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어른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특약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종업원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100억 원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통장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072
  • [엄마와 읽는 동화] 참꽃이 피면/이상배

    [엄마와 읽는 동화] 참꽃이 피면/이상배

    이런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가 무엇일까?” 그 답은 ‘보릿고개’입니다. 보릿고개가 어떤 고개일까요? 이 동화는 보릿고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강남 갔던 제비 오고 꽃 피고 새 울어도 우리네 농군 박 서방은 웃을 줄 모르네. 해 다 지고 저문 날에 저녁 연기 사라지고 찬물 켜고 문 닫아 걸고 초저녁잠만 자네 어히야, 어히야 태산보다 높은 이 보릿고개를 어히 넘어갈꺼나. 태산보다 높다는 보릿고개는 해마다 봄이 오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해인가 가뭄이 오래도록 계속되었습니다. 농부들은 새봄이 오는 것이 겁이 났습니다. 올해도 가뭄이 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한편으로는 양식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보릿고개. 바로 그 배고픔의 긴 고갯길이 닥쳐온 것입니다. 그해, 은행골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모두들 그해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또래들로 그중 여러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또래들은 어린 농부가 되었습니다. 저마다 몸에 맞는 지게를 하나씩 맞췄습니다. 또래들은 농부가 되어 지게질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쇠꼴쯤은 한 짐씩 해 나르던 일이라 스스로 멜빵을 알맞게 줄이고 등받이를 두껍게 받쳐 편안하게 손질까지 해 두었습니다. 어린 농부들이 할 일은 여러 가지입니다. 겨우내 재워 둔 두엄을 져 나르고 가까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나무하러 갈 때는 혼자 가지 않고 여럿이 함께 갔습니다. 하지만 나무 한 짐을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먹을 양식보다도 땔감이 먼저 떨어져 가까운 산에는 할 나무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먼 산으로 나무하러 가자.” “어른들이 데려가 주지 않잖아.” “먼 산에 가면 좋은 솔가리가 무지하게 많다는데.” 또래들은 작은 나뭇짐을 받쳐 놓고 떠들고 있습니다. 먼 산! 그곳은 해마다 봄이 오면 어른 일꾼들이 나무를 하러 가는 산입니다. 가까운 산에는 아무리 뒤져도 솔가리 나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오리도 넘는 백마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나무꾼들은 새벽밥을 먹고 먼 산 나무를 떠납니다.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꽁보리밥에 고추장 반찬을 싼 도시락을 지게뿔에 댕그라니 매달고 집을 나섰습니다. 나무꾼 행렬은 길었습니다. 집집마다 솔가리 나무라도 해다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래들은 어른 나무꾼들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우리도 데려가 주지….” 마을 고갯길을 넘으면 커다란 저수지가 있습니다. 나무꾼 행렬은 저수지 둑을 지나 산길로 접어듭니다. 집집의 식구들은 저수지 둑까지 배웅을 나갔습니다. 나무꾼들이 가는 먼 백마산 봉우리는 그곳에서도 잘 보였습니다. 아침 안개에 싸여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백마산의 상상봉은 또래들의 꿈이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무엇인가 신기하고 신비스러운 것들이 숨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른 나무꾼들은 나무하러 갔다 와서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마산이 명산은 명산이지. 물 좋고 나무 흔하고, 오고 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문제지 나무 한 짐 하는 건 순식간이지.” 나무꾼들은 매일같이 먼 산을 다녀오면서도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이른 새벽에 떠난 나무꾼들은 석양 무렵이 되어서 돌아옵니다. 또래들은 저수지 둑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 나무꾼들 중 아버지 아니면 삼촌이나 형이 끼여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꾼들은 떠날 때처럼 나란히 행렬을 지어 왔습니다. 닭쌈이나 씨름을 하던 또래들 중 누군가 먼저 본 동무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온다, 저기 온다!” 또래들은 마치 장에 갔다 돌아오는 엄마를 반기듯 뛰어갑니다. 나무꾼들은 숨이 차 씩씩거리며 둑으로 올라섭니다.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나무꾼들의 그을린 얼굴이 놀빛 속에서 더 붉게 보였습니다. “쉼세.” 맨 앞의 나무꾼이 소리치자 뒤따르던 나무꾼들이 한쪽 편을 향해 나뭇짐을 받쳤습니다. 노을진 둑에 나뭇짐이 긴 행렬을 이루었습니다. “휙휙.” 나무꾼들은 휘파람을 불 듯 긴 숨을 토해 냈습니다. 또래들은 제각기 아버지, 삼촌, 형들의 나뭇짐을 찾기에 바쁩니다. “아부지!” 누군가 부르면, “오냐. 별일 없었지?” “야!” 하는 인사가 오고 갑니다. 또래들은 인사가 끝나기 바쁘게 나뭇짐을 살핍니다. 멀고 먼 백마산에서 온 나뭇짐에는 선물이 한 아름 있었습니다. “옛다, 백마산에는 참꽃이 한창이다.” 참꽃으로 부르던 진달래 한아름. 커다란 꽃다발이 나뭇짐에 쿡 박혀 왔습니다. 또래들은 참꽃다발을 받는 순간 환성을 터뜨렸습니다. 먼 산에서 따 온 참꽃은 향기도 달랐습니다. 한 잎 한 잎 따서 입에 넣으면 달착지근한 것이 맛이 좋았습니다. 저수지 뒤 숲에서 꿩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먼 산 나무도 마지막입니다. 농부들의 발길은 먼 산이 아닌 밭이나 논으로 가야 됩니다. 바로 마지막 먼 산 나무 길에 오르던 날, 은행골의 또래들은 큰 나무꾼들을 따라 백마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농군이 되려면 백마산엘 다녀와야지.” 또래들은 새벽부터 법석을 떨었습니다. 낫과 갈퀴를 챙기고, 어머니에게 점심밥과 반찬을 꾹꾹 눌러 싸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날의 나무꾼 행렬은 더 길었습니다. 어머니, 할머니들이 따라 나와 어린 나무꾼들의 먼 길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어른 나무꾼들이 낸 나뭇길을 앞서 걸으며 웃고 떠들고 신이 났습니다. 어른 나무꾼들은 발걸음도 흥겹게 노랫가락을 뽑았습니다. 백마산이 어디메뇨 새벽 어둠 찬바람에 길 떠나는 나무꾼아 어히야, 어히야 이 다리 다 휜다. 어린 나무꾼들에게 백마산은 정말 벅찬 산이었습니다. 시오리 길이라고 하지만 구불구불 오르막에 가파른 길은 삼십 리도 넘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또래들은 뒤떨어지지 않고 앞서 갔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보고 말로만 듣던 백마산. 어린 나무꾼들은 백마산에 다다르자 ‘아!’ 하는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몇 아름이 넘는 나무들이 빽빽이 우거진 산 속은 대낮에도 동굴처럼 어두컴컴했습니다. 듣던 대로 솔가리가 지천이었습니다. 고운 솔가리를 갈퀴로 긁어모은 다음 단단하게 전을 쳤습니다. 한 차례 땀을 흘리고 나니 어느 새 알맞은 나뭇짐이 되었습니다. “자, 점심들 먹세.” 너른 양지쪽에 모여 앉아 점심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보리밥에 고추장, 된장 반찬이지만 맛은 꿀맛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어른들은 여기저기 양지바위에 누웠습니다. “계절은 왜 이리 좋을꼬. 꽃 피고 새 울고….” 나무꾼들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낮잠을 청했습니다. 어디선가 꿈결인 듯 깊은 산울림이 울려오고, 새들은 제 세상인 듯 재잘재잘 지저귀었습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계곡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계곡은 온통 참꽃밭이었습니다. 마치 불을 싸지른 듯이 붉디붉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또래들은 어질어질 꽃향기에 취하도록 뒹굴며 놀았습니다. 이윽고 한숨씩 자고 난 나무꾼들이 돌아갈 채비를 하였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지름길로 처음부터 가팔랐습니다. 이마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이 눈과 입 속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나뭇짐 행렬은 점점 더뎌지고, 어린 나무꾼들의 나뭇짐에 찔러진 참꽃다발은 흐트러졌습니다. 쉬는 참이 몇 번이나 거듭되었습니다. 이제 지름길 중 가장 험한 고갯길을 넘으면 내리막길입니다. 좁은 길 한쪽은 깊은 낭떠러지였습니다. “힘들 내!” 중간 중간에서 어른 나무꾼들이 소리쳤습니다. “이 고개만 넘으면 힘든 길은 다 왔다.” 어린 나무꾼들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먼 산 나무 길이 이렇게 힘든 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눈은 쓰리고, 입안은 짜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어깻죽지는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입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은 읍내 장날입니다. 오늘 한 솔가리 나무는 모두들 내일 장에 나가 팔아야 합니다. 그러니 자주 쉬면 나뭇짐이 흐트러져 모양이 나빠집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먼 산 나무를 다녀오는 것이 진짜 농사꾼이 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른들은 근심 띤 얼굴에 말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닥쳐온 보릿고개 때문입니다. 어린 또래들이 농사꾼이 되겠다는 꿈은 아버지, 어머니의 그 근심 어린 얼굴을 조금이라도 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들은 또래들이 농사꾼이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모두 쉬었다 가세.” 길잡이가 쉴 곳을 정하고 소리쳤습니다. 여기저기서 지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 “엇, 조심해!” 누군가 급하게 소리치는 순간,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어린 나무꾼이 벼랑 쪽에 나뭇짐을 받치다가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졌습니다. 어린 나무꾼은 나뭇짐과 함께 훌떡훌떡 재주를 넘듯 굴러 떨어졌습니다. “쟤 태수 아냐. 태수야, 태수야!” 나무꾼들이 목이 터지게 소리치며 아래로 내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태수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린 나무꾼 태수는 그 고갯길 양지쪽에 고이 묻혔습니다. 그 후, 봄이 되면 그곳을 지나는 나무꾼들은 어린 나무꾼의 일을 되새기며 참꽃 꽃다발을 놓아주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세월이 흐른 뒤 태수의 조그만 묘지는 나무꾼들이 편히 쉬어 가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되면, 아버지는 그 시절의 어린 나무꾼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어린이 여러분, 보릿고개가 얼마나 높았는지 마음 속으로 가만히 헤아려 보세요. ●작가의 말 ‘보릿고개’는 지난날,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시골 농가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때(4~5월)를 이르던 말이지요. 옛날 우리 할아버지 시대에는 정말 가난하였습니다. 누구나 농가의 생산자가 되어 땀흘려 일하고 아꼈으며, 또 나누어 먹었습니다. 지금은 넘치는 풍요 속에서 무엇이든 귀한 줄 모르고 낭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성경의 말씀처럼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먹으리라.”라는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 할아버지들의 옛 삶에서 살아가는 정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약력 ▲1982년 월간문학신인상에 동화 ‘엄마 열목어’가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펴낸 책으로 ‘꽃이 꾸는 나비꿈’, ‘눈물꽃’, ‘북치는 소년’, ‘옛날에 울아부지가’, ‘아리랑’, ‘도깨비 아부지’, ‘별이 된 오쟁이’ 외 여러 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 올 ‘문경 찻사발축제’ 풍성

