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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나루에 전국 새우젓 다 모인다

    마포나루에 전국 새우젓 다 모인다

    마포나루가 되살아난다. 황포돛배가 뜨고 새우젓 냄새가 강변을 적신다. 강나루에 들어선 난전과 주막에서는 갈비내음과 막걸리가 뒤섞여 질펀하다. 거리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엿치기, 떡메치기, 용두레질, 제기차기로 흥겨움을 더한다. 신영섭 마포구청장은 “새우젓 등 각 지역의 특산물이 유통되는 마포나루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나루의 명품 새우젓 오는 16∼17일 이틀 동안은 옛 마포나루 일원이었던 월드컵공원이 새우젓 냄새로 뒤덮인다. 마포구가 마련한 ‘제1회 한강마포나루 새우젓 축제’가 열린다. 새우젓은 조선말까지만 해도 전국의 배들이 마포나루를 드나들며 거래하던 대표적인 상품이다. 마포나루의 옛 영화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셈이다. 축제 감독자 류재현씨는 “100년 전 항구였던 마포의 향취를 21세기 문화포구로 거듭나게 꾸밀 것이다.”고 말했다. 이 기간 마포농수산물시장 주차장에서는 전국의 유명산지로부터 출품된 큰 새우젓 장터가 열린다. 강경, 광천, 신안, 강화, 소래 등에서 올라온 젓갈들이 서울 시민의 입맛을 끌어당기게 된다. 이 명품 새우젓은 축제기간 중 산지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된다. 특히 16일 오후 3∼4시,17일 오전 11∼오후 1시에는 경매도 열린다. 신 구청장은 “새우젓 축제가 세계적인 관광콘텐츠 개발과 지역의 경제적 효율성 측면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앞으로 유사한 축제들을 통합,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마포만이 갖는 나루의 색깔로 주민이 참여·체험할 수 있는 지역문화 축제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과 추억이 있는 축제 축제 기간중 마포나루의 옛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황포돛배가 마포나루임을 알리고 강나루에는 초가집, 기와집, 장터 등이 재현된다. 장터에는 만물상, 노점상, 좌판, 잡화상, 음식점, 짚신가게까지 등장해 옛 장터의 흥을 돋우게 된다. 또 마포나루의 풍경을 알려주는 사진전과 홍대거리미술전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미술작품전시회 등도 열려 과거의 영화를 보여준다. 홍대앞 거리미술전에서는 마포학당의 붓글씨와 동양화 그리기 체험행사가 열리는 등 행사장 곳곳에서는 젓갈 담그기 등 무려 101가지의 체험행사가 열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흥겹게 참여할 수 있다.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는 마포구 16개 동에서 주민들이 갈고 닦은 북춤, 고전무용 등을 선뵌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투전에 미친 사람들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투전에 미친 사람들

    국어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돈주정’이란 말이 있다.19세기의 가사 작품 중 ‘우부가’란 작품이 있는데, 말 그대로 ‘어리석은 사내들에 대한 노래’란 뜻이다. 세 사람의 어리석은 사내가 등장하는데, 첫 번째 주인공의 이름은 개똥이다. 개똥이가 하는 일이란 것이 무엇이냐 하면, 돈주정이다. 돈을 쓸데없는 곳에 마구 써대는 것이 바로 돈주정이다. 돈주정을 하는 방법으로 가장 확실한 것은 도박에 미치는 것이다. 개똥이 역시 ‘주색잡기’로 돈주정을 하다가 패가망신한다(잡기는 원래 놀음이란 뜻이다). 도박, 곧 놀음은 돈이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재산을 걸고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그런데 이 승부를 겨루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하다못해 가위바위보로도 수억 원의 재산을 걸고 도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도박에는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가 있다. 곧 ‘우연’이다. 나에게 좋은 패가 들지, 상대에게 좋은 패가 들지는 완전히 우연에 속한다. 우연이 나에게 워낙 좋은 패를 주면 승부는 거저 난 것이다. 나에게도 결정적인 패가 올 것도 같은 우연에 대한 기대감, 자기의 패를 운용하는 실력을 믿고 도박꾼은 도박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도박계의 으뜸 종목은 투전 도박의 방식은 무한하지만, 그래도 가장 스릴 넘치는 종목은 따로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역시 화투로 치는 고스톱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는?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조선후기에 가장 유행하던 도박 여섯 가지를 꼽고 있다. 바둑 장기 쌍륙 투전 골패 윷놀이가 그것이다. 이 중 골패와 투전은 도박성이 매우 강하여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 중 더 강력한 것을 가려내라면 역시 투전이다. 투전은 조선 후기 가장 널리 유행했던 도박계의 으뜸 종목이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투전판을 그린 풍속화는 여럿 남아 있다. 여기서는 성협의 ‘투전판’(그림1)과 김득신의 ‘투전판’(그림2)을 보겠다. 그림(1)은 투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판이다. 등잔불 왼쪽에 앉은 사내는 투전 쪽을 들어 내리치고 있다. 요즘 화투판에서 화투를 세게 내려치는 것과 같은 포즈다. 이 사내 아래쪽에 있는 두 사내 중 한 사내는 등만 보이지만, 오른쪽의 사내는 투전을 부챗살처럼 펴서 족보를 따지고 있는 참이다. 표범가죽으로 배자를 해 입은 그 오른쪽의 사내는 등이라도 긁는지 오른손을 뒤집고 있고, 그 위의 사내는 패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는지, 아니면 좋은 패라서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패를 바닥에 엎어 놓고 등잔에 담뱃불을 댕기고 있다. 그림 맨 왼쪽에는 밤새도록 한 놀음에 지친 사내가 이불에 기대어 선잠을 자고 있다. 요즘의 놀음판과 다를 게 전혀 없다. 그림(2)에서도 투전이 한창이다. 망건을 쓴 점잖은 양반들이 돈주머니를 차고 투전 쪽을 부챗살처럼 펼쳐 들고 족보를 맞추는 중이다. 안경을 쓴 사내는 자신이 갖고 있던 투전 쪽 하나를 내밀고 있고, 오른쪽의 바깥의 사내는 패가 별로 좋지 않았는지 두 손으로 투전 쪽을 뭉쳐 쥐고 있다. 이 사내의 오른쪽에 놓인 요강과 타구, 그리고 위쪽의 술상은 오로지 투전에 몰입하기 위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이다. 18세기의 시인 강이천은 서울의 풍물을 노래한 ‘한경사(漢京詞)’에서 투전하는 장면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길게 마른 종이에 꽃 모양 흘려 그리고/ 둘러친 장막 속에서 밤도 낮도 없구나/ 판맛을 거듭 보자 어느 새 고수되어/ 한 마디 말도 없이 천금을 던지누나.”(板長裁花樣,深圍屛幕沒朝昏,賭來多局成高手,擲盡千金無一言) 어떤가. 위의 그림과 꼭 같지 않은가. 그럼, 이 투전은 언제 생긴 것인가. 투전은 숙종 연간에 역관 장현이 베이징에서 구입해 왔다고 한다. 원래 120장인데, 이것을 줄여서 80장(혹은 60장)이 된 것이다. 투전을 노는 방식은 현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투전에 대해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지금 나이가 어지간히 든 사람들은 화투로 하는 ‘짓고땡’이나 ‘섰다’라는 도박을 알 것이다. 화투패 5장을 나누어 주면,10이나 20의 숫자를 먼저 짓고 나머지 두 장을 가지고 족보와 끗수를 겨루는 것이 ‘짓고땡’이고, 짓는 것이 귀찮다 하여 처음부터 두 장을 가지고 족보와 끗수를 겨루는 것이 ‘섰다’다. 투전으로 하는 놀음 중에 ‘짓고땡’과 ‘섰다’의 족보가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갑오’니 ‘장땡’이니 하는 족보 역시 모두 투전에서 유래한 것이다. 더 간단하고 쉽게 줄이면 80장의 종이쪽으로 ‘짓고땡’과 ‘섰다’를 하는 것이 투전이라고 알면 되겠다. ●‘타짜´의 원조는 우의정 지낸 원인손 숙종 연간에 수입된 투전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조정의 높은 양반네들부터 시정의 왈자 패거리까지 모두 투전에 골몰하였다. 지금 노름판의 고수를 ‘타짜’라고 하는데, 원래 투전판의 고수를 ‘타자’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타자로서 지금도 이름을 전하고 있는 양반 한 사람이 있다. 영조의 총애를 받아 우의정 벼슬까지 지낸 원인손이 바로 그 사람이다. 원인손은 젊은 날 투전에 빠져 아버지 원경하의 속을 어지간히 썩였다. 출입을 못하게 하자 집으로 친구를 몰래 불러 투전판을 벌일 정도였다. 하루는 원경하가 얼마나 잘 하는가 보려고 투전 쪽 80장을 한 번 보여준 뒤 섞어서 엎어 놓고 맞추어 보라고 하자, 원인손은 하나하나 뒤집으면서 모두 알아맞힌다. 원경하는 그 모습을 보고는 하늘이 낸 재주라면서 아들의 투전질을 금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타자 원인손은 우의정까지 지냈으니 투전이 사람을 아주 망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점잖은 양반들까지 투전에 미칠 정도였으니, 투전이 어지간히 유행했던 모양이다. 투전 때문에 집안의 재산을 거덜 내는 자가 속출하였고, 투전 빚에 몰려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다. 관청에서 빌린 돈은 떼어먹을 수 있지만 투전 빚은 갚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박장을 열어 판돈을 뜯어 먹고 사는 축도 생겼고, 요즘처럼 사기도박을 벌이는 자들도 있었다. 조정에서는 포교를 풀어 투전판을 덮치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도박으로 재산 탕진·가정 파탄 속출 도박꾼의 공통적 특징은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투전에 미친 사람이 어떤 지경이 되는지 18세기 문인 윤기의 ‘투전꾼’이란 한시를 통해서 살펴보자. 이 시의 주인공 투전꾼은 시골 촌사람이다. 밤낮 꾼들을 불러 투전에 골몰하다가 재산을 들어먹는다. 집에 있는 물건을 잡혀 먹은 지는 오래고, 아는 사람마다 찾아다니며 돈을 꾼다. 노름꾼의 아내는 남편을 붙잡고 울부짖는다.“투전이란 게 웬 놈의 물건이라, 내 속을 이렇게 끓인단 말요. 도둑놈처럼 내 치마를 벗겨가고 솥까지 팔아먹었지. 그때부터 연사흘을 굶었는데, 한 번 가더니 다시는 안돌아왔소. 밤중에 혼자 빈 방에서 한숨만 쉬는데, 어린 것들은 울면서 잠도 못잤더랬소.” 노름에 미친 사내가 아내의 말을 들을 리 없다. 방영웅의 ‘분례기’에서 똥례의 남편인 애꾸눈 도박꾼 영철이 어디 마누라 똥례의 말을 귓등으로나 듣던가. 사내는 마누라 말을 듣더니, 도로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만사 내가 좋은 대로 할 뿐이지, 누가 내 예전 허물을 따진단 말이야. 재물이란 건 있다가도 없는 것, 저 밝은 달도 찼다가 이지러졌다 하지 않나! 내 나이 이미 어른이니, 어찌 여편네 말을 듣고 뉘우칠 리가 있나. 내 부모도 말리지 못했고, 관청도 어쩌지 못했거늘. 여편네란 잔소리를 좋아하는 법, 내 주먹맛을 어디 한 번 볼 테냐. 살고 죽는 건 네 하기에 달렸다. 나는 놀면서 내 평생을 마칠 테야.” 아아, 노름꾼의 이 도저한 깨달음, 그래 재물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 하지만 이 깨달음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니, 문제가 아닌가. 이 말을 마치고 노름꾼은 항아리를 걷어차고 의기양양 튀어나갔다. 투전은 조선후기 사회의 어두운 풍경이었다. 지금이라 해서 노름이 없을 것인가. 가끔 신문에 보도되는 사기도박이야 아예 괘념할 것도 못된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패가망신한 사람이 줄을 이어도 크게 걱정할 바 아니다. 그보다 더 거대한 도박판이 있지 않은가. 부동산이며 증권이며 펀드라 하는,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자, 아니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투기야말로 인간을 타락하게 하는 거대한 도박판이 아니겠는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한가족이 77명

