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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에 ‘잘풀리는집’ 선정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에 ‘잘풀리는집’ 선정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에 ‘잘풀리는집’, ‘비비고’, ‘머리에봄’ 등이 선정됐다. 특허청은 오는 9일 제574돌 한글날을 맞아 제5회 우리말 우수상표를 공모한 결과 응모작 40건 중 3개 부문, 8개 입상작을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후원하고 특허고객과 심사관들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아름다운 상표에는 잘풀리는집이, 고운 상표에는 비비고가 각각 뽑혔다. 잘풀리는집은 휴지 등에, 비비고는 냉동식품 등의 상표로 잘 알려져 있다. 정다운 상표에는 머리에봄·자연한잎·딤채·틈틈이·발라발라·빛이예쁜우리집 등 6개가 선정됐다. 머리에봄은 두피관리·미용업, 틈틈이는 문 부속품 등에 사용됐고 딤채는 ‘김치’의 옛말이다. 응모작은 특허청 요건심사를 거쳐 국어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사(규범성·고유어 사용 등)와 특허고객·심사관 투표를 합산해 수상작을 확정했다. 시상식은 8일 비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지리정보원이 한글날을 맞아 전국의 고시된 지명 10만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명은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9자짜리 고유어 ‘옥낭각씨베짜는바위’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암산 능선의 큰 바위로 옛날 옥낭각시가 베를 짜다가 총각에게 쫓겨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똑똑 우리말] ‘바래’와 ‘바라’/오명숙 어문부장

    “네가 행복하길 바라.” 뭔가 어색하다. ‘바래’로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언어 규범과 입말이 다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를 들자면 ‘바라’와 ‘바래’가 있다.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가다, 놀라다, 나타나다’와 같이 모음 ‘ㅏ’로 끝나는 어간에 ‘-아’가 결합할 경우엔 ‘가아, 놀라아, 나타나아’가 아니라 ‘가, 놀라, 나타나’ 형태로 적는다. ‘마음속으로 기대하다’란 뜻의 동사 ‘바라다’도 이에 해당한다. ‘바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실생활에선 대부분이 ‘바래’란 표현을 사용한다. 글로는 ‘바라’라고 쓰는 사람조차 말할 때는 ‘바래’라고 한다. ‘바라다’의 활용형으로서 ‘바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같은 음운 구조를 가진 ‘자라다’를 ‘자래’로 쓰지는 않는데 ‘바라(다)+-아→바래’를 인정하게 되면 어미 ‘-아’가 ‘바라다’ 뒤에서 ‘-애’로 바뀌는 규칙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므로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규범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이미 생명력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 ‘짜장면’이나 ‘마실’, ‘내음’이 표준어로 등재되는 걸 목격했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란 걸 경험한 것이다. ‘바래’ 역시 표준어로 인정받는 날이 오길 ‘바라’ 본다. oms30@seoul.co.kr
  • ‘코로나 언택트 시대‘ 새로운 판매전략 입증한 나이키

    ‘코로나 언택트 시대‘ 새로운 판매전략 입증한 나이키

    “강한 자가 더 강해지는 시기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의류 제조업체인 나이키의 존 도나후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간) 2021회계연도 1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브랜드 파워와 디지털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회복되었음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나이키는 분기 매출 10억 달러 대를 지켰다. 8월 말로 끝난 1분기 순익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15억 2000만 달러(1조 7000억원)로 주당 95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억 7000만 달러(주당 47센터)보다 11% 늘어난 수치다. 월가 예상치였던 주당 47센트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전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6% 하락한 106억 달러(12조 3000어원)를 기록했다. 시장 예측치 92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 특히 5월 말로 끝난 직전 분기 매출이 코로나에 따른 매장 폐쇄 조치로 38%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원상회복이 된 것이다. 중국 매출은 6%가 증가했지만 최대 시장인 북미는 2%가 감소했다. 북미 매출은 42억 3000만 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측치(33억 9000만 달러)보다 앞섰다. 특히 매출 순익을 떠받친 1등 공신은 디지털 분야 매출로, 무려 82%가 급증했다. 올해 1월 취임한 도나후 CEO는 상거래업체 아마존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2022년까지 전체 매출의 30%를 웹과 앱 등 디지털에서 올리겠다고 밝혔는데, 이 계획을 3년 앞당겨 달성했다. 그는 이날 “디지털이 새로운 표준”이라고 강조했다. 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전략이 주효해 직접 매출은 37억 달러에 이른다.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따른 체육관 폐쇄와 재택근무 증가로 요가 복장 판매도 늘었다. 순익을 뒷받침한 또 다른 요인은 스포츠 행사 취소 또는 연기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신간] 문명론 개략/후쿠자와 유키치/성희엽 옮김

