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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에 길을 물어라/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에 길을 물어라/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보라매라는 새가 있다고 한다. 보라매는 “어미를 떠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를 길들여 사냥에 사용하는 매”라고 한다. 꿩을 잡기 위해 보라매 사냥이 옛날에는 성행했다고 한다. 오늘날 보라매는 희귀한 새가 되었다. 이렇게 귀한 사냥용 매인 보라매의 이름을 사용하는 국책사업이 있다.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 일명 ‘보라매 사업’이다. 100% 수입 전투기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도 우리의 기술로 중간급 국산 전투기를 만들어 보자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이다. 결국, 한국의 안보를 수호하는 국산 전투기를 고유의 사냥용 매인 보라매로 명명한 것은 그만큼 사업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보라매 사업이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년간 타당성 검토가 올해로 여섯번째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한 찬반 논리가 국책기관들과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성능이 더 좋은 외국 전투기 완제품을 들여오면 되지 않겠느냐, 불확실한 개발사업에 6조원이라는 혈세를 어떻게 투입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이 가능하겠는가’라는 회의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러나 보라매 사업은 단순히 국산전투기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이 아니다. 낙후된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발판이 보라매 사업이다. 더욱이 항공산업의 육성과 성장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사를 돌이켜볼 때,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철강대국이 된 대한민국,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인구 2만도 되지 않았던 포항에 제철소를 짓기 위하여 미국에 박태준을 보낸 박정희 대통령의 창의적 결단이 없었더라면, “방글라데시보다 더 찢어지게 가난한 한국이 어떻게 제철소를 건설하겠냐”는 미국의 회의론적 시각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50년이 지난 2013년 철강대국 한국이 가능했을까 말이다. 조선사업도 마찬가지다. 정주영 회장을 청와대로 부른 1970년 초 박정희 대통령은 어떤 대한민국을 상상했을까.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과 후원이 없었다면, 어떻게 1인당 국민소득 200달러도 안 되는 후진국의 일개 기업 회장 정주영이 감히 선박왕 오나시스의 처남인 리바노스에게 “당신이 배를 사준다면 내가 영국에서 돈을 빌려 이 미포 백사장에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겠다”고 공약할 수 있었을까. 중요한 사실은 40여년 전 무모하게만 보였던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개발이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정치적 정통성이 부족했던 박정희 정부가 ‘후대를 위해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고심한 결실을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은 우리가 30년 후 후대를 위해 물려줄 수 있는 고심의 산물이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30년 후에 살아갈 세계에 경쟁력을 부과할 수 있는 산업이 바로 항공우주라고 할 수 있다. 세계최고 수준의 전자기술과 금속기술 그리고 섬유와 화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까지 일본과 중국의 항공기술을 부러워할 것이며, 원가도 모르는 가격의 수입 전투기로 우리 하늘을 지킬 것인가 말이다. ‘창조경제’와 ‘행복시대’라는 정체성을 간판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항공우주산업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과감히 물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이종산업 간의 융합 그리고 첨단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후대를 위한 종합선물세트가 바로 항공우주산업이다. 항공우주산업이 바로 미래창조산업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최고지도자의 손끝이 하늘을 향할 때 재정과 기술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국민의 용기와 창의력이 발동할 수 있다. 자주국방력의 실현과 후손을 위한 미래창조의 아이콘이 하늘에 있다는 비전을 오늘날의 정치지도자가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여름철 보양식 오리 몸값 껑충

    ‘닭보다 오리’ 여름철 보양식으로 오리고기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축 마릿수 증가율이나 산지가격 면에서 닭고기를 크게 앞질렀다. 통계청이 12일 밝힌 2분기 가축동향 조사기준 결과에 따르면 올 5월 닭의 도축 마릿수는 6957만 마리로 지난해 6월(7390만 마리)에 비해 5.9% 감소했다. 이 때문에 산지가격(1㎏당) 인상 폭도 3.7%(1668→1730원)에 그쳤다. 반면, 이 기간 오리고기 도축 마릿수는 4.1%(806만→839만 마리) 증가했고 가격은 1527원에서 2180원으로 42.8% 급등했다. 한국오리협회는 오리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8월까지 오리고기 가격이 1㎏당 2300~24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닭고기 가격도 2000원까지는 오를 전망이지만 오름세가 오리고기 가격에 비해 떨어진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오리 생산자단체들이 오리 사육 마릿수를 자율적으로 줄이면서 산지 오리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면서 “여기에 몸이 뜨거운 사람한테는 닭보다 오리가 좋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오리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돼지 동향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올 6월 돼지 사육 마릿수는 1018만 1000마리로 집계됐다. 1년 새 7.9% 증가한 것이다. 정부가 8월까지 모돈(어미돼지) 10만 마리 도태계획을 밝혔음에도 올 3월 처음으로 1000만 마리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 해 태어나는 새끼 돼지의 60% 정도가 1~5월에 태어나는 등 계절적 영향”이라면서 “계획대로 모돈을 줄여 돼지고기 값이 정상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우·육우 사육 마릿수는 306만 4000마리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새끼 고라니 기르는 애완견 화제

    새끼 고라니 기르는 애완견 화제

    어미를 잃은 새끼 고라니를 친자식처럼 돌보는 애완견이 화제가 되고 있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 오갑리 이상협(56)씨에 따르면 이씨가 키우는 애완견 ‘쿠키’가 약 보름 동안 새끼 고라니를 마치 자기 새끼마냥 기르고 있다. 2년생인 쿠키는 나오지도 않는 젖을 고라니에게 물리려고 자리에 눕기도 하고 털을 핥아주기도 한다. 새끼 고라니가 이씨의 집에 오게 된 것은 지난달 18일. 이씨는 장맛비가 내리던 이날 오후 10시 40분쯤 개집 주변에서 어미를 잃고 추위에 떠는 새끼 고라니를 발견했다. 몸에 아직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를 딱하게 여긴 이씨는 고라니를 집으로 데려와 정성스럽게 돌봤다. 어미 고라니가 새끼를 찾아올지 몰라 기다렸지만 지금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씨가 고라니를 집에 들이자 쿠키는 제 자식처럼 새끼 고라니를 정성껏 길렀다. 새끼 고라니 역시 쿠키를 어미마냥 따르고 있다. 이씨는 “6개월 전에 새끼를 낳아 분양한 뒤 혼자 지내던 쿠키가 고라니를 제 새끼로 여기는 것 같다”면서 “고라니를 건강하게 키워 야생에 돌려보내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면 같이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누에고치, 연꽃 씨, 그리고 새알/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열린세상] 누에고치, 연꽃 씨, 그리고 새알/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갈수록 자녀 교육에 자신 없어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계획을 세워서 강하게 이끌어 가려고 하면 오히려 엇나가고, 믿으며 지켜보려고 하면 마냥 놀기만 하는 자녀 앞에서 부모는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길일까. 어떤 여인이 우연히 누에고치에서 나방이 나오는 모습을 보았는데, 너무나 작은 구멍을 통해 힘들게 나오면서 날개가 찢어지는 나방도 있었다. 가엾은 생각이 들어 가위로 다른 누에고치의 구멍을 크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가위로 크게 구멍을 내준 고치에서 나온 나방은 작은 구멍을 통해 나온 나방과 달리 아무런 상처도 없이 쉽게 나와서 아름다운 날개를 펄럭였다. 그런데 잠시 뒤에 보니 작은 구멍을 통해 힘들게 비집고 겨우 세상으로 나온 나방은 한 마리씩 날개를 치며 공중으로 훨훨 날아오르는데, 가위로 구멍을 뚫어준 고치에서 쉽게 나온 나방은 날개를 푸드덕거릴 뿐 날지 못하고 비실비실 주위를 맴돌다가 죽어갔다. 이 비유를 읽다 보면 아이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해도 스스로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바른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반대의 예도 있다. 연꽃 씨는 껍질이 너무 단단해 물에 담가두거나 흙에 묻어 둔다고 곧 발아가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연꽃 씨를 발아시키고자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씨앗의 둥그런 부분을 3㎜ 정도 절단해 주어야 한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맞아. 그냥 지켜보는 것이 능사가 아니야. 아이를 교육하려면 계획을 잘 수립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해. 지켜만 보면 어느 세월에 싹이 트겠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또 다른 예도 있다. 텔레비전에서 야생 청둥오리 부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부화할 시기가 되니 알 속에서 새끼들이 나올 준비가 다 되었다는 듯이 삐악거리고 알 껍데기를 쪼며 어미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자 어미도 밖에서 알 껍데기를 쪼아 새끼가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도왔다. 만일 어미 새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아직 덜 자란 새의 알을 쪼아 깬다면 새끼 새는 바로 죽을 것이다. 이 비유가 주는 시사점은 어미와 새끼가 동시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동시성이나 협동성보다는 적시성이다. 제자의 근기(根機: 불교용어로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교화될 수 있는 능력)가 무르익었을 때, 즉 제자가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 스승이 제자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비유를 보면 자녀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 준비가 되었고 배우고자 할 때 옆에서 거들어 주는 것이 바른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자 하면 아이가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잘못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뭐 고민할 것이 있겠는가! 누에고치라면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대신 해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지켜보아야 할 것이고, 단단한 연꽃 씨라면 아이가 원하지 않더라도 연꽃 씨 껍데기를 깨 주듯이 강하게 자극을 주고 필요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갖추어 주어야 할 것이며, 새 알이라면 속에서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밖에서 함께 깨 주면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지켜보아도 도대체 아이가 셋 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 길이 없다. 여기서는 세 가지 비유만 들었지만 실은 그 가짓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자녀를 어느 하나로 섣불리 규정한 후 최선의 교육방식이라고 시도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면 깨어 있는 자세로 늘 자녀교육에 관심을 두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녀교육법이 조금 미숙하더라도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자녀의 눈에 비치는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어머니, 아버지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그분들의 헌신과 사랑에 가슴이 아려온다. 그러한 고마움을 가슴에 안고 자란 아이는 부모의 교육 방법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잘 자랐다. 우리 자녀의 눈에 우리도 감동을 주는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비치면 부족한 자녀교육 방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 죽은 어미 곁 떠나지 못하는 새끼 코끼리 감동

