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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린’의 명품 슛 ‘타이거 맘’을 움직였다

    ‘린’의 명품 슛 ‘타이거 맘’을 움직였다

    “전에는 내가 농구하는 것을 어머니가 성적 떨어진다며 말렸는데 요즘엔 생각이 바뀌셨어요. 어머니가 TV로 제러미 린의 경기를 보더니 ‘얘야, 만약 네가 저 정도로 잘할 수 있다면, 내가 더 이상 돈 벌러 나갈 필요가 없겠구나’라고 말씀하셨어요.”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 있는 ‘몽고메리 블레어 고교’ 농구팀 선수 오스틴 류(17)는 타이완 출신인 어머니의 변화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타이완계 미국인 프로농구(NBA) 선수 제러미 린(24·뉴욕 닉스)이 일으키고 있는 ‘황색 돌풍’이 공부와 클래식 악기만을 중시하는 동양계 학부모, 이른바 ‘타이거 맘’들의 교육관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몽고메리 블레어 고교 농구팀 감독 데이비드 캉은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전에는 동양계 자녀가 식탁에서 “엄마, 나 NBA 농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엄마는 머리에 꿀밤을 매기면서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니. 네가 동양계라는 사실을 까먹었니?”라고 야단쳤다면, 지금은 “좋아. 한번 해보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타이거 맘들이 린의 성공담에 솔깃하는 것은 공부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동양계가 미국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린이 동양계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하버드 출신이라는 점이 타이거 맘들에게 학벌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운동’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타이완계로 학교에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여고생 르 앤 영(17)은 “전에는 어머니가 운동은 단지 재미로만 하라며 탐탁지 않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나보다 더 린의 경기에 빠지셨다.”면서 “어머니는 린이 공부를 잘해서 하버드대에 간 사실을 알고 ‘아, 동양계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린은 캘리포니아 최고 명문고인 팔로알토 고교를 평균 학점 4.2로 졸업했으며, 고교 시절 학보사 편집장, 상원의원실 인턴 등 특별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여기에 남달리 농구까지 잘한 게 다른 동양계 학생들과의 차이점이었다. 그는 원래 스탠퍼드나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등의 농구 장학생으로 가고 싶었지만 농구 선수치고는 작은 키(191㎝)에 동양계라는 편견이 겹쳐 받아 주는 대학이 없었다. 그는 결국 농구 장학생 제도가 없는 하버드대(경제학)에 입학한다. 공부도 잘하고 농구도 잘하는 그를 약체 농구팀을 갖고 있는 하버드가 선택한 것이다. 하버드는 농구 장학생 제도가 없기에 그는 농구와 공부를 병행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운동선수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은 평균 3.1의 학점을 유지했다. 2009년 12월 대학농구 강팀 코네티컷주립대와의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장면이 전문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면서 린은 하버드 역사상 NBA에 진출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재능협회장인 그레이스 정 베커는 “린의 사례는 동양계 학부모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만약 어떤 동양계 어린이가 운동에 재능을 보인다면 그의 부모들은 하버드에 입학한 린이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잘한 사실을 보고 ‘여기 내 아이의 롤모델이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어머니 희생 없인 오늘의 나도 없죠”

    “어머니 희생 없인 오늘의 나도 없죠”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없이는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겁니다.”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이용대(오른쪽·24·삼성전기)는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와 한국P&G의 2012런던올림픽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도 “대표선수를 키운 어머니의 희생이 컸다. 대표선수 가족을 후원하게 돼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다. 이용대와 어머니 이애자(왼쪽·51)씨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용품업체 한국P&G가 펼치는 ‘생큐 맘’(Thank You Mom)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 캠페인은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표선수들을 뒷바라지한 어머니들의 공로를 기리는 행사다. 한국P&G는 이씨가 아들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항공권과 각종 생활용품을 지원한다. 이용대는 “어머니도 나 이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어머니가 홍보대사에 위촉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헌신과 고생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평소 전화 통화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나는 그런 표현을 잘 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사랑한다는 말로 예쁜 짓하는 아들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이씨는 “베이징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고 윙크를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면서 “아들을 잘 챙겨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는 며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용대는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며 런던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는 런던올림픽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문화마당] 겨울이 준 이야기들/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겨울이 준 이야기들/신동호 시인