    [신간] 문명론 개략/후쿠자와 유키치/성희엽 옮김

    이 책은 일본근대사를 전공한 역자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1875)을 한글로 옮긴 것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의 명문 사립대학인 게이오 대학의 설립자이자 지지신보(시사신보)를 창간하고, 일본학술원 초대 회장을 지낸 언론인 학자다. 또한 1867년 미국에서 사 온 영어 책으로 게이오대학에서 일본 최초로 영어원서를 직접 강의를 했던 교육자였다. 2000년 3월 아사히 신문이 ‘지난 1000년 동안의 역사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정치리더는 누구인지 설문조사를 했을 때 7위에 올랐고 1984년부터 일본 화폐 1만엔권에 실려 있는 인물이 후쿠자와 유키치다. 그는 무엇보다도 메이지 시기 일본에 서구문명의 핵심 가치이자 사회운영원리인 ‘자유’와 ‘공화’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개혁가였다. 또한 일본인의 낡고 비굴한 습관과 유교적 혹닉(惑溺), 신분적 억압, 여성과 부인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 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던 계몽사상가였다. 메이지유신 뒤 일본은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유신 주체들은 스스로 혁명을 위해 일어섰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이들이 생각했던 혁명은 근대적 혁명이 아니라, 봉건적 신분체제를 유지하면서 자기 번(藩)이 막부 대신 중앙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자신들의 혁명 공로에 따른 신분적, 경제적 보상도 이뤄지길 기대했고 또 요구했다. 메이지 유신 직후 유신 주체세력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키며 신정부에 저항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일부 사무라이와 특정 번의 사적인 이익 추구가 ‘혁명의 실현’으로 오용되고 있었다. 이는 잘 알려져 있는 유신정부의 문명개화 정책과는 정반대의 길이었다. ‘문명론 개략’이 나온 1875년 전후의 일본은 그야말로 혁명과 문명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문명론 개략’를 통해 봉건적 가치와 습속, 제도에서 벗어나 서구문명의 근대적 가치,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독립·자존하는 새로운 일본인을 형성해야만 근대국가 일본도 비로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어야만 서구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 나라의 독립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즉 혁명주체들의 혁명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자유, 공화, 독립, 자존의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봉건체제에서 근대국가체제로의 근본적인 정치사상적 전환을 촉구했던 그의 주장은 청과 조선을 개혁하려고 했던 두 나라의 온건, 급진 개혁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조선에서는 김옥균, 서재필, 윤치호 등 개혁가들이 후쿠자와를 직접 만나 긴밀하게 교류했다. 청에서는 조선보다 늦게 1900년 이후 량치챠오 등 개혁가들이 후쿠자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문명론 개략’은 이미 두 종류의 번역본이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성희엽 박사의 ‘문명론 개략’은 원본을 저본으로 하였고, 후쿠자와 유키치에 관한 일본 연구자들의 연구결과까지 반영해 번역하였다. 후쿠자와가 참고하거나 인용한 동서양의 고전들에 관한 주해도 풍부하게 정리되어 있다. 나아가 현대 일본어 번역본으로는 알 수 없는 메이지 초기 서양개념어의 한자번역어(신한어)들도 정확하게 살리고 후쿠자와 유키치만의 독특한 문체와 문장 스타일도 생생하게 살리려고 노력했다. “‘혁명’에서 자유 공화 독립자존의 ‘문명’으로-동아시아의 근대적 개혁운동과 ‘문명론 개략’의 사상사적 의의”라는 역자의 해재와 에도시대 일본의 서양책 번역서의 현황을 알 수 있는 부록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주해를 훑어만 봐도 당시 후쿠자와 유키치를 비롯한 일본의 근대 지식인들이 서양의 사상, 가치, 사회구성 원리 및 운영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후쿠자와가 읽었던 서양 고전 사상가들은 아담 스미스, 알렉시스 드 토크빌, 프랑수아 기조, 헨리 버클, 존 스튜어트 밀, 허버트 스펜스, 챨스 다윈 등이 있다. 후쿠자와가 직접 메모를 남겨놓은 수택본도 많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후쿠자와 유키치는 물론이고 ‘문명론 개략’에 관한 이해도 그다지 깊지 않다. 그에 대한 평가는 침략주의자에서부터 근대적 계몽사상가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이 책을 이해하지 않고는 어떤 평가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메이지 이후 일본근대사와 근대사상사, 동아시아 근대개념사 등에 관심 있는 독자와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소명출판 펴냄/604쪽/3만4000원 성희엽 국제지역학 박사. 일본 근대사 전공.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동북아국제대학원을 거쳐 국립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광역시청,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으며 부산동서대학교 대학원 일본지역 연구과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했다. 지금은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부에서 일본학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용한 혁명’(2016)이 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발길 닿는 곳곳 역사 현장… 잊혀진 용산 다시 세우기

    발길 닿는 곳곳 역사 현장… 잊혀진 용산 다시 세우기

    지역 향토사학자와 함께 숨은 현장 발굴이태원 옛길·찬바람재 등 유적 4곳 확인 전문가 감수 거쳐 안내판 20곳 설치키로 “발굴한 역사 현장 곳곳에 이야기 입힐 것”“‘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용산의 역사 현장을 발굴하고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할 겁니다.” 지난 10일 오전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은 용산고등학교 뒤편의 거리 한복판에 세워진 안내판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쳐다봤다. 용산구는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의 하나로 잊힌 역사 현장 4곳을 발굴해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곳에는 ‘이태원 옛길’ 안내판이 들어섰다. 이태원 옛길은 한양, 용인, 부산으로 이어진 옛 영남대로의 일부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한양 도성 남쪽의 첫 번째 숙박시설인 이태원에 닿았다고 한다. 조선과 일본을 오가던 조선통신사도 이 길을 이용했다. 현재는 용산미군기지 20번 게이트에 막혀 있다. 용산구는 이날 이곳 외에도 찬바람재, 조선 육군창고, 용산기지 미군장교숙소 부지 등에 안내판을 세웠다. 찬바람재는 용산미군기지 안에 있는 둔지산과 남산 사이에 있는 고개다. 조선 육군창고는 1908년 일본군이 만든 시설이고 용산기지 미군장교숙소는 지난달 일반에 처음 공개됐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시설은 개방이 중단된 상황이다. 안내판은 가로 48㎝, 세로 170㎝ 크기로 전문가 자문과 국립국어원 감수를 받았다. 지역 향토사학자와 손을 잡고 용산 곳곳에 숨겨진 역사의 현장을 발굴하는 사업은 쉽지 않았다. 구는 지난해 경천애인사 아동원 부지, 김상옥 의사 항거, 손기정 선수 옛집 등 15곳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올해도 연말까지 5곳에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고 기존에 있던 문화재 표석과 새로 만든 안내판을 묶어 ‘역사문화명소 100선’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탐방코스를 만들어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용산은 조선시대 수운의 중심지이자 근현대 상공업, 군사도시로 이어져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의 현장”이라며 “잊힌 역사를 발굴해 현장 곳곳에 이야기를 입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는 안내판 설치 외에도 지역사 서적을 발간하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동안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 ‘용산을 그리다’, ‘역사문화도시 용산 길라잡이’ 등을 발간했다. 올해 말 개관하는 이봉창의사 역사울림관, 내년 개관하는 용산역사박물관 건립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보는 사전이 아니라 읽는 사전

