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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겨울 한라산의 전설 ‘사발면 맛’ 보실래요

    올겨울 한라산의 전설 ‘사발면 맛’ 보실래요

     17일 오전 7시 30분 한라산 서녘 어리목사무소. 라면 박스를 가득 실은 모노레일카가 덜커덕 소리를 내며 시동을 건다. 그리고 한라산 정상 백록담 바로 아래 해발 1740m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4.7㎞ 1시간 30분 남짓을 부지런히 달린다.  같은 시간 한라산 동쪽 성판악사무소에서도 라면을 실은 모노레일카가 출발한다. 가쁜 숨을 몰아가며 2시간 30여분(7.3㎞)을 달려 해발 1500m 진달래밭대피소에 라면을 내려놓는다.  올겨울 첫눈을 앞둔 한라산에서는 요즘 지상 최대의 라면 수송작업이 한창이다. 등산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라면들이다.  한라산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모노레일카는 움직이질 못한다. 이달부터 한라산에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 부지런히 라면을 정상으로 실어 날라야 한다.  겨우내 한라산 윗세오름과 진달래밭대피소가 확보해야 할 라면은 자그마치 12만개. 눈이 내리기 전에 24개들이 라면 5000박스를 부지런히 실어 날라야만 한라산의 월동 준비는 끝난다. 일찍 한라산에 폭설이라도 내리면 헬기까지 동원해 한라산 정상 부근까지 라면을 수송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라산의 사계를 두고 어느 계절을 두둔할 수 없다. 어느 계절을 편애한다면 한라산의 또 다른 매력을 놓치고 만다. 사계가 저마다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곳이 한라산이다. 네 계절마다 ‘금강, 봉래, 풍악, 개골’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금강산과도 어쩌면 비슷하다.  적설의 산, 겨울 한라산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겨울 한라산을 찾는 등반객은 두 차례 감동에 젖는다. 첫째, 신이 내린 명품 한라산 설경에 감동한다. 폭설 속에서도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라는 구상나무의 꿋꿋한 기상에 코끝이 찡할 정도로 뭉클해진다.  또 하나는 언제부턴가 등산객들 사이에서 ‘전설의 맛’이라 불리는 한라산 사발면이다. 매서운 눈보라와 칼바람을 뚫고 겨울 한라산에 오른 등산객이 제일 먼저 찾는 것은 따뜻한 사발면이다.  라면은 국물맛이라 했던가. 사방 눈천지, 폭설의 한라산에 몸을 맡기고 맛보는 뜨거운 라면 국물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싱상도 할 수 없다. 사발면 없는 겨울 한라산은 앙꼬(팥소) 없는 찐빵이요, 실 없는 바늘이다.  라면 없는 우리네 식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국민 1인당 한해 80~90개의 라면을 먹어 치운다. 라면이 제2의 ‘집밥’이 된지도 오래다. 한 온라인 쇼핑사이트가 이용고객 1만여명을 대상으로 ‘집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집에 혼자 있을 때 가장 많이 먹는 음식’으로 라면(51%)을 꼽았다. 라면이 당당하게 집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한라산에서는 라면이 ‘산밥’이 된 지 오래다. 한라산 사발면 가격은 한 개 1500원. 한 사람에게 2개씩만 판다. 겨울 내내 윗세오름과 진달래밭 대피소에는 사발면을 사려는 등산객들의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웬만한 줄서기 인내력이 없으면 맛볼 수도 없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해마다 공개 입찰 등을 통해 라면을 대량 구매한다. 1년에 사발면 30만개 이상을 사들이는 라면계의 큰손이다. 윗세오름대피소와 진달래밭대피소는 국내에서 최고 높은 곳에 자리한 라면집이자 단일 매장으로 라면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인 셈이다.  어리목사무소 오공수씨는 “2012년 사발면 28만 7754개, 지난해에는 30만 5227개나 팔렸다”며 “이제 겨울 한라산의 명물이자 전설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설명했다.  라면의 어원은 중국의 라몐(拉麵)이다. 손으로 잡아 당겨(拉) 면발을 늘인 국수(麵)란 뜻이다. 타이완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안도 모모후쿠(1910~2007·일본 닛산식품 창시자)는 화교들이 즐겨 먹던 라몐에 힌트를 얻어 1958년 뜨거운 물에 끓이면 먹을 수 있는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선 1963년 라면이 첫선을 보였다. 당시 북한보다 한층 식량난에 시달려 배고팠던 탓에 새로운 식량 개발을 위해 한 식품회사가 정부 지원을 받아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분식 장려와 국물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으로 라면은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명절 때에는 백화점들이 라면을 고급선물로 내놓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용기에 담은 컵라면이 등장했다.  이처럼 ‘국민 음식’으로 떠오른 라면이 한라산에서는 언제 첫발을 들여놨을까. 한라산에서 사발면을 팔기 시작한 것은 1985년이다. 만으로 어언 30년째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한라산 백록담에서는 취사와 야영이 자유로웠다. 백록담에 야영객들이 몰려들면서 음식물 쓰레기와 빈병, 깡통으로 몸살을 앓자 1978년 1월부터 백록담에서 야영을 금지시켰다. 1985년 6월부터는 한라산 정상 부근, 1988년 12월부터는 한라산 전 지역에서 취사 및 야영 행위가 금지됐다. 여기에다 1일 등산 원칙이 도입됐다.  한라산에서 취사 행위가 전면 금지되면서 등산객들을 위해 라면을 팔게 됐다. 보통 어림잡아 6~7시간이나 걸어 올라가야 하는 등산색들을 생각해서다. 그런데 이제 사발면 없는 겨울 한라산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김상조(55·제주시 해안동)씨는 “겨울 한라산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아가면서 사발면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짜릿한 맛을 모른다”며 “1500원 주고 어디서 이런 맛과 감동을 느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겨울 한라산과 사발면은 최고의 궁합인 셈이다. 한라산에 사는 까마귀들도 전설의 라면 맛을 안 지 이미 오래다. 겨울철 윗세오름 주변에는 라면 맛을 즐기려는 까마귀들이 들끓는다. 그야말로 사람 반 까마귀 반이다. 라면 몇 가락을 던져주면 까마귀들 사이에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라면 맛을 알아버린 영특한 까마귀들은 다른 음식은 던져줘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몇 년 전부터 겨울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한라산 눈꽃와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먼지 하나, 티끌 하나 없는 눈을 컵 속에 한 움큼 깔아놓은 다음 와인을 부어 마시는 눈꽃와인은 한라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사발면과 함께 한라산 등산객들에게 또다른 짝꿍이다. 장홍식(44·제주시 화북동)씨는 “눈꽃빙수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 한라산에서만 맛볼 수 있어 전설의 라면에 이어 한라산 눈꽃와인도 등산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쓰레기 걱정은 마시라. 이른 아침 라면을 한가득 싣고 산으로 올라간 모노레일카는 라면 잔반을 싣고 오후에는 다시 어리목으로 성판악으로 하산한다. 사발면 용기는 등산객이 되가져가야 한다. 사발면을 사면 쓰레기 봉투 한 장씩을 준다. 한라산은 지난 9월부터 등산객이 몰리는 어리목과 성판악에 있던 쓰레기차량을 모두 없앴다.  한라산 성판악사무소 관계자는 “전에는 등산객이 마구 버린 라면 용기 처리로 줄곧 골머리를 앓았는데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이 확산되면서 싹 사라졌다”며 ““대부분의 등산객이 스스로 먹은 라면 용기를 집으로 되가져간다”며 활짝 웃었다. 이따금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한라산에서 ‘쓰레기 집으로 되가져가기’ 전설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라면의 해악은 다양하다.  영양 불균형 대표 음식, 열량은 높고 영영가는 낮다. 라면 튀기는 기름이 문제다. 포화지방산 섭취율이 높다. 과도한 소금 섭취, 화학 첨가물 덩어리 등 라면에 대한 시비는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겨울 한라산에서 라면은 이미 전설로 탈바꿈한 것을.  “눈썹에도 눈꽃 한송이씩 달고 산을 내려 온다/그들은 자신의 눈썹이 눈꽃 한송이씩을 피워내는 줄을 모른다/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어, 저사람의 얼굴엔 참 예쁜 눈꽃송이 피었군 하고 마음속으로 부러워할 뿐/나도 내 얼굴에 눈꽃송이 재미있게 피었는 줄 알지 못했다/때론 나의 안에도 아름다운 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김광렬 ‘겨울 산을 내려 오며’)  눈 내리는 겨울 한라산에서는 당신도 나도 등산객 모두가 저마다 아름다운 눈꽃송이를 피운다. 산을 찾는 모두가 아름다워진다. 전국에서 올겨울 한라산 첫눈을 기다리는 등산객들의 마음은 이미 폭설에 덮인 한라산에 안긴 채 전설의 사발면을 휘젓고 있다. 지난해 한라산은 11월 17일 첫눈을 맞았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생각나눔] 전국 첫 사투리로 된 조례명 ‘할매·할배의 날’ 도마 위에

