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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리뷰] ‘모범생들’

    [연극리뷰] ‘모범생들’

    내신이 1등급이면 인생도 1등급일까. 공부가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어떤 고등학생들에게는 그렇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때보다 책상 앞에 앉는 1분, 1초가 더 소중한 아이들에게 행복은 성적순이다. 어쩌다가 학교는 전쟁터가 되고, 친구는 적이 되었을까.연극 ‘모범생들’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초연한 이 작품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모습의 명문 외고 3학년 학생들을 조명하며 경쟁적인 교육 현실을 꼬집는다. 상위 3%에 드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믿는 모범생 김명준과 박수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커닝을 모의한다. 졸부집 아들로 학교에 잔디를 깔아 주고 입학했다는 소문의 주인공인 안종태는 화장실에서 우연히 두 사람의 계획을 엿듣게 되고 명준과 수환의 꾐에 넘어가 얼떨결에 작당에 가담한다. 돈으로 시험 답안지를 산다는 소문에 휩싸인 비열한 반장 서민영까지 이 일에 휘말린다. 커닝은 결국 실패하지만, 모범생들은 한 친구를 희생양으로 삼아 누구도 처벌받지 않은 채 소위 사회적인 엘리트로 성장한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말을 신조로 삼은 모범생들의 그릇된 욕망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비춰 씁쓸하게 다가온다. ‘강산도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연극이 묘사하고 있는 현실엔 유통기한이 없다. “이 이야기가 여전히 사회에서 통한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고 슬프다.” 김태형 연출가와 지이선 작가의 소회처럼 ‘모범생들’이 직시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생경하지 않다. 치열한 고3 생활을 끝내고 대학에 가면 삶이 바뀔까.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 성인이 된 후에도 인생이라는 시험을 늘 마주하고 사는 ‘수험생 처지’는 여전하다.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김태형 연출가 특유의 감각적인 무대 활용이 돋보였다. 무대 위 소품은 책상 4개와 의자 4개뿐이지만 허전함 없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극의 정교함을 살리는 시계 소리, 심장 박동 소리 등 음향 효과와 더불어 배우들의 군무는 극에 리듬감을 더한다. 8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5만원. 1588-5212.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장관 매뉴얼’ 성공 5계명

    ‘장관 매뉴얼’ 성공 5계명

    “천재지변도 장관의 책임이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큰 수해가 나도 장관은 책임져야 한다.” “장관은 도덕군자여야 한다. 화가 나도 참고 늘 손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사람과 같아선 안 된다. 밤잠도 자지 않고 일해야 한다.” “술자리를 하지 않더라도 새벽에 전화를 건 기자에게 친절하라.”# 정권 말 2008년 ‘초판’ 나와 이른바 ‘장관 매뉴얼’에 실린 내용이다. 장관 매뉴얼은 최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TV 프로그램에서 “언론의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 장관 후보로 지명될 때, 국회 인사청문회 때 각각 무엇을 조심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적어 놓은 장관 매뉴얼이 있다”고 한 발언을 계기로 화제가 됐다. 장관 매뉴얼의 공식 이름은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한 장관 직무가이드’다. 전직 장관 수십 명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집대성했다.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끝나기 직전인 2008년에 발간된 장관 매뉴얼을 ‘초판’으로 본다. 앞서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9월 당시 중앙인사위원회(현 인사혁신처)가 비슷한 성격의 ‘장관의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지침서’를 펴내기도 했다. 비매품으로 발간된 지침서는 당시 중앙부처 장·차관과 국·실장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 ‘장관의 꿈’을 키우는 이들의 구매 요청이 쇄도하면서 200권을 추가로 찍기도 했다. 198쪽 분량의 장관 직무가이드는 임용 전, 임용 후 3개월, 퇴임 후 등 단계별 관리전략을 담고 있다. 장관의 역할에 대한 정의와 직무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정책·인사·조직·대외·본인 등 분야별 관리전략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 임용 前·퇴임 뒤 등 행동요령 정리 직무가이드를 집무실에 두고 자주 꺼내 읽었다는 전직 장관 A씨는 “‘장관의 임기와 권한은 유한하나 책임은 무한하다’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 ‘늘공’(늘 공무원) 장관 B씨는 직무가이드를 ‘어공’(어쩌다 공무원) 장관을 위한 필독서라고 추천했다. 그는 “평생 공직자로 살아온 사람은 장관의 역할을 잘 이해하지만 교수나 정치인 출신 장관은 그럴 기회가 없어 매뉴얼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글로 배운 바를 직접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한계”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변화하는 행정 환경에 맞춰 직무가이드 ‘개정판’을 내놓고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법령 등 각종 변화 내용을 보완해 올해 안으로 새 직무가이드를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낮에는 음악왕, 밤에는 매력왕…‘나는 변태다’ 메인 예고편

    낮에는 음악왕, 밤에는 매력왕…‘나는 변태다’ 메인 예고편

    제목부터 부끄러워지는 영화 ‘나는 변태다’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나는 변태다’는 어쩌다 뮤지션이 된 한 SM 플레이어(가학적·피학적 성행위를 즐기는 사람)의 고백을 담은 작품이다. 삽화작가 출신의 안자이 하지메 감독의 개성이 돋보인다. 예고편은 서정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읊조린다. 자신은 꿈을 포기하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은 은밀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남자는 산속에서 SM 파트너와 길을 잃는다. 흑백으로 구성된 영화의 장면은 설경을 배경으로 명도대비가 눈길을 끈다. 주인공 마에노 켄타는 실제 뮤지션으로 이 작품에서 음악도 맡았다. 7월 말 개봉 예정. 청소년 관람불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동료들이 남긴 음식 먹으며 8개월 만에 3500만원 모은 여성

    동료들이 남긴 음식 먹으며 8개월 만에 3500만원 모은 여성

    지나치리만치 검소한 여성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8개월 만에 3만 달러(약 3500만원)를 모았다. 그 비결이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 출신의 아만다 홀든(32)이 평소 직장 동료들이 남긴 음식 쓰레기를 먹으며 돈을 절약해왔다고 소개했다. 재무 관련 일을 하는 아만다는 평소 사무실에서 수많은 직원들과 일했다. 그래서 항상 여분의 음식이 있었고 그들이 남긴 음식으로 일상적인 식사를 해왔다. 만약 누군가 피자를 절반만 먹으면 아만다는 ‘그 남은 반을 넘겨줄 수 있냐’고 요청하는 식이었다. 어쩌다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먹다 남은 부리또 반쪽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별스러운 행동에 직장 동료들은 ‘덤프스터 도그’(Dumpster Dog)라는 닉네임까지 지어주었다. 물론 아무도 음식을 남기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땐 굶주리지 않고 최소비용으로 음식을 사먹었다. 아만다는 “나는 직장 내에 친한 친구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나의 저축 목표를 이야기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꺼이 이해해주었다”며 “스스로를 낮추는 동시에 유머러스함을 이용해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아만다가 이렇게까지해서 돈을 모으려고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녀는 27살에 자신에게 퇴직 연금을 제외하고 저축해둔 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씀씀이가 꼼꼼하지 못해 비상시 사용할 자금조차 비축해 둔 것이 없었다. 평소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아만다는 6개월 이내 퇴사와 여행자금 2만 달러 저축을 목표로 세웠다. 당시 월급만으로는 만만찮은 일이었기에 음식비용 줄이기 외에 쇼핑, 사교적인 지출을 줄였다. 8개월 후 자신의 목표치에 다다르자 아만다는 라틴 아메리카를 1년간 여행하며, 그곳에서 자신의 여성들에게 재무 계획을 가르치는데 대한 열정을 발견했다. 그리고 현재 미국으로 돌아와 자기 투자 개발 사업에 시작해 젊은 여성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10살 소년 발명한 ‘차량 방치 유아’ 사망 막는 기기

