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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광수의 섹스토리] ① 어느 여대생의 ‘에덴동산’여행

    나는 어느날 대낮의 환몽(幻夢)중에 지상낙원이라는 에덴동산엘 가보았다. 그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신 더 야(野)한 곳이었다. 나는 에덴동산은 문명화되기 이전의 곳이라서 원시적인 모습을 상상했었다.‘성경’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처음에는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덴동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인공미’와 ‘섹시미’의 극치였다. 나는 처음엔 아담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잘생긴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계란형 얼굴에 쌍꺼풀 진 눈, 제대로 오똑 솟아있는 코, 잘 빠진 인중, 그리고 조금 아래 있는 빨간 입술. 그 아래 다듬은지 얼마 안되는 것 같은 2㎜ 정도 자라난 콧수염과 턱수염에서 난 페티시(fetish)를 느낄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아담의 속눈썹이 비정상적으로 길다는 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인조 속눈썹 같아 보였다. 흡사 여장남성(transvestite)을 보는 듯했다. 하느님이 ‘야한 외모’ 중심주의자이시기 때문에 아담에게 속눈썹을 붙이라고 요구했든지, 아니면 아담 스스로가 나르시시즘에 겨워 긴 인조 속눈썹을 붙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이었다. 그 손가락은 Y대 M교수의 긴 손가락들을 연상시켰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 보이는 관절의 움직임조차 아름다웠다. 왼손 검지와 오른 손 검지에는 실 같이 가는 얇은 금사(金絲)가 둘둘 말려져 있었고, 왼쪽 새끼 손가락과 오른 손 약지, 새끼 손가락에는 큼지막한 메탈로 된 커다란 반지들이 끼워져 있었다. 물론 손톱들도 다 10㎝ 넘게 길러져 있었다. 그는 위에는 안이 훤히 비치는 메시로 된 파란색 저지를 입고 있었는데, 이게 바로 무화과 나뭇잎 그물 옷인 듯했다. 웃옷이 비치지 않는 것이었다면 나는 그의 가슴 근육과 배 근육을 볼 수 없어 무지 안타까웠을 것이다. 액세서리들로 온몸이 감싸인 그는 제대로 된 ‘힙합맨’이었다. 나는 평소에 힙합에 관심이 많아 ‘힙합 스타일’의 남자를 보면 눈을 떼지 못했는데 아담은 이 부분에 있어서도 완벽했다. 연한 베이지색 듀렛을 써서 머리를 깔끔하게 밀착시키고 그 위에는 앞이 가죽으로 된 메시캡을 옆으로 15도 정도 기울여서 썼다. 그리고 배꼽까지 내려오는 긴 메탈 목걸이를 두개나 걸고 팔에는 황금 암릿(armlet)과 팔찌를 하고 있었다. 특히 두 젖꼭지에 박혀 있는 커다란 피어싱(piercing) 고리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아담의 손가락을 유심히 쳐다보고 나서 그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살풋했다. 나는 그의 긴 손가락을 하나씩 살짝 잡아당겨 보았다. 그리고 긴 손톱 끝부분을 깨물어보기도 하였다. 재미있었다. 정말로 갖고 싶은 손이다. 나는 그와 이야기하는 동안 내내 그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나에 대해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심볼에 손을 갖다 대봐요. 그리고 내 신체 부위중 아무 곳이나 긁어보세요.” 그래서 나는 그의 심볼을 살며시 잡아 보았다. 그랬더니 그의 페니스 한 가운데 커다란 황금 링이 피어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저 심볼을 갖고서 인터코스를 하면 여자의 질(膣)에 얼마나 큰 오르가슴을 선사할까’하는 생각에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담은 자기도 역시 나의 치구(恥丘) 부근을 슬금슬금 쓰다듬어 주면서 또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은 ‘야한 사람’을 좋아하셔서 나같은 남자한테도 여자처럼 치장할 권리를 주었죠. 그래서 나는 어느새 ‘탐미적 평화주의자’가 된 것이랍니다. 손톱이 짧으면 오히려 남을 할퀴게 되지요. 그렇지만 손톱이 길면 손톱이 부러지는 게 아까워서라도 남을 할퀴지 않게 되거든요.” 아담의 얘기를 듣고나서 나는 어서 빨리 이브를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아담에게 이브를 소개해달라고 졸랐다. 아담이 내 곁에서 떠난 후 얼마 안 있어 이브를 데리고 나타났다. 이브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섹시하고 야(野)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적어도 3m는 될 것 같은 긴 머리는 하늘색으로 염색되어 중간중간에 흰색과 노란색으로 블리치가 되어 있었다. 이 긴 머리를 앞머리와 옆머리는 남긴 채 가체(假 )처럼 틀어올린 모습이 무척이나 관능적이었다. 가체 위에는 여러개의 나비장식을 하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장식품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나비인 듯했다. 위 아래로 헐렁하게 붙어있는 연보라색 원피스는 속이 훤히 비치는 시폰 소재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가슴을 깊게 파 옷깃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여미게 되어 있었다. 허리에는 굵은 요대(腰帶) 비슷한 황금벨트 장식이 있고 모든 옷 끝마다에는 은빛 레이스가 연결돼 있어 여성스러움이 돋보였다. 손톱의 길이는 15㎝가 넘었고 손톱 끝에는 아주 가느다란 황금 체인들이 꿰어져 있었다. 특히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음부(淫部) 부분을 온통 뚫어놓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질구(膣口)에서는 두 개의 사파이어 사슬이 무릎 근처까지 늘어져 내려와 있었는데, 하나는 음순걸이였고 하나는 클리토리스걸이였다. 나는 이브의 섬뜩한 염정미(艶情美)에 놀라 어째서 이토록 야한 몸매를 갖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브는, “하느님이 워낙 야한 여자를 좋아하셔서 이렇게 차린 것이랍니다. 당신도 에덴동산으로 들어오고 싶으면 하루라도 빨리 야한 여자가 되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이브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짙디짙은 화장이 무척이나 고혹적이었다. 옷색깔에 맞추어 연보라색 아이섀도우를 칠하고 아이 라인을 눈꼬리 바깥까지 길게 뻗어나가게 하여 더욱 신비감이 난다. 그리고 왼쪽 눈에는 하늘색 콘택트 렌즈를, 오른쪽 눈에는 노랑색 콘택트 렌즈를 끼고 있었다. 특히 숱이 많고 길이가 긴 황금색 인조 속눈썹이 인상적이었다. 립스틱 대신 파란색 글로스 틴트를 바른 입술은 두터운 입술 고리와 함께 더욱 음음(淫淫)한 빛을 자아내고 있었다. 내가 멍청한 모습을 하고 있자 이브는 매트릭스와 쿠션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 만큼 크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 사이에서 뭔가를 꺼냈다(이브의 옷에는 주머니란 게 없다. 그녀의 두 가슴 사이가 주머니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스프레이식 파운데이션이었다. 그녀는 햇볕 때문에 화장이 번진다면서 스프레이를 자신의 얼굴에다 대고 뿌렸다. 스프레이에서 나오는 미세입자 하나하나가 그녀의 얼굴 표면에 닿을 때마다 그녀는 ‘꺄약’하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스프레이를 잡고 있는 오른 손에서 파아랗고 창백한 핏줄이 보였다. 이브의 가느다란 팔목에 있는 형광색 팔찌 세 개 아래로 힐끗힐끗 엿보이는 힘줄 두 개가 나를 이상하게도 흥분시켰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전혀 새로운 페티시였다. 또 이브는 남자같이 허스키한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묘한 양성성(兩性性)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녀와 함께 한번 멋진 페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때 아담이 문득 끼어들었다. “우리는 생식을 위한 성관계를 갖지 않습니다. 모든 게 다 비생식적인 성희(性戱)뿐이지요. 남자든 여자든 ‘정력’보다 ‘정열’이 더 중요해요. 부디 이 말을 명심하세요.”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내 앞에서 한뻔 멋진 성희 장면을 보여달라고 청했다. 그랬더니 아담은, “그건 뭐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의 성희를 봐줄때 더 노출증적인 쾌감을 느끼니까요.”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두 사람의 페팅이 내 앞에서 시연되었다. 두 사람은 먼저 옷을 훨훨 벗어던지고 식스티 나인(sixty-nine) 형태로 포개졌다. 그러고는 서로가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펠라티오와 쿤닐링구스를 하는 것이었다. 이브는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이따금 아담의 페니스를 자극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아담은 자신의 수염을 이용하여 이브의 치구와 불두덩이 따끔거리도록 슬슬 비벼댔다. 두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구강성희를 즐기는 것을 보면서 나는 군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어느새 나의 음부 언저리는 애액(愛液)으로 흥건히 적셔졌다. “나도 빨리 애인을 구해 저런 페팅을 해봐야지. 그리고 먼저 손톱부터 길게 길러야겠다.”라고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약 력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 [토요영화]

