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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 기둥 우뚝…국가폭력 못 들어설 것”

    文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 기둥 우뚝…국가폭력 못 들어설 것”

    6·10 항쟁에 “미래세대 계승할 고귀한 자산”“많은 희생 위에 민주주의 결코 잊어선 안돼”대공분실서 87년 박종철 열사 물고문 사망“독립·호국·민주 유공자들께 예우 다할 것”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4주년을 맞은 10일 민주인권기념관 착공과 관련해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인권의 기둥을 우뚝 세워 다시는 국가폭력이 이 나라에 들어서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의 정신은 미래세대로 계승돼야 할 고귀한 자산”이라면서 “많은 분들의 희생 위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게 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꽃들 진 자리 맺힌 민주주의 열매”“참으로 가슴 아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졌던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자리에 민주인권기념관이 들어선다고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34년 전 6월의 광장에서 함께한 시민들을 떠올린 뒤 “젊고 푸른 꽃들이 진 자리에 맺힌 민주주의의 열매가 참으로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면서 “전국 곳곳에서 하나가 돼 외친 함성은 민주주의를 열었고, 이제 민주주의는 정치의 영역을 넘어 경제·생활 속에서 더욱 크게 자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실천하고 계신 국민들께 한없는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처음으로 민주주의 유공자를 발굴해 훈포장을 전수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정기 포상으로 확대했다고 소개하고 “독립·호국·민주 유공자들께 예우를 다하고 그 이름을 자랑스럽게 기억하겠다”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여기는 남미] 국민 10명 중 1명 코로나…초기 방역 모범국 아르헨의 몰락

    [여기는 남미] 국민 10명 중 1명 코로나…초기 방역 모범국 아르헨의 몰락

    코로나19 2차 유행이 한창인 아르헨티나에서 누적 확진자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 아르헨티나 보건부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선 신규 확진자 3만1137명, 사망자 722명이 발생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누적 400만8771명으로 불어났다. 팬데믹 사태가 시작된 후 누적 확진자가 400만을 넘어선 국가는 지금까지 미국, 인도, 브라질, 프랑스, 터키,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 등 8개국뿐이었다. 문제는 아르헨티나의 인구수가 이들 8개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데 있다. 인도나 미국은 차치하고 이웃국가 브라질만 해도 인구 2억1400만 인구대국이다.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 코로나19로 곤욕을 치른 유럽국가의 인구수도 6000만 명대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인구는 4500만에 불과해 확진자 400만 명을 넘어선 9개국 가운데 가장 적다. 거의 인구 10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에 걸린 셈이다. 4000만 명대 인구를 가진 국가 중 확진자 400만을 넘어선 국가는 세계에서 아르헨티나가 유일하다.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연일 악몽 같은 신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앞서 7일 아르헨티나 전국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79.1%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이날 기준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중증환자는 모두 7827명으로 사상 최다였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사태 초기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은 아르헨티나가 코로나19로 쑥대밭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느슨해진 경각심을 꼽는다. 아르헨티나의 감염학 전문의 에두아르도 로페스는 "사태 초기 정부가 시행한 강력한 봉쇄조치가 풀리면서 국민이 경각심을 풀기 시작했다"면서 "마치 코로나19를 이겨낸 것처럼 경계심이 느슨해지자 이에 비례해 확진자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늦게 시작된 데다 변이 바이러스가 상륙한 것도 걷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 확산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백신 스푸트니크V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국민은 1409만 명에 이르지만 코로나 확진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부터 시작해 지금은 50대 이상까지로 접종 대상이 확대됐지만 현재 확진자 중 40% 이상은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20~30대 청년층"이라며 "이로 인해 백신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백신 접종이 늦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상륙은 엎친 데 덮친 격을 만들었다. 아르헨티나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의 약 50%는 브라질발 또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추격전 중 뒤쫓는 경찰에 2개월 아들 던지고 달아난 美아빠

    추격전 중 뒤쫓는 경찰에 2개월 아들 던지고 달아난 美아빠

    경찰의 검문을 피해 도주하던 미국 남성이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경찰에게 자신의 2개월 된 아기를 던지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아기는 경찰이 잘 받아내 다치지 않았고, 남성은 다른 경찰의 추격 끝에 붙잡혔다. 그는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10일 미국 뉴욕포스트와 지역방송 CBS12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인디언리버 카운티 경찰은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주행선을 넘나들며 똑바로 가지 않는 차량 1대를 불러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차를 운전하고 있던 존 헨리 제임스(32)는 경찰 지시에 불응하고 도주했다. 제임스의 차량과 경찰차 간 추격전은 약 40분간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제임스의 차량은 경찰차와 충돌하고 도로 표지판을 들이받기도 했다.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제임스는 사방이 경찰차로 가로막히자 차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이때 그는 차에 함께 타고 있던 2개월 된 아들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자신을 쫓던 경찰관을 향해 던졌다. 다행히 경찰관은 날아오는 아기를 받았고, 아기는 다치지 않고 무사했다. 경찰관은 “아기를 가볍게 던진 것도 아니었다. 6피트(약 1.8m) 거리에서 2개월짜리를 강하게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임스는 결국 주차장 인근에서 체포됐다. 그는 얼굴에 상처가 나 있었고, 입에선 술 냄새가 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재 제임스는 아동학대, 경찰 폭행, 난폭운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황성기 칼럼] 역사의 굴레를 자르는 길