    10살 소년 발명한 ‘차량 방치 유아’ 사망 막는 기기

    미국의 어느 10살 소년이 뜨거운 승용차 안에 방치된 아이들의 참사를 막기 위해 특별 장치를 고안해냈다. 3일(현지시간) 영국 미러는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에 거주하는 비숍 커리 브이가 자신의 집 근처에 세워져있던 미니 밴 안에서 6개월 된 남자아이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 ‘오아시스’라는 기기를 발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무더운 차 안에서 일어난 영아 사망사건이 39건에 달했고, 이는 3년 동안 일어난 치사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특히 비숍이 사는 텍사스주의 경우 9건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비숍은 “우리 마을에 페르라는 어린 아이가 죽었다. 그러고 나서 한 달이 지나 또 다른 사고가 있었고, 세 번째까지 이어지자 이 문제에 대해 무언가를 시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오아시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비숍의 아빠는 “가끔 아기들이 잠들거나 조용해지면 잠깐 사이 아이를 깜박하고 귀가하거나 슈퍼마켓에 들리는 부모들이 있기 마련이다. 마을에서 잇따른 비극으로 인해 아들이 정신적 타격을 받았고, 한 살 짜리 여동생이 있어 더욱 염려한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다. 비숍이 만들어낸 ‘오아시스’는 자동차의 유아용 보조 의자에 부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아이가 차 안에 어쩌다 혼자 남을 경우 이를 인지해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또한 부모나 관련 당국에 이 사실 통지하고 그들이 올 때까지 작동한다. 비숍의 아이디어는 이미 특허 출원 중이며, 도요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아빠 역시 회사에 이 발명품을 알리고,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도 도움을 호소하는 등 현실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숍의 아빠는 “아들은 이미 임시 특허와 3D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자동차 좌석 제조회사 앞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한 바 있다. 내 나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아들이 잘 해내고 있다. 아직 상용화하기까진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아들의 발명품은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사진=유튜브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손석희 앵커브리핑 논란 “피해 당사자보다 안철수 시련에 초점”

    손석희 앵커브리핑 논란 “피해 당사자보다 안철수 시련에 초점”

    손석희 앵커가 27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언급한 내용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이날 앵커브리핑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치밀한 공모나 조작이 아닌 소박하게 전해지던 진정성 아니었을까. 그 참신했던 정치인은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 다시 시련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 정치 신인 안철수의 미담이 소개됐다. 안철수는 시장을 방문해 “파를 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판매하는 건데 뜯어도 될까요?”라며 머뭇거렸다. 멋진 사진 한 장을 남기기보다 포장을 뜯어 물건을 팔지 못하는 상인을 배려하는 안철수의 모습은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에 국민의당 내에서도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시련기’로 표현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식 채널에 올라온 앵커브리핑 영상에 달린 네티즌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시련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 아니던가요? 아무리 봐도 자기가 만든 상황이고 자승자박인데 아주 감성적으로 봐 주시네요.” “아버지가 정치인이라는거 외에 평범한 누군가를 거짓 증거로 난도질하고, 가짜뉴스를 직접 방송에 내 보냈던 JTBC는 아무런 반성조차 하지 않네요. 진심으로 실망했습니다.” “처음엔 진정성이 있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냐고 에둘러 비판하는 것 같은데요. 어딜 봐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걸로 들린다는 건지....??” “역대급 대선 공작 게이트 주범일지도 모르는 사람의 훈훈한 미담을 우리가 왜 상기해야하죠? 최소한의 중립성도 갖다 버리셨나요?” “피해 당사자인 문준용씨와 문재인 대통령이 받았을 시련보다 안철수 대표의 시련에 초점을 맞춘다는게.. 의외네요.” “저널리즘이 대상에 공감해야 할 때는 그 대상이 힘 없는 피해자일 때다. 가해자가 아니라.. 손석희 앵커가 꼭 봐야하는 장면”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후 한국을 방문해 “(리본을 떼고)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라고 한 장면을 캡처해 올렸다. 또 영화 ‘스포트라이트’ 등의 장면을 인용해 언론의 기계적 중립성은 오히려 불공정한 것임을 말하기도 했다.한편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기간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을 뒷받침 하는 증언이 담긴 녹취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모두 허위제보로 드러났다. 당시 안철수 후보 측은 허위제보를 토대로 “정유라의 입시부정과 문준용의 취업부정은 특권층의 불법적인 특혜와 반칙이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비판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일부 시인했지만, 본인의 독자적 판단으로 범행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이 기획해 지시한 일인데 자신을 희생양 삼아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파문에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유미, 국민의당 사죄 전에 “당이 기획·지시해놓고 꼬리자르기” 호소

    이유미, 국민의당 사죄 전에 “당이 기획·지시해놓고 꼬리자르기” 호소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 증거를 조작, 허위 제보한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된 이유미 국민의당 당원이 이보다 앞서 “당이 꼬리자르기 하려 하고 있다”고 호소한 사실이 드러났다.27일 신문고뉴스에 따르면 이씨는 26일 오전 4시쯤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에게 “결례인 줄 알면서 이 시간에 연락드린다. 내일 어이없는 소식을 듣게 되실 것”이라고 시작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국민의당에서 지난번 문 대통령 아드님 파슨스 관련해서 부친 빽으로 갔다는… 이슈제기 그거 다 거짓인 걸 사과할 것”이라면서 “제가 어쩌다가 거기 연루됐다. 참고인 조사를 받으라고 한다”고 검찰 소환 통보 사실을 전했다. 이씨는 이어 “그런데 당에서 기획해서 지시해놓고 꼬리자르기 하려고 하고 있다”며 “당에서는 몰랐다고, 해당자를 출당 조치시킨다고 한다. 시킨 대로 한 죄밖에 없는 저는 너무나 억울한데 다 뒤집어쓰게 생겼다.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SOS를 보내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당은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은 이 사건이 ‘당원이 독단적으로 한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유미 당원은 ‘지시에 의해 조작했으며, 당이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피력했다”며 “국민의당은 당원의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안철수 후보와 당시 책임 있는 사람들은 국민 앞에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투탕카멘의 속옷감, 수천년 뒤 지폐로 쓰이다

    투탕카멘의 속옷감, 수천년 뒤 지폐로 쓰이다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그레그 제너 지음/서정아 옮김/와이즈베리/480쪽/1만 6000원 최근 TV에선 ‘아재들의 수다’가 화제다. 나영석 PD가 새로 선보인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그 중심에 있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 등 각자의 분야에서 잡학박사로 이름난 이들은 키워드 하나만 입에 올리면 줄줄이 이어지는 수다로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등 전방위를 아우르는 지식과 입담을 자랑한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보듯 “알아두면 쓸데없다”고 미리 연막을 쳐놨지만 시청자들은 외려 그 ‘쓸데없음’에 빠져든다. ‘장어는 정력에 좋은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지금도 느낄 수 있는가’, ‘한국인은 왜 커피를 많이 마시나’ 등 이들의 수다는 일상과 긴밀히 맞닿아 있는 의문과 탐구이다. 때문에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과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는 그런 측면에서 ‘알쓸신잡 유의 책’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하다. 영국의 대중 역사평론가로 TV 역사 다큐멘터리, 드라마에 역사 지식을 불어넣어 온 저자는 거대한 역사에서 하찮게 여겨 온 개인의 일상에 숨겨진 기상천외한 뒷얘기에 주목한다. 먹고 마시고 일하고 싸고 자는, 인간의 지극히 평범한 일과가 어떻게 지난 100만 년의 역사와 긴밀히 엮여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탐구하는 책의 질문은 이렇게 압축된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지금처럼 살게 됐는가.’이야기는 어느 토요일 아침 눈을 떠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간대별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되풀이하는 행위와 그때마다 사용하는 물건, 먹는 음식들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간다. 왜 인간은 시간을 절대적인 지령으로 받들며 움직이게 됐을까. 밤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기신기신 일어나는 우리의 모습은 250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최초의 자명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아카데미아 학생들이 늦잠을 자느라 오전 강의 시간 지각이 속출하자 자명종의 존재가 절실했을까. 확증은 없지만 고대의 학생들과 요즘 학생들이 꼭 겹쳐 보이는 풍경이다.고대 이집트의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시신을 싸고 있던 수의, 아마포는 청동기 시대였던 당시 ‘모든 이들의 옷감’이었다. 1922년 발견된 투탕카멘의 묘에서는 멋진 황금과 장신구, 석관 등이 발굴됐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또 하나 있었다. 보이스카우트 캠프를 떠나는 소년처럼 무덤에 145벌의 아마포 속옷도 같이 묻혔던 것. 아마포의 ‘위대한 쓰임’은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우리의 침대나 식탁에 깔려 있을 뿐 아니라 지갑 속에서도 지폐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저자 특유의 ‘뼈 있는 익살’은 500쪽에 가까운 벽돌책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중상주의가 싹튼 13세기 유럽 여러 도시에서 종탑 꼭대기에 설치된 대형 기계식 시계를 두고 하는 말이 한 예다. ‘(도시 종탑의 대형 시계는) 쉴 새 없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현재 시각을 알렸다. 현찰을 긁어모을 수 있는 영업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으니 당장 거리로 나가라고 외쳐대는 셈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도널드 트럼프와 하는 짓이 비슷했다. 머리 모양이 우스꽝스럽지 않다는 점만이 달랐다. 시계탑의 감시 아래 봉건주의는 자본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갑자기 시간이 돈이 되었다.’(35쪽) 남녀가 내외도 하지 않고 긴 벤치에 앉아 함께 대변을 봤던 로마의 공중변소 포리카, 자위 행위에 대한 혐오로 탄생했다는 시리얼 등 지금 들으면 아연한 일상의 역사들도 촘촘히 채워져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 전에 살다 간 사람과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닮은꼴로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경이로움이 엄습한다. 큰 간극이 있다고 여긴 선조의 삶과 현대인의 삶 사이에 교집합을 발견하도록 하는 게 저자가 책을 쓴 의도이기도 하다. “석기시대 동굴 거주민과 우리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인류가 태초 이래로 항상 해 오던 것과 매우 비슷한 행위를 날마다 되풀이한다. 근본적으로 이 책은 당신과 나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다 보니 그저 배경이 과거가 되었을 뿐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테니스 레전드 보리스 베커 어쩌다 파산 선고 받았을까