    [생각나눔] 전국 첫 사투리로 된 조례명 ‘할매·할배의 날’ 도마 위에

    사투리로 자치법규(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경북도가 전국 처음으로 조례 제명(제목)을 사투리로 정하자 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제동을 걸자니 명확한 근거가 없고 묵인하자니 조례를 사투리로 제정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우려 때문이다. 16일 도에 따르면 지난 8일 도의회가 의결한 ‘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조례안’ 전문(全文)을 이틀 뒤인 10일 안전행정부에 통보했다. 이 조례안에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관용 도지사의 선거공약이다. 이번 조례안의 안행부 통보는 지방자치법이 시·도지사가 조례나 규칙을 제·개정하거나 폐지할 경우 조례가 지방의회로부터 이송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안행부 장관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안행부는 법무부(법제처)와 문화체육관광부(국립국어원),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부처에 ‘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조례안’의 상위 법 저촉 여부 등과 관련한 검토를 요청했다. 검토 결과 조례안이 상위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안행부 장관 등은 관련 법에 따라 재의 요구 또는 제소를 지시하거나 직접 제소 및 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검토 작업에 나선 관련 부처들은 조례 제목을 사투리로 정하는 문제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부처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이 제정하는 법규인 조례가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로 제정된 사례가 없는 데다 보편성과 일반성을 추구하는 법규의 원칙과 상식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할매·할배라는 용어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호칭 예절로 권장할 것이 못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경북도의 조례안이 상위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어서 재의 요구 등을 지시하거나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뒤따를 것으로 보여 고민하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이번 경북도의 조례안은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면서 “재의 요구 기간인 오는 25일 이전까지 부처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려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할매·할배는 경상도 고유명사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 “이달 27일 조례안을 공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인사]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장호현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 정상원△저작권산업과장 최태경△저작권보호과장 최현승△박물관정책과장 고욱성△공연전통예술과장 임병대△출판인쇄산업과장 김일환△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문화도시정책과장 전성오△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전당기획과장 이해돈△국립국어원 한국어진흥과장 정향미△국립국어원 교육연수과장 김도선△국립중앙도서관 기획총괄과장 정태경△국립중앙극장 근무(과장직위) 서정선△국립한글박물관 기획운영과장 신은향△한국정책방송원 근무(과장직위) 최원일△동계올림픽특구기획단 특구기획담당관 김정배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 오진희△생명윤리정책과장 정통령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센터장 김순태△건설인력기재과장 김한경△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건축디자인과장 곽민희△공공주택건설본부 공공주택개발과장 김준연 ■에너지경제신문 △편집국 에너지 대기자(사업담당 겸임) 박남철△편집국 인터넷뉴스부장(사회부장 겸임) 강근주 ■한국폴리텍대학 ◇지역대학장△목포캠퍼스 차신태△구미캠퍼스 이세균△섬유패션캠퍼스 엄재영 ■미래에셋생명 ◇임원 선임△모바일비즈니스본부장 서래호 ■우리투자증권 ◇신규 선임△해외영업센터장 성우석
  •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 “커피 나오셨습니다” 백화점 관계자말 들어보니..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 “커피 나오셨습니다” 백화점 관계자말 들어보니..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글날을 기념해 유통업계에선 ‘사물 존칭 하지 않기’ 등을 바로잡기 위해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잘못된 존칭, 과도한 높임말 사용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사물존칭이 어법에 어긋난 표현임을 알면서도 현장에서 바쁘다 보니 무심코 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 ”사이즈가 없으십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상품이 품절이십니다”는 손님에게 높임말을 쓰려다가 손님이 사려는 물건에까지 존칭을 써버린 잘못된 높임말 표현으로 국립국어원 ‘표준 언어예절’에 따르면 “사이즈가 없습니다” “커피 나왔습니다” “품절입니다”로 써야 한다. 또한 한 홈쇼핑도 지난해 5월 ‘스피드 ARS’ 서비스를 도입해 전화 주문 때 올바른 우리말이 사용되도록 하고 있다. 주문 과정에서 과도한 존칭어와 불필요한 설명, 늘어지는 서술어를 없애 눈길을 끌었다.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에 네티즌은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 꼭 필요하다”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 세종대왕이 좋아하실 듯”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 완전히 정착되길”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나도 노력해야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국립 국어원 제공 (엉터리 높임말 자정 노력) 연예팀 chkim@seoul.co.kr
  • “싱크홀의 우리말 순화어 아시나요”

    “싱크홀의 우리말 순화어 아시나요”

    “싱크홀을 ‘땅꺼짐 현상’으로 바꿔 말하면 더 쉽지 않을까요.” 10일 서울 강서구 국립국어원. 김문오(49) 공공언어과 학예연구관이 ‘누리 검색’(웹서핑의 순화어)으로 뉴스에 자주 쓰이는 단어를 살펴보고 있었다. 최근 송파구 일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유독 눈에 띄었다. 김 연구관은 “학술용어도 아닌데 언론에서 굳이 어려운 말을 고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들은 고부가가치 종자 개발사업 같은 정책을 소개하면서 ‘골든 시드 프로젝트’처럼 어려운 이름을 붙이면 첨단 사업으로 여겨져 예산을 따기 쉬워진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는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신종 외래어를 찾아내 우리말로 대체하는 우리말 다듬기 사업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우리말 다듬기 사이트인 ‘말터’(www.malteo.net)를 통해 누리꾼으로부터 후보 단어를 추천받아 순화어를 정한다. 지난 10년간 선정된 순화어는 모두 360여개. 김 연구관은 “포털사이트에 걸린 뉴스 가운데 최근 3년간 2000번 이상 등장한 신종 외래어를 순화 대상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젠 귀에 익은 단어도 제법 있다. ‘댓글’(리플라이), ‘누리꾼’(네티즌), ‘누리집’(홈페이지), ‘복지상품권 제도’(바우처제), ‘참공약운동’(매니페스토 운동) 등이 성공작이다. 반응이 늘 좋은 건 아니다. 최근 한글날을 앞두고 ‘텀블러’(커피 등을 담는 타원형 잔)의 순화어로 ‘통컵’을 꼽자 일부 누리꾼은 ‘우리말 통과 외래어 컵을 붙인 것이 어색하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또 ‘똑똑전화’(스마트폰), ‘사랑건배’(러브샷), ‘통신머리띠’(헤드셋) 등을 순화어로 내놨을 때도 ‘억지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 연구관은 “컴퓨터 도입 초기 ‘전산기’로 부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패한 것처럼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안 된다”면서도 “범람하는 외래어를 정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언어 공동체 간 소통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남매를 둔 김 연구관은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축약형 은어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습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컨대 ‘버카충’(버스카드충전) 등이다. 그는 “경부선, 구마고속도로도 다 축약어 아니냐”며 “중·고교 때는 비밀이 많고 또래 간 결속이 강해 은어를 많이 쓰는데 새로운 어휘를 만드는 실험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공식적 언어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바른말을 쓸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방송, 한글로 시청자 웃길 수는 없나/ 박다예(경기 의정부시)