    [이경우의 언파만파] 보는 사전이 아니라 읽는 사전

    국어사전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첫 번째는 단어의 뜻을 아는 데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맞춤법을 비롯한 어문 규범에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올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표준 발음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띄어쓰기가 궁금해서 사전을 찾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 특정한 단어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궁금해졌을 때도 사전을 찾게 된다. 사전의 내용들은 다른 책들에 있는 것보다 더 굳은 신뢰를 받을 때가 많다. 이런 태도가 반영된 듯 사전의 ‘전’은 ‘법’을 뜻하는 ‘전’(典) 자다. ‘고전’(古典)이나 ‘법전’(法典), ‘경전’(經典)처럼 중요성과 권위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한데 사전은 고전과 법전은 물론 다른 책들과 다른 언어적 대접을 받는다. ‘고전’이나 ‘법전’은 ‘보다’, ‘읽다’와 모두 어울려 쓰이는데, ‘사전’은 그렇지 않다. ‘사전을 본다’라고는 해도 ‘사전을 읽는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신문이나 잡지류도 ‘보다’, ‘읽다’와 어울리는데, 사전은 ‘보다’만 된다. 사전은 ‘읽는’ 게 아니라 ‘보는’ 책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사전을 읽지 않고 보는 데 더 집중했는지도 모른다. ‘읽다’는 “문장이나 글의 뜻을 헤아려 알다”라는 말이다. 읽는 과정에서는 내용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견도 끊임없이 개입시킨다. 자신이 가진 기준과 상식에 따른 비판 행위가 지속된다. 그렇지만 사전을 볼 때는 이런 과정이 생략될 때가 많은 것이다. 사전의 독자들은 사전을 비판적이거나 주관적으로 보려는 의도가 별로 없다. 의미와 맞춤법, 어원 등을 ‘확인’해 보고 만족하는 데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하다. “모르면 사전 찾아봐”라고 하고, 사전을 의심 없이 본다. 최근 ‘사전 보는 법’이란 책을 낸 정철씨는 사전의 미래는 ‘읽는 사전’에 있다고 말한다. 기계적인 뜻풀이를 보려고 사전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뜻풀이가 필요하다고 사전들에 주문한다. 색다른 시도를 한 일본의 국어사전(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을 소개하면서. 많은 비판도, 호응도 받은 이 사전은 ‘동물원´을 이렇게 풀이했다. “생태를 대중에게 보여 주는 한편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잡아 온 조수나 어충 등에게 좁은 곳에서 생활할 것을 강요하며 죽을 때까지 기르는 인간 중심의 시설.” 독자들에게는 포털의 사전고객센터에 ‘20세기에 출간된 사전 내용을 아직도 보여 주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는 의견을 내라고도 한다. 사전은 읽어야 하고, 읽히는 사전을 만들자는 얘기다. wlee@seoul.co.kr
  • 점자 물리적 규격 표준화… 정확도 높인다

    점자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물리적 규격이 표준화된다. 그동안 점의 돌출 높이가 너무 낮거나, 점과 글자의 자간 거리가 넓어 정보 제공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을 보완한 조처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정 고시한 ‘한국 점자 규정’은 종이나 스티커, 피브이시(PVC), 스테인리스 등 재질에 따라 점 높이와 점간 거리 등을 ㎜ 단위로 세분화했다. 점 높이는 0.6~0.9㎜, 점 지름은 1.5~1.6㎜, 점간 거리는 2.3~2.5㎜다. 자간 거리는 종류에 따라 최솟값을 다르게 했다. 예컨대 종이나 스티커는 자간 거리가 5.5~6.9㎜, PVC는 5.5~7.3㎜다.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는 5.5~7.6㎜까지 허용한다. 줄간 거리는 최솟값을 10.0㎜로 하고 최댓값은 정하지 않았다. 점자 표지판은 교통 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편의시설과 공공시설에 설치돼 있다. 문체부 개정 규정을 신속하게 적용하도록 관계 기관에 보급하고 점자 규격에 관한 설명을 담은 해설서를 국립국어원 누리집(korean.go.kr)에 공개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똑똑 우리말] 지리하다와 지루하다/오명숙 어문부장

    공식적으로는 장마가 끝났지만 연이은 태풍으로 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 자주 쓰는 표현으로 ‘지리하다’란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방송과 신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장마로 기분이 우울하다’, ‘서로의 입장이 팽팽해 지리한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따위로 쓰인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돼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란 의미로 ‘지리하다’를 쓴 것이다. 하지만 ‘지리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리하다’를 찾아보면 ‘지루하다’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다. 1988년 한글 맞춤법 개정에 따라 ‘지리하다’가 비표준어가 된 것이다. 표준어 규정에는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해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돼 있다. 즉 예전에는 ‘지리하다’로 쓰여 왔으나 발음이 변해 ‘지루하다’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임에 따라 ‘지루하다’를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상치’가 ‘상추’로, ‘미싯가루’가 ‘미숫가루’로 바뀐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지리하게 이어지는 장마’는 ‘지루하게 이어지는 장마’가, ‘지리한 공방’은 ‘지루한 공방’이 어법에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지루하다’가 ‘따분하고 싫증나다’란 의미에 방점이 찍힌 데 반해 ‘지리하다’는 ‘오래 끈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점에서 둘 다 표준어로 삼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oms30@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인공지능과 말뭉치