    죽은 어미 곁 떠나지 못하는 새끼 코끼리 감동

    ”엄마 일어나!” 새끼 코끼리가 죽은 어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해 말 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을 통해 뒤늦게 공개돼 화제에 올랐다. 사진을 촬영한 야생 전문사진 작가 사라 스키너(38)는 “이 장면을 지켜 본 순간 마치 목에 무엇인가 걸린 것 처럼 울컥했다.” 면서 “슬프고 마음이 아팠지만 무척 엄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스키너에 따르면 어미 코끼리가 죽은 이유는 사자의 습격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어미 곁을 졸졸 따르던 새끼가 어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 새끼는 어미가 잠자는 줄 알고 계속 깨우려고 노력했으나 일어나지 않자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결국 다른 코끼리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했고 마치 조의를 표하듯 죽은 어미와 새끼 주위를 빙 둘러섰다. 조용하고 엄숙한 의식이 끝나자 코끼리들은 모두 자리를 떠났으나 새끼는 마지막까지 어미 곁을 지켰다. 스키너는 “날이 어두워지자 사자들과 하이에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면서 “새끼는 죽은 어미를 지키기 위해 밤새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넷뉴스팀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포주인의 비위짱이 뒤틀리지 않게 적당히 구슬러 놓았더니 수전노 행세대로 값을 눅게 잡아 주지는 않았으나, 소금 두 섬을 덧거리로 건네기로 약조해 주었다. 하긴 그들이 아니라면 울진 포구 염막에서 생산된 토염은 팔아치울 곳도 마땅치 않았다. 간혹 떠돌이 장돌림들이 울진 포구 토산염 좋다는 소문만 듣고 섣불리 염호들을 찾아와 흥정해 간 사례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십이령을 채 반도 넘기 전에 천도나 잔도(棧道)를 건너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평생 동안 돌이킬 수 없는 포병객이 되거나 열명길에 들어서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한조가 이끄는 소금장수 상단 아니면 고헐간에 소금섬을 넘겨줄 부상들도 흔치 않았다. 내성에서 가져온 무명짐을 넘겨주기로 약조하고 흥정을 여축없이 성사시킨 행수는 해거름에 염막을 나섰다. 염창의 지붕에서 벗겨진 이엉들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쉴 새 없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모래펄에 씻기는 파도 소리는 오늘따라 스산했다. 염전이 있는 수산천을 발행하여 도방이 있는 말래의 숫막까지는 등짐 없이 열불나게 걸어도 한식경이나 걸렸다. 포구에서 발행하여 구만리와 외고개를 지나거나 흥부에서 발행하면 쇠치재나 세 고개재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소금섬을 지고 걷는다면 아침 선반에 발행해서 말래 도방 거리에서 하룻밤을 유숙해야 할 상거였다. 그리고 십이령으로 접어들어 사흘이나 나흘이 되어야 허위단심 현동 저자나 내성 장시 어름에 당도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등에 짐바리가 없는 단출한 몸으로 걷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시절로 보아 칼바람이라고 부르는 동남풍이 불어야 할 때였다. 오금 밑을 지악스럽게 파고드는 한기는 뼈에 사무치도록 차가웠다. 그러나 등짐을 지지 않고 반나절을 걷게 되었다는 것이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었다. 기분은 날아갈 것 같은데, 바람 때문에 길이 줄어들지 않았다. 소년 시절부터 사십 평생까지 등에 진 쪽지게를 벗을 날이 거의 없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고장을 모른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자신을 낳아준 아비와 어미의 얼굴조차 기억에 없다. 소년 시절은 구걸로 한둔하면서 숱한 고초를 겪은 것만 기억에 선명할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울진 포구의 염전에서 내성 장시를 오가는 소금행상에서 작은 쪽지게를 지고 담꾼 노릇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나이 사십 초반에 이르렀다는 것도 내성 태생이라는 것도 작반하던 늙은 부상들이 귀뜸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때까지 그의 생애는 오직 길바닥에 머물러 있었다. 걷고 또 걸어도 문득 고개를 들면 그는 길바닥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 등 뒤 쪽지게에 얹은 소금짐은 바위를 지고 있는 것처럼 어깨와 허리를 짓눌렀다. 짓누르는 무게로 말미암아 허리는 자꾸만 아래로 구부러지고 찬 서리 머금은 된비알 치받이 벼룻길을 스친 흙냄새가 콧등에서 폐부에까지 진동한다. 모가지를 잔뜩 빼올리니 5리 길도 걷지 않아 뒷덜미가 둔기로 얻어맞은 듯 뻐근하게 울려온다. 걸음을 한 발짝씩 옮겨놓을 때마다 오금은 자꾸만 오그라들고, 천도에서 튀어 올라온 돌니를 밟을 때마다 등짐을 진 채로 기우뚱거려 수십 길 벼랑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만 같아 가슴 졸인다. 오줌은 마려워 하복부가 팽팽하게 당겨오는데, 일행은 전혀 쉴 참을 주지 않는다. 쪽지게를 벼랑길에 세워두고 속시원하게 배설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으나 그렇게 되면 일행은 벌써 저만치 앞장서버려 도무지 뒤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물미장을 겨드랑이에 끼고 오지랖을 움켜쥐고 걷노라면 등골에는 어느새 진땀이 흐르고, 발뒤축에서 흘러나온 피가 짚신을 적신다. 치받이길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다지만, 내리받이길은 더욱 고통스럽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걷지 않으면 높이 쌓아올린 등짐이 머리 위에서 곧장 쏟아질 듯 위협하여 물미장으로 발부리 앞을 버텨주지 않으면 그대로 벼랑길로 곤두박질쳐 순식간에 어육이 되고 말았다. 5리만 내려가도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허리는 쥐어짜듯 저려온다. 십이령길 주변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덤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그 모두가 내리받이 벼랑길을 내려가던 행상들이 실족하여 열명길에 오른 연고 없는 무덤들이었다. 소금장수들의 허우대가 한결같이 껑충한 것은 모두 그러한 고통과 질곡을 참아내기 위함 때문일 것이었다.
  • [豚 & 돈 불편한 진실] 삼겹살 ‘10㎏’ 구울 돈이면 ‘110㎏ 3마리’ 산다

