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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유럽의 동양인/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열린세상] 유럽의 동양인/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고양이를 안고 밤 산책을 나갔다. 동네 어귀를 돌아서 오는데 어떤 백인 여성이 나를 보고 멀찍이서 딱 멈췄다. 그러고는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그게 뭐냐”고 물었다. 내가 품에 끌어안고 있는 하얀 고양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고양이라고 대답하자 여자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약간 무안해진 모양이었으나 그렇다고 사과를 하지는 않았고 다시 “그건 그럼 네 고양이냐”고 물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창궐하기 전에 벌어졌던 사건이고, 당시 나는 그 여성의 태도를 그저 공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뭔지 잘 모르는 것을 접했을 때 나타나는 공포. 어두운 밤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뭔지 짐작이 가지 않는 커다란 허연 물체를 끌어안고 가까이 오는 거다. 무서울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남의 고양이를 잡아다 안고 다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라니. 그렇게 고양이를 모른단 말인가. 고양이는 안기는 것을 싫어하고 심지어 주인이 안고 있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초면의 고양이를 평온히 안고 다닐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무지가 공포를 낳고 무례를 낳는 것이다. 만일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유럽인들이 동양인을 대놓고 차별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퍼진 상황에서 그 일을 겪었다면 저 사람이 내가 동양사람이라 저러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 역시 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질병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아무런 정보 없이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피하고 심지어 질병 그 자체 취급하는 태도들. 하물며 질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무례한 취급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분들은 한국인은 중국인이 아닌데 왜 유럽인이 우리를 차별하느냐고 분개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인에게 한국인을 중국인과 구별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몽땅 그저 동양인으로 여길 뿐이고 중국은 일종의 대표국가다. 이런 유럽인들의 태도가 억울하다면 영국인, 독일인, 프랑스인을 외양만 보고 구별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들 세 나라 역시 복잡한 과거사가 얽혀 있는 데다가 언어도 민족도 다르다. 하지만 대개 한국인들 역시 이들 나라 사람들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뿐 아니라 심지어 서양인은 몽땅 ‘미국인’으로 칭하는 사람들 역시 여전히 드물지 않다. 즉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널리 퍼진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중국인과 구별 짓는 것은 별 의미도 효과도 없다. 차별이나 혐오가 당하는 입장에서 더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별이란 개인이 소속된 집단적 특성에 가해지기 마련이라 개인이 개선할 수 없거나 개선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을 공격의 구실로 삼는다. 국적이나 인종이나 성별 같은 것. 아니면 종교나 부모라는 위치 등이다. 내가 동양인이라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중국에서 새로운 종류의 질병이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내가 어쩔 수는 없는 일이니 이를 이유로 차별적이거나 혐오를 담은 언행을 당한다면 그건 참으로 억울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19와 관련해 차별이나 혐오 표현을 나 스스로 직접적으로 겪지는 않았다. 물론 소셜 미디어나 언론의 보도가 실제 분위기보다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현실 생활에서는 이런 일들이 흔히 벌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한 명에게서 단 한마디의 차별적인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쁘고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모든 또는 다수의 사람이 차별적인 태도를 취해야만 당하는 입장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직접 겪지 않더라도 전달받는 말과 글을 통해서 가해지는 차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국인들에게 또는 재중 교포들에게 취했던 일부 한국인들의 태도는 집단적인 차별과 혐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대에 입학하고자 했던 성전환 여성을 거부하며 쏟아낸 말들도 마찬가지다. 잘 모르는 질병이 무섭고 공포스러웠을 수도 있다. 성전환자라는 존재가 낯설고 불편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무지나 공포가 무례, 더 나아가 차별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 ‘혼자서만’ 산다는 게 아닙니다…비혼,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

