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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귀거래사] 고광출 前 서울대 원예과 교수

    [新귀거래사] 고광출 前 서울대 원예과 교수

    “이런 일 안 했으면 나무를 키우는 즐거움 어디서 맛봤겠어요.” 충남 천안시 동면의 동산식물원장 고광출(75) 전 서울대 교수는 “어려움은 있지만 내 꿈을 이뤄 기쁘다.”면서 “식물원을 만든 것은 사회에 기부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나이 들어서는 모든 재산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식물원을 가꾸며 시골에서 사는 행복을 들려줬다. 관직과 사회적 지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는 점을 먼저 꼽았다. 이곳은 사람값을 차, 옷, 문화생활 등으로 재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겉치장과 고급생활만으로 어른 대접을 받는 게 아니다.”면서 “동네 혼사 주례는 내가 다 서준다.”고 의미있는 귀띔을 했다. 겨울에는 트럭 앞에 눈삽을 매달아 마을 길의 눈을 치운다. 주민들은 인근 병천장 등을 다녀올 때 고 원장 집을 일부러 들러 순대 등을 건네며 이웃간 정을 나눈다. ●동산식물원에 나무·꽃 100만그루 심어 동산식물원은 천안 병천면 유관순 열사 기념관을 끼고 국도 21호선을 타고 진천방면으로 4㎞쯤 가거나 중부고속도로 진천IC나 오창IC에서 빠져 천안방면으로 가면 나온다. 식물원 앞에 꽤 넓은 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식물원 안에 있는 몇개의 작은 웅덩이에 왜가리가 날아오기도 한다. 고 원장은 “새들도 내 친구”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가 이 식물원을 만든 것은 1995년부터. 원예학과 교수답게 1960년대 ‘과수원 하나 갖고 싶다.’는 꿈에 경기 수원에 사둔 땅이 개발되면서 받은 보상금으로 지금의 땅을 구입했다. 26만㎡ 규모다. 그는 해마다 이곳에 나무와 꽃을 심었다. 한옥을 지어 넣었고, 연못도 만들었다. 1999년 정년 후에는 부인 성갑늠(72)씨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예 이곳에 혼자 내려와 식물원을 가꿨다. 7년간 직원도 없이 혼자 밥을 해먹으면서 새벽부터 해질 무렵까지 일했다. 칡덩굴로 뒤덮인 야산을 억척스럽게 개간, 한국 고유의 전통 정원으로 바꿔놓았다. 앞서 추사고택, 오죽헌, 도산서원 등 전국을 돌며 전통 정원도 연구했다. 몇년 전 부인 성씨도 가세했다. 고 원장은 “원두막을 짓다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지고, 톱질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을 잘릴 뻔하는 고생도 겪었다.”면서 “마누라는 ‘편히 살 수 있는 것을….’이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내 꿈을 이루려는 것인데 무슨 대수냐.”고 개의치 않았다. 식물원에는 나무와 꽃이 100만그루가 넘는다. 종류로는 벚꽃, 구절초, 맨드라미 등 1200종 이상에 이른다. 솦 속 여기저기에 에밀레종을 축소한 범종과 첨성대, 해시계 앙부일구 등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99년 은퇴후 전통정원 연구도  고 원장은 2006년 이곳에서 국제원예학회를 열었다. 이 때문에 3억원의 빚을 졌고, 그 해부터 입장료를 받고 있으나 혹 욕을 먹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눈치다. 그는 “75개국 원예학회 회장들이 국악공연에 맞춰 춤 추고, 박수치고 했던 그 때를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주변에서는 ‘팔아라.’고 재촉을 하지만 고 원장은 당초 계획대로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아들 3형제와 며느리들도 팔라고 성화다. 그는 “평생 공직자로 살아왔는데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부도 그의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자치단체 등에서 관리비 등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슆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 원장은 “돈 때문에 경쟁하는 늙은이도 추접스럽고, 친구들처럼 TV를 보거나 화투를 치기에는 아직 할 일이 많다. ”면서 “식물원 하나 잘 만들어 놓고 가는 게 원인데, 기부를 해도 이곳에서 식물원을 가꾸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댄싱슈즈’ AJ “비 선배님이 내 ‘위인’” (인터뷰)

    ‘댄싱슈즈’ AJ “비 선배님이 내 ‘위인’” (인터뷰)

    이순신 장군·세종대왕·유관순 열사·안중근 의사…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보내며 일부러 찾아봤던, 어른들의 강요에 못 이겨(?) 읽게 됐던 위인전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막 청년이 된 AJ(본명 이기광)에게 위인은 존재는 사뭇 달랐다. 그는 흔히들 말하는 위인전집이 아닌 TV 속에서 위인을 찾아냈다. 나만의 위인을 찾다. “어느 날 TV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가 비 선배님을 처음 봤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터무니없는 자신감으로 그 순간 가수라는 걸 정말 해보고 싶었어요.” ‘나만의 위인’을 찾아낸 기광이는 그날부터 TV와 전신거울 앞을 떠나지 않았다. TV 속에서 본 그를 스스로 발현해 내고 싶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거울 앞에 서서 무작정 따라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기광이는 남들은 수십 번 떨어진다는 JYP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3번 만에 덜컥 합격했다. 기광이의 ‘위인’ 비도 20번 만에 합격했던 오디션이다. 하지만 그것은 고난의 시작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5년을 버텼다. 결국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바닥났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연습생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하나둘 씩 데뷔했죠. 원더걸스 주(JOO) 2PM 2AM 멤버들과 함께 준비했었거든요. 동기들은 다 데뷔하는데 왠지 실력이 늘지 않고 혼자 제자리에 멈춰 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불안했어요.” 어린 나이로 버티기에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아 응석만 부릴 수는 없었다. 기광이는 집에 가서 연습생 초창기 시절을 떠올렸다. 눈을 감고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가짐을 생각해봤다. ‘내 목소리가 담긴 음반을 녹음하고, 화려한 조명 아래서 나를 주목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노라’고. “다음날부터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습을 시작했어요. 전 그저 연습생일 뿐 인데 왜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했던 건지. 그 시간에 차라리 안무연습을 더 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인데요.” 매일매일을 한결 같이 연습했다. 밤새 노래와 춤을 연습하느라 집에 못 들어간 날들도 허다했다. 그럴 때면 기광이는 연습실에서 고작 몇 시간 눈 붙이는 걸로 잠을 대신했다. ‘댄싱슈즈’ 신은 AJ로 변신! AJ를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은 연예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리고 깨끗한 이미지와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반짝이는 눈동자, 날카로운 콧날까지. 요목조목 어디선가 본 듯한 외모지만 AJ는 누구보다 더 분명 100% 싱싱하고 풋풋한 신인이다. 특히 뭇 누나들의 마음을 훔쳐갈 훈훈한 미소년이었다. “두 가지 매력을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미소년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남자냄새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요. 한마디로 귀여울 때도 섹시할 때도 있는 AJ가 되고 싶어요. 하하” 스타가 된 연예인들은 신인 때 모습을 다시 돌려보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노래 한 소절, 대사 한 마디 똑바로 하지 못했던 암울한 과거를 떠올리기 싫은 탓이다. 하지만 AJ는 다르다. 훗날 본인의 데뷔 초 모습을 봐도 전혀 머쓱해 하지 않을 것 같다. 데뷔한 지 이제 한 달 된 이 청년은 무대 위에서 날아다닌다. 센스발휘는 물론 심지어 여유까지 부릴 줄 안다. “너무나 서 보고 싶었던 무대니까 최대한 제가 즐기고 싶어요. 그런 모습을 알아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릴 뿐이죠. 제가 처음보다는 조금씩이지만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돼요. 물론 그것 역시 팬들 덕분에 느끼게 되는 거니까. ‘아, 내가 사람들에 좋게 비춰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기죠.” ‘비 선배님’과 한 무대를 서는 그날까지. AJ의 스승이 월드스타 비라는 사실은 꽤 많이 알려져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친분은 아니었다. 하늘 위로 우러러만 보이던 위인에서, 까마득하게 높은 선배로, 이젠 아낌없는 조언과 칭찬을 전해 받는 지훈이 형으로. “춤 뿐만 아니라 의상 콘셉트나 헤어스타일까지 모든 걸 조언해주세요. 가끔씩 정말 뜬금없이 찾아오셔서 도와주고 가세요. 어느 날 갑자기 연습실로 ‘너 보러 왔다’며 오셨어요. 비 선배님 앞에서는 정말 저의 모든 걸 보여드리고자 모든 퍼포먼스를 다 보여드리죠. 처음엔 심드렁하시더니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주셨어요.” 내가 존경하고 우상이던 사람이 자신에 대하 칭찬을 해줬다는 기쁨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뿐만 아니다. AJ는 타이틀 곡 ‘댄싱슈즈’의 도입 부분 안무를 비에게 사사 받는 영광(?)을 누렸다. “무대 오르기 전 너무 긴장해서 가슴이 답답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서자 신기하게도 너무 편안해졌어요. 새로운 목표는 계속해서 생기고 있지만 우선은 그동안 제가 준비했던 것들을 보여드리고 더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페스타 온 아이스 2009] 김연아 “환상의 쇼 기대하세요”