    강가의 나무들은 하얗게 눈꽃을 피웠다. 국도는 버스가 끊긴 지 오래되었고 눈길에는 꿩들의 발자국만 어지럽게 주인노릇을 하고 있었다. 쓰러진 옥수숫대가 을씨년스럽던 산기슭의 밭도, 슬레이트 지붕의 눈물 같던 녹물 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하얗게 뒤덮어 버린 겨울은 순간순간 면죄부를 주었다. 누나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낄낄대며 길을 걸었다. 늘 발이 시려 투덜거렸지만 나도 모르게, 큰댁으로 가는 겨울은 간혹 쩡쩡 강이 어는 소리와 함께 신발의 문수를 키워주고 있었다. 큰아버지는 솜씨가 좋으셨다. 커다란 방패연에 몸통만 한 얼레까지 갖추고 언덕에 오른 아이들은 드물었다. 바람이 뒤에서 어린 등을 밀어붙일 때 연은 더 높이 하늘로 올랐다. 얼레를 돌리는 손이 곱아 터지도록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가느다란 연줄을 통해 하늘에 닿는 기분이었다. 굳이 ‘액땜’이라는 어른들의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을 만큼 구질구질한 기억을 잊기엔 그만한 게 없었다. 설날 차례는 늘 부엌의 부산함과 아버지들의 우아한 몸짓으로 기억된다. 향을 피우고 지방을 쓰던 먹의 향기, 현증조고(顯曾祖考)가 쓰일 때 얼굴을 알 수 없는 증조부의 기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큰아버지의 커다란 손에서 장난기는 보이지 않았다. 고추를 따자며 사타구니를 파고들던 손이었다. 위엄과 예를 갖춘 시간 동안 나는 가족 간의 서열을 익혔다. 아니, 억지로 가슴에 새겨 넣었는지도 모른다. 윗목에 앉은 어머니들과 누나들, 그들의 시집살이와 주자성리학 같은 것들을 어찌 눈치나 챌 수 있었을까 말이다. 강이 얼면 스케이트를 탔다. 강원도의 겨울은 뼛속까지 한기가 들어왔다. 어디나 강이 얼었고 한기를 이기는 방법으로 누구나 언 강과 어울렸다. 얼음을 다독거린 곳은 어디나 스케이트장이 되어서 스케이트 날을 갈아주는 아저씨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내가 콧물을 훌쩍이며 비닐하우스에서 파는 어묵국물이나 털모자에 관심을 쏟을 때 누나는 잠시도 쉬지 못하고 빙상 위를 맴돌았다. 코치의 기합을 피해 속도를 높인 열두 살 소녀의 꿈은 금메달이었다. 함성소리가 지나가고 누나가 눈물을 훔칠 때 2등이 남겨놓은 상실감이나 소녀의 꿈을 이어줄 형편 따위를 알 턱이 없었다. 철없이, 귓불이 얼어버릴 만큼 매서운 바람만 걱정하고 있었으니, 세상이 눈 덮인 겨울만 같지 않다는 걸 어찌 알 수 있었을까. 겨울이 더해지고 태어난 딸들이 그런 누나가 되어 가서야 변화의 필요를 조금 느꼈을 것이다. 어김없이 올 설에도 차례상을 차렸다. 몇 번 간소함으로 넘어가 보려 했고, 여행으로 대신해 보려고도 했지만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통이 각인한 기억은 때로 죄책감이 되기도 해서, 또 향을 피우고 술잔을 따랐다. 서열에 맞게 절을 하고 메를 올리면 어느새 조상까지 올라간 인연의 끈이 가부장의 아들로 나를 돌려세운다. 딸과 함께 만화책을 보며 권위를 낮추던 나는 위패와 더불어 없는 위엄이 생겨 가끔 혼란스럽다. 향아설위(向我設位). 나는 김지하의 ‘남녘땅 뱃노래’에서 처음 이 단어를 보았다. 1897년 이천의 작은 마을 앵산동,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제사에 대한 혁명적 대안을 내놓았는데 제사상을 ‘산 사람, 곧 나를 향해 돌려놓으라.’는 말이었다. 조상의 혼은 저 벽 너머에 있지 않고 살아 있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으니 우리는 사실 형식의 굴레를 벗어나도 된다. 남존여비와 허례허식 같은 단어를 박물관에 보내도 무방하다. 예절의 변화도 물론 필요하다. 겨울은 간절해지는 시간이다. 온기가, 초록의 만발함이 간절해지고, 또 부족함에 대한 이해의 폭도 적당히 깊어진다. 쌩쌩 팽이를 돌리지만 언젠가 그 팽이가 멈춰야 한다는 것도 안다. 세상이 그리 인자하지 않으니 우리라도 나누고 존중해야 함을 깨닫는다. 화해와 평등은 그래서 겨울에 시작한다. 세상 모든 누이들과 장성한 딸이 걷는 길에 흰 눈이 쌓이면 좋겠다. 눈 위에 난 모든 길은 새 길이다.
  • 일심동체로 학교살린 한산초 학부모회

    일심동체로 학교살린 한산초 학부모회

    학부모가 바뀌면 학교도 바뀐다. 학부모 학교 참여 우수사례 공모에서 선정된 우수학교를 보면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학무모 학교 참여 우수사례 공모에서 충남 서천의 한산초 학부모회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산초등학교는 학생수가 92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 초등학교다. 다른 농촌학교처럼 학생수가 줄면서 학교의 위상도 계속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다른 학교들과 달리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학교살리기에 나섰다. 아버지들은 체육활동 등을 맡았다. ‘아빠랑 배트민턴’, ‘아빠와 축구교실’ 등이 만들어졌고, 아버지들이 직접 참여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아빠와 가꾸는 어린농부 학교농장’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수업에는 어머니들이 동참했다. ‘엄마와 책사랑&글사랑’, ‘멋쟁이 손쏨씨 동아리’, ‘어머니 교사활동’ 등을 통해 어머니들이 교육봉사활동에 나섰다. 지역 어른신들도 나섰다. 전통문화와 예절 교육을 주로 맡았다. ‘할아버지께 배우는 바른 품성’, ‘할아버지랑 바둑&장기’, ‘전통공예 교실’, ‘지역어른신 1080 사물놀이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한산초등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부모들의 재능기부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활동으로 바른 인성과 학부모와의 긍정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등 학부모의 재능기부를 통해 학교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전남 몽탄초등학교의 학무모회 ‘몽탄모아’는 자원봉사 분야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몽탄초교도 학생수가 105명에 불과한 소규모 농촌학교다. 하지만 몽탄초등학교 학부모회는 학교, 지역교육청, 군청 등의 지원을 받아 학부모회가 여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부모들이 나서서 여름학교 때 체험학습, 북아트, 활동미술, 독서지도, 목공예, 요리, 내고장 탐방 등 7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부모 참여 우수사례 공모에서 선정된 우수 학부모회에 대한 교과부장관상 수여 및 우수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제17회 서울광고대상-최우수상 작품설명] 생생함 전달하고자 카피를 사투리로”

    “이제 스마트기기의 대중화와 그에 따른 콘텐츠의 확산으로 누구나 손쉽게 다양한 생활문화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게 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광고는 문화생활과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 일상 생활 속에서의 찰나를 잡아내고자 했고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려 소비자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결과 실제 수산시장에서 어머니들이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휴대전화로 문화 생활을 즐기는 순간이 소재로 사용되었고 카피를 표현할 때도 광고 속 어머니들의 입장에서 보다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사투리로 표현했습니다. SK마케팅앤컴퍼니 김현주 본부장
  • [제17회 서울광고대상-최우수상] “휴대전화로 만나는 더 큰 가능성”

