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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Out] 한일이 국제 공공재가 되는 날/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한일이 국제 공공재가 되는 날/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지난 연말 15개월 만에 회담한 한일 정상은 예상대로 서로의 인식 차를 드러내면서도 대립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해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 준수를, 한국은 수출 규제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미칠 파국적 영향에 대해서도 한일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는가 추측해 본다. 이런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새해 한일 관계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파국으로 치달을지도 모르는 한일 관계에 다시 한 번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한일이 수교하기 전인 1960년만 해도 통일은 북한이 주도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거치면서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했고 이제 통일은 남한 주도가 상식이 됐다. 한국의 현명한 선택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지만, 한국이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일본의 힘을 발전에 효율적으로 이용했다는 점도 감안됐으면 한다. 이런 한일협력의 성과를 토대로 과거 청산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협력의 역사는 과거의 일이라고 반론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북핵 하나만 보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한일이 협력하지 않고 단독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한일 간에는 북핵을 다루는 방법에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일은 이해를 공유하는 만큼 상호협력이 양국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한일 협력은 눈앞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세계 속에서 한일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동양적 가치관과 서양적 가치관 모두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점이다. 글로벌화 속에서 동서양이라는 구분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가치관의 차이는 존재한다. 밀려드는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동서양을 종합한 새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서양 가치를 겸비한 한일이야말로 현대의 과제를 풀 적임자라고 본다. 한일 사회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매우 대조적이다. 정치면에서 한국 사회는 국가에 저항하면서도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일본 사회는 국가에 저항하지도 않고 국가에 대한 의존도도 높지 않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한일 간 대립이 커질 위험도 있지만 협력만 하면 동서양이라는 가치관을 넘어선 제3의 가치관을 창조할 잠재력이 있다. 한일이 갈등에만 집착하다가 협력의 기회, 협력이 가져다줄 공공적 이익을 지나쳐 버리는 것은 한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대한 손실이다. 한일 관계가 국제 공공재가 될 수 있음을 양국 정부와 사회는 함께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세계가 직면하는 곤란한 여러 과제에 협력·경쟁하면서 대처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더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선다면 한일 간에 존재하는 문제는 절대 풀지 못할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한일 간에 가시처럼 걸린 위안부 문제는 최근 상대방의 주장을 서로 부정하는 뜻에서 한일 간 ‘역사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 소녀상은 일본을 도덕적으로 공격하는 수단이 됐고, 일본도 민감하게 반격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일이 경험한 전시 여성 인권 문제로서 과거의 잘못을 끌어안고 세계의 전쟁터에서 지금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면서 과제 해결을 위한 공동 작업을 해나갈 수는 없을까 상상해 본다. ‘미투운동’ 등으로 최근 급격히 신장하고 있는 한국의 인권 의식, 그에 비하면 약간 뒤처져 보이지만 오랜 세월 축적된 일본의 인권 의식, 그 두 개를 결합해 전시 여성 인권 문제를 현대의 과제로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생각할 수 없을까. 그것이 국제 공공재로서 한일 협력을 살린다는 발상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게 새해 바람이다.
  • 키도 실력도 쑥쑥… 탁구 신동, 이에리사·현정화 뛰어넘는다

    키도 실력도 쑥쑥… 탁구 신동, 이에리사·현정화 뛰어넘는다

    5살 TV 출연… 현정화와 맞대결로 주목 당시 키 90㎝, 69㎝ 탁구대 위로 머리만 만 14세 11개월, 최연소 국대 타이틀 따내 탁구계 “신동 뛰어넘어 괴물” 칭찬 세례 세계선수권·도쿄올림픽 선발전 정조준 “메달 따서 응원한 가족에게 나눠주고파” 1989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의 주인공인 13세 소년 ‘아이캔’은 우주에서 조난당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우주 수색대의 최연소 대원이 된다. 초인공지능 로봇과 사투를 벌이는 어린 소년의 활약을 보며 당시의 어린이들은 2020년의 미래상을 아득하게나마 떠올려보곤 했다. 2020년 새해를 맞아 서울신문은 ‘2020 원더키디’ 시리즈물을 연속으로 싣는다. 31년전 용감하게 우주에 뛰어든 ‘아이캔’처럼 각 분야에서 미래를 열어갈 인재들을 모아 그들의 입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절대 지표를 모색한다. “우리 유빈이가 이렇게 컸어요.” 2018년 12월 제주 사라방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종합탁구선수권대회 이후 약 1년 만에 만난 신수현 수원탁구협회 전무는 ‘막내’ 유빈이 자랑을 잔뜩 늘어놨다. 그러고 보니 키가 부쩍 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에 빛나는 현정화 마사회 감독과 맞대결을 펼치던 어릴 때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얼굴 한쪽에 남아 있는 젖살이 그를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열다섯 살 중학교 졸업을 앞둔 신유빈은 ‘TV 스타’로 출발했다. 다섯 살 때인 2009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언니·오빠, 삼촌·이모뻘과 ‘맞짱 대결’을 펼쳤다. 신 전무는 “제 키보다 약간 낮은 탁구 테이블에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현 감독과 거침없이 랠리를 주고받았죠. 탁구대의 높이는 69㎝인데 당시 유빈의 키는 90㎝ 남짓이었으니까 겨우 머리만 나오더군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근 4년 동안 신유빈은 쑥쑥 컸다. 1년 전 165㎝를 넘어선 키가 지금은 3㎝가 더 자라 168㎝가 됐다. 세밑 경기 김포시 원당동 대한항공 훈련장에서 만난 신유빈은 “키가 크는 건 좋은데, 지난 2년 사이 갑자기 훅~ 크다 보니 스매싱 타점을 잡는 데 좀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엄살에도 불구하고 키만큼 기량도 쑥쑥 컸다. 신유빈은 국내 탁구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주인공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13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종합선수권 여자 단식 1회전에서는 9살 위 대학생 언니를 상대로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4-0 완승을 거뒀다. 당시 탁구계에서는 “신유빈은 이제 신동을 뛰어넘어 괴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반응을 내놨다.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7년 주니어 대표로 발탁된 데 이어 이듬해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성인 대표팀 상비 1군에 뽑혔다. 이때가 만 14세 11개월 16일. 12명이 겨뤄 3위까지 태극마크가 주어지는 선발전에서 8승3패로 3위에 올랐다. 탁구계는 “만 15세에 국가대표가 됐던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의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 감독도 계성여상 1학년이 돼서야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며 흥분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내동중 3학년 당시 대표팀에 입성했지만 협회 추천이었고,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이 부산남중 3학년 시절 국가대표가 됐지만 만 15세로 신유빈보다 나이가 많았다. 신유빈은 2018년 11월 벨기에 오픈 여자단식 4강에 오른 데 이어 12월 국내 종합선수권에선 조대성(17·대광고)과 함께 혼합복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최연소 기록이다. 별명을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하다 ‘신똘’이라고 대답했다. 신유빈은 “아빠 탁구장에서 다섯 살 때 탁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라켓만 잡으면 웃는 버릇이 생기다 보니 친구들이 그런 별명을 지어 줬다”면서 “코치 선생님이 ‘진지하게 하라’고 인상 쓰시면 당황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런 ‘신똘’에게 올해는 지난 10년보다 더 중요한 해다. 오는 12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부산세계선수권 선발전을 겸한 도쿄올림픽 예선 선발전이 열린다. “올림픽 메달을 여러 개 따서 엄마, 아빠, 언니한테 골고루 나눠 주고 싶다”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신유빈은 “만약에, 아주 만약에 올림픽 메달을 따면 저보다 저를 더 응원해 준 사람들이 더 기뻐하지 않을까요. 제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기분 좋은 일일 것 같아요.” 신유빈은 부쩍 자란 키만큼 기특한 생각을 할 줄도 아는 ‘탁구 소녀’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검찰이 조국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을 뇌물로 본 배경