    한가족이 77명

    상주(尙州) 박(朴)씨 중형(重衡)영감님하면 전남승주(全南昇州)군내에서 그 기록적인 다산성(多産性) 가문의 장노(長老)로 명망이 높다. 75년전 외톨박이 독자로 태어난 박옹은 56년전 첫아이를 본후로 1년에 1명이상씩 무성하게 자손을 퍼뜨리고도 그 자손을 대부분을 한 부락안에서 살게끔한 부족사회적「리더십」을 훌륭히 발휘한 것. 즐거운 새해 세배 가족을 찾아가 보면-. 구랍 22일 밤늦게 박옹은 논산(論山)에 살고 있는 4남 남석(湳錫)씨(46)로부터「아들출산」이란 반가운 전보를 받았다. 박옹은 서둘러 가족부난에 적어넣고, 새끼를 꼬아 대문앞에 금줄을 달아 걸었다. 자손들이 출산할 때마다 대문에 금줄을 거는 것이 박옹의 최대의 행사이자 기쁨이다. 『이번 금줄이 예순번째여라우. 아직도 10번쯤은 내 손으로 걸 수 있을 것이오』 믿을 수 없게 건강한 박옹은 찬바람을 맞받으며 씽긋 웃는다. 새해를 맞으면 박옹은 걱정스런 행복에 잠긴다고도 했다. 20살이하의 어린 자손들만 30명(외손은 제외)이니 세뱃돈을 작년엔 1백원균일로 하고서도 3천원. 금년에는 15살이상된 아이들에겐 인상해줄 작정이라했다. 『그러니께 내가 14살에 장가들었는디 첫애가 올해 쉰여섯이지요잉. 19살에 아들을 보았것지 않았소? 그 뒤로 지금까지 예순녀석이 태어난 셈이라우. 여기다 외손허고 외손손까지 합하면 77명이 될것이오』 「외손손」이 뭐냐고 물었더니 허허 웃고 난 박옹은「외증손」을 뜻한다고 대답. 까닭인즉 그의 3대조 할아버지 이름에 증(曾)자가 들어 있어서「증손」「외증손」의 증자는 기자(忌字)로 간주, 증자를 사용하지 않고 외손손·손손으로 표기한다는 설명이다. 세뱃돈 올릴 행복한 걱정 박옹 일가가 살고 있는 곳은 전남 승주군 상사(上沙)면쌍지(雙之)리부락. 순천(順天)시에서「택시」로만 1시간20분. 궁벽하기 짝없는 노령산맥 휘어지는 산골동네다. 박옹 선조대대 2백년전부터 자리잡아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 그래서 쌍지리부락 52호 가운데 40여호가 박씨문중이다. 이중에서 박옹의 가족만 8호. 박옹의 자손을 보면 1남 창석(昌錫)씨(56), 2남 동석(東錫)씨(54), 3남 민석(玟錫)씨(49), 4남 남석(湳錫)씨(46), 5남 종석(宗錫)씨(35), 장녀 순심(順心)씨(39). 모두 5남1녀로 돼있다. 2대 3대 4대 이르는 동안 별표와 같이 늘어나 박옹의 자녀가 5남1녀, 손자가 13남15녀, 증손이 10남6녀로 모두 59명(며느리·손부9명·본인제외)이 된것. 이들의 거주지를 보면 고향을 떠나 있는 가족은 박옹의 4남 남석씨가 논산에서 농업을, 5남 종석씨가 인근부락인 낙안(樂安)동국민학교 직원으로 2남 동석씨의 두아들과 딸1명이 서울에서, 장증손인 현모(玄模)군(18)이 역시 서울에서 각각 직장을 다니고 있고, 창석씨의 4남 홍용(烘龍)씨와 5남 홍춘(洪春)군(19)이 현재 군에 복무중이어서 총18명이 객지로 나가 있다. 『지금까지 한 녀석도 세상에 태어나 병을 앓거나 죽어본 일이 없는 것이 자랑이면 자랑이지요. 작년에 마누라(양낙유(梁洛囿)여사)를 먼저보낸일 외에는 아직까지 제 후손의 장례는 한번도 치르지않았지라우』 작년 6월6일 박씨 가문의 장로인 양여사가 노환으로 사망하자 그 장례식이 화젯거리가 됐다. 직계자손은 물론 사위와 손자사위까지 동원돼 실로 70여명의 대가족이 장례행렬을 이루었고 어른들만 입은 삼베옷이 자그마치 50필(4백50m). 그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 2일동안「미싱」5대를 10사람이 밤낮으로 돌려서야 간신히 끝냈다는 것. 막걸리만 70말, 소주가 2상자, 쌀이 10여가마 축났다는 것이니 시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대사였다. “적령 20살전”의 조혼가풍(早婚家風) 며느리 환갑잔치 베풀고 40살에 증조부(曾祖父) 소리들어 『금년 2월에 며느리(창석씨 부인 신선업(申善業)여사 환갑잔치를 했당게요. 아마 며느리 환갑을 보는 것도 드물 것이오』이토록 이해할수 없는 신기록 수립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간단하다. 조혼을 가풍으로 존중해온 덕. 박옹 자녀들의 결혼적령기는 20살전으로 돼있다. 창석씨가 15살에, 동석씨가 17살에, 민석씨가 18살에, 남석씨 역시 18살, 종석씨가 19살. 다음 창석씨의 자녀들 가운데 홍기(洪基)씩 17살에, 홍난(洪爛)씨가 20살에, 홍민(洪玟)씨가 역시 20살, 홍용(洪龍)씨도 20살. 이렇게 조혼을 하다보니 갖가지 웃기는 사건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즉 박옹의 장증손인 현모군이 3살때 종석씨는 19살. 종석씨는 말하자면 총각할아버지가 된셈인데, 그때 종석씨는 현모군이『할아버지』하면 창피하다고 도망치기 일쑤였다는 것. 『내 손으로 고손자녀석 금줄을 달아 볼라우. 이렇게 건강하니 5년은 충분히 살것지 않것소?』 박옹의 말하는 품으로 미루어 보면 18살인 현모군을 20살까지도 기다릴 필요없이 장가보낼 심산인듯 하다. 박옹의 가족들에 대한「리더십」은 거의 절대적이다. 모든 수입·지출이 박옹의 명령에 따른다. 40~59대 아들들도 절대로 박옹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박옹이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사일을 돌아보고 설치는 통에 가족중 아무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박옹은 이곳에서 상당한 부농, 25마지기 정도의 논을 가지고 있으니까 자식을 얼마든지 낳아도 먹이고 키우는데는 걱정이없다. 장수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흔든다. 『잘먹고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지요. 담배·술 모두 다하고, 고기도 잘 먹지요. 못먹는 것이 없어라우』 박옹의 생일이 1월 하순께. 그래서 이집의 가장 큰 잔치는 설맞이를 미뤘다가 그날에 한다. 76살 기념잔치를 위해 흩어진 가족들까지 다 모이면 흔한말로「민박」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순천에서 박안식(朴安植)·오정묵(吳亭默)기자> [선데이서울 72년 1월 2일호 제5권 1호 통권 제 169호]
  • 꿈을 꾸면 두고 온 고향집이 보입니다