    ‘피겨 여왕이 또 둔갑한다.’14세의 앳된 소녀 시절 세계 무대에 이름 석자를 알린 뒤 변신을 거듭해 온 김연아(19·고려대)가 19세 원숙한 숙녀로 탈바꿈한다. 24일부터 사흘간 고양시 킨텍스에서 펼쳐지는 ‘페스타 온 아이스 2009’는 진정한 ‘피겨 여왕’의 자태를 한 치의 빈 틈도 없이 내보이는 무대다. 김연아는 2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처음 치르는 아이스쇼인 만큼 많은 팬이 오실 것 같다.”면서 “팬들의 기대가 큰 만큼 선수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보다 더 만족스러운 아이스쇼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뒤 “뮤지컬 음악을 배경으로 공연하게 돼 국내외 팬 모두 좋아할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새 안무를 담당한 세계적인 안무가 산드라 베이직이 “김연아와의 작업은 흥분 그 자체였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연아의 이번 아이스쇼 컨셉트는 ‘고전과 대중성의 조화’다.주제는 ‘커튼콜’로 정했다. 뮤지컬과 피겨스케이팅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도록 꾸밀 예정이다. 오프닝은 ‘오페라의 유령’, 피날레는 ‘맘마미아’ 등 뮤지컬 음악을 배경으로 한 무대가 꾸며진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으로 등장할 김연아와 유일하게 ‘듀엣 연기’를 펼치게 될 남자 주인공 ‘팬텀’역은 당초 예상됐던 조니 위어(25·캐나다) 대신 스테판 랑비엘(24·스위스)에게 맡겨졌다.하이라이트는 김연아와 국내 정상의 여성 보컬그룹 ‘빅마마’의 합동 무대가 될 전망. 빅마마가 ‘골드’를 직접 부르는 가운데 김연아의 우아한 연기가 펼쳐지는 건 물론, 이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뽐낼 새 갈라 프로그램 ‘돈 스톱 더 뮤직(Don’t stop the music)’이 이번 공연에서 첫 공개된다. ‘저스트 어 걸’의 발랄함과 ‘록산느의 탱고’에서 보여준 섹시함을 적절히 섞었다는 후문이다. 김연아는 앞서 지난 13일 훈련 모습을 공개하면서 “기존의 ‘저스트 어 걸’, ‘골드’와는 달리 도발적이고 섹시한 갈라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한편 ‘삼수생’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 홍보대사를 맡기로 한 김연아는 “선수로서 겨울올림픽 유치에 도움을 주려면 모든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게 중요하다.”면서 “홍보대사 이전에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성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게 홍보대사의 첫 번째 임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씨줄날줄] 슈퍼지구/진경호 논설위원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항성 ‘글리제581’이 한바탕 지구촌을 흥분시킨 적이 있다. 2년 전이다. 스위스 연구팀이 이 별 주변에서 지구를 빼닮은 행성 ‘글리제581c’를 발견한 것이다. 암석으로 이뤄졌고, 평균온도가 0~40도이고, 물도 존재할 것으로 관측됐다. 학자들은 ‘슈퍼지구’라는 이름을 붙였고, USA투데이는 그해 ‘7대 과학 톱 뉴스’의 하나로 선정했다. 영국판 싸이월드 ‘베보’의 성질 급한 네티즌들은 그 별을 향해 전파망원경으로 메시지를 날려 보내기도 했다. 고등생명체가 산다면 2049년에는 답신을 받아 볼 수 있다며. 흥분하기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개미’와 ‘뇌’ 같은 작품을 통해 풍부한 과학지식과 치밀한 구성을 자랑하던 그는 인류가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지구를 향해, 30여세대에 걸쳐, 1000년 동안 여행하는, 말 그대로 공상적인 SF소설 ‘빠삐용’을 글리제581c 발견 석달 뒤 내놓았다. 성경의 종말론을 끌어댄 듯 인간 14만 4000명(요한계시록 7장 4절)과 갖은 동식물을 빠삐용이라는 초대형 우주선, 즉 노아의 방주에 실어담았다. 이에 질세라 할리우드는 최근 니컬러스 케이지를 앞세운 종말영화 ‘노잉’을 찍어냈다. 태양의 흑점 폭발로 온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외계인이 우주선에 태워 구해낸다는 줄거리다. 외계인에 천사의 날개가 어른대는 등 역시 성경의 휴거 개념을 따왔다. 지구종말을 다뤘다지만 두 작품은 앞서의 것들과 한가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아마겟돈이나 딥임팩트, 인디펜던스데이 등은 영웅을 내세우고, 그의 희생 덕분에 인류가 계속 이 땅에 발 붙이고 산다는 설정이다. 한데 빠삐용과 노잉은 지구의 멸망과 인류의 탈출을 그렸다. 영웅은 없다. 엊그제 슈퍼지구로부터 새로 날아든 소식에 지구촌이 다시 한번 와글거렸다. 또 다른 행성 ‘글리제581d’와 ‘글리제581e’에서 암석과 물의 징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소식이 늘수록 슈퍼지구를 찾는 전세계 어스헌터(지구사냥꾼)들의 눈길, 손길이 바빠질 듯하다. 베르베르는 빠삐용에서 “고통을 모르면 사람은 죽는다.”고 했다. 인류에게 지구온난화는 재앙인가. 아니면 희망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얘들아, 욕에도 좋고 나쁜 게 있단다”

    “얘들아, 욕에도 좋고 나쁜 게 있단다”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요즘 청소년들의 욕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아이들에게 욕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는 조사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거짓말이 다 나쁜 것은 아닌 것처럼 욕에도 좋고 나쁜 것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어떨까. “너거들, 욕을 얼마나 아는지, 어데 한번 보자. 아는 대로 다 적어봐라.” 난데없이 아이들에게 ‘욕 시험’을 치르게 하는 엉뚱한 선생님. “뭐라꼬? 이 시험지에다가 욕을 써 내라꼬?” 그렇게 욕하지 말라고 잔소리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시험지에 욕을 한가득 쓰란다. 주인공 야야는 아버지도 선생님이라 행동거지에 늘 조심해온 조숙한 아이다. “선생 딸이 욕한다.”는 말 듣지 않으려고 친구들이 괴롭혀도 참고, 오빠가 놀려도 동생이라 감정을 꾹꾹 누르기만 했던 야야는 욕을 쓰다 보니 갑작스레 분해진다. 화가 마구마구 치밀어 올라 언제 머뭇거렸냐 싶게 어느새 시험지 앞 장도 모자라 뒷장까지 빼곡히 채웠다. “바보 빙신아, 문디 자슥아, 이 범보다 무서운 놈, 빌어묵을 놈아….” 선생님은 왜 욕 시험을 보게 했을까? “너거들이 말로 하지도 못하고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기 뭔지, 너거들 마음을 어둡게 누르고 있는 기 뭔지, 그기 알고 싶더라.” 야야는 선생님 앞에서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욕쟁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겁난 것도 잠시, 어느새 속이 개운하다. “그거 봐라. 욕도 쓸 데가 있다.” 이 한마디에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어른들도 버릇처럼 욕을 내뱉고 책, TV, 영화의 주인공도 죄다 험한 욕을 일삼는데 아이들만 탓할 수 없다. 뜻도 모르고 욕을 내뱉는 아이들의 억눌린 마음을 읽고, 욕의 쓰임을 제대로 알려주는 일은 중요하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야야와 등장 인물들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고, ‘괘꽝스럽다’ ‘오구작작’ ‘얼밋얼밋’ 등 생경하지만 맛깔스러운 우리말이 가득 담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85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어른들 욕심에 무너지는 영화 ‘슬럼독’ 스타들

    두 아주머니가 신나게 드잡이를 벌입니다.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는 것은 물론 발길질까지 해댑니다. 무슨 일이냐고요? 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영화에 출연한 루비나 알리란 이 귀여운 아홉살 소녀가 사단의 발단이었습니다.싸우는 두 아주머니는 이 소녀의 생모와 계모입니다.영화에 나오는 뭄바이 시내 빈민촌에서 드잡이하는 두 아주머니,뭔가 코믹하면서도 비극적인 요소가 교차하는 것 같지 않나요. 외신 보도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한 번 더 정리하자면 이런 겁니다.루비나의 아버지 라피크 쿠레시가 부유한 아랍인으로 위장한 영국의 취재진에게 속아넘어가 딸을 팔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지요.영국 취재진은 라피크가 20만파운드(약 3억 9000만원)를 대가로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두 여인은 루비나의 양육권을 서로 갖겠다고 다투는 것이랍니다. 오죽했으면 루비나의 언니 사나(13)는 “영화의 성공이 우리 가정을 파괴했다.”고 말했을까요.  사나는 “’슬럼독’ 이전에는아 우리를 잘 챙겨줬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나를 더이상 원하지 않고 루비나가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고 섭섭함을 토로했습니다. 또 자신도 동생의 불법 입양 거래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아버지가 루비나에게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이 사건으로 아버지는 두 차례나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경찰에서 그는 새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경찰은 아직까지는 그가 딸을 팔려 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라티카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스타도 되고 주정부의 도움으로 새 지으로 이사하는 행운도 쏟아졌지만 결국 가정은 풍비박산 상태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영화 제작진은 최근 루비나를 비롯한 아역 배우들을 위해 고교 졸업때까지 학업을 계속한다는 전제로 추후에 큰 액수를 지불하기로 약속했으며 이들의 재산을 맡아줄 관리인도 고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옵니다.부모들 못 믿겠으니 자신들이 직접 건사하겠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이 가족이 앞으로 어떻게 단란한 가정을 다시 꾸릴지는 모르겠지만 인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영국 언론들에 의해 ‘병도 얻고 약도 얻는’ 답답한 현실은 더욱 가슴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엄마의 엄마의 엄마랑 함께 살아요

