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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뻐꾸기 새끼는 왜 먼저 부화할까

    뻐꾸기 어미는 다른 새들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뻐꾸기 새끼가 어떻게 해서 다른 알보다 먼저 껍질을 깨고 나와 경쟁자들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자신을 제 새끼로 착각한 어미새로부터 먹이를 독차지하느냐였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수수께끼였던 ‘뻐꾸기 새끼가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껍질 밖으로 나오는 비밀’을 영국 셰필드 대학 연구팀이 풀어냈다.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기 전에 자기 몸속에 24시간 알을 품을 수 있는 ‘체내 부화’ 능력이 있다. 연구팀이 뻐꾸기 알을 어미 체온과 같은 40도 환경에서 24시간 부화시키자 이런 과정을 거친 태아는 다른 어떤 알보다 발육이 앞섰다. 이어 금화조 알을 뻐꾸기와 같은 인공환경에서 24시간 추가로 부화시키자 뻐꾸기 새끼와 똑같은 단계로 발육했다. 체내에선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어미 몸속에서 24시간은 몸 밖에서의 31시간과 같다. 뻐꾸기 새끼는 다른 새끼들보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더 유리한 출발선에 서게 되는 셈이다. 연구팀은 “뻐꾸기 알이 다른 새의 알과 똑같거나 더 늦게 알을 깨고 나온다면 위탁모 새끼들을 제치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발견을 영국왕립협회 생물학학술지에 발표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시들해진 美 보이스카우트 100년 맞아 옛 명성 되찾기

    회원 감소 등 쇠퇴 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의 보이스카우트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 26일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미 보이스카우트는 버지니아주 포트 AP힐 육군기지에서 4만 6000여명의 단원들을 동원해 ‘2010년 내셔널 잼버리’ 대회를 개최하는 등 조직 재정비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37년만에 회원수 200만명 줄어 미 보이스카우트가 조직 정비의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무엇보다 회원수가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1973년 미국 내 전체 단원 수는 480만명. 이후 꾸준히 내리막 곡선을 그려 지금까지 절반 가까운 42%가 감소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만 16%가 줄어 현재는 280만명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최근 보이스카우트는 또 한차례 시련을 겪었다. 소년 단원 시절부터 스카우트 내부 지도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한 텍사스의 한 보이 스카우트 출신 남성에게 최근 1850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판결까지 나와 여론의 도마에 올라야 했다. ●내셔널잼버리 개최 등 조직재정비 3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보이스카우트는 로버트 마주카 총재를 중심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되찾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소년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 수사 전문가를 영입했는가 하면, 다양한 청소년 보호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학부모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백인 청소년 위주의 단체라는 오랜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도 급선무다. 흑인을 비롯해 히스패닉 청소년들을 신규 회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스페인어 홍보 전단을 만드는 등 전례없이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98주년을 맞은 걸 스카우트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지난 10년 동안 새 회원 수가 13% 감소하는 등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최근 단원들의 연령 제한을 낮추는 한편 소수인종 소녀들의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주말 하이라이트

    ●역사 스페셜(KBS1 토요일 오후 8시) 국사편찬위원회에 보관중인 노상추 일기. 그가 열일곱 되던 해부터 여든넷의 나이로 죽기 직전까지 쓴 일기에는 노상추 자신과 가족들의 결혼과 출사, 관직업무와 농사 현황 등 집 안팎의 소소한 일상들이 담겨 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무관의 삶을 노상추 일기를 통해 알아본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오후 10시25분)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과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 사이의 크고 작은 48개의 역들을 이어주고 있는 경전선. 오래전부터 기차가 삶의 일부가 된 사람들과 지난날 기차여행의 낭만을 추억하려는 사람들에게 속도의 의미는 잊혀진 지 오래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 경전선에서의 3일을 함께한다. ●김수로(MBC 토요일 오후 9시45분) 수로는 탈해의 함정에 빠져 노예로 끌려가고, 정견비와 이진아시는 신귀관을 피해 도망친다. 신귀관은 구야국의 새법령을 반포하고, 수로를 봤다는 소식을 들은 아효는 아로의 반대에도 수로를 찾아나선다. 정견비는 도주 중 팔에 난 상처로 쓰러지고, 수로는 조선장에서 우연히 노두와 석칠을 만나 탈출을 시도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오후 11시10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실제 사용했다는 ‘쌍룡검’은 도대체 어떤 칼이었는지, 또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 행방을 찾아 나선다. 또한 이를 통해 경술국치 100년, 한국전쟁 60년을 맞는 지금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의 환수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TV동물농장(SBS 일요일 오전 9시30분) 천연기념물 327호인 원앙이 아파트 9층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다른 새들이라면 부화해 날아가기를 기다리면 되겠지만 원앙의 경우는 다르다.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24시간 내에 23m 아래 바닥으로 뛰어내린 후 어미를 따라 보금자리를 찾아가기 때문. 과연 새끼 원앙들은 무사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공부의 왕도(EBS 일요일 오후 5시50분) 서울의 한 유명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한 민지양. 고3이 될 때까지 내신 대비와 주요 과목 공부에 매달리느라 6월 모의고사를 치를 때까지도 사회탐구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고3, 6월 모의고사 국사 성적은 4등급. 국사성적을 석 달 만에 1등급으로 만든 비법, 민지양만의 공부법을 살펴본다. ●OBS초대석(OBS 일요일 오전 7시) 신임 김만수 부천시장이 출연해 민선 5기 시정계획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특히 공약 때부터 주장해 온 시민소통 100인 위원회, 그리고 공동지방정부구성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춘의동 화장장 조성계획 폐지 및 무형문화엑스포의 전면 재검토 등 부천시정과 관련된 주요계획과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다.
  • [길섶에서]고라니/이춘규 논설위원

    경기 파주시 야산자락에 있는 지인의 주말농장에 갔다. 고추, 상추, 고구마, 쑥갓, 오이 등이 자라고 있었다. 일하다 보니 고구마 줄기 상당수가 통째로 잘려나가 안타까웠다.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 “고라니가 먹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일주일 뒤 지인이 밭에 가니 장마로 물이 불어난 수로에 고라니 새끼가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 커다란 쥐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고라니새끼였단다. 구해주려 하자 새끼는 비명을 지르고 어미는 새끼를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 근처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고 한다. 새끼의 털을 말려주고, 기념사진도 찍고, “고구마 먹지 말아줘.”라고 다독인 뒤 놓아주자 고라니가족은 평온을 되찾았다. 심성 고운 인간을 만난 운좋은 고라니들. 고라니, 맷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깊은 산에서 서식밀도가 높아지자 자꾸 민가 근처로 내려와 인간과 충돌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충돌은 갈수록 심해질 것 같다.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외진 주말농장 고라니가족의 그 후가 걱정된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현실은 소설보다 더 각박” 삭막한 가족의 의미 넌지시…

    “현실은 소설보다 더 각박” 삭막한 가족의 의미 넌지시…

    머릿속에 장면 하나 떠올려 보자. 어둑해진 시골 마을 어느 집에 세 식구가 모처럼 둥근 밥상에 둘러앉았다. 그러고 ‘수저를 꽂아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뻑뻑하게 끓인 고깃국’을 먹는다. 아비는 딸아이 그릇에 밥 한 숟갈을 듬뿍 떠 얹어 준다. 무뚝뚝하게 던진 “더 묵어라.”는 말과 함께다. 또 제 아낙의 국그릇이 절반 남짓 비자 자신의 국그릇을 들어 말없이 부어준다. 애써 ‘행복’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보통 가족네들의 풍경이다. 하지만 김주영(71)이 8년 만에 그려낸 장편소설 ‘빈집’(문학동네 펴냄)에 등장하는 일그러진 관계의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그저 분에 겨운 일이었다. 묵묵히 수저질만 하며 그릇을 비워 가던 어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내가 몹쓸 년”이라고 자복하며,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런 소소한 행복조차 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유 없이 2~3일씩 무시로 가출하는 어미도, 인이 박힌 노름꾼으로 모처럼 돌아오면 2~3일 머물다가 사라지는 아비도, 부모의 상습적 부재와 핍박 속에 자라는 열 다섯 딸 ‘어진’에게도 이러한 모습은 자신들 몫이 아니며 그나마도 찰나에 가까울 뿐이다. 이들은 또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침잠한다. 마치 이런 관계가 가족의 본연의 모습인 것처럼. 집은 그렇게 늘 ‘빈 집’으로 덩그러니 남게 된다. ‘객주’, ‘홍어’의 김주영은 올해로 등단 40년을 꼬박 채웠다. 장편소설 ‘멸치’ 이후 8년 동안 지켜온 침묵 이후 내놓은 신작은 아버지, 어머니, 자식으로 이뤄진 가족의 의미, 삶의 비의(秘意) 등을 넌지시 보여주며, 존재와 존재를 이어주고 엇갈리게 하는 공간, ‘집’의 기능과 역할을 배경으로 깔아둔다. 가족과 집은 여러 형태로 변주된다. 아름드리 오동나무 한 그루 심어진 데 대한 자부심 하나로 불안한 가족 관계를 버티게 해 주는 어진이네 식구들의 집, 어진의 배다른 언니 ‘수진’이와 그 어머니 가족이 전국 산골과 어촌을 전전해야만 했던 집, 어진의 어머니가 남편의 검속을 막기 위해 형사와 살림을 차렸던 함석 지붕집, 어진의 고통받는 시집, 껍데기만 남은 수진의 횟집, 그리고 어진과 수진이 함께 떠난 그 길 위의 민박집 등이다. 모든 집은 집의 모양이 아예 없거나 모양이 있으면 그 내용-가족 또는 가족 간의 정-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그러지고 삭막하기 짝이 없는 가족 관계지만 ‘집’은 여전히 희망과 애틋한 정을 품고 있다. 비록 가짜로 드러났지만 아버지는 숨지기 전 오동나무 옆에 금붙이 패물을 고이 묻어 어진에게 남겨 준다. 어린 시절의 핍박과 학대에 대해 “왜 그랬어요?”라고 묻는 결혼한 어진에게 “글쎄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고 덤덤히 대답하는 것으로 미안함을 표현하는 어머니 역시 가족의 비애(悲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김주영은 “현실은 소설보다 더 각박한 가족 관계가 얼마나 많으냐.”면서 “삭막한 가족의 이미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전작들과는 또 다른 내용의 가족소설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주영 특유의 굵직한 서사는 여전하지만 ‘홍어’, ‘객주’, ‘멸치’ 등에서 쉬 보이지 않던 불안함과 쓸쓸함이 계속되는 점은 다소 낯설다. 진정한 가족과 집을 찾으려 수진과 함께 떠난 여정에서 또다시 홀로 남게 된 여진이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던 모습과 심정을 떠올리면 먹먹해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천상의 아들과 슬픈 사막여행

