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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컴, 대머리 된다 왜?

    최근 영국의 시사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머잖아 대머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끈 적이 있었다. 이유는 그의 ‘콘로’라는 헤어스타일 때문. 이 스타일이 흑인들이 즐기는 ‘레게’ 스타일보다 머리카락을 더 단단히 꼬아 만들기 때문에 두피가 많이 노출돼 그만큼 손상이 쉽다.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는 “헤어스타일이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게 당겨 묶거나 땋은 머리, 고무 밴드로 머리를 꽉 조이거나 스트레이트 파마 등도 모두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견인성 탈모, 압박성 탈모 머리를 뒤로 잡아 묶는 ‘포니 테일’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가장 일반적인 헤어스타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머리를 세게 잡아당겨 묶는 것은 모발 건강에 해롭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모발을 너무 세게 당겨 묶으면 모근이 들떠 어린 나이에도 탈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성인도 머리를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탈모 증상이 생긴다. 바로 견인성 탈모다. 견인성 탈모는 머리를 뒤로 당겨 묶는 여성, 특히 레게 머리를 즐기는 아프리카 여성에게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흑인뿐 아니라 동양권 젊은이들도 이런 스타일을 즐겨 탈모증상을 겪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파마할 때 특정 부위의 모발이 지속적으로 당겨지거나 베개, 모자 등에 의해 오랫동안 눌려 탈모가 오기도 하는데, 이를 ‘압박성 탈모’라고 한다. 한쪽 방향으로만 누워 있는 젖먹이에게서도 종종 이런 경우가 발견되며, 환자가 장기간 침대에 한쪽으로만 누워 있을 때에도 나타난다. 압박성 탈모의 원인은 압박으로 인한 국소 혈류장애 때문이다. ●예방과 치료 견인 및 압박성 탈모는 유전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원인 행동을 삼가는 것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견인성 탈모는 세게 잡아당겨 머리를 묶거나 땋는 것을 피하되 꼭 묶어야 한다면 최대한 느슨하게 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간혹 습관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습관도 금물. 압박성 탈모라면 한 방향으로 장시간 머리를 대고 누워 있거나 공기가 잘 통하지 않게 모자나 헤어 밴드로 머리를 압박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물리적 힘에 의해 머리카락이 빠진 경우 원인을 제거하면 대부분 다시 머리가 난다. 하지만 정상 두피라도 머리카락에 계속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탈모 요인이 작용할 경우에는 자연 치유가 어렵다. 이 때는 발모제를 바르거나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의들은 “평소 관리가 쉬운 헤어스타일을 택하고, 스프레이나 무스 등은 살에 닿지 않게 모발 끝에만 바르는 게 좋다.”며 “이와 함께 자외선, 가공식품, 커피와 담배, 기름지거나 지나치게 맵고 짠 음식 등은 모발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도움말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75)居敬窮理(거경궁리)

    儒林 (353)에는 ‘居敬窮理’(살 거/공경 경/생각할 궁/이치 리)가 나오는데, 이것은 학문 修養(수양)의 두 가지 方法(방법)이다.居敬窮理는 몸과 마음이 참된 길에서 어긋날까 조심하는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면서, 최선을 다하여 끝까지 이치를 탐구하는 것이다.居敬(거경)은 道德的(도덕적) 本性(본성)의 涵養(함양)이며 窮理(궁리)는 사물에 나가서 그 理致(이치)를 窮究(궁구)하는 것이다. ‘居’자의 본 뜻은 ‘웅크리고 앉다.’였으나 후에 ‘살다, 있다, 머물다.’의 뜻이 파생되었다.用例(용례)로 ‘居士(거사:재덕이 있으나 숨어살며 벼슬을 하지 않는 선비),居安思危(거안사위:편안히 지낼 때에도 위태로움이 닥칠 때를 생각하여 대비 태세를 갖춤),奇貨可居(기화가거:진기한 물건은 잘 간직하여 나중에 이익을 남기고 판다는 뜻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함을 이름)’ 등이 있다. ‘敬’자의 원형은 머리에 커다란 장식을 얹고 ‘다소곳이 꿇어앉아 비는 사람’의 상형. 그런데 裝飾(장식)은 흐트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심하다, 근신하다.’라는 뜻이 派生되었다.‘敬’은 ‘敬虔(경건:공경하며 삼가고 엄숙함),敬而遠之(경이원지:공경하기는 하되 거리를 두고 가까이하지 않음),尊敬(존경: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 등에 쓰인다. ‘窮’자는 원래 ‘다하다.’라는 뜻을 나타냈으나 점차 ‘궁구하다, 궁색하다, 난처하게 만들다.’의 뜻이 派生되었다. 흔히 쓰이는 用例에는 ‘窮餘之策(궁여지책:궁한 나머지 생각다 못하여 짜낸 계책),追窮(추궁:잘못한 일에 대하여 엄하게 따져서 밝힘),窮乏(궁핍:몹시 가난함)’ 등이 있다. ‘理’의 본래 뜻은 ‘옥을 다루다.’이다. 즉 옥과 돌이 뒤섞인 옥돌을 다루어 玉器(옥기)로 만들 때 옥의 결, 즉 무늬를 잘 살려야 하므로 ‘무늬’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用例에는 ‘理念(이념: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理想鄕(이상향: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非理(비리:올바른 이치나 도리에서 어그러짐)’가 있다. 初期(초기) 人類(인류)의 눈에 비친 自然(자연)은 畏敬(외경)의 對象(대상)이었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 操心(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인지의 발달에 따라 자연에 대한 敬畏心(경외심)이 인간에 대한 敬虔性(경건성)으로 전환되면서 사람은 누구나 恭敬(공경)의 대상이라는 自覺(자각)이 싹텄다. 이것이 바로 敬思想(경사상)의 出發點(출발점)이다. 退溪(퇴계) 李滉(이황)은 나를 낮추고 남을 認定(인정)하는 敬(경)의 哲學(철학)으로 一貫(일관)한 큰 어른이다. 제자들의 回顧(회고)에 따르면 그는 제자들을 늘 벗 대하듯이 하였다고 한다. 비록 어린 제자라도 이름을 부른다거나 下待(하대)하지 않았으며, 보내고 맞을 때에도 항상 ‘敬’의 姿勢(자세)를 잃지 않았다. 항상 드나들며 배우는 제자일망정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받았다. 자신의 목숨이 다한 것을 直感(직감)한 퇴계는 숨을 거두기 나흘 전에 주위의 挽留(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모아놓고,“평소에 올바르지 못한 見解(견해)를 가지고 終日(종일)토록 講論(강론)한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마지막 인사까지 잊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었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주말화제] 한동대생들 신개념 성교육영화 제작

    [주말화제] 한동대생들 신개념 성교육영화 제작

    “형도 누나 생각하면서 그거 해요?”“아니야, 인마. 나는 누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보호해 주고 싶고 그런 거야. 진짜 좋아하면 안 그래.”(석호와 광욱의 대화) “언니, 그거 해봤어요?”“무작정 하면 좋을 것 같니?살덩어리끼리 맞닿는 게 뭐가 중요하겠어.”(지혜와 수연의 대화) 따분하고 형식적인 기존 성교육의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대학생들이 신개념 성교육 영화를 만들었다. 한동대 복합문화극단 ‘다리 놓는 사람들’이 찍은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이다. 의식 변화와 인터넷 보급 등 바뀐 환경에 맞춰 청소년들의 성 고민과 해결책을 솔직하고 흥미롭게 담아냈다. 제작진도 몇년 전까지 성교육을 받던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다. 기존 프로그램의 문제를 잘 아는 만큼 요즘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최대한 근접시켰다고 자평한다. ●평범한 중고생들이 만드는 솔직 담백한 에피소드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에서 힌트를 얻은 1시간짜리 영화에는 중학생 광욱과 수연, 고등학생 지혜(광욱의 누나)와 석호(지혜의 남자친구) 등 4명이 등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잠 못 이루며 밤새 자위행위를 하는 광욱의 모습. 광욱은 여자만 보면 알몸을 상상하고, 친구들과 포르노를 돌려보며 우정을 확인한다. 수연은 성에 대한 지식이 친구들보다 부족한 것 같아 걱정하는 조용한 여중생이다. 친구가 가져온 포르노를 보며 “이거 보고 초경하는 거 아냐.”라고 물을 정도로 순진한 수연이는 부모님이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지혜와 석호 커플은 남자와 여자의 성에 대한 인식 차를 보여준다. 석호의 친구들은 “여자가 속으로만 기다리고 있을 때 멋있게 리드해 주는 게 남자”라며 콘돔을 건네고, 지혜의 친구들은 “좋아한다고 다 받아주면 끝도 없어. 지들(남자들)은 하든 말든 티도 안 나잖아.”라고 충고한다. 영화는 난자, 정자, 낙태, 성병 등에 대한 정보 위주인 기존 성교육에 직격탄을 날린다. 지혜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던 중 낙태 부분이 나오자 임신중절 수술을 경험한 친구가 교실을 뛰쳐 나간다. 교실 뒤에서는 “요즘엔 돈만 주면 개나 소나 다 해주는 건데 왜 자꾸 보여주고 난리야.”라는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진다. 여자친구를 뜻하는 ‘깔’ 등 청소년들이 실제 쓰는 비속어나 은어도 여과 없이 사용됐다. 제작진은 성이란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초경을 한 뒤 생리대를 사러 가서 “저기, 하얀 거 그거 주세요.”라고 더듬거리는 수연이에게 슈퍼마켓 주인이 “여자면 당당해야지, 그게 뭐 부끄러운 일이니.”라고 충고를 해준다. 수연이 생명을 낳을 수 있는 어른이 됐음을 설명하는 슈퍼마켓 주인 역은 제작 취지에 공감한 청소년 성고민 상담실 ‘푸른 아우성’의 구성애 대표가 맡았다. ●파격적 표현 속 “아름다운 성” 메시지 담아 시나리오 완성에만 2개월이 넘게 걸렸다. 학생 6명이 100여편의 성교육 관련 논문과 300여개의 인권단체에 접수된 성폭력 사례를 탐독하고 장면마다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다리 놓는 사람들 최영환(25) 대표는 “올 3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남고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8%가 현재의 성교육에 대해 ‘장난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면서 “얼마 전까지 청소년이었던 회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어른과 청소년 사이에 놓인 인식의 괴리를 좁히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위원회와 좋은교사운동본부의 추천을 받은 이 영화는 DVD 등으로 제작돼 인터넷(www.bridgist.com)에서 판매된다. 시사회는 11일 오후 2시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린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인간시대]13대째 한의원 가업 ‘외길’ 간다

    [인간시대]13대째 한의원 가업 ‘외길’ 간다

    “어려서부터 눈만 뜨면 하던 일이라 지겨운 나머지 어른을 속여가며 회피하기도 했지. 그런데 차차 철이 들면서 그 말씀이 맞았다 싶더라고….” 한의사인 서울 동대문구 문화원 김영섭(67) 원장은 의료에 발을 들여놓은 사연을 얘기하며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 원장은 “내 인생이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 뻔했다.”고 말문을 연 뒤 반 세기 전을 회상했다. 두 차례의 대학 진학과 졸업에 얽힌 8년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조부 속이고 한의학과 아닌 경제학과 진학 2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현재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형님과 함께 선조 때부터 13대째 한의업이라는 가업을 잇고 있는 그는 고교 졸업 후 처음엔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전공했다. “한의사였던 선친이 얼굴을 익히기도 전에 돌아가신 뒤 할아버지께서 하시던 한의원에서 약재썰기 등 어깨 너머로, 그러나 반강제적으로 한의학을 접하며 자랐지요.” 그는 한약 냄새가 지겨울 정도로 싫어졌다. 꾀를 내 할아버지께 형님이 다니던 한의학과에 들어갔다고 속이고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당시 할아버지께서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내 태도를 보고 내가 그냥 한의학을 좋아하는 줄로만 여기신 것 같다.”고 말했다. “형님이 다른 방면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가업을 이어갈 사람으로 형님보다 둘째 손자를 꼽으신 것 같아요.” ●졸업식 전날 들통나 결국 한의학과 입학 경제학과에 다니던 4년간 가슴을 졸이며 한의학 관련 서적을 사다가 책상에 장식용(?)으로 쌓아놓는 등 할아버지를 속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웠다. 그러나 사건은 졸업식 전날 벌어지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70대 초반의 노구를 이끌고 졸업식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할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진 않았지만 대신 한의학과에 다시 입학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세태 달라졌어도 민족 정체성 지켜야” 할아버지 덕분에 한의학의 길로 들어선 그는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1996년에는 “우리 고장에도 문화원을 만들자.”며 선구자 역할을 자청, 유지들의 뜻을 모아 비용을 갹출해 98년 마침내 뜻을 이루고 초대 원장에 취임했다. 문화원 직원들은 “원장이 매일 문화원에 출근하는 경우는 전국에서도 아주 드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문화원 업무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저서도 ‘뭐니뭐니 해도 밥상이 보약이다’ ‘한방 주스 60’ ‘들꽃이 나를 울린다’ 등 6권이나 펴냈다. 아무리 세태가 달라졌다 해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만큼은 지켜나가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주민 화합을 다지기 위한 문화적 구심점을 만들어야겠다는 뜻으로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는 ‘용두제’와 청룡문화제를 부활시키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양약에만 의존한 나머지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여겨 환자들이 자포자기하기 십상인 게 신장질환”이라면서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사회의 한모퉁이를 밝게 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는 희망도 빼놓지 않았다.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침향(沈香)과 씨앗요법 등 자연요법 연구에 매달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3)