    [토요영화]

    ●트리플 엑스(KBS2 오후 11시15분) 007식 첩보 액션영화의 틀을 빌려 왔으면서도, 첩보영화의 영웅적 주인공상을 뒤집어 새로운 ‘안티 영웅’을 탄생시켰다.‘분노의 질주’로 흥행에 성공한 롭 코언 감독과 근육질 배우 빈 디젤이 손을 잡았다. 록음악을 깔고, 훔친 스포츠카에 번지점프를 즐기는 주인공 젠더 케이지(빈 디젤)는 스킨헤드에 화려한 문신, 피어싱으로 무장한 신세대. 상원의원의 차를 훔쳐 꼼짝없이 감방 신세를 지게 된 젠더에게 첩보국의 간부 기븐스(새뮤얼 잭슨)는 스파이로 뛰면 감옥행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젠더는 결국 동구의 비밀 조직인 ‘아나키99’에 침투하기 위해 프라하로 날아간다. 뒷골목 사정을 잘 알고 넉살이 좋았던 젠더는 금방 조직의 두목 요르기와 친해지고, 요르기의 연인 옐레나와도 가까워진다. 그 요르기가 비밀리에 초대형 생화학무기를 만들고 있다. 건물 지하실에서 무기 제조에 참가한 연구원들을 모두 살해한 요르기는 새 무기를 작동시키려 하고, 젠더는 이를 막기 위해 뛰어든다. 속도감 만점의 ‘롤러코스터 액션’을 첫 장면에서부터 질펀하게 풀어놓는 영화는, 스릴과 재미를 최고로 치는 액션 마니아를 만족시킬 만하다. 다리 위 스포츠카 번지점프 장면, 눈사태를 짊어지고 스키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마지막 장면 등은 영화의 압권이다. 미국에서는 속편도 개봉 준비 중이다.2002년작.124분. ●스타워즈6-제다이의 귀환(MBC 오후 11시40분) 제국군에 잡혀 냉동된 솔로는 현상금 사냥꾼의 두목인 자바에게 넘겨진다. 레아 공주는 현상금을 받으러 온 외계인으로 변장을 하고 자바를 찾아가지만, 자바에게 들켜 노예로 끌려 다닌다. 결국 루크가 정면으로 도전해 솔로와 레아 공주, 로봇들을 구출해 낸다. 한편 반란군은 죽음의 별보다도 훨씬 강력한 우주기지가 재건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반란군은 우주기지의 약점을 찾아 새로운 작전을 세우고, 루크는 자신의 아버지인 다스 베이더를 찾아가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최첨단 촬영기술을 동원해 1·2편의 두 배가 넘는 900여 장면이 특수효과를 이용해 촬영됐고, 등장하는 우주생물의 캐릭터만 100종을 넘었다. 개봉한 83년에만 1억6000여만 달러를 벌었고, 지금까지 2억6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 역대 흥행 4위에 랭크돼 있는 작품이다. 리처드 마컨드 연출.133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음악 통해 문신 합법화 외칠래요”

    “음악 통해 문신 합법화 외칠래요”

    “3년째 바늘을 잡지도 못하고 있어요. 말이 집행유예죠. 예술의 자유도 없는 한국 사회가 감옥이 아니겠어요.” 서울 대림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던 문신 작가(타투이스트·Tattoist) 김건원씨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김건원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타투이스트. 중학교 때 좋아하던 록 음악 뮤지션이 새긴 문신을 보고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다. 성신여대 서양미술학과에 재학 중이던 98년에는 ‘예술로서의 문신’을 위해 ‘전업’을 선언했다. 김씨는 이후 ‘조폭 마누라’,‘달마야 놀자’ 등 각종 영화에서 문신 분장을 맡았다. 프랑스와 일본 등에서 열린 타투 컨벤션에 초대되는 등 외국까지 이름을 알렸다. 시련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6월. 무면허 의료시술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한 청년이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문신을 받았다가 적발된 게 화근이 됐다. 결국 그해 8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수원지법과 대법원에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문신만 알던 김씨는 이후 문신 합법화 ‘운동가’로 변모했다. 김씨가 느끼는 가장 큰 벽은 ‘문신은 조폭만 하는 것’이라는 일반의 오해다. 오랜 유교 문화도 걸림돌이고, 정체성의 혼돈에 따른 일탈이 문신으로 반영된다는 편견도 문제다. “연예인과 학생은 물론 교수, 스포츠선수, 은행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제게 문신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의 모습을 결정하고, 몸을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강한 매력을 느끼죠. 자기 피부에 영혼을 새기는(Soul on Your Skin) 게 문신인 만큼, 판단력과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김씨의 앞으로의 계획은 음악 등을 통해 문신의 합법화를 역설하는 것이다. 법적인 해결이 안될 경우 예술을 통해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오는 5월에는 자작곡을 들고 가수 이상은씨, 전인권씨 등과 함께 타투 뮤직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 김씨는 “랩 뮤직을 통해 ‘타투는 타투이스트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할 것”이라면서 “언젠가는 문신도 찢어진 청바지나 피어싱처럼 하나의 문화적 양식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장윤현 감독 ‘썸’-당신이 죽는 걸 본 것 같아

    장윤현 감독 ‘썸’-당신이 죽는 걸 본 것 같아

    ‘접속’ ‘텔미썸딩’의 장윤현 감독이 5년만에 메가폰을 잡았다.22일 개봉하는 ‘썸’(제작 씨앤필름)은 죽음이 예고된 젊은 형사의 ‘운명 뒤집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물이다.쟁쟁한 이력의 배우들을 제치고 스크린 신인인 고수와 송지효를 남녀 톱으로 앉힌, 의외의 캐스팅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기도 하다. ●독특한 소재, 반짝이는 스타일 감독은 데자뷔(旣視感)라는 낯선 소재를 잡아 느낌부터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다. 데자뷔란 처음 보거나 처음 와본 곳인데도 마치 전에 경험한 느낌을 갖게 되는 현상. 극을 끌어가는 주체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데자뷔 현상’이라고 느껴질 만큼 소재의 힘이 큰 영화다. 100억원대의 마약이 경찰호송 도중 탈취되자 경찰은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오반장(강신일)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후배 형사 강성주(고수)는 그가 진범이 아님을 직감하고 지하조직 ‘피어싱’을 의심한다. 조직 핵심 멤버들의 정체를 쫓는 과정에서 강성주는 교통방송 리포터 유진(송지효)을 만나고, 유진은 그를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국산 액션으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을 자랑하는 영화다. 도입부에서 펼쳐지는 강성주와 피어싱 일당의 자동차 추격 시퀀스는 할리우드 못잖은 액션규모. 의문의 연쇄살인 같은 흔한 미스터리극의 소재를 탈피한 영화는, 유진의 데자뷔를 기둥삼아 드라마를 직조해간다. 디카 동호회원인 민재일(이동규)에게서 유진이 영문도 모르고 전해받은 파일이 사건의 핵심단서. 뜻밖에 사건에 연루돼 강성주와 자주 만나면서 유진은 데자뷔를 통해 그에게 죽음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을 푸는 열쇠는 유진의 알 수 없는 기억. 수사망을 좁혀가는 강성주, 미심쩍은 인물로 부각되는 이형사(강성진) 등이 현실에서 이리저리 사건을 엮는 틈틈이 영화는 유진의 데자뷔 장면을 끼워넣어 힌트를 던져주는 식이다.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묘하게 뒤섞인 영화에는 무정형의 매력이 또 있다. 여느 수사극의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을 싹뚝 잘라 그 자체를 ‘본론’삼고 있는 내러티브 구도는 충분히 개성 있고 지능적이다. ●뭔가 부족한 ‘2%’ 그러나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게 마련이다. 개성있는 시도들은 참신하지만, 논리적인 개운함을 얻기엔 역부족이다. 감독이 작품을 너무 오랫동안 고민한 탓에 관객들도 이야기의 전말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했을까. 설명 부족인 대목들이 많다. 사건의 열쇠를 쥔 유진의 데자뷔가 왜, 어디서 연유했는지 등 최소한의 논리가 뒷받침돼야 할 부분들이 아무 암시도 없이 어물쩍 넘어가 버렸다. 감독은 “철저히 오락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명치 못한 이야기 얼개 때문에 명쾌한 오락물로 기억되긴 힘들 듯하다. 극적으로 죽음을 모면한 강성주가 유진을 만나는 해피엔딩 시퀀스는 너무나 많이 봐온 할리우드 스타일. 담담하게 개성을 보여 주던 드라마 톤이 ‘뚝’ 급강하해 뜨악해질 관객도 있을 법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국 피겨 110년史

