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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양교도소 앞/김성수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감된 안양교도소 앞은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과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전씨는 안양교도소가 생긴 이래 최고의 거물.긴장감 반,호기심 반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상오 10시30분 전씨를 태운 검정색 승용차가 교도소 초소 앞 진입로에 모습을 드러냈다.순간 재야단체 회원 1백여명은 일제히 차를 몸으로 막아세워 과자 부스러기를 던졌다. 뒷좌석 두명의 수사관 사이에 앉은 전씨가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에 내다봤다.하루 사이에 훨씬 초췌해졌고 피곤해 보였다.대국민성명을 통해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과 함께 「좌·우파」 이념대결까지 거론했던 「당당함」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7∼8분 남짓 실랑이 끝에 전씨가 탄 승용차는 정문을 가까스로 통과,1층 보안과 사무실로 직행했다.전씨는 간단한 입소절차를 거친 뒤 독방에 수감됐다. 지난달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노태우씨에 이어 전직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구속되는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서울구치소와 안양교도소는 승용차로 불과 5분 거리.전씨의 백담사행으로 결론이 났던 5공 청산의 앙금이 채 해소되기도 전에 두사람은 「미결수」로서 동병상련의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한시간 뒤인 상오 11시30분 특별수사본부의 김상희주임검사 등 4명의 검사가 안양교도소 앞에 도착했다.취재진의 성화에 5분여를 지체하고 있을 때였다.피켓시위를 벌이던 재야단체 회원 한 명이 김검사가 탄 승용차를 붙잡고 『검찰은 믿을 수 없으니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라』고 소리쳤다. 차안에서 침묵하고 있던 김검사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어찌보면 이날 안양교도소 앞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모두에게 고통이었다.어쩌다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전직대통령이 옥살이를 하게 됐을까.끝내 사과의 말은 생략하고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전씨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그들을 전직대통령으로 계속 예우해야 하는가.그들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던 검찰은 소명의식을 갖고 수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인가. 교도소안으로 들어가는 검찰 수사팀의 어깨가 천근만근 무거워 보였다.
  • 자민련의 「특별법」 속앓이/양승현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자민련에는 최근 민자당에서 입당한 박준병 부총재 같은 5·18 관련인사들이 적잖이 있다.박부총재는 5·18 당시 20사단장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주모급 인사로 지목된다.5·18 특별법이 제정되고,그 뒤 관련자 처벌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면 직접 영향권 안에 놓이게 될 판이다. 자칫하면 그 바람은 당의 상층부까지 뒤흔들지도 모른다.국회 바로 옆 사무실의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때를 만난듯 박철언·정석모 부총재와 한영수 총무를 신군부에 협력했던 공직자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한영수 총무는 『좀 더 지켜보자』고만 말한다.김종필 총재도 5·18관련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고 애써 비켜가는 모습이다. 당의 입인 구창림 대변인은 『법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아직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자세이지만,어쩐지 궁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자민련이 이날 『5·18과 대선자금 사건은 동전의 앞뒷면』이라며 유난스레 대선자금 공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것도 묘한 느낌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속담에 비유하면 요즈음 자민련의 분위기는 마치 「시집갈 날짜를 받아놓은 처녀가 등창이 난 형국」인 것 같다.5·18 관련자 처벌을 놓고 강하게 나가자니 신경쓰이는 당내인사가 한 둘이 아니다.그렇다고 적당히 얼버무리며 가자니 『그러면 그렇지.5·16주체가…』라는 여론의 빈축을 사기 십상이다. 어찌보면 이게 오늘 자민련이 처해있는 위상이며,극복해야 할 한계라는 생각이다.일반 국민들 사이에 오늘의 5·18 정국의 「근원적 책임」이 자민련에도 어느 정도 있다는 시각이 엄존하기때문이다.더러는 「구시대의 표적」으로 자민련을 지목하는데 서슴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자민련에는 5·18 정국이 위기일 수 있다.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로 통한다.소수의 보호와 구제를 위해 대의를 버리고 정치적 절충을 모색하기 보다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국민여론을 옳바로 읽어야 할것이다.그럴 경우 「기회」가 되는 것이다.자민련이 내건 「건강한 보수」는 구정치인의 결집은 아니기 때문이다.
  • 「깨끗한 정치」향한 법·제도개혁 신호탄/민자당 당명변경 결정안팎

    ◎“구시대 악습 타파” 정치개혁의 첫 걸음/노씨 비리 관련인사 내부숙정 불가피 여권이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민자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은 22일 김윤환 대표위원으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엄청난 결정을 내렸다.민자당의 간판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이는 여권 지도부의 생각일 뿐만 아니라 여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과 민자당소속원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일단 민자당이 당명을 개칭키로 한 이유는 어찌보면 단순하다.민자당은 노태우 전대통령의 민정당 중심의 3당합당으로 탄생한 당이다.지금 노전대통령의 부정축재사건으로 국민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시라도 빨리 과거의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싶은 것이 여권의 바람이었다.특히 민자당은 지난 6·27지방선거 패배 이후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왔었다.그러나 당의 체제를 바꾸지 않고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변화를 불러올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 일단 보류했었다. 그후 상황이 달라졌다.노씨 부정축재사건으로 여권은 위기로 내몰렸다.그러나 정면돌파로 이 위기를 극복,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여권지도부의 판단이었다.그 과정에서 김대통령은 『성역없는 수사』원칙을 고수했고 전직대통령이 구속되는 전대미문의 결과를 낳았다. 강삼재 사무총장은 더 나아가 『구시대의 정치관행은 이번 기회에 뿌리뽑고 여기에 물든 정치인은 물러나야 한다』고 여야를 초월한 정치개혁을 부르짖고 있다.여권지도부가 노씨사건을 계기로 역할을 분담해 정치권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이를 김대표위원은 「그랜드 디자인」이라고 표현한다.여권의 그랜드 디자인은 한마디로 노씨사건을 계기로 구시대의 악습을 청산,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민주주의 정치발전의 계기로 삼는 「대대적 개혁구상」을 뜻한다.그 출발이 민자당의 당명개칭이다. 손학규 대변인은 이날 당명을 바꾸는데 대해 『실추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선 당명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민자당이 「우선」이라는 표현을 쓴데는 나름대로 의미가 깔려 있다.손대변인은 이를 『깨끗한 정치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민자당은 당명개칭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권 개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여권은 정치자금법·정당법·선거법을 손질해 깨끗한 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개혁에 나설 준비도 하고 있다.여기에는 장기적 과제로 국회의원선거제도를 포함해 모든 것을 다루겠다는 생각이다. 당명개정에 대해 당내에는 과거와의 단절이나 정치권의 대대적인 물갈이 신호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김대표위원은 이에 대해 『정계개편이나 지도체제 개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물론 여권이 현 상태에서 정계의 지각변동이나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받아들여진다.그러나 현상태대로 가자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여권은 민자당명 개정을 계기로 노씨사건을 비롯해 정경유착과 관련된 여권내부인사에 대한 숙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민자당의 변화는 일단 민자당 내부로부터 시작되지만 정치권의 인적·제도적 변화는 궁극적으로 야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서글픈 「괴문서 정국」/박성원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폭로」는 우리 정치·사회 발전에서 때로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5공의 서슬퍼런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진데는 고 박종철군의 부검의가 고문흔적에 대한 소견을 편 것이 하나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6공에서 저질러진 권력과 재벌의 유착및 부패고리가 국민앞에 드러난데는 한 야당의원이 구체적인 비밀계좌를 공개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최근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에서 비롯된 정치권 주변의 「소문 시리즈」는 점입가경이다. 여야의 내로라하는 중진의원들이 31명이나 거명된 출처불명의 괴문서가 나돌더니,이번에는 다시 이를 보완이라도 하듯 24명의 비자금 수수 정치인 명단이 정치권을 떠돌고 있다.검찰이 지난 93년 동화은행사건등 몇차례의 비자금사건 수사를 통해 수십여명의 정치인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포착해 놓았다는등 사실과 가공이 뒤섞여 있을 법한 소문도 있다. 이같은 설들이 밑거름이 되어 부정한 정경유착의 전모가 국민앞에 낱낱이 드러나고 깨끗한 정치풍토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정치발전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또한 최근 비자금정국을 야기한 몇 건의 소문들이 과거와 달리 대부분 사실로 판명났다는 점에서 정치인 비자금 리스트가 예사롭지 않은 관심을 끄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씨 구속을 계기로 번성하고 있는 「정치인 블랙리스트」는 구체적인 혐의내용과 증거를 수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특히 그 전파과정이나 경로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정치허무주의와 불신만을 야기하는 「삐라 정치」를 양산할 위험성도 없지 않다. 검찰출신의 한 의원은 『정파간의 이해득실이 개입한 흔적마저 엿보이는 이같은 소문전쟁은 오히려 진실을 덮어버리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검찰도 지난 20일 괴문서에 대한 수사에 나섰으나 결과는 미지수다.정치권을 둘러싼 「검은 소문」에 대해 정치권이 스스로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 정치의 슬픈 현주소일 수도 있다.그러나 정치권을 검증하는 방식도 투명해지는 「정치실명제」가 정착되지 않고는 정치권은 영영 「자정대상」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 한­일 망언파문 수습 국면/양국 외무장관 마무리작업 한창