    올 ‘문경 찻사발축제’ 풍성

    경북 문경은 한때 광산도시로 이름을 날리며 인구가 16만명에 이를 만큼 활기찬 산업도시였지만 지금은 인구 8만명의 한적한 농업도시로 돌아갔다. 이런 문경에 도자기는 커다란 문화산업 자산이다. 이곳엔 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흙과 물, 땔감이 풍부하다. 그릇을 대량 소비하던 서울과 영남을 최단거리로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에 자리잡았다는 지리적 이점이 보태지며 조선시대 백자가 대량 생산됐다. 지금도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 보유자(인간문화재)인 백산 김정옥을 비롯해 30명 남짓한 사기장인이 활동하고 있다. 새달 1일부터 10일까지 펼쳐지는 ‘2009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이렇듯 경쟁력 있는 전통 문화 자산을 새로운 지역발전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문경을 비롯한 경남북 일대에서 생산된 찻사발은 막사발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름처럼 수수한 그릇이 조선 초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떠받들어지며 찻그릇으로 정착했다. 당당하면서도 꾸밈이 없고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막사발이 일본인들의 정서와 미의식에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찻사발은 가루로 된 말차를 타서 마시는 데 주로 쓰인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방법으로 차를 마시지만, 우리나라에선 대중화되지 않았다. 노력에 따라서는 무궁무진한 찻사발 수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경찻사발축제도 이것을 노리는 듯하다. 문경찻사발축제는 올해로 11회째를 맞는다. 그동안에는 문경도자기전시관을 중심으로 펼쳐진 사기장인들의 조촐한 잔치였다면 이번에는 장소부터 문경새재도립공원 일원으로 범위를 크게 넓혔다. 문경전통도자기명품전과 무형문화재특별전, 문경의 도자 100년 사진전 등 지역 도자기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뿐 아니라 전국도예명장8인특별전으로 다른 지역 찻그릇과 비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도 어른스럽다. 나아가 일본과 중국, 타이완, 영국, 미국, 캐나다 등 25개국이 참여하는 찻사발국제교류전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차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TV드라마 ‘대왕 세종’의 세트장을 체험행사장으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도 신선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다투어 세트장을 지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찾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애물단지가 되어 고민스러운 지방자치단체라면 한번쯤 벤치마킹해 봐야 할 것 같다. 경복궁의 각 전각을 70% 크기로 재현했다는 대왕 세종 세트장에선 문경의 대표적인 사기장인들이 찻사발 제작을 시연한다. 관람객은 찻사발 빚기, 찻사발흙 맨발걷기, 문경 특유의 망댕이가마 불지키기 등을 체험하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축제장 곳곳에 문경이 자랑하는 산채 비빔밥과 한우, 두릅을 맛볼 수 있는 저잣거리도 펼쳐진다.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054)550-6395.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sabal21.com 서동철 문화부장 dcsuh@seoul.co.kr
  • 엄마는 거짓말하면서 왜 나만 야단쳐

    국내에도 상당수 팬을 보유한 일본의 인기 동화작가 오까 슈우조오의 단편 동화집. 장애인 이야기를 주로 써 명성을 쌓아 온 작가이다. 그가 2년 전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한 이후 발표한 단편들을 묶어 냈다. ‘거짓말이 가득’ ’오뚝이’ ’편지’ ’꿀벌’ 등 저자의 달라진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4편이 실려 있다. 분위기는 경쾌하고 술술 잘 읽힌다. 그러나 글속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장애아의 생활과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온 작가답다. 표제작 ‘거짓말이 가득’에는 하루에 세 번 거짓말을 하는 아이 류우가 나온다. 늘 거짓말하면 지옥간다고 으름장을 놓던 엄마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한술 더 떠 엄마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억지 주장까지 편다. 과연 무엇이 거짓일까, 헷갈리는 류우. 해답은 게이 아저씨 밥짱에게서 얻는다. “거짓말 인생”이라고 스스로 말하던 밥짱은 “자신을 속이는 게 가장 나쁘다.”는 진리를 던져주고 떠난다. 어른들의 계략으로 밥짱이 거짓말을 하고 떠난 것을 알게 된 뒤 류우는 진짜 거짓이 무엇인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세상의 잣대가 어떤지를 깨닫게 된다. 85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이봉원 “콩트 코미디 부활 시키겠다”

    이봉원 “콩트 코미디 부활 시키겠다”

    코미디언 이봉원이 오랜만에 정통 콩트 코미디에 도전하는 소감을 전했다. 이봉원은 10일 오전 경기 부천에 위치한 OBS경인 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코미디 ‘코미디多,웃자GO’(이하 웃자고)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비공개 코미디 한다고 해서 너무 반갑고 즐거운 마음이었다.”며 “비공개 코미디를 한지는 ‘유머 1번지’ 이후 11년 이상 된 것 같다. 오랜만에 하려니까 좀 서먹한 것 같지만 열의를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이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 코미디가 어려운 때 어머니, 아버지들의 어깨를 일으키는데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잘 돼 저의 채무관계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김지선 씨도 임신 4개월짼데 아기 낳기 전에 대박나길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어 모두를 웃게 했다. 이봉원은 공개코미디와 차이점에 대해 “공개코미디와는 스피드 차이가 가장 크다. 공개코미디는 속도가 빠르고 매 순간 웃음을 줘야하는 웃음의 전쟁터 같다. 코너도 2, 3 분 만에 끝나 어른들은 따라가기 힘들 때가 많다. OBS ‘웃자고’를 통해 콩트 코미디를 제대로 부활시켜 기승전결이 있는 내용위주의 웃음을 전하겠다.”고 설명했다. 비공개 콩트 코미디를 표방하는 OBS ‘웃자고’는 ‘만수동 1970’s’, ‘아빠는 철부지’, ‘국희네’, 오지랖 미스강’ ‘신화창조’, 여장교와 김이병’ 등의 코너로 구성되며 이봉원 김지선, 김한석, 김대희, 강유미 등이 출연한다. 4월 12일 밤 12시 첫 방송. 서울신문NTN 이동준 기자(부천) juni3416@seoulntn.com /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어린이 책꽂이]