    한국 피겨 110년史

    한국에 피겨스케이팅이 처음 소개된 것은 구한말인 1890년대 중반.영국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회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저서 ‘조선과 이웃나라들’에서 1894년 겨울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초청으로 경복궁 향원정에서 첫 시연을 했다고 적고 있다.또 ‘남녀가 사당패와 색주가들처럼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모양에 대해 명성황후가 못마땅해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스피드스케이팅이 아니라 피겨스케이팅이 먼저 소개된 것이 분명하다. 일반에 전파된 것은 1920년대 후반.24년 일본 유학을 마친 이일의 주도로 ‘피규어 스케잇 구락부’가 탄생했다.회원은 8명.해방 이전까지 여자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남자선수들끼리 페어나 아이스댄싱을 하기도 했다. 48년 이일이 대한빙상경기연맹 초대회장이 되고,만주에서 피겨를 배운 김정자 홍용명 서신애 문영희 등 여자선수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모양새가 갖춰졌다.55년 동계체전에 참가하고 전국피겨선수권대회도 열었다.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 것은 68년.프랑스 그레노블동계올림픽에 이광영(남) 김혜경 이현주(이상 여) 등 3명이 참가했다.70년대에는 윤치호 전 독립신문 사장의 손녀인 윤효진(미국 거주)과 주영순이 주니어선수권에 도전했다.사상 첫 입상은 91년 삿포로 동계유니버시아드 시니어싱글에서 정성일이 따낸 은메달.고종황제가 ‘얼음 위를 나는 기술’을 보고 감탄한 지 꼭 97년만이었다.
  • [책꽂이]

    ●초콜릿 전쟁(로버트 코마이어 지음,안인희 옮김,비룡소 펴냄) 학교폭력과 교사 비리를 고발하고 10대 청소년들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묘사해 1974년 출간 이후 큰 화제를 모아온 청소년 소설.‘호밀밭의 파수꾼’‘아웃사이더’와 함께 영미권에서 3대 청소년 소설로 꼽히기도.9000원. ●내가 증오한 사랑(이유하천 지음,창작정신 펴냄) 도발적 문화비평집 ‘나는 제사가 싫다’의 저자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 장편소설.전근대적 가족문화의 그늘에서 왜곡되어가는 남녀간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1만2000원. ●뱀에게 피어싱(가네하라 히토미 지음,정유리 옮김,문학동네 펴냄) 2004년 아쿠타가와상 공동수상작.피어싱과 문신이라는 자극적 소재,적나라하고 대범한 문학적 표현 등으로 일본 문단에 충격을 던진 스무살 신예 여류작가의 화제작.8000원. ●한여름밤의 고전 산책(박서림 지음,샘터 펴냄) 고사성어,구전설화 등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고전(古典)산책’.고암 정병례의 전각이 갈피갈피에서 운치를 더한다.8000원. ●달콤한 열대(유재현 지음,김주형 그림,월간 말 펴냄) 두리안 망고스틴 파인애플 파파야 잭프루트 구아바 등 열대과일에 얽힌 ‘달콤쌉싸래한’ 생활사.색다르게 과일을 즐길 수 있는 몇몇 방법도 아울러 소개하는,눈과 입이 함께 즐거운 열대과일 기행기.1만 1000원.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팀 오브라이언 지음,김준태 옮김,한얼미디어 펴냄) 베트남 전쟁을 체험한 미국인 작가의 베트남전 소재의 연작소설.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총 22편의 중·단편들이 전장의 헬리콥터 소리를 듣고 있는 듯 사실적 묘사를 자랑한다.9000원. ●흑자갈의 노래(이춘우 지음,한빛 펴냄) 국군기무사령부에 근무중인 현역군인이 고향과 자연을 노래한 한·영 시집.‘도시의 두더지’‘디딜방아’ 등 향수짙은 서정시 49편 수록.9000원.
  • So Sexy 유혹하는 피부 ‘패션문신’

    So Sexy 유혹하는 피부 ‘패션문신’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J씨의 장롱속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의 ‘망사티’가 고이 모셔져 있다.입으면 화려한 문신 느낌을 나는 이 옷을 본 순간 강한 유혹을 느꼈다나.비싼 값을 주고 옷을 사긴 샀는데,입을 수는 없다.문신의 부정적인 이미지 탓이다. 요즘은 다르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몸 화장,보디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특히 패션 문신에 대한 관심은 어린아이들이 예쁜 스티커에 보이는 그것마냥 일반화되고 있다. ●‘차카게’살자?No!멋지게 살자 문신의 사전적 의미는 ‘살갗을 바늘로 찔러 물감으로 글씨·그림·무늬 따위를 새기는 일’이다.문신의 역사가 무려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의리·사랑·용기 등 의미부여를 위해 문신을 새긴다고 해도,세계 각국의 역사 속에서 문신이 발견됐다고 해도 여전히 문신하면 용 무늬를 등판에 새겨넣은 과격한 사람들이 연상된다.또 피부 깊숙이히 물감을 넣어 레이저 시술을 하지 않는 한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버린 것이 패션 문신.피부에 그려넣어 ‘피를 보는’ 일도 없고,장식적인 요소는 일반 액세서리와 비해도 손색이 없다. ●다양한 종류의 패션 문신 패션 문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처음에는 스티커 정도였지만 요즘은 인도의 천연 염료인 헤나로 그려넣거나 크리스털 장식을 몸에 붙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헤나의 경우 서울 홍익대,압구정동,명동 등의 전문숍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가격은 1만∼8만원선,지속기간은 한달정도.메이크업 브랜드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패키지 형태로 팔기도 해 혼자서도 충분히 자신의 개성 표현이 가능하다.최근 헤나의 인기에 따라 인공염료를 섞는 경우도 간혹 있으니 믿을 수 있는 매장에서 구입해야한다.8000∼3만원선.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문신장식은 접착제를 이용해 떼고 붙이기 편리하다.올해 선보인 배꼽장식은 피부를 뚫는 피어싱을 하지 않고도 피어싱 효과를 낼 수 있어 인기다.헤나는 한달정도,스티커나 크리스털 문신은 일주일정도 지속된다. ●너는 어깨? 나는 엉덩이 일반적으로 어깨,팔뚝에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몸 곳곳에 패션 문신를 할 수 있다.바지 허리선이 골반에 걸치는 ‘로 라이즈 진’의 유행에 따라 엉치(엉덩이 바로 위)나 배꼽 아래 그려넣는 것이 인기.옷 속으로 살짝 보이도록 가슴 언저리에 하는 경우도 있다. 스킨아트협회 송정용사장은 “보디를 장식할 때는 장식할 위치에 따라 문양을 달리해야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는 착시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팔뚝이나 허벅지에는 띠를 두른 듯한 문양을,가슴 위나 골반에는 장미·꽃·나비 문양을 하는 것이 좋다.문양은 너무 작으면 오히려 뚱뚱해보인다. 훵하게 드러난 어깨,목덜미,팔 등에 반짝이는 펄감이 있는 로션으로 피부에 바탕색을 입혀주고 패션 문신 장식을 하면 화려함을 더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나비 문양 그리기 (1) 그릴 부분을 정한 뒤 나비의 중심을 그린다. (2) 날개를 그린다.나비는 양쪽 날개가 똑같아야 하므로 한쪽을 그린 뒤 다른 한 쪽을 대칭이 되도록 그린다. (3) 얇게 된 부분을 보정한다. (4) 더듬이를 붙인다. (5) 완성.하루정도 지나 굳은 염료가 떨어지면 자연스러운 그림이 남는다.
  • 엽기 or 허무 ‘기성 사고틀 깨기’ 인터넷문화 자리매김

