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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꽂이]

    ●단군 할아버지(송언 글, 고광삼 그림, 봄봄 펴냄) 고조선을 건국한 시조 단군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신화’의 재탕을 벗어나 상상을 가미했다. 인간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 이야기는 곰족과 호랑이족의 다툼을 단군이 중재하는 과정으로 바뀌어 있으며, 신화에는 나오지 않는 검은 용, 황룡, 머리 아홉 달린 괴물 등도 출현한다. 1만원.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리처드 플라트 글, 스티븐 비스티 그림, 최의신 옮김, 진선아이 펴냄) 중세의 대성당부터 증기기관차,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해저 유전, 크루즈선, 우주왕복선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과 교통기관 18가지의 내부를 단면도로 펼쳐 보여준다. 설계도와 사진 등을 바탕으로 각 기관과 건축물의 내부 짜임새를 세밀한 그림으로 옮겼다. 1만 5000원. ●내 복에 살지요(엄혜숙 지음, 배현주 그림, 애플트리테일즈 펴냄) 조금 거칠긴 하지만 가부장적 유교문화를 전복하는 혁명적인 이야기다. 경기도, 경상북도, 평안북도 등에서 구전된 설화지만 요즘으로 쳐도 급진적이다. 호의호식을 “제 복에 살지요.”라고 말하며 부자 아버지 비위를 맞추지 못해 쫓겨난 막내딸 복남이가 다시 새롭게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는 기존 가치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또한 유쾌하다. 아무리 어린이책이지만, 잦게 등장하는 우연적 요소는 흠이다. 영문판은 부록이다. 1만 1000원.
  • [어린이 책꽂이]

    ●모두 다 친구야(문현식 지음, 양상용 그림, 포에버북스 펴냄) ‘똘망똘망 생태과학동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모든 어린이책이 바라는 것은 재미와 지식(혹은 정보)을 함께 안겨주는 것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놓치거나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책이 허다하다. 이 시리즈는 둘 모두를 놓치지 않는다. 민물에 사는 물고기 생태의 소개는 물론, 강가에서 뛰어노는 순박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햇살이와 까망이’(강양구 지음, 손문상 그림), ‘아기 물범아, 용기 내!’(이혜다 지음, 김재홍 그림) 등 다섯 권의 생태과학 동화가 함께 나왔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 생태를 존중하는 과학, 그리고 그 자연 그 과학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권 8000원. ●지존 삼국지 1~9(나관중 지음, 진동일 옮기고 그림, 오늘 펴냄) 출판계에 삼국지는 이미 수십종으로 차고 넘친다. 그러나 막상 초등학생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거나 너무 무성의하다. 중국 고전 연구가이자 삼국지 마니아인 역자는 5년 동안 수 차례에 걸쳐 중국을 찾아가 삼국지 무대를 둘러보며 자료를 수집했을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고, 미대(홍익대 서양화과) 출신답게 삼국지의 진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직접 그렸다. 특히 소설가 김주영의 감수를 거쳐 문학적 정교함까지 더해졌다. 각권 9800원. ●물음쟁이, 생각쟁이, 논리쟁이(박원석 지음, 서진선 등 그림, 소금나무 펴냄) 아이들이 일상에서 스스로 인성과 창의력을 가꿀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바른습관 바른생활’(3권)과 ‘자연사랑 환경사랑’(2권), ‘착한마음 바른생각’(2권), ‘건강한 몸, 올바른 음식’(1권) 등 모두 8권이다. 책을 따라 읽다보면 고쳐야할 점,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 등에 대해 스스로 묻고 대답할 수 있게 된다. 각권 1만원. ●시턴 동물기 1, 2(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글·그림, 윤소영 옮김, 사계절 펴냄) 우리가 ‘시이튼 동물기’로 알고 읽었던 책이다. 뭇 생명들이 펄떡거리던 100여년 전의 북미대륙 생태계에 대한 꼼꼼한 관찰의 기록물이다. 후대 침팬지 사회를 오랫동안 들여다보던 제인 구달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야생동물의 삶과 사랑, 사회관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각권 9800원. ●문화유산으로 보는 역사 한마당(김찬곤 지음, 정소영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풍성한 그림과 자료사진 등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문화유산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시켜준다. 말없는 문화유산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질 때 상상력과 다양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원시 사회와 삼국시대’를 시작으로 ‘통일 신라와 고려시대’, ‘조선시대’가 계속 나올 예정이다. 1만원.
  • 소설 ‘엄마를… ’ 음원 서비스한다

    소설 ‘엄마를… ’ 음원 서비스한다

    신경숙 작가의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엄·부)가 오디오북으로 시판된다. 시각장애인용 비매품에서 벗어나 아예 일반인을 겨냥한 판매용으로 출시되는 것이다. 순수문학의 본격 오디오북 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내친 김에 전자책(e-북) 시장 진출까지 타진하고 있어 출판계의 관심도 비상하다. 엄·부를 펴낸 출판사 창비는 12일 “엄·부 오디오북을 15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소설 엄·부는 지금까지 130만부 이상 팔렸다. 강일우 창비 상무는 “지난해 9월 비매품으로 오디오북(CD 10장 1세트)을 제작, 시각장애인 도서관 등에 기증했으나 오디오북을 듣고 싶다는 일반인들의 요청이 쇄도해 판매용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판용 오디오북에는 최근 ‘남녀탐구생활’로 인기몰이 중인 성우 서혜정씨를 비롯해 배한성, 고은정 등 40여명의 성우가 6시간 남짓 연기를 펼친다. 마치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느낌이다. 가격(1세트 20만원)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흠이다. 도서관, 공공기관, 기업체 등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게 창비 측의 기대다. 엄·부의 진출로 오디오북 시장의 성격 변화도 예상된다. 그간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이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오디오북은 어학 학습, 자기계발 등 실용서적 또는 어린이책 구연동화 수준에 그쳐 왔다. 디지털 콘텐츠로서 음원(音源) 서비스가 함께 이뤄지는 점도 눈에 띈다. 엄·부 오디오북은 음원을 컴퓨터, MP3, 스마트폰 등에 다운로드 받아서 이용할 수 있다. 강 상무는 “디지털 콘텐츠 무단복제 방지 및 판매 서비스 체계인 저작권 관리시스템(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며 “2차 저작물인 음원 판매 및 관리라는 점에서 다른 출판사들의 관심도 지대하다.”고 전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끝)] 다람쥐 무이의 봄/오주영