    ●세계의 어린이 아틀라스(필립 네스만 글·엘로디 발랑드라 그림, 이주희 옮김, 한겨레아이들 펴냄) 80개 나라의 아이들이 쓴 글을 따라 떠나는 세계 일주. 또래 친구들의 글 속에는 각 나라의 위치, 역사, 삶 등 가벼운 이야기에서부터 전쟁, 인종 갈등 등 무거운 정치, 사회적 문제까지 담겨 있다. 부록으로 내 손으로 만드는 세계 지도와 꾸미개용 스티커가 들어 있다. 1만 5000원. ●곱슬머리 아이(김영희 글·그림, 파랑새 펴냄) 또래와 다른 것을 겁내는 아이들에게 개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곱슬머리 때문에 놀림을 받아 의기소침한 장이는 자신의 머리를 항상 정성스레 빗겨주며 부르는 엄마의 노래로 자신감을 얻는다.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가 독일로 이주한 뒤 외모로 고민하던 자녀를 생각하며 만든 첫 그림책. 1만 2000원. ●똑똑하게 사는 법(고미 타로 글·그림, 강방화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고미 타로는 재기발랄한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고 독창적으로 전달하는 일본의 대표 그림작가. 제목만 보고 정말로 똑똑해질까 싶어서 책을 들췄다가는 뜨끔할 수도. 젓가락질· 싸움· 눈사람 제대로 하는(만드는) 법 등 총 33개의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며 사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1만 2000원. ●거짓말 같은 3가지 이야기(마이클 브로드 글·그림, 김영선 옮김, 사파리 펴냄) 애꾸눈의 해적선장, 할머니로 변신한 외계인,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등장하는 동화 또는 동화 속 주인공들을 진짜로 만난다면 어떨까. 이 세 명을 만나 펼쳐지는 신나고 엉뚱한 제이크의 모험담.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어른들의 위선적인 행태를 살짝 비꼬는 반전도 들어 있어 속을 시원할 듯. 8000원. ●할머니네 정원(사라 해리슨 글·마이크 윌크스 그림, 이상희 옮김, 현암사 펴냄) 꼬마 소년에게 나무와 풀이 가득한 할머니네 정원은 울창한 야생밀림이나 마찬가지. 이 곳에 들어선 순간, 아이의 상상력에 줄을 그을 수 없다. 거대한 공룡 브론토사우루스가 연못의 물을 마신다. 소년의 신비하고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시적인 글과 세밀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9500원.
  • 좌충우돌 조선에서 살아남기

    좌충우돌 조선에서 살아남기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방대한 역사서다. 태조부터 철종 때까지의 472년(1392∼1863년)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엮었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적어 놓은 정치책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에 대해 다방면에 걸쳐 적어 놓았다. 왕과 신하를 중심으로 기술한 만큼 어지간한 공직에 있거나 반역을 저지르지 않으면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을 올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을 올린 동물들이 있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박희정 글, 이우창 그림, 신병주 감수, 푸른숲 펴냄)은 기록에 나타난 동물들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역사 동화책이자 역사 참고서이다. 딱딱하지 않은 내용에 읽는 재미가 쏠쏠한 역사책이다. 태종 11년에 일본에서 들어온 ‘코에 길다란 살덩이를 매단 괴상한 동물’ 코끼리를 시작으로 중종 4년 농부들에게 분양된 중국에서 수입된 검은 물소, 성종 8년 낮술을 한 잔 걸친 것 같이 얼굴이 발그레한 일본 원숭이, 세종 30년 조선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름시름 죽어가는 양, 숙종 21년 궁궐에 들어와 신하들을 고민스럽게 만든 낙타 등 다섯 가지 동물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런 식이다. ‘일본 국왕 원의지가 사신을 보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던 것이다. 명령을 내려 이것을 사복시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 5두씩을 소비하였다.(태종 11년 2월 22일)’ 그런데 일본은 조선왕에게 왜 진귀한 코끼리를 선물했을까. 공짜가 아니었다. 일본은 고려대장경을 대가로 받고 싶어했다고 한다. 주변국에서 선물받은 낯선 생명체들을 이 땅에서 적응시키기 위해 애쓰는 선조들의 모습들은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코끼리의 조선시대 이름은 ‘코길이’였다는 대목에서 웃음. 최소한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야 할 코끼리나 물소 등이 삼한사온이 뚜렷한 조선의 겨울에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해 보면 이런 동물을 추운 나라에 선물하는 일은 동물학대 같기도 하다. 왕실에서 제사지낼 제물로 매번 중국에서 양을 수입했다는 것도 새삼스럽다. 물소는 세종 때부터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꿈꿔왔던 동물이었다. 주몽의 자손들로 활쏘기의 명수인 조선사람들에게 각궁을 만들기 위해 물소뿔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나 실제로 물소의 대량 수입은 중국 정부의 통제로 불가능했다. 추위에 떠는 원숭이에게 옷을 입히고 싶었던 성종이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쳐 끝내 포기하는 것을 보면 왕이라고 모든 일을 맘대로 하지 못했던 조선의 모습도 발견한다. 애완동물 기르는 것을 저어했던 조선의 선비들도 18세기에는 앵무새, 비둘기 기르기 유행에 휩싸인다. 부록으로 ‘책 속의 책’으로 조선시대로 되돌아가는 타임머신, 조선실록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붙어 있다. 이야기 좋아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겠다. 98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동화책 원화보러 미술관 가자

