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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칼럼] ‘열린 민족주의’를 키우자/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 편집장

    지난 16일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후쇼사판 역사교과서 왜곡 등 ‘일본발 쓰나미’로 한국은 반일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올해는 한·일수교 40주년, 광복 60주년, 을사조약 체결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해이다. 따라서 올해 일본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앞으로 한·일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 상정 및 통과를 계기로 불거진 한·일간의 영토·역사 분쟁은 ‘한·일 우정의 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계속된 ‘망언과 도발’, 그리고 한국 정부의 ‘신(新)대일독트린 선포’는 양국의 관계를 타협이 불가능한 극단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현실을 다루는 언론보도는 민족감정과 애국심을 부추기는 행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격분하여 일장기를 태우는 시민들의 사진, 일본을 맹비난하는 선정적인 기사 등 반일을 넘어선 혐일(嫌日) 이미지를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또 다른 극단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차근차근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같은 ‘감정의 과잉’이 수용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 동안 끊임없이 불거진 일본 관련 이슈에 대해 서울신문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를 냈다.“일본의 식민지배는 축복”이라는 한승조 교수의 기고문 파문에서 촉발된 대학 내 친일 청산 움직임에 대해서도, 친일 청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시각과 조사기간이 짧고 검증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를 함께 보도했다. 또 일본을 대하는 데 있어 절제하되 일관되고 치밀한 대응을 주문하는 칼럼도 돋보였다(3월25일자 ‘대국적·대양적 시각이 필요하다’,3월24일자 ‘대일분노 무엇을 남길 것인가’,3월23일자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포커페이스). 하지만 한·일 어업협정 폐기 요구, 마산시의회의 ‘대마도의 날’ 제정, 국회가 쏟아놓는 각종 대일 정책, 정부의 신(新)대일 독트린 등에 대한 ‘다른’ 시각은 부족했다. 극단적 반일 정서와 맹목적 민족주의에 기대어, 이를 자성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작았다. 한·일 어업협정 폐기 주장의 경우, 협정 폐기가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국제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학계의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어업협정 폐기 주장을 비중 있게 다룬 반면(3월19일자 ‘중간수역 독소조항…한·일어협 갱신해야’),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의 이슈로 단순하게 보도했다. 거시적 관점을 가지고 일본을 바라보는 기획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때그때 터져 나오는 사안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과거, 현재, 미래의 한·일관계에 대한 방향타를 설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이 없었다. 냄비근성으로 인해 또다시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가 국민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긴 호흡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신문이 후원한 한·일 수교 40주년 세미나 관련 기획(2월19,21일자)은 더욱 돋보인다. 두 회에 걸쳐 보도된 이 기획은 민족에 함몰돼 ‘일본은 무조건 악, 한국은 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비판했다. 일본은 동북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나갈 협력자라는 점에서 일본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심 없는’ 연구는 필요하다. 또 지난해에 다루었던 일본 역사교과서 관련 기획(12월24일자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은 국정교과서 체제 후 경직된 한국 역사교육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상생을 위한 열린 서술을 주문하고 비판과 자성을 통해 건전한 대안까지 제시한, 바람직한 기획이었다. 언론은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다루는 ‘확성기’가 되기보다 여러 주장들을 논란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흥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는 일시적인 감정의 분풀이는 될 수 있어도 내실 있고 장기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를 키우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 편집장
  • ‘독도사랑 전도사’ 윤한도 전의원

    “독도를 사수하는 길은 하루빨리 독도개발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우선 사람이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거든요. 또 한·일어업협정을 당장에 파기해야 합니다. 지금 파기한들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윤한도(69·경남 의령·함안)씨는 독도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의원시절 원내 ‘독도사랑모임’을 이끌면서 매년 8월14일 독도를 방문하는 등 남다른 독도사랑을 과시했다. 그래서 ‘윤독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역에서 물러난 지금도 ‘독도사랑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26일 오후 서울 연희동 자택 인근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들고 온 보따리를 풀었다. 독도관련 행사를 담은 사진첩, 독도수호 정책자료, 대정부질문서 등이 담겨져 있었다. 그는 이들을 내보이며 독도문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연신 목소리를 높인다. 우선 지난 1998년 신한·일어업협정 때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측 대표가 너무 서둘러 서명을 했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굴욕적인 협정체결이나 다름없다는 것. 당시 윤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파악하고 국회에서 ‘을사오적’같은 ‘독도오적’이 있다면서 온몸으로 국회의 비준동의를 막았다. 하지만 김봉호 국회부의장 주재로 기습·날치기통과됐다며 당시의 분을 삭이지 못했다. 두번째는 지금이라도 일본의 속셈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일본은 오래전부터 3단계 전략을 세워 그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즉,▲독도를 한국과 일본의 공동수역으로 한 다음 ▲영유권 분쟁을 유도하며 ▲분쟁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까지 이르게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일본의 잠수함·해군함정·전투기 등이 독도주변에 출몰하는 등 무력시위를 통해 우리측과의 일촉측발 상황까지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 어업협정을 파기하고 독도개발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독도사랑은 지난 93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재임 때 독도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독도를 처음 접하면서 가슴이 찡하도록 큰 사명감이 생겨났다는 것.96년 국회 농림수산해양위원회 소속으로 독도를 다시 방문했고, 이후 광복절 때마다 독도에서 가수 정광태씨 등 60여명과 함께 만세삼창을 외쳤다. “자위대는 독도상륙을 위한 가상훈련까지 마쳤습니다. 우리도 독도에 경찰이 아니라 군대를 내보내야 합니다. 거기에 도둑이 있습니까, 교통사고가 있습니까. 국회내에 독도사랑모임도 서둘러 부활해야지요.” 김문기자 km@seoul.co.kr
  • [고래잡이 꿈꾸는 장생포] 포경선 고동소리 다시 울릴까