    [이경우의 언파만파] 인공지능과 말뭉치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부분 언론과 전문가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다. 정확한 예측도 있었는데, 바로 인공지능(AI)이었다. 그즈음 인공지능은 발전을 거듭해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갖추게 됐다. 알려준 것만 아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다른 것들도 익혔다. 이른바 ‘딥러닝’이다. 사람의 뇌가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을 모방한 기술이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이기는 데도 딥러닝이 있었다. 딥러닝 기술을 장착한 인공지능에 ‘빅데이터’는 활짝 날게 하는 바람이 됐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아주 거대한 양의 데이터다. 사전적 의미로는 기존 데이터베이스로는 수집하거나 저장, 분석 등을 하기가 어려울 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문서나 이메일은 물론 음성, 영상, 이미지, 각종 소셜미디어의 게시물과 댓글까지 포함된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구글과 각종 소셜미디어 등에서 오가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선거 결과를 예측한 것이다. 번역 엔진도 빅데이터를 이용한다. 인공지능에 원문과 번역문을 학습시켜 언어 사이의 번역 규칙들을 파악하게 한다. 이때 질 좋은 언어 데이터가 많아야 정확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챗봇이나 인공지능 비서 등의 효율도 높아지려면 언어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 ‘언어 빅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언어 빅데이터는 달리 말하면 ‘말뭉치’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10년간 ‘21세기 세종계획’이란 이름으로 말뭉치 구축 사업을 벌였다. 이 기간에 약 2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했다. 이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성과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 10년간 이 사업은 중단됐다. 그사이 미국은 2000억 어절 이상, 중국은 300억 어절, 일본은 150억 어절 정도의 말뭉치를 구축했다. 2018년부터 다시 우리도 5년간 155억 어절을 목표로 말뭉치를 구축하고 있다. 이 결과의 일부가 지난주 공개됐다. 국립국어원이 ‘모두의 말뭉치’(https://corpus.korean.go.kr)에 공개한 자료에는 13종 18억 어절이 들어 있다. 최근 10년간의 신문 기사, 서적 2만 188종이 담겼다. 여기에 음성 대화, 메신저 대화, 방송 자료까지 들어 있다. 컴퓨터의 한국어 이해에 쓰이는 형태와 구문, 의미 등 언어 단위별로 분석한 자료도 1100만 어절이다. 저작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어서 누구나 파일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지속적인 뒷받침과 관리가 필요하다. 어문부 전문기자 wlee@seoul.co.kr
  • 국립국어원, 인공지능 한국어 학습용 자료 공개

    국립국어원, 인공지능 한국어 학습용 자료 공개

    25일 13종 18억 어절 분량의 말뭉치가 국립국어원 ‘모두의 말뭉치’(https://corpus.korean.go.kr)에 공개됐다. 국립국어원은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2018~19년 구축한 것으로, ‘모두의 말뭉치’ 사이트에서 온라인 약정서를 작성하고 승인을 받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어원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21세기 세종계획’을 추진하며 약 2억 어절의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모두의 말뭉치’에는 최근 10년간의 신문 기사와 서적 2만 188종, 일상생활의 음성 대화와 메신저 대화, 방송 자료, 대본 등이 들어 있다. 또한 컴퓨터가 한국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형태, 구문, 의미, 개체 등 언어 단위별로 분석한 자료 1100만 어절도 담겨 있다. 한국어 사용자의 직관과 판단 정보를 분석한 문법성 판단과 어휘 관계 자료 40만건도 포함돼 있다. 이번 자료에서는 일상 대화, 메신저, 웹 문서 등 구어체의 비중을 높였는데, 특히 표준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별, 연령별 대화 자료들도 포함됐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챗봇 등의 대화형 서비스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어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소기업과 새싹기업(스타트업·벤처기업)들이 한국어 처리 기술 개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이나 관련 연구기관 등도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공개한 말뭉치는 한국어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 국어원은 10월 초 말뭉치 활용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경우 전문기자 wlee@seoul.co.kr
  • [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 과장급 전보 △ 조사1과장 박영수 ■ 법무부 ◇ 4급 승진 △ 법무부 이민국경안전 긴급대응단 이대우 △ 서울출입국·외국인청 관리과장 이승현 ◇ 4급 전보 △ 법무부 이민국경안전 긴급대응단반장 김용규 ■ 문화체육관광부 ◇ 과장급 전보 △ 국립국어원 기획연수부 교육연수과장 조현나 △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행정지원과장 안병호 △ 미디어정책국 방송영상광고과장 강지은 △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운영과장 이영민 △ 체육국 체육협력관실 스포츠유산과장 박혜진 △ 문화예술정책실 예술정책관실 문화예술교육과장 김은희
  • [이경우의 언파만파] 이르다와 등과 따위