    테니스 레전드 보리스 베커 어쩌다 파산 선고 받았을까

    세 차례나 윔블던을 제패했던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50)가 런던 파산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금은 코치와 BBC 등 TV 해설자로 일하는 베커는 사금융 업체로부터 많은 돈을 빌렸는데 런던파산법원은 그가 빚을 상환할 수 있는 충분한 신용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인정했다. 변호인은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 있는 부동산을 리모기지해 빚을 갚을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레지스트라르(재판관)는 거부했다. 크리스틴 데렛 레지스트라르는 “센터 코트에서 플레이하던 그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가 아마 전성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문에 참석하지 않은 베커는 성명을 통해 사금융업체가 빚을 진 뒤 2년이 채 안된 자신을 겨냥해 파산 재판을 신청한 데 대해 “놀랍고 실망스럽다”며 “이번 결정은 논란거리가 되는 대출과 관련된 것인데 한달만 있으면 갚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청문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것이 실망스럽다. 내 수입은 잘 드러나 있어 내가 이 채무를 상환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의문시되는 자산의 가치는 내가 진 빚을 초과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마요르카 부동산 거래가 한달 정도면 매듭지어질 것이라며 28일 동안만 결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레지스트라르는 “프로 생활을 한 그가 2015년 10월 이후 빚에 대한 상환 의무를 간과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이건 역사가 있는 빚”이라며 변호인의 요청을 묵살했다. 이어 “모래밭에 얼굴만 숨긴 남자의 모습”이라고 베커의 행태를 규정했다. 그러나 존 브릭스 변호인은 “그는 금융에 관한 한 정교한 사람이 아니다. 난 베커가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진짜 마지막 기회를 요청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은퇴 후 기업도 운영하고 매체에서 일한 베커는 한때 세계랭킹 1위를 지낸 노바크 조코비치를 2013년부터 3년 동안 지도했다. 다음달 3일 막을 올리는 윔블던 테니스대회 해설팀에 합류해 마이크를 잡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서동철 칼럼] 파르테논 마당의 레미콘 공장이라면

    [서동철 칼럼] 파르테논 마당의 레미콘 공장이라면

    지금 대전고등법원에서는 삼표산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의 항소심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한성백제의 왕성으로 지위를 굳히고 있는 서울 풍납토성 내부에 있는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의 이전 여부가 걸려 있는 재판이다. 한마디로 ‘문화재 보호구역 내부의 재산권’과 관련해 민간기업과 국가가 맞붙은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은 풍납토성 내부 한강변에 있다. 토성 서남부 성벽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와 서울시, 송파구청의 풍납토성 복원정비 사업지구에 포함되어 있다. 삼표산업은 이곳에서 계속 공장을 돌리겠다며 대전지방법원에 소송을 냈고, 매우 뜻밖에도 지난 1월 승소했다. 개인적으로 이 판결이 전 세계 문화유산 보호의 역사에 남을 잘못된 법원의 개입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65쪽에 이르는 판결문을 구구절절 옮겨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소결 부분의 ‘이 사건 사업인정고시는 사업의 공익성,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사업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과 사익 간이 비교, 형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업 시행주체 면에서도 하자가 있으므로?’라는 대목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풍납토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계획이다. 충남 공주와 부여, 전북 익산의 백제 유적은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오늘날의 공주와 부여의 백제시대는 475년부터 660년까지 185년이다. 하지만 한성백제는 BC 18년부터 493년 동안이나 송파 일대에 도읍했다. 세계유산 추가 등재는 필연이다. 공주와 부여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설명은 더욱 쉬워진다. 공주 공산성은 웅진백제의 왕성이다. 부여 부소산성은 사비백제 왕궁의 뒷산에 해당하는 일종의 피난성이다. 풍납토성의 레미콘 공장이란 공산성이나 부소산성 내부에 콘크리트 제조 공장이 가동 중인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1심 판결은 레미콘 공장 지하에 토성의 서남쪽 성벽이 있느냐, 없느냐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에 조금이라도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과 애정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상식이라도 있다면 도저히 꺼낼 수 없는 말이 아닐까 싶다. 신라 천년의 왕성인 경주 월성의 내부라도 매장문화재만 피해서 자리 잡았다면 재산권 보호를 위해 레미콘 공장을 방치해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1심 판결은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 마당이라도 지하 유구만 없다면 콘크리트 공장을 가동해도 좋다는 뜻과도 다르지 않다.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한국고고학회와 한국고대사학회, 백제학회 등 16개 학술단체와 전국고고학교수협의회는 ‘문화유산 조사 보존에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는 학계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학계 전문가들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항소심에서는 상식에 입각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어쩌다 이야기가 그리스까지 번졌지만 사실 이 문제는 문화유산을 거론할 것도 없다. 풍납토성의 레미콘 공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많은 사람은 “어떻게 아직도 엄청난 진동과 소음에 미세먼지, 왕먼지 할 것 없이 풀풀 날리는 레미콘 공장이 서울의 주택가 한복판에 버젓이 터를 잡고 있을 수 있느냐”고 의아해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업의 재산권에 앞서는 시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주장도 있다. 삼표산업이 ‘사돈 기업’인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불거진 것이다. 서울시의 레미콘 공장 부지 보상협의에 협조적이던 삼표산업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현대차그룹이 2014년 풍납토성에서 멀지 않은 삼성동 한전 부지를 사들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재계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105층 신사옥 건립에 엄청난 분량의 레미콘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다. 삼표산업의 소송이 공정사회의 걸림돌인 ‘일감 몰아주기’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닌지 관계 당국은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 [길섶에서] 궁금증/손성진 논설실장

    어렸을 때 산은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산 자체가 아니라 저 산 너머에 도대체 어떤 세상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집과 학교만 오가던 어린아이가 품을 수 있는 궁금증이었는데, 다시 말하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그래서 어쩌다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오르면 산과 그 뒤의 산, 첩첩이 이어지는 산 너머의 세상을 마음속으로 상상하곤 했다. 다 자라고 나서 그때 궁금했던 산 너머의 세상이 단지 수십㎞밖의 다른 동네에 불과한 것을 지도를 보고 알게 되고는 웃음을 지었었다. 그래도 그 작은 호기심이, 보잘것없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내게는 어쩌면 성장의 동인(動因)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궁금하면 못 배기고 알아내야 직성이 풀린다. 멀리 떨어진 두 대륙에 사는 민물 어종이 어떻게 비슷한지에 대한 궁금증도 그 하나인데 해답을 아직 얻지 못했다. 생물학자나 진화학자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려줄지 모르지만 혼자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며 답을 구해 가는 것도 작지 않은 재미다. 그런데 우주의 끝은 도대체 어디이며 거기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손성진 논설실장
  • 웹툰이 ‘詩門’ 될 수 있다면 상심한 당신이 쉬어갔으면

