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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코로나19 방역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생각”

    김종인 “코로나19 방역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생각”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정부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처가 너무나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한의사협회의를 방문해 “정부가 K방역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속해서 전파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는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의료기관의 예측이나 평가를 기준으로 대처를 했는데, 우리는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코로나 사태 극복으로 정치적인 효과를 노리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은 백신과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위임한다고 얘기했지만 질본의 능력으로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정부는 코로나를 방어하는데 정치적인 요인은 전부 빼고 의료계의 전문적 조언을 참고하는 게 미숙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의료종사자들이 희생적으로 봉사를 해서 그나마 이 정도의 코로나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은 의협과 잘 협조해서 앞으로도 어떤 정책이 의료 부분에 있어 수행돼야 할 것인가 대해 정책적으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백신 문제가 대두되니까 책임 문제 때문에 백신을 금방 접종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길 하고 있다”며 “하지만 백신을 어떻게 접종할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공식적인 발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대처 과정에서 전문가의 얘기가 주류로 흐르냐, 아니면 정치인의 얘기가 주류가 되는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지난번에 질본을 방문했을 때 정은경 청장에게 당신들이 회의할 때 어떤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냐고 물어보니 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의협은 지난해 1월말 국내 3번째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입국제한 조치 등을 당부했고, 백신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또 지난해 공공의대 신설 등을 밀어붙이면서 파업 투쟁까지 벌어졌고, 이후 여당은 보복성 법안을 쏟아냈고 정부는 진정성 없는 행보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겨울철이 오면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누구라도 예상한 것이었지만 정부는 허둥거렸다”며 “병상이 부족해 입원을 기다리다가 환자가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백신이 개발되고 외국 접종이 시작됐지만 많은 우려가 있다. 새로 개발된 백신인 데다 짧은 시간에 상용화 돼 안전성 의문이나 면역효과 논란이 많다”며 “그럼에도 이 사태를 종결할 확실한 수단임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협은 백신 접종을 지지하지만, 부작용이나 사고 및 예기치 못한 결과에 대해 최대치의 대비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조금만 참으세요” ‘의사’ 안철수, 코로나 방호복 입고 검체 채취

    “조금만 참으세요” ‘의사’ 안철수, 코로나 방호복 입고 검체 채취

    서울광장 선별검사소서 의료봉사활동“직접 현장 점검해 서울 방역 개선 정비”작년 대구서 부인 김미경 교수와 의료봉사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호복을 입고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했다. 서울광장은 그가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입성을 노리는 서울시청 앞에 있다. “저도 몇 번 검사 받아봤는데 받기 힘들어서 안 아프게 하고 싶어요” 검사 받으러 온 시민과 대화 나누기도 안 대표는 파란색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을 상대로 직접 검체를 채취했다. 의사 면허가 있는 안 대표는 대한의사협회에 이날 봉사를 사전 신청했고, 의협이 안 대표를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 배치했다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방역복으로 갈아입은 안 대표는 시민을 검사하기 전에 “저도 몇 번 검사를 받아봤는데 받기 힘들어서 안 아프게 하고 싶다”며 웃었다. 검사를 받는 시민에게는 “조금만 참으세요”,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하며 인사를 건넸다.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안 대표와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총 1시간가량 선별검사를 진행한 안 대표는 현장 관계자들에게 격려를 전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양성이 하루 1~2건 정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컸다.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말씀을 들어보니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면서 “어떻게 하면 원활하게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료 봉사활동의 의미도 있지만, 직접 현장을 점검해서 여러 가지 개선점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서울시 방역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작년 대구 코로나 확산 때도 의료봉사땀에 젖은 ‘의사’ 안철수에 호평 안 대표는 올해 초 창신동의 주택 재개발 현장을 방문하고, 전날 부동산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곧바로 의료 봉사에 나선 것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표심을 좌우할 두 키워드가 ‘부동산’과 ‘코로나’라고 본 것이다. 그는 지난달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언론에 정부의 ‘코로나 백신 거짓말’에 대한 분노가 출마 배경 중 하나라고 꼽았다. 안 대표는 앞서 코로나 1차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3월 대구에서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 함께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당시 약속대로 총선 직후 다시 한번 대구를 찾아 의료봉사를 했다. 방호복을 벗고 땀에 젖은 차림으로 나타난 모습에 ‘의사 안철수’에 대한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安, 측근들 비판에 “열심히 응원” 안 대표는 측근이었던 사람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웃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국민의당 대변인을 지낸 장진영 변호사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안 대표는 변하지 않는 사람’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안 대표를 비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조선·대한제국 어보 어떻게 만들어졌나…과학적 분석서 첫 발간

    조선·대한제국 어보 어떻게 만들어졌나…과학적 분석서 첫 발간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500년에 걸쳐 제작된 왕실문화재 어보(御寶)의 재료와 제작 기법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왔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소장 어보 322점(금보 155점, 옥보 167점)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3년 간 진행한 연구 결과를 담은 ‘어보 과학적 분석’ 보고서 3권을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어보는 왕과 왕후의 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릴 때나 왕비·세자·세자빈을 책봉할 때 만든 의례용 도장이다. 2017년 ‘조선왕조 어보·어책’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연구는 어보의 구성 재료와 제작 기법에 중점을 두고 비파괴 분석방법으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유물을 전수 조사한 첫 결과물이다. 금보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자체적으로 분석했고, 옥보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과 공동으로 진행했다.어보는 시대에 따라 재료 및 제작 기법이 변화했다. 금보는 구리·아연 합금 등에 아말감 기법으로 도금해 제작했는데, 시기별로 아연의 함량이 달라졌다. 15∼17세기 10% 내외였다가 18세기 이후 10∼30%로 폭이 넓어졌다. 19세기에는 아연 함량 20% 이상인 금보가 많이 제작됐다. 아말감 기법은 수은에 금을 녹인 아말감을 금속 표면에 칠한 후 수은을 증발시켜 도금하는 방법이다. 제작 기법에서도 변화가 발견됐다. 17세기 후기부터 18세기 중기까지 제작된 거북 모양 손잡이(귀뉴·龜紐)가 있는 금보에서만 점으로 새긴 무늬와 조이질(쇠붙이에 무늬를 쪼아 새기는 일)로 장식한 거북 등딱지 문양이 나타났다.옥보는 대개 사문암 계열로 제작됐지만 19세기 이후에는 대리암 및 백운암 계열이 일부 옥보에 사용되기도 했다. 손잡이 머리에 ‘王’(왕)자 등 글자가 새겨진 옥보는 총 25점이며, 거북 눈동자가 검게 그려진 옥보는 11점이었다. 어보에 달린 붉은 끈인 보수(寶綬)는 보통 비단으로 제작됐으나 1740년에 제작된 1점과 1900년대 이후 제작된 5점에서는 인조섬유인 레이온을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 국내에 레이온이 들어온 시기가 1900년대 초였으므로 1740년 제작된 어보의 보수는 후대에 교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보고서가 앞으로 어보 환수나 유사 유물의 시기 판별에 기준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전하는 어보는 총 331점으로, 국립고궁박물관 외에 국립중앙박물관이 7점, 고려대박물관이 2점을 소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www.gogung.go.kr)에 공개됐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강원 고성 해변에 죽은 오징어떼 무더기 밀려나와

