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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소식] 편모 가정 ‘행복한 우리집 만들기’

    [학교소식] 편모 가정 ‘행복한 우리집 만들기’

    ●자녀와 유대관계 강화 방안 등 소개 인천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편모가정 어머니 가장을 위한 ‘행복한 우리집 만들기’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5월 매주 토요일 인천대 학산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인천에 사는 편모가정 어머니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생업에 힘들지만 가사·양육까지 도맡아야 하는 어머니들에게 자녀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다. 프로그램은 ▲가족 유형의 다양화, 편모가정 추세 소개 ▲편모 가정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한 토의 ▲자녀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효율적 방안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홈페이지에 ‘사이버 효도 한마당’ 인천 도화초등학교는 이달 31일까지 학교 홈페이지(www.dohwa.es.kr)를 활용한 ‘사이버 효도 한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시작한 이후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행복한 가족사진 꾸미기’,‘부모님께 보내는 영상편지’,‘효도엽서 보내기’,‘효 그림 그리기’,‘효 이야기’ 등 다양한 코너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부모님께 직접 전하기 어려운 편지를 온라인에 올리고,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하고 싶었던 글을 올릴 수 있다. ●서울대 공대 입시 설명회·초청 강연회 서울대 공과대 입시설명회가 지난 7일 서울과학고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는 서울대 한민구 공과대학장이 참석했으며, 이에 앞서 기계항공공학부 김종원 교수는 기계항공공학과 공학개론을 강연했다. 이번 행사는 매년 4차례씩 열리는 유명 인사 초청강연의 일환으로 과학자 부문에서 김 교수가 초청됐으며, 서울대 공대에 대한 수험생의 관심이 높아 입시설명회까지 곁들여 열렸다. ●중3 학부모 대상 진로지도 설명회 서울 강동·강남교육청이 공동 주관하는 진로지도 설명회가 10일 오후 2시 서울 경기여고 강당에서 열린다. 중학교 3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업계 고교의 취업과 대학 진학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한강중학교 정미숙 부장교사가 실업계고 신입생의 지원 현황과 졸업생의 진로를 설명한다. 성덕여상을 졸업한 뒤 현재 연세대에 재학 중인 윤나라씨 등 3명의 진학 성공 사례도 들을 수 있다. ●개교 40주년 기념 교내 글짓기대회 리라초등학교는 개교 40주년을 맞아 오는 18일 교내 백일장 글짓기대회를 연다.1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이 참여한다. 장르는 학생이 운문과 산문 구분없이 주제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달 31일 학년마다 최우수상, 금상, 은상, 동상을 뽑아 시상한다. ●고입·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 지난달 5일 시행된 인천 지역 2005년도 제1회 고입·고졸 검정고시에서 고입 검정고시는 응시자 484명 중 75.6%인 366명이 합격했다. 고졸 검정고시에는 1729명이 응시,940명이 합격해 54.3%의 합격률을 보였다. 고입 검정고시는 지난해에 비해 합격률이 25%포인트나 상승했으며, 고졸 검정고시 합격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합격자 명단과 개인별 성적은 시교육청 홈페이지(www.ice.go.kr) 시험정보란에 올려져 있다.
  • ‘일상의 자연’ 강렬한 색채로 재창조

    강렬한 색채와 힘찬 붓놀림으로 자연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색채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Joy of Colors’(색채의 향연)라는 기치 아래 모인 한국 구상회화의 대표적인 색채화가 김종학, 김용철, 사석원. 이들의 3인전이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꽃과 나무, 새, 당나귀, 병아리 등 자연이 주인공들이다. 김종학의 ‘붓꽃’‘달과 나팔꽃’, 김용철의 ‘온수리 매화’‘모란꽃’, 사석원의 ‘꽃과 당나귀’‘매화와 병아리’등 작품 모두 한결같이 자연의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밝고 생동감 넘치는 필치와 색감들로 그려진 자연의 모습은 아름다움에 빠져 자칫 놓치기 쉬운 자연의 내재적인 미(美)와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원색의 색채로 자연의 기쁨을 표현해 내는 김종학은 이번 전시회에서 꽃들의 다양한 세계로 안내할 예정이다. 작품 ‘붓꽃’은 짙은 초록색 잎·줄기에 매달린 보랏빛 꽃과 파란 나비가 처절할 정도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25년전 서울을 떠나 설악산 인근에서 칩거하며 설악산의 야생화등을 화폭에 담아내기에 그는 ‘설악산의 화가’로 불린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에는 목기, 자수등 골동품 수집에 열심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색채를 보다 현대적으로 승화시켜 세련되게 구사하는 그의 색채감은 이런 그의 취미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김용철은 발광하는 듯한 강렬한 색채와 거침없는 선을 구사하는 작가다. 우리 고유의 민화와 화조도, 수탉, 장승, 해와 달 등의 소재를 즐긴다. 작품 ‘모란꽃’을 보면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시집올때 가져 온 베갯머리에 수놓은 모란꽃을 연상시킬 정도로 ‘과거적’인 색채감이 두드러진다. 그렇지만 과거에 머물지 않는 묘한 울림이 있다. 그는 현재 홍대 미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보니 전업작가만큼 작품활동이 활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보다 본격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젊은 작가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사석원의 작품은 동물과 산수의 모습을 친근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꽃을 등에 한짐 지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듯한 ‘꽃과 당나귀’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즐거운 당나귀의 눈과 입을 통해 작가의 ‘따뜻함’이 전달된다. 그는 두껍게 덧칠을 하는 마티에르를 이용, 색채의 풍부함과 생동감을 표현해 낸다. 마치 꿈틀거리는 붓터치와 역동적인 분위기는 고흐의 작품과 이미지가 상통한다. 그는 오지여행을 즐기며 자유분방함에 뛰어난 글솜씨까지 갖췄다. 이화익 대표는 “60대(김종학),50대(김용철),40대(사석원)의 세대는 다르지만 이들은 다양하고 강렬한 색채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색채화가로 구상미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인사동에서 선재미술관 옆 송현동으로 갤러리를 이전하면서 마련한 이화익갤러이의 재개관전이다.(02)730-7818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간호사가 신생아 학대 ‘충격’

    간호사가 신생아 학대 ‘충격’