    천상의 아들과 슬픈 사막여행

    소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한판 씻김굿이다. 쉴 새 없이 흙먼지 풀풀 날리는 황무지를 지나고, 광각렌즈의 피사체처럼 펼쳐진 너른 초원도 지나고, 모래 언덕을 지웠다 새로 그리기를 반복하는, 바람 휘몰아치는 광활한 사막의 뜨거운 낮과 얼어붙을 듯한 밤을 몇 날 새운 뒤 도착하는 돌무더기 산 언저리에 열 여섯 아들을 비로소 묻고 돌아온 아비의 심정이다. 소설이 소설로만 읽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서러운 일이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창졸간에 간 자식과 못다한 이야기 정도상(50)의 장편소설 ‘낙타’(문학동네 펴냄)에서는 두둑거리며 광야를 내달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하늘까지 치솟는 황무지의 회오리가 몰아치며, 불꽃을 쏘아 올린 듯 반짝거리는 초원의 밤하늘 별이 빼곡하다. 이를 통해 반도(半島)에 갇힌 이야기의 시야를 대륙으로 넓힌다. 또한 수천 년 전 돌멩이 그림 하나만으로 현재에 안주하는 상상력의 원형을 한껏 확장시킨다. 정주(定住)를 거부하며 몽골의 초원과 고비사막을 아들과 함께 유목하듯, 혹은 유랑하듯 여행한 이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간절한 바람이 느릿느릿 영혼의 속도로 걷는 낙타의 걸음처럼 아주 천천히 쿨럭거리며 흘러간다. 소설 속 ‘나’는 3년 전 지나칠 정도로 영민하고 조숙했던 아들 ‘규’를 잃었다. 규는 ‘단테의 신곡을 따라 여행하고 싶다. 다만 제13곡 겨울나무 숲은 피하고 싶다. 생을 리셋하련다.’는 짧은 휴대전화 문자 유서를 남긴 뒤 성수역에서 달리는 지하철에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나’는 몽골을 여행하던 중 3000년 전 흉노족이 새겨 놓은 수레와 태양사슴, 늑대 등이 새겨진 암각화가 무더기로 쌓인 돌무더기 산, 테비시를 둘러보다가 꿈인 듯 현실인 듯 아들 규를 만난다. 아들과 함께 초원을 뚜벅뚜벅 여행하며 아들에게 채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나간다. 예컨대 유목의 전제조건은 되도록 적게 소유하는 것이라는 얘기, 유목의 핵심은 자유인데, 진정한 자유란 고독을 견디는 정신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것, 끊임없이 자신의 현재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상상력으로 세계와 직면하지 못하면 상투성의 늪에 빠지기 마련이라는 얘기 등등. 아들에게 전하는 얘기는 부메랑이 돼 고스란히 자신의 반성과 성찰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 번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가슴 찢어지는 이별이 아닌, 행복한 이별이다. 암각화 돌무더기가 가득한 테비시에서 규는 돌에 그려진 낙타 한 마리를 불러낸다, “아빠, 여행 즐거웠어.”라면서. 3년 남짓의 시간 동안 가슴에 묻어뒀던 아들은 낙타를 타고 밤하늘로 흔들흔들 올라간다. ●슬픔·그리움 숨김없이 정면으로 맞서 1990년대 대단한 다산(多産) 작가로 활동하던 정도상은 최근 들어 이야기를 애써 아꼈다. 2년 전 소설집 ‘찔레꽃’을 내놓고 나서도 그 절절함을 숨기지 못하더니, ‘낙타’에서 아예 ‘옆구리의 절벽’으로 표현된 그리움, 슬픔의 감정과 정면으로 맞섰다. 정도상의 첫째 아들은 2005년 11월 소설 속 규처럼 세상을 떠났다. 창졸간에 자식을 잃은 세상의 모든 아비 마음에,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촉촉한 단비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낙타’를 통한 그의 마음일 게다. 또한 그는 천상으로 간 자식이 비로소 얻게 된 자유를 축복하며, 비루하게 땅 위에 남은 어미 아비가 현재를 치열하게 부정함으로써 ‘감정의 관성’까지 함께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노자 가르침의 진수 ‘노자’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노자 가르침의 진수 ‘노자’