    검찰이 조국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을 뇌물로 본 배경

    노환중 교수 지원한 부산대병원장, 민정수석이 인사검증“장학금 기금 소진…조국 딸 장학금은 교수 개인자금”‘장학금 비밀로…다른 학생들 알면 문제’ 연락 주고받아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받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을 뇌물로 판단한 것은 조국 전 장관이 장학금을 지급한 교수와의 직무 관련성을 인지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부장 고형곤)는 31일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뇌물수수, 청탁금지법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모(28)씨가 받은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을 뇌물로 판단했다. 조씨의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당시 부산대 교수(현 부산의료원 원장)가 조국 전 장관에게 주는 뇌물의 성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딸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에 재학하면서 2016~2018년 6학기 동안 학기당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장학금으로 받았다. 당시 재학생 중 연달아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조씨가 유일한데다 조씨가 재학 중 2차례 낙제했는데도 성적과 관계 없이 장학금을 받아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3학기 동안 지급된 600만원을 뇌물로 규정했다. 수사 과정의 진술 등으로 볼 때 노환중 원장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부산대병원 운영과 자신의 부산대병원장 취임 등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고 청탁 명목으로 딸 조씨에게 장학금을 줬고, 조국 전 장관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노환중 원장은 올해 초 양산 부산대병원장직을 연임하며 본원인 부산대병원장 자리에 지원했는데, 부산대병원장의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이 한다. 조국 전 장관이 장학금과 관련해 노환중 원장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직무 관련성을 알게 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노환중 원장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소천장학회의 장학기금은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딸 조씨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은 노환중 원장의 개인 자금이라는 것이다. 노환중 원장은 조국 전 장관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장학금을 받는 것을 비밀로 해 달라’, ‘다른 학생들이 알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당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학금 액수의 총합이 청탁금지법이 정하는 기준을 넘어선다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 등 명목에 관계없이 한 사람으로부터 1번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노환중 원장을 뇌물공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오징어 울고, 생대구 웃고…어업인 간에 희비 교차