    [豚 & 돈 불편한 진실] 삼겹살 ‘10㎏’ 구울 돈이면 ‘110㎏ 3마리’ 산다

    돼지고기 산지 가격 폭락으로 양돈 농가는 울상인데 정작 유통매장 등에선 가격 하락 폭이 작아 유통구조 왜곡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할 때 산지 가격은 30%나 폭락했는데 전국 소매가는 14% 하락했다. 특히 식당에선 돼지고기 가격이 올랐을 때인 1년 전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19일 축산물품질평가원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돼지고기(지육) ㎏당 산지 가격은 2859원에 불과해 지난해 2월(17일 기준)의 4086원에 비해 무려 30%나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날 기준 돼지고기(삼겹살) ㎏당 소매 가격은 1만 413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 1만 6400원에 비해 13.8% 하락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전국 식당의 돼지고기(삼겹살) ㎏당 판매 가격은 값이 올랐을 때인 지난해 같은 시기의 5만 3000~6만 7000원(150g 1인분 8000~1만원)과 동일한 수준이다. 같은 삼겹살이라도 ㎏당 소매 가격과 식당 판매 가격의 차가 최대 5만 2000원 이상 난다. 특히 식당에서 돼지 1마리 분량의 삼겹살 10㎏을 판매(매출 67만원)하면 산지에서 110㎏짜리 출하 규격돈 3마리(마리당 21만 7000원) 정도를 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합리한 유통 구조로 인한 유통 비용 증가에다 특정 부위에 집중된 소비 형태, 식당 업주들의 폭리 등이 돼지고기 시장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면서 “결국 소비 침체로 이어지면서 양돈 농가들이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한한돈협회 등 생산자 단체들의 어미 돼지 마릿수 및 출하 체중 감축, 돼지 구매·비축 물량 확대, 유통단계 축소, 소비 촉진 등 돼지고기 산지 및 소비자가격 안정을 위한 노력도 역부족이어서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산지 가격 등락에 따른 할인점과 소매점, 식당 등의 소비자가격 연동제 재도입을 다시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 생긴다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 생긴다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가 다음 달 생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4일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초청해 ‘중소기업·소상공인·전통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인사말에서 “손톱 밑 가시는 현장에서는 너무 아픈데 정부 일각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사례인 만큼 일회성이 아닌 새 정부 내내 계속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 등 150여명도 손톱 밑 가시 사례를 쏟아내며 개선을 요구했다. 전문건설업 하청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대기업이 발행한 어음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연장돼 하청업체의 부도가 비일비재하다”며 “불합리한 어음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일숍을 운영하는 B씨는 “네일숍을 열려면 헤어미용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면서 “네일숍 운영자나 직원들의 80%는 헤어미용사 자격증이 없는 범법자”라며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진 부위원장,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 서승환 위원 등 인수위 관계자는 이 같은 요구에 개선점을 찾겠다고 화답했다. 진 부위원장은 “오늘 내용을 모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하고 인수위 활동이 끝나기 전에 결과를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진 부위원장에게 손톱 밑 가시 사례 270여건이 담긴 책자를 전달했다. 중기중앙회는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를 새달 중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 인수위에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민간 합동으로 손톱 밑 가시를 뽑기 위한 기구 발족을 건의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시론] 아버지의 밥그릇과 국가/손택수 실천문학 대표

    [시론] 아버지의 밥그릇과 국가/손택수 실천문학 대표

    눈이 지붕을 덮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려오던 겨울밤 장판이 까맣게 눌어붙은 아랫목에 배를 대고 나는 방학숙제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날따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고구마를 간식으로 내오셨는데, 그 좋아하는 찐 고구마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열중하고 있던 숙제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매사에 틈만 나면 덜렁거리길 좋아하던 나의 모든 신경을 초점화한 것은 태극기였다. 그랬다. 저녁 무렵 옆집 아이가 ‘오징어달구지’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였지만 나는 그 강력한 유혹마저도 태극기를 앞세워 물리쳤다. 옆집 친구를 따라온 강아지가 갸우뚱할 만한 노릇이었다. 태극기 숙제에 그리 열중이었다고 하면 반공웅변대회 같은 데서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하고 부르짖던 애국소년의 이미지가 떠오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라. 아이에게 놀이 이상 가는 지고지선의 애국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숙제는 개학을 며칠 앞두고 몰아서 하던 버릇을 갖고 있던 내가 유독 태극기 그리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미술과목을 좋아하시는 담임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서였다. 한 해 내내 말썽을 부렸던 나도 새 학년이 되기 전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고 싶었던 것이다. 조숙했던 나는 아마도 담임선생님의 연인이 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태극기 그리기는 도무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리송한 건곤이감 4괘의 위치가 시종일관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그뿐인가. 태극문양을 위해 그려 넣어야 할 원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학교에서 본 태극기의 원은 대보름달처럼 탱탱하고 꽉 찬 충만감을 자랑하고 있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그리는 원은 번번이 한쪽이 찌그러지거나 일그러져 있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컴퍼스 같은 제도용 도구 없이 완벽한 원을 그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꾸만 일그러지는 원이 암만해도 속이 차질 않아 끙끙대고 있는 아들놈이 보기 딱했던 모양이다. 막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쉬고 계시던 아버지가 직접 나선 것이 그때였다. 아버지는 대뜸 어머니에게 밥그릇을 들고 오게 했다. 태극기 그리는 데 웬 밥그릇? 영문을 몰라 뚱하게 바라보는 아들의 조막손을 잡고 아버지는 사뭇 진지하게 도화지 한가운데에 엎어놓은 밥그릇 둘레를 따라 원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내 눈이 어느새 동그래졌다. 도화지 위에 순식간에 떠오른 대보름달! 세상에나, 이렇게 완벽한 원이 어디 있을까. 밥그릇이 국기가 되다니, 그려지지 않는 국기를 밥그릇으로 그릴 수 있다니! 어린 소년에게 그것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경이였다. 방학이 끝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아버지의 밥그릇으로 그린 태극기를 품고 의기양양하게 교문을 들어서던 소년이 가끔씩 생각난다. 그때 선생님은 송아지를 핥는 어미소처럼 다정하게 몇 번씩이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밥그릇으로 태극의 원을 그렸다는 말을 듣고 살짝 미소를 머금어 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 상을 받은 기억은 없지만 그날의 충만감만은 지금도 똑똑히 기억난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다 떠나신 아버지의 밥그릇은 지금 내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노동자의 밥그릇과 국가의 관계가 그것이다. 노동자의 밥그릇이 바로 자랑스러운 국기가 되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일까.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체감 온도 20도를 오르내린다는 혹한 속에서 15만V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겨울은 우리들의 방학숙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그러진 밥그릇으로 제대로 된 태극기를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일그러진 밥그릇으로 그리는 태극기 또한 일그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득 아버지와 함께 뿌듯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그리던 그해 겨울밤이 그립다.
  • 범고래떼 쫓겨 관광객 보트 위로 피한 야생 해달