    [고래잡이 꿈꾸는 장생포] 포경선 고동소리 다시 울릴까

    “상갓집에도 고래고기를 내놓았던 울산인데….” 우리나라 대표적인 포경(捕鯨)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항 주민들은 고래를 잡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1986년부터 상업포경 중지를 선포한 IWC(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국제포경위원회)가 2002년 일본 총회 때부터 포경 재개를 본격적으로 논의함에 따라 고래잡이가 행여나 허용될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주목되는 울산 IWC 총회 특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울산에서 열리는 올해 제57회 IWC 연례총회(5월27일∼6월24일)에 국내외 고래 관계자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경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일본은 올해 총회에서 포경을 허용하는 쪽으로 진전이 없으면 조직 탈퇴 의사까지 내비치며 반포경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포경반대국가를 지지하는 그린피스가 울산 IWC 총회기간에 맞춰 반포경 활동을 벌이기로 해 장생포 주민들과 다툼이 우려된다. 그린피스 회원 20여명은 반포경 분위기 확산을 위해 환경운동용 선박 ‘레인보 워리어(Rainbow Warrior)Ⅱ’를 타고 지난 18일 인천항으로 입국, 다음달 4일 울산항에서 이틀 동안 반포경 활동을 벌일 예정이나 장생포 주민들은 울산항 진입을 막을 방침이다. ●개도 지폐 물고 다녔던 부촌 상업포경이 금지되기 전만 해도 장생포는 울산에서 첫째가는 부자마을이었다. 당시 울산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포경업자였다고 한다. 길거리에 다니는 개도 1000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돈이 넘쳐났던 장생포, 지금은 10여곳의 고래고기 음식점이 명맥을 지키며 포경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상업포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고래음식점에서는 그물에 걸려 죽은 혼획(混獲) 고래나 죽어서 발견된 좌초(坐礁) 고래 고기를 판다. 쇠고기보다 2∼3배쯤 비싼데도 부위에 따라 12가지 맛이 난다는 고래고기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30여척의 포경선이 많을 때는 하루에 20마리도 넘게 고래를 잡아 북적거렸던 장생포의 영화는 상업포경 금지와 함께 사라졌다. 지금은 공단으로 둘러싸인 오지로 전락했다.7000여명에 이르던 인구는 1879명으로 줄었고, 포경선 대신 대형 유조선에 생활용품을 보급하는 용달선이 장생포항을 드나들고 있다. 오는 5월10일 개관 예정인 고래박물관과 항구 주변에 늘어선 10여곳의 고래음식점,1995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는 고래축제 정도가 포경기지 장생포를 짐작케 할 뿐이다. 장생포항 바닷가에 자리잡은 4층 규모의 고래박물관에는 망망대해를 누비며 고래를 잡았던 실제 포경선 2척과 길이 12m가 넘는 대형 고래인 브라이드 고래 뼈를 비롯해 고래 관련 갖가지 유물과 자료가 전시된다. ●고래 연구 인프라 확충 시급 최형문(49·전 울산 남구의원)씨는 “옛날부터 울산에서는 상갓집에 고래고기가 나올 만큼 고래는 울산의 전통음식이었다.”며 “정부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고래자원 조사를 해 포경 재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99년부터 해마다 고래자원 조사를 하고 있는 국립수산과학원은 포경금지로 고래류 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래류는 이동경로가 워낙 방대해 몇명의 연구관이 몇년 동안 조사한 자료를 갖고 IWC에 연구용 포경 허용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다. 국내 고래전문가로 꼽히는 국립수산과학원 김장근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고래 연구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며 “바다의 지배 동물인 고래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고래 연구기반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돌고래류 포획 허용 방침 일부 고래학자들은 포경금지로 고래류가 지나치게 늘면 오히려 해양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어 해양자원의 균형과 합리적인 관리차원에서 적당하게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세계 고래가 1년 동안 먹어치우는 해양동물은 5억t으로 세계 연간 어획고 9000만t을 5배 이상 웃돈다는 것이다. 장생포 주민들은 IWC 규제를 받지 않고 연안국가가 포획권을 갖고 있는 돌고래류라도 우선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관계기관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 윤분도(38) 사무관은 “몇년째 실시하고 있는 고래류 자원 조사자료를 분석해 남아도는 돌고래류에 대해서는 솎아내기 포획을 허용할 방침이나 합리·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과학적인 조사와 분석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IWC나 우리 정부가 제한적이나마 고래류나 돌고래류 잡이를 허용하는 순간 장생포항에는 20년만에 포경선 고동소리가 다시 울리게 된다. 장생포항 고래잡이 꿈★이 언제 이루어질까….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국제포경위원회(IWC) IWC는 미국·영국·호주·프랑스·네덜란드·노르웨이 등 구미(歐美) 포경국이 중심이 돼 1946년 12월 미국 워싱턴에 모여 설립했다. 목적은 고래자원을 합리적으로 보존·관리해 포경산업을 질서있게 발전시키자는 것. 1949년 런던에서 제 1차 연례회의를 개최한 뒤 해마다 회원국을 돌아가며 회의를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사무국을 두고 있으며, 회원국은 우리나라(1972년 가입)를 비롯해 59개 나라. 일본·노르웨이·아이슬란드를 중심으로 한 포경지지 국가와 미국·영국·호주 중심의 포경반대 국가로 양분돼 대립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포경국이 1982년 영국 브라이트에서 열린 제 34차 총회에서 회원국 4분의3 이상 찬성을 얻어 상업포경 모라토리엄(Moritoium, 일시정지·1986년부터 시행)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지금까지 최대 논란이 되고 있다. 상업포경 금지대상 고래는 수염고래류 10종과 이빨고래류 2종 등 모두 12종. 노르웨이는 금지령이 통과되자 이의신청을 한 뒤 상업포경을 계속하고 있고, 일본도 연구용으로 해마다 400여마리 안팎의 밍크고래와 IWC 규제를 받지 않는 돌고래류 수만마리를 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WC는 모라토리엄 채택 당시 1990년까지 과학적인 조사를 한 뒤 일정량을 정해 포경을 재개하기로 조건을 달았으나 반포경국 반대로 재개되지 않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꽃게 싹쓸이” 中에 879억 손배소

    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서해 5도 어민 293명은 24일 “중국 정부가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을 방치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리빈 주한 중국대사를 상대로 87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2000년부터 서해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중국 어선이 몰려와 꽃게와 어패류 등을 싹쓸이해 서해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지난 1998에 체결된 한·중 어업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자국 어선단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탓에 이들의 불법조업으로 서해 5도 어민들이 재산상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새장편소설 ‘흑산도 하늘길’ 펴낸 한승원 작가