    오징어 울고, 생대구 웃고…어업인 간에 희비 교차

    올해 들어 오징어 및 생대구 잡이 어업인 간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오징어 잡이 어업인들은 전례없는 흉어로 울상인 반면 생대구 잡이 어업인들은 풍어로 환호하고 있다. 3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 들어 오징어 성어기(10~11월) 전국 어획량은 239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1962t의 20.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경북의 경우 85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로 극히 부진한 수준이다. 경북의 오징어 어획량은 2012년 7만 3952t으로 최고를 기록했으나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1만 5903t으로 줄었다. 해양환경과 생태계 변화 등에 따른 어족자원 감소와 중국어선 북한수역 싹쓸이 조업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오징어 잡이 어업인들은 각종 수산정책자금 이자도 내기 어려울 경영이 악화됐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해양수산부는 동해안 근해 채낚기 어업인 등에 긴급경영안전자금 112억원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도내 지원액은 전체의 67.9%인 76억원으로, 채낚기 어선 380척(척당 2000만원)이 해당된다. 시·군별로는 울릉이 167척으로 가장 많고, 포항 96척, 경주 50척, 울진 35척, 영덕 32척 등이다. 해수부와 별개로 경북도도 오징어 어업인들의 경영 안정을 위해 수산 분야 농어촌 진흥기금 상환 기간을 연장한다. 도는 오징어 어업인들의 수산 분야 농어촌 진흥기금 213건, 176억원의 상환을 1년간 미뤄주기로 결정했다.반면 올해 10월 전국 생대구 어획량은 167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어획량 917t에 비교해 약 83% 늘었다. 어획량이 늘자 가격은 하락했다. 서해안 생대구 대표 경매장인 보령수협에 따르면 올해 11월 생대구 위판가는 10㎏들이 한 박스당 2만 4500원으로 지난해 3만 6700원 대비 30% 가량 하락했다. 생대구 어획량은 오징어를 잡던 서해안 자망 선박이 대구잡이로 돌아서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두한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오징어를 비롯한 도내 전체 수산물 생산량이 2012년 14만 7000여t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9만 8000여t으로 감소했다”면서 “어려운 어업 현실을 고려해 내년 해양수산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2배 이상 증액하는 등 다양한 어업인 지원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 특별사면/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특별사면/박록삼 논설위원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은 젊고 패기만만한 왕이었다. 고구려, 백제, 가야에 연전연승하며 영토를 넓혀 갔다. 555년 한반도 중부를 모두 신라 땅으로 만들었다. 그해 10월 북한산에 진흥왕순수비를 세우고 특별사면을 베풀어 죄수들을 석방했다. 조선시대에도 왕의 즉위 때 부모를 죽인 흉악범을 제외하고 죄수들을 사면해 줬다. 매우 독특한 특사도 있었다. 태종이 일본으로부터 선물받은 코끼리가 ‘과실치사죄’를 짓자 남해 섬으로 귀양을 보냈다. 이후 ‘수초를 먹지 못해 수척해지고 늘 눈물짓는다’는 보고를 받은 태종이 코끼리를 육지에서 살게 하는 특사를 단행했다. 사면은 기본적으로 봉건시대 ‘왕의 특권’이었다. 지친 민심을 다독이는 너그러움과 함께 권력의 지엄함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입헌민주제가 들어선 뒤 그 일부 권한을 민주정에 접목시켰다. 사법부의 권한을 행정부가 침범하는 성격이 있어 삼권분립의 원칙과 맞지 않았지만 예외였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 국회에서 가장 먼저 제정된 법률은 정부조직법과 사면법이었다. 이승만 정부는 1951년 경남 거창 양민 719명을 무차별 학살한 국군 책임자들에 대해 징역 3년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더니 그마저도 몇 개월 뒤 특사로 면죄부를 줬다. 1960년 제2공화국 헌법은 대통령 특사도 국무회의 의결을 받도록 했지만, 이듬해 제3공화국 헌법에서 이 부분을 삭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 결과, 특사는 대통령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쓰는 권한이 됐다. 이명박 정부는 퇴임 20일을 앞둔 2013년 1월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이던 최시중, 천신일 등 자신의 최측근을 포함한 특사를 단행해 빈축을 샀다. 독일이 70년 동안 딱 네 번 특사를 한 반면 우리는 박정희 정부 25번, 전두환 정부 13번 등 무려 97번의 특사가 있었다. 법치주의의 뿌리가 얕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당시 뇌물·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일었던 만큼 대통령의 사면권을 절제해서 쓰겠다는 약속이었다. 실제로 첫 특사로 2017년 12월 서민생계형 사범 중심으로 6444명을 특별사면했다. 지난 2월 삼일절 특사에서도 정치인은 누락시켰다. 그러나 30일 세 번째 특사에서 5174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시키면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을 넣었다. 야당은 ‘총선용 사면’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 특사의 논란을 잠재우려면 국회에서 사면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youngtan@seoul.co.kr
  • ‘파리만 날리는’ 100억 투자 농촌테마공원

    공원 내 정자 등 특정인이 무단 점거 감사원, 49곳 활성화 방안 마련 통보 농촌지역 활성화를 위해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조성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농촌테마공원이 사실상 방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험관 등 각종 시설은 운영이 중단됐고, 심지어 공원 내 정자 등 일부 시설물은 특정인이 무단 점거해 장기 거주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내용을 포함한 ‘농산촌 개발 등 농산촌 지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2006년부터 매년 4∼5개 시군을 선정해 농촌테마공원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가 각 50%씩 투입되며, 올해 7월 현재까지 모두 49개가 조성된 상태다. 감사원이 전남 화순군과 강원 고성군의 농촌테마공원을 현장 점검한 결과 화순군에 5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농촌테마공원은 2016년 이후 농산물 판매장 등 전체 시설이 운영 중단된 상태였다. 특히 공원 내 정자와 팜스테이 시설에는 특정인이 텐트 등을 설치하고 무단 점유한 상태였다. 역시 50억원이 투입된 고성군 농촌테마공원의 백두대간 생태체험 전시관과 온실도 텅 빈 곳으로 놔두는 등 2017년 이후 전체 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방치했다. 그러다 보니 식당, 판매점 등이 들어선 아로마체험관도 찾아오는 체험객이 없어 사정은 마찬가지다. 농촌테마공원 조성사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테마공원을 설치한 시군은 운영 현황을 점검해 반기별로 시도를 거쳐 농식품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화순군은 2016년 연간 방문객 수를 1만 6863명으로, 고성군은 2017년 연간 방문객 수를 4000명으로 농식품부에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49개 농촌테마공원 운영 실태를 파악해 부실하게 운영되는 농촌테마공원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전남지사·강원지사·화순군수·고성군수에게 농촌테마공원 운영 실태를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군산에 홀로그램 체험존 개관

    전북 군산시에 일제 강점기 수탈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홀로그램 체험존이 문을 열었다. 전북도는 군산시,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등과 함께 ‘군산 홀로그램 콘텐츠 체험존’을 준공하고 개관했다고 30일 밝혔다. 군산 근대문화유산거리에 들어선 체험존 조성에는 7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체험존은 옛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건물을 개보수했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활용됐다. 체험존은 홀로그램 상영관을 비롯해 역사전시실, 복원전시실, VR체험실 등을 갖췄다. 이날 준공식과 함게 첫 시연된 홀로그램 콘텐츠는 호남권 최초의 3.1만세운동인 군산만세운동으로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자치광장] 온전한 용산공원, 현장이 답이다/성장현 용산구청장