    ‘혼자서만’ 산다는 게 아닙니다…비혼,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

    “우리는 비혼 여성입니다. 결혼하지 못한 미혼 여성이 아닌,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한 비혼 여성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립된 섬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홀로 꽃필 수도 있고, 함께 꽃필 수도 있는 자유롭고 완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배타적인 정상가족과 결혼제도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꿈꿉니다.” 2004년 결성된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 ‘언니네트워크’가 2007년 개최한 제1회 비혼여성축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낭독된 ‘비혼 선언문’의 일부다. 이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비혼’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됐지만 결혼과 출산을 통과의례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혼=정상’, ‘비혼=비정상’이라는 인식 탓에 비혼을 택한 여성에게는 여전히 ‘이기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시대는 크게 변하고 있다. 단적인 예지만 지난해 12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녀 1000명(남녀 각 500명) 가운데 남성 37.6%, 여성 57%가 향후 결혼 의향에 대해 ‘하고 싶지 않은 편이거나 절대 없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비혼을 선택하는 것이 더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비혼 여성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건 또 다른 비혼 여성이다.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기 때문이다. ‘비혼 여성들의 도약을 위한 커넥션 커뮤니티’ 에미프(emif·be the Elite without Marriage, I am going Forward)가 지난해 4월 출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비혼 여성들의 공동체 에미프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비혼 여성들을 연결하고 그들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탄생했다. 지난 10일 강한별, 하현지, 이예닮 공동대표를 만나 현재 한국에서 비혼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해 물었다. -‘에미프’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강한별 한국 사회에서는 비혼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부정적으로 재해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비혼을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혼자라고 생각할 때가 많고 또 홀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사실 ‘비혼으로 살겠다’고 했지 ‘인생을 혼자서만 살겠다’고 선언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비혼 여성끼리 뭉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생산적인 그룹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선 제 주변에 있는 비혼 여성들 가운데 저와 생각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지난해 2월부터 에미프 출범을 준비했어요. 두 달 뒤인 4월 정식으로 발족하게 됐고 현재 다섯 명의 공동대표가 디렉터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비혼’의 의미를 짚어 주신다면요. 강한별 한국 사회는 보통 ‘결혼’과 ‘미혼’이라고 표현하죠. 결혼이 가장 당연한 상태이고 결혼을 못 한 상태가 미혼인 거잖아요. 미혼은 불완전하고 그 자체로 온전하지 않고 뭔가 도움이 필요한 이런 이미지가 부여돼 있죠. 비혼이라는 단어가 탄생하면서 ‘내가 선택하는 나의 삶’이라는 의미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혼자서 완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회는 보통 혼자서 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혼자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난다고 완벽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한 명의 불완전함이 다른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관계를 맺든 내가 혼자서 완전할 수 있어야 제대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내가 책임질 수 없는 것들에 관심을 두는 것보다 나 스스로를 좀더 돌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죠.이예닮 저도 비슷해요. 홀로 서는 것이 온전해지는 것이자 진짜 나로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올해 스물다섯 살인데 주변에서 ‘나이가 어려서 저렇게 생각한다’, ‘나중에는 결혼할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어찌 됐든 결국 결혼을 하게 될 거라는 거죠. 제가 아무리 비혼이라고 이야기해도요. 제 상태를 완성되지 못한 상태로 여기는 것도 그렇고 ‘어리니까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많이 불편해요. 그럴수록 저는 온전히 저를 챙기고 저만의 삶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현지 제게 비혼은 하나의 선택지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다들 옛날부터 이어져 온 풍습인 결혼이 당연한 선택지라고 생각하잖아요. 사회는 갈수록 개인화·파편화되고 있고 그게 결혼이라는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혼은 저희 또래뿐만 아니라 미래의 여성들에게 ‘결혼은 당연한 게 아니야’,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괜찮아’라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단어인 것 같아요. 에미프는 현재 1·2기를 통틀어 총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는 적게는 20살부터 많게는 4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에미프 디렉터들은 무엇보다 회원들이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에미프의 회원이 된 후 처음으로 다른 회원들과 정보를 교류하는 모임인 ‘미트 업’(meet up)부터 비혼 여성들이 무대 위에 연사로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에미프 테드’, 회원들 간의 결속력을 다지는 ‘에미프 캠프’ 등의 행사를 열었다. 회원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다른 회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모임을 만드는 것도 돕는다. 특히 자기 계발과 공부에 대한 회원들의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비혼 여성들에게 ‘연결’은 어떤 의미인가요. 하현지 에미프의 회원이 되신 분들이 처음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주변에 이렇게나 비혼 여성이 많은 줄 몰랐다’는 거예요. 항상 고립돼 있고 혼자인 줄 알았는데 에미프에 오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런 점이 저희 단체가 존재하는 의미이기도 하죠. 강한별 여성들이 비혼임을 드러냈을 때 위에서 흔히 하는 말들이 ‘저런 애들이 제일 먼저 결혼해’라든가 ‘네가 좋은 남자 못 만나 봐서 그래’거든요. 본인의 삶에 대한 존중 없는 편견을 마주할 때 위축돼 있었거나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저희 단체에 가입한 후에 만족도가 높으신 편이죠.-에미프가 개최한 행사나 프로젝트에 대한 회원들 반응은 어떤가요. 이예닮 2기 회원 중에는 1기 회원들이 여성 잡지 ‘매거진 비(批)’를 제작하는 걸 보고 그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싶어서 가입한 분도 많았어요. 강한별 경제 소모임 ‘윈’(\in)도 대내외적으로 인기가 많아요. 사실 비혼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게 재화로부터 오는 안정감이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 호기심과 욕구를 가진 분도 많고요. 그냥 허황되게 ‘돈을 많이 벌고 싶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주식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부동산을 취득하고자 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전반적인 경제 흐름을 볼 수 있는 경제 신문 기사를 공유하기도 해요. 에미프 회원 중에 주택을 보유한 분도 있고, 주식 투자를 하는 분도 있고, 금융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각자가 지닌 경제 전문 지식을 주고받는 모임이에요. 이예닮 외부 강사를 모셔서 하는 게 아니라 에미프 내부에서 회원들끼리 스터디 형태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마치 ‘지식 품앗이’ 같은 거죠.(웃음) 현재 비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한쪽에 쏠린 경우가 많다. 에미프만 해도 단체를 만든 이후 몇 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반향을 마주했다고 한다. 최근 한 인터뷰가 보도됐을 때 도를 넘은 악플에 시달렸다. 에미프가 어떤 단체인지 소개하는 단순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인신공격과 성희롱이 난무했다. ‘세금 축낼 생각을 하지 말라’거나 ‘출산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거면 국방의 의무라도 지라’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비방도 많았다.-비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비혼 여성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강한별 저희가 이전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출생률이에요. 현재 출생률이 얼마인지 왜 자꾸 저희에게 물어보는지 모르겠어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데 비혼 여성은 결혼을 안 하니까 당연히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출생률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하현지 마치 그것이 저희의 잘못인 양, 그 귀책이 저희에게 있는 양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은 개선돼야 할 것 같아요. 강한별 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단체를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는 운동 단체처럼 여기는 분도 많아요. 그러니까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 거겠죠. 사실 축구 동아리 한다고 화내지 않잖아요. 같은 취미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데 도대체 왜 여성들이 모여 있다고 하면 저런 식으로 바라볼까 의문이 들죠. 문제는 그렇게 꼬아서 생각하는 시각이 있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런 폭력적인 말들이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나 비혼이야’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하잖아요. 하현지 이런 사회적인 인식을 체감하면서 아직까지 비혼에 대한 시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더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결혼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였는데 지금은 ‘결혼하지 않아도 돼’까지는 왔잖아요. 저희가 기대하는 미래 사회에는 비혼이 당연한 선택지로 존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에미프 운영진은 ‘비혼 여성 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외부에서 이런저런 비난을 받으면서 역설적으로 ‘우리가 잘 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오히려 일방적인 시선보다 마음이 쓰였던 건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회원들이 겪게 될 심적 부담이었다. 최근 ‘제1회 총회’를 열고 회원들과 에미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던 운영진은 오히려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회원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끈끈한 지지 기반이 돼 주고 있음을 확인한 덕분이다. -에미프가 최종적으로 꿈꾸는 지향점이 있다면요. 강한별 에미프 내에서 서로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제가 번역해 줄 친구가 필요하거나 집수리를 해야 할 때 에미프 회원들로부터 도움을 구할 수도 있겠죠. 또 재화가 여성에게 돌아가고 그 재화를 통해 여성들이 끈끈해졌으면 좋겠어요. 여성들이 잘 싸우고, 잘 화해하고, 잘 뭉쳤다가, 잘 흩어질 수 있는 법을 학습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예닮 저희는 궁극적으로 에미프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요. 사실 이런 비혼 단체가 있다는 것도 특이하잖아요. 없으니까 만들어진 거니까요. 그런데 비혼이 당연한 선택지가 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식된다면 저희가 있을 필요가 없게 되겠죠.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상업지역 확대해 달라”광진구청장, 서울시에 건의

    “상업지역 확대해 달라”광진구청장, 서울시에 건의

    어린이대공원 최고고도지구 해제도 요청서울 광진구는 김선갑 광진구청장이 지난 12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광진구의 상업지역 면적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구가 지난 1년간 추진한 ‘광진구 미래발전을 위한 도시계획 용역’ 결과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날 박 시장에게 ‘광진구 미래발전을 위한 도시계획 용역’ 결과를 언급하면서 “광진구의 상업지역 비율이 현저히 낮아 도시의 외형적인 변화와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며 “상업지역 면적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진구 전체 면적 중 상업지역 비율은 1.18%로, 인접 구보다 현저하게 낮아 25개 자치구 중 24위에 해당한다. 또 지역 내 5개 역세권(강변역, 중곡역, 뚝섬유원지역, 아차산역, 광나루역)은 상업지역이 전무한 실정이다. 김 구청장은 이어 “아차산역은 1일 유동인구가 3만명이고, 인근 구에 있는 광운대역의 경우 1만 9000명이지만 상업지역은 22만 9000㎡로 불균형의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지역 주민의 생활 중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는 어린이대공원 주변, 아차산 자락 등을 반드시 상업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구청장은 2018년 3월 생활권 계획으로 배분된 자치구 상업지역 물량에 대해 “2년이 지났지만 진행이 더딘 만큼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활성화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김 구청장은 또 “서울시 주요 평지 공원인 서울숲, 보라매, 월드컵공원 등 10곳 중 유일하게 어린이대공원 주변만 최고고도지구로 건축 높이가 16m로 제한돼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수십년간 지속돼 왔다”며 “어린이대공원 주변의 최고고도지구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박 시장은 광진구의 열악한 도시계획 상황에 대해 공감하면서 “최고고도지구 유지 필요성은 있어보이지만 완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며 “아파트만이 주거 문제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새로운 정비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0.1mm까지 다듬고 수백개 조형물로 찾아낸 최적의 그립감

    0.1mm까지 다듬고 수백개 조형물로 찾아낸 최적의 그립감

    “평범해 보이는 스마트폰을 반으로 접는 것처럼 삼성의 새 스마트폰은 경계를 부수는 기술이다.”(워싱턴포스트)지난 11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0’에서 단연 압도적인 주인공은 접으면 절반으로 줄어 손 안에 착 감기는 ‘갤럭시Z플립’이었다. 14일 한국, 미국 등 전 세계 10여개국에 먼저 출시되는 이 제품은 ‘갤럭시Z 시리즈’로 삼성의 새로운 폴더블폰 카테고리를 열어갈 출발점이다. 삼성전자는 “역동성, 참신함, 3차원적 구조를 드러내는 알파벳 Z를 폴더블폰 새 시리즈의 명칭으로 채택함으로써 누구보다 앞서 새로운 폴더블(접히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기술 리더십에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 형태의 스마트폰을 반으로 접어 휴대성을 높였다는 설명 자체는 쉽지만 손에 쥐었을 때 가장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형태와 크기가 나오기까지는 지난한 연구 과정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갤럭시Z플립의 디자인을 이끌어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은 다양한 사람이 범용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크기와 형태를 찾아내기 위해 수백개의 조형물을 깎아 최적의 그립감을 찾았다. 0.1mm 정도의 작은 단위까지 다듬어 쥐어보는 등 수많은 프로토타입을 시험한 끝에 현재의 모습이 탄생됐다.김태중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상무는 “폴더블은 혁신 기술인데 여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면 시장을 놀라게 할 수는 있어도 시장을 변하게 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각 지역마다 다른 소비자들의 수요와 취향을 반영하고 이를 절충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했다. 갤럭시Z플립은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기 좋아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소장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통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 톰 브라운과 1년 전부터 협업한 만든 ‘갤럭시Z플립 톰브라운 에디션’(21일 출시)이 297만원의 고액에도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다. 최경식 무선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패션업계와의 합작으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장을 여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했다.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기 위해 갤럭시Z플립 경첩 부분에 고객 영문 이름의 앞글자를 새겨주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현재 경첩에는 삼성의 영문명인 ‘SAMSUNG’이 각인돼 있다. 김 상무는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고 그런 수요가 커지면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미러 퍼플’, ‘미러 블랙’, ‘미러 골드’로 이름붙여진 제품의 세 가지 색상도 주목받고 있다. 정교한 공법, 유리 마감 등을 통해 빛을 머금은 듯한 고급스러움을 구현하고 남성과 여성이 각각 선호하는 특정 색을 고른 아니라 성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젠더 뉴트럴’을 색상과 디자인의 기조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퍼플과 블랙만 출시된다. 골드는 해당 색을 선호하는 국가에 한정해 소개할 예정이다. 언팩 행사에서는 골드에 대한 호응이 가장 높았다. 샌프란시스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북한도 총선의 계절?… 안철수 이어 지성호·원종건 비난

