됐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 건너뛰고 위생조건을 논의하는 6단계로 바로 들어가자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미국은 ‘30개월 미만 소의 등뼈는 안전하다.’는 OIE 규정을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들먹인다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이거야 말로 통상 상대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적반하장격 아닌가. 정부는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조금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한·미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이번 협상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모르나, 지금은 현행 위생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미국은 이를 존중해야 하며, 그동안의 위생조건 위반에 대해 성의있게 해명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 [아프간 피랍자 추가 피살] 협상한계 봉착한 정부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한 정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23명 중 배형규 목사에 이어 31일 심성민씨가 납치단체인 탈레반에 피살되면서 추가 희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피랍사건 발생 뒤, 외교통상부 조중표 제1차관을 아프간에 급파한 데 이어 배 목사가 살해된 뒤에는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까지 특사로 파견했으나 오히려 희생자만 늘면서 정부의 정보력과 협상력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며 전보다 강경 자세를 취했지만 탈레반측의 죄수 석방 요구에 대해 “우리 권한 밖 요구”라고 선을 그으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보·판단·협상력 총체적 부재 전날 탈레반측 사령관의 ‘협상 실패’ 선언과 탈레반측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의 협상 시한 연장에 대해 정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 늦게 아프간 가즈니주 마라주딘 파탄 주지사가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아프간 정부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간접 정보에만 의존하다가 심성민씨가 추가로 살해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게다가 배 목사에 이어 심씨의 살해 사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지만 각각 8시간,13시간이나 늦게 확인, 발표하는 등 정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충격 키운 3건 성명, 입지 좁혀 정부의 전략 부재는 사건 발생 이후 발표된 성명 3건의 기조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피랍 이틀 뒤인 지난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에 의한 사태 해결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했다. 배 목사 피살 하루 뒤인 26일 청와대가 발표한 안보정책조정회의 명의의 성명은 아프간 정부와 보다 긴밀한 대화를 위해 특사를 파견키로 했다고 밝혔다. 테러집단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아프간 정부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피랍자 가족과 국민에게 낙관적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까지 특사 파견 사실을 공개했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심씨 피살 하루 뒤인 이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은 무장단체의 협상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협상 조건을 공개하는 것은 피랍자 귀환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원칙을 무너뜨리고 납치단체의 요구사항까지 뒤늦게 공개하면서, 우리 정부의 한계를 털어놨다. 불과 열흘 사이에 발표된 3건의 정부 성명이 ‘대화 용의’→‘대화 압박’→‘협상 한계’로 요동을 친 셈이다. 이에 따라 피랍자 가족이나 국민의 충격과 허탈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대통령궁이 이날 죄수·인질 맞교환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 정부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협상 결렬에 대비한 군사작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찬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저소득층 학자금 대출 그리 엉성해서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이자·저리 학자금 대출이 부실 운영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저소득층이 아닌데도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대상자를 선정해 마구잡이 대출을 해준 것이다. 월급여 1750만원을 받는 사람의 자녀를 포함해 저소득층에 해당하지 않는 8661명이 누려도 되지 않아도 될 혜택을 받았다. 제대로 선정했더라면 지급할 필요가 없는 이자를 지난 2월까지 10억 8000만원 물었다. 앞으로도 58억 5000만원의 남은 이자를 지원할 계획이 잡혀 있다. 어처구니없는 이런 일은 학자금 대출신용보증기금을 위탁 운영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교육부가 얼렁뚱땅 대상자를 선정하고 제대로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넘어온 자료가 애초에 잘못되긴 했다. 건강보험료 부과자료 항목의 전부 또는 일부에 ‘0’또는 공란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누구라도 한눈에 식별할 수 있는 오류였는데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확인도 않고 이들의 보험료를 ‘0원’으로 기재한 후 대상자로 뽑았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사람이 8만명이 넘고 이들을 감사원이 정밀 조사해 보니 10%가 비대상자로 드러난 것이다. 대상자 선정이 무더기로 잘못됐는데도 따지고 살펴야 할 교육부 또한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무이자·저리 지원은 많은 학생들이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 고소득층 자녀가 혜택을 가져가서는 곤란하다. 돈이 없더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교육부는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 [길섶에서] 근속상/송한수 국제부 차장급