    산부인과 간호사로 보이는 여성들이 갓 태어난 신생아를 마치 장난감 다루듯 갖고 노는 엽기적인 사진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신생아 부모 등에 따르면 최근 간호사 동호인 사이트(www.cyworld.com/XXXX)에 간호사 복장을 한 3명이 신생아를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여러 장면의 사진들이 게재됐다. 이 미니홈페이지에 들어간 신생아 부모들은 사이트에 올려져 있던 사진들을 다운로드해 주요 인터넷 카페 등에 잇따라 올렸고, 이후 문제가 확대되자 미니 홈페이지는 곧바로 폐쇄됐다. 이들 사진 중에는 여성이 손으로 신생아의 얼굴을 찌그러트리는 장면과 신생아들끼리 키스를 시키는 장면, 비닐 팩 속에 신생아를 집어 넣은 장면 등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가학적인 모습이 담겨 산모들을 경악케 했다. 심지어 반창고를 신생아 뺨에 장난스럽게 붙여 놓은 장면과 나무젓가락을 신생아 입에 물게 한 장면, 신생아가 큰 주사기를 들고 있는 엽기적인 장면 등도 있다. 이같은 엽기적인 장난을 친 간호사 중 1명은 대구에 있는 한 산부인과에서 일을 해 왔으나 최근 그만 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산부인과 관계자는 “사진 유포에 실명이 오른 간호사 3명 중 1명이 근무했다가 그만 둔 것은 사실이나 간호사 근무복장이 다른 등 문제의 사진 장면과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신생아 어머니들은 “간호사들이 어린 생명을 학대했다.”고 흥분하며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관계자들을 엄벌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 잠적한 대구 모 산부인과 간호조무사 L양의 신병을 확보해 사건 경위와 잠적한 이유 등에 대해 조사중이다. 한편 간호협회 대구간호사회는 “조사결과 사진을 올린 간호사는 회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식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책꽂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신현림 지음, 글로세움 펴냄) ‘내 무덤앞에서 울지 마세요/나는 거기에 없습니다’로 시작되는 유명한 영시(A thousand winds)에서 세상살이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시인의 포토 에세이집.‘굿모닝 레터’‘아!인생찬란 유구무언’ 등 다수의 포토 에세이를 펴낸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시어와 사진의 절묘한 조화를 선사한다.8500원. ●삼천갑자 복사빛(정끝별 지음, 민음사 펴냄) ‘흰 책’이후 5년 만에 낸 세 번째 시집. 시인은 자서(自序)에서 ‘삼천갑자, 그러니까 육 삼 십팔, 십팔만년이, 금세 스러질 내 삶에, 내 몸에, 내 사랑에 슬어 있다고 믿는다.’고 고백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상처들과 이를 웃음으로 넘기는 농담으로 가득하다.7000원. ●굶주린 여자(홍잉 지음, 한길사 펴냄) 2000년 ‘베이징 만보’의 10대 인기작가,2001년 ‘중국도서상보’가 정한 최고의 여성작가에 뽑히는 등 중국 페미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장편소설. 문화대혁명 시기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1930년대 중국을 무대로 삼은 연애소설 ‘영국 연인’도 함께 나왔다. 작가는 현재 영국 런던에서 작품 활동 중이다. 각권 9000∼9800원. ●어느날, 크로마뇽인으로부터(이평재 지음, 민음사 펴냄) 도발적 상상력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 내면에 깃든 추악성과 공격성을 집요하게 파헤쳐온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표제작을 비롯해 총 8편의 단편을 묶었다. 작품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 24컷이 작가의 독특한 소설세계에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더한다.1만원. ●어머니, 우리 어머니(김종해 김종철 지음, 문학수첩 펴냄) 신춘문예를 통해 나란히 등단했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두 형제시인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향한 마음을 시로 노래했다.‘…아아 엄마하면/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아름다운 기도인 것을!’(김종철, 엄마엄마엄마)이란 시구에서 삶의 위안이자 시의 생명으로서의 어머니가 오롯이 전해진다.8000원. ●풍경의 탄생(장석주 지음, 인디북 펴냄) 시인이자 평론가인 저자의 6번째 평론집. 지난 7년간 써온 평론을 엮은 것으로 ‘이미지’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본 한국시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했다. 세기말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달려가는 젊은 소설가들의 작품에 대한 분석, 제도권에 갇혀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문학비평의 현주소를 살핀 글들이 실려있다.2만 5000원.
  • 세월 흘러도 변함없는 어머니 사랑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어머니들이 있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시각장애인 자녀들을 맹학교 교사 등으로 키워낸 차금자(56)씨와 국내 최고령자였던 시할머니를 무려 22년 동안 극진히 모셔온 정옥단(45)씨가 주인공이다. 차씨와 정씨는 오는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 33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각각 국민포장·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차씨는 1974년 첫번째 남편과 사별한 뒤 시각장애인과 재혼하면서 남편의 전처 소생의 자녀인 이우관(당시 13세·남)씨와 이은열(당시 5세·여)씨와도 한 가족을 이루게 됐다. 자녀들까지 시각장애인이었던 터라 당시로써는 막막하기만 했다. 더군다나 역술인인 남편의 수입도 넉넉하지 않은 터였다. “피 하나 섞이지 않았지만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적으로는 힘에 부쳐도 앞으로 혼자 잘 살 수 있게 만들어주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차씨는 자녀들의 학교 숙제를 도와줄 때 글자를 대신 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무리 오래걸려도 참고 기다렸다.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자 차씨도 아이들과 밤 새우는 것이 다반사였다. 특히 차씨는 아들 우관씨가 대구에 있는 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교 근처에 방을 얻은 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우관씨를 뒷바라지했다.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우관씨는 서울 맹학교 교사가 됐고, 현재 대구대 대학원에서 특수교육 박사과정을 밟으며 시각장애인 연구자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은열씨도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거쳐 대구대학원 특수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1월 별세한 국내 최고령자인 최애기(당시 110세) 할머니의 손자며느리다. 최씨는 지난 83년부터 최 할머니뿐만 시아버지·시어머니까지 4대에 이르는 가족을 보살펴왔다. 특히 시어머니는 현재 중풍을 앓고 있지만 불평없이 병수발을 하고 있다. 정씨는 “시할머니가 가시던 마지막날 똥오줌을 받아내면서 한번도 더럽다고 생각한 적 없으니 미안해하지 말고 편히 쉬시라며 보내드렸다.”면서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이라면서 겸손해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부모 ‘색깔론’이 남녀차별 부른다

    부모 ‘색깔론’이 남녀차별 부른다

    왜 여자 아이들은 분홍색 옷을 입어야 할까? 남자 아이들에게는 왜 짙은색 옷을 입힐까? 여자 아이는 화려하고 예뻐야 하고, 남자아이들은 씩씩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가치관 때문이다. 이런 한쪽으로 치우친 고정관념 때문에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 사고로 보게 된다. 두살배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을 만나 색깔과 관련한 편견을 실제로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22개월된 딸 하영이에게 입힐 푸른색 원피스를 사러 재래시장에 간 남지현(29·여)씨는 아동복 전문 매장을 두바퀴나 돌았지만 허사였다. 남씨는 “하영이가 친척 언니에게 옷을 물려 입는 바람에 외출복도 분홍색이나 붉은 계통이 대부분”이라면서 “아무래도 분홍색은 때가 잘 타 얌전하게 행동하라고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남씨는 ‘딸을 씩씩하게 키우고 싶어’ 푸른색 원피스나 청바지를 골라 입히고 싶다고 했다. ●“산부인과 여자 아이는 무조건 분홍색 팔찌” 흔히 분홍색은 여성을 대변하는 색깔로 여겨진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난 시각과 몸무게를 적은 분홍색 팔찌를 채워준다. 여자라고 따로 쓸 필요가 없다. 19개월된 딸 주영이를 둔 조은경(29·여)씨는 “산달이 다가오니까 산부인과에서 출산용품은 분홍색으로 준비하라고 넌지시 귀띔해 줬다.”고 말했다. 주영이도 출생 직후 분홍색 팔찌가 채워졌다. 남자 아이 팔찌의 색깔은 파란색이다. 걸음마를 익히자 백화점 의류매장 직원도 분홍색 계통을 권했다. 조씨는 “주영이가 자주 입는 옷은 분홍색과 노란색, 빨간색 순”이라면서 “요즘에는 모녀가 함께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기도 한다.”며 웃었다. 여자 아이가 자라면서 분홍색을 선호하게 되는 것도 이같은 ‘암묵적인’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옷이 화려하면 아들이 돋보이지 않는다?” 남자 아이들은 어떨까. 여자의 색으로 여겨지는 분홍색은 당연히 멀리한다. 심현수(35·여)씨도 17개월 된 아들 민균이에게 푸른색 옷을 즐겨 입힌다. 심씨는 “굳이 분홍색 옷을 입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딸을 둔 어머니들이 “튀어 보이게 하려고” 화려한 옷을 입힌다고 답한 반면 심씨는 “옷이 화려하면 아이가 돋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심씨와 달랐다. 유아복 업체인 ‘해피랜드’의 오현경 디자인실장은 “패션과 외모에 남성이 관심을 갖는 메트로섹슈얼 열풍에 맞춰 남자 아이의 옷도 주황색·보라색 등 과감한 색상을 많이 응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해와 편견을 넘어 고정관념 허물기 사단법인 문화세상 이프토피아도 고정관념을 깨자며 3년째 ‘분홍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재단한 분홍색의 수동성을 거부하고, 대신 ‘화해와 상생’의 상징으로 분홍색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매년 10월이면 ‘분홍파워의 천지개벽-대한민국 여성축제’도 연다. 이들은 “푸른색이 남성성을 상징, 하늘과 평화의 색으로 대접받아온 기존 관념을 깨뜨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 정체성이 생기지 않은 시기에서부터 특정한 색을 접하는 아이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게 돼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여자 아이에게 분홍색을 강조하는 것이나 남자 아이에게 분홍색을 금기시하는 것 모두 비교육적이라는 것이다. 사단법인 공동육아 운영위원장 양용준씨는 “자녀를 어릴 때부터 부모의 시선으로 보고, 고정적인 패턴으로 기르면 다양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성 정체성이 형성되는 5∼7세 전까지 자녀가 의도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딸에게 운동을 시키거나 아들에게 악기를 배우게 하는 것도 바람직한 ‘다양성 교육’의 하나”라면서 “사소하게는 ‘남자도 분홍색을 입을 수 있고 머리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터득하게 하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말했다. 경기대 이부미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색깔이나 언어 형태가 성에 따라 구별되어 있으며, 이같은 경향이 상술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아동 의류가 성인복 디자인을 따라 가면서 여자 아이는 예뻐야 한다는 가치를 어른에게 심는다.”면서 “자녀의 소비패턴은 부모가 주도하기 때문에 부모의 의도에 따라 자녀의 선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선호가 습관이 되면 관념으로 굳어져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세대 부모는 자녀의 옷차림에 상대적으로 편견이 적은 편이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도 자녀의 성역할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 홍희경기자 sunstory@seoul.co.kr
  • 정읍 북면 ‘50년 홀로 고생한 어머니’ 14명 위로