    [제17회 서울광고대상-최우수상] “휴대전화로 만나는 더 큰 가능성”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새로운 희망. 이 두 가지는 바로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화두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다양성이 중요해지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고자 하는 ‘상생’과 ‘공존’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이동통신 기업을 넘어서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서 SK텔레콤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필요한 긍정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러한 배경에서 SK텔레콤은 2011년 새롭게 ‘가능성을 만나다’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능성’은 특별한 사람들의 원대한 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구성원들 모두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희망 역시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는 개념입니다. 더불어 SK텔레콤이 그 ‘가능성’이 성공적인 결실을 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응원하겠다는 강한 의지입니다 이번 서울신문 광고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가능성을 만나다-수산시장’편은 가능성 캠페인의 의도가 가장 충실히 반영된 광고입니다. 얼핏 휴대전화와 거리가 멀 것 같은 수산시장 어머니들이 짬을 내어 휴대전화로 문화 생활도 즐기고 더 큰 가능성을 만나는 순간을 포착하여 담아냈습니다. 카피 역시 ‘기업’의 목소리가 아닌 광고 속 가능성의 주인공인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사투리로 표현했습니다. 이미 휴대전화는 단순히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도구를 넘어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통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생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SK텔레콤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이 사회의 더 큰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끝으로 저희 SK텔레콤에 수상의 영광을 주신 서울신문 광고대상 심사위원 여러분과 서울신문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22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경남 창녕에 보기 드문 종부가 있었으니, 필리핀에서 시집 온 4년 차 맏며느리 진노라씨다. 친딸처럼 예뻐해주는 시부모님과 듬직한 남편, 귀여운 아들 민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그녀. 맏며느리 답게 살림이면 살림, 육아면 육아. 그야말로 못하는 게 없다. 한국 며느리로 살아가는 진씨의 생활을 따라가 본다. ●복희누나(KBS2 오전 9시) 서슬 퍼런 최 여사를 거스르지 못하는 송병만은 복희의 고생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속상하다. 결국 밥상머리에서 최 여사와 얼굴을 붉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냉정하기만한 영표는 복희에게 필기구까지 사서 건네며 공부를 가르쳐주겠다고 호의를 보인다. 한편 병만은 복희 모녀를 데리고 진안 요리집으로 향한다. ●일일연속극 오늘만 같아라(MBC 밤 8시 15분) 재호의 기일. 춘복과 준태는 상엽의 집으로 모인다. 재경은 춘복을 살갑게 대하는 희주가 이상하고, 희주는 춘복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쁘다. 재경은 자신의 오빠 기일에 와서 말다툼하는 춘복과 준태가 못마땅하다. 한편 지완은 희주와의 관계를 춘복에게 털어놓고, 춘복은 지완의 뺨을 때리고 만다. ●아침연속극 태양의 신부(SBS 오전 8시 30분) 자신들을 따돌리고 결혼식을 올린 강로가 괘씸한 인숙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예련과 미선은 말도 안 되는 새 안주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예정보다 일찍 여행을 마치고 본집으로 효원(장신영)을 데리고 들어온 강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배려해주지만 미선과 예련은 효원이 탐탁지가 않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레바논의 10월은 우리네 가을처럼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봄의 목초지’라고도 불리는 남부 지역 마리자윤 마을에선 지금 올리브 수확이 한창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가을이면 김장을 담그듯이 올리브와 가지를 이용한 절임 ‘카비스’와 레바논식 군만두 ‘퐈티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바논의 음식들을 만나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10분) 전남 함평에는 갖가지 조류와 긴팔원숭이, 당나귀 등 140여 종의 1000여마리 동물들이 제각각 살아가고 있다. 이곳 시끌시끌한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종대·이복순 동갑내기 부부. 서울에서 꽃집을 하던 부부가 함평으로 내려온 지 5년째, 남편 종대씨를 따라 가족 모두 희망을 찾아 이곳까지 내려 오게 되었다는데….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교육 일번지 꿈꾸는 강북

    ‘교육 으뜸’ 자치구를 향해 강북구가 잰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17일 오후 2시 구청 3층 기획상황실에서 열리는 학부모 참소리단 간담회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정책에 반영하는 첫발이라고 강조한다. 교장 추천을 받은 학부모 97명으로 구성된 참소리단을 통해 ‘날것’ 그대로를 청취하기 위해서라고 박겸수 구청장은 말했다. 상반기에는 수유초교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비롯, 문방구 위해 식품과 본드 판매 단속, 삼양시장 네거리 전선 지중화, 수송중학교 뒤쪽 단란주점 단속, 삼각산중학교 증축 요청 등 의견이 쏟아졌다. 현장에서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민원들이다. 참소리단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시설개선사업은 물론 학력신장사업 등 교육경비보조금 관련 학교지원사업을 모니터링한다. 박 구청장이 열정을 쏟는 사업으로는 지난 4월부터 청소년들의 인성계발을 위해 여는 독서 동아리 간담회가 손꼽힌다. 오전 11시만 되면 구청장실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모여 스크린을 통해 U도서관 서비스 등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지금까지 65차례나 열렸다. 참석 인원은 576명이다. 박 구청장은 “열심히 공부하면 지식을 쌓을 수 있지만 지혜를 찾기란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강북구의 어머니들은 명품 백이 아닌 명품 북을 들고 다니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민도 숨었다. 소질 계발의 발판이 될 꿈나무 키움 장학재단 설립이다. 구는 소질을 갖고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잃는 유아·청소년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준비위원회 구성 뒤 기금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녹록지 않다. 기본예산 5억원이 모여야 하는데 아직 절반도 채 못 채웠다. 황재경 교육지원팀장은 “누구랄 것도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터에 선뜻 큰돈을 내놓기 어려워 더욱 절박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구는 연내 장학재단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북구의 안철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씨줄날줄] 장난감도서관/임태순 논설위원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사람을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이라고 정의했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문화는 놀이를 통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처음에는 자연과 함께 지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을 변형시킨 물건을 만들어 놀았다. 때문에 학자들은 놀이기구는 인류문명의 시작과 동시에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원전 2000년의 이집트나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물에서 소꿉장난 도구, 인형, 목마 등이 발견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쯤 되면 창조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놀아야 한다는,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 나는 자 위에 노는 자 있다.”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 노는 것은 휴식이기도 하지만 생활의 즐거움이다. 놀이가 없었다면 인간의 삶은 삭막하고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놀이는 어린이들에게 좋다. 장난감 등을 가지고 놀다 보면 조작능력이 생기고, 변형하다 보면 머리도 좋아진다. 친구들과 같이 놀면 사회성이 길러지고, 문제해결 능력도 배양된다. 몸을 움직임으로써 건강도 뒤따른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우리에 가둔 원숭이는 나중에 새끼를 낳아도 키우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했다고 한다. 놀이 없이 지내면 어떻게 되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장난감의 대표 ‘인형’은 18세기 중엽 유럽에서 성행했다.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주석으로 만든 병정 인형이 나와 인기를 끌면서 다른 나라로 번져간 것이다. 장난감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나 고양이 등 포유류의 어린 동물도 공이나 완구를 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서울 구로구가 2014년에 열리는 제13회 국제장난감도서관대회를 유치했다고 한다. 1982년 한국 최초의 장난감도서관 ‘레코텍 코리아’가 구로구에 문을 열고 이성 구청장이 부구청장이던 2004년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구로 꿈나무장난감나라’라는 장난감도서관을 만든 것이 인연이 됐다. 장난감도서관은 장난감을 비치, 어린이들에게 빌려주는 곳이다. 한국장난감도서관협회 서영숙(숙명여대 아동복지과 교수) 회장은 “종종 어머니들이 귀하고 값비싼 장난감을 빌려 가라고 아이를 윽박지르는데 이는 금물”이라며 “장난감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줘야 한다.”고 말한다. 장난감도 점차 고급화, 세밀화, 전자화되고 있다. 바비인형, 레고 등은 급속히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정도로 시장도 넓다. 준비를 알차게 해 도서관 정보도 서로 나누고 완구산업의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인형극으로 우리 아이의 꿈 키워요”