    “근속(勤續) 했다고 화분을 보내다니 참 어처구니 없어.” Y선배가 웃는다. 딱 15년째 일터에서 땀을 흘렸다. 회사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그런데 부서 후배가 업무상 이래저래 연락을 하던 차에 창립 기념일 근속상 수상 소식을 자랑삼아 귀띔한 모양이다. 그래서 절친한 L이 질세라 그에게 난(蘭)을 배달했다. 농담 즐기는 이는 “아직도 다녔단 말이야?”라며 히죽거린다.Y선배는 겉으론 “오래 일했다는 게 욕으로 돌아오니 쓰리네.”라고 하지만 흐뭇한 그 속내를 다들 눈치 챘다. 회사 떠난 옛 선배가 엊그제 한 말이 겹친다.“동기들은 내게 한 턱을 내야지. 숨통 터줬잖아.” 실업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이태백’은 옛말이 된 지 이미 오래.‘청백전’이 대세다. 입에 담기도 마뜩잖은 청년백수 전성시대의 준말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일터에서 보람차게 오래 근무했다는 사실은 뽐낼 일이지 숨길 일은 아니다. 창장(長江)의 앞물이 끝내는 뒷물에 밀려나고야마는 법이다. 하지만 앞물은 사라지지 않고 너른 바다에 이른다. 송한수 국제부 차장급 onekor@seoul.co.kr
  • 동국대 “신정아교수 파면·고발”

    동국대 “신정아교수 파면·고발”

    동국대가 ‘학력 조작’ 파문을 빚은 신정아(35·여·조교수)씨를 파면하고 검찰에 고소·고발을 하기로 했다. 또 신씨의 채용 과정에 외압이나 비리는 없었으나 임용 당시 부실한 검증 등에 연루된 관련자 전원을 문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한진수 부총장)는 임용택(법명 영배) 이사장에 대해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채, 모든 책임을 홍기삼 전 총장에게 전가하는 듯한 결과를 내놓아 스스로 신뢰성을 실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홍 전 총장의 지나치게 의욕적인 업무추진 방식이 이번 파문을 초래했다고 판단되며 학력관련 서류를 접수 및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석·박사 성적증명서가 누락되는 등 행정상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2005년 9월22일자로 예일대로부터 온 것처럼 보이는 가짜 학력조회 회신이 팩스로 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예일대가 조사 중”이라며 진상을 밝히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위원회는 또 “신씨가 지난 16일 인천공항 우체국에서 부친 것으로 돼 있는 우편물이 18일 도착했으며 예일대 입학허가서와 도서관 열람자료 사본이라고 돼 있는 문건이 들어 있었다. 이 자료 사본은 예일대에 보내 조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교내 한 교수가 경영관리실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신씨의 논문 표절과 허위학력 관련 서류를 지난달 5일 제출해 그때부터 학교 당국이 내사를 벌여 왔고 지난 4일 진상 조사를 공식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는 홍기삼 전 총장과 당시 이사였던 임 이사장, 당시 기획처장 2명 등 13명을 조사했으나 당시 핵심 인사였던 김창석(법명 현해) 전 이사장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또 임 이사장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조사에 그쳐 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진상조사위는 임 이사장에 대해서 18∼19일에 걸쳐 3차례 조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신씨 임용 당시 이사였던 임 이사장은 이사를 사퇴한 상황이어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홍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배포한 ‘동국가족에게 드리는 글’에서 “신씨를 교수로 선발했던 사람으로 도덕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대학 당국이 어처구니없이 속은 사건이지 어떤 은밀하고 부도덕한 거래가 개입된 채용 비리는 결단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낙태비용 생각하는 여자(女子)의 얌체

    『당신 가정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법률지식이 없는 이들을 위해 무료봉사해온지 14년-. 「가정법률상담소」(소장 이태영(李兌榮))는 그 생일인 지난 5일 자축「파티」를 새로 옮긴 대한간호협회 2층 사무실(퇴계로5가)에서 열었다. 다음은 상담소의 문을 두드린 수많은 남녀의 갖가지 「에피소드」로 엮어본 비화적(秘話的) 14년 결산. 요즘 성(性)도덕 기절할 지경 무책임한 여성 얄밉기도 상담소에서 10년 「카운슬러」로 근속(勤續), 이번에 표창까지 받은 강영애(姜永愛)여사(33)는 『요즘 젊은 남녀의 성도덕이 그토록 문란할 수 없다』고 우선 개탄부터…. 맞선 본 남녀가 그길로 같은 방에서 동침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약혼자끼리 성관계를 맺는 것은 예사로 되어있다는 것. 언젠가는 결혼한지 두달 만에 아이를 낳고 파탄하게 된 어느 부부가 상담소를 찾아왔다. 『어떻게 두달 만에 어린애를 낳게 됐지요?』 라는 물음에 젊은 부인은 당연하다는듯 『8개월전에 약혼을 했거든요』 얼굴하나 붉히지 않는 태연자약한 모습에 오히려 상담을 맡았던 쪽의 얼굴이 화끈해 질 정도였다고. 놀라운 것은 그뿐이 아니다. 멀쩡하게 부인을 두고도 처제와 동거생활을 해오다 두 자매에게 끌려 상담소에 온 철면피한 젊은 신사. 재혼한 중년 남자가 부인이 데리고 들어온 딸을 간음한 사건. 집안에 둔 식모라면 빠뜨리지 않고 손을 대다가 나중에는 8살밖에 안된 나어린 소녀까지 욕보인 끔찍한 일. 심지어는 자기의 친딸까지 범하는 아버지가 있고 보면 개탄할 정도가 아니라 기절할 지경-. 상담하러 오는 이들의 「케이스」마다 다른 복잡한 사연들을 10년동안 접하면서 강여사가 느낀 것은 여자들이 너무 무책임하게 행동해 놓고 나중에 그 책임을 남성에게만 씌우려는 태도가 제일 얄밉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만든 남성에게 잘못이 있고, 남성들이 백번 나쁘지만 처음에 여자들이 자기 몸을 잘 보호하고 일을 똑똑하게 처리만 한다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태가 빚어질리 없지 않겠느냐고 강여사는 사뭇 안타까운 표정. 남편 부정(不貞)탓 이혼이 으뜸 혼전 동침하면 파탄많고 자기가 「엔조이」한 책임을 지려고는 하지 않고 『어떻게 낙태수술 비용 좀 받을수 없을까요』하고 물어오는 여자들을 대할때면 그들의 무책임이 얄밉기까지 했다는 것. 지난 14년동안 총 상담건수 4만4천5백여건중 이혼이 가장 많은 42%를 차지. 여자쪽이 주장하는 이혼의 이유로 가장 많은 것이 남편의 부정행위(44%), 다음이 배우자 및 직계존속들의 부당한 대우(22.9%), 세째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사유(성불구,고질병등)의 순서이다. 남편이 주장하는 이혼의 이유로는 (1)혼인을 계속할수 없는 중대사유(성격불일치가 가장 많다. 그러나 성격은 태어날때 부터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핑계이기 일쑤) (2)여자들이 남편을 버리고 도망간 경우(이경우도 대부분 남편에게 책임이 있는 수가 많다) (3)여자의 부정행위등. 이혼건수가 이렇게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쨌든 당사자들이나 그들의 자녀들에게는 비극임에 틀림없다. 강여사가 10년동안 이혼하겠다고 찾아온 수많은 부부들을 상담하면서 절실하게 깨닫는 것은 「결혼이란 남녀 서로가 피나게 노력해서 얻는 행복」이란 것. 흔히들 결혼생활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찮은 문제로 이혼이라는 불행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고. 