    새장편소설 ‘흑산도 하늘길’ 펴낸 한승원 작가

    10년 전, 훌훌 털고 노모가 지키는 고향으로 내려가던 길에 작가는 마음밭에 열망의 씨앗 하나를 감췄었다. 한 시공(時空)속에 몸과 마음을 잘 부리고 살다보면 어쩌면 영원을 살 수 있지 싶은, 영원과 소통하는 작품을 일굴 수도 있지 싶은…. ●‘해산토굴’에 스스로 10년을 가뒀죠 고향마을인 전남 장흥 안양 바닷가 ‘해산토굴’이라 이름붙인 글방에 스스로를 “가둔 지” 10년. 중진작가 한승원(66)이 글로써 영원에 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시간이다. 작가 자신 “내 삶이 가장 많이 투영된 작품”이라는 새 장편 ‘흑산도 하늘 길’(문이당)에 그 힘센 믿음을 묻었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형으로, 우리 역사 최고의 어류학 서적인 ‘자산어보’를 남긴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정약전(1758~1816). 소설은, 독실한 초기 천주교 신자였던 그가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유배돼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일대기를 기둥줄거리로 삼았다. 갇힌 세계에서 끊임없는 저술로 깨달음과 구원을 열망했던 인물에 작가적 삶의 일단이 투사됐음은 물론이다. 작가는 “‘갇힘’에서 ‘놓여나기’의 꿈꾸기”라고 자신의 소설을 압축했다. 책이 찍혀 나온 날 저녁, 인사동에서 그를 만났다.“15년을 쏟아부은 소설이여, 이것이…” 모처럼만에 서울나들이를 한 작가는 새 소설을 향한 애정을 좀체 가라앉히지 못했다.2003년 출간한 ‘초의’보다도 실은 먼저 쓰기 시작한 작품이고, 이번 소설을 쓰느라 ‘사서삼경’을 다시 공부했으며, 정약용·약전 형제의 현학을 이해하기 위해 주역에 빠져야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렇게 곡진하게 들릴 수가 없다. 왜 정약전이었을까. 삶의 비의(秘意)를 고민한 작가에게 약전의 생애는 ‘정답’ 자체였다.“우리네 삶은 ‘가둬놓기’와 ‘놓여나기’의 길항작용 속에 이뤄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 길항의 장력이 팽팽해야 긴장된 삶을 살 수 있고, 그래야 좋은 일도 많이 하는 거고.” 33세에 급제해 곧바로 벼슬길에 오른 정약전의 삶은 한참동안 순탄했다. 그러나 소론과 남인 사이에 불거진 당쟁이 신유박해라는 천주교 탄압으로 비화되자 천주교도인 그는 절해고도 흑산도로 쫓겨간다. 소설 속에서 약전은 철저하게 한사람의 인간으로 부활했다. 소흑산도로 향하는 작은 목선에 몸을 싣고 추위와 멀미에 시달리는 모습은 죽음 앞에 작아지는 범인(凡人)의 형상 그것이었다. “정약전에 대한 기록은 정약용이 쓴 묘지명밖에 없다.”는 작가는 “그 속에 소설을 위한 많은 정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흑산도 이야기 꼭 쓰고 싶었다” “약전의 저서가 ‘자산어보’로 알려졌지만 실은 ‘현산어보’가 맞아요. 약전의 호가 ‘현산(玆山)’이었고, 동생 정약용도 그를 그렇게 불렀어요.‘현산’은 약전이 유배된 ‘흑산(黑山)’과 같은 의미입니다.” 작가는 ‘현’이란 대명사일 때는 ‘자’로 독음되지만, 검다는 뜻일 때는 ‘현’으로 읽어야 한다고 힘을 실어 말했다.‘검을 현(玄)’ 두개가 합쳐진, 검다는 의미의 호(號)라는 것이다. 작가는 소설의 배경인 흑산도를 수없이 들락거렸다. 약전·약용 형제가 함께 나눈 숱한 현학의 흔적들을 거둬 소설에 담았다. 다산·현산이라는 형제의 호부터 현학의 극치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다산(茶山)은 차의 향기처럼 현묘한 세계를, 현산(玆山) 또한 그윽하고 신비로운 이상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형제가 갇혀살면서 한 일은 저술활동 뿐이었어요. 각각 강진(다산), 흑산도(현산)로 유배됐는데 그런 질곡이 결국 둘을 ‘큰 산’으로 만들었다 싶어요. 형제는 간단없이 글을 썼고, 그걸 증명받고 싶어 서로의 글들을 주거니 받거니 했고. 사면초가 속의 절대고독을 그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그걸 써보려 했던 거지요.” 노모가 홀로 사는 시골집에서 150m쯤 떨어진 곳에다 글집(해산토굴)을 짓고 붙박힌 것이 지난 96년. 지금은 육지로 이어진 섬 덕도에서 나고자란 탓일까.“유배담이 아니더라도 꼭 한번은 흑산도 이야기를 쓸 요량이었다.”고 그는 말했다.“나를 스스로 가둬놓고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으로 글을 썼으니 그저 역사인물소설이 아니라 ‘내 소설’인 셈”이라고도 했다. ●역사인물소설 아닌 ‘내 소설’ “한승원에게 시간이 있는가, 자문해본 적이 많았어요. 미래를 좀더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장흥으로 내려갔는데.” 알 듯 모를 듯한 말이다 싶은데, 해설을 붙였다.“서울에서 쓴 글들은 새끼들 먹여살리려는 거였고, 내려가서 쓴 것들이야말로 나 자신을 위한 글이란 말이지.” 그가 “동업 중생”이라 부르는 아들 딸 작가(한동림, 한강)에게는 새 소설을 읽혔을까.“그 아이들, 대학간 뒤로는 내 소설 안 읽어요. 아버지 글에 괜스레 감염될까봐 그렇겠지. 집안에서도 소설 얘길랑 꺼내는 법이 없어.” 해산토굴은 절집이나 마찬가지다. 탑도 세워놨고 와불액자도 벽에 걸어뒀단다. 허름하게 숨어앉은 그 집으로 그래도 뜨문뜨문 그가 소설가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길손들이 찾는다.‘초의’를 쓴 뒤로 차 한잔 달라며 느닷없이 문을 두드리는데,“애프터서비스하는 맘으로 차를 끓여낸다.”는 그다. 그는 이제 바다이야기를 쓸 작정이다.“청년작가들이 공부를 제대로 해서 바다소설을 쓰면 좋을 텐데 내 새끼들도 안할라더라.”며 “어촌·연근해 어업같은 소재의 소설을 천상 내가 써야겠다.”며 웃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朴대표 ‘빛 감추고 힘 길러야’ 盧대통령 비판

