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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우수 어린이공연 다 모였네

    방학을 앞두고 어린이 공연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오랜 경험과 세심한 기획으로 정성껏 만든 수작도 많지만 허울만 그럴듯한 돈벌이용 공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큰 부모라면 25일부터 8월2일까지 서울 정동 문화일보홀, 서대문아트홀,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미동초등학교 등지에서 열리는 ‘아시테지 여름축제’를 들러볼 만하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공연예술축제로, 세계 각국의 우수 공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로 벌써 17회를 맞은 연륜 있는 행사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어린이에게 어린이를 돌려주자’.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어른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는 어린이에게 맘껏 뛰놀며 즐길 수 있는 놀이의 장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축제에는 올해 서울어린이연극상 본심 진출작인 국내 4개 작품과 독일, 호주,영국,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일본의 초청작 6편 등 총 10편이 소개된다. 유럽에서 인기있는 영유아용 베이비 드라마 같은 새로운 흐름의 어린이 공연을 비롯해 멀티미디어 그림자극, 인형극, 라이브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가 관객을 맞는다. 크로아티아 극단 말라 시나의 ‘그런데 넌 누구야’, 오스트리아 극단 듕글 빈의 ‘서프라이즈’는 대사 없이 몸짓과 움직임만으로 극을 이끌어 가며 영유아의 표현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넥타이, 다리미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활용한 영국 극단 이올로의 ‘카펫 밑에서’도 흥미롭다. ‘신나는 연극놀이’, ‘신비한 마술학교’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와 워크숍 등이 무료로 열린다. (02)745-5874~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우리 아빠 이름은 반칠득/방미진