그때마다 생각나는 말은 고「케네디」대통령이 말한 『정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도록 바랄 것이 아니라 정부를 위해서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는 명언. 정부라는 말을 「남편」또는 「아내」로 바꿔 생각하면 자질구레한 부부간의 불화는 쉽사리 해결될 것이 아니겠느냐는 얘기. 특히 주목할 일은 결혼전에 성관계를 맺었을 경우 「이혼」으로 끝나는 수가 성관계를 맺지 않았던 부부보다 두드러지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최근에 낸 「데이터」는 없지만 확실히 결혼전 성관계가 파탄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도 결혼까지 남녀는 한겹 두겹 신비의 「베일」을 벗겨가는 모양인데 결혼전에 모든 것이 드러나면 일찍 흥미가 깨지는 모양이죠?』 강여사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젊은 남녀들이 결혼전에 난잡한 행위를 삼가해 주기를 당부한다. 그것이 곧 그의 한평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 제일 흐뭇하고 보람있었던 때를 묻자 『절대로 용서 못할 것 처럼 살기등등해서 찾아 온 부부가 화해를 하고 다정하게 돌아갈 때』였다고-. 법원까지 안가게 해결을…화해하고 돌아갈땐 흐뭇 사실 가정의 불화문제를 들고 법원에까지 가면 화해될 것도 안되는 수가 있다. 한 가정의 불행을 가정법률상담소가 개입해서 「해피·엔딩」으로 해결해 주었을 때처럼 기쁠때가 없다는 강여사의 말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얘기. 원래 이런 가정법률상담소는 외국의 경우 8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만이 사회사업이 아니라 법률지식 없는 이들을 법률적으로 도와주는 상담소 일도 엄연히 하나의 사회사업이다. 특히 한국사람들처럼 법률지식이 생활화 되어있는 못한 한국적 풍토에서는 가정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담소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한 것. 강여사가 들려준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 가운데는 이런 얘기도 있었다. K여인(40)은 S씨(45)와 재혼할때 전남편의 소생인 딸 희자(熙子)양(가명·16)을 데리고 갔다. 그러나 재혼한지 두달도 되기전에 딸은 수심에 싸인듯 우울해지고 어머니 혼자 외출하는 것을 강력히 말리곤 했다. 수상해서 캐물었더니 희자양은 어머니가 밖에 나가고 없는 사이 의부(義父)인 S씨가 이불속에서 자기를 껴안고 「키스」와 애무등 별의별 해괴한 행동을 하고 심지어는 강제로 그녀를 범했다고 실토. 어머니는 기가 차서 이 괘씸한 남편을 어떻게 했으면 좋곘느냐고 딸과 함께 상담소를 찾아온 예-. [선데이서울 70년 11월 22일호 제3권 47호 통권 제 112호]
  • 어느날 갑자기 사창가(私娼街)서 만난 누나

    어느날 갑자기 사창가(私娼街)서 만난 누나

    지난 11월 2일밤. 창백한 고교생이 어릿어릿 춘천(春川)의 사창가를 헤매고 있었다. 『절절 끓는 방이 있어요. 학생 놀다가요』하는 소리에 그 고교생은 고개를 들었다. 「클로스·업」되는 창녀의 얼굴, 『누나…』하는 고함. 이 하늘아래 둘도없는 비통한 어느 오뉘의 사연인즉-. 어둠속에 “학생 놀다가요” 듣던 목소리 돌아다보니 지난 2일. 쌀쌀한 소양강 밤바람이 불어오는 춘천역에 핏기없는 한 고등학생이 내렸다. 어둠이 내려오는 시가지를 보며 고등학생은 한장의 편지봉투를 꺼내 보았다. <춘천시 근화동 X구 XX번지> 난생 처음 와보는 춘천, 근화동이 어느쪽에 붙어 있는지, 또 근화동하면 서울에선 옛날 「종(鍾) 3」으로 통하는 사창가인지는 알길이 없었다. 서울 H고등학교 야간부 3학년에 재학중인 김(金)경호군(가명·18·서울서대문(西大門)구)은 5년동안이나 헤어져 만나지 못했던 누나 김영자(가명·23)를 만나보기 위해 무턱대고 내려온 것이다. 매달 5~8천원 안팎의 생활비를 보내주며 항상 자상하게 몸조심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의 편지만을 보내 주었던 누나.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직장생활을 한다는 누나가 그리워 가슴까지 설레며 그는 역 광장을 걸어 나갔다. 『근화동이 어느 쪽이죠?』 김군은 행인에게 주소를 물었다. 행인은 잠자코 역의 오른쪽을 가리켜주었다. 김군은 우선 역에서 가까와 좋다고 생각했다. 김군은 게딱지같은 판자집을 지나 근처의 「빌딩」을 기웃거리며 『여기 김영자란 여자가 있읍니까?』하고 찾아헤맸다. 그러나 있을 턱이없었다. 몇시간을 헤매다 보니 어느덧 역뒤에 있는 판자촌까지 이르렀다. 처마가 땅에 닿을듯 나지막한 판잣집들이 줄지어 섰고 그 안에는 밤의 아가씨들이 거의 속옷차림새로 옹기종기 둘러앉아 히히덕거리며 지나는 사람들은 쳐다보는 품이 심상치않게 느껴졌다. 지리하고 긴 사창가를 누비면서도『누나가 많지 않은 월급으로 생활비까지 대자니 자연 이렇게 허술한 판자촌에서 고생을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콧마루를 시큰하게 했다. 바로 그때 벽에 달라 붙어서 있던 한여자가 『학생 놀다가세요』하는게 아닌가. 귀에익은 낮은 음성.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설마 누나가 이런 곳에서 창녀생활이야 않겠지 하고 자위하려던 믿음의 벽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았다. 노름에 아편맞던 아버지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자 그렇게 몽매에도 그리던 누나가 또 그렇게 소망스럽고 자랑스럽던 누나가 창녀라니 이 엄청난 사실앞에 5년만에 모처럼 만난 남매는 말한마디 못건네고 그대로 영영 헤어져야하는 운명이 됐다. 『누나』소리에 놀란 영자양은 질겁을 하고 어디론지 행방을 감췄고 경호군은 너무 큰 충격에 그만 미쳐 버리고 말았다. 영자양이 쓰던 방에 들어가 단하나뿐인 「트렁크」를 다 불태워 버리고 벽에 걸린 옷가지는 모두 갈기 갈기 찢어 버렸다. 그리고 그 싸늘한 늦가을 밤을 소양강 백사장에서 뜬눈으로 울며 지샜다. 『제가 돌았나 보죠』라고 오히려 자신의 정신착란 상태를 알고있으면서도 때때로 발작을 일으켜『누나는 창녀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맨발로 길위를 뛰어다니기도. 처음에는 그저 미친 놈이니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김군의 사연에 차차 동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찰과 시민들은 백방으로 영자양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영자양은 현재로선 자취를 감춘채 행방이 묘연하다. 이들 남매의 고향은 전남 광주(光州)시 변두리에서 그래도 넉넉하다는 살림에 두남매는 별로 구김살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이 단란한 가정에도 먹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노름판에 미치게된 것이다. 땅문서 집문서등을 모두 가져다 노름판에 버리고 알거지가 됐다. 이를 만류하는 어머니에게 전에없던 욕설과 매질까지 했다. 한섬지기가 넘는 농토와 적잖은 집을 모두 노름판에서 빼앗긴 아버지가 얼마후에는 아편을 맞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귀여운 자식들조차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고, 병색이 완연한 아버지는 어린 남매를 데리고 남의집 셋방살이로 들어갔다. 그 때 영자양이 중학교 2학년인 15살때, 경호군은 국민학교 3학년인 10살이었다. 재산을 날리고 어머니까지 쫓아낸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아버지는 이미 자식들의 원망을 들을만한 기력도 없었다. 