    사연 : 구식 엄마가 싫어요 지금 18살 밖에 안된 고등학교 3년생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18살이란 몸차림을 단정하게 꾸미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어린 것이 모양만 낸다고 늘 꾸중이세요. 이제 마흔 밖에 되지 않은 어머니가 왜 그렇게 구식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집에서도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싶고 지저분한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것은 질색이에요. 며칠 전에는 동생의 생일떡을 돌리는 심부름을 시키시기에 머리를 빗고 거울을 들여다본 뒤「블라우스」를 갈아 입었거든요. 그랬더니 어머닌 펄펄 뛰시면서 불같이 화를 내시잖아요. 꼭 저희 친할머니를 닮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머니의 시모님을 말예요. 2, 3년 전까지도 우리는 정말 의좋은 모녀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의가 좋기는커녕 서로 미워하는 사이라고 해야 할 정돕니다. 슬퍼서 못 견디겠어요. <서울 성북구 수유리. 이현자> 의견 : 풀어질 때까지 참아요 정말 얼마나 슬플까요.「틴·에이저」때의 그런 슬픈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랍니다. 나도 어른이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일을 감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어머니와 따님이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군요. 어머니 편에서 보면 따님이 다 커서 심부름 같은 것도 잘 해주지 않고 어쩐지 자기 품에서 떠나 버리는 것 같은 데다가 몸차림에 마음을 쓰는 것도 어른이 되어 버리는 듯 해서 싫다는 느낌이 드셨던 거죠, 아마. 어머니께서 따님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납득하실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를 권하고 싶군요. 지금 새 사실에 당황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자꾸 대항하면 어머니는 아마 현자양이 어머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걸로 오해하실까 겁나는군요. <Q> [ 선데이서울 68년 10/6 제1권 제3호 ]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4)

    사연 : 미스 K가 미워… 직원 40명쯤의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노총각「샐러리·맨」입니다. 내가 있는 사무실은 열 명쯤 직원이 있고 여자는「미스」K라고 하나 뿐입니다.「미스」K는 이 회사의 터줏대감 격인 모양인데 이 방 안에서는 과장 다음쯤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29살이래요. 외모만 보아서는 별로「올드·미스」티가 나지 않는 이 여자가 하는 짓만은 여간「올드·미스」가 아닙니다. 나이는 나보다 겨우 한 살 더 먹은 처지에 어른 행세가 대단하거든요. 전화를 실수로 잘못 받는다든지 장부정리에「미스」가 있으면 일일이 타내서 망신을 주는 겁니다. 아무리 직위는 위라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그럴 수가 있습니까. 요즘은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싫고 그 여자만 옆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할 지경입니다. 속 시원하게 분을 풀어 볼 길은 없을까요. <서울 태평로 박생(朴生)> 의견 : 욕을 마구 해대세요 얼마든지 있지요. 「미스」K가 듣는 앞에서 욕을 마구 해대는 것은 어떨까요. 이를테면『내 친구 녀석의 사무실에는 말야 되게 똑똑한 여자가 한 명 있는데 말야』로 시작해서 그 여자의 죄상을 낱낱이 들어가며 빈정거리는 겁니다. 유치하다구요? 이런 때는 한껏 유치해져야 합니다. 게다가「올드·미스」아가씨 하나쯤 매혹시켜 꼼짝 못하게 하는 솜씨도 없는 당신이라면 그런 유치한 짓이 썩 잘 어울릴 것만 같은데요. 좀 덜 유치한 방법도 있지요. 수첩 하나를 마련하세요. 그리고 틈틈이 그 수첩에다가「미스」K의 욕을 잔뜩 써대 보시죠. 속이 좀 후련해질 걸요. 당신이 다른 곳에서 분을 풀고 나면「미스」K가 좀 덜 미워질 게고 또 그러면「미스」K의 태도도 조금은 달라지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안 그럴까요. <Q> [ 선데이서울 68년 10/13 제1권 제4호 ]
  • 여고동창 4인방 동강 래프팅 체험

    여고동창 4인방 동강 래프팅 체험

    래프팅(Rafting·급류타기) 시즌이 돌아왔다. 거친 급류와 싸우는 래프팅은 여름 레포츠의 백미. 소름돋는 그 시원함이 이제 막 시작됐다. 친구, 연인이 함께 급류를 헤쳐나가며 우정과 사랑을 다질 수 있고, 자연과 호흡하며 심신도 단련할 수 있다. 푸른 물줄기를 따라 내려오며 바라 보는 풍경화같은 주변 경관은 자연속으로 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젊음이 요동치는 스릴 만점의 래프팅. 주말매거진 WE는 스물 두 살 여고동창생 4인방의 래프팅 도전에 따라 나섰다. 바쁜 직장생활과 대학생활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이지나(강원랜드 딜러)·정연주(코디네이터)·유화정(청주대 신문방송학과 3년)·이진영(경기대 교정학과 3년)씨 등이 의기투합해 충북 단양군 양지골 동강하류(남한강 상류)의 급류 속으로 뛰어 들었다. 스릴 넘치는 래프팅의 시원한 물살 속에 빠져보자. 단양 조현석 한준규기자 hyun68@seoul.co.kr ●가자! 동강으로 가르자! 물살을 “짜·씬(자신) 있습니다!” 지난달 5월31일 오후 2시. 고씨굴 인근 가재골 다리 아래 10인승 러버보트(고무보트)가 내려지면서 여고동창 4인방의 래프팅 도전이 시작됐다. 양지골까지 7.8㎞. 사람들은 이 곳을 동강 하류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강과 서강, 옥동천이 만나 남한강이 시작되는 남한강 상류다. 양지골에서 규모가 가장 큰 래프팅 업체인 ‘팀 542’의 5년차 가이드 노기호(24)씨의 간단한 몸풀기 체조와 장비착용, 장비설명을 들은 뒤 이들을 실은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출발한다. 처음 래프팅을 해보는 연주·진영씨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하나, 둘…, 셋, 넷…” 가이드의 ‘하나, 둘‘ 구령에 ‘셋, 넷‘을 외치며 함께 배를 탄 사람들과 열심히 패들링(노젓기)을 한다. 20분쯤 내려가자 첫번째 급류인 ‘가재골 급류’를 만난다.‘그르렁’ 거리는 물소리는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처럼 크다. 잠잠하던 물길을 따라 가던 파란색 보트는 급류 앞에서 잠시 주춤거리는 듯 싶더니 순식간에 ‘우당탕’ 소리와 함께 급류속으로 빨려든다. “하나, 둘…, 으∼악!, 하나, 둘…, 엄∼마야!” 조용하던 강물 위에는 구령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메아리 친다. 보트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고, 배안으로는 물이 쏟아진다. 그러나 물결에 파묻히는 듯한 전율도 잠깐.10m의 급류를 벗어나자 물결은 거짓말처럼 고요해진다. 코스의 3개 급류 중 첫번째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의 숨소리가 들린다. 가이드 노씨는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조금만 내려가면 엄청난 급류가 기다린다.”며 겁을 준다.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몇 차례의 여울을 지나 물길이 잠잠한 ‘원추리 계곡’에 도착하자 가이드의 짖궂은 장난이 시작된다. ‘하나, 둘‘하던 패들링 구호가 ‘참새…, 짹짹‘‘오리…, 꽥꽥‘으로 바뀐다. 유치원생 나들이에서나 나올 법한 구호지만 래프팅에서는 자주 애용되는 구호.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짹짹’거린다. 함께 보트를 탄 50대의 한 아저씨가 노래를 시키자 지나씨는 ‘소양강 처녀’와 ‘어머나’를 부르며 흥을 돋군다. 가이드가 준비한 첫번째 게임은 ‘롤링 게임’. 보트 주변에 올라선 채 ‘바이킹’을 하듯 좌우로 보트를 흔들어 서로를 물속으로 떨어뜨리는 게임이다. 모두들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으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너나없이 줄줄이 물속으로 빠진다. 강물이 무서워 보트에 매달려 있던 연주씨 또한 “예외는 없다.”는 가이드의 떠밀려 물속으로 빠진다. 하염없이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던 연주씨가 물을 먹고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허우적 거린다.“머리를 계곡의 상류로 하고, 다리를 하류방향으로 하고 누워보라.”는 가이드의 말을 따라하자 구명조끼의 부력으로 몸이 이내 물에 뜬다. 연주씨 등 사람들이 어느덧 물에 적응하자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수영을 즐긴다.“이제 그만 보트에 올라타라.”라는 가이드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강물에 누워 수영을 즐긴다. 가이드의 말을 가장 안듣는(?) 지나씨는 물에서 보트 위로 올려준다는 가이드에 속아 물에서 건져 올렸다가 다시 강물로 밀어넣는 속칭 ‘물빨래’를 당한다. 30도를 육박하는 초여름 더위도 이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듯했다. ●거친 물살, 요동치는 젊음 아직도 2개의 급류를 더 통과해야 하지만 벌써 1시간이 훌쩍 흘렀다.“이렇게 가다보면 3∼4시간은 걸려도 모자란다.”는 가이드의 재촉에 패들링이 빨라진다. 두번째 급류인 ‘충강급류’로 이어지는 길은 한폭의 그림. 기암과 절벽이 어우러진 주변 경관이 래프팅의 맛을 한껏 더해준다. 특히 보트 위에서 본 풍경은 강물밖에서 본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강물에 삐죽 솟아있는 이름모를 바위며 풀, 곤충이 손에 잡힐 듯 정겹다. 갑자기 기기묘묘한 바위산 위의 왼쪽 절벽위로 커다란 손바닥 모양의 특이한 나타난다.“바위 이름이 뭐냐”는 진영씨의 질문에 가이드는 “온달 손바닥”이라고 얼버무린다. 이름없는 바위지만 인근에 온달산성이 있는 탓에 ‘온달바위’로 급조된 것.‘장풍바위’로 부르는 가이드도 있어 이름이 그때그때 다르다. 이름이 다른들 어떠랴! 시원한 강물은 도심속의 갑갑함을 풀어주기 충분하다. 드디어 두번째 급류인 ‘충강 급류’에 도착했다. 이 곳이 충청도와 강원도의 경계지역이어서 이렇게 부른다. 래프팅이 시작된 곳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각동마을 고씨굴이고, 래프팅이 끝나는 양지골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로 보트를 타고 도(道)를 넘게되는 셈이다. 첫번째 급류를 경험한 탓인지 패들링 솜씨가 능숙해졌고, 급류를 벗어나는 솜씨도 크게 늘었다.“으∼악” 소리도 “야호∼” 소리로 바뀌었다. 그것도 잠시.20여분쯤 더 내려가자 동강하류 래프팅의 최대 하일라이트인 ‘용탄급류’가 나타났다. 첫번째 급류를 통과할때 가이드가 겁을 주던 그 급류다. 역시나 물소리가 심상치 않다. 지나씨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보트가 물속으로 들어가자 “좌현, 우현!” 흔들리는 보트의 균형을 잡으려는 다급한 가이드의 목소리도 긴박감을 더한다. 급류 길이만 50∼60m에 이르는 국내 최대 길이의 급류. 물살을 가르고 빠져나오는데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안걸렸지만 오금이 저려올 정도로 짜릿한 순간이었다. 패들링을 하느라 팔이 저려왔지만 래프팅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한번 더 타요.” 2시간 30분 동안 3개 급류를 무사히 통과한 여고동창 4인방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돌았다. 지나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한 멋진 래프팅은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미리알고 가세요 래프팅이 끝나면 ‘양지골관광농원 쉼터’(www.yangjigol.com,043-423-8883)에서 멋진 음식이 기다린다. 마음씨 좋은 쉼터 사장님 박시경(53)씨가 손수 구운 돼지갈비와 안사장 이명순(51)씨가 만든 콩국수가 일품이다. 이씨가 직접 재배한 콩을 갈아만든 콩국수는 구수하고 담백해 지친 심신을 풀어주기에 그만이다.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먹으면 래프팅의 피로도 날릴 수 있다. 대표 음식은 여름철 보양식인 송이토종한방백숙. 토종닭에 송이버섯과 읍나무, 가시오가피, 천궁, 당귀, 대추, 밤, 녹각 등 한방재료를 넣어 만든 백숙은 영양만큼이나 담백하고 맛있다. 가격은 4만원으로 어른 4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양지골에는 숙식을 겸할 수 있는 황토방이 있다. 수용인원은 100여명으로 15명에서 20명이 묶을 수 있는 큰방 3개와 5인실 6개가 있다.7∼8월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오사리의 지명을 따 만든 ‘팀 542’(www.team542.com)는 양지골에 일대에서 가장 많은 35대의 보트를 보유하고 있어 하루 1000명이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1인당 3만원이며, 오전 9시, 낮 12시30분, 오후 3시 등 하루에 3번 출발한다.(02-3432-5542,043-423-5542) 양지골에서는 래프팅과 황토박 1박, 식사 2회 등을 묶어 패키지로 3만 9000원에 판매하는데 4인 이상 예약이 가능하다. 가는 길은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나 제천IC에서 나와 단양읍과 영월읍을 거쳐 갈 수 있다. 북단양IC에서 나오면 59번도로와 522번,595번 도로를 거쳐 고씨굴 방향으로 가다보면 남한강을 굽어보는 절벽위로 양지골을 만난다. 제천IC로 나오면 38번 국도와 88번 지방도로를 따라 고씨굴을 지나서 나온다. 제천IC로 빠지는 것이 시간이 약간 절약되지만 남한강의 경치를 즐기려면 북단양IC로 빠져 나오는 것이 좋다. ■초보자도 걱정붙들어 매GO! 래프팅은 현장에서 가이드의 간단한 장비착용 교육을 받으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장비는 8∼10인승 러버보트가 있는데 대부분 길이 4m20㎝의 420러버보트를 사용한다. 구명조끼는 80∼100㎏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부력을 지녔으며, 안전모는 바위나 돌에 부딪혔을 때 머리를 보호한다. 기초 교육으로는 패들링(노젓기)과 래프팅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한 안전교육이 기본이다. 패들핑은 어깨 넓이만큼 벌린 상태에서 수면 깊이 넣어 저으며, 좌현(왼쪽에 앉은 사람만 노를 저음), 우현(오른쪽에 앉은 사람만 노를 저음), 양현(좌현과 우현이 함께 노를 저음)을 외치는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저으면 된다. 물에 빠졌을 경우 절대 당황하지 말고 5∼10초간 호흡을 멈추면 구명조끼를 입고 있기 때문에 물위로 뜬다. 이때 머리는 계곡의 상류, 다리는 하류 방향쪽으로 향해야 한다. 앞을 보며 흘러내려가야 바위나 돌을 피해 안전지역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한탄강과 동강, 내린천, 홍천강 등 래프팅 장소가 많은데 한탄강과 내린천은 물살이 빨라 상급자들에게 알맞고, 동강은 물살의 흐름이 완만한 편이어서 초보자들에게 적당하다. 양지골은 다른 곳과 달리 수량이 풍부해 가뭄 때에도 래프팅을 즐길 수 있고, 강에 바위가 많지 않아 안전사고가 거의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 [사설] 사회적 성찰 필요한 ‘개똥녀’ 파문