    [황성기 칼럼] 역사의 굴레를 자르는 길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미국에 한발 다가선 데 포인트가 있다. 문재인 정부 4년간 아슬아슬하던 미중 밸런스를 정권 말기에 깬 것은 실용외교 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대미 자주 정체성을 고집하지 않고 ‘글로벌 동맹’을 만들어 냄으로써 향후 반세기는 지속될 미국 권력과 손잡는다는 결기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대중 외교의 적신호는 불가피하다. 미국과의 글로벌 동맹을 선택했으면 감수할 일이다. 한중 관계가 삐걱댈 수 있겠다. 그러나 미국, 일본, 호주, 일본의 비공식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한국은 발을 담그지 않았다. 대중 레버리지는 여전히 한국이 쥐고 있음을 중국은 잘 알고 있을 터다. 이제는 한일 관계다. 해방 이후 한일에 청명한 날이 있었던가. 굴곡진 관계에 뚫린 구멍이 블랙홀처럼 커지면서 파국을 향해 간다. 국교 정상화 교섭에서 깔끔히 정리하지 못한 역사가 양국의 발목을 잡고 흔든 수십 년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법적 단죄는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로 완성됐다. 1억원씩의 배상금을 못 내겠다고 피고 기업이 버티든, 버티는 기업 뒤에 일본 정부가 있든 말이다. 피해자들이 1997년 일본 법원에 제기했던 손해배상소송은 완패했다. 2005년 소송을 한국으로 가져온 피해자들은 13년의 우여곡절을 거쳐 국내에서 승소를 확정했다. 지난 7일 1심에서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강제동원 소 각하가 있었지만 대세와는 관계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도쿄 재판을 비롯해 일본에서 연전연패하던 소송을 한국에 가져와 지난 1월 위안부 할머니의 승소라는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역시 법적 단죄는 완료됐다. 같은 안건에 다른 재판부가 주권 면제를 인정하면서 꼬였지만 할머니들 승리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재판을 처음부터 무시한 일본 정부가 1억원씩의 배상금을 지불하든 거부하든 한국 역사에는 ‘단죄’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4년간 한일 관계는 줄곧 뒷걸음질이다. 책임 소재를 가리자면 일본 쪽이 크지만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위안부 합의의 검증을 통해 합의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그러고도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합의 파기는 없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합의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우왕좌왕이다. 강제동원 판결 직후 범정부 태스크포스가 모든 대책을 시뮬레이션해 봤다. 그러나 ‘피해자 중심주의’와 ‘사법부 판단 존중’에 걸려 무대응으로 그쳤다. 판결 1년도 되지 않아 일본의 무례하기 짝이 없는 반도체 부품 대한국 수출 규제라는 사태가 일어났다. 우리의 부품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는 됐지만 국제 분업의 효율을 생각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21세기 한일 관계는 ‘기승전·역사’다. 일본은 강제동원 판결을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 한다. 판결이 발생한 한국에서 해결하란다. 아베든 스가든 정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전쟁이라도 벌여 결판을 보지 않는 한 일본 변화는 바라기 어렵다. 총리를 넘본다는 일본 외무상이란 자가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한 망언에 동조했다. 그것이 역사에 퇴행적인 일본 집권층의 현실이다. 패전 후 76년간 한국을 보는 시선은 식민시대에 머물러 있다. 그들에게 언제까지나 식민지배는 합법이며, 5억 달러는 독립 축하금에 불과하다. 민사소송에 진 일본 기업이나 일본 정부에 배상은커녕 판결에도 없는 사죄를 받아 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런 일본과 외교로 역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은 일제 피해자나 국민에게 희망 고문이다. 역사의 화해를 위해 일본에 내밀었던 손을 이제는 거둬야 한다. 강제동원 판결 3년 시효도 다가온다. 이쯤 되면 역사 문제는 정부가 나서거나 국회 주도로 피해자를 구제하는 게 떳떳하고 현실적이다. 대위변제 방식은 피해자와 국민 설득이란 난관이 있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으로 푸는 방법도 있다. 국가를 빼앗겨 일어난 강제동원·위안부 피해를 주요 11개국(G11)을 넘보는 한국이 스스로 구제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 사법부 존중을 넘어선 국가의 책무다. 역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일본에 면죄부보다 혹독한 건 ‘역사 후진국’ 낙인을 찍는 일이다. 역사의 굴레를 먼저 자르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실용 아니겠는가.
  • [홍석경의 문화읽기] 선도국 된 한국의 운명

    [홍석경의 문화읽기] 선도국 된 한국의 운명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성공이 상상하던 수준을 넘어선 지 꽤 됐다. BTS의 새 싱글곡 ‘버터’가 1년 안에 네 번째 빌보드 1위를 했다는 소식도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잘나가는 나라”가 된 것은 단지 대중문화뿐이 아니다. 그 방식에 대한 철학적 이견이 있음을 차치하고 한국 정부와 국민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팬데믹을 엄격한 방역으로 억제했고, 그 결과 예상치를 넘어서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하이테크 산업에서 앞서가는 대기업이 있을 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건재하며 디지털 문화에 능한 국민이 유권자를 구성하고 시장을 받쳐 주고 있어서 정책이든 상품이든 부글부글 끓듯 토론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시행과 성공, 실패 또한 빠르다. 이 정도까지만 한국에 대한 사실을 기술해도 ‘국뽕’이라는 자조와 경멸이 어우러진 지적이 진보와 보수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다. 한국이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 리스트가 이어지고, 분단국가의 역사적ㆍ지정학적 약점이 환기된다. 이렇게 한국 내의 문제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현미경 밖의 세계는, 특히 우리가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모델로 삼아 왔던 나라들은 우리보다 문제 없이 잘 살고 행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관찰의 거리로 인한 착시일 뿐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민초들의 현실 또한 수많은 문제로 점철돼 있다. 가까이에서 보는 우리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지지만, 서구 청년들의 좌절이 한국의 2030보다 가볍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사회복지 시스템이 보호막을 좀더 세련되게 깔아 놨을 뿐 가족 해체가 더 진행된 서구사회 청년이 느끼는 불안이 더 가볍고 그들의 장래가 더 밝은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인은 아직 얼마나 한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높고 잘사는지, 한국의 일상이 안정된 시스템으로 보장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일상 속에 여유와 자선보다는 상실감과 이기심이 더 분출한다. 한국의 위상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자조적으로 바라봐 온 한국의 역사적·지정학적 약점에 좌절하지 않고,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와 방식으로 그것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민족을 무력으로 침략하거나 착취해 부를 축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의 식민 착취와 탄압, 전쟁의 파괴, 가난과 군사독재의 폭력을 그 나름대로 극복하고 부유한 국가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이며,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희생하지도 않았다. 그것도 중국, 미국, 일본의 욕망이 부딪치는 이 전략적인 공간에서. 이러한 특수한 환경에서 성취한 부와 민주주의가 우리가 모델로 했던 선진국의 내용과 다른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두 마리 토끼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끝없는 소음과 다툼과 갈등, 하루가 멀다고 소셜네트워크를 달구는 논란들. 우리가 만드는 영화, 드라마, 웹튠과 케이팝에는 있는 힘을 다해 두 세대 만에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부자인 민주국가 그룹에 도달한 한국인의 꿈과 희망, 좌절, 경쟁, 스트레스, 강박, 불안, 추구하려는 가치가 묻어 있다. 세계의 관객이 한국산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우리의 이러한 특별한 선도국 위상이 그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서구 시스템이 안정되고 세련됐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가능케 한 물적 토대에 대부분의 나라는 도달할 수 없으며, 선진국이라는 가면 밑에는 해결되지 않은 인종주의와 후기식민주의적 상황들이 얽혀 있다. 새마을운동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성공 모델이 되고, 광주시민항쟁과 촛불시위가 홍콩과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레퍼런스로 언급된다. 케이팝 팬덤 문화는 세계적 팬덤 문화의 참조가 되면서 음악산업의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일본인에게 한국 드라마는 더는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아니라 비교 불가능한 고급 콘텐츠이고, 한국의 문화 수출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서구 지식인들은 자신의 태도를 수정하거나 정당화 논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이다. 선진이라는 형용사가 진부해진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새로운 길을 내며 걸어가는 선도국의 위상은 힘들지만 한국이 맡게 된 세계사적 운명이기도 하다. 세계가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 친구이자 경쟁자 82년생 동갑내기 추신수·이대호…“칭구야 퍼뜩 오래이”

    친구이자 경쟁자 82년생 동갑내기 추신수·이대호…“칭구야 퍼뜩 오래이”