    강원 고성 해변에 죽은 오징어떼 무더기 밀려나와

    강원 고성군의 한 해변에 엄청난 양의 죽은 매오징어(작은 오징어) 떼가 밀려 나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14일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지역 주민들과 인근 리조트를 찾은 관광객들은 이날 오전 엄청난 양의 작은 오징어 떼가 백사장에 밀려 나와 죽어 있는 것이 발견해 줍기소동을 벌였다. 봉포항에서 청간정 인근에 이르는 500여m 구간의 백사장에 널려 있는 오징어는 오른 손가락만한 4∼5㎝ 크기이다.인근 리조트에 휴가를 온 박모(45·서울시)씨는 “아침에 해변 산책을 나왔다가 엄청난 양의 오징어 새끼가 해변에 밀려 나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 같은 모습은 처음 본다”고 신기해했다. 해변에 나와 오징어를 줍던 주민 조모(75)씨도 “봉포리에서 40여 년을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멸치 떼가 해변에 밀려 나온 것은 본 적이 있지만, 오징어 새끼가 밀려 나온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바구니 한가득 오징어를 주워 담은 주민은 “깨끗이 손질해 젓갈을 담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성 해안에 밀려 나온 작은 오징어는 오징어 새끼가 아닌 매오징어로, 수심 200∼600m의 깊은 바다에서 살며 성어가 돼도 크기가 7㎝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안에서는 2013년 12월 속초해변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주민과 관광객들이 해변에 나온 매오징어를 주워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해변에 밀려 나온 오징어는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살오징어가 아닌 매오징어”라며 “살오징어보다 수심이 깊은 곳에 서식하는 매오징어가 용승현상(차가운 해수가 위에서 아래로 뒤집히는 현상)에 따른 수온과 기압의 급격한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해 해안가로 밀려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폭풍우 지난 자리에 돋아난 ‘생명의 나무’…자연이 그린 걸작 (영상)

    폭풍우 지난 자리에 돋아난 ‘생명의 나무’…자연이 그린 걸작 (영상)

    거대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 ‘생명의 나무’가 자라났다. 12일(현지시간) 호주 ABC뉴스는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 카코라 호수에 남은 폭풍우의 흔적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 ‘생명의 나무’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현지 아마추어 사진작가 데리 모로니는 지난해 7월 카코라 호수로 촬영을 나갔다가 뜻밖의 사진 몇 장을 건졌다. 모로니는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훑어보다 깜짝 놀랐다. 호수에 나무가 그려져 있었다”고 밝혔다.며칠간 휘몰아치던 폭풍우가 떠난 후 호수에는 ‘생명의 나무’가 자라나 있었다. 폭풍우가 할퀸 자국은 마치 나뭇가지가 뻗어 자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후로 6개월 동안 2주에 한 번 드론을 띄운 모로니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카코라 호수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폭풍우는 차나무로 뒤덮인 강하구를 지나면서 차나무방향유(티트리오일)를 호수로 끌고 들어갔다. 폭풍이 물러가면서 호수의 물도 함께 바다로 빠져나갔지만, 기름은 나뭇가지처럼 움푹 팬 자리에 그대로 남았다. 그 틈새로 흘러든 강물은 호수 전체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었다.호수의 풍경은 날씨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밀물 때는 폭풍우가 할퀴고 간 자리를 바닷물이 에워싸면서 호수를 눈 쌓인 나무로 만들었고, 폭염은 잎이 다 떨어진 황금 나무로 호수를 변화시켰다. 모로니는 “지상에서 볼 때는 평범한 호수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하늘에서 본 호수는 달랐다. ‘생명의 나무’ 같았다”고 설명했다. 생명의 나무는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명 벽화 중 하나다. 모로니는 또 “119m 상공에 드론을 띄워 촬영한 거라 비행기를 타지 않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대자연이 만든 걸작이었다”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순백의 산’ 눈길 따라… 진경산수화 속으로