    꿈을 꾸면 두고 온 고향집이 보입니다

    할머니의 국시(국수) 솜씨는 일품입니다. 맛이나 모양은 한국에서 먹던 국수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곳에서도 국시라 부르지요.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국시를 맛있게 먹고 앞이 잘 보이지 않으시는 할아버지와 평상에 걸터앉았습니다. 할머니께서 낡은 사진첩을 꺼내오셨습니다. 한 장 한 장 사진첩을 넘기며 할머니께서 이야기를 하십니다. 오늘 제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1937년 가을 원동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람들을 가득 실은 화물 열차가 한 달도 넘게 동에서 남쪽으로 끊임없이 달립니다. 이따금 역에서 멈추곤 했으나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그대로 지나치고 인적이 드문 곳에 가끔씩 정차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기차 안에서 내려 서둘러 무덤을 만들고 다시 기차에 오르곤 했습니다. 열차는 중앙아시아와 카자흐스탄 초원 쪽으로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화물칸에는 감시를 하는 군인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바이칼 호수를 지날 때와 어떤 큰 역을 지날 때면 창밖을 내다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만약 내다볼 경우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앞에 가던 열차가 전복되어 수백 명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열차 안에는 화장실도 없었고 마실 물도 없었으며 달려 있는 창문들은 손바닥보다 더 작았습니다.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몸과 옷은 금방 더러워졌고,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였습니다. 음식이라고는 단지 마른 빵뿐이었지만 이것 또한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껴먹어야 했습니다. 우연히 기차가 집단 농장 부근에 서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모두 밭에 들어가 감자를 캐와 정신없이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 열차 안에는 젊은 임신부가 타고 있었는데 아이를 열차 안에서 낳게 되었으나 그 아이는 며칠 뒤 죽고 말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처럼 어린아이들에게 화장실은 제일 큰 문제였는데 어른들처럼 열차가 멈출 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열차 속에서 잘도 놀았습니다. 원동에서 화물기차를 타고 어언 한 달 반을 달려와 내린 곳이 바로 아랄해와 가까운 호레즘 지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였습니다. 한참을 걸어 강가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하루를 흘러가다 초원으로 둘러싸인 평지에 도착했습니다. 새 땅에서의 첫 밤, 구덩이를 판 맨 땅에 풀잎들을 깔고 잠을 청했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도 가물가물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이 추위에 얼어 죽지 않도록 몸으로 몸을 덮어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음날부터 소금 땅 위에 갈대로 엮은 지붕을 얹어 집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땅을 파 밭을 만들고 강줄기를 끌어와 논을 만들었지요. 그들은 이렇게 먼먼 이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할머니는 고생하던 옛날이 생각나시는지 자꾸만 눈물을 찍어내십니다. 옆에서 묵묵히 듣고 계시던 할아버지도 멀리 하늘을 바라보십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는 무얼 보고 계신 걸까요. 아직도 꿈을 꾸면 두고 온 고향집이 보인다는 할머니에게는 손자 손녀, 증손까지 모두 열 명의 가족이 있지만 지금, 큰 집에는 할아버지와 단 둘 뿐입니다. 길을 잃으면 빛나는 별을 보고 길을 찾아가라는 의미에서 북극성이라 불리던 이 마을에 한때는 700 가구가 넘는 고려인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50호 정도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그나마 농사를 짓던 사람들도 더 높은 소득을 위해 러시아로, 우크라이나로 떠난 지 오래입니다. 결국 고향 땅에 남겨진 사람들은 노인들뿐이지요. 들일이 끝난 저녁이면 마을 회관에 모여 목 터져라 고향의 노래를 불러대던 그때의 친구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났고 여름날, 온 가족이 모여 체리나무 아래 모여앉아 이야기꽃 피우던 시절은 빛바랜 사진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어디를 가나 그리움으로 간신히 생을 건너는 사람들이 있지요. 때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그리움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그들의 상처 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길은 단지 가만히 손 잡아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글·사진 강회진 前 우즈베키스탄 국립미자미사범대학 한국어문학과 전임강사
  • [10일 TV 하이라이트]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일흔의 늦은 나이에 재혼한 시아버지.50대 후반인 새 시어머니와 둘이 5년째 살고 있는데, 며느리 지원은 영 못마땅하다. 병색으로 급격히 쇠약해진 시아버지를 찾아간 날, 지원은 새 시어머니에게 꼬박꼬박 용돈뿐 아니라 어머니 대하듯 이것저것 챙겨드리는 남편의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다. ●로봇파워-2008 고교 로봇대전 2부(EBS 오후 7시50분) ‘2008 고교 로봇대전’ 2부에서는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온 휴이를 포함해 모두 8대의 배틀로봇이 제2라운드로 진출,‘고교 로봇제왕’을 향한 험난한 경쟁의 길에 들어선다.3라운드와 고교제왕전을 거쳐 ‘고교 로봇제왕’에 등극할 로봇은 누구일까.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춘자네 경사났네(MBC 오후 8시15분) 주리는 춘자의 잔소리에 꾀병을 부린다. 임신 중인 주리가 잘못될까봐 복심은 전전긍긍하고, 병원가자고 재촉하는 어른들에게 주리는 누워 있으면 된다고 둘러댄다. 한편, 삼숙은 감기몸살에 걸린 달삼을 옆에서 밤새 간호하다 잠이 든다. 잠에서 깬 대팔은 옆에서 자고 있는 삼숙에게 감동하는데….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오후 8시50분)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웅이 어머니는 뮤지컬 단원 모집에 지원하고, 이로 인해 밝혀지는 웅이 어머니의 과거의 남자들이 ‘웅이 아버지’코너에서 공개된다. 웃찾사의 새 코너 ‘품바품바’에 만사마 정만호가 돌아왔다. 왕초가 된 정만호와 그 일행의 품바타령이 배꼽을 잡게 한다. ●프런티어 특집 6부 자생식물(YTN 오전 10시20분) 세계 각국이 자생식물을 이용한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세계에 분포된 식물은 30만종, 그 중 인간이 활용해온 것은 2%남짓이다.‘미래를 향한 도전 천연물 신약과 기능성 식품의 보물창고 자생식물’편에서 자생식물 이용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KBS1 오후 10시) 지난 5월,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가 떨어져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 회전 놀이기구를 타던 아이의 다리가 기구와 바닥 사이에 끼이는 등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아이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일까?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불량놀이터를 고발한다.
  • [시론] 멜라민 파동,소비자의 힘 보여주자/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시론] 멜라민 파동,소비자의 힘 보여주자/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멜라민이 들어간 분유를 먹은 중국 아기들이 신장결석과 신장염에 걸렸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됐다. 물론 중국내에서는 이미 작년 12월부터 이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지만 올림픽을 이유로 보도를 막았다고 한다. 과연 중국답다는 생각이 든다. 납이 든 꽃게, 생쥐머리 새우깡, 기생충알 김치 등 중국산 불량식품도 모자라서 이제는 멜라민까지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식품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공업용 화학물질을 단백질 함유량을 높일 목적으로 사용해왔고 그 영향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농산물 등의 식품원료 가격이 우리 것과 비교해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산 식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이다. 수입식품이 모두 불량·저질 원료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저질만 찾는 기업의 행태다. 이윤 추구도 중요하지만 먹거리를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어린이 식품의 안전성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든 어른의 책임이고, 사회의 책무다. 만약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산 저질원료를 사용하는 식품회사가 있다면 불매운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소비자가 힘을 합하면 시장을 바꿀 수 있다. 또 불량·저질 식품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 기업을 철저히 감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백보 양보해서 기업의 행태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정부의 안전망을 살펴보면 또 눈살이 찌푸려진다. 바로 우리의 허술한 검역체계와 통관절차다. 우리나라 수입검사 체계는 유해성분을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유해성분을 거르는 정밀검사는 전체의 10∼20%에 불과하고 80%정도는 간단한 서류심사만으로 통과된다고 한다. 유해성분이 검출돼도 정부는 매번 늑장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시인했을 때 곧바로 멜라민이 함유될 가능성이 높은 식품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어야 했다. 또 관련 제품의 수입을 중단하고, 시장에서 긴급회수 조치를 취해 소비자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배짱 좋게 ‘우리는 수입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해 ‘428개를 수거해 검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과자, 커피크림, 분유 원료에서 멜라민이 나왔다고 찔끔찔끔 발표하는 행태를 보였다.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혼란만 부추긴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먹거리만큼은 안전하게 식탁에 올리고 싶은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요, 주부의 바람이다. 우리에겐 우리의 바람을 들어줄 정부가 필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수입식품 검사를 강화하고, 식약관과 같은 식품 전문 해외 파견관을 늘려야 한다. 소비자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식품정보는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오는 ‘반짝대응’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식품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부의 의무 아니던가. 중국도 이번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거듭나야할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수입국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식품 위생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식품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일선 직원에게도 잘 전달되길 희망할 뿐이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 [위협받는 밥상] 먹거리 불안 가중…위협받는 식탁