    웹툰이 ‘詩門’ 될 수 있다면 상심한 당신이 쉬어갔으면

    “그림과 시가 멀고 먼 장르 같다고요? 둘은 단짝 같은 사이예요. 텍스트가 표현 못 하는 걸 이미지가 직관적으로 보여 주고 이미지에서 드러나지 않는 광활함과 깊이를 문장이 전해 주죠. 웹툰으로 시 읽기란, 느낌을 확장시켜 주는 새로운 문을 여는 셈이죠.”여느 시인들이 시집으로 독자와 만난다면 신미나(40) 시인은 독자에게 가는 길을 새로 냈다. 손수 그린 웹툰으로 시 읽는 맛을 전파해 온 시 읽어 주는 누이, 일명 ‘시(詩)누이’로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2015년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처음 시도한 이후, 창비 네이버블로그에 연재했던 그의 시 웹툰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시인의 별명을 그대로 딴 ‘詩누이’(창비)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 싱고와 인간의 나이로 치면 69세 할아버지 고양이 이응옹(좌로 봐도 둥글고 우로 봐도 둥글다는 뜻에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웹툰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시와 짝을 이룬다.타인의 기분에 한껏 분위기를 맞추다 돌아오는 길,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우울해질 때면 박소란 시인의 ‘설탕’을 되뇐다. 엄마가 만든 김치나 들기름을 맛볼 수 없는 날이 가까워졌단 예감에 문득 서러워질 때면 장석주 시인의 ‘한밤중 부엌’을 떠올린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아파하는 여성들에겐 몸가짐을 바로 하라는 가르침만 배운 과거를 돌이켜 보며 김혜순 시인의 ‘인어는 왜 다 여자일까’를 들려준다. 그의 웹툰 에세이는 독자와 마음의 온도를 맞추는 섬세한 고민과 위로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다가도, 장난기 넘치는 B급 유머를 잽처럼 훅훅 날리며 미소를 머금게 한다. 누구나 저릿한 아픔과 애정으로 돌아볼 법한 유년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공감의 힘 덕분일까. 그의 시 웹툰은 블로그 연재 당시 100여개의 댓글을 거느릴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시 읽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도 받는다. 시인은 어쩌다 웹툰으로 시를 전하는 메신저가 됐을까. “초등학생 때 방학 숙제를 해 가야 하는데 빨간 물감이 없는 거예요. 한참 초조해하다 봉숭아꽃을 보곤 봉숭아 꽃물을 붓에 찍어 그림 숙제를 완성했죠. 그때 생각이 문득 나더라고요. 물감 대신 꽃물로 색을 칠한 것처럼 시도 종이책이란 틀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즐겨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즐겼던 시인이지만 본격적으로 웹툰에 뛰어든 건 실업자가 되고나서였다. 논술학원 강사,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등 10여개 넘는 비정규직을 거친 그는 2014년 실업 급여를 받으며 포토숍 작업을 배웠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붓펜으로 윤곽선을 잡은 뒤 포토숍으로 색을 입힌 그림은 ‘안간힘과 참됨이 갈피마다 묻어 있다’(김사인 시인)는 그의 시와 닮았다. “초기작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부끄러운 그림을 올렸을까’ 싶을 정도로 민망해요. 그래선지 캐릭터가 점점 예쁘고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아요(웃음). 그림 솜씨가 욕심에 차지 않을 땐 남의 밥그릇을 무람없이 탐낸 건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독자들을 향한 책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은 씻어버리려고요. ‘시를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 ‘이건 내 얘기예요, 내 얘기’ 하는 댓글을 볼 때면 ‘이게 진짜 독자와 만나는 거구나’, ‘내가 시와 독자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구나’ 실감하곤 해요.” 시인은 새 책을 “시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초밥을 추천하듯, 시의 입맛을 돋워 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금껏 남의 시만 실컷 소개했을 뿐 자신의 시는 한 번도 웹툰으로 다뤄 본 적이 없다. 등단 10년을 맞는 올해 토지문학관을 오가며 두 번째 시집 출간을 위한 시 쓰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시인은 “그건 남부끄러워 도저히 못할 짓”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펼치면 통한다… 책에서 길 찾는 CEO들

    펼치면 통한다… 책에서 길 찾는 CEO들

    한달에 한번 임원진과 토론하고 유명작가 초청 인문학 강연 개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독서와 토론에 빠졌다. 임원들과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가 하면 인문학 초청 강연을 듣거나 직접 토론회를 열어 혁신 전략을 짜기도 한다. 융복합 시대에 ‘숫자’에만 묻히지 말고 더 넓게 보면서 경쟁력을 갖추자는 전략이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월부터 조용병 회장을 주축으로 계열사 CEO들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담은 책 ‘축적의 길’을 읽고 저자인 이정동 서울대 교수를 직접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 창립 초기에 직원들이 다같이 로마제국의 역사를 공부했던 것처럼 독서를 통해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자는 취지다. 직전 독서 토론에서는 미군 사령관 출신인 스탠리 매크리스털이 지은 ‘팀 오브 팀스’를 읽었다. 조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삼선’(三先)의 덕목을 제시하며 “위기가 오기 전에 먼저 흐름을 읽고(선견), 한발 앞서 결정하고(선결), 먼저 실행(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 토론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경영에 활용되기도 한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지난 4월부터 임원들과 한 달간 매주 독서 토론회를 진행했다. 함 행장은 여기서 중국 청나라 3대 황제(강희·옹정·건륭)의 용인술을 다룬 ‘인재경’을 읽고는 아이디어를 얻어 외국인 고객을 위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은행원을 뽑았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역시 책 읽는 CEO로 유명하다. 한국투자 계열사 임원들은 매달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것이 사내 문화로 자리잡았다. 독서뿐만 아니라 인문학 강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임원들의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매달 연사를 초청해 임원들을 위한 포럼을 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와 글로벌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세계사 지식향연’을 쓴 여행작가 송동훈씨를 초청해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KB금융지주는 7일 ‘KB리더스 포럼’을 연다. ‘어쩌다 한국인’의 저자 허태균 고려대 교수가 한국인의 심리와 사회 현상을 얘기하고 진정한 행복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평소 인문학을 통한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5일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첫 ‘CEO 토론회’를 마련하고 전체 계열사 CEO들과 함께 농협금융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혁신 방안 찾기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서울시 사람들’ 文정부 참여 거론 왜

    서울시 류경기 제1부시장,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의 공통점은? 문재인 정부의 조각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서울시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는 이미 ‘서울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하승창(전 정무부시장)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김수현(전 서울연구원장) 청와대 사회수석, 조현옥(전 여성가족정책실장) 청와대 인사수석 등이 그들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20여명의 명단을 조각 때 인력풀 차원에서 활용하라고 청와대에 넘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6일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잘 맞고 청와대 쪽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도시재생 등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책들에 깊은 관심을 두면서 발탁 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중앙정부에서 지방공무원을 데려다 쓰는 현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청와대는 서울시 고위 공무원 20여명을 수석비서관과 행정관 등으로 대거 발탁해 ‘청와대 S라인’을 형성하기도 했다. MB 시절 최고의 발탁은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 제1부시장으로, 그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회장님’이라 부르는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다만 MB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영입한 서울시 사람들의 차이는 있다. MB 정부는 ‘늘공’(일반 공무원)을 발탁했고, 문재인 정부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발탁했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에서는 청와대 수석 4인방 입각 이후 정무직 행정관 정도가 청와대로 일부 이동했다. 박 시장의 사람들로 장차관 입각에 거론되는 ‘늘공’은 류 부시장과 윤 본부장으로 각각 행정자치부 차관과 국토교통부 2차관에 오르내렸다. 도시재생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변 사장도 국토부 1차관에 거론됐다. 서울시는 7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인사의 숨통에 대한 걱정은 하고 있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서울시 출신 공무원의 장차관 입각에 대한 기대는 적폐청산에 대한 의지이지, 공무원 밥그릇을 챙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분을 찾는다. 서울시는 7일에도 청와대 국정자문위에 서울시 경제 정책 등을 공유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관가 와글와글] 靑을 만나는 1000m 前…