    [엄마와 읽는 동화] 우리 아빠 이름은 반칠득/방미진

    설 전날, 아빠와 나는 창원에 있는 큰집에 가기 위해 고속버스에 올랐다. “멀미 나나?”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잔뜩 찡그리고 있는 나에게 아빠가 물었다. 나는 대꾸도 없이 창밖만 봤다. 넓은 도로가 시원스레 펼쳐지면서 커다란 나무들과 공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어느새 창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창원은 한적하고 깔끔한 도시다. 나는 창원의 탁 트인 느낌이 좋다. 하지만 큰집이 가까워 올수록 멀미는 심해졌다. “멀미 나면 오징어 먹어라.” 아빠가 내 눈치를 보며 오징어를 내밀었다. 나는 아빠를 보지도 않고 물었다. “또 술 먹을 거가?” 기어이 말하고 말았다. 출발하기 전부터 내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안 묵는다. 정초부터 무슨 술이고.” “약속했데이.” “알았다. 오징어나 묵어라.” 나는 그제야 무시하고 있던 아빠의 손에서 오징어를 받았다. 아빠는 날마다 술을 먹는다. 옛날부터 그랬다. 하지만 친척들 앞에서 술 먹는 것만큼은 정말 싫다. 큰집에 도착했다. 큰엄마, 큰아빠, 식이 형, 고모, 고모부, 영이, 공이. 모두 와 있었다. 다들 들어서는 우리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큰엄마가 아빠 손에 들린 청주 한 병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오느라 힘들었제. 차 안 밀리드나?” 우리가 거실 가운데로 들어올 때까지, 청주는 아빠 손에 그대로 들려 있었다. 아빠는 슬그머니 거실 한쪽에 청주를 내려놓았다. “야! 시내 구경하러 가자!” 식이 형이 말했다. 나는 나가면서 아빠에게 눈짓을 보내, 다시 한 번 술 마시지 말라는 다짐을 해 두었다. 하지만 아빠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눈을 피했다. 불안한 마음이 일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따라 나왔다. 우리는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서 시내를 구경했다. “경수, 니 키 마이 컸네. 내 보다 더 크나?” 같은 나이인 영이가 바짝 다가와 키를 쟀다. 괜히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나는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고 뭘 찾는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니야. 경수 오빠야가 더 크다.” 일곱 살인 공이가 내 팔에 매달리며 말했다. 살갑게 구는 공이 덕에, 낯설고 어색한 기분이 많이 사라졌다. 나는 공이가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동생이라도 되는 듯, 괜히 더 살뜰하게 챙기며 공이 손을 꼭 잡고 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큰집이 가까워오자 또 불안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벌써 술판을 벌였는지 떠들썩한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려왔다. 다행히 아빠는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 “한잔 더 하소.” 고모가 술을 권했다. “마, 고만 묵을란다.” 아빠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인데 무슨 소리고. 한잔 받아라. 요새 가게는 장사 되나?” 큰아빠가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장사? 잘 되지! 안 될 리가 있나.” 아빠는 몇 년째 회사도 안 나가고 엄마가 하는 분식집 일을 거들고 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손님도, 배달도 줄어 아빠는 하루 종일 가게 구석에 앉아 홀짝거리며 술을 마신다. 아빠는 눈을 반짝이며 술잔을 받았다. 그때부터 아빠는 자제력을 잃고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풍을 쳐댔다. “야는 일등밖에 안 한다.” 아빠가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나는 반에서 30등 하면 잘하는 거다. “야가 이번에 중학교 들어 가제?” 고모가 물었다. “하모. 일등 중학교 안 들어가나. 무슨 시험이든 일등이라.” 입학시험 치는 중학교는 없을 뿐더러 일등 중학교도 없다. 아빠는 계속해서 빤한 거짓말을 해댔다. 친척들 얼굴에 슬슬 지겨운 표정이 드러났다. “니는 고만, 입 좀 다물어라.” 큰아빠가 일어나며 말했다. 허우적거리며 걸어가는 큰아빠의 발에 청주병이 걸려 넘어졌다. “뭐가 이래 걸리적거리노? 이게 뭐고?” “식이야 저거 좀 치워라. 술병을 와 저 놔뒀노?” 큰엄마가 삐죽거렸다. “엄마, 냉장고에 넣으까?” “아무데나 갖다 놔라.” 괜히 가슴이 오그라들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경수야. 게임하자. 이리 온나.” 식이형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동정 받는 것이 싫었다. 식이형이 나를 억지로 끌었다. 나는 못이긴 척 식이형을 따라 방으로 가면서 아무도 몰래 눈물을 찍어냈다. 설날 아침이었다. 우리는 제사를 지내고 성묘도 하고 왔다. 집에 돌아와 어른들은 다시 술판을 벌였다. 아빠는 이미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나는 그만 마시라고 계속 눈치를 줬다. 하지만 아빠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피했다. 아빠는 술에 취해 또 허풍을 쳐댔다. “동네에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따르는 사람이 천지다. 내가 운만 따랐으면 벌써 국회의원 돼 있을 놈이라. 큭큭큭.” “쓸데없는 소리 고마해라. 시끄럽다마.” 큰아빠가 말하자 고모도 맞받아쳤다. “코딱지만 한 가게하면서 무슨 사장이고? 제발 정신 좀 차리소. 분수를 알아야지.” “뭐? 분수? 지금 어떤 놈이 내한테 분수 어쩌고 지껄여 샀노? 내가 누군 줄 아나? 어? 반칠득이라고! 반. 칠. 득! 알겠나?” 아빠가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써댔다. “여기 오빠야 칠득인 거 모르는 사람 있나? 조용하소.” 고모가 화를 냈다. 아빠는 더욱 악을 쓰며 몸부림을 쳐댔다. 급기야는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기 진짜 미칬나! 니 칠뜩이 아니랄까봐 이라나! 와 이라노! 칠뜩이짓 고만해라. 어이!” 큰아빠였다. 엄마가 아빠랑 싸울 때도 이런 말을 자주 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큰아빠가 그러니까 눈물이 핑 돌았다. “술 마시면 개다. 개!” 큰엄마였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자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식이 형이 따라 들어왔다. “새끼 우나? 뭘 그라노? 다들 술 채 가지고 헬렐레해서 그러는 거 아이가. 어디 한두 번이가? 니가 이해해라.” 매년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그래서 더 싫은 거다. 식이 형도 싫다. 큰아빠 자식이라서 싫다. 친척들도 다 싫다. 영이, 공이도 다 싫다. 창원도 싫고 설날도 싫다. 추석도 싫다. 아빠도 싫다. 어른들은 한바탕 소란을 피운 뒤,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다. 밤이 되자 어느 정도 술이 깨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텔레비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는 과장되게 웃고 떠들었다. 그 모습이 광대처럼 우스꽝스럽게 느껴져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집에 가자.” 아빠에게 말했다. “하루만 더 있다 가자. 오랜만에 만났다 아이가. 와 그라노?” 왜 그러는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나는 아빠를 계속 따라다니며 졸랐다. “오빠야, 더 있다 가라.” 공이가 나를 잡아끌며 말했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 하루만 더 있다 가그라. 이 밤에 어딜 간단 말이고. 차표도 없을 거구만.” 큰엄마였다. “야가 와 자꾸 갈라고 이라노? 아빠 회사도 안 간다 아이가. 오래 있다 가그라 마.” 고모였다. 나는 뚱하니 아빠 팔만 잡고 흔들어댔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왔다. “경수 여자 친구 만날라고 안 그라나. 니 내일 약속 있제. 그자?” 식이 형이 말했다. 고마웠다.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말을 하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눈물을 감추려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결국 아빠와 나는 한밤중에 큰집을 나왔다. 아빠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와?” “아빠가 술 마시고 그라니깐 그렇지! 다시는 여기 안 올 거다!” 터미널까지 가는 동안, 나는 아빠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터미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표도 모두 매진이었다. 우리는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다. 이대로 다시 큰집에 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차라리 여기서 밤을 새야지 싶었다. “뭐 좀 먹을래?” “됐다.” 나는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고 잘라 말했다. 아빠가 내 눈치를 슬슬 봤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가서 표를 구해왔다. “니도 내 싫나?” 대뜸, 아빠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자꾸만 눈이 시려왔다. 나는 눈에 뭐가 들어간 척, 눈을 비벼댔다. 손등에 물기가 축축하게 묻어났다. “가자!” 아빠가 나를 잡아끌었다. 우리는 사람들 틈을 헤치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빠가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아빠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아빠 손은 꺼끌꺼끌하고 차가웠다. 문득, 아빠 손한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말 가족이 부끄럽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남들 앞에 섰을 때요. 그럴 때면 내 가족이 남들 앞에서 초라하다는 사실이 분하고, 슬프고, 견딜 수가 없어 도망치고 싶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못난 부분을 보듬어 주는 것 역시 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경수가 아빠의 손을 꼭 잡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작가약력 1979년 울산 출생.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로 등단. 지은 책으로는 단편동화집 ‘금이 간 거울’(창비), 명랑심리동화 ‘행복한 자기감정 표현학교’(다산어린이), 청소년소설집 ‘라일락피면’공저(창비), 그림책 ‘비닐봉지풀’(느림보) 등이 있음.
  • 코코몽과 함께 친환경체험