    [자치광장] 온전한 용산공원, 현장이 답이다/성장현 용산구청장

    “정부가 주한미군 이전 부지에 조성하는 용산국가공원의 면적이 60만㎡ 더 늘어난다. … 하지만 용산기지의 중심축에 위치한 드래곤힐호텔은 공원 구역에서 제외돼 공원 확장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신문 12월 24일자 2면 ‘용산공원 조성 첫발…60만㎡ 더 확장’ 일부 내용) 관할 지방정부의 수장이기 이전에 용산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대목이다. 용산에서 40년을 살아오면서 용산공원이 조성될 이 땅, 주한 미군부대를 수없이 지나쳐 왔다. 감내해야 할 어려움도 많았다. 용산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이 땅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공원이 들어선다. 1906년 일제가 우리네 선조들을 강제로 내쫓고 군용지로 수용한 지 110여년 만에 결계가 풀린다. 대한민국 영토로서 주권을 회복하는 동시에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적인 의미를 더해 용산공원으로 돌아온다. 온전한 공원으로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 또한 지역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지난 10년 세월 동안 용산의 판을 바꾸게 될 용산공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다. 용산구 최초 4선 구청장으로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자신도 있었다. 한 사람의 용산 구민이자 용산구청장으로서 주민의 뜻을 모아 미군 잔류시설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것도 이의 일환이다. 다행히 우리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져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예정 부지가 공원으로 편입됐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잠시, 한미 간 협의를 이유로 국가공원 안에 미군 호텔이 잔류한다. 한미 협의라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여년 전 민선 2기 용산구청장을 역임하던 시절 아리랑 택시 부지로 사용됐던 지금의 용산구청 부지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의제로 끌어올려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경험이 있다. 물론 국가 사업인 만큼 지방정부로서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지만, 용산구민이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드래곤힐호텔이 완전히 이전할 때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 나가겠다.
  • 31년 선거구도 바꿀 연동형 비례 30석…최대 변수는 위성당·18세 새내기 표심

    31년 선거구도 바꿀 연동형 비례 30석…최대 변수는 위성당·18세 새내기 표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1988년 소선거구제 선거법이 만들어진 지 31년 만에 선거 제도의 큰 물줄기가 바뀌었다. 당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군소 정당들이 약진하며 다당제 구도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위성정당’이 가시화되면서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새롭게 투표권을 갖는 만 18세 유권자가 ‘동물국회’를 만든 정치인들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지도 미지수다. 모든 정당들은 총선 전략을 ‘제로베이스’에서 짜야 할 처지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위성정당 창당 절차에 착수했다. 창당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실효성이 문제다. ‘꼼수’로 위성정당을 추진했다가 지역구 투표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데다 위성정당이 확보할 비례대표 의석까지 미미하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7일 유튜브 방송에서 “위성정당이 한국당과 다시 합당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당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의석수는 3~4석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재 연동형 캡(상한선)이 30석인데 정의당이 10% 지지만 받아도 15석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례한국당과 정의당만 합쳐도 이미 캡을 넘어선다. 녹색당, 우리공화당이 3%를 넘기면 캡을 더 쪼개야 해서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모두 챙기려 하면 우리공화당, 새로운보수당 등과의 보수통합도 어려워진다. 새 보수당 창당을 이끌고 있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29일 “수도권 젊은층 중에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독선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한국당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가 이들을 당길 수 있는 정당이 되겠다”며 독자노선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에 신중한 입장이다. 의석만 생각하면 위성정당 카드를 고려할 수도 있지만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주역으로서 명분이 없는 데다 자칫 정의당 등과의 연대까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비례한국당의) 파급효과와 예상되는 시뮬레이션 결과들을 접하기도 하고 의원 중 개별적으로 어떻게 예상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긴 했지만 (비례민주당을) 공식적으로 검토하진 않았다”고 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변심’하지 않도록 우회 압박을 넣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20년 이상 당론과 공약으로 채택해 온 정당”이라며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투표권을 얻는 5만명 안팎의 ‘고 3’을 비롯한 약 50만명의 새 유권자 표심도 관심을 끈다. 젊을수록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도 옛말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10~20대에겐 진보·보수 프레임보다 현실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40대 이상은 지역주의와 이념의 틀에서 정치를 바라보지만 10~20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며 “‘조국 사태’를 통해 드러난 진보의 모순적 모습, 동물국회를 재현한 보수 진영의 무책임을 본 만 18세 유권자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거대 양당보단 대안정당 쪽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北 목선 뱃머리에 참혹한 시신, 올해 日해안에 156척 떠밀려와

    北 목선 뱃머리에 참혹한 시신, 올해 日해안에 156척 떠밀려와

    올해 들어 북한 배로 추정되는 난파 목선이 일본 서부 섬이나 해안에 156척이나 떠밀려왔다고 일간 요미우리 신문이 29일 전했다. 2015년 45건을 기록했고, 이듬해 66건, 2017년 10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225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뒤 그나마 올해는 조금 줄어든 것이다. 지난 27일에도 니가타(新潟)현 서쪽 사도(佐渡) 섬 해안에 북한 목선의 일부로 추정되는 뱃머리가 떠밀려왔다. 다음날 길이 7.6m, 높이 2.25m, 폭 4.3m의 뱃머리를 살펴보니 백골화가 일부 진행된 시신 일곱 구가 있었는데 세 구만 제대로였고, 두 구는 몸통 없이 머리만, 다른 두 구는 머리 없이 몸통만 있었다고 AP통신이 29일 전했다. 몸통이 있는 다섯 구는 모두 남성이었다. 몸통과 머리가 따로인 시신들이 동일인의 것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해 우선 일곱 구라고 발표했다고 일본 해상보안청은 설명했다. 사도해상보안서(署)는 뱃머리의 흰색 바탕 부분에 붉은 페인트로 한글 ‘서’(또는 ‘세’)와 아라비아 숫자가 적혀 있는 점을 근거로 북한 선박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요미우리가 소개한 어부 출신 탈북자 증언 등에 따르면 핵·미사일 개발로 유엔 안보리 주도의 경제 제재를 받는 북한에선 중국에 수출해 외화를 벌 수 있는 해산물을 잡도록 할당량을 정했는데 자금난 탓에 대형 선박을 만들지 못하면서 소형 목선에 의존해 목숨을 건 원양어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어업이 본업이 아닌 기업이나 군(軍)도 고기잡이에 나선다는 정보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지난 10월 일본 수산청 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한 북한 어선도 배의 크기 등으로 미뤄볼 때 군 당국이 운영한 선박이라는 분석이 있다. 당시 침몰한 배에 타고 있던 60여명은 일본에 의해 전원 구조돼 곧바로 주변의 다른 북한 선박에 인도됐다. 일본에 표착하는 북한 어선들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대화퇴’(大和堆·일본 이름 야마토타이)에서 조업하다가 난파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해 중앙부에 자리한 대화퇴는 수심이 최저 236m 정도로 얕은 편이고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오징어, 꽁치, 연어 등의 어족 자원이 풍부하다. 대화퇴의 대부분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하지만, 한일 공동관리 어장이어서 한국 어선도 조업할 수 있다. 일본은 북한 어선에 대해서는 불법 조업으로 간주해 단속선을 투입해 쫓아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어선은 안보리 제재가 강화된 2017년 이후 외화벌이용 수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대화퇴로 진출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고, 목숨을 걸고 조업하다 난파한 목선이 계절풍을 타고 일본 서해안에 떠밀려 온다는 것이다. 통일부 차관 출신인 김형석 대진대 통일대학원 객원교수는 요미우리 인터뷰를 통해 “ 경제난을 겪는 북한에서 어업은 비료 등이 필요한 농업만큼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원양어업을 장려하고 있다”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한 앞으로도 (북한 주민들의) 무리한 어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백두산’ 개봉 10일만 520만 명 돌파 ‘손익분기점 얼마?’