    방송, 한글로 시청자 웃길 수는 없나/ 박다예(경기 의정부시) “웰컴(Welcome). 아유레디(Are you ready)~ 렛츠 꼬우(Let´s go)~ 오 마이 갓(Oh my god)! 릴렉스(relax). 헬프 미(Help me). 오케이(OK)? 땡큐(Thank you)” 영어문장만 가득한 것이 회화시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의 문장은 지난주 방송프로그램의 자막 일부를 짜깁기해놓은 것이다. 그것도 MBC〈무한도전〉, KBS〈1박2일〉, SBS〈정글의 법칙〉 등 지상파방송 3사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예능에 등장한 말이다. 한 시간 동안 외래어와 외국어(중복․고유명사․노래가사 제외)의 등장은 〈무한도전〉87건, 〈1박2일〉82건, 〈정글의 법칙〉61건에 달했다. 이중 44.8%(103건)는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록되지 않은 단어다. 충분히 대체가능한 국어가 있어서 널리 쓰이지 않는 외국말이다. 방송에서 외래어․외국어의 사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13년 방송언어 실태 조사에서는 국립국어원이 집어낸 7천여건의 오류 중 3분의 1이 ‘불필요한 외래어․외국어 사용’ 사례였다. 어린이들이 보는 만화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에브리바디 스크림’ ‘레어 아이템’ ‘에어막 쿠션’ ‘메탈 피스!’ 같이 어린이들이 뜻을 알까 의문이 가는 단어들도 스스럼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방송언어가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방송에서 쓰이는 언어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수(69명)는 그렇지 않은 사람(13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 중 40% 정도는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일상에서 사용한다고 했다. ‘비주얼’ ‘멘탈’ ‘리액션’ 같은 외국어는 뜻도 제대로 모르는 채 쓴다는 이도 있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통해 법률로 정한 ‘신중한 외국어 사용’을 무시한 대가는 이렇게 나타난다. 방송에서 외국말이 쓰이는 광경을 보며 안타까웠던 점은 우리말을 쓰려는 방송제작자의 의지가 부재했다는 사실이다. 출연진이 외국어를 사용하더라도 제작자는 자막으로 국어순화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시정은커녕 오히려 외국어 남발에 앞장섰다. 웃기고 멋있는 상황이 연출될 때는 자막에 외국어가 꼭 끼어들었다.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 격) 위원인 파트리스 젤리네는 “외국어를 쓰는 게 더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속물근성”이라며 자국 방송에 일침을 가했다. 방송사들은 국어순화에 대한 책임의식을 상기해야 한다. 외국어로 방송을 포장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문화마당] 한글날과 일본어/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한글날과 일본어/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글날을 맞아 15년 미국 생활을 접고 2008년에 귀국했을 때 겪은 한국말 경험이 떠오른다. 1990년대부터 한국은 참으로 격변의 세월을 겪었다. 냉전 기간 내내 하나의 섬처럼 고립되다시피 한 한국이 이제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 완전히 개방되었음을 피부로 느낄 정도의 변화요, 세계화였다. 그 사이에 새로운 한국어 단어도 많이 생겨나 귀국해서 처음 듣고는 무슨 뜻인지 모를 생소한 한자어가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택배’라는 말이었다. 처음에 소리만 듣고는 무슨 뜻인 줄 몰랐다. 앞뒤 문맥에 맞춰 생각해보고 택배(宅配)라는 한자를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다쿠하이’라는 일본어 단어가 떠올랐다. 일본식 한자어를 그대로 들여와 발음만 한국식으로 바꾼 것 같았다. 그래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이뿐이 아니었다. ‘착불’이라는 단어도 처음엔 몹시 생소했다. 문맥 없이 이 단어를 처음 보고는 그 뜻을 선뜻 알 수 없었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한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주문을 하다가 그 단어를 다시 접했다. 여전히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지 않았는데, 검색을 하고서야 그것이 물건을 받은 후에 비용을 지불한다는 뜻임을 알았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이 못내 씁쓸했다. 일본어 ‘차쿠바라이’가 바로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한자로 표기하면 착불(着拂)이니, 이 또한 일본 단어를 들여와 발음만 한국식으로 바꾼 게 분명해 보였다. 귀국 초기에 어떤 백화점 식품코너에서는 ‘생물’이라는 단어를 보았다. 이것도 1993년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못 보던 단어이기에 낯설었다. 가까이 다가가 이리저리 둘러보고서야 그게 냉동하지 않은 육류나 생선 따위를 뜻하는 단어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슬퍼졌다. 일본어 “나마모노”가 즉각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자로 쓰면 생물(生物)로, 역시 일본 한자어를 그대로 들여와 그 발음만 “생물”로 바꾼 게 뻔했다. 같은 백화점에서 ‘유럽향‘이라는 광고판도 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그 또한 일본말 어원임을 순간적으로 감지했다. ‘요로파무케’라고 할 때 요로파는 유럽을 가리키고, 뒤에 붙은 ‘무케’의 한자가 바로 한국어 발음으로 향(向)이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들여와 외래어로 쓰는 일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전근대 한국어에 중국식 한자어가 압도적인 것이나, 근대 한국어에 일본식 단어가 넘치는 것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상호관계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일본 한자어를 그대로 가져와 발음만 한국식으로 바꿔 쓰는 태도는 수긍하기 어렵다. 외국의 어떤 제도나 형식을 수입하더라도 그것을 우리말로 바꾸어 개념화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이, 이 땅에 일본식 한자어를 따발총 갈기듯 퍼부어 대는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식민지 시절에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치더라도 21세기에 접어든 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왜 그럴까. 식민지의 향수를 못 잊어서인가. 일전에 중국은 동네방네 떠들면서 동북공정을 추진하다가 한국인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런데 일본은 소리조차 내지 않는데도 생각 없는 한국인들이 앞장서서 한반도를 향한 ‘언어의 서북공정’을 스스로 만들어주고 있는 꼴이다. 그나마 한글날이 부활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날을 맞을 때마다 마음은 썩 편치 않다.
  • <아시안게임> 태국, 세팍타크로 금메달에 3200만원대 보너스 약속

    태국은 ‘발로 하는 배구’라고 불리는 세팍타크로에서 세계 최강을 자부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안 됐던 모양이다. 태국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세팍타크로 금메달에 100만바트(약 3240만 원)의 두둑한 보너스를 약속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태국 군인이 봉급을 9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야 얻을 수 있는 금액이다. 태국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세팍타크로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이 종목에 걸린 금메달 27개 가운데 18개를 독식했다. 세팍타크로 경기는 2인제 더블, 3인제 레구, 3개의 레구가 모여 리그전을 치르는 팀 경기 등 총 3개 종목으로 나뉜다. 각국당 남녀 2개 종목씩만 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태국은 출전한 종목에서 거의 모든 금메달을 쓸어담았다고 보면 된다. 태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총 11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중 세팍타크로에서만 4개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이번 대회에서 남녀 레구, 팀 경기에서 4년 전처럼 4개의 금메달 획득을 노리는 태국은 두둑한 보너스를 내걸어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하고 있다. 세팍타크로는 ‘발로 차다’는 뜻이 있는 말레이시아어 ‘세팍’과 ‘볼’의 의미가 있는 태국어 ‘타크로’의 합성어다. 어원에서 엿볼 수 있듯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서로 종주국임을 주장한다. 최근에는 미얀마까지 세팍타크로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다. 태국이 세팍타크로 금메달에 거액의 보너스를 내건 것도 단순히 금메달 획득을 통한 국가 위상 제고 외에도 종주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세팍타크로의 양대 산맥인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남녀 더블에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한국은 전날 남자 더블에서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한국은 남은 레구와 팀 경기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혼돈’ 오명에 갇힌 아나키스트, 자발적 공동체 그리다