    ‘순백의 산’ 눈길 따라… 진경산수화 속으로

    오래전 절정의 단풍철에 전남 장성의 백양사를 찾은 적이 있다. 단풍으로 이름난 내장산국립공원에서도 정수로 꼽히는 곳이니 그 풍경의 화사함이야 더 말할 게 없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백양사 뒤에 버티고 선 거대한 바위산이었다. 사람들은 그 산을 백학봉(白鶴峯)이라 했다. 열병이라도 걸린 듯, 하루 종일 그 이름을 되뇌면서 언젠가 큰눈이 내리는 날 꼭 저 산을 올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흰 눈을 뒤집어쓴 백학은 어떤 모습일까. 그 웅장한 바위 절벽의 꼭대기에서 굽어보는 풍경은 어떨까. 장성 일대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날, 백양사를 찾았다. 작은 연못과 눈 쌓인 단풍나무들, 단아한 쌍계루와 웅장한 백학봉이 수묵화처럼 어우러져 있다. 예부터 ‘대한 8경’의 하나로 명성이 높았던 쌍계루와 백학봉의 ‘겨울 버전’이 펼쳐진 것이다. 풍경의 정수는 역시 어느 한 계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백학봉(651m)이 속한 산은 백암산(741m)이다. 장성과 전북 정읍, 순창 등이 이 산의 능선을 따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내장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마치 내장산에 속한 산줄기로 인식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내장산과는 인접해 있을 뿐, 결이 다르다. 최근 장성 주민 거의 모두가 ‘국립공원’ 안에 별도로 백암산 표기를 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설경보 뚫고 올라간 백암산 산행 백암산 산행은 보통 장성과 순창에서 시작된다. 백암의 주봉인 상왕봉을 빠르게 정복하려는 이들은 주로 순창 쪽에서 오른다. 거리가 짧고 오르막도 비교적 순해서다. 산꾼들에게 정석으로 꼽히는 코스는 장성 쪽 백양사를 들머리 삼아 약사암~영천굴~백학봉~상왕봉~능선사거리(남창고개)~운문암 입구~백양계곡을 거쳐 다시 백양사로 돌아오는 코스다. 거리는 약 10㎞ 정도. 예닐곱 시간은 족히 소요된다. 이번 여정에선 백학봉까지만 다녀왔다. 장성 일대에 쏟아진 폭설 때문이다. 제설 작업이 이뤄진 약사암까지는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지만, 그 이후는 거의 러셀(눈길 뚫기)이나 다름없는 심설 산행을 해야 한다. 산행 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고, 난이도 역시 그만큼 높아진다.산행 기점인 백양사 일대는 명승(38호)이다. 문화재 명칭은 ‘장성 백암산 백학봉’. 안내판은 “백양사 대웅전과 쌍계루 너머로 보이는 백학봉의 암벽과 삼림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백암산이 내장산과 함께 단풍 명소인 데다, 천연기념물 제153호인 백양사 비자나무 분포 북한지대를 비롯해 1500여종의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자연자원의 보고”라고 적고 있다. 백양사와 쌍계루에 더해 백학봉이 있기에 비로소 ‘문화재급’ 풍경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여러 경관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저마다의 개성 또한 잃지 않으니, 이를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비자림 숲으로 찍어낸 푸른빛 산행 들머리는 쌍계루(雙溪樓)다. 운문암과 천진암 쪽에서 흘러온 두 계곡이 만나 작은 연못을 이룬 곳에 날아갈 듯 앉아 있다. 등산로는 백양사 옆으로 나 있다. 백학봉까지 거리는 편도 1.9㎞ 정도. 그리 길지 않지만 오가기는 만만하지 않다. 백학봉이 거의 수직벽처럼 솟아오른 터라 처음부터 끝까지 된비알투성이다. 백양사 바로 뒤는 비자림이다. 높이 8∼10m에 달하는 비자나무 5000여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비자나무 북한지대(생장할 수 있는 북쪽 한계선)에 형성된 숲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진초록의 이파리들이 인상적이다. 푸른 빛깔의 참빗을 닮았다. 소복이 쌓인 흰 눈 덕에 푸른빛이 한결 도드라져 보인다. 약사암 초입까지는 비교적 무난한 산길이다. 다소 경사는 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약사암으로 향한 갈지자 계단 앞에 서면 비로소 진짜 오르막이 시작됐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표지판엔 백학봉에 이르는 계단 수가 1670개라고 적혀 있다.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수명이 4초 늘어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니 백학봉까지 가면 최소 112분, 얼추 2시간 가까이 수명이 늘어나는 셈이다. ●거대한 바위 절벽 아래 ‘약사암’ 계단 곳곳에선 ‘2분 휴식하면 심장이 편해진다’는 푯말도 종종 눈에 띈다. 쓸데없이 빠르게 오르는 걸 경쟁하지 말라는 거다. 서두르다 보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백학봉 같은 급경사의 산은 특히 그렇다. 약사암은 거대한 바위 절벽 아래 터를 잡았다. 양지바른 곳이어선지 ‘북극 한파’가 들이닥친 와중에도 볼에 와닿는 겨울 햇살이 제법 따스하다. 발아래 펼쳐지는 풍광도 기막히다. 백양사가 한눈에 들어오고, 주변 산자락들이 마루금을 좁힌 채 쏟아져 내려가고 있다.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한 폭의 거대한 진경산수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약사암 뒤로 돌아가면 영천굴이다. 거대한 암벽 옆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암자다. 먼 옛날, 영천굴에서 수도하던 고승의 독경 소리에 흰 양이 깨달음을 얻어 인간으로 환생했다던가. 이 설화는 백양사(白羊寺)라는 절집 이름이 탄생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백학의 등 오르면 펼쳐지는 일망무제 영천굴에서 백학봉까지는 시종 된비알이다. 목재 계단에 코를 박은 채 올라야 할 만큼 힘은 들지만, 전망이 사방으로 트인 덕에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백학의 등자락에 오르면 일망무제의 풍경과 만난다. 백양사나 장성호 쪽 풍경도 좋고, 순창 등 이웃 고을을 들여다보는 맛도 각별하다.들머리의 백양사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명찰이다. 흰 눈 뒤집어쓴 당우들의 어울림이 근사하고,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팔층석탑(팔정도탑이라고도 불린다)의 설경도 인상적이다. 보통은 금당 앞에 불탑을 두는데 특이하게 대웅전 뒤에 세웠다. 주차장에서 경내로 드는 갈참나무 숲길, ‘국민 포인트’라 불리는 쌍계루 등의 설경 역시 명불허전이다. 백양사 인근의 장성호는 필수 방문 코스다. 눈 덮인 ‘장성호 수변 길’을 따라 적요한 호수를 돌아보는 맛이 각별하다. 호수 뒤엔 문화예술공원이 조성돼 있다. 백미는 조각공원이다. 박목월의 ‘나그네’ 등 시, 이중섭 등의 그림, 정약용 등 위인들의 어록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각작품 103점이 나지막한 언덕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일대만 차분히 둘러봐도 예술의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언덕 꼭대기의 전망대에선 장성호 등 일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글 사진 장성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코로나19로 장성 관내의 일부 실내 시설들이 문을 닫았다. 이 지역 출신 임권택 감독의 영화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장성호 시네마테크와 북상면 수몰문화관, 필암서원, 홍길동테마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재개장 여부는 17일 이후 결정된다. 방문하기 전에 장성군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는 게 좋겠다. 건물 바깥은 언제든 접근할 수 있다. 특히 필암서원의 경우 조용하고 너른 솔숲에 앉아 옛 건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산, 호수 등 실외 여행지 대부분은 별문제 없이 돌아볼 수 있다. 코로나 탓에 어디를 가도 방문객이 적은 편이긴 하나 서로를 위해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는 필수다. →백양사와 장성호 사이에 있는 북이면 사거리는 고흐 벽화거리로 유명한 마을이다. 두 명소를 오갈 때 잊지 말고 둘러보길 권한다.
  • 美 국조가 어쩌다…부리에 낚싯바늘 박힌 흰머리수리

    美 국조가 어쩌다…부리에 낚싯바늘 박힌 흰머리수리

    미국의 국조인 흰머리수리 한 마리가 부리에 낚싯바늘이 박히고 날개에는 낚싯줄에 걸려 죽을 뻔했지만, 두 어린이에게 발견된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 CNN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패스코 카운티 허드슨에서 두 어린이가 부리에 낚싯바늘이 박힌 흰머리수리 한 마리를 데리고 지역 소방서를 찾아가 구조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4시쯤 현지 소방관 제리 브라운은 노크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보니 두 어린이가 다친 흰머리수리를 수건으로 감싼 뒤 품에 안고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브라운 소방관이 얼핏 보기에도 아이들이 데려온 흰머리수리는 쇠약한 상태였고 부리에는 낚싯바늘까지 박혀 있었다. 이에 소방관은 같은 주 오데사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센터 올스 네스트 생크추어리(Owl’s Nest Sanctuary)에 도움을 요청, 한 자원봉사자가 구조 차량을 타고 소방서로 찾아왔다. 다이앤이라는 이름의 이 봉사자는 지금까지도 여러 맹금류를 구조하는 작업에 동참해 왔기에 이 흰머리수리를 보고 단번에 낚싯줄에 걸린 지 이틀쯤 됐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다이앤은 한시라도 빨리 이 흰머리수리를 구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소방관들과 함께 이 새를 보호 케이지에 조심스럽게 넣어 보호센터로 옮겨 치료했다. 담당 수의사는 “다행히 이 흰머리수리는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앞으로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면서 “그러면 이 새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센터 측은 흰머리수리에게 먹이와 물을 주고 안정을 찾을 때까지 보호할 예정이며, 추가 치료를 위해 이 새를 부슈 가든스(Busch Gardens)라는 이름의 동물원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패스코 카운티 소방서/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 주장 김어준 불기소…檢 “증거 불충분”(종합)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 주장 김어준 불기소…檢 “증거 불충분”(종합)