    엄마의 엄마의 엄마랑 함께 살아요

    글 이미현 기자 | 사진 이강훈 정진희 씨네 집에는 도깨비가 산다. 오늘은 아들 덕영이의 안경이 사라졌다. “너는 엊저녁에 벗어둔 안경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그게 발이 달렸어, 날개가 달렸어. 잘 찾아봐.” 애타게 찾아 헤매던 덕영이의 안경은 재활용 폐지 봉투에서 발견되었다. 과연 안경 도깨비의 정체는? 올해 96세 되시는 진희 씨의 외할머니 고쌍금 씨다. 읽지도 않은 조간신문을 매번 폐지함에 넣는 사람도 할머니다. 물론 식구들은 열 번도 더 넘게 물었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는 “내가 안 치웠어야. 내가 그걸 뭐하러 만지냐” 하셨다. 식구들이 나갔다 돌아오면 물건들이 자리 이동을 해 있지만, 할머니는 모르는 일이다. 진희 씨네 집은 모녀 4대가 함께 산다. 고3인 딸 선영이부터 진희 씨, 어머니 이기순 씨, 외할머니 고쌍금 씨까지. 진희 씨의 친정 동생인 용선 씨도 같이 산다. 엄마의 엄마는 외할머니다. 그럼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증조 외할머니’가 떠오르지만 증조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의 시어머니를 이르는 말이다. 부계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이르는 호칭은 없다. 그렇다면 선영이와 덕영이는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어떻게 부를까? 할머니라고 부른다. 그럼 외할머니와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귀가 어두우신 할머니는 큰 목소리로, 외할머니는 보통 목소리로 부르면 된다. 처음부터 진희 씨가 친정어머니와 외할머니를 함께 모시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5년 전 진희 씨의 남편이 일 때문에 중국으로 가게 되면서 혼자 계신 친정어머니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런데 1년 반 전, 큰외숙모가 건강상의 이유로 외할머니를 모시기가 힘들어지면서 외할머니도 함께 살게 되었다. 원래는 요양원으로 모실 계획이었지만, 선영이와 덕영이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같이 살면 안 되냐고 진희 씨, 외할머니 기순 씨를 설득한 것이다. 진희 씨네 집은 늘 시끌벅적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니 온 식구들 목청이 커진 탓도 있지만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하루는 진희 씨가 퇴근해 돌아오니 온 식구들 입이 이만큼 나와 있었다. 고쌍금 할머니 왈. “오줌소태 때문에 소메(소변)가 나 죽겠는데 니네 어메는 밥 먹으라고 소리만 지르고, 설거지하면 한다고 뭐라 하고 성가셔 죽겠다.” 깔끔한 성격의 기순 씨 왈. “니네 할머니 때문에 못 살겠다. 밥도 안 먹고 니네 아빠가 사준 그릇은 다 깨놓고. 오늘은 니 아들까지 말을 안 듣는다.” 덕영이는 “할머니는 괜히 짜증만 내요. 학원은 5시까지만 가면 되는데 4시부터 빨리 안 간다고 소리 지르고”라며 울먹이고, 선영이는 숙제가 많아 밤을 새야 한다며 울상이다. 할머니는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드리고, 어머니는 마사지를 해드리고, 두 아이는 잘 달랬다. 그래도 진희 씨는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단다. 외할머니가 아직 건강하셔서 빨래도 개키고, 설거지도 해서, (물론 진희 씨가 다시 해야 하지만) 집안일을 덜어주시니 감사하고, 아이들이 학교 갔다 돌아오면 집에 늘 어른이 계시니 마음이 놓인다. 어느새 아이들의 말투도 달라졌다. “셔츠 어디 있어?” 묻지 않고, 할머니처럼 “웃옷 어디에 있어?” 한다. 덕영이는 고쌍금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외삼촌은 선영이의 든든한 빽이다. 얼마 전에는 할머니가 진희 씨 손에 파스 봉투를 쥐어주시더란다. 그 안에는 진희 씨에게 주는 용돈이 들어 있었다. 돈을 봉투에 넣어서 주는 건 봤는데, 마땅한 봉투를 못 찾으신 모양이었다. 그 얘기를 하는 진희 씨 눈가가 촉촉하다. 진희 씨가 선영이를 혼낸 날이면, 어머니 이기선 씨는 선영이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사온다. “선영아 삼겹살 사왔는데, 너 좋아하는 새우젓도 꺼낼까?” 그러면 잔뜩 부어 있던 선영이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돈다. 오늘도 식구들은 도깨비가 언제 나타날지 잔뜩 긴장하며 살지만, 그 도깨비는 물건은 숨기는 대신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모양이다. 진희 씨네 집에선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이달의 가족 소개 노 할머니 고쌍금(96세) : 연세는 많지만 항상 집안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도와주십니다. 가끔은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도 깨시고요. 그럴 때면 외할머니가 짜증을 내시기도 해요. 그래도 저는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아이스케키 사 먹어라 하시면서 1,000원을 주시기도 하거든요. 외할머니 이기순(70세) : 몸이 편찮으신데도 옷가게를 하십니다. 수영을 아주 잘하시고요, 언제나 예쁘게 화장을 하고 계세요. 항상 엄마와 노 할머니와 티격태격하시지만 마음이 따뜻하십니다. 엄마 정진희(43세) : 우리 집의 실질적인 가장이십니다. 왜냐하면 아빠가 중국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요리도 잘하세요. 요즘엔 바쁘셔서인지 스파게티도 잘 안 해주고 주먹밥도 안 만들어주시지만 그래도 항상 고생하셔서 죄송스럽습니다. 누나 김선영(19세) : 매일 절 괴롭히지만 공부도 잘하고요, 특히 영어를 아주 잘해요. 하나밖에 없는 자랑스런(?) 누나입니다. 누나 이제 나 좀 괴롭히지 마. 나 김덕영(15세) : 건담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사고뭉치랍니다. 건담에 색칠한다고 거실 소파에 얼룩도 만들었고요, 나무젓가락으로 칼 만든다고 온 집 안을 어지럽혀서 엄마에게 눈물이 날 만큼 혼나기도 해요. 특히 씻는 것을 싫어해서 할머니 엄마 누나가 단체로 잔소리를 해요. 그래도 머리 감는 건 귀찮아서 싫더라고요. 아빠 김경철(44세) : 중국 상해에서 사업을 하십니다. 바쁘셔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언제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삼촌 정용선(38세) : 셋째 외삼촌입니다. 엄마가 물장수라고 불러요. 삼촌 회사에서 해양심층수라는 물을 팔거든요. 살이 쪄서 곰이라고 놀리기도 하고요. 요즈음은 다이어트 중이고요, 예쁜 여자 친구도 있어요. 이달의 가족 소개는 이 댁의 막내인 김덕영 군이 해주었습니다.
  • “난 초딩 폴 포츠”…英 12세 소년 화제

    “난 초딩 폴 포츠”…英 12세 소년 화제

    폴 포츠, 코니 탤벗, 수잔 보일을 배출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영국 ITV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에 출연한 12세 소년이 ‘제 2의 폴 포츠’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한 섀힌 자파골리(Shaheen Jafargholi)는 무대에 올라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발레리’를 선보였다. 그러나 ‘어른도 울리는 독설가’로 유명한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이 노래를 중단시키고 “선곡을 잘못했다.”며 “다른 노래를 고르라.”고 지시했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당황했지만 자파골리는 침착하게 마이클 잭슨의 ‘후즈 러빙 유’(Who’s Loving You)를 부르기 시작했다. 관객석은 환호했고 뛰어난 가창력에 심사위원들도 기립박수를 보냈다. 코웰은 자파골리에게 “너의 인생을 바꿀 노래”라며 “10년 동안 본 젊은 가수 중 최고”라고 극찬했고 또 다른 심사위원은 “노래를 들으면서 소름이 끼쳤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들이 “수잔 보일의 경쟁자가 등장했다.”며 주목하는 가운데 현재 웨일스 스완지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자파골리는 “대형 가수가 되서 마이클 잭슨처럼 유명해지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제작진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깜짝 무대를 연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진=‘브리튼즈 갓 탤런트’ 동영상 캡처 문설주기자 spirit0104@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큰손’ 복귀… 투자시장 봄바람

    금융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투자시장에 큰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들어 1억원 또는 1만주 이상 한꺼번에 거래하는 대량주문 건수가 3월에 비해 금액 기준으로 94%, 주식수 기준으로 41%가 각각 늘었다. 1월 6798건, 2월 6099건, 3월 7280건에 머물던 1억원 이상 대량주문 건수는 이달 들어서만 1만 4125건으로 두 배나 늘었다. 큰손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표의 하나인 실질고객예탁금도 지난 15일까지 6거래일 연속 1조 6370억원이 늘었다. 그동안 단기 금융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예·적금으로 몰렸던 돈이 슬슬 위험자산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소매채권 인기도 여전하다. 경기 부양을 위해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고금리 회사채를 찾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0대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팔아치운 소매채권만 해도 8조 4000억원 규모다. 기본 거래 단위가 100억원인 도매채권과 달리 소매채권은 개인 투자자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보통 소매채권 시장의 10~20%가량은 개인투자자 몫으로 추정된다. 골프회원권 가격도 슬슬 회복될 조짐이다. 회원권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그동안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물경기 회복세가 뒷받침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늘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투자시장이 그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식상한 어린이날 공연? 안 봤으면 말을 하지마!

    식상한 어린이날 공연? 안 봤으면 말을 하지마!