    ‘혼돈’ 오명에 갇힌 아나키스트, 자발적 공동체 그리다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제임스 스콧 지음/김훈 옮김/여름언덕/246쪽/1만 5000원 아나키즘. 모든 제도화된 정치조직, 또는 권력, 사회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상이다. 우리에게는 일본을 거쳐 ‘무정부주의’로 번역 소개돼 왔다. 그런 탓인지 무질서한 테러와 폭동, 혼동, 혼란 등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나키즘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무질서한 민주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쓴 ‘아나키’(키잡이 없는 배)를 어원으로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언론인이었던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1809~1865)이 처음으로 아나키즘이라는 말을 쓰며 자신을 ‘아나키스트’라고 칭했다. 그는 아나키즘의 정수로서 위계와 국가 지배가 없는 상태에서의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협동을 강조했다. 아나키즘 이론은 그의 제자인 러시아의 미하일 바쿠닌과 표트르 크로폿킨에 이르러 더욱 체계적으로 심화됐다. 크로폿킨이 쓴 ‘상호부조 진화론’이 초기 대표적인 저서다. 하지만 정작 역사 속에서 철학과 사상으로서 제 대접을 못 받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한때 사회주의 운동의 동지적 연대 관계였지만 프루동이 마르크스주의의 민주집중제를 강하게 비판했고, 마르크스 역시 아나키즘의 오류에 대해 집중 성토하며 균열이 생긴 데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우리는 모두 아나키스트다’는 아나키즘의 제 몫 찾아 주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체제에 반하는 불온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복잡하고 고답적인 철학 사상 소개도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맥주 한잔 놓고 마주 앉아 얘기하듯 편안하게, 때로는 대중집회에서 연설하듯 열정적으로, 또 때로는 노회한 칼럼니스트처럼 우스개 섞어 조롱하면서 글을 풀어 가는 에세이에 가깝다. 신호등, 도로명 주소, 학교 교육 시스템, 농작물 재배 방식 등 우리네 크고 작은 현실 속에서 국가와 자본이 자신들의 지배 편의를 위해 얼마나 촘촘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아나키즘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또 그러한 질서에 맞서기 위한 ‘아나키즘적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미국 예일대 교수인 저자 제임스 스콧은 ‘아나키스트의 안경’을 끼고 대중운동, 혁명, 정치, 국가를 바라볼 경우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전한다. 지금까지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 보지 못했던 통찰을 확인할 수 있고 아나키즘에 관해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열망도 볼 수 있으며 정치 활동에서 아나키즘의 원칙들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현상 또한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이며 협조적인 공동체적 질서다. 그는 자신이 독일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하나의 예를 든다. 사방 몇 ㎞ 어디에도 자동차 한 대 다니지 않는 시골길 횡단보도 붉은 신호등 앞에서 인내심 있게 초록불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상의 삶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관행을 읽는다. 그것은 시민적 책임 의식으로 포장된, 하지만 기실 현재 통용되는 법규명령을 어김으로써 받게 될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네 독자적인 판단을 정지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호등이란 것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 목적임에도 일상 속의 사소한 탈주조차 익숙하지 않게 됐음을 뜻한다. 그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드라흐턴에서 실시한 신호등 철거 실험에서 신호등, 즉 강제적 조정 명령이 없을 경우 운전자, 보행자 등의 독자적 판단 능력이 더 좋아져 사고가 줄어들었다고 소개한다. 역설적이지만 규정을 지킬 경우 혼란이 더 커질 수 있음도 함께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로 파리 택시운전사들의 ‘준법투쟁’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른 모든 규정을 철저히 지키기 시작하자 파리 교통이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렀던 사례다. 스콧은 스스로 ‘아나키즘적 세계관을 결여한 상태’로 규정하면서도 아나키즘을 예찬한다. 또 그것이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과도 다름을 거듭 강조한다. 비공식적인 협동과 협조, 위계 없는 호혜적 상호 관계는 대다수 사람이 흔히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며, 그것이 국가의 법이나 제도와 적대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즉 아나키즘적 상호 관계의 경험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규격화된 친절함과 자본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 틈바구니에 있는 동네 구멍가게, 채소가게가 동네 사랑방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동네 가게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약간 비쌀지 모르지만 비공식적으로 공공 안전, 주민 복지 등을 제공하는 공동체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12) 사과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12) 사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과일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과를 떠올릴 것이다. 성서에서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사과(선악과)를 따 먹으면서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대표 과일이다. 인류의 손에 의해 재배가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아시아 코카서스산 북부 지역에서 처음 수확된 사과는 이후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동(東)으로는 중국, 서(西)로는 유럽 등으로 전파되며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능금과 내라는 두 종류의 사과가 일찍부터 재배됐다. 6세기경 비단길을 통해 유럽에서 서양 사과인 평과가 도입된 뒤 다채로운 품종으로 발전됐다. 서양에서는 로마 시대에 유럽을 거쳐 영국으로 전파됐다. 주로 수도원을 중심으로 재배됐고, 수도원 조직을 통해 전파됐다. 미국에서는 1620년 메이플라워호가 신대륙에 유럽 품종을 전파하면서 사과 재배가 시작됐고, 미국 독립전쟁 뒤 서부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과 재배가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개화기 이전까지는 중국에서 유래된 능금이, 이후에는 서양 사과가 주로 재배됐다. 사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 의종 때 ‘계림유사’의 ‘임금’이다. 이 임금이 지금 능금의 어원이 돼었다. 조선 숙종은 서울 북악산 뒤 자하문 밖 일대에 사과를 심어 한때 20만 그루나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개화기 서양 선교사를 통해 도입된 서양 품종이 주종이다. 그 후 일본 아오모리현 등에서 신품종 사과가 속속 도입됐다.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경제적 재배는 1902년 윤병수씨가 원산 부근에서 ‘국광’, ‘홍옥’ 품종을 수확하면서 시작됐다. 1900년 미국 선교사 존슨이 대구 남산동에 심은 사과나무는 현재까지도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에서 생존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품종인 ‘홍로’ 사과는 일본 품종인 ‘쓰가루’를 제치고 우리나라 제2의 품종으로 등극해 최고의 추석용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국내에서 개발된 ‘감홍’ 사과는 전 세계 다양한 품종들을 제치고 가장 당도가 높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어 경북 문경 사과축제 등에서 애용된다. 최근 개발된 ‘썸머킹’ 사과는 쓰가루를 대체할 품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사과는 품종 역시 2500여종에 달한다. 빨간색부터 초록, 황색 등 색깔은 물론 대추만 한 것에서 핸드볼 공만 한 것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사과는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재배돼 다양하고 독특한 기록과 이야기가 많이 존재한다. 사과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팔레스타인 예리코 지역의 ‘사과를 따는 그림’으로 약 기원전 65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는 일본 아오모리현의 천가사과(天價沙果·하늘만큼 높은 가격의 사과)다. 한 개에 100만원 정도에 판매됐다. 사과를 이용한 가장 큰 요리는 미국 축제에서 만든 지름 3m의 사과 파이다. 무게만 1.2t에 달한다. 흔히 ‘하루 사과 한 개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한다. 비타민과 식이섬유, 기능성 물질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우르솔산은 염증 완화와 근육강화 효과가 있고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폴리페놀 등의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여 건강을 지켜준다. 어린이에게는 훌륭한 이유식이며, 자연적인 칫솔로서 충치를 예방한다. 식이섬유 등은 과민성 대장 증상이나 변비, 설사 등에 효과적이다. 또한 여성에게 많은 골다공증의 예방 효과가 있으며,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좋다. 공복에 사과를 먹으면 포만감이 커져서 밥 등 탄수화물 섭취를 덜하게 되는 등 다이어트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사과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생률이 52%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권헌중 농촌진흥청 사과시험장 농업연구관 문의 douzirl@seoul.co.kr
  • [씨줄날줄] 전어와 축제/정기홍 논설위원

    남해와 서해안에 가을 전어가 돌아왔다. 항구에는 축제들이 무르익는다. 전어는 살이 붙은 가을엔 친정 간 며느리 몰래 먹을 정도로 한껏 주가를 높이지만, 다른 계절에는 그 풍미가 뚝 떨어진다. 계절에 따른 대접의 차이가 전어만 한 게 없어 보인다. 봄 전어는 개도 안 물어가고,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 말이라는 속담도 있다. 전어가 ‘전국표 횟감’이 된 건 채 20년이 안 됐다. 1990년대 후반 잡어회 붐이 일면서 양식 전어가 급격히 늘어 그 고소한 맛이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전어의 이야깃거리는 많다. 조선의 실학자인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상인들이 전어를 소금에 절여 한양에서 파는데 신분의 귀천 없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며 돈 전(錢)자를 넣어 전어(錢魚)라 이름 지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유영하는 모습이 쏜 화살과 같다며 화살 전(箭)을 써 전어(箭魚)로 표기하기도 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속담에서는 고단한 시집살이를 끌어들여 풍자했다. 두어 달 전어잡이로 겨울을 난다고 해 ‘돈벼락 전어’란 말도 생겼다. 성질이 급해 잡은 뒤 빨리 죽는 탓에 조업이 어려운 날엔 금값이 되기도 한다. 2005년 10월 진해만에서는 전어잡이 어선들이 해군 작전 해역에까지 들어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경남 창원의 ‘떡 전어’ 이야기도 흥미롭다. 조선시대 이곳에서 살던 양반이 새끼전어를 잡아오라는 수령의 명을 거절해 곤경에 빠졌는데 이를 안 전어들이 백사장에서 덕(德)자를 만들어 놓고 죽었다 하여 ‘덕전어’라 불렸고, 경상도의 된소리 발음으로 ‘떡전어’가 됐다는 속설이 있다. 이웃 일본의 전어 이름인 ‘고노시로’(魚祭) 어원은 애잔하다. 일본의 영주가 처녀를 첩으로 삼으려고 하자 그 부모가 딸이 병들어 죽었다며 관 속에 딸 대신 전어를 넣고 태웠다고 해 제사 제(祭)자를 넣었다고 한다. 전어를 제사상에 올리지만 굽는 냄새를 시체 타는 것으로 여겨 구운 건 잘 안 먹고 꽁치구이를 많이 먹는다. 전어는 뼈째썰기(세꼬시)와 구이, 양념 무침으로 먹지만 특이한 것도 있다. 경남 사천에선 ‘통마리’라 하여 머리와 내장을 제거해 통째로 된장에 찍어 먹는다. 어부들이 즐겨 먹던 방식이란다. 가을을 들썩이는 전어이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전어잡이의 발자취가 문헌에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마을 어른들의 증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일부 지역에서 전어잡이 노래만 복원한 정도다. 몇 개의 속담과 속설에 기대고 축제 플래카드를 내거는 정도로는 전어의 명품화는 쉽지 않다. 해당 지자체들은 지금부터 자료 수집에 적극 나서 흥미로운 전어 이야기를 많이 내놓아야겠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양키캔들, 소이캔들 등 캔들 시장 활성화 속 캔들 전문 ‘센트리’ 가맹 나서