    ‘허무’하거나 혹은 ‘엽기적’이거나? 요즘 한창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유행어들이다.‘허무송’‘엽기송’‘엽기한자’ 등의 단어가 연일 인터넷 인기검색어로 떠오르고 있다. 기실 이들 코드가 문화 트렌드를 이룬 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최불암·덩달이 시리즈류의 허무개그나,공포·화장실 유머 소재로 무장한 엽기담론은 2∼3년전 이미 인터넷을 근거지로 뜨겁게 주목받은 적이 있다. ●인터넷 원조 엽기송은 ‘올챙이송’ 기성 사고틀을 뒤틀고 전복시키려는 취향이야 인터넷의 근본속성이다.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인기가요나 동요,문자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거부감없이 수용할 친숙한 소재를 유행통신의 요리상에 올리고 있다. 인터넷 ‘엽기송’시리즈의 간판격인 일명 ‘올챙이송’(원제 올챙이와 개구리).‘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앞다리가 쏘∼옥’이란 순진한 노랫말에 맞춰 팔다리를 앙증맞게 움직이는 이 동요는 두어달새 국민가요급으로 반짝 떴다.원래 이는 지난 93년 윤현진씨가 작사·작곡한 동요.지난해 한솔교육이 3D캐릭터의 입체율동과 함께 이 노래를 인터넷 사이트(재미나라)에 올렸고,올 초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가 이를 소개하면서 새삼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한솔교육은 지난 5월 초 발빠르게 유아용 비디오(올챙이와 개구리)를 내놨다.한솔교육 전종도 과장은 “5월 한달동안 2만장이 넘게 팔렸다.”면서 “요즘 같은 불황에 어린이 비디오로는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이라고 말했다. ●유치한 가사에 단순한 멜로디 유행 CF가 이를 놓칠 리 없다.라네즈화장품은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이,엽기적으로 보일 만큼 짙은 화장을 하고 올챙이춤을 추게 했다.신세대 아이콘의 참여로 엽기송은 ‘붐업’의 결정적 계기를 맞은 셈이다. 인터넷 유아사이트에서 유행한 ‘라면송’‘소주송’‘성형송’‘싸가지송’‘코딱지송’ 등 인터넷 엽기송들의 특징은 생활소재를 대상으로 가사가 유치할 만큼 단순하고 솔직하다는 점.“끓는 물에 면발을 넣고 스프도 넣고…라면의 매력이 무엇이냐…뼛속까지 스며드는 국물에 빠져…밥이나 말아드시든지…”(라면송)식이다. ‘브레인 서바이버’의 작가 김성원씨는 “오랜 불황을 거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픈 대중이,동요라는 쉽고 재미있는 욕구발산 창구를 발견한 것”이라고 엽기송 유행의 배경을 짚었다. ●‘허무송’으로 현대세태에 일침 인터넷 세대의 가치전복적 특징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이 허무송.한달여전 유머사이트 ‘웃긴대학’(web.humoruniv.com)에서 시작된 허무송은 엉뚱한 결론으로 허탈하게 만들지만,패러디의 날을 바짝 세우기도 한다.동요 ‘뽀뽀뽀’.멀쩡한 노래가 “아빠가출(근하면 뽀뽀뽀) 엄마가 안와(주면 뽀뽀뽀) 만나면 (담배)반갑”이라는 가사로 둔갑해 가족해체에 일침을 날린다.MC몽의 ‘180도’,인순이의 ‘친구여’,이정현의 ‘미쳐’ 등 인기가요들까지 잡식성으로 ‘요리’한다.이처럼 패러디의 촉각을 전방위로 뻗치고 있다는 것이 허무코드의 위력.허무 CF,허무 플래시애니메이션,허무 만화,허무 퀴즈 등으로 몸집을 불린 ‘허무시리즈’는 좀체 힘을 잃지 않을 분위기다. ●한자는 몰라도 ‘엽기한자’는 능통 ‘한맹(漢盲)세대’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엽기한자’시리즈도 모르면 간첩소리를 듣기 십상이다.멀쩡한 한자의 획을 이리저리 변형시킨,옥편에 없는 신종한자들이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엽기한자의 인기배경은,자연스럽게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과 세태풍자와 패러디로 짜릿한 쾌감까지 덤으로 안긴다는 점.‘섬 도(島)’자 위에 태극기를 달면 ‘독도 독’,‘혀 설(舌)’자 밑에 작은 동그라마를 그려넣으면 ‘피어싱 싱’,‘사람 인(人)’자를 여러개 포개놓은 뒤 하나만 따로 떼면 ‘왕따 따’가 되는 식이다. ●엽기… 허무… 다음은 무엇? 냉소와 자기비판을 함의한 ‘엽기’와 ‘허무’.인터넷이 대중을 포섭하는 장치로 힘을 잃지 않는 한 이들은 변함없이 세력을 키워나갈 ‘잠복된’ 문화코드일지 모른다.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인터넷이 ‘마이너 문화’로 치부되던 몇년전과 달리,엽기와 허무코드에 기대 기성권위를 파괴하려는 인터넷 담론은 문화혼재 상태로 갈수록 다양하게 변형해갈 것”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엽기와 허무가 자기복제의 자양분으로 노리고 있는 다음 대상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Doctor & Disease] 세브란스병원 간암클리닉 한광협 박사