    놀이공원에 가자니 붐빌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마냥 편히 쉴 수만은 없는 날이 어린이날이다. 어딜 가야 하나 고민된다면 공연 일정을 한번 들춰보자. 5월5일 어린이날을 전후해 재미있고 교육적인 데다 저렴하기까지 한 ‘착한 공연’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날, 특별한 공연 국립국악원은 어린이 음악극 ‘오늘이’를 새달 2~5일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올린다. 제주의 무속신화 ‘원천강 본풀이’ 이야기와 우리 음악과 연극·춤을 접목시킨 전통음악극으로, 8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페스티벌’ 공식초청작이기도 하다. 매일 오후 1·4시, 하루 두 차례 공연하며, 4일 오후 4시 공연은 소외계층 아동을 초청한다. 36개월 이상 어린이부터 관람할 수 있다. (02)580-3395. 세종문화회관은 뮤지컬 ‘소나기’를 어린이날 특별공연으로 꾸몄다. 5일과 8일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나기’를 관람하면 30% 할인 혜택과 함께 추첨을 통해 20명을 선정해 3t의 소나기가 쏟아지는 무대 뒤(백스테이지)를 견학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어린이날 당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마당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과 경찰악대, 전남어린이국악단의 공연이 이어진다. (02)399-1772. 구로아트밸리는 2~5일 프랑스의 아동미술교육 전문가 밀라 보탕의 원작으로 만든 EBS의 인기 애니메이션 ‘빠삐에 친구, 잃어버린 글씨’를 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애니메이션과 그림자극, 마리오네트가 만난 독특한 형식의 연극이다. 공연 관람 후에는 가족이 함께 종이를 이용해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체험교육장도 열 계획. 2일에는 밀라 보탕이 직접 강의한다. 강의 참가비는 어린이 5000원(동반 어른 1인 무료). (02)2029-1700~1. ●놀이공원으로 변신한 공연장 고양문화재단은 고양어울림누리에서 ‘높빛어린이세상’을 펼친다. 해외 공연단체들의 내한공연이 특히 눈에 띈다. 패치극단의 ‘신기한 우체부아저씨’(2~6일)는 바쁜 우체부에게 벌어진 특별한 일들을 마임과 마술로 표현하는 비언어극이다. 윈드밀극단이 꾸미는 ‘붐, 바!’는 공연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24개월 이상 영유아들을 위한 공연이다. 일본의 가면극 ‘알라딘과 마법램프’(1~5일)도 올린다. 용기 없고 소극적인 알라딘이 모험을 하며 적극적인 어린이가 된다는 내용. 플라잉 기술로 펼치는 비행장면과 마법장면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4~5일 야외광장에서는 인간장대공연 ‘필드’(4일 오후 4·6시), 유쾌한 광대 ‘붐헤드’의 저글링, ‘미스터 브라스’ 등 다양한 공연과 ‘파이프놀이터’,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의상들을 제작해보는 ‘높빛공작소’ 등 흥미롭고 아기자기한 체험 행사들을 진행한다. 1577-7766. 5일 하루 동안 성남아트센터는 ‘아트랜드’로 변신한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30분에 아티스트 김하준이 유연한 손동작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샌드애니메니션을 선보인다. 앙상블시어터에서는 오후 1시30분과 4시30분에 마리오네트 줄인형 콘서트와 인형 만들기 체험행사를 갖는다. 공연은 각각 1만 5000원이고, 두 개 공연을 함께 구입하면 2만원이다. 아울러 춤의 광장, 오페라하우스 광장, 야외주차장 등지에서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페이스페인팅, 야외조각전, 풍선아트, 스낵코너 등이 마련돼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지루하지 않다. (031)783-8000. 이순녀 최여경기자 coral@seoul.co.kr
  • 두 녀석, 영화 찍기에 도전하다

    두 녀석, 영화 찍기에 도전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란 기발한 영화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영국의 가스 제닝스 감독. 이번에 들고 온 작품은 성장영화다. 제목은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수입 시네마밸리, 배급 ㈜예지림 엔터테인먼트). 발랄하고 예쁜 감수성과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원제는 ‘Son of Rambow’로 직역하면 ‘람보의 아들’이다. 람보 패러디 영화를 찍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발칙한 녀석들, 스필버그에 도전하다!’라는 포스터 카피대로 호기로운 기세가 어른 못지 않은 동심들의 필름메이킹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윌과 리의 좌충우돌 영화 제작기 배경은 1980년대 영국의 작은 마을. 그림 낙서를 즐기며 주로 혼자 놀던 윌(빌 밀러)은 말썽쟁이 악동 리(윌 폴터)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리는 윌이 그리는 ‘람보의 아들’을 영화로 찍자고 제안한다. ‘나도 영화감독’이란 방송국 콘테스트에 출품하기 위해서다. 주연과 촬영, 소품, 엑스트라 등 모든 작업을 둘이서 해내지만, 영화는 답답한 학교와 집안을 오가는 생활에서 유일한 탈출구가 된다. 프로젝트는 곧 프랑스에서 온 교환학생 디디에(쥴 시트럭) 일행이 끼어들면서 또다른 진전을 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의형제를 맹세했던 윌과 리의 우정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데뷔작으로 미셸 공드리, 스파이크 존스에 비견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가스 제닝스는 두 번째 장편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마니아 영화적 성격을 지녔다면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 통하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대중성이 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제닝스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부모의 비디오 카메라를 훔쳐 영화찍기에 도전했던 어린 시절 추억담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화 ‘람보’를 통해 성장기의 혼란을 잠재워나가는 것도 공통된다. 감독은 “‘람보’를 해적판을 통해 본 뒤 절벽 사이를 뛰고 나뭇가지 하나로 엄청난 부대를 상대하는 람보에게 완전히 넋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두 아역배우 윌 폴터와 빌 밀러는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이전에는 카메라 앞에 서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 자체라 생각될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와 관객을 매료시키는 강한 흡입력에 초연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다. 게다가 와이어에 매달려 추락하고 진흙탕에 빠지기 일쑤인 액션 장면들도 직접 소화해냈다는 후문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제닝스 감독 자전적 영화… 국제영화제서 호평 제닝스 감독은 이 두 주인공을 찾기 위해 무려 5개월 이상 런던 남부 학교들을 헤집고 다녔다. 그동안 오디션한 배우들만 수천명이 넘는다. 이 영화로 영국 아카데미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일약 신성으로 떠오른 윌과 빌은 그야말로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이 자신의 ‘판타스틱 데뷔작’이 되는 기쁨을 누렸다. 해외 평단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빌리 엘리어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영화”(영국 ‘더 선’), “‘스탠 바이 미’와 ‘아멜리에’를 합친 독창적인 영화”(미국 ‘버라이어티’) 등 찬사가 쏟아졌다. 각종 국제영화제에서도 단연 사랑받았다. 지난 2007년 선댄스 공식초청으로 처음 공개된 뒤 선댄스 최고 금액 거래라는 화제를 낳은 것은 잘 알려진 얘기. 이후에도 2008년 시드니, 멜버른, 뮌헨, 아테네 등 영화제에서 고루 환대를 받았으며, 올 3월 런던에서 개최된 ‘2009 엠파이어 어워즈’에서는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을 제치고 ‘베스트 코미디’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볼을 간질이는 봄바람에 철없는 유년시절 생각이 간절하다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수작이다. 새달 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백수 청년들 2주 인턴 농장취업 도전기

    청년 실업 100만 시대, 취업의 블루오션으로 농촌이 뜨고 있다. 최근 농촌에는 수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농장주들도 생겼으며, 이에 농촌 취업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들도 늘었다. EBS 리얼실험 프로젝트X ‘농촌 주식회사 취업기’편(연출 김민)이 17일과 27일 오후 8시50분에 2회에 걸쳐 농장 취업에 도전장을 낸 젊은이들의 취업투쟁기를 그린다. 이번 실험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현재 구직 중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실험 전 기초 농업 지식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를 거쳐 6명의 지원자들은 농장 두 곳으로 나눠 배치돼 각각 농장 생활을 경험한다. 제작진은 이들이 2주 동안 농장에서 겪는 생생한 노동 체험을 소개한다. 생활 첫날부터 실험자들은 온몸에 힘이 빠진다. 강원도 한 산골에 있는 곤충농장에 간 실험자들은 작업복도 준비해 오지 않아 농장주에게 핀잔을 듣고, 곤충을 기르기 위한 통나무를 다듬고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벌써 녹초가 된다. 경북 울진 미나리 공장에 간 실험자들도 마찬가지다. 오자마자 미나리에 삼겹살을 구워주며 환대하는 농장주를 보며 안심하지만, 그곳이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외진 곳이란 사실을 알고는 좌절한다. 둘째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 새벽부터 시작되는 농장일에 실험자들은 괴로워한다. 이들은 몸에 밴 백수생활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도 쉽지가 않다. 더구나 한번도 농촌 일을 해본 적 없는 그들에게 농장주들은 인내심을 시험한다며 강도 높은 일거리를 계속 던진다. 결국 실험자들의 불만은 쌓이고, ‘농사 지어선 먹고살기 힘들다.’는 동네 어른들의 말에 절망하기도 한다. 힘든 생활에 실험자 서로 간에 다툼도 인다. 힘든 생활을 다 견뎌낸다 해도 그 중 취직이 되는 사람은 단 한명뿐이다. 이런 상황에 실험자들은 서로 일하는 스타일 때문에 다투기도 하고, 힘든 일은 자기만 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2주간 농업 인턴 생활에 물론 고통만 있는 건 아니다. 제작진은 힘든 농촌 생활 속에서도 즐거워하는 실험자들의 모습도 함께 그린다. 그들은 신선한 재료로 만든 새참 한 끼에도 즐겨워하고, 분신 같았던 휴대전화의 구속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또 농업도 배우고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도 온몸으로 알아간다. 방송은 새롭게 변화하는 농촌과 현대의 농업 기술도 함께 보여준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300살 도깨비 ( )처럼 키가 큰다