    양키캔들, 소이캔들 등 캔들 시장 활성화 속 캔들 전문 ‘센트리’ 가맹 나서

    작은 불빛 하나로 세상을 밝히는 ‘캔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눈을 먼저 현혹하고, 은은한 불빛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거기다 다양한 향기가 입혀지면 아로마테라피의 효과까지 더해진다.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는 인테리어에서 향기 힐링, 의미 있는 선물로도 각광받고 있는 캔들 산업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캔들 창업은 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소자본 창업의 대세로 떠오르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한나스캔들(Hanna’s candle)을 비롯한 해외 유명 캔들을 공급하고 있는 ㈜오래내추럴의 내추럴 멀티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센트리(향기나무)’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내추럴 멀티 브랜드 센트리는 ‘자연의 향기를 전하는 나무’라는 의미로 웰빙, 뷰티, 힐링, 내추럴 등 다양한 테마와 제품으로 구성된 공간을 뜻한다. 센트리에서 현재 한나스캔들(Hanna’s candle), 써클이캔들(Circle E candle), 라소이캔들(La soy candle), 그린쉴드(Green Shield) 등의 고품질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나스캔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천연재료로 만든 고품질의 캔들로 지난 1992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이래 미국 내 가장 큰 캔들 기업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100% 소이, 소이 혼합왁스, 젤 왁스, 비즈 왁스 등 다양한 캔들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각의 개성에 맞는 디자인과 향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미국 월마트(Walmart), 케이마트(Kmart), 시어스(sears) 등 유통되고 있다. 써클이캔들은 프리미엄 왁스와 최고급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 럭셔리 브랜드로 독점적인 조합기술로 긴 연소시간과 지속적 향기를 지닌 것이 장점이다. 또 고급 와인이 지닌 감각적 색상과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홈 데코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널리 알려졌다. 또 캔들 생산에 사용되는 용기, 심지, 왁스 등 모두 미국 제품으로 생산되며, 공정 대부분을 핸드 메이드로 정성스럽게 제작하기 때문에 제품에서 장인정신까지 느낄 수 있어 인기다. 라소이캔들은 100% 소이왁스에 나무심지(woodwick)를 사용하여 자연 그대로의 향을 전해주는 고품격 캔들이며, 마사지 캔들 라인이 구성되어 있어 캔들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린쉴드 오가닉 세제는 계면활성제와 화학 원료가 들어있지 않은 100% 유기농 원료 세제 브랜드로 가족의 건강은 물론 환경까지 생각한 안전한 제품이다. 또한 세제부분에서 세계 최초로 Black USDA 인증을 받았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를 판매하는 센트리가 자연 친화적 인테리어와 제품구성으로 고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오픈한 센트리 스퀘어원점에서는 초도물품 포함 약 3천만 원의 투자금으로 일 평균 약 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센트리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특히 초기자본이 적고 여성 혼자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초도 물품부담이 적고 인테리어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타사의 경우 과도한 인테리어 등으로 초기창업비용이 많이 드는데 반해 센트리는 꼭 필요한 인테리어와 물량으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전 상품을 독점 직수입해 중간유통단계에 지불하는 마진이 없어 높은 수익이 가능하고 제품 공급이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며, 캔들 외에도 내추럴 스킨케어 브랜드 올리비나(Olivona), 위스퍼링윌로우(Whispering willow) 등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상품들을 올해 내로 독점 공급할 예정이다. 한편 센트리에서는 자연의 향기를 함께 전해줄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으며, 현재 한정적으로 가맹비 할인 등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가맹점주를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센트리 매장은 백화점이나 쇼핑몰, 마트뿐 아니라 지하상가, 키오스크 매장 등 다양한 형태로 오픈이 가능하다. 창업문의는 센트리 홈페이지(www.scenttree.co.kr) 또는 전화(1899-9796)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부동산 투자이민제 투자대상 확대에 따른 수혜지역으로 관심을 끈 ‘송도‘

    부동산 투자이민제 투자대상 확대에 따른 수혜지역으로 관심을 끈 ‘송도‘

    국토교통부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미분양 주택을 투자 대상에 포함하는 투자이민제도 활성화를 위해 투자금액 기준을 현재 7억원에서 5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함에 송도국제도시가 수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새 경제팀 경제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투자이민 대상에 영종ㆍ송도ㆍ청라지구 미분양 아파트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7억 원 이상의 고가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르자 투자 기준 금액을 7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기준인 7억원으로 했을 때 송도에서 여러 가구의 아파트를 사는 것을 제외하곤 투자이민 적용을 받을 길이 거의 없다”며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투자금 하한선 조정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금 기준이 변경되면 개발 안정기에 접어든 송도국제도시가 최대 수혜지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분양 해소와 함께 최근 침체의 늪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부동산시장 회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국제도시 내에서도 신흥 주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5공구에 들어서는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가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는 소형평형대 주택이 희소한 송도국제도시에 지하 1층, 지상 32~41층, 8개동, 총 1406가구로 지어진다. 전용별로 ▲59㎡ 299가구 ▲72㎡ 391가구 ▲84㎡ 594가구 ▲105㎡ 122가구(외국인 임대 119가구 포함)로 구성돼 있다. 이미 59㎡, 72㎡은 분양마감 됐으며 84㎡ 일부 가구를 특별분양 중에 있다. 최근 송도의 랜드마크인 동북아무역센터(NEAT Tower)가 완공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의 대거 유입이 진행 중이다.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인근에는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춘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이 들어섰고,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 본사가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다. 향후 금융, 의료서비스 기관들도 둥지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송도국제도시에는 코오롱글로벌ㆍ코오롱워터앤에너지,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등 대기업이 들어섰다. 세계은행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국제 금융기구인 세계은행 한국사무소가 잇달아 유치됐다. 5공구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아제약 등이 생산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하는 첨단의료ㆍ바이오 연구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총 1300병상의 규모의 글로벌 국제병원 ‘한진 메디컬 콤플렉스’를 짓는다. 교육여건도 좋다. 주변에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뉴욕주립대가 이미 개교했고, 조지메이슨대와 유타대, 겐트대가 올해 개교할 예정이다. 여기에 단지 주변으로 송명초등학교를 비롯한 4개의 초, 중, 고교가 인접해 있다. 교통도 편리하다. 인천지하철 1호선 테크노파크역이 단지에서 공원길을 통해 도보로 이용가능하다. 제3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서울 강남권 진입이 용이하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구축되면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다. 테크노파크역 옆에서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과 홈플러스가 단지 입주시점인 2016년 문을 열 계획이다. 송도국제도시 내 롯데마트도 작년 말 이미 개점했으며, 총 24만㎡의 문화공원이 2016년까지 단지 앞에 조성될 예정이다. 이마트 연수점, 홈플러스 연수점, 쇼핑몰과 CGV가 입점해 있는 스퀘어원도 가깝다.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는 2016년 9월 입주 예정이며, 송도국제도시내에서 최초로 중도금 전액 무이자를 실시하여 금융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견본주택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8-2번지에 마련돼 있다. 문의 032)833-1555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공연현장에서] BBC 프롬스 무대 데뷔