    사마천의 ‘사기’ 중 ‘노자, 한비 열전’ 편에 실린 노자의 생애는 간략하다. 초나라 사람이었고, 이름은 이이(李耳), 호는 담(聃)이요, 주나라의 장서를 관리하는 사관이었다는 것. 공자가 그를 ‘용과 같은 존재’로 묘사했으며, 함곡관에서 관령(關令)의 부탁으로 도(道)와 덕(德)의 의미를 5000자에 담은 ‘도덕경’을 지었다는 것 정도다. 사마천은 노자, 장자, 신불해, 한비 등을 소개한 뒤 “이들의 학설은 모두 도덕에 그 근원을 두고 있지만, 그 가운데 노자의 학설이 가장 깊다.”고 평했다. 그가 쓴 ‘노자’는 자연 예찬론도, 도덕적인 잠언집도 아니다. ‘노자’는 도(道), 즉 삶의 길에 대한 현자의 깨달음을 담은 텍스트다. ●루쉰에게 무참히 패러디 당하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고사신편(故事新編)’에 실린 한 단편에서 노자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을 무참하게 패러디한다. 여기서 노자는 “시든 나무”로 표현된다. 이도 다 빠지고 가진 거라고는 ‘연한 혀’뿐인 ‘늙은 선생’ 노자(子)가 관소(關所)에서 사람들에게 강의 한 자락을 펼친다.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으면 상도(常道)가 아니고…” 그러나 웬걸. 강의를 듣던 수강생들이 정신없이 조는가 하면,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노자의 방언과 새는 발음 때문에 강의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며 투덜거리는 게 아닌가. 5000자로 된 강의안을 써주고 쓸쓸히 관소를 떠나는 노자. 그가 떠나자 수강생들의 본격적인 ‘뒷담화’가 시작된다. 혹자는 구역질이 났다고 하고, 혹자는 연애담이나 들으러 갔다가 곤욕만 치렀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함도 없고 하지 않음도 없다.’는 사람이 사랑 같은 걸 해봤을 리가 있냐며 비아냥거린다. 1935년 중국 땅에서 노자의 사상은 이토록 무기력하게, ‘시든 나무’처럼 비틀거리며 사라져 간다. 하지만 루쉰이 노자의 사유 자체를 전면 부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그 사유의 현실적 무능력과 오작동을 개탄했을 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노자’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삶 속의 빛나는 지혜로 ‘전습(傳習)’할 수 있을까.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다 ‘노자’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즉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도는 보려 해도 볼 수 없고,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으며,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다. 도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고정된 것으로 실체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자’에서 ‘도’는 여러 이미지들로 암시될 뿐이다. “도는 비어 있어서 아무리 써도 막히지 않고, 깊숙해서 만물의 근원인 것 같다.”라든지, “혼돈 속에 생성된 것이 있어 천지보다 먼저 생겨났으니, 고요하고 텅 빈 채 홀로 우뚝 서서 변하지 않으며, 두루 행하지만 위태롭지 않으므로 천하의 어미가 될 수 있다.” 같은 구절에서처럼, 도는 만물이 생성되는 일종의 모태(母胎)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의 절대적 기원이나 창조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는 “골짜기의 냇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과 같이” 쉼 없이 운행(運行)하며, 그 과정에서 매번 무언가가 생겨나고 길러지고 스러진다. 도는 ‘어미’요 ‘근원’이지만, 자신이 낳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 어미요, 매번 새롭게 솟아나는 근원(泉)이다. 이 ‘도(道)’에 최대한 합치되게 살라는 것, 즉 집착하지 말고, 멈추지 말고, 걷고 또 걸으라는 것. 그것이 노자의 가르침이다. 우리가 ‘도’라는 단어 앞에서 멈칫하는 건, 그것을 초월적 진리나 절대적인 법칙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자’의 도는 가장 평범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단순성과 친근성으로 인하여 숨겨져 있는 것들”(비트겐슈타인)이다. 감이 있으면 옴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며, 꽃 피는 시절이 있으면 꽃이 지는 시절도 있다. 여름은 지나간 봄을 아쉬워하지 않으며, 다가올 겨울을 꿈꾸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내딛는 지금의 ‘한 걸음’에 온 무게를 실을 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운행은 지극히 ‘자연스러워서’ 누구도 그걸 의식하지 못한다. 붓다, 예수, 공자 같은 성인들의 삶을 보라. 그들이 ‘도’를 펼치는 것은 ‘길(道)’ 위에서다. 아니, 그들이 걷는 ‘길’이 바로 그들의 ‘도’다. 나무를 베고, 물을 긷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일상들. 이 일상이 펼쳐지는 길, 그게 바로 도다. 무수한 만남과 장애물, 희로애락이 펼쳐지는 일상을 방기하고서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어려운 일은 쉬운 데서 도모하고, 큰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나니,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일어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끝내 큰 것을 꾀하지 않으므로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작위성과 잉여성 배제… ‘소국과민’ 꿈꿔 ‘무위’는 ‘노자’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작위(作爲)하지 않음’, 즉 무언가를 억지로 꾸며서 하지 않음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잉여를 남기지 않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연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려고 함이 없지만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을 하지만 잉여를 남기지 않는다. 반면 인간은 종종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욕망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말과 행위들, 이것이 잉여다. 정치인들의 경우에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수한 말을 쏟아내지만, 사실 ‘누구를 대신한다.’거나 ‘누구를 위한다.’는 말만큼 오만하고 작위적인 것도 없다. 노자가 말했다시피, ‘나라를 잘 다스려보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백성을 속이고, 그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법. 문제는, ‘악의’가 아니라 지나친 ‘선의’가, 주먹구구식의 앎이 아니라 합리적 지식이 더욱 폭력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데 있다. 노자는 이러한 작위성과 잉여성이 철저히 배제된 ‘무위의 정치’를 꿈꾼다. 하지만 그가 꿈꾼 유토피아는 대단히 비관적이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으며, 편리한 기계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백성들은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옮겨다니지 않는다. 배와 수레가 있지만 탈 일이 없고, 무기가 있지만 쓸 일이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새끼를 엮어 쓰게 하고 먹던 음식을 달게 여기고 입던 옷을 좋게 여기며, 살던 곳을 편안히 여기고 각자의 풍속을 즐거워하게 하니,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왕래하지 않는다.” 이 유토피아 아닌 유토피아를 흔히 ‘소국과민(小國寡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건 불가능한 공동체다. 노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자는 소망했을 것이다. 개체의 삶을 온전히 지켜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지고 지워지는 무수한 길(道)들이 펼쳐진 세계를. 노자는 세상의 ‘산’이 아니라 ‘계곡’이 될 것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비울 것을, 단단하고 강한 것보다는 부드럽고 연약한 것을, ‘대의(大義)’보다는 일상의 성실함을, 유용한 지식보다는 무용한 배움을 강조한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유용하고 혁명적인 지혜가 있을까.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진리도, 영웅도, 대의도 아니다. 말없는 가르침을 행하는 것, 자신의 한 걸음에 존재의 무게를 싣는 것, 그리하여 매순간 자신이 걷는 길과 합치되는 것. 그것이 삶의 도요, 그것이 삶의 길이다. 채운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인간 얼굴’ 새끼양 死産 …신의 저주?