    북한도 총선의 계절?… 안철수 이어 지성호·원종건 비난

    북한 선전매체가 국민당(가칭)을 창당하려는 안철수 전 의원에 이어 여야가 영입한 인재들도 원색 비난했다. 통상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 전반을 비난해오던 북한 선전매체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며 비난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우리민족끼리는 13일 ‘인재영입이 아니라 쓰레기 구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야의 인재 영입에 대해 “‘참신한 인재’, ‘당을 혁신할 인물’들이라고 골라온 자들이 하나와 같이 악취 풍기는 인간쓰레기들”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영입인재인 탈북민 지성호 씨를 예로 들었다. 한국당이 지난달 8일 지 씨 영입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내놓은 북한의 첫 반응이다. 매체는 지 씨가 “1996년 4월경 국가재산을 절취하기 위해 달리는 기차에 매달렸다가 떨어져 손발이 잘리웠다”며 “우리 공화국을 헐뜯지 못해 안달아하는 적대세력들에게서 몇 푼의 돈이라도 더 받아내고 제 놈의 몸값을 올려보기 위하여 자기의 더러운 행적을 기만하면서까지 반공화국모략선전의 앞장에서 미쳐 날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 씨는 1996년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굶주림에 탈진해 선로에서 기절했고 지나가던 열차에 치여 왼팔과 다리를 마취도 없이 절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목발을 짚은 채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2006년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지 씨는 2008년 북한인권단체 나우를 설립해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월 의회 연두교서에서 그의 탈북 이야기를 소개하자 당시 의회에 초청된 지 씨가 목발을 들여 보여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다. 매체는 더불어민주당의 2호 영입인재였던 원종건 씨가 데이트 폭력 의혹으로 사퇴한 사건도 언급하며 여야의 인재 영입을 싸잡아 비판했다. 매체는 “여당에서도 ‘인재영입 2호’로 받아들였던 인물의 성폭행의혹이 여론화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며 “지금 남조선 각 계층이 4월 총선을 위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재영입’ 놀음을 두고 ‘인재영입이 아니라 쓰레기 구입’이라고 신랄히 비난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했다. 앞서 우리민족끼리는 전날 산하 조국통일연구원 실장과 매체 편집국 기자의 문답 형식을 통해 안 전 의원에 대해 “정치판에 다시 기어나와 자기의 추악한 정치적 야망을 기어이 이루어보려고 부산을 피워대고있다”며 비난한 바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우주를 보다] 그저 한 점 티끌일 뿐…30년 전 오늘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

    [우주를 보다] 그저 한 점 티끌일 뿐…30년 전 오늘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지난 1990년 2월 14일,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이 촬영됐다. 바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는 과학서적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미국의 유명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1934~1996)은 당시 명왕성 부근을 지나고 있던 보이저 1호의 망원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의 모습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날 태양계 바깥으로 향하던 보이저 1호는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태양 간 거리의 40배인 60억㎞ 거리에서 지구의 모습을 잡아냈다. 그 사진 속에 담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다. 칼 세이건 박사는 이에대해 “지구는 우주에 떠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는 명언을 남겼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창백한 푸른 점' 촬영 30주년을 맞아 이에대한 경의를 담은 리마스터 사진을 공개했다. 원본사진이 세가지 다른 컬러 필터를 사용해 촬영한 이미지를 편집한 반면 새 이미지는 이를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재조정됐으며 지구를 둘러싼 태양 광선은 하얗게 보이도록 했다.NASA 측은 "업데이트 버전의 ‘창백한 푸른 점’은 현대적인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사용해 제작됐으며 원본 데이터와 촬영 당시의 의도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고 밝혔다. 물론 업데이트 버전의 이 사진 역시 지구는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다. 30년 전 당시 보이저 1호는 지구 뿐 아니라 해왕성과 천왕성, 토성, 목성, 금성도 같이 찍어 가족사진을 완성했지만 이 모든 태양계 행성들은 우주 속에서는 역시 먼지 한 톨에 불과했다.칼 세이건 박사는 저서 ‘창백한 푸른점’에서 다음과 같은 육성 소감을 남겼다. “다시 저 점을 보라.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아는 모든 이들, 예전에 삶을 영위했던 모든 인류들이 바로 저기에서 살았다.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총량, 수없이 많은 그 강고한 종교들, 이데올로기와 경제정책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최고 지도자들, 인류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햇빛 속을 떠도는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막한 공간 속의 작디작은 무대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 속의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장군과 황제들이 흘렸던 저 피의 강을 생각해보라. 이 작은 점 한구석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구석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그 잔혹함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자주 서로를 오해했는지, 얼마나 기를 쓰고 서로를 죽이려 했는지, 얼마나 사무치게 서로를 증오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라. 이 희미한 한 점 티끌은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의 선택된 장소라는 생각이 한갓 망상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거대한 우주의 어둠에 둘러싸인 한 점 외로운 티끌일 뿐이다. 이 어둠 속에서, 이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에서, 삶이 깃들일 수 있는 유일한 세계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해 살 수 있는 곳은 이 우주 어디에도 없다. 갈 수는 있겠지만, 살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 인류는 당분간 이 지구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천문학은 흔히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격형성을 돕는 과학이라고 한다.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오만함을 더 잘 드러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자각을 절절히 보여주는 것이 달리 또 있을까?”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코로나19 퇴원 17번 환자, 의료진에 감사편지

    코로나19 퇴원 17번 환자, 의료진에 감사편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경기 고양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12일 퇴원한 17번째 환자(37세 남성, 한국인)가 의료진에 감사 편지를 전했다. 13일 명지병원에 따르면 17번 환자는 퇴원 전 의료진에 이메일을 보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했는데, 방호복을 입은 김문정 교수님이 직접 마중 나와서 ‘치료받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직접 5층 병실까지 동행해 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제 몸 상태를 매일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바로 알려주신 강 교수님, 병실로 직접 방문하거나 화상 전화로 따뜻한 말 한마디 더 해주시려고 노력해준 의료진의 모습이 좋았다“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음압 격리병동의 10여명의 간호사에게도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17번 환자는 전날 오후 퇴원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막상 (코로나19를) 겪어보니 생각보다 엄청 심각한 질병은 아닌 것 같다“며 ”우리나라처럼 초기에 잘 대응해서 치료를 잘 받으면 쉽지는 않아도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독한 독감의 느낌이었는데, 금방 치료를 잘 받아 빨리 퇴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나머지 환자들도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저처럼 빨리 회복해 하루빨리 퇴원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지난달 24일 귀국했다. 이후 콘퍼런스 참석자 중 한 명이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고 검사한 결과 이달 5일 확진돼 치료를 받아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문현웅의 공정사회] 35년 만의 독후감