    1982년생 동갑이자 ‘30년 지기 맞수’ 추신수(왼쪽·SSG 랜더스)와 이대호(오른쪽·롯데 자이언츠)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강타자인 두 선수는 신세계와 롯데라는 유통 라이벌 구도까지 겹치면서 면면히 비교되고 있다. 추신수는 SSG 입단 때부터 야구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추신수는 올 시즌 49경기 출전해 타율 0.263, 8홈런, 44안타, 28타점, 13도루 등을 기록하고 있다. 도루는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한국 나이 40세임에도 거침없이 뛰는 야구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엔 주춤했으나 리그 적응을 마친 중반부터는 팀의 맏형으로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추신수의 타율은 4월 0.237, 5월 0.229로 상대적으로 미진했으나 6월 들어선 0.476로 상승했다. 특히 최근 1~2점 차의 팽팽한 경기에선 8, 9회 때 안타나 볼넷 등으로 출루해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믿음직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추신수는 최주환, 최정, 박종훈 등을 제치고 SSG에서 가장 많은 유니폼을 판매하는 선수로 올라섰다. 소속팀 홍보와 인지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추신수는 14일부터 시작하는 KBO 올스타 투표에서 외야수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추신수가 한미 모두에서 올스타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반면 이대호는 2017년 자유계약선수(FA) 계약과 함께 받았던 최고 연봉 ‘킹’(25억원) 자리를 올해 추신수(27억)에게 내준 데 이어 팀도 최하위권을 맴돌면서 체면을 구겼다.이대호는 올 시즌 35경기에 출전 타율 0.328, 8홈런, 44안타, 2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기록 면에서 추신수와 엇비슷하지만 최근 ‘내복사근’ 부상으로 2군에서 재활 중이다. 그럼에도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부상을 털고 라이벌에게 시원한 홈런포로 응수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고향인 부산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함께 야구를 시작한 추신수와 이대호는 중학교부터는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 추신수는 부산중과 부산고를 거쳤고 이대호는 대동중과 경남고로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추신수가 부산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대호는 롯데에 입단해 KBO의 간판타자가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SSG가 추신수를 영입하면서 두 선수는 20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친구이자 경쟁자로 다시 만났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오♪자·만·추… 스페셜 토크

    오♪자·만·추… 스페셜 토크

    상임 지휘자 없는 코리안심포니 다우니 디어·에르조그·터글 등공연 전 초청 지휘자와 관객 만남올 시즌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정기공연에서 호흡을 맞추는 지휘자들에게는 공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관객들과 자신의 음악 세계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시간이다. 단 하루뿐인 연주가 좀더 깊이 전달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와 관객들을 가까워지게 하는 것이다. ●세계적 지휘자가 눈앞에 지난 2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협연한 홍석원부터 피네건 다우니 디어·다비드 레일랑(4월), 마티외 에르조그(5월), 제임스 터글(6월)이 모두 공연 전 이 단계를 거쳤다. 다음달 6일에는 미하일 아그레스트의 토크가 예정돼 있다. 11일부터 누구나 참가를 신청할 수 있고 선착순 접수를 통해 20명이 지휘자와 만나게 된다. 스페셜 토크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 아누 탈리였다. 20대에 악단을 이끌 만큼 리더십과 실력을 두루 갖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여성 지휘자인 그에게 젠더를 넘어선 예술경영 리더십과 그의 음악 여정을 듣기 위해서였다. 소규모였지만 지휘자도, 청중도 매우 흡족한 시간을 보냈고 이를 올 시즌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상임지휘자가 없어 협연하는 지휘자들이 많았고, 대부분 해외에서 오는 지휘자들이라 더 할 만하다고 봤다. 1시간 30분~2시간 남짓 지휘자에게 음악인으로서의 성장 과정과 추구하는 방향, 지휘자로서 갖는 태도 등을 노승림 숙명여대 교수와 대담을 통해 설명한 뒤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갖는다.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로 많지만 문화기획자나 클래식 애호가, 주부 등 다양한 참석자들이 “음악적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지휘자에게 타악기는 어떤 존재인가”, “코로나19 등으로 빠르게 변하는 클래식 시장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등 방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관객 이해 돕기 위한 즉흥 연주도 지휘자들도 정해진 시간을 넘길 만큼 흠뻑 즐긴다고 한다. 지난달 19일 부처님오신날에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눈 에르조그는 프랑스와 독일 음악의 차이에 대해 즉흥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몸을 움직이며 열정적으로 설명했고, 뒤에 잡혀 있던 약속을 30분이나 미루며 관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2주 자가격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해외 지휘자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공연 2~3일 전이다. 참가비가 무료라 공연 수익에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코리안심포니 측은 이 프로그램을 상설화하는 걸 고민한다. 코리안심포니 조신애 홍보마케팅팀장은 “더 많은 관객들이 오케스트라와 친해질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고 밭을 가는 과정”이라면서 “벌써 꾸준히 참석하는 마니아들이 생겼고 입소문이나 온라인 후기를 통해 알려져 매주 유료회원이 늘고 있어 나름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IT·신재생에너지의 댐’ 소양강댐… 그린뉴딜 ‘수열 1번지’ 강원