    ◎사과­역사공동연구위 구성 등 합의/“정상회담 무산막기 미봉책” 시각도 한국과 일본정부가 최근 양국간의 과거사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양국은 15일 공로명외무부장관과 고노 요헤이(하야양평)외상의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논쟁이 수습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공장관이 일본의 과거사 재인식을 다시한번 촉구하고 ▲고노 외상은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와 자신의 과거사 발언을 거듭 해명,사과하고 ▲양국정부가 지원하는 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만든다는 선에서 최근의 과거사 논쟁을 마무리하기로 정리했다. 양국의 외무 당국자들은 16일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 개최지인 오사카에서 18일 열리는 김대통령과 무라야마 총리간 정상회담의 의제를 최종 검토했다.그러나 이날 협의에서는 과거사 논쟁과 관련한 더이상의 수습책은 논의되지 않았다.이에따라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이외의 별다른 조치가 발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양국이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발표한 과거사 논쟁의 수습책은 매우 단기적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어찌보면 김대통령과 무라야마 총리간의 18일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한 방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왜냐하면 『한일합방조약은 법적으로 유효했다』는 무라야마 총리의 망언과 『일본은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없다』는 고노 외상의 망언은 취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라야마총리는 김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일합방조약은 불평등한 관계에서 한민족의 자결을 인정하지 않은 제국주의 시대의 조약』이라고 밝히고 식민지배 시대에 고통을 준데 사과했지만 끝내 자신의 망언을 취소하지는 않았다.고노 외상도 공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반도의 분단상태를 종식하고,통일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망언을 취소하지는 않았다.고노 외상은 대신 『과거사 문제를 법률론에만 집착해서 토론하게 되면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서 『정치적 판단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밝혔다.즉 정치적으로는 한국측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를 법적으로까지 반영시킬 수는 없다는 뜻이다. 양국 정부는 과거사의 어려운 짐을 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 떠넘기고 해방감을 맛보는 것같다.그러나 어떤 식의 위원회가 구성돼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낼지는 알 수 없다.일본에서 또다시 망언이 나오는 순간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 지자체 의원과 품위(사설)

    부천시의원들이 대낮에 술주정과 패싸움을 했다는 민망한 보도가 있었다.1일 1건씩 나오듯하는 지방자치의원이나 민선자치단체장들의 불미스런 뉴스가 걱정스럽다.뇌물수수 부정선거 혐의,민선단체장의 구속까지 부른 과거비리,안방에 수억원을 쌓아두고 온갖 의혹을 자극한 구청장,「살생부」를 만들어 선거보복을 한 단체장 등 유형과 규모도 갖가지다. 4년전 지방의회 구성에 이은 단체장 선출로 본격 출범한 우리의 지방자치시대가 이런 현상인 것에 암담함과 좌절을 느낀다.그래서 『우리에게 지방자치제는 아직 멀었다』고 자조하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지경이다. 어찌보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면 으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런데 유난히 큰소리가 나는 것은 실제보다 과장되게 알려지는 탓일 수도 있다.새로 태어났다는 점에서 유권자나 당선자 모두에게 지자제는 지금이 적응기고 탐색기다.아직 어떤 것이 바람직한 존재양식인지조차 바르게 정착 안된 상황에서,서로가 빤히 보이는 일상의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눈에모든 것이 들켜지고 있는 것이 우선은 문제다.또 온갖 확대된 매체들의 경쟁이 과장을 초래하기도 한다는 점도 없지 않다. 그중에 가장 큰 숙제는 당사자들의 자신의 입지에 대한 인식이다.갑자기 주어진 권능과 영예에만 취해서 영예보다 더 크게 따르는 책임에 생각이 못미치는 지도자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영광보다는 고통일만큼 준열한 책임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데 근본문제가 있는 듯하다. 아직은 이렇게 시행착오 속에 있는 그들을 처음부터 선정보도의 대상으로 공략하는 태도 역시 반성이 있어야 한다.신중하되 단호한 감시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그래야만 국민에게 지레 좌절을 안겨주는 일을 피할 수 있다.주어진 역할에 대한 겸허하고 품위있는 수렴,사려깊은 감시가 어우러져 지방화시대의 밝은 전망이 현실화하기를 빈다.
  • 한반도내 적대성 상존 입증/3년만의 북한군 침투