    [문현웅의 공정사회] 35년 만의 독후감

    35년 전 그해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선생님께서 저에게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를 선물해 주셨지요. 누군가로부터 책 선물을 받는다는 것이 그때까지의 제 삶에서는 거의 전무한 사건이었고 평소 제가 좋아하는 음악 선생님의 선물이어서 무진장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책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했으나 그 당시 제 나이로는 다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장을 닫으면서 ‘소유냐 존재냐’ 그러니까 인생에 있어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하냐 아니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냐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고민했었지요. 그런 추억을 안고 바오로딸 출판사의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의 첫 번째인 ‘천국의 열쇠’를 최근에 다시 만났습니다. 주인공인 치점 신부는 갖은 고생 끝에 가톨릭 사제가 되고 중국에 선교사로 파견돼 30년 넘게 그 소임을 다한 후 늙어서 고국으로 돌아옵니다. 끊이지 않는 불행 속에서 인간적 한계에 번민하며 오로지 예수의 가르침인 사랑을 충실히 실천하려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으로 그려지지요. 반면에 치점 신부의 어릴 적부터의 친구인 밀리 신부는 어린 시절과 신학생 시절을 거쳐 사제가 돼서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엘리트 성직자의 코스를 밟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영업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고위 성직자인 주교에 올라 교회뿐 아니라 세상에까지 명성을 떨치며 자신의 영향력을 한껏 과시합니다. 이렇게 대비되는 두 인물의 인생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와 그 당시 시골 성당 중등부 회장이었던 제가 ‘소유냐 존재냐’를 어설프게나마 고민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천국의 열쇠’를 다시 만나서는 밀리 신부가 중국에서 선교사로 고군분투하는 치점 신부를 방문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밀리 신부의 방문을 지켜본 베로니카 수녀의 고백 장면 말입니다. 첫 만남부터 기대가 너무나 어긋나 치점 신부를 혐오하며 냉랭하게 대했던 귀족 출신의 베로니카 수녀는 창궐하는 페스트의 광풍 속에서 보여 준 치점 신부의 헌신적 사랑의 실천에 감동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이렇게 고백하지요. “요즘 더욱 괴로웠습니다. 신부님 구두끈도 풀 자격이 없는 천하고 속된 인간에게서 신부님이 받은 경멸과 굴욕감은 저 자신도 참기 어려웠어요. 제 자신이 미워질 뿐이에요. 용서하세요.” 베로니카 수녀가 말하는 천하고 속된 인간은 다름 아닌 밀리 신부와 저를 지칭하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돈, 명예, 권력이 달콤한 유혹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단순한 유혹을 넘어서 그러한 세속적 가치가 제 인생에서 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돈, 명예, 권력을 숭배한 끝이 매우 허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돈, 명예, 권력은 누구나 좋아하고 평생에 걸쳐 소유하려 좇는 가치입니다. 그런데 그런 세속적 가치만을 좇는 인생이 누군가에게 작은 감동으로라도 다가왔다는 말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런 인간 군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요. 그렇게 감동 없는 인생을 살며 그냥 그런 인간 군상 가운데 하나로 나이를 먹어가다 35년 만에 ‘천국의 열쇠’를 다시 만나 저에게 또다시 묻습니다. ‘소유냐 존재냐’,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하냐 아니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냐’. 돌이켜 보면 35년 전 고민인 이 질문을 마냥 잊고 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타오르는 욕망의 바다에 영혼과 육신을 모두 던진 채 살면서도 유혹의 순간마다 이 질문이 떠올라 조금은 괴로워하는 척을 하기는 하였으니까요. 그런데 인생 후반에 다시 이 질문에 맞닥뜨리니 스스로 던졌던 질문의 결이 십대와 오십대의 간극 차이만큼이나 확연히 달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이렇게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소유냐 존재냐, 무엇이 될 것이냐 아니면 어떻게 살 것이냐 선택해야 하는 순간마다 열에 한 번쯤은 존재에 손을 들어 주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라고요.
  • ‘코로나19’ 17번 환자 퇴원 “엄청 심각한 질병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19’ 17번 환자 퇴원 “엄청 심각한 질병은 아닌 것 같다”

    싱가포르 방문했다가 귀국 후 확진 판정받은 37세 남성“독한 독감 느낌…초기 치료 잘 받으면 나을 수 있겠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17번째 환자(37세 남성·한국인)가 12일 퇴원했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17번 환자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퇴원하면서 언론과 가진 짧은 인터뷰에서 “제가 막상 (코로나19를) 겪어보니 생각보다 엄청 심각한 질병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처럼 초기에 잘 대응해서 치료를 잘 받으면 쉽지는 않아도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독한 독감의 느낌이었는데, 금방 치료를 잘 받아 빨리 퇴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나머지 환자들도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저처럼 빨리 회복해 하루빨리 퇴원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병원에서 불편한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별로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답했다. 17번 환자는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지난달 24일 귀국했다. 이후 콘퍼런스 참석자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고 검사한 결과 이달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문 대통령, ‘코로나19’ 극복 의지…남대문시장서 경제 행보

    문 대통령, ‘코로나19’ 극복 의지…남대문시장서 경제 행보

    “방역에 정부 총력 대응…안심하라”박영선 중기부 장관 동행…상인 위로떡·고려인삼 제품 직접 시식해보기도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민 경제 최일선인 시장을 방문해 자영업자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일자리를 주제로 고용노동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의 업무보고를 받은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경제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 측은 “남대문시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연간 400만명가량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최근 신종코로나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했다”며 장소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이날 오전 남대문시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직접 시장 점포를 방문해 상인들을 만났다. 이번 방문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위로했다. 직접 어묵·떡·고려인삼 등은 온누리상품권으로 구입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구입한 떡과 고려인삼 제품을 먹어보고 어묵을 살 때 거스름돈을 사양하는 모습도 보였다. 상인이나 시민과 대화할 때는 마스크를 잠시 벗고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이후 남대문시장 대표이사, 상인회 회장 등 상인 대표 7명과 오찬간담회를 하며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역 등에는 정부가 총력을 다해 대응할 테니, 모든 불안은 정부의 몫으로 넘기고 국민은 안심하고서 일상적 경제활동에 전념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일정”이라고 소개했다.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우한 교민 임시수용시설 방문 당시에도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경제 활동이나 소비 활동은 위축됨 없이 평소대로 해주셔도 되겠다”고 당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SOS 초시생-④교정] “교정학·형사법 필수…상담 자격증 수감자 면담에 도움”

    [SOS 초시생-④교정] “교정학·형사법 필수…상담 자격증 수감자 면담에 도움”