    요 며칠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개똥녀’사건을 보면 인터넷의 혜택을 만끽하는 우리사회가 그 폐해도 가장 심각하게 겪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철 안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데다 이를 나무라는 어른에게 욕까지 했다는 ‘개똥녀’사건이 지난 6일 공개되자, 네티즌들의 욕설 섞인 비난이 폭주하는 동시에 그 20대 여성의 맨 얼굴이 온갖 사이트를 떠돌아 다녔다. 한 인격체를 사회적으로 생매장하다시피한 것이다. 그나마 시간이 흐르면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한 비판과 자성이 두드러지는 것이 다행이라 하겠다. 인터넷이 일반화한 지 몇년 안 되는데도 사회에 파문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적지 않았다. 멀리 ‘O양 비디오’‘백양 비디오’를 예로 들 것도 없이 지난 4월에는 실연해 목숨을 끊은 여성의 어머니가 그 애인의 신원 등을 밝히는 바람에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잠적했다고 한다. 그 전달에는 대학 도서관에서 주먹을 휘두른 대학생이 도마에 올라 결국 휴학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인터넷 특성상 사건의 한 면만이 과대하게 부각되는 반면 당사자는 해명조차 못해 보고 당한다는 점이다.‘개똥녀’사건에서도, 그 여성은 파렴치하다기보다 너무 당황해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현장 증언들이 나왔다. 곧 사건의 실상 자체가 애매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익명의 그늘에 숨어 남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은 폭력행위이다. 그리고 그 폭력은, 무심코 던진 돌멩이가 개구리를 죽이듯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이같은 ‘인터넷 폭력’을 법적·기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우리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인터넷 윤리의식을 높일 수밖에 없다.‘개똥녀’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같은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 [열린세상] 2005년 한반도 그리고 李夏榮 공사/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언론인

    “믿지 마라 미국, 속지마라 소련, 일어 선다 일본, 조심하라 조선” 웬 뜬금없는 소리냐 할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이던 1950년대 어른들에게서 흔히 듣던 얘기다. 요즘 들어 한반도 주변 정세가 어수선하다고 느끼면서 문득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해학이 담겼음직한 이 네마디 ‘경구’가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나라 이름의 자음에 맞춰 붙인 ‘투박한 경고’가 민심 즉 천심까지는 아닐지라도 수십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 후손들에게 묘한 여운들을 남긴다. 조선조 말 중국(청)과 한반도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던 일본쪽의 손을 들어준 미국이다.1905년 7월 미·일간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맺어 불과 4개월후 일본에 조선을 쇠사슬로 묶는 을사늑약(勒約)을 허용하고 대가로 필리핀을 차지한 미국이고 보면 믿을 만한 나라가 못됐음은 당연하다. 그 후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만든 주역이란 점에서 미·소 양국을 믿지 마라, 속지마라한 것도 쉽게 이해가 간다. 일본이 언젠가는 일어서리라 경고한 것은 우리 선조들의 혜안일 터이지만 다만 중국에 대한 언급은 우리 기억에 없다. 내가 잊었거나 혹여 조상들이 오랜 이웃 대국에의 미묘한 향수로 “중요하다 중국”하고 후손들을 일깨우고 싶었지만 그냥 넘어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 중국은 북핵문제나 통상교역 문제뿐 아니라 이래저래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조선은 항상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고 현명한 외교를 펴나가지 않으면 편히 살아가기 어렵다는 타이름을 붙였다. 과학이, 병기가 발달해 의미가 없어졌다던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지정학적 의미는 21세기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 마침 금년은 을사늑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임진왜란, 식민통치, 두 마디면 일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대번 정리된다. 그러나 미국은 간단치 않다.80년 광주까지 오지 않더라도 을사늑약과 관련한 미국의 뒷거래,1919년 3·1만세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위선적 성격 등은 조선 백성의 기대를 반하는 것이었다. 분단 고착화에 이어 한국전쟁을 통해 미국은 ‘평화의 사도’로 자리잡아 왔지만 양국 관계는 그러나 애증이 교차하는 미묘한 인연의 연속이었다. 한·미·일 3국관계와 관련해 기억되어야 할 인물이 조선조 2대 주미공사 이하영(李夏榮)이다.1882년 한·미 수교후 6년 만에 파견된 초대 공사 박정양(朴定陽)에 이어 1889년 서리로 임명된 이 공사는 조선에 대한 일본의 영향을 억제해보려 백악관과 국무성을 상대로 적극 외교활동을 편 ‘자주외교’의 상징적 인물이다. 미측의 냉대만을 기록으로 남겼지만 짧은 1년 임기 중 재외공관 업무의 틀을 마련하고 첫 공사관을 매입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폈다. 청나라 공사가 견제, 조선으로 소환당하는 신세가 됐지만 그뒤 주일본 공사를 거쳐 1905년 법부대신으로 있으면서 을사늑약에 정면 반대하고 나선 기록을 역사에 남겼다. 이 공사가 116년전 2만 5000달러(당시로는 거금)에 마련한 ‘자주외교’의 상징 워싱턴의 공사관 건물을 다시 매입해 민간교류센터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1981년 말 워싱턴특파원으로 로간서클 15번지의 이 건물을 확인해 특종 보도했던 필자(서울신문 1981년 12월27일자 5면 머릿기사)로선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당시 한·미 수교 100주년 사업으로 매입해 한국문화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주변이 슬럼화해 포기했었다. 이 지역 재개발로 백악관에도 가까운 위치의 이 빅토리아양식 3층 건물은 멋진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불신이다 뭐다하는 한·미간 외교노선의 잡음이나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이냐 하는 문제와는 무관하게 역사적 의미를 중시, 매입할 필요가 있다. 시국과 관련한 노선 문제나 종파문제의 개입이 없도록, 또 이번에는 매입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한기총측이 모금이나 서명 캠페인의 폭을 대폭 넓히거나 정부가 나서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언론인
  • [박은영의 DVD레서피] 추억은 꼬불꼬불 라면속으로

    바야흐로 라면 전성시대다.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의 종류는 100여 종이 넘고 해외에서도 최고의 맛을 인정받고 있다.1960년대부터 국내에서 생산된 라면은 오랫동안 서민들의 한 끼 식사로,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간식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라면은 참 특별한 요리다.40년 동안 삶아진 라면의 개수만큼의 수많은 레서피가 있고 그와 관련해 떠올릴 수 있는 추억도 누구나 하나 쯤 있을 법하다. 어린 시절 밖에서 한참 뛰어 놀다 들어와 후후 불며 먹었던 것만큼 맛있는 라면이 또 있을까. 공터나 골목에서 바람결에 맡았던 라면 익는 냄새처럼 ‘라비린스’와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팬터지 영화의 추억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사라진 어린 동생을 찾기 위해 환상세계로 떠나는 ‘라비린스’는 도로시처럼 마왕의 성을 찾는 열다섯 살 소녀의 모험을 그렸다. 특히 에셔의 유명한 그림 ‘상대성’을 기초로 만들어진 고블린성은 데이비드 보위의 독특한 노래와 더불어 특별한 판타지를 선사한다.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또 다른 형태의 아날로그 환상 세계를 보여준다.‘피터 팬’의 작가와 주변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동화와 현실을 넘나드는데,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조니 뎁이 그 두 공간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아우른다.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시큰하고 따뜻하게 느낄 판타지다. ●라비린스 제니퍼 코넬리도 문근영처럼 미국의 ‘국민 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원스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발레 소녀와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제니퍼 코넬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DVD는 20년 세월의 더께를 무색하게 한다. 최근작과 비교해 빼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그 시절 느꼈던 감동을 오버랩 시키기에는 충분한 화질과 음향이다. 이 DVD의 놀라운 점은 최근의 환타지 영화들보다도 오히려 많은 영화의 비밀을 공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열정적인 감독 짐 헨슨과 제작진들의 생생한 현장과 시행착오들을 볼 수 있으며, 제작자 조지 루카스의 젊은 시절 모습도 볼 수 있다. ●네버랜드를 찾아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와 같은 기대감으로 본다면 숭늉처럼 밍밍할 지도 모르겠다. 감독은 부가영상을 통해 “있을 법한 환상”을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만들었을 법한 2차원의 무대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자연이 되고 3차원의 환상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이 DVD 감상의 포인트 중 하나는 색감이다. 실내와 실외,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감독은 안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색채감각을 보여 준다. 특히 조니 뎁을 잡은 화면에서는 명확한 얼굴 윤곽과 검고 또렷한 눈매, 군더더기 없는 날렵한 화질이 인상적이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 고교생 압력단체? 47개 고교 학생연합 출범