    [엄마와 읽는 동화(끝)] 다람쥐 무이의 봄/오주영

    다람쥐 무이는 창을 활짝 열었어요. 향긋한 봄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왔어요. 무이는 바람을 흠뻑 들이켰어요. “킁킁, 달콤한 제비꽃 냄새랑…. 킁킁, 기분 좋은 냄새가 섞여 있어.” 무이는 갑자기 배가 고팠어요. 제비꽃 요리가 먹고 싶었어요. “그게 어디 있더라…” 무이는 책장에서 책을 찾았어요. “찾았다!” ‘다람쥐를 위한 간단 봄 요리 100가지’라는 책이었어요. 무이는 책에 쌓인 먼지를 팡팡 털었어요. 콜록콜록 기침을 했어요.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어요. “새봄에 먹는 제비꽃 무침, 35쪽.” 무이는 35쪽을 폈어요. “재료. 2인분. 뿌리를 뗀 제비꽃 줄기 한 움큼, 참깨 가루 한 숟갈, 간장 한 숟갈, 맛술 약간, 소금 약간.” 무이가 볼을 긁으며 말했어요. “맛술 약간과 소금 약간? 약간이 얼마큼이지?” 무이는 다음 쪽의 ‘만드는 법’을 읽었어요. “첫째, 제비꽃 줄기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뺍니다. 둘째, 참깨 가루 한 숟갈에 간장을 한 숟갈 섞고, 맛술과 소금을 적당히 쳐서 소스를 만듭니다. 셋째, 제비꽃 줄기에 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맛술과 소금을 적당히 치라니, 적당히는 얼마큼이람.” 무이는 책을 덮었어요. 까딱까딱 의자를 흔들며 중얼거렸어요. “요리책은 정말 어렵구나.” 무이는 요리를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그때 다시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왔어요. 무이는 홀린 듯 의자에서 일어났어요. 파란 웃옷을 입고 밀짚모자를 썼어요. “제비꽃 무침에 들어갈 맛술이랑 소금의 양을 알아봐야겠어.” 무이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향했어요. 무이가 한 번도 다니지 않았던 길이었어요. 무이는 냇가를 따라 길을 걸었어요. 보송보송한 새싹이 발밑을 간질였어요. “이봐, 이봐. 멈춰!” 다급한 소리가 들렸어요. 무이가 깜짝 놀라 멈춰 섰어요. 무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어요. “움직이지 마!” 다시 소리가 들려왔어요. 무이가 하늘을 보았어요. 갑자기 무이의 모자가 하늘에 딱 달라붙었어요. “어? 뭐지?” 깜짝 놀란 무이가 바닥에 쿵 주저앉았어요. 모자는 여전히 대롱대롱 떠 있었어요. 노란 줄무늬 거미가 투덜거리며 줄을 타고 내려왔어요. “이것 봐. 내 소중한 끈끈이 끈에 네 모자가 걸렸잖아. 난 짚으로 만든 모자는 안 먹는데.” 가만히 보자, 투명한 거미줄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무이가 말했어요. “못 봐서 미안해. 너 제비꽃 무침에 맛술과 소금을 얼마나 쳐야 하는지 아니?” “제비꽃 무침? 난 몰라. 그렇지만 옆 나무의 거미 아가씨는 알지도 몰라.” “물어봐 줄 수 있니?” “좋아. 우선 벌레가 잡힐 때까지 기다려. 거미 아가씨는 맛있는 선물을 좋아하거든.” 무이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어요. “그럼 안 되겠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픈걸.” 무이는 다시 냇가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어요. 햇볕이 점점 뜨거워졌어요. 바람이 잠시 멈추었어요. 무이는 풀숲의 그늘로 들어갔어요. 그늘 속에는 초록 개구리가 앉아있었어요. “좋은 날씨지?” 무이가 인사했어요. 개구리가 쉰 목소리로 말했어요. “하늘은 맑고, 햇살은 밝아. 켁, 그러니 정말 나쁜 날씨야.” “맑은 날을 싫어하니?” “구름이 잔뜩 끼는 날이 좋아. 거기다 비까지 내리면 더 좋고.” 개구리는 힘없이 덧붙였어요. “이런 날에는 목이 아파서 노랫소리가 갈라져버리는 걸, 켁켁.” “저런.” 개구리가 너무 구슬피 말해서, 무이는 제비꽃 무침에 맛술과 소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냐고 물을 수 없었어요. 풀숲이 바스락거리더니, 꽃 모자를 쓴 개구리 아가씨가 얼굴을 내밀었어요. “얘, 더운데 뭐하니?” 개구리가 까슬까슬 갈라진 목소리로 노래를 했어요. “뜨거운 해보다 뜨거운 마음, 켁. 내가 누굴 기다리고 있었게? 켁켁.” 개구리 아가씨가 빙긋 웃으며 개구리 옆에 앉았어요. 무이는 다시 냇가를 따라 걸어갔어요. 나뭇잎이 바람에 파르르 떨었어요. 냇물도 파르르 떨었어요. 꽃다지가 살랑살랑 몸을 흔들었어요. 무이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걸었어요. 무이는 하늘을 빙빙 돌며 춤을 추는 얼룩 나비를 보았어요. “나비야, 혹시 제비꽃 무침에 넣을 맛술과 소금의 양을 아니?” 나비가 외쳤어요. “저리 가. 말 시키지 마. 나비 아가씨한테 춤을 보여드려야 해.” 그래서 무이는 꽃다지 위에 앉아있는 나비 아가씨에게 물었어요. “제비꽃 무침에 맛술과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고 있니?” “음, 글쎄….” 얼룩 나비가 무이의 코앞까지 날아와 화를 냈어요. “저리 가. 말 시키지 마. 나비 아가씨는 내 춤을 봐야 해.” “아, 알았어.” 무이는 나비를 피하다 발을 헛디뎌 냇가로 주르륵 미끄러졌어요. “어어어어?” 무이가 냇물에 텀벙 빠져버렸어요. 무이는 떠내려가며 팔다리를 허우적댔어요. 다행히 무이의 앞발에 나무뿌리가 잡혔어요. 무이는 뿌리를 붙잡고 엉금엉금 뭍으로 올라왔어요. “휴, 내일 할 목욕을 오늘 해 버렸네.” 무이는 철퍼덕 주저앉았어요. 눈앞에 제비꽃이 가득 핀 벌판이 펼쳐졌어요. 벌판 한 가운데 둥근 바위집도 보였어요. “저 집 주인은 제비꽃 무침에 넣을 맛술과 소금의 양을 알 거야!” 무이는 바위집 앞으로 뛰어가 외쳤어요. “계세요?” “잠깐만요.” 바위집의 문이 열리고, 걸레를 쥔 다람쥐 아가씨가 걸어 나왔어요. 무이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어요. 아가씨에게서 마음이 붕 뜨는 신비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났거든요. 무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비꽃 무침이, 그러니까…” 다람쥐 아가씨가 팔짱을 끼고 무이를 지긋이 보았어요. 무이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어요. “꼬르륵, 꼬르륵, 꼬르르르륵!” 다람쥐 아가씨가 킥 웃었어요. “새봄맞이 청소가 끝나면 맛있는 점심을 만들 거예요. 청소 좀 도와주실래요?” 무이는 서둘러 외쳤어요. “예, 좋아요. 좋습니다.” 무이는 멋지게 청소를 도왔어요. 앞으로 뒹구르르,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거실 바닥을 찰박찰박하게 만들었지요. 아가씨는 걸레로 바닥을 깨끗이 닦아냈어요. 청소가 끝나자 다람쥐 아가씨가 들판의 너른 바위 위로 제비꽃 무침을 내왔어요. 무이는 다람쥐 아가씨와 제비꽃 들판에 앉아 점심을 먹었어요. 민들레차도 함께 마셨어요. 따뜻한 햇볕이 무이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주었어요. 무이는 다람쥐 아가씨와 인사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어요. 돌아오는 길에는 저절로 어깨가 들썩여졌어요. 보드라운 바람이 무이의 등을 밀어주었어요. 무이는 얼룩 나비 둘이 함께 팔랑팔랑 춤추는 걸 보았어요. 개구리 둘이 더위를 피해 헤엄치는 것도 보았어요. 거미줄은 텅 비어 있었어요. 무이는 집으로 돌아와 파란 웃옷을 옷걸이에 걸었어요. 그러고 나서야 무얼 깜박했는지 깨달았어요. “앗, 제비꽃 무침에 맛술과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무이는 흐뭇하게 중얼거렸어요. “내일 다시 가서 물어봐야겠는 걸.” ●작가의 말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아니,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 단단하던 땅이 푸슬푸슬해지고, 초록 잎이 곰실곰실 돋아날 봄이 기다려진다. 봄이 오면 모두들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켜겠지. 동물들은 제 짝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닐 거다. 생동하는 봄을 동화에 담고 싶었다. ●약력 창비 제13회 좋은 어린이책 창작동화 저학년부문 대상. 현재 단국대 대학원(문예창작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저서: 동화집 ‘이상한 열쇠고리’
  • [어린이 책꽂이]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숀 탠 글·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 펴냄) ‘도착’ ‘잃어버린 것’ ‘빨간 나무’ 등의 저자가 일상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삶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15편의 기이한 이야기를 썼다. 그림책과 성인문학의 경계에서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그림책. 1만 2000원. ●청소년을 위한 뇌과학(니콜라우스 뉘첼 등 지음, 김완균 옮김, 비룡소 펴냄) 최근 과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뇌에 관해 쉽게 풀어쓴 책. 시험을 보면 긴장하고, 사랑의 감정에는 허둥대고, 늦잠으로 고통받는 사춘기에 흔히 갖게 되는 고민들을 과학적으로 풀어준다. 1만 3000원. ●내 잘못이 아니야(크리스티앙 볼츠 지음, 한울림 어린이 펴냄) 국내에서 전시됐던 ‘2009년 그림 속 세계 여행’에도 소개된 작가로 다양한 오브제로 그림을 그려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당나귀, 개, 돼지, 고양이, 병아리 등이 제가 안 했다고 다 발뺌하는데, 그럼 누가 잘못한 걸까. 8500원. ●포그 매직(줄리아 L 사우어 글, 오승민 그림, 공경희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캐나다의 작은 산골에 사는 그레타는 안개가 자욱한 날 혼자서 산책을 떠났다. 숲길 입구에서 낯선 집을 발견하는데, 빈터에 갑자기 생긴 것이다. 100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이 신비로운 성장소설. 미국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9000원. ●천둥치던 날(김려령 등 7인 지음, 정문주 그림, 문학과 지성사 펴냄) 어린이책 ‘문지아이들’ 시리즈 100호 기념 단편집. 1999년 피우미니의 ‘할아버지와 마티아’ 등을 시작으로 10년만에 100호까지 내놓게 됐다. 마해송 문학상을 받은 작가 7명이 7개의 시선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9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엄마 백과사전이 너무 재밌어요”