    [공연현장에서] BBC 프롬스 무대 데뷔

    정명훈의 지휘봉이 허공을 가르고 웅장한 화음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을 가득 메운 관중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는 차이콥스키 ‘비창’ 교향곡 3악장이 끝난 후. 서울에서라면 몇몇 사람들이 박수를 치다 머쓱해하며 손을 감추었을 테지만, 이곳의 관객들은 오랫동안 박수를 멈추지 않았고, 정명훈은 단원을 일으켜 세울 듯한 동작까지 취하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6000여명의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클래식 음악회의 에티켓을 모르는 문외한도 부담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BBC 프롬스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풍경이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이 지난 27일 저녁 지구촌 최대 클래식 음악축제인 프롬스 무대에 데뷔했다. 올해 프롬스에는 서울시향 외에도 싱가포르·중국 등 아시아의 여러 악단들이 잇따라 초청돼 클래식 음악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경향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프롬스의 어원이 된 프롬나드(산책)의 전통은 정식 좌석과 별도로 판매하는 1400장의 입석에 있다. 공연 당일 공연장 앞에 줄을 선 시민들은 단돈 5파운드를 내고 입장해 원형 극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 1층의 아레나 또는 맨 위층 갤러리에 자리를 잡고, 일어서거나 앉아서, 심지어 누워서 최고 수준의 음악을 즐기며 영국 특유의 격식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정명훈이 관객들에게 건넨 짧은 인사말대로 이 축제의 ‘스타’는 관객이다. 서울시향은 프랑스·러시아의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 외에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까지 선보이며 다양한 음악적 표현력을 뽐냈다. 첫 곡인 드뷔시의 ‘바다’는 조그마한 음량으로 미묘한 색채를 표현해 내며 시작하기에 관객들의 집중력을 끌어내기 쉽지 않지만, 큰 무대에서의 긴장을 극복해 가며 클라이맥스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의 중심에는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와 비르투오소 연주자 우웨이가 있었다.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 곡은 적막 속에서 울려 퍼지는 오르간과도 같은 소리로 시작해 진은숙만의 변화무쌍한 리듬과 파워를 여실히 보여 줬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교를 자랑하는 우웨이의 금속성 사운드는 객석에 배치한 별도의 악기군을 활용한 공간감, 타악기 주자를 비롯한 많은 연주자들을 분주하게 만들어 얻어낸 색채와 어울리며 대부분 이 음악을 오늘 처음 듣고 생황이라는 악기를 처음 보았을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후반부 서울시향은 차이콥스키 ‘비창’을 통해 정명훈의 개성적인 해석을 체화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1악장의 질풍노도, 2악장의 고전적인 유려함, 3악장의 거친 행진을 거쳐 마침내 모든 절망의 극한에 도달한 후 서서히 잦아들어 정명훈의 지휘봉이 한동안 내려오지 않자 3악장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를 치던 관객들도 숨을 죽이고 그 침묵에 동참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프롬스를 보기 위해 런던에 온다는 한 이탈리아 남성은 “로마에서 여러 번 정명훈의 말러를 들었는데 한국의 뛰어난 음악가들을 만나니 더욱 기쁘다”며 감동을 전했다. 발을 구르며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브람스 헝가리 춤곡을 앙코르곡으로 선물한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핀란드·오스트리아·이탈리아에 이은 영국 런던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올해 유럽 투어를 마무리했다. 영국 런던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BBC 프롬스는 1895년 영국 런던 퀸스 홀에서 시작돼 세계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 음악 축제로 올해 120회째를 맞았다. 매년 7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전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을 초청해 70~90여개의 콘서트를 연다. 모든 공연은 BBC 라디오를 통해 영국 전역과 전 세계에 방송된다.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조선시대 진상품… 농서에 재배·양조법 소개

    포도는 1억 4000년 전 지구 상에 처음 출현했다. 그러나 빙하기에 대부분 멸종된 뒤 동아시아, 서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3개 지역에 살아남은 것들이 전 세계로 전파됐다. 기원전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생지인 터키 북부 지역에서 포도가 재배되기 시작해 이집트 등 다른 문명권으로 확산됐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재배됐던 ‘머스캣오브알렉산드리아’는 지금도 재배되는 주요 품종이다. 포도는 현재 전 세계에 109종, 1만개 이상의 품종이 있다.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포도는 크게 유럽종, 미국종, 교잡종으로 구분된다. 터키를 중심으로 한 서아시아 지역이 원산인 유럽종이 전 세계 재배 품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캠벨얼리, 진옥, 거봉 등은 유럽종과 미국종을 합친 교잡종이다. 유럽종 포도는 중국 한나라 때 장건이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로 유입됐다. 포도의 어원은 이란어 ‘부다우’(Budaw)를 중국에서 포도(葡萄)로 음역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도연(陶然)히 취한다고 해 포도라 칭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는 머루, 왕머루, 새머루, 까마귀머루, 개머루 등 5종의 자생종이 있었다. ‘산포도’라는 명칭으로 옛 문헌에 소개되고 있다. 중국을 통해 유럽계 포도가 전래된 뒤 재배 작물이 됐다. 산림경제 등에 소개된 포도 종으로는 자(紫), 청(靑), 흑(黑), 마유포도(馬乳葡萄), 수정마유(水晶馬乳) 등이 있다. 그림, 벽화, 기와 등 많은 문화재에 포도가 풍요의 상징으로 사용됐고, 조선시대의 많은 농서에 포도 재배법과 양조법 등이 소개돼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조 7년(1398년) 진상된 수정포도에 대한 답례로 쌀 10석이 하사됐다. 당시 쌀 10석은 궁궐 내 의녀 10명의 연봉과 맞먹는 거액이다. 그만큼 진귀한 과실이었다는 뜻이다. 포도는 세계적으로 재배 면적 750만㏊에서 6706만t이 생산된다. 전체 생산량의 60%가 포도주로, 22%는 생과일로, 나머지는 건포도 및 주스 등으로 이용된다. 주요 생산국은 중국,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의 순이다. 상위 5개국의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전 세계에서 포도를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는 나라는 칠레다. 호주와 아프리카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자국 생산량의 40% 정도를 수출한다. 우리나라에서 포도는 과실 생산액의 12.8%를 차지하는 중요한 농업 소득 작물이다. 2013년 1만 6900㏊에서 5000t이 생산됐다. 주 재배지는 경북, 경기, 충북, 충남으로 4개 도가 전체 재배 면적의 84%를 차지한다. 전체 물량의 70~80%가 8~10월에 출하된다. 허윤영 농촌진흥청 과수과 농업연구사 문의 douzirl@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10) 포도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10) 포도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일제강점기 민족 시인 이육사의 ‘청포도’ 중 한 구절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현대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색채의 대비와 공감각적 표현을 통해 조국 광복의 소망을 시의 언어로 표현했다는 점과 더불어 우리가 예로부터 즐겨 먹던 포도를 주된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청포도(나이아가라)는 포도의 대표적인 품종 중 하나다. 포도의 학명 ‘바이티스’는 라틴어로 ‘생명’이라는 뜻이다. 포도는 기원전 6000년경부터 인류 문명과 함께한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머루 등 야생종 포도를 채취해 이용한 것이 시초였다. 삼국시대 유럽종 포도가 중국을 통해 전래되면서 재배가 시작됐다. 포도는 예로부터 다복과 다산을 상징해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통일신라시대의 와당(瓦當·기와 끝을 막는 것), 조선시대 이계호와 신사임당의 포도도 등 관련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다. 포도는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다. 수분과 당분 함량이 높으며 풍부한 유기산과 비타민은 물론 다양한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다. 포도에는 포도당(글루코스)과 과당(프럭토스)이 많이 함유돼 있다. 포도당이라는 말 자체가 ‘포도에 많은 당’에서 유래했다. 포도당은 동식물의 신진대사에 직접 사용되는 당의 일종으로 많을수록 에너지로서의 이용 효율이 높아져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유기산은 소화 작용을 돕고, 인은 칼슘과 함께 뼈의 성분이 된다. 특히 자흑색 포도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B1은 심혈관계 안정, 다발성신경염 방지에 좋으며 포도주에 함유된 B12는 항빈혈과 지방변성 억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포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피로 해소제, 소화제, 이뇨제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돼 왔다. 포도는 열매뿐 아니라 새순, 잎, 뿌리까지 약으로 사용됐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포도 열매는 배고픔을 달래고 기운이 나게 한다. 또한 추위를 타지 않게 하고 이뇨작용을 돕는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에 몸을 든든하게 하며 태아를 편안하게 한다고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의 활동 기록에서나 성서에서도 포도주를 약으로 활용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적당한 양의 포도주를 마시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포도를 언급하면서 포도주를 빼놓을 수 없다. 포도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술이다. 라틴어 ‘비눔’에서 따온 말이다.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로마 신화의 바쿠스)는 술과 자유, 광기(狂氣)의 신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그리스 희비극의 신이자 포도주와 재배의 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포도주가 처음 들어온 것은 고려시대 충렬왕 11년(1285년)이다. 원나라의 원제(元帝)가 사위인 고려의 왕에게 포도주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또 조선 인조 14년(1636년) 대일통신부사였던 김세렴의 ‘해차록’에 의하면 서구산 적포도주를 대마도에서 마셨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본격적인 유입은 고종 때 쇄국정책을 뚫고 독일인 오페르트가 적포도주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와인 다음으로 포도 가공품 중 부가가치가 큰 것은 식초다. 식초(Vinegar)의 어원은 불어의 ‘신맛의 와인’(Vin aigre)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좋은 포도는 색이 진하고 탄력이 있으면서 포도알 표면에 흰 과분이 많고 줄기가 녹색이다. 특히 표면에 있는 흰색의 과분은 포도알 내부로부터 분비된 천연 물질로 포도가 잘 익었다는 지표다. 보통 포도를 들었을 때 송이 윗부분이 가장 맛있고 송이 아랫부분은 신맛이 강하다. 아랫부분의 맛이 좋으면 송이 전체가 잘 익은 포도라는 뜻이다.
  • 부동산 투자이민제 투자대상 확대에 따른 수혜지역으로 관심을 끈 ‘송도‘