    [관가 와글와글] 靑을 만나는 1000m 前…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는 직선거리로 1000m, 걸어서 15분 거리지만 공무원들이 느끼는 거리감은 그 이상이다. 청와대 근무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승진의 지름길로 통하기 때문에 특히 대통령의 힘이 센 임기 초에는 대다수 공무원이 ‘비에이치(BH·Bule House) 파견’을 열망한다. 문재인 정부는 행정관 한 명도 공모 절차를 통해 선발하겠다고 밝혔고, 특수활동비 삭감을 통해 청와대의 특권을 먼저 내려놓았다. ‘일하는 청와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청와대비서실의 특징을 살펴봤다.“특수활동비는 부처 공무원들한테 밥 얻어 먹지 말라고 주는 돈인데….” 청와대 파견은 부처로 복귀했을 때 한 계급 승진이란 보상에 더해 월급도 상당히 오르는 자리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개인 밥값은 월급으로 내겠다고 선언하면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127억원 가운데 42%를 삭감해 74억원만 쓰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도했던 검찰개혁을 ‘미련한 짓’으로 규정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나눈 ‘돈봉투 만찬’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부터 개혁에 나섰다.# 특권 내려놓은 청와대… 특수활동비도 내려 날벼락을 맞은 것은 선임행정관(국장급)은 한 달 100만원, 5급 행정관은 30만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 수당이 깎이게 된 청와대 직원들이다. 월급과 같은 날짜에 은행 계좌에 입금되던 특수활동비가 사라지면 연봉이 훅 떨어지게 된다. 그동안 청와대가 직원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한 것은 국정과제를 수행하면서 출신 부처의 동료나 민간인들로부터 신세를 지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전직 청와대 근무자들은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443명이던 대통령비서실 공무원 정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장관급인 대통령 정책실장직을 신설해 정무직 숫자는 11명에서 12명으로 늘었지만 대신 일반직 공무원 정원을 432명에서 431명으로 줄였다. 행정주사 또는 별정직 6~9급 상당 직원 한 명 대신 정책실장을 새로 둔 것이다.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대통령비서실 정원이 22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청와대 규모가 그리 비대해지진 않았다.# 모든 수석실 직원 3배수 추천 공모 노무현 정부 때 장관급으로 신설된 정책실장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 변양균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6명이 역임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급으로 격하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해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맡았다. 아직 청와대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파견된 일반직 공무원들이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각 부처로 복귀해 새로운 얼굴이 다시 파견됐다. ‘늘공’(늘 공무원)인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청와대 별정직 공무원의 출신은 정당인, 연구원, 교수 등이 많다. 어공도 퇴직금 삭감이란 철퇴를 맞았다. 청와대 별정직은 퇴직 후에도 석 달간 더 월급을 받았는데 이를 직제령 개편을 통해 지난달 30일 한 달로 단축했다. 퇴직 후 70% 월급 지급은 김대중 정부에서는 1년간, 노무현 정부에서는 6개월 동안이었다가 이명박 정부는 석 달로 줄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다시 한 달로 줄여버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특징은 공개 선발, 특수활동비 절감으로 요약된다. 청와대는 모든 수석실 직원에 대해 3배수 추천을 받는 공모 방식을 도입했다.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공개모집을 하겠다고 했지만 부처에서부터의 공모는 검찰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법무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6급 검찰수사관 1명 파견 요청을 받고 대검찰청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 근무희망자 추천 요청’을 일선 수사관들에게 보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까지 희망자를 받아 3배수를 청와대에 추천했다. 지금까지는 청와대 근무 비서관과 행정관은 큰 부처에서는 국장급 인사기획관이, 인사기획관이 없는 부처는 인사과장이 3명 정도를 추천하면 담당 수석비서관(차관급)이 적임자를 선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 검찰수사관만 제외하면 다른 부처는 내부 공모없이 예전처럼 일 잘하는 에이스 직원을 추천해 이 가운데 ‘베스트’를 면접 등을 통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청와대 직원 선발이 이뤄졌다. # 일하는 청와대… 아직은 미완성 청와대 측은 “각 부처에 정식으로 공무원 파견을 요청해 3배수 이내로 추천을 받은 다음 청와대 내 인사위원회 시스템 등을 갖고 정식으로 잘 살펴봐서 가장 적합한 인사를 고르겠다”며 능력 위주, 투명성 제고를 원칙으로 ‘청와대 늘공’도 공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이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부처 추천부터 공모로 직원을 선발한 곳은 민정수석실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아직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다 완성된 것이 아니라서 특별히 예전 정부보다 선거 캠프에서 일한 정당 출신이 더 많다고 볼 수 없다”며 “청와대에서 받는 특활비 수당액도 다른 파견직 수당액과 비교해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김혜주의 포크&라이프] 세계 최고 정육점 고기의 비밀

    [김혜주의 포크&라이프] 세계 최고 정육점 고기의 비밀

    새로운 달을 맞을 때마다 과거 같은 달의 특별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내게 6월은 이탈리아에 대한 추억으로 가득한 시간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해외여행을 두 번 떠났었는데 모두 6월의 이탈리아였다. 2년 전 여행에서는 주로 중북부 지방을 돌며 와인, 프로슈토, 발사믹 식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등을 만드는 현장을 찾아다녔다. 12일의 일정 동안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맛보고 왔지만 지금도 거의 모든 여행 멤버들이 공통되게 그리워하는 음식이 있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피렌체 스타일의 스테이크다. 피렌체에 머물렀던 이틀 저녁 모두 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일정 중 같은 음식을 두 번이나 먹은 것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가 유일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그런 고기가 아닌 진짜 고기, 십여 ㎝도 족히 넘을 두툼한 살덩이는 제대로 촉촉했고 저절로 엄지 척을 부르는 맛이었다. 그렇게 먹고 다음날 또 먹었는데도 감동이었다. 원래는 키안티 지역의 토종 소 키아니나의 티본 스테이크여야만 비로소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조건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키아니나 스테이크를 내는 식당은 피렌체에도 몇 없다. 이제는 희귀하다고 할 정도까지 키아니나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탈리아 소고기를 말하면서 다리오 체키니를 빼놓을 수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정육업자, 고작 1000명 남짓 사는 판자노 마을은 그의 고기를 맛보고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그는 2007년에 ‘앗 뜨거워’란 우리말 제목으로 나온 책에도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다. 일정이 여의치 않아 그의 식당까지 찾아갈 수는 없었지만 혹시 갔었다고 해도 키아니나 스테이크를 맛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이상 예전의 키아니나가 아니라며 그 소고기를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고기가 다리오의 낙점을 받았을까. 당연히 마을 주변, 넓게 잡아도 토스카나 지방을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웬걸, 마을에서 무려 1600㎞나 떨어진 스페인의 어느 작은 마을의 소였던 것이다. 굳이 먼저 말하진 않지만 어쩌다 이 사실을 알게 되어 흥분한 사람들에게 다리오는 중요한 것이 품종이 아니라 키우는 방식이라고 일갈한다. 그가 택한 소고기는 외딴 시골의 목장에서 방목으로 키운 소의 고기였다. 다리오는 ‘앗 뜨거워’의 저자가 슈퍼에서 사온 고기를 맛보고는 “고기를 먹었을 때 입천장에 왁스를 바른 듯한 느낌은 그 소에게 무엇을 먹였는지 말해 준다. 살만 찌우려고 곡물을 먹였을 것이다. (중략) 고기의 비밀은 지방에 있다. 좋은 지방의 고기는 2㎏을 먹어도 묵직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고기는 밤새 그 무게가 느껴질 것이다. 여기 윗배에 마치 돌덩이가 있는 것 같은?”이라고 했다. 이럴 수가. 소고기를 먹고 나면 내게 딱 저러한 증상이 있었고, 이걸 두고 어느 한의사는 내 체질에 소고기가 맞지 않아 그러니 고기(아예 고기 자체)를 먹지 말라는 말까지 한 적이 있었다. 마블링 정도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 지금의 우리나라 소고기 등급제는 그래서 많이 못마땅하다. 세상에는 마블링이 좋지 않아도 황홀한 맛, 건강한 맛을 내는 소고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을 경험해 볼 기회부터가 지극히 적은 것 또한 무척 아쉬운 점이다. 다행히 정부는 내년에 새롭게 손본 등급제를 발표할 것이라 한다. 무엇보다 맛의 다양성을 존중한, 그것을 장려하는 의지가 빛나는 등급제이기를 기대한다. 획일적인 맛은 생명주기가 짧다.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일곱 도둑 수호신, 병해대사와 ‘꺽정불’… 야사의 보고 칠장사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일곱 도둑 수호신, 병해대사와 ‘꺽정불’… 야사의 보고 칠장사