    ◎군강경파 입김 추정… 평화노력에 찬물/대통령 외유중 아군경계능력 시험한듯 17일 새벽 북한군 1명이 휴전선을 넘어 침투하려다 사살된 사건은 대립 차원을 넘어 적대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물론 이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북한쪽에 있다.우리의 평화 노력에는 아랑곳 없이 북한은 무력에 의한 대남적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 대한 군당국의 평가다. 북한군의 침투는 지난 92년 5월22일 중서부전선인 철원지역에서 북한군 3명이 아군과 총격전 끝에 전원사살된 이래 3년만이다.새정부 출범 직후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로 긴장국면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북한은 얼마전까지 적어도 겉으로는 한반도 평화무드 조성을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 왔다.최근 우성호문제 등으로 다시 꼬이긴 했지만 남북관계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그런대로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북한의 무장군인 침투는 「예상밖의 사건」으로도 받아들여 진다. 국방부고위당국자는 사살된 북한군이 잠수복에 검은색 오리발을 착용한 것으로 미뤄 특수전부대 소속 병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현장에서는 오리발 1쌍과 총번이 없는 M­16 소총 2정및 수류탄 1발이 비닐봉지에 싸인채로 발견됐다.따라서 사살된 병사 말고 도주한 북한군이 적어도 1명 이상은 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발견된 오리발에는 「ROCKET」라는 표시가 돼 있고 「MADE IN JAPAN」이라고 새겨져 있었다.이는 지난 92년 사살된 북한군이 착용한 오리발과 똑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 북한군은 과거 남한 깊숙히 침투했던 공비와는 임무 성격이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우리측의 판단이다.전방의 아군 병력및 무기체계 비치현황을 탐지하고 유시시 침투로 확보를 위한 정찰조로 보인다고 국방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캐나다및 유엔 순방으로 우리군에 특별경계 강화 지시가 내려져 있는데다 한미간 연례 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우리군의 비상시 경계능력을 시험해 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지적이다.어찌보면 통상훈련의 성격도 짙다는 것이다.북한의 특수전 부대는 대략 10만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북한 김정일이 군 수뇌부에 대한 인사에서 보수·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운 뒤에 나온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의 대남정책의 방향을 감지케 해주고 있다.군총참모장에 기용된 김영춘(73·차수)과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조명록(71·차수)등이 대표적인 보수·강경파로 꼽히고 있다. □무장공비 침투 주요일지 ▲58년2월16일=부산발 서울행 KNA기 및 탑승자 34명 간첩에 의해 납북. ▲68년1월21일=124군부대 무장공비 31명 청와대기습위해 서울침투,29명 사살·1명 생포·1명 자폭. ▲70년4월4일=격열비열도 간첩선 침투,사살 17명. ▲75년9월11일=전북 고창 2명 침투,사살 1명. ▲76년6월19일=중동부전선 3명 침투,전원 사살. ▲79년10월11일=동부전선 비무장지대 3명 침투,1명 사살. ▲80년3월23일=한강하구에 3인조 수중침투,전원 사살. ▲80년11월3일=전남 횡간도에서 무장간첩 3명사살. ▲81년6월21일=충남 서산서 무장간첩선 격침,사살 9명·생포 1명. ▲81년7월4일=임진강 상류 1명침투,사살. ▲82년5월15일=동해안 2인조 출몰,사살 1명. ▲83년6월19일=임진강에 3인조 무장공비침투,전원사살. ▲84년9월24일=무장간첩 1명 대구에 출현,시민3명 살상후 음독자살. ▲85년10월19일=부산 청사포 간첩선 침투,격침. ▲86년8월5일=중부 비무장지대안 선제사격,쌍방 8백여발 총격전. ▲87년11월21일=중부비무장지대에서 총격도발,아군 1명 부상. ▲89년10월14일=북한 경비정 1척 연평도 서남방 해역 침투후 도주. ▲90년6월7일=북한군 3명 대성동지역 군사분계선 80m월경. ▲92년5월22일=중서부전선 3명 침투,전원사살.
  • 정치권의 「조순 금단현상」/박현갑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아직은 정치적인 구조조정기라고나 할까. 지난달 29일과 지난 10∼11일 세차례에 걸쳐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올해 첫발을 내디딘 「서울지방자치시대」가 앞으로 정치외풍에 어떻게 반응해나갈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은 과거와 달리 피감기관장에 대한 예우가 깍듯했고 질의도 대부분 점잖은 편이었다.오히려 서울시가 공격적인 답변으로 시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듯했다.「민선시대」라는 새로운 잣대가 이미 먹혀들고 있었다. 상임위별로 현안은 달랐으나 최대관심은 역시 조순 시장의 거취문제였다. 조시장은 거취문제에 대한 질의가 나올 때마다 시정에만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여당은 조시장의 이런 반응에 고무되는 눈치였고,국민회의측은 조시장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민주당은 희색이었고,자민련은 관망자세였다. 한마디로 중앙정치권이 조순시장을 바라보는 눈길은 「4당4색」이었다. 그러나 조시장과 국민회의가 다수당인 시의회와의 관계는 당분간 껄끄러울 것으로 전망된다.의회가 확실하게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더라도 예산승인이나 조례개정등 각종 안건에 대해 시시콜콜 따질 것이기 때문이다.시정의 손발이 될 구청장도 국민회의 출신이 대부분이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비교적 좋을 것 같다.다만 조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어서 조시장의 행정력과 서울시민의 여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서구 민주주의국가가 뚜렷한 정강과 정책으로 정당정치를 생활화하고 있는 것에 비해,아직까지 지역주의와 인물위주의 정치가 주를 이루는 국내여건상 조시장에 대한 정치권의 다양한 시각은 어찌보면 민주주의로 나가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금단현상인지도 모른다.그러나 한편으로 정치권은 지난 6월28일 한 시민이 조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조순을 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민주당을 버리고 전후좌우 살피지 말고 오직 서울시민을 위해 신명을 다해 일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곰곰 되씹어보아야 할 것 같다.
  • 불 벨레토 장편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눈길

    ◎기타교사와 어머니·딸의 삼각관계가 축/긴박한 상황 익살·독설로 풀어 프랑스 현대작가 르네 벨레토의 장편소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상,하가 열린책들에서 나왔다.(우종길 옮김) 오랜 세월 서구문화의 토양 노릇을 해온 프랑스 문학의 두께를 증명이나 하듯 그간 국내에서도 파트릭 모디아노,르 클레지오 등의 현대 프랑스 소설이 제법 소개됐었다.하지만 본질적으로 인문주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이같은 작가들에 비해 벨레토는 색다른 면모를 갖춘 소설가다. 재기발랄한 문장에 심리 스릴러,추리,기타음악과 영화,첨단과학 등의 요소가 뒤섞인 그의 소설은 어찌보면 국내의 신세대작가를 떠올리게도 한다.벨레토의 작품세계는 한 정신과 의사가 무의식을 꿰뚫어보는 기계를 실험하다 잘못해서 환자인 악당과 육체가 뒤바뀐다는 내용의 「기계」를 통해 올초 국내에도 선을 보였다. 「하늘에서도…」는 다비드라는 미남 기타리스트가 그집 딸 비비안에게 기타교습을 하러 톰스데이 가문을 드나들면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비비안의 엄마 줄리아는 돈많고 잘생긴 남편 그레함도 아랑곳없이 다비드를 유혹해 대번 불륜의 관계로 이끈다.열다섯살 먹은 비비안도 3년전 정체모를 괴한에게 성폭행 당한 일을 털어놓으며 다비드의 환심을 사려든다.어느날 집으로 불륜의 현장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날아드는 등 다비드가 테러의 대상이 되자 스스로를 살인청부업자라고 소개하는 다니엘이 나타나 그를 도와준다.톰스데이 가문의 옆집에 이사온 에드비쥬는 우아한 여자지만 얼굴 왼쪽은 미녀인데 오른쪽이 일그러진 기형.남들의 삶이나 엿보며 살아가는 그녀는 비디오테이프 촬영의 유력한 용의자다. 이들이 얽히고 설켜 쫓고 쫓기는 긴박감 넘치는 상항을 작가는 시종 익살과 독설을 섞어 그려낸다. 기타음악과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작품전체에 흐르면서 한편의 컬트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 북 개방과 연계 국제 이슈화/남·북 인권공방 해설

    ◎「인권위」 자료근거 조목조목 반박/턱없는 대남비방공세 사전차단 공로명 외무부장관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제기한 북한 인권 문제가 곧바로 남북간 쟁점이 되어버렸다.공장관의 연설이 끝난뒤 유엔 총회장에서 남북 양측의 대표가 두차례씩 발언권을 얻어 인권 공방전을 벌인 것이다.어찌보면 우리가 슬쩍 내민 미끼를 북한이 덥석 물어버린 상황이 된 것 같다. 북한측은 28일 상오(현지시간) 공로명 장관이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를 공식 제기하자 즉각 「답변권」을 신청했다.우리측이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북한 유엔대표부의 김창국 참사관은 이날 예정됐던 총회 일정이 완료된 직후인 하오 6시쯤 사회자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남한에는 40년 이상 복역자가 수십명에 달한다』고 역공을 시도했다.그는 또 이산가족 재회문제제기에 대해 『이산가족의 재회를 막는 것은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콘크리트 장벽』이라고 강변하며 『우리는 인권의 천국』이라고 선전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유엔대표부의 이규형 참사관이 발언권을 얻어북한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당초 공장관은 이산가족과 납북자 문제를 인도적 측면에 중점을 둬 「점잖게」 제기했지만,이참사관은 거침없이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이참사관은 국제인권위원회등의 발표 자료를 근거로 『북한내 정치범억류 강제수용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특히 한국전때 납북된 인사가 4백50여명』이라며 구체적 숫자까지 들어 북측 주장을 공략했다.이참사관은 국가보안법과 관련,『한국에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권증진을 위한 개혁조치가 강력히 시행된 것은 유엔에서도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측의 김참사관은 다시 5분이내로 제한된 2차 발언에 나서 『국제사면위의 자료와 통계는 대북 비방을 목적으로 남한당국이 넘겨준 자료에 근거한 허위』라고 북한 특유의 생떼를 썼다.그리고 바로 그 무모한 발언이 이날의 논쟁을 우리측의 판정승으로 이끌게 만들었다.국제사면위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은 듣고 있던 각국 대표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이다. 북한의 반발이 계속될수록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적 이슈로 확대될 뿐이다.그것은 우리측이 기대하던 바이다. 공장관이 유엔으로 출발하기 전 정부 관계부처는 공장관 발언의 수위 뿐만이 아니라,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또 그에 대한 우리측 후속조치등의 전략협의를 마친 상태였다.정부는 가급적 인권문제를 다른 남북현안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다만 북의 인권상황 개선문제를 북의 개방과 연계하고 국제무대에서 북의 턱없는 대남비방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신 3김시대」 표현에 강한 거부감/김 대통령 기자간담 이모저모