    ‘백과사전’ 하면 장식용으로 책장에 꽂아놓는 책을 떠올리기 쉽다. 단지 가나다 순으로 개념이나 용례만 기술해 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따뜻한 그림백과-한국·한국인편’(재미난책보 지음, 신수진 외 4명 그림, 어린이아현 펴냄)은 이런 선입견을 허문다. 3~7세 아이들을 위한 이 백과사전은 이야기책처럼 일정한 흐름을 지니고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그림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곁들이고 있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생활편’과 ‘자연·과학편’에 이어 이번에 나온 3번째 시리즈는 ‘모양’, ‘냄새’, ‘소리’, ‘색깔’, ‘맛’ 등 총 5권으로 구성됐다. ‘모양’을 설명하는 방식은 이렇다. “모양이 다르면 쓸모도 달라요. 앞니, 송곳니, 어금니는 모두 같은 이지만, 생김새가 달라서 하는 일도 달라요.” 그러니까,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소재들을 예로 들어 이해의 범위를 넓혀간다. ‘색깔’편에서 “꽃은 필 때부터 제 색을 가지고 있지만, 과일은 다 익어야 제 색이 나와요.”를 읽으면, 사물을 바라볼 때 관찰력이 더 깊어질 것이다. ‘맛’편에서 “월척을 낚는 재미가 낚시할 맛”이라고 할 때, 맛이란 말은 음식 외에도 다양하게 쓰인다는 걸 알게 된다. 글을 쓴 사람은 어린이책 기획, 번역, 집필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재미난책보’다. 그들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열심히 글을 쓰고 다듬었다.”라고 말한다. 각권 77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만화 ‘태일이’로 부천만화대상 수상 최호철

    만화 ‘태일이’로 부천만화대상 수상 최호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만화 ‘태일이’(전5권·돌베개 펴냄)가 최근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삶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그린 최호철(44) 작가를 최근 그가 강단에 서고 있는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만났다. 최 작가는 “이 작품 말고는 본격적인 만화 작업이 없어 미숙한 점이 많은데 과분합니다. 다큐멘터리적이거나 사회적인 내용을 담은 만화의 가능성을 높이 산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① ‘전태일 평전’ 읽고 작품 만들 결심 노동자 인권을 위해 목숨을 버린 노동운동가의 삶은 어린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어둡고 무거운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법하다. 그러나 최 작가는 어린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부분이 전태일의 삶에 많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흔히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승리한 사람만 위인전에 등장하지만, 꼭 그런 사람만 본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오늘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볼 때 그는 누구보다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세상을 뜬 분들과 다를 바가 없죠.” 전태일의 삶을 그림으로 옮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꽤 오래 전. 제대 뒤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1990년 즈음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최 작가는 청계피복노동조합을 찾았다. 그러다가 그림 교실을 열고 야학 활동을 하며 그곳의 삶을 직접 접하기도 했다. 당시 전태일에 대한 10쪽짜리 만화를 그렸다. ② ‘와우산’ ‘을지로순환선’ 현대미술관에 2003년에야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의 제안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다시 시작한 취재 과정에서 전태일의 새로운 모습도 많이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외출할 때 항상 옷을 다려 입고 빵모자를 쓸 정도로 멋쟁이었죠. 유머 감각과 친화력도 뛰어나 좌중을 휘어잡았어요. 동료들이 갖은 고난을 헤치며 그의 유지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면모 덕분일 거예요. 무엇보다 목표를 정하면 빨리 이룰 정도로 추진력이 있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혼자 성공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동료들을 위해 목표를 바꿨죠. 그래서 위대한 것 같아요.” 전태일은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그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전태일’이 많다고 힘주어 말한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의제를 넓히기 위해 만화라는 장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 ③ 회화로 출발 애니·일러스트·만화 등 다양한 작업… 5~6년내 풍속화 작품집 또 낼 것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절반 이상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 질서에 편입하려는 열망과 집착을 보여주는 게 안타깝다고도 했다. 물론 그가 문제 의식과 메시지만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다. “만화는 재미있어야 해요. 이러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그릴 수 있을지 숙제죠. ‘태일이’에도 전태일의 삶이 잘 녹아들었는지, 재미있게 그려졌는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1995년 발표한 단편만화 ‘자전거 나들이’가 새싹만화상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가로 정식 데뷔했지만 최 작가는 사실 화가이기도 하다. 84학번인 그는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수많은 우리 이웃의 모습을 따뜻하고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그림 하나에 빼곡히 담은 ‘와우산’(1994)과 ‘을지로 순환선’(그림·2000)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을 정도. 지난해에는 1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우리네 삶을 담았던 그림들을 모아 작품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그림쟁이’ 또는 ‘시각 이미지 생산자’로 부른다. 어려서부터 화가를 꿈꿨고, 순수 회화로 시작했지만 ‘해돌이와 달순이’, ‘오돌또기’ 등 애니메이션과 여러 어린이책의 일러스트레이션, 만화에 이르기까지 순수미술과 대중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민중미술 활동을 하며 시야가 넓어졌어요. 포스터, 걸개 그림, 판화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하며 미술이라는 게 전시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죠. 한 번 그리고 전시하고는 다시 창고에 처박히는 그림이 아니라 다양하게 복제돼 불특정 다수에게 다가가는 그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만화를 시작할 때도 그다지 거리낌이 없었어요.” 그는 항상 작은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현실 속에서 자신의 눈으로 본 것들을 그린다. 우리 이웃을 그리고, 창백한 신도시보다는 세월과 사연, 기억이 깃든 달동네나 골목을 그린다. 스케치북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그는 벌써 300권을 채웠다. 1000권이 넘는 작가들도 있다며 별 것 아니라고 피식 웃는다. 풍경을 그려도 사람 이야기가 녹아 있는 풍경을 그리는 그를 놓고 혹자는 ‘현대 풍속 화가’라고 평한다. 최 작가 스스로도 풍경과 인물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피터 브뤼겔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5~6년 내에 새로운 컨셉트를 잡아 작품집을 낼 요량이다. 비정규직이나 이주노동자 문제도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어 한다. “장르 구분은 중요하지는 않아요. 어떤 장르건 독단에 빠지지 않고 매체 특성을 잘 이해하며 작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이웃들이 내 이야기가 있구나, 내가 주인공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도록 우리 이웃의 긍정적인 힘을 북돋워주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꼬마 귀신이 전하는 생명과 죽음의 의미

    묵직하다. 뇌사와 장기 기증의 의미를 다루는 어린이책이라니. 또한 어렵다. 초등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으로부터 초월을 알려줘야 하다니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 ‘사랑과 영혼’의 어린이 버전처럼 상상력은 발랄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에 가닿는 방법은 친절하고 편안하다. 동화작가 최은영이 쓴 어린이 소설 ‘살아난다면 살아난다’(최정인 그림, 우리교육 펴냄)는 삶과 죽음의 위태로운 경계선을 넘나드는 열 두살 근호의 이야기다. 근호의 넋이 가족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 타인에 대한 헌신의 의미를 깨달으며 ‘죽어서 살아나는 법’을 배워가는 얘기다. 결국 죽음은 삶과 자리를 바꿔가며 늘 우리 곁에 있는 벗처럼 머물다가 떠나곤 하는 구체적인 대상이다. 귀신을 볼 수 있고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영매(靈媒)인 ‘703호 할머니’는 병원 안팎을 떠돌며 계속 살고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근호에게 알려준다. “편히 가려면 마음속 원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원망으로 가득 차서는 저승에 가서도 편히 지낼 수 없어.”라고 말이다. 근호조차도 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마음속 깊은 곳에 쌓였던 원망의 짐을 꿰뚫어본 703호 할머니의 지적이다. 근호는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재혼 가정의 아이다. 애정 표현에 서툰 새아빠, 새할아버지의 무관심에 시달렸다. 유일한 희망인 엄마마저 공부와 성적에 집착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근호의 마음 밑바닥에는 원망과 미움이 커왔다. 근호의 소박한 바람은 ‘엄마와 아빠랑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근호는 병원을 떠돌다가 심장병에 걸려 생사를 넘나드는 또다른 열 두살 소년 동우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번민을 거듭하는 뇌사 상태의 근호와 엄마, 아빠. 이들은 죽음 직전의 근호 앞에서 마침내 마음을 열고 서로 화해하며 소통한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선택한다. 심장 기증을 통해 근호를 더 오랫동안 살리기로 한 것이다. 근호의 시선을 쭈욱 함께 따라가다 보면 가슴 깊은 곳이 덥혀지다가 뭉클한 기운이 서서히 올라온다. 죽음은 삶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어린이책 출판사 수상작 3선