    고교생 압력단체? 47개 고교 학생연합 출범

    전국 고등학교 학생회의 연합체가 6일 출범했다. 개별 학생회의 힘을 한데 모아 위상을 높이고, 고등학생의 생각과 주장을 ‘어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압력단체로 키우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고교생의 집단화·세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당국과 경찰 등 일부에서는 ‘고등학생판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되는 것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아직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공식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물밑작업… 지난 5일 첫 대의원 대회 전국 47개 고교 학생회의 연합체인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초대 의장으로 뽑힌 중앙대사대부속고 3학년 김백건(18)군은 “각 학교 학생회에서 아무리 좋은 의견을 내놓고 결정해도 학교에서 받아들여주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따라서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압력단체가 필요하며, 앞으로 ‘한고학연’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회는 형식적인 모임이고 학생회 간부는 대학 들어가는 데 유리한 자리 정도로 치부되는 현실을 어떤 식으로든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고학연의 결성은 지난해 11월 처음 논의됐다. 당시 서울 개포고 학생회장이었던 김원(19·올 2월 졸업)군 등 3명이 뜻을 모았고 이후 14명이 합류하면서 연합체의 골격이 만들어졌다. ●비정치성 표명… “고교생 권익보호 활동만” 그러나 이날 출범식은 무산될 뻔했다. 대관을 약속했던 예술의전당측이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1시 “일부 언론에서 한고학연을 제2의 한총련이라고 보도하는 상황에서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학생들은 부랴부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출범 준비 때부터 ‘비정치성’을 확고하게 표명해왔으며, 고등학생 권익보호를 넘어서는 활동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어른’들을 설득한 끝에 예정대로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행사 전날에야 출범식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단체 성격 파악에 나섰다. 경찰에서도 이념적·정치적 단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사를 예의주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이 단체에 대해 입장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학생회 학교 결정 개입 불허’ 교칙 폐지 노력 앞으로 한고학연은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학생회는 학교측의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와 같은 일선 학교의 교칙을 없애고 학생회를 제도화·법제화하는 것도 목표로 세웠다. 회장 김군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다양한 만큼 모든 것을 대의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발 규제와 관련해서는 “의견 수렴과 관계없이 기본적인 인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자율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고학연은 특정단체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자비로 행사비용 등을 충당하기로 했다. 축제물품 공동구매 등 방식으로 비용을 줄인 뒤 운영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활동은 인터넷 홈페이지(www.fkhsa.org)를 통해 온라인 위주로 할 계획이다. 올해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에는 ‘고교생 대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엄마와 함께 뒹굴면서 책 읽는 공간

    엄마와 함께 뒹굴면서 책 읽는 공간

    ‘엄마와 함께 마룻바닥에서 뒹굴며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치단체 첫 건립… 하루 900~1100여명 이용 하루 평균 900명, 주말에는 1100여명의 어린이와 학부모가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노원 어린이도서관’은 이러한 아이들의 소박한 바람에 귀기울인 데서 시작됐다.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붐이 일어나기 전인 2003년, 변변한 도서관 하나 없던 노원구에 구민들의 뜻을 모아 구가 자치단체 최초로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세운 것이다. 도서관은 구민들뿐만 아니라 외부의 관심도 받아 건립된 것으로 그해 겨울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에서 입선을 수상하더니, 최근에는 어린이도서관으로는 유일하게 ‘2006 서울 세계도서관 정보대회 방문도서관’으로 선정됐다. “철저하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운영해 왔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눈높이 맞춰 국제도서관협서도 관심 노원 어린이도서관 박미영 관장은 도서관이 이처럼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이유를 “도서관의 3대 요소인 시설, 장서, 인적자원을 모두 어린이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수 건립비 27억 2000만원을 들여 지은 노원 어린이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274㎡의 규모로 ‘어른’의 눈으로만 본다면 다른 도서관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동심’으로 돌아가 도서관에 들어서면 얘기는 크게 달라진다. 불암산이 보이는 중계동 삿갓봉 근린공원 안에 자리잡은 도서관은 녹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푸른 마당을 지나 건물 1층에 들어서면 마룻바닥에서 부모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40석 규모의 ‘유아열람실’이 나온다. 혼자 책을 읽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제법 의젓한 초등학생들은 2층을 찾는다. 온전히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간인 ‘자료실’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자료 검색을 통해 책을 찾고, 책상에서 책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책을 빌릴 수만 있을 뿐 열람대와 좌석은 이용할 수 없다.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다. ●지난해 자료대출만 21만여건 도서관은 최신 도서,CD롬,DVD, 장서 등 4만 2000여점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자료 대출만 21만여건이나 된다. 탁 트인 공간에서 책을 읽고 싶은 어린이들은 ‘옥외독서공간’을 이용한다. 하늘공원, 놀이마당, 정자마당에서는 책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음껏 뛰어 놀 수도 있어 소풍가는 기분으로 도서관을 찾을 수 있다. 3층 문화교실에서는 ‘동화 다르게 읽기’ ‘책읽고 신체놀이’ ‘속닥 동화구연’ 등 다채로운 책 읽기 관련 수업이 학기별로 열린다.74석 규모의 강당에서는 영화 상영, 연극 공연이 수시로 펼쳐진다. 도서관 밖에서는 홈페이지에 구축되어 있는 ‘초등교과 웹참고 정보원’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료를 검색, 활용할 수 있다. 박 관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학교도서관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방학을 이용한 독서캠프를 실시해 다양한 독서활동의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양질의 우수 도서를 많이 소장해 어린이들의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는 터전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도서관정보대회는 153개국 1735개 기관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대회로 문화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 내년 8월 서울 COEX에서 제72회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내년 대회에는 노원어린이도서관을 비롯,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5개 공공, 대학, 전문도서관이 참가할 예정이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마니아] 닭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마니아] 닭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통닭, 닭발, 불닭, 찜닭, 닭죽, 똥집, 삼계탕, 반계탕, 초계탕, 닭곰탕, 닭갈비, 닭꼬치, 닭강정, 닭개장, 닭칼국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장세훈(30·회사원)씨는 닭고기에 입도 대지 않는다. 비슷한 ‘과’인 오리고기도 마찬가지다. 혐오식품도 아닌 바에야 못 먹을 뚜렷한 까닭이 없건만 “그냥 싫어서”라는 게 그가 밝히는 이유다. 그러나 시골집 하면 떠오르는 풍경 속에는 마당을 거니는 닭 몇 마리쯤은 들어가기 마련이듯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대개 닭고기 요리를 좋아한다. 전국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닭고기는 170만∼180만마리이며, 서울에서만 60만마리 정도라고 축산업계는 말한다. 삼복 무렵에는 전국을 통틀어 하루 220여만마리가 더위를 식히는 데 희생(?)된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닭 열풍은 뜨겁기만 하다. ●서민의 친구, 닭짱이 돼라 3년 전에는 닭 요리를 즐기는 동호회까지 나타나 맹활약 중이다. 닭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닭사모’(www.daksamo.net)는 2002년 3월 첫 발을 떼 현재 전국에 회원 1480여명을 거느렸다. 닭 열풍을 말해 주는 듯 한때 3000여명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다.’는 모토를 내걸었다. 이에 따라 가입 자격을 까다롭게 만들어 온라인을 통해 호기심만으로 참가하는 ‘고무줄 회원’을 정리해 나갔다. 동호회 대표의 직함부터가 다르다.‘닭짱’으로 불리는 이두호(29)씨는 “이 모임을 만들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께서 월급날이면 닭고기를 사와 가족끼리 먹었으며 생일이나 집안 잔치가 열리는 날이면 거의 유일하게 어울려 먹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닭고기였다.”고 되뇌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의 월급날이 오기를 내심 기다려졌다고 한다. 그뒤 언젠가부터 건강식이 강조되면서 골목 골목에 닭집이 들어섰으며 일주일에 4∼5차례 닭고기를 즐기게 되면서 입맛에 맞는 닭집을 찾아나설 만큼 ‘닭고기 마니아’로 커갔다. 웹 디자이너로 일하던 2002년 어느 날 이씨는 고객과 닭고기 얘기를 나누다가 닭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는 동호회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받았다. 사이트를 개설한 지 이틀 만에 1400여명이 모여드는 등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다른 모임과 비교는 사절 최근 각 분야에서 엄청나게 늘어난 동호회 가운데서도 온라인으로만 활동하는 게 대부분인 경우도 적잖다. 닭사모는 이런 회원에 대해서는 단연코 ‘노’(No)라고 외친다. 서울·경기, 부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라, 대전·충청과 해외지부를 따로 둔 닭사모는 사이트에 실은 정보를 철저하게 비공개로 한다. 일주일에 한 차례 갖는 정기회와 지역별 번개모임에 얼마나 착실히 참가하느냐를 따져 ‘고무줄 회원’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회원들끼리 저마다 찾아간 닭집 가운데 추천할 만한 곳은 ‘이 집이 맛있어’ 코너에, 그렇지 못한 곳은 ‘이 집을 왕따시키자’ 코너에 올린다. 특히 닭 연구 모임인 ‘GCS’(Group Chicken Study)에서는 매주 목요일 20여명씩 모여 닭 요리·닭집 정보와 부위별 특징, 조리법, 양계업 동향 등에 대해 공부를 한다. 알고 먹자는 뜻에서다.GCS는 가입 5주 과정별 한 기수로 운영하며, 기수마다 과정이 끝나면 ‘책걸이’를 하듯 총결산하는 정기 모임을 갖는다. 이 회장은 “회원을 걸러내다 보니 참가자가 생각보다 자주 바뀌어 이러다 몇 년이 흘러도 남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2월 GCS를 발족시켰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평가받아 한 중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특명 ‘닭으로 사랑하라’ 개그맨 김지환(30)씨는 “잠시 방송활동을 멈추고 신촌에 고추통닭 가게를 내 가입하게 됐다.”고 소개한 뒤 “인테리어 등에 대해 회원들이 의견을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명으로 이뤄진 해외지부에서도 소식이 답지한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는 이주영(26), 미국 미시건주 이스트랜싱에 사는 최윤미(14) 회원은 “매주 20∼30회 정도 사이트를 방문해 모국에서 들려오는 닭 얘기를 접한다.”고 근황을 전해 왔다. 닭사모는 모든 모임에서 단결을 꾀하기 위해 ‘닭 노래’를 부르며 운동선수들이 몸을 푸는 것처럼 ‘입’을 푼다. 닭 요리 찬송가인 셈이다. 노래는 두 종류다.‘다들 이불 개고 닭 먹어’는 보니 엠이 부른 팝송 ‘Rivers Of Babylon’을 개사했으며, 역시 번안곡인 동요 ‘우리 모두 다함께 손뼉을’을 ‘우리 모두 다함께 닭 먹어‘로 바꿔 부르고 있다. 그러나 모여서 먹기만 할 게 아니라 사회봉사에도 힘쓰자는 뜻으로 회원들이 인근 통닭집에서 가까이 사는 불우이웃에게 배달해 주는 활동도 세밑이나 명절 등 때마다 벌인다. 본인이나 받는 쪽이나 부담이 적어 참여하기 쉬운 게 장점이다. 닭사모는 그동안 쌓인 정보를 다듬어 곧 책으로 엮어낼 계획이다. 책에는 크게 4장으로 나눠 국가별 닭 문화, 분포, 종류, 부위별, 이용, 영양성분, 맛집 탐방, 독특한 양념 등 닭고기에 얽힌 비법도 담을 생각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만3세부터 매년 시력검사”

    “만3세부터 매년 시력검사”