    범고래떼 쫓겨 관광객 보트 위로 피한 야생 해달

    킬러(사냥꾼) 고래로 널리 알려진 범고래 떼에 쫓겨 관광객의 보트 위로 피한 야생 해달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5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이 해달은 비록 목숨은 구했지만 자신의 새끼를 잃고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이 영상에서는 어미 해달이 범고래 떼를 피해 보트 위에 올라탔고 잠시 뒤 자신의 새끼를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바다를 바라보며 울부짖듯 큰 소리를 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보트는 범고래가 헤엄치는 그 현장을 벗어나 어미 해달을 멀리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하지만 그 해달은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 필사적으로 새끼를 찾으려는 듯 보였다. 한편 야생의 해달은 한때 15만~30만 마리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 1741~1911년 사이 모피를 얻기 위한 대대적인 사냥으로 그 수는 1,000~2,000마리로 급감했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냥을 금지하는 등의 해달 보존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으로, 이제는 약 3분의 2 정도까지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와 캘리포니아의 해달 개체 수가 내림세를 유지하는 등의 이유로, 해달은 여전히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알래스카의 해달은 새끼가 태어나면 한두 달 젖을 먹이다가 개인차에 따라 4~12개월이 될 때까지 함께 다니며 보살핀다. 새끼 해달은 태어난 지 단 몇 주 만에 어미로부터 수영과 다이빙하는 법을 배워 해저에 도달할 수 있다. 초기에는 밝은색의 불가사리 같은 작은 먹이를 주로 먹는다. 경험이 풍부한 어미 해달에게서 태어난 새끼일수록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시코쿠 기차 여행