겨울동안 내내 객혈을 하다 다음해 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셋집주인도 폣병환자 가족에게 더이상 집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리로 내 쫓았다. 두남매는 그날 밤새도록 거리를 방황하며 울기만 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호남선 상행 화물열차를 비집고 올라탔다. 서울역에 내려 먼일가뻘 되는 아저씨집을 찾아들었다. 영자양은 이집에서 월급없는 식모살이를 했고 경호군은 누나덕에 더부살이로 얹혀지내게 됐다. 공부에 미친 동생을 위해 돈 벌 결심으로 몸을 팔아 그러나 경호군이 주인 집 식구들에게는 눈의 가시. 아무일도 않고 밥만 치우는 것이 못마땅해 구박투성이었다. 결국 경호군도 밥벌이 작전에 나섰다. 구두닦이 「검」팔이등 닥치는대로 했다. 밤에는 야간재건학교에도 다녔고. 64년에는 중학입학검정 고시에 합격, 그해 서울 H중학교 야간부에 입학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새벽먼동이 틀때 나가 밤10시에 돌아와서는 주인집의 눈치를 살펴가며 전등대신 촛불을 켜놓고 밤새껏 쪼그리고 앉아 공부에 미쳐버리기 일쑤였다. 공부에 미친동생을 볼수없어 영자양이 돈벌이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영자양은 동생에게 거짓말을 했다. 춘천 모회사에서 월급을 많이 주겠다고 하니 취직을 하겠다고 하며 앞으로 힘겨운 구두닦이는 그만 두도록 했다. 이렇게해서 춘천에온 영자양은 제일 손쉬운 사창가에 뛰어 들었다. 이곳 윤락여성들의 친목단체겸 자활단체인 장미회장 박옥자(朴玉子)여인은 『그애는 아직「검」한개 제돈주고 사먹는 일 없었어요. 서울에 동생이 있다는 것도 생활비를 대줬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죠』라고 눈물을 글썽거린다. 김군도 대학 입시 예비고사도 모두 망쳐 버리게 됐다면서 설사 대학은 가지못하더라도 자신 때문에 희생당한 누나를 꼭 찾아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편지마다 구구절절이 『참된 사람이 돼라』『남에게 욕먹는 사람이 되지 말아라』고 하던 누나가 창녀였다니 너무 어처구니 없다는 김군은 경찰들의 도움으로 며칠뒤 다시 상경했다. <춘천=김선중(金瑄中)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1월 22일호 제3권 47호 통권 제 112호]
  • 범여주자들, 영남서 ‘李·朴때리기’

    호남 민심 잡기에 앞다퉈 공을 들이던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영남 땅을 밟고 있다. 범여권 표심의 지렛대는 호남이지만, 인구가 많은 영남의 친여(親與) 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주자들의 경쟁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국민경선이 치러질 경우 선거인단이 인구 비례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제주에 이은 두 번째 경선 지역 울산에서 1위를 거머쥔 기세로 노풍(盧風)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 현재 범여권에 영남 출신 유력 주자가 없는 현실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12일 대구에 이어 13일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 고향인 포항을 찾았다. 그는 전날 대구에서 이 후보의 대운하를 공격한 데 이어 한나라당 검증 공방 과정에서 이 후보의 태도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유출과정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정정당당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꼬집었다. 또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공약을 ‘낡은 것’으로 부각시키려는 듯 ‘첨단’의 상징 포항공대 나노기술집적센터(NCNT)를 방문해 “연구개발(R&D)예산을 배로 늘려 5년 간 10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영남권 친노(親盧)표심 흡수를 노리는 이해찬 전 총리도 이날 울산을 방문, 이 후보의 도덕성을 맹공했다. 그는 “자기의 공적 권한(서울시장)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공직자 윤리를 무너뜨린 이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면서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시 자기 땅이 있는 서초동 일대 고도제한을 해제한 것은 대선을 떠나 청문회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한명숙 전 총리도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후보의 집안은 부동산 투기 일가”라며 “형, 동생, 처남이 투기하는데 국민에게 투기하지 말라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을 말하면서 왜 장물인 정수장학회는 안 돌려주느냐.”고 비난했다. 천정배 의원도 출마 선언 후 첫 지방투어로 대구를 방문했다. 그는 이 후보측의 고소 취하에 대해 “뭐가 그리 구린 곳이 있어 진실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을 한 개인의 변덕 내지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후보는) 집권하면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악용할 사람이어서 절대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이기도 한 신기남 의원은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정원 X파일’ 논란과 관련,“한나라당 후보들이 이전투구를 하면서 그 화살을 국정원으로 돌렸는데, 정말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전혀 근거가 없다.”고 국정원을 옹호했다. 이처럼 영남 표심 경쟁이 가열되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다음주 중 영남 방문 계획을 급하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문화마당] 경회루 2층 누에 올라가 보기를…/신경숙 소설가

    삼청동 쪽에서 자취를 하던 젊은 시절, 나는 거의 매일 박물관과 경복궁을 지나다녔다. 박물관 바깥이 나의 이른 아침 산책 장소였던 날들도 허다했다. 삼청동에 산다는 이유로 시골에서 누군가 상경하면 경복궁을 맨 먼저 데려갔다. 나로서는 가깝기 때문에 택한 것이었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이들은 내가 서울 구경을 제대로 시켜주는 것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경복궁을 약속 장소로 잡은 적도 허다하다. 처음엔 다들 궁 안에서 만나자고? 낯설어하지만 막상 거기서 조우하게 되면 열에 아홉은 좋아했다. 대개는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니 참 다행이다 라며 이렇게 가까이 두고도 자주 못 온 것을 어처구니 없어하곤 했다. 경복궁만 그러겠는가. 비원은 더 할 것이다. 엊그제는 처음으로 경복궁을 개인적인 나들이로가 아니라 다음날 독자들과 함께 내 작품 ‘리진’의 숨결이 배어 있는 경복궁을 먼저 답사해 놓으려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갔다. 오후 두 시에 경복궁에 가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삼청동을 떠난 이후로 내가 경복궁을 다시 수시로 드나들기 시작한 건 작품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연재될 때 가끔 경복궁에 대해 아주 상식적인 것을 뭐에 들씌웠는지 순간적인 착각으로 인해 실수를 해 지적당하기도 했다. 