    세상에 이런 일이…. 오뚝한 코와 미소를 머금은 듯 살짝 올라간 입 꼬리 등 인간의 얼굴을 그대로 빼닮은 돌연변이 양이 죽은 채 태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며칠 전 터키 이즈미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마을에서 어미 양이 출산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흘러 나왔다. 수의사 에르한 엘리볼(29)이 산통을 느낀 지 몇 시간 동안 새끼를 낳지 못하자 급박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했으나 꺼낸 새끼는 이미 죽은 뒤였다. 더욱 놀라운 건 새끼의 생김새였다. 죽은 뒤이긴 했지만 새끼 양은 움푹 들어간 눈과 높은 콧대, 큰 입매 등 인간의 이목구비와 매우 흡사했던 것. 엘리볼은 “새끼 양은 충격 그 자체였다.”면서 “그동안 다리를 하나밖에 안 가졌거나 머리가 두개 혹은 눈을 한쪽만 가지고 태어난 많은 돌연변이 새끼소를 봐왔지만 이 양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서게 만드는 엽기적인 생김새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끼 양은 흰털이 난 몸과 길쭉한 귀는 일반 양과 같았으나 얼굴의 윤곽은 인간과 매우 비슷했다. 터키언론인 CNN터크 인터넷 판(CNNTurk.com)은 “어미가 먹는 사료에 문제가 생겨 이런 희귀한 돌연변이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인간과 생김새가 비슷한 동물이 태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9월 짐바브웨에서도 인간과 비슷한 얼굴을 한 염소가 태어나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염소는 산 채로 태어났으나 몇 시간 만에 동네 주민들이 “악마가 마을에 내린 불길한 암시”라면서 죽이고 불태웠다. 주민들은 “악마에게 벌을 내린 집이라 개들도 양이 태어난 집 근처에는 가지 않는다.”면서 “귀신에 홀려 절제력을 잃은 마을 남성이 동물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러 나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할머니가 사라졌다. 노인정과 공판장을 지나 경찰서로 뛰어가던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할머니가, 어디? 엄마, 잘 안 들려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결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칸막이를 닫았다. 어느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전부터 기숙사에 와 잔소리를 해대는 팀장과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오후 두 시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내친김에 변기 위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곧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그건 안 됩니다. 코끼리들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오늘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팀장은 무전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오라고 했지만 당장은 가기 싫었다.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 가셨다는 거지? 몸도 안 좋으시면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삼촌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울고 있던 가족들이 황망히 수골실로 내달렸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촌의 유골은 대리석 탁자 위에 새카맣게 탄 못들과 뒤엉켜 있었다. ‘냉각’을 거쳤다고는 하나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유골이었다. 할머니가 탁자 모서리에 가슴을 짓찧었다. 망연히 서 있던 아버지가 서둘러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작은 뼛조각 하나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탁자 옆에 서 있던 나도 얼른 새카맣게 탄 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못 본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모들은 아예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내 울음을 참던 아버지도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내 몸에 박아두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쥐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나를 데리러 온 사촌 동생의 차를 탈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둘째 고모가 내 몫의 상복을 내밀었다. 장례식장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고 삼촌의 동료와 친구들은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이라도 불러 알아볼 수 없을까? 사촌 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삼촌의 방에 널브러진 술병들, 불에 탄 이부자리, 종류가 다른 담배꽁초들. 어떤 추측은 가능할 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삼촌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죽고 또 죽었다. 효원 장례식장 국화실에 놓인 영정사진 속 삼촌은 너무나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릎에 올려놓은 상복이 자꾸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삼촌의 시신을 보았다는데도. 거의 녹아내린 새카만 못과 유골을 분리하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그만 잠에서 좀 깨어나라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나는 어쩌려고 못을 집어든 것일까. 할머니가 두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 손이 못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빨리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숫자를 거꾸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득달같이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달라는 방송은 계속 되었다. 운영실이 가까워질수록 방송이 더 자주 들려왔고, 느려터진 두 발은 점점 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도착하기만 하면 저 공손한 팀장의 말투는 야수로 변해 나에게 돌진할 것이었다. 그때 가로수 사이로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남색 기지바지와 연두색 스웨터, 복고풍의 파마머리까지. 혹시 할머니인가 싶어 가던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창문 쪽으로 날아갔고, 내 가슴팍에 내리꽂힌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원내 방송 담당 아나운서가 시디 데크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팀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악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악단장의 발치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나비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기어이 팀장과 한바탕 한 것 같았다. 오전에 병원으로 실려 간 러시아 무용수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하혈이 심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악단장과 팀장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그 ‘중요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이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앞으로 바짝 다가온 팀장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설사 따위는 팀장에게 먹혀들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나는 푸앙의 손을 잡아끌고 코끼리 우리로 갔다. 쏘냐는 계속 설사를 했고, 아프리카 산 일 년 생 코끼리 튀라는 쏘냐의 엉덩이 쪽에 대가리를 박고 누워 있었다. 제때 검사를 하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과는 달리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예방 접종, 먹이, 변의 상태 등을 확인하여 제때 사료 혹은 건초 더미를 바꾸어 주는 것들은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팀장은 번번이 동물원의 재정 상태를 운운하며 우리가 올리는 건의사항들을 묵살했다. 이하설, 오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부터 자를 줄 알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팀장님, 직접 오셔서 코끼리들을 살펴보시란 말이에요! 무조건 데리고 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야? 푸앙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코끼리 나가지 마, 나 죽어. 푸앙,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나한테 제발 좀 이러지 마! 그러나 푸앙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삼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는 한 삼촌은 아픈 동물은 절대로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 조련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선에 맞추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못을 만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푸앙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를 나온 동물들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 전부터 신문 및 지역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테마랜드의 혁신을 위해 팀장이 삼 개월 넘게 심혈을 기울인 행사였다.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기 한 달 전이면 삼촌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동네 곳곳에 나붙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는 매일 테마 랜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쇼가 진행 중인지 보도해 주었다. 삼촌은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나도 삼촌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중 한 명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그러다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내내 업무에 허덕이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에만 급급한 나날이었다. 삼촌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를 뛰어넘을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동물 구입 차 태국과 러시아에 출장을 간 사이 삼촌은 직원 기숙사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맸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삼촌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하루가 지난 뒤 실신한 채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린이 날 행사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악단장과 팀장 사이에 생긴 일들을 조율하고 동물원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별 탈 없이 생활을 했다는 진술들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례식 도중, 나는 삼촌이 행사를 진행할 때 입던 붉은색 조련복을 챙겨두었다. 팀장은 동물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구입의 명목으로 예산을 타갔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자애들과 놀아났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느 날에는 실내 경마장에서 누군가와 게임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건의서를 제출하면 가지고 있는 동물 관리나 잘하라며 번번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이 죽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후 사체처리비로 외유를 떠났다. 이사장이 바뀌고 줄을 잘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후 악단의 인원이 대폭 감소되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악단장의 연봉도 삼십 퍼센트나 감봉시켰다. 대부분이 계약직인 연주자들은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었다. 곧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나는 연주자들이 늘자 참다못한 악단장이 팀장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악단장은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소주를 마시고,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다. 테마랜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든 짐승들과 관리되지 않은 채 잡풀이 번다한 식물원, 날만 흐리면 전기가 오르는 범퍼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놀이기구만 모아 놓은 부상 랜드였다. 사육조장에게선 늘 술 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날이 더우면 덥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발정이 나면 수컷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늘 술을 마셨다. 나도 간간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곤 했지만 어쩐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내게 삼촌의 이야기를 하려고 들었다. 삼촌의 성격과 그와의 관계, 동물들을 아끼던 마음, 은밀하게 나누곤 했던 농담들. 하지만 나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반쯤 마신 매실 주스에 소주를 타먹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코끼리 우리를 나오면서 빈 매실 주스 병 두 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없어진 할머니를 이곳에 있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는 없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금 좀 바빠!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장님, 홍학 우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새끼들을 물어뜯고 난동을 부렸어요. 뭐라고? 홍학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알았어, 곧 갈게. 안 그래도 행사 준비 때문에 신경이 무척 곤두서 있는 홍학무리였다.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가다 보니 남색 기지바지가 또 눈에 띄었다. 오늘은 동물원에 남색 기지바지가 유난히 많았다. 그 바지들은 여기서도 나타났고 저기로도 지나갔다. 동물원에 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남색 기지바지 혹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두들 엇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 느릿느릿 걷거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납골당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는 산 중턱의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인 줄 알았던 공원도 지나가며 살펴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다. 그물이 벗겨진 하나밖에 없는 축구 골대, 녹슨 시소, 줄 끊어진 그네. 곳곳에 놓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벤치와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납골당이 나오질 않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삼십여 분쯤 더 걸어가다 보니 자그마한 분지 위에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곧장 유골 안치실로 들어갔다. 삼촌의 위패에 쓰여 있는 이름이 낯설었다. 이선빈이 아닌 고(故) 이선빈은 내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저쪽 세계의 풀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인가. 돌아갔으나, 되돌아 올 수는 없다는 낙인? 오늘만큼은 할머니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귀신같이 아들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준비되어 있는 향을 피웠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대꾼한 두 눈을 슴벅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해도 한사코 일어서서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술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잔을 쥐고 향 위에 세 번을 돌린 후 상에 올렸다. 두 뺨이 경련이 이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옆 칸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제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분향실의 향내에 짓눌려 있던 나는 생담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우리도 한 대 필까, 삼촌? 부검 결과 별다른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악단장과 몇몇의 연주자들, 팀장에 대한 조사가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지 못하던 우울증이 새로 생겨났으며,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 중독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추측성 발언들이었지만 조서에 쓰인 것들은 그대로 사인(死因)이 되었다. 분개한 가족들이 사건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바로 장례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발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발인 전날 신발도 신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납골당 쪽을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저쪽의 삼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듬성듬성하던 머리칼은 그 사이 더 빠졌는지 머릿속이 훤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을 잘 찾았던 할머니가 돌아가는 길을 헷갈렸다. 납골당에 들어서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밖에 없는데도 할머니는 분향실에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내가 앞장서 걸을 수도 있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만 같아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지난 주말에 할머니와 내가 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납골당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할머니를 모시고 간 것을 알면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억에는 할머니가 한 번도 삼촌에게 다녀온 적이 없다는데, 처음이라는 할머니는 삼촌의 자리를 잘도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홍학 우리 안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였다. 고양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홍학은 다행히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이 아니라 두 달 전에 알에서 깬 새끼였다. 놀란 홍학들을 진정시키느라 껍질 깐 호두와 아몬드를 두 자루나 뿌려주었다. 어느샌가 팀장도 홍학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들을 좀 더 밝은 빨간색 형광 안료로 칠하라며 조련사들을 다그쳤다. 나는 홍학들에게 빨간 안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보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물끄러미 팀장과 조련사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촌을 보내고도 꿋꿋하게 나오던 곳이고, 그가 하던 일만은 내 손으로 이어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조련사들이 빨간 형광 안료 통을 들고 사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옷장에서 삼촌의 조련복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것이라 혹시 곰팡이라도 슬었으면 어쩌나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의자 위에 놓아둔 전기 총을 집어 들자 푸앙이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미안해,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얼른 끝내버리자. 나는 입을 앙다문 채 쏘냐의 뒷다리에 총을 쏘았다. 쏘냐가 움찔하며 왼쪽 다리를 들었다. 재빨리 엉덩이에도 총을 갖다 댔다. 한참 만에 쏘냐가 일어섰다. 푸앙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 울부짖으며 내 왼팔에 매달렸다. 쏘냐의 몸에 멋을 내느라 발라놓았던 노란색 형광안료가 설사에 섞여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형광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무전기에서는 팀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무전기 소리를 무시하니 그 뜻 없는 말들은 점차 행진곡 풍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고, 얼른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호두를 쪼아 먹고 있던 홍학들이 코끼리 우리 앞에 나와 있었다. 온몸에 빨간색 형광 안료를 잔뜩 바른 홍학 무리였다. 등에 홍학을 둘씩 태운 코끼리들이 정문으로 출발했다. 붉고 노란 머리들이 공중에다 점을 찍었다. 휴대전화와 무전기에서 팀장과 사육조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차피 코끼리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행렬을 완성할 수 없고 또 사회자인 내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뺐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리허설을 취소해 주세요. 뭐, 뭐야? 이대로 가단 코끼리들이 죽습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데리고 나와! 시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니가 나한테, 대든 거냐?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푸앙이 코끼리 배에 손을 얹고 함께 걸었다. 저렇게라도 가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쏘냐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코끼리, 죽어. 나도 죽어. 푸앙이 울며 말했다.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해! 니가 살려! 푸앙, 죽어가는 것들을 일으키고 이미 죽은 것도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오죽이나 좋겠니. 푸앙이 이를 악물고 우는 소리와 코끼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한 덩이처럼 느껴졌다. 정문 쪽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한 악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지만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심벌즈 연주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탬버린을 담당했던 사람이 심벌즈를 잡고 있었다. 다섯 명이던 작은 북 담당 연주자들은 둘밖에 없었고 심지어 트럼펫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행렬이라도 완성해야 한다는 팀장의 고집 때문에 음악은 녹음해둔 것으로 대체되었다. 연주자들이 항의했지만 오늘은 ‘리허설’ 날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악단장의 말에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처지인데 악단장마저 번번이 자신들 앞에서 팀장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익지도 않은 악기를 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악단장은 연신 나비넥타이만 고쳐 맸다. 동물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직접 코끼리를 만지려고 다가갔다. 놀란 사육사들이 그들을 말리는 사이, 나는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이 마구잡이로 내 가슴속에 맺혔다. 그 사이 ‘시’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온 거지? 팀장은 ‘시’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시’ 사람들은 악단장에게도 다가갔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악단장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팀장에게 이끌린 악단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거주춤하게 그들과 악수를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않은 채 인사를 하는 악단장을 바라보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팀장은 악단장에게 당장 연주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악단장은 시디를 틀기로 되어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빨리 하라니까! 팀장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 소리에 본인이 더 놀라고 있는 사이, 악단장이 뒤돌아섰다. 그러나 내내 굽실거리거나 팀장에게 할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서던 악단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악단장은 맨 앞줄의 연주자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넘겨받았다. 지휘봉을 연미복 허리춤에 찔러 넣은 악단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축배의 노래였다. 멍한 얼굴의 팀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악단장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다른 연주자들의 악기도 조금씩 리듬을 탔다. 때마침 비가 내렸다. 당황한 팀장이 재빨리 ‘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 갔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원숭이와 코알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채 들고 나온 나무늘보들을 적셨다. 문제는 코끼리 등 위에 빨간 형광 안료를 덕지덕지 바르고 올라 앉아 있는 홍학들이었다. 진회색의 코끼리 등에 붉은 물이 들어갔고,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열심히 연주를 하는 악단장과 ‘시’ 사람들을 서둘러 본관으로 끌고 가는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동물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때 푸앙이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홍학의 다리를 잡아챘다. 푸덕, 푸흐드덕! 홍학이 거센 날갯짓을 했지만 푸앙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푸앙이 정문과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마치 홍학 연을 타기라도 한 것처럼 재빠른 속도였다. 홍학 한 마리가 사라지자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다른 홍학 네 마리도 푸앙이 사라진 쪽을 향해 날아갔다. 푸앙은 홍학의 습성도 잘 알았다. 아마도 어미를 데려갔을 거였다. 홍학이 날아가면 코끼리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반쯤 앉거나 선 채 왼발을 들어 쇼의 시작을 알리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내가 말려볼 틈도 없이 정문에서가 아니라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코끼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등에 얹은 코끼리들이 추는 군무가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때까지도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쏘냐와 튀라는 설사를 좍좍 갈기면서도 춤을 추었다. 코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대로 접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며 엉덩이춤을 추었다. 코를 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웠다가 쿵쿵 땅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두 차례씩 긴 코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향해 코를 쏘아 올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쇼를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게 훈련된 코끼리들이었다. 홍학과 함께 한 군무가 오 분, 코끼리만 하는 쇼가 십오 분이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코끼리들 옆에 전기 총을 든 채 무력하게 서 있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다시 축배의 노래가 들려왔다. 악단장은 마치 무한 반복이라도 할 것 같은 완강한 표정이었다. 코끼리들은 덜렁덜렁 코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차례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후 푸앙이 쏘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커다란 횃불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앙이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홍학들은 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본관으로 갔던 팀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지르는 팀장의 뒤쪽으로 익숙한 남색 기지바지가 지나갔다. ……할머니? 축배의 노래에 맞춰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러나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내 등 뒤에서 악단장이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따라 전기 총을 쏘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끼리들이 거세게 날뛰며 질러대는 울음과 구경하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돌아서서 잠시 주춤하던 나는 다시 있는 힘껏 할머니 쪽을 향해 뛰어갔다. 빗물이 자꾸 눈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삼촌의 뼛조각을 손에 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내 손은 자꾸만 할머니의 몸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버지가 못을 골라내자 화장장 직원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삼촌의 뼈를 유골함에 넣어주었다. 고모들은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막힌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촉망받던 조련사였으며, 사람 좋던 막내 삼촌은 그렇게 몇 줌의 유골이 되었다. 옥색 유골함 위에는 삼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삼촌은 옥함 겉면의 금박 이름으로만 남게 될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우시려는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려 유골함 쪽을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수골실의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입 속의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할머니 뒤쪽의 흰 벽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동물원에 가보자. 집으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것은 분명 동물원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세와 할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의 몸을 쓰다듬었다. 여기 어디쯤 삼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할머니의 쇄골 위에 올라 있었다. 할머니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속에서도 삼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가 삼촌은 할머니의 팔목을 그러쥔 채 죽이 담긴 숟가락을 할머니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먹은 음식이 어쩌다 얹히기라도 하면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삼촌이 그렇게라도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삼촌, 좋아? 나는 탄 못과 할머니의 무릎을 번갈아가며 만졌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할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홀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물에 만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삼촌의 베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어쩌다 밥상에 삼촌이 좋아하던 창란젓이라도 올라오면 그걸 바라보며 오래 울었다. 눕거나 앉거나 간신히 일어서거나 벽에 등을 기대거나.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자세로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속으로 울고 있었지만 나는 할머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쩌면 울다 지쳐 손으로 몸을 짚기라도 하면 어디에서건 삼촌이 만져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러는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유골함이 되는 일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식구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는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식물원 입구였다. 할머니를 막 따라잡으려다가 도대체 왜 동물원에 왔고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뒤를 따랐던 참이었다. 할머니의 남색 기지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원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설 조장님,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원 뒤쪽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즐비했다. 희귀한 꽃이나 과실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가거나 누군가가 빼돌린 뒤였다. 테마 랜드를 재정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도 여기였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내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단풍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집에서 동물원까지 걸어왔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천천히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집으로 모셔 갈 작정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을 뻗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새끼손가락만 한 나뭇조각이었다. 주저할 새도 없이 할머니는 그것을 입에 넣은 후 가슴을 쳤다. 그러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크으헉, 으흑. 그것은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다가가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도 얼마간은 큰 소리로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으로 툭툭 땅을 쳤고, 나무 둥치에 등을 짓찧었다. 돌로 만든 조형물에 얼굴을 갖다 박았고 두 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속으로만 쌓였던 울음들을 모조리 뱉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때 식물원 어디선가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푸앙? 그는 나에게 다른 한국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자기를 찾는 거라 여기고 또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푸드덕거리는 새소리와 할머니의 울음이 식물원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은 나무들도 잔잔한 바람을 타며 울음소리와 박자를 맞췄다. 나는 할머니가 울고, 푸앙이 새들과 함께 마음을 삭이고 있는 여기가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눈물을 그친 할머니가 다시 걸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동물원 곳곳을 걷던 할머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사진관의 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 탄 삼촌이 붉은 조련복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테마랜드 3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된 사진들이었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을 뿐, 사진 속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손을 뻗은 채로 창가에 바짝 다가섰다. 삼촌의 사진이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던 걸까. 테마랜드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그곳에 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 그제야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코끼리 등 위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삼촌과 그것을 향해 말 없이 손을 뻗는 여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 속으로도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푸앙이 우는 소리였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여전히 홍학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야, 이하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내 그렇게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사진 속 초로의 여인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여인의 핏발 선 두 눈이 멈춘 곳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단추를 달고 솔기를 여며준 이 옷을 할머니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느새 창틀에서 떼어 낸 삼촌의 사진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다른 한 손으로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코끼리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쏘냐와 튀라는 우리로 돌아갔을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못을 꺼내 쥐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끝> ■ 당선소감 -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타슈켄트 동물원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초원을 훑어야 할 우묵한 눈들이 녹슨 푸슈킨 동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늙고 병든 코끼리의 두툼하고 너덜너덜한 귓불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 코끼리들이 저와 함께 아랄 해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요즘 노인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손녀가 쓴 글을 읽겠다고 약속을 하셨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글을 써나갈 작정이므로 할머니는 기필코 200세 장수하셔야 합니다.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신 ‘동인, 그 섬’의 대장 임철우 선생님(‘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사하던 그 순간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잘 견디고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치열하고 엄중한 소설쓰기가 일상의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신 최수철 선생님(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고, 쓰겠습니다.), 검룡소에서 풀솜대를 뜯어주신 최두석 선생님(돌아가지 못하는 시의 자리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글 쓰는 손가락은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일깨워주신 서영채 선생님(밤새 꺼지지 않던 선생님 연구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술 취한 저는 도서관에서 잠들곤 했지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신 주인석 선생님(아, 이제 오디오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0년 전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정록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행운입니다. 그 운명을 결정지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격려해준 권오영 시인께는 미처 다 갚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소설 쓰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김도연 선배께 맥주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저를 뒤치다꺼리해 주느라 고생한, 제일 먼저 축하해준 이진희 시인.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계셨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같이 힘들어도 조금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뚝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른 ‘리보통(Ly-botong)’으로 달려가 그곳에 계신 분들과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약력 -본명: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 한국어 강사 역임 ■ 심사평 - ‘현대인 삶의 축도’ 동물원… 상징적 압축미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열 편. 이 가운데 다시 세 편의 작품을 어렵게 추려 놓고 생각했다. 신춘문예가 필요로 하는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단편소설은 산문 양식임에도 언어의 경제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 짧은 언어로는 ‘모든 것’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양식은 이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수사학, 즉 기교가 우리를 지상적인 삶에서 초월적 의미의 세계로 순간이동시켜 준다. 그러니 기교가 모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다. 상징적 깊이나 환유적 지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훌륭한 단편소설이란 일종의 형용모순과도 같다. 하이준씨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현대적 일상을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문체가 돋보였다. 강남의 한 미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그만 사건은, 일상의 소소함이 그 한계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만든 장점도 갖추었다. 김명진씨의 ‘뷰티플 원데이’는 베트남에서 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인과 ‘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나’의 내면의 섬세함이 다문화라는 문제를 사회성 이상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의미를 구성하는 사건이 너무 희박하고, ‘뷰티플 원데이’는 사건을 보편적인 의미로 상승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은선씨의 ‘붉은 코끼리’는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떤 상징성을 띤, 현대인의 삶의 축도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과 생각을 겸비한 이은선씨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월악산 방사 산양 새끼 낳았다