    [이경우의 언파만파] 이르다와 등과 따위

    우리 국어사전 발간의 역사도 이제 짧지 않다. 1925년 경성사범학교 교사 심의린의 ‘보통학교 조선어사전’을 시작으로 발간을 앞두고 있는 ‘겨레말큰사전’(남북 공동 편찬)까지 수많은 국어사전이 이어져 왔다. 그사이 독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기대 사항도 많아졌다. 뜻풀이가 너무 어렵다, 부정확한 풀이들이 보인다, 사전마다 뜻풀이들이 한결같다, 없는 말도 많다, 쓸데없는 올림말들이 있다, 어원 정보가 부족하다 같은 지적들이 있다. 이런 지적들 속에서 잘 정리된 국어사전을 뒤적이다 보면 낯선 듯하면서도 낯익은 풍경 하나가 발견된다. 대부분의 국어사전들이 뜻풀이에서 ‘이르다’를 즐겨 쓴다. 예를 들면 “손주: 손자와 손녀를 아울러 이르는 말”과 같이 안내한다. ‘이르다’ 대신 일상의 말들인 ‘가리키다’, ‘뜻하다’, ‘나타내다’를 쓰거나 상황에 맞게 ‘말하다’라고 표현하길 꺼린다. 어색한 것은 아니기에 꼼꼼한 독자들도 국어사전 편찬자들 사이에서 이어져 온 ‘용어’이겠거니 하고 넘겨 버린다. 오랜 전통이 돼서 새로 뜻풀이를 하는 경우에도 습관처럼 ‘이르다’가 적힌다. ‘이르다’는 ‘말하다’, ‘뜻하다’ 등보다 무게감이 조금 다르다. 이전 문장들에서는 옛날 문헌이나 성인들의 가르침을 전할 때 ‘옛 문헌에 이르기를’, ‘공자가 이르기를’이라고 많이 표현했다. 국어사전의 뜻풀이에 ‘이르다’가 흔한 것은 보이진 않지만 전통과 여기에 따르는 권위를 담으려는 태도도 있을 것이다. ‘등’은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나열할 때 쓰인다. ‘사과, 배, 대추 등 과일’에서처럼 일상의 문장에서 흔한 게 ‘등’이다. 하지만 국어사전의 뜻풀이에선 ‘등’ 대신 ‘따위’가 많이 보인다. ‘이르다’가 꽤나 점잖아서 눈에 띄었다면 ‘따위’는 ‘당혹’스럽게 눈길을 끈다.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 따위’, ‘화력, 수력, 조력, 풍력 따위’ 식이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보고 새로운 발견에 ‘기쁨’을 얻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곳의 ‘따위’에는 비하의 뜻이 없다. 단지 앞에 나온 것들이 나열됐음을 중립적으로 알릴 뿐이다. 국어사전들은 ‘따위’와 같은 뜻이 있는 ‘등’으로 바꿀 뜻이 없어 보인다. 한데 개운치 않아 하는 독자들도 있다. ‘너 따위’니 ‘괴로움 따위’의 ‘따위’와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따위’에서 파생돼 나온 ‘그따위’, ‘이따위’, ‘저따위’ 같은 말들이 가까이 있기도 하다. 지난주 국회에서도 “말 그따위로 할래”라는 말이 나왔다. 이전 방식의 막말이 또 국회와 정치의 품위와 권위를 떨어뜨렸다.
  • 이번 3일 연휴가 왜 ‘삼흘’ 아닌 사흘이었냐고요?

    이번 3일 연휴가 왜 ‘삼흘’ 아닌 사흘이었냐고요?

    사흘이 ‘사’로 시작한다고 4일로 착각댓글로 갑론을박… 검색어 오르기도모르는 사람에 “그걸 헷갈리냐” 핀잔청소년 읽기 능력 12년 연속 하락세“전 세대가 고유어 지키는 노력 필요”“사흘은 4일 아닌가요? 왜 광복절부터 사흘 연휴라고 하죠?”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사흘’의 뜻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일명 ‘사흘 논란’이다. 이 논란은 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처리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언론에서는 ‘광복절부터 사흘 연휴’라는 헤드라인을 걸었고, 일부 네티즌이 3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인 ‘사흘’을 ‘4흘’(4일)로 착각해 질문글을 올렸다. 사흘은 3~4개를 뜻하는 고유어(固有語·순우리말) ‘서너 개’에서 비롯된 단어다. 여기에 ‘~흘’이 붙어 모음 교체 현상이 일어나 사흘, 나흘이 됐다. 그러나 이 단어의 어원을 잘 모르고 검색하려는 사람이 많음을 증명하듯 그날 ‘사흘’은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온라인상 반응은 들끓었다. “어떻게 사흘의 뜻을 모르냐”는 쪽에서는 실시간 검색어에 ‘사흘’을 올린 주인공으로 10~20대를 꼽았다. 어린 세대의 어휘력 수준이 심각하다는 취지다. 온라인에는 “세대가 바뀔수록 공부는 점점 더 잘하는데, 지식수준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기초적인 것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는 비난 댓글이 잇따랐다. 16일 서울신문이 만난 10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고유어를 잘 모르는 10대가 많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흘 뜻조차 모를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 “솔직히 ‘사’로 시작해 ‘사흘’이 4일인 줄 알았다”는 열다섯 살 김다희(이하 가명)양은 “스스로도 독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팩트폭행’(사실을 기반으로 정곡을 찔려 아무 말도 못 한다는 뜻의 신조어)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양이 보기에 10대들의 독해력이 약한 이유는 유튜브 등 영상매체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김양은 “4차 산업 시대인 만큼 영상 기반의 여러 매체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책도 많이 읽어 독해력을 기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요즘 10대들은 유튜브나 틱톡 등의 매체에 더 익숙한 영상세대”라며 “텍스트 기반의 뉴스 기사나 책을 잘 읽지 않아 긴 글을 읽으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10대들의 읽기 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79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18’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읽기 평균 점수는 514점으로 참여국 중 6~11위였다. OECD 회원국 37개국 중에서는 2~7위로 상위권이었지만 평균 점수만 놓고 보면 12년 연속 하락세다. “모든 10대가 어휘력이 약한 건 아니다”라며 억울해하는 반응도 있다. “사흘과 나흘을 구분하지 못하는 친구가 꽤 많다는 게 놀라웠다”는 정다혜(15)양은 ‘책을 읽지 않아 청소년들의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어른들의 반응이 속상하다. 정양은 “우리가 유튜브를 많이 보는 것은 맞지만 심심할 때 보는 것이고, 줄여서 쓰는 신조어 등도 재미있어 쓰는 것뿐인데 독해력과는 관계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온라인 문화의 영향으로 축약어 등 신조어에 익숙한 것은 맞지만 문해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취지다. 전문가 역시 ‘청소년들의 어휘 수준이 떨어진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수단인 만큼 세대별로 어휘 수준이 달라 대화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초래되기 전에 기성세대는 신조어에 대한 관심을, 젊은 세대들은 고유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순희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언어는 시대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기도, 또 자연 소멸되기도 하지만 외래어나 신조어만 남은 채 고유어가 사라지는 것은 우리 언어 발전에 부정적”이라며 “언어는 풍성할수록 좋은 것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들의 신조어를 배우고, 젊은 세대들은 고유어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등 전 세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이보희의 TMI] ‘내돈내산’을 믿었다니