그랬으나 일반인으로서 근년에 나처럼 경복궁을 자주 드나들었던 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경복궁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잘 알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이라 사전에 우리가 둘러본 코스를 다시 한번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고 여겨 답사에 동행했다가 뜻밖에 경회루 2층 누를 올라가보게 되었다. 작품 속 주인공 리진이 추었던 궁중 독무인 ‘춘앵무’를 재연할 장소가 경회루 앞이었다. 장마철이라 혹시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새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경회루 안으로 들어가렸더니 11시와 오후 2시,4시에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다른 장소들을 먼저 보고 확인하고 4시에 이르러 경회루 안으로 들어갔는데 놀라워라. 나는 어찌된 셈인지 그토록 경복궁을 드나들었는데도 경회루 2층 누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것을 여태 알지 못했을까. 아주 오래전에 특별한 기회에 누에 한번 올라가 봤던 그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모습을 겨우 기억해 내며 백년 전의 연회 풍경을 그려내느라 끙끙 앓으면서도 말이다. 이런 허당이 있나 싶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계단을 딛고 경회루 누에 올라섰을 때 아, 나는 혼자이고 싶었다. 그래서 인왕산과 북악산, 멀리 남산까지 한눈에 바라보도록 되어 있는 누에서 일행들과 보폭을 달리해 혼자 되었다. 이마에 돋았던 땀방울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때껏 경복궁에서 으뜸으로 아름다운 곳은 향원정이 아닐까 생각했던 마음도 그 땀방울과 함께 거둬들였다. 인공으로 조성한 섬에 세웠으면서도 그 기초가 그렇게 튼튼한 것에 감탄하려는 것도, 새삼 경복궁에 견주어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려는 것도 아니다. 왕실의 연회 장소였던 경회루의 2층 누는 중앙에 화문석만 깔린 채 사방이 뚫린 텅빈 공간으로 우리를 맞았다. 백년을 견뎌온 오래된 마룻장을 한발 한발 내디딜 땐 깊은 말들이 오래된 침묵을 뚫고 올라와 주변 공기로 스며드는 듯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아, 좋다! 라는 감정만 순수하게 남았다. 거기 잠시 앉아 있던 순간을, 난간에 기대어 잠시 서 있었던 그 순간을, 글쎄 뭐라고 써야 하는지. 할 수 없다. 가보랄 밖에. 이 서울에 그런 곳이 있더라고 말할 밖에. 시간을 맞춰야 하는 것이 조금 번거로워도 꼭 가보라고 할 밖에. 나는 오후 4시에 가보았으니 이제 오전 11시에 가보려고 하는데 어쩌면 이 여름날 내내 오전 11시면 거기 가 있을지 않을까 싶다. 신경숙 소설가
  • 200만원에 판 4만명 통행權

    200만원에 판 4만명 통행權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인근 쇼핑몰을 잇는 지하통로 공사 도중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 직원이 쇼핑몰측에서 200만원을 받고 허위로 허가서를 승인, 기존 지하철 입구가 폐쇄돼 하루 4만명의 이용객이 지난 5월30일 이후 불편을 겪고 있다.5일 오전 8시30분.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를 통해 서울대 방면으로 나가는 출입구가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인근 쇼핑몰을 잇는 지하통로 공사 도중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 직원이 쇼핑몰측에서 200만원을 받고 허위로 허가서를 승인, 기존 지하철 입구가 폐쇄돼 하루 4만명의 이용객이 지난 5월30일 이후 불편을 겪고 있다.5일 오전 8시30분.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를 통해 서울대 방면으로 나가는 출입구가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폭 2m의 계단을 빼곡히 채운 출근길 시민들이 한발 한발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내렸다. 남부순환도로 방배역 방면으로 나가는 4번 출입구가 폐쇄돼 하루 4만명에 이르는 이용객이 3번 출입구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날 직장인 이기민(38)씨는 “지난 5월 4번 출구가 폐쇄된 이후 출구를 나오는 데만 5분 정도 걸린다.”면서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2만명인 서울대입구역의 출입구가 폐쇄된 것은 5월30일. 서울대입구역과 인근 상가를 잇는 지하통로 공사 도중 서울메트로 직원이 기존 지하철 출구를 폐쇄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설계안을 불법으로 허가해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통행 혼잡이 일어나고 있다. ●사건 경위 지난해 10월 서울대입구 사거리에 복합쇼핑몰 ‘에그옐로우’를 건설한 ㈜메쯔는 서울대입구역 3·4번 출구 사이와 쇼핑몰을 잇는 지하통로를 뚫기로 서울메트로, 서울 관악구청과 합의했다. 공사비와 연결통로 설치 부과금 등 31억원을 메쯔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연결 통로를 뚫을 곳에 1200㎜짜리 상수도관이 발견됐다. 메쯔측은 상수도관 밑으로 지하통로가 지나가도록 설계안을 변경했다. 또 3·4번 출구의 거리가 늘어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월,3·4번 출구를 확장하다 통신케이블과 상수도관 등 다른 장애물을 또 만났다. 장애물을 옮기려면 공사비가 추가로 10억원 필요했다. 이에 메쯔측은 4번 출구를 폐쇄하고 엘리베이터(16인승)를 건설하도록 설계안을 다시 변경, 서울메트로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 공사를 관리하던 서울메트로 장모(40) 대리는 “2차 설계안 변경을 허가한다.”는 허위 공문을 1월26일에 팩스로 보냈다. 서울메트로 사장 직인이 찍힌 옛 공문을 스캔해 내용만 변경했었다. 허위 공문서를 토대로 공사가 40% 남짓 진행됐다.3월15일 관악구에서 ‘4번 출구를 왜 폐쇄하느냐.’는 확인 전화를 받고서야 서울메트로는 직원의 불법 행위를 알아차렸다. 방배경찰서에 수사의뢰한 결과, 장 대리는 지하통로 공사의 설계 및 감리를 받은 C업체에서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6월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그는 공사 이행보증금(9억 3000만원)도 메쯔측에서 받지 않았다.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1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 대리를 파면하고, 관리 책임을 물어 본부장 등 상관 5명을 징계했다. ●지하철역 물바다 위험 서울메트로는 허위 공문서라며 1차 설계 변경안대로 공사를 바꾸라고 통보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시간당 9000명을 운송하지만, 엘리베이터(16인승)는 800명밖에 실어나르지 못해 에스컬레이터를 없애고 엘리베이트를 설치하는 2차 설계 변경안을 허가할 수 없다고 했다. 메쯔측은 허위 공문서라도 승인을 받았으니 현재 공사를 강행한다고 맞섰다. 줄다리기 끝에 4번 출구가 폐쇄되고, 연결통로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 이날까지 36일 동안 3·4번 출구에는 날마다 인파가 뒤엉켰다. 