    시코쿠 기차 여행

    매일 서너 시간씩 꼬박 기차를 탔다. 명승지가 많은 도시도 갔고, 역장 없는 간이역도 들렀다. 오솔길처럼 난 숲 속을 한 량짜리 기차로 달릴 땐 거의 창문에 매달려 갔다. ‘올 시코쿠 레일 패스’로 본전 뽑고 돌아온 시코쿠 기차 여행.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동미 취재협조 럭키투어 02-734-6656 4박5일간의 느린 여행 기차여행에는 비행기나 배로 하는 여행과는 다른, 막연한 낭만이 있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릴 때, 생각은 아무런 제약 없이 쑥쑥 커지고 상상이 되어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알랭 드 보통 역시 <여행의 기술>에서 ‘모든 운송 수단 가운데에서도 생각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기차일 것’이라고 썼다. ‘열차 밖의 풍경은 안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며’ 영감을 준다. 한가로운 논과 밭을 옆에 두고 달리면서 나의 생각들도 적당한 속도로 함께 달렸다. 2년 전에 왔던 시코쿠의 늦겨울을 기억해냈고, 폭염이 쏟아지는 시코쿠의 여름 속에 사람들은 모두 거리에서 사라졌다. 돌아다니느라 땀을 흠뻑 흘리고 올라탄 시코쿠의 열차는 시원한 여유와 휴식을 제공하며 다음 목적지로 데려다주었다. 4박5일 동안 기차를 타고 시코쿠에 있는 네 개의 현들을 모두 밟아 봤다. 시코쿠는 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의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섬이지만, 섬 안에 네 개의 현(우리나라로 치면 도)이 있는 큰 섬이다. 때문에 네 개의 현을 다 다니려면 여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올 시코쿠 레일 패스’가 있어 더욱 살뜰히 돌아볼 수 있었던 여행이다. 올 시코쿠 레일 패스는 JR 노선뿐만 아니라 지역간 특급열차와 기타 사철, 전차 등을 정해진 기간 내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다. 2일, 3일, 4일, 5일짜리 패스 중 자신의 일정에 맞게 선택해 원하는 지역으로 기차여행을 떠나면 된다. 한두 여행지에서 충분히 머무는 게 목적인 사람보다는 다양한 열차를 타고 시코쿠의 작은 마을들을 만나 보고픈 여행자에게 더 유용하다. 한 칸짜리 카이요도 하비 열차를 타고 좁은 숲속 길과 작은 마을의 간이역들을 지난 시간은 이번 기차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덜커덩거리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과거의 시간 속으로도 다녀왔고, 무인역에서 일하는 개암나무 할아버지도 만났으며, 고치에 사는 요괴들도 만나고 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고토히라에서 고토덴 열차를 타고 리츠린 공원에 도착하는 중 2 오보케협곡을 따라 30여 분간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3 세토내해의 드넓은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이시즈치 특급열차 4 작은 간이역들과 깊은 산속 길을 달려 도착한 오보케역의 풍경 5 고토히라구 신사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비석들. 신사에 헌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비석들이다 6 도롯코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던 도카와역 ▶travie info * 시코쿠 가는 방법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에서 다카마쓰(가가와현)와 마쓰야마(에히메현)로 가는 직항편을 일주일에 3회 운영하고 있다. 마쓰야마로 가는 항공편은 화·금·일요일, 다카마쓰로는 화·목·일요일에 출발한다. 다카마쓰로 입국하고 마쓰야마에서 출국하는 일정(그 반대)도 가능하다. 인천에서 소요시간은 각각 1시간 30분여 정도다. * ‘올 시코쿠 패스’란? JR뿐만 아니라 기타 사철 및 지역철도도 이 패스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한 칸짜리 특급 열차에서 전차, 지역간 특급열차 모두 탑승 가능하다. 자유석은 물론 패스를 이용해 좌석을 미리 지정할 수도 있다. 시코쿠의 다카마쓰역, 마쓰야마역, 도쿠시마역, 고치역 내 관광안내소와 간사이 우메다역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판매 신청서를 작성하면 바로 구입 가능하다. 한국판매점 럭키투어 02-734-6656 www.tourismshikoku.kr 가격┃어른┃2일 패스 6,300엔, 3일 패스 7,200엔, 4일 패스 7,900엔, 5일 패스 9,700엔 어린이┃2일 패스 3,150엔, 3일 패스 3,600엔, 4일 패스 3,950엔, 5일 패스 4,850엔 칙칙폭폭 첫째 날 다카마쓰에서 시작하다 대개의 여행자들은 인천에서 바로 도착하는 가가와현의 다카마쓰 공항이나 에히메현에 있는 마쓰야마 공항을 통해 시코쿠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여행은 다카마쓰에서 시작해 에히메현의 마쓰야마시를 거쳐 고치현의 시만토 강을 건너고, 도쿠시마현의 오보케 협곡을 지나 고토히라에서 머문 뒤 다시 다카마쓰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하루에 꼬박꼬박 3~4시간 이상 기차를 탔는데, JR기차를 포함해 호빵맨 열차, 피규어로 장식된 가이요도 하비 트레인, 사방이 뚫려 있는 토롯코 궤도열차 등 다양한 기차들로 갈아탔다. 게다가 내리는 역에서는 타고 온 기차 노선의 이름이 적힌 호빵맨 도장을 찍을 수 있었는데(심지어 기차 안에서도!), 꼬마들은 당연히 좋아하거니와 어른들도 꾹꾹 도장을 찍는 게 그리 유치한 행동은 아니었다. 어차피 여행은 평소에 하지 않는 일탈과 엉뚱함과 자유를 위한 시간 아닌가. 그래서 읽던 책 맨 뒤 페이지에 나도 호떡만큼 큰 호빵맨 도장을 꾸욱 찍고 다카마쓰역에 내렸다. 다카마쓰시가 있는 가가와현은 400년이 넘은 리츠린 공원과 연간 수백만명의 참배객이 찾는 고토히라 궁, 세토대교 부근에 위치한 세토우치 미술관 등 볼거리가 풍부한 여행지다. 특히 다카마쓰항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는 나오시마섬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중 미술관과 베넷세 하우스 등 섬 전체가 세계적인 작가들의 예술품으로 꾸며진 ‘아트의 섬’으로 유명하다. 가가와현에서 하루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나오시마 섬을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다카마쓰 시내에서 머문다면 다카마츠츄오 상점가는 필수 코스다. 총길이 2.7km에 이르는 일본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 상점가로, 이 안에는 무려 800여 개에 달하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워낙 상점가가 거대하다 보니 안에는 다시 8개의 개성 강한 쇼핑거리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거리가 마루가메마치 상점가다. 20년에 걸쳐 단계별로 정비해 온 이 거리는 오래된 일본의 상점가를 되살리려는 사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유리로 천장이 만들어진 아케이드는 더위와 추위를 막아 주고, 날씨에 관계없이 돌아다닐 수 있어 편리하다. 루이비통 매장까지 들어선 이 상점가의 한 이자까야에서 닭다리 구이와 맥주를 마시며 첫날밤을 보냈다. 다카마쓰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닭다리 구이인데, 어미 닭다리 구이와 새끼 닭다리 구이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살이 연하고 야들야들하면서도 독특한 후추맛이 나는 영계 닭다리 구이와 기린 생맥주를 마시니 일본 여행이 달착지근하게 감겨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이시즈치 열차 앞 기차 안내원 2 현재 일본에 12개밖에 현존하지 않는 에도시대 이전에 건축된 천수의 마쓰야마 성 3 이마바리역 내에 위치한 자이언트 스토어 4 에히메현의 도고온천역 앞에 있는 봇짱 가라쿠리 시계. 매 정시마다 시계탑이 열리고 <봇짱>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5 정겨운 마을과 숲속 오솔길을 달리던 한 량짜리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 칙칙폭폭 둘째 날 봇짱열차 타고 과거로 다카마쓰 ▶▶▶ 마쓰야마 도고온천 다카마쓰에서 마쓰야마로 가는 특급열차 ‘이시즈치’는 시코쿠섬 북서부의 세토내해를 굽이굽이 돌아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바다와 경사면을 따라 자리한 마을의 경치를 기차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코스다. 구루시마 해협 근처에 있는 아마바리역에 잠시 내려 구루시마 해협의 대교와 시마나미 바닷길도 헤아려 본다. 시마나미 해도는 이마바리와 히로시마현을 9개의 다리로 잇고 있는 해도로, 약 70km의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사이클링 명소로도 손꼽힌다. ‘사이클링의 성지’답게 이마바리역 옆에는 유명한 스포츠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자이언트 스토어가 위치해 있다. 일본 전역에 있는 8곳의 자이언트 스토어 중 최초로 렌탈 사이클 서비스를 선보이는 이곳에는 전문장비와 샤워룸까지 갖추어져 있어 사이클링 루트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사람들은 이곳에서 크로스 바이크와 헬멧을 대여해 ‘선라이즈 이토야마’로 먼저 간다. 60번째 사이클링 터미널인 이곳에 구루시마 해협 대교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에히메현의 최대 도시인 마쓰야마에서는 도고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1894년에 건축된 도고온천의 본관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목욕탕 ‘아부라야’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에도 등장한다. 저녁 무렵이 되자 유카타를 입고 수건을 든 사람들이 온천 앞 거리를 활보한다. 그 풍경이 시계를 되돌려 19세기로 돌아간 듯 낯설고 옛스럽다. 마침 봇짱 가라쿠리 시계가 정각을 가리키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튀어나왔고,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가 울렸다. 나는 마쓰야마에서 봇짱열차를 타고 과거로 가고 있었다. 칙칙폭폭 셋째 날 호빵맨, 피규어와 함께 고치 ◀◀◀ 마쓰야마 아침 일찍 마쓰야마에서 우와지마로 가는 특급열차 ‘우와카이’에 올랐다. 특급열차들은 속도가 빠르고 편안했지만 셋째 날까지 타고 온 열차들이 비슷비슷해서인지 기차 여행에 대한 감흥도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이번에 탄 호빵맨 오렌지 열차가 동심 어린 볼거리를 던져 준다. 호빵맨 열차는 이 만화를 그린 야나세 다카시 작가가 고치현 출신이라 시코쿠에서 운행하는 열차노선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다행히 호빵맨 열차 뒤에 탄 카이요도 하비트레인부터 풍경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푹푹 찌던 날씨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비를 뿌렸다.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은 일본 피규어 제조회사인 ‘카이요도’사의 피규어들을 차량 안팎에 디자인한 기차인데, 달랑 한 량짜리 열차라는 점이 특이했다. 한 량짜리 기차에 기관사는 세 명이다. 앞에 두 명, 뒤에 한 명이 앉아 운전을 한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철로가 미끄러워 열차는 경사면을 오르지 못했다. 기관사들이 내려 철로 위에 모래를 뿌려놓고 다시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기차를 몰았다. 그 숲 속에서 예고 없이 15분 정도가 흘렀다. 멀리서 나란히 달리던 논과 평야는 어느새 사라지고, 고치현의 산속 작은 마을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작은 마을과 간이역을 촘촘히 지나면서 비를 맞은 풍경은 더욱 싱그러운 녹색으로 진해졌다. 깊은 산속에서 흘러나와 도사만으로 흘러가는 시만토강이 모습을 드러냈고, 시만토강이 내려다보이는 마을 휴게소에서 이 지방에서 나는 재료들로 만든 소박한 점심도 먹었다. 도카와역에서 일행은 도롯코 열차로 갈아타고 여정을 이어간다. 이번엔 두 량짜리 열차다. 뒤에 달린 칸은 그나마 창문도 없다. 사방이 다 뚫린 기차는 터널과 숲속 길을 번갈아가며 열심히 달렸다. 비가 들이쳤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앞 칸으로 피하지 않았다. 시만토강을 내려다보면서 달리는 이 절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도롯코 열차가 우쓰이가와역에 섰고 그곳에서 일행은 카이요도 하비관과 갓파관을 둘러보았다. 카이요도 하비관은 2009년에 폐교가 된 우쓰이가와 초등학교의 체육관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으로, 카이요도사의 역사와 피규어 콜렉션을 모아 놓은 곳이다. 세계적인 프라모델들과 최신 피규어, 공룡, 미소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름부터 생소했던 갓파관은 쉽게 말하면 일본에서 전래되어 오는 상상의 동물 ‘갓파’를 모아 놓은 박물관이다. 시코쿠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갓파는 머리에는 접시, 손과 발가락에는 물갈퀴가 달렸고 입이 튀어나온 요괴인데, 인간의 나쁜 액을 막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시코쿠의 내륙에는 깊은 산과 계곡이 많아서인지 산마을마다 전해 내려오는 요괴도 많다. 요괴 인형은 식당 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는가 하면, 사물함에도 붙어 있다. 마음 한켠에는 요괴에 대한 두려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요괴들을 정겨운 이웃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가 인상 깊게 남았다. 1 폐교가 된 초등학교의 체육관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 카이요도 하비관 2 개구리와 원숭이를 합쳐 놓은 듯한 상상의 동물 갓파를 다양한 조각과 캐릭터로 전시해둔 갓파관 3 기차 안 한켠에 공룡과 다양한 캐릭터의 피규어들을 전시해둔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 4, 6 열차의 외관과 내부가 호빵맨과 그 친구들로 그려진 호빵맨 열차 5 지난해 7월 카이요도 하비관의 개장과 함께 1년간 운행하기로 했던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은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1년 더 연장 운행 중에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칙칙폭폭 넷째 날 비경을 가르는 도산선 루트 코토히라 ◀◀◀ 도쿠시마현의 오보케 ◀◀◀ 고치 시만토강을 굽어보고 고치를 거쳐 오보케 협곡을 지나는 JR 요도선과 도산선 루트는 이번 기차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큼 아름다운 길이었다. 고치의 자연 비경과 순박한 사람들을 고스란히 만나는 길이라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오보케역에 내리니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역장 모자를 쓰고 앞니가 두 개뿐인 남자 형상의 나무 조각상이 서 있다. “오보케역은 무인 간이역입니다. 도착하신 분들이 이곳에 아무도 없어 쓸쓸할까 봐 마을 사람들이 개암나무로 역장 할아버지를 만들었습니다. 여기 위에 보시면 위임장도 보이시죠? 고나키 할아버지는 작년 7월부터 이 역으로 출근을 하고 계신데요, 아직 한번도 안 나온 날이 없으시답니다.” 마을 관계자의 말을 듣고 보니, 고나키 역장의 표정이 마치 ‘어서 오십시오’하고 말하는 듯했다. 역 안에는 역무원 모자를 쓴 개의 사진도 걸려 있었는데, ‘고오타로’라 불리는 이 개는 매주 일요일마다 이곳에 출근해 고나키 역장 할아버지의 일을 돕는다고 했다. 이 정겨운 스토리에 나는 오보케 마을을 보기도 전에 마음을 빼앗겼다. 무인역 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쓸쓸함을 이 마을에선 찾아볼 수 없다. 오보케역에서 보이는 빨간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 지역은 오보케와 이야 마을로 나뉘는데, 우리가 들어선 곳은 이야 마을쪽이었다. 역 바로 앞에 있는 보께마트에서는 주인 유키코 아주머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일행을 맞는다. 이 마트에서는 이야 마을에서 만드는 식료품들을 살 수 있는데, 겉이 매우 딱딱한 이와 두부와 이 마을에서 만든 녹차 등을 쉴 새 없이 권하신다. 훈훈한 이야기만큼 후한 인심과 정이 뚝뚝 묻어나는 마을이다. 일본에서 3대 비경으로 꼽히는 이야 계곡은 츠르기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강의 물줄기가 시코쿠 산지를 날카롭게 파헤치며 20km에 걸쳐 이어진다. 우리는 2억년 전의 지층인 함력편암이 바위와 절벽을 이룬 오보케 협곡 아래의 강줄기를 따라 30분 동안 뱃놀이를 즐겼고, 덩굴나무를 엮어 만든 흔들다리 ‘카즈라바시’도 건넜다. 10여 미터 아래의 계곡물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길이 45m의 이 다리를 건너는 것은 고소 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영원히 건너지 못할 다리처럼 여겨졌으나, 거의 울다시피 하며 겨우 건넜다. 어쨌든 짜릿한 스릴을 느끼기에는 최고다. 신선한 가다랑어를 통째로 꼬치에 끼워 구운 것을 사람들이 핫도그처럼 들고 다니며 먹는 모습도 신기했다. 오보케의 마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다. 오보케 협곡에서 뱃놀이와 다리 건너기로 기력을 소진한 채 난푸 20호를 타고 고토히라에 도착했다. 온천 호텔에 머물며 낮의 피로를 풀고 싶었으나, 온천욕은 밤으로 미루고 고토히라구에 먼저 올랐다. 일본에서 2대 신사로 꼽히는 이곳은 ‘곤피라산’이라 불리는 수호신을 참배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참배길은 사람이 못 오면 개의 목에 돈을 달아 대신 보낼 정도로 유명했고, 일생에 한 번은 참배하고 싶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785단의 긴 돌계단을 오르면 고혼구에 이르며, 여기서 583단의 계단을 더 오르면 최종 목적지인 오쿠샤에 다다른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부적을 사고 소원을 빈다. 탁 트인 사누키 평원과 평원 위에 우뚝 솟은 사누키 후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그 소원이 사누키 평원을 지나 후지산에도 닿기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 1 무인역인 오보케역에서 고나키 역장을 도와 일요일마다 역으로 출근을 하는 고오타로 강아지 2 덩굴나무만을 엮어 만든 카즈라바시 다리 3 오보케 협곡 유람선 표를 파는 지역 휴게소 내의 음식점 한켠에는 고치현에 사는 요괴 인형이 놓여 있다 4 고토히라구의 고혼구 부근에 세워져 있는 석등 5 오보케역에서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개암나무로 만든 고나키 역장 6 고토히라역에서 내리면 유난히 낡은 상점과 집들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운치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1 이야 계곡 주변에는 카케나가시 원천의 노천탕을 갖춘 온천도 여러 곳 있다 2 100여 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야마을의 오보케역에 놀러나오신 동네 할머니 3 이야마을로 시집 와 51년째 살고 있는 보께마트의 유키코 아주머니. 마을에서 직접 딴 고추 바구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4 고토히라 신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본 길거리의 작은 사물함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욕심 비우면 행복이 찹니다