    칠장사라는 절 이름을 일찍부터 알았던 것은 많은 사람이 그렇듯 ‘임꺽정’ 때문이었다. 벽초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은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지만 칠장사가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숨소리가 잦아들곤 한다. 작중 임꺽정의 스승인 갖바치가 훗날 병해 대사가 되어 수도하던 절이 바로 경기도 안성 칠장사다. 신을 짓는 갖바치는 신분이 가장 낮은 천민이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임꺽정도 벽초가 생불(生佛)로 그려 놓은 병해 대사 앞에서는 순한 양이었다.연암 박지원의 한문 단편소설 ‘허생전’도 안성을 무대로 삼았다. 서울 남산 아래 오막살이에 살고 있던 허생원은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삯바느질로 살림을 꾸려 나가던 아내는 어느 날 참다 못해 “과거도 보지 않으면서 책은 무엇 때문에 읽느냐”고 대든다. 그렇게 허생원이 장안의 갑부 변씨에게서 빌린 1만냥을 들고 내려간 곳이 안성장이었다. 허생원은 그곳에서 삼남에서 올라오는 과일을 매점매석해 얻은 열 배의 이익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 준다. 황석영의 장편소설 ‘장길산’에서도 안성은 중요한 배경을 이룬다. 임꺽정과 마찬가지로 실존인물인 장길산은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광대의 손에 성장한다. 소설 속에서 장길산은 흉년이 들어 창기로 팔려간 묘옥이 재인마을 총대의 구원을 받은 뒤 연분을 맺게 되는데, 두 사람이 머물던 재인마을이 바로 남사당패의 근거지였던 안성 청룡사 주변이었다. 오늘날 안성시의 중심은 시청이 있는 서부권이지만 과거의 지역 중심은 동부권의 죽산이었다. 죽산에는 신라시대 처음 쌓은 죽주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죽산은 삼국시대 이후 한반도의 북쪽과 남쪽을 잇는 간선 도로에 속했다. 개경이나 한양의 물산이 남쪽으로 내려가려면 한강을 건넌 뒤 광주와 용인을 거쳐 죽산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이 길은 죽산에서 다시 동남쪽으로는 충주, 남쪽으로는 청주로 이어졌다. 지금도 죽산은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다. 안성의 중심이 서쪽으로 옮겨진 것은 조선 중기 이후다. 충청도와 경기도 서부 평야지대의 농업 생산이 급증함에 따라 안성장이 한양으로 가는 물산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8세기 이후 안성은 대구, 전주와 함께 전국 3대 장의 하나로 꼽혔다. 그러니 연암이 허생원으로 하여금 안성장으로 달려가게 한 것은 당시로서는 당연한 소설적 장치였을 것이다. 구경꾼을 모아야 먹고살 수 있는 남사당패 역시 시장판을 근거지로 삼을 수밖에 없다. 청룡사의 존재가 아니었어도 안성에 남사당 마을이 들어서는 것은 필연이었다. 장길산은 숙종(1661~1720 재위)시대 인물이다. 연암(1737~1805)도 조선 후기를 살았다. 하지만 임꺽정(?~1562)은 조선 중기 인물이다. 당시의 중심은 죽산이었다. 바로 칠장사가 있는 곳이다. 오늘날 경부선을 중심으로 보면 한편으로 비켜 선 위치지만, 임꺽정 시대에도 죽산은 한반도의 남북을 잇는 중심축이었다. 칠장사는 결코 한적한 절일 수 없었다. 안성장에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야겠지만, 죽산은 중부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편하다. 일죽나들목에서 안성 시내 쪽으로 달리다 죽산 면소재지를 지나 왼쪽으로 진천으로 가는 옛 국도로 갈아타야 한다. 여기서 4.6㎞를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4.5㎞를 달리면 차령산맥 줄기 초입에 칠장사가 나타난다. 칠장사 뒷산은 칠현산(七賢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소설 ‘임꺽정’에는 칠장사의 역사도 담겨 있다. 임꺽정과 의형제를 맺은 박유복이 칠장사로 병해 대사를 찾아가는 대목이다. 어쩌다 동행하게 된 죽산 양반에게 절의 내력을 설명하는 상좌의 목소리를 곁에서 듣고는 이렇게 옮겼다.‘이것은 고려 혜소 국사의 비올시다. 혜소 스님께서 도둑눔 일곱을 감화시키셔서 정도(正道)로 끌어들이셨는데, 그 도둑눔 일곱이 모두 신장(神將)이 되어 이 절을 수호합니다. 세상에서는 혜소 스님이 이 절을 개창하신 줄 말하지만 삼한고찰(三韓古刹)을 중창하신 것이외다.…이것은 나옹 스님이 심으신 반송이올시다. 이 반송의 나이가 지금 육백 살이 넘었을 것이외다.’ 상좌의 말처럼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5년(636)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는 전설이 있지만 그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이후 혜소 국사 정현이 고려 현종 5년(1014) 왕명을 받아 크게 중창했다. 혜소 국사가 수도할 때 찾아온 7명의 악인(惡人)을 교화하니 모두 도(道)를 깨달아 칠현(七賢)이 되었으므로 산 이름을 칠현산이라고 했다고도 전한다. 일곱 도둑은 훗날 임꺽정과 의형제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남북 물산의 소통로였으니 ‘떼도둑’도 기승을 부렸을 것이다.칠장사는 두 개의 건물군으로 나눠져 있다. 천왕문으로 들어서면 대웅전, 원통전, 명부전이 있는 중심권역이 보이고, 다시 서남쪽 언덕으로 돌아가면 혜소 국사 비각과 나한전, 삼성각이 한데 모여 있다. 비각 주변의 건물들은 최근 세워진 것들이다. 고려 문종 14년(1060) 조성된 혜소 국사 비각에는 이런 설화가 전한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 장수 가토 기요마사가 절에 들이닥쳤을 때 노승이 홀연히 나타나 잘못을 꾸짖자, 칼로 내리치니 비석이 갈라지면서 피를 흘렸다는 것이다. 전설처럼 비석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크게 쪼개진 모습이다. 혜소 국사 비각과 나란히 서 있는 나한전은 절집으로는 드물게 정(丁)자 형태다. 얼마 전까지 숙종 29년(1703) 탄명 스님이 지었다는 한 칸짜리 나한전이 있었으나 최근 새로 지었다. 나한전 내부에는 삼존불 아래 일곱 나한이 모셔져 있다. 바로 혜소 국사가 제도한 이후 일곱 현인의 모습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혜소와 일곱 도둑 이야기’가 신앙의 대상으로 성격이 강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옹 스님이 심으신 소나무’도 주변에 있다.임꺽정의 흔적은 대웅전 권역 맨 아래 새로 지은 극락전에서 볼 수 있다. 임꺽정이 병해 대사의 극락왕생을 빌며 모셨다는 ‘꺽정불’이다. 작은 목조아미타불의 바닥에는 ‘봉안 임꺽정’(奉安 林巨正)이라는 묵서(墨書)도 남아 있다. 얼마 전 충북대 연구팀이 방사성 연대측정법으로 불상을 조사한 결과 ‘1540년 ±100년’이라는 연대가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임꺽정이 발원한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임꺽정과 같은 시대 조성됐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일곱 도둑과 임꺽정 설화 말고도 칠장사에는 궁예와 어사 박문수에 얽힌 전설도 있다. 그 흔적을 흥미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절 주변을 잘 정비해 놓았다. 하지만 칠장사는 무형유산인 설화의 보물단지에 그치지 않는 유형유산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절 들머리의 철당간은 당간을 세우는 지주만 눈에 익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시대 당간은 칠장사 말고 충북 청주 용두사 터와 충남 공주 갑사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대웅전과 천왕문의 소조사천왕상도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들이다. 큰 행사가 있을 때만 볼 수 있지만 오불회 괘불탱은 국보, 삼불회 괘불탱은 보물로 지정됐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길섶에서] 그 시절/손성진 논설실장