    한 교도관이 교도소 수용자들이 있는 방에 가서는 교도봉으로 철창을 강하게 수차례 내려친다.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 폭력과 욕설은 기본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동안 소비되던 교도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교도관으로 일컬어지는 교정 직류 공무원들은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교도소도 하나의 작은 사회”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히려 이들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다’는 교정(矯正)의 사전적 정의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주 ‘SOS초시생’에서는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의 협조로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 운영단 이우석(26·7급) 교위, 법무부 서울동부구치소 수용기록과 심정민(26·9급) 교도와 이야기를 나눴다. 공부 팁은 물론이고 생생한 현장 이야기까지 모두 담았다. -교정 직류를 고른 이유가 있나. 심정민(이하 심) 성격이 밝고 활기찬 편이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면서 이런 성격과 잘 맞고 동시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류를 찾다 보니 교정 쪽으로 오게 됐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내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우석(이하 이) 주변에 교정 직류에 먼저 합격한 사람이 있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평소 갖고 있던 선입견과 현장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현장 업무를 하다 보니 급여가 다른 직류에 비해 높은 측면도 있다.(웃음) ●다방면 능통한 사람 인정… 자신감으로 승부 -출신 학과가 중요한가. 심 철학과를 나왔다. 대학에서도 사람들과 토론하는 걸 즐겼다. 현장에 오니 그러한 경험이 수용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되더라. 세무 직류처럼 한 분야 전문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다방면에서 능통한 사람이 인정받는다. 물론 몇몇 대학에 있는 교정 관련 학과를 나오면 좋겠지만 출신 학과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 이 행정학과를 나왔는데 학과는 현장 업무를 하는 데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이 있을까. 심 기본으로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이 있으면 좋다. 또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현장 업무를 하면 수용자와 면담할 일이 많다. 이럴 때 임상심리사를 비롯해 여러 상담 자격증이 도움이 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따 놓으면 사람 한 명 더 살릴 수 있다.(웃음) 이 교도소에 기동순찰팀이 있다. 교정시설의 질서와 규율을 잡는 일을 한다. 무예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보통 어느 팀의 필요 인원이 생기면 공고가 뜨는데 자격증이 있으면 아무래도 지원에 유리하다. -현장에서 도움되는 시험 과목은 뭐가 있을까. 심 교정학 공부가 정말 필요하다.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어떤 일이 되고 안 되고 판단을 내려 주는 기준을 교정학에서 배울 수 있다. 교정학을 잘 모르면 수용자가 위법을 저질러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교정학은 교정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에 대한 질서와 근간이 되는 과목이다. 정부가 2022년부터 교정학개론을 9급 필수 과목으로 넣는다고 하는데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 옳다고 본다. 이 교정은 수용자가 죄를 짓고 들어왔지만 사람답게 다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종 목표다. 교정의 그러한 의미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게 교정학이다. 이 외에 형사소송법도 중요하다. 수용자들이 ‘항소는 어떻게 진행되나’와 같이 재판 절차를 많이 물어보는데 답변을 해주려면 형사소송법도 알고 있는 게 좋다. -공부 팁이 있을까. 이 행정학과를 나와서 행정법은 좀 익숙했는데 교정학은 완전 생소했다. 처음 과목에 익숙해지는 게 어려웠지만 결국은 반복이더라. 교정학에 투자하는 공부 시간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외울 게 많다 보니 다할 수는 없고 기출 문제를 풀어 보면서 집중과 선택을 하는 게 좋다. 심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교정학이 업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막상 공부를 하려고 하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법이 어떤 상황에서 적용되는지 그림을 그려 보며 공부하면 이해가 쉬울 거 같다.-면접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 심 자신감이 필수다. 교정 직류를 잘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 직류를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냐’는 질문이 나왔었는데 ‘철학과에서 철학상담 수업을 들었고 상담 경험도 갖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실제로 교정 직류가 최근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다. 이 상황형 질문이 기억난다. ‘네가 현직에 있다. 외국에서 나이 든 어머니가 아들을 보러 왔는데 면회시간이 지났다.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식의 질문이다. ‘규정에 따라 접견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다음날 접견이 가능하도록 한 다음에 가까운 곳에 숙소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심 나는 ‘지방에서 나이 든 어머니가 접견을 하러 왔는데 신분증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웃음)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입장이나 공무원의 필수 덕목을 물어보는 면접관도 있었다. -합격 후 배치는 어디로 받나. 이 우선 연수원에서 14주 교육을 받는다. 이후 무조건 교도소, 구치소 같은 교정시설로 발령을 받는다. 최소 1년은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 운영단에서 일하기 전에 부산교도소에서 1년 3개월 근무했다. 앞으로 경기 과천에 있는 교정본부로 옮길 예정이다. 심 9급은 7급보다 연수 기간이 좀 짧다. 보통 교정본부에서 사람을 뽑을 때 공고를 내는데 그때마다 지원 자격이 ‘7급 이상’, ‘9급 이상’과 같이 다르다. 9급도 본부 지원은 가능하지만 막내들은 대부분 7급인 경향이 있다.●연수원 성적 발령에 영향… 결원 있어야 선발 -연수원 생활은 어떤가. 심 연수원 성적이 중요하다. 필기시험 성적과 합쳐서 등수가 결정된다. 1등은 전국 50여개 교정시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해 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연수원에 들어와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 교정학, 형사소송법 등 실무법이나 사격, 유도, 태권도 등 실전에서 쓰는 무예도 배운다. 이 연수원에서 희망기관을 적어내는데 교정시설에 결원이 있어야 갈 수 있다. 결원은 매년 달라진다. 그것도 운이다. 연수원에서 호신술도 배우는데 이것도 성적에 반영된다. -실제로 일을 해보니 어떤가. 심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교도관, 수용자의 모습은 허구다. 교도관과 수용자가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분위기다. 교도관 지시에 수용자들이 잘 따르고, 우리도 그만큼 존중을 해 준다. 이곳도 조그마한 사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부 엄중 관리 대상자도 있지만 대다수는 교도관들이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이 난동을 피우는 수용자들도 있겠지만 유단자가 있는 기동순찰팀에서 다 제압을 한다. 수험생들이 그런 걸 걱정한다면 기우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분위기는 정말 다르다.-교정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심 보람차다. 기동순찰팀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수용자 4명의 목숨을 살렸다. 이후 우리 팀을 만나면 수용자가 되게 기뻐하더라. 죄짓고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도림천 되살리고 ‘관악 르네상스’ 연다

    도림천 되살리고 ‘관악 르네상스’ 연다

    올 100억 투입… 2022년까지 11㎞ 정비 콘크리트 걷어내고 낡은 다리 리모델링 문화관광벨트 구축… 지역경제 성장동력“도림천 물길이 되살아나면 지역에 활기가 생기고 주민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찾아오는 명소로 거듭날 겁니다.” 지난 10일 만난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은 주민이 즐겨 찾는 여가 공간인 도림천을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키우기 위해 올해 ‘도림천 특화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도림천은 관악산에서 시작해 안양천을 타고 한강에 이르는 11㎞ 길이의 하천이다. 박 구청장은 “도림천의 자연성을 회복시키고 주변을 정비해 도림천을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도림천 특화사업은 ▲생태 복원 및 친수공간 조성 ▲교량 특화사업 ▲관천로 도로 개선을 통한 초록풍경길 조성 ▲관천로 플랫폼 설치 및 운영 ▲생태경관 개선 ▲통수단면 확장 ▲도림천 정비 및 시설관리 방안 수립 ▲도림천 브랜드화 등 총 8개 사업으로 2022년까지 추진하며, 올해만 약 100억원이 투입된다. 박 구청장은 하천을 덮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 내 살아 숨쉬는 하천을 주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는 마지막 복개구간인 서울대정문 앞부터 동방1교까지 도림천 상류부 개복 작업만을 남겨 둔 상황이다. 관악구는 이달 중 공사를 시작해 2022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동 주민 오아롱(36)씨는 “도림천의 마지막 구간까지 복원되면 관악산과 더불어 지역 명소가 될 것”이라며 “자연을 벗 삼아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다고 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구는 도림천의 자연성을 회복함과 동시에 특색 있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도림천을 지나는 신림교, 신림2교 등 오래되고 낡은 다리를 리모델링하고 경관조명과 미디어보드를 설치한다. 봉림교부터 우방아파트를 잇는 관천로 구간은 ‘초록풍경길’로 다시 태어난다. 차량 통행량에 비해 폭이 넓은 기존 4~6차로 도로를 2개 차로만 남기고 녹색공간으로 바꾼다. 또한 초록풍경길에는 문화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컨테이너 형식의 ‘문화플랫폼’도 마련된다. 무엇보다 도림천을 전국 명소로 알리기 위해 지역 특색을 담은 명칭을 부여, 도림천 브랜드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박 구청장은 “도림천 특화사업이 끝나면 아름다운 생태계와 찬란한 문화를 품은 새로운 문화관광벨트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림천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경제의 새 성장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安, 제 주제도 모르고”…北의 안철수 밀어주기?