    출판사들이 너도나도 공모하고 있는 어린이책 수상작들은 정말 좋을까? 경쟁을 통해 수상작이 됐으니 아무래도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창작과비평이 제13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고학년 창작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이은정씨의 장편 동화 ‘소나기밥 공주’와 저학년용 ‘이상한 열쇠고리’를 펴냈다. 문학과지성사는 아동문학가 마해송을 기리는 마해송 문학상 5회 수상작으로 이송현씨의 ‘아빠가 나타났다’를 출판했다. 우선 ‘소나기밥 공주’(정문주 그림). 아빠 없이 혼자 사는 초등학생 6학년생 소녀의 이름은 공주. 성이 안, 안공주다. 실제 그의 삶처럼 말이다. 공주는 학교 급식시간마다 밥을 엄청나게 많이 먹어 ‘소나기밥 공주’로 불린다. 아빠와 단둘이 반지하방에서 사는데 아빠가 어느날 사라져 학교 급식이 가장 중요한 끼니가 됐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은 체할까 걱정된다는데, 굶기를 밥먹듯 하는 공주는 체한다는 의미를 모른다. 아빠는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러 안산의 재활원에 들어갔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공주는 있는 돈을 다 털어 홀로 아빠를 면회갔지만, 아빠를 만나지는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돈이 다 떨어졌고, 집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공주는 해피마트에서 이웃집에 배달가던 장바구니를 가로챘다. 가로챈 장바구니로 저녁밥을 해먹는 공주는 배도 부르고 행복했을까? 잘못된 행동에는 양심의 가책이라는 통렬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8500원. 저학년 부문 대상을 받은 오주영씨의 ‘이상한 열쇠고리’(서현 그림). 우연히 열쇠고리를 주운 뒤로 지영이는 체육복이 필요하면 체육복을 얻고, 평소 못되게 구는 박동구를 혼내주기도 하고, 엉망진창으로 본 시험을 재시험치게 만든다. 그런데 지영은 자신의 소원이 이뤄질 때마다 친구들이 곤란을 겪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지영이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열쇠고리를 줍기 직전으로 돌아간다. 열쇠고리가 다시 지영이의 눈앞에 놓이게 되는데, 지영이는 열쇠고리를 주울까 외면할까. 표제작 외 3편의 단편 수록. 8500원. ‘아빠가 나타났다’(양정아 그림)의 주인공 초등학생 5학년 남자아이 준영이는 숨기고 싶은 비밀 두 가지가 있다. 아빠가 댄스교습소를 운영하는 ‘춤선생’이라는 것과 2살 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해 지금은 아빠랑 산다는 것이다. 아빠는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하지만 아빠를 ‘제비’라고 사람들이 놀릴 때면 준영이는 괴롭다. 해마다 열리는 체육대회를 기다리던 준영이는 깜짝 놀랄 소식을 듣는다. 5학년들이 스포츠 댄스 공연을 하게 됐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춤선생님으로 아빠가 오신단다! 아빠를 숨기고픈 준영이와 자신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려는 아빠와의 사이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부자(父子)간의 갈등과 화해를 유쾌하게 그렸다. 아동문학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던 폭력 아빠, 가출 아빠 등 어두운 아빠들 사이에서 ‘차차차’를 추는 아빠의 출현은 반갑다. 9000원. 문소영 박상숙기자 symu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허수아비와 들쥐/김소연

    [엄마와 읽는 동화] 허수아비와 들쥐/김소연

    너른 들판에 가득 찬 벼 이삭들이 가을바람에 춤을 춥니다. 논 한가운데 서 있는 허수아비의 낡은 저고리도 덩달아 나부낍니다. “허! 그 놈 참 험악하게도 생겼다.” 논두렁을 지나던 이웃 농군들이 허수아비를 보며 흉인지 칭찬인지 한마디씩 던집니다. 농부는 망태 할아범처럼 생긴 허수아비가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니었어요. 허수아비를 세워 둔 후론 얄미운 참새들이 얼씬도 못했으니까요. “금쪽같은 내 곡식들, 잘 지켜야 한다.” 농부 말에 어깨가 으쓱해진 허수아비가 무서운 얼굴로 고함을 쳤어요. “어떤 놈이든 논가에 얼씬만 해라. 이 허수아비님이 가만 안 둔다!” 가을들판엔 허수아비 빼곤 개미새끼 한 마리 눈에 띄질 않았어요. “내 덕분에 올 해도 풍년이구나.” 허수아비는 한껏 으스댔지만 그 모습을 보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어요. 아침에 한번 농부가 나와 둘러볼 뿐, 하루 종일 허수아비 혼자였지요. 따가운 햇살에 머리가 지끈거려도, 차가운 밤비에 옷이 젖어도 누구하나 얘기 나눌 친구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뒷산에서 들쥐 한 마리가 들판으로 내려왔어요. 벼가 다 익어가니, 겨우내 먹을 쌀을 장만하러 오는 게지요. 들쥐는 허수아비가 서 있는 논 한가운데로 들어왔어요. 잘 익은 벼 이삭 하나를 똑 잘라 물고 나가다 그만 허수아비에게 들키고 말았지요. “웬 놈이 남의 벼를 훔쳐 가느냐!” “아이고 깜짝이야. 간 떨어지겠네.” 천둥 같은 고함소리에 놀란 들쥐가 자리에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렸어요. “에이, 난 또 뭐라고…. 허수아비잖아.” 들쥐는 허수아비를 보고는 어깨를 한번 으쓱거렸어요. 그리고 놓쳤던 이삭을 입에 물고 제 갈길을 갔어요. “아니, 네 이 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 논에 함부로 들어 온 게냐? 혼구멍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허수아비는 큰소리로 으름장을 놓았어요. 자기를 보고도 놀라기는커녕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들쥐가 괘씸했거든요. 하지만 들쥐는 허수아비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콧방귀를 뀌었어요. “어쩌려고요? 막대 팔로 날 잡으려고요?” “뭐, 뭐라고? 너는 내가 무섭지도 않느냐?” “무서워요? 그 우스꽝스러운 바가지 얼굴이 무서워요? ” 들쥐의 대답에 허수아비가 할 말을 잃었어요. “아저씨, 나는 겁쟁이 참새하고는 달라요. 허수아비가 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요.” 들쥐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어요. “아저씨는 그저 속 빈 강정이에요. 저고리 속은 텅 비어가지고 논바닥에 쿡 박혀 꼼짝도 못하는 그야말로 허깨비, 그게 바로 허수아비죠.” ‘속 빈 강정? 허깨비?’ 허수아비는 생전 처음 듣는 말에 화 낼 생각조차 잊어버렸어요. “그럼, 이만. 내일 또 봐요.” 들쥐는 멍하니 서 있는 허수아비를 두고 벼 포기 사이로 유유히 사라져버렸어요. 다음날부터 생쥐는 제 멋대로 들판을 오가며 벼이삭을 물어갔어요. “도둑놈 같으니. 당장 나가지 못 해!” 허수아비는 들쥐를 볼 때마다 고함을 지르며 내쫓으려 했지만 들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요. 보다 못한 허수아비가 들쥐를 나무랐어요. “너는 남이 일 년 내내 공들여 키운 곡식을 허락도 없이 축 내는 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이 말에 들쥐가 발길을 멈추었어요. “우리 짐승들에겐 이 벼들도 산에서 나는 열매와 다를 게 없는 걸요.” “무슨 소리야? 이 논엔 엄연히 주인이 있는데.” “그거야 사람들끼리 하는 소리지, 어디 이 땅이 생길 때부터 농부 것이었나요?” “그래도 모를 내고 벼를 키운 건 바로 주인 농부라고.” 허수아비는 제가 마치 농부인 양 점잖게 말했어요. “산에 나는 열매는 저절로 큰 줄 아세요? 하늘이랑 바람이랑 산이 서로 도와가며 키운 것이지.” 들쥐는 반들거리는 코를 벌름거리며 대꾸했어요. “따져보면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산에 올라와 마음대로 열매를 따가잖아요. 사람들이 언제 산이나 하늘에 허락받고 가져 간 적 있나요? 지난 봄에는 나무꾼이 다람쥐네 참나무를 통째로 베어갔어요.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긴 다람쥐 가족이 얼마나 울었는데요.” 들쥐의 말에 허수아비가 입맛을 다셨어요. “다람쥐네 식구들한텐 안 된 일이군.”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허수아비가 조그만 소리로 말했어요. “그래도 너무 많이 물어가진 말아다오. 내 체면도 있으니까.” “그럼요. 저도 염치가 있는데.” 들쥐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다음날, 벼이삭을 물고 이랑 사이를 지나던 들쥐가 갑자기 허수아비 어깨위로 쪼르르 올라왔어요. “아저씨. 혼자 심심하지 않으세요?” “심심하다니. 난 지금 일하는 중인데.” 허수아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들판을 살피며 말했어요. ““근데, 며칠 다녀보니까 이 논에는 아저씨 말고는 메뚜기 한 마리도 안보여요.” “그야 당연하지. 너처럼 맹랑한 녀석이면 모를까, 다들 날 무서워하거든.” 들쥐는 잘난 체하는 허수아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어요. “다들 아저씨를 무서워만 하는데, 슬프지 않아요? 친구 하나 없이?” “친구? 그런 것 보단 내 몫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법이야.” 허수아비 말에 들쥐가 입을 쌜쭉거렸어요. “피~. 그런 게 어딨어. 아저씨, 그러지 말고 제가 아저씨 친구 할까요?” “친구랍시고 논에 있는 벼 맘 놓고 훔쳐가려고?” 허수아비가 어림도 없다는 듯 눈썹을 추켜세웠어요. “치! 아저씬 벼밖에 몰라.” 들쥐는 혀를 쏙 내밀더니 어깨에서 내려가 버렸어요. 들쥐는 그 후 며칠 더 왔다 갔다 하더니, 이후론 나타나질 않았어요. 허수아비는 벼를 훔쳐가는 들쥐가 사라지자 마음이 놓였어요. 그래도 혼자 심심할 때면 들쥐의 또랑또랑한 눈이 생각났어요. 얼마 후, 추수가 시작되었어요. 농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벼를 거두었어요. 그리고 허수아비를 벼 그루터기 사이에 던져놓고 가버렸어요. 이제 허허벌판엔 허수아비만 덩그러니 남았어요. “가을 내내 고생한 나를 쓸모없어졌다고 내버리다니….” 허수아비는 농부의 야속한 얼굴을 떠올리며 중얼거렸어요. 날은 갈수록 추워졌어요. 허수아비가 쓰던 벙거지는 늦가을 찬바람에 떠밀려 어디론지 날아가 버리고, 저고리도 비바람에 헤져 여기저기 찢겼지요. “이제 겨울이 닥쳐오면 얼어 죽겠지….” 허수아비는 힘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그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저씨. 여기 누워서 뭐하세요?” 어느 틈에 왔는지, 들쥐가 머리맡에 서서 허수아비를 빠끔히 내려다보고 있질 않겠어요? “아니. 너 여기 웬일이냐?” 허수아비는 반가운 마음에 큰소리로 물었어요. 들쥐는 대답 대신 허수아비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중얼거렸어요. “지나가는 길에 와봤더니…. 농부가 그예 버리고 갔구나!” 그 말에 허수아비는 두 볼이 벌게졌어요. “정말 이렇게 있다간 한 겨울에 얼어 죽겠어요.” “그게 허수아비 운명이라면 할 수 없지.” 허수아비가 체념한 듯 우물거렸어요. “가만있자…, 아! 좋은 생각이 났다.” 들쥐가 논두렁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잠시 후, 볏짚을 잔뜩 물고 온 들쥐는 허수아비 저고리 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들쥐가 저고리 안을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허수아비는 간지러워 웃음이 터졌어요. “뭐하는 거야? 히히히….” “저고리 속을 짚이랑 마른 풀로 가득 채우면 바람도 막고, 추위에 끄떡없을 거예요.” 이 말에 허수아비는 웃음을 멈추고 멍한 눈으로 들쥐를 쳐다봤어요. 그러자 들쥐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어요. “우린 친구잖아요.” 들쥐는 하루 종일 쏘다니며 마른 풀들을 모아 저고리 속을 채웠어요. 덕분에 저녁노을이 질 무렵, 허수아비는 두툼한 외투를 걸친 것처럼 뚱뚱해졌지요. 들쥐는 손을 흔들며 산으로 돌아갔어요. 밤이 되자 첫 눈이 내렸어요. 밤새 내린 눈은 솜이불처럼 허수아비를 덮어 주었어요. 그래도 저고리 속은 휑하니 찬바람이 가득했어요. 그때였어요. “허수아비 아저씨! 어디 계세요?” 들쥐의 목소리가 눈 쌓인 들판에 울려 퍼졌어요. 허수아비가 서둘러 대답했지요. 들쥐는 허수아비에게 다가와 바가지 얼굴에 덮인 눈을 쓸어냈어요. 허수아비는 들쥐를 보자마자 두 눈이 커다래졌어요. 들쥐는 마치 큰 싸움이라도 한 것 같았어요. 콧등엔 할퀸 자국이 선명하고, 털은 땀과 흙이 범벅인데다 이마에는 멍까지 들었어요. “어떻게 된 거야? 겨우내 집에서 따뜻하게 지낸다더니.” 그 말에 들쥐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 “어젯밤, 난데없이 오소리가 쳐들어왔어요. 창고에 가득 채워둔 식량을 빼앗더니, 집까지 부셔버렸어요. 간신히 목숨만 구해 도망쳐 나왔어요.” 들쥐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허수아비를 바라보았어요. “아저씨한테 작별인사 하러 왔어요. 먹을 것도, 집도 잃었으니 이번 겨울은 나기 어려울 거예요. 아저씨 부디 안녕히 계세요.” 들쥐가 힘없이 뒤돌아섰어요. “무슨 소리야? 여기가 네 집인데.” 들쥐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어요. “네? 어디가요?” “어디긴. 바로 내 저고리 안이지. 얼마나 따뜻하고 아늑한데.” 허수아비는 뽐내듯 가슴을 쭉 내밀었어요. “겨울동안 나랑 같이 지내자. 들판엔 농부가 떨어트리고 간 이삭도 제법 있으니 양식 걱정은 말고.” 허수아비가 왼쪽 눈을 찡긋하더니 한마디 덧붙였어요. “어때, 친구?” “아저씨!” 들쥐는 연못에 뛰어드는 개구리처럼 허수아비의 품으로 뛰어들었어요. 그제야 허수아비는 온 몸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답니다. ●작가의 말 힘겹게 농사지은 쌀을 훔쳐가는 들쥐는 얄미운 도둑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사람이야말로 자연의 가장 큰 도둑일지도 몰라요. 사람들은 자연에게 한없이 베풀어 달라고 조르면서 막상 제가 가진 것은 쌀 한 톨도 그냥 내어주지 않으니까요. 곡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눈을 부라리는 허수아비야말로 그걸 세워 둔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요? 혼자서 모든 걸 독차지 하려고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그래서 밤낮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 그런 허수아비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약력 ▲2004년 단편 ‘행복한 비누’가 샘터문학상 동화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등단 ▲2007년 창비가 주관한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서 장편 ‘명혜’가 당선 ▲2008년 창작동화집 ‘꽃신’ 발표 ▲지은 책으로는 ‘명혜’ ‘꽃신’ ‘나불나불 말주머니’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등
  • 책값 부담스럽다면 파주 북 아웃렛 어떠세요?