    코코몽과 함께 친환경체험

    “얘들아, 냉장고 나라에 위기가 왔단다. 온난화 현상이 일어나 냉장고 나라가 녹아내리고 있어. 냉장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너희들의 힘이 필요해. 코코몽이 만든 친환경 무동력 놀이기구를 마음껏 즐기면 돼. 씽씽 에너지가 일어나 냉장고 나라가 시원해질 수 있거든.” 코코몽이 아이들에게 녹색 친환경 메시지를 심어주는 놀이터를 꾸렸다. ‘코코몽 녹색놀이터’다. 아이들이 손과 발로 직접 움직이며 뛰노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체험전이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11월29일까지다. 만 2~7세 아이들이 주대상이지만 가족이 함께하면 좋다. 어린이 입장료(1만 5000원)가 어른보다 2000원 비싸다. 단체는 8000원. 냉장고 문을 열면 친환경 재료와 기법으로 제작한 대형 캐릭터 조형물이 가득한 만화 속 세상이 드넓게 펼쳐진다. 어른 눈에는 유치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일단 커다란 바나나가 얹어진 코코몽의 집에서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자. 그 다음엔 마음껏 뛰어 놀면 된다. 20개에 달하는 다양한 체험존과 원목으로 만든 세계 각국 손발 동력 놀이기구 80여종이 기다리고 있다. 원통을 굴리며 분리수거를 배울 수 있고, 퀴즈나 게임으로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푸짐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코코몽과 친구들이 등장해 함께 율동을 배우는 미니 뮤지컬도 재밋거리. ‘냉장고 나라 코코몽’은 지난해 3월부터 EBS 등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냉장고 속 먹을거리인 소시지, 파, 계란, 당근 등이 마법의 힘으로 생명을 얻은 뒤 펼치는 모험담. 채소와 동물을 절묘하게 합친 캐릭터들은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성을 바꿔놨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큰 인기다. 코코몽을 탄생시킨 올리브스튜디오의 민병천 감독은 “놀 공간이 부족해 답답함을 느끼는 요즘 어린이들이 땀을 흘리며 마음껏 뛰어놀고, 그 과정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갔으면 하는 게 기획 취지”라면서 “코코몽은 동남아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다음달부터 중국 장기 순회전도 시작한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아픔 공감하는 이해심… 거부감 없는 신뢰 필수