    “인형극으로 우리 아이의 꿈 키워요”

    가을이 깊어 가는 요즘 자녀들과 문화 예술 공간을 찾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12일 오전 11시에 방송되는 KBS 1TV ‘행복한 교실’에서는 인형극을 통해 학생들의 꿈을 키워 나가는 대화초등학교를 찾아가 본다. 인형극이나 뮤지컬 같은 예술 매체를 통한 교육은 재미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학부모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예술 매체의 관심 속에 지난 8월 초 열린 ‘춘천 인형극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팀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대화초등학교 어린이 인형극단이다.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어린이 14명이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활발한 활동 뒤에는 밤낮으로 땀 흘리는 어머니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인형극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꿈을 키워 나가는 대화초등학교의 교육 현장을 찾았다. 또한 사교육 없이 ‘한자 신동 남매’를 길러 낸 가족 이야기가 소개된다. 은은함과 아늑함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전주, 그곳에 가면 특별한 가족을 만날 수 있다. 한자 신동 남매로 알려진 헌이와 채리 남매를 길러 낸 아버지 박성기씨와 어머니 이정현씨가 주인공이다. 남매 모두 만 8세에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에 합격해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큰아이 헌이가 한자 1급 자격증을 받았을 땐 단지 아이가 신통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동생 채리까지 1급에 합격하자 박씨 부부의 교육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본이 탄탄해야 그 위에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하는 박씨는 부수 습득이 된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한자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어렵고 복잡한 한자를 생활, 역사 속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교육해 아이들이 흥미롭게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사교육 없이 온전히 부부의 노력으로 신동을 길러 낸 특별한 교육법을 만나 보자.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씨줄날줄] 위장전입/곽태헌 논설위원

    맹자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손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맹자가 어머니와 처음 살았던 곳은 공동묘지 근처였다. 놀 만한 친구가 있을 리 없던 맹자는 자주 보았던 곡(哭)을 하는 등 장사 지내는 놀이를 하며 지냈다. 맹자의 어머니는 안되겠다 싶어 이사했다. 시장 근처였다. 맹자는 이번에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들의 흉내를 내면서 놀았다. 맹자의 어머니는 시장 근처도 좋지 않다고 보고 글방 근처로 다시 옮겼다. 그랬더니 맹자는 제사 때 쓰는 기구를 늘어놓고 절하는 법, 나아가고 물러나는 법 등 예법에 관한 놀이를 하며 지냈다. 맹자 어머니는 이곳이야말로 아들과 함께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곳에 오래 머물러 살았다고 한다. 아들 교육을 위해 세 차례 이사한 맹자 어머니의 교훈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한다. 전한(前漢) 말의 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열녀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자녀 교육에서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인용된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맹자 어머니에 뒤지지 않는 한국의 어머니들이 많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된 것은 맹자를 뛰어넘는 어머니들이 넘쳐난 결과다. 서울에는 고입·대입 학원이 몰려 있는 대치동, 목동에 맹자 어머니에 뒤진다면 서운해할 어머니들이 많다.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실제는 살지도 않는 곳에 위장전입을 하는 것도 보편화됐다. 특히 현 정부의 장관, 대법관 등 고위직 상당수는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든, 자녀 교육을 위해서든 위장전입에 관한 달인이다. 위장전입한 과거가 없으면 팔불출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미국에도 자녀를 위한 위장전입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위장전입이 성행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소득이 낮거나,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많은 지역의 학부모들이 소득수준이 높거나 백인이 많은,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학군으로 위장전입시킨다는 것이다. 자녀를 위한 마음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게 없다. 한국에서는 고위공직자 등 힘있는 계층이 주로 위장전입을 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주로 중산층 이하에서 하는 게 다르다. 미국 상류층은 1년에 수만 달러의 수업료를 내는 사립학교로 자녀들을 보내기 때문에 위장전입을 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위장전입에는 서민들의 슬픔이 깔려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독자의 소리] 제2 좀도리 운동이 필요하다/농협 안성교육원 서정수 교수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000조원으로 가정경제가 위태롭다. 1960~70년대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밥을 지을 때 쌀을 미리 한술씩 덜어 부뚜막의 단지에 모았다가 남을 도왔다. 그 ‘좀도리 운동’의 절약정신으로 한푼 두푼 쪼개 생활화했던 저축이 오늘날 고도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우려가 커지고 있고 여기저기서 금융, 경제 불안을 염려하는 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저축률 하락과 성장률 둔화 그리고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금융 불안의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가계저축을 장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한번 저축장려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절약과 저축을 생활화할 수 있는 어린이 금융교실 운영이 절실하다. 유명무실해진 10월 저축의 달을 상기하고 제2의 ‘좀도리 운동’을 전개하여 자신에 대한 미래의 불확실성, 금융·경제 불안에서 벗어나는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농협 안성교육원 서정수 교수
  • [길섶에서] 군부모/임태순 논설위원