    올해 4세 나는 윤호는 최근 어린이집 시력검진에서 눈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정밀검사를 한 결과 선천성 백내장으로 판명됐다. 치료전 시력이 0.1이었으나 지난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금은 시력 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해 3세인 진우 역시 보건소에서 약시 진단을 받고 8개월 정도 치료를 받은 결과 현재 정상에 가까운 시력을 회복했다. 이처럼 많은 유아들이 눈에 이상을 가졌으면서도 증상을 호소하지 못해 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대부분 3∼6세 때 어른과 비슷한 시력을 갖추는데, 눈에 이상이 있는 경우 이때를 놓치면 치료가 무척 어려워진다. 특히 굴절이상이나 사시가 원인인 약시는 유아기가 지나면 치료가 불가능하며, 이는 독서·학습장애와 학교생활 부적응, 성격위축 등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아 100명 중 3명은 안질환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실명예방재단이 매년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조기시력검사를 실시한 결과 2004년에만 굴절이상 2346명, 사시 257명, 약시 588명 등 모두 3562명의 안질환 어린이를 발견해 냈다. 전문가들은 유아 시력장애의 주요 원인 질환인 약시나 사시의 유병률이 3%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기 시력검사 자녀의 시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만 3세 때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시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모든 어린이들의 눈 검사를 보장하는 등 유아 시력관리에 적극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집 유아 70% 이상이 시력검사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전문 시력검사를 위해서는 소아안과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도 시력검사율이 낮은 한 원인이다. ●자가시력검진 그러나 자가시력검진 도구를 이용하면 가정에서 간단하게 유아 시력검사를 할 수 있다. 한국실명예방재단이 개발한 자가시력검진 도구는 자동차 오리 비행기 나비 물고기 등 간단한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숫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검사가 가능하며, 부모가 직접 아이의 시력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검사 전에 아이에게 미리 그림표를 보여주며 사물의 이름을 외우게 한 뒤 3m 거리에서 양쪽 눈을 번갈아 사용해 이를 알아맞히는 방식이다. 검사 결과지를 가까운 보건소에 제시하면 측정 결과를 판정해 준다. 이상이 있으면 보건소에서 2차 시력검진을 실시하며, 여기에서도 안질환이 의심되면 안과 정밀검사를 받으면 된다. 자가시력검진 도구는 한국실명예방재단(02-718-1102)에 요청하면 되며, 저소득층은 수술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임현택 서울아산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어린이의 시각 기능 발달은 7∼9세에 완성되기 때문에 그 전에 이상을 발견해 치료해야 정상적인 시력발달이 가능하다.”며 “그림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이 가능한 만 3세가 되면 부모가 가정에서 자가시력검진표를 이용해 아이들의 시력을 검사해야 눈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내 아이와 함께 읽는 명화 이야기/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시중 서점의 어린이책 코너에서 우두망찰 길을 잃어본(?) 엄마들이 꽤 많을 것이다. 홍수를 이룬 어린이용 미술서 틈바구니에서 도대체 어떤 책을 집어들어야 좋을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미술적 감식안을 틔워주고 싶은데, 무얼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도해야 될지 고민했던 엄마들에게 반가운 책 한권이 나왔다. 미술 관련서를 여러권 내온 프랑스의 칼럼니스트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의 ‘내 아이와 함께 읽는 명화 이야기’(이상해 옮김, 예담프렌드 펴냄). 미술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속시원히 풀어줄 키워드로 가득한 책이다. 크게 3부로 나뉜 책은 ‘아이의 미술교육 어떻게 시작할까’로 운을 뗀다.“그림에 대한 관심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지은이는 꼼꼼히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아무리 대단한 그림이라도 아이 스스로 그 속에서 어떤 느낌을 집어올릴 때까지 섣부른 정보를 먼저 주지 말라는 것. 감상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기라는 얘기다. 그림을 성공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비결도 제시한다.“언제 도착해?”“아직도 멀었어?” 그림을 만나기도 전에 아이의 입에서 이런 짜증이 나온다면 ‘실패한 관람’이라는 귀띔도 솔깃하다. 되도록이면 가까운 미술관을 찾으라는 것. 미술관에 가서도 1시간여를 억지로 붙들어 놓기보다는 단 5분 동안 한 작품을 보더라도 집중감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엄마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림을 볼 것 ▲작품설명을 꼭 읽도록 지도할 것 ▲같은 작품이라도 여러번 보게 할 것 ▲관람 후 그림엽서를 사줄 것 ▲미술관 안의 카페테리아를 들러 잠시라도 쉴 것 등. 간단한 얘기 같으나, 정작 미술관에서 제멋대로인 아이 손을 잡아줘야 할 엄마들로서는 쉽지 않은 ‘해답’들이다. 아동의 나이별 감상 포인트까지 알려주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2부는 미술감상교육의 ‘본론’이다.30점의 명화들을 선별해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설명을 해주고 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를 일러준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라면 이런 질문이 어떨까.“그림 속 여인은 알몸이네.”“비너스는 왜 조개껍질 위에 서있을까?”“비너스에게 망토를 갖다주는 젊은 여인은 누굴까?” 어른들도 건성으로 지나쳤을 그림속 궁금증들을 일일이 짚어내 주고 설명까지 덧붙였다. 3부 ‘그림과 미술관’편은 엄마가 미리 습득해 두면 좋을 기초상식들이 묶였다. 그림의 재료, 화가 이야기, 추상화·초상화·풍경화의 차이 등을 해설해 준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임영숙 칼럼] ‘걱정마세요’

    [임영숙 칼럼] ‘걱정마세요’

    얼마전 이사 온 아파트 옆집 아주머니가 딸의 유고집이라며 책을 건네주었습니다.‘걱정 마세요….’(김수경 글·그림)란 제목이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모닝글로리, 카드코리아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는 그 딸은 참 맑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고 일년반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그녀는 자신의 투병기를 글과 그림으로 남겼는데 그 글과 그림이 눈물겨우면서도 미소를 짓게 합니다. 우주선(암병동)에 탑승(입원)한 빡빡이(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백혈병환자)가 남동생과 함께 탈출을 모의하고,TV에 비친 천진난만한 백혈병 어린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도 이렇게 길고 힘든 치료를 받고 있을까요?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 아이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요.”하고 걱정합니다. 그녀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글에는 “암세포에게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입니다.”란 구절도 있습니다. 그 어머니는 딸을 이렇게 기억합니다.“수경이는 생후 백일이 되기 전부터 저의 수다를 들어준 고마운 딸입니다. 재일교포와 결혼한 저는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수경이는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활짝 웃어주곤 했습니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 한 올 없을 때도 건강이 나쁜 어머니가 집 앞 가게에라도 갈라치면 얼른 모자를 쓰고 뒤를 따랐다고 합니다. 자식을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 보낸 부모는 그 아이를 가슴에 묻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슬픔이 크고 잊을 수 없다는 뜻이지요. 가슴에 묻힌 또 한 젊은이의 유고집이 기억납니다.‘살아는 있는 것이오’(안승준이 남긴 글 모음)란 책입니다. 미국 유학 중 사고로 죽은 아들의 글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묶은 것입니다. 지난 1990년대 초에 발간된 이 책은 4쇄까지 출판됐고, 그의 석사논문 ‘국가에서 공동체로, 한국의 근대화에 대한 비판과 대안’은 박사논문으로도 손색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환경운동연합에서 또 다른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두젊은이가 살아 있을 때 남들은 그저 평범한 아이들로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삶에 대한 그 치열함 때문에 오히려 말썽꾸러기로 비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고집은 그들이 얼마나 속 깊고, 어떤 점에서는 그들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보다 더 성숙한가를 보여줍니다. 사실 부모들도 아이가 죽은 후에 자식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지금 살아 있는 우리 아이들도,20대에 이 세상을 떠나며 유고집을 남긴 저 아까운 젊은이들 못지않게 속 깊고 성숙했음에도 부모들은 그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5월 새로 출범한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의 참여·인권 증진을 주요 정책으로 삼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동안 육성·보호·선도에 머물렀던 청소년 정책이념이 참여·인권으로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번 배운 지식을 평생 써 먹을 수 있었던 산업사회는 수직적 사회로 앞 세대에 대한 다음 세대의 복종이 강조되었다면, 지식주기가 짧아진 수평적인 지식사회에서는 세대간 연대와 통합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우리 사회 문화영역의 변화 흐름을 주도하는 강력한 세대 집단으로 등장했음에도 어른들은 대부분 아직 이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책이 변한다 하더라도 부모들의 생각이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자녀를 과보호하고 그들의 복종만을 원한다면 진정한 변화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한 젊은이의 “걱정 마세요”는 그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이제 어른들이 그 말을 음미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논설고문 ysi@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 ‘안녕, 형아’의 박지빈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안녕, 형아’(감독 임태형ㆍ제작 MK픽쳐스)는 이 쬐그만 아이에 의한, 아이를 위한, 아이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아이의 시선을 따라 비로소 영화는 숨을 쉬고 생기를 찾는다. 박지빈(11). 초등학교 5학년짜리 이 꼬마 배우가 영화 개봉 첫 주 전국 31만 6705명(전국 194개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당당히 박스오피스 2위. 화제작인 송강호·유지태의 ‘남극일기’도, 연정훈·박진희의 ‘연애술사’도 이 꼬마의 눈물 연기에 무릎을 꿇었다. 박지빈은 어른 배우 뺨칠 만한 인상 깊은 연기로 작품 전체를 이끌었다. 갑작스레 형이 소아암에 걸리는 시련 앞에서 형과 또래의 다른 암투병 환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경험하는 9살 말썽꾸러기 동생의 진심어린 고군분투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때문에 아역 배우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통상 생겨나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분위기는 이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없다. 박지빈은 연기경력으로 봐도 ‘탈 어린이급’이다.2001년 뮤지컬 ‘토미’를 통해 데뷔, 악극 ‘모정의 세월’에 출연했으며, 지금까지 최진실 등 기성 톱스타들과 함께 스무 편이 넘는 CF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특히 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불치병에 걸린 김희애의 아들로 출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통해 아역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영종도 구석구석 가족드라이브