    朴대표 ‘빛 감추고 힘 길러야’ 盧대통령 비판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전쟁 불사’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속은 후련하지만, 외교적으로는 신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당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열어 지난 2년 동안의 참여정부 외교정책을 되짚어보자는 얘기도 나왔다. 박근혜 대표는 24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노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도광양회’란 삼국지의 제갈량이 유비에게 권했던 전략으로 1980년대 덩샤오핑은 이를 외교정책의 뼈대로 삼았다.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국력이 생길 때까지는 침묵을 지키면서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피고, 전술적으로도 협력하는 외교정책을 말한다. 박 대표는 “중국은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는 뜻의 ‘도광양회’를 외교정책으로 썼다.”면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실력과 힘을 기른다는 뜻인데,(이와 비교해)대통령의 발언은 문제가 없는지, 옳은 길인지 짚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국내 정치를 돌파하듯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외교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외교부는 한·일 어업협정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얘기하는데, 대통령은 느닷없이 강경포를 쏘아대는 것은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사설] 노대통령의 對日외교전쟁 선포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일본과의 ‘외교전쟁’ 불사를 선언했다. 일본 시마네현의 망동은 물론,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까지 문제 삼았다. 일본이 현재도 패권주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적시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했다. 청와대브리핑에 실린 이런 내용은 노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하는 만큼 무게가 실렸고, 그 파장과 후속조치도 세계적 관심을 끌 것이다. 노 대통령의 강경 언급이 나온 배경에는 일본의 지속적 우경화와 함께 무성의가 자리하고 있다. 독도,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요구를 ‘국내용’이라고 호도한 것이 일본이다. 반일감정이 끓어올랐다가 금방 식었던 과거와 달리 전담기구를 만들어 이번에는 일본측의 시정조치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는 평가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일본과 대립에 앞장섬으로써 양국 관계가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넜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악화된 국민감정에 기름을 부어 폭발할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충분히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심사숙고의 결과로 믿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한 것이 나중에 IMF 경제위기, 어업협정 진통 등의 곤란을 겪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이 교묘하게 한국을 골탕먹이는 전략을 쓸 여지는 많다. 지난 17일 발표된 신 대일(對日) 독트린에서 경제·문화교류는 차질없이 한다고 밝힌 것도 정부다. 특히 안보동맹의 급격한 변화가능성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한·미·일 등 남방 3각구도와 북·중·러 등 북방 3각구도가 대치하던 냉전체제는 끝났다. 하지만 북핵 등 안보가 불안한 상황에서 확실한 대체구도 없이 한·미·일 동맹체제를 먼저 흔드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일본이 미국을 업고 패권을 추구하는 것을 공격하다 보면 한·일협력 약화를 넘어 한·미동맹까지 흔들릴 소지가 크다. 우리가 동북아의 균형자로서 기존동맹을 포기해도 될 정도로 힘을 가졌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이번 선언의 기조에 동맹관계에 대한 근본적 변화구상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 日 돗토리현도 ‘의견서’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제정한데 이어 인근 돗토리현 의회도 23일 독도 문제에 일본 정부가 적극 대처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만장일치로 가결된 의견서는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 일본의 주권이 행사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의견서는 또 한·일어업협정에 설정된 잠정수역에서의 수산자원 관리와 독도주변 수역에서의 일본어선 안전확보 등에 일본 정부가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taein@seoul.co.kr
  • “이번엔 반드시 뿌리 뽑을 것”

    “이번엔 반드시 뿌리 뽑을 것”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또다시 패권주의를 관철하려는 의도를 이상 더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됐다.”면서 “이제는 정부도 단호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최근 한·일 관계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일본의 각종 도발행위가)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겨날 수 있지만, 우리도 어지간한 어려움은 충분히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반드시 뿌리를 뽑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선포,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이것은 일본이 지금까지 한 반성과 사과를 모두 백지화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런 일들이 일본 집권세력과 중앙정부의 방조아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일본의 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이전에 일본 지도자들이 한 반성과 사과의 진실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100년전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로 편입한 바로 그 날을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로 선포한 것은 지난날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대한민국의 광복을 부인하는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면서 국제여론 및 일본국민에 대한 설득작업을 병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 국민 전체를 불신하고 적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냉정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멀리 내다 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아가야 한다.”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이어 정치권과 학계 일부의 독도 해병대 주둔과 한·일어업협정 파기 주장 등 대일 강경론을 의식한듯 “그동안 너무 많은 말과 행동이 쏟아져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불만이 없지 않다.”며 자제를 주문했다. 여야는 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일본의 행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열린우리당 오영식 대변인)이라는 등 “적절한 입장표명”이라며 환영했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언급 내용을 국회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대내용’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뉴스플러스] 여야, 독도 접안시설 확장 촉구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독도 관련 현안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의 독도대책 미비점을 집중추궁했다. 여야 의원들은 독도의 접안 시설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일어업협정’파기여부는 입장차를 보였다.
  • KBS ‘시사투나잇’ 일본해 표기 지도사용 ‘물의’

    KBS2TV 시사정보프로그램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시사투나잇’은 22일 새벽 ‘독도 영유권 문제와 한·일어업협정’에 대한 방송을 내보내면서 동해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했다.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황당하다.”는 등 시청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항의가 계속되자 제작진은 게시판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컴퓨터 그래픽 작업과정에서 한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영어판 지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실수로 일본해 표기를 삭제하지 않은 채 방송을 내보냈다.”며 사고경위를 설명했다.
  • 吳 해양장관 “한·일 어업협정 현행대로 유지”