    무엇 하러 그리 급히 뛰어왔는가. 가만 내버려 둬도 세월은 혼자서 잘만 내달리는데 말이다. 시간을 모르고 살다 시간을 보니 젊은 시절은 까마득히 먼 뒷발치에 있다.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에 헐렁한 셔츠와 바지. 핏기 없는 얼굴에 커다란 뿔테 안경. 벌써 40년이 다 되어 가는 그때의 젊은 자화상을 영상을 통해 본다. 풋풋한 외모 속에 순수한 마음이 저절로 묻어 나온다. 누구에게나 그런 젊음이 있을 것이다. 앞날을 알 수 없는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눈물과 함께 한 사랑과 이별도 있었다. 그러던 게 벌써 인생의 반환점도 훌쩍 더 넘어 백발과 주름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도 스치며 지나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두근거림도 잊어버렸다. 이제 가끔은 저 강물 따라 느릿느릿 걷다 한 움큼 풀꽃도 꺾어 보고 북두칠성, 전갈자리도 찾아보며 살 일이다. 어쩌다 길 가는 이 만나면 탁한 술 앞에 두고 밤새 얘기도 나눠 볼 일이다. 좀 늦으면 어떠랴. 우리는 벌써 너무 앞서 왔지 않은가. 저 푸른 하늘은 언제까지나 기다려 줄 터인데.
  • [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평상이 없다/예비군복과 기저귀가 없다/새댁의 나이아가라 파마가 없다/상추와 풋고추가 없다 줄넘기 소리가 없다/쌍절봉이 없다 씨멘트 역기와 통기타가 없다/골목길 멀리 내뱉던 수박씨가 없다/항아리가 없다 항아리 뚜껑 위에 감꽃이 없다/모기장이 없다 모기를 잡던 박수소리가 없다/모기장을 묶어 매던 돌덩어리 네 개가 없다/고무신이 없다 고무신 속 빗물 한 모금이 없다/안테나가 없다 안테나를 돌리는 작은 손이 없다/잘 나와? 잘 나오냐고? 안마당에 내려놓던 고함이 없다/우리 집은 잘 나오는디 염장을 지르던 옆집 아저씨의/ 늘어진 런닝구가 없다 (중략)/근데, 이 많은 것들이 언제 내 머릿속에 처박혔나?(이정록, 시 ‘옥상이 논다’ 부분)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불쑥 애틋하게 눈에 밟혀 오는 때가 있다. 그중 생각나는 목록 몇 가지를 순서 없이 떠올려 본다. 골목길, 공중전화, 이발소, 정미소 등등. 한때 요긴했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멀어진 생활의 세목들이 새록새록 눈에 밟혀 온다.미로처럼 어지러운 좁은 골목길은 생활에 다소 불편을 초래했지만 얼마나 많은 인정을 꽃을 피웠던가. 키 작은 처마와 처마가 연달아 맞닿아 있어 한낮에도 짙게 그늘이 고여 있던 질척한 골목길. 이쪽 집 창문을 열고 저쪽 집 열린 창문을 향해 갓 쪄낸 고구마나 옥수수, 밀개떡 등을 건네기도 하고, 송이눈이 내리는 겨울밤 술 취한 홀아비의 코 고는 소리가 낮은 블록 담을 넘어가 낯가림 없이 과부댁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고 가는 비 오는 어느 여름날 저녁 이웃집 고등어구이 냄새가 배고픈 남매의 공복 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기도 했던 골목길. 늦은 저녁 나이 어린 누이와 함께 집 앞에 쭈그려 앉은 채 저쪽 끝에서 빈 도시락 주머니를 흔들며 돌아올 어머니를 기다리던 골목길. 새벽마다 두부장수 방울 소리가 창문을 흔들고, 조간을 돌리는 고학생의 성급한 발자국 소리가 아침잠을 깨워 흔들어 대던 골목길. 백내장 앓아 대던 가등 아래 서로 더운 숨을 탐하던 늦은 밤의 연인들 실루엣이며, 이집 저집에서 흘러나온, 온갖 소리의 넝쿨들과 온갖 색깔 범벅의 냄새들이 주인 몰래 저희끼리 희희낙락 짝짓기하던 우리 한때의 자궁이었던 그곳, 그 골목길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없다. 모던의 상징이었던 공중전화. 뜨겁고 짜고 싱겁고 차갑던 사연들을 분주히 실어 날았던 공중전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뜻 모를 그리움이 까닭 없이 마음의 우물에 가득 차 출렁이던 공중전화. 영하의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 저녁 길게 늘어선 줄이 빨리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언 발을 동동 구르면서 차갑게 식은 청색의 손을 호호 불어 대던 추억의 공중전화. 한 시절 시쳇말로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잘나가던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이제 늙은 창부처럼 누군가 덜커덕 떨어뜨린 마음 한 조각을 허겁지겁 삼키고 있는 공중전화가 우리 시대 낡은 서정시같이 잘 보이지 않거나 후미진 곳에 함부로 방치돼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무채색 벽면에 걸려 있던 천장 낮은 이발소. 장 프랑수아 밀레의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만종’이 걸려 있던, 금성 라디오에서 구성진 유행가 가락이 흘러나오던, 국수 내기 장기 놀이가 자주 벌어지던, 늘 서울이 그리운 늙다리 총각들이 무나 참외를 깎아 먹으며 음담패설을 주고받던,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장삼이사들이 모여 앉아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자꾸만 그리운 서울 얘기 등으로 까닭 없이 흥미진진하던 곳, 정겨운 이발소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눈에 띌 뿐 멸종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 어찌 이뿐이랴. 정미소, 떡 방앗간, 하꼬방, 연탄구이 집, 지하다방, 작부 집 등속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의 목록들이 이름만 남긴 채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시편 ‘옥상이 논다’는 이제 이곳 현실 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지난 연대의 살가운 풍경이다. 다 해진 런닝구를 입고 염장을 지르던 이웃 아저씨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여름날이다.
  • [여성이 말하는 저출산②] “아빠는 저녁에 자고 오는 사람” 슬픈 자화상