    월악산 방사 산양 새끼 낳았다

    월악산 국립공원에 방사한 암컷 산양이 첫 새끼를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원팀은 새끼가 야생 수컷과 교미해 태어난 것인지를 가리기 위해 유전자 검사에 들어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7년 4월 강원도 화천지역에서 포획해 방사한 어미가 새끼와 함께 활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새끼 산양은 암컷으로 뿔 길이 1.5㎝, 체중 12㎏ 정도로 올해 5월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산양은 9~10월쯤 교미한 뒤 240일간의 임신기간을 거쳐 5~6월 새끼를 낳는다. 공단은 산양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2007년 강원 양구·화천지역의 산양 10마리를 포획, 월악산에 방사했다. 현재 월악산에는 방사된 것을 포함, 25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단은 15마리에 추적장치를 부착, 행동반경과 특성 등 자연적응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복원팀은 새끼 산양의 어미는 방사된 개체로 확인됐지만 수컷(아비)이 어떤 개체인지 규명하기 위해 배설물, 털 등을 수거해 유전자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손장익 팀장은 “방사된 산양이 새끼를 낳은 것으로 봐서 자연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새끼의 아비가 자연개체인지 방사된 것인지를 가리기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내년 11월쯤 나올 예정이다. 한편 환경부는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함께 산양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월악산·설악산·오대산 등에서 증식·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내 새끼를 감히”…3m뱀과 사투 딱따구리