    “安, 제 주제도 모르고”…北의 안철수 밀어주기?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11일 국민당(가칭)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내용은 힐난에 가깝지만 독자 행보에 나선 안 위원장을 언급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제 주제도 모르고, 제 낯 그른줄 모르고 거울 탓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 남조선에서 현 당국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고있는 안철수가 그 격”이라며 “사실 안철수는 그 누구에게 무능과 실패, 파괴. 도적 등의 훈시질을 할 체면을 완전히 상실한 자”라고 했다. 우리민족끼리는 18대 대선 자진사퇴, 19대 대선 낙선,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낙선, 국민의당 창당, 바른미래당 창당 등 안 위원장의 정치 경력을 소개하며 “참으로 안철수는 권력을 쥐어보겠다며 안간힘을 써봤지만 민심을 등지고 대세에 역행하다보니 실패에 실패만을 거듭했다”며 “안철수의 파괴 타령 역시 자기에게나 딱 어울리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안철수는 남조선 각계로부터 전형적인 `정치철새`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얼마전 남조선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진행한 비호감 정치인 조사에서 안철수가 제일 첫자리를 차지한 사실은 더러운 몸값에 대한 응당한 평가”라고 덧붙였다.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보수세력과 장단을 맞춰가며 정권심판을 말하는 안철수 패거리들의 추태에는 이번 총선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는 간특한 흉심이 짙게 깔려있다”며 “하지만 남조선 인민들이 안철수 특유의 교활한 속심, 너절한 생존방식에 다시 속겠나. 제 주제도 모르고 설쳐대는 가소로운 푸념질은 어리석은 자의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기소권 폐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탄핵 추진 등 7대 사법정의 실천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정의의 핵심은 탈정치화 그리고 수사 및 소추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이를 위해 사법기관은 청와대 종속에서 해방돼야 한다”며 “형사법 체계와 기관을 국민의 요구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범야권과 연대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추 장관의 검찰 인사 농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유기·파양자 미화? ‘개통령’ 강형욱이 해명한 이유

    유기·파양자 미화? ‘개통령’ 강형욱이 해명한 이유

    강형욱 훈련사가 “유기·파양자 미화하려는 의도 아냐”라고 해명했다. 무슨 일일까? 최근 강형욱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개훌륭’ 제작진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사람들은 남모르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보고 싶은 개가 한 마리씩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게 해드리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글을 업로드했다. 강형욱은 “예전에 제 팬이라는 분이 아끼던 개를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다른 집에 두고 오셨다더라. 귀담아듣지 않았었는데 눈을 보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셨더라”라며 “혹시 여러분도 보고 싶은 반려견이 있으시냐?”고 질문하며 새로운 코너를 예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인 사정으로 강아지를 파양한 것일 뿐 미담이라고 생각하지 마라”라는 등 비판의 말이 쏟아졌다. 결국 강형욱은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가 썼던 글이 어떤 분들에게는 아픈 기억을 다시금 생각나게 했고, 또 어떤 분들을 화나게 했다. 제가 이야기를 전달하며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형욱은 “이번 프로그램은 자신의 반려견을 유기하고 파양한 사람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사무치게 원망하며 소식만이라도 듣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반려견을 파양한 사람들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자신의 반려견을 섣불리 유기하고 파양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없다”며 “사연을 받아보려고 했던 것이 많은 분을 아프게 했던 점을 사과드리고 싶다. 정말 꼭 만나야 하는 사연을 신중하게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형욱 훈련사는 KBS2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 중이다. 이하 강형욱 해명 전문. 제가 썼던 글이 어떤 분들에게는 아픈 기억을 다시금 생각나게 했고, 또 어떤 분들을 화나게 하였어요. 키우던 반려견을 다른 곳으로 보낼 때 어떤 이유로도 정당하고 당당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제가 만난 어르신이 했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오해를 하게 만들었어요. 이번에 준비하는 프로그램은 자신의 반려견을 유기하고 파양한 사람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저도 이전 피드의 댓글을 보면서 “왜 당신 같은 사람이 댓글을 남겨?”라고 느꼈던 댓글들이 있었어요. 반면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던 댓글도 있었죠. 여러분. 여러분들도 살면서 우리 집을 스쳤던 반려견들이 있었을 거예요. 기억도 나지 않는 내 사진 속에서 내 옆에 있던 예쁜 개도 있을 거예요. 학교를 다녀와 보니 내 반려견이 없어져 있던 적도 있을 수 있어요. 가난으로 중학교 때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헤어진 내 하나뿐인 강아지가 있을 수도 있어요. 맞아요. 잘한 건 아니에요. 필요 없어져서 물건을 분리해서 버리듯 반려견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현장에서 그런 사람들을 자주 만나요. 전에 있던 개가 커서 키우기 힘들어서 이번에 작은 견종으로 바꿨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내 앞에서 정면으로 마주할 때가 많아요.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던 것처럼 이사하면서 자신의 개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분들이 많아요. 자신은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내 반려견은 아무도 모르는 외딴곳으로 그냥 보내버리죠. 절대 잘한 게 아니에요.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이해할 수 없죠. 그런데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사무치게 원망하면서 한 번만이라도 잘 사는 모습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분들이 있어요. 볼 수 없다면 또 볼 수 없게 됐다면, 소식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 하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반려견을 사고 버리고 학대했던 분들이 아니었어요. 가난은 누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가난할 땐 정말 어떤 방법도 없을 때가 있어요. 나보다 좋은 환경이라기에 보냈던 분도 계세요.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해서 정성으로 살려낸 유기견을 먼 나라로 보냈던 분들도 계세요.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반려견을 섣불리 유기하고 파양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없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사연을 받아보려고 했던 것이 많은 분을 아프게 했고, 이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어요. 정말 꼭 만나야 하는 사연을 신중하게 찾아볼게요. 그리고 다시 공지 올립니다. 여러분들이 꼭 보고 싶은 반려견이 있다면 저희에게 사연 부탁합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신종코로나 걸렸어요” 30대 브라질 여자가 거짓말한 이유

    [여기는 남미] “신종코로나 걸렸어요” 30대 브라질 여자가 거짓말한 이유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라고 거짓말 한 브라질 여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클라우데테 마리아(39)는 8일(이하 현지시간) 몸에 불편을 느껴 리우데자네이루주 코파카바나에 있는 한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주말이라 그랬는지 응급실엔 대기자가 꽤나 많았다. 꼼짝없이 장시간 순서를 기다리게 된 마리아는 불쑥 간호사를 붙잡고 "신종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병원은 발칵 뒤집혔다. 10일 현재까지 브라질에선 8명이 신종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고 있을 뿐 단 1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여자의 말이 맞는다면 그는 브라질의 첫 확진자가 된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는 여자의 주장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그는 "홍콩에서 베이비시터로 일을 하다가 브라질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며 홍콩에서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것 같다고 했다. 병원은 매뉴얼에 따라 신종코로나에 걸렸다는 사람이 응급실로 찾아왔다고 보건부에 긴급 보고하고 허겁지겁 여자를 격리했다. 하지만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았다. 격리 후 검사를 위해 홍콩 현지 확진자와의 접촉 여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 때문이다. 홍콩에서 일을 한다는 그는 홍콩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베이비시터로 일한다고 했지만 이 말에도 왠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홍콩에 다녀온 게 정말이냐고 병원은 다그쳤지만 여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은 최근 홍콩에서 귀국했고, 현지에서 중국인들과의 접촉이 많았다고 했다. 사실을 털어놓은 건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마리아를 지켜보던 가족들이었다. 가족들은 여자의 거짓말에 질렸다는 듯 병원 측에 "마리아가 태어나서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마리아는 여권을 만들어본 적도 없었다. 가족들이 진실을 털어놓자 그제야 여자도 "신종코로나에 걸렸다는 건 거짓말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마리아가 이런 거짓말을 한 건 응급실에서 기다리기가 싫어서였다. 그는 "신종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의사들이 빨리 봐줄 것 같아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여자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사진=오글로보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감독상 받자 전원 환호… 뒤이은 작품상에 당연한 일인 양 기립박수