    동화책 원화보러 미술관 가자

    동화책은 이제 어린이만 소유물이 아니다. 동화 읽는 어른의 모임이 각 지역 도서관마다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 잊어버린 동심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동화책 그림에 대한 어린이 어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동화의 원화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올 초에만 이미 ‘볼로냐원화전’과 ‘제 1회 CJ그림책 페스티벌’이 열렸다. 또 기획되고 있다. ●세계 동화책 원화 450여점 전시 그동안 예술가의 세계에서 회화에 비해 판화가 홀대받아왔다면 동화책 원화(삽화)는 아예 열외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인기가 급증하면서 원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어린이 책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계에 통용되는 인기 작가가 나타났다는 것이 이유로 손꼽힌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6월23일까지 열리는 ‘2009 동화책 속 세계여행’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앤서니 브라운, 헬린 옥슨벌리,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등의 원화와 최숙희, 이수지, 윤정주와 같은 국내 인기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자리다. 개막식이 열린 4일 하루에만 6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리는 등 원화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07년 같은 이름으로 열린 전시회를 연상시키지만, 참가 작가의 수준과 규모, 전시방식 등이 크게 업그레이드됐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2국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 55명의 350점과 국내 작가 10명의 100점 등 65명의 작품 450여점이 전시된다. ‘미술관에 간 윌리’로 잘 알려진 앤서니 브라운의 경우 이번 전시에 동화책 4종의 원화 24점을, ‘골짜기로 내려간 여우 하퀸’의 작가 존 버닝햄은 동화책 4종의 20점을 출품했다. 해외 작가의 참가가 더 왕성한 것에 전시를 기획한 ‘기홍 앤 컴퍼니’의 홍경기 대표는 “세계적인 작가들에게 전시에 나와달라고 연락을 하면, 정말 흔쾌히 응해왔다. 반면 국내 작가의 섭외는 상당히 어려웠다.” 고 토로했다. 외국 동화작가는 대체적으로 기업과 상업광고 등에서 활동하다가 그림작가로 이름을 얻은 뒤 직접 글도 쓰는 동화작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자본의 움직임이라든지, 전시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 반면 국내 작가는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동화작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순수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는 다소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의 관리를 해외에 순회전시하는 명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에도 일본의 한 미술관은 원화 뒷면에 전시코드 넘버까지 적어넣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체험공간·상상도서관 마련 그는 “일반적으로 회화 작품은 해외 전시를 할 때 액자와 함께 움직이지만, 원화는 어떤 보호장치도 없이 움직이고 보험도 가입하지 않아 몹시 안타까웠다.”면서 “이번에는 액자맞춤과 보험, 원화를 손상시키지 않는 중성지와 중성접착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330㎡(100평)의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수천권의 그림책을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는 ‘상상도서관’도 준비됐다. 이 공간에선 원화가 제공한 상상력을 조형적으로 변용시킨 구조물을 만날 수 있다. 또 프랑스의 유아미술 교육가인 에르베 튈레가 참여한 체험공간인 ‘감성 아틀리에’가 8일까지 설치된다. 튈레는 이날까지 현장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인회도 갖는다. 무엇보다 앤서니 브라운이 어린이날인 5월5일에 사인회를 연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만 13세 이상 1만원. (02)585-9991. 한편 파주 헤이리의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움’에서는 ‘We love Pictuer+Book’ 전시를 6월28일까지 연다. 이고르 올레니코프, 마르쿠스 피스터 등 외국작가 10명과 사석원, 오진욱, 진강백 등 국내 작가 3인의 그림책 원화 71점을 선보인다. 4000원. (031)948-6685.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숙제를 하면서도 지금 내 마음은 문구점에 가 있어요. 학교 앞 문구점에서 연필이나 공책, 색종이 같은 문구만 파는 게 아니잖아요. 쫀쪼니, 쫀듸기, 달고나, 짱셔요…. 그리고 여러 가지 색색깔의 새콤달콤 맛있는 사탕들…. 우리 엄마는 용돈을 절대로 안 주거든요. 나하고 같은 2학년 아이 중에 날마다 천 원씩 용돈을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 말이에요. ‘나도 용돈을 받았으면….’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날마다 불량식품을 실컷 사 먹을 수 있잖아요. 이상하게 엄마가 사 주는 간식거리는 맛이 없어요. 어른들이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은 어떤 줄 알아요? 그야 뭐 무지무지 먹고 싶고, 엄청나게 달콤하고, 아주아주 맛나지요. 친구들이 불량식품을 사 먹을 때 조금씩 떼어 주어서 잘 알거든요. 숙제는 하기 싫고, 불량식품은 먹고 싶고…. 나는 숙제를 하다 말고 발딱 일어섰어요.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가고 아빠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어요.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말 대신 엉뚱한 말이 툭 튀어 나왔어요. “아빠, 티브이 보세요?” “응?” “헤헤, 티브이 보시냐고요?” “이 녀석아, 알면서 왜 물어?” “그냥.” 나는 상냥하게 말하며 아빠 어깨를 주물러 드렸어요. “진희, 너 아빠한테 할 말 있지?” “어떻게 알았어요?” “갑자기 아빠한테 존댓말 하며 예쁜 척하는 거 보면 다 알아.” 나는 속으로 흠칫 놀랐어요. 아빠한테 거짓말 하려는 내 마음을 들켜 버린 것 같았어요. 나는 아빠 몰래 숨을 크게 들이 쉬었어요. “아빠, 공책 사게 천 원만 주세요.” 공책 산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 돈으로 불량식품을 사 먹을 생각이에요. 한번 말문이 트이자 거짓말이 술술 나왔어요. “국어 공책도 사야 하고, 알림장도 사야 돼. 공책 때문에 어제는 선생님한테 혼났어. 다 쓴 공책을 모르고 그냥 가지고 갔거든.”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아빠는 뭔가 생각에 잠겼어요. 무슨 말을 할 듯하다 말고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었어요. “공책 사가지고 민지네 가서 숙제 하고 올게.” 나는 학교 갈 때처럼 가방을 챙겨 나왔어요. 나는 곧장 민지네 집으로 갔어요. “민지야, 우리 문방구에 가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숙제 하자.” 내가 돈을 보여 주며 말하자 민지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와, 신난다! 얼른 가자.” “쉿! 조용히 해. 너네 엄마 다 듣겠다.” “히히, 알았어.” 우리는 문방구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몽땅 샀어요. 모두 다 100원짜리로만요.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학교 운동장 제일 구석진 곳으로 가서 맛있게 먹고 돌아와 얼른 숙제를 했어요. 집에 오자 아빠가 소리 없이 웃더니 말했어요. “진희야, 아까 너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거짓말한 것 때문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요. 갑자기 배가 아픈 것 같았어요. 불량식품이 잔뜩 들어가 있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요. 갑자기 아빠가 말했어요. “진희야,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무슨 이야기?” “들어 보면 알아.” 너처럼 꼭 3학년 때 일이야. 어느 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다 말고 집으로 재빨리 뛰어갔어. 공책을 사야 하는데 깜빡하고 돈을 안 타 갔거든. 삽짝 문을 들어서며 소리 쳤지. “공책 사게 돈 좀 주세요.”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부엌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어. “공책 한 권이 얼마냐?” “20원요.” 엄마는 젖은 손으로 방에 들어가더니 이내 도로 나왔어. 지금 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거야. 내가 울상을 지으며 서 있자 엄마는 얼른 부엌에서 달걀 두 개를 가져왔어. “달걀 하나에 10원이다. 이거 두 개 가지고 가서 공책하고 바꾸어 써라.” 아휴, 달걀하고 공책하고 바꾸어 쓰라니, 난 무척 창피했어. 달걀하고 공책을 바꾸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해봐. 얼마나 창피하겠어. 뭐? 달걀을 공책하고 바꾸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그거야 지금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네가 그때 나였다면 넌 아마 더 창피했을지도 몰라. 전에 우리 반 누가 달걀을 연필하고 바꾸어 쓰는 걸 보고 아이들이 막 놀려 먹었거든. 연필 살 돈도 없는 가난뱅이라고.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문구점은 언제나 아이들로 붐볐어. 그러니까 아무도 몰래 공책하고 달걀하고 바꿀 수도 없잖아. 누구든 보기만 하면 금방 소문을 내고 말테니까. 달걀을 주머니에 하나씩 나누어 넣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어. 느릿느릿 학교로 가던 나는 길에서 벗어나 개울가로 갔단다. 나뭇가지로 개울가 둑을 판 다음 달걀 두 개를 흙속에 묻어 두었어. 그리고 얼른 학교로 갔지. 선생님한테는 공책도 없이 공부하러 덜렁덜렁 왔다고 혼이 났단다. 대나무뿌리 회초리로 손바닥을 다섯 대나 맞았어. 무척 아팠지만 참았어. 친구들한테 놀림 당하는 것보다 선생님한테 회초리 맞는 것이 차라리 나았으니까. 그 달걀은 어떻게 한 줄 아니? 공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하고 구워 먹었어. 어떻게 구워 먹었냐 하면, 먼저 진흙으로 달걀을 두툼하게 싸는 거야. 그래서 그걸 땅속에 묻고, 달걀 묻은 자리에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는 거지. 모닥불 열기 때문에 땅 속에 묻은 달걀이 맛있게 잘 익거든. 집에 돌아와서는 거짓말을 했어. 학교 가다가 넘어져서 달걀 두 개를 다 깨버렸다고. 다음날 나는 또 공책 사게 돈을 달라고 했지. “돈 없다. 달걀하고 바꾸어 써라.” 그러면서 엄마는 또 달걀 두 개를 손에 쥐여 주시는 거야. 당연히 오늘은 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또 달걀 두 개를 가지고 가는 수밖에.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들이 미워 보였어. 우리 집에 닭이 없으면 달걀도 없었을 테고, 그러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어른들 몰래 나는 닭들한테 괜히 심술궂은 발길질을 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 닭들이 너무나 고마운데 말이야. 힘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나는 또 달걀을 땅속에 묻어 두고 학교로 갔어. 친구들한테 놀림 받는 것은 정말 싫었거든. 나는 선생님한테 또 매를 맞았지. 이번에는 열대나 맞았어. 얼마나 아프던지, 매를 맞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뚝 떨어지더라. “와, 많이 아팠겠다. 그런데 땅에 묻은 두 번째 계란은 어떻게 했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또 구워 먹었을 것 같은데.” “아니야. 이번에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가게에 가서 군것질을 했단다. 계란하고 먹고 싶은 것하고 다 바꾸어 먹었지. 한 개에 5원씩 하는 풀빵하고도 바꾸어 먹고, 쫄쫄이하고 달고나 하고도 바꾸어 먹고….” “어, 쫄쫄이하고 달고나는 지금도 있는데!” “정말이야? 그런 불량식품이 지금도 있다니 놀랍구나.” “달걀로 군것질하고, 집에 가서 안 혼났어?” “네 할머니는 내가 당연히 공책하고 바꾼 줄 알았겠지.” 나는 사지 못한 공책은 어떻게 했냐고 물었어요. “또 공책 없이 학교에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생각 끝에 달걀을 훔치기로 했어. 날마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오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거든. 그날 저물녘에 달걀을 꺼내면서 그 중 두 개를 아무도 몰래 숨겼지. 삽짝 밖 호두나무 아래 풀숲에.” “정말?” “다음날 아침, 숨겨 놓은 달걀을 가지고 아주 일찍 집을 나섰어. 아이들이 없을 때 문방구에 가서 공책하고 바꾸려고. 다행히 아이들 눈을 피해 무사히 공책하고 바꾸었단다.” 아빠가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보았어요. 처음엔 배가 많이 아픈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아빠 말을 듣다 보니 배 아픈 것이 가라앉았어요. 그래도 아빠를 속이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타 내어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아빠는 나보다도 더 했는데 뭘.’ 우리 아빠는 거짓말을 하고 달걀까지 훔쳐 냈잖아요.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아빠한테 거짓말한 것도 들키지 않았고, 불량식품을 먹었는데도 배가 안 아팠기 때문이죠. ‘불량식품 먹으면 배탈 난다고? 흥, 엄마는 거짓말쟁이. 히히, 난 이렇게 괜찮잖아.’ 그래도 혹시 배 아프면 어떡하나 생각하며 배를 문질러 보았어요.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도 나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날 저녁, 민지네 집으로 전화를 했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어요. 민지 좀 바꾸어 달라니까, 민지 엄마가 숨넘어가는 소리로 이러는 거예요. “진희야, 우리 민지 지금 막 토하고 난리 났다! 뭘 잘 못 먹어서 그런지, 배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고 토한다니까! 얘, 얼른 전화 끊자. 민지 데리고 응급실에라도 가 봐야겠다.” ●작가의 말 몇 년 전 북한강변으로 이사하고 봄부터 아이들하고 닭을 길러 보았습니다. 암탉이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 병아리가 깨어나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듬해가 되자 닭은 이십여 마리로 불어났답니다. 달걀을 많이 낳아 이웃집하고 나누어 먹었지요. 달걀을 보니, 어릴 적 문방구에 가서 달걀을 공책이나 연필하고 바꾸고, 불량식품하고도 바꾸어 먹던 기억이 났습니다. ●작가약력 ▲1963년 충남 청양 출생.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화집으로 ‘여우는 어디로 갔을까?’, ‘잘가라, 산도깨비야’ 등이 있음. ▲지금은 경기도 양평 북한강변에서 가족과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음.
  • [KPGA 한중투어 개막전] 무명 이태규 생애 첫 승