    육군 신병훈련소로 면회를 간 어머니는 아이스박스 두 개에 육수와 얼음을 채워 아들이 평소 좋아하는 냉면을 해먹였단다. 아들과 데면데면하던 아버지도 이야기꽃을 피웠다. 군대가 가족 간 재결합의 장이 되고 있다. 서로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던 가족들이 서로의 부재를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군에서도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 부모들과 소통을 한다. 지휘관이 매주 한번씩 부대소식을 전하고 Q&A난을 통해 궁금증을 알려준다. 아들 소식이 궁금한 어머니들의 눈과 귀는 부대 홈페이지로 쏠린다. 부대 움직임을 통해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고 토론방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군에 대한 주문도 한다. 대한민국의 막강 ‘군부모’들이다. 아들의 안위가 최우선인 만큼 연대감, 결속감은 최고다.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러다 보니 군 지휘관들도 병사들을 무사히 부모품에 돌려보내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됐다. ‘소는 누가 키우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군부모들의 귀엔 와 닿지 않는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독자의 소리] 이상기후 대비책 마련 시급/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김성완

    배추, 상추에 이어 고추값이 금값이다. 본격적인 수확 철이 되었지만, 밭에는 고추가 별로 없다. 올여름 잦은 비로 말미암은 탄저병으로 수확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은 서울 가락동도매시장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말린 고추는 2배, 붉은 고추는 3배가량 올랐다. 자식들에게 먹일 김치를 생각하면 어머니들은 벌써 김장 걱정이 앞선다. 집중호우와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면서 농업의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비, 장기적으로 가격 및 수급 안정 대책이 필요할 때이다. 생산자는 내병성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이상기후에도 꾸준히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농가와 소비자 간 계약재배 물량을 확대하여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고 과잉 생산 때 가공품으로 재고량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김장시기를 조금 늦추든가, 소비량을 줄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김성완
  • “영화는 귓것들의 자파리”

    “영화는 귓것들의 자파리”

    ‘어이그, 저 귓것’(오른쪽·이하 ‘귓것’)과 ‘뽕똘’(왼쪽). 제목부터 수상한 영화 두 편이 오는 25일 극장에 걸린다. 암호 같은 제목은 제주 방언이다. ‘귓것’은 ‘귀신이 데려갈 바보 같은 놈’ 혹은 ‘귀신도 안 데려갈 놈’이란 뜻이다. 요즘 말로 하면 ‘진상’쯤 된다. ‘뽕똘’은 낚싯바늘이 물속에 가라앉도록 줄 끝에 매다는 작은 쇳덩이나 돌덩이다. 제주에선 키가 작으면서 야무진 사람을 비유할 때도 쓴다. 한국 영화지만 자막이 없으면 대략 난감한 두 편을 만든 이는 제주 토박이 오멸(40) 감독. 기존의 영화 문법이나 형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제에서 관객과 평단의 훈훈한 반응을 끌어냈다. 처음 5~10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킥킥거리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비원 앞 카페에서 오 감독을 만났다. 얼핏 ‘자파리’(여러 가지 물건을 심하게 어지럽히면서 노는 모양)스러워 보이지만 제주의 과거와 오늘에 대한 고민이 깊게 묻어나는 그의 영화 얘기를 들어봤다. →본명은 오경헌인데, 오멸은 뭔가. -그림 그릴 때 쓰던 ‘화명’(畵名)이다. 다섯 오(五)에 멸할 멸(滅)을 쓴다. 내가 욕심이 좀 많다. 만물을 생성하는 오행(五行)을 모두 멸한다는 의미다. 채울 수 있어야 소멸도 할 수 있으니까 일단 그만큼 흥하겠다는 뜻이다(웃음). →‘귓것’, ‘뽕똘’에 이어 16일 폐막한 제천영화제 출품작 ‘이어도’까지 집요하게 제주를, 제주 말과 제주 배우로 다루는 까닭은. -그들과 쭉 살아왔고 제일 잘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보이려고 만든 영화다. 토박이 배우로 방언을 살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영화가 뭍에 소개되다 보니 로컬영화처럼 돼 버렸다. 그건 자신들이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뭍사람들 시각일 뿐이다. →‘귓것’과 ‘뽕똘’을 통해 풀어내고 싶었던 얘기는 뭔가. -귓것은 바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즐기려고 애쓰는 정겨운 존재다. 영화에서 귓것들이 사는 마을은 외부 자본 유입과 개발의 위협을 받는데, 그게 제주의 현실이다. ‘뽕똘’도 표면적으로는 아마추어들의 좌충우돌 영화 만들기이지만 이면에서는 구원과 치유를 말하고 싶었다. 4·3(항쟁)이 인간에 대한 학살이었다면 강정마을(해군기지)은 자연에 대한 또 다른 학살이다. 올레길도 마찬가지다. 왜 속살마저 공개해야 하나. 개인의 은밀한 즐거움이고 지켜줘야 할 영역인데, 섬한테 너무 미안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인건비와 후반 작업 비용을 뺀 제작비가 ‘뽕똘’은 500만원, ‘귓것’은 800만원이라던데. -배우와 스태프 다 합쳐 10명 정도인데 인건비 줄 돈은 처음부터 없었다(웃음). 개봉이 목적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해 즉흥적으로 벌인 작업이다. →‘오멸 사단’이라고 해야 하나. 같은 배우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귓것’과 ‘뽕똘’에 나온 (제주 말로 노래하는 가수) 양정원 형이나 ‘귓것’의 (제주 대표 소리꾼) 문석범 형은 내가 운영하던 소극장에 허구한 날 놀러 오던 분들이다. 딱히 바쁘지도 않고 여유 있다(웃음). ‘뽕똘’ 역의 이경준과 ‘춘자’ 역의 조은은 내가 운영하는 문화예술창작집단 ‘자파리연구소’ 식구다. 딱히 캐스팅이랄 것도 없었다. 유일한 서울 출신 김민혁은 ‘귓것’을 보고 같이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미술 전공인데 어떻게 영화판으로 왔나. -제주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입상도 하고 제법 인정을 받았는데 어르신(교수)들의 미움을 샀다. 예술보다 학점을 강요하는 행태에 화가 났다. 4학년 때 대판 싸우고 강의실 유리창을 깨 고소당했다. 학교를 관두고 보니 사회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정작 사회를 위해 한 일은 없더라. 그래서 ‘제주 머리에 꽃을’이란 거리예술제를 만들었다. 어린 친구들이 자원봉사자로 꽤 모였는데 이들과 무언가를 함께 만들고 싶었다. 어려운 환경의 친구들에게 예술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이 되길 바랐다. 이들과 자파리연구소를 만들어 ‘오돌또기’ 등 창작극을 했다. 서울, 춘천과 일본에서도 공연했다. 그러면서도 마흔 살쯤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습작 삼아 단편을 찍었는데 2009년 제주영상위원회에서 단편 ‘귓것’을 중편으로 늘려볼 수 없겠느냐는 요청이 왔다. 덕분에 빨리 영화 일을 하게 됐다. →‘뽕똘’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로 나오는 ‘성필’이 “너에게 영화는 무슨 의미냐.”고 묻자 감독 ‘뽕똘’은 “자파리”라고 답한다. 당신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자파리는 제주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잔소리할 때 빈번하게 쓰는 말이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는 정도의 뉘앙스다. 영화가 쓸데없는 짓이란 소리는 아니고(웃음). 영화는 산업이기 전에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안에는 다양한 작업 방식이 존재한다. 그런데 놀이로서의 기능은 너무 간과되고 있다. 놀이로서의 기능성을 인지하면 만드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분들에게도 그런 느낌이 전해질 것이다. →‘귓것’에 나오는 노동요와 포크 음악이 인상적이다. -음악은 좋은데 지역적 한계 때문에 대중들에게 노출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뽕똘’보다는 ‘귓것’이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영화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이 없어 시행착오도 컸을 텐데. -2009년 ‘귓것’을 찍고 나서 후반작업 때 펑펑 울었다. 욕심은 큰데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고, 그걸 인정하는 게 힘들었다. 창작의 형식을 공부할 것인가, 삶의 깊이를 더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가 중요하다고 편한 대로 정리했다. 하하.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 -4·3항쟁 당시 동굴에 숨어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50~60일을 버티면서 죽음의 위협을 느끼지만 그 안에는 위트도 있고 삶에 대한 의지도 있었을 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문화마당] 이외수, 인천아트플랫폼/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이외수, 인천아트플랫폼/신동호 시인