    감독상 받자 전원 환호… 뒤이은 작품상에 당연한 일인 양 기립박수

    며칠 전부터 돌비극장 인근 경비 삼엄 햄버거 가게 등 美 곳곳서 ‘기생충’ 열기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앞은 이미 도로가 통제된 상태였다. 커다란 구조물과 철조망이 차도 위로 올라와 있었고, 경비도 삼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가오고 있음을 극장 위로 우뚝 솟은 대형 포스터가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극장 앞 거리인 ‘워크 오브 페임’은 몇 년 전 들렀을 때는 실망스러운 관광지일 뿐이었는데, 아카데미 시즌에 방문하니 확실히 영화의 성지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도 ‘기생충’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기생충’ 열기는 뜨거웠다. 영화 평론가와 언론 보도,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영화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집어 놓을 만큼 ‘기생충’의 기세는 등등했다. 대부분 감독상과 작품상 둘 중 하나는 ‘기생충‘이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아카데미는 한국 감독이 만든 이 놀라운 작품을 통해 그간의 보수성과 폐쇄성에 대한 오명을 벗고 새로운 시대를 열 기회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수상작 예상 콘텐츠들을 계속 찾아보면서 ‘기생충’이 큰 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은 더욱 커졌다. 시상식 당일(9일)에는 며칠 전부터 예보한 대로 비가 내렸다.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면서 거의 그쳤지만 쌀쌀한 거리에는 축제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ABC 방송 생중계를 통해서야 그 철옹성 같은 시상식장 안에 깔린 눈부신 레드카펫과 스타들을 보며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온 첫 번째 오스카상은 ‘각본상’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배우들에게, 한진원 작가는 충무로의 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흥분을 감출 수 없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부문이 많아서 계속 숨을 죽이고 시상식을 응시해야 했다. 게다가 아카데미에서는 각본상을 받은 작품은 작품상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생충’이 각본상을 받는 순간부터 작품상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미술상과 편집상은 놓쳤지만 예상대로 국제극영화상은 봉준호 감독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감독상에 ‘봉준호’가 호명되자 돌비 극장에 모인 영화인들은 모두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가장 마지막에 다시 한 번 ‘기생충’이 불린 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카데미의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시상식 후, LA의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한국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간담회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곽신애 대표, 한 작가, 이하준 감독, 양진모 감독, 그리고 여덟 명의 배우들이 참여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고, 그제서야 내가, 우리가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한 장면에 함께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작년 5월 칸영화제 프리미어 상영부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개인적으로도 ‘기생충’과 아주 오랜 여정을 함께한 기분이다. 축제로 끝났지만 섭섭한 마음도 있다. 봉 감독의 재치 넘치는 수상 소감도 당분간은 들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영화사를 넘어 세계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봉 감독과 제작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기생충’의 주제와 재미뿐 아니라 이 영화가 영화팬들에게 남긴 기쁨과 감동의 순간도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잊혀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로스앤젤레스 윤성은 영화평론가
  • 올림픽 본선 진출한 한국 여자 농구 저변 넓어지려면

    올림픽 본선 진출한 한국 여자 농구 저변 넓어지려면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2년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세계 10위권 내 팀이 즐비한 올림픽 본선 경기는 어려워보인다. 이번 최종 예선에서 스페인에 38점차, 중국에 40점차로 대패했다. 3전 전패로 탈락한 영국의 골득실이 -23점인데 반해 한국은 무려 -74점이다. 골득실을 따졌다면 본선 진출은 어려웠다. 한국 여자 농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만에 올림픽 코트를 밟게 된 건 분명 경사다. 올림픽 본선 진출 자체만으로 여자 농구 저변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김은혜 KBS N 해설위원은 “국제 대회 경쟁력이 생겨야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늘어나고 클럽스포츠에서 활동하던 선수가 엘리트 선수로 진출하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 여자 농구 올림픽 진출의 파급 효과를 짚었다. 문제는 5개여월 뒤로 다가온 본선이다. 본선에 진출한 12개 국가 중 세계 랭킹 10위 밖은 우리나라(19위)와 나이지리아(17위), 푸에르토리코(23위)뿐이다. 12개국 가운데 4개국이 1조가 돼 치르는 조별 예선에서 상위 1,2위 6팀과 조별로 성적이 좋은 3위 2팀이 8강에 진출한다. 한국은 다음달 21일 조 편성 결과에 따라 상대가 정해진다. 예선에서와 같이 상대적으로 가장 전력이 약한 국가에 전력을 집중해 1승을 거두는 전략으로 8강 진출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몰방 농구’가 본선에서도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한국팀이 ‘베스트5’에 의존하는 전략은 이미 다른 국가에 노출됐다. 영국전에서는 3명이 풀타임, 2명은 36분 이상을 뛰었다 특히, 장신 센터 박지수를 통한 공격 루트는 상대팀의 집중 수비로 쉽게 공략될 공산이 크다. 김은혜 해설위원은 “현대 농구는 선수 당 25~30분을 뛰게 하며 속공을 지향한다”며 식스맨 자원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이어 “박지수를 쉬게 할때 대신 뛸 장신 센터 자원 발굴이 시급하지만 단기간에는 힘들어보인다”며 “박지수 없는 5~10분의 시간을 단신 선수끼리 꾸려나갈 경기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숙(현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이 이끌던 한국 여자 농구는 1984년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정은순, 전주원 등이 주축이던 2000년대 초반에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다. 이후 순조로운 세대 교체를 거쳐 정선민, 변연하. 최윤아 등이 주축이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8강에 갔다. 하지만 베테랑을 대체할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했다. 한국 여자 농구의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려면 한국 여자 농구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혜 위원은 “박지수 이후 미래 자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원 전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 코치는 “지방에 있는 (초중고) 팀은 5명,6명인 경우도 허다하다”며 “선수층이 두꺼워지려면 초중고 선수가 많아져야 한다”고 한국 여자 농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日크루즈선 한국인 승객들 답답함 호소…하루새 60여명 추가 확진

    日크루즈선 한국인 승객들 답답함 호소…하루새 60여명 추가 확진

    10일 추가 확진자 60명 발생…총 130여명 확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대량 발생해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서 격리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한국인 탑승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크루즈선은 당초 지난 3일 요코하마항에 기항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 확진자가 10일까지 130여명 발생해 항구 앞바다에 정박 중이다. 사실상 해상 격리 중인 셈이다. 9일까지 감염 확진자가 70명이었지만 하루새 60여명이 늘어났다. 56개 국적 3711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타고 있는 이 크루즈선에는 승객 9명과 승무원 5명 등 모두 14명의 한국인이 탑승해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0일 “지난 8일 한국인 탑승자 14명 전원의 신상정보를 입수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서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통화하지 못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건강 상태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그는 다른 나라 국적의 승객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승객들도 “조금 연세가 있는 분들”이지만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사람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감염 확진을 받은 사람들 중에 한국인 승객이나 승무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인 승객이나 승무원 중에 검사를 받은 사람이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전화가 연결된 한국인 탑승자들과의 개별통화에서 건강 상태를 물어보고 필요한 약품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특별한 요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승객들이 답답하다는 심정을 피력했다”고 대사관 관계자가 전해 이들이 오랜 시간 배에서 격리된 상황에서 심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일본 정부는 최초 감염자인 홍콩인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10명의 환자가 집단으로 확인된 지난 5일을 기점으로 2주 후인 오는 19일쯤 선상 격리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일 추가 확진자가 60여명 발생하면서 격리 해제 시점이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밀폐된 환경을 만드는 선상 격리가 승선자들의 감염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잠복기간 등을 고려해 해상에 격리하는 것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문가 사이에서도 판단이 다를 수 있는 상황에서 주재국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주일 한국대사관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격리 조치가 해제될 때까지 한국인 승선자들의 건강 상태를 계속 파악하면서 필요한 사항이 있을 경우 일본 정부 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소유 업체인 미국의 ‘프린세스 크루즈’는 신종 코로나에 따른 격리로 요코하마항에서 내리지 못한 승객들에게 크루즈 대금을 환불하겠다고 발표했다. 교도통신은 요코하마항에서 내릴 예정이던 지난 4일 이후 선내 대기로 발생한 비용도 업체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3년 만에 장판각 열었더니 사라진 문화재… 문중도 국가도 몰랐다