    ◎“개혁성과 벌써 잊었나” 서운함 피력/“고독과 고뇌에 찬 직책” 2년반 회고 김영삼 대통령은 5년 임기의 후반이 개시되는 날인 25일 낮 출입기자들과 1시간20여분간 오찬을 함께하며 간담회를 가졌다.청와대 메뉴가운데 별미로 치는 도토리국수가 나왔다. 김대통령은 『오늘은 대단히 의미있는 날』이라면서 『2년반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솔직한 심정을 얘기하겠다』고 서두를 꺼냈다. 김대통령은 개각,세대교체등 정치권의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특히 개각 시기나 폭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5차례나 질문을 했지만 『오늘 그 얘기는 않겠다』고 간담 끝까지 똑같은 답으로 일관했다. 어찌보면 이날 김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는 「따끈따끈한 뉴스」가 없었다.그러나 대통령이 「비보도」를 전제하지 않고 요즈음의 솔직한 심경을 털어 놓은 것 자체가 뉴스가 아닐수 없다. 김대통령은 지난 2년반의 임기중 북핵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을 때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밝혔다.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결코 영예스럽지만은 않은 「고독과고뇌에 찬 직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구체적 사례는 밝히지 않았으나 여론수렴 미흡,그리고 시행착오로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전무후무한 개혁조치들을 단행했음에도 불구,국민들이 벌써 그 성과를 잊고 있는데 대한 서운함도 솔직히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오늘 2년반 임기의 새 대통령이 된 기분으로 과거의 경험을 살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취임 1년,또 2년을 맞이할때도 그랬지만 김대통령은 하루하루를 새로 대통령에 취임하는 각오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대통령이 여유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경호원,그리고 함께 조깅하는 측근들이 너무 이른 새벽에 나와야 하는 불편을 고려하여 조깅시간을 늦춘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김대통령이 후반기에는 보다 「부드러운 대통령」으로 스타일이 바뀔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신3김시대」,「후3김시대」라는 언론의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보였다.대통령은 정치·경제발전 등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자리라는 것이다.집권을 지상목표로 하는 야당 대표와 같은 반열에서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며 너무 근시안적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간담에서 포괄적이나마 후반기 국정운영의 원칙도 모두 밝혔다.전반기의 변화와 개혁,부정부패 척결 노력이 지속되는 위에 국민통합,대화합조치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들은 「수단」일뿐 김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궁극적 목표는 일류국가,신한국 건설이었다.집권 후반기에는 국민 모두를 일류국가 창조의 동행자로 이끌겠다는 김대통령의 결의를 이날 간담회에서 읽을 수 있었다.
  • 연극배우 출신 탤런트 김상중(인터뷰)

    ◎K­1TV 드라마 「김구」서 젊은 시절 김구역/“역사에 눈뜨는 과정 표현하기 힘들었어요” 어찌보면 진지한 얼굴, 또 다르게 보면 약간은 촐싹대는 신세대 이미지의 얼굴을 가진 연극배우 출신 탤런트 김상중(30). KBS­1TV의 광복50주년 특집드라마 「김구」에서 김구 선생의 젊은 시절 「창수」로 분해 때로는 경박스럽게 실수도 하고 외모 때문에 고민도 하는,그러나 점차 민족의 고난을 몸으로 체험하며 거인으로 변해가는 「인간 김구」를 열연하고 있다. 큰 나무, 거인, 민족의 지도자 등 고정된 이미지만을 떠올리는 시청자에게 「백범 김구 선생도 젊은 시절 저런 모습이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딱딱하기 쉬운 역사인물극에 신선함을 안겨주고 있다. 평범한 젊은이가 역사에 눈을 뜨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지난 92년 연극과 영화로 제작된 청춘오락물 「돈아돈아돈아」에서 백수건달 「달호」 역을 맡아 껄렁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 김상중은 김구역이 「달호」의 이미지를 벗어나 연기폭을 넓히는 기회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9회분에서 38세의 김구를 그트로 조상건씨에게 김구역의 바통을 넘겨조고 오는 9월말 극단 신화의 창작극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의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 중견작가 유순하씨 새 장편소설 「아주 먼 길」

    ◎“가진 자의 탐욕 날선 언어로 해부” 지난 8∼9년간 집중적인 글쓰기로 주목 받아온 중견작가 유순하씨(52)가 새 장편소설 「아주 먼 길」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낸다. 희곡 「인간이라면 누구나」로 68년 사상계를 통해 데뷔한 그가 첫 소설집을 낸 것은 지난 88년.이후 그는 마치 늦은 물오름에 한풀이라도 하듯 1년에 두세권씩 단행본을 쏟아냈다.노동문학으로 분류되는 「생성」「배반」,일본에 대한 민족감정을 다룬 「고궁」,우리 사회 중간층의 목소리를 묶어낸 창작집 「벙어리 누에」를 거쳐 94년 여성운동의 문제점을 추궁한 「한 몽상가의 여자론」,올초 대기업 삼성의 실체를 파헤친 비평서 「삼성,신화는 없다」까지 그는 남들이 손대지 않는 곳으로 끊임없이 글감의 폭을 넓혀온 소설가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그의 작품을 하나로 묶는 끈이 있다.그것은 바로 상식을 존중하는 균형감각이다.사람살이의 소박한 윤리를 믿는 그의 소설은 간혹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것이 작품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하는 받침대 역할을 해왔다. 「아주 먼 길」은 이런 점에서 지극히 유순하적인 작품이다.서울의 대학휴학생 영선과 농촌 처녀 준희의 눈으로 번갈아 쓰이는 이 소설은 가진 사람들의 탐욕과 타락을 날선 언어로 해부하면서 인간됨의 본질을 묻고 있다. 물욕에 휘둘리는 아버지와 아귀 같은 어머니를 미치도록 증오하는 영선은 어머니가 작은 부인임을 알게되고부터 스스로를 타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그런 그에게 뒷산의 들풀처럼 스스럼 없는 준희가 나타난다.또 자신보다 더 버거운 삶을 버텨온 이복형제들,식구들의 패악을 감싸는 가정부 재윤 어머니도 그의 마음을 흔드는 인간성의 소유자다.소설은 결국 아버지의 죽음과 「한때 소녀시절엔 미래에 대한 보랏빛 꿈을 꾸며 흰천에 꽃수를 놓던」 그러나 지금은 욕망 때문에 쓰러진 어머니의 비참한 발작앞에서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하는 영선의 깨어남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밋밋해뵈는 얼개지만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책읽는 즐거움을 더한다.「맑은 공기가 콧구멍을 거쳐 가슴에까지 이어 흐르는 소리가 호르르 울리는듯했다」「문득문득 들국화가 나타났다.더러는 두셋이 함께,더러는 홀로,더러는 건성드뭇이 무리를 지어」같은 아름다운 문장에서 지은이의 농익은 붓끝을 엿볼 수 있다.
  • 설계·시공·감리·관리 “총체적 부실”/「삼풍붕괴」가 남긴 것

    ◎「예견된 사고」 방치가 큰 재난 불렀다/“비리있는 곳 부실있다” 교훈 새로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설계·시공·감리·유지관리 분야의 총체적인 부실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당사자격인 건설업계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25일 수사결과 이번 사고는 공사주체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대량 인명피해를 막거나 최소한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더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여기에다 담당 공무원들까지도 업계와 유착,이같은 대형참사가 어찌보면 필연적이었다는 게 수사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다시말해 비리가 상존하는 한 부실시공으로 귀결되어지고 그에 따라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도 결코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하겠다. 삼풍백화점은 맨처음 설계부터 시공·감리·유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부실했던 것으로 입증됐다. 우선 백화점측은 시공도면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에 들어가는가 하면 공사진행중에도 층별·공정별로 수시로 시공도면을 변경했다. 기초공사부터옥상슬래브까지 모든 골조공사를 맡은 우성건설은 부실시공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성건설은 A동 북쪽 내력벽과 슬래브 연결부위에서 내력벽안으로 설계도(64㎝,40㎝)보다 훨씬 짧은 25㎝길이로 철근을 심었다.인장력을 높이기 위해 상부철근 끝부분을 갈고리형태로 만들지 않고 직선으로 배근했다. 검찰은 이 연결부위만이라도 원칙대로 시공됐다면 연쇄붕괴를 피할수 있었고 희생자도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에서 감리분야의 중요성이 그대로 입증됐으나 삼풍백화점측은 A동 골조공사가 끝난 89년 11월까지 비용절감을 이유로 상주감리를 맡기지 않았고 이후에도 무자격자를 상주감리원으로 지정,형식적인 감리를 실시했다.삼풍과 우원종합 건축사무소는 상주감리를 하지 않고도 중간검사·준공검사때 허위로 감리보고서를 작성해 서초구청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검찰은 오는 9월말쯤 최종수사결과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 서울시장후보 「빅3」토론(“열전” 6·27선거/D­8일)