    “간암이란 간이 혹사를 못 견뎌 반란을 일으킨 겁니다.감기만 걸려도 병원이다,약국이다 야단인 사람들이 정작 생명 유지에 너무나 중요한 간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살잖아요.” 세브란스병원 간암클리닉 한광협(49) 박사.내과 전문의로 이 병원 간암전문클리닉의 ‘젊은 조율사’ 격인 그는 간암에 관한 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통한다.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암 가운데 발병률과 사망률에서 여전히 2∼3위권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병이다.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막힘없이 시원시원했다. ●사망원인 2위 간암… 재발률 높아 우리의 간암 발병 추이와 실태는 어떤가. -발생률에서는 위암에 이어 폐암과 비슷하고,사망 원인에서는 2위에 오를 정도로 맹위다.우리 병원의 경우 입원 빈도가 가장 높은 게 간암이다.다른 암에 비해 재발률이 높고 치료 횟수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다행히 90년대 들어 국가적으로 신생아 간염백신주사 사업을 편 덕분에 초등학생들의 간염 감염률이 2%대로 낮다.아마 20,30년쯤 가면 간암 발병률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간암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간은 ‘침묵의 장기’다.자각증세가 없어 병증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선지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은 사람 대부분이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다.이런 점이 사망률에 직접 관련돼 있다. ●술만 끊어도 위험 많이 줄어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간암도 조기 발견이 무척 중요하다.한 박사는 “최근들어 정부가 개입해 국민들이 정기검진을 받게 한 게 그나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피검사나 초음파검사가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정확도를 보이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우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간암 예측모형을 개발,국제특허 출원을 했다.그게 보급되면 간암 발병률을 낮추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높은 간암 발병률이 음주문화와 무관하지 않을텐데,발병 원인을 짚어 달라. -간을 혹사시키는 음주는 확실히 문제다.B·C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간염이 간경변으로 진행됐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런 사람 중에서도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간암 발병 확률이 무려 300배나 높다.원인별로 보면 간암의 60% 이상은 B형 간염,15∼20%는 C형 간염이 원인이다.결국 간염을 잘 치료하고,술만 끊어도 간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간염은 치료가 가능한가. -물론이다.40∼50대에 많은 B형은 이미 백신과 치료제가 일반화돼 있고,노인층에 많은 C형은 아직 백신은 없지만 최근 수입된 ‘페가시스’ 같은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50%까지 치료가 가능하다.문제는 C형인데,감염 경로가 문신,피어싱이나 마약주사,문란한 성생활인 경우가 많아 절제된 생활로 이를 피해가는 게 상책이다. ●치료 가능한데도 지나치게 비관 그는 의대에 갓들어와 ‘한니발’이란 별명을 얻었다.가운을 입은 모습이 이발사 같아 동료들이 붙여준 건데,이 별명에 빗대 그가 설파하는 한니발론은 우리 의술의 경쟁력 제고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로마를 공포에 떨게 만든 비결은 철저하게 의표를 찌른 데 있다.로마인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알프스를 넘는 등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의학기술도 그렇다.사실,서구 의학자들에게 간암은 핵심 관심사가 아니다.발병률이 낮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우리의 간암 연구는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고,또 그럴 만큼 두드러진 성과를 축적해 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단계에서 간암을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봐도 되나. -그렇다.문제는 치료가 가능한데도 지나치게 비관하거나,심각한 상태인데도 낙관해 버리는 환자들의 심리다.전자의 경우 치료를 포기하기 쉽고,후자는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다.임상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간암이 곧 죽음’인 시대는 아니다. ●항암제 국내 임상 제도화해야 치료법을 설명해 달라. -질환의 진행 상태와 환자의 신체 조건,암세포의 특성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적용한다.예를 들어 젊은 사람은 가장 확실하게 병소를 제거할 수 있는 수술적 요법을 적용하지만,고령자라면 주로 알코올이나 홀뮴-166 키토산 복합체를 간동맥에 주입하는 홀뮴 및 고주파 치료법 등 비수술적 요법을 적용한다.또 암세포가 산재한 경우에는 간동맥색전술을 이용하며,암세포를 급속냉동시켜 괴사시키는 방법도 있다. 지금의 간암사태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예전과 달리 최근 개발된 항암제는 효과가 좋으나,관련 기관에서는 외국에서의 임상 근거가 없다며 우리에게 임상시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외국에 임상근거가 없는 것은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인데,이를 환자가 많은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간질환은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질환’이기도 하다.우수하다고 믿어지는 항암제에 대한 국내 임상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홀뮴치료는 전문의 숙련도가 관건 인터뷰 중 그는 누차 ‘팀’을 강조하며,“우리가 기뻐할 성과가 있다면 그것은 팀(간암전문클리닉)의 성과”라고 말했다.“홀뮴치료의 경우 전문의의 숙련도가 성패의 관건”이라며 “중재방사선과와 방사선 종양학과,외과 소속 팀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한광협 박사는 △연대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 △미국 베이러의대 연구원 △연대의대 교수 △대한간학회 총무 △대한 간암연구회 감사 △암조기진단사업단 자문위원 △국내외 학회지에 90여편의 연구논문 발표 △대한간학회의 그락소웰컴 학술논문상 등 수상˝
  • 책꽂이

    ●가을공연(한용환 지음,민미디어 펴냄)동국대교수로 재직중인 작가의 소설집.광주 민주화항쟁 소식 앞에서 무기력한 지식인의 우울함을 그린 ‘햇빛과 비애’ 등 14편의 단편을 모았다.주로 30대에 쓴 작품을 고른 작가는 “저절로 우러나듯이 씌어진 작품들”이라고 자평.8000원 ●푸른 별의 세상(윤종영 지음,현대시 펴냄)91년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작품집.‘자아에 대한 관심’이란 부제처럼 거대담론이 사라진 뒤 채 정리하지 못한 정체성을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적 자아를 통해 드러낸다.그 모습은 “추울수록 더 맑게 빛나는 별”을 닮았다.6000원 ●불꽃나무 한 그루(안차애 지음,문학아카데미 펴냄)“세상과 깊이 내통하고 싶다.”는 시인은 늘 뭘 찾고 있다.삼림욕장 잣나무를 애인으로,멧돼지 어금니 모양의 피어싱에선 야생동물의 더운 피를 상상한다.길들여진 현대 문명을 탈출하려는 꿈이 아닐까.지난해 등단한 뒤 낸 첫 시집.6000원 ●낙하하는 저녁(에쿠니 가오리 지음,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펴냄)영화로 만들어져 화제인 ‘냉정과 열정사이’를 쓴 작가의 신작.한 여성이 15개월 동안 실연을 당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다뤘다.역자는 “거대한 사랑의 실험장”이라고 말한다.9000원 ●스피크(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최필원 옮김,문학세계사 펴냄)1999년 미국 도서관협회 최우수 청소년도서상 수상작.성폭행당한 여고생이 실어증 등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1년 동안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성장소설.8000원 ●하얀 길 위의 릴케(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김상영 옮김,모티브 펴냄)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연인이자 시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지은이가 쓴 회고록.한 천재시인이 인간적 고통을 이겨내고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한다.8900원
  • 간염이 별로 무섭지 않다고? 간이 부었군요