    [위협받는 밥상] 먹거리 불안 가중…위협받는 식탁

    중국산 꽃게 납 검출, 광우병 쇠고기, 불량만두, 기생충알 김치, 생쥐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캔 등 식품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식품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멜라민 파동에서 드러나듯 식품안전사고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불안전한 식품을 마구잡이로 수입하는 일부 식품업계의 양심을 저버린 행태와 정부의 허술한 식품행정 및 검역체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 부담이다. 정체불명의 먹을거리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이런 위해식품들의 유통실태, 그리고 국민건강권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대안 등을 4회 시리즈로 심층 모색해 본다. 관련 동영상은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www.seoul.co.kr)에 올린다. ■ [유기농 이용 안소영씨] “식비 부담스럽지만 농가와 직거래” 지난달 30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유기농 가게에서 안소영(29·여·회사원)씨가 21개월된 딸 지유와 함께 밥상에 올릴 반찬거리를 고르고 있다.“지유, 미역 좋아하지?하나 살까?”라는 엄마 말에 “미, 미”라며 지유는 고개를 끄덕인다. 안씨는 유기농을 선호한다. 회사 근처 대형마트에도 가지만 대체로 집 앞 유기농 가게나 ‘82cook’ 등 인터넷 직거래장터를 이용한다. 한달 식비는 100만원 남짓. 세 식구 밥값으론 조금 많은 편이지만 가급적 안전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돈을 아끼진 않는다. 그래도 안씨는 “불안하고,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됐는지, 엄격한 절차를 거쳤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안씨 가족은 올들어 논란이 된 미국산 쇠고기, 중국산 과자류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다. 안씨는 “저희는 경기도 양주에 아는 분을 통해 직거래해요. 과자는 예전부터 잘 안 먹였는데, 혹시 몰라 일본 과자를 가끔 줬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도 멜라민 파동이 터졌잖아요. 어휴, 더 이상 못 믿겠어요.” 맞벌이하느라 외식이 잦은 안씨 부부는 식당의 위생상태나 음식의 질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특히 반찬 재활용을 한다거나, 싸구려 중국산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남편 박영준씨는 “바쁘다 보니 음식을 시켜 먹을 때가 많은데, 바깥 음식은 대개 중국산이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었는지 모르죠. 안 먹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죠.” 안씨는 정부가 먹을거리 문제를 좀더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우리나라는 먹을거리 규제에 관해선 시작 단계인 것 같아요. 허술한 것도 많고, 요즘처럼 사건이 터져도 눈앞 문제만 해결하기에 급급하잖아요. 일본에 가보니 먹을거리에 대한 법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보다 훨씬 엄격했어요. 마음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우리도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식품안전에 대한 장기대책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밥상추적] 돼지고기 제주, 쌀·콩은 의성산 안소영씨 가족이 집에서 먹는 음식은 거의 100% 국산이었다. “유기농도 엄격한 절차를 거쳤는지 의심이 된다.”는 안씨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유기농 매장을 이용한다. 그가 주로 장을 본다는 집 앞에 있는 유기농가게를 함께 가봤다. 전남 진도산 미역, 강원도 설악산 인근에서 나온 고사리 등이 눈에 띄었다. 가게 주인은 “현지 농민이나 조합과 계약해 납품받고 있다.”면서 “우리 같은 유기농마트나 생협에서 농민들에게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고 대신 정기적으로 현지검사와 품질관리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다.”고 자랑했다. 그는 하루에 찾는 60∼80명의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이라고 귀띔했다. 안씨가 과자를 집어들었다. 딸에게 가끔 먹이는 ‘발아통밀 웨하스’다. 국내산 통밀로 만들었다고 돼 있다. 제품을 생산한 ㈜우리밀은 사단법인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의 사업단으로 국내산 밀의 수매·가공·유통사업을 전담한다. 우리밀 관계자는 “밀은 대표적인 겨울철 이모작 소득작목으로 10월 파종 전에 계약재배를 한 뒤 병충해를 걱정하기 전인 이듬해 6월에 수확해 농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점심 때도 국산 먹을거리를 선호한다. 그가 “재료가 좋아서” 점심에 자주 찾는다는 회사 근처의 한 식당은 값이 만만치 않다. 안씨가 즐겨먹는 고추장찌개만 해도 1만 5000원이다. 식당에서는 모든 식재료가 ‘국내산’이라 비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식당 주인이 밝힌 고추장찌개의 주 재료는 고추장, 감자, 호박, 돼지고기, 목살, 양파 등이었다. 손님에게 내놓는 채소는 거래하는 회사가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국산 여부를 확인해서 납품한 것이었다. 돼지고기는 제주도 흑돼지를 취급하는 도매회사에서 구입했다. 소금은 국산 천일염이고 고춧가루와 쌀, 콩 등은 경북 의성에 있는 농가에서 재배한 것들이었다. ■ [대형마트가는 김성혜씨] “의심가지만 대기업 제품이라니 사요” 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대형마트. 새내기 부부 한승훈(27·회사원)·김성혜(27·주부)씨는 생후 6개월된 아들 차윤이를 데리고 장을 보고 있다. 부부는 보리차 코너에 서서 한참 논쟁을 벌인다.“이것 봐, 지난번에 산 건 100% 중국산인데 이건 국산이잖아. 유기농 보리차라면서 중국산인 건 이상하지 않아?” 사연인 즉, 얼마 전 한씨가 아기를 위해 유기농 보리차를 사왔는데 김씨가 중국산이어서 먹지 않고 놔뒀다는 것. 김씨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믿을 수도 없다.”며 국산 표시가 된 보리차를 집어들었다. 한씨 부부는 먹을거리를 주로 대형마트에서 산다. 일주일에 세 차례 장을 보는데, 한 달 식비는 30만원 정도. 이들은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한다. 몰아 사면 시간이 절약되고 가격도 저렴해서다. 대형마트와 대기업 식품에 대한 신뢰도도 있다.“쌀 같은 건 시골에서 떼어오면 좋다고 어른들이 그러시는데, 어디서 하는 건지 알 수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그냥 대형마트에서 전부 사요.”주부인 김씨 얘기다. 그렇다고 김씨가 대형마트와 대기업의 이름값을 무조건 믿는 것은 아니다.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한 자락 불신은 “식품정보 표시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이건 신뢰문제 같아요. 미국산 쇠고기나 유전자조작식품(GMO)의 경우, 표시가 제대로 돼 있다면 절대로 안 먹어요. 그런데 표시가 제대로 안 돼 있다면 모르고 먹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일단 사긴 하는데,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죠.” 출산 이후 동갑내기 부부에게 생긴 새로운 기준은 “무조건 국산, 되도록 유기농”이다.“이유식을 시작하면 무조건 유기농을 먹일 생각이에요. 지금은 모유수유를 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신경쓰진 않고요. 그래도 제가 먹는 게 아이한테 가니까 조심하고 있어요. 요즘 들어 중국산은 아무리 싸도 사지 않아요.”라고 김씨는 말했다. 한씨네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에 조기구이, 호박전 등이었다. 식사 내내 부부의 화제는 아들의 미래 먹을거리였다. 한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 급식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신경이 쓰일 것 같아요. 시골에서 직거래하는 방법을 알아볼 작정입니다. 회사 동료들은 ‘앞으로는 시골에 부모님 있는 사람이 최고’라고 하던데요.”라고 말했다. [밥상추적] 고추장ㆍ된장ㆍ두부 모두 수입원료 김성혜씨가 ‘중국산 유기농’이라는 말에 찜찜해서 그대로 놔뒀다는 보리차는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김씨가 구입했던 ‘유기농 아기보리차’를 판매하는 샘표 관계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중국 헤이룽장성 북부의 중·러 국경지대에서 재배한 보리로 만들었다.”면서 “큰 길 몇 곳만 차단하면 농약과 비료가 들어갈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기업인 가공공장의 담당자가 현지에 상주하고 본사에서도 최소 3개월에 한 차례 이상 현지조사하고 있고 중국에 있는 유기농 인증기관의 심사를 통과한 원재료만 수입, 국내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만든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외국 농산물을 수입할 때 농산물 생산국가의 공인기관에서 유기농으로 인증한 경우에는 보통 농산물에 대해 적용하는 잔류농약 검사 이외에 유기농 농산물 입증 서류를 추가로 제출받고 있다. 김씨가 저녁 밥상에 올린 김치찌개에는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종가집 전통두부’가 들어 있었다. 이 종가집 전통두부는 원산지를 ‘수입산’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수입산이란 3개 국가 이상에서 수입했다는 뜻이다. 이 업체는 두부에 쓰는 콩을 중국, 미국, 호주, 러시아(연해주)에서 수입한다. 국제 콩 시세가 기복이 심해 안정적 공급을 위해 여러 곳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는 수입산보다 비싼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김씨가 사용한 청정원 고추장과 된장도 모두 수입산이었다. 김씨는 ‘콩’ 하면 유전자조작식품(GMO) 여부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이에 대해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미국은 GMO 관리체계가 돼 있고 중국은 인건비가 싸서 종자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GMO콩을 쓸 이유가 없다. 결국 수입처가 중국과 미국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재래시장 가는 김용금씨] “어쩔 수 없어 사긴 하지만 못믿어” 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양재역 근처 재래시장. 김용금(59·주부)씨는 한 가게에서 고사리 나물을 이리저리 들춰보기 시작했다. 김씨가 “이거 국산이에요?”라고 묻자 “중국산”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돌아선 김씨는 “난 국산인 줄 알았는데. 이러니 뭘 믿을 수 있겠어요.”라며 한숨을 내쉰다. 김씨는 일용직으로 자재 운반을 하는 남편 문모(58)씨와 고3 외동딸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다. 양재동 재래시장을 주로 이용하지만 근처 하나로마트와 가락시장도 가끔 찾는다. 웬만한 채소는 마당에 조그만 텃밭을 가꿔 직접 길러 먹고, 쌀이나 고기 등은 시골의 지인을 통해 들여온다. 김씨는 한 달에 두세 번 시장에 간다. 한달 식비는 15만원 정도.“형편이 넉넉지 않아 유기농같이 비싼 재료는 살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이나 미국산 쇠고기 등을 먹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돌았지만 김씨는 살 것이 마뜩잖은 눈치였다. 생선가게에서 15마리에 1만원이라는 조기를 5000원에 8마리 사고, 그 옆에서는 흑미 180㏄(한 홉)가량을 3000원에 샀다. 요깃거리로 감자떡과 호박떡도 3000원 주고 샀다. 시장을 나오면서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사긴 사지만 못 믿겠다.”고 말했다. “특히 재래시장에선 원산지 표시가 자세히 되어 있지 않아요. 보통 제가 살펴봐서 국산인지 아닌지 판별하거든요. 그런데 아까 고사리는 알고보니 중국산이라잖아요. 잘 모르겠어요. 아까 산 조기도, 국산이라고는 하는데 지나치게 싼 거 아닌가 싶어요. 가격만 놓고 보면 중국산인 것 같기도 하고.” 집에 돌아온 김씨가 준비한 저녁 메뉴는 우거짓국에 조기구이, 고구마줄기 무침. 우거지는 남편 문씨가 직접 기른 배추로 만들었고, 고구마줄기는 동네 텃밭에서 따온 것이다. [밥상추적] 조기 5천원에 8마리 원산지 표시 없어 김용금씨가 서울 양재동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조기는 15마리에 1만원이었다. 시장 상인은 조기를 팔면서 “전남 목포산 조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는 없었다. 김씨가 “목포산 조기인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묻자 상인은 “목포산 조기만 나무상자에 담아 출하된다.”고 대답했다. 김씨가 구입한 조기는 다른 생선들과 달리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목포산임을 믿기는 어려웠다. 조기가 목포산임을 확인하기 위해 이 상인이 생선을 떼어 왔다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상인이 거래했던 J상회는 국산·중국산 조기를 함께 취급하고 있었다. 국산은 120마리에 6만∼6만 5000원, 중국산은 5만원 선이었다. 목포산 조기를 취급하냐고 묻자 주인은 “있다. 냉동조기는 6만 5000원, 생물(얼리지 않은 것)은 7만원 정도”라고 말했다.“목포산 조기만 나무상자에 담느냐.”고 묻자 그는 “생물일 경우 나무상자에 담지만 목포산 조기라고 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좀더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목포산 생선을 취급하는 목포종합수산시장에 확인을 요청했다. 황춘호 번영회장은 “목포산이라서 나무상자에 담는 게 아니라 생물이라서 담는 것이다. 하지만 상자에 원산지를 일일이 표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양재동 재래시장의 조기는 목포산이 아닐 수도 있는 셈이다. 목포산 조기가 중국산 조기와 뒤섞여 유통되다 적발된 적이 있냐는 질문에 황 회장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가능성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안 되고 있어서다. 목포산 조기의 경매를 총괄하는 목포수협 관계자는 “극단적인 경우 수협에서 조기를 낙찰받은 뒤, 중국산 조기와 섞어 팔 수도 있다. 중국산을 목포산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개인의 양심문제”라고 말했다. 글:기획탐사부 조현석 강국진 김민희 기자 tamsa@seoul.co.kr 동영상:나우뉴스팀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아주 특별한 땅 ‘밴프’