    吳 해양장관 “한·일 어업협정 현행대로 유지”

    정부는 한·일 어업협정은 독도의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행대로 유지하되, 독도를 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시키기 위한 경계획정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은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업협정은 한·일 양국간 EEZ를 대상으로 해 EEZ에 속하지 않은 독도 및 독도의 12해리 영해는 어업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면서 “따라서 한·일 어업협정은 독도 영유권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업협정을 파기하면 우리 어선의 일본 EEZ내 조업이 전면 중단돼 근해어업의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면서 “99년 어업협정 발효 이후 6년간 상대방 EEZ수역에서의 어획량도 우리측이 일본보다 1.6배 많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어업협정이 파기되면 가상적인 EEZ 중간선에서 양국의 마찰과 해상 충돌이 우려되고 독도 영유권 문제가 다시 부각돼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부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신 양국간 외교당국이 96년 이후 EEZ 경계획정 과정에서 독도 영유권 다툼으로 중간수역으로 남은 지역에 대해 독도를 우리측 EEZ 수역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오 장관은 또 독도의 민간인 출입 허용에 따라 독도 주변에 해양경찰청의 1000t급 이상 대형함정을 투입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고, 오는 9월까지 22억원을 들여 선박접안 및 안전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학술조사 결과, 독도의 적정 방문 인원은 1회 47명, 하루 141명, 연간 5600명 수준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퇴출위기 코스닥기업 살아남기 ‘은밀한 변신’

    퇴출위기 코스닥기업 살아남기 ‘은밀한 변신’

    주가지수 조정기에 증시퇴출 위기에 내몰린 코스닥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기업간의 주식 맞교환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가 하면, 작은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부풀리는 현상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으로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린다 해도 경영위기를 완전히 벗은 게 아닌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밸브업체인 국제정공은 오는 5월 제대혈업체 라이프코드와 대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맞교환하기로 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국제정공의 최대주주는 라이프코드의 주요 주주가 되고, 라이프코드의 최대주주이자 대표는 국제정공의 최대 주주가 된다. 국제정공은 지난해 매출 1억원에 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자본 전액잠식, 경상손실, 매출액 30억원 미만 등으로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이에 따라 국제정공은 대주주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주는 대신 어떻게 해서라도 코스닥에서 살아남기로 했다. 라이프코드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사실상 증시에 진출,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국제정공의 주가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하는 등 관리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 셋톱박스업체 에이디티, 휴대폰키패드업체 텔레윈도 각각 콤텔시스템, 캔디글로벌 등과 주식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몸집을 줄이고, 부풀리고 일부 업체는 자본금을 줄여 주가상승을 노리는 감자(減資)를 선택하고 있다. 교육소프웨어업체 솔빛미디어는 주가가 지난 1월27일부터 30일 이상 액면가의 40%(200원)를 밑돌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지정 이후 90일동안,10일 연속 주가의 부진이 계속되면 상장이 폐지된다. 결국 경영진은 20대 1의 감자를 결정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주가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주가 기준 미달과 자본잠식률이 50%를 웃돌아 관리종목에 편입된 넥스텔도 감자를 선택했다. 신사업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곳도 있다. 인터넷교육업체 인투스는 지난해 매출 8억원에 12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온라인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 중국어 교육업체 차이홍듀오를 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피혁 생산업체인 대륜도 KT바이오시스의 지분 51% 이상을 인수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부실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몸집이 작은 코스닥 기업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박 아니면 쪽박 가능성 퇴출 위기 속에서 회생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주가 등락이 매우 심하다. 국제정공의 주가는 지난해말 550원에서 21일 현재 2475원으로 3개월 사이 35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아직도 자본잠식률이 50%를 웃돌고 있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오는 31일까지 50%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달말 상장 규정을 개정, 자본잠식률 50% 초과 상장기업의 증시 퇴출 유예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따라서 퇴출위기 기업의 주가상승에 현혹돼 섣부른 투자를 한다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인터넷업체 J사,H사 등은 최근 유상증자 물량이 전량 실권처리돼 자구에 실패한 경우에 속한다. 증권사의 한 코스닥 담당은 “장외업체들이 대주주가 된 코스닥기업들이 합병을 통해 실적만 확보되면 주가상승의 여력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합병후 실적, 업황 전망, 외부감사인 의견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투자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독도, 이제는 차분하고 내실있게

    독도 문제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치·외교적 차원을 넘어 경제와 민간교류로 파급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의 뜨거운 애국심을 이해하나, 감정의 무절제한 발산으로 우호협력을 해친다면 발전적이어야 할 양국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국기를 짓밟거나 불태우고, 국내 거주 일본인들에 대한 신변위협,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의 극단적 반일감정의 표출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이제 양국 정부간 입장 표명으로 냉정을 되찾아가는 시점이다. 마산시의회가 일본 시마네현에 대응해 ‘대마도의 날’을 조례로 제정한 데 대해 정부가 철회를 요청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독도 문제는 정부가 열화 같은 국민의 여망을 거듭 확인한 만큼, 대내외적으로 차분하게 국토수호정책을 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국민들도 다수의 이성적인 일본 국민과 소수의 극우파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하며, 일본 국민 전체와 등지는 우(愚)를 피함으로써 정부와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경제계의 우려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8.6%인 210억달러, 수입의 20.7%인 447억달러를 차지한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금융과 자유무역협정 등 현안도 많아 독도 문제가 경제 쪽으로 파급되면 피차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감정이 절제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일어업협정 재협상 문제도 나라간 신뢰가 걸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한·일 우정의 해’도 포기해서는 안 되며, 과거의 원한과 피해를 우정과 협력으로 바꾸는 노력에 양국 국민은 적극 동참해야 한다.
  • 정치권 ‘한·일漁協 재협상’ 논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항카드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제2차 한·일 어업협정 파기 및 재협상 주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재협상을 촉구하는 가운데 여당 지도부와 정부는 현행 유지입장을 보이고 있어 4월 임시국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엿보이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은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의 날’ 조례를 통과시킨 직후인 지난 17일 “독도가 아닌 울릉도를 기준으로 중간수역을 정한 제2차 한·일 어업협정은 국토의 영유권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협상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국회 ‘독도 수호 및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 특별위원회’(이하 독도특위)가 재협상론에 가세했다.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김태홍 의원은 다음날 “독도를 이른바 ‘중간수역’ 내에 둔 현행 한·일 어업협정은 문제가 있다.”며 국정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전혀 당론과 상관 없으며, 검토하고 있는 게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 독도특위 위원장은 19일 “당과 상의하겠다.”며 “(국정조사 추진문제도)21일 특위 1차회의가 열리는만큼 그때 협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재협상론을 당론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자.”는 분위기여서 재협상 논란은 4월 임시국회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20일 오후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해양수산부·외교통상부·국방부·경찰청 등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어업협정을 현 상태로 유지한다는 기존 방침을 확인했다. 대신 독도관련 특별법 제정 및 독도 해양과학기지 건설 등 독도를 보존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추진키로 했다. 전광삼 김미경기자 hisa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3)세계지도서 사라진 이름 ‘동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3)세계지도서 사라진 이름 ‘동해’