    검찰 “김어준, 명예훼손 의도 보기 어려워”“의혹제기 발언도 허위사실로 단정 어려워”김씨, ‘윤미향 비리’ 폭로 이용수 할머니에“누군가 왜곡 정보 줘” 회견문 배후작성 제기이 할머니 “내가 바보냐, 혼자 했다” 반박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배후가 있다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방송인 김어준(52)씨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며 김씨가 명예훼손을 한 비방 목적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김씨의 주장이 허위사실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어준, 이 할머니 회견 배후설 제기이용수 할머니 “내가 치매냐, 혼자 했다” 13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으로 고발된 김씨를 지난달 21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불기소처분과 관련해 “김씨에게 이 할머니, 최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의혹 제기 발언의 내용을 허위사실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허위 사실이라 해도 김씨에게 허위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뿐 아니라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리 행위를 폭로한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해 5월 26일 “이 할머니가 강제징용 피해자운동에 위안부를 섞어서 이용했다고 하신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누군가 왜곡된 정보를 드렸고 그런 말을 옆에서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김씨는 또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한 회견문도 할머니의 용어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며 회견문 작성에 타인의 의견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씨는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가 배후라는 취지로도 발언했다. 김씨는 당시 “지금까지 할머니가 얘기한 것과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의 주장이 비슷하고 최 대표의 논리가 사전 기자회견문에도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할머니 측은 할머니의 의지로 당시 기자회견을 했고 회견문도 할머니의 구술을 바탕으로 정리된 것이라며 배후설을 일축했다. 김씨는 이 할머니와 수양딸 곽모씨가 “이 할머니 생각이 맞다”고 반박하자 다음날 같은 방송에서 “혼자 정리한거라고 한 뒤 7~8명이 협의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누구 말이 맞는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5월 28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씨가 제기한 배후설에 대해 “내가 바보냐, 치매냐”라면서 “백번 천번 얘기해도 나 혼자 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사준모 “수업 중 위안부 피해자에 망언한류석춘은 기소한 검찰 불기소 납득 못해” 사준모 측은 김씨가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준모는 “김씨는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을 거대한 배후설 또는 음모론으로 규정했다”면서 “연세가 92세인 이 할머니가 ‘노망 들었다, 치매에 걸렸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줌으로써 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명시했다. 이어 “김씨는 최소한 이 할머니의 반대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허위 사실을 진술했다”면서 “검찰 수사 중인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구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공익적인 목적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준모 측은 “수업 시간에 위안부 피해자 관련 망언을 했다는 이유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를 기소한 검찰이 김씨는 왜 불기소처분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항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檢 “윤미향, 치매 앓는 길할머니 상금7920만원 정의연 기부는 준사기” 檢, 작년 “횡령·사기·준사기 혐의 윤미향 기소” 이용수 할머니와 갈등을 겪은 이후 지난해 9월 윤 의원은 사기·준사기·업무상횡령 등 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윤 의원이 치매를 앓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의 여성인권상 등 상금 중 792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한 것은 준사기라고 봤다. 서울서부지검은 윤 의원을 정대협 기부금 중 1억 35만원을 횡령하고, 치매를 앓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그들의 돈을 기부·증여하게 하는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윤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총 6개다.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와 지방 보조금을 교부받아 편취한 혐의, 무등록 기부금품 모집 혐의, 개인계좌로 모금한 기부금과 단체 자금을 유용한 혐의, 치매 상태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돈을 기부하게 한 행위, 위안부 할머니 쉼터로 사용할 주택을 비싸게 사들여 정대협에 손해를 끼친 혐의, 위안부 할머니 쉼터를 미신고 숙박업에 이용한 혐의 등이다. 윤 의원이 정대협 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검찰이 확인한 금액은 총 1억35만원이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조의금, 해외여행 경비 등을 5개의 개인 계좌로 모금해 이중 5755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정대협 경상비 등 법인 계좌에서 2098만원, 마포쉼터 운영 비용에서 2182만원도 윤 의원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김영우 “安 거론 말라는 김종인, 오만이자 정신승리”

    김영우 “安 거론 말라는 김종인, 오만이자 정신승리”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은 같은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한 것과 관련 “이번 선거에서 지면 이민을 가겠다고 하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로 절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얘기도 꺼내지 말라는 건 굉장히 오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2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그러면 김 위원장이 딱 점찍는 사람만 (후보가) 된다는 건가. 지금 혼자 정신승리하고 계시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실 정치는 냉혹하다. 지금 안 대표가 야권에서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를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는 것은 뭔가 굉장히 잘못된 현실 인식”이라며 “지금 길을 막고 물어보면 다들 단일화해야 한다고 한다. 야권 단일 후보가 아니면 여당 후보에게 진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간판으로 나갈 필요가 없고, 오히려 당의 간판을 주장하면 민심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의힘은 기득권을 크게 포기하는 드라마를 이번에 보여주지 않으면 선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허태정 ‘대전형 일자리’…2025년까지 15만개 만들겠다

    허태정 ‘대전형 일자리’…2025년까지 15만개 만들겠다

    “2025년까지 ‘대전형 일자리’ 15만개를 만들겠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13일 “코로나19로 닥친 극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에도 경제적 곤란 없이 시민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 밑거름으로 새해 벽두부터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모든 행정력과 정책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허 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로 생긴 현안 해결과 함께 “혁신도시를 토대로 대전·세종시 경제자유구역을 지정받고 충남·충북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메가시티로 발전시키겠다”고 장기적인 미래 청사진도 제시했다.허 시장은 일자리 창출로 공공 및 민간 부분으로 나눠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터에 나갈 수 있도록 돌봄 서비스 체계를 갖추겠다고 했다. 여성들이 아이들 걱정 없이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경력단절 등 쉬는 여성이 돌봄 도우미로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하거나 쉬는 여성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얘기다. 허 시장은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 감소로 출산을 적극 기피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말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100개를, 2024년까지 5개 자치구에 종합재가센터를 설치해 여성들의 육아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양극화 심화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에게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허 시장은 민간 일자리의 경우 대덕특구 관련 벤처기업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대전은 ‘과학도시’로 불린다. 수많은 정부 및 민간출연 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산업화하는 벤처기업 등이 많다. 벤처기업, 공공기관 등 관계자는 최근 대전시 실무진과 가진 회의에서 “시의 지원이 있으면 최대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2025년까지 1조원의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뿐 아니라 창업 등의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대전·세종시 사이에 있는 200만㎡ 이상 신동·둔곡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대동·금탄지구 스마트융복합 첨단산업단지를 대전 혁신 성장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허 시장은 “올해 지역화폐 ‘온통대전’을 1조 3000억원으로 더 늘려 발행해 지역경제에 피가 돌게하고, 2030년까지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드림타운 1만호도 공급한다”며 “제대로 준비하면 위기는 대전의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허 시장은 지난해 지정 받은 혁신도시 조성 외에도 첨단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대전의료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트램 등 대전의 미래 사업과 함께 갑천 등 대전 3대 하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푸른 숲이 둘러싼 ‘산소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로 겪고 있는 위기를 ‘포용’ ‘상생’ ‘공정’의 정신을 통한 공동체 강화로 극복하겠다”며 “2025년까지 79개 모든 동에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는 등 모든 시정과 사업을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 합의와 공감을 얻어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코로나 재택 후 남편이 사촌동생과 바람 났습니다”