    300살 도깨비 ( )처럼 키가 큰다

    겨울철 뜨근하게 덥혀진 아랫목이나 여름철 모깃불 피워 놓은 마당의 평상에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들었던 구수한 옛이야기. 무서운 호랑이, 엉뚱한 도깨비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가도 까무룩 잠이 들었던, 그 따뜻한 기억들을 간직한 어른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에게 이런 경험은 흔치 않다. 여러 개의 학원을 전전하느라 어른보다 더 바쁜 아이들은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울 새도 없으며, 세련된 요즘 할머니들은 과거 할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푸짐하게 풀어낼 이야기 보따리를 잃어버렸다. ‘나불나불 말주머니’는 그래서 반가운 책이다. “옛날 옛적, 어느 산속에 도깨비 한 마리가 살았어. 키가 겨우 몽당빗자루만 해서 짤막이라고 불렸지. 원래 도깨비는 백 살 즈음 먹으면 키가 절구통만 하게 자란대. 거기서 또 백 살 더 먹으면 지게만큼 크거든. 거기다 또 백 살 즈음 더 먹어 삼백 살이 되면 이제는 키가 도리깨처럼 훌쩍 큰다나.” 할머니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것처럼 입말을 고스란히 살려내 이야기는 할머니 치마폭처럼 푸근하다. ‘도리깨’처럼 지금은 보기 힘든 옛 도구, 옛 말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세한 풀이를 해놓아 고유 문화에 대해 한층 정겨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2007년 한국안데르센상 특별상을 받은 ‘그림쟁이 선비’를 비롯해 7편의 창작 동화가 담겨 있다. “이십년 전, 도깨비에게 알사탕을 주고 이야기 보따리를 얻었다.”고 너스레를 떤 지은이의 이야기는 첫 장을 펴는 순간 마지막 장이 될 때까지 꼼짝 않고 푹 빠져서 읽게 만드는 용한 재주를 부린다. 도깨비를 잘 그리기로 정평이 난 이형진 화가의 그림 또한 이야기를 더욱 맛깔나게 받쳐준다. 재미에 더해 정색하지 않고 던져주는 교훈도 살포시 배어 있다. 동물들의 딱한 사정을 그림으로 해결하는 선비, 키가 크고 싶어 사람의 혼을 빼먹으러 왔다가 오히려 도와주는 도깨비, 곤경에 처한 개구리를 외면하지 않는 소금장수, 거문고 연주로 아버지를 구하는 효심 깊은 딸 등에 대해 읽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가슴 속에 뭔가 묵직한 것을 느끼게 된다. 남을 배려하는 선한 마음이 세상을 사는 지혜라는 것을 말이다. 너무 일찍 서양의 판타지 소설과 영화에 눈을 빼앗기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이야기의 참맛을 알려 줄 수 있는 책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9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당일치기 여주·이천 봄나들이

    당일치기 여주·이천 봄나들이

    봄나들이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벚꽃을 보려면 진해나 하동 쌍계사, 산수유는 구례, 만발한 매화는 광양에서 보고, 진달래는 또 어디, 어디… 이런 식이다. 물론 그곳이 진짜배기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면 그곳들은 너무도 멀다. 돈과 시간의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저 입맛만 다시며 신문 기사, TV 소개 프로그램으로 만족하기에는 화창한 봄날의 유혹이 크다. 봄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넉넉히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봄나들이의 ‘종합선물세트’인 경기 이천과 여주를 권한다. 그저 딱 하루만 투자해도 막 떠나가려는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바라바리 보따리 쌀 일도 없다. 운동화끈 질끈 동여매고 훌쩍 떠나자. 온갖 꽃길에 예쁜 사찰, 역사 공부, 맛난 먹을거리, 뜨끈한 온천, 명품아웃렛쇼핑몰 등이 두루두루 갖춰져 있다. 게다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여주와 이천 그리고 광주에선 ‘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린다. ●오전 7:30 이른 아침 챙겨 먹고 차 밀리기 전에 나섰다. 첫 행선지는 이천. 설봉산을 중심으로 한 설봉공원에 꽃길, 등산로, 미술관 등이 모여 있다. 3번 국도를 이용해도 좋지만 막히지 않는 시간이니 중부고속도로가 수월하다. 서이천 나들목에서 빠지니 4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천 설봉공원은 여주, 광주와 함께 세계도자비엔날레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394m의 야트막한 설봉산의 등산로(사실은 산책로에 가깝다)를 타고 설봉서원 지나 김유신 장군이 세운 성곽인 설봉산성을 거쳐 희망봉 정상에 오른 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영월암을 둘러 왔는데도 1시간30분 남짓이면 충분했다. 아이들이 칭얼대며 힘들어한다면 설봉서원에서 구암약수터로 내려오는 40~50분 코스의 완만한 산책로도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벚꽃과 개나리, 철쭉이 무리를 지어 호젓하게 맞이해 준다. 설봉공원 주변의 벚꽃만 5000그루. 4월 말까지 절정을 이룬다. ●오전 10:20 산수유 축제는 지난 5일로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사면 도립리 산수유마을로 갔지만 역시나 꽃잎은 모두 떨어지고 없었다. 가지 끝에 삐죽거리며 매달려 있는 연노랑 수술들이 여운을 남기고 있을 뿐이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여주로 향한다. ●오전 11:30 여주 하면 신륵사다. 도자가 공원 바로 곁에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을 접하고 있는 사찰이다. 강월헌에서 내려다보면 흐르는 듯 멈춘 듯 남한강이 유유히 신륵사를 끼고 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쌀밥집이 읍내 곳곳에 즐비하다. 물론 ‘쌀밥’이 특별한 시대는 지났다. 라면집에 가도 말아 먹으라고 주는 것이 쌀밥이니 말이다. 그러니 쌀밥 정식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은 ‘여주쌀’로 이름을 날리던 바로 그 여주다.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대왕님표 여주쌀’로 돌솥에 갓 지은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또한 고사리, 미나리, 시금치, 콩나물, 조기, 꽃게장, 불고기, 삼합 등 갖은 반찬 중 어디다 젓가락을 대야할지 고민스럽다. 쌀밥 정식은 1인분에 1만 5000원이다. 제법 비싸지만 여주에 왔으면 꼭 한번은 먹어 줘야 한다. 여주군에서는 ‘여주쌀밥집’(031-884-3578) 등 8곳의 공식 쌀밥집을 지정해 놓았다. ●오후 1:20 다시 신륵사다. 배도 부르니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다. 고은은 ‘만인보’에 실은 시 ‘미륵세상’에서 ‘…이런 흉흉한 땅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미륵이 왔다/ 미륵이야말로/ 새 세상을 가져온다…칠성이야말로/ 용왕이야말로/ 다 미륵의 화신이었다’고 노래했다. 여주의 미륵은 나옹 선사다. 신륵사는 무학 대사의 스승인 나옹 선사가 입적하면서 유명해진 절이다. 남한강변에 위치해 늘 범람의 위험에 노출된 신륵사에서 ‘용마(수마)’를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나옹 선사는 여주 땅에서는 미륵과 같은 존재로 통한다. 여주 사람들이 최고의 경관으로 꼽는, 아침 일찍 만나는 남한강 물안개와 일출은 꼭두새벽길을 달려오거나 신륵사에서 템플스테이(3만원)를 해야 만날 수 있는 행운이다. 신륵사의 또 하나의 정취는 그 옛날 도자기를 싣고 한강을 오가는 교역의 중심 수단이었던, 황포돛배를 타고 남한강 바람을 맞아보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모터를 달고 있고, 수심도 낮아져 신륵사 앞쪽을 왔다갔다 하는 데 그치고 만다. 30분 남짓 타는 데 5000원이다. 신륵사 쪽만이 아니라 강 맞은편 강변유원지 쪽에서도 황포돛배를 탈 수 있다. 강변에 접한 신륵사의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가람 배치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대운하가 만들어질 경우 신륵사의 풍광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니 앞으로 부지런히 와볼 일이다 싶다. ●오후 4:40 이제 역사수업 시간이다. 신륵사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면 명성황후 생가가 나온다. 명성황후가 8세까지 살았던 집이다. 이광수 관리소장은 “여주는 조선 왕비를 8명이나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소개했다. 기념관에서 명성황후의 생애를 담은 각종 자료와 유품을 볼 수 있다. 여주쌀을 ‘대왕님표’로 브랜드화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세종의 능이다. 명성황후 생가에서 20분 정도 달리면 세종대왕릉(영릉)이 있다. 들어서는 길에 개나리가 양쪽에 멋지게 도열해 있고, 효종대왕릉(영릉)으로 가는 사잇길에는 진달래꽃이 감격스러울 만큼 흐드러졌다. 세종 때 만들어진 해시계, 혼천의 등 여러 발명품의 모형들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공부가 된다. ●오후 6:00 여기 저기 헤매다 보니 속절없이 배가 다시 고파온다. 천서리막국수촌으로 가면 그 옛날 황포돛배를 타고 가다가 막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때우던 뗏목지기들의 신산함을 만날 수 있다. 강계봉진막국수(031-882-8300)와 시원막국수(031-883-3824) 등 100% 순메밀을 자랑하는 막국수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후 7:20 아무리 주말의 하루지만 그냥 서울로 들어가기는 아쉽다. 이천 테르메덴(031-645-2000)이나 광주 퇴촌 스파그린랜드(031-760-5700)에 들러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밤하늘의 별을 세어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당일치기 봄나들이는 완성이다. 여주·이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릴레이 톡톡] 윤정수 “저 올해 안에 반드시 결혼합니다”②