    세계지도의 90% 이상이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고 있다.‘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를 불러왔는데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란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지금 한국의 관심은 온통 독도로만 쏠려있을 뿐, 정작 동해에 관해서는 독도에 쏟는 관심의 1할도 주지 않는다. 이런 작금의 상황을 냉철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이전의 대다수 외국지도는 ‘동해’‘한국해’‘조선해’‘오리엔탈해’ 등으로 표기했다. 문제는 1929년에 발간된 국제수로기구(IHO: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의 ‘해양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에 일본해로 등재되면서 발생했다. 몇십 쪽에 불과한 얇은 책자가 동해의 운명을 바꿔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까. ●세계지도 90%이상 일본해 표기 국제수로기구는 국제간 수로 부문 협력체제를 모색하고, 수로 관계자료의 국제적 조정을 수행하는 기구. 바다 지명에 관한 건도 수로기구 관할이다.1921년 설립된 이래 74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한국은 1957년, 북한은 1987년에 가입했다.‘해양의 경계’는 세계 해양지명의 표준화 교본으로 지명에 관한 한 ‘바이블’과 같다. 이 책에 기초하여 세계 각국이 자체 해도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 관광지도·특수지도 등 2차 지도들을 만들어 낸다. 이 영향력은 교과서는 물론 신문·방송에까지 확대된다.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 뜻과 무관하게 여기에 ‘일본해’로 등재됐고, 그 명칭이 전 세계에 유포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 전에도 16세기 이래 일본을 찾은 서구인들에 의해 일본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한국해, 동해 등과 혼용됐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쓰는 일본해 명칭은 국제기구의 공인을 받아 이전과는 격이 다른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식민지의 또 다른 아픔이다. 일제는 물리적인 영토 탈취에 머물지 않고 지명에까지 제국주의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한반도 곳곳에서 창씨개명이 자행돼 마을, 도읍, 거리 이름이 모조리 바뀌어 오늘날까지 잔재를 남기고 있으니 일본해의 세계화도 제국주의 음험한 유산에 다름 아니다. ‘해양의 경계’는 1929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3판이 1953년, 그리고 거의 반백년 만인 2007년에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3판까지 전부 일본해로 명기되어 있다는 점. 주권을 강점한 일본이 제국의 힘으로 이를 관철시켰으며,1953년 한국전쟁의 와중에 3판을 밀어붙였다. 제국주의가 힘으로 관철시킨 명백한 과오이다. 당시 세계수로국을 지배하던 영국, 러시아,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열강의 입김이 책자 곳곳에 강하게 배어 있다. 문제는 냉엄한 국제법의 현실이다. 한국인이 한반도에서 수천년간 동해로 불러왔다고 아무리 증거물을 내밀어도 제국주의적 패권에 의해 형성되어 오늘에 이른 국제적 힘의 질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2007년 개정판 동해 부분 ‘공란’ 고구려 호태왕 비문에 동해가 분명히 적시되어 있으니, 이것만 해도 서기 414년의 일이며, 삼국사기에는 이미 BC 37년에 동해가 등장한다. 우리 옛 지도나 외국인이 그린 옛 지도에 등장하는 무수한 증거들, 그리고 풍부한 서지학적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으나 현실은 여전히 1929년의 표준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제 아비를 아비라 못 부르는’ 현실이 바로 국제 해양질서다. 우리끼리야 영구히 동해로 부를 것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일본해가 공용화되다시피 하고 있으니 ‘식민의 바다’는 아직도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통상적인 한국인들의 정서와 국제질서 사이에는 극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아직도 바다는 제1세계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동해 표기는 1965년의 한·일어업협정에서도 문제가 됐다. 한국측에서 ‘수준 낮은’ 협상단이 파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빚은 끝에 각자 명칭으로 쓰기로 합의하였다. 이때에도 동해표기는 합의를 보지 못한 어정쩡한 단계로 남아 지금의 분란을 예고했다. 한국 정부는 1992년에 동해 영문표기를 ‘East Sea’로 결정하고, 국제사회에 대해 단일명칭으로 합의할 때까지 ‘동해/일본해’의 병기를 요구하고, 그 해 유엔지명표준회의 및 97년 제15차 IHO총회에서 동해 표기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2007년판 ‘해양의 경계’ 를 준비하면서 2002년에 초판본을 회람시켰는데 한·일간에 이견이 팽팽하자 동해 부분은 아예 백지인쇄를 했다. 즉, 국제법상 동해 표기문제는 아직도 미완의 장인 셈이다. 우리의 입장은 당연히 동해 단독 표기이다. 그러나 국제기구에서는 양국간에 논란이 있는 지명에 관해서는 병기를 권장한다. 가령 영국명으로만 표기되다가 프랑스에서 논란을 제기한 영국해협(English Channel)을 ‘La Manche’로 병기하여 해결한 사례도 있다. 동해 단독표기가 정답임은 분명하지만 지명 분규에 관한 양국의 협의가 이루어지기까지 잠정적으로 ‘동해/일본해’ 병기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은 강력하고 체계적으로 ‘일본해’를 전 세계에 강요하고 있다. 