    정읍 북면 ‘50년 홀로 고생한 어머니’ 14명 위로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 혀. 그런 말 난 못혀. 효도를 주둥이로 하는 감. 당신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나도 아퍼.” 1일 전북 정읍시 북면초등학교에서는 ‘면민의 날’을 맞아 남편과 사별하고 50년 이상을 홀로 살아온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행사가 열렸다. 마을 이장의 추천과 심사를 거쳐 14명의 할머니가 받은 것은 ‘제1회 반 백년 한 세월 상’이었다. 북면은 6·25 당시 인민군의 학살로 유난히 남편과 사별한 미망인이 많다. 시상식장에 엉거주춤 선 어머니 송귀순(87·보림리)씨를 지켜 보는 막내아들 이정삼(56)씨는 그만 눈물이 그렁거린다.“내가 세 살 때니께 기억도 못혀. 아직도 어머니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못한당께. 눈물만 팍 쏟으신당께.”이씨도 흰 머리가 수북하지만 어머니 앞에선 그저 막내아들일 뿐이다.“아야 거서 그렇고 있지 말고 뭐라도 먹으래이.”시상식이 이어지며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리는데도 아들을 걱정하는 송씨의 잔소리가 계속된다. 상을 받은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는 82.7세. 가장 나이가 많은 신순녀(94·남산리) 할머니는 아들 내외가 안겨준 꽃다발을 안고는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할머니 대부분이 초등학교 문턱도 넘지 못했다. 고향인 전남 무안을 떠나 정읍에서 남의 집 더부살이로 살았다는 신씨는 “내는 못 배워도 애들은 쑥 뜯어다 먹이며 가르쳤제. 새끼들 안 굶겨 죽이려고 힘께 남편 생각도 못했제.”라며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 나현숙(78·승부리)씨의 수상을 지켜보던 아들 유창범(55·대전)씨도 눈시울을 붉힌다. 전쟁이 발발하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 유씨는 어머니 뱃속에 있었다. 공무원인 유씨는 “애비없는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이라도 받을까 어머니에게 오지게 맞았다.”면서 “어머니는 강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딸이라고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도 딸도 모두 할머니가 됐지만, 딸은 어머니가 밟아 온 길을 걸어갈 자신이 없다고 고백한다. 최양순(76)씨의 둘째딸 이유순(60·마정리)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새벽에 머리라도 매만지면 ‘오메 시집가려나 부다.’하고 겁나게 눈물을 쏟았제.”라고 추억했다. 이씨는 “나는 어머니처럼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장담을 못한다.”면서 어머니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상식은 할머니의 이름을 한 분씩 호명한 뒤 “50년을 한 세월로 대나무처럼 곧은 마음, 소나무처럼 추상같은 마음으로….”라고 상패의 문구를 읽는 순으로 진행됐다. 북면 사람들은 이 상이 해가 거듭될수록 수상자가 줄어들어 ‘시한부 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기문(52) 면장은 “열녀상이 아니라,50년 이상 홀로 고생하신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에게 드리는 상”이라면서 “단 한 분이 남을 때까지 매년 ‘면민의 날’에 시상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 정읍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학교폭력 엄마들이 잡는다”

    “학교폭력 엄마들이 잡는다”

    “학교폭력은 엄마들이 잡겠습니다.” 일진회 파문 등으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관악 어머니폴리스’가 구성돼 학교 주변 순찰에 나선다. 서울 관악구 지역의 20개 부녀회 회원 등 324명으로 이루어진 어머니폴리스는 23일 오전 관악구민운동장에서 발대식을 갖고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어머니폴리스는 ‘관악어머니POLICE’라고 적힌 조끼와 모자, 머플러 차림으로 지하주차장 등 아파트 단지 취약지역을 방범순찰하고, 등·하굣길 학생 상담활동 등을 펼치게 된다. 효과가 좋으면 일반 주택가로 순찰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달에 한 차례씩 경찰 지구대장과 회의를 갖고 주민협력치안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발대식에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문용린 교육학과 교수와 김영식 관악경찰서장, 권택희 동작교육청 교육장, 관악구 일대 초·중·고 교장 등이 참여했다. 문 교수는 “학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폭력이 난무하는 곳 가운데 하나”라면서 “학교 밖에서 관심을 가지면 학교 안에서도 바뀔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학교폭력 추방에 앞장서자.”고 밝혔다. 그는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피해 학생들의 신고뿐”이라면서 “어머니 경찰의 활동과 더불어 학교폭력 발생 초기에 신고문화 정착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악경찰서 강복수 생활안전과장은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까지 순찰을 강화하고 어머니들로부터 동네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보건소 탐방/안양 만안구] 아가, 건강하게 자라다오

    [보건소 탐방/안양 만안구] 아가, 건강하게 자라다오

    12개월 미만의 영아에 대한 영양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 때가 평생의 식습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편식을 한다든가 영양상태가 좋지 못한 것은 이유기 영양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메일링 서비스 맞벌이부부에 큰 도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보건소가 이유기를 중심으로한 ‘주민영양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 사업은 타지역 보건소의 벤치마킹이 잇따를 정도로 짜임새 있게 운영되고 있다. 보건소는 우선 ‘우리아기 이유식’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이유식 메일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거나 보건소를 방문할 형편이 못되는 어머니들이 직장 또는 집에서 손쉽게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건소는 만 12개월 미만 영아를 둔 어머니가 회원에 가입하면 태어난지 3개월부터 12개월까지 매달 개인별 월령에 따른 이유식 영양교육 정보를 제공한다. 내용은 ▲월령별 영아의 이유식 도입단계 및 양▲이유시간▲이유식 실시시 주의사항▲이유식 조리법▲편식예방▲아픈 아이를 위한 이유식 등이다. 이연경 영양사는 “컴퓨터 보급이 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잘못된 이유식 정보를 접할 때가 적지 않다.”며 “이 시기가 평생의 식습관을 좌우하는 만큼 부모들의 세심한 관리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이유식 메일을 받아보려면 안양시 만안구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우리아기 이유식’을 클릭하고 회원에 가입하면 된다. ●아침식사 중요성 주제 뮤지컬 공연 온라인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어머니들을 위한 오프라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관내 요리학원과 연계,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이유식 요리교실’을 3월부터 11월까지 격월제로 마련하고 있다.1회에 2시간씩,2주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며 단계별로 8가지 종류의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참여인원은 200명이다. 또 매주 수요일 오전에는 보건소에서 이유식 영양상담 시간을 갖는다. 안양시 거주 4세 미만 아동을 둔 어머니(120명)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예약제로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한 후 보건소에서 상담을 실시한다. 보건소는 이와함께 매년 5월이 되면 어린이날 기념 ‘영양 아람치(자기 차지라는 뜻)’ 뮤지컬 공연을 마련한다. 올해는 안양문예회관 소극장에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모두 9차례에 걸쳐 아침식사의 중요성과 관련한 뮤지컬을 공연할 계획이다. 시립 및 민간 어린이집 유아 3500여명이 관람한다. 보육시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양교실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요리교실, 초등학생 비만예방프로젝트 등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셋째 아기 낳으면 출산 축하금 임신부를 대상으로 기형아 무료 검사도 올해부터 실시한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기형아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관내 10곳의 산부인과와 협약을 맺어 임신부들이 무료 검사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신부들은 관할 보건소를 찾아 임신부 등록을 한 뒤 쿠폰을 발급받아 이들 10개 병원 중 한 곳을 찾아 검사를 받으면 된다. 검사결과는 해당 병원에서 개별 통보되며, 검사비는 보건소가 추후 부담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기형아 검사를 하면 초음파 검진에서 확인되지 않는 다운증후군이나 신경관 결손 등을 사전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는 또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부터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아기 1명당 10만원이 들어 있는 예금증서를 지급하고 있다. 출산 축하금 지급 대상은 안양에 거주하면서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출산한 아이를 안양시 주민등록에 등재하는 경우로 출생후 3개월 이내에 거주지 동사무소나 보건소를 찾아 신청하면 된다. 보건소 관계자는 “초 저출산 시대를 맞아 출산 장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축하금을 지급하게 됐다.”며 “당초 출산용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셋째 아이의 경우 첫째나 둘째가 쓰던 용품이 있을 것으로 보고 현금이 들어있는 예금통장을 지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열린세상] 한석봉 어머니는 이제 그만/김민환 고려대 언론학 교수