    [이보희의 TMI] ‘내돈내산’을 믿었다니

    “이건 내 돈 주고 내가 산 거예요.” ‘내돈내산’의 어원은 이러하다. 수십만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유튜버들은 언제부턴가 내돈내산을 강조하며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제품을 협찬받거나 광고료를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내 돈 주고 사서 쓰고 전하는 후기라는 것이다. 그러고선 뒤로는 홍보의 대가를 받았다. 이른바 ‘뒷광고’다.최근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좌우한다. 톱스타가 쓰는 것, 톱스타가 먹는 것, 톱스타가 입는 것에 열광한다. ‘인플루언서’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리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노출하는 이들이다. ‘영향을 미치다’(influence)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용어인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런데 대표적인 인플루언서인 유튜버들이 소비자를 기만해 왔음이 드러났다. 뒷광고 논란의 시작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었다. 별칭이 ‘슈스스’(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인 만큼 그의 패션계에서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가 입거나 소개하는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다 내 돈 주고 샀다”고 강조했던 제품들이 알고 보니 수천만원대의 광고비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죄송하다. 돌이킬 수 없지만 스스로에게도 많이 실망하고 많은 걸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가수 강민경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한 다수 제품들이 간접광고(PPL)면서 아닌 척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공식 사과를 했다. 유튜버 ‘참PD´는 지난 4일 “대형 유튜버 영상 10개 중 8개가 다 광고다. 그런데 다들 광고 아닌 척 속인다”며 여러 유튜버들의 실명을 거론해 뒷광고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유튜버들은 줄줄이 양심 고백과 사과에 나섰다. 몇몇 유튜버들은 뒷광고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악플에 상처를 받고 은퇴나 방송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이를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유명인이 소셜미디어에 업체로부터 홍보를 요구받은 상품을 추천한 경우 경제적 대가를 받은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임을 고지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처벌 조항도 포함됐다. 이제 뒷광고는 양심의 문제가 아닌 법적인 문제가 됐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는 공적인 영역이 아닌 사적인 채널이라고 하더라도 뒷광고는 그들을 신뢰하고 따르던 이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막강한 영향력에 따르는 도덕적인 책임감을 간과한 대가를 그들은 지금 치르고 있다. 뒷돈을 챙기려다 명성을 잃고 앞으로의 수익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소탐대실이다.
  • [주말 콕! 이 전시]신체의 재발견…아트선재센터, 돈선필·이미래·카미유 앙로 展

    [주말 콕! 이 전시]신체의 재발견…아트선재센터, 돈선필·이미래·카미유 앙로 展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한발 앞서 소개해온 아트선재센터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으로 주목받는 국내외 작가 3인의 개인전을 동시에 열고 있다. 제각기 따로 기획한 전시이지만 공교롭게도 신체에 대한 관심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하나의 주제로 엮은 그룹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1층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선보이는 돈선필의 ‘포트레이트 피스트’는 인간의 신체 가운데 얼굴이 지닌 힘에 대해 탐구한다. 전시장에는 레진과 폴리우레탄 폼 등으로 제작한 두상 20여개가 세워져 있다. 같은 크기, 같은 모양에 색깔만 다르다. 하지만 막상 얼굴이 있어야 할 정면엔 눈, 코, 입 대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또는 기괴한 형상의 피규어가 붙어 있다. 작가는 이런 작업을 통해 얼굴의 이미지가 신체의 일부 그 이상으로 항상 무언가를 대신하는 위치에 있는 것에 주목한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외출 필수품이 되면서 얼굴을 절반 이상 가린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기묘한 상황과 맞물려 더욱 이목을 끄는 전시다.3층에서 열리는 이미래의 ‘캐리어즈’는 시각적 충격이 강렬하다. 굵고 긴 호스 형태로 천장에 매달려 기계의 작동에 따라 점액질을 빨아들이고 내뱉는 대형 키네틱 조각은 동물의 소화 기관을 연상케 하며 관람객을 압도한다. ‘캐리어’는 무언가를 옮기는 이동 수단, 임신한 여자, 혈관 등을 의미한다. 작가는 태아, 병균, 영양소 등 인체 내부를 이동하는 여러 물질의 움직임을 재현한 설치 작품을 통해 가장 내밀하고, 신체적인 감각에 대해 사유한다.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는 기계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재료를 함께 다루며 조각과 설치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 1’에 참여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2층에선 카미유 앙로의 첫 한국 개인전 ‘토요일, 화요일’이 진행된다. 미국과 프랑스를 기반으로 조각과 설치, 영상 작업을 하는 앙로는 일주일을 구성하는 요일마다 반복되는 인간의 행동 유형을 인류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토요일과 화요일에 관한 작업을 선보인다. ‘화요일’은 북유럽 전설 속 전쟁과 승리의 신을 일컫는 ‘티르(Tyr)’ 어원에서 착안해 경주마의 이미지와 무술의 일종인 주짓수 훈련 장면을 담은 영상과 조각, 매트 설치로 구성된 작품이다. ‘토요일’은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특정 종교의 예배 장면과 뉴스 헤드라인을 교차편집한 영상 작업이다. 엄마와 아기의 애착 관계를 다양한 방식의 신체 접촉으로 표현한 드로잉 신작도 처음 소개된다. 작가는 201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은사자상, 2014년 독일 백남준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세 전시 모두 9월 13일까지 열린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인도 제2외국어에 한국어 추가, 중국어는 빠져...모두 8개