    아주 특별한 땅 ‘밴프’

    # 애서배스카 빙하 위에 서다 밴프와 재스퍼국립공원의 경계가 되는 곳에 컬럼비아 아이스필드가 있다. 북반구에서는 북극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빙원(氷原). 최고봉인 컬럼비아산(3745m) 등에 둘러싸인 빙원은 면적이 325㎢에 달한다. 밴쿠버시 전체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 앨버타주 관광청 관계자는 “밴프의 산들 꼭대기에 형성된 빙하 중 일부 독립 빙하를 제외하고 모두 컬럼비아 빙원에서 흘러든다.”고 말했다. 이 빙원에서 흘러내린 애서배스카 빙하는 직접 밟아 볼 수 있다. 인디언어로 수풀이 우거져 있다는 뜻의 애서배스카 빙하는 90∼300m 두께의 얼음이 1㎞ 폭으로 6㎞가량 흘러내린 빙하다.1849년 방문객센터가 있는 곳까지 세력을 떨쳤던 빙하는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현재는 1.5㎞가량 뒤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맞은편 방문객센터에서 버스로 빙하 아래까지 간 뒤 설상차로 갈아타고 빙하로 올라간다. 바퀴 하나의 크기가 어른 키만 한 설상차는 빙하 상류에 관광객을 내려놓는다. 관광객들은 빙하 위에 쌓인 눈을 뭉쳐 눈싸움도 하며 20분 정도 빙하체험을 즐긴다. 안전성이 확인된 곳이긴 하나, 출입통제 표지판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빠진 사람만 안다.’는 크레바스가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는 꼭 챙길 것. 빙하에 반사된 햇빛에 자칫 눈이 상할 수도 있다.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풍경들 초행길임에도 언젠가 와 본 것 같은 착각, 흔히 데자부라고 불리는 현상을 경험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곳이 앨버타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고전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부터 내용 못지않게 촬영지가 화제가 됐던 ‘브로크백 마운틴’ 등 최근 영화까지 무려 100여편의 영화에 밴프를 비롯한 앨버타의 명승지들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밴프 시내 인근의 영화 촬영지들은 빼놓지 않고 찾길 권한다. 당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의 흔적은 물론, 빼어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밴프 스프링스 호텔 아래 보 폭포(bow falls)는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지. 마릴린 먼로와 로버트 미첨이 뗏목을 타고 내려가는 장면이 촬영됐다. 흔히 브래드 피트가 열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폭포를 따라 이어진 보 강에서 촬영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앨버타 관광청 관계자는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밴프역에서는 ‘닥터지바고’의 이별장면이 촬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 새의 눈높이에서 본 로키산맥 캐나디안 로키의 들머리인 밴프의 고도는 해발 1300m. 여기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로키산맥의 우람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밴프 시가지 인근의 밴프 곤돌라는 설퍼산 정상(2286m)까지 불과 8분만에 닿는다. 밴프 다운타운 주변과 미네완카 호수, 캐스케이드산 등과 마주하면 찬사가 절로 나온다. 전망대 옆으로 샌슨스 피크까지 목제 계단이 조성돼 있다. 스카이 워크라 불리는 이 길을 따라 로키산맥과 함께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왕복 30분 정도 소요된다. 곤돌라 탑승장 옆에 어퍼 핫 스프링스가 있다.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황온천이다. 레이크 루이스 곤돌라는 레이크 루이스 스키리조트에 조성된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곰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슬로프 주변에 설치한 2.5㎞ 길이의 전기철조망이 이채롭다. 레이크 루이스와 빅토리아 빙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로키를 안고 달리다 캐나디안 로키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도로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라고도 불리는 93번 도로다. 밴프에서 재스퍼국립공원까지 이어진 300㎞의 도로 중 남북으로 길게 뻗은 230㎞ 구간을 말한다. 미국의 유수한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 길을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로키 산맥의 절경을 옆좌석에 태우고 달리는 기분이 드는 곳. 대부분의 여행목적지들이 이 구간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를 따라가며 만나는 많은 호수와 빙하, 그리고 웅장한 산들의 자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운이 좋다면 곰, 엘크 등의 야생동물들과도 만날 수 있다. 글 사진 캘거리·밴프·재스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항공·현지교통:여름 성수기 외엔 밴프의 관문 캘거리로 가는 직항편이 없다. 밴쿠버까지 간 뒤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캘거리로 간다. 캘거리에서 밴프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밴쿠버에서 차를 렌트해 밴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10시간 정도 소요된다. ▶입국:관광의 경우 최장 6개월까지 노비자다. 입국심사시 숙소 예약확인서나 귀국 비행기편을 보여주면 심사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전기:캐나다는 110V를 사용한다. 국내 가전제품을 사용하려면 11자형 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먹거리:밴프 시내에 한국 음식점은 한 곳. 각종 찌개류 14 캐나다 달러(1달러=한화 약 1200원) 등 캘거리 시내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에서 컵라면 등을 살 수 있다. ▶각종 요금:모든 곳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절반 가격이다. 밴프 곤돌라 26달러. 미네완카 유람선 40달러.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38달러. 레이크 루이스 곤돌라 25달러. 기타 자세한 정보는 앨버타관광청 한국사무소 홈페이지(www1.travelalberta.com/KR-KO) 참조.
  • ‘우리들의 이웃’ 작가 이외수를 만나다