    ‘IT·신재생에너지의 댐’ 소양강댐… 그린뉴딜 ‘수열 1번지’ 강원

    ‘수열에너지가 탄소중립시대의 열쇠.’ 최근 정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실행전략을 발표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수열에너지 산업화 포럼 2021’이 열렸다. 수열에너지란 해수 표층 및 하천수에 저장된 열에너지를 말한다. 환경부와 강원도, 서울신문,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춘천시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홍정기 환경부 차관, 김명중 강원도 경제부지사의 개회사 및 환영사 등을 시작으로 환경부의 수열에너지와 관련된 6가지 주제발표,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포럼은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판 그린 뉴딜사업으로 추진 중인 수열에너지 산업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준비됐다. 허영(춘천·철원·화천·양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이 축사했으며 전문가 등 80여명이 참석했다.홍 차관은 개회사에서 “정부는 강원도와 함께 정보기술(IT)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접목한 댐 용수 활용 수열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해 지역의 대표 먹거리 사업으로 키워 나가고자 한다”면서 “수열산업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고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과 조언을 해 주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지사는 “강원도는 환경부, 춘천시, 수자원공사와 함께 추진 중인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의 성공적 조성을 통해 수자원을 활용한 미래에너지 산업을 선도해 나아갈 것”이라면서 “수열에너지 산업이 강원도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우리나라 산업의 근본 양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원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춘천시 동면 일대에 들어선다. 설비 규모가 1만 6500 냉동톤(RT·단위시간 냉각열량)으로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의 5배가 넘는다. 연간 수온이 6~13도인 소양강댐 심층수 24만t을 활용해 수열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동시에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스마트 농업 단지, 스마트 주거 단지, 물에너지 기업 특화 단지도 조성된다. 허 의원은 축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은 기존의 산업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편해 탄소중립 체제로 넘어가기 위한 거대 프로젝트”라면서 “춘천 소양강댐 일원에 조성되는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를 통해 그동안 지역발전의 족쇄로 여겨지던 물이 수열에너지라는 가능성을 만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열에너지도 태양열에너지, 수소에너지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처럼 상용화의 단계로 들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사장은 “수열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정부, 공공기관, 산·학·연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경험과 노하우를 공부해 실행력 있는 정책의 수립과 이행을 한다면 수열에너지 활성화는 한층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용태 고려대 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면서 수열에너지 활용 확대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PD는 “수열에너지를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수열에너지 이용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COP·성능계수)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면서 “유럽국가에서 시행하는 재생 열에너지 이용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이나 재생 열에너지공급의무화(RHO) 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PD는 “비전력에너지인 수열에너지 활용 확대를 통해 전력과 열의 균형 있는 보급으로 공급 위주 정책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헌 안양대 교수는 “현재 수자원공사 등 공공부문의 주도로 수열에너지와 관련된 다수의 연구개발(R&D)이 진행되고 있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규모 있게 개발하는 것은 적극 찬성하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돼 수열에너지 산업화와 탄소중립의 가시적 성과 달성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수열에너지의 빠른 산업화를 위해서 공공부문은 거시적인 계획과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민간부문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열에너지를 적용해 탄소중립을 바로 실행하도록 실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서울 강동구가 추진하는 강동비즈밸리나 이케아 고덕, 신라교역 등 28개의 사옥을 비롯한 민간 건축물들이 착공하는데 강변이라 터파기 공사를 하면 많은 지하유출수가 나오고, 이 물은 하수도 요금을 부담하면서 그냥 버려지고 있다”면서 “이 물로 냉난방시스템을 가동하고, 중수조를 이용해 재이용하고, 다시 인공함양해 지하수계로 되돌려서 자연적인 물순환체게를 구축하면, 싱크홀도 방지하고 1석 4조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따라 전기요금에 포함된 기후환경요금을 수열과 같은 탄소중립 열원을 이용하는 히트펌프에 대해서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열에너지가 탄소중립에 제대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히트펌프의 성능이 무엇보다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동안 히트펌프의 기술력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조건의 저온 미활용 에너지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적은 전력으로 충분한 성능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등호 수자원공사 녹색전환추진단장은 “수열보급확대를 위해 재정적 부담과 인식 부족 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단장은 “수열에너지는 타 신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초기투자비가 높아 수요처의 재정 부담이 큰 에너지원이고, 실질적인 국내 대규모 적용 사례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한정돼 있어 수요처의 수열 도입에 있어 기술적 의구심이나 인식 부족 문제가 크다”면서 “초기부담 경감과 수열보급을 통한 사례 확보를 위해 물산업 육성 관점에서의 정부의 재정적 지원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수열에너지는 무엇 열회수장치 ‘히트펌프’ 거쳐 냉난방 에너지를 얻는 방식 최대 50% 에너지 절감 효과 수열(水熱)에너지는 열 회수 장치인 히트펌프를 통해 물을 흘려보내며 주로 냉난방 에너지를 얻는 방식을 말한다. 냉방할 때는 물을 통해 건물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고, 난방할 때는 물에서 열을 얻어 건물 안으로 공급하는 원리다. 겨울에는 대기보다 온도가 높고, 여름에는 낮은 물의 온도 차를 이용한 기술로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기존 냉난방 시스템에 비해 최대 5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유럽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에서는 1960년대부터 건물·농업·교육시설 등에 수열에너지를 사용해 왔다. 이들 국가 가운데 스웨덴 스톡홀름은 바닷물을 비롯한 하수, 호수, 지하수를 히트펌프를 통해 도시 전체에 흘려보내며 지역 냉난방 열원의 약 44%를 충당한다. 일본 도쿄 지바시는 하수열을 활용해 냉난방을 공급하면서 냉열 제조 때 약 13%, 온열 제조 때 약 23%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 [영상] ‘예리한 주먹’ 의원 간 난투극에 싸움판 된 볼리비아 국회

    [영상] ‘예리한 주먹’ 의원 간 난투극에 싸움판 된 볼리비아 국회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퇴진을 전후로 정치갈등이 격화된 볼리비아에서 국회의원 간 난투극이 벌어졌다. 8일 현지 매체 엘 데버는 이날 오후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여야 의원 간 주먹다짐이 있었다고 전했다. 볼리비아 국회는 이날 자니네 아녜스(53) 전 임시 대통령 체포가 정당했는지를 두고 내무장관 에도아르도 델 카스티요를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2019년 11월 모랄레스 전 대통령 퇴임 이후 1년간 우파 임시 정부를 이끌었던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은 지난 3월 테러 및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돼 현재 수도 라파스의 여자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볼리비아 수사당국은 대선 부정 시비 끝에 물러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퇴진 상황이 쿠데타였으며, 아녜스 등 임시 정부 인사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지난해 10월 대선 승리로 정권을 탈환한 볼리비아 좌파 정부의 기조가 재확인된 셈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역시 줄곧 같은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대해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은 “있지도 않은 쿠데타로 나를 엮어 감옥에 보냈다. 여당인 사회주의운동당(이하 MAS) 정부가 독재정권을 세우려 한다”고 항변한 바 있다. 아녜스 전 임시대통령 체포를 둘러싸고 여야 국회의원들 간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청문회 자리에 선 카스티요 내무장관은 “기생충”, “부패 공범”이라는 등의 막말로 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카스티요 장관은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을 독재자에 비유하며, 나라를 망치려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뒤에 있었던 기생충 같은 이들도 공범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파 임시 정부에서 내무장관을 맡았던 아르투로 무리요가 체포됐다면 당신들은 아마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스티요 장관의 이 같은 발언 이후 국회에는 고성이 오갔다. 특히 야당인 MAS 소속 안토니오 가브리엘 의원과 야당인 크리모스당 소속 헨리 몬테로 의원 간 멱살잡이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두 사람의 실랑이는 가브리엘 의원의 주먹에 맞은 몬테로 의원이 거칠게 반격하면서 몸싸움으로 변질됐다. 주먹질과 발길질을 주고받는 두 의원을 뜯어말리기 위해 다른 의원들까지 몰려들면서 국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몇 시간 후 크리모스당 몬테로 의원은 주먹다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몬테로 의원은 그러나 야당 의원들을 부패의 공범으로 취급한 MAS에도 책임이 있다며 날 선 비난을 이어갔다. 한편 MAS 소속으로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에 취임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19년 4선 연임에 도전했다가 부정 선거 시비에 휘말렸다. 1차 투표 승리를 선언했지만, 석연찮은 개표 과정이 문제였다. 이후 볼리비아 전역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거세지고, 군 수장까지 나서 퇴진을 권고하자 같은 해 11월 쫓기듯 망명길에 올랐다. 모랄레스 퇴진 이후 들어선 아녜스의 우파 임시 정부는 혼란의 책임을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게 돌리고,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모랄레스가 이끄는 MAS의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당선되며 전세가 역전됐다. 모랄레스는 혐의를 벗고 귀환했고, 재집권한 좌파 정부는 우파 임시 정부를 겨냥해 쿠데타 수사를 본격화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차량절도에 관련법 개정 여론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차량절도에 관련법 개정 여론