    남북한 7000만 동포가 다 아는 실화(實話)가 하나 있다. 주인공은 한석봉의 어머니다. 아들이 학업에 정진하지 않아 애가 탄 어머니는 어느 날 밤 등잔불을 꺼놓고 아들과 시합을 벌인다. 어머니는 떡을 썰고 아들은 글씨를 쓴다. 불을 켜고 보니 어머니가 썬 떡은 가지런한데 아들이 쓴 글씨는 그렇지 못하다. 석봉은 대오각성하여 서예에 정진해 드디어 독특한 서법을 남길 만큼 대가가 되었다. 아들 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 옮긴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동양 현모(賢母)의 귀감이라면 석봉의 어머니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표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조선조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의 어머니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석봉이 살았던 16세기에 서구에서는 역사의 대전환이 활기차게 이루어졌다. 석봉이 태어나기 50여 년 전에 이미 콜럼버스가 바하마제도와 쿠바를 발견했다. 얼마 뒤 마젤란은 태평양 항해를 서둘러 필리핀에 도착했다. 탐험가들이 새로운 항로를 발견함으로써 돛을 단 것이 서구 자본주의였다. 서구 경제는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었다. 뒤이어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면서 서구사회에서 봉건제는 급격하게 퇴조하고 자본주의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16세기에 석봉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명필이 되라고 하기보다는 장인(匠人)이 되라고 했어야 한다. 석봉에게 글씨를 쓰게 하기보다 떡 써는 기계를 만들라고 했다면 그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떡을 써는 기계, 세상에서 가장 가지런하게 떡을 써는 기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가 그런 기계를 만들었더라면 그의 어머니는 떡을 써는 힘든 숙련노동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석봉 자신은 큰돈을 모았을 것이다. 그 시절에 조선의 부모들이 자식에게 관리나 명필이 되도록 강요하지 않고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게 했더라면 조선도 당당한 자본주의 나라로 발전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16세기에 아들이 떡 써는 기계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보다 서예를 하는 선비가 되기를 선호한 어머니가 절대다수였다는 사실(史實)이 아니다. 압축성장으로 자본주의 도약의 신화를 일군 우리나라에서 오늘날도 거의 대부분의 어머니가 석봉의 어머니와 같은 바람으로 자식을 키우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事實)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도 선비 좋아하는 봉건제적 유한(遺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16세기에 항해술을 택한 나라가 3세기 뒤에 제국이 되는 데 반해 명필을 택한 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한 역사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어머니의 이런 경향은 교육 분야에 여과 없이 투영되고 있다. 이공계에 대한 인기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이공계 중에서도 순수과학 분야는 그야말로 고급두뇌가 약속이나 한 듯이 기피해 명문 대학의 대학원 과정마저 학생정원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이공계 중에 그나마 의과대학이 명맥을 이어가지만 그 분야도 들여다보면 기초는 사람이 없고 안과니 성형외과니 하는 분야만 법석거린다. 이공계가 파리를 날리고 있는 데 반해 사회계는 때 아닌 활황이다. 그것도 실용적인 사회과학분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수한 학생은 거의 법대와 경영대가 쓸어가고, 요즘은 불황이 장기화되어 그런지 사범계가 새 바람을 타고 있다. 법조나 기업이나 학교가 일할 만한 곳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공계가 부실한 상황에서 사회과학분야, 그것도 응용분야가 인재를 싹쓸이하는 건 아무래도 불안하다. 자본주의는 뭐니 뭐니 해도 이공계 없이는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기 때문이다.21세기는 정보사회라니까 그런지 내가 속한 신문방송학 쪽도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자꾸 공허한 느낌이 드는 건 숨길 수 없다. 강한 나라 어머니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를 사랑한다.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 교수
  • 청계천 복원 맞춰 헌책방 부활!

    청계천 복원 맞춰 헌책방 부활!