    ‘백두산’ 개봉 10일만 520만 명 돌파 ‘손익분기점 얼마?’

    영화 ‘백두산’이 개봉 10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백두산’은 28일 47만9602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527만569명을 기록했다. ‘백두산’은 지난 19일 개봉한 이후 6일 만인 24일 300만 관객을 넘어선 데 이어 다시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추가했다. ‘백두산’은 남과 북을 집어삼킬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전혜진 수지 등이 출연했다. 18일 개봉한 ‘시동’은 28일 18만3135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누적 관객수는 210만9898명이다. 26일 개봉한 ‘천문:하늘에 묻는다’는 28일 21만5280명의 관객이 관람해 누적 관객수 48만7351명을 기록했다. 한편 ‘백두산은 ’260억 거대 제작비가 들어가 손익분기점이 730만명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땀과 눈물의 30년…‘국산 전투기’ 날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땀과 눈물의 30년…‘국산 전투기’ 날다

    1991년 KT-1으로 ‘국산 군용기’ 시대 열어“1호기 잃을 수 없다” 사고기 조종간 붙들고“오지 마라”는 美록히드마틴에서 기술 습득불과 30년 만에 초음속기 수출국 반열 올라전투기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개발 성과에 따라 국력이 좌우될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무기입니다. ‘항공 선진국’만이 전투기 개발에 나설 수 있고 험난한 체계 개발 과정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은 소형 항공기 개발 기술만 겨우 갖췄을 뿐 전투기 개발여건은 ‘불모지’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다 1998년 10월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힘을 합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라는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우리는 1991년 12월 ‘KT-1’ 기본훈련기 시제기(1호기) 초도비행을 시작으로 도전의 역사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 30여년의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을 버무려 항공 선진국 대열에 올랐습니다. 서울신문은 29일 그 도전의 역사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캐노피’ 날아가도 조종간 놓지 않은 신념 1991년 12월 12일 오전 10시. 국내 최초 독자개발 훈련기인 KT-1 1호기가 경남 사천 비행장에서 날아올랐습니다. 9년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자 기술진은 너나 없이 감격해 눈물을 쏟았습니다. 당초 비행 경험이 많은 외국인 조종사를 탑승시키려 했지만, 개발자들은 “최초의 국산 군용기 첫 비행을 외국인에게 맡길 수 없다”고 강력 반대했다고 합니다.그래서 영국에서 테스트 파일럿 교육을 받은 조종사 이진호·염동선 소령이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은 비행기에 직접 ‘웅비’라는 별칭을 붙여줬습니다. 난관도 이어졌습니다. ‘웅비 명명식’을 사흘 앞둔 같은 해 11월 25일 1호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배면(뒤집기) 비행을 시도하는 과정에 전방 좌석이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1000피트(305m) 상공에서 튀어나가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대기하던 후방 좌석 조종사도 가까스로 탈출했는데, 원인은 영국 마틴 베이커사가 납품한 후방좌석 불량으로 결론났습니다. 1996년 10월에는 이륙한 지 불과 20분 만에 4호기 조종석 ‘캐노피’(유리 덮개)가 날아가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1호기와도 인연을 맺었던 베테랑 이진호 중령은 ‘4호기마저 잃을 순 없다’는 생각에 숨쉬기 어려울 정도인 초속 100m의 맞바람을 뚫고 비상착륙을 시도했습니다. 눈에 핏발이 서고 산소 부족으로 얼굴이 검게 변했지만, 어렵게 40~50도로 급강하하던 기수를 들어올려 기체를 안정시킨 뒤 비상착륙에 성공했다고 합니다.이런 역경을 딛고 일어선 KT-1은 현재 공군의 훈련기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2001년 인도네시아(20대), 2007년 터키(40대), 2012년 페루(10대) 등 해외 수출도 줄을 이었습니다. KT-1 개발은 ‘KA-1’ 전술통제기 생산으로도 이어졌습니다. KAI는 2012년 무장을 갖춘 KA-1 10대를 페루에 수출한데 이어 2016년에는 세네갈에 공격기로 활용할 수 있는 ‘KA-1S’ 4대를 수출했습니다. ●美록히드마틴, 방문 막아도…굴하지 않고 도전 우리 전투기 개발사업이 ‘조립’에서 발돋움했다는 사실, 이미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바로 ‘한국형 전투기 생산사업’(KFP)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개발한 ‘F-16’을 국내에서 면허생산해 ‘KF-16’으로 도입하는 사업이었습니다. 1995~2000년엔 삼성항공이, 2003~2004년엔 KAI가 사업을 이어받았습니다. 항공기 조립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사업을 통해 우리 항공산업이 큰 도약을 하게 됩니다. 사상 처음으로 항공기 대량생산과 체계적인 시험평가 기술을 갖추게 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술력이 저절로 갖춰진 건 아닙니다. 당시 기술진은 ‘공장 견학’을 막을 정도로 방문을 극도로 꺼리던 록히드마틴 측을 어르고 달래고 귀동냥하며 어렵게 컴퓨터를 활용한 ‘생산정보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고난도 있었습니다. 1997년과 8월과 9월 KF-16 전투기가 잇따라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조종사들은 무사했지만, 원인규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정감사가 이틀이나 미뤄졌습니다. 결국 사고 원인은 해외 제작사가 만든 연료공급계통 부품 불량으로 밝혀졌고, 우리 기술진은 누명을 벗었습니다. KT-1과 KA-1은 터보프롭기였기 때문에 공군과 기술진은 ‘초음속 항공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이에 1995년부터 국방부 요청으로 개발을 진행해 2001년 10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시제기를 확보하게 됩니다. 2003년 2월 18일 사천기지를 이륙한 T-50은 마하 1.05(초속 360m)로 초음속 비행에 성공, ‘세계 12번째 초음속기 개발국‘이라는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초음속기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속도’ 때문만이 아닙니다. 초음속 비행을 하면 초속 50m의 태풍급 강풍보다 ‘45배’ 강한 힘이 작용합니다. 음속 장벽을 돌파할 때는 공기저항력에 의해 ‘충격파’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매끄러운 공기역학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기체가 뒤틀리거나 조종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시험비행 조종사인 이충환·강철 소령은 “마하 1.0을 돌파하는 순간 흔들림 없는 비행성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고, 그제서야 기술진은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사업이 시험비행처럼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고 미 국무부의 록히드마틴 기술이전 승인 문제가 대두되는 등 1조 7996억원을 투입한 개발 과정은 그야말로 장애물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고난 끝 6번째 초음속기 수출국’ 명성 이후 1만 7700파운드의 강력한 추력과 최고 마하 1.5의 고속기동이 가능한 명품이 탄생했고, ‘동급 훈련기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게 됩니다. ‘T-50B’ 공중곡예기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위해 특별제작해 2010년 보급한 기종입니다. KAI는 2011년 T-50 16대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했고 우리나라는 ‘세계 6번째 초음속기 수출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KAI는 T-50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TA-50’ 전술입문기를 개발해 본격적으로 전투기 개발 채비를 갖추게 됩니다. T-50이나 TA-50도 무장이 가능하지만 공군은 노후화된 ‘KF-5’ 제공호를 대체할 만한 ‘경공격기’를 원했습니다.그래서 탄생한 것이 ‘FA-50’입니다. 공대공·공대지 미사일과 합동정밀직격탄(JDAM), 다목적정밀유도확산탄(SFW) 등의 정밀유도무기 투하능력을 갖췄고 최고속도는 마하 1.5입니다. 전투기용 레이더, 전술데이터링크를 갖췄고 야간 임무수행 능력도 있습니다. 2013년 1호기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공군에 생산기들이 인도됐습니다. 2013년 이라크에 24대를 20억 달러(2조 3000억원)에 판매해 사상 최대 수출 실적도 올렸습니다. 우리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나섰습니다. 사업 구상 13년 만인 2015년에야 사업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2026년 6월까지 앞으로도 6년 6개월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최고 속도 마하 1.81, 저피탐 능력,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갖춘 첨단 전투기 개발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겁니다. 30년의 투지를 담아 여러분이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자유한국당 “의회민주주의 사망… 대통령이 선거법 거부해야”