    인도 제2외국어에 한국어 추가, 중국어는 빠져...모두 8개

    인도가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추가했다. 기존 5개 제2외국어 가운데 중국어가 빠지고 한국어를 비롯한 4개 언어를 추가하면서 인도의 제2외국어는 모두 8개로 늘었다. 정부는 한류의 영향과 경제 협력 확대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30일 인도 정부가 발표한 새 교육 정책에 따라 한국어가 제2외국어에 채택됐다고 6일 밝혔다. 인도는 공용어로 힌디어를 포함한 지방어 15개를 쓴다. 상용어는 영어다. 제2외국어로는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를 지금까지 썼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어를 빼고 한국어, 태국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를 추가했다. 특히 2020년 국가교육정책 발표에서 제2외국어 8개 언어 가운데 한국어를 맨 앞에 배치하기도 했다. 인도는 인구 13억 8000만명으로 세계 2위,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15배로 세계 7위다. 한국의 다자외교 정책인 신남방 정책 주요 대상 국가이기도 하다. 문체부는 이와 관련 한류 확산과 경제 협력 확대, 그리고 주인도한국대사관과 주인도한국문화원 주도로 인도 정부에 한국어 채택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건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원이 2012년 개원 이후 양국의 관계강화 및 한국기업 본격 진출에 대응해 한국어 보급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면서 “105개 인도 학교와 문화교류협력 협정을 체결해 연인원 학생 10만여명이 참가하는 한국 관련 수필 대회 등을 연례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의 한국어 학습 수요는 점차 증가 추세라고 문체부는 덧붙였다. 지난해 4개 세종학당(주인도한국문화원, 첸나이, 파트나, 바라사트)에서 2500명이 넘는 수강생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다.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지난 6월 푸네, 임팔, 벵갈루루 등 인도 3개 도시에 세종학당을 신규 지정했다. 문체부는 후속 조치로 인도에서 사용할 한국어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 한국어 현지교원 양성과정 운영 및 전문교원 파견 등을 추진한다. 국립국어원은 올해 하반기 인도 지역 한국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내년에는 인도 지역 교육과정을 토대로 한 한국어 교재를 개발한다.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 전문교원 파견을 확대한다. 현지 교원 양성에도 힘쓰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범 운영 중인 현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내년에 정식 추진한다. 현지 양성한 한국어 교원은 초·중등학교, 대학, 세종학당, 기업 등 한국어 교육 수요가 있는 곳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한다. 한편, 문체부는 이번 달 중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어 확산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이번 계획에는 외국어 또는 제2언어로의 국어 학습자를 늘리기 위한 한국어교원, 교육과정·교재, 교육기관 지원 및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을 담을 예정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립국어원, 7일 ‘한국수어의 날’ 제정 공청회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엔90(N90)에서 ‘한국수어의 날’ 제정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수어의 날’ 후보로는 2월 3일(한국수어법 제정일), 8월 4일(한국수어법 시행일), 6월 1일(조선농아협회 창립일), 9월 23일(세계 수어의 날) 등이 거론된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의 한국농아방송(https://youtu.be/gA2y7IYJllI)에서 볼 수 있으며, 수어·음성통역 및 문자통역이 지원된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농인(청각장애인)은 37만 7000여명이며, 국가 공인 민간자격 수어통역사는 1800여명이다.
  • [근대광고 엿보기] 제화업계의 ‘대왕’ 박덕유

    [근대광고 엿보기] 제화업계의 ‘대왕’ 박덕유

    조선시대와 그 이전에 짚신과 미투리가 서민이나 천민의 신발이었다면 양반은 어떤 신발을 신었을까. 흑피혜(黑皮鞋)는 가죽, 목화(木靴)는 나무와 천, 태사혜(太史鞋)는 가죽과 헝겊으로 만들었고 남성의 신발이었다. 당혜(唐鞋), 운혜(雲鞋), 수혜(繡鞋) 등은 비단과 천으로 만든 양반 여성의 신발이었다. 가죽신을 만드는 사람을 갖바치라고 했는데 소를 잡고 벗겨 낸 가죽을 받아 신발을 만들었으므로 백정과 같이 천민 취급을 받았다. 구두는 청일전쟁 때 조선 군인들이 가죽 군화를 신으면서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지금의 서울대병원 자리에 구한말의 군화창이 있었다고 한다. 서양 옷은 양복이라고 하는데 신발은 왜 구두라는 말을 쓸까. 구두의 어원은 놀랍게도 일본어라고 한다. 일본어의 ‘구쓰’(靴)가 구두로 변했다는 것이다. 20세기에 들어 구두와 고무신이 전통적인 신발을 급격히 대체했다. 양화점이 우후죽순 생기고 구두가 광고면의 단골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구두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10년대 초에 동광양화점(임상호), 순창양화점(신윤범), 신흥양화점(이환일), 광신양화점(김영배), 창흥양화점(송필진) 등의 양화점 광고가 거의 매일 신문에 실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양화점 광고가 박덕유양화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화점은 1898년 서울 황토마루(광화문 네거리)에서 이규익이라는 사람이 열었다고 한다. 이것을 박덕유가 인수해서 수십 년 동안 운영했다. 박덕유양화점의 위치는 처음에 대사동(지금의 종로2가에서 인사동에 이르는 지역)이었다가 행정구역 변경으로 관훈동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매일신보에는 박덕유에 관한 기사가 여러 건 있다. 기사에 따르면 박덕유는 몹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곡물상을 하다 파산하고 경부철도보호 순검(巡檢·조선 말기의 경찰)으로 일했지만 또 일자리를 잃고 광화문의 양화점에서 구두 수선 일을 했다. 그러다 제화 기술을 배워 양화점을 열었다고 한다. 처음에 친구 둘과 양화점을 열었는데 손님이 없어 적자가 계속 나자 둘은 그만두고 홀로 운영했다. 그러다 점차 구두를 신는 사람이 늘어나고 사업이 번창해 종업원을 60여 명이나 거느린 양화계의 ‘대왕’이 됐다. 지방에서도 하루에 50여 켤레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고객은 점포에 방문할 필요가 없었다. 서울에서는 연락을 하면 직원을 보내 발 크기와 모양을 재서 제작해 주었고 지방 사람들은 발 모양을 종이에 그려 돈과 함께 보내면 구두를 만들어 부쳐 줬다. 초기에 구두 한 켤레 값은 9원이었는데 쌀 한 가마 값이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똑똑 우리말] ‘나시’ 아닌 ‘민소매’/오명숙 어문부장