    ◎DJ의 「정치적 입김」 싸고 공방/KBS TV토론서 열띤 논쟁/“「지팡이」가 조후보 좌우… 독립성 없다”­박찬종/“지원세력 없는 무소속시장은 곤란”­조순 서울시장선거에 나선 민자당 정원식,민주당 조순,무소속의 박찬종 세후보가 17일 밤 KBS텔레비전을 통해 또한차례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는 지방자치 선거에 대한 중앙정치의 지나친 「오염」문제,이와 관련된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유세지원 등 정계복귀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다.조후보와 박후보는 각각 김이사장의 유세를 놓고 『정계복귀로 볼 수 없다』,『이미 정계에 복귀했다』는 논리의 공방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특히 조후보가 「은퇴한 농부가 전답을 돌보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여권에서 은퇴하는 농부가 어디있느냐며 농사와 정치를 비유하는 것은 「말장난」일뿐 이라고 반박하는 등 토론의 「여진」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선 김이사장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관련 『민주당의 서울시장후보를 누가 만들었는지 누구나 알고 있다.민주당 후보는 독립성,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DJ(김대중 이사장)의 지팡이가 두들기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한 박후보의 유세 발언에 대해 민주당 조후보의 강한 반격이 있었다.조 후보는 중앙정부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여당도 아니고 정부를 견제할 힘을 가진 야당도 아닌 무소속 후보가 시장이 되면 원활하게 그 직무를 수행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박후보를 공박했다. 이에 박후보는 『우리 제도권 정치의 속성상 조후보나 정후보가 양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뿐』이라며 서울시민의 지지라는 힘을 바탕으로 시장직을 잘 해낼수 있을것 이라고 맞섰다. 김이사장의 정치복귀 논쟁은 『오늘로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는 92년12월 정계은퇴선언과 『선거에 출마할 권리도,유세할 권리도 있다』고 발언한 15일 유세 장면이 비디오로 소개된뒤 한 패널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여당은 최근 김이사장의 활동을 정계복귀로 보고 비난하고 있는데. ▲조후보=예를 들어 농부가 농사를 짓다 은퇴했다고 해서 비가 많이 오는데도 전답을보살피지 않아야 하는가.김이사장은 민주당을 창당해 이끌어온 분이므로 은퇴했지만 민주당이 어려울때 지원하고 유세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김이사장의 격에 맞는 큰 공직에 입후보 했거나 새 당직을 맡았다면 정계에 복귀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의 활동 정도를 정계복귀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김이사장이 민주당원으로는 정치활동을 재개한 것인가. ▲조후보=예,아니오라고 답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다만 지금까지의 활동으로 보면 대통령 선거 이후 은퇴를 번복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박후보=김이사장은 아태재단을 창설해서 활동하는 순간부터 사실상 정치활동에 복귀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그러나 김이사장이 은퇴선언을 했으니까 정계에 복귀하면 안된다든지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다만 김이사장의 연설을 방금 비디오로 보았듯이 『출마도 할 수 있는것』이라고 한 발언을 우리 국민·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 것인지 정말 두렵다.김이사장이 21세기가 5년밖에 남지 않은시점에서 무언가 변화의 새로운 물결로,우리 국민들을 다른 차원에서 지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김이사장은 이미 정계에 복귀해 있다고 하는 것이 정리하기에 편하다.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국민에게 혼란을 주지않는 일이다. ◎「지역 특권론」 놓고 치열한 설전/SBS TV 토론이 이모조모/“지역 할거주의는 불행한 일” 포문­정원식/“지방자치와 맥 같이한다” 옹호론­조순/“뭐라고 미화하든 지역감정 조장”­박찬종/박 후보 「유신찬양 발언」 싸고 험악한 분위기… 녹화 중단도 민자당의 정원식,민주당의 조순,무소속의 박찬종 후보 등 서울시장후보 「빅3」는 18일 저녁 SBS­TV 토론회에 참석,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정치재개」와 지역할거주의 등 최근의 정치쟁점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녹화방영된 이날 토론회는 사회자가 질문하고 패널리스트와 각 후보진영의 참관인이 서면으로 보충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당이 과열 자극 ○…세후보의 유세 등 하루일과와 유세연설 가운데 출마의 변이 녹화화면을 통해 소개된뒤 토론이 시작됐다. 첫 질문인 최근 중앙정치의 지방선거 개입과 과열·혼탁양상에 대해 정후보는 『정치논리에 의해 본질이 훼손돼 유감』이라고 지적했고 박후보는 『지자제선거 본래의 위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반면 조후보는 김대중 이사장의 선거개입시비를 의식한 듯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가 사느냐,죽느냐를 가늠하는 중대한 선거로 정치적 의미가 대단히 크다』며 정치적 의미가 충분히 부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쟁점으로 부상한 「지역등권론」,지역할거주의에 대해 정후보는 『지역등권론의 참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지역할거주의로 흐른다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지자제선거가 정권교체선거인 양 탈바꿈해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에 조후보는 『지역등권주의는 본질적으로 지방자치와 맥을 같이한다』고 김이사장을 적극 옹호하면서 『왜 문제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박후보는 『지역감정을 녹여야 할 서울시장선거에서조차 이같은 현상이 벌어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박 후보의 이같은 반론에 대해 조후보는 『등권주의에 반대한다면서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역공을 시도했다. 그러자 박후보는 『등권주의를 뭐라고 미화하든 내용은 지역할거주의』라고 반박했다.정후보도 『핫바지론과 같은 주장은 분명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고 『이번 선거전에서는 재정자립도에서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는 서울시 각 구의 균형발전문제 같은 주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의 정계복귀문제와 관련,박후보는 『시간이 갈수록 중앙정치 개입이 노골화하면서 선거전이 과열되는 것은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 이사장이 노골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과열과 혼탁을 자극한 쪽은 김이사장과 민주당』이라고 비난했다.정후보는 『일부 정치권에서 지자제선거의 본래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조후보는 『민주당을 창당하고 키운 김이사장이 지원유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반박하고 은퇴한 농부가 비바람이 몰아치면 전답을 보살피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전날 KBS­TV토론에서의 논리를 되풀이했다. ○정당간 연대도 비판 ○…서울에서도 야당의 연대움직임이 있다는 지적에 조후보는 『자민련의 김동길 의원이 나를 지원한 것을 말하는 것 같다』면서 『김의원 스스로 자원한 것일 뿐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박후보는 『민자당에서 뛰쳐나온 자민련이 갑자기 민주당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 제도권정치가 가봉합상태임을 확인케 된다』고 단정한 후 『선거후 정치권에 일대 이합집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후보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연대가 구체화히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단 정당간 정치적 연대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피력했다. ○도덕적 비난 불가피 ○…박후보가 과거 유신체제 지지발언을 했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자 민주당측은 『이런 상태에서 토론회를 계속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1시간 가까이 녹화가 중단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민주당측은 또 『토론회가 김대중씨의 정계복귀,민주당과 자민련의 연합 등 지자제의 본질과 무관한,민주당에 불리한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SBS측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박후보는 이같은 질문이 나오자 갑자기 『이것 빼세요.반칙이다』하고 고함을 쳤으며 녹화가 중단된 1시간남짓 난감한 표정으로 방청석을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조직의 한사람으로 내키지 않는 말을…』이라며 「유신지지」사실을 시인,지난 KBS 토론회에서 『이름만 빌려줬다』고 한 발언을 번복함으로써 유신을 지지한 정치적 비판과 거짓말을 했다는 도덕적 비난을 한꺼번에 받게 됐다. ○파업관련 대화 강조 ○…민주당측에 불의의 일격을 맞은 박후보진영은 『조후보 집안의 이념적 성향을 문제삼는 질문을 반격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한 측근의 귀띔과는 달리 『부산시장에 출마한 노무현씨의 김대중씨의 지원유세 중단촉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비교적 온건한 질문으로 반격했다. 이에 대해 조후보는 『짐작컨대 김이사장의 지역등권론이 잘못 전달돼 역으로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더 이상은 모른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한편 오는 22일 새벽 4시까지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서울지하철노조가 만약 파업을 강행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세 후보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대화를 강조하면서 두리뭉실 넘어갔다. ○최시장 인터뷰 소개 ○…이어 서울시장의 어려움을 설명한 최병렬 서울시장의 인터뷰내용이 화면으로 소개됐다. 최시장은 『서울시업무는 국방부만 빼고 모든 중앙정부의 일을 다뤄야 할 만큼 복잡다양한데다 시민의 이해와 직결된 것이 상당히 많다』면서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려면 어느 정도 사전지식도 있어야 하고 시일도 많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한 패널리스트는 이와 관련,『민선시장의 임기는 3년에 불과한 데 어떻게 그 많은 공약을 실행하겠느냐』고 물었다. 정후보는 『이미 발표한 공약 1백개는 임기중 반드시 완료할 것,착수할 것,기반조성을 하는 것,3종류로 나눠진다』고 설명하고 『공약이란반드시 현실성과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원칙론을 강조했다. 조 후보는 답변 대신 박후보의 공약중 자동차 홀짝운행제가 과연 실현가능하겠느냐고 질문했다. 박 후보는 『통행세·주차료·자동차세 등의 감면혜택을 부여하고 시민에게 설득하면 가능하다』고 응수했다. 이날 토론회는 각 후보가 그동안 수차례의 토론을 거치면서 전문분야의 식견을 적잖이 넓혔음을 입증해주었다.
  • 법질서의식/어릴때부터 질서지키기 생활화(세계화 이렇게 하자:13)