    [릴레이 톡톡] 윤정수 “저 올해 안에 반드시 결혼합니다”②

    (윤정수 릴레이톡톡①에 이어)“저 올해 안에 반드시 결혼합니다.”결혼 적령기에 있는(아직 넘기지 않았다는 본인 의견에 따라) 윤정수에게 결혼계획을 묻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날아온 대답이었다.-지금 만나는 분이 계신가 봐요일단 그게 제 바람이에요.(웃음) 삶은 현실이에요. 내일 당장이라도 맞춰지면 결혼하는 거죠. 저도 그래요. 조건이 맞는다면 만난 지 3개월 안에 결혼할 수 있어요. 조건이라는 게 다른 것 보다 어른들과의 조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 언제쯤 결혼할 것 같은지여자와 결혼은 타이밍이죠. 여자와 헤어지는 이유는 돈, 성격, 바람 등등 많겠지만 일단 제 생각은 그래요. 아무리 사랑을 해도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는 건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 역시 그랬어요. 그래서 저와 결혼하실 분도 타이밍에 맞춰서 나타나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이 딱 타이밍인데 아무도 안계시네요.(웃음)- 최근 개그맨 선배들의 컴백이 이어지고 있어요 최양락 선배님이 컴백하신 거 정말 좋아요. 하지만 상처 받으실까봐 걱정도 되네요. 선배님이 굉장히 세심하시거든요. 최양락 선배님이 미니홈피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 자체가 대중의 의견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말이 나와서 얘긴데 미니홈피는 상호간의 대화형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게 다잖아요. 이미 말은 다 뱉은 상태고 상처받는 사람들은 생겨나고. 참 문제죠.- 연예인으로 살면서 힘든 적이 많았나봐요동료들과 연예인은 늘 4천만개 CCTV 아래 살고 있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아요. 물론 연예인을 욕 먹이는 일부 미성숙한 연예인들이 있죠. 그래서 다른 연예인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어요. 공인으로 사는 게 힘드네요. 연예인이 ‘특권직업’은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특수직업’인 건 사실이에요. 솔직히 특수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보호해주고 대우해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지금 당장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솔직히 저는 연예인으로 멋지게 남고 싶어요. 그렇다고 저 혼자서만 방송 욕심을 내겠다는 건 아니죠. 후배들이 자랄 때는 자리를 비워줄 수 있는 게 선배의 역할이고 또 그래야 후배들도 양성이 되죠. 시청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스타와 프로그램을 원하시잖아요. 그건 자연스런 현상이고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릴레이 톡톡) 다음 주자를 선정해주세요직접 해야 할 일을 저한테 미루시는 거 아녜요?(웃음) 저랑 같이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이)윤석이를 추천할게요. 윤석이는 똑똑하니까 말도 조리 있게 잘 할 테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나올 이야기도 많고.(웃음)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13세 여중생에 부모와 생이별 강요한 日정부

    또래 아이라면 부모 품에서 학교에 다닐 나이인데 일본 사이타마현 와라비시에 살고 있는 여중 1학년 노리코 칼데론(13)은 최근 너무나 힘든 선택을 앞에 뒀었다. 노리코의 부모는 1990년대 초반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들어온 필리핀 출신의 아를란-새러 칼데론.그러나 일본에서 태어난 노리코는 부모의 조국 필리핀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며 필리핀어는 한 마디도 못한다. 동영상 보러 가기 노리코는 힙합 음악을 즐겨 듣고 언젠가 무용수가 되거나 무용학교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아빠 아를란은 건설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그런데 엄마 새러가 2006년 이민국에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면서 가족들은 시련에 부닥쳤다. 부모들은 필사적으로 법정 투쟁을 벌였다.이 가족과 같은 처지의 500여 가족을 비롯,2만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해 이들과 뜻을 같이했다.아를란이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고 딸인 노리코는 일본어밖에 할 줄 몰라 필리핀에 돌아가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3년의 투쟁도 헛되이 지난 2월 고등법원은 이들 부부에게 필리핀으로의 강제 송환을 명령했다.일본 국적인 노리코에겐 부모와 함께 필리핀으로 떠나든지 부모와 떨어져 홀로 지내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13세 소녀에겐 너무 힘든 결정이었으리라. CNN은 13일 도쿄 나리타 공항을 통해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부모와 생이별하는 노리코의 모습을 소개했다.부모와 떨어져 혼자 남기로 결심한 이유를 묻는 CNN 기자에게 노리코는 “일본이 내 조국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하지만 공항에서 그녀는 그만 “어른이 될 때까진 부모님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며 분홍빛 뺨에 눈물을 적셨다. 부모들은 자신들과 함께 필리핀에 돌아가 살아야 하는 가난한 농촌보다는 일본에서,그것도 노리코가 그렇게 동경했던 도쿄의 이모 집에서 지낼 수 있어 노리코에게도 잘된 일이라고 다독였지만 생이별 아픔을 가릴 수는 없었다. 아를란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애가 (우리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이제 그애는 스스로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그 점이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악명높기로 이름난 일본의 엄격한 출입국 절차가 어린이 인권마저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일본 법에 따르면 노리코의 부모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일본에 돌아올 수 없게 된다.부모들은 당국에 1년에 한 번씩이라도 딸아이 얼굴이라도 보게 특별체류를 허가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이날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CNN은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4·29 재보선 현장] “경제 어려운데 누가 나오든 무슨 상관” 냉랭

    이명박 정부 2년차에 치러지는 ‘4·29 재·보선’의 결과는 향후 여권의 정국 운영과 여야 및 각당 내부의 역학관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14일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 가운데 여야가 각각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두 곳을 둘러봤다. 한나라당내 친이·친박간 세력 다툼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경북 경주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김근식 후보와 격돌하는 전주 덕진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 전주 덕진 4·29 재·보선 후보등록 첫날인 14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전주 덕진은 ‘정중동’의 분위기였다. 큰 길을 따라 3분 남짓 거리에 있는 민주당 김근식 후보와 무소속 정동영 후보 사무실의 열기가 서서히 지역구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덕진 재선거는 ‘텃밭’을 지키려는 민주당의 김근식 후보와 정치 재개를 노리고 민주당을 탈당한 정 후보의 승부로 압축된다. 이날 정 후보는 오후 2시30분쯤, 김 후보는 오후 4시30분쯤 전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등록을 마쳤다. 덕진구 금암1동에 있는 김 후보 사무실은 15일 개소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김 후보 쪽의 일성(一聲)은 ‘텃밭’이었다. “지금 같은 때에 ‘젊은 통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덕진구 진북동 정 후보 사무실에는 ‘당이 버린 정동영 우리가 살려냅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정 후보 쪽은 “후보의 경력과 지지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갈렸다. ‘전주의 아들’을 내건 정 후보가 대체로 우세했지만, 당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 후보와 전주북중학교 동창이라는 택시기사 심범봉(56)씨는 “정 후보가 전주에서는 무조건 되지. 선거운동 안 하고 저렇게 사진만 걸어놔도 돼.”라며 정 후보 사무실 외벽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켰다. ‘어머니, 정동영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정 후보의 웃는 얼굴이 담겨 있었다. 북진동 모래내 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양복남(55·여)씨도 “대선후보까지 했던 사람이 전주에 내려왔는데…. 우리 아저씨랑 나랑은 정동영 꼭 찍을 거여.”라고 귀띔했다. 분식집 곳곳에는 후보들이 남기고 간 명함이 쌓여 있었다. 여기저기서 ‘당보다는 사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주부 김양순(49)씨는 “당을 보고 노무현 뽑았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여. 이번에도 돈 받았다고 나오는 거 보니까 권력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나봐.”라며 씁쓸해했다. 반면 택시기사 김장환(46)씨처럼 “죽으나 사나 민주당”이라며 당을 보고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김씨는 “정치인이 당을 떠나면 무슨 힘이여.”라면서 “민주당 후보를 뽑아줘야지.”라고 말했다. 인후동에 사는 주부 박명희(46)씨는 “아직 전주에서는 민주당의 힘을 무시하지 못 한다.”면서 “전통적인 ‘선택’을 쉽게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 재선거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토로했다. 진북동의 카센터에서 근무하는 강민홍(27)씨는 “경기가 이런데 누가 나오든 무슨 상관이냐.”고 불평했다. 강씨는 “어른들은 정 후보를 좋아할지 몰라도 젊은 사람들은 아니다.”면서 “내가 논산 출신인데 정 후보가 이인제랑 다를 게 뭐냐. 해준 것도 없이 선거 때만 찾아오는 게 보기 안 좋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전주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경북 경주 “괘씸하긴 하지만 여당 후보가 돼야 경주가 발전 안 하겠능교.”, “정종복이가 이상득이 ‘양아들’이라 카데예. 우리는 무조건 박근혜입니더.”  경주 재선거에서는 출마 후보보다 그 뒤에 있는 ‘거물 정치인’끼리의 승부가 더 관심거리다. 한나라당 후보인 정종복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뒤 절치부심하며 재도전을 노려 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복심’으로 불린다. 이에 맞서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지낸 무소속 정수성 후보는 현지의 ‘박근혜 정서’에 기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 후보는 “경주의 밀린 숙제를 풀겠다.”며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내세웠다. 유권자들의 개발 욕구를 파고들겠다는 생각이다. 지역의 시급한 현안인 양성자가속기의 국비 지원 문제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 등이 원활히 처리되기 위해서는 집권세력의 핵심인사를 ‘여의도’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다. 정책대결로 나가야지, 정치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당에서 요란하게 ‘지원군’을 보내는 것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괜히 친박 정서를 자극해 선거가 친이·친박 대리전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무소속 정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론’을 주창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경주개발’을 박 전 대표와 함께 완성하겠다.”면서 “경주를 역사문화 특별시로 재탄생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쪽은 “이번 재선거에서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디딤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서로 달랐다. 이들은 민감한 선거 분위기를 반영하듯 실명 공개를 꺼렸다.  성동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주인은 선거에 대해 묻자 대뜸 친이 쪽의 ‘무소속 정 후보 사퇴 종용’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요새 사람들 만나면 다 그 얘기한다. 자기들이 뭐라고 후보를 사퇴하라 마라 하느냐.”면서 “지난해 총선 공천 때도 친박 의원들 다 떨어뜨려 놓고 염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가 후보 사퇴 종용 논란에 대해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지적한 것에 경주 현지의 표심(票心)도 술렁이고 있었다. 경주역 앞에서 가게를 하는 50대 여주인도 “정 전 의원이 서울에서 잘나간다고 카더만, 자기만 잘나갔지 경주는 그대로 아인교.”라면서 “전에는 힘 없어서 경주 발전 못 시킸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정 전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60대 택시기사는 “경주가 발전할라 카믄 실세가 돼야 안 되겠능교. 미워도 우야겠노.”라고 말했다. 황오동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 전 의원도 많이 변하겠다고 하는데 한번 믿어 봐야지.”라고 털어놨다.  경주의 유권자들은 이처럼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박근혜 향수’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경주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13세 여중생에 부모와 생이별 강요한 日정부