    고등학교 까까머리 문예부 시절에 춘천에는 아주 유명한 작가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닭갈비촌으로 유명한 춘천 명동, 나름으로 모던한 거리에 신문지 한 장 깔아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춘천 소양로에는 미군기지 캠프페이지가 있었는데, 그곳을 근거로 형성된 유곽 장미촌은 그의 소설 ‘꿈꾸는 식물’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곳. 세상에서 버림받은 누이들과 2년여, 긴 언덕길 작은 골목에서 그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답니다. 아이쿠! 하루는 이층집 그의 집을 찾아갔는데, 작은 방에 쇠창살이 쳐져 있었던 겁니다.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고 벽에는 온통 먹물로 새겨 넣은 글씨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세상과 등진 채 쇠창살 사이로 먹을 것과 배설물이 오가는 사이, 그 세월 그가 완성한 소설은 바로 ‘칼’이었습니다. 광기가 아니고는 지날 수 없는 시간이었다는 걸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2년,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어머니 저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했을 때 하셨던 말. “너 이외수처럼 될래?”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기인처럼, 클래식 다방의 한구석에서 ‘고삐리’들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기운을 품은, 그러나 그저 지저분하고 세상과 담을 쌓은 듯한 풍모. 그것이 춘천의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이라서, 그래서 몰래 시를 썼는데, 그래서 대학에서는 세상과 정면으로 부딪친 작가들을 선망하면서 살아왔는데, 모더니즘과 사실주의 틈에서 우아한 작가가 되고 싶어서 방황도 했는데. 이 잘난 주요 20개국(G20) 시대에 그분들은 다 어디를 가셨나요. 그즈음 게오르규의 소설 ‘25시’를 들었고 또 읽었고. 시인과 작가는, 또 예술가는 ‘25시’에 등장하는 토끼처럼, ‘소설 속의 토끼는 잠수함에서 키워집니다. 토끼가 눈을 껌벅거리며 졸기 시작하면 잠수함 안의 공기가 희박하다는 상황입니다. 선원들은 토끼의 상태에 따라 산소를 공급합니다. 생존과 직결된 것이지요.’ 예술가의 역할이 바로 토끼와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시대와 사회의 부조리를 먼저 자각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어려운 시대를 무난히 건너 가게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걸 시인의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때로 죽음도 불사해야 할 터입니다.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이 글을 쓰는 지금 또다시 연평도 인근에서 포격이 있었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이토록 분명한 분쟁과 불행 앞에서 급속도로 한쪽으로 쏠린 대한민국의 정서는 그 어떤 소수 의견도 용납할 수 없었으니. 상식적으로 분쟁보다는 평화가 우리들의 일상에 안전을 보장하겠지만, 그저 언젠가는 이 시대가 지나가겠지… 무력하게 지나왔는데. 지금 인천으로 가는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에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인천아트플랫폼’이라는 전시관이 있습니다. 기존의 미술관하고는 아주 다른 풍경을 만납니다. 들어가는 문도 나오는 문도 없는, 아무 곳이나 길이라 여기면 거기가 입구입니다. 이곳은 과거 대한통운과 일본의 우선주식회사 같은 개항기 건물을 그대로 전시관으로 만든 곳입니다. 여기에서 ‘분쟁의 바다 평화의 바다’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달 28일까지입니다. 최원식 선생이 “정부가 머뭇거리면 시민이 먼저, 서울이 주저하면 지방이 먼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평화의 노둣돌을 놓을 일이다.”라면서 평화선언을 했고, 화가들과 작가들이 토끼를 자처했습니다. 이도 없었다면 우린 무력으로만 평화가 온다고 여겼겠지요? 저는 한원석의 설치작품 ‘화해’가 좋았습니다만-수천 개의 스피커에 서해 5도 주민들의 육성을 담았습니다-, 너무 아름답고 진정성이 담긴 작품들이 모두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좀 늦었지만 어머니에게 대답해야겠습니다. “이외수처럼 되려고요.” 요즘 모두, 시인과 작가 예술가들이 입을 닫고 있을 때 ‘청춘’들과 대화하는 이외수가, ‘청춘’들에게 스스로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이외수가, 분쟁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고자 하는 저 인천아트플랫폼의 작가들이, “되려고요.”라고.
  • [허남주칼럼]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허남주칼럼]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아들을 군대에서 잃은 어머니가 말한다. “자살이라도 가혹행위 때문이라면 그것은 타살이다.” 더욱이 용렬(庸劣)이란 불명예까지 덧씌워진 것은 두번의 죽음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군대 내 자살을 몇몇의 허약한 이 시대 청년의 문제로 돌려선 안 된다는 사실은 통계가 말해준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군대에서 사망한 병사는 884명, 평균 3일에 1명꼴이다. 그중 자살은 사망원인 1위로 절반을 차지한다. 군대 내 자살이나 총기사고는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2005년 여름에도 총기난사 사건으로 8명의 병사들이 죽었다. 당시 정부는 군대 내 폭력의 존재에 화들짝 놀란 듯 선진국 군을 벤치마킹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오늘날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조사과정에서 적잖은 가혹행위의 증거를 찾아냈다 한다. 되풀이되는 일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다. 이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군인의 지위에도 법정주의를 도입, 군인의 기본권도 침해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로 징집된 병사의 경우 ‘군인복무규율’에 의무가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여기에 권리는 밝혀져 있지 않다. 상관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권력을 정당화하고, 하급자에게는 의무만을 권장·강요하는 군대의 특수권력관계가 헌법에서 정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해 군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2005년 ‘국민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군대의 인권침해는 96%로 교도소 등 구금시설(94.1%)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차라리 끔찍하다. 또 구타와 가혹행위 등의 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남성들 간 성적인 가혹행위 역시 범죄라는 사실을 교육해야 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더욱이 피해자가 오히려 경멸당하고 가해자가 남자다운 인물로 영웅시되는 군대의 왜곡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는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여느 성범죄와도 유사한데, 군대나 남자로 대별되는 폭력적인 문화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더 이상 ‘군대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과거 잣대로 청년들을 억누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군내부의 문제는 그 폐쇄성이 원인이다. 폐쇄적이므로 숨겨졌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은 채 팽창하다가 결국 폭발하고 만다. 타이완의 예처럼 외부 인권전문가로 구성된 인권위원회를 설치, 가혹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전화상담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독일식 국방옴부즈맨제도로 불리는,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제도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병사는 직접 국방옴부즈맨에게 문제를 알릴 수 있어야 하고 절대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때 비밀보장을 지속적으로 병사들에게 알리는 것까지도 규정해야 한다. 분명하게 밝혀둘 것은 자살 역시 또 하나의 폭력이란 사실이다. 분노가 폭발할 때 칼끝이 자신을 향한 것, 그것이 바로 자살이다. 그러므로 군대 내 자살 예방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폭력을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 폭력이 폭력을 낳고, 폭력적 군대문화가 우리 사회의 폭력지수를 드높이고 있음을 이제는 더 이상 불편한 진실로 못 본 체하지 말아야 한다. 올여름 질리도록 비가 내렸다. 1980년 그해처럼 긴 장마였다는 올여름의 비는 그 어머니들의 눈물 같다. 나라를 위해 몸바친 아들은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으로 남지만 결코 분노는 남기지 않는다. 이 민족의 녹록지 않았던 역사를 누구 탓으로 돌릴 것이냐고 국립현충원을 찾은 백발의 어머니는 말한다. 하지만 억울한 죽음은 다르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물론 성폭행까지 당한 굴욕감에 죽어간 아들을 어머니가 어떻게 잊을까. 더 이상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이 땅에서 아들을 억울하게 잃고, 평생 분노의 삶을 사는 어머니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hhj@seoul.co.kr
  • [열린세상] 교육에 희망을 거는 사회/이현청 상명대 총장