    영종도 구석구석 가족드라이브

    여름의 길목인 6월은 시원한 햇살이 질주본능을 자극한다. 어디를 가도 푸른 신록을 마주할 수 있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탁 트인 도로에서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시원스럽게 내달리면 쌓인 스트레스는 저절로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관문인 영종도는 초여름을 즐기는데 더없이 좋은 드라이브 코스.6∼8차선의 넓은 공항전용고속도로로 운전하기 편하고,1년내내 교통체증이 전혀 없는 곳이다. 또 서울에서 1시간만 달리면 한적한 바다와 숲을 만날 수 있고, 인근 섬을 오가는 페리에 차를 싣고 10여분을 가면 인기 드라마, 영화 세트장이 반긴다. 여기에 영종도의 명물 바지락 칼국수와 영양굴밥 등 먹을거리는 물론 국내 최대 해수온천이 있어 더욱 즐겁다. 밤에는 화려한 영종대교의 조명이 드라이브의 운치를 더해준다. 해외로 떠나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영종도의 숨은 명소를 찾아 활주로처럼 곧게 뻗은 도로를 시원스레 달려보자. ●시원한 도로를 달려 탁트인 바다와 마주하다 오랜만에 누려보는 자유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서울 강변북로를 벗어나 인천공항고속도로 초입인 북로 분기점(JCT)에 들어서자 가슴이 활짝 열린다. 마치 비행기 활주로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막힘이 없다. 시속 100㎞. 속도계의 바늘이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지만 전혀 속도감을 느낄 수 없다.6∼8차선 공항 전용도로는 해외 여행객을 실은 차량들만 오갈 뿐 한적하기 그지없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나무들이 드라이브의 운치를 더해준다. 영종도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달려본 곳이지만 구석구석을 살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초록으로 물든 세상을 감상하며 2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행료가 64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풍성한 자유와 비교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통행료를 아끼려면 북인천IC에서 진입하면 된다. 통행료 3100원. 첫 휴식지는 영종대교 기념관(032-560-6400).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교육장이고, 어른들에게는 초여름 시원함을 선사하는 곳이다. 영종대교를 건너기 전에 하부도로로 진입해야 하는데 이 곳에서는 4.4㎞에 이르는 영종대교의 탁 트인 전경은 물론 물때를 맞추면 광활한 갯벌도 볼 수 있다. 내부에는 영종대교 건설에 얽힌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소개해 놓았다. 입장료는 무료. 북로 JTC에서 공항까지는 40㎞로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쉬엄쉬엄 달려도 1시간 내에 도착한다. 도로에 무인단속카메라가 많고, 무엇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과속은 금물. 본격적인 드라이브는 영종대교를 건너 공항터미널로 가기전에 공항입구 JCT를 빠져나와 시작된다. 영종도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방조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해변을 끼고 달리며 탁트인 해변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코스는 공항입구JTC→삼목선착장→북측방조제도로→을왕리해수욕장→용유해변→잠진도→남측방조제도로→영종도 선착장(구읍배터)으로 잡는 것이 좋다. 공항터미널은 남측방조제에서 호텔단지를 끼고 들어가면 된다. 굳이 공항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섬 곳곳에서는 항공기의 이착륙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북로JCT뿐만 아니라 올림픽도로 88JCT, 서울외곽순환도로 노오지JCT, 북인천 IC 등을 통해 들어 갈 수 있다. 섬 곳곳에는 낭만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명소인 을왕리해수욕장을 비롯해 왕산해수욕장, 선녀바위해변, 용유해변, 거감포해변 등을 스쳐 지나가도 좋고 잠시 쉬면서 초여름의 시원함을 만끽할 수도 있다. 을왕리해수욕장의 위치는 ‘용이 바닷물을 타고 흘러간다.’는 뜻의 용유도. 공항이 건설되면서 영종도와 연결됐다. ●페리에 차를 싣고 드라마 속으로 최근의 여행 트렌드인 드라마와 영화촬영지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KBS드라마 ‘풀하우스’와 SBS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촬영된 것을 비롯해 현재는 MBC소설극장 ‘김약국의 딸들’을 촬영하고 있다.1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실미도’의 실제 무대가 있다. 풀하우스 촬영지는 삼목선착장에서 세종해운(884-4155)에서 신도행 페리를 타면 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간 페리가 운항하는데 요금은 왕복 3000원. 승용차를 가지고 갈 경우 2만원이다. 선착장에서 시도까지는 배로 10여분. 신도에서 버스를 타고 수기해수욕장인 시도에 가면 세트장이 있다. 전면 통유리인 거실과 해변까지 뻗은 목재테라스에는 영재(비)와 지은(송혜교)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감춰져 있다. 천국의계단 촬영지와 실미도는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무의해운(751-3354)에서 무의도까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하나개해수욕장에 있는 천국의 계단 세트장은 대지 200평에 건평 60평 규모로 지상 2층의 목조 건축물. 서해에서 보기 드문 모래 백사장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고 인근에 등산 코스로 사랑받는 호룡곡산 등이 위치해 있다. 실미도 세트장은 썰물때 걸어 들어갈 수 있는데 실제 세트장은 철거됐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막사가 들어섰던 터, 부대원들이 사용하던 우물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멋진 밤길 드라이브로 마무리 섬을 돌아보느라 어느덧 밤이 깊었다. 공항 주변을 시작으로 숲속에 묻힌 건물 사이로 하나둘 불이 켜지자 낮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불이 켜진 인천공항과 영종대교의 모습은 이국적인 멋을 느끼게 한다. 곧게 뻗은 도로 위로 점점이 박힌 가로등 불빛과 영종대교의 주탑 조명, 주탑을 연결하는 3차원 케이블 곡선의 조명 빛은 환상적이다. 영종도의 야간 드라이브는 오히려 낮보다 더 운치가 있다.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싱싱한 각종 횟감을 직접 사먹을 수 있는 영종선착장 회타운을 비롯해 해수욕장 주변에 횟집과 조개구이집들이 즐비하다. 그렇지만 바지락 칼국수와 굴밥이 가장 대중적인 음식. 바지락으로 맛을 낸 칼국수(5000원)는 바다의 맛을 느끼게 한다. 돌솥위에 가득 올린 굴을 비벼먹는 영양굴밥(8000원)은 비린맛이 없고 고소하다. 어디를 가도 맛있지만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나와 잠진도로 갈라지는 길과 만나기 직전에 모여있는 굴밥집들이 유명하다.(은행나무집·746-3021). 식사를 끝내고 남측방조제를 따라 가면 나오는 국내 최대 해수온천인 해수피아(752-6000)에서 피곤한 몸을 풀며 여행을 마무리하면 좋다. ● 드라이브 환상코스 Best4 드라이브는 도심을 벗어나 주변의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시원스레 도로를 달리는데 묘미가 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울창한 가로수길을 달려도 좋고, 오밀조밀한 산길을 따라 달려도 좋다.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면 더없이 시원하다.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에서 선정한 멋진 드라이브 코스 중 초여름에 가족들이 가볼 만한 4곳을 뽑아 소개한다. ●단양∼영월 남한강길 충북 단양군 고수대교에서 강원도 영월까지 남한강 상류로 이어 오르는 강변길은 빼어난 물경치와 길의 흐름이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강변 드라이브 코스다. 많은 자동차 동호인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으며 변모해 가는 물경치와 주변 자연풍광이 차를 멈추게 하는 장면이 한두곳이 아니다. 가는 길은 중앙고속도로 서제천IC에서 단양으로 가고, 단양에서 영월까지는 595번 지방국도를 타면 된다. ●의암 호반길 강원도 춘천시 의암 호반길은 춘천 의암댐에서 춘천댐에 이르는 의암호의 서쪽길 18.9㎞ 구간을 말한다. 바다같이 넓은 호수를 옆에 끼고 산허리를 굽이도는 물길이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초입인 삼악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는 길은 깎아지른 벼랑이 병풍처럼 이어지며 긴장감마저 느끼게 해준다. 가는 길은 46번 경춘국도를 따라 춘천으로 향하다 강촌을 지나 의암댐 앞 삼거리에서 화천면으로 방향을 잡으면 의암댐에서 춘천댐까지 호반길이 이어진다. ●화성 제부도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제부도는 하루에 두번 바닷길이 열리는 곳. 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로 2300m의 시멘트길이 열린다. 제부도의 상징인 매바위는 물이 빠졌을 때만 걸어서 접근이 가능하고 주변 갯벌에는 굴과 조개, 맛 등 어패류가 수없이 많아 섬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빠져 송산과 서신을 거쳐 제부도로 가는 길의 경관은 초록으로 물들어 한폭의 그림이다. ●동해안 7번 국도 부산 영종대교에서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양양을 거쳐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는 대부분의 구간이 웅장한 백두대간의 산줄기와 망망한 동해의 쪽빛바다를 끼고 달려 눈을 시원스럽게 해준다. 이 국도에서는 시종 첩첩한 산들과 망망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백두대간 준봉들이 끊임없이 뒷걸음질치고, 동쪽으로 바투 다가선 비췻빛 바다는 손에 잡힐 듯하다. 영종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데스크시각] ‘3不’과 백년대계/손성진 사회부 차장

    1985년 논술고사가 처음 도입됐을 때 입시제도를 또 바꾸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논술은 객관식 위주의 학력고사를 보완하기 위한 응급처방이었다. 당시 한 대학교수는 ‘논술고사가 결국 학생들의 부담만 지운다.’고 힐난했다. 그 이후 입시제도는 몇번 더 수술을 받았다.2008년부터 또 바뀐다. 그런데 새 입시안에 대한 비판은 20년 전과 똑같다.‘학생들의 부담만 지운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되풀이해서 듣는 것은 근본대책 없이 땜질식 처방만 반복한 탓이다.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된다. 교육당국은 찔끔찔끔 입시제도를 고치는 것을 ‘해열제’라고 부르며 스스로 미봉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 본고사와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한다는 3불(不)정책 또한 일시적인 대응책일 뿐이다.3불정책 고수에 관한 교육당국의 의지는 굳건하다. 지금 상황에서 3불정책은 물론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적, 교육적 여건 때문이다. 사교육은 점점 번창하고 있고 빈부격차만큼이나 교육환경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증요법들을 언제까지 쓸 것인가.3불정책도 임시방책이라면 언젠가는 폐기해야 하는 정책이다. 그러자면 교육적 여건과 환경을 바꾸는 것이 선행조건이다. 공교육을 살리고,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 등 근본 과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3불’에 대한 신념만큼 교육당국이 얼마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교육의 현실을 깊이있게 파악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개혁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10여년전 교육개혁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로 요란을 떨었던 적이 있다.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분야별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대책들을 내놓았다. 그대로만 된다면 우리 교육의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것 같았던 방안들이었다. 지금 그 개혁안들이 계획대로 추진되어서 교육의 정상화라는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10년 동안 추진하고서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실패작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흐지부지되지 않으려면 중간 점검을 하면서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대입제도로 교육을 바꾸겠다는 것은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학교와 학생들이 따라주지 않는다. 논술시험으로 학교 수업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다. 마찬가지로 입시에서 내신성적 비중을 높임으로써 학교교육이 정상화될까. 내신비중을 높이자 학생들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는커녕 공부 부담만 늘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동안 모두 수나 우를 받았는데 왜 등급을 매기느냐는 것이다. 학교공부를 우습게 여기는 때문이다. 좋은 내신을 받기 위해 학생들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학원 공부량이 더 늘게 됐다고 여긴다. 학원에서 학교 시험 기간에 시험 공부를 시켜주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예상문제와 학교별 기출문제를 구해서 풀어주는 것이었다. 시험 공부조차 스스로 하지 않고 학원에 의지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1970년대까지 이른바 ‘주입식 교육’을 받은 세대는 그래도 스스로 공부하며 깨우쳤다. 사교육에 길들여진 요즘의 학생들은 새로운 ‘주입식 교육 세대’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창의성을 살려주자고 제도를 개혁했지만 결과는 도리어 창의성을 잃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 고교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학교 시험을 못 치겠다는 학생들을 보고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호통을 치기에는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 크다. 학생들의 고민을 풀어주기보다는 몰아붙이기만 했다. 그릇된 길로 내모는 그들을 어른들이 구해내야 한다.3불정책과 수능·내신등급제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임시방편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백년 앞을 내다보고 교육개혁 작업을 중단없이 추진해야 한다. 새 입시제도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학부모와 교사 등과 협의체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겠다고 한 적이 있다. 교육은 일부 전문가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교육의 수혜자, 즉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육이 돼야 한다. 교육 주체들이 모두 모여서 먼 장래를 내다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도록 멍석을 까는 일은 당국의 몫이다. 손성진 사회부 차장 sonsj@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③-‘사업동지’ GS 허씨일가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③-‘사업동지’ GS 허씨일가