    자유한국당 “의회민주주의 사망… 대통령이 선거법 거부해야”

    심재철 “선거법 상정과 처리 원천 무효”문희상엔 “권력의 시녀”… 헌법소원 예고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의회민주주의 사망”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된 직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한국당 입장을 발표했다. 심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는 오늘 사망했다”고 운을 뗀 뒤 “좌파독재를 꿈꾸는 민주당과 추종 세력이 국회의 모든 준법절차를 무시하고 위헌 선거법을 불법 날치기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의 시녀인 문 의장은 예산안 날치기, 선거법 수정안 무단상정에 이어 불법 날치기 처리에 의사봉을 두드리며 협조했다”며 “헌정사는 당신을 최악의 국회의장,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국회의장으로 기록할 것이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과 오늘 불법 처리된 수정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국회법이 정한 원안의 수정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상정과 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 의장이 의결한 회기 자체가 불법”이라며 “날치기 처리도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법 수정안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한국당은 헌재에 헌법소원을 곧바로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선거법 수정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촉구했다. 심 원내대표는 “내용은 위헌이고 처리의 전 과정이 불법인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문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고, 오늘 국회에서 발생한 권력의 폭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전 회기 결정 안건에 앞서 선거법 개정안 표결이 이뤄지는 것에 반발하며 문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몸으로 막아서기도 했지만 개회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선거법 통과 직후에는 문 의장을 향해 “문희상 역적”을 외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미국산 원유 급증…올해 10대 석유뉴스는 무엇?

    미국산 원유 급증…올해 10대 석유뉴스는 무엇?