    │둥관(중국) 최병규특파원│“투어 다니느라 빚도 많이 졌으니 이제 은행 마이너스 통장부터 정리해야죠.” 이태규(36·슈페리어)가 7년 동안의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09년 개막전 정상에 섰다. 5일 중국 광저우 인근 둥관의 힐뷰골프장(파72·7219야드)에서 막을 내린 KPGA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 4라운드. 이태규는 버디 8개를 쓸어 담고 보기는 2개로 막아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지난 2003년 늦깎이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7년차 중고 신인. 2002년 첫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기 전까지 투어의 문을 두드린 건 무려 11차례다. 12번 도전 만에 손에 쥔 투어 카드도 오래가지 못했다. 1부와 2부 투어를 오락가락하며 지내길 5년. 지난해 어렵사리 투어에 복귀했지만 최고 성적은 딱 한 번 공동 15위(신한동해오픈)에 그칠 만큼 신통치 않았다. 상금 순위는 69위. 지난 7년 동안 투어에서 벌어들인 돈은 고작 2800여만원이었다. 9살, 5살 두 아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냥 레슨프로나 할 걸 그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승길도 험난했다. “‘톱10’만 거둬도 성공”이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70야드로 짧은 편이지만 숏아이언과 쇼트게임은 자신 있었다. 이날도 여덟 번째 버디는 자신이 별도로 주문한 51도짜리 웨지로 공을 홀에 떨군 ‘칩 인 버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단독선두(12언더파)로 나선 이태규에게 남은 변수는 네 번째 ‘이방인 챔피언’을 벼르던 리처드 무어(호주)였다. 승부처는 마지막 18번홀. 파세이브로 경기를 마친 뒤 이태규는 곧장 연습그린으로 달려갔다. 1타차 맹추격을 벌이며 두 번째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챔피언조의 무어가 버디를 떨굴 경우 피 말리는 연장에 갈 상황. 그러나 무어는 1.5m짜리 내리막 버디퍼트를 놓쳤고, 승부는 그걸로 끝났다. 이제까지 번 돈보다 많은 우승 상금(8000만원)을 받은 이태규는 “빚 청산이 제일 먼저”라며 활짝 웃었다. cbk91065@seoul.co.kr
  • 발암 논란 ‘탈크’ 관리기준 조차 없었다

    발암 논란 ‘탈크’ 관리기준 조차 없었다

    아기들의 몸에 직접 바르는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베이비파우더는 의약부외품으로 분류돼 있지만, 석면 함유 관련 기준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 결과 국내에서 유통 중인 총 14개 회사 30개 제품 중 8개 회사 12개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이 제품들 중 베비라, 보령, 한국콜마 등 유명회사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상당수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식약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존슨앤존슨 등 수입제품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석면의 원료로 사용되는 탈크에 대한 관리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탈크의 발암성 논란은 1980년대부터 불거졌다. 이에 유럽에서는 지난 2005년 탈크에서 석면이 검출되면 안 된다는 기준을 신설했다. 2008년 미국도 같은 기준을 만들었다. 국내의 경우 탈크 중 석면에 대한 관리 기준이 없을 뿐더러 공산품 등 일반제품에 대한 석면 검출 기준도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만 규정하고 있다. 식약청은 지난달 말 베이비파우더 내 석면 문제가 제기되자 부랴부랴 제품을 회수해 조사했다. 이마저도 검출여부만 파악했을 뿐 정확한 함유량을 조사하진 않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어느 정도 함유돼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굉장히 적은 양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기 중에 노출돼 흡입한다고 하더라도 유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필요하다면 독성과학연구원에 의뢰해 석면의 함유량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석면은 건축자재로 널리 이용됐으나 발암성이 확인된 후 퇴출되고 있다. 특히 탈크가 여성의 회음부에 직접 닿게 되면 난소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미국에서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사용을 자제하는 추세다. 이번에 적발된 베이비파우더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는 관련 법규가 없어 문제가 되는 줄 모르고 제품을 만들었는데 졸지에 악덕업체가 됐다.”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식약청 관계자는 “적발된 업체가 의도적으로 석면 함유 제품을 유통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식약청의 규제 신설이 늦은 점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인천에서 3살 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오모(27)씨는 “아기가 어렸을 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발랐는데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들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어른한테도 해로운 석면이 아기한테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박근혜 대구 나들이

    박근혜 대구 나들이

    한나라당 박근혜(얼굴) 전 대표가 30일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시당이 현지 한 호텔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대구·경북(TK) 나들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친이·친박간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경주 재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해석 때문이었다. 그동안 이번 선거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박 전 대표가 텃밭인 대구에 가는 것만으로도 인접한 경주 지역까지 ‘박풍(朴風)’을 일으켜 박 전 대표의 안보특보 출신인 무소속 정수성 후보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한나라당 경주 재선거 후보로 이날 확정돼 무소속 정 후보와 맞붙게 된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이 행사장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를 만나러 왔다. 박 전 대표가 당의 어른으로서 (나를)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면서 “박 전 대표가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친이재오계로 꼽히는 정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공천 실무를 총괄해 친박 쪽으로부터 ‘보복 공천’의 주역으로 지목된 인사다. 이를 확인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한 말 없어요.”라고 짧게 답했다.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도 “정 전 의원이 인파에 섞여 박 전 대표와 악수만 했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정 전 특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이미 정 전 특보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면서 “그 이후에 박 전 대표가 다른 뜻을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정 전 특보를 계속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참석한 대구 의료·관광 특화전략 대토론회에는 서상기·이해봉 등 대구 지역 출신 의원들과 의료·관광계 인사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박연차회장 로비리스트 수사] 김혁규 천신일 노건평…세명의 중개인

    [박연차회장 로비리스트 수사] 김혁규 천신일 노건평…세명의 중개인

    세간에 떠도는 ‘리스트’는 힘을 잃었다. 누가 박연차(64·구속기소) 태광실업 회장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는지, 그가 검찰에 불려 나오기 전까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의 돈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스며드는 데 가교 역할을 한 ‘중개인’들의 모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사는 김혁규(70) 전 경남도지사. 김 전 지사는 박 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달러를 전달한 루트로 알려진 미국 뉴욕 맨해튼의 K음식점 곽모(60)씨를 소개시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대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김 전 지사는 친노(親) 386들이 대거 포진한 신의정연구센터(의정연) 상임고문으로서, 이 모임에 속한 의원들에게 박 회장을 소개시켜 주고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03년 12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도지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박 회장과 한나라당 인사들과의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죽마고우이자 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천신일(66) 세중나모회장이 박 회장과 현 정권의 중개인으로 도마에 올랐다. 천 회장은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위해 추부길(53)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을 박 회장에게 소개시켜 준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천 회장은 또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개최한 베트남 국회의장 환영만찬에서 당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진(53·서울 종로) 의원에게 축사를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행사가 끝난 뒤 박 회장이 박 의원에게 돈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구속된 이정욱(60)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장인태(58)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67·구속)씨가 박 회장에게 소개시켜 줬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지역 어른’으로 통했던 건평씨는 앞으로 이어질 수사과정에서 종종 등장할 전망이다. 검찰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고 있으나 박 회장의 부산·경남 지역 검찰·국세청·경찰 등의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로비의 중개인으로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63) 전 국가보훈처장을 꼽고 있다. 지난 2003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 전 처장은 지역 유력인사들과 박 회장의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진단평가 하나 제대로 못하는 교육현장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둘러싸고 교육당국과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가 첨예하게 맞서 걱정스럽다. 전교조는 오늘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진단평가를 일제고사로 규정하고 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학년초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지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진단평가 방해자는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진단평가, 또는 일제고사를 치르느냐 마느냐는 교육 철학과 이념의 문제다. 교육 이념 논란을 벌일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대상은 바로 학생들이다. 제 이념에 따라 행동하는 어른들로 인해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 진단평가를 받지 말고 체험학습을 하라고 권유하면 적지 않게 따를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교사의 한마디가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교사들은 학부모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자녀에게도 체험학습에 참여하도록 권고할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교육당국은 진단평가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평가결과에 따라 학생들에게 상품을 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단평가가 교장과 교사의 인사 등에 반영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에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조작된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학습지도 이외의 곳에 활용하려 들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다. 교육당국은 진단평가의 목표를 공교육의 질 제고와 사교육을 줄이는 데 두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지구상 최고령’ 4265살 산호 발견

    ‘지구상 최고령’ 4265살 산호 발견

    지구에 현존하는 생물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산호가 발견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브렌든 로크 교수가 이끄는 지구과학 연구팀은 하와이 해안에서 4200살 넘은 산호를 발견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National Academy of Science)를 통해 주장했다. 연구진은 바다 밑 565m에서 1km 넘게 뻗어 있는 거대한 검은 산호를 발견했고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측정한 결과 약 4265살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최고령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브리스틀콘 소나무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산호는 소나무와 더불어 가장 나이가 많은 ‘지구 생명체의 어른’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령 산호와 함께 발견된 또 다른 종류의 산호 역시 2765살로 매우 고령이었다. 수백 살에 불과한 산호의 평균 수명보다 크게 웃도는 이 지역 산호들의 장수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많은 자연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고령 산호는 관리를 받지 못해 많은 부분이 훼손된 상태였다. 로크 박사는 “검은 산호는 보석의 주재료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어부들의 무분별한 채집으로 많이 훼손됐다.”면서 “최고령 생물인 만큼 철저한 관리와 보호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설명=최고령 산호(왼쪽)와 브리스틀콘 소나무(오른쪽)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재오 前의원 “현실정치는 현역이… 미래연구 전념”