    책값 부담스럽다면 파주 북 아웃렛 어떠세요?

    아동도서 출판사인 비룡소가 지난 1일 파주출판단지에 어린이 상설 도서 할인 매장인 ‘까멜레옹’을 오픈했다. 이로써 파주 출판단지내 북아웃렛(상설할인매장)이나 할인 책방이 10여개로 늘났다. 경제 위기설이 팽배해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판매되는 서적들은 서점에서 반품이 들어온 책들로, 베스트셀러도 적지 않다. 물론 새 책을 만질 때의 촉감이나 시각적 즐거움은 살짝 떨어질 수 있다. 표면에 작은 흠집이 있거나 본면의 종이가 조금 바랬거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해 읽고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간혹 절판됐거나 품절됐던 도서도 구입할 수 있어 큰 장점. 각 출판사의 북 아웃렛들은 초판 발행일을 기준으로 1년6개월이 지난 책들을 최고 80%, 평균적으로 30~50% 할인한다. 신간의 경우는 정가에서 10% 할인한다. 일부 구간(舊刊)의 경우 할인가가 적용되지 않지만, 옛날 가격으로 판매된다. ●비룡소 아웃렛 ‘까멜레옹’ 비룡소가 발행한 어린이책 중에서 출간된 지 1년6개월 이상 된 책들은 기본적으로 50% 할인해 판매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으로 ‘수학귀신’, ‘모모’, ‘지각대장 존’, ‘고릴라’, ‘줄무늬가 생겼어요’, ‘아씨방 일곱동무’, ‘까마귀 소년’, ‘오른발 왼발’ 등을 반값에 살 수 있다. 비룡소 사옥 2층. (031)955-4318~9. ●김영사 아웃렛 ‘행복한 마음’ 출판단지 김영사 건물에 북아웃렛을 2006년 5월에 열었다.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해 세미나실, 강당, 어린이 놀이공간, 카페까지 마련했다. 어린이책부터 성인책까지 모두 출판하고 있는 김영사는 최저 30%에서 최고 80%까지 책값을 할인한다. ‘먼나라 이웃나라’, ‘식객’, ‘앗’ 시리즈 등도 구입이 가능하다.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에는 강연회도 연다. (031)955-3155. ●열화당의 ‘향기있는 책방’ 열화당 건물에 있고, 2004년에 문을 열었다. 신간은 10% 할인하고, 구간의 경우는 옛날 정가로 판다. 할인은 없지만 구간 중에는 1500원짜리도 있어 저렴하다. (031)955-7000. ●아침독서운동본부의 ‘비밀의 책방’ 아침독서운동, 학급문고 보내기 등의 활동을 하는 한상수씨가 만든 어린이책 전문 아웃렛. 어린이출판사들로부터 반품 받은 책들을 기증 받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출판사 서해문집 건물 지하 1층. 같은 층에 어린이 도서관도 있다. (031)955-7656. 이외에 동화출판사의 킨더랜드(031-955-4961),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하는 헌책방 보물섬(031-955-0077), 혜원북숍(031-955-7451), 보림책방(031-955-3456), 성지문화사(031-955-7477), 문공사북카페(031-955-4123), 다락원북카페(031-955-7272) 등에서도 30~50% 할인된 가격에 책을 공급하고 있다고 출판도시문화재단은 밝혔다. 대중교통 외에 서울 지하철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출판단지로 들어가는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031)955-003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푸른 5월 어린이 달, 책잔치 갈까 박물관 갈까