    목숨을 던져 새끼를 구하려는 딱따구리의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6월 이스라엘 출신 엔지니어 아사프 애드모니(38)는 일행과 페루 야라파 강 일대를 여행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딱따구리 한 마리가 연신 날개를 푸득거리며 제 몸집보다 훨씬 더 큰 올리브 채찍뱀을 상대로 혈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 길이 3m인 올리브 채찍뱀이 새끼들을 잡아먹으려고 접근하자 이를 본 어미 딱따구리가 부리로 뱀을 쪼아대는 상황이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 이 광경을 담은 애드모니는 “뱀이 새끼들에게 다가가자 어미 새는 몹시 흥분했다.”면서 “제 몸집보다 훨씬 더 큰 뱀을 용감하게 부리로 쪼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딱따구리는 뱀의 날카로운 송곳니에 여러 번 물렸고 땅에 곤두박질 치기 일쑤였다. 온몸에 피를 흘리면서도 딱따구리는 다시 날아올라 뱀을 공격했다. 애드모니는 “딱따구리가 계속 뱀에 맞서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딱따구리의 모성애에 감동해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고 말했다. 딱따구리의 몸부림은 4분이나 지속됐다. 그러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딱따구리가 땅에 떨어져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며 처절한 사투는 비극으로 끝났다. 애드모니는 “땅에 떨어진 딱따구리가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미뤄 아마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과 남미 경계 넘나들며 이질적 정서속 교차점 찾기

    한국과 남미 경계 넘나들며 이질적 정서속 교차점 찾기

    시어(詩語)의 거리가 멀다. 정서적 분리만큼, 아니 지구 반 바퀴라는 물리적 거리만큼 까마득히 떨어져 있다. 그러나 분열은, 분리는 또 다른 창조와 재회의 시간을 꼽아가고 있다. 지구 정반대인 남미 대륙과 한반도를 오가며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 흙 묻은 고구마를 손바닥으로 쭈욱 훑은 뒤 오도독 갉아먹던 농투성이 아버지의 모습에서, 스페인 침략자에게 땅을 내주고 흙을 집어먹던 남미 아라우카의 추장을 발견하는 것(‘흙맛’ 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광렬(53) 시인의 새 시집 ‘불맛’(실천문학 펴냄)에 담긴 시편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이 땅과 저 땅, 이 언어와 저 언어 사이를 오간다. 시인의 시선은 바다 건너 대륙의 고고한 산맥으로 높이 치솟는가 싶으면 한반도 남단 어느 황톳길 위에서 노곤해진 길손의 다리쉼으로 이동한다. 시적 정서의 낯섦과 상상력의 자유로움은 구광렬의 시가 보여주는 고귀한 미덕이다. ●낯섦과 상상의 미학 한눈에 주변 이들에게는 단순한 흥미로움일 수 있지만 이중언어로 시를 쓰는 운명은 기구하다. ‘유랑가족’에 등장하는, 성인용품 트럭을 몰고 행상하는 아비와 어린 딸의 가족 서사는 이미 스페인어로 한 차례 발표했던 시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피그미족 오타 벵가의 일대기 서사처럼 핍진함의 절정을 이룬다. 한국의 정서, 혹은 남미의 정서는 대단히 이질적인 시를 만들어내지만 구광렬 안에서 필연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이 발생한다. 낯섦에 당황스럽다가도 이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구광렬의 시를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된다. 그러나 ‘무경계의 시인’ 구광렬 역시 고민이 없을 리 없다. 4부에서 연작시로 계속되는 ‘간(間)’은 경계 위에서 두 언어, 두 정서를 다뤄가는 시인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시편들이다. 스페인어로 쓴 시임이 분명한 몇몇 ‘간’과 처음부터 한국어로 쓴 몇몇 ‘간’이 한데 어울려 있다. 특히 시 ‘간13’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새’는 훨훨 날개를 치는 새이면서 두 공간, 두 정서, 두 언어의 간극을 일컫는 ‘사이’이기도 하다. 시인은 “한국에서는 스페인어로 된 시를 거의 못 쓰고, 멕시코에 가서는 한국 시를 쓰지 못한다.”면서 “그 지역의 서로 다른 환경과 정서가 언어가 스며들어 시어도, 주제도 거기에 맞게 떠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스페인어로 詩 못써” 구광렬은 “파타고니아(남미 남부지역)에서 목동생활을 하고 싶어” 1982년 멕시코로 건너갔다. 멕시코국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스페인어로 된 중남미문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86년 처음 멕시코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고, 2003년 멕시코 문인협회상, 스페인대사상, 브라질 21세기 문학예술인연합회 라틴시인상 등을 받았다. 울산대에서 중남미문학을 강의하지만, 정에 굶주린 학생이 방학만 되면 어미의 품을 찾아들듯 허겁지겁 멕시코로 넘어간다. 스페인어로 된 시집만 벌써 6권이다. 이제는 그의 시(‘야생의 꽃’)가 중남미권에서 노래로 만들어질 정도로 저명한 시인이 됐다. 여전히 낯선 이름이지만 국내에서도 4권의 시집을 냈다. 문단의 주목 여부를 떠나 그는 한국 시의 또 다른 도전이자, 이미 이뤄낸 소중한 성취로 평가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세계에서 유일한 ‘야생 새끼 백호’ 공개

    거의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야생 백호의 새끼가 공개됐다. 지난 8일 남아프리카의 타이거캐니언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이 새끼 백호는 어미의 남다른 애정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새끼를 출산한 어미 호랑이인 ‘줄리에’가 백호를 포함한 야생 호랑이 4마리를 낳았으며 이중 백호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끼 백호는 어미 호랑이 뿐 아니라 현지의 야생동물 전문가 등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어린 호랑이를 처음 발견한 자연보호론자인 존 바티(58)는 “‘줄리에’가 낳은 이 백호는 아마 지구상에서 유일한 야생 새끼 백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 세계에 남은 야생호랑이는 1000마리 정도다. 그리고 이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특히 야생 백호는 거의 멸종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새끼 백호가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야생에서 자라야 하는 만큼 형제 백호들을 제치고 어미호랑이의 젖을 차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의 동물보호론자와 동식물보호구역 관계자들은 백호 뿐 아니라 함께 태어난 형제 호랑이들을 관찰하고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새끼 놔둬!”…10배 큰 매 공격하는 딱새

    족히 열배는 더 커 보이는 매를 공격하는 용감한 딱새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게다가 이 새의 무모함에는 새끼를 지키려는 모정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인 아마추어 사진작가 마이클 패리시(49)는 최근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있는 자연보호 지역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해 사진에 담았다. 붉은꼬리매가 새끼를 잡아먹으려고 둥지를 향하자 작은 어미 딱새가 용감하게 맞선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된 것. 패리시는 “크기가 훨씬 작은 딱새가 금방 나가떨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싸움은 몇 분이나 이어졌다. 딱새가 작은 발톱으로 깃털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의 등에 딱 붙은 딱새는 작은 부리로 머리를 쪼았다. 딱새를 떨어뜨리려고 매가 몸을 비틀었지만 떨어지지 않고 머리를 공격했다. 번식기에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딱새는 쉼 없이 공격하자 결국 매가 덩치 값도 못한 채 돌아서야만 했다고 패리시는 전했다. 패리시는 “위험을 무릅쓰고 새끼를 구하려는 어미 딱새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면서 “새의 모성애를 사진으로 담아 기쁘다.”고 소감을 드러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온몸이 순백인 ‘희귀 까치’ 英서 발견