    ‘우리들의 이웃’ 작가 이외수를 만나다

    작가 이외수가 라디오 DJ로 변신한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이외수가 매주 청취자들과 세상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외모와 정곡을 찌르는 감성 언어로 10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작가 이외수를 늦은 저녁 여의도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만났다. # 우리들의 이웃 작가 이외수를 만나다 외부인들도 자주 드나들지 않는 강원도 산골 화천의 감성마을에 사는 이외수가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이외수에게는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인 만큼 하루 종일 빽빽한 스케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몇 차례의 스케줄을 소화한 그가 결국 옆에 있던 부인 전영자 씨에게 불평섞인 투정을 토로했다. “오늘 스케줄이 라디오 관련 사진 촬영과 인터뷰, 강연, ‘화제집중’, ‘2580’ 등 네 군데가 넘어요. 이렇게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수입이 다 부인에게 돌아갈 뿐 제게는 한 푼도 남지 않으니 이게 노예계약이 아니고 뭡니까?(웃음)” # 작가 이외수, DJ가 되다 이외수는 오는 13일부터 MBC 라디오 표준FM(95.9㎒)에서 ‘이외수의 언중유쾌’의 진행을 맡았다. 최근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 등을 통해 몇몇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췄지만, 지금처럼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처음이다. 그렇기에 작가 이외수에게도 라디오 DJ 도전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세대간의 소통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인터넷 악플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이때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나누다 보면 분명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 이외수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젊은 이들과 소통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때론 10대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의 인터넷 용어를 사용하기 까지 한다. 또한 그는 온라인을 제외하고도 강원도 일대 부대의 관심사병들에게 직접 강연을 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더듬이가 잘라나간 곤충들처럼 자신의 인생 목표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학창 시절엔 대학을 목표로 했다면, 그 이후로는 취업, 월급 인상 등 만을 생각하죠. 그런데 그게 과연 인생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들은 자신을 조금 더 혹독하게 키워야 할 필요가 있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이외수식 감성의 요체다. 그는 자신만의 감성으로 청취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초기 제 작품 등을 보면 주인공들이 좌절을 겪다 결국 자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어느 날 제가 독자에게 자살, 절망을 가르칠 수 밖에 없는 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후 8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고, 그 후부터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죠.” 작가 이외수가 라디오 DJ를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 방송 출연에 익숙하지 않은 그가 일주일에 5번 꾸준하게 청취자들과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외수는 이 모든 걱정을 한번에 날려 보낼 준비를 마쳤다. “작가라면 독자에게 구원을 제시하고 진정한 행복을 모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실제적인 행복, 구원 등을 독자에게 전해 줄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글 뿐만 아니라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그것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사진제공=MBC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08일 TV 하이라이트]

    ●뉴스추적〈경찰과 싸우는 사람들〉(SBS 오후 11시15분) 우리나라 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릴 만큼 경찰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부실하고 불공정한 수사로 인해 가해자로 몰린 피해자들의 사연을 추적하고, 억울한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는지 대책을 모색해 본다. ●산 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스쿠터를 산 인수는 매일 아침 종갓집 대문 앞까지 종아를 데리러 오고, 방문진료를 갈 때도 함께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연애를 한다. 그렇게 사람들 눈에 띄는 종아와 인수의 행동에 영곤은 걱정이 늘고, 설상가상으로 늦은 귀가에 대문 앞에서 뽀뽀를 하는 장면까지 목격하게 된다. ●흔들리지마(MBC 오전 7시50분) 강필은 소희정에게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민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소희정의 소원대로 사장 자리에 오르면 자신의 소원인 수현과의 이혼을 허락해 달라고 한다. 소희정은 누구보다도 수현이에게 잘 해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강필은 그렇다면 아들인 자신을 먼저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18대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감사는 원래 여당이 방어하고, 야당이 공격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공세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좌파정권 10년’을, 민주당은 ‘이명박정권 8개월’을 심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여야의 입장을 들어본다. ●건군 60주년 특집 강군시대-DMZ 사람들(EBS 오후 10시40분) 국방의 최전선인 DMZ 내 GOP 장병들의 철통 같은 경비 상황을 조명한다. 그들이 병영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희로애락과 소초 안의 전우애도 살펴본다. 사람들이 잊기 쉬운 국방의 중요성과 그것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25사 GOP 장병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20분) 공사현장에서 시멘트 먼지를 마셔가며 일하는 광배씨는 집에 와서도 낮 동안 고생했을 아내를 대신해 우는 세쌍둥이를 안고 어른다. 젖병 소독에 큰딸 교복 다림질까지 도맡아 하는 자상한 남편이다. 이렇게 힘든 하루지만, 퇴근할 때마다 열렬히 맞아주는 딸들이 있어 광배씨는 세상 어느 부자도 부럽지 않다.
  • [Metro] 부천무형문화유산엑스포 개최

    제1회 ‘부천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가 오는 10일부터 30일까지 부천영상문화단지와 상동호수공원에서 열린다. 무형문화유산엑스포는 ‘전통과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주제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 300여명이 작품을 전시하고 작품제작 과정을 시연해 보이는 행사다. 행사기간 중에는 굴렁쇠굴리기, 전통지게지기, 투호던지기, 팽이돌리기, 윷놀이, 짚풀공예, 떡메치기 등의 민속놀이가 열린다. 입장료는 어른 8000원, 중고생 6000원, 유아 및 초등학생 4000원이다. 엑스포기간 중 엑스포 입장권이 있으면 유럽자기박물관, 활박물관, 향토역사관, 펄벅기념관 등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부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야구치 시노부 감독 “일본까지 신작 입소문 내주세요”

    영화 ‘스윙걸즈’ ‘워터보이즈’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유명한 일본의 야구치 시노부감독이 신작 ‘해피 플라이트’를 들고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야구치 감독은 7일 오전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영화들은 학생들이 열심히 사는 이야기였는데 이번 영화는 어른들이 열심히 사는 이야기”라고 자신의 신작을 소개했다. 또 야구치 감독은 “한국은 인터넷이 매우 발달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의 관객들이 입소문을 내주셔서 그 소문이 역으로 일본에 전해지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곽재용 감독이 일본에서 찍은 SF판타지 영화 ‘내 여자친구는 사이보그’에서 주연을 맡았던 아야세 하루카도 해피 플라이트의 여주인공으로 야구치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등의 한국어 인사를 전했다. 영화 해피 플라이트는 항공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을 담은 영화로 감독의 전작들과 같은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울신문 NTN 변수정 PD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전국 유일 ‘동화축제’ 8일부터