    [열린세상] 교육에 희망을 거는 사회/이현청 상명대 총장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교육적으로 열정을 가진 민족이다. 이스라엘 민족보다 더 교육열이 강한 민족이다. 부모들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교육을 통해 자녀들의 사회적 계층 상승 이동을 추구하려 한다. 아이스링크에 가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김연아 키즈’와 부모들로 북적이고, 골프연습장에 가면 ‘2세대 박세리 키즈’가 넘치며, 수영장에 가면 ‘박태환 키즈’가 가득하다. 요즘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는 ‘K팝’ 아이돌스타처럼 되고자 땀을 흘리는 청소년과 이를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방송매체에서도 영국의 폴 포츠와 같은 성악가를 배출하듯이 숨은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앞다투어 방영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민족은 교육만큼은 계층과 성별, 지역을 초월하여 모두가 올인하고 있다. 물론 ‘고3 가족’이나 ‘기러기 가족’ 등 과열·과잉경쟁 현상에는 걱정할 부분도 없지 않지만 결코 비판적 시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자녀 교육에 헌신하는 21세기형 어머니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우리나라의 장래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이 진정 세계 제일이 되려면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첫째로, 이제는 반복된 훈련을 넘어 창의적이면서 세계적 눈높이에 맞는 교육의 결과로 세계와 승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인재들이 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얻고 있는 것은 반복 훈련학습의 결과다. 스포츠 부분이나 일부 음악 부분, 심지어 ‘K팝’ 역시도 반복된 훈련의 결과에 의해 얻어진 것들이다. 이제 가장 한국적 소재로 선진국의 방법론을 원용하는 창의적 연구나 첨단 과학, 예술문화콘텐츠 그리고 삶의 진수를 다루는 창작들로 세계 으뜸이 되어야 한다. 둘째, 아픔을 알고 기쁨을 알며, 이웃의 고통을 아는 감성교육이 필요하다. 감성 없는 지성은 마른 지성이요, 지성 없는 감성은 격한 감성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월드컵의 열기 때처럼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서로 나라를 생각하고 벽을 허물 수 있는, 더불어 사는 교육이 필요하다. 월드컵 때 온 국민이 이웃 간의 벽을 허물고 골 하나 넣을 때마다 전국이 환성으로 가득차고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듯 이웃의 아이도 내 아이처럼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교육열이 이 땅에 심어져야 한다. 셋째로, 국민들의 ‘교육 눈높이’를 낮추는 일이 필요하다. 무조건 대학 진학만을 고집하는 교육 눈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현재 대학졸업연수 평균이 6.2년이나 되고 졸업 후 최소 11개월은 직업 없이 공백 기간을 경험해야 하며 청년층 비정년 인구가 102만명, 그리고 청년 실업자가 36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모들은 자녀의 학력 눈높이를 낮추고 기업들도 고졸자와 대졸자 간의 학력 격차보다 능력을 감안하면서 고졸 취업할당제를 도입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고졸자들이 언제든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면 교육 눈높이 조정은 가능할 것이다. 참된 교육의 눈으로 보면, 교육을 알면 알수록 교육이 값지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교육에 투자할수록 인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은 100m 경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며 자기를 다시 그려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모든 교육 현장에서 부모는 부모의 자리에서, 교사는 교사의 자리에서 그리고 정부나 정치인들은 정치인의 자리에서 교육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눈으로 교육을 볼 때 사랑할 수 있는 입과 귀가 열리는 교육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 교육열은 뜨겁지 않으나 꺼지지 않고, 희생하지 않으나 희생 못지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열이 높다는 점을 탓할 일은 아니지만 너무 뜨거워지면 교육에 취한 사회, 시험에 취한 학생, 사교육에 취한 부모의 모습을 벗어날 수 없다.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시스템과 올바른 교육열을 가질 때 교육은 희망이 되고 희망은 결실이 될 것이다.
  • [Weekend inside] 제주 올레길 ‘인기짱’ 7코스의 하소연