    지난해 발표된 국내 100대 부호 명단에는 6명의 허씨가 포함됐다. 허창수(57) GS회장이 31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허정수(55) GS네오텍 사장이 2530억원, 허광수(59)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1700억원, 허완구(69) 승산회장이 1510억원, 허남각(67) 삼양통상 회장·허진수(52) GS칼텍스 부사장이 각각 139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가문 가운데 하나인 김해 허씨 문중인 이들은 경남 진주의 만석꾼인 고 허만정씨 자손들이다. 허씨가는 지난 세월 재계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올해 LG에서 분리, 재계 7위 규모의 GS그룹을 출범시키며 재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GS그룹은 삼양통상, 승산, 코스모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친족 회사들을 계열로 편입시키며 무려 5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기준 자산규모는 18조 7200억원으로 한화(16조 2200억원), 두산(9조 7300억원) 등 전통을 자랑하는 그룹들을 압도할 정도였다. ●허씨의 핵, 허준구 일가 수백년간 이어졌던 구씨와 허씨의 관계를 ‘인척’에서 동업관계로 바꾼 사람은 고 허준구 회장이다.1946년 초 고 구인회 LG 창업회장 장인(허만식씨)의 재종(6촌)인 고 허만정씨가 3남인 준구(작고)씨의 ‘경영수업’을 부탁하면서 사업자금을 내놓은 것이다. 구 회장은 귀족적인 용모의 일본 간토중학교(5년제) 출신 사돈을 반갑게 맞이했다고 한다. 당시 허만정씨가 내놓은 자금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허씨가는 이후에도 고향마을(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의 땅을 처분한 돈으로 계속 출자를 했다. 이른바 해방정국의 ‘벤처캐피털’인 셈인데 허씨의 투자는 59년 만에 18조원이 넘는 자산으로 돌아왔으니 ‘대박’이 터졌다고 볼 수 있다. 허준구 회장은 당시 가내수공업 수준을 면치 못하던 락희화학의 영업담당 이사로 발을 디뎠는데 당시 공장에서 고생하던 구자경 이사를 부산 시내로 불러내 술을 사 주며 ‘위로’하기도 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내가 ‘비어홀’이라는 곳을 처음 가 본 것은 준구씨 덕분”이라고 회고했다. 허 회장은 반도상사(현 LG상사)·금성사 상무를 거쳐 62년 금성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68년 반도상사 사장을 시작으로 71∼82년 금성전선(현 LS전선) 사장,84∼95년 금성전선 회장 등을 지내며 LG그룹의 버팀목이 됐다. 구인회 회장은 68년 그룹체제를 출범시키며 허 회장에게 초대 기획조정실장을 맡길 정도로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69년 락희화학이 민간기업 최초로 기업공개를 실시한 것도 당시 기조실장이었던 허 회장의 ‘숨은 공로’다. 77년 하루 480㎜의 폭우가 쏟아져 금성전선 안양공장이 2m 가까이 침수됐을 때 허 회장은 예비군복에 장화를 신고 물속을 헤치고 다니며 공장 복구를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밤낮없이 꼬박 두달동안 계속된 복구작업끝에 안양공장은 주변 공장 중에서 가장 빨리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02년 7월29일 허 회장이 세상을 뜨자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 등 구씨들은 ‘5일장’ 내내 자리를 지키며 ‘사돈이자 동지’였던 허 회장의 타계를 안타까워했다. 허 회장은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씨 장녀 위숙(77)씨와의 사이에서 5명(창수·정수·진수·명수·태수)의 아들을 뒀는데 모두 고려대 동문인 데다 대부분 해외유학파 출신이다. 특히 창수·정수·진수씨는 학과(경영학과)까지 똑같다. ●항상 공부하는 허창수 회장 장남인 허창수 회장은 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 GS건설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경남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경영대학원(MBA)을 마친 77년 그룹 기조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했다.79년 럭키금성상사 해외기획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홍콩지사, 도쿄지사 등 해외근무를 오래하며 영어와 일어 실력을 쌓았다.88년 럭키금성상사 전무로 승진한 직후인 89년에는 LG화학 부사장을 지냈고 92년부터는 LG산전(현 LS산전) 부사장을 맡았다. 95년 구본무 회장이 3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아버지가 맡고 있던 LG전선 회장을 이어받았고 2002년부터는 LG건설(현 GS건설)을 지휘하며 분가를 준비해왔다. 허 회장은 첨단제품과 해외정보에 관심이 많은데 지금도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위크 등 해외 경제전문지들을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2002년 LG건설 회장을 맡으면서 ‘건설부흥’,‘주간 다이아몬드’ 등 일본의 경제잡지에 나온 일본 건설회사의 현황 기사를 번역해 임직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미국 건설산업 왜 강한가?’,‘영국 건설산업의 혁신전략과 성공사례’ 등을 필독서로 권유했다. 허 회장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으로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전날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헬스장에서 1시간 정도 조깅을 한다. 허 회장은 조깅, 등산 등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운동량이 부족한 임직원들을 위해 ‘만보기’를 직접 사줄 정도로 자상한 면모도 갖고 있다. 골프는 80대 중반 실력이지만 라운딩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주량은 양주 반병 가량으로 약하지는 않지만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늘 구본무 회장 한발 뒤에 섰던 허 회장은 소탈하고 겸손한 면모를 갖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지하철 한 코스 떨어진 강남역 정도는 수행비서도 없이 걸어서 다닌다. 비서팀도 따로 없다. 탁월한 외국어 실력을 지닌 데다 젊은 직원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첨단기기들에 관심이 많은 허 회장의 향후 행보는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허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대에서는 LG와 겹치는 사업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슈퍼루키’ GS그룹의 펄펄 끓는 에너지가 어느 쪽에서 터져나올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허 회장은 고 이철승 전 상공부 차관의 딸인 부인 이주영(53)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아버지의 모교인 미국 세인트루이스대를 나온 아들 윤홍(26)씨는 지난 2002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 영업전략팀·경영분석팀 등을 거쳐 올 초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GS건설 경영관리팀 대리로 입사했다. 구씨와 마찬가지로 허씨 역시 ‘장자승계’의 원칙을 따르고 있으므로 먼 훗날에는 윤홍씨가 허씨가의 대표로 그룹 회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윤홍씨는 조만간 누나(윤영·29)가 공부중인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MBA 코스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GS경영을 책임지는 동생들 허창수 회장의 첫째 동생 허정수(55)씨는 GS네오텍(전 LG기공) 지분 100%를 보유하며 사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허 사장은 90년대 LG전자에서 상무로 일하다 96년 LG기공으로 자리를 옮겨 독립했다. 당시 LG는 처음으로 계열분리를 시도하면서 구씨와 허씨 한 명씩을 분가시키기로 했는데 구씨 쪽에서는 고 구정회씨 아들인 구형우씨가 부민상호저축은행을 갖고 독립했고 허씨쪽 대표로 허 회장이 LG기공을 맡았다. 교환기 설치 및 부가통신공사, 유무선 통신케이블 및 전송공사, 전기전력 및 산업 플랜트 공사, 정보통신 및 인터넷사업을 영위중인 GS네오텍은 지난해 수주 2700억원에 매출 2250억원, 당기순이익 123억원을 냈다. 최근에는 반도체,LCD 공장에 필수적인 ‘클린룸’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부인 한영숙(51)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장남 철홍(26)씨는 GS홀딩스 지분 1.26%를 갖고 있는데 ‘홍’자 돌림 3세 가운데 가장 많다. 허진수(52) GS칼텍스 부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주로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서 일했다.2000년에는 LG전자 중국지사 부사장을 거친 뒤 2001년부터 GS칼텍스 경영전략본부장·경영혁신본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생산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2003년에는 발전회사인 LG에너지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GS가 LG에서 분리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LG는 LG에너지 지분을 GS에 매각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사장은 부인 이영아(47)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허명수(50) GS건설 부사장은 경복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LG전자 청소기공장장, 영국 뉴캐슬 법인장 등을 거쳐 2002년 허창수 회장과 함께 GS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재경본부장으로 회사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 고려대 ‘역도부’에서 활동했다. 허 부사장은 노재현 전 국방부장관의 딸인 부인 노경선(45)씨와의 사이에 2남을 뒀다. 노 전 국방장관은 ‘12·12사태’때 국방장관으로 말 못할 고초를 겪은 뒤 한국종합화학공업 사장, 한국비료공업협회 회장,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등을 지냈다. 허태수(48) GS홈쇼핑 부사장은 중앙고와 고려대 법대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MBA 코스를 밟았다. 이후 콘티넨탈은행, 어빙은행 등 금융권 경력을 살려 88년 LG증권 국제조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런던법인 상무보 등 2002년까지 LG증권에서 일하다 LG홈쇼핑 전략기획부문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2003년 말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중국 현지 법인인 ‘충칭GS쇼핑’ 설립을 주도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바로 위 형인 허명수 부사장과 함께 골프실력이 재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싱글’ 수준을 넘어 ‘이븐’이나 ‘언더파’를 칠 정도로 프로 못지않다. 부인 이지원(43)씨는 이한동(71) 전 국무총리의 장녀. 한때 대권 후보로까지 나섰던 이 전 총리는 현재 법무법인 남명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데 아들 이용모(41)씨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장남가의 화려한 혼맥 고 허만정씨의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은 고 이병철 회장,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함께 삼성을 공동 창업했다. 보성전문 법학과 출신의 허 회장은 제일제당(현 CJ) 전무, 삼성물산 사장을 지낼 정도로 삼성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다 57년 삼양통상을 설립, 독립했다. 야구공·글러브와 나이키 신발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는 삼양통상은 지난해 2121억원의 매출에 9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양통상은 또 수입담배, 골프용품, 윤활유 판매 등을 맡고 있는 삼양인터내셔널과 보헌개발, 경원건설 등 건설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허 회장은 권투협회장, 대한체육회장, 프로골프협회장, 골프장협회장, 아시아태평양아마골프회 회장 등 체육계와 남다른 인연을 쌓았는데 생전에 체육훈장 기린장을 받았다. 삼양통상은 허 회장이 99년 사망한 뒤 장남인 허남각(67) 회장이 이끌고 있다. 허 회장의 부인은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지낸 구자영(68)씨다. 허 회장은 보성고와 서울대 상대,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을 마친 뒤 63년 삼양통상 시카고 지사장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시아태권도연맹회장을 지낼 정도로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허 회장은 GS그룹의 주요 주주이자 ‘장손’ 자격으로 올 초 허창수 회장의 전남 여수 GS칼텍스 사업장 방문을 동행해 주목을 받았다. 허 회장의 장녀 정윤(34)씨는 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 아들 대호(37)씨와 결혼했고 아들 준홍(30)씨는 올해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이로써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씨와 사돈으로 연결된다. 의선씨가 정문원 회장의 조카사위가 되기 때문이다. 장녀 허영자(65)씨는 벽산그룹 김희철(68)회장과 결혼, 김성식(38) 벽산 사장, 김찬식(36) 벽산 상무 등 3형제를 낳았다. 차남 허동수(62) GS칼텍스 회장은 보성고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화학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오너경영인’이다. 허 회장은 미국 셰브론 리서치사의 연구원을 거쳐 73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로 입사,33년째 ‘오일맨’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최초로 휘발유에 브랜드(테크론)를 도입하는가 하면 전 세계 정유업계 최초로 ‘6시그마’를 도입해 혁신을 추구했다. 도시가스, 전력,LNG 등 사업다각화와 대규모 시설투자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허 회장은 지난 2000년 3월 국내 처음으로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를 설립,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마 6단으로 바둑에 남다른 취미를 갖고 있는데 2001년부터 한국기원(총재 한화갑 민주당 대표) 이사장을 맡고 있다.GS칼텍스배 바둑대회를 신설해 바둑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젊은 시절에는 태권도 선수로도 활동했다. 김선집(86) 전 동양물산 회장의 장녀인 부인 김자경(60)씨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뒀는데 막내딸 지영(25)씨는 이병무(64) 아세아시멘트 회장의 차남 인범(34)씨와 결혼했다. 3남 허광수(59)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은 경기고와 고려대 상대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마쳤다. 삼양통상과 나이키의 합작사였던 한국나이키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아시아태평양 골프연맹 부회장, 영국 로열앤드에인션트골프클럽 정회원으로 골프와 인연이 깊다. 허 회장은 사촌 동생(명수·태수)들에 못지않은 골프실력을 자랑한다. 고려대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남다르다. 부인은 고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딸인 김영자(55)씨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부인 김영명씨의 언니다. 허 회장은 지난 2000년 외동딸 유정(31)씨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아들 준오(31)씨와 결혼시켜 또 한번 화제를 뿌렸다. 삼양통상은 지난해 류근일(67) 전 조선일보 주필을 사외이사로 선임, 조선일보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갔다. 허남각·동수·광수 3형제는 GS타워 인근에 ‘삼정빌딩’을 갖고 있는데 삼양통상 본사가 입주해 있다. 삼정은 3형제가 돈을 모아 세웠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3형제는 또 삼양통상 지분 17%,4.5%,3.1%를 나눠 갖고 있다. 허남각 회장의 아들 준홍(34)씨, 허동수 회장의 아들 세홍(36)·자홍(33)씨, 허광수 회장의 아들 서홍(28)씨도 각각 11%,1.7%,0.8%,1.7%를 갖고 있다. 삼양인터내셔널의 경우 준홍·세홍·자홍·서홍씨가 각각 37%,33%,11%,7.5%를 갖고 있어 사실상 2세들이 소유하고 있다. 차녀 허영숙(53)씨의 남편은 유명한 소설가인 윤후명(59·본명 윤상규) 한국문학원 원장이다. 윤씨는 연세대 철학과 재학중이던 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현대문학상(여우사냥), 이상문학상(하얀배), 이수문학상(나비의 전설) 등을 수상했다. 