    대한석유협회가 27일 공개한 ‘2019 석유뉴스 10선’이 눈길을 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미세먼지 대책 강화 등 석유 관련 정부 정책과 함께 미국의 원유 생산량 급증·사우디 아람코 기업공개 등 주목할 만한 국제 동향도 소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발표  산업부가 지난 6월 4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첫 번째 뉴스로 꼽혔다. 에너지원·부문별 에너지계획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19~2040년이 계획 기간이다. 오는 2040년까지 에너지 수요를 18.6%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35%까지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석유나 가스 등 전통 에너지 산업은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유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하는 등 원유 도입 비용 인하를 위한 국제협력 확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등 세제지원 방안도 담겼다. 외부비용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에너지원간 과세형평성에 대한 기반도 마련했다고 석유협회는 평가했다. ●미세먼지 관련 정부 대책 강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보다 강화됐다는 점이 두 번째 뉴스로 정해졌다. 어린이 통학차량 및 택배 화물차는 경유차 신규 사용을 금지하고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제한 폐지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법안 8개가 통과된 것이다. 지난 11월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안한 정책과제를 담은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기도 했다. ●미국산 원유 수입 급증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9월 기준 하루 1210만 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973년 미국 석유통계를 작성한 뒤로 처음으로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중동 두바이 원유 대비 배럴당 1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산 원유 수입은 늘고 중동산 비중은 줄었다. 미국산 원유 수입은 2017년 하루 3만 4000배럴에서 올해 37만 3000배럴로 11배나 급증했다. 미국은 한국의 원유수입국 중 2017년 11위에서 올해 3위로 급상승했다. 반면 두바이유의 고평가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등의 영향으로 중동산 원유 도입은 2017년 하루 250만 7000배럴에서 올해 206만 7000배럴로 18% 감소했다. 중동원유 의존도도 70.3%로 1988년 64%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OPEC 세계시장 지배력 위축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올해 12월 감산 폭을 하루 50만 배럴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음에도 국제원유 가격 상승 폭은 미미했다.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다. 올해 초 카타르가 OPEC에서 탈퇴했고, 내년 1월 1일에는 에콰도르도 탈퇴할 예정이다. OPEC의 영광이 점점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 아람코 기업공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이달 사우디 증시 타다울거래소에 상장됐다. 앞서 아람코는 지난 1월 국내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1조 80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6월에는 에쓰오일 석유화학 시설에 2024년까지 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제능력 사상 최초로 일본 넘어서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BP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정제능력이 사상 최초로 일본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유사들의 정제능력은 하루 334만 6000배럴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334만 3000배럴이었다. 한국이 일본을 넘어선 것은 석유산업이 태동한 1964년 이후 처음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석유소비 증가에 맞춰 정제설비를 늘려왔고 2000년 이후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을 위한 고도화설비를 확충하는 등 경쟁력을 다졌다”면서 “일본은 1970년대 말을 정점으로 인구고령화와 버블경제 붕괴로 정제설비를 꾸준히 폐쇄,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경영실적 악화 그러나 국내 정유사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 영업이익은 60% 감소했다. 정제마진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정제설비 증설에 따라서 제품 공급은 증가헀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요는 둔화했다. 특히 11월에는 주간 기준으로 18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연간 경영실적은 더 낮아질 우려가 나온다. ●IMO 2020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내년 1월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을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인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가 시행된다. 이른바 ‘IMO 2020’이다. 이를 앞두고 초저황유 가격은 8월 t당 520달러에서 12월 693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고황연료유는 같은 기간 389달러에서 367달러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저유황유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적극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유소의 진화 또 다른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정유사들이 주유소를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까지 할 수 있는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탈바꿈하고 있다. 주유나 충전과는 아예 다른 서비스인 택배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세탁, 물품 보관 서비스 시작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휘발유·경유 유류세 인하분 환원 정부는 지난해 11월 6일 낮춘 유류세 인하분 15%를 올해 5월(8%)과 9월(7%) 두 차례 나눠서 환원했다. 정유업계는 이에 유류세 인하 당시 직영주유소에서 인하분을 즉시 반영해서 세금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유류세 환원에서는 세금 환원분을 즉시 인상하지 않고 서서히 반영했다. 정부의 기름값 안정대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신림역 3번 출구에 대형 질문 적힌 거울이 들어선 까닭은

    신림역 3번 출구에 대형 질문 적힌 거울이 들어선 까닭은

    ‘지금 당신은 당신답게 살고 있나요?’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 이런 질문이 적힌 대형 거울이 들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관악구는 지역 내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신림역 3번 출구에서 거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역형 청년예술단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마련됐다. 관악의 청년예술가를 발굴하고 육성해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신개념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에서 청년 세대가 가장 많이 사는 신림동을 선정해 청년들이 스스로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하고자 기획됐다. 내년 1월 2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관계자는 “전시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고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대형 거울을 통해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완성하고 있다. ‘지금 당신은 당신답게 살고 있나요?’란 질문이 쓰여 있고 이에 대한 대답과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부착 메모지가 거울 하단 바구니에 놓여있어 누구나 메모를 남길 수 있다. 한쪽에는 나 자신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전시를 주최한 청년예술단체 작은따옴표는 신림에서 6년간 활동하며 도림천 다리 밑 축제, 관악구 청년 마을 네트워크 파티, 1인 가구 축제 등 공연기획, 문화 콘텐츠 개발을 통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는 단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취임 후 관악의 청년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예술가의 마을, 찬란한 문화도시 관악을 만들기 위해 주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헌재, 오늘 ‘한일 위안부 합의’ 위헌 여부 판단…한일관계 파장 전망

    헌재, 오늘 ‘한일 위안부 합의’ 위헌 여부 판단…한일관계 파장 전망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협상해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7일 위헌 여부를 판단해 결론을 내린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일본 정부가 사죄를 표명하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대신, 이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을 배제한 채 이뤄진 양국 정부 간 합의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에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양국 합의를 뒤집는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9명과 피해자 유족 12명을 대리해 2016년 3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헌법소원을 냈다.해당 합의로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해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실현할 길을 봉쇄해 헌법상 재산권이 침해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국가로부터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합의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돼 절차 참여권과 알 권리도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양국 합의에 따라 일본정부 출연금을 바탕으로 세운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일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불능 상태에 빠졌다. 헌재의 이날 판단에 따라 한일 관계에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내년 3월부터 입국장 면세점도 담배 판매

    내년 3월부터 입국장 면세점도 담배 판매

    내년 3월부터 입국장 면세점에서도 담배 구입이 가능해진다. 또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운영했던 입국장 면세점이 전국의 모든 공항과 항만에 들어선다. 정부는 26일 이런 내용의 ‘입국장 면세점 평가결과와 내실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내년 3월 중으로 입국장 면세점에서도 1인당 1보루까지 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 마약·검역 탐지견에 방해될 우려로 제한했던 구매 전 향수 테스트도 다음달부터 허용된다. 아울러 한국공항공사와 부산·인천 등 주요 국제항만을 관리하는 개별 공사는 입국자 현황과 부지 등을 고려해 별도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 계획을 수립한다. 지난 5~11월 입국장 면세점 시범 운영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의 60.3%는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70.9%는 ‘다시 이용하겠다’고 했다. 다만 전체 입국자 중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한 비율은 1.5%로 예상치(3.8%)를 밑돌았다. 하루 평균 매출도 1억 5700만원으로, 예상액(2억 1800만원)보다 낮았다. 정부 관계자는 “운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판매 품목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죄질 좋지 않지만 배우자 구속 참작”… 범죄 중대성은 인정 안 해