    ◎“서둘면 손해” 학교·가정서 엄격히 교육/위반자 법적 규제­국민편익시설 확충 병행을 선진경제국들의 모임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기초질서 위반사범을 벌금을 물려가며 주기적으로 단속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우리나라가 곧 회원국으로 가입하면 이 기구의 「유일한」 기초질서 위반사범을 단속하는 나라가 되는 셈이다.세계 13위의 무역국,세계 17위의 1인당 국민소득(GNP)을 자랑하고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려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초질서 위반사범이란 거리에 침을 뱉거나 휴지·담배꽁초를 마구 버리는,또 차도를 무단 횡단하는 등 선진시민이면 반드시 지켜야할 기본질서를 위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질서의식이 철저히 생활화 되어있는 선진 시민들의 눈으로 보면 이를 경찰력으로 단속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질서의식 부재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6일동안 3만5백51명의 경찰력을 동원,단속을 벌인 결과 모두 3만4천9백99건의 기초질서위반사범이 적발됐다.하루에 5천8백33명의 시민이 망신을 당하고 벌금을 문 것이다. ○후진성의 극치 달려 이를 4월의 단속결과와 비교하면 전체 단속건수는 2천2백건,하루평균 단속건수는 3백67건이나 늘어난 수치다.비록 단속경찰관의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그만큼 어기고 있는 시민이 어디엔가는 항상 있다는 반증이다. 질서의식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는 경제규모에 맞지않게 아직은 후진국형에 가깝다.당연히 지켜야 할 줄서기,뇌물 안주기,휴지 안버리기,술마시고 고성방가 안하기,무단횡단금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는게 없다. 법질서 측면에서 후진성의 극치는 무질서한 도로교통이다.도로가 혼잡하든,안하든 조그마한 접촉사고만 났다하면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놓고 핏대를 올려가며 멱살을 잡고 싸우기 일쑤다. 그 뿐이 아니다.남들이 길게 직진차선에 줄을 서고 있는데 좌회전 차선으로 달려와 끝에서 얌체같이 살짝 끼어들고,앞차에 밀려 도저히 교차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인데도 파란불이라고 꾸역꾸역 밀어붙여 교차로를뒤엉키게 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도심의 풍경이다.경찰이 지난 4월1일부터 기초질서 위반사범에 대한 벌금을 크게 올렸으나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상아탑 조차도 엉망 서울경찰청 방범부장 김형진(58) 경무관은 『엄격한 법질서 가꾸기의 출발은 학교와 도로다』라고 말하고 『단속을 해보면 우리사회의 법질서 지키기는 개인적인 각성을 통해 고쳐져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공존의 이유에서다.전문가들은 너와 내가 어우러져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엄격한 법질서 지키기라고 밝히고 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김동일 교수는 『우리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격히 바뀌면서 물질적인 토대는 크게 향상되었으나 의식구조 변화가 제대로 뒤따르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이 간격이 기초질서 의식 결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법질서 지키기는 엄밀히 따지면 단속대상이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는 사회학적 진단이다. 단속이 거의 없는 선진사회에서 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거나 휴지·담배꽁초를 버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외국 폭력영화에서나 차도를 무단 횡단하지,실제 생활에선 차량 접촉사고가 났더라도 서로 집전화번호와 보험사전화번호를 교환한뒤 가볍게 헤어지는게 예사다. 그들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질서지키기가 생활화되어 있는 까닭이다. 서울대 법대 최종고 교수는 『미국에서는 유치원이나 국민학교에서 조차 학교급식 시간에 새치기를 하다 들키는 학생이 있으면 그날 점심을 굶긴다』고 전하고 『그러나 우리는 지성의 산실인 대학에서 마저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의 무질서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고 개탄했다. ○「빨리빨리병」이 문제 이는 교육과정에서 질서교육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증거다.또 가정에서도 남보다 앞서기 위해 저지르는 질서파괴 행위를 철저히 나무라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둔다.나아가 우리사회가 나보다 먼저 와 줄을 선 사람의 노력과 권리를 깡그리 깔아뭉개는 도덕성과 양심부재의 「조급문화」의 사회임을 말해주고 있다. 서점에서 책을 사 하루만에 읽고 독후감을 써와야되고,한달이 아니고 월요일에 내야 할 국민학교 2학년의 토요일 숙제가 「민족공동체 의식함양」을 주제로 한 5분가량의 거창한 연설문이라면 그것은 이만 저만한 불합리가 아니다.이런 식의 교육을 받으니 법질서에 대한 의식이 싹틀 턱이 없다. 최 교수는 『법질서 의식은 성인이 된 뒤의 교육이나 규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유아기부터 질서중심의 가치관을 심어주고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함으로써 터득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찌보면 최근 우리사회의 잇단 대형사고도 이같은 질서중심의 가치관이 없고,법질서의 공정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열번 조여야되는 나사를 정확히 열번 조였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었다. 교통개발연구원 도시교통연구실 김수철 실장은 『질서위반자에 대한 엄한 법적 규제와 이러한 위반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편익을 증대하는 두가지 방안이 병행되어야 우리사회의 질서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따라다닌 인질(외언내언)

    자기 군화는 코가 반짝이게 닦아 신으면서도 관리해야 할 무기는 녹이 슬건말건 관심이 없는 병사들도 있다고 걱정하는 지휘관이 있다.그런 병사들에게는 기합을 줘서 훈련시키는 일이란 어렵다 할 것이다. 또 한번의 탈영병 소동이 주말을 강타했다.뼈에 금이 가도록 상관에게 얻어맞은 것이 탈영의 이유라고 했다지만 참을성이 없다는 요즈음 젊은이들의 속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같다.그런 중에서도 이 탈영병소동에서 인질이 되었던 청년의 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탈영병사가 「동생」처럼 연민스러워서 설득하여 자수시켜 보려고 도망칠 틈이 있는 데도 도망가지 않고 18시간을 끌려다닌 것이다.그는 「끌려다녔다」기보다는 「따라 다닌」형국이다. 아직은 강에서 부는 밤바람이 살을 에듯 차가웠을 한데서 극한상황에 쫓기는 무장한 탈영범에게 붙잡힌 채,술심부름도 하고 하소연도 들어야만 했던 인질노릇은 정말이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범인의 허락을 받고 돌려보내는 애인에게 범인신고를 유예하도록 시키고,도망칠여유가 충분했는데도 자수를 권유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은 침착한 시민이 있었다는 일이 놀랍다.어찌보면 좀 무모할만한 일이기도 한 것같다.이런 경우에는 자수보다는 어떻게든 잡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이론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캔 맥주를 기울이며 구겨지고 잘못된 인생의 덫에 걸린,아직은 너무 어린 젊은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든 그것을 바로잡아주고 싶었던 마음만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그가 지금 안타까워하는 것은 순진하고 어리던 그 탈영병의 죽음을 끝끝내 막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따뜻한 형같은 이웃이 조금만 더 일찍 탈영범의 주변에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스럽다.
  • 동명전기/조명기기 제조(앞서가는 기업)