    ‘청계 고가는 사라져도 헌책은 남는다.’ 한때 신학기 철마다 참고서와 문제집 등을 구하러 온 학생들로 북적이던 50여년 전통의 청계천변 헌책방 거리. 청계천 고가도로 아래는 길거리까지 책을 가득 쌓아놓고 파는 헌책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책을 구하는 헌책 ‘마니아’들이 사시사철 이 곳을 찾았다. 하늘을 가렸던 도로가 철거되고 청계천이 밑바닥을 드러낸 지금,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대형 서점들이 신학기를 앞두고 책을 사러 나온 학생들로 붐비던 21일 그곳을 찾았다. “그 책 사려고요?속 내용은 올해 나온거랑 똑같고 겉 포장만 달라요. 한 권씩은 안팔고요,8000원에 세 권 가져가세요.” 1만 8000원짜리 초등학생용 전과는 2004년도 발행이라는 표시를 달았다는 ‘죄’로 헐값에 불리고 있었다. 겉은 약간 때가 탄 모습이었지만 속은 낙서 한 줄 없었다.‘이렇게 멀쩡하니 중고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사러 오는 사람들 꽤 있겠다.’는 말에 상인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많지는 않아요. 그나마 애들 책이 잘 나가는 편이지, 좀 큰애들 꺼는 워낙 자주 바뀌니까 헌책 사들이기도 그렇고 잘 팔리지도 않아요.” ●신학기 ‘무색’, 어린이 도서 판매는 약진 청계6가에서 5가로 이어지는 청계천변 서점 밀집지역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신학기이지만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팔거나 사러 온 중·고생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초등학생용 전집을 살펴보는 어머니들, 잡지를 뒤적이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정도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고르고 있었다. 천장까지 쌓여 있는 책 속에 자신이 찾는 책이 있을지 유심히 들여다보는 중년 남성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외국 잡지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한 서점 앞에서 책을 보던 김경화(18)양은 “패션 잡지를 좋아해서 외국 잡지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여기 자주 나온다.”면서 “하지만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살 때는 매번 바뀌는 수능 출제경향에 맞춰 새로 나온 책이 많은 대형서점으로 간다.”고 말해 이곳에 중·고생들이 붐비던 ‘신학기 대목’이 무색해진 이유를 짐작케 했다. “새책도 여기오면 30%는 싸게 살 수 있는데 잘 모르시나 봐요.” 조카에게 선물할 ‘먼나라 이웃나라’ 세트를 산 이용선(38·여)씨는 “학교다닐 때 이곳에 오면 구경거리도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져서 아쉬운 감도 있지만, 옛 생각도 나고 절약도 되니까 온다.”고 덧붙였다. 한때 청계천로를 따라 100여개가 넘는 서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던 청계5·6가의 청계천변 헌책방 거리. 지금은 청계6가 사거리 인근 동대문종합시장과 마주 서있는 평화시장쪽에 45개 정도의 서점들만이 지키고 있다. ●‘그래도 나아질 낌새가 보여요’ 청계천 복원공사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 책이 쌓여 있어 사람이 많지 않을 때도 한산하지만은 않은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노점 단속 덕분인지 보도가 말끔히 정돈돼 책도 사람도 붐비지 않았다. 차들로 꽉 막혀 있는 도로와는 대조적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해 문정·장지동 유통단지로의 이전 신청을 내지않고 청계천변을 떠나지 않기로 한 상인들은 ‘청계천이 개통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30년간 이곳에서 서점을 운영해온 홍대기씨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작년에 비하면 낫다.”면서 “올해 들어 조금씩 나아질 조짐이 보인다.”며 웃음 지었다.“에이 좀 깎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손님의 애교 섞인 부탁에 3만 2000원짜리 사전 세 권을 7만 3000원에 넘겨 준 홍씨는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이렇게 찾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자리를 꼭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평화시장 차경남 과장은 “예전에 비하면 서점 수도 줄고 이곳을 찾는 손님도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오는 4월 말이면 청계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고 하니 찾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지 않겠느냐.”면서 “청계천이 개통되고 거리가 활기를 찾으면 서점들도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아동전집류 싸게 판매 종로 대학천 상가 청계천 헌책방 거리와 이웃하고 있는 종로 대학천상가는 ‘책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시장이다. 사전·어린이도서·백과사전·전집과 만화·소설 등 단행본을 도·소매하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헌책보다는 주로 신간을 저렴한 값에 판매하고 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 맞은 편 동대문 종합시장 B동 옆 대학천상가 1층에 2∼3평 남짓한 가게 70여개가 다닥다닥 모여있어 겉은 매우 허름하다. 그러나 이 곳도 알고보면 역사가 깊은 시장이다. 6·25 전후 몇 개의 서점들이 모인 데서 시작돼 1970년대 쯤에는 100여개의 서점들이 몰렸을 정도로 도서 도매의 요지였다는 것. 전집 위주의 어린이 도서 판매 비중이 70%정도로 많아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상인들은 “같은 책을 여러 명이 교재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 어머니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여기서 책을 주문해 가면 따로 사는 것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청계천 헌책방들과 달리 이 곳은 문정동 이전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서울시 서점조합 종로지구위원회 박수윤 사무국장은 “건물이 너무 낡은 데다가 장소도 비좁아 재정비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소매 손님들도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책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오후 10시) 급속한 경제발전과 13억 인구를 토대로 세계의 생산기지가 된 중국. 그러나 공장 폐수와 매연은 그대로 강에서 바다로, 하늘로 퍼져 나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 대기 오염물질의 20∼40%는 중국에서 발생해 이동해 온 것이다. 중국의 환경오염,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눈으로 뒤덮인 남극, 그 곳에서 두 남자의 불꽃 튀는 결투가 벌어졌다. 한국 최고의 배우 송강호와 유지태, 과연 그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얀 눈밭에서 만난 그들이 쓰는 남극일기를 엿본다. 도쿄에서 펼쳐진 신화의 일본 콘서트를 현지의 무대 그대로 만나본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호롱불 밑에서 밤새도록 바느질을 하시며 자식들의 겨울옷을 한 땀 한 땀 지어 주시던 우리의 어머니들. 그 정성이 담긴 옷가지들 중 하나가 바로 누비다. 누비란, 정말 한 땀 한 땀 살아 숨쉬는 정성의 응결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누비 속에 담긴 역사와 과학을 알아본다. ●일과 사람들(EBS 오전 7시10분) ‘생생 직업 속으로’코너에서는 대양 바이오테크를 찾아가 그곳에서 일하는 환경 정화시설 종사자들에 대해 알아본다. 매일 24시간을 풀가동하면서 맑은 정화수를 만들어내는 하수처리장.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다양한 기술과 현장에서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왕꽃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미영이 술을 마신 것이 신경쓰인 판 원장은 부엌에서 북어를 다듬다가 때마침 미영의 속풀이 국을 끓여주기 위해 내려왔던 행자에게 들키고, 행자는 이 모습이 어이없어 웃는다. 무빈 어머니가 초원이 차려온 밥상을 받아 먹자 초원은 기뻐하지만, 무빈어머니는 남의 이목이 두려워서라고 말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형우가 희만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수형은 울음을 터뜨린다. 형우는 술에 취해 승주에게 아버지가 자식을 볼 수도 없는 거냐며 넋두리를 하는데, 마침 호영이 집에 들어 온다. 승주로부터 형우가 만취해 있다는 전화를 받은 인영은 뜬 눈으로 밤을 새다가 자신도 술을 마신다.
  • [30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나영은 신률의 사무실에서 비서를 대신해 영어로 전화를 받는다. 그 때 들어선 재혁은 나영의 영어 실력에 대해 뭐라고 한마디 하며 그대로 사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가영은 원고 마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한 가운데 준호 친구의 어머니들이 집을 찾는 바람에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쁘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동아시아에서 가장 풍요로운 갯벌 중의 하나로 대륙을 거쳐 이동하는 200만 마리의 철새들이 이용하는 곳, 새만금. 주민들에겐 어류 양식장과 해산물이 풍부한 식량의 보고이고, 철새들에겐 휴식처와 먹이를 제공해 준다. 정부는 이곳을 막는 엄청난 공사를 하고 있는데…. ●사이언스 대전(EBS 오전 11시10분) 겨울방학 특집으로 오금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다. 딱딱하고 경직된 사제관계에서 벗어나 제자와 교사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사제간의 화합은 물론 축제의 즐거움도 덤으로 얻는다.16팀의 불꽃 튀는 창의력 대결 속으로 들어가 본다. ●결정! 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부드러운 닭가슴살과 조화를 이룬 카레, 거기에 수제 요구르트로 깔끔한 마무리를 한 치킨 카레. 오므라이스의 대혁명, 안심과 볶음밥을 살포시 덮은 부드러운 계란과 오감을 유혹하는 삼색 소스의 안심 오므라이스. 치킨 카레와 안심 오므라이스의 맛대결을 지켜본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아리는 분가하라는 말에 솔깃해 하면서도 왠지 때가 아닌 것 같아 망설이는데, 지환은 아리에게 결정권을 넘긴다. 장난감을 사 들고 찾아온 창수, 아빠와 함께 밝게 웃는 준이의 모습은 성실에게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창수는 처음으로 아버지 노릇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KBS스페셜(KBS1 오후 8시) 친환경 농업을 통해 우리 농업의 미래, 더 나아가 식량생산의 기지인 농촌과 농업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미 소비자들은 국내산, 외국산을 따지지 않고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을 선택하고 있다. 친환경 안전농산물 수출이 확대된다면 우리 농업은 21세기 첨단산업이 될 수 있다.
  • 사진찍는 주부모임 ‘새이웃 사진회’

    사진찍는 주부모임 ‘새이웃 사진회’

    “사진이 좋아 사진을 통해 만난 지 벌써 22년이 됐습니다. 가정에서는 아내이자 어머니들이지만, 카메라를 들고 떠날 때만큼은 작가로 변신합니다.” ‘새이웃사진회’의 이춘애(58·서울 송파구 풍납동) 회장.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진동우회가 많지만 ‘새이웃사진회’처럼 자랑거리가 많은 모임도 드물다고 강조한다. 우선 회원 14명 모두가 22년째 함께 걸어온 주부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 2년마다 한번씩 신년초에 사진전을 열어왔다. 올해도 오는 24∼29일 서울 중구 충무로2가 후지포토살롱에서 10번째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 회장의 ‘물’을 비롯, 한경숙(백로) 이혜령(단풍) 진길자(풍경) 심경님(네온사인) 윤정애(모래) 김명화(꽃) 김진숙(일출) 박소연(일출) 오길자(꽃과 벌) 성기향(겨울) 등 모두 40여점이 출품된다. 또 있다. 회원들은 처음엔 평범한 주부들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사진작가협회에 등록될 만큼 프로급으로 성장했다. 초보자를 위한 출장 강의를 할 정도의 수준이다. 연령층은 40대 1명,60대 2명, 나머지가 50대. 그러나 대부분 20∼30대 못지 않은 열정을 갖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 전국 어디든 카메라를 둘러메고 개척자의 정신으로 달려간다. 최근에는 설악산과 동해안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산하와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보존하자는 나름대로의 명분도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집에 사진 현상을 위한 암실까지 마련해 놓았다. 이웃이나 친지들의 대소사에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참석한다. 슬프거나 기쁠 때에도 카메라를 멘다는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감동이 탄생된다.”며 웃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이시대의 어머니상 탤런트 고두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이시대의 어머니상 탤런트 고두심