    푸른 5월 어린이 달, 책잔치 갈까 박물관 갈까

    5월이 코앞이다. 가정의 달이다 뭐다 하니 ‘뭔가 특별한 것’을 준비해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올해 유독 드문, 5일간의 황금연휴까지 주어지니 ‘물건’으로 갈음하기도 더더욱 민망하다. 비싼 돈에 긴 시간 투자하지 않아도 부모 노릇 제대로 할 수 있는 행사들이 즐비하다. 책, 역사, 환경의 소중함 등을 즐겁게 놀면서 배울 수 있어 더욱 알차다. 5월 행사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출판도시 경기도 파주에서 한달 내내 열리는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2009(www.pajubfc.org)’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예년에 비해 규모가 훨씬 커졌고 행사의 밀도가 높아졌다. 평소 접하기 힘든 재미있는 이벤트가 다양하니 놓치지 마시길. 주요 체험 행사는 초반에 몰려 있다. 1~5일 각 출판사가 골목골목을 채우고 개성 넘치는 전시, 문화행사 등을 선보인다. 도서관으로 개조된 이동 버스를 타면 마음껏 동화책을 읽을 수 있고 나만의 팝업북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출판도시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무공해 전기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5일, 16~17일, 23~24일에만 탈 수 있다. 문턱 높게 생각됐던 어린이 책 출판사가 문을 활짝 연다. 문학동네, 문공사, 보리, 주니어김영사, 파란자전거 등의 사옥을 직원 안내로 돌아볼 수 있고 인쇄소에서 책 만드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5일 어린이날 행사는 좀더 특별하다. ‘서점 사장님’이 되어 자신의 책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어린이 책 벼룩시장이 서고 가족 대항 책 릴레이, 박 속의 책 터뜨리기, 고사성어 놀이터 등 책과 스포츠를 결합한 ‘북 올림픽’이 6시간 동안 진행된다. 대부분 행사는 무료이며 출판사 사옥 탐방 등 일부 행사는 예약 필수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유명 동화책의 원화 전시회인 ‘2009 동화 책 속 세계여행’이 6월23일까지 진행된다. 앤서니 브라운, 헬린 옥슨벌리, 존 버닝햄, 최숙희, 이수지 등 국내외 그림책 작가 65명의 작품 45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5일에는 특별행사로 오후 2~4시 앤서니 브라운의 사인회가 예정돼 있다. 만 13세 이상 1만원. (02)585-9991. 삼성어린이박물관(www.samsungkids.org)은 5월 환경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물레방아를 만들어 수력에너지에 대해 알아보고 태양열 선풍기, 바람으로 움직이는 굴렁쇠 놀이를 통해 환경과 에너지의 소중함에 대해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어린이날 아이들이 자신과 친구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도록 도와주는 인형극 ‘친구가 되고 싶어’를 특별 상연한다. 커피 찌꺼기로 친환경 탈취제를 만들기도 하고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들기 놀이를 해볼 수 있다. 이날 입장 수익금은 전액 복지시설에 기부, 나눔 문화도 배울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 필수. 3000~6000원. (02)2143-3600. 국립중앙박물관(www.museum.go.kr)은 어린이날 역사를 배우고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무료 문화행사 ‘우리들 세상’을 준비했다. 태권도와 무용을 결합한 ‘EXTM의 태권쇼’와 클래식 공연 ‘얌모얌모’가 하루 2차례 아이들과 만난다. 삼국시대 의복체험, 유물촉각체험, 시전지에 편지쓰기, 반구대 암각화 문양을 이용한 모빌 만들기 등 흥미로운 행사가 많다. 고대 농경문화를 살펴보고 전통음식 경단을 만들어 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민화를 읽고 전통 탈을 만드는 ‘책 읽어주는 박물관’, 부모와 함께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풀어보는 ‘박물관 퀴즈왕’도 관람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1544-5955.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문화플러스]

    ● ‘미술관에서’ 라가치상 수상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여원미디어의 그림책 ‘미술관에서 만난 수학’이 올해 라가치상 논픽션 분야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라가치상은 볼로냐아동도서전 주최 측에서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한 책에 주는 상으로 픽션, 논픽션, 뉴호라이즌, 올해 신설된 오페라 프리마 등 네 개 분야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각각 시상한다. 한국 그림책이 라가치상을 수상한 것은 네 번째. ‘미술관에서 만난 수학’은 ‘탄탄 수학 동화’(전 85권)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미술관을 찾은 한 가족이 명화들 속에서 수와 도형, 대칭, 규칙 등 다양한 수학 개념들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김윤주씨가 그림을 그렸다. ● ‘기억 080902’ 조형부문 금상 2009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독일 헤링 에스링어의 ‘우아한 만찬’이 생활부문, 한국 조형오의 ‘기억 080902’가 조형부문에서 각각 금상을 차지했다. 국제공모전 수상작 25점과 입선작 180점은 오는 4월25일부터 2개월 동안 이천세계도자센터에 전시된다. 이번 국제공모전에는 70개국의 작가 1726명이 3195점의 작품을 출품해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월드스테이지 디자인 9월 서울서 한국무대미술가협회(회장 김성철)는 ‘월드 스테이지 디자인 2009’를 오는 9월19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행사는 전 세계 무대미술가 및 기술자, 극장건축가들의 모임인 OISTAT가 4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무대예술제전으로 무대디자인, 무대의상 및 소품, 조명, 공연음향 등을 망라한다. 출품된 작품들은 디지털 형태로 전시돼 관람객들은 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작품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거쳐 선정된 작품들은 미니어처 형태로 행사장에 전시되고 오스카 와일드의 ‘욕심쟁이 거인’을 텍스트로 한 공연도 열린다.
  • [어린이 책] 학습만화 대박 이유 뭘까?

    [어린이 책] 학습만화 대박 이유 뭘까?

    과학학습만화 ‘Why?’시리즈가 국내 최초로 2000만부을 돌파했다. 예림당은 12일 “49권까지 출간된 ‘Why?’ 시리즈가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2000만부를 돌파했고, 시리즈 마지막권인 50권이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2000만부 돌파는 만화학습지에서 처음 있는 일일뿐만 아니라, 전체 출판계에서 단일 시리즈가 이렇게 많이 팔린 것도 처음이다. 현재까지 공식 집계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그리스·로마 신화(전 20권)로 1300만부이다. 최근까지 2000만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7권까지 출간된 만화 마법천자문도 1000만부를 돌파해 뒤를 따르고 있다. ●단일 시리즈 이렇게 많이 팔린 건 처음 ‘Why?’ 시리즈가 2000만권까지 팔린 이유를 예림당측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 전개에 만화가 곁들여졌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려운 과학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호감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순수창작물로 획일적이고 도식화해서 구성하지 않고 각 권이 독립적인 이야기 전개로 진행된 것도 인기를 모은 중요한 이유다. 사진과 실사에 가깝게 일러스트를 강화하고 만화에 치우치지 않도록 정보를 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 전개 주인공인 초등학생 ‘엄지’와 ‘꼼지’의 역할도 중요했다. 이를테면 ‘미래과학’ 편에서는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 미래몽 박사가 우연히 만난 엄지와 꼼지를 도와 탐라섬(제주도)을 지키는 내용인데, 모험과 탐사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공위성, GPS(위치추적 시스템), 건물짓는 로봇 등에 대한 설명들이 상세히 들어가 있다. ●주인공 초등생 엄지와 꼼지 역할도 중요 원래 ‘Why?’시리즈의 원형은 1989년 출간된 10권짜리 과학만화 ‘왜’시리즈다. 이후 어린이책에서 만화학습지 시장이 확대되자 예림당은 2001년부터 제목을 ‘Why?’로 바꾸고 내용도 완전히 새롭게 손본 기획·창작 시리즈물로 바꿔내기 시작했다. 그간 어린이 과학책이 대부분 서양의 어린이 전집을 들여와 번역한 수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진화인 셈이다. 한꺼번에 수십권짜리 전집을 내놓기보다 준비되는 대로 한 권씩 펴낸 것도 각 가정의 주머니 사정과 시장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그 결과 ‘Why?’시리즈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선정한 우수과학만화에 지속적으로 선정됐다. 우주와 바다(2002년), 날씨(2003년), 로켓과 탐사선, 갯벌, 똥, 독있는 동식물(이상 2006년), 미생물(2007년), 뇌, 정보통신(2008년) 등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손 큰 할머니의 뜨개질하기/채인선