    이재오 前의원 “현실정치는 현역이… 미래연구 전념”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28일 마침내 귀국했다. 18대 총선 낙선 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지 10개월 만이다. 그는 공언한 대로 일부 극소수 인사 외에 아무에게도 자신의 귀국 일정과 경로 등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귀국했다.이 전 의원은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유력 정치인들이 귀국할 때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나오는 것은 세(勢)를 과시하는 것 같아 평소 좋지 않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는 수행비서만이 이 전 의원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직후 그는 고향인 경북 영양으로 향했다. 선산의 부모님 선영에 참배하고 이날 오후 서울로 올라왔다. 이 전 의원은 29일 저녁 은평구 자택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가 현역(의원)이 아니므로 아무래도 현실정치는 현역에게 맡겨놓고 나라의 50년, 100년후 미래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서 해온 경제학, 통일 한국의 동북아에서의 위상과 관련해 좀 더 깊이 연구하려 하며, ‘나의 꿈 조국의 꿈‘을 집필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계획에 대해 “아직 통화도 못했으며, 정치적 일정이 계획된 것은 없다.”면서도 “나갈 때도 인사했으니 들어와서도 당연히 인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우리 당의 어른 아니냐.”며 “당의 어른들을 다 찾아뵙고 인사드릴 것이며 그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조용히 지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권의 긴장은 높아질 전망이다. 이 전 의원의 존재 자체가 여권의 역학구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심점 없이 표류해 온 주류측이 이 전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도 있다. 당장 4월 재·보선과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 차기 원내대표 선출 등 줄줄이 예정된 민감한 현안에서, 이재오계와 친이(친이명박) 일부가 이 전 의원에게 역할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는 곧 주류 내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친박(친박근혜) 진영도 이 전 의원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과거 친이·친박의 최전선에는 언제나 이 전 의원이 있었다. 지난 총선 공천 때의 앙금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친박 의원들은 여전히 이 전 의원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했지만 친박 진영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지켜보겠다.”면서 “이 전 의원이 이 정권의 성공을 위해 진심으로 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분분하지만 당분간은 그가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도 “현재 정치권에서 나돌고 있는 각종 추측과 달리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여운 오래 남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 패셔넬라 국내 첫선

    여운 오래 남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 패셔넬라 국내 첫선

    텔레비전 요정 덕택에 굴뚝 청소부 넬라에서 글래머 스타가 된 패셔넬라는 어떻게 진정한 꿈을 이뤘을까. 행정 착오로 군대에 간 네 살배기 꼬마 먼로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누구보다 야구공을 멀리 때릴 수 있고, 누구보다 축구공을 멀리 찰 수 있고,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으나 문서 정리를 고집하는 해롤드 스워그는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비꼬았을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지만 그 여운은 오래오래 남는 어른을 위한 만화, 줄스 파이퍼(1929~)의 ‘패셔넬라’(이숲 펴냄)가 국내에 선보였다. 퓰리처상과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파이퍼는 대표적인 1세대 미국 만화가이자 세계 최고 만화가로 꼽힌다. 만화 예술의 선구자다. 만화에서 어린이의 전유물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만화를 예술 장르로 끌어올리는 등 만화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TV 드라마 작가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였다. 2000년 출간된 유아용 그림책 ‘짖어봐 조지야’를 제외하면 그의 만화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촌철살인의 사회 풍자와 유머, 가슴을 울리는 서정성, 휴머니즘이 넘치는 작품성 등 그의 매력은 외모지상주의를 기상천외한 반전으로 비트는 ‘패셔넬라’, 전체주의적 사고를 꼬집는 ‘꼬마 병사 먼로 이야기’, 승리지상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해롤드 스워그’, ‘조지의 달’, ‘외로운 기계’, ‘관계’ 등 여섯 편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미 오래전에 그려진 작품들이지만 그 내용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다. 박재동 화백은 “이 책은 한 장 한 장 쉽고 재미있게 넘어가지만 마음까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조금씩 빨려 들어가다가 종내 마음이 짠해진다. 오랫동안 가슴 깊이 치는 것도 있다. 비행기 안에서 책 읽기는 끝났지만 그 여운은 땅에 내려서도 끝나지 않았다.”고 추천했다. ‘패셔넬라’는 미국판 ‘줄스 파이퍼 만화전집’의 제4권으로 구상 시인의 딸이자 중견 소설가인 구자명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1만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새 아파트에 살 사람을 뽑습니다/박성배