    누가 18세를 낭랑(朗朗)이라고 했나. 한 여인이 그때 시집갔다. 꽃다운 나이였다. 결혼은 지독한 외로움에서 시작했다.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살았다. 산고의 울부짖음 속에 직접 탯줄을 끊고 목욕시키며 첫 아이를 출산했다. 그렇게 자식 열둘을 낳았다. 그중 다섯은 어머니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어찌하랴. 나머지 자식들이 있으니 견딜 수밖에. 모진 세월, 그렇게 온몸으로 아픔을 이겨냈다. 일자무식이었지만 자식을 억척스럽게 꼭꼭 보듬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살다가 떠났다. 하지만 지금은 거울이 되어 늘 곁에 있다. “엄마, 지금도 TV에 나오는 걸 보나? 나, 상 탔거든. 엄마가 그랬지, 편지가 따로 있냐,TV가 편지지라고. 난 엄마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세상을 한꺼풀 벗긴 해탈의 모습이었거든. 어머니…,50년 동안 묻어두고 못한 말을 이제야 합니다.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닮고 싶은 거울이지요.” 인기 탤런트 고두심(54). 올해를 이렇게 시작했다.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준 거울을 부둥켜안고 50년 동안 가슴에 묻어둔 고백을 했다. 또한 스스로 ‘이 시대의 어머니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어머니처럼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는 2004년 KBS·MBC 양 방송사에서 연기대상을 받았다.TV 시청자들은 고두심에게 어떤 이미지를 느낄까. 한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청와대 안주인 1순위,2002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인…. ●질곡의 어머니·한많은 어머니 그는 연기생활 33년 동안 처녀 역할은 한번도 안해봤다. 천의 얼굴을 가진 탤런트라고 하지만 대부분 어머니 역이었다. 질곡의 어머니, 바보같은 어머니, 한많은 어머니. 목욕탕의 때밀이 등을 맡느라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고두심’ 하면 두개의 이미지, 즉 ‘어머니’와 ‘제주도’로 귀결된다. 지난 주 서울 여의도 MBC방송국 녹화장과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서울갤러리에서 연달아 만났다. 방송국에서는 밤을 샌 초췌한 얼굴이었고, 갤러리에선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방송국에서 만날 때였다. 전남 남원에서 올라왔다는 주부 김모(45)씨. 그는 고씨를 보자마자 달려오면서 “일부러 (사인받으려고)올라왔어요. 정말, 요즘의 어머니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시청자 김씨가 보는 눈에는 많은 함축이 담겨 있었다. 순간, 속으로 ‘아, 이 정도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를 챘는지 고씨가 이렇게 얘기한다.“나 있잖아, 지나가다 보면 아기 업은 엄마들이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맙다는 얘기를 자주해. 어떻게 그렇게 잘 (어려운 어머니 역할을)대신해 주냐고.”. 수줍게 피식 웃는다.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는 표정이기도 했고, 요즘 ‘나 이렇게 살아.’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TV 속의 어머니가 아니라 요즘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표준’이 생각났다. 고씨 또한 각박한 시대에 20대 아들과 딸을 둔 그런 어머니였다. 고씨는 지난 9일 제주 출향 인사들이 베푼 만찬에 참석했다. 장소는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 고교 때 은사였던 김원치 전 검사장을 비롯,50여명이 고씨를 위한 축하의 자리를 열었다. 그가 그저 인기 탤런트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제주를 무척 사랑하는, 인간적으로 친근함을 주는 사람임을 입증해 주는 상징적 자리이기도 했다. 고씨는 평소 자주 ‘제주는 어머니’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어머니는 무엇일까. 불쑥 질문을 던지자 거침없이 말문을 연다.“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우리 어머니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사랑하고 우리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합니다. 또 어머니가 사랑하는 제주, 어머니같은 제주를 사랑합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나에 대해서만 말해왔지요.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 얘기를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50대중반에 찾은 해답도 어머니 그는 불혹의 나이 때부터 심각하게 고민을 해왔다. 의혹투성이의 삶을 풀기 위해 자신의 뿌리, 태어나기 이전, 어머니와 아버지의 시대, 그때를 알아야 실체를 그나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5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해답을 찾았단다. 바로 ‘어머니’였다. 지난 연말 연기대상을 받았을 때 수상 소감으로 ‘어머니’라는 외침을 여섯번이나 했다. 식당에서 돈가스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그는 “IMF 이전에는 아버지였으나 이제는 어머니가 희망이 아니냐.’고 했다. 어머니는 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또 변해도 ‘삶의 본질’ 자체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어머니들은 바다에 옥죄어 살아야 했지요. 한뙈기의 논도 없는 제주에서 가난으로 인한 박대도 많았지만 어머니들은 자식을 온몸으로 감싸안았습니다.” 고씨의 집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다. 앞마당에 어머니(홍정의·84살에 작고)는 앉아 있고 자신은 선 채로 대화하는 모습의 그런 동상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결코 어머니를 보내지 않았다. 안방에 없으면 마당에 계시고 마당에 안 계시면 제주 오빠네 집에 가 계시다.”며 웃는다. 또 야외촬영을 갈 때 흐트러진 모습을 고치기 위해 어김없이 생전의 어머니가 남겨준 거울을 꺼내본다고 했다. ●다섯째로 태어나 23살때 연기자의 길 1938년 결혼 직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태평양 사이판 서남쪽 부근 ‘얍’이라는 미개척섬에서 인생의 보따리를 풀었다.10년의 세월 동안 일본과 얍을 오가며 장사를 했다. 어머니는 해녀는 아니지만 제주 여인들이 누구나 그랬듯이 바다에서 자맥질을 자주했다. 해방후 삶의 무대를 제주로 옮겼다.1948년 4·3사태가 생기면서 삶이 어지러웠다. 그래도 어머니는 늘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이었다. 고씨는 3년후 다섯째로, 어머니의 외모를 빼닮으면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고씨는 여객선 3등선에 의지해 육지로 나왔다. 서울에 사는 오빠에게 밥을 해줘야 한다는 ‘명분’으로 어머니를 설득했다. 서울에서 처음 한 일은 무역회사의 사무원.1년이 조금 안돼 MBC공채 5기에 뽑혀 탤런트가 됐다. 스물셋에 연기자가 됐지만 불행(?)하게도 처녀 역할은 한번도 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줌마나 어머니, 아니면 할머니역이었다. 결혼 적령기에 무뚝뚝하지만 매력있는 부산 남자를 만나 뜨겁게 사랑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밤열차를 타고 그의 품에 안기는 낭만은 ‘그만’이었다. 꿈같은 신혼시절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20년 결혼생활, 그는 어머니한테 ‘이혼’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를 보듬어 안았다. 이유도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지요. 어머니는 촬영장에 따라가시려고 주머니 속에 항상 양말을 숨겨 놓으셨지요. 전원일기 촬영장인 경기도 양수리를 가시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는 어머니란, 설명이 많을수록 감동이 없다고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시대는 어머니가 희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씨는 현재 평창동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과 딸 두 자녀는 미국에서 지낸다. 일요일이면 여섯시간이나 걸려 북한산을 종주할 만큼 체력을 관리한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1년 5월 제주 출생 ▲70년 제주여고 졸업 ▲72년 MBC 공채 5기 탤런트 ▲72년 드라마 ‘갈대’로 데뷔 ▲95년 극단 로뎀 단원,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위촉 ▲99년 축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 ▲2002년 제4회 광주비엔날레 명예홍보대사 ▲수상경력=1990년 KBS·MBC연기대상,91년 백상예술대상·MBC연기대상.97년 제주도문화상.2000년 SBS연기대상.2004년 KBS·MBC연기대상 ▲연극 ‘투우사의 왈츠’ 등 6편, 영화 ‘질투’ 등 8편, 드라마 ‘한강수타령’외 50여편 출연.
  • [의회]구로구 백해영 의원 교육·보육시설 확충 온힘

    [의회]구로구 백해영 의원 교육·보육시설 확충 온힘

    “자녀를 키우다 보니 교육과 보육 문제에 저절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린이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투자만이 구로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구로구의회 백해영(39·구로5동) 의원은 ‘새내기’ 꼬리표를 뗀 초선 의원이지만 지난 2002년 구의회에 진출한 이후 구로의 교육·보육 전문가로 중진 의원 못지않은 활동을 펼쳤다. 의회 유일의 여성 의원이기도하다. 백 의원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은 구로구립어린이도서관 설치. 의회에 진출한 뒤 줄곧 필요성을 강조해왔다.9살난 아들과 4살난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 만큼, 교육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 백 의원의 노력은 지난 5월 구로4동 구로구시설관리공단 3층에 구립어린이도서관이 생기면서 2년만에 결실을 보았다.100여평 규모에 그림책과 동화책, 일반 백과사전 등 1만 7000여권의 장서를 갖춘 구립어린이도서관은 개관한 지 1년도 안 돼 구로구의 명물로 떠올랐다. 백 의원은 “교육환경 개선이 주민들의 가장 큰 염원”이라면서 “‘도서관 덕분에 이사가는 것도 취소했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지역 어머니들과 아이들의 호응이 높다.”고 흐뭇해했다. 보육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 급식 비리를 저지른 구립 미래어린이집이 공교롭게 백 의원의 지역에 있었다. 백 의원은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함께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주민과 관공서가 함께 꾸리는 보육정보센터 설치를 위해 올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모든 보육 시설의 정보와 특성을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게 목적이다. 백 의원은 “발전만 강조하다 보면 사회복지의 측면이 간과되게 마련”이라면서 “갈등이 아닌 상생의 구정을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성공시대] ‘쌀버거’ 히트 정인순 대표