    최근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들의 차량절도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관련 법규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 5일부터 나흘간 폭스바겐과 제네시스 등 차량 11대를 훔쳐 무면허로 운전한 혐의(특수절도)로 A(14)군 등 7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A군 등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또 다른 차량을 훔쳐 갈아타면서 전주와 임실, 익산 등을 돌아다녔다. 경찰 조사 결과 SNS에서 만난 이들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7명 중 형사 처벌이 가능한 만 14세를 넘어선 3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명은 소년부에 송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촉법소년인 B(13)군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 밤 11시쯤에도 전북 정읍에서 훔친 차를 타고 달아나던 청소년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대전에서 차를 훔쳐 정읍까지 110여㎞를 이동했지만 한 명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3세 촉법소년이었다. 이같이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늘고 있지만, 체포나 조사가 쉽지 않아 경찰이 고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절도는 피해 금액이 많고 10대들은 운전 연수 경험이 없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촉법소년일 경우 체포하는 게 쉽지 않다”며 “청소년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촉법소년의 처벌에 대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길종 변호사는 “촉법소년은 모든 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만 14세 미만으로 구분돼 있으나 나이가 아닌 행위에 맞는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범행과 피해 정도에 따른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코리안심포니 협연 지휘자가 꼭 가져야 하는 시간…음악세계 나누는 ‘스페셜 토크’

    코리안심포니 협연 지휘자가 꼭 가져야 하는 시간…음악세계 나누는 ‘스페셜 토크’

    올 시즌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정기공연에서 호흡을 맞추는 지휘자들에게는 공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관객들과 자신의 음악 세계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시간이다. 단 하루뿐인 연주가 좀더 깊이 전달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와 관객들을 가까워지게 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협연한 홍석원부터 피네건 다우니 디어·다비드 레일랑(4월), 마티외 에르조그(5월), 제임스 터글(6월)이 모두 공연 전 이 단계를 거쳤다. 다음달 6일에는 ‘왕의 두 얼굴’ 공연(7월 9일)을 앞둔 미하일 아그레스트의 토크가 예정돼 있다. 11일부터 30일까지 누구나 참가를 신청할 수 있고 선착순 접수를 통해 20명이 지휘자와 만나게 된다.스페셜 토크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 아누 탈리였다. 20대에 악단을 이끌 만큼 리더십과 실력을 두루 갖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여성 지휘자인 그에게 젠더를 넘어선 예술경영 리더십과 그의 음악 여정을 듣기 위해서였다. 소규모였지만 지휘자도, 청중도 매우 흡족한 시간을 보냈고 이를 올 시즌으로 확대했다. 정치용 예술감독의 임기가 끝나 올해는 코리안심포니 상임지휘자가 없어 협연하는 지휘자들이 많게 됐고, 대부분 해외에서 오는 지휘자들이라 더 할 만하다고 봤다. 1시간 30분~2시간 남짓 지휘자에게 음악인으로서의 성장 과정과 추구하는 방향, 지휘자로서 갖는 태도 등을 노승림 숙명여대 교수와 대담을 통해 설명한 뒤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갖는다. 각각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지휘자들이 어떻게 음악세계를 구축했는지를 나누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교육까지 다방면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로 많지만 문화기획자나 클래식 애호가, 주부 등 다양한 참석자들이 “음악적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지휘자에게 타악기는 어떤 존재인가”, “코로나19 등으로 빠르게 변하는 클래식 시장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등 방대한 질문을 쏟아냈다.지휘자들도 정해진 시간을 넘길 만큼 흠뻑 즐긴다고 한다. 지난달 19일 부처님오신날에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눈 에르조그는 프랑스와 독일 음악의 차이에 대해 즉흥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몸을 움직이며 열정적으로 설명했고, 뒤에 잡혀 있던 약속을 30분이나 미루며 관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포디움이 아닌 공간에서 연주자가 아닌 관객들과 나누는 대화가 지휘자들에게도 매우 귀하고 소중하다. 2주 자가격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해외 지휘자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공연 2~3일 전이다. 스페셜 토크 참가비는 무료라 당장 해당 공연 수익에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코리안심포니 측은 이 시간을 대표 프로그램으로 상설화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코리안심포니 조신애 홍보마케팅팀장은 “더 많은 관객들이 오케스트라와 친해질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고 밭을 가는 과정”이라면서 “벌써 꾸준히 참석하는 마니아들이 생겼고 입소문이나 온라인 후기를 통해 알려져 매주 유료회원이 늘고 있어 나름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세종학당, 올해 5개국에 새로 생겨...전 세계 234개소