    [엄마와 읽는 동화] 새 아파트에 살 사람을 뽑습니다/박성배

    3월 어느 날 아침, 신문을 받아 본 사람들은 눈을 깜빡일 새도 없이 새로 지은 아파트 광고를 뚫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그 광고를 보는 사람들마다 숨소리가 가빠지고 가슴이 쿵쿵쿵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광고는 흔히 쓰는 아파트 분양 공고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아파트에 살 사람을 뽑습니다 이렇게 쓴, 초등학교 1, 2학년 어린이가 쓴 듯한 삐뚤삐뚤한 글자부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푸른 산 아래 그림처럼 예쁜 아파트를 그린 그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세 동의 아파트를 서로 건너다닐 수 있는 구름다리를 만들어 이웃끼리 오고 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각 층에서 엘리베이터나 계단 말고도 빙글빙글 돌아가며 타고 내려오게 만들어진 미끄럼틀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포장되지 않은 흙으로 된 놀이터도, 그리고 무려 20가지가 넘는 놀이시설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들만으로는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숨이 가빠질 이유가 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파트 값은 이천만원입니다. “뭐? 이천만원? 작은 아파트 전세를 들어도 일억이 넘는데 이천만원에 살 수 있다고?” 사람들은 안경을 고쳐 끼고 신문 광고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자격은 초등학교 이하의 아이들이 두 명 이상 있어야 합니다. “에이, 좋다가 말았네.” 아이들이 두 명 이상 있어도 이미 다 커버렸거나 아이가 두 명이 안 되는 사람들은 신문을 내던지며 투덜거립니다. “야! 이게 웬 떡이냐?” 초등학교 이하의 아이들이 두 명 이상 있는 집에서는 벙글벙글 좋아했습니다. 다음 글자로 삼행시를 지어 보내주시면 심사를 해서 아파트에 살 사람을 뽑습니다. <어린이> “삼행시 하나만 멋지게 지어내면 되겠군.” 사람들은 끙끙대며 삼행시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시인을 찾아가서 삼행시를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책임지고 삼행시를 지어 드립니다.’ 이런 간판을 걸고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무조건 삼행시만 잘 짓는다고 뽑히지는 않습니다. 누가 심사 하느냐에 따라 뽑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누가 심사한다고 씌어져 있습니까?” 장사를 하는 사람은 신문광고를 오려 들고 찾아온 사람에게 거드름을 피우면서 묻습니다. 삼행시를 부탁하러 왔던 사람은 꾸깃꾸깃 구겨진 신문 쪽지를 펴서 다시 자세히 봅니다. 심사하는 사람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입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심사를 한다고 했는데요?” “바로 그겁니다. 지금 사람들이 무조건 멋진 삼행시를 짓기 위해 노력하는데 문제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심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삼행시를 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까 정말 그렇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많은 돈을 주고 삼행시를 부탁하였습니다. ‘삼행시 학원’도 여기저기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삼행시 잘 짓는 법을 배우느라 삼행시 학원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일은 갑자기 부모가 없는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가 한 명인 사람은 한 명을 입양했고, 아이가 없는 사람은 두 명을 입양했습니다. 나중에는 입양할 아이가 없어서 다른 나라로 가서 입양할 아이를 찾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아파트에 들어갈 사람으로 뽑히기만 하면 당장 팔아도 20배는 더 넘게 팔 수가 있다는 계산을 한 것입니다. 신문과 텔레비전의 뉴스에서는 아파트에 살 사람을 뽑는다는 광고가 나간 이후로 벌어진 이상한 일들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새 아파트를 지은 효준이 아빠도 이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쯧쯧!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입양을 하다니.” 효준이 아빠는 혀를 찼습니다. “나빠! 나빠!” 초등학교 2학년인 효준이가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 그래, 나쁘다. 아파트가 탐이 나서 아이의 행복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않는 나쁜 사람들이구나.” 효준이 아빠는 효준이를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저도요, 저도요.” 옆에 있던 다른 네 아이들이 아빠 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하하하, 강아지들 같구나.” 아빠는 마치 암탉이 병아리를 품는 것처럼 아이들을 안아주었습니다. 효준이가 태어나면서 효준이 엄마, 아빠는 사업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효준이는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놀이방에 맡겨졌다가 밤늦게까지 엄마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집에 와서 엄마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잠이 들곤 했습니다. 효준이 아빠는 한번도 효준이와 놀아주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효준이가 칭얼거리면 꽥 소리를 지르며 신경질을 내곤 했습니다. 효준이는 늘 혼자였습니다. 효준이 아빠가 돈을 많이 벌어 제법 큰 회사의 사장이 되었을 때, 효준이는 사람을 싫어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말도 잘 못했습니다. “아니, 똑똑하던 아이가 왜 이러지?” “효준아, 왜 혼자만 노는 거야?” 효준이 엄마와 아빠가 다그쳤지만 효준이는 점점 더 말을 잃어갔습니다. “내가 헛살았어!” 아빠는 효준이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았습니다. 돈을 버느라고 효준이와 놀아주지 못한 것도 미안했고, 효준이 동생을 낳아줄 생각조차 않았던 것도 미안했습니다. “여보, 우리도 사람 사는 것같이 살아봅시다.” 효준이 아빠가 굳은 결심을 하고 효준이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효준이 엄마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얼굴을 갸웃하며 효준이 아빠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많아야 사람 사는 것 같은 집이 되는 거요.” 그제서야 효준이 엄마는 효준이 아빠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텔레비전에서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저도 좋아요!” 효준이 엄마는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효준이를 보며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효준이 엄마와 아빠는 곧바로 아이들을 네 명이나 입양했습니다. 아이들이 다섯 명이 되자 정말 사람 사는 집 같아 보였습니다. 외톨이로 지내던 효준이도 차차 웃기 시작했고 떠들고 까불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집안은 사람 사는 집안이 아니야.” 효준이 아빠가 시끄럽게 노는 아이들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마을도 사람 사는 마을이 아니지요.” 효준이 엄마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지금 당신 뭐라고 그랬지?” “예?” “그래! 아이들이 사는 마을이 필요해.” 효준이 아빠는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에 바빴던 어린 시절을 생각했습니다. ‘이제 돈도 벌 만큼 벌었으니 좋은 데 사용해야지.’ 효준이 아빠는 아이들이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아파트 세 동을 지었습니다. 보통 아파트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놀이터와 같은 특별한 아파트였습니다. 그리고 다섯 아이들에게 신문 광고를 만들게 하고 들어와 살 사람도 다섯 아이들이 뽑도록 했습니다. 마감 날짜가 되자 사람들이 보내온 삼행시가 방안 가득 찼습니다. 다섯 아이는 가득 쌓인 삼행시 위에서 씨름도 하고 모래를 파듯이 파고 들어가 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씩 읽어 나갔습니다. 쌓아 놓은 삼행시 위에 누워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다가 그대로 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읽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삼행시를 현관으로 던지면 엄마 아빠가 주워서 커다란 봉지에 담았습니다. “우리가 보낸 삼행시가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빨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심사를 하는 아이들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재미가 없거나 귀찮아지면 이삼일씩 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심사하다 보니 심사가 다 끝나기 까지는 세 달 하고도 열흘이 더 걸렸습니다. 드디어 효준이가 마지막 읽은 삼행시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 현관으로 던졌습니다. 다음 날 아이들의 심사에서 뽑힌 90편의 삼행시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유명한 시인에게 부탁한 사람들이나 학원을 다니면서 삼행시를 열심히 공부한 사람, 그리고 이름을 지어 주듯이 삼행시를 지어 주는 곳에서 지은 사람들의 삼행시는 한 편도 뽑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파트에 사는 사람으로 뽑히기 위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없이 아이들을 입양한 사람들의 삼행시도 뽑힐 리가 없었습니다. “엉터리다! 내 삼행시가 떨어지고 저런 삼행시가 뽑히다니.” “심사에 문제가 있어.” 떨어진 많은 사람들이 법원에 몰려가 심사가 공평했는지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판사는 합격한 삼행시를 한 편 읽어 보았습니다. 어 - 어려운 삼행시 짓기 린 - 없음 이 - 이행시가 되어버렸어요. “후훗, 정말 어린이답군. 솔직하고 정직해. 그리고 욕심이 없어. 이런 시는 아마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의논하면서 썼을 거야. 특히 ‘린- 없음’이라는 부분에서 이렇게 써도 괜찮을지 많은 말들을 했을 거야.” 판사는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떨어진 삼행시 한 편을 집어들었습니다. 어 - 어여쁘고 곱게 자라거라 이 땅의 어린이들아 린 - 린스로 머리 감고, 어린 왕자처럼 머리카락 휘날리며 이 - 이제는 멋진 아파트에서 보란 듯이 살아보자. “ 흠! 어린이를 생각해 주는 척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군. 하지만 진실이 없어. 아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쓴 글이야. 어른들의 욕심도 감추어져 있군. 슬기로운 어린이라면 이런 시를 뽑을 리 없겠지.” 판사는 더 이상 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한 명도 끼지 않고, 어린이 다섯 명이 꼭 뽑혀야 할 삼행시를 잘 뽑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혹 푸른 산 곁을 지날 때면 잘 살펴보세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아파트 세 동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보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하루나 이틀쯤 놀다가 가세요.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반갑게 맞아줄 것입니다. ●작가의 말 지구에 어린이가 없다면 살 맛이 날까? 그런데 어린이가 없는 집, 어린이가 없는 학교, 그리고 어린이가 없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어서 걱정도 되고 마음 아프다.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잘 놀고 행복한 지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약력 ▲1946년 전남 무안 출생 ▲초등학교 교장, 꽃동산교회 장로 ▲197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지은 책으로 ‘꿈꾸는 아이’, ‘새싹한테서 온 전화’ 등 다수 ▲초등학교 읽기 교과서에 ‘새싹한테서 온 전화’, ‘잠자리 꿈쟁이의 흔적’, ‘가을까지 산 꼬마 눈사람’, ‘행복한 비밀 하나’ 등이 실려 있음 ▲대한민국 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 받음
  • [길섶에서] 흑백 사진/조명환 논설위원

    출근해서 먼저 하는 일이 전자우편 확인이다. 쏟아지는 보도자료나 홍보문건을 제때 보는 것도 일이다. 개인적인 메일인데도 제목만 보고 스팸메일로 오인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주말에 다시 확인한다. 정겨운 사진이 여러 장 첨부된 메일이 눈에 띈다. 1945년을 전후해 미군이 찍은 몇 장의 흑백 사진에 이 땅의 삶과 사회상, 해방정국에 진주한 미군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수룩한 영어 설명이 오히려 정겹다. 한 노인이 강원도의 험준한 태백산맥 고갯마루에서 괴나리봇짐을 풀어두고 저 아래 산허리를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곰방대를 입에 문 옆모습이 무척 고단해 보인다. 망건과 갓을 쓴 모습에서는 큰아버지 모습도 어른거린다. 앞가르마에 흰 적삼의 옷고름이 균형 잡인 여인네들은 영락없는 엄마 얼굴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 사진이지만 모두가 어디서 본 듯하다. 민족의 원형질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일 거라고 멋대로 해석해 본다. 지금 우리 모습이 담긴 사진은 60년 뒤 후손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장난꾸러기 숫자(안네 살렘 글·키아라 카레르 그림, 류재화 옮김, 토마토하우스 펴냄) 둥둥 오리를 보면 생각나는 숫자는? 달팽이처럼 돌돌 말린 이 숫자는 뭘까? 미끄럼틀이 됐다가 목마도 되고 선풍기도 되는 숫자들은 한시도 가만있지 않는 장난꾸러기. 영유아들에게 1부터 10까지 수 개념을 재미있게 터득시킬 수 있는 책. ‘장난꾸러기 알파벳’도 함께 나와 있다. 9500원.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케이트 디카밀로 글·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펴냄) 우아한 도자기 토끼 인형 에드워드. 주인 애빌린이 베푸는 사랑을 당연하다는 듯 거만하게 받고만 산다. 어느날 사고로 애빌린의 손을 떠나 거친 세상 속으로 던져진다. 늙은 어부 내외, 방랑자, 어린 고아 남매 등 다양한 인생살이를 경험하면서 오만했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타인을 진정으로 감싸안는 사랑을 배우게 된다.1만 1000원. ●나는 걷기대장 쫑이(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달리 펴냄) 산책을 좋아하는 꼬마 소녀 쫑이. 걷다 보니 맛있는 문어빵 가게도 나오고, 조용한 숲도 나오고, 예쁜 꽃밭도 나오고. 그런데 꿈이라도 꾼 걸가? 문어빵 가게 아저씨 얼굴이 문어로 보이고, 숲속의 나무들이 춤을 추고, 고래 대신 올챙이가 바다에서 춤을 추네. 호기심 왕성, 상상력 풍부한 쫑이에게 똑같은 나날은 없다. 8500원. ●왕따 선생님 구출 작전(김하늬 글·허구 그림, 채우리 펴냄) 4학년 원두는 출산 휴가를 떠난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 새로 온 선생님이 ‘왕따’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어른 세계에도 왕따가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원두는 선생님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사실 원두도 한때 왕따였다. 선생님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매만지게 된 원두는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던 친구 명국이까지 보듬으며 한뼘 더 자라게 된다. 8500원. ●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조혜란 글·그림, 보리 펴냄) 어디서나 쑥쑥 잘 자라는 쑥, 쌉쌀한 엄나무 순, 고불고불 고사리. 세 가지 봄나물에 얽힌 손녀 옥이와 할머니의 향긋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 옥이 예쁜 옥이, 쫀득쫀득 쑥개떡 향긋한 쑥개떡 해 주려고 쑥 뜯으러 간다!” 할머니 광주리에는 봄나물도 한가득, 손녀 사랑도 한가득이다. 정겨운 농촌, 인심 후한 시골 장터 풍경 등의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1만 1000원.
  • ‘오감만족’ 목포로 떠나요