    [성공시대] ‘쌀버거’ 히트 정인순 대표

    히트 상품의 가장 큰 비결은 ‘탈(脫)고정관념’이라고 했던가.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문곡리 ㈜라이스랜드 대표 정인순(45·여)씨. 밀가루 대신 쌀로 햄버거 빵을 만들어 히트를 친 그녀는 기업을 일으키기 전에는 농촌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벼 농사만으로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고, 청소년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10여년 노력 끝에 국내 처음으로 쌀로 햄버거 빵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쌀 버거’를 생산하게 됐다. ●쌀로 햄버거 빵 만들어 연 매출 10억원 상회 이 회사는 요즘 경기 남부지역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쌀버거’로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사 설립 첫 해인 2001년에는 외형이 4000여만원에 그쳤으나 이듬해에는 5억원으로 10배 이상 신장했으며, 지난해에는 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3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0억원을 목표로 잡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녀가 만든 쌀버거는 유명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라이스버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라이스버거는 쌀밥으로 햄버거 빵 모양을 만들어 그 속에 고기와 야채를 넣은 패스트푸드. 그러나 쌀버거는 쌀을 발효시켜 만든 빵이어서 밥을 먹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기존 햄버거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도 거부감이 없다. 뿐만 아니라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데다 야채를 많이 넣어 일반 햄버거보다 칼로리가 낮고,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어머니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 패스트 푸드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서 비만 등 성인병 증상이 늘고 있어 걱정스러운데 쌀버거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웰빙식품이라 마음이 놓인다더군요.” 그래서 학부모회나 자모회 등에서 대량 구입해 학교에 남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거나,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때 많이 찾는다. 현재 이들 제품은 주로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체인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식사 대용 혹은 간식거리로 등산객과 회사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쌀 발효기술 개발에 꼬박 10여년 그녀가 10년 넘게 연구한 비법은 쌀을 발효시키는 기술. 반죽을 부풀리려면 베이킹 파우더나 이스트가 들어가야 하는데 쌀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빵처럼 부풀어 오르기는커녕 삭아버리기 일쑤였다. 갖가지 재료로 이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해법은 우연히 만든 콩물이었다. 콩물을 섞으면서 반죽을 부풀리는 이스트성분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일정량의 막걸리를 첨가함으로써 일반 빵에 가장 가까운 쌀 빵을 만들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한 쌀버거 특허를 등록했다. 앞서 2001년에도 쌀 피자를 특허 등록,TV에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녀가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0년대 초. 평택에서 태어나 농부의 딸로 자라온 그녀는 4H클럽 등 봉사 활동을 통해 농촌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앞으로 우리 농업의 설 땅이 좁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쌀 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쌀 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데도 농민들은 농사만 지으려고 해 안쓰러웠요. 때문에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특성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정씨는 처음에는 피자가게로 출발했다. 물론 쌀로 만든 피자였다. 예부터 즐겨 먹던 빈대떡을 만드는 원리에서 착안했다. 수입 밀가루 반죽 대신 찹쌀과 멥쌀을 적당히 섞고, 김치·버섯 등 각종 우리 농산물을 넣었다. 맛도 맛이지만 농업인이 혼자의 힘으로 가공식품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쌀 피자가 인기를 끌었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6년전 39살때 만학… 식품영양학과 진학 39살에 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다.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분야에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쌀버거, 쌀 스파게티, 쌀 그라당. 쌀보리버거, 장아찌주먹밥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개발했다. 현재 그녀의 회사에서 소비하는 쌀을 연간 700여가마(80㎏ 기준). 전량 평택에서 생산되는 쌀이다. 남편이 3만여평에서 짓고 있는 쌀도 모두 소화하고 있다. 농사만 지었다면 1년에 수익을 몇천만원밖에 낼 수 없었겠지만 쌀버거 덕분에 수십배의 부가가치를 얻고 있다는 정씨는 “무엇보다 우리 농산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게 돼 힘이 절로 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3남매 못지킨 ‘고단한 삶’

    3남매 못지킨 ‘고단한 삶’

    “우리 막내아들, 받아쓰기 못해서 혼이 나도 ‘엄마, 잘 할 게요.’하면서 웃던 내 아들…미안해, 얘들아.” 9일 오전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 영안실.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 소속 금모(35) 경장과 정모(37)씨 부부는 날벼락 같은 불행이 믿기지 않는 듯 어린 삼남매의 이름을 연방 불러댔다. 한동안 혼절했다가 깨어난 정씨는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어. 깨우러 가야 해.”라고 되뇌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다세대주택 2층 전셋집 새벽 화재 삼남매는 철야근무로 집을 비운 경찰관 아빠와 생계를 돕고자 새벽에 신문배달을 나간 엄마를 제대로 한번 불러보지도 못한 채 잠결에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삼남매가 잠들어 있던 서울 강동구 천호4동 다세대주택 2층 금 경장의 전셋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것은 9일 오전 5시11분쯤. 거실 입구에서 시작된 불길은 맹독성 연기를 내뿜으며 집 내부를 태우기 시작했고, 자욱한 연기는 순식간에 금 경장의 큰딸(11)과 8살·6살배기 아들이 자고 있는 작은방을 덮쳤다. 불은 소방차가 출동한 지 13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구조대원이 방안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삼남매의 숨결은 느껴지지 않았다. 주민들도 가세해 유리창을 깨고 불을 끄려 했으나 거센 화마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둘째와 셋째는 잠을 자던 침대에서 발견됐고, 바닥에서 자던 첫째는 밖으로 나가려다 숨이 막힌 듯 얼굴을 방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라 미처 손도 써보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 같다.”면서 “문도 채 열지 못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잠자던 작은방에서 모두 숨져 비보를 듣고 달려온 부인 정씨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는데 그까짓 돈이 뭐라고,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느냐.”고 자책하며 가슴을 쳤다. 특수기동대에서 71중대 분대장을 맡고 있는 금 경장은 지난달 노동계가 동투(冬鬪) 국면에 접어든 직후부터 계속 철야근무를 해왔다. 이날도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영등포에서 밤새 시설경비 근무를 서고 있었다. 부인 정씨도 늘 해오던 대로 신문배달을 하고 있었다. 송파지역에 자그마치 700여부의 신문을 배달해야 하는 정씨는 매일 오전 1시쯤 집에서 나와 6∼7시에야 집으로 돌아가 서둘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숨가쁜 일과를 이어왔다.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삼남매를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던 부부의 꿈은 한순간에 스러지고 말았다. ●“죄 많은 탓”, 부모 오열 빈소에는 동료 경찰관과 친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큰딸의 학교 친구 어머니들은 “어디를 가든 동생들을 꼭 챙기던 어른스러운 아이였다.”면서 “공부도 잘하고 꿈도 많았는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가버리다니 하늘도 참 매정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화재를 처음 신고한 주민 박모(50)씨는 “정씨는 새벽일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생각뿐이었다.”면서 “삼남매 모두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너무 가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다 내가 죄가 많아서 그렇다.”고 말을 잇지 못하는 정씨의 눈에서는 아이들을 앗아간 불길보다 더 뜨거운 눈물이 하루종일 그칠 줄 몰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걸음마 뗀 ‘희망가게’ 1, 2호점