    몸이 온통 새하얀 까치가 영국 켄트 주에서 포착됐다. 서양에서 까치는 불운을 가져오는 새로 통하지만 이 흰색 까치는 그 반대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켄트 주에서 60대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최근 어미 까치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흰색 까치를 발견,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브라이어 하퍼(60)가 까치를 처음 본 건 2주 전이다. 무리 중에서 유난히 하얗게 빗나는 작은 새를 보고 처음에는 비둘기라고 여겼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이 새는 몸통은 물론 부리와 다리까지도 모두 하얀 까치였다. 남성은 뒤늦게 카메라를 꺼냈으나 까치는 이미 날아간 뒤였다. 2주 동안 같은 장소에서 기다린 끝에 사진작가는 보통 까치 사이에 있는 새하얀 까치를 촬영할 수 있었다. 브라이언은 “다른 까치들처럼 건강하고 기운차 보였다. 어미와 형제는 모두 검은색이었는데 유독 이 까치만 흰색이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고 말했다. 영국왕립조류협회(RSPB)의 그라함 매지는 “사진으로만 봐서는 선천적으로 색소가 결핍된 알비노(albino)인지 점차 색소가 사라지는 루키즘(leucism)인지는 구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美 “체코·波 MD망 구축계획 폐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폴란드·체코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려던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의 계획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대신에 폴란드·체코가 아닌 다른 곳에 미MD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군함에서 방어미사일을 발사하는 계획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이는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보다 중·단거리 미사일 공격 위험이 더 위협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프로그램은 효율적 비용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새 기술에 기초해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조지 부시 전 행정부가 2007년 마련한 동유럽 MD 구축 계획은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과 유럽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 체코에 레이더 기지와 폴란드에 10기 요격 미사일 기지를 2012년까지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앞서 AFP는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 “미국은 부시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MD시스템을 철회하고 이란으로부터의 위협을 재검토한 뒤 수정된 계획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프리 모렐 국방부대변인도 “이전 MD구축 계획은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판단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AP통신도 얀 피셔 체코 총리의 말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피셔 총리에게 전날 밤 전화를 걸어 ‘미 정부는 체코 영토에 미사일방어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철회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셔 총리는 “폴란드 역시 같은 내용을 미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며 “MD 구축 계획을 폐기하더라도 미국과 체코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오바마 행정부가 MD구축 계획을 폐기하기로 했다는 데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미국 공화당은 이번 결정이 근시안적 조치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긍정적 조치”라고 환영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MD 계획 포기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은 양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것이고 두 나라 관계 개선의 주요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라고 반겼다.러시아는 2007년 부시 전 대통령의 계획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며 전략적 힘의 균형을 깰 수 있다는 논리로 강력 반발했다.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은 미국이 MD 계획을 추진하면 이에 맞서 폴란드와 접한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애꾸눈 누렁이/류근원

    [엄마와 읽는 동화] 애꾸눈 누렁이/류근원

    인삼밭을 다녀오신 아버지의 한숨소리가 대문 밖에서 무겁게 날아왔어요. “어휴, 이놈의 산돼지들 때문에 고생고생 지은 인삼 농사 다 망치겠어.” 아버지는 대문 안 외양간의 누렁이를 한참동안 바라보셨어요. “누렁아, 어쩔 수 없다. 네 운명이려니 생각하렴.” 이상한 일이에요. 아버지는 요즈음 누렁이만 보면 뜻 모를 말과 함께 혀까지 쯧쯧 차시거든요.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해. 누렁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환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언덕 너머 인삼밭으로 향했어요. 가시철조망 아래로 땅을 파고 들어온 산돼지들의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는 거였어요. “어휴, 이럴 수가? 정말 아버지 가슴속이 새까맣게 타고도 남겠다.” 환이는 타달타달 인삼밭을 뒤로 했어요. 근처 인삼밭을 지키는 사냥개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무섭게 터져 나왔어요. “우리도 저런 사냥개가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환이가 마악 대문을 들어설 때였어요. 안방에서 부모님이 주고받는 소리가 흘러나왔어요. “그래서 결정했소. 누렁이를 팔아서 인삼밭을 지킬 사냥개를 사기로.” “그래도 정이 흠뻑 든 누렁이인데.” “지금 팔아야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가 있다는구먼. 땀 흘려 가꾼 인삼밭을 지킬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어요.” 순간 환이는 귀를 의심했어요. 잘 못 들었나 싶어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한번 쑤셔도 보았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잖소. 인삼밭을 지키기 위해선……. 내일 소장수가 올거요.” 환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외양간 앞에 섰어요. 누렁이가 얼굴을 흔들어 댔어요. 잘랑잘랑 워낭소리가 바람을 타고 집안을 날아다녔어요. “아, 아버지의 어쩔수 없다는 말이 누렁이를 판다는 뜻이었구나. 누렁이, 불쌍해서 어쩌지?” 환이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누렁이의 워낭 소리도 밤 이슥토록 잘랑잘랑 들려왔어요. 이튿날, 소장수가 누렁이를 보러왔어요. 소장수와 눈길이 마주치자, 누렁이는 허둥지둥 뒷걸음질을 쳐댔어요. “허허, 겁이 꽤 많은 황소로군. 고개 좀 이리 돌려 보거라. 허허, 이리 돌려 보라니까.” 소장수는 누렁이의 코뚜레를 잡고, 인정사정없이 흔들다가 깜짝 놀랐어요. “아니, 무슨 황소가 이래? 허허, 애꾸눈이잖아? 소장수 30년에 애꾸눈 황소는 첨 보네.” 소장수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어댔어요. 아버지는 깜짝 놀라 허둥거리셨어요. “하하, 애꾸눈이면 어떻습니까? 힘만 세면 최고지.”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힘이 좋아도 눈 하나론 논밭에서 제구실을 못하는 법이죠. 잘 아실 텐데?” “그, 그, 그런 것은 못 느꼈는데요. 논밭을 다른 집 황소보다 몇 배 더 잘 갈아요. 이웃 마을에서도 누렁이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허허, 그렇게 시치미를 떼시면 흥정이 어렵겠는데요.” 환이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쾅쾅 뛰기 시작했어요. 제발 흥정이 깨지라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빌었는지 몰라요. 그러나 흥정이 어렵다는 소장수의 말에 아버지는 금세 한풀 꺾이고 말았어요. “다른 황소보다 조금 낮게 잡아야 되겠습니다.” 두 분 사이에 몇 번 실랑이가 오가는 듯하더니, 이내 만족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어요. “잘 쳐드리는 것입니다. 우선 계약금으로 이걸 받으시고, 나머지 돈은 일주일 후 황소를 실어가는 날 드리도록 하지요.” 두 분은 연신 만족한 웃음을 흘리시며 대문 밖으로 나갔어요. ‘흑, 아무리 말을 못 알아듣는 동물이라지만. 누렁이 앞에서 그렇게 무서운 소릴 주고받으시다니.’ 갑자기 아버지가 미워지는 환이에요. 그러나 잠시 뿐이었어요. ‘따지고 보면 다 내 탓인걸 뭐.’ 환이는 힘없이 외양간으로 들어갔어요. 그때까지도 누렁이는 외양간 모서리에 머리를 틀어박고 있는 거였어요. “누렁아, 나야. 고개를 이리 돌려봐, 응? 다 내 탓이야, 미안해.” 고삐를 잡아당겼지만, 누렁이는 막무가내였어요. 꿈쩍도 하질 않는 거예요. 환이는 뒷동산 언덕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2학년 때였어요. 텔레비전에서 먼 나라 용감한 투우사를 보게 되었어요. 멋진 칼을 찬 투우사가 소를 눕히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는 거였어요. 환이도 멋진 투우사가 되고 싶었어요. 빨간 보자기를 준비하고, 지게작대기를 칼로 대신해서 송아지인 누렁이 앞에 섰어요. “자, 누렁아. 덤벼, 덤벼 보라구. 어서!” 그러나 누렁이는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오히려 환이를 이상스레 바라보는 거였어요. 지게작대기로 꾹꾹 찔러도 슬슬 피해 다니기만 하는 누렁이였어요. 그때 환이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가는 게 있었어요. ‘그래, 누렁일 화나게 만들면 나에게 덤벼들 거야. 히히히.’ 환이는 누렁이 꼬리에 성냥을 팍 그어댔어요. “우우우! 우우우!” 누렁이는 무서운 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어요. 뜨거움을 못 참고, 날뛰던 누렁이는 나뭇가지에 그만 오른쪽 눈을 찔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오른쪽 눈은 영원히 뜨질 못하게 되었어요. 환이는 너무나 무서워 영원한 비밀로 감추고 말았어요. 그 후로 누렁이는 이상스레 변하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나아갈 때는 얼굴을 이리저리 번갈아 돌리며 나아가는 것이었어요. 논밭을 갈 때도 행동이 굼뜨고 똑바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얼마나 구박을 받았는지 몰라요. “미안해, 누렁아! 날 용서해줘!” 환이는 맞은 편 산에 대고 수없이 메아리를 날렸어요. 이튿날부터 환이는 누렁이를 데리고 산언덕으로 향했어요. 잘 드는 톱으로 누렁이의 코뚜레를 잘라냈어요. 시냇가에서 누렁이의 엉덩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똥딱지를 깨끗하게 닦아 주었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요. 소장수가 누렁이를 데려가기로 약속한 하루 전날, 환이는 누렁이를 데리고 인삼밭으로 향했어요. “누렁아, 미안해. 부모님 몰래 인삼을 캐서 널 줄게. 내 마지막 선물이야, 맛있게 먹었음 좋겠어.” 인삼밭이 환이의 눈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눈에 익은 울타리가 아니었어요. “헉, 저, 저, 저럴 수가! 가시철조망이 주저앉아 버렸잖아!” 어미 산돼지와 새끼들이 가시철조망을 무너뜨리고, 인삼밭을 마구 파헤치고 있는 거였어요. “야, 이 나쁜 놈들아. 저리 가지 못해!” 환이는 돌멩이들을 주워 산돼지들에게 쉬지 않고 던져댔어요. 갑자기 어미 산돼지가 몸을 휙 돌리는 것이었어요. “아, 아, 안 돼! 아버지, 어머니!” 그때였어요. 환이 앞으로 무엇인가 휙 지나치더니 쿵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는 거였어요. “음머어! 음머어!” 산자락 하나가 무너져 내릴 듯한 누렁이 울음소리가 터졌어요. 산돼지들은 숲 속으로 허둥지둥 꽁무니를 빼고 말았어요. 누렁이의 애꾸눈 밑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어요. 부딪칠 때, 산돼지의 송곳니에 찔린 게 분명했어요. 환이는 옷을 찢어 누렁이의 피를 닦아주기 시작했어요. “누렁아, 고마워. 너 아니었음, 너 아니었음……. 미안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달려왔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얼마나 놀라셨는지 얼굴이 하얘졌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노을이 내릴 때까지 가시철조망을 다시 일으켜 세웠어요. “누렁아, 고맙구나. 많이 아팠겠다. 자, 가자.” 잘랑잘랑 워낭 소리가 환이의 귀에는 누렁이의 울음소리로 들려오는 거였어요. 서쪽하늘엔 누렁이의 핏빛 같은 노을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어요. 누렁이와의 마지막 밤이 되었어요. 환이의 방으로 달빛이 환하게 스며들었어요. 밤 이슥토록 누렁이도 잠을 못 이루고 있었어요. 이따금씩 워낭 소리가 잘랑잘랑 들려왔어요. 환이는 귀를 막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워낭 소리가 종소리보다 더 크게 환이의 가슴을 마구 흔들어놓는 거였어요. 환이는 살며시 방문을 열고, 외양간으로 향했어요. 마당으로 숨이 막힐 듯 쏟아져 내리는 달빛, 달빛. 누렁이는 하염없이 보름달만 쳐다보고 있는 거였어요. “누렁아, 우린 내일이면 헤어져야 해. 사랑해!” 환이는 누렁이의 목을 끌어안고, 울지 않으려 입술을 꽉 물었어요. 누렁이의 긴 혀가 환이의 얼굴을 핥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쏟아져 나오는 꽃향기, 상큼한 풀잎 냄새……. 환이는 무엇엔가 쫓기는 모습으로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오고 말았어요. 이튿날 누렁이를 싣고 갈 트럭이 왔어요. 환이는 팔려가는 누렁이를 차마 볼 수 없어 마당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 소장수의 웃음소리가 무섭게 들려왔어요. “자, 나머지 돈입니다. 누렁이를 싣고 가겠습니다.” “저, 저, 미안합니다. 누렁이는 팔지 않겠어요. 계약 위반금을 달라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안 파신다니요? 누렁이 값을 잘 쳐드리는 건데, 이거야 어디 원 쩝쩝.” 한참 후, 트럭은 털털털 소릴 내며 돌아갔어요. 환이는 얼마나 놀랐는지, 방문을 쾅 열어젖뜨렸어요. 누렁이에게 맨발로 달려갔어요. “누렁아, 우리 아빠 최고지?” 누렁이가 음머어!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잘랑잘랑 워낭 소리도 ‘그래그래’ 라고 들려오는 거였어요. ●작가의 말 애꾸눈 누렁이는 개구쟁이 시절 실제 있었던 일이에요. 누렁이는 죽고 없지만, 아직까지도 제 가슴 속에 살아있답니다. 밤 이슥토록 잠 못 이룰 때에는 음머어 소리도 듣고, 잘랑잘랑 워낭 소리를 아직도 듣고 있답니다. 누렁이에게 미안한 마음, 아무리 퍼내도 샘물처럼 줄지 않고 있어요. 혹시 누렁이가 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밤하늘도 많이 쳐다본답니다. ●작가 약력 충북 충주 출생. 1984년 아동문학평론 동화 추천완료. 계몽아동문학상, 새벗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톨스토이 문학대제전 아동문학대상,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주요 동화집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만남’, ‘눈자니 마을의 동화’ 등. 충남 보령 개화예술공원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만남’ 동화비가 세워져 있음. 현재 경기 화성시 비봉초등학교 교장
  • 새끼 돼지 키우는 ‘어미 사냥개’ 감동