    욕심 비우면 행복이 찹니다

    불교방송에서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는 성전(남해 용문사 주지) 스님. 그는 어렵지 않은 글로 ‘나’와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불교계의 ‘소문난’ 글쟁이다. 에세이집 ‘비움, 아름다운 채움’(마음의숲 펴냄) 역시 성전 스님의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글쓰기에서 벗어나지 않은 새 글 묶음이다. 남해의 용문사와 그 주변 자연, 사람들에게서 건져낸 짧은 글 64편으로 구성됐다. ‘미움과 버림’ ‘인연’ ‘수행’ ‘휴식과 떠남’ ‘인생’의 다섯 개 범주로 나뉜 글들은 읽다 보면 모두 비움과 사랑의 테마로 꿰어진다. ‘마음 그릇을 비울 때 행복과 만족이 채워진다.’는 메시지의 반복, 그 비우고 채우기의 바탕은 인연과 사랑이라는 평범하지만 지나치기 일쑤인 진실이 반짝인다. ‘일상에서 평범하게 마주치는 자연과 사람이 행복을 만드는 재료.’ 성전 스님의 글을 만드는 씨줄과 날줄은 항상 자연과 사람이다. “버림으로써 가벼워진다는 것이 성찰의 가르침”이라는 스님은 “어미가 자식이 되고 자식이 어미가 되는 나무의 생애에서 사랑을 보자.”고 말한다. 나무는 잎을 키웠지만 가을이면 그 잎은 나무의 겨울나기를 위해 어미의 마음으로 스스로 떨어져 내린다. 그래서 스님은 “아무것도 꺼리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는 그 마음으로 익어 가는 나를 이 가을에 만나고 싶다.”고 조용히 외친다. 결국 삶은 자유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자기를 비워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는 그 길(죽음)이 슬픔인 이유는 스님 말대로 삶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산 아래 살면서 나는 얼마나 나를 비우고 있는가.”라고 묻는 스님의 자책은 비단 스님만의 마음일까. 1만 3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돌고래 어떻게 새끼 낳을까?…희귀 출산 장면 포착

    돌고래 어떻게 새끼 낳을까?…희귀 출산 장면 포착

    돌고래는 어떻게 새끼를 낳을까. 태어난 새끼는 곧바로 헤엄칠 수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함과 동시에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7일 하와이 카할라 리조트에 있는 ‘돌핀 퀘스트’에서 ‘케오’라는 이름의 12살 된 암컷 돌고래가 건강한 새끼 돌고래를 출산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돌고래 한 마리가 천천히 물속을 유영하고 있는데 배 부분에 조그만 꼬리가 삐져나와 있다. 이는 돌고래가 출산할 때 꼬리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새끼 돌고래가 어미의 뱃속에서 완전히 태어났을 때는 마치 바깥세상이 신기하기라도 한 듯 곧바로 힘차게 헤엄치는 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미 23만여 명이 시청한 이 영상은 돌핀 퀘스트의 사육사가 수중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돌고래가 실제로 어떻게 새끼를 낳는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날 돌고래가 진통을 겪고 출산할 때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됐으며 건강한 새끼 암컷 돌고래를 낳았다고 전해졌다. 한편 돌고래는 그 종에 따라 보통 약 9~17개월간의 임신 기간을 거친 뒤 출산하게 된다. 태어난 새끼 돌고래는 11개월에서 2년이 될 때까지 어미의 젖을 먹게 되며, 3~8살이 될 때까지는 어미의 보호 아래 자라게 된다고 알려졌다. 사진=유튜브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날아가는 새 잡는 표범 포착…“높이뛰기 명수답네”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높이뛰기의 명수로 알려진 표범이 실제로 날아가는 새를 잡는 희귀한 장면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영국 더 선 등 외신은 야생동물 사진작가 맷 프로팻(37)이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사이에 있는 칼라가디 초국경공원에서 찍은 표범의 희귀한 사냥 장면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매혹적인 무늬를 가진 표범 한 마리가 무심한 듯 앉아 있다가 자신의 위로 새떼가 날아가자 갑자기 뛰어올라 그중 한 마리를 낚아챈다. 새들이 경계하지 않은 점도 있겠지만 표범의 점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사냥 기술은 표범의 특성으로, 사진 속 표범 역시 자신의 어미에게서 배운 것이다. 표범은 다 자라면 몸무게가 90kg 정도 나가지만 뒷다리가 매우 강력해 멀리 뛰기는 6m, 높이 뛰기는 3m 정도까지 도약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진 속에서 안타깝지만 표범의 먹이가 된 새는 아프리카 사막꿩(버첼 사막꿩) 수컷으로, 이들 사막꿩은 물을 찾아 하루에 80km를 이동한다고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새끼 내놔!” 성난 母오리에 갈매기떼 ‘화들짝’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굶주린 갈매기 떼가 새끼 오리를 납치하려하자 어미가 온힘을 다해 날아들어 극적으로 구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영국 일간 메트로의 7일자 보도에 따르면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 20마리가 호주 시드니에 있는 내러번 호수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큰 일을 치렀다. 새끼 오리 중 한 마리가 어미와 너무 멀리 떨어지자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진 굶주린 갈매기 떼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날아들었다. 갈매기 떼가 서로 잡아먹겠다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어미 오리가 새끼를 지키기 위해 갈매기 떼를 향해 몸을 날렸고 새끼 오리를 거의 잡았던 갈매기는 결국 먹잇감을 놓치고 만다. 이에 새끼 오리는 극적으로 구조됐으며 다행히 다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새끼 오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미 곁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놀라운 공중전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사진작가 존 그레인저가 촬영했다. 현지인인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납치 미수 사건은 순식간에 발생했었다고 전했다. 한편 어미 오리들은 새끼들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을 때까지 약 서너 달 동안 주변을 철저하게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수화 배운 고릴라 “이 아파”… 인간과 通하다