병기는커녕 오로지 일본해 단독표기만을 고수한다. 독도의 예에서 보이는 염치 없고, 전례도 없는 후안무치한 밀어붙이기를 동해 명칭에서도 자행하는 중이다. 일본학 석학으로 지난해 영면한 아미노 요시히코(網野善彦) 같은 이도 ‘일본’이라는 명칭 자체가 가상의 전제로부터 출발했음을 비판하면서, 일본해 따위의 명칭이 성립할 수 없음을 역설하지 않았던가. 일본해 명칭은 마테오 리치가 1602년에 제작한 세계지도 ‘Mappamondo’에 처음 등장한다. 한국인들이 동일 해역을 동해라 부른 지 1600년 후에야 사용한 이름이다. 세계 지리학계에서는 ‘역사성과 대표성’을 지명 결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일본은 2000년 이상을 사용해 온 동해를 밀어내고 제국주의적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 일본해를 세계 만방에 선전하는 중이다.17세기에서 19세기 후반 사이에 일본에서도 조선해라는 명칭이 다수 쓰였다. 일인 학자 카스노의 ‘일본해연구’(1975)에 의하면 1815년 경부터 서양인들이 일본해를 많이 썼으며,19세기까지 일본서해, 타라해, 조선해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했다고 밝힌 바 있다. ●1602년 세계지도 일본해 첫 등장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어떤가. 국제적 외교야 외교통상부 관할이지만 동해 연구·조사자료의 축적과 실제적으로 국제수로기구를 상대하는 중추는 해수부 해양조사원이다. 이곳 곽인섭 원장은 “쉽게 해결될 싸움이 아니므로 체계 있고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분쟁 현장에서 뛰어온 오순복 과장도 “경험으로 미뤄 일본의 대응은 전 세계적이며 국제사회 로비도 엄청나다.”며 고개를 젓는다. 동해 표기 해도를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내리게 하는 이들이야말로 한·일간 새로운 영토싸움의 주역들이다. 길거리에서 고함 지르고 일장기 태운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싸움판의 예산이 얼마냐고 물으니 연간 1억원 내외란다. 고작 1억원! 세금은 제대로 쓸 데 써야하지 않을까. 독도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료축적도 돼 있고 이론적 기반도 갖춰 가지만 동해는 참으로 고난의 연속이다. 작금의 시마네현 폭거로 빚어진 독도에 대한 열정의 반의 반이라도 동해에 쏟아야 한다. 독도와 동해문제는 별개이지만 긴밀한 내적 연관성을 지니며, 일본의 해양침탈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양자는 불가분이다. 동북공정이 문제되니 고구려재단을 만들고, 독도 문제가 불거졌다고 대뜸 독도특별법이니, 독도재단 만들기 따위의 단말마적 대응이 이어지는 현실을 보노라면 도대체 동네싸움을 하려는 것인지, 원대한 국가정책적 대응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면 일본의 논리는 어떨까. 일본측은 일본해 명칭이 일본의 확장주의와 식민화의 결과라는 주장을 거부한다. 한국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한 사안을 두고 강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한반도를 강점한 가운데 시마네현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일본의 일처리 방식은 이렇듯 식민지배에 관한 뉘우침이나 반성 없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상생의 사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北 ‘조선해’ 주장… 남북공동대응 필요 이 문제가 불거지면 일본은 예의 1602년판 마테오리치 지도 등을 증거로 제시한다.‘일본해/동해’ 병기 주장도 세계 해양명칭의 혼란을 이유로 거부하는 그들 아닌가. 관계국의 합의를 얻을 때까지 과거의 합의를 답습해야 하므로 일본해 명칭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은 계속된다. 동해는 한반도의 남해, 서해, 동해의 연속선상에 있는 방향 표시이므로 국제 명칭으로 부적당하다는 주장이다. 심지어는 우리가 황해를 ‘West Sea’로, 동중국해를 ‘South Sea’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일본해만 문제 삼아 ‘East Sea’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본만을 고의로 ‘표적삼았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도 말하는 그들이다. 희망은 없는가. 우리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관되게 ‘조선해’나 ‘조선 동해’를 주장해 온 북한의 줄기찬 노력도 평가해야 한다. 남북 공동대응이야말로 둘이 아니라 셋도 되고 넷도 되어 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간의 힘이다. 전 세계 사이버 전장에서 동해되찾기, 독도영유권, 역사교과서 왜곡시정 등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사이버 독립군’ 반크(www.prkorea.com) 같은 존재가 유독 빛나 보인다. 일본해만 쓰던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동해 병기로 돌아선 것도 이들의 공로다. 사재를 털어 동해표기 옛 지도를 전 세계에서 수집해 온 이들의 희생도 기려야 한다. 일본의 국가팽창주의가 아무리 힘으로 밀어붙인다 해도 시민의 힘을 꺾을 수는 없는 일. 갈등이 심해지면서 불행하게도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국가주의의 병폐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양국의 양심적인 시민들이다. 을사늑약 100주년에 과거 반성은커녕 해묵은 갈등이 동해에서 재연되고 있으니 한·일 양국의 선량한 백성에게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이번 시마네현 폭거를 계기로 독도뿐 아니라 동해표기, 나아가서 예상되는 중국과의 갈등까지 먼 바다를 내다보는 대응책으로 해양전략의 차원을 끌어올릴 것을 국가 및 우리사회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 문희상 “중간수역 독소조항… 한일漁協 갱신해야”