    종(種)을 넘어선 끈끈한 모성애를 보여준 사냥개가 감동을 자아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있는 한 농장에서 키우는 사냥개가 어미를 잃은 돼지를 입양해 키우는 중이라고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이 최근 보도했다. 1.5m에 달하는 큰 몸집을 가진 로디지안 리지백 견종인 카트진가(Katjinga)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태어난 새끼 돼지의 대리모를 자처했다. 농장주인 롤랜드 아담(54)은 “방목해 키우는 돼지가 낳자마자 새끼 한 마리를 들판에 버리고 갔다. 하루를 꼬박 방치된 돼지는 이미 체온이 너무 떨어져 살 가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들판에 두고 가면 꼼짝없이 야생 동물에게 먹힐 터. 주인은 새끼 돼지를 집으로 데려와 사냥개 카트진가의 곁에 뒀다. 새끼를 낳은 지 10개월 된 이 개는 돼지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혀로 몸 구석구석을 핥아 깨끗하게 닦아줬으며, 체온을 나눠 차가운 몸을 녹였다. 젖이 끊겼던 어미 개는 다시 젖이 돌았으며, 이를 새끼 돼지에게 물렸다.이후 새끼 돼지는 카트진가의 정성에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이후 폴린첸(Polichen)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새끼 돼지는 사냥개를 어미라고 생각하고 한시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주인은 말했다. 주인은 “카트진가는 폴린첸에게 최고의 어미다. 종이 다르지만 정성껏 새끼를 기르며 진짜 자기 새끼로 대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비담-미실, 잔인한 운명의 시작을 알리다

    비담-미실, 잔인한 운명의 시작을 알리다

    “당장 잡아오세요. 능지처참을 해줄 것입니다.” 비정한 어머니 미실(고현정 분)과 아들 비담(김남길 분)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2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ㆍ연출 박홍균 김근홍) 27회에서 미실은 장성한 아들 비담과 만났다. 비담은 미실이 진지왕(임호 분)과 사통관계로 낳은 아들로 갓난아기일 때 어미에게 버려졌다. 이후 비담은 화랑도의 전설인 문노(정호빈 분)에게 길러져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녔으나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청년으로 성장, 예의범절과 양심이 부족한 야성적인 인물이 됐다. 우연한 첫 만남 이후 비담은 덕만(이요원 분)의 사람이 되어 왕이 되려는 덕만을 돕는다. 궁궐 안팎에 새가 떨어져 죽는 등 미실파가 기이한 현상을 조작하며 황실을 위협하자 덕만은 비담을 통해 역으로 미실을 자극한다. 피가 솟아나온 나정(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알이 나왔다는 우물)앞에서 변장을 하고 제를 올리던 비담은 덕만의 계획대로 궁궐로 잡혀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미실과 첫 대면을 한 비담은 뭔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낀 듯 천진난만하던 표정이 일순 싹 굳는다. 역사 속 비담은 선덕여왕 시대의 상대등으로 스스로 왕위에 오르려 반란을 일으키다 김춘추와 김유신에게 진압돼 죽음을 당하는 인물. 한편 모자의 얄궂은 운명이 어떤 식으로 전개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방송되는 ‘선덕여왕’ 28회에서 미실에게 화형선고를 받은 비담은 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사진제공 = MBC ‘선덕여왕’ 화면 캡쳐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반달가슴곰 형제 “지리산 가요”

    지난 1월6일 경기 과천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반달가슴곰 형제가 지리산에 새 보금자리를 튼다. 28일 서울동물원에 따르면 새끼 곰 두 마리는 지리산 멸종위기종 복원센터로 인계돼 2개월 간 야생 적응훈련을 거친 뒤 산으로 방사된다. 이번에 지리산으로 떠나는 새끼 반달가슴곰은 1999년 4월 북한 평양중앙동물원에서 들여온 어미 ‘으뜸’과 아빠 ‘단단’ 사이에서 태어난 수컷들이다. 환경부의 종족보존사업에 따라 처음부터 야생 방사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동물원 측은 어미를 제외한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했다. 심지어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어미 품에서 자란 야생곰 기질을 그대로 지녔다고 동물원측은 설명했다. 생후 6개월이 지난 이들 형제는 이제는 어미젖을 완전히 뗀 채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을 정도까지 자랐다. 이달주 동물기획과장은 “새끼곰들이 15~20㎏가량 자란 지금이 야생으로 방사할 적기라고 판단해 지리산으로 보내게 됐다.”면서 “완전히 성장하면 최고 95~120㎏까지 자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반달곰 종보전을 위해 1999년을 시작으로 북한으로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14마리의 반달곰을 들여왔다. 총 10마리의 반달곰을 지리산으로 보냈으며, 그 중에는 동물원에서 태어난 암컷 한 마리도 포함돼 있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새로 지리산에 둥지를 틀 반달곰을 통해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 4월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 보전기관’ 제1호로 지정받은 서울동물원은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호랑이, 늑대 등 멸종위기 토종동물의 보존과 증식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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