    [Weekend inside] 제주 올레길 ‘인기짱’ 7코스의 하소연

    저는 제주 올레길 일곱 번째 자식입니다. 흔히 ‘황금 코스’라 불리죠. 요즘 저희 식구 올레길이 대세인 것, 다들 알고 계시죠? 장마가 끝나자 제주섬도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우리 집 제주섬은 더 뜨겁습니다. 땡볕을 아랑곳하지 않고 비지땀을 흘리며 삼삼오오 저를 찾는 젊은이들, 야~ 참으로 싱싱하더군요. 건강한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가족의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저를 찾아 주시는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 일년 내내 열심히 땀흘려 일하시던 그분들께 사랑과 존경을 보내 드립니다. 사실, 이 모든 게 올레길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입니다.저는 예전엔 서귀포 칠십리 해안에 자리 잡은 흔하고도 그저 그런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심심하지는 않았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빼어난 해안 절경으로 한 미모 하거든요. 그러다 올레길 일곱 번째로 다시 태어난 뒤 제 인생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하루하루 저를 찾는 올레꾼들이 늘어만 갔습니다. 처음엔 신이 나더군요. 늦게나마 저의 진가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입이 귀 밑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파김치가 돼 버렸습니다. 올레꾼들의 사랑이 과분한 탓이었겠지요. 지난봄엔 전국에서 몰려든 어마어마한 수학여행단 학생들과 단체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저를 찾는 바람에 전 잠시도 쉬지 못하고 비명만 질러댔습니다. 이젠 저에게 불평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무슨 올레길이 이렇게 혼잡스럽고 시끄럽냐.”고요. 아~, 모든 게 잘난 제 탓입니다. 지난해 74만 6000여 올레꾼 중 저를 찾은 사람은 41만여명이나 됐습니다. 그 덕에 전 제주 올레길의 ‘황제’로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인기는 올해도 식을 줄 모릅니다. 40여만명의 올레꾼 가운데 20여만명 이상이 저를 찾았습니다. 하루 종일 시장통처럼 시끄럽고 번잡한 데다, 담배꽁초 등 무심코 버린 오물에 저는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모두들 저만 예뻐하다 보니 다른 올레길 형제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거니와 서울 도심의 멋대가리 없는 길처럼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걱정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죠. 지금 서귀포시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난리법석입니다. 제주 올레의 이미지가 흐려질까 우려해서지요. 제 병을 고치기 위해선 올레꾼들을 다른 올레길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뾰족한 처방을 찾지 못한 듯합니다. 단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별로 찾아오는 올레꾼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다 잘난 제 탓입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이 두렵습니다. 사실 제주엔 저보다 ‘유전자’가 더 뛰어난 아름다운 올레길 형제들이 더 많습니다. 저에 대한 과분한 사랑을 이제 그만 잠시 접어 주세요. 그래야만 제가 여러분 곁에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답니다. 요즘 육지 곳곳에도 저처럼 무수한 올레길이 생겨난다지요. 흠~ ‘올레길’이란 말을 함부로 쓰는 건 살짝 기분 나쁘지만, 하여튼 저처럼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아 병들어 가는 길이 없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저에 대한 사랑을 다른 길에도 똑같이 나누어 주세요. 길이란 게 밟아 줘야 기쁘고 좋아하는 법이거든요.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부고] ‘부산 美문화원 방화 사건’ 주도 김은숙씨 하늘로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을 주도했던 김은숙씨가 위암 투병 중 24일 오전 7시 40분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숨졌다. 52세. 김씨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미국이 눈감고 있는 것에 분노해 82년 문부식·김현장씨 등 부산 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을 일으켰다. 이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5년 8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 왔다. 지난달에는 임수경씨 등 지인들이 그녀의 쾌유를 비는 ‘작은 음악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김씨의 동생은 “어제 갑자기 하혈을 하고 의식을 잃으면서 상태가 나빠졌다.”면서 “숨지기 직전 산소호흡기를 뗀 상태에서 가족들에게 큰 소리로 ‘사랑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김씨를 곁에서 후원해온 통일운동가 임수경씨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김은숙님의 온가족이 밤새 병상을 지켰다.”면서 “주치의 선생님이 야간 당직이라 수시로 환자 상태를 봐 주셨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 제발 힘을 내세요.”라고 쾌유를 비는 메시지를 올렸다. 그러나 김씨는 2시간여 뒤 눈을 감았다. 김씨는 감옥에서 나온 뒤 소설과 번역서를 펴내며 두 딸과 생계를 이어 갔다. 지난해 위암 말기 판정을 받기 전까지 서울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자녀를 돌보는 ‘참 신나는 학교’를 운영했다. 김씨는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사단법인 오월어머니집이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어머니들에게 주는 ‘제5회 오월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의 빈소는 녹색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 오전 9시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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