    [엄마와 읽는 동화] 손 큰 할머니의 뜨개질하기/채인선

    찬바람이 쌔앵쌔앵 몰아치는 겨울날이었어요. 손 큰 할머니네 집에는 숲 속의 작은 동물들이 놀러와 있었어요. 너구리와 여우와 다람쥐였어요. “할머니, 추워요. 이불 더 없어요?” “추운데 뭐 하러 왔어? 제 집에서 겨울잠이나 잘 것이지.” “만두 먹어야죠. 만두 때문에 겨울잠 못 자요.” 할머니는 쯧쯧 하며 혀를 차더니 몸을 일으켰습니다. “가만있거라. 다락에 이불이 더 있는지 한번 봐야겠다.” 다락은 어두컴컴했어요. 할머니는 손으로 더듬더듬 이불을 찾다가 커다란 바구니를 발견했습니다. “흠. 이 안에 뭐가 들었을까? 이불이나 들었으면 좋으련만.”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에게 할머니는 소리쳤어요. “바구니를 내릴 테니 밑에서 받쳐라. 바구니가 엄청나게 크다.” “예, 할머니!” 바구니를 받쳐 들면서 너구리와 여우가 속닥였어요. “이건 보물단지야. 틀림없이 보물이 들어 있을 거야.” “보물이라면 무거울 텐데, 그렇게 무겁지 않은걸?” 그때 다람쥐가 끼어들었어요. “어쩌면 굶어죽은 도깨비가 들어 있을 수도 있어. 그럼 우리를 다 잡아먹을 거야.” 다람쥐의 말에 너구리와 여우는 “이크!” 하며 손을 놓쳤어요. 그랬더니 데구루루 크고 작은 털실뭉치들이 방안 가득 쏟아졌어요. 예전에 할머니가 젊었을 적에 뜨다 만 것들이었죠. 할머니가 신기해하며 중얼거렸어요. “오호, 이것들이구나! 보물이긴 보물이네.” 너구리가 물었어요. “할머니, 이걸로 뭐할 거예요?” 할머니가 털실을 매만지며 대답했어요. “뜨개질해야지.” 다람쥐가 물었어요. “무엇을 짤 거예요? 제 목도리 짤 거예요?” “글쎄다, 알아맞혀 보렴.”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뜨개질 바늘을 찾아들었어요. 밖에서는 여전히 바람이 불어댔어요. 쌔앵쌔앵 덜컹덜컹. 바람소리가 무서워 동물들은 할머니 앞에 바싹 다가앉았어요. 손가락에 실을 감더니 할머니가 바늘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단단한 실뭉치 하나가 헤실바실 풀어집니다. 얼마 안 있어 실이 다 풀어지고 실 끄트머리가 보였어요. “얘들아, 어서 실을 이어라. 실이 끊어지면 안 돼.” 할머니가 소리치자 바늘 끝만 쳐다보고 있던 동물들이 물었어요. “왜요?” “계속 떠야 하니까.” “아, 그렇구나.” “서둘러라. 어서 실을 이어.” “예, 할머니.” 손이 빠른 여우가 얼른 실을 이었어요. “바로 또 실을 이어야 하니까 미리 준비해 둬. 실이 끊어지면 절대 안 된다고.” “예, 할머니.” 갑자기 할 일이 생긴 동물들은 저희들끼리 열띠게 의논을 했어요. “빨간색 다음에 노란색이 좋단 말이야. 노란색 다음에는 파랑색이 좋고…….” “아니야. 이 노란색 대신 밤색이 나아. 밤색 다음에 노란색을 잇자.” 그러다 말싸움을 했어요. “밤색은 똥색이야. 노란색을 먼저 해.” 눈 깜짝할 사이에 실 뭉치를 하나 없앤 할머니가 동물들에게 재촉했어요. “급해, 급해. 어서 다음 것을 이어! 실이 끊어지면 안 된다고 했지!” “예, 할머니!” 동물들은 말싸움을 그만두고 실 뭉치들을 조르르 줄을 세웠어요. 뭉치가 작은 것들은 미리 끝을 이어두었어요. 점심때가 다가왔어요. 뜨개바늘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할머니가 말했어요. “배고프다. 냉장고에서 만두 꺼내 와서 삶아라.” “예, 할머니.” “내 입에다 하나씩 넣어줘.” “예, 할머니.” “물도 줘. 목 마르다.” “예, 할머니.” “아이, 등이 간지럽네. 등 좀 긁어라.” “예, 할머니.” 날이 저물었어요. 할머니가 말했어요. “어둡다. 불 좀 켜라.” “예, 할머니.” “바람 들어온다. 문 좀 잘 닫아라.” “예, 할머니.” “무릎 아프다. 무릎 좀 주물러라.” “예, 할머니.” “화롯불 좀 들쑤셔라. 고구마 다 익었는지 보고.” “예, 할머니.” “고구마 먹고 자라.” “예, 할머니.” 할머니는 뜨개질을 계속 했어요. 한 밤이 지나가고 두 밤이 되었어요. 그 많던 실 뭉치들이 없어지는 대신 할머니의 뜨갯것이 차츰 넓어졌어요. 하지만 그것이 이불인지 목도리인지는 아무도 몰랐죠. 밤이 지나 다시 아침이 되었어요. 할머니는 뜨개질을 멈추지 않았어요. 실을 남김없이 다 쓸 생각이었거든요. 그런 다음 푹 쉬려고 더욱 부지런히 바늘을 움직였던 건데 동물들은 그걸 몰랐어요. 동물들은 실이 자꾸 없어지는 걸 보고 초조했어요. 실을 어서 이으라고, 실이 끊어지면 안 된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것이 마을로 실을 구하러 가는 것이었어요. “할머니, 금방 갔다 올게요. 천천히 뜨고 계세요.” “손 큰 할머니라면 엄청 큰 것을 떠야 하는데 실이 모자라면 안 되죠.” “걱정 마세요. 우리가 실을 많이 구해올게요.” 동물들은 이렇게 말하고 마을로 내려갔어요. 할머니는 뜨개질에 열중해서 동물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실 구해요. 실. 다락이나 헛간 속에 못 쓰는 실이나 아직 안 쓴 실, 쓰다 만 실이나 나중에 쓰려고 아껴둔 실, 조금씩 보태 주시면 요긴하게 쓰렵니다. 실 구해요. 실. 한 집에 하나씩 주시면 잘 받겠습니다. 실이오, 실. 아무 실이나 다 받아요. 개나리 노란 실, 하늘 파랗다 파란 실, 고추 빨갛다 빨간 실, 깜깜 밤이다 까만 실. 모두모두 주세요. 온갖 실 다 주세요. 망태기를 짊어진 동물들이 마을을 한 바퀴 돌자 사람들이 기특하다며 실 뭉치를 하나씩 던져주었습니다. 순식간에 망태기가 실 뭉치로 가득 찼어요. 으쓱으쓱 신이 난 동물들은 빠른 걸음으로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어요.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뜨개질을 막 끝내고 막 쉬려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동물들이 마을에 내려가서 실을 구해왔다니! 더구나 이렇게 많은 실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음……. 할 수 없이 더 짜야겠네.” 할머니는 밥을 한꺼번에 많이 지어먹고 뜨개바늘을 다시 집어 들었어요. 그러곤 계속 뜨개질을 했어요. 동물들이 할머니에게 모여들었어요. “할머니, 하품 대신 해드릴까요?” “그래라.” “할머니, 뒷간에 대신 갔다 올까요?” “그래라.” “양치질은요? 대신 해드릴까요?” “그래라.” “할머니, 뭐를 좀 먹고 싶죠? 만두 삶아올까요?” “그래라.” 너구리가 만두를 삶아와 할머니 입에 넣어 주고는 물었어요. “목 마르죠? 물도 드실래요?” “그래라.”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그래라.” “이리 좀 돌아앉으세요. 등도 긁어드릴게요.” “그래라.” 한 밤이 지나가고 두 밤이 되었어요. 할머니는 여전히 뜨개질을 하고 동물들은 그 옆에서 쿨쿨 잠을 잤어요.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동물들은 드르렁 코고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어요. 그랬더니 주위에 뜨개질 거리가 말끔히 치워져 있고, 할머니가 팔다리를 쭉 뻗은 채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어요. 동물들은 서로 중얼거렸어요. “이제 할머니가 뜨개질을 다 한 건가?” “그렇다면 무엇을 짰지?” “글쎄 말이야. 무언가 다 짜놓았을 텐데.” 영문을 몰라 방안을 살피는데 몸이 슬슬 더워졌어요. 이마에 땀이 흥건히 배었어요. 동물들이 다시 말을 나누었어요. “왜 이렇게 덥지? 갑자기 한여름이라도 되었나?” “정말 더워 죽겠다. 밖으로 나가자.” “그래그래. 여기 있다가는 만두처럼 삶아지겠어.” 동물들은 할머니가 짜놓은 것을 찾다 말고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그러곤 바로 알게 되었죠. 할머니가 무엇을 완성했는지. 그건 바로 스웨터였어요. 왜 방안이 그렇게 더웠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그 스웨터를 산골집이 입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파랗고 빨갛고 노랗고 푸른 스웨터였어요. 탐스러운 방울도 달려 있고 크고 작은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스웨터였어요. 깨알 같은 꽃도 무더기로 붙어 있는데, 그건 실 한 오라기도 버리지 않고 다 쓰기 위해 만든 것이었어요. “집이 스웨터를 입고 있다니, 정말 웃긴다.” “스웨터가 정말 예쁘다. 개나리 진달래 다 피어 있잖아.” “그런데 정말 크다. 이렇게 큰 스웨터는 처음 보았어. 할머니는 역시 대단해.” 동물들은 손 큰 할머니의 멋진 작품을 앞에 놓고 짝짝짝 박수를 쳤어요. 이제 추워서 덜덜 떨 일은 없겠죠? ●작가의 말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춥고 긴 것 같습니다. 안팎으로 희망적인 일보다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이 원고는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에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설날이면 만두를 엄청 많이 해서 우리의 이웃, 동물과 나누어 먹는 손 큰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과 씩씩한 마음이 요즘에 더욱 그리워집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춥다고 덜덜 떠는 어린 동물들을 위해 아주아주 큰 스웨터를 만들었답니다. 마음이 추울 때 할머니의 스웨터 입은 초가집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어보면 좋겠습니다. ●약력 ▲1962년 강원도 함백 태생 ▲1985년 성균관대 불어불문과 졸업 ▲1997년 창비주관 제1회 좋은 어린이책 공모상 입상 ▲‘내 짝꿍 최영대’, ‘아름다운 가치 사전’, ‘토끼와 늑대와 호랑이와 담이와’, ‘시카고에 간 김파리’ 등 발표. ▲현재 경기도 용인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가족과 함께 생활.
  • [이주일의 어린이책]