    또래 아이라면 부모 품에서 학교에 다닐 나이인데 일본 사이타마현 와라비시에 살고 있는 여중 1학년 노리코 칼데론(13)은 최근 너무나 힘든 선택을 앞에 뒀었다. 노리코의 부모는 1990년대 초반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들어온 필리핀 출신의 아를란-새러 칼데론.그러나 일본에서 태어난 노리코는 부모의 조국 필리핀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며 필리핀어는 한 마디도 못한다. ☞동영상 보러 가기 노리코는 힙합 음악을 즐겨 듣고 언젠가 무용수가 되거나 무용학교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아빠 아를란은 건설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그런데 엄마 새러가 2006년 이민국에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면서 가족들은 시련에 부닥쳤다. 부모들은 필사적으로 법정 투쟁을 벌였다.이 가족과 같은 처지의 500여 가족을 비롯,2만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해 이들과 뜻을 같이했다.아를란이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고 딸인 노리코는 일본어밖에 할 줄 몰라 필리핀에 돌아가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3년의 투쟁도 헛되이 지난 2월 고등법원은 이들 부부에게 필리핀으로의 강제 송환을 명령했다.일본 국적인 노리코에겐 부모와 함께 필리핀으로 떠나든지 부모와 떨어져 홀로 지내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13세 소녀에겐 너무 힘든 결정이었으리라. CNN은 13일 도쿄 나리타 공항을 통해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부모와 생이별하는 노리코의 모습을 소개했다.부모와 떨어져 혼자 남기로 결심한 이유를 묻는 CNN 기자에게 노리코는 “일본이 내 조국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하지만 공항에서 그녀는 그만 “어른이 될 때까진 부모님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며 분홍빛 뺨에 눈물을 적셨다. 부모들은 자신들과 함께 필리핀에 돌아가 살아야 하는 가난한 농촌보다는 일본에서,그것도 노리코가 그렇게 동경했던 도쿄의 이모 집에서 지낼 수 있어 노리코에게도 잘된 일이라고 다독였지만 생이별 아픔을 가릴 수는 없었다. 아를란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애가 (우리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이제 그애는 스스로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그 점이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악명높기로 이름난 일본의 엄격한 출입국 절차가 어린이 인권마저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일본 법에 따르면 노리코의 부모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일본에 돌아올 수 없게 된다.부모들은 당국에 1년에 한 번씩이라도 딸아이 얼굴이라도 보게 특별체류를 허가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이날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CNN은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러브호텔 문화공간 변신 확산

    러브호텔 문화공간 변신 확산

    ‘러브호텔’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경기 양주시의 장흥과 송추는 1980년대만 해도 국내 최초의 민간 미술관인 ‘토탈 미술관’으로 유명한 문화지대였다. 문화예술을 즐길 만한 공간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교외선 기차를 타고, 대학생과 문화에 굶주린 수도권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편승해 온갖 향락시설이 서너 집 건너에 하나씩 들어선 것이 문제였다. 가족문화공간이라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하고 성인들의 유흥공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모텔 사들여 아틀리에로 리모델링 ‘예술의 메카’로서 장흥과 송추의 이름을 되찾겠다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은 14일 이 지역에 새로운 아트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선친이 30년 전 사 놓은 송추 땅 100만평이 근거지이다. 지난해 이곳의 러브호텔 3개를 사들였다. 하나는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아틀리에로 리모델링해 최근 조각가 최성철, 화가 유둘 등 6명이 입주했다. 하나는 어린이 미술체험관, 또 다른 하나는 어른을 위한 미술체험관으로 만들 생각이다. 앞으로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한 러브호텔을 더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모텔 하나는 보통 방이 30개 안팎이다. 방 2개를 터서 작업공간을 만들면 15명 남짓한 작가의 아틀리에가 생기는 셈이다. 크라운해태제과의 계획은 2006년 5월 오픈한 ‘장흥아트파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러브호텔 건물 2개와 사우나 및 라이브카페가 들어있던 지하 1층, 지상 6층의 빌딩을 매입해 제1, 제2아틀리에로 꾸몄다. 현재 호텔 건물에는 24명, 제2아틀리에에는 35명의 작가가 입주해 작업하고 있다. ●경기도·양주시도 적극 지원 ‘미술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양주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양주시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야외수영장은 조각가 전용 제3아틀리에가 들어섰고 7명의 조각가가 입주했다. 2000평의 공간에 작업실과 전시장이 함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장흥아트파크가 운영을 맡고 있다. 양주시는 올해 이 지역의 러브호텔 한 채를 매입하여 문화공간화할 수 있도록 이미 예산을 배정해 놓은 상태이다. 경기도에서도 민간과 양주시의 움직임에 호응해 러브호텔을 매입하여 문화공간으로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흥아트파크의 배수철 대표는 “장흥과 송추를 문화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민관의 노력을 지지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거의 10년째 퇴락하고 있는 도시를 살리는 일은 문화적으로도, 이 지역 거주민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주시 이진구 문화체육과장은 “민간이 러브호텔을 매입하는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는 없겠지만,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이후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면서 “주변 도로를 정비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등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크라운해태제과의 윤 회장은 주변 러브호텔 주인들에게 “이제는 러브사업 대신 문화사업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송추 땅에 골프장을 지으라는 권고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공간으로 개발할 생각”이라면서 “예전에는 과자가 꿈을 주었지만, 21세기에 과자에 감성과 꿈을 담지 못하면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문화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이곳에 야외 음악당, 예술놀이터 등을 만들고, 수능이 끝난 직후에는 고3 수험생을 위한 음악 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뉴스 다큐 시선] 도봉산 산악구조대