    걸음마 뗀 ‘희망가게’ 1, 2호점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미재연’의 유리문을 열자 십 수년전 유행했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의 따뜻한 선율이 10평 남짓한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벽 한쪽에는 캄보디아 여성이 새긴 목각새(木刻鳥)가 사장 김모(38)씨와 함께 반갑게 맞았다. “장떡이 좀 짜지 않을까 모르겠네요.”잠시 뒤 김씨가 내 온 새싹비빔밥을 한 숟가락 배물었다. 이내 봄을 알리는 향긋한 풀냄새가 입 안 가득 스며들었다. 지난 8월 문을 연 미재연은 시민사회단체 ‘아름다운재단’에서 모자 가정의 자립을 돕는 공동 매장인 희망가게 1호점이다. 아름다운재단에서 대출받은 9000만원과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아담한 한식전문점으로 태어난 미재연은 아스팔트 위의 고단한 삶에 지친 시민들에게 6개월째 단아하고 풍성한 먹을거리로 초록색 봄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헌재 재판관과 영화배우도 단골 미재연은 ‘아름답고 재미있고 자연이 있는 식탁’이라는 조어. 창업자인 김모, 이모(38), 박모(29) 등 세 명의 모자 가정 아주머니 이름에서 한 자씩 따 왔지만 풀어보니 더 그럴싸했다. 미재연은 음식점으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불경기의 여파로 하루 손님은 100명을 채우지 못한다. 건물임대료와 재료비를 빼면 세 아주머니들의 생계비로도 빠듯한 형편. 결국 한 배를 탔던 박씨는 지난달 가게에서 손을 뗐다. 처음 장사에 뛰어든 터라 각종 세금과 서류를 내는 것도 아직 낯설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희망의 ‘새싹’을 틔우고 있다. 소박하지만 온갖 정성이 담긴 미재연의 식탁이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주고객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20·30대 직장인들. 헌재 재판관과 유명 영화배우 등 저명 인사들도 단골이 됐다. 이씨는 “멀리 지방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들까지 찾아오곤 한다.”면서 흐뭇해했다. ●수입금으로 장애아동 도울 것 아주머니들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육아. 이씨는 친정엄마가 10살 된 아들을 맡아주지만 김씨는 아침마다 세살배기 딸을 보육원에 보내야 하는 게 가슴 아프다. 방송통신대에 재학까지 하고 있어 하루에 딸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다.“돈을 벌면 딸과 단 둘이 여행을 가는 게 꿈”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매상이 시원치 않다 보니 다른 모자 가정의 자립을 위한 기부를 거의 못 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얼마 전 한 할아버지가 질 낮은 휴지를 팔아달라고 오셨어요. 그래서 식사 대접을 하면서 ‘우리도 힘들다. 될 수 있으면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죠. 받은 만큼 많이 돌려드리지 못하니까 어쩔 땐 마음이 ‘짠’ 해서 도망가고 싶을 정도예요.” 그러나 미재연 아주머니들은 이미 희망가게의 ‘맏언니’다. 지난달 30일 개업한 희망가게 2호점 아주머니들에게도 온갖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적인 나눔도 시작했다. 가게 한 켠에서 제3세계의 가난한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수입·판매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대안무역’도 펼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계속 생길 희망가게의 ‘굄돌’이 되는 것. 희망가게 창업을 준비하는 어머니들을 위해 식당을 실습 장소로 개방하는 것은 물론, 한달에 한 번씩 희망가게 아주머니들이 함께 기댈 수 있는 ‘희망가게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이씨는 “수입이 생기면 적은 돈이라도 신경계통 장애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싶다.”면서 “지금은 미재연에서 사람들이 ‘녹색 먹을거리’를 먹고 건강하고 편안히 산다면 바랄 게 없을 것”이라면서 밝게 웃었다. ●중계동에 2호점 문 열어 노원구 중계동에 문을 연 한식집 ‘얼큰한게 땡기는 날’은 희망가게 2호점. 공동사장 이미경(38), 고정희(35)씨가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 받은 6000만원으로 가게를 차렸다. 개점 당일 수익인 23만 4000원을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인 ‘막달레나의 집’에 기부하는 등 문을 열자마자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씨는 “일산에서 김밥집을 한 경험이 있지만 제대로 장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이 태산”이라면서도 “가게가 자리를 잡으면 저소득 모자 가정과 인근 공부방을 돕는 등 받은 것의 몇 갑절을 갚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풍성한 녹색 먹을거리 미재연의 주 메뉴는 새싹비빔밥과 버들영양돌솥밥. 푸드 스타일리스트 오정미씨의 작품인 새싹비빔밥은 적·삼색 무순과 적양배추싹 등 6가지 새싹이 들어간다.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는데다 고기도 뺄 수 있어 향기롭고 담백한 새싹의 맛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버들영양돌솥밥은 미재연에서 개발한 음식. 돌솥 안에 들기름과 들깨가루를 넣어 지은 밥에 표고버섯과 시금치, 느타리를 얹었다. 이밖에 김치전골과 된장비빔밥, 각종 파전 등 다양한 한식을 즐길 수 있다. 가격도 6000원을 넘지 않는 등 저렴한 편. 후식인 오미자감잎차, 꽃차 등도 자랑거리다. ‘얼큰한 게 땡기는 날’의 대표 음식은 매운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매콤 칼국수. 아주머니들이 직접 개발했다. 도토리전, 해물파전 등을 안주 삼아 동동주도 한 잔 걸칠 수 있다. 유기농 배추와 충북 음성의 고춧가루로 만든 김치와 김치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후견기관과 지원 실태 ‘자립매장운동’은 말 그대로 저소득층이 자립할 수 있는 매장을 마련해 주는 운동이다. 자립매장운동은 기존 사회복지 운동이 가난한 사람들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자립매장운동은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급여를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게 사업자금을 빌려준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자립매장운동의 시초는 1973년 브라질에서 시작된 ‘액션(Accion)’.4년 동안 885명에게 융자를 제공하는 성과를 올린 액션은 이후 남미 14개국으로 전파됐다.1991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7개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는 등 선진국의 빈곤층에게도 자립매장운동이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아프리카에도 진출한 액션은 2002년 현재 60만명에게 5억 7000만달러의 대출 혜택을 주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Grameen)은행도 대표적인 자립매장운동.1983년 교수 출신인 무하마드 유누스에 의해 설립됐다. 빈곤층 여성을 주 고객으로 지금까지 1만 20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에도 진출했다. 이밖에도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자립매장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는 90년대부터 생겨난 자활후견기관이 자립매장운동의 씨앗을 뿌렸다. 관악자활후견기관 등 전국적으로 모두 200여개가 있는 자활후견기관은 직영 사업체에서 빈곤층에게 일정 기간 경험을 쌓게 한 뒤, 창업 지원을 한다. 그러나 영세한 규모에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실제로 창업한 경우는 미비한 편이다. 본격적인 자립매장운동 기관은 2000년 그라민은행의 한국 지사 격으로 만들어진 ‘신나는 조합’. 또 2002년에는 국민, 조흥 등 시중 은행이 출자한 사회연대은행이 출범했다. 그러나 신나는 조합은 대출금이 평균 100만원 선에 그치고, 사회연대은행은 대출 조건이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올해 첫 선을 보인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는 1인당 3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보다는 모자 가정의 자립에 중점을 둔다는 게 장점이다. 재단은 내년부터는 대출 규모를 확대, 매년 4∼5군데의 희망가게를 열 계획이다. 또 음식점 뿐 아니라 미장원, 수공예전문점 희망가게도 생길 예정이다.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세상 기금사업팀 정경훈(28) 팀장은 “자본금 50억원의 이자로 창업 지원을 하기 때문에 계속 희망가게를 낼 수 있다.”면서 “희망가게가 일종의 네트워크화가 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보듬으며 살 수 있는 일종의 ‘대안 사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어머니들이 만든 연극 ‘기억 속의‘

    장애아를 둔 어머니들의 심정은 정상인 자녀의 어머니에 비해 사뭇 다를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에서부터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 그러나 매일 매일 겪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장애와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어머니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고난을 연극무대를 통해 해소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한 자리가 마련돼 화제가 되고 있다. 장애아를 둔 어머니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연극을 선보이는 무대가 바로 그것이다. 고양문화재단이 8일 오후 4시30분 덕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 ‘기억 속의 소녀를 만나다’. 지난해 10월21일부터 매주 한 차례씩 열려온 ‘장애아 어머니 연극교실’ 프로그램을 발전시킨 공연으로, 색다르다. 지금까지 연극교실에 참여했던 김숙, 김영순, 이은경, 조남예, 진은미씨 등 다섯 명의 어머니들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대본에는 자신들의 어린시절 기억에서부터 장애아를 키우며 일상에서 부닥쳐야만 하는 현실의 이야기, 미래의 꿈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연극은 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내레이션을 하고 나머지 네 명이 이에 맞춰 연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연극교실은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가 주관을 맡고, 임화경 씨가 연출했다. 고양문화재단측은 “어머니들이 연극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장애아 자녀와의 의사소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료공연.(031)960-9694.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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