    [여성이 말하는 저출산②] “아빠는 저녁에 자고 오는 사람” 슬픈 자화상

    2016년의 출생아 수는 40만 6000명으로 1970년 출산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나타냈다.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2000년 월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연간 출생아 수 30만명대 진입을 눈앞에 둔 상태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복지위에 제출한 ‘결혼·출산 및 양육친화적 사회 구축 방안’ 보고서에서 미혼여성과 기혼여성 23명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이유, 기혼여성이 아이를 더 낳지 않으려는 이유를 공개했다. ‘백약이 무효’인 저출산 원인을 국민들의 입을 통해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여성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와 기업, 사회가 나서야 할 부분들을 거론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 들어가는 돈이 있어요. 거의 둘 다 합하면 20만원 정도는 들어가니까 그 돈도 무시 못 하는 것 같아요 한 번에 학기 초 시작할 때 돈을 내고도 매달 들어가니까. 우리 애만 덩그러니 혼자 있는 것 생각하면 뺄 수가 없어요. 어린이집에서 ‘이것 합니다’라고 하면 그냥 ‘아, 다 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죠.(35세 기혼여성 K)  제가 첫째, 둘째를 유치원을 보냈어요. 처음에 입학금이 거의 200만원 가까이 들었어요. 6개월치를 한꺼번에 분납하는 게 있어요. 그리고 다달이 고정금액이 30만원 있어요. 국공립 가려고 했는데 거기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사립을 갔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거예요. 어린이집 나오고 유치원 가니까 현실에 부딪힌 거예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거예요.(38세 기혼여성 C)  어쩌다 한 번씩 큰 돈 들여서 아빠랑 애만 보내고. 둘 다 같이 가고 싶은데 비싸니까. 네 식구가 같이 가면 공연 하나에 15만원씩 드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 보러 교통비 들고 밥도 먹어야 하고. 서울로 이동하면 자고 와야 하고. 그래서 크게 결심하지 않는 이상 못 가는 거죠.(32세 기혼여성 J)  하나 낳고 안 낳는다는 사람 진짜 많아요. 지역별로 출산축하금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대도시이고 인구가 많아도 저는 못 받았어요. 구에 따라서 주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고. 출산 선물을 주기도 하고. 차라리 그런 걸 통일시키면 좋지 않을까. 둘째 낳아야 주고, 셋째 낳아야 주는 곳도 있고. ‘20만원 받으려고 셋째 낳냐’라는 말도 있잖아요. 차라리 출산축하금 주려면 애는 다 낳는 거니까 똑같이 주고 수당은 솔직히 지금 나오는 것처럼 15만~20만원 나와도 괜찮은 것 같아요.(33세 기혼여성 G)  ●돌봄 서비스 확충 저는 보육정책이 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현실적으로 7시까지 맡기기 어렵고. 어린이집 방학 때에는 워킹맘이 휴가 낼 수도 없고 그런 게 안 맞잖아요. 그래서 맡길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혼자서 아이를 봐야 하니깐 아이 더 낳을 엄두도 안 나고.(34세 기혼여성 A) 주위 대학 동기들을 보면 아직까지 결혼 안 한 친구도 있고 결혼해서 아이 하나 낳고 다니는 친구도 있는데 그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이들을 봐 줄 마땅한 곳이 없다는 거예요.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 부모가 있는 동안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 학원을 돌아도 집에 방치되다시피 하더라구요.(35세 기혼여성 K)  지금은 조부모가 없거나 돈이 없으면 아기 돌보는 게 힘든 것 같아요. 지금 100만원 드리고 있는데 그냥. 그걸로 인해서 제가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까. 퇴직금을 유지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34세 기혼여성 B)  제가 아이들을 돌보면서 친인척이 주변에 없으면 손을 내밀 수 없는 거예요.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병원 갈 때 잠깐 동행한다던지 내 아이가 하교할 때 잠깐 봐달라던지. 물론 이웃이 있기는 한데 이것도 한두 번이잖아요. 그런데 시스템이 이럴 때 잠깐이라도 도움을 청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24개월 이전이었는데 급한 일이 있어서 어린이집에 시간제로 맡긴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역효과였어요. 어린이집 자는 애들이 이 아이가 잠깐 처음 간 곳이니까 너무 낯설어서 계속 운 거예요. 선생님이나 친구들 관계가 형성돼 있는데 처음 가서 시간제로 맡기면 선생님들도 그렇고 엄마도 (힘들어요.) 아이들은 그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가정으로 오면 아이에게 좀 더 나을 것 같아요. 엄마가 있는 상태에서 그 사람 얼굴 익히면 아이가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46세 기혼여성 E)  ●체험 인프라 확충 체험을 많이 하러 다니는데 36개월 미만 아이들은 무료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어딜 가더라도 돈이예요. 그래서 나라에서 운영할 수 있는, 뭔가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많아졌으면. 육아 쪽으로 아이들이 지식적으로 얻을 수 있는 문화 공간이 (필요해요.) 1~2년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렵다고 폐쇄하는 곳이 많잖아요.. 놀이동산 가더라도 회사 같은 곳은 혜택이 있는 곳이 있어서 싸게 갈 수 있지만 일반 서민은 카드 할인, 다자녀라도 그렇게 큰 혜택이 없어요. 그래서 그냥 집에 있는 부모님도 있고.(32세 기혼여성 J) 아이들을 데리고 딱히 갈만한 곳이 너무 없어요. 1시간씩 다른 쪽으로 나가면 구경할 곳이 그나마 동물원도 있고 아쿠아리움도 있고 한데. 아이들은 많은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아이들하고 집에서 TV라든지 스마트폰 통해서 간접적으로는 많이 할 수 있지만 직접 만든다든지 아니면 뭐 몸으로 체험해본다든지 그런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35세 기혼여성 K)  ●초등학교 돌봄 절벽 해소 육아휴직은 저학년 때 쓰려고요. 1학년은 반나절이기 때문에 그때 쓰려고 지금 아끼고 있어요. 그게 제일 어렵거든요. 아이가 1학년이 되면 엄마들은 난리가 나더라고요. 그때는 육아휴직을 쓸 생각하고 있고 길게는 못 써요. 한 6개월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2년을 아끼고 있는 거예요. 아끼고 쪼개서 6개월 하고 안 되면 6개월 또 쓸 거예요. 솔직히 1년으로는 육아휴직 모자라죠. 육아휴직 늘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1년 쉬면 그냥 쭉 쉬어요. 엄마들이 보통 3~4학년 돼야 일을 하는 거예요. 학원비 때문에.(38세 기혼여성 C)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솔직히 1~2시에 끝나는 게 아니고 보통 7시 늦으면 10시잖아요. 그런데 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방과후 돌리고 돌봄교실 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안 되는 거예요. 돌봄 교실도 인기가 많고,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많으니까 먼저 대기를 해야 그것도 겨우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지 않은 엄마들은 차라리 일을 하고 그 돈을 학원을 다니게 하고 퇴근 시간이랑 맞춰서 학원을 돌려서 1시면 정규가 끝나고 조금 여유가 없으신 분들은 방과 후 활동 1시간 하고 미술이랑 피아노 보내면 6시에 끝난다고 하더라고요.(32세 기혼여성 J)●부부 공동육아 활성화 신랑이 아침에 일찍 나가서. 연구원이다 보니까 너무 늦게 퇴근을 해서 요즘 말하는 ‘독박육아’라고.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닌 지 얼마 안 됐어요. 그 전까지는 온전히 제가 다 아이를 케어해야 했는데 그 시간들이 좀 힘들었죠.(35세 기혼여성 K)  맞벌이시대는 진작에 왔는데 ‘맞돌봄시대’는 안 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전업주부로 있는 이유도 맞돌봄이 전혀 안 되니까. 신랑이 집에 퇴근해서 누구 흉을 보더라고요. 남자인데 자주 육아를 핑계로 일찍 퇴근을 한다는 거예요. 그게 왜 흉볼 일인가. 육아는 같이 하는 건데 막 욕을 먹더라는 거죠. 신랑이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도 내 아이 케어하기 위해서 일찍 퇴근 하고 싶어. 하지만 너무 빈번하게 나가면 별난 사람이 된다’는 식으로 치부하더라고요. 여자가 아이 때문에 퇴근한다고 하면 눈살을 찌부려도 별난 건 아닌데 남자가 퇴근하면 그런 식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좀 일조를 하는 것 같아요.(30세 기혼여성 N)  지금도 저희 애들이 그래요. 아빠는 맨날 아침에 일찍 갔다가 저녁에 자고 오는 사람이라고. 아빠가 늦게 오면 자고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가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게 토요일에는 격주로 쉴 수 있어서요. 그게 나라에서 됐다고 해서. 격주로 쉬면은 무조건 나가는 거예요. 애들 데리고 놀러가고 체험하러 가고 그러는 거예요.(32세 기혼여성 J) 원래 5시 반이 퇴근인데 거의 9시 반까지 야근을 해요. 수당을 받기는 하는데 차라리 수당 받는 것보다 일찍 퇴근했으면 싶죠. 10시가 넘으면 애들이 자요. 아침에 일찍 나가고 저녁에 늦게 퇴근하니까 애들 볼 수 있는 시간은 주말. 애들이 클 시간에 아빠랑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데. 어렸을 때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해요. 신랑도 안타까워 하죠.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가 아니니까.(35세 기혼여성 K)  ●자유로운 휴가·휴직 보장  1년 휴직은 안 된다고 해서 3개월 했는데 그 부분도 많이 그렇더라구요. 기업 같은 곳은 육아휴직이 잘 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복지관이나 소소하게 일부 지역에 있는 기관들은 그런 부분을 허용하지 않더라고요.(33세 기혼여성 L) 출산휴가 끝나고 육아휴직을 한두 달이라도 쓰려고 하면 퇴사를 살짝 권해요. 결국은 그런 거 해도 대기업이나 그런 곳은 하는데 중소기업은 어떻게든 피해가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서 근무할 때 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있더라고요. 나는 못 쓰는데 더 혜택이 많아지니까.(30세 기혼여성 N) 남편 육아휴직이 없었어요. 지금 신랑 회사에는 남자들이 쓰는 풍토가 아니예요. 신랑도 안 썼고요. (신랑이 육아휴직 써서 1달에 100만원이면) 안 되죠. 어렵죠. 육아휴직은 좋지만 금액 100만원은 그걸로 생활하기에는 조금 힘든 것 같아요. 250만원 정도 준다고 하면 한번 고려해 볼 것 같아요. 받는 월급보다는 적지만.(35세 기혼여성 K) 우리 신랑도 그러는데 육아에 관심이 많은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 하고 돌아갔을 때 회사에 자기 자리가 흔들리는 걸 되게 염려하더라고요. 그런 기반이 약한 거예요. 아이 키우고 돌아 왔을 때 내 자리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 지금 자기 회사에 2명 정도가 육아휴직 하고 있는 데 떨면서 나갔대요. 쌍둥이를 키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쉬는데 정규직이라서 밥그릇은 못 뺏더라도 뭔가 눈치 내지는 뭔가 자기 자리가 없어져서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낼 것 같은 우려가 있어요. 돌아오지 못 했어요. 돌아와서 자기 입지가 너무 약해졌을까봐. 회사 다니는 사람은 정규직, 비정규직에 목 매달고 회사 하나만 보는 거예요. 돌아 왔을 때 내 자리에서 딴 사람이 일할 거 아니예요. 돌아왔을 때 공무원처럼 인수인계되는 게 아니라서 너무 두려워 한대요. 만약에 마누라가 무직이잖아요. 전업주부라면 진짜로 못 돌아올까봐 불안해 하지 않겠어요. 결단을 못 하는 거죠.(30세 기혼여성 N)  돈을 적게 주더라도 근무시간이 조절이 돼서 일도 하고 아이를 케어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그게 계산해보니까 오후 5시까지는 괜찮더라고요. 오전 9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아이들 학교가고 학원도 보내니까. 근무 시간 같은 걸 조정해서 다니는 그런 곳을 찾게 되더라고요. 아르바이트를 해도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돈을 적게 받더라도.(32세 기혼여성 J)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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