    ‘동화나라 상주, 이야기축제’가 8일부터 12일까지 경북 상주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상주시는 지난해 처음 개최한 대표축제인 낙동강삼백축제가 전래동화를 주제로 삼았으나 포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동화나라로 이름을 바꿔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어린이에겐 꿈을, 어른에겐 추억을’이란 주제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해 동화 속의 주인공이 돼 보는 체험형 축제로 꾸며진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이야기가 담긴 빛깔’,‘이야기가 담긴 움직임’,‘이야기가 담긴 소리’ 등이 준비돼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화를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참가해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송창의·이완, 부산영화제서 ‘깜짝 사인회’ 열어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두 주인공 이완과 송창의가 3일 오후 게릴라 팬사인회를 열었다.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된 프리미어 부스에서 팬사인회를 가진 이완과 송창의는 “영화제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떨린다.”며 “팬사인회 개최가 쉽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부산 팬분들이 반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완과 송창의 주연의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두 소년이 살아남기 위해 어른들에게 맞서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오는 11월 개봉 예정이다. 서울신문NTN 변수정PD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우리는 당신을 ‘엄마’라 부릅니다

    우리는 당신을 ‘엄마’라 부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할 수는 없지요.” 한상순 원장(59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지 않는 한 번듯한 시설만 지원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어요.” 20여 년간 미혼모 보호시설 ‘애란원’을 이끌고 있는 그는 홀로 남겨져 뱃속의 아기와 삶의 기로에 서게 된 어린 여성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미혼모’‘비혼모’‘리틀맘’‘싱글맘’ 등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이 여성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서로의 삶을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사회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랑을 심는 곳’이라는 뜻의 애란원은 이처럼 오갈 데 없는 미혼모들의 친정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60년 설립 후 꾸준하게 미혼모 보호사업을 펼쳐왔으며, 현재는 미혼모자 40여 명이 동고동락하고 있다. 출산을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거나 출산한 지 6개월이 안 된 미혼 임산부들에게 6개월에서 1년까지 생활의 편의를 제공한다. “예전에는 입양을 위해 거쳐가는 곳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미혼모들이 양육을 선택하는 비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자립의 길로 나서는 엄마들이 많아요.” 한상순 원장은 애란원의 존재 이유가 당당하게 미혼모자 가정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끔 삶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가장 외롭고 약한 이들에게, 가장 강한 모성을 찾아주는 역할인 셈이다. 낙태가 만연한 이 시대에 어린 여성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애란원은 출산과 육아 교육은 물론 구직을 위한 학습 지도에서 탁아 지원까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준다. 엄마들이 수업을 받거나 일을 할 때 대신해서 아기를 돌봐주는 오주연 씨(22세)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의 일손은 큰 도움이 된다. “아직도 젖병 물리기하고 기저귀 갈아주기가 어렵지만 내 아이라는 책임감만큼은 투철해요. 엄마 훈련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죠.” 엄마들 중엔 자신과 비슷한 또래가 많아 말과 행동에 더욱 신경을 쓴다는 그는 요즘 부쩍 중학교 때 이미 아기를 가져 고민했던 친구의 안부가 궁금하다. 희끗한 머리에 털털한 차림의 윤현주 씨(64세) 역시 정기적으로 이곳 엄마들을 찾는다. 한상순 원장과는 부임 초기부터 인연을 맺어왔으며 자원봉사자 중 최고참이다. “봉사는 무슨, 와서 밥만 많이 먹지 뭐.” 멋쩍은 웃음으로 애써 말을 돌리는 그는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 경력을 살려 엄마들에게 악기를 가르친다. “옛날에는 통기타 몇 대로 수업을 했는데, 기타가 모자라서 나머지는 ‘가수’가 될 수밖에 없었지.” 그의 유쾌한 언변으로 미루어 분위기 메이커임이 분명해 보이지만 ‘전기 아껴라’‘휴지 아껴라’‘어른들께 인사 잘해라’ 등 따끔한 잔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단다. 한 원장이 뭐든 받아주는 친정어머니라면 그는 엄한 시어머니랄까. 어쩌면 무관심으로 홀로 내몰렸던 어린 엄마들에게 그의 간섭은 오히려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돌봤던 아이가 다 커서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가 되어 나타났지 뭐예요. 이곳에서 나가 자립한 엄마들이 아이와 손잡고 나타나 몰래 후원금과 아기용품을 내놓고 가는 일도 다반사고요.” 한상순 원장의 입가에 맴도는 미소 속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족의 탄생’을 본다. 취재, 글 이만근 기자
  • [멜라민 공포 확산] 국내 분유 안전성 확신 아직 일러

    [멜라민 공포 확산] 국내 분유 안전성 확신 아직 일러

    분유 원료로 쓰이는 ‘락토페린’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뉴질랜드산 우유단백질 원료를 사용한 국산 분유 검사가 총 20여건에 불과해 ‘부실검사’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멜라민, 왜 들어갔나? 가장 유력한 것은 뉴질랜드 타투아 협동조합 낙농회사의 가공설비 과정에서 혼입됐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의도하지 않은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동물 살충제로 쓰이는 ‘사이로마진’이 동물의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멜라민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유에서 추출한 락토페린에서 소량이지만 멜라민이 검출될 정도라면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나게 많은 살충제를 썼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파스퇴르유업이 수입한 락토페린에서 멜라민이 각각 3.3ppm과 1.9ppm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어린이 1ppm, 어른 2.5ppm 이하)에 견줘 보면 치명적인 양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특정 샘플만 조사한 뒤 얻은 결과여서 검사 범위를 확대할 경우 더 많은 양의 멜라민이 검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1차 조사에서는 락토페린이 사용된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제품에 따라 함유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46건 검사 중 분유 6건… 불안감 해소 안돼 이런 상황에서도 식약청과 농림수산식품부의 멜라민 검사는 극히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시행돼 산모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멜라민 검사를 실시한 46건 가운데 분유는 6건(3개 기업)에 불과했다. 나머지 40건은 이유식과 우유에 대해 실시됐다. 국내 분유업체 가운데 뉴질랜드산 락토페린을 사용한 회사는 남양유업, 파스퇴르유업, 일동후디스, 매일유업 등 4곳과 유가공업체 비락까지 합쳐 모두 5곳이다. 농식품부도 타투아사 락토페린을 사용한 업체 가운데 남양유업과 파스퇴르유업 제품 17건에 대해서만 멜라민 검사를 실시했을 뿐 타투아사 락토페린을 쓴 일동후디스와 매일유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멜라민 분유 사건으로 충격받은 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검사 실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확신하기 힘들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도 문제의 제품이 발견됐기 때문에 전세계에 멜라민 안전지대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유제품이 제3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타투아사의 분유원료 9건 가운데 2개 제조일자에서만 멜라민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서는 제조과정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41) 경남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41) 경남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은 지리산 주능선 상의 세석과 장터목으로 길이 닿아 늘 등산객들로 분주하지만 옛날 옛적엔 천왕봉에서 기도를 올리려는 무당들로 붐볐던 곳이라고 한다. 백무동이란 이름도 ‘100명의 무당이 살았다’는 뜻의 ‘백무(百巫)’였다가 무관이었던 전주 이씨가 들어오면서 백무(白武)로 그 뜻이 바뀌었다. 지금은 22가구쯤 살고 있으며 3분의2가 민박과 식당을 겸한다. 그중 원주민은 절반도 안 되는데 “장사할 줄 몰랐다.”는 게 그 이유. 주로 머루, 오미자, 당귀 등을 채취하며 살았던 원주민들은 뒤늦게 민박 대열에 합류했다. 산행인구가 늘어난 건 1980년대 중후반부터였지만 자연보호구역으로 묶여 시설 확충을 하지 못하다가 김대중 정부 때 취락지구로 변경, 약 4년 전부터는 펜션단지로 조성되다시피 했다. ●마을이름 百巫→무관가문 白武로 백무동의 대표적 등산로는 한신계곡과 하동바위 코스로 각각 나뉜다. 약 6.5㎞의 한신계곡은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 한신폭포 등을 품고 있어 여름철 계곡산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청류와 어우러진 가을 단풍도 멋스럽고 북사면 특유의 겨울 설경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석대피소를 앞둔 1㎞가 바위너덜로 이뤄진 급경사여서 오르는 데 곤욕을 치르곤 한다. 장터목대피소로 이어진 하동바위 코스는 길이 5.8㎞로 등산로 중간에 하동바위가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남쪽의 중산리 코스와 더불어 천왕봉을 오르려는 등산객들로 사시사철 붐비는 길이다. 계곡은 거의 없이 무던한 능선길에 가깝다. 식수는 중간 지점의 참샘에서 보충할 수 있다. 몇 해 전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심야버스가 생기면서 새벽 산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 외 한신계곡의 가내소폭포 즈음 해서 장터목까지 오르는 한신지계곡이 있지만 현재는 비법정탐방로로 묶여 산행을 할 수 없다. 어느 코스든 주능선까지 오르려면 넉넉히 4시간은 잡아야 한다. 특히 요즘은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절정을 이루고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전주 이씨의 후손으로 6대째 백무동에 살고 있는 이봉수(52)씨는 어린 시절 동네 어른한테 전해들었던 호랑이에 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디선가 ‘사르르’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긴 꼬리의 호랑이가 동네에 자주 나타났다. 아주 더울 땐 밤중에라도 계곡에 내려가 친구들과 물장구를 쳤는데, 어른들이 물동이를 시끄럽게 두들기며 내려와 아이들을 데려갔다. 그럴 때마다 길 위로 올라와 계곡을 내려다보니 바위 위에 호랑이가 앉아 있더라는 것. 아이들 노는 걸 구경했는지, 아니면 먹잇감으로 생각한 건지, 커다란 불덩이(안광)가 덩실 춤을 추다 산으로 올라가곤 했단다. ●펜션 편리함·초가집 흙냄새의 어울림 18년째 택시기사로 일하는 이봉수씨는 백무동 한쪽에 ‘장터목펜션’을 열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신축 허가가 나지 않아 묵혀 뒀던 땅이다. 쥐 오줌이 얼룩진 옛 민박집에 비하면 요즘의 백무동은 그야말로 최신식이다. 먹고 자고 씻는 일이 편해져 하룻밤 묵어가기 좋다. 특히 이씨의 펜션에 주차를 하고, 그의 택시로 성삼재 이동, 주능선 종주를 마친 다음 다시 백무동으로 하산, 역시 이씨의 펜션에서 식사까지 한 후 차량 회수를 해가는 이들이 많아, 이씨도 산행객들도 편해진 게 사실이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펜션으로 바뀐 민박집이 좋은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굳이 불편을 감수하며 낡은 흙집을 찾는 이들도 있다. 초행이라면 찾기도 힘든 백무동 골목 안 ‘초가집’은 상호 그대로 60년된 초가집이다. 짚으로 얹은 지붕엔 아직도 굼벵이가 산다. 건강 때문에 내려왔지만 이제는 각처에서 찾아오는 산사람이 좋아 평생 머물기로 작정했다는 초가집 내외는 펜션보다 훨씬 저렴한 숙박료를 장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단골 산꾼들은 돈보다 ‘격의 없이 친근함’을 이 집의 최고로 친다. 글 사진 황소영 자유기고가
  • [깔깔깔]