게다가 공사현장 상수도관이 5∼6m 노출돼 물난리 위험까지 생겼다. 남부수도사업소는 “공사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 지반이 내려앉아 상수도관이 파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장마철에는 지반이 약해져 위험이 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메트로는 “메쯔측이 1차 설계변경안대로 공사하지 않으면 다음주에 협약을 해지하고, 쇼핑몰 지하통로를 없애 3·4번 출구를 원상복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상복구 공사는 2개월 남짓 걸린다. 이에 에그옐로우 분양자 대표인 김태철씨는 “서울메트로가 원상복구 공사를 추진하면 법정싸움, 길거리싸움도 불사하겠다.”고 반박했다. 법정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에그옐로우 분양자들은 사기 등 혐의로 메쯔 대표를 관악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서울메트로도 메쯔가 공문서 위조에 관여했는지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장 대리는 서울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정은주 서재희기자 ejung@seoul.co.kr
  •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본인 유학생 사가와 준코가 ‘학점을 빌미로 대학 강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 충격적인 발언은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 사회에 일상화된 성희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누구나 ‘성희롱’이라는 말에는 분노하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정작 현실은 다르다. 피해자는 소문이 날까 쉬쉬하고 가해자는 당당하게 무용담을 늘어놓는 뒤틀린 현실은 우리네 직장과 학교 등에서 일상화된 지 오래다. 성희롱을 당했던 끔찍했던 경험담과 함께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등 성희롱과 관련된 남성·여성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 봤다. ●주관적인 성희롱 잣대 ‘대략난감’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취업 재수생 소모(34)씨는 전 직장에서의 기억에 몸서리가 쳤다. 부서 회식에서,‘킹카’라 불리던 회사 동기가 한 동료 여직원에게 지난해 인기를 모은 한 노래 제목을 인용하며 “가슴이 예뻐야 여자죠.”라고 말하자 “당근이죠.”라며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소씨가 분위기를 맞춘다며 “엉덩이까지 예쁘면 금상첨화 아닌가?”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소씨는 “당시 그 여직원이 저를 성희롱으로 고소하겠다.”며 난리였죠. 그 친구가 다른 동료 직원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상황에서 내가 한 말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에 모멸감을 느꼈어요.”라면서 “그 여직원이 ‘넌 못 생기고 매력도 없으니까 나한테 성적인 농담 따윈 꺼내지도 마라.’라며 비웃는 것 같았거든요.”라고 말했다. 간접적이긴 해도 그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같다는 것이 소씨의 주장이다.“‘장동건이 뚫어져라 쳐다보면 ‘생유(고맙다는 뜻)’고 내가 쳐다보면 ‘소송’하겠다.’는 말인데…. 어떨 때 보면 여자들은 ‘주관’이라는 잣대를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들이대는 것 같아요.” 대학원생 최모(27)씨는 남자들의 성격을 걸고 넘어지는 일부 여자들을 볼 때마다 성희롱을 당한다는 느낌이 든다고.‘남자가 난쟁이 똥자루만 해가지고, 밴댕이 소갈딱지까지’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주입하려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여대생이 졸업 작품으로 성인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자위 행위를 하는 조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됐었다죠. 만약 남학생이 여성이 자위하는 조각상을 만들었다면 여자들이 가만 있었을까요.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성희롱일 텐데요.” ●남자들도 성희롱에 분노한다 오는 8월 미국 유학을 떠나는 문모(30)씨는 아직도 떠오르는 ‘아찔한(?)’ 기억이 있다.2002년 제대를 한 뒤 놀이공원에서 허드렛일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30대 초반 여성 두 명과 한 조가 됐는데 이미 결혼한 ‘아줌마’들이라 문씨는 누나처럼 따랐다. 이들도 “꼭 친동생 같다.”며 문씨를 살갑게 대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누나’들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한 아줌마가 가끔씩 “허벅지가 진짜 굵은 걸 보니 힘 정말 잘 쓰겠네.”라며 문씨의 허벅지를 손으로 움켜쥐면 다른 아줌마 역시 “그래? 나도 한번 만져 보자, 진짜 살결이 영계 같아 좋네.”라며 맞장구를 치곤 했다. 고민 끝에 문씨는 상사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야, 그 미시 언니들 예쁘기로 소문났는데 고맙다고 해야 되는 거 아냐? 그 언니들한테 내 것도 굵다고 전해 드려.”라는 상사의 어이없는 답변에 결국 ‘GG(젊은이들 사이에 ‘항복하겠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게임용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들은 원래 남동생 허벅지를 막 만지기도 하고 그러나요. 그때는 제가 어려서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성희롱이 꼭 여자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어떤 남자들은 ‘남자가 여자한테 성희롱·성추행당했다.´고 하면 되레 부러워하던데 이런 안이한 태도가 남성을 피해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봐요.” 얼마 전 결혼한 회사원 한모(32)씨는 직장에서 들려오는 ‘새신랑’이라는 호칭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이제 결혼했으니 알 건 알아야 한다.”며 몇몇 여자 상사들이 한씨에게 들려주는 노골적인 성담론(?)이 무척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눈썹이 진한 게 밤에 일 잘하겠어.”라거나 “와이프를 위해 틈틈이 운동하고 마늘을 많이 먹으라.”는 얘기는 재미삼아 들어줄 만하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아내를 만족시키는 노하우’나 ‘밤에 차로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 같은 것까지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때는 민망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라고. “아마 저도 결혼을 했으니 이른바 ‘한팀’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들한테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얘기를 나이 차가 많다고는 해도 여자들에게까지 들어야 하나요? 