    [뉴스 다큐 시선] 도봉산 산악구조대

    서울 도봉산에 가면 다른 산에서 좀체로 보기 힘든 이들이 있다. 해발 650m 지점에 자리잡은 산악구조대, 전국에 3개뿐인 경찰산악구조대 중 하나다. 서울에선 북한산구조대와 더불어 등산객들의 지킴이 역할을 해 왔다. 상춘객들의 이어지는 이맘 때, 그들에겐 봄을 즐길 여유가 없다. 26년간 등산로에서 조용히 사람과 산을 지켜 왔을 뿐이다. 생명을 지키는 의무감과 끈끈한 동료애로 뭉친 그들이 ‘산에서 배워 사람들에게 베푸는’ 등정길을 따라가 봤다. 글·사진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산악구조대’라는 글씨가 새겨진 녹색점퍼 차림의 구조대원들의 순찰길을 따라나섰다. 구조대 산장에서 마당바위 쪽으로 가다 신선대로 방향을 트는 비교적 짧은 코스였다. 10분쯤 지났을까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대원들은 축지법을 쓰며 날아다니는 손오공 같았다. 다들 아무리 20대 초반이라지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고 발걸음은 마치 솜털 같이 가벼워 보였다. 세 갈래 길 앞에 다다르니 등산로를 벗어나 낙엽이 쌓인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인명을 구조할 때 이용하는 단축 루트라고 한다. 김준석(22) 대원은 “구조할 때 헬기가 뜰 수 있는 날은 절반밖에 안 된다. 대부분 우리들이 들쳐 업거나 들것에 싣고 119구급대가 있는 산밑까지 무조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대부터 주봉, 포대능선을 거쳐 사패산까지가 구조대의 영역이다. 하루 24시간 비상대기체제다. 도봉산은 대부분 암반과 기암절벽으로 돼 있어 안전사고가 잦은 편이다. 지난해만 해도 125명이 다치고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는 3월 현재까지만 17명이 다치고 3명이 숨졌다. 지난달 28일엔 1만 4245명이 방문해 하루 동안 구조 헬기가 세 번이나 떴다. 구조대원이라고 다치지 말란 법은 없다. 김병철(54) 대장은 “지난해 송추에서 신선대로 오는 길목에서 사고가 접수됐는데 우리 대원이 구조하러 뛰어가다가 돌 사이에 발이 끼어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골절됐다.”면서 “사람 구하기도 전에 대원들이 먼저 일 치르겠다는 생각이 번쩍 나더라.”며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전득주(45) 대장은 아침에 올라오면 근처 석굴암에 들러서 다치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부터 올린다. 종교는 없지만 지난해 5월 도봉산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생긴 버릇이다. ●산에서 인생을 배운다 의경 신분이라 아직 어린 대원들은 산에서 인생의 첫 죽음을 경험했다. 홍기문(22) 대원이 겪은 첫 사망자는 아직도 그의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칼바위에서 떨어져 죽은 20대 남자다.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결혼을 미뤄 왔다고 한다. 결혼할 때까지 약혼녀가 뒷바라지해 준 끝에 어렵게 취직했다며 좋아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남자는 약혼녀와 등산복을 맞춰 입고 다정하게 손잡고 도봉산을 찾았다. 가파른 암벽 앞에서 약혼녀를 산에서 내려가는 길로 먼저 보내고 혼자 바위를 탄 게 마지막이었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이렇듯 죽음이 쌓여갈수록 그들은 삶을 배운다. “구조하면서 오히려 저희가 더 배웁니다. 삶에 감사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요. 산 앞에서 겸손해지기도 하고요.” 홍 대원은 순찰을 돌다 사망지점을 밟을 땐 이 곳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눈에 선해진다. 그럴 땐 영혼이 산을 맴돌지 말고 편한 곳으로 가시라고 잠시 두 손도 모아 본다. 대원들의 목소리는 하나 같이 차분하고 얼굴은 부처처럼 온화하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현장에선 나이가 서너배 많은 어르신도 그들의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산은 인생이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쉼없이 이어진다. 급한 맘에 성급히 추월하거나 준비없이 덤벼들면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날이 궂은 날엔 오히려 사고가 적다. 노인들의 사고 빈도도 낮다. 험한 날엔 일부러 조심하고 노인들은 자신의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등산 좀 했다.’고 자부하는 30~40대들이 잘 다친다. 사고는 순간이다. 대원들은 “산에선 1초도 만만히 봐선 안 된다.”라며 신신당부했다. 구조대원들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다. 때문에 ‘One for all, all for one(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의 정신이 강조된다. 고참이니 신참이니 하는 위계 질서는 중요치 않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로프처럼 단단히 엮여져 있어야 한다. 전득주 대장은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원을 뽑을 때 신체조건보다 인성을 더 본다.”고 소개했다. ●“등산도 경쟁의 장이 돼서 안타깝다” 조난 접수가 들어오면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몇 시간이 걸려도 온 산을 헤매고 다녀야 한다. 김준석 대원은 “그럴 땐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제발 빨리 찾아서 구하게 해달라는 간절함 뿐이다.”라고 말했다. 구급장비가 담긴 20㎏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힘든 걸 느낄 새도 없이 뛰고 난 다음날이면 옴짝달싹 못한다. 등산객들이 봄꽃을 즐기는 쉼터가 그들에겐 촉각을 다투는 응급현장이자 삶의 배움터다. 사망자가 생길 땐 내 탓인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전 대장에겐 지난해 12월에 사망한 40대 여성의 경우가 그랬다. 영하 12도가 넘는 칼바람 추위에 해질 무렵쯤 만장봉에서 추락자 신고가 접수됐다. 전 대장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헬기 예열시간을 벌려고 미리 헬기 요청을 띄워 놓고 현장에 나선 사이 최종 결재를 기다리다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 “그날따라 사정상 헬기는 뜨지 못했고 구조대가 병원으로 옮겼지만 환자는 결국 숨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주5일제 이후 등산객이 급증했지만 등반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즐기는 게 아니라 남보다 앞서서 산 정상을 올라가기에 바쁘다는 지적이다. 전 대장은 “원래 우리의 산 문화는 ‘입산(入山)’이다. 굳이 정상을 밟지 않아도 물 좋고 바람 좋은 바위에 걸터 앉아 시 한 수 읋고 피리부는 풍류를 즐기는 쪽이었다.”면서 “그런데 서양식 산행 문화가 도입되면서 언제부턴가 정상탈환이 목표가 돼버렸다. 등반시간을 단축해야 된다는 생각에 산도 대결의 장으로 바뀐 것 같아 안타깝다.”며 멀리 산너머로 눈길을 돌렸다. ●몸짱·마음짱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등산로는 대원들에겐 생명길이다. 구조대에 들어오면 먼저 도봉산 등산로 지도를 그리고 읽는 법부터 배운다. 지난달 23일 입산한 막둥이 김수호(21) 대원은 아직도 등산 루트를 정확하게 외지 못했다. 마당바위~관음암~칼바위~신선대~포대능선 등 주 순찰 코스는 서너곳. 그러나 산악구조대원이라는 명함이라도 들이밀자면 등산로 수십 개를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김 대원은 그러면서도 “사고 다발지역인 칼바위, 포대능선쪽은 자신있다. 순찰 때마다 앞장서서 가보곤 한다.”며 자랑했다.  등반대에 들어오면 3주 정도는 구조요청 접수, 응급처치 연습 등 실전에 투입될 준비를 한다. 대원들에게 주어지는 덤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단련되는 몸이다. ‘물살’로 입산해서 한 달이 지나면 배가 들어가고 6개월이 지나면 잔근육이 튀어 나오기 시작한다. 하산할 때쯤엔 다들 몸짱으로 변신한다. 자신만의 은신처도 생기게 마련이다. 홍 대원은 “마당바위로 가는 길목에 아지트가 있다. 사람들의 왕래도 적고 햇볕이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데다 바위가 험하지 않아 힘들 때면 찾곤 한다.”고 귀띔했다. 입산해서 처음 내려다 봤던 서울 야경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홍 대원은 “새까만 바탕에 별빛처럼 박힌 도심의 불빛을 보고 고참들에게 ‘절경 보고 왔습니다.’고 보고했더니 막 웃더라. 그것도 한달만 지나면 지겨워진다고.”라며 웃어 보였다.  하산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최고참 박서광(22) 대원 눈에 비친 산과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박 대원은 “의외로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도 많다. 술이 취했거나 다투는 사람들, 불법취사를 하거나 인화물질을 소지한 이들까지. 안 된다고 말하면 막 대하는 분들도 많다.”며 씁쓸해했다. 의무경찰기간을 대충 때우라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박 대원은 “우리에게 ‘대충’이란 없다. 산에서 생명을 구하는 이들은 우리뿐이고 또 그 우리도 그 속에서 많은 걸 배운다.”며 힘주어 말했다. ■ 도봉산 산악구조대는 총8명 24시간 비상대기 26년째 ‘생명 지킴이’로 1983년 3월 북한산 인수봉에서 대학생 산악연맹 소속 7명이 암벽에 매달려 동사한 사고가 일어났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꽁꽁 언 로프 때문에 바위 아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이 비극을 계기로 북한산과 도봉산에 산악구조대가 생겼다. 24시간씩 교대근무하는 대장 3명과 대원(의경) 5명이 한 식구다. 도봉산 정상 선인봉 약 300m 아래의 암벽 밑에 위치한 구조대는 2003년 12월, 99㎡(약30평) 남짓한 아담한 단층 목재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침실 2개와 주방, 화장실을 갖췄지만 대원들은 그전까지 움막 같은 곳에서 쪽잠을 자야 했다. 물도 맘놓고 쓸 수 없었지만 지난해 11월 근처 샘(푸른샘)을 연결해 그나마 생활이 나아졌다. 대원들은 “이제는 등산객들이 언제고 방문해도 마음껏 물동냥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1t짜리 물탱크와 정화조를 갖춰 도봉산 환경 문제도 해결했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순찰로 시작해 순찰로 끝난다. 아침 6시30분쯤 일어나 끼니 때와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2인 1조로 짜여 무전기를 동반하고 순찰을 돈다. 하루 최소 7시간 이상을 산 속에서 보낸다고 한다. 구조대에 도착하면 마스코트인 혼혈 진돗개 ‘마초’가 먼저 맞아 준다. 앞서 자리를 지켰던 흑삽살이가 병으로 아쉽게 저 세상으로 간 뒤 들여온 녀석이다. 등산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 심하게 짖지는 않지만 눈빛이 날카로워 ‘마초’란 이름이 붙었다. 낯을 익히면 금방 짓궂게 달려드는 놈이다. 구조대를 힘빠지게 하는 것은 오래된 구조 매뉴얼과 부실한 현장 지원이다. 구조헬기는 소방방재청장의 최종 결재가 떨어져야 뜰 수 있다. 분초를 다투는 현장에선 가슴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장까지 6명, 소규모 살림에 의경 한 끼 부식비 1200여원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을 오르내리며 등산객들이 건네는 ‘수고하십니다.’ 한 마디, 도움받은 이들이 고맙다며 산 아래 맡겨 놓는 김치 한 통에 오늘도 대원들은 밤낮없이 도봉산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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