    어릴 적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들을 예사로 썼던 기억이 있다. ‘다마네기(양파), 쓰메끼리(손톱깎이), 바께쓰(양동이)’. 요즘 아이들은 처음 들어 보는 말일 것이다. 대부분 사라졌지만 일부는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주로 옷에 관한 말들인데 여름에 많이 입는 ‘나시’도 그중 하나다. 나시는 본래 일본어 ‘소데나시’(そでなし)에서 온 말로 ‘소데’(そで)는 ‘소매’, ‘나시’(なし)는 ‘없음’을 뜻하는데 ‘소데’는 사라지고 ‘나시’만 남아 쓰이고 있다. 우리말 ‘민소매’와 같은 뜻이다. ‘기지’란 말도 있다. ‘좋은 기지로 만들어진 옷’, ‘이 옷은 기지가 시원해 보인다’처럼 옷감이나 천, 원단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역시 일본어 ‘기지’(きじ)를 가져다 쓴 표현이다. ‘미싱’도 만만찮게 많이 쓰이는 말이다. 미싱(ミシン)은 머신(machine)의 일본식 발음이다. 영어의 ‘소잉 머신’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뒷부분인 ‘머신’이 변해 미싱이 됐다고 한다. 미싱은 우리말인 재봉틀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듯하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지나치게 어려운 말이나 비규범적인 말, 외래어 따위를 알기 쉽고 규범적인 상태로 또는 고유어로 순화해 제시한다. 순화어 중에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자연스럽지 않아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말에 대체할 만한 자연스러운 표현이 있는데도 일본식 표현을 사용하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나시’, ‘기지’, ‘미싱’이 아닌 ‘민소매’, ‘옷감’, ‘재봉틀’이라 하자. oms30@seoul.co.kr
  • [데스크 시각] 늙은 꼰대, 젊은 꼰대/유용하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늙은 꼰대, 젊은 꼰대/유용하 사회부 차장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제 누나랑 놀면서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 보겠다고 난리를 피웠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카페라떼 만들기에 도전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뜬금없는 상황에 자꾸 쓰길래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더니 유튜브 게임방송에서 크리에이터가 하는 말을 따라한 것이란다. 너무 궁금해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꼰대’ 같은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툭하면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란 걸 알게 됐다. 요즘 청년 취업난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아 취업이 늦어지면서 이제야 근속 20년 된 친구들이 많아져 얼마 전 축하 모임을 가졌다. 중간 관리자 위치에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 ‘꼰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상사의 말과 행동을 무조건 고깝게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의견부터 듣는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고 조심할 필요도 있다는 말까지 이야기는 넘쳐났지만 결론 없이 모임은 끝났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이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설명돼 있다. 최근 ‘꼰대인턴’이란 제목의 드라마까지 나오는 등 다양한 매체에서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더이상 은어로만 받아들일 범위는 넘어선 듯싶다. 꼰대라는 단어에 행위라는 뜻의 접미사 ‘-질’이 붙은 꼰대질은 멘토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꼰대질은 ‘이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거나 행동’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엔 꼰대라고 하면 나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 ‘젊은 꼰대’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차원일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해줘야 할 일’이라거나 ‘해도 될 일’이라는 생각은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는 갑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사실 진정한 멘토링은 자신의 과거를 무용담처럼 얘기하거나 본인의 시각과 생각으로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와 복잡계연구소, 중국 남방과기대 통계정보과학부, 인도 우다이푸르 경영연구소 정보시스템과학부 공동연구팀은 멘토링이란 책이나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을 알려 주거나 단순히 일의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암묵적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에 발표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예시도 있다.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한 영화 ‘인턴’이다. 영화에서 오랜 직장생활과 나이를 무기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70대 인턴으로 나오는 드니로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젊은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왼손이 모르게’ 나서서 도와주고 조언을 구해 오면 비로소 함께 고민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준다. 18세기 문필가인 프랑스의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가 쓴 ‘침묵의 기술’에서 한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륜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충고할 자격의 당연한 징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는 공감은 자신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말을 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진정한 멘토링이고 공감능력, 소통능력이다. 흔히 지갑을 열고 입을 다물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단 지갑을 열었다는 핑계로 입을 더 많이 열었다간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아야겠다.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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