    세종학당, 올해 5개국에 새로 생겨...전 세계 234개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현지에서 알리는 세종학당이 올해 26개소 추가된다. 세종학당은 이에 따라 전 세계 82개국 234개소로 늘었다.(사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새로 지정한 세종학당 지정 18개국 26개소를 발표했다. 모로코, 탄자니아, 볼리비아, 슬로베니아, 네팔 5개국에 처음으로 세종학당이 들어선다.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최근 공식 채택한 베트남과 장교 양성 군사학교에서 한국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올해 5개소씩을 추가 운영한다. 올해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는 43개국 85개 기관이 신청해 경쟁률 3.3대 1을 기록했다. 세종학당은 2007년 3개국 13개소로 처음 시작했다.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내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 270개소로 확대하고, 맞춤형 현지화 교원 파견을 확대하고 현지교원 양성 과정을 운영한다. 세종학당 문화강좌를 통한 문화교류 활성화, 최신 정보기술을 활용한 국가별 특화 학습 콘텐츠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신규 지정 발표 이후 올해 새롭게 지정된 세종학당 운영기관인 인도 힌두스탄 과학기술대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에 축하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 황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 백서’가 반성해야 할 정책들/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 백서’가 반성해야 할 정책들/전경하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내년 5월 9일 끝난다. 1년 조금 못 남았다. 앞선 정부들처럼 국정운영 백서 작업을 시작했거나 곧 시작해야 한다. 그 백서에 선의였지만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 때론 정반대 효과가 나타난 정책들이 결정됐던 과정과 그 이후 현상, 그리고 평가 등이 꼭 담겨야 한다. 그래야 지금이라도 오류를 고칠 수 있다. 임기 동안 뒤집힌 임대사업자제도를 따져 보자. 국토교통부는 2017년 12월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8·2대책의 구체안이었다. 당시 정책 라인은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 전 수석은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실행도 챙겼다. 그는 2011년에 쓴 책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다주택자들에 대해 ‘너무 많은 세금을 깎아 준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취득세·재산세 인하, 종부세 면제, 양도세 중과 배제) 공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보다는 이미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양도세마저 없애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고 썼다. 그런데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한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올리는 등 세금 혜택을 더 줬다. 세금 깎아 달라고 떼쓴다던 다주택자가 사업자가 되면 변할 거라고 생각했나. 사업자가 되면 다주택자 대출 규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쉬워진다. 해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는 사업자로 등록해 집을 사들이는 촉매제가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58% 올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민간임대사업자제도를 없애겠단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통해 정부는 무엇을 얻었나. 민간임대의 77%인 다세대주택, 원룸 등의 세입자는 최대 8년 장기임대가 가능했다. 그 공백을 채울 방안은 있나.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018년 16.4%(1060원), 2019년 10.9%(820원), 2020년 2.87%(240원), 2021년 1.5%(130원)씩 올랐다. 초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중국대사조차 2018년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인상률이) 생각보다 높았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며 남의 일처럼 말했다. 4년 동안 시간당 2250원이 오른 것보다 속도가 문제였다. 최저임금은 대기업은 물론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도 맞춰 줘야 하는 금액이다. 2018~2019년에 1880원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은 준비하거나 적응할 기회를 잃었다. 이렇게 올리면 고용 능력이 줄어들 경우 ‘나 홀로 사장’이 되거나 사업을 접어야 한다. 실제 자영업자는 2018년 563만 8000명, 2019년 560만 6000명, 지난해 553만 1000명으로 줄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398만 7000명→415만 9000명)가 늘었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65만 1000명→137만 2000명)는 줄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디지털화로 여력을 잃어 가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쳐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지만 이렇게 내몰린 구조조정이 답인가. 적응 기간을 줘도 제대로 안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더 따져 봐야 한다. 대학강사 처우를 개선하려고 마련된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3년간 재임용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2011년 만들어졌지만 세 번 미뤄져 2019년 2학기부터 시행됐다. 대학은 꾸준히 강사를 줄였지만 시행은 대량 해고를 불렀다. 2019년 2학기 대학 등록 강사가 1년 전보다 2만명가량 줄었다. 내년 1학기면 재임용을 보장하는 3년이 끝난다. 올해부터 시작된 신입생 급감으로 대학들이 위기다. 어떤 후폭풍이 예상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따져 보고는 있는가. 청년 채용 축소 여부와 공정성 논란을 부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 세계 1위 평가를 받는 원전을 수출은 하지만 국내에서는 안 된다는 탈원전, 발의한 국회의원도 실질적 경제수장인 정책실장도 법 통과 직전 올려서 피한 전월세 상한제 등 잘잘못을 따져 봐야 할 정책이 곳곳에 널렸다. 좋은 의도이니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을 넘어선 오만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본인들도 그러지 않았나.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는 생물이다. 그래서 섣부른 이상주의가 아닌 탄탄한 현실주의가 필요하다. 가슴이 뜨겁다고 차가워야 할 머리가 뜨거워지면 그 정책은 실패한다. 써야 할 백서에 임기 내내 논란을 부른 대책들의 기승전결을 상세히 기록하라. 그게 뒤죽박죽 대책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한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다. lark3@seoul.co.kr
  •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할머니와 오리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할머니와 오리

    삼척 촛대바위 근처 작은 강에 사는 야생 오리 두 마리가 할머니 가게 앞에 와서 가게 안을 기웃거리며 친구 불러내는 아이들처럼 서성거린다. 야생의 오리가 가게까지 찾아오는 게 신기하다. 가게 안에 있다가 오리를 본 할머니가 ‘저노무 새끼들 똥 때문에 죽겠다’고 신경질을 내신다. 오리들이 할머니를 보자 꽥꽥대며 궁둥이를 마구 씰룩거린다. 할머니가 “아이구, 저노무 새끼들” 하고 한번 더 소리를 지르더니 진열대 밑에 숨겨 둔 오리 밥(사료)을 꺼내어 공터에 쏟아 주신다. 오리들이 정신없이 밥을 먹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참새들도 와서 같이 먹는다. “할머니, 가게 앞에 똥도 싸고 그러는데 오리한테 왜 밥을 주세요?” “자꾸 찾아오는 걸 어떡해. 우리 영감도 오리 찾아오는 거 아주 싫어해.” “그럼 밥을 주지 마시지요?” “자꾸 찾아오는 걸 어떡해.” “그러니까 밥을 안 주시면 안 찾아오잖아요.” “저래 찾아와서 조르잖아, 밥 달라고. 아주 성가셔 죽겠어. 사람은 안 오는데 저것들은 오잖아.” “아, 그러니까 밥을 주지 마세요.” 나는 할머니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일부러 자꾸 도발적인 질문과 대꾸를 한다. 그렇지만 생명을 대하는 할머니의 태도는 한결같다. “오는 걸 어째 안 줘, 손님 같으면 밥 달라고 찾아오는 걸 안 줄 수가 있겠어?” “저 같으면 오리 똥이 무서워서 안 줄 거 같아요.” “똥보다 더 무서운 거시 인정이라 개미 새끼 하나 안 찾아오는 나한테 저렇게 나 하나 보고 찾아오는데 어째 안 줘? 우리 영감이 뭐라 캐도 줘야지.” 오리는 야생을 다소 잃고 인정(人情)에 기대는 것처럼 보였고, 할머니는 사람에게 정을 얻지 못한 대신으로 오리에게 인정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정은 종을 초월해서 이동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리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싸는 똥은 더럽지만, 야생 오리와 할머니 사이에 왕래하는 정은 뜨듯했다. 잘 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며 할머니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자 손사래를 치신다. “찍지 마, 내 얼굴이 시커먼 기 매린 없어.” “아이고, 이뿌기만 하시구만요. 자아, 할머니 여기 핸드폰을 잠깐만 보세요.” 다정하게 사진 찍는 걸 본 ‘영감’이 멀리 있다가 갑자기 다가와서 휙 지나가며 “사진을 뭘 찍고 그래?” 하고 퉁명스럽게 뱉고는 빗자루를 들고 나가신다. “할머니이~ 여기 잠깐만 보세요.” “어허, 찍지 말라니까 그러네, 어델 보라고?” “여기, 여기요.” “찍지 마, 어델 보라고? 아, 이걸 머세 쓸라고 찍으까? 오리밥이나 한 봉지 사든지.” “네, 할머니 강냉이 한 봉 주세요. 사진 고마워요.” 할머니가 말하는 사이 얼른 사진을 찍고, 오리밥 강냉이를 한 봉지 사서 든다. 가게를 나왔더니 ‘영감’은 똥을 치우고 계셨고, 오리들은 다 없어졌다. 오리밥을 든 나는 궁둥이를 씰룩거리며 오리를 찾아 강으로 뒤뚱뒤뚱 걷는다. 발걸음마다 오리 똥이 놓여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시더라도 똥은 싸 놓지 마시지, 중얼거리며 야생을 찾아간다. 종을 넘어선 할머니의 인정이 귀하다는 생각을 하는 초여름이다.
  • 주거밀집지 오피스 일수록 만족도 UP