    혹사를 묵묵히 견뎌내지만 일단 훼손되면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침묵의 장기’ 간이 문제다.우리나라 40대 남성의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는 간질환의 중심에는 간염이 있다.간암 역시 간염이 직접 원인인 경우가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 B형 간염 감염자 300만명을 비롯,C형 50만명 등이 있으며 갈수록 감염자가 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20일 간의 날을 맞아 ‘국민병’으로 자리 잡아 국가적 위협이기도 한 간질환을 간염 중심으로 살펴 본다. ●왜 간염인가 간염은 일반적으로 급성 간염으로 시작해 만성 간염-간경화-간암으로 전이가 잘 된다.간암의 경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70%,C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최고 20%에 이르고 있다.간염은 이밖에 부종,신부전,식도정맥류와 울혈성 위장 질환,비장 비대 등 무서운 합병증도 동반한다. ●A형 최근 우리나라 일부 지역의 1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이 유형의 간염이 발생하기도 했으나,대부분 두달 정도 지나면 완치되며,만성 간염이나 간경화증으로 넘어가지 않는다.환자의 배설물에 오염된 식수와 음식물을 통해 전염되며,발병 2주일 전과 발병 후 1주일 사이가 전염력이 강한 시기다. ●B형 간암을 포함한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60∼75%가 이 바이러스와 연관돼 있어 ‘국민병’으로 불리는 B형 간염은 혈액,정액과 질 분비물,모유와 눈물,침 등 각종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그러나 악수나 가벼운 입맞춤,보균자가 요리한 음식이나 대화,재채기,기침 등 일상적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급성은 감염자의 10% 정도가 만성으로 넘어가지만,아기 때 감염되면 90% 정도가 만성이 되므로 산모는 반드시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은 감염후 10∼20년에 걸쳐 만성간염-간경변-간암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예방 뿐 아니라 각 진행 단계별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통상 성인의 경우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자의 20∼30%가 보균자로 이행되며 나머지는 항원이 소실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인구의 7∼8%선이며,이 바이러스를 만성적으로 가진 사람의 간암발병 가능성은 정상인에 비해 최고 200배나 높다.또 만성 간염환자의 5년 생존율은 97% 정도지만 일단 간경변으로 발전하면 68%선으로 크게 낮아진다. ●C형 지난 89년 처음 발견된 C형 간염은 급성의 경우 80% 정도가 만성으로 넘어가며 자연회복이 드물고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초기에는 주로 수혈을 통해 감염됐으나 요즘에는 수혈용 피를 미리 검사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우리나라에는 B형 다음으로 보균자가 많아 50만명 정도가 환자로 추정되며 간암으로 발전할 소지도 상대적으로 높다. 백신 개발로 감소 추세인 B형과 달리 C형은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실제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는 C형이 B형보다 많다.게다가 급성은 경미한 피로감 외에 증상이 거의 없어 자각이 어렵다. ●예방 및 치료 자연치유율이 높은 A형이나 백신이 개발된 B형은 별 문제가 없지만 C형은 백신이 없어 간단치 않다.현재로서는 전염을 피하는 것이 C형 간염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혈액을 통한감염 위험이 높아 문신,피어싱 등 불필요하게 몸에 상처를 내거나 오염된 주사침,무분별한 성 접촉을 경계해야 한다.면도기,손톱깎기,칫솔,이·미용기구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C형 간염의 경우 항바이러스 제제를 이용해 치료한다.얼마전까지 인터페론이 유일한 치료제였으나 최근에는 인터페론과 리바비린,페가시스를 병합한 치료가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 도움말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고대구로병원 간질환센터 연종은·가톨릭의대 내과 윤승규·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민호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 간질환 자가 체크리스트 1.부모 중 간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 2.형제자매 중 B형 간염 환자가 있다.(★) 3.대대로 술이 센 집안이다. 4.과거 수혈받은 적이 있다. 5.충분히 쉬었는데도 전신이 계속 피로하다.(★) 6.배에 자주 가스가 차고 소화가 안 된다.(★) 7.입에서 계속 악취가 난다. 8.담배맛 또는 입맛이 떨어진다. 9.피부가 거칠어지고 여드름이 난다. 10.생리가 불규칙하고 양이 준다. 11.오른쪽 어깨가 불편해 오른쪽으로 누워 잔다. 12.감기에 잘 걸리고 배탈이 잦다. 13.갑자기 눈이 흐려져 신문보기가 어렵다.(★) 14.잇몸에서 자주 피가 난다.(★) 14개 항목 중 5개 이상 해당되거나 ★표 3개 이상 해당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상의할 것.
  • 록 마니아 ‘시선집중’/새달 세계적 밴드 마릴린 맨슨·린킨 파크 내한

    ‘온다’‘못 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해외 록그룹 두 팀의 내한공연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세계에서 안티 팬이 가장 많다는 ‘악마밴드’ 마릴린 맨슨과,차세대 랩코어의 최고 밴드 린킨 파크. 엽기적인 분장과 무대매너로 악명높은 맨슨은 새달 4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한국계 DJ 조한(Joe Hahn)이 멤버여서 국내팬들에게 더욱 친숙한 파크는 새달 29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각각 공연한다. 두 밴드의 공연은 화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우선 세계적인 밴드들의 첫 내한무대라는 점이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고 또 하나는 두 밴드가 너무나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맨슨이 성행위를 흉내내고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아찔한 무대매너의 ‘청소년 유해 밴드’라면,파크는 비흡연에 문신·피어싱·마약·술·파티를 멀리하는 ‘범생이 밴드’다. ●‘악마밴드' 국내 첫 연소자 관람불가 딱지 맨슨의 내한에는 뒷말이 무성하다.일부 종교계의 거센 반발 속에 가까스로 내한하면서 무대에는 국내 최초로 ‘연소자 관람불가’ 딱지가 붙는다. 섹스심벌인 마릴린 먼로와 희대의 연쇄살인마 찰리 맨슨에서 이름을 따온 이 밴드는 맨슨(34·본명 브라이언 워너)이 이끄는 5인조. 지난 99년 2차례,2000년 1차례 등 모두 3차례나 국내공연을 시도했으나 영상물등급위의 허가를 얻지 못했다. 공연기획사인 엑세스엔터테인먼트측은 “이번 무대는 성적행위,관객모독 등 5개 항목에 걸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성사됐다.”고 밝혔다.따라서 공연에서 생기는 일체의 불미스러운 사태는 공연기획사에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마니아층은 두껍다.내한공연을 보기 위해 국내 록마니아들이 서명운동을 벌였을 정도.이들은 지난 5월 내놓은 앨범 ‘The Golden Age of Grotesque’의 분위기에 맞게 이번 무대는 경쾌하고 흥겹게 꾸밀 예정이다.맨슨과 마돈나 웨인 개이시(키보드),팀 스콜드(베이스),존5(기타),진저 피시가 출연한다. ●‘린킨 파크'는 순한 양같아 대조적 이들에 비하면 린킨파크는 순한 양같은 록밴드.지난 2000년 데뷔해 단 2장의 앨범으로 록시장을 가볍게 장악해버린 6인조다.데뷔앨범 ‘Hybrid Theory’(잡종 이론)로 하드록·메탈·힙합·랩·일렉트로닉 등 이질적인 장르를 뒤섞은 새 음악을 선보였다. 2002년에는 그래미상 ‘베스트 하드록 퍼포먼스’부문에 올랐다.조한은 한국계 3세.한국인 최초의 그래미상 수상자로,지난해 내한해 팬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지난 3월 발매한 2집 ‘Meteora’도 들려준다.두 공연 모두 문의는 (02)3141-3488. 황수정기자 sjh@
  • 이런책 어때요/가네코 후미코 외