    부동산 투자이민제 투자대상 확대에 따른 수혜지역으로 관심을 끈 ‘송도‘

    국토교통부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미분양 주택을 투자 대상에 포함하는 투자이민제도 활성화를 위해 투자금액 기준을 현재 7억원에서 5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함에 송도국제도시가 수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새 경제팀 경제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투자이민 대상에 영종ㆍ송도ㆍ청라지구 미분양 아파트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7억 원 이상의 고가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르자 투자 기준 금액을 7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기준인 7억원으로 했을 때 송도에서 여러 가구의 아파트를 사는 것을 제외하곤 투자이민 적용을 받을 길이 거의 없다”며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투자금 하한선 조정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금 기준이 변경되면 개발 안정기에 접어든 송도국제도시가 최대 수혜지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분양 해소와 함께 최근 침체의 늪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부동산시장 회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국제도시 내에서도 신흥 주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5공구에 들어서는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가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는 소형평형대 주택이 희소한 송도국제도시에 지하 1층, 지상 32~41층 ,8개동, 총 1406가구로 지어진다. 전용별로 ▲59㎡ 299가구 ▲72㎡ 391가구 ▲84㎡ 594가구 ▲105㎡ 122가구(외국인 임대 119가구 포함)로 구성돼 있다. 이미 59㎡, 72㎡은 분양마감 됐으며 84㎡ 일부 가구를 특별분양 중에 있다. 최근 송도의 랜드마크인 동북아무역센터(NEAT Tower)가 완공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의 대거 유입이 진행 중이다.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인근에는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춘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이 들어섰고,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 본사가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다. 향후 금융, 의료서비스 기관들도 둥지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송도국제도시에는 코오롱글로벌•코오롱워터앤에너지,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등 대기업이 들어섰다. 세계은행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국제 금융기구인 세계은행 한국사무소가 잇달아 유치됐다. 5공구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아제약 등이 생산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하는 첨단의료•바이오 연구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총 1300병상의 규모의 글로벌 국제병원 ‘한진 메디컬 콤플렉스’를 짓는다. 교육여건도 좋다. 주변에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뉴욕주립대가 이미 개교했고, 조지메이슨대와 유타대, 겐트대가 올해 개교할 예정이다. 여기에 단지 주변으로 송명초등학교를 비롯한 4개의 초, 중, 고교가 인접해 있다. 교통도 편리하다. 인천지하철 1호선 테크노파크역이 단지에서 공원길을 통해 도보로 이용가능하다. 제3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서울 강남권 진입이 용이하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구축되면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다. 테크노파크역 옆에서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과 홈플러스가 단지 입주시점인 2016년 문을 열 계획이다. 송도국제도시 내 롯데마트도 작년 말 이미 개점했으며, 총 24만㎡의 문화공원이 2016년까지 단지 앞에 조성될 예정이다. 이마트 연수점, 홈플러스 연수점, 쇼핑몰과 CGV가 입점해 있는 스퀘어원도 가깝다.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는 2016년 9월 입주 예정이며, 송도국제도시내에서 최초로 중도금 전액 무이자를 실시하여 금융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견본주택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8-2번지에 마련돼 있다. 분양 문의 032)833-1555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경찰 피조사자 신분 비하 발언 금지 권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받던 승려에게 ‘중’이라고 부른 경찰관에 대해 “교양교육 등을 통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견을 해당 경찰서장에게 전달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불교 승려인 A씨는 지난 5월 이웃과 다투다가 폭행 혐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담당경찰관 옆에 있던 경찰관이 “스님은 제3자가 중을 부를 때 높여서 하는 말”이라고 하는 등 직업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자 시비가 붙었고 A씨는 경찰관 모욕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이후 “경찰관이 직업을 비하하는 부적절한 언행을 해 수치심을 느꼈다”며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중이 승려를 비하하는 말로 많이 사용된다고 명시된 점, ‘승려’나 ‘스님’의 호칭이 일반화돼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경찰관에게 교육 등의 조치를 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다른 경찰관의 조사에 끼어들어 수치심을 줄 우려가 있는 발언을 한 점 등 경찰관의 기본적인 수사 태도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폭언, 강압적인 어투, 비하 발언 등 인권 침해가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10) 지명(중)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10) 지명(중)