한국 사회가 직장 상사에게 싫은 내색 하기 쉽지 않다는 걸 잘 알텐데 알아서 자제해 주면 좋겠어요.” 회계사 박모(29)씨는 지난해 출근길에 실제 ‘성추행’을 당했다. 승객 많기로 유명한 지하철 2호선에서 박씨 바로 앞에 서 있던 여자가 자신의 팔에 가슴을 밀착시켰던 것. 흠칫 놀란 박씨가 혹시나 오해를 살까봐 재빨리 손을 치우려 했지만 오히려 여자가 몸을 더욱 심하게 밀착시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고. 결국 승객으로 가득 찬 지하철 안에서 박씨는 천장만 바라보며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하도 화가 나서 인터넷에서 법조문을 찾아보았는데 성폭행의 경우 남자는 아예 대상이 안 되더군요. 여자는 남자를 강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성범죄와 관련해선 때로는 남자가 역차별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직장 그만두게 만드는 성희롱의 악몽 남자 동료들이 많은 회사에 다니는 6년차 김모(30·여)씨에게 성희롱은 일상이다. 회식 자리이나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듯하면서 손을 잡거나 은근슬쩍 어깨에 손을 얹는 ‘스킨십형’은 보통이고 허리에 팔을 쓰윽 감는 ‘노골적인 성희롱형’ 상사도 적지 않다. 김씨가 발끈하기라도 하면 상사들은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넘긴다. 언어 폭력도 견뎌야 한다. 지난달 부서 회식에서는 40대 중반의 상사가 빨간 블라우스를 입은 김씨를 보더니 “여자가 빨간 옷을 입는 것은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볼 때 ‘(잠자리를) 하고 싶다.’는 의미라던데….”라며 농을 걸어왔다. 화기애애하던 회식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김씨는 “그런 건 아니고 아침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 전환할 겸 입었어요.”라고 받아넘겼다. 하지만 찜찜하고 분한 마음은 가슴 한켠에 고스란히 남았다. 김씨는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부분들도 이제는 웃어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라면서 “물론 정도가 심할 땐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죠. 아니면 좋아서 가만히 있는다고 생각하는 정신 못 차리는 남자들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회사원 송모(30·여)씨는 첫 직장에서 있었던 끔찍(?)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모 은행의 지점에서 일하던 송씨는 어느날 회식을 마친 뒤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마침 비슷한 방향에 사는 지점장이 “걱정되니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며 택시에 동승했다. 지점장은 송씨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지만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현관문에 들어가는 걸 봐야 마음이 놓인다.”면서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탄 지점장은 갑자기 송씨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 송씨가 두 팔로 밀쳐내면서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따지자 지점장은 능글맞게 “네가 너무 예뻐서….”라고 말했다. 송씨가 “지점장님 딸이 이런 일 겪는다고 생각해 보세요.”라며 화를 내자 지점장은 “난 딸 없으니까 괜찮아.”라며 뻔뻔하게 나왔다. 마침 엘리베이터에 다른 사람이 타서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 은행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지점장과 마주칠 때마다 소름이 끼쳤던 송씨는 결국 석 달 만에 힘들게 들어간 은행을 그만두고 직장을 옮겼다. ●‘준코형’ 성희롱도 대학가에 만연 대학생 박모(25·여)씨는 대학 강사가 학생을 노린 이른바 ‘준코형’ 성희롱에 시달렸다.2005년 ‘영국민중생활사‘란 과목을 듣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한 내용을 듣곤 했다. 40대 중반의 강사는 틈나는 대로 “여러분도 다 성경험이 있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한국 여자들은 마늘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잠자리) 힘이 좋다.”는 등 수업과 전혀 관계없는 음담패설을 하곤 했다. 한 여학생이 강사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지 않자 “네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니까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당시 수업을 듣던 10여명의 여학생들뿐 아니라 일부 남학생도 “여기가 미국도 아닌데 강사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수군거리기 일쑤였다. “대학 강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준코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학생에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자격미달의 강사가 아직도 학생들에게 그런 이야기로 수업을 진행해 여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해요.” 현재 전업 과외교사로 활동중인 조모(30·여)씨는 학생들의 성희롱도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중·고교 남학생은 물론 초등생들까지도 자신을 ‘여자’로 보고 성적인 발언을 내뱉어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그룹과외 도중 한 학생이 “선생님 첫 경험 얘기해 주세요.”라고 말을 던지면 나머지 학생들이 박장대소하며 수업 ‘판’을 깨거나 쉬는 시간에 자기들끼리 조씨의 몸매 이야기로 열을 올리는 일도 있다고. “학생들이 나를 성적인 대상으로 여긴다고 느껴질 때가 당황스럽죠. 특히 제가 못 듣는 줄 알고 자기들끼리 성적 농담을 하면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직장생활 10년차인 최모(36·여)씨는 우리 사회가 ‘성희롱 왕국´ 아니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편다. 섹시바 등 길거리만 나가도 여성을 상품화하는 업소가 즐비하고 ‘베트남 처녀는 도망가지 않습니다.’ 같은 현수막에 여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여자로 살면서 한두 번 성희롱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여자들이 직장에서 뭔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만 하면 곧 ‘그 여자 성적으로 문란하다더라.’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해요. 얼마 전 직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는데,‘서로 사랑하세요.’라는 어처구니없는 강사의 결론으로 끝을 맺었어요. 전문가·일반인 모두 진일보한 성 인식이 필요하다고 봐요.”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 ‘택시4’… 5일 개봉