    3년 만에 장판각 열었더니 사라진 문화재… 문중도 국가도 몰랐다

    작년에야 목판 도난 뒤늦게 확인해 환수 문화재 3~5년마다 조사… 공백기엔 위험 민간 보관하면 절도·훼손 우려 높지만 공립 기관 위탁 꺼려… 재산권 정립해야 35년간 3만점 실종… 회수 6602점 그쳐 올해 단속반 1명 늘리지만 고작 3명뿐“문중의 목판을 분실하고 나서 되찾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감개무량하고, 전국을 뒤져서 찾아준 문화재청에 절실한 감사를 느낍니다.” 지난 5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 2016년 6월 도난당한 안동권씨 충강공 종중 문화재 ‘권도 동계문집 목판’ 134점을 반환받는 자리에서 종중 대표 권정혁(80)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선 인조 때 문신 동계 권도(權濤·1575∼1644)의 시문을 모아 순조 9년(1809)에 간행된 목판을 도둑맞은 뒤 억장이 얼마나 무너졌을지 짐작됐다. 하지만 더 기막힌 일은 따로 있었다. 지난해 11월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종중에 도난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3년 반 동안 종중 관계자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목판은 경남 산청군 신등면 단계리의 종중 장판각에 소장돼 있었는데, 생활고에 시달린 문중 관계자가 장판각 관리인의 열쇠를 몰래 빼내 목판을 실어나른 뒤 다시 출입문을 잠가뒀기 때문에 도난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관리인이 그 사이에 한 번도 장판각 문을 열어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욱이 권도 동계문집 목판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3호다. 비지정 문화재도 아닌 지정 문화재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되겠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문화재보호법 33조는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해당 문화재를 관리·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보·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나 시도 지정문화재라도 개인이나 문중 소유라면 소유자가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 의한 관리가 곤란하거나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면 지방자치단체나 그 문화재를 관리하기에 적당한 법인 또는 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유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가지정문화재나 시도 지정문화재는 3년 또는 5년마다 보존과 관리를 위한 정기조사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조사 기간의 간격이 길수록 도난이나 훼손 방지에 공백이 생길 여지도 높다. 권도 동계문집 목판의 경우도 경남도청이 2014년 도내 지정문화재에 대한 정기 조사를 한 뒤 5년이 지난 작년 말에야 조사를 진행하면서 도난 사실 파악이 늦었다. 도 문화재관리 담당자는 “각 기초 지자체에서 전문기관에 위탁해 실태조사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면서 “이번 도난사건을 계기로 조사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포함해 체계적이고, 안전한 문화재 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중이나 사찰의 유물들은 대부분 인적이 드문 곳에 보관돼 있고, 관리가 촘촘하지 않아 절도범의 먹잇감이 되거나 화재 위험 등도 크다. 때문에 인근 국공립 박물관이나 공공기관에 보관을 위탁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지역별 국공립박물관이 부족한 수장고와 인력을 늘려 민간이 소유한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연구하도록 하면 지역문화 발전과 애향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부 문중은 국공립 기관에 유물이 한번 들어가면 돌려받기 어렵다고 여겨 위탁을 꺼리는 경우가 있어 먼저 재산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명쾌하게 해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재 사범 단속과 도난 문화재 회수에 대한 관심이 큰 반면 해당 인력과 지원이 부족한 부분도 문화재 관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98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비지정 문화재를 포함한 전체 도난 문화재는 3만 859점이고, 이 중 6602점이 회수됐다. 주인을 못 찾은 문화재가 태반인 데도 지금까지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인원은 단 2명이었다. 올해 겨우 정원이 늘어 상반기에 1명을 증원하게 됐지만 갈 길이 멀다. 한상진 사범단속반장은 “도난 신고가 수사의 시작인데, 도난 사실을 모르거나 유물 사진 한장 없는 경우도 많다”면서 “피의자 검거 못지않게 유물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화재 지식과 근성을 갖춘 전문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10일 ‘톰과 제리’ 탄생 80주년, 냉전 때 프라하에서 만들었다?

    10일 ‘톰과 제리’ 탄생 80주년, 냉전 때 프라하에서 만들었다?

      누구나 알고, 결말까지 뻔히 아는 얘기, 그런데 참 재미있는 얘기가 쥐와 고양이의 추격전이다. 늘 치즈 덫으로 생쥐 제리를 꼬여 골탕 먹이려 하지만 오히려 당하기만 하는 고양이 톰, 철천지 원수 같은데 묘하게 정이 통하는 두 앙숙 얘기다.  그 ‘톰과 제리’가 10일(이하 현지시간) 탄생 80주년을 맞는다며 영국 BBC가 탄생 비화, 아카데미를 일곱 차례나 수상한 내력, 냉전 시대 제작비를 아끼려고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몰래 만들었던 뒷얘기를 전해 눈길을 끈다.  두 캐릭터를 고안해낸 것은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 영화사의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빌 한나(2001년 사망)와 조 바버라(2006년 사망)였다. 경쟁사의 ‘포키 피그’와 ‘미키마우스’ 등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MGM에서는 뭐라도 만들어보라고 채근했다. 바버라가 이전에도 수없이 되풀이된 얘기지만 다시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1940년 첫 편 ‘집에서 쫓겨난 톰(Puss gets the Boot)’을 내놓았는데 톰의 원래 이름은 제스퍼, 제리의 이름은 징크스였다. 다시 말해 ‘톰과 제리 1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제법 인기를 끌어 오스카 단편 에니메이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름은 크레딧에 올라가지도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여서 대화 없이도 충분히 재미를 안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콧 브래들리가 작곡한 음악은 동작에 어울렸고, 톰이 인간처럼 질러대는 비명은 한나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 뒤 20년 동안 둘은 100편 넘게 제작했다. 한 편을 만드는 데 몇 주가 걸렸고 5만 달러씩이 들어 일년에 몇 편 만들면 고작이었다. 둘이 손으로 그려 작업했고 배경을 잘 묘사해 아카데미상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1960년대 제작비 삭감 압력을 받아 둘이 회사를 떠났고, 몇년 뒤 MGM은 다시 톰과 제리를 만들기로 했다. 시카고 출신 진 데이치는 뽀빠이 시리즈 몇 편을 제작했던 프라하에서 만들면 제작비를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체코인들의 이름은 미국식으로 바꿔 크레딧에 올려 공산주의에 부역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체코인들은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고, 그가 만든 13편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나중에 그는 원작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다음 바통을 넘겨받은 이가 워너브러더스의 루니 튠즈(Looney Tunes)로 유명한 척 존스였다. 그가 맡자 톰의 눈썹이 더 짙어졌고, 얼굴이 더 뾰족해졌다. 그렇게 1953년부터 1957년까지 34편의 단편을 만들었다.  1960년대 초 한나와 바버라는 텔레비전이 오히려 나은 플랫폼이라고 여겨 에피소드 분량은 늘리고, 예산은 적게 들이는 제작 기법으로 허클베리 하운드, 요기 베어, 플린트스톤, 톱 캣, 스쿠비 두 등을 흥행시켜 여유가 생기자 1970년대 다시 톰과 제리로 눈을 돌렸다. 예전 작품들이 방송 편성 준칙에 견줘 “너무 폭력적이었다”고 반성하며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늘 하반신만 나오는 톰의 첫 번째 여주인 매미 투 슈즈가 흑인 하녀로 과장된 남부 억양을 쓰는 것이 인종적 편견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숯검댕이 얼굴이나 아시아계와 아메리카 원주민을 폄하하는 발언도 거슬린다. 해서 1960년대 텔레비전에 방영될 때 존스 팀이 매미 대신 새로운 캐릭터를 그려넣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최악의 에피소드는 재배급이나 스트리밍 플랫폼에도 올라가지 못한다. 2014년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는 “인종적 편견”을 유의하라고 경고문을 넣었다.  종종 뉴스에도 뜬금 없이 등장한다. 2016년 이집트 고위 당국자가 중동의 폭력을 부추기는 데 이 만화가 역할을 한다고 비난했고,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의 관계를 이 시리즈에 빗댄 것도 최소 두 차례였다.  바버라는 세상을 떠나기 일년 전에 단편 크레딧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평생을 함께 단짝과 나란히 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MGM으로부터 판권을 넘겨 받은 워너브러더스는 올해 성탄절 전에 라이브액션 에니메이션 영화 톰과 제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클로이 모레츠와 한국계 배우 켄 정이 출연 계약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니메이션 역사가인 제리 벡은 80년 동안 이 시리즈가 생명력을 잃지 않는 비결을 캐릭터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연결성 덕이라고 짚었다. “사람들은 늘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덩치가 작은 제리를 스스로와 연결짓곤 한다. 직장 상사든, 집주인이든, 정치든 무엇이건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할 뿐인데 누군가는 늘 날 훼방 놓으려 한다.” 정말 그런가 싶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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