    ◆가네코 후미코 야마다 쇼지 지음 정선태 옮김 / 산처럼 펴냄 가네코 후미코는 조선의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의 사상적 동지이자 연인이며 옥중에서 결혼한 부인이다.스물세살 나이에 옥중에서 자살한 그녀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무적자(無籍者)로서 밑바닥 삶을 살면서 자신의 뜻과 의지를 무시당한 아픔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식민지 조선은 ‘확대된 자아’였다.박열과 가네코는 1923년 간토대진재 때 조선인대학살을 무마하기 위해 일제가 조작한 ‘천황폭살사건’으로 법정에 서면서 세상에 알려졌다.이 책은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자’라고 불리길 원했던 가네코의 사상투쟁의 전모를 보여준다.1만 8000원. ◆궁정사회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여성 옮김 / 한길사 펴냄 루이 14세 치하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펼쳐진 다양한 궁정문화를 파헤쳤다.베르사유는 그 안에 웬만한 도시의 인구와 맞먹는 1만명(1774년 당시)의 대식구가 살았던 거대한 인구집합체였다.‘결합태 사회학’의 창시자인 독일 출신 유대계사상가 엘리아스는 ‘결합태’란관점에서 궁정사회를 분석한다.결합태란 인간이 자기행위를 통해 형성하는 인간관계의 구체적 형태로,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표현하는 개념.루이 14세 때에 와서 인간은 좀더 고양된 인간관계를 ‘에티켓’문화로 형성했으며,이것이 프랑스를 넘어 독일·영국·스페인 등지로 퍼졌다.3만원.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제레미 블랙 지음 한정석 옮김 / 이가서 펴냄 전세계의 들끓는 반전시위에도 불구하고 치러지고 있는 이라크 전쟁엔 과연 어떤 명분이 있는 것인가.숱한 주장과 논평들이 난무하지만 그 어느 것도 명쾌하게 답해주지 못한다.영국 엑시터 대학의 교수인 저자는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는 전쟁의 원인을 국가의 호전성에 비중을 둬 설명한다.싸울 명분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그런 점에서 호전성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일단 시작된 전쟁의 지속성을 설명하는 유용한 틀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이라크전쟁의 본질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준다.1만 8000원. ◆일회용 사람들 케빈 베일스 지음 편동원 옮김 /이소출판사 펴냄 ‘야만의 세계화’,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의 참상을 고발.태국·파키스탄·인도 등 아시아 저개발국가에서 벌어지는 아동노동과 여성억압,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노동자 학대의 잔학성을 살핀다.저자는 사회학자이자 영국 최대의 자선기금모금 회사인 ‘펠 앤드 베일스’의 공동 창업자.그에 따르면 이같은 ‘현대판 노예제’에 예속된 사람은 미국 10만∼15만명을 포함,세계적으로 최소 2700만명에서 최대 2억명에 이른다.저자는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2000년 안토니오 그람시와 파블로 네루다가 수상해 유명해진 비아레조 상을 받았다.1만 6000원. ◆선비와 피어싱 조희진 지음 동아시아 펴냄 우리 민족은 복식과 관련해 두 번의 예송논쟁(1659년 기해예송,1674년 갑인예송)을 벌였을 만큼,의복은 몸을 보호하고 부끄러움을 가리는 차원을 넘어 예를 표현하는 형식으로 간주됐다.그런 점에서 복식을 논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사상적 기반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이 책은 우리 선조들의 옷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를 읽어낸다.조선시대엔 사대부 남성과 여성들도 지극히 단순한 형태의 피어싱을 했다.저자는 계간지 ‘디새집’의 칼럼 ‘알쭌알쭌한 우리 옷 이야기’로 잘 알려 복식문화 논객.1만 5000원. ◆꿈 피오나 스타 등 지음 남경태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그리스의 트로이 원정군 사령관인 아가멤논에게 꿈의 메시지를 보낸다.이집트인들처럼 그린스인들도 꿈이 치유의 능력을 가진다고 믿었다.예컨대 고대의 아테네 시민들은 몇 주일 씩이나 신전에서 머물며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꿈을 꾸고자 애썼다.사람들은 왜 꿈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이 책은 상징과 예지의 파노라마로서의 꿈의 정체를 밝힌다.창조성·사랑·죽음·공포·가족 등 10개의 주제로 나눠 접근한다.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꿈은 깨어난 뒤에도 떠오르는 회상몽(回想夢)을 일컫는다.1만 8000원.
  • 어싱턴타임스 인터넷판 보도“北 특수군 침투징후시 선제타격”한.미연합군 작전계획 보완

    한·미 연합군은 북한특수부대의 침투 징후시 특수부대 기지를 공격하는 등의 작전계획(5027-02)을 수립했으며 이는 2년 전 것에 비해 특수군 격퇴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미 워싱턴타임스 인터넷판이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최근 “각종 비상상황에 대비한 ‘신중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이 계획 중에는 북한 특수부대를 목표로 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 특수부대가 수년전 7만명 규모에서 현재 10만∼12만 병력으로 늘어났으며 23개 여단,18개 대대 편제를 갖춘 특수군 요원들은 소형 잠수정과 고속보트,약 20개의 지하터널,레이더에 잘 안 잡히는 저고도 항공기(AN-2등) 등을 이용해 육상,해상,공중으로 대거 침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개전시 이들이 후방에 침투,제 2전선을 만드는 한편 통신을 두절시키고 지휘부 공격,한미 고위 장교 암살,정치지도자 납치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은 이에 따라 2년마다 수정하는 작전계획을 보완한 5027-02계획을 마련했으며 이 계획은 대북 특수군작전과 관련 ▲특수군 침투 이전 특수군기지타격 ▲한·미 특수군의 공격 가담 ▲북한함정이 특수군을 상륙시키기 이전에 침몰시키는 등 여러 반격 조치를 담고 있다.아울러 한국 및 미군기지 방위를 위한 개선조치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연합
  • 꿈은 이루어진다 2003년 꿈나무/싱크로 국가상비군 안다솜

    한국 수영은 지난달 3일 뜻밖의 낭보를 접했다.한국이 우즈베키스탄 국제주니어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대회에서 듀엣 부문 2연패를 포함,전 종목에 걸쳐 상위권에 입상했다는 것. 이 대회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선수는 국가 상비군으로 출전한 안다솜(사진·16·정신여중 3년). 같은 학교 동급생인 박진원(16)과 함께 듀엣 2연패를 일궈냈고,솔로와 단체전에서도 2위에 올랐다.안다솜은 지난해 4월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대회에서도 솔로 정상에 올라 불모지나 다름 없는 한국의 싱크로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안다솜이 싱크로에 입문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그러나 그는 이미 4살 때 오빠 안연수(18·청담고 2년)를 따라 수영장에서 자맥질을 시작했다.이후 줄곧 경영에 매달렸지만 초등학교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종목을 바꿨다. 소속팀인 YC싱크로클럽의 코치진이 안다솜을 주목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성 때문이다. 싱크로 선수로서는 작은 키(160㎝)지만 물을 차고 올라오는 힘은 전혀 달리지 않는다.전 국가대표 유나미 코치는 “키는 크지 않지만 수위(물을 차고 올라올 때 바깥으로 나오는 몸의 높이)에서는 키 큰 선수들을 훨씬 능가한다.”고 칭찬했다.또 “유연성과 표현력을 중시하는 자유종목에 다소 약한 것이 흠”이라면서 “그러나 훈련을 소화하는 능력과 성실한 자세로 볼 때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낙관했다. 안다솜의 올해 소망은 두 가지.하나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탈락한 국가대표에 뽑히는 것.오는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또 한가지는 맛있는 음식을 ‘배 터지게’ 먹는 것.“예전엔 키가 커 볼 요량으로 마구 먹느라 몸이 많이 불었다.”면서 “이제는 몸관리 때문에 두번째 소망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새달 3일 개봉 ‘트리플 X’/ 신세대 007은 스킨헤드?

    액션영화를 고를 때 보통 관객이 먼저 따지고 넘어가는 대목.주인공이 선굵은 액션을 보장해 줄 ‘익숙한’얼굴인지와,그를 움직인 감독의 ‘명성’이다.영화정보가 그리 빠르지 않은 관객에게 새달 3일 개봉하는 ‘트리플 X’(XXX)는 판단이 쉽지 않을 것 같다.롭 코언 감독과 액션배우 빈 디젤의 이름에 대번 무릎을 칠 이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무질러 귀띔하자면 ‘트리플X’는 액션영화 마니아를 흥분시킬 만하다.영화는 ‘007’시리즈의 외피를 군데군데서 전략적으로 뒤집어쓰면서 이를 조롱하듯 살짝살짝 비틀어 변주한 첩보물.지나친 형식실험은 거북살스러워하면서 스릴과 재미를 최고로 치는 관객을 정조준한 셈이다. 영화는 속도감 만점의 ‘롤러코스터 액션’을 첫 장면에서부터 질펀하게 풀어놓는다.들뜬 록음악을 깔고,훔친 스포츠카로 번지점프를 즐기는 주인공 젠더 케이지(빈 디젤)는 스킨헤드에 화려한 문신,피어싱으로 무장한 신세대.‘007’시리즈와는 딴판인 분위기를 감잡는 순간이다. 상원의원의 차를 훔쳐 꼼짝없이 감방신세를 지게 된 케이지가 미국 비밀첩보국 요원이 되는 과정은 꼭 장난같다.스파이로 뛰면 감옥행을 면케 해주겠다는 첩보국의 간부 기븐스(새뮤얼 잭슨)의 우격다짐에 못이겨 프라하로 간다.세계 무정부주의를 외치는 그림자 집단 ‘아나키 99’의 음모를 무산시키라는 특명을 받았다.‘트리플X’는 X게임(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인 케이지가 목에 새기고 다니는 문신. 턱시도 입은 낯익은 스타일의 스파이,란제리만 걸친 섹시한 본드걸이 나올리 없다.주인공의 ‘낯선’캐릭터를 음미하는 게 영화감상의 포인트.목숨이 걸린 위기상황에서 조차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듯 여유를 부리고,일방적인 복종을 드러내 놓고 거부하는 게 케이지의 캐릭터다. 이전 첩보물들과의 차별화를 선언했음에도 영화는 ‘007’시리즈의 익숙한 대목을 눈치껏 끌어다 썼다.케이지가 사용하는 특수무기들은 ‘007’시리즈가 즐겨 써온 아이디어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화는 고도(古都)프라하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주요 배경 삼아 신세대 주인공이 구사하는 ‘스포츠같은 액션’을 곳곳에 늘어놓는 걸로 승부수를 띄웠다.다리 위 스포츠카 번지점프 장면,눈사태를 짊어지고 케이지가 스키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마지막 장면 등은 영화의 압권.아찔할 만큼 카메라의 동선이 크고 컴퓨터그래픽 기술 또한 세련됐다. 그러나 서사적 틀을 따지자면 이내 영화는 초라해지고 만다.치밀한 지능게임을 즐길 만한 설정은 처음부터 없다.그런 맥락에서 사족 한마디.영화를 볼 때마다 기어이 빛나는 실험정신을 건져 올려야 하는 욕심많은 관객이라면? 글쎄,그 대목에서만큼은 ‘강추’가 망설여진다. 황수정기자 sjh@
  • 피어싱 부작용 ‘흉덩어리’ 자석압박이 특효