    문희상 “중간수역 독소조항… 한일漁協 갱신해야”

    “2차 한·일어업협정의 재협상을 검토해볼 만하다.” 한·일의원연맹 문희상 회장은 18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지난 16일 일본 시마네현에서 ‘독도조례’를 통과시킨 것에 대한 우리측의 대응으로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1999년 1월에 발효된 2차 한·일어업협정은 협정체결 3년이후에는 파기를 선언할 수 있고, 파기선언 6개월 뒤부터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당시 한국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점을 울릉도로 설정해 독도를 중간수역으로 남겨놓는 등 양보를 한 것이 ‘화근’이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면서 “당시 불가피한 협상이었더라도 이제 독도의 영토·주권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협정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울릉도와 독도로 이어지는 넓은 대륙붕을 우리의 영해로 주장할 국제법상의 근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4·2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유력 차기 당의장 후보 중 한 명인 문 회장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역사교과서 왜곡 등 대목에서는 무심결에 목소리 톤을 높이거나,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위안부·원폭피해자 배상 日에 입법 요구 한·일수교 40년을 맞아 ‘한·일 우정의 해’를 주선해온 문 회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의 사과 후 배상’ 요구를 한 것에 대해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일·한의원연맹에 ‘위안부·사할린동포문제·원폭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을 입법화하자고 제의하고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 회장은 지난 1월에 일본을 방문, 일·한의원연맹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일본총리와 만나 사적인 자리에서 ‘과거사에 대한 배상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물었고, 모리 전 총리는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고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의 도의적 배상’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문 회장은 “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우리 국회와 법원이 먼저 당시 협상에서 제외된 일본의 강점기 동안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 국가배상을 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일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는 법률 제정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인식이 같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선(先) 법적 배상을 지렛대로 삼아 일본정부를 압박, 배상을 종용·촉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독일총리처럼 무릎 꿇고 사죄해야 그는 “일본은 한국 식민지 통치를 통해 한국이 산업화·선진화하였다고 주장하지 말라.”면서 “독일의 총리나 외교장관은 폴란드 등 나치의 피해국을 방문하면 매번 무릎을 꿇고 피해자가 ‘그만 사과하라.’고 할 때까지 사과한다. 일본도 국제법 관례에 따라서 철저히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회장은 “영토·주권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한 외교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회장 등 여야 의원 77명은 이날 ‘다케시마의 날’ 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핵심 피해간 日외상 담화

    한국 정부가 엊그제 ‘신 대일(對日)독트린’을 밝히자마자 일본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이 그에 답하는 9개항의 담화를 밤늦게 발표했다. 이례적인 빠른 응답은 일본측이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용은 실망스럽다. 한국민을 분노케 한 독도 논란을 비켜가면서 과거에 했던 수사(修辭)를 다시 나열함으로써 난국을 모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철회하든지, 아니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례안은 효력이 없다고 선언해야 이번 파문은 해결된다. 마치무라 외상 담화처럼 ‘독도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감정대립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일을 저질러 놓고 원상회복이나 사과도 없이 다시 덮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양국간 어업협정을 개정해 독도 인근 수역을 한국측 어업구역으로 인정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일본의 진정성을 평가할 수 있다. 마치무라 외상의 담화는 과거사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하면서도 양국간 재산·청구권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완료됐음을 다시 강조했다. 한국민의 대일 감정이 극에 달해있는 시점에서 식민 배상·보상을 거론하는 일을 ‘역사의 톱니바퀴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폄하하는 게 옳은 행동인가. 독일과 자주 비교되는 것이 일본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국이 요구하지 않아도 무한책임을 인정하는 독일과 추가보상에 무조건 손만 내젓는 일본은 너무 대비가 된다. 일본이 우익 역사교과서 검정을 공정하게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은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한다. 새달초 교과서 검정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는 마치무라 외상의 다짐이 왜곡교과서 시정을 넘어 독도 문제, 일제 식민 피해자 보상·배상에서 행동으로 나타날 때 일본은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 “한·일 어업협정 재검토”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8일 일제하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독도와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해결을 위한 대 일본 압박책의 일환으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오영식 원내부대표가 전했다. 이와 별도로 국회 ‘독도수호 및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 특위’는 독도를 이른바 ‘중간수역’ 내에 두도록 한 현행 한·일어업협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협정 재검토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당정은 또 ‘한·일우정의 해’를 맞아 예정된 민간행사가 취소되더라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 열린우리당 간사인 유선호 의원은 “‘한·일우정의 해’를 맞아 정부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준비한 행사를 주최측이 이번 사태를 이유로 취소하더라도 정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영식 원내부대표는 이와 관련,“정부가 참여하는 것은 기념식 외에 없고 대부분 민간행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행사의)전면적 재검토 등은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정부의 대일관계 성명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언급한 것과 관련,“한국의 현실을 잘못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18일 오전 부내 간부 티타임에서 “미래로 가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주장이었고, 과거사를 새롭게 끄집어낸 것은 일본으로, 일본은 과거사를 은폐·왜곡하고 정당화하려고 했다.”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김홍재 대변인이 전했다. 정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국내용’ 평가에 대해 “국내용으로 치부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예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대일 신 독트린’ 발표의 후속조치로 독도와 교과서 문제와 관련돼 흩어져 있는 시민사회단체를 통합해 한·일간 쟁점현안을 총괄하는 별도의 독립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독도·과거사 문제를 시민사회단체에 맡겨 왔으나 앞으로 정부가 개입해 지원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운 박준석기자 jj@seoul.co.kr
  • 행정도시 주변 7000만평 개발제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18일 공포된다. 건설교통부는 충남 연기·공주에 행정도시 건설을 골자로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18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고 17일 밝혔다. 행정도시로 이전해 갈 부처는 12부4처2청으로 재경·교육·문화관광·과기·농림·산자·정통·보건복지·환경·노동·건교·해양수산부 12개 부처, 기획예산처·국가보훈처·국정홍보처·법제처 등 4개 처, 국세청·소방방재청 2개 청이다.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을 비롯해 통일·외교·국방·법무·행정자치·여성가족부 6개 정부 부처는 서울에 남는다. 특별법은 또 행정도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총리와 민간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30명 이내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실무조직인 추진단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토록 했다. 내년 1월부터는 차관급을 청장으로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설치된다. 특별법이 공포되면 이르면 다음주 중 지구지정 절차를 거쳐 2200만평 규모의 연기·공주 일대는 각종 개발 제한을 받게 된다. 특별법은 또 행정도시 주변지역의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 주변지역 약 7000만평에 대해 예정지역 고시일(5월 중)로부터 최장 10년 동안 아파트 등 건축물 신축 등의 행위를 제한키로 했다. 다만, 농림어업용시설 등 주민필수 시설은 설치가 허용된다. 또 주변지역 지정 당시 취락지구였던 지역에서는 지목이 대지인 경우 단독주택 신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편 건교부는 이날 주변지역 행위제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행정도시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5월19일 시행 예정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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