    “코로나 재택 후 남편이 사촌동생과 바람 났습니다”

    11일 방송된 KBS Joy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는 남편이 사촌동생과 외도해 이혼했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26살 의뢰인 유나연씨는 “남편과 22살에 결혼해 아이는 현재 5살이다”라며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양육권을 가지게 됐는데 제가 들고 오는 게 맞나 싶어서 찾아왔다”고 고민을 전했다. 한 달에 위자료 60만 원, 양육비 70만 원 정도로 생활 중이라는 유나연 씨는 “아이를 키우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바람을 피운 남편 아래서 아이가 자라면 그런 아빠처럼 자라게 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야기를 듣던 보살 이수근, 서장훈은 “남편의 바람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고 의뢰인은 “서울에 있는 사촌 동생이랑 잘 놀았다. 제가 바쁠 때 사촌 동생들이 아이를 봐줬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러다 코로나19로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사촌 동생들이랑 더 친해졌다”며 “남편이 회식한 날 늦게 귀가했는데 위치를 확인해 보니 사촌 동생 동네에 갔더라”고 말했다. 서장훈은 “사촌 동생은 몇 살이고, 뭐라고 하더냐”고 물었다. 이에 유씨는 “21살이다”라면서 “오해하지 말아라. 형부가 너무 취해있어서 모텔로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들어줬고, 마침 노트북이 있어서 과제를 한 것”이라고 핑계를 댔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서장훈은 “사촌 언니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지. 짐승만도 못한 짓이다”라며 분노했다.유씨는 “그들은 제가 오해하는 거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을 고소할 경우 맞고소하겠다고 했다. 이후 아버지가 크게 화를 내자 잘못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수근은 “아이를 전 남편에 맡기고 네 인생 살라”며 “아이를 버리는 게 아니라 너무 젊고 예쁜데 청춘 다 버릴 거냐”고 안타까워 했다. 서장훈 또한 “여유가 있는 쪽에서 키우는 게 맞다. 경제적 자립이 될 때까지 남편이 키우게 하고, 네가 경제적 능력이 생겼을 때 아이를 다시 데려오는 건 어떻냐”고 조언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여기는 남미] 차 트렁크에 앵무새 200마리 바글바글…몸값만 1억6000만원

    [여기는 남미] 차 트렁크에 앵무새 200마리 바글바글…몸값만 1억6000만원

    돈에 눈이 먼 사람들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팔려갈 뻔한 앵무새들이 눈치 빠른 경찰 덕분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아르헨티나 경찰이 200마리가 넘는 앵무새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이동하던 남자들을 적발했다.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지방 산티아고델에스테로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경찰은 이날 10번 국도에서 통상적인 불심검문을 실시했다. 체감온도가 40도까지 치솟은 이날 정오쯤 경찰은 남자 2명이 타고 있던 자동차를 검문했다. 자동차서류가 확실하고 타고 있던 두 남자의 신원도 확인돼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이 의심한 건 볼륨이다. 두 남자는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볼륨이 이상하게 컸다. 경찰은 자동차 볼륨을 좀 낮추라고 했지만 남자들은 왠지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있구나..." 의심한 경찰은 음악을 끄라고 했다. 남자들이 마지못해 음악을 끄자 경찰들은 집중해 귀를 기울였다. 음악으로 감추려 한 무언가가 있다고 예감한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에선 누군가가 희미하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은 자동차 트렁크였다. 경찰은 트렁크를 열어보라고 했다. 잠시 주저하던 두 남자가 체념한 듯 트렁크를 열자 경찰은 내부를 확인하려다 깜짝 놀랐다. 트렁크엔 앵무새가 가득했다. 트렁크에 갇혀 있던 앵무새는 '아마조나 아에스티바'라는 종으로 일명 '말하는' 앵무새였다. 남자들이 음악을 크게 틀고 주행한 건 앵무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과거 노예선에 실린 노예처럼 자동차에 갇혀 팔려가던 앵무새는 모두 216마리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깃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새끼앵무새도 적지 않았다. 앵무새는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지방 산타페로 옮겨지는 중이었다. 적발된 남자들은 자신들은 단순한 운반책이라며 밀매 과정에 대해선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두 남자를 불구속 입건하고 구출한 앵무새 216마리를 동물보호국에 넘겼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하는 앵무새 '아마조나 아에스티바'는 지하시장에서 최소한 6만 페소(약 75만원)에 거래된다. 트렁크에 갇혀 있던 앵무새의 몸값(?)이 최소한 1억60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체감온도가 40도에 달해 트렁크 안은 가마솥 같았다며 어쩌면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던 새들을 구출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진=아르헨티나 경찰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김금숙의 만화경] 침착하기 인내하기 기다리기