    ◎미·유럽·아시아 등서 수입 상담 쇄도/작년 매출 50억… 2년새 6배 신장 앞서가는 기업은 어딘가 다른 점이 있다. 금방 눈에 띄지 않지만 살펴보면 경영방침과 기술개발에 혼신을 바치는 사업주의 노력이 숨어 있다.사원들도 제품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명분야에서 최첨단 제품과 제조설비를 개발해 수출과 내수 판매를 하는 동명전기(사장 강형원·59)가 그런 기업이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있는 이 회사는 세계 제패를 목표로 「세계 최초」의 기술개발,「세계 최고」의 제품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자금력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이 살려면 기술로 세계무대에서 승부를 겨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강사장의 뼈아픈 경험에서 비롯됐다.79년 일본이 처음 개발한 전자교환기의 보안기(세라믹 어레스터)를 국산화시켜 일본보다 싼 값에 세계 시장에 내놨다.일본 경쟁업체들이 곧바로 저가 공세로 반격했다.동시에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세라믹 원료의 공급이 막혀 결국 이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강사장은 『이미 개발된 기술의 도입이나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로는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독자적인 기술과 상품개발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를 소개하는 말에 국내 처음,세계 최초의 수식어가 붙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85년 세계 최초로 트리플 램프를 개발한 데 이어,89년 국내 처음으로 전자식 120v용 콤팩트 형광등을 개발했다. 지난해 4월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UL인증을 획득했다.이 제품은 80% 이상의 절전 효과와 8천시간의 수명,인버터 방식(저주파를 고주파로 변환)의 시력보호 효과도 있어 차세대 램프로 각광받고 있다.동명제품의 시장점유율이 70%다. 지난해 220v 전압용 할로겐 램프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것도 동명의 자부심이다.무지개 빛이 나는 램프로 일반 매장이나 레스토랑 등 장식용에 쓰인다.올해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동명은 조명 생산설비도 해외에 수출한다.91년 미국에 할로겐 램프 제조설비를 1백만달러에 수출했다.92년엔 인도에,93년엔중국 천진조명회사에 콤팩트 형광등 램프의 생산 시설을 3백만달러 이상 팔았다. 특히 중국시장의 진출은 동명 임직원의 사기를 한껏 높여주었다.미국과 일본 등 8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입찰을 따냈다.이를 기념해 강 사장과 전사원이 한라산 등반에 올랐던 추억도 있다. 현재 14개국과 수출상담을 하고 있다.인도와 동유럽,중국,동남아 등의 업자들이 주로 콤팩트 형광등 설비에 관심이 많다.1백만∼6백만 달러에 이르는 가격을 최종 협의 중이다. 동명전기가 세계 기업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것은 설비와 기술을 함께 팔기 때문이다.미국과 일본의 경우 가격도 비싸지만 고기술은 절대 주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동명으로 몰리고 있다.강사장은 『매출액의 20%를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때문에 선진국들도 꺼리는 기술이전을 과감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명은 74년에 창업했다.현재 직원은 1백여명.92년 8억8천만원의 매출에서 93년 40억원으로 4배나 넘게 급신장했다.지난해는 50억원,올 매출목표는 1백억원이다.수출도 지난해 매출 대비 30%에서 올해는 40%로 높일 계획이다. 이익금은 물론 은행 돈까지 오직 제품개발에 투자하는 바람에 낭패도 봤다.91년 할로겐 램프를 세계 처음 개발했지만 결국 빚더미에 올랐다.은행 빚 때문에 2백만달러짜리 기계를 미국기업에 1백만달러로 팔기도 했다.이 기계가 미국 시장을 휩쓸었을 정도다. 강사장은 지난해부터 「절전이 환경보호」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도입했다.그린 라운드의 태풍을 대비,앞으로 전기관련 업체들이 살아남으려면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미래를 볼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는 교훈으로 들린다.
  • 예일·하버드·버클리대 로스쿨 현지르포