    최근 남녀를 가리지 않고 귀걸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귀를 뚫는 피어싱의 부작용을 자석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장충현 교수는 피어싱 부작용으로 귓바퀴 부위에 발생하는 켈로이드(흉덩어리)를 치료하기 위해 자석을 환부에 압박하는 치료법을 사용한 결과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장교수가 고안한 이 치료법은 원형 자석 두개를 환부 앞·뒤 쪽에 붙여 자석이 서로 당기는 힘을 이용해 환부에 압박을 가하는 방법으로 별다른 불편없이 손쉽게 시술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한 결과 흉터 발생부위에 형성되는 콜라겐이 뭉치지 않아 귓바퀴를 변형시키거나 흉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이 자석 압박치료는 흉의 덩어리가 큰 경우 덩어리를 제거한 후에,흉 덩어리가 작은 경우에는 바로 환부에 붙이면 돼 일상생활에서도 큰 불편함 없이 3주정도면 치료가 가능하다. 장교수는 “귀는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부위로 잘못 건드릴 경우 비후성 반흔이나 염증 등이 잘 발생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귀뚫기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귓볼의 변형이나 흉터 등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유통단신/ 건강보조식품 ‘비비프로그램’ 등

    ◆건강보조식품 ‘비비프로그램' 태평양은 18일 건강보조식품 ‘비비프로그램’을 내놓았다.비타민과 칼슘 등을 함유한 ‘뷰티 프로그램’ 5품목과 호르몬 균형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바이탈 프로그램’4품목으로 이뤄졌다.가격은 제품별로 3만 2000원,4만원,5만원 등이다. ◆퓨전스낵 ‘어싱싱해' 나와 해태제과는 18일 스낵의 바삭함과 어육의 담백함을 조화시킨 퓨전스낵 ‘어싱싱해’를 출시했다.기존 제품보다 어육 함량이 높아 생선 살코기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가격은 500원.
  • 동부그룹, 아남반도체 인수

    동부그룹이 아남반도체를 인수,비메모리반도체의 강자로 부상한다. 9일 동부그룹에 따르면 금융계열사인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이 아남반도체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8.1%와 1.6%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이어 동부건설이 아남반도체의 대주주인 미국 앰코테크놀로지사로부터 지분 16.1%를 매입키로 했다.모두 1700억원을 투자해 아남반도체 지분 25.8%(3200만주)를 확보,경영권을 인수할 방침이다. 동부는 이를 위해 앰코테크놀로지와 지분인수를 위한 협상을 벌여 늦어도 10일까지 계약을 할 예정이다. 동부 관계자는 “파운드리(주문수탁생산)업체가 국내에 아남과 동부 두곳 밖에 없어 서로간에 매각을 위한 물밑 교섭이 꾸준히 있었다.”며 “최근 앰코테크놀로지가 주력사업인 패키지와 검사에만 집중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아남반도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동부전자는 아남반도체 인수를계기로 세계 파운드리업계 4위로 떠오를 전망이다.세계 파운드리시장은 타이완 TSMC와 UMC가 지난해 기준 각각 45%와 28%의 점유율로 양분하고 있다.이어싱가포르의 차터드가 11%로 3위에 올라있을 뿐 나머지 회사들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동안 동부전자의 생산능력으로는 파운드리업계의 특성상 규모의 경영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인수를 통해 동부전자의 첨단기술과 아남반도체의 탄탄한 영업능력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외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동부전자가 추진중인 3억 5000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
  • 대한매일 신춘문예/ 심사평

    예심을 통과해서 본심에 오른 작품 수는 9편이었는데,그 중4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쩌다 한 번쯤 써 본 듯한 조야한공작품들로 질적으로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그래서우선 심사하기에는 편했지만,예심에서 탈락한 수백 편의 응모작들의 작품 수준이 그보다도 더 못했으리라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물론,이러한 현상은 요즈음 거의 모든 문예 현상모집에 나타나는 것으로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그렇지만,대학의 문예창작과가 대거 늘어나고,문화센터를 비롯한 많은 사설 단체들에 문예창작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등,십년전에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게 일어나고 있는 문예 창작의붐을 생각하면,그 성과가 너무 빈약한 것에 실망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응모자들을 성별로 따져 보자면,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이것은 문학 창작의 붐을 일으키는 것은 주로 여자들이고,남자들은 여자세에 밀려 여성화 되고 있음을 뜻한다.물론 여성적 가치의 문학화·예술화는 여자뿐만 아니라,남자에게도 바람직하다.남자는 누구나 그 내면에 여성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여성 작가들은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특히 일상 속의 감성적 디테일을 즐겨 다루게 되는데,문제는 작품에 형상화된 감성들이 천박하고 값싸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것이다.이번에 응모한 작품들도 대부분 그러한 수준이어서안타깝다.예컨대 감성이 병든 젊은이들이 연출해내는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적잖은데,너무 손쉬운 처리도 문제이지만,우선 그러한 소재의 선택 자체가 진부하고 도식적이다.소비향락 문화 속에서 마냥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저 젊은 군상 속에 그처럼 병든 자들이 있다면,무엇 때문인지 정당한해명을 위한 이성의 작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좀 과격한 이분법으로 말해서,감성과 일상의 미시 서사가 여성적인 것이라면,이성과 역사의 거시 서사는 남성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어느 한 쪽 문학만 존재하는 이러한 불구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남성적 가치들에 토대를문학이 한시 바삐 복권되어야 하겠다. 최종 후보로 오른 네 작품은 ‘쇼윈도’,‘달력’,‘여름나기’,‘강물의 대화’였다.‘쇼윈도’는 요즘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인 피어싱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다분히 엽기적이긴 하나 내용이 부실했고,치매를 앓고 있는 노파와 손녀가 한 방에 기거하며 겪는 갈등 관계를 그린 ‘달력’은 거칠어서 오히려 싱싱하고 구수한 입담이 좋았으나,이야기를 하다 만 것처럼 끝마무리가 무성의했고,‘여름나기’는 문체의 지적인 시도 자체는 격려할만 하나,지나친 언어 유희가 큰흠이었다.당선작으로 선정된 ‘강물의 대화’도 약점이 있긴 했지만,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무엇보다 자료를 별로 가공하지 않고 집어넣은 듯한 부분이 눈에 거슬렸다.그럼에도 불구하고,모태 귀환이라는 새롭지 않은 주제를 남한강의 뱃길따라 흘러 온 옛 서정과 성공적으로 어우러지게 하여 잔잔한 우수를 자아내게 하는 시적 역량은 결코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김원일·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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