    주거밀집지 오피스 일수록 만족도 UP

    주거 밀집지역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변 인프라가 풍부해 편리성이 높고, 임대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신설법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설 법인수는 12만 3,305개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업(14%),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6%), 부동산업(27%) 비대면 관련 법인들이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들 법인들은 대부분 오피스 등과 같은 영업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프라는 풍부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주거 밀집지역 내 오피스는 임대료 부담이 낮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대규모 주거단지들이 밀집해 있는 목동과 잠실/송파 지역의 오피스 평균 임대료는 ㎡당 각각 1만 2,700원, 1만 2,3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 평균(2만 2400원) 보다 낮으며, 광화문(3만 2,700원)이나 강남대로(2만 5,600원) 등과 같은 주요 업무지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실률 역시 목동 1%, 장안 4.6% 잠실새내역 5.6% 등으로 서울 평균(8.3%)를 밑돌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건설은 5월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일대에서 ‘금천 롯데타워’ 내 오피스를 임대로 공급한다. 금천 롯데타워는 4월에 준공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독산역 롯데캐슬’(전용 59~84㎡ 927가구) 단지 내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2층~지상 25층 1개동 규모로 이뤄진다.지상 2~18층에는 오피스가, 지상 19층~25층에는 오피스텔이, 지하 2층~지상 1층에는 근린생활 시설 및 지원시설이 들어선다. 이번에 공급하는 오피스는 지상 2~3층의 16실 규모다. 특히 지상 4~18층에 롯데 그룹사가 사옥으로 이용할 예정에 있어 업무간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피스 반경 약 800m 이내에 1만 2,000여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어 직주근접 업무시설로 손색이 없고, 지하철 1호선 독산역도 약 200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직원들의 출퇴근도 수월하다. 특히 반경 약 1㎞ 거리에 신안산선(안산~여의도) 신독산역도 오는 2023년 개통 예정에 있어 교통여건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서부간선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시흥대로, 강남순환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광명~수원간 고속도로, 금천교 등의 도로망이 인접해 있어 차량을 통해 타지역으로 이동이 수월하다. 금천 롯데타워 오피스는 계약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국립연구소, ‘코로나 中연구소 유출설’에 ‘가능성 있다’ 결론”

    “美국립연구소, ‘코로나 中연구소 유출설’에 ‘가능성 있다’ 결론”

    미국의 한 국립연구소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중국 우한 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지난해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7일(현지시간) 여러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 산하 연구소인 캘리포니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인 지난해 국립연구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으며, 추가 조사를 할 만한 사안이라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WSJ는 해당 연구를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고서가 로런스 리버모어 내 정보기관인 ‘Z’ 부서에서 작성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3대 핵무기 개발 국립연구소인 로런스 리버모어는 생물학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이러한 평가를 끌어냈다고 전했다. WSJ는 이 보고서가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가설을 진지하게 규명하려 한 미국 정부의 첫번째 노력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로 미국에서 최근 코로나19의 우한 유출설이 새삼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WSJ이 비공개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첫 발병 보고 직전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고 보도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정보기관 재조사 지시까지 나오면서 미국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보기관 재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WSJ 보도에서는 국립연구소가 자체 연구에 착수한 시점이 지난해 5월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까지 수개월에 걸쳐 코로나19 기원을 연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당시 미 국무부 또한 이를 인지했으며, 현재 바이든 대통령 지시로 정보기관 검토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 의회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 국무부 조사에 관여한 전직 관리는 “이 연구가 높은 평가를 받는 국립연구소에서 나온 것이었고, 바이러스가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당시 주류 견해와 달랐기 때문에 중요했다”고 WSJ에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최강 스펙’ NASA 우주비행사 조니 김 “한국이라는 뿌리가…”

    ‘최강 스펙’ NASA 우주비행사 조니 김 “한국이라는 뿌리가…”

    한인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프로그램을 수료한 조니 김(36)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지난 날을 회고했다. 조니 김은 4일(현지시간) NBC7과의 인터뷰에서 “마치 중간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어린시절에 대해 털어놨다. 김 씨는 “부모님이 한국계 이민자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나는 두 세상 사이를 오갔다. 낀 세계에 사는 것 같았다”면서 “고등학교 시절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 꿈도 없었다. 내 인생 최악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두려웠고, 함께 어울릴 친구가 없어 혼자 점심을 먹었던 걸 기억한다고 전했다.하지만 한국이라는 뿌리가 자신만의 특별한 시각을 만들어주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지난달 NASA가 공개한 아시아태평양계 기념 영상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로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영감을 준 바 있다. 그는 “부모님은 내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미국에서 나를 낳았다. 한국이라는 뿌리는 모든 경험의 틀이 되었고, 나만의 특별한 시각을 만들어주었다. 인종 다양성이 더 큰 성취를 끌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할아버지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 덕에 해군 특수부대 입대를 결심하고 어머니와 갈등이 있었을 때도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김 씨는 “어머니가 많이 우셨다. 20년 전만 해도 아시아계 부모들은 자식이 그런 길을 걷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의대나 로스쿨에 가기를 바랐다.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것도 내 마음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나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학대를 일삼던 아버지가 입대를 앞둔 2002년 2월 술에 취해 총기를 난사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총에 맞아 사망했다. 우여곡절 끝에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입대한 조니 김은 총 100회 이상 전투작전을 수행, 은성 무공훈장을 받는 등 성공적으로 군 생활을 꾸려나갔다. 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는 하버드대 의대에 진학, 2016년 의사가 됐다. 작전 수행 중 전우가 죽는 것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고, 그래서 의사의 길을 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이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김 씨는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우주비행사에 도전했다. 결국 그는 2017년 6월 1만83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NASA 우주비행사 최종 후보로 선발됐다. 최근에는 달·화성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오는 2024년 달 유인 탐사에 투입될 예정이다. 아시아계라는 한계와 가정폭력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김 씨는 증오범죄 급증으로 침체에 빠진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김 씨는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면서 “비교는 행복을 앗아가는 도둑이다. 무엇을 하든 간에 열정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FDA 알츠하이머 신약 18년 만에 승인, 시험 참가 의사 “올바른 방향”

    FDA 알츠하이머 신약 18년 만에 승인, 시험 참가 의사 “올바른 방향”