    [김금숙의 만화경] 침착하기 인내하기 기다리기

    병원 약속은 오후 4시였다. 나는 집에서 오전 10시 반에 출발했다. 엄마가 도시에 살지 않았다면 아마 몇 달 동안 서울에 가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사는 일상이 계속된다. 하루 종일 몇 마디나 할까? 모국어조차도 잊어버릴 것 같다. 나이 든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것은 나의 시간을 멈추는 일이다. 나의 일상에 거리두기다. 나를 내려놓는 일이다. 작은 것에도 상처받고 걱정이 태산이 되는 엄마다. 말은 부드럽게 행동은 천천히 해야 한다. 나는 엄마의 엄마다. 엄마 집에 도착하니 12시였다. 동네 밥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엄마 손을 잡고 천천히 한 발짝씩 내딛는다. 내 걸음으로 5분이면 갈 것을 배에 배의 시간으로 걷는다. 엄마가 가는 길에 찐빵이나 좀 사 달라고 했다. 밥맛 없을 때 먹겠다고 했다. 엄마가 무얼 먹고 싶다거나 무얼 사 달라는 부탁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드물었다. 찐빵 집은 백반집 가기 전에 있었다. 그 옆으로 나란히 김치찌개집과 주꾸미집이 있었다. 찐빵집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 특히 솥뚜껑을 열고 닫을 때 퍼지는 하얀 김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 풍경을 좋아했다. 몽롱한 꿈 같기도 마술 같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는 더욱 그랬다. 어릴 적에는 동네 곳곳에 만두와 찐빵집이 있었다. 어느 날 그것은 골목에서 사라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 추억처럼 다시 동네에 생겼다. 그것은 맛보다 그리움이었다. 그런데 멀리서도 보이던 찐빵집 김이 보이지 않았다. 수상했다. 의심은 가까이 갈수록 확신이 됐다. 찐빵집은 자취도 없었다. 김치찌개집도, 주꾸미집도 텅텅 비어 있었다. 의자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일정이 취소될 때마다 아쉬웠다. 그래도 다음 기회가 있으려니 생각했다. 자주 가던 밥집들이 문을 닫은 모습을 보니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들은 오늘은 어떻게 버티며 내일은 무얼 먹고 사나?요즘 엄마는 더욱 밥을 못 드신다. 밀가루는 소화가 잘 안 된다. 매운 것도 짠 음식도 단 것도 너무 기름진 것도 좋지 않다.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를 시켰다. 생선 가시를 발라 앞접시에 담아 엄마 밥그릇 옆에 놓았다. 엄마는 안 먹는다며 앞접시를 밀쳤다. 된장찌개를 국자로 퍼서 담았다. 밥 수저를 몇 번 드는가 싶더니 놓았다. 밥공기 안에는 밥이 그대로였다. 내가 발라 드린 고등어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게 드시니 당연히 힘이 없지.” 자꾸 더 드시라고 권해도 엄마는 밥맛이 없다고만 했다. 슈퍼에 들러 동태 한 마리를 사고 피망과 다른 야채를 샀다. 엄마 집에 가져다 놓고 나는 다시 나왔다. 동네 이비인후과와 내과에 들렀다. 평소에 엄마가 복용하는 약 리스트와 의뢰서를 받았다. 그걸 들고 다시 엄마 집으로 갔다. 오후 2시 반이었다. 나는 마루에 누웠다. 엄마는 병원 약속이 4시여도 최소 한 시간은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한다며 초조해했다. 나는 괜찮다고, 병원은 30분 안에 충분히 간다고 말했다. 엄마는 불안한 듯 자꾸 시간을 물어보았다. 나는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엄마는 말했다. “아이고 우리 딸, 잠도 못 자게 하네, 내가.” 엄마를 운전자 옆 좌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채운 후 시동을 걸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3시 20분이었다. 주차장에서 병원 입구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는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닫혀 있었다. 병원 입구에서 코로나 때문에 기입해야 하는 종이를 작성한 후 온도를 체크했다. 엄마 손을 잡고 담당 전문의가 있는 3층으로 갔다. 대기실 좌석에는 늙은 어머니나 아버지와 나이 든 자녀가 앉아 호출을 기다렸다. 엄마 차례가 됐다. 오후 5시를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가장 빠른 약속은 한 달 후에나 잡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검사를 해야 한다. 엄마가 더 늙지 말고 지금 같기만 하면 좋겠다. 우리에게 남은 생이 얼마나 될까? 먼저 왔다고 순서대로 가지는 않는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삶이라. 코로나로 인해 보았다.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없는 사람들이 더욱 힘들었던 한 해였다. 2021년은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살기를, 조금 덜 힘들기를 우리 모두에게 바라 본다.
  • AI 채팅봇 ‘이루다’에 내 집주소가?…개인정보 유출 논란까지(종합)

    AI 채팅봇 ‘이루다’에 내 집주소가?…개인정보 유출 논란까지(종합)

    AI 챗봇 ‘이루다’, 개인정보 노출 논란개발사의 다른 앱서 수집한 데이터 활용 국내업체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및 차별·혐오 표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개발업체가 내놓은 또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수집된 개인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이루다에 입력됐는데, 데이터에 포함돼 있던 이용자들의 이름·주소 등이 걸러지지 않고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챗봇 ‘이루다’, 성희롱 및 차별·혐오 논란AI 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해 12월 23일 출시한 이루다는 20세 여성으로 설정된 대화 로봇이다. 모바일 메신저로 말을 걸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이러한 챗봇 서비스는 ‘심심이’ 등 기존에도 여럿 있었는데, 이루다는 ‘진짜 사람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얻었다. 이루다와 관련해 처음 제기된 논란은 일부 이용자들이 이루다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루다 성노예 만드는 법’ 등의 제목으로 이루다와 성적 대화를 나눈 경험담이 공유됐다. 이어 차별·혐오 논란도 터져 나왔다. 이루다가 ‘레즈비언’ 등 동성애 관련 단어에 “진짜 싫다, 혐오스럽다, 질 떨어져 보인다, 소름 끼친다‘라고 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AI 챗봇 이루다를 악용하는 사용자보다, 사회적 합의에 못 미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가 문제”라면서 “기본적으로 차별과 혐오는 걸러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력된 실제 연인 간 대화 속 개인정보 노출 개발사의 다른 앱 ‘연애의 과학’서 데이터 수집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개발사인 스캐터랩은 이루다가 실제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도록 방대한 대화 데이터를 입력해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시켰다. 이를 위해 업체 측은 실제 연인들 간의 대화 데이터를 활용했는데, 기존에 이 업체가 서비스했던 ‘연애의 과학’ 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였다. 연애와 관련된 조언 등을 주제로 한 ‘연애의 과학’은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입력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연인 또는 호감 가는 사람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집어넣고 2000∼5000원 정도를 결제하면 답장 시간 등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애정도 수치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연인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나눈 대화를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연인 간 애정도’는 물론 ‘올해 행복했던 순간들’, ‘올해의 키워드’ 등을 정리해서 알려준다는 것이다. 실제 인공지능으로 카톡 대화를 분석해준 덕에 다른 연애 관련 앱과 차별점을 보여, 유료인데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만명이 넘게 다운로드받는 등 10∼20대 사이에서 상당히 유행했다. 스캐터랩은 이루다 학습을 위해 입력한 대화량이 약 100억건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인 이름 부르니 실제 내 이름 답해”문제는 수집된 데이터 속 개인정보가 이루다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이용자는 지난 9일 트위터에 ‘이루다봇 운영중단’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루다와 나눈 대화 캡처를 올렸다. 이용자가 이루다에게 주소를 물어보자 실제 존재하는 주소를 불러준 것이다.또 은행 계좌를 알려주거나 이루다에게 연인의 이름을 부르자 연인끼리 쓰던 애칭을 답했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이름 같은 경우 ‘○.○.○’처럼 중간에 특수기호를 넣어 쓰거나 ‘난○○○끝인데’처럼 다른 단어와 붙여 쓴 경우가 발견된다. 이름만 따로 떼서 쓴 경우만 익명화 처리되고, 중간에 특수기호가 포함돼있는 등의 경우에는 미처 익명화 처리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당초 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 흔히 동의하게 되는 ‘개인정보 취급방침’ 등의 약관에는 ‘신규 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광고에 활용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복잡한 약관 속에 간략히 포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은 앱 이용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에 활용되는지 설명받지 못했다고 분노하고 있다. 업체 측 “데이터 활용 구체적 고지 안해 죄송” 이에 스캐터랩은 10일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지 및 확인 절차를 추가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스캐터랩 ‘연애의 과학’팀은 이루다의 학습이 ‘연애의 과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 맞다면서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이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그 동안 이름·전화번호·주소 등의 숫자 정보를 비식별화·익명화 조치를 취했고, 추가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제공한 데이터가 더 이상 활용되길 원하지 않으면 삭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은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집단 소송을 준비하자”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스캐터랩의 데이터 삭제에 대해 “증거를 인멸하라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루다’에 우리집 주소가?…실제 카톡 대화 활용 논란