    수화 배운 고릴라 “이 아파”… 인간과 通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갑자기 울어대면 부모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부모의 경험이 쌓이면서 아프거나 배가 고프거나 졸립다거나 하는 등의 우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지만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같은 고생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라 곧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은 다르다. 갑자기 짖기 시작하는 강아지나 시름시름 앓는 고양이는 결코 스스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말’과 ‘의사소통’은 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다. 1972년생인 암컷 고릴라 코코는 밀렵꾼에게 어미를 잃고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자랐다. 올해 마흔살인 코코는 현재까지 알려진 동물 중 ‘사람의 말’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고릴라 재단의 페니 패터슨 박사는 1970년대 중반부터 코코에게 말을 가르쳤다. 구강 구조가 사람과 다른 코코는 말을 하는 대신 영어로 된 수화를 배웠고 2000단어를 알아들으며 1000단어를 미국식 수화로 나타낼 수 있다. 코코는 기쁨, 슬픔, 사랑, 고민, 어색함 등을 자유자재로 표현한다. 코코는 스스로 ‘이가 아프다.’를 수화로 전달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2007년 세상을 뜬 아프리카 회색앵무새 알렉스는 150개의 영어 단어를 조합하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새였다. 1977년 아이린 페퍼버그 브랜다이스대 심리학과 교수가 애완동물 가게에서 사 온 알렉스는 특수훈련을 통해 단어를 이해하고 숫자를 세는 것은 물론 색깔과 모양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인간과 대화하는 동물’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환호했고 동물학자들은 ‘새의 두뇌’에 대해 새로운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다른 앵무새들과 달리 ‘더 큰’ ‘더 작은’ ‘위쪽’ ‘아래쪽’ 같은 판단을 표현할 수 있었다. 죽기 전날 알렉스는 새장에 들어가면서 페퍼버그 교수에게 “잘했어요. 내일 봐요. 사랑해요.”라고 말했고 다음 날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의사소통은 물론 ‘사투리’까지 하는 프레리도그 코코와 알렉스뿐 아니라 지난 50년간 인간의 말을 이해하거나 말할 수 있는 동물에 대한 연구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1960년대에 수화를 배운 최초의 침팬지 와쇼는 130개가 넘는 수화를 배웠을 뿐 아니라 다른 침팬지 롤리에게 이를 가르치기도 했다. 오이라는 단어를 몰랐던 와쇼는 ‘초록 바나나’라는 조어를 사용하는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영장류의 일종인 보노보 원숭이 칸지는 인간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불을 피울 수 있고 회색돌고래 아케아카마이도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것으로 유명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부터 인간의 말을 하는 동물은 없었고 모두 실험실에서 특수한 교육을 받은 사례들이다. 인간은 스스로 가장 똑똑한 동물이라고 자신한다. 바꿔 말하면 동물에게 인간의 말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보다 동물의 말을 인간이 이해하는 편이 더 쉽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언어는 인간이 동물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동물의 의사표현을 언어의 일종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돌고래, 코끼리, 고릴라, 개 등을 상대로 그들의 언어 체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콘스탄틴 슬로보치코프 애리조나대 교수다. 슬로보치코프 교수는 지난 15년간 북미 지역에 널리 서식하는 설치류인 ‘프레리도그’들의 사회생활을 연구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그는 스스로를 동물과 대화하는 소설 속 수의사 ‘닥터 둘리틀’에 비유한다. 야생의 약자인 프레리도그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소리로 의사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나타날 때와 독수리나 코요테 등이 나타날 때 내는 소리가 다르다. 심지어 인간에 대해서도 총을 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내는 소리가 구분된다. 특히 슬로보치코프 교수는 명사와 동사, 형용사 등으로 프레리도그의 소리가 만들어져 있으며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조합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연구팀이 프레리도그의 소리를 녹음한 뒤 조합해 아무런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들려주자 곧바로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까지 프레리도그가 사용하는 최소 50가지 이상의 단어를 찾아냈다.”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뚱뚱하고 키가 큰 사람이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고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미에 사는 프레리도그와 중남미 등 다른 지역에 사는 프레리도그는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각자가 ‘고유의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최근 프레리도그가 이 같은 언어를 공유하려고 대를 물려 교육한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슬로보치코프 교수는 “프레리도그는 동물 언어에 대한 연구에서 고대 이집트어를 해독할 수 있게 한 로제타 스톤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꿀벌·코끼리 등의 의사소통법 찾는 연구 한창 동물들이 의사소통을 한다는 게 처음 입증된 것은 꿀벌을 통해서다.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들이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과 명령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는 점을 무려 40년간의 연구 끝에 밝혀냈다. 꽃이 있는 곳을 찾은 꿀벌이 동료들에게 8자를 그리는 춤을 추면서 거리와 방향 등을 알린다는 사실을 발견한 건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향 자체를 바꿔놓은 큰 사건이었다. 이후 집단을 이뤄 사는 동물들의 행동과 소리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고 많은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사바나 원숭이들은 표범이나 독수리 등 포식자의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를 낸다. 또 코끼리는 밀렵에 대한 앙갚음을 하기 위해 단체로 인간 마을을 찾아 공격하며 침팬지도 마찬가지다. 늑대들은 사냥을 위해 사전에 의논을 해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인다. 모두 어떤 형태로든 명확한 의사소통이 우선돼야 가능한 일들이다. 스탄 쿠자 미시시피대 교수는 “우리는 수십년 전보다 동물의 언어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동물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먼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물학자는 “동물의 의사소통 시스템 자체가 인간과 다르기 때문에 동물의 언어를 해독하는 것은 고대 이집트어를 해독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라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동물 언어의 ‘상징’이나 ‘문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다시 생각하는 가족과 효