    ●창지개명은 단군 이래 최악의 민족정기 말살 사건 서울의 지명은 다중(多重)적이다. 대부분 지명은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모든 지명에는 그렇게 부르게 된 명명(命名) 동기가 있는 데 이를 지명의 유래라고 한다면 서울의 지명은 2000년 동안 성쇠와 풍상을 겪으면서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생성과 소멸 과정을 거친 적자생존의 산물이다. 서울의 지명은 산이나 물, 고개, 풍수, 바위, 들, 땅 모양, 인물, 식물, 역사적 사실을 나타내는 정겨운 토박이 이름이 주를 이뤘다. 훈민정음 창제(1446년) 이전까지 비록 우리 글이 없었지만 한자(漢字)를 빌려 이두(吏)로 적었기에 소리 체계는 살아 있었다. 더욱이 수도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역사가 깊숙이 배어 있다. 예컨대 사간동, 내수동 같은 관아 지명이나 동소문동 같은 성문 지명을 비롯하여 왕십리나 답십리 같은 전설 지명, 압구정동 같은 누정 지명과 정릉동, 효창동 같은 능원 지명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지명의 역사에는 두 가지 경천동지할 사건이 있다. 신라 경덕왕(757년) 때 모든 지명을 일률적으로 한자로 바꾸면서 가해진 변형이 첫 번째다. 그러나 두 번째 사건인 일제의 창지개명(創地改名) 앞에서는 조족지혈이다. 일제는 조선 사람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바꾸고(창씨개명), 땅이름도 제멋대로 바꿨다. 단군 이래 최악의 사건이라 할만하다. 서울의 지명에는 이 모든 영욕이 담겨 있다. 서울은 조선 개국 이후 한성부(한성)가 공식 명칭이었지만 한양 또는 서울이라는 지명이 더 널리 쓰였다. 뿐만 아니라 도성, 수선(首善), 도읍, 경조(京兆), 경도(京都), 사대문 안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렸다. 오늘의 서울을 있게 했고,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산인 삼각산과 백악산은 북한산, 북악산이라는 이명(異名)을 갖고 있다. 남산과 청계천의 본명도 목멱산과 개천이지만 잊혀진 이름이다. 남산은 목멱산이라는 옛 이름보다 오히려 정겨운 것이 사실이다. 인위적인 지명의 전이(轉移)가 아니어서 그렇다. 역사학자 안재홍은 목멱(木覓)은 남산의 우리말인 ‘마뫼’의 이두 표기라고 풀었다. 우리말 마뫼의 ‘마’는 앞이고 ‘뫼’는 산이므로 남산의 남(南)자는 ‘남녘 남’ 자가 아니라 ‘앞 남’자이며 결국 남산은 앞산이라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남산은 주산(主山)인 백악산의 앞산이요, 왕이 사는 경복궁의 앞 산이었다. 지금은 서울이 확장되면서 강북과 강남의 가운데에 자리잡은 중앙산(中央山)이 됐지만…. 그러나 청계천 개명은 사정이 다르다. 옛 이름인 개천(開川)보다 청계천이 더 청결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역사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청계천은 백악산과 인왕산 사이의 골짜기였다. 개천의 발원지로 ‘청풍계천’(?風溪川)이 본명인데 청계천이라고 줄여 불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개천의 상류가 청계천인 셈이다. 1916년 6월 24일자 매일신보에 청계천이라는 지명이 처음 등장했다. ‘청계천변 시찰’이라는 기사에서 “개천, 일명 청계천…”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10년이 흐른 1927년 조선총독부가 ‘조선하천령’을 제정하면서 청계천이라고 바꿔 버렸다. 조선 500년 동안 한양도성의 명당수이자 하수구였던 개천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숭례문, 흥인지문, 숙정문, 돈의문처럼 조선 개국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이 명명한 사대문의 정식 명칭을 두고 남대문, 동대문, 북대문, 서대문이라고 즐겨 불렀다. 광희문, 혜화문, 창의문, 소덕문 등 사소문 또한 수구문(시구문), 동소문, 자하문(북소문), 서소문이라는 별칭을 주로 썼다. 인위적인 엄숙한 지명보다 방향이나 쓰임새 위주로 호칭하기를 즐겼다. 한강도 지금은 하나의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조선시대에는 동호, 경강, 노들강, 용산강, 서강, 조강 등 지역별로 세분해서 불렀다. 그중에서 3개의 강이 주를 이뤘다. 경강은 지금의 한남대교~노량진 구간, 용산강은 노량진~마포, 서강은 마포~양화진 구간을 각각 지칭했다. 학자에 따라서는 5강, 8강, 12강까지 세분했으니 우리 지명의 다중성은 일일이 예로 다 들 수 없을 정도다. ●역사는 지명에 의해 기록되지만 지명은 역사를 창조하기도 지명의 다중성은 어디에서 연유됐을까. 역사의 곡절 때문이다. 역사는 지명에 의해 기록되지만, 지명이 역사를 창조하기도 한다. 지명학(Toponymy)의 어원이 그리스어 토포스(Topos·장소)에서 비롯된 것처럼 지명은 땅의 기원과 의미, 변천사를 단순화해 보여주는 척도다. 지명이 곧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수록 역사 연구에서 지명 의존도는 높다. 지명이 복잡하다면 그만큼 역사가 고단했다고 볼 수 있다. 지명이 여럿이라고 해서 반드시 역사의 고단함만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성명학(姓名學)에 빗대 보면 사물에는 하나의 이름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명(名)이 있다. 성년이 되면 자(字)를 가지며 사람에 따라 호(號)를 가진다. 죽은 뒤 시호(諡號)를 받는 사람도 있다. 왕은 사후 묘호(廟號)와 능호(號)를 가진다. 성명학에서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고 자나 호를 부르도록 한 것은 이름을 귀히 여기는 존명 사상 때문이다. 왕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을 국휘(國諱)라고 하고, 존속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을 피휘(避諱)라고 했다. 자와 호가 없는 일반인들도 이름이 함부로 불리는 것을 꺼렸기에 ‘안동댁’ 같은 택호(宅號)를 두어 누구나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의 이름이 여럿이듯 땅의 이름인 지명도 여럿일 수 있다는 것이 우리네 사고방식이었다. 사람이나 사물에 별칭이 따로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지명 왜곡은 차원이 다르다. 민족의 역사와 정기를 말살하고자 획책했다. 1914년 조선총독부는 전국의 군을 317개에서 220개로, 면은 4322개에서 2518개로 축소하는 어마어마한 행정개편을 단행했다. ‘전국 방방곡곡(坊坊曲曲)’을 이루던 우리의 마을 방(坊)을 폐지했다. 서울은 186개의 동(洞)-정(町)-통(通)-정목(丁目)으로 정리했다. 조선인들이 많이 살던 북촌은 동으로, 일본인이 모여 살던 남촌은 정으로 이름 붙였다. 일제강점기 최고의 번화가 본정통(충무로), 황금정(을지로), 명치정(명동)이 이때 생겼다. 뿐만 아니라 일본 황태자가 서울에 와서 머문 것을 기념한다면서 ‘황공하게도 다녀가셨다’는 의미의 어성정(御成町·남대문)이라는 지명을 붙였고, 술집과 찻집이 많던 다동을 일본식 다옥정(茶屋町·다동)이라고 개악했다. 일본군 육군대장의 이름을 따서 장곡천정(長谷川町·소공동)이라고 명명하거나, 일본 정신을 상징하는 ‘대화’를 넣어 대화정(大和町·남산)이라고 하는 등 얼토당토않은 이름을 부지기수로 붙였다. 22년간 지속된 동-정-통-정목 제도는 1936년 경기도 고양군, 시흥군, 김포군 지역이 서울(경성)로 편입되면서 모조리 정-통으로 통일됐다. 서울의 면적은 4배가 늘었고 186개의 동-정-통이 259개의 정-통이 됐다. 종로구, 중구, 용산구, 동대문구, 성동구, 서대문구, 영등포구, 마포구 등 8개 행정구가 생겼다. 원동이 원서정, 동세교리가 동교정, 아현북리가 북아현정, 홍제내리와 홍제외리가 홍제정, 한지면 신촌리가 응봉정, 수철리가 금호정, 두모리가 옥수정, 동막상리가 용강정, 동막하리가 대흥정, 여율리가 여의도정으로 각각 변경됐다. 역사와 문화가 깃든 우리 지명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의 절정이다. 무악재에서 발원해 남대문을 거쳐 원효로를 따라 한강으로 흐르는 만초천을 그들이 내세우는 ‘욱일승천기’에서 ‘해돋을 욱’(旭) 자를 따 욱천이라고 마음대로 바꿨고, 흑석동 일대에 고급 주택을 지어 분양한 일본인 업자가 붙인 주택단지 명수대를 지명화했으며, 노들섬을 중지도라고 명명했다. 조선시대 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이름이 표기된 단 두 개의 길 이름도 퇴출당했다. 육조대로(광화문광장)와 운종가(종로)라는 양대 지명의 소멸이다. 육조가는 의정부와 육조가 자리한 관청거리였고, 운종가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이던 시장거리였었다. 일제는 유서 깊은 지명을 역사와 지도에서 지워 버렸다. 개천을 청계천으로 개명하거나, 인왕산(仁王山)의 한자를 엉뚱하게 인왕산(仁旺山)이라고 고친 것도 역사 말살의 속셈이었다. 해방 후 육조대로와 운종가를 왕조의 유물로 생각해 원상 회복시키지 않은 것은 후회막급이다. 삼각산이나 백악산이라는 정기가 깃든 아름다운 이름도 되돌리지 않았다. 태평로를 닦느라 고갯마루가 사라진 세종로 네거리 황토마루(황토현)의 이름도 청사에 남겼어야 했다. 우리의 조급함이 문제였다. 선임기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사카린 허용의 허실/문소영 논설위원

    망고 타르트나 티라미슈와 같이 달콤한 후식은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원산인 때문에, 또 스페인 등이 16세기 남아메리카 국가에 사탕수수 대규모 경작지를 조성한 때문에 ‘설탕의 엄마’인 사탕수수 원산지를 유럽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탕수수의 원산지는 기원전 2000년의 인도다. 설탕을 뜻하는 영어단어 슈거(sugar)의 어원도 인도의 산스크리트 사르카라(sarkara), 또는 사카라(sakkara)에 두고 있다. 그러니까 ‘사카린’은 설탕, 슈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설탕이 잔뜩 들어간 음식이 유럽에서 시작된 때는 8세기다. 인도를 거쳐 설탕을 확보한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현 스페인)를 점령해 이슬람 음식문화를 전파한 덕분이다. 벌꿀이 아닌 단맛은 이렇게 이국적이었고, 이국적인 만큼 비쌌다. 18~19세기 산업혁명기의 설탕은 영국 노동자 가정에서 성인남성만 홍차에 듬뿍 넣어 섭취하는 특별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30~40년 전만 거슬러가면 설탕물을 한 대접 마시고 기운을 내던 농부가 많았는데 일부에서는 설탕 대용 사카린을 사용했다. 설탕보다 단맛이 300배가 강한 화학감미료인 사카린은 당뇨 환자도 좋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 인기 폭발이었다. 1966년 9월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질 정도였다. 사카린은 1879년 존스 홉킨스 대학의 화학 실험실에서 손을 씻지 않는 게으른 독일인 화학자 콘스탄틴 팔베이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독일에서 먼저 대량생산됐고, 미국은 현재 몬샌토의 전신에서 생산했다. 초기 ‘설탕 자본’과 경쟁했던 사카린은 위해 논란에 시달렸다. 결국, 실험쥐에 사카린을 먹인 결과 방광염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1977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식품첨가제로 금지했다. 그러나 후속 연구에서 사카린의 해악은 부인됐다. 미국은 1991년 사카린 금지법을 폐기했고, 2000년 발암물질 명단에서도 공식적으로 뺐다. 한국은 젓갈, 김치, 시리얼, 잼, 소주 등에 사용해 왔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빠르면 오는 12월부터 사카린을 아이스크림, 빵, 과자, 초콜릿 등 어린이 기호식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27일 행정고시를 했다. 사카린 추가 허용이 당뇨환자들에게 좋은 소식일 수 있다. 일종의 규제개혁일 수도 있겠다. 비싼 설탕을 사용하던 제조업체들이 값싼 사카린을 사용하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연동하는 국내 물가도 안정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경향은 화학 비료 대신 자연의 퇴비가 아닌가. 소비자로서 찜찜하고, 혹시 이번 사카린 허용이 어린아이 먹을거리에서 빈부격차로 나타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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