    ●복타러 간 총각(최민오 그림·김세실 글, 시공주니어 펴냄)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수박을 먹다가도 이가 부러지는 ‘지지리 복도 없는’ 순박한 총각 석순.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억울한데…. 석순은 부처님을 만나 복을 타기 위해 서천서역국을 향해 먼 길을 나선다. 고비마다 마음 고운 처자, 백발 노인, 순진한 이무기의 도움을 받은 석순은 부처님께 이들의 근심거리까지 전하겠다고 약속한다. 드디어 부처님 앞에 엎드린 석순. “너는 이미 복을 탔으니 돌아가거라.” 어리둥절할 법하지만 책을 읽는 아이들도, 석순도 이미 깨달았다. 남 탓하지 않고 직접 불행을 떨치기 위해 일어선 의지, 이웃의 근심까지 풀어주려는 착한 심성이 복을 가져왔다는 것을 말이다. 8500원. ●나무들의 어머니(지네트 윈터 글·그림, 지혜연 옮김, 미래아이 펴냄) 황폐화된 고국 케냐를 푸른 숲으로 되돌려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 마타이의 자서전. 어린 시절 초록 나무가 우산처럼 드리운 작은 마을에서 자란 왕가리. 외국 유학 후 돌아와 고국이 사막처럼 변해 있자 눈물을 흘린다. “그래, 나무를 심는 거야! 여기 뒤뜰부터 한 그루 한 그루 시작하면 돼.” 그녀가 심은 아홉 그루의 어린 나무는 30년 후 3000만 그루가 되는 기적의 씨앗이 됐다. 한 개인의 불굴의 의지가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잘 보여준다. 이국적 색채와 간결한 그림체도 많은 걸 이야기한다. 9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동성애·약육강식·처세술… 어른들이 보는 이솝이야기

    …제우스신이 사람을 만들며 모든 감정을 불어넣다가 수치심을 넣는 것을 깜빡해버렸다. 제우스는 뒤늦게 수치심에게 항문을 통해 들어갈 것을 부탁했다. 펄펄 뛰던 수치심은 “좋다. 하지만 에로스가 같은 곳으로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 그럴 경우 나는 즉각 떠나겠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모든 동성애자들은 수치심을 잃어버리게 되었다.(14편 ‘제우스와 수치심’) …무거운 나뭇짐을 지고 가던 한 노인이 지칠 대로 지쳐 짐을 땅에 내려놓고 ‘죽음’을 소리쳐 불렀다. ‘죽음’에게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내 짐을 좀 들어주었으면 해서.”(144편 ‘노인과 죽음’) 이솝우화(최인자, 신현철 옮김·문학세계사 펴냄)가 제 모습을 되찾았다. 헌데 복원된 모습을 보니 익히 알려진 재미와 교훈의 도덕적인 어린이책이 아니다. 358편 우화 중에는 ‘동성애’에 대한 조롱,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의 힘겨움, 삶의 불공평함, 약육강식 등 현실 세태의 우울함과 어두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들이 넘쳐난다.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수의 작품이 있지만, 그 내용은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처세술을 가르치는 어른의 우화집에 가깝다. 실제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우화가 많다. 제우스, 헤르메스, 아프로디테, 프로메테우스, 헤라클레스 등 그리스 신화 속의 신, 그 상황과 빗댄 이야기도 많다. 앞이 잘 안 보이는 노파를 치료하러 와서 가구를 하나씩 훔쳐가는 의사(153편 ‘늙은 여인과 의사’), 엉터리 진단을 내린 의사 얘기(179편 ‘돌팔이 의사’), 사후약방문식 의사(180편 ‘의사와 환자’) 등 유독 의사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예나 제나 의료사고가 문제였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이 넘도록 구전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이솝의 이야기가 빛을 본 것은 192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에밀 샹브리에 의해 한데 묶여 ‘이솝 우화’로 출간되면서였다. 이후 영어판으로 나오면서 어린이들이 읽기에 부적합한 150여편이 몽땅 잘려나갔다. 그리고 어린이 책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각 편마다 한두 줄씩 달린 해석을 읽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하다. 1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이렇게 해보면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어요

    방학 동안 아이들은 뭐하고 지낼까? 해결책 세가지를 제시해 보겠다.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어린이도서관을 짓고 있다.경제 위기로 아이들 책값도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엄마들은 자녀들에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고 하지만,도서관과 거리가 멀게 살아온 엄마나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린이 도서관은 ‘그림의 떡’이다. ‘도서관에 가자’(아카기 간코 지음,스가와라 게이코 그림,고향옥 옮김 전3권)는 이런 어려움을 풀어 준다.도서관을 친근하게 해주고,스스로 필요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그림책이다.도서관에 가서 회원카드를 만들고,이용하는 법은 물론 직접 책을 찾는 법,연구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서 자료를 직접 찾아 보고서를 쓸 수 있는 고차원적인 도서관 이용 법까지 상세히 알려 준다.어린이에게 다소 어려운 책 분류기호가 왜 필요한지,사서의 역할은 뭔지 잘 알 수 있다.각권 1만원.
  • [이주일의 어린이책] 체험학습 안 가고도 자연과 신나게 노는 방법

    열두 달 자연놀이(붉나무 글·그림,보리 펴냄)는 아빠가 만들어 준 엉성한 썰매를 타고 놀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는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아이들이 추운 겨울뿐만 아니라 4계절 12개월 동안 자연과 놀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책들이다.멀리 체험 학습이나 생태 기행을 떠나지 않아도 놀 수 있는 재미난 놀이들을 소개했다.물론 아빠나 엄마는 큰 돈을 들이지 않는 대신 약간의 수고를 해야만 한다.아니면 아이들이 집안을 어지럽히고 놀아도 두 눈 딱 감고 참아야 한다.겨울철 놀이만 몇 가지 소개해 보겠다.눈으로 집짓기,눈낚시 하기,동물 눈사람 만들기,고드름 따기,고드름 따서 손에 얹고 오래 참기,얼음축구,얼음으로 만든 화석 등등.스키가 아니더라도 정말 즐겨울 수 있는 겨울 놀이들이 많고 또 많다.1만 6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5억년전 지구와 살았던 생명체는 어땠을까?

    공룡 대백과(팀 헤인스,폴 체임버스 지음,허민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제작·방영한 자연사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책으로 펴낸 것으로 제 6권이다.국내에 미출간된 ‘괴물 대탐험’을 포함해 ‘공룡 대탐험’,‘고대 야생동물 대탐험’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대 생명체의 신상 명세서이자 고대 지구 환경 안내서다.5억년 전 고생대에서 6500만년 전 신생대까지 바다와 땅,하늘을 지배했던 생물들을 섬세하고 정교한 디지털 복원기술로 되살려 냈다.디지털 그림과 함께 고대동물들의 생물학적 구조와 생활방식,습성,몸집 크기,먹이,분포상태 등이 소개된다.112종의 생명체를 복원하기 위해 BBC는 600명 남짓한 과학자의 고증을 받았다고 한다.‘한국 백악기 공룡 해안’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 사업의 총책임자인 허민 전남대 교수가 번역했다.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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