    “죄질 좋지 않지만 배우자 구속 참작”… 범죄 중대성은 인정 안 해

    “법리 공방 팽팽… 재판서 혐의 따져봐야” 조국 ‘정무적 판단’ 주장 펴며 적극 방어 영장심사에선 자신 입장 진지하게 설명 “직권남용에 의한 감찰 중단 프레임은 잘못됐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입장은 한결 같았다. 정상적인 감찰 절차와 정무적인 판단에 따라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했기에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조 전 장관은 26일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직접 내세워 자신을 방어했다. 27일 새벽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조 전 장관의 이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진 않았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된다”면서 “다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속 수사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도록 하고 ▲금융위원회가 자체 감찰 또는 징계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는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자체는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으로는 어느 정도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도 덧붙였다.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영향력’을 특히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의 결정이 단순히 한 공직자의 비위 의혹을 눈감아 준 것에서 그친 게 아니라 여권 실세인 친문 인사들의 구명운동 결과인 만큼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흔들 매우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조 전 장관도 이날 친문 인사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점은 사실상 인정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등의 영향력이 감찰 마무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권 부장판사의 질문에 “정무적 판단의 고려 요소였다”고 답한 것이다. 자신이 직접 청탁을 받은 것은 아니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친문 인사들의 ‘민원’을 간접적으로 접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토대로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가 민정수석의 권한을 넘어선 결정이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과 조 전 장관 측의 직권남용을 둘러싼 법리 공방이 워낙 팽팽한 만큼 일단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서 정확히 다퉈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조 전 장관의 현실적인 상황도 그를 구속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적극적이면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태도도 도움이 됐다. 권 부장판사는 특히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구속기소) 동양대 교수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도 언급했다. 부부를 동시에 구속시킬 만큼 조 전 장관의 혐의가 매우 중대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이 수사가 시작된 뒤 박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백 전 비서관과 함께 협의해 감찰 중단을 결정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등 회유하려 했고,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자료를 폐기하도록 지시했다며 증거인멸 우려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김 지사를 비롯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 친문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졌고 수사 진행 상황에 비해 조 전 장관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경기도 내년 동물사랑 정책 추진에 386억원 투입...올해 예산의 2배

    경기도 내년 동물사랑 정책 추진에 386억원 투입...올해 예산의 2배

    경기도가 내년 동물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의 2배인 386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26일 도가 밝힌 ‘2020 경기도 동물사랑정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경기도’ 실현을 목표로 동물복지 향상 및 동물보호 전문역량 강화,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성숙한 문화 정착·확산,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 구현, 동물보호·반려동물 사업 추진 거버넌스 구축 등 4개 분야 29개 사업을 담고 있다. 사업비는 도비 275억원, 국비 16억원, 시·군비 95억원 등 모두 386억원으로 올해 예산 181억원의 2배를 넘어선다. 동물복지 향상 및 동물보호 전문역량 강화 분야에는 유실·유기동물 입양비 지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지원, 동물등록제 지원 등 21개 사업에 216억원이 투입된다. 권역별 4차례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반려동물 보험 가입 지원, 도우미견 나눔센터 기능을 확대해 길고양이까지 보호하는 시설 설치, 야생동물 생태관찰원과 보전 학습장 조성 등의 사업도 추진한다.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성숙한 문화 정착·확산 분야에는 반려동물 문화 교실 운영, 반려동물 생명 존중 교육, 반려견 놀이터 조성 등 6개 사업에 166억원이 배정됐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 구현 분야에는 4억원을 들여 반려동물 입양 카페 운영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제공 등 2개 사업을 벌인다. 반려동물 입양 카페는 사회화 교육을 받은 유기견과 교감하고 입양할 수 있는 상설공간으로 내년 접근성이 좋은 도시지역 상가 1곳에 설치한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기관·단체 간 상시협력 체계인 ‘동물보호·반려동물 사업 추진 거버넌스’도 구축된다. 경기도는 이 거버넌스를 통해 도의 기존 사업들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업과 정책을 발굴할 방침이다. 김종석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경기도에 등록한 반려동물은 47만여 마리로 전국 158만 마리의 30%가량을 차지한다”며 “생명존중이 기본이 되는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해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여군에 ‘게스(GUESS)는 섹시한 여자가 입어야’ 징계

    여군에 ‘게스(GUESS)는 섹시한 여자가 입어야’ 징계

    사복을 입고 참석한 회식 자리에서 여군에게 ‘게스(GUESS) 티셔츠는 섹시한 여자가 입는 것’이라며 성희롱 발언을 한 해군 부사관의 견책 징계는 마땅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2부(이승훈 법원장)는 해군 소속 부사관 A씨가 부대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준 1심을 깨고 “징계는 마땅하다”며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해군 부사관인 A씨는 지난해 8월 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경북 포항시의 한 음식점에서 B씨 등 여군 2명이 참석한 회식 자리에 뒤늦게 나타났다. 당시 A씨는 “늦어서 죄송하다. 회식 자리에 이런 옷 입고 오면 안 되고, 이런 옷은 아가씨들 만날 때나 입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건배 제의를 위해 일어선 여군 B씨에게 “‘게스’는 섹시한 여자가 입는 것 아니냐”고 말해 불쾌감을 줬다. 이 일로 A씨는 같은 해 8월 말 징계위원회에서 견책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해군 제1함대 사령부에 항소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이런 옷은 아가씨들 만날 때 입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설령 그 행위의 정도 등에 비춰 견책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회식에 참석한 상당수 부대원의 진술이 일관되고 일치하는 점으로 볼 때 징계 사유와 관련한 말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다만 회식 분위기, 발언의 내용, 횟수 등을 고려하면 징계처분은 다소 과중하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회식 분위기가 매우 자유로워 일부 부대원이 건배 구호로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한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다만 원고의 행위는 상급자가 개별 하급자를 상대로 한 성적 발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행위는 해당 하급자 또는 같은 성별의 다른 부대원에게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줬다”며 “원고에 대한 견책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지 않은 1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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