    ‘이루다’에 우리집 주소가?…실제 카톡 대화 활용 논란

    AI 챗봇 ‘이루다’, 개인정보 노출 논란개발사의 다른 앱서 수집한 데이터 활용 국내업체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및 차별·혐오 표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개발업체가 내놓은 또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수집된 개인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이루다에 입력됐는데, 데이터에 포함돼 있던 이용자들의 이름·주소 등이 걸러지지 않고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챗봇 ‘이루다’, 성희롱 및 차별·혐오 논란AI 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해 12월 23일 출시한 이루다는 20세 여성으로 설정된 대화 로봇이다. 모바일 메신저로 말을 걸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이러한 챗봇 서비스는 ‘심심이’ 등 기존에도 여럿 있었는데, 이루다는 ‘진짜 사람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얻었다. 이루다와 관련해 처음 제기된 논란은 일부 이용자들이 이루다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루다 성노예 만드는 법’ 등의 제목으로 이루다와 성적 대화를 나눈 경험담이 공유됐다. 이어 차별·혐오 논란도 터져 나왔다. 이루다가 ‘레즈비언’ 등 동성애 관련 단어에 “진짜 싫다, 혐오스럽다, 질 떨어져 보인다, 소름 끼친다‘라고 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AI 챗봇 이루다를 악용하는 사용자보다, 사회적 합의에 못 미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가 문제”라면서 “기본적으로 차별과 혐오는 걸러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력된 실제 연인 간 대화 속 개인정보 노출 개발사의 다른 앱 ‘연애의 과학’서 데이터 수집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개발사인 스캐터랩은 이루다가 실제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도록 방대한 대화 데이터를 입력해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시켰다. 이를 위해 업체 측은 실제 연인들 간의 대화 데이터를 활용했는데, 기존에 이 업체가 서비스했던 ‘연애의 과학’ 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였다. 연애와 관련된 조언 등을 주제로 한 ‘연애의 과학’은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입력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연인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나눈 대화를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연인 간 애정도’는 물론 ‘올해 행복했던 순간들’, ‘올해의 키워드’ 등을 정리해서 알려준다는 것이다. “연인 이름 부르니 실제 내 이름 답해”문제는 수집된 데이터 속 개인정보가 이루다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이용자는 지난 9일 트위터에 ‘이루다봇 운영중단’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루다와 나눈 대화 캡처를 올렸다. 이용자가 이루다에게 주소를 물어보자 실제 존재하는 주소를 불러준 것이다.또 은행 계좌를 알려주거나 이루다에게 연인의 이름을 부르자 내 이름을 답했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당초 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 흔히 동의하게 되는 ‘개인정보 취급방침’ 등의 약관에는 ‘신규 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광고에 활용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복잡한 약관 속에 간략히 포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업체 측 “데이터 활용 구체적 고지 안해 죄송” 이에 스캐터랩은 10일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지 및 확인 절차를 추가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스캐터랩 ‘연애의 과학’팀은 이루다의 학습이 ‘연애의 과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 맞다면서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이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그 동안 이름·전화번호·주소 등의 숫자 정보를 비식별화·익명화 조치를 취했고, 추가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제공한 데이터가 더 이상 활용되길 원하지 않으면 삭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전북 시·군 행정통합 동상이몽

    전북지역 시·군 행정통합을 놓고 정치권이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 화두로 광역도시 구상안을 내놓았다. 송 지사는 “광역도시가 없는 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주·완주 통합에 플러스 알파(α), 때로는 익산이 포함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군산, 김제, 부안과 새만금을 묶는 광역화 작업도 이뤄지면 좋겠다”며 “이럴 경우 도 출장소나 제2 도청사를 설치할 수 있다”고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에대해 익산시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전북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행정과 생태 중심의 전주권 광역도시, 익산과 새만금권을 묶는 물류 중심의 새만금 광역도시로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주·완주와 익산을 묶어보자는 송 지사의 구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익산시 관계자는 “익산이 전주권으로 묶이면 변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오히려 군산과 김제 등을 아우르는 새만금 광역도시에 포함된다면 교통 중심지이기 때문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주를 지역구로 둔 안호영 국회의원은 “군민 의사와 상관없이 또다시 행정통합 논의를 꺼내는 것은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의원은 “완주군민은 전주·완주 통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주민 공감대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성일 완주군수도 최근 “전주와 통합은 완주군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전북에서는 2013년 송하진 당시 전주시장과 임정엽 완주군수가 전주·완주 통합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군산, 김제, 부안 등 새만금 인접 3개 시·군 통합도 지역 마다 계산법이 각기 달라 단일행정구역 출범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여대생 AI ‘이루다’ 성희롱·혐오 논란의 시작은 ‘사람의 질문’이었다

    여대생 AI ‘이루다’ 성희롱·혐오 논란의 시작은 ‘사람의 질문’이었다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출시한 스무살 여대생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대상이 된 데 이어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을 학습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이루다가 학습한 채팅 내용은 같은 개발사가 운영하는 또다른 앱인 ‘연애의 과학’을 통해 수집한 실제 연인들 간의 대화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키워드를 차단하고 민감한 사회적 쟁점을 회피하도록 개입하는 것이 단기적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옳지 않은 질문을 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루다에 ‘페미니즘’ ‘인권’ 물어보니 서울신문이 10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직접 이루다와 대화를 시도해보니 ‘페미니즘’이라고 치면 “그런말 진짜 싫다구”, ‘인권’이라고 치면 “진짜 내가 듣기 싫다는 소리만 골라서 쏙쏙 하시네”, ‘장애인’에는 “에휴 그만해 머리채 잡기 전에”, ‘레즈비언’이라고 치면 “진짜 싫어 혐오스러워. 질 떨어져 보이잖아”라고 대답했다.개발사인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지난 8일 입장문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상호작용을 한다는 건 너무 자명한 사실이었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이는 성별에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캐터랩은 고양이 챗봇 ‘드림이’를 시작으로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서비스한 ‘그 남자 허세중’, ‘파이팅 루나’를 서비스한 적 있다. 김 대표는 “인간의 언어는 해당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얼마든지 의미를 전달 할 수 있기에 모든 부적절한 대화를 완벽히 막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자 1세대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이루다 논란에 대해 “사회적 합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AI 면접, 챗봇, 뉴스에서 차별이나 혐오를 학습하고 표현하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AI 소프트웨어 로직이나 학습데이터에 책임을 미루는 것은 안된다. AI과 완벽하지 못하고 사회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는 차별과 혐오는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AI이루다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때는 커다란 진일보이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한 사회적 감사를 통과한 후 서비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챗봇을 스무살 여대생으로 정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답글을 달고 “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나쁜 점도 배울 수밖에”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람이 인공지능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학습시키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면서 “이 문제는 인공지능만의 탓을 하거나, 인공지능을 개발한 스타트업만을 탓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백지 상태에 있는 아이에 인공지능을 비유를 했다. 우리가 낳아 기르는 아이조차도 유치원에 가서 욕설을 배우듯 사회에 나간 인공지능도 그들의 자율에 맡겨선 도덕성 탑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쉽게 말해 정해진 답만 말하던 과거의 인공지능과 달리 지금의 인공지능은 사회에 나가 사람과 교류하면서 배우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면 나쁜 점도 배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근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에게도 하지 못할 부적절한 질문을 인공지능에게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도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그날따라 예쁜 옷”…정인이 사망 전날 행동에 ‘순의모상’ 추측