    ◎미 법학교수 대부분이 변호사 자격증/연10만명 로스쿨 졸업… 법조인 80만명/“변호사 사망론 대두… 단순 모방은 위험” 오는 25일 근대사법 1백주년을 맞아 법조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사법제도 개혁안」이 발표된다.그동안 사법개혁 작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세계화추진위원회측과 대법원은 로스쿨 도입등 일부 사항에 대해 의견차가 노출되기도 했으나 사법시험 정원의 증원등 큰 원칙에는 의견이 모아져 예정대로 25일 최종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개혁작업은 모든 국민들이 싼 비용으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을 낮추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다.이러한 과정에서 변호사 수의 증원과 전문법조인의 양성을 위한 로스쿨제도의 도입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개혁작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로스쿨제도」의 실태와 문제점,변호사보수문제,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 등을 현지르포와 현장점검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우리가 TV드라마를 통해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은바로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우리의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고시원이나 절에 파묻혀 지내듯 미국 로스쿨 학생들도 주로 도서관이나 기숙사에서 새벽을 맞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미국의 법학도들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낼 수 밖에 없다.이미 80만명이 넘는 현직 변호사가 난립하고 있고 해마다 10만명이 넘는 로스쿨 졸업자가 대량으로 배출되고 있는 미국은 어찌보면 「변호사 천국」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갈수록 부작용이 드러나 최근에는 「변호사 망국론」이 강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인구수에 비해 턱없이 많은 변호사들이 단순한 밥벌이를 위해 「소송을 위한 소송」에 집착하기 때문에 가계·기업·정부의 법률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특히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진다는 비판이 높다. 미국 화장품회사들은 전체 경비중에서 법률비용이 40%에 이르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특히 최근 미국대륙을 들끓게 하고 있는 미식축구선수 O·J·심슨 살인혐의사건은 단 한사람에 대한 변호사비용이불과 9개월만에 무려 8백만달러(62억원)를 넘어섰다. 애완용 고양이를 목욕시킨 뒤 전자레인지에 넣어 털을 말리다가 너무 뜨거워 죽게 했다든지,자판기에서 빼낸 커피를 쏟았는데 너무 뜨거워 화상을 입었다든지 하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미국 변호사사회의 대표적인 횡포로 꼽힌다.필리핀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로스쿨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법조사회의 한 단면이다.변호사수가 지나치게 적어 단 한번의 사법시험 합격으로 평생을 보장받는 우리의 변호사 제도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의 명문대학 로스쿨은 미국을 지탱해 온 원동력이라는 데 아무런 이론의 여지가 없는 분위기다.짧은 역사에 다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사회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법치주의의 확립과 자유민주주의의 정착,세계지도국가로의 지위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상·하원 40% 차지 대학 4년 과정에서 각자의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이 3년동안의 법학전공 기간을 보탬으로써 각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엘리트 지도자로 육성돼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정치·경제·사회학은 물론 의학·공학·이학·환경학·정보통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이 법률적 뒷받침을 받아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 맹활약하는 것이다. 이들은 변호사나 판·검사,교수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관료·기업인으로서 거의 독보적인 엘리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역대 미국대통령 가운데 절반이상이 변호사이며 연방 상·하 양원 의원의 40% 이상이 변호사라는 사실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달리 법학교수 거의 모두가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실무와 학문의 접목이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 미국변호사협회의 승인을 받은 전체 1백76개 로스쿨 가운데 최근 6년동안 종합평가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예일대 로스쿨은 실무위주의 교육을 하는 다른 대학에 비해 유달리 학문성을 중시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따라서 이곳 교수들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법제도 개혁논의에 대해 예상이상의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국제법학계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는 미카엘 라이즈만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법체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미국은 판례 위주의 영미법 계통인데 비해 한국은 성문법 중심의 대륙법 계통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로스쿨제도나 변호사 대량배출 방식은 미국의 고유한 것이다.미국은 50개주와 연방의 법이 제각기 달라 단적으로 51개의 법체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따라서 변호사 수요가 그만큼 많다.반면 한국은 단일법 체계이므로 단순한 모방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스스럼 없이 충고했다. ○“성급한 논의 경계” 교포 2세로 이 대학에서 비교법학 제도등 국제분야를 주로 맡고 있는 고홍주교수도 『한국의 사법제도 개혁 추진에 전적으로 찬성한다.한국의 사법제도는 세계화에 부응하지 못해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통일에 대비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국내용 변호사보다도 국제변호사 양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그러나 미국식의 변호사 양산은 반대한다.한국은 국토가 매우 좁고 단일민족·단일언어에 전통이나 권위를 중시하는 사회이므로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고 조언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교환교수로 강의하고 있는 서울법대 송상현 교수는 『국내에서 미국 로스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논의가 성급히 이뤄지는 듯 하다.인구수나 소송건수와 대비한 변호사수의 단순비교는 무의미할 뿐이다.특히 미국은 워낙 복잡한 사회이고 「소송을 위한 소송」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현재의 변호사들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점만 부각시키지 말고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의 변호사가 더 필요한지를 세밀히 파악한 뒤 변호사의 증원문제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변호사수가 적어 너무 오랫동안 법률시장을 독점한데다 전관예우 등의 문제가 심각해 사법개혁 논의가 비롯됐으나 이에 대한 대증요법은 뒷전에 처지고 갑자기 로스쿨이 쟁점이 돼 본말이 뒤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클리대학의 김문환 교수는 『우리사회가 다시 한번 도약하려면 세계화 밖에 없다.우리의 전통적 생각은 쇄국주의적이면서도 현실은 국제지향적이라는 점에서 딜레마가 생긴다.일본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30%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80%나 된다.따라서 우수한 인력을 어느 쪽에 얼마나 배분하느냐의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전쟁시대에는 무기가 해결의 수단이지만 평화시대에는 법이 해결수단이므로 국제적 법논리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사법제도 개혁의 문제도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과 같은 법조와 대학의 배타적 관계를 청산하고 인적·학문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만 법학교육의 실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 스쿨이란 어떤 교육기관인가/법조인 양성 위한 대학원 수준 법률교육/3년제로 종합대에 부속… 미·비서만 운영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법률이론 및 실무교육을 하는 대학원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미국과 필리핀에만 있다.교육기간은 3년이고 학부과정에는 법과대학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4년제 대학 또는 단과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나 3년이상 전문 실습과정을 마친 사람에게 입학자격을 준다. 입학은 전국 공통의 입학시험 성적과 대학에서의 성적,면접결과를 종합해 결정된다. 미국에서는 법조인이 되려면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그러나 미국도 건국 초기부터 이 제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방법은 교과서식보다 사례 및 판례를 위주로 하고 있다. 미국에는 모두 1백90개의 로스쿨이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승인을 받은 로스쿨은 1백76개다.학생수는 모두 13만여명.이들 로스쿨은 대부분 종합대학에 부속돼 있다. 공인된 로스쿨의 규모도 학교마다 서로 다르다.가장 규모가 크다는 조지타운 로스쿨은 학생 2천6백명,정규교수 68명,강사 68명을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몬태나 로스쿨은 학생 2백13명,교수 12명에 불과하다. 미국 로스쿨의 교수 한사람앞 학생수는 11명이며 전국적으로 1만2천여명의 교수가 있다.교수는 대부분 변호사자격을 지니고 있다. 학비는 1년에 2만달러(약1천6백만원) 가량이나 그것만으로는 학교운영이 어려워 유력한 동문등을 상대로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주에서 실시하고 있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70%에 이른다. ◎로 스쿨제 실패 각국 사례/독,13년 실험 중단… 일선 논의 백지화/교육효과 별로 없고 학력도 저하/인성교육 강화 목표도 달성 안돼 미국식 로스쿨은 이론적으로 이상적이기는 하나 이 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여럿 있어서 주목된다. 대륙법 계통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독일도 지난 71년부터 84년 사이 31개 법과대학 가운데 8개 대학에서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 대학은 미국식 제도를 도입한 뒤 이론교육 뿐만 아니라 실무교육을 병행하는 한편 경제학등 인접과목에도 비중을 두었다.국가시험을 중간시험 및 기말시험으로 바꾸고 교육기간도 5년6개월 또는 6년6개월로 잡았다. 그러나 부작용이 커 실험을 중단하고 본래 제도로 환원했다.교육효과가 별로 없고 교육비용만 3배나 더 드는가 하면 학생들의 학력은 오히려 떨어진 때문이다.학생들이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에만 치중,인성교육의 강화 목표도 달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였던 탓으로 순수 미국식 로스쿨제도를 아직까지 운영하고 있는 둘뿐인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 제도를 도입한 필리핀 역시 실패하기는 마찬가지다.필피핀은 무엇보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국민들의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실패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 「엔고행진」을 보면서/배순훈 대우전자회장

    ◎일은 한국과 손잡고 경제블록 만들라 고베지역에 지진이 나면서 일본 전체가 무너지는 듯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외부에서는 큰 일이 난 듯 보이지만 정작 일본 내부에서는 그저 담담한 것도 같고 또는 냉정하게 그런 사건에 잘 대응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정부요인의 저격사건이나 지하철 가스사건은 우발적인 사고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달러당 80엔대가 된 엔고에 대한 대책은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반응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 어찌보면 일본 사회의 능력인 것 같다. 경제학자들 간에는 환율을 놓고 이론이 분분하지만 환율은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그런데 산업의 가격경쟁력을 국가간 비교할 때 제조상품의 가격이 자국통화기준으로 10%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대단히 큰 폭의 변화다.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이 5% 미만인 것과 비교가 되는 숫자다.그러나 환율의 변화폭은 단시일내에 그보다 훨씬 크고 따라서 가격경쟁력은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국가간의 교역방식을 어떻게 선정할지는두고 볼 일이지만 국제시장의 상품가격을 단순한 환율로서 결정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기술개발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환율을 유리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정부시책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일본산업의 강점은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반복되는 생산활동을 차질없이 하여 품질을 제고하는 것인데 이것이 환율이 유리하게 설정되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미국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일본에 대한 상품가격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하고,일본은 이에 대응하여 계속 원가절감의 노력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미국 생각대로라면 일본은 수입을 확대하고 국내소비를 증가시켜 무역수지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일본의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일본에서 생산을 줄이면 실업자(사내실업을 포함하여)가 늘어나야 하는데 일본사람들에게는 일이 생활의 전부라는 사고가 강하기 때문에 일거리의 유무가 생계유지보다 더 절실한 생존요인이므로 환율이나 기업의 수지에 상관없이 계속 생산하고 계속 수출해야 한다.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일본은 내국실업을 늘리지 않기 위하여 생산활동은 하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나 유럽연합(EU)지역에 과도한 수출을 하여 무역수지 불균형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일본 기업들이 생산을 해외에서 하고 그 생산기지까지 포함한 일본 중심의 블록을 구성하여 NAFTA나 EU 지역과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일본 중심의 블록은 항상 일본의 패권주의 의식에 위험성이 있어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피하려 하는 것이다.그러나 실제로 한국,대만,중국의 대미·대EU수출은 일본 의존도가 높다.일본은 과거 식민주의적 발상을 없애고 진정한 우방으로 서로 주권을 존중하면서 경제블록을 형성할 수 없을까? 우리는 일본 사람 개개인을 만났을 때와 일본을 국가로서 만났을 때 크게 다른 감정에 당황하곤 한다.일본 국민이 집결된 일본이라는 국가를 상대하면서 식민주의적 발상을 없애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기대해서는 안된다.앞으로 아무리 경제적인 강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일본의 이런 면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일 관계에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것은 국가간의 관계가 아니라 양국의 기업간의 관계로써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이 아닐까.일본은 인구나 규모로 보아도 우리보다는 몇배 큰 나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단일기업의 규모가 반드시 일본이 크리라는 법은 없다.아직도 대부분의 국내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하여 취약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 기업도 경쟁력을 강화하면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우리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자체노력이 우선적이나 일본도 국가로나 기업으로 자구노력을 하는 한국기업을 도와주어야 NAFTA나 EU와 협상할 수 있는 경제블록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런 제휴만이 일본에게는 왜곡되는 환율의 조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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