연세대 강사와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한국소설대학 학장도 역임했다. ●LG의 창업공신 허학구·신구가 고 허만정씨는 8형제 가운데 허준구씨의 경영수업을 사돈에게 부탁했는데 이후 준구씨의 형인 고 허학구씨와 동생 허신구(76) GS리테일 명예회장도 LG경영에 뛰어들었다. 학구씨는 고향마을을 지키다 51년 플라스틱 사업 진출을 준비하던 락희화학에 들어갔다. 부산 범일동에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사업진출을 서두르던 구인회 LG 창업회장은 학구씨를 불러들여 아들 자경씨와 함께 공장업무를 맡겼다. 이후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한 뒤에도 둘은 공장이 완공돼 빗, 칫솔 등을 생산하기 시작하자 군용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며 현장 노동자처럼 일했다고 한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당시 함께 고생한 학구씨와 그의 자형인 이연두씨 등 ‘지킴이 삼총사’가 일은 물론 술로도 호흡이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학구씨는 6척 장신으로 경기고보 시절부터 농구선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부친(허만정)이 공부해야 한다며 진주고보로 전학을 시켰다. 하지만 진주고보에서도 농구를 시키려고 하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야 했다고 한다. 학구씨는 LG전선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1970년 구자경 회장이 2대 회장으로 취임하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학구씨는 최필선(89)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낳았는데 장남 전수(61)씨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새로닉스 회장을 맡고 있다. 새로닉스는 고 허학구 회장이 68년 설립한 ‘정화금속’이 이름을 바꾼 회사로 인쇄회로기판(PCB),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등을 생산하다 최근에는 LCD백라이트 부품인 도광판과 브라운관 전자총 부품 등 디스플레이 부품 사업으로 주력사업을 변경했다. 허 회장은 71년 미국 센트럴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74년 정화금속 총무이사로 입사,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았다.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은 부산대 상대를 나와 해운회사인 ‘조선통운’에 근무하던 시절 사돈어른인 구인회 창업회장의 부름을 받고 락희화학의 서울사무소 일을 맡았다. 허 명예회장은 처음에는 장사 경험이 없다며 사돈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자네 뒷조사는 다했다. 그만하면 일 하겠더라.”며 서울행 기차표를 쥐어주는 사돈의 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한다. 허 명예회장은 이후 동남아 출장에서 ‘합성세제’ 아이디어를 얻어 럭키 ‘하이타이’를 탄생시키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금성사 사장, 럭키 사장, 그룹 부회장, 럭키석유화학 회장을 지내다 95년 구본무 회장 취임과 함께 일선에서 물러났다. 허 명예회장은 윤봉식(74)씨와 2남2녀를 뒀다. 장남 경수(48)씨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코스모화학 등을 주력으로 한 ‘코스모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코스모그룹은 코스모정밀화학, 코스모앤컴퍼니, 코스모앤홀딩스, 코스모양행, 코스모아이넷, 코스모레저, 드림스포츠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코스모화학은 코스모산업이 2003년 이산화티타늄 독점공급업체인 ‘한국지탄공업’을 인수하면서 이름을 바꾼 회사다. 허 회장은 LG전자에서 이사로 잠시 일하다 87년 코스모산업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동생인 허연수(44)씨는 GS리테일 상무로 삼촌인 허승조(55) 사장을 보필하고 있다. 보성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87년 LG에 입사한 허 상무는 LG상사 싱가포르법인장을 끝으로 상사를 떠나 2002년부터 LG유통(GS리테일)에서 일해 왔다. ●고향이름을 딴 승산가 허완구(69) 승산 회장은 미국 페이퍼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잠시 LG에서 일했지만 69년 ‘대왕육운’이라는 물류회사를 차려 일찌감치 독립했다. 허 회장은 이미 LG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형님들이 너무 많아 회사를 나왔다고 한다. 대왕육운은 이후 구씨와 허씨의 고향 이름을 따 승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허 회장은 한국올림픽위원회(KOC) 상임위원, 부위원장과 민속씨름협회장 등을 맡을 정도로 스포츠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아버지 허만정씨가 1925년에 설립한 진주여고(일신여고)에 100억원을 쾌척, 교사를 새로 짓는 등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96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장남 허용수(37) 승산 사장은 보성고와 미국 조지타운대를 마치고 뉴욕 및 홍콩 CS 퍼스트 보스턴 투자증권에서 일했다.98∼99년에는 국민은행 사외이사로도 활동했다. LG그룹의 육상 운송을 담당하는 승산은 허 사장이 58.55%, 여동생인 허인영(33) 승산레저 이사가 18.48%, 허완구 회장이 18.34%, 허 회장 부인 김영자(66)씨가 4.63%를 갖고 있다. 김영자씨는 ‘추일서정’,‘와사등’ 등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사업가였던 고 김광균씨의 딸이다.‘매듭공예가’인 김은영(63) 녹미미술문화협회 이사장이 동생이다. LG는 친인척 소유의 회사에 물류업무를 맡기고 있는데 수출 관련 물류는 고 구정회씨 둘째 아들인 고 구자헌씨가 운영하던 범한종합물류가 담당한다. 범한여행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범한물류는 구자헌씨의 미망인인 조금숙(55)씨가 54%, 아들 구본호씨가 4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승산은 물류회사인 에스엘에스·여수화물, 골프장·호텔사업을 하는 승산레저 등을 계열사로 갖고 있다. 국내보다 미국내 계열사인 철강회사 파웨스트스틸(Farwest Steel)의 규모가 훨씬 크다. 허 회장이 91년 인수한 파웨스트스틸은 지난해 2593억원의 매출에 183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모회사인 승산(매출 867억원, 순이익 183억원)보다 덩치가 크다. ●‘젊은 삼촌’ 3형제 허승효(61)씨는 조명전문업체인 알토 회장을 맡고 있는데 경남고와 경희대를 졸업하고 형님 회사인 정화금속 이사와 승산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85년부터 알토를 이끌었다. 알토는 아셈타워 정상회의실과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역사, 인천공항 여객터미널,GS타워 등의 조명시스템을 설계, 제작했다. 숭례문, 보신각, 비원, 동십자각 등 문화재 조명도 이 회사의 작품이다. 허 회장은 서울시 야간경관 개선 공로로 월드컵유공자, 모범시민상 등을 받았다. 그는 한국조명디자이너협의회 회장, 한국산업디자인협회 이사, 한국전기설비조명학회 이사 등을 맡을 정도로 조명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매출 311억원, 순이익 20억원을 낸 알토는 허 회장이 36%, 아들 영수(36)·윤수(32)씨가 각각 15%, 동생인 허승표(59) 인텍웨이브 회장, 허승조(55) GS리테일 사장이 각각 3.8%의 지분을 갖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영수씨는 현재 GS리테일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허승표(59) 인텍웨이브 회장은 기업인으로뿐만 아니라 ‘축구인’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 보성고와 연세대 상대, 서울은행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74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로축구 3부 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허 회장은 78∼90년 형님 회사인 승산에서 근무한 뒤 90년 방송 프로그램 제작, 미디어 유통,CF편집 등을 담당하는 미디아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미디아트는 허 회장과 부인 조희숙(56)씨, 딸 서정(29), 아들 준수(28)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허 회장은 2000년에는 이동통신용 전력 증폭기, 유무선 통신용 부품 및 이동통신용 중계기 등을 제조하는 ‘인텍웨이브’를 설립,IT업종으로 발을 넓혔다. 인텍웨이브는 LG전자 등을 주 거래처로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허 회장은 90∼92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지냈고 97년에는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회장 선거 출마설이 나돌았지만 올 초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을 맡는 선에서 정리했다. 축구계의 ‘야당’으로 불리는 연구소는 이용수, 신문선씨 등이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허승조(55) GS리테일 사장은 서울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마치고 78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했다. 이후 패션본부장, 유통사업부문장, 마트부문장 등을 역임하다 2000년 LG백화점 사장으로 유통경영을 시작했다.2002년 LG백화점,LG상사 할인점 부문,LG유통이 LG유통으로 통합되자 초대 사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허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늘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10년 뒤의 장기 비전을 갖고 대비하라.”고 주문하고 ‘페어플레이’를 강조한다고 한다. 허 사장은 지난해 말 세계적인 헬스·미용 전문기업인 ‘왓슨’과 합작으로 ‘GS왓슨스’를 설립, 지난 3월 홍익대에 1호점을 내고 지난 2월에는 코오롱마트를 인수하는 등 신규사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태광그룹 창업주 고 이임룡 회장의 장녀인 부인 이경훈(51)씨와 2녀를 두고 있다. 허 사장의 처가는 장상준 전 동국제강 회장, 양택식 전 서울시장, 한광호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명예회장, 신선호(롯데 신격호 회장 셋째 동생)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 등과 혼사를 맺었다. ukelvin@seoul.co.kr ■ 허씨의 남다른 축구사랑 GS그룹은 분리되면서 LG의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농구 등 스포츠 가운데 축구를 갖고 나왔다.‘안양LG’는 지난해 3월 ‘FC서울’로 이름을 바꿔 서울 입성에 성공한 뒤 거물 신인 박주영을 잡으면서 일약 명문구단으로 떠올랐다. FC서울의 눈부신 성장에는 허창수 회장 등 허씨 일가의 남다른 축구사랑이 밑거름이 됐다. 98년부터 LG축구단 구단주를 맡은 허 회장은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해외출장 중에도 FC서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인터넷을 통해 경기상황을 직접 확인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경기를 녹화해 나중에라도 꼭 챙겨 본다고 한다. FC서울은 박주영의 고교(청구고)시절인 2002년부터 영입에 공을 들였다. 비록 박주영이 고려대 진학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영입에 실패했지만 이후에도 끈질기게 박주영측과 고대를 설득, 마침내 대어를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허 회장이 모교인 고대에 7억원짜리 잔디구장을 기증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GS측은 “그런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허 회장 5형제가 모두 고대 출신일 정도로 고대와 깊은 인연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박주영의 유니폼에 광고를 하고 있는 GS건설은 박주영 신드롬으로 광고효과만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GS리테일이 실시한 ‘박주영 경기 보러 가자.’라는 이벤트에는 3만 6000여명이 응모하는 대성황을 이뤘다.GS는 지난 5월10일 열린 ‘GS출범 이벤트’ 추첨자로 박주영을 내세우는 등 박주영을 그룹의 ‘얼굴’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허 회장의 삼촌으로 연세대, 서울은행, 영국 아스날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한 허승표 인텍웨이브 회장은 축구계의 대부로 통한다. 그는 97년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에 도전한 데 이어 올 초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을 맡아 축구계 개혁에 힘쓰고 있는데 경쟁 상대인 정몽준 회장이 조카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동서라는 점이 이채롭다. 사돈간의 ‘정리’도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막지 못한 것이다. 허씨들은 축구 외에도 아이스하키, 골프, 역도, 태권도 등 다양한 스포츠에 재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GS 관계자는 “허씨들이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데다 집안에 여유가 있어 일찍부터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허씨 3세 남자들 가운데는 아마추어 수준 이상의 축구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고 여자들도 열성 축구팬이 많다. ukelvin@seoul.co.kr ■ 계열사의 핵심인맥 GS그룹은 숫자에 관한 감각이 탁월하다는 오너 허씨 일가에 이어 각 계열사 CEO도 재무통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18조원이 넘는 그룹 자산을 관리, 운용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서경석(58) GS홀딩스 사장은 부산 출생으로 경남고를 졸업했다. 서울대법대 4학년이던 70년 행정고시 9회에 합격, 국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무부 세제국, 국세심판소 조정실장, 간접세과장,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상임심판관, 주 일본 대사관 재무관 등을 역임하고 91년 LG그룹 회장실 재경 상임고문으로 옮겼다. 서 사장은 공직에서 쌓은 재무 경력을 바탕으로 LG에서도 회장실 재무팀장, 전략개발사업단 운영본부장,LG투자신탁운용 사장,LG종금 사장, 극동도시가스 사장,LG투자증권 사장 등을 거쳤다. 허창수 회장이 서 사장을 GS그룹으로 영입한 것도 그의 회계·재무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강말길(62) GS홈쇼핑 부회장 역시 재무통이다. 부산대 상대 출신으로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강 부회장은 금성통신 재경본부장, 관리담당 이사를 거쳐 회장실의 관리담당 상무를 역임했다.89년 LG유통(GS리테일) 전무로 부임, 유통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고 95년 LG유통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3년만에 만년 적자이던 편의점 사업을 흑자로 돌려 놓은 뒤 지난해 LG홈쇼핑으로 옮겼다. 김갑렬(57) GS건설 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경남고,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으로 74년 LG화학 입사 후 LG상사 등을 거쳐 93년부터 96년까지 LG건설 재경 담당을 역임했다. 이후 LG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과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며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부상했다.2002년 허 회장과 함께 LG건설로 옮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취임 당시 “2010년까지 양과 질에서 국내 1위 건설회사로 만들겠다.”던 약속대로 2002년 3조 6000억원이던 수주액을 2003년 5조원, 지난해 6조원으로 키워냈고 올해 6조 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완경(51) GS스포츠 대표이사 부사장도 선린상고와 고대 경영학과를 거쳐 79년 LG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한 이래 줄곧 재경업무를 담당해 왔다.LG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서경석 사장과 함께 ‘LG증권 전성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GS홀딩스 재무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심재혁(58) 한무개발 사장은 연세대 상대,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LG그룹 홍보팀장을 거쳤다. 인터컨티넨탈을 국내 최고 수준 호텔로 키워내 재계의 대표적인 ‘홍보맨 CEO’로 꼽힌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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