    “그날따라 예쁜 옷”…정인이 사망 전날 행동에 ‘순의모상’ 추측

    양부모의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 속에 생후 16개월에 생을 마감한 고(故) 정인이의 사망 전날 모습을 담은 CCTV가 공개된 가운데, ‘순의모상’ 증상이라는 추측이 나오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동원 PD는 지난 8일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 유튜브 계정에 ‘정인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비하인드 영상에 출연했다. 이 PD는 정인이의 사망 전날 어린이집 CCTV를 공개하며 “도대체 정인이의 사망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 위해 작가가 사망 전날 CCTV를 천천히 다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작가님이 말하기를 힘 없는 아이가 옷의 끝자락을 만지작 거리더라고 하더라.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기를 그날따라 예쁜 옷을 입고 왔는데 꼭 처음 입어보는 옷인 것처럼 어색한 옷이었고, 자꾸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던게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사망하기 전날 아마도 장기에서 출혈이 있었던 상황일텐데 그나마 그날 조금 예쁜 옷을 입고 왔는데 그마저도 어색해하던 그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한의학 커뮤니티에서는 정인이가 보인 이 증상이 ‘순의모상’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순의모상은 병이 위중해 의식히 혼미한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옷자락 등을 만지작거리고 더듬는 병증을 말한다. 이는 위중한 병후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PD는 “정인이를 아꼈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 관심이 사그라드는 것”이라며 “언제든 취재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후속 보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양부모에게 학대받아 숨진 정인 사건을 조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6일 사과문을 내고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으며, 정인이 사건을 지휘한 서울 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새해 첫 달 이 책 어때요? 국립중앙도서관 1월 추천서

    새해 첫 달 이 책 어때요? 국립중앙도서관 1월 추천서

    코로나19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지만, 어찌 됐든 새해가 시작됐다. 보람찬 새해 첫 달을 책으로 힘차게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책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사서추천도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학예술,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4개 분야에서 2021년 1월 추천도서를 선정·발표했다. 사서들은 문학예술 추천 도서로 ‘열다섯 마리 개’(삐삐북스)와 ‘스노볼’(창비)을 꼽았다. 캐나다의 각종 상을 휩쓴 작가 앙드레 알렉시스의 첫 국내 출간작 ‘열다섯 마리 개’는 ‘개가 인간의 지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토론토의 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신 아폴론과 헤르메스는 근처 동물병원에 있는 15마리 개에게 인간의 지능을 부여하고, 개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내기한다. 의식을 가진 개들은 변화를 수용하고자 하는 개와 예전의 존재 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개로 나뉜다. 영하 41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가는 바깥세상 사람들과 풍요로운 돔 형태의 지역 ‘스노볼’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비한 소설 ‘스노볼’도 흥미롭다. 스노볼에서의 삶을 드라마로 편집해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액터, 액터의 삶을 극적으로 편집하는 디렉터, 돔 안의 세상을 구축한 이본 미디어 그룹 일가가 등장한다. 스노볼의 디렉터를 꿈꾸던 바깥세상 소녀 전초밤이 현역 최고의 디렉터인 차설을 만나고, 숨겨진 진실을 마주한다.사회과학 분야 추천도서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마음의숲)는 우리 몸을 살리는 식사법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영양 구성, 그리고 건강한 음식재료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하루 한 끼 이상은 채식 위주 자연식을 하고, 항바이러스 음식인 도라지와 마늘, 양파를 먹으라고 권한다.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인 오메가 3와 오메가 6, 비타민, 루테인 등 영양소와 보충제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북트리거)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개념, 사상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제안을 담았다. 부제가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인 이유다. 환경, 교육, 동물, 난민, 장애인, 노동자, 부동산, 정치 등에 퍼진 차별과 불평등에 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영국 과학자 조엘 레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행북)과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의 ‘우주를 만지다’(특별한서재)를 선정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SF에 등장했던 공상이 어떻게 현실에서 기술로 실현됐는지를 보여준다. 예컨대 스마트폰 결제는 1966년 프레더릭 폴이 소개한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시대’에서, 영상 통화는 휴고 건스백의 1925년 작 ‘랠프 124C 41+: 2660년의 로맨스’에서 등장했다. ‘우주를 만지다’는 물리학에 관한 책이다. 미시세계(원자)와 거시세계(우주)로 구성된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저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물리학의 한 축을 이루는 삶을 이미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물리학 이야기를 친숙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며, 삶과 우주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담긴 시도 소개한다.좋은 책을 소개하는 길잡이 책도 흥미롭다. 인문학 분야 추천도서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민음사)는 고전을 소개하는 독서 에세이다. 사람들은 마음 상태나 기분에 따라 노래를 선택하고 여행을 하는데, 저자는 책 읽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독자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고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별 독서 리스트를 제안한다. 예컨대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는 ‘설국’, ‘햄릿’,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권하고, ‘사표 쓰기 전에 읽는 책’으로는 ‘달과 6펜스’, ‘변신’, ‘레미제라블’을 추천한다. ‘걸작과 졸작 사이’(반니)는 작가들의 치열한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 보티첼리, 고야 등 유명 화가의 걸작과 졸작을 비교해보고, 걸작이라 부르는 작품과 조명받지 못했던 숨겨진 작품의 차이점을 알려준다. 작가는 생명력, 자유, 상상력 등 걸작의 조건을 모두 26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졸작을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예술가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치열한 노력의 산물, 걸작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나경원 “서울시장 출마 여부, 마음 거의 굳혔다”

    나경원 “서울시장 출마 여부, 마음 거의 굳혔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거의 마음을 굳혔다. 조만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나 전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출마 여부에 대한 최종결심을 이달 중순 안에는 밝혀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권단일화를 내세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서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우리 당에 입당하는 것이 맞다”며 “합당을 전제로 한다든지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시일 등을 고려했을 때 국민의힘 자체로 경선 절차를 거친 뒤 100% 시민경선으로 안 대표와 단일화하는 ‘2단계 단일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세훈 전 시장이 안 대표가 입당하지 않으면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오 전 시장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중인 나 전 의원은 “여야 합의로 고발을 취하하고 서로 잘 정리했어야 되는데 정리가 안 됐다”며 “정치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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