     영국의 외과의사였던 알도 세레사(68)는 10년 전부터 왼쪽과 오른쪽을 헷갈려 자신의 일을 포기해야 했다. 수술 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글래스고 출신으로 현재 옥스퍼드셔주에 살고 있는 그는 2년 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Eisai)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임상시험에 자원했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우여곡절 끝에 7일(현지시간) 사용을 승인했다. 지난해 3월 시험이 중단된 뒤 그는 런던의 국립신경정신과병원에서 시험이 속행되길 간절히 기다려왔다. “자원했을 때 무척 행복했다”고 이날 영국 BBC에 털어놓은 그는 “내가 지나온 여정을 진짜진짜 즐겼다. 내가 시험에 참가해 얻은 이득은 분명히 아주아주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레사는 그 약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확신했다. 그는 “내겐 그다지 혼동스럽지 않다. 여전히 그 병을 갖고 있지만 아주 나빠지진 않았다. 그리고 이젠 (FDA의 승인으로) 더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가족들도 자신의 상태가 나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전에는 부엌에서 늘 뭘 찾느라 뒤적거렸지만 이젠 덜 문제가 되고 있다. 병에 걸리기 전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난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 추론, 의사소통, 기본적 일상 업무에 필요한 뇌의 영역을 서서히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와 임상시험 단계에서 ‘애드유캔유맵(Aducanumab)’으로 명명됐던 이 약은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로 불리는 해로운 단백질 덩어리의 제거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병 환자는 세계적으로 3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만 50만명의 환자가 있는데 이 약이 영국 보건당국의 승인을 얻어 상용화되면 60세부터 70세까지 초기 경미한 10만명에게 투여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다. 주로 65세 이상에게서 증상이 나타나지만 그보다 한참 아래 연령에서도 발병한다. 제약사는 증상보다 원인을 치유하는 약이란 점을 내세운다. 세레사 같은 환자와 가족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는 약의 효능에 의문을 표시한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관련 신약을 승인한 것은 2003년이 마지막이어서 18년 만의 일이다. 당시의 약은 불안이나 불면증 같은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어서, 병의 근본 원인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신약이 승인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다만 이번 신약이 환자의 정신적 퇴보를 되돌리지는 못하고 단지 진전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바이오젠 약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후속 연구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 신약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어 보인다. 환자들은 ‘애드유헬름(Aduhelm)’이란 이름으로 판매될 약을 4주에 한 번씩 주사로 맞아야 한다. 바이오젠은 신약의 가격이 연 5만 6000달러(약 6230만원)라고 밝혔다. 1회 투약 비용 4312달러(약 480만원)를 연간으로 계산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연 1만∼2만 5000달러(약 1113만∼2781만원)를 훌쩍 넘어선 가격이라고 CNBC 방송이 전했다. 마이클 보나토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이 방송에 “타당한 가격”이라면서 “20년간 혁신이 없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년은 애드유헬름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AP는 제약업체들이 그동안 수조원의 연구비를 지출했지만,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다며 이번 승인이 제약회사가 보류했던 유사한 치료법 투자를 되살릴 수 있다고 봤다. 환자나 가족 등은 새 치료제가 작은 효능이라도 있다면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전문가는 효과가 의문스러운 치료제의 문을 열어줌으로써 위험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FDA의 외부 전문가 자문위는 지난해 11월 바이오젠이 신약의 효과에 관한 하나의 연구만 제출한 상태에서 여러 물음에 반대투표를 하는 등 혹독한 평가를 내리면서 FDA에 승인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바이오젠은 에자이와 함께 진행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나와 3상에서 2건의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했지만, 지난해 3월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중간 평가가 나와 시험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 뒤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일부에 이 약의 용량을 높여 투여한 결과 상당한 임상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고, FDA는 이 약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능력 저하가 대조군보다 23% 덜했고 기억, 언어, 지남력(orientation) 등 다른 인지기능 평가에서도 덜하지만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당시 바이오젠 발표였다.  AP는 투약 방식의 변경과 바이오젠의 후속 연구는 해석하기 어려운 결과를 도출했고 많은 전문가 사이에 회의론을 불러왔다고 전한 반면, 블룸버그 통신은 FDA가 논란을 빚는 치료법을 승인했다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올 획기적인 결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역시나 회사 주가는 폭등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바이오젠 주가는 전장보다 38.3% 오른 주당 39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0% 치솟은 468.55달러를 찍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송파 주민의 일상은 예술이 되고, 예술은 일상이 된다

    송파 주민의 일상은 예술이 되고, 예술은 일상이 된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에 있는 관객 참여형 공연장 ‘석촌호수 아뜰리에’가 오는 9일 개관한다. 송파구는 석촌호수 서호변에서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던 카페를 공연장으로 탈바꿈해 ‘석촌호수 아뜰리에’를 선보인다고 7일 밝혔다. 구는 석촌호수 주변을 문화예술허브로 삼고 다양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있다. 2019년 11월부터 주민들에게 문화공간으로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공공문화공간’으로 임시 개방하고 전시·문화·교육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민들의 문화 수요를 파악해 이번에 관객 참여형 공연장으로 새 단장했다. 석촌호수 아뜰리에는 연면적 452.83㎡, 지상 1층 규모다. 소규모 공연장과 카페, 옥상정원 등이 들어선다. 운영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송파의 고유한 콘텐츠와 스토리를 담은 공연을 주로 올릴 계획이다. 특히 이번 한 달 동안 저녁 7시에는 데파스의 ‘뮤지컬 갈라쇼’, 송파국악협회의 ‘국악 콘체르토’ 등 구 예술가들의 개관 특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이후에는 세계음악여행, 오픈씨어터 등 다양한 공연·전시·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에게 문화·예술을 생동감 있게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예술가 및 청년예술가들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구민들이 생활 속에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을 조성해 구민의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국제재판 가서 지면 위상 추락”… 국가 앞에 국민 저버린 법원

    “국제재판 가서 지면 위상 추락”… 국가 앞에 국민 저버린 법원

    2018년 대법 “日기업 불법행위 위자료한일협정으로 청구권 소멸 안 돼” 판시 소수 의견 따른 재판부, 논리 빈약 드러내“협정으로 받은 3억弗, 경제 성장 큰 기여국제재판 대상 되는 것 자체로 신뢰 손상” 피해자 대표 “국민 버린 국가, 필요 없다”“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와 정부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일제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대표인 장덕환씨가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일본 강제징용 소송을 대표해 진행하고 있는 장씨는 “(재판부가) 사전 연락도 없이 재판 기일을 (오는 10일에서) 오늘로 당겨서 하는 바람에 지방에 사는 원고들이 오지도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부장 김양호)는 송모씨를 비롯한 85명의 원고가 16곳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실상 원고 패소를 의미한다. 불과 2년 8개월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판결과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놨었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불법적인 식민 지배와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으로 판단했다. 이에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보고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돼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소수 의견을 그대로 따르면서 논리의 빈약함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빈협약 27조에 따르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한일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고,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 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이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당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의 약소국 병합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주장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청구권협정으로 체결된 3억 달러가 과소하다는 (원고 측) 주장은 현재의 잣대”라며 “이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제 지원으로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다”(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는 일본 우익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보다 국가와 국익에 더 무게를 싣는 모습도 보였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법신뢰에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라면서 “패소할 경우 이제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독도 영유권 분쟁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도 국제재판에 가면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각하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전임 재판부가 올해 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음에도 “일본 정부에 소송비용을 강제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추가로 내리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는 2017년 징역 1년 판결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반발하며 욕설하자 즉각 징역 3년으로 형량을 올린 적이 있다. 이번 판결이 서울중앙지법과 광주지법 등에 남아 있는 20여개의 일본 전범기업 상대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잇따라 승소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날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면서 각 재판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동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국가 이익을 앞세워 피해자들의 권리를 불능으로 판단한 것”이라면서 “재판부가 일본의 보복과 이에 따른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부당한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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