    ‘오감만족’ 목포로 떠나요

    목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도시는 아니다. 그렇다고 숨가쁘게 변화를 이끌어가는 산업도시 또한 아니다. 그저 서해와 남해를 이어주는 반도의 서남쪽 모퉁이에 자리잡아 뭍과 바다의 시작이자 끝으로서 1897년 10월 일제의 조선 수탈의 전초기지로 만들어진 도시일 뿐이다. 여기에 억센 이들이 많아 최근에는 이름깨나 얻은 주먹잡이들의 고향으로만 여겨졌을 뿐이다. 목포 110년의 기억을 말없이 담고 있는 옛 골목길, 항구에 늘어선 채 어디론가 당장 떠날 듯 시동 걸려 흔들거리고 있는 뱃전, 그리고 분주한 거리마다 축음기 속의 환청처럼 아련하게 들리는 듯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는 이곳을 찾는 이들의 감상(感傷)을 자극한다. 하지만 아픈 ‘출생의 과거’는 특유의 억척스러움으로 이미 다 지워졌다. 목포는 지금 적당한 부산함과 흥청거림으로 오롯한 내일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일단 목포를 찾았으면 얕은 감상에 젖을 겨를이 없다. 거리 곳곳의 식당마다 열린 문틈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냄새는 객의 발걸음을 멈춰세운다. 곰삭은 젓갈의 깊음, 신선한 바다의 펄떡거림, 삼학도 해풍에 잘 말라가는 짭조름함이 있다. 그렇다. 목포 여행의 시작은 ‘맛’이다. 홍탁삼합, 세발낙지, 민어, 갈치, 꽃게무침을 대표적 ‘목포 5미(五味)’로 꼽는다. 이밖에도 준치 회무침, 숭어, 광어, 농어, 붕장어, 전복 등 맛있는 바다 먹거리는 널렸다. 목포에 가면 진짜 흑산도 홍어를 먹어보아야 한다. 흑산도에서는 딱 19명만 홍어잡이 허가를 갖고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홍어값은 칠레산, 일본산이라도 결코 싸지 않다. 게다가 흑산도 것은 목포 어시장에서도 1㎏에 8만원이다. 칠레산이 3만원이니 세 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하지만 먹어보면 ‘역시 흑산도 홍어’다. 식당에 가면 적당히 삭힌 것과 푹 삭힌 것 등 기호에 맞춰 준다. 여기에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가 어우러지면 환상의 음식, 삼합으로 거듭나게 된다. 술 한 잔 생각이 절로 난다. 곁들이는 술은 목포 지역 인동초로 만든 인동주가 제격이다. 쌉싸름하게 달콤하다. 여기에 도마에서 탕탕 두드려가며 다진다고 해서 이른바 ‘탕탕이’로 통하는 낙지회무침이 있다. 참기름, 참깨, 마늘 양념으로 무친 뒤 숟가락으로 푹 떠서 우물거리다 꿀꺽 삼키면 뱃속이 든든하다. 낙지는 또 얄팍썰어놓은 무와 함께 끓이면 시원함의 극치를 이루는 연포탕으로 변신한다. 아주 옛날 여름철 복달임으로 백성들이 흔히 즐겨 먹던 민어(民魚)는 이제 비싼 몸이 됐다. 목포 근대역사관 동쪽으로 만호동 일대에 민어횟집 거리가 있다. 7, 8월이 제격이라 아직 이른 듯하지만 맛은 벌써부터 물이 올랐다. 민어 부레, 껍질, 내장 등 부산물도 쫄깃쫄깃하게 맛있다. 또한 꽃게는 흔히 간장 게장으로 많이들 먹지만 목포에서는 꽃게 무침으로 내놓는다. 맵거나 짜지 않다. 꽃게살이 뭉개져 흘러나와 걸쭉해진, 달콤매콤한 양념에 밥을 비벼먹으면 더할 나위 없다. 목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어른 손바닥 합쳐놓은 것만 한 두께의 먹갈치 구이까지 곁들이면 포만감을 느낄 새도 없이 빈 밥공기 두어 개가 식탁 위에 나뒹군다. ●외달도 한옥민박 꼭 묵어보세요 배가 든든해졌으면 이 고장이 내밀히 숨겨둔 바다의 매력 외달도를 찾아보자. 23가구가 띄엄띄엄 살고 있다.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비수기에는 2시간 간격, 7~8월 성수기에는 1시간 간격으로 배가 다닌다. 비수기에는 달리도·율도 등을 돌아 50분 정도 걸리고, 성수기에는 직통 여객선이 다녀 30분으로 줄어든다. 요금은 왕복 8000원. 외달도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야트막한 매봉산(해발 64m)이 섬 절반에 펼쳐져 있어 1시간 남짓 산책하기에 좋다. 또한 청정바다의 팔뚝 만한 대어가 강태공들을 손짓한다. 심사가 복잡한 이에게는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볼 수 있는 간명한 자유를 준다. 고운 모래밭 해수욕장과 갯벌, 갯바위가 고르게 해변을 둘러싸고 있다. 해수풀장이 있어 아이들도 안심하고 놀 수 있다. 하룻밤 쉬어가기에는 한옥 민박이 100만불짜리 숙소다. 방문을 열면 대청마루가 있고 바로 앞으로 모래사장의 해변이 펼쳐진다. 해외 유명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와 흡사하다. 남해 앞바다를 정원으로 둔 셈이다. 외달도 주민 김한용(57)씨는 “산책로와 해수욕, 낚시 등 휴양을 위한 여건이 잘 갖춰진 섬”이라면서 “꼭 여름철이 아니라도 몸과 마음을 재충전시키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한껏 자랑했다. ●목포 여행 마무리는 문화·역사 목포시내의 근대역사기념관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던 자리에 있다. ‘목포의 눈물’을 떨구게 만든 곳이다. 1층에는 목포의 옛 모습, 2층에는 참수 장면, 성폭행 장면 등 잔혹한 일제의 기억을 전시해놓았다.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일제가 꼼꼼하게 남겨둔 기록에는 새삼 경탄할 수밖에 없다. 목포역 광장을 나와 왼쪽 주차장이 ‘시티 투어 버스’가 출발하는 곳이다. 국도 1, 2호선이 시작되는 기점부터 근대역사관, 유달산, 삼학도, 갓바위 등 주요 볼거리를 빠짐없이 데려다준다. 어른 3000원, 학생 1000원. 월요일은 쉰다. 특히 ‘목포판 박물관 거리’는 빼놓으면 안될 곳이다. 갓바위를 지나 5분 정도 서쪽으로 걸어가면 문학관, 자연사박물관, 생활도자박물관, 문예역사관,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남농미술관 등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여 있다. 자연사박물관 표(3000원)를 사면 생활도자박물관, 문예역사관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차범석, 김우진, 박화성 등 목포 출신 세 문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문학관은 별도로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1960년대 후반 샛별처럼 떠올라 문단의 한 축을 평정한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의 추억거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김현은 전후 문단에서 리얼리즘, 모더니즘의 총아였던 김지하(68), 최하림(70) 등과 함께 목포 출신이다. 문학관 옆 주차장에 문학비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여행수첩 ▲가는 길 : KTX가 있다. 용산역에서 3시간20분이면 목포다. 요금은 4만 500원. 목포는 또한 서해안고속도로의 종점이다. 주말이면 서울-목포간 고속버스가 32차례 다닌다. 2만 6200원. ▲맛집 : 홍어삼합의 대표주자는 인동주마을(061-284-4068)이다. 인동주를 처음으로 만들어 ‘평화주’라는 이름으로 특허출원까지 했다. 간장 꽃게장도 맛있다. 혼자 온 손님에게는 ‘결코’ 밥값을 받지 않는 것이 우정단 사장의 장사 철칙이라고 한다. 하루 열명 남짓 된다고 한다. 민어회는 영란횟집(061-243-7311)이 좋다. 선경준치횟집(061-242-5653)에서는 병어회, 갈치구이, 꽃게무침, 준치회덮밥, 마른우럭탕 등을 두루 갖춰 목포의 대표적 음식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 ▲묵을 곳 : 일부러 외달도를 찾아가 한옥민박(011-631-8156)에 묵어볼 만하다. 4인실부터 12인실까지 방 7개가 있다. 비수기엔 5만~8만원 정도. 목포 시내라면 샹그리아비치호텔(061-285-0100)이 깔끔하다. 온돌방 11만원. 글 사진 목포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