    [김병일 사람과 향기] 다시 생각하는 가족과 효

    지난 6월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15년 새 인구는 20% 증가했는데, 가구 수는 81%나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듯 가구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은 1인 가구, 그중에서도 홀로 사는 노인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근간인 가족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부모와 자식 관계만 해도 이상징후를 보여주는 지표는 이미 여럿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 38%는 부모를 양로원에 모셔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23%만 친조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58%는 오히려 애완동물을 가족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 바야흐로 우리의 뇌리에 ‘자식’만 있고 ‘부모’는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 자라면 새끼만 챙기고 어미는 돌보지 않는 것이 금수라는 점에서 인간이 금수를 닮아가고 있다는 자탄이 절로 나올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선조는 이러지 않았다. 금수도 하는 자식 챙김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모 봉양이 더 근본적인 가치요 올바른 삶이라 여겼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를 봉양할 때도 몸을 모시는 ‘양구체’(養口體)보다 뜻을 모시는 ‘양지’(養志)를 더욱 중시하였다. 공자도 지적했듯이, 몸만 봉양하는 것은 애완동물을 잘 거두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늙어서 애완동물 거둬지듯 대우받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왜 효를 단순히 부모의 몸을 잘 봉양하는 문제로만 인식하고 양로원에 모시려고 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까. 순전히 막돼먹은 자식들 때문일까. 유감스럽게도 답은 ‘아니다’이다. 예전의 훌륭한 효자들도 태어나면서부터 효자였던 것은 아니다. 자라면서 보고 듣고 배운 대로 행한 결과이다. 누구한테 보고 듣고 배웠는가? 다른 누가 아니라, 매일 접하는 부모의 행동으로부터 가장 많이 보고 듣고 배웠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 부모세대는 어떠한가. 자식에게 모범이 될 만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또 자식에게 요구하는 것은 전인적 인격인가, 아니면 전문적 지식과 기능인가. 부모의 모범은 솔선수범에서 시작되며, 그 솔선수범은 자식에 대한 덕육(德育)을 통해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이 점에서 ‘지(智)·덕(德)·체(體)’를 팽개치고 ‘지(知)·지(知)·지(知)’만을 강조하는 오늘의 교육 세태는 부모가 자식에게 내가 늙으면 ‘양지’를 하지 말고 ‘양구체’만 해달라고 가르치는 것이나 진배없다. 강호문학의 대가였던 농암(巖) 이현보(李賢輔·1467~1555) 선생은 고향 안동에 계시는 연로한 부모를 모시려고 정자 한 채를 짓고 ‘애일당’(愛日堂)이라고 이름 붙였다. 해가 갈수록 부모님이 늙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날을 아껴 효도하겠다는 마음을 담은 당호이다. 꼭 500년 전인 1512년의 일이다. 몇 년 뒤 안동 부사로 내려와서는 부모님과 마을 어른들을 위해 양로연을 베풀고, 50이 넘은 나이에 때때옷을 입고 춤을 추어 부모를 즐겁게 해 드렸다. 모범이란 이런 것이다. 그런 농암을 보며 자란 자식들이 그를 어떻게 모셨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효를 가풍으로 삼은 농암 집안 사람들은 당시로서는 놀랍게도 건강한 장수의 삶을 누렸다. 농암의 부친과 모친이 각각 98세와 85세를 살았고 농암 자신도 89세를 살았다. 그 자녀 또한 장수를 누린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효도야말로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최고의 덕목인 셈이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올 10월 하순 애일당 창건 500주년을 맞아 효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몇 가지 행사를 준비 중이다. 농암종택 종손이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그 옛날의 때때옷 춤을 재현할 것이고, 효의 의미를 재조명해 보는 학술행사도 개최될 것이다. 노령인구와 홀로 사는 노인가구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실에서 부모가 자녀의 손을 꼭 잡고 함께 와서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귀여운 캥거루와 웜뱃이 만나 ‘절친’? 이색우정

    귀여운 외모의 캥거루와 곰처럼 생긴 웜뱃이 만나 ‘절친’ 됐다? 새끼 캥거루와 웜뱃의 이색 우정이 언론에 소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에 있는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는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 캥거루 앤자크(Anzac)와 웜뱃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태어난 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이 캥거루는 마케돈 산맥 인근에서 구조됐다. 일반적으로 새끼 캥거루는 태어난 뒤 약 8개월 동안은 어미의 주머니 안에서 생활하지만, 이 캥거루의 경우 어미에게 일찌감치 버림받은 것으로 보인다. 함께 생활하는 웜뱃 ‘피기’(Peggy)는 어린 앤자크가 보호소에 들어온 뒤 급격히 호감을 보여, 현재는 잠드는 순간까지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 사실 새끼 캥거루 앤자크는 매우 활발한 성격인데 반해, 웜뱃 피기는 다소 거칠고 괴팍한 성격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현재까지는 두 동물이 매우 원만하게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이곳 동물보호소의 직원인 리사 밀리건은 “사는 환경도 다르고 생김새, 성격이 매우 다른 두 동물이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 주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몸집이 더 커지고 자신만의 성격도 확고해진 이후에도 두 동물이 친하게 지낸다면, 아마 이 캥거루와 웜뱃은 평생 서로의 곁에서 보살펴주며 이색적인 우정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새끼 백호 키우는 수컷 개 ‘희귀한 부성애’ 포착

    어린 백호를 자기 새끼처럼 키우는 개의 이색 ‘부성애’가 알려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독일 북서쪽 슈투켄브로크(Stukenbrock) 동물원에 사는 두 살 된 잡종견 레욘은 태어난 지 3주밖에 되지 않은 백호 요요(jojo)와 한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 요요는 태어나자마자 어미로부터 병균 전염의 위험이 있어 곧장 분리됐다. 이후 사육사들이 어미 백호 가까이 새끼를 접근시켰지만, 어미가 새끼 돌보기를 강하게 거부했다. 그 후 버림받은 요요는 우연히 레욘과 한 공간에 있게 됐고, 어미에게서 느끼지 못한 관심을 레욘에게 기대하기 시작했다. 레욘 역시 요요를 자기 새끼처럼 돌보는 등 특별한 사랑을 표현했다. 특히 사육사들은 레욘이 암컷이 아닌 수컷임에도 불구하고 모성애에 버금가는 부성애를 보여 더욱 놀라고 있다. 한 사육사는 “레욘은 매우 인내심이 많은 개다. 요요는 쉴 새 없이 레욘을 귀찮게 하지만 단 한 번도 내치지 않고 보살핀다.”면서 “개와 백호가 이토록 친밀한 부자(父子)지간으로 지내는 일은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Weekend inside] 오리, 복날 인기 메뉴로 날다

    [Weekend inside] 오리, 복날 인기 메뉴로 날다

    육류 중 오리고기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오리고기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소고기는 줘도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어라.’라는 항간의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2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1년 국민 1인당 오리고기 소비는 3.1㎏으로 2006년(1.2㎏)보다 2.5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돼지고기(19.2㎏)에 비하면 여전히 소비가 적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오리고기의 우수성은 불포화지방산과 무기질, 비타민 등에 있다. 100g당 지방이 27.6g으로 닭고기(19.0g)보다 많지만 60~70%가 불포화지방산이다. 올렌산,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산은 혈액 속의 혈전 생성을 막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류 중 불포화지방산이 가장 높아 오리를 ‘날아다니는 등푸른 생선’이라고도 부른다. 대사활동에 필수적인 라이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비타민 A와 B군도 다른 육류에 비해 풍부하다. 칼륨, 인, 칼슘 등 무기질 함량이 높아 성장기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콜라겐, 젤라틴 등 기능성 물질을 이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오리고기의 국내 생산액은 1990년 375억원에서 2010년 1조 3000억원으로 연평균 8%씩 성장했다. 반면 오리 사육가구는 같은 기간 1만 4522가구에서 5000가구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1997년 중국산 오리의 수입제한 조치가 실행되고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축되는 오리의 95%가 계열화 업체를 통해 유통된다. 오리는 닭이나 칠면조에 비해 환경 적응력이 높고 질병에도 강해 기르기가 쉽다. 잡초, 벌레 등을 잡아먹고 배설물은 비료로 사용가능하다는 점에서 유기농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쌀도 나오고 있다. 가금류 중에서 가장 온순하며 주인을 잘 알아봐 애완동물로도 가능하다. 특히 생후 12~17시간 사이에 본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는 ‘각인현상’이 있다. 1997년 제작된 영화 ‘아름다운 비행’이 이 각인현상을 다룬 영화다. 그렇지만 오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레임덕’(lame duck·절름발이 오리),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등 다소 비호감적인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것은 오리의 생김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리는 다리가 짧은 데다 몸의 뒤쪽에 붙어 있어 걸을 때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뒤뚱거려야 한다. 또 뒷걸음질을 하지 못해 막다른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손쉬운 사냥감에 해당한다. 오리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가 늘어나기에는 걸림돌도 많다. 마리 단위로 판매하다 보니 여러 사람이 모여야 되고 조리법이나 판매점이 다양하지 못하다. 김지혁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는 “독신세대나 실버세대를 위한 1~2인분 소포장, 부분육 포장, 훈제 이외 간식용 상품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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