    다니엘이 모는 총알택시의 무한질주를 기대했다면 섭섭. 어리숙한 형사 에밀리앙과 경찰서장 지베르의 ‘덤앤더머’식 코미디를 원한다면 대만족. 5일부터 국내 극장가를 달릴 ‘택시4’의 감상평은 이렇다.1편부터 택시를 몰아 온 뤽 베송이 제작·각본을, 2편부터 합승한 제라르 크라브지크가 감독을 맡았다. 출연진 또한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다. 다니엘과 에밀리앙 역의 새미 나세리·프레데릭 디팡달의 호흡은 여전하고, 정신없고 수다스러운 경찰서장 지베르 역의 베흐나흐 파흐씨의 감초연기 또한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그동안 독일갱단, 일본 야쿠자 등을 상대해 온 이들이 이번에 상대할 악당은 53건의 무장강도와 122건의 살인을 저지른 희대의 살인마 반덴보시. 에밀리앙은 반덴보시의 감시 업무를 맡으나 어처구니없게 그를 풀어주게 되고 다니엘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는 설정은 전편과 다를 바 없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들이 외모뿐 아니라 성격까지 자신들을 꼭 닮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됐다는 것. 유명 인사를 카메오로 등장시킨 3편처럼 이번에도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다니엘의 첫 손님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지브릴 시세. 마르세유 축구장으로 “콩코드기 부품을 사용해” 성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다니엘의 택시가 미끄러져 들어오고 시세가 내리자마자 축구경기가 시작되는, 확실한 ‘그림’을 만들어 팬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아쉽게도 다니엘의 총알택시가 비좁은 도심이 아우토반인양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뿐이다. 이후부터 트렁크에 살인범을 담아 넣는 마지막까지 택시는 정차상태. 속도감이 확 떨어진 영화를 채우는 건 에밀리앙, 경찰서장 지베르를 비롯한 덜 떨어진 경찰들이 살인마를 체포하면서 벌이는 좌충우돌 몸짓 개그와 만담이다. 전편에 비해 총알택시의 활약상이 줄어들어 아쉽지만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형사들이 벌이는 유치하고 엉뚱한 악당 체포기가 밉지만은 않다.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설] 순찰차로 아이 치고 아버지 잡아들인 경찰

    경찰이 순찰차에 치인 어린이의 구호조치가 늦어진 데 항의한 아버지를 오히려 폭력혐의로 형사입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말썽이 나자 입건사실을 뒤늦게 해명까지 했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시민에게 위해를 가해놓고도 적반하장격으로 큰소리 치고 피해자 아버지까지 잡아들였다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네살난 여자 어린이를 친 경찰관이 즉시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으로 옮겼다면 단순 과실로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이 경찰관은 운전자라면 지켜야 할 인명우선의 기본적인 수칙조차 따르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현장 주변에 있던 주민들과 아버지가 몰려오고 흥분하자 이들을 상대하기 바빴다. 교통사고 현장에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보험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 법대로 처리하라.”고까지 소리를 쳤다고 한다. 울기만 하던 어린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병원에 옮겨진 것이 사고발생 30분만이었다. 큰 부상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상황을 정리하고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었다. 주민들과 티격태격하며 시간을 보낼 일이 아니었다. 이 경찰관은 항의하던 아버지를 공무집행방해혐의로 넘기려 했으나 관할 서울 강서경찰서가 입건사유가 안 된다며 반려하자 진단서까지 떼어 폭력혐의로 아버지를 기어이 입건시켰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공권력의 횡포를 실감했다고 한다. 어린이가 치인 현장을 본 사람들로선 격해질 수 있다. 그런 주민을 수습 못한 채 언성을 높이고 아이를 신속히 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경찰관은 자격을 물을 수밖에 없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으로 기강이 흔들리는 경찰이다. 이런 부적격 경찰관들이 ‘민중의 지팡이’로 위장취업해 있다면 시민들이 어디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겠는가.
  • 시동 안걸리면 변속레버 점검 주차할 땐 등화장치 꼭 꺼야

    계기판에 연료부족 경고 표시가 나타났다. 하지만 경고등이 들어온 뒤에도 40㎞는 더 달릴 수 있다는 얘기를 철석같이 믿고 있던 K씨. 기름을 내일 넣기로 하고 15㎞쯤을 더 달려 집 앞에 차를 댔다. 다음날 아침, 이게 웬걸. 시동이 안 걸린다. 원인은 연료부족이었다. 기름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파른 경사길에 차를 댄 게 화근이었다. 차체가 기울면서 기름이 한쪽으로 치우쳐 공급이 차단됐던 것이다. 이렇게 운전자의 부주의나 상식에 대한 과신으로 일어나는 긴급 상황들이 적지 않다. 이광표 현대차 고객서비스팀 차장은 “긴급출동 요청을 받고 현장에 달려가면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일들이 무척 많다.”면서 “약간만 주의하면 어처구니없는 일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외로 많은 것이 자동변속기 차량에서 R(후진)나 D(주행)에 변속레버를 놓고 시동을 걸고서 “차가 고장났다.”며 서비스 출동을 요청하는 경우다.P(주차)나 N(중립)에서만 시동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급한 마음에 무조건 SOS를 보내는 것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나 비가 내린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긴급출동 요청이 폭주한다.미등이나 안개등과 같은 등화장치를 켠 뒤 스위치를 끄지 않은 채 그대로 주차한 탓이다.배터리는 한번 방전되면 수명이 대폭 줄어든다. 독서등을 켜놓은 채 주차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잦다. 주차할 때에는 반드시 등화장치가 모두 꺼졌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냉각수를 보충하려다 주입구 모양이 비슷한 윈도 와셔액 보조 통에 넣는 사례도 적잖이 일어난다. 냉각수 부족 때문에 엔진과열 등 큰 문제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핸들고정 장치에서 비롯되는 문제도 있다. 자동차에는 도난방지를 위해 자동차 열쇠를 뺄 경우 운전대가 고정되도록 핸들 컬럼 축에 잠금 장치가 설치돼 있다.하지만 경사길에 주차할 경우 잠긴 운전대가 쏠린 자동차의 무게를 받아 열쇠가 잘 안 돌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에는 왼손으로는 운전대에 약간 힘을 주어 좌우로 움직여 주면서 오른손으로는 자동차 열쇠를 돌리면 쉽게 시동을 걸 수 있다.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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