    ●입 벌리고 있게 하는 방법 편도선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기로 예약된 말 많은 마누라와 병원으로 가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그들은 편도선 절제술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보, 수술하는 동안 의사들이 어떻게 내 입을 계속해서 벌리고 있게 만들지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이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의사들이 당신한테 전화기 한 대를 줄 거야.”●30대와 40대 비교/ci00091. 피자가 어른거리면 30대, 파전이 어른거리면 40대.2. 분위기 따라 음식점을 택하면 30대, 지갑 사정 따라 음식점을 택하면 40대.3. 돈을 무시하면 30대, 돈을 무지하게 밝히면 40대.4. 화장기 하나 없어도 얼굴이 빛나면 30대, 아무리 화장을 해도 빛이 안 나면 40대.5. 냉탕이 시원하면 30대, 열탕이 시원하면 40대.
  • 아소 ‘극우본색’

    |도쿄 박홍기특파원|전통적인 극우 성향의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대동아전쟁’을 꺼내 들었다. 취임한 지 7일만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순에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겨냥, 전통적인 보수·우익 세력의 결속을 의식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아소 총리는 지금껏 창씨개명, 위안부,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과 관련, 숱한 망언을 쏟아냈지만 대동아전쟁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처음이다. 아소 총리는 30일 오후 총리실에서 일본의 과거 전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일·청, 일·러(전쟁)와 이른바 대동아전쟁, 제2차 세계대전과는 조금 종류가 다르다.”고 말했다. 또 “메이지 헌법 이래 약 120년, 일본의 역사로서 자랑할 만한 역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역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동아전쟁 자체가 일본이 2차대전 때 군국주의를 정당화하고 미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건 용어라는 사실이다. 당시 일본은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아시아가 대동 단결해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를 건설한다.’고 주장했다. 2차대전 뒤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총사령부(GHQ) 측은 공문서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금지했다. 현재 일본의 교과서에도 ‘태평양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사용될 뿐이다. 이종원 릿쿄대 교수는 “아소 총리의 발언이 돌출적이라고 봐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면서 “외무상 시절, 역사적 발언에 대해서는 조심해 왔던 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동아전쟁을 언급함으로써 우파적 색채를 분명히 드러내려는 속셈 같다.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고도 했다. 아소 총리는 외무상 시절 한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를 의식,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자제하며 실용적 외교를 펴왔던 터다.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도 “정권 유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으로 국민을 달래는 동시에 극우적 발언으로 보수·우파의 결속을 노리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구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도 야스쿠니신사의 참배를 강행, 보수·우파들의 이탈을 막았던 정치 수단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은 “아소 총리는 어릴 적부터 외할아버지인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로부터 교육을 받았다.2차대전을 당시 어른들은 대동아전쟁이라고 불렀다. 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아소 총리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영향을 끼친 일본 보수정치의 뿌리인 외조부 요시다 전 총리를 꼽고 있다. 아소 총리는 지난 25일 자신을 ‘호전적 국수주의’라고 비판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에는 “국수주의자인지 아닌지 간에 내가 애국자라는 사실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hkpark@seoul.co.kr ■아소 총리의 주요 망언 ▲2003년 5월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했다. 일본은 한글 보급에 공헌했다.”(도쿄대 축제) ▲2005년 10월-“우리에게 야스쿠니신사는 미국의 알링턴국립묘지와 같은 곳이다.”(영국 옥스퍼드대 강연) ▲2006년 8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중국이 중단을 말하면 말할 수록 가지 않을 수 없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더 피우고 싶은 이치다.”(자민당 총재 선거 유세) ▲2007년 3월 “(일본의 요르단계곡 개발과 관련) 일본인은 신용이 있다. 푸른 눈에 금발이었다면 아마 안됐을 것이다.”(나가사키 강연)
  • ‘초하루’ 조계사, 시위단체·불자 충돌에 몸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간부들이 머물고 있는 서울 조계사에서 29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이 수배 중인 광우병 관련 대책회의 간부들을 조계사 경내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보수단체와 초하루법회 행사로 조계사를 찾은 일반 불자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 것. 대한민국지키기 불교도총연합 등 10여개의 보수 성향 불교단체들은 이날 조계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계사 내에 있는 대책회의 간부들을 추방할 것을 요구했다. 총연합측은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촛불시위의 배후 조종자로 확인된 범법자들과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을 조계사에서 받아주는 것은 불교계가 국법질서 문란의 본거지로 인식될 수 있으며,한국 불교의 퇴락을 자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총연합측은 “조계사의 범법자 추방과 경찰의 즉각적인 체포를 통해 국법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은 오전부터 5000여명의 일반 불자들이 초하루법회를 맞아 조계사를 찾은 상태였다. 불자들은 총연합측을 향해 “초하룻날 왜 이리 행패를 부리는가.부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항의했다. 이에 총연합측은 “그렇다면 범법자들을 숨겨주는 것은 예의인가.”라고 대응하면서 이내 고성이 오고가는 충돌이 벌어졌다. 총연합측은 대책회의 간부들을 ‘쓰레기’라고 지칭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고,불자들은 “그렇다면 쓰레기들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는 쓰레기장이고 조계사를 찾은 불자들도 쓰레기인가.”라며 반발했다. 특히 조계사 입구에서는 총연합회측과 일부 불자들이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연출했지만 다른 불자들의 만류로 더 이상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다. 조계사를 찾은 불자 A씨는 “불교계의 큰 행사인 초하룻날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이 같은 시위를 벌인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법문을 듣고 있는데 문 앞에서 시끄럽게 떠든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라며 총연합측을 비난했다. 이날 수배자들을 둘러싼 충돌은 총연합측과 불자들이 서로 물러나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향후 조계사 내 대책회의 간부들을 둘러싼 불교계 내부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충돌에 대해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은 “대책회의 간부들에 대한 견해는 다를 수 있지만 불교계의 중요한 행사인 초하룻날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은 예의가 없는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강행한 총연합측을 비판했다. 이 총무원장은 “아마 불교 수행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들이 조계종 내 정식 단체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초하룻날,더구나 지관 총무원장이 법문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난동을 벌인 것은 몰지각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총무원장은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대책회의 간부들 등 수배자들의 거취에 대해 “조계사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종단의 어른의 결정이므로 신도분들도 이해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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