    ‘노·노 상담가’가 갖추어야 할 첫번째 덕목은 ‘이해심’이다. 어른이 청소년을 상담할 때는 심리적이고 구체적인 요소까지 다루어야 하지만 노인에 대한 상담은 이해심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이해심이 닿는 범위는 제한이 없다. 노인이 이해심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은 자녀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다. 박종은(53) 한국고령사회교육원 원장은 “어르신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인생을 다 바치지만 다 키워놓은 자식은 부모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럴 때 느끼는 섭섭한 마음을 공감하며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춰 상담하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런 섭섭한 마음은 자기 자신을 가꾸고 개인생활을 즐기는 데 투자하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유도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또 전문성도 갖추어야 한다. 충분한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상담받는 노인들이 또래로 생각해버릴 수 있다. 그러면 상담가로서 의미가 없어진다. 전문성이 있어야 상담에도 신뢰가 생긴다. 노인들도 전문적인 상담을 해 주는지 그냥 말동무에 불과한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전문성은 지나쳐도 문제가 된다. 노·노 상담가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상담받는 노인을 가르치려 하면 거부감부터 들어 원활한 상담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 경기 노인종합상담센터 김은주(38) 실장은 “상담을 하시는 분 중에는 젊었을 때 고학력자였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노인들이 많다.”면서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강압적으로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되고,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오신 노인들의 입장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노 상담가는 노인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홍승연 강남대 실버산업학부 교수는 “상담가가 건강하기까지 하면 노인들의 롤모델이 돼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요즘 노·노 성 상담가도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면서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같은 특성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상담을 하면 젊은 사람이 상담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실버세대 희망 Job기] (6) 老-老 상담가

    [실버세대 희망 Job기] (6) 老-老 상담가

    노인자살·학대·사기 등의 ‘노인 문제’는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장식한다. 2008년 통계청의 ‘자살에 대한 충동 및 이유’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7.6%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연령대 평균이 7.2%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4400여명에 달한다. 노인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노·노(-) 상담가’는 일종의 구원투수다. 노·노 상담가는 전문상담교육을 받은 노인들이 다른 노인들을 상담해주는 직업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노·노 상담가는 ‘노·노케어’의 한 분야로 국내에 도입됐다. 노·노케어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정부가 노인일자리 30만개 창출을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노인들도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고민을 갖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이성문제, 질병, 직장문제, 외로움, 가정불화, 친구와의 불화 등이 주를 이룬다. 그 중에 빈곤, 질병, 외로움 등에 대한 고민은 다른 세대보다 더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민을 나눌 곳이 없다는 것이다. 집안의 ‘어른’인 5080세대가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다. 친구와 동료의 범위도 한정돼 있다. 단순한 고민을 넘어선 경제, 건강 관련 문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노·노 상담가는 또래가 고민을 상담해 준다는 점에서 노인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노인들의 마음을 노인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은 물론이다. 서울 강동구 노인복지팀 김정순씨는 “특히 가족문제는 또래들끼리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부갈등, 자식과의 갈등 문제 등 젊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을 노인들이 채워준다.”고 말했다. 노·노 상담가는 노인의 다양한 문제를 상담한다. 경제적 빈곤·가족 불화가 주요 분야다. 최근 활동의 폭이 넓어지면서 한 분야만 전담하는 전문 상담가도 생겨났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성(性)’ 상담가이다. 사회적으로 노인의 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성 상담을 받는 노인들은 대부분 ‘친구에게도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노인들의 성 고민은 의외로 다양하다. 노·노 상담가의 성 상담 일지를 살펴보면 ‘부인이 성관계를 거부한다.’ ‘성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 등의 내용이 심심치 않게 적혀 있다. 경기시흥시니어클럽에선 이같은 노인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성교육의 경우 별도로 전문 교육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동구, 경기 김포·화성·시흥시 등 다양한 지자체에서 모집·운영 중이다. 노·노 상담가가 되기 위해선 먼저 전문상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10회 안팎의 강의를 듣는다. 화성시 사회위생과 최미자씨는 “노인 문제나 노인 복지, 노인 심리 등 기본적인 과목을 위주로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최근 노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노인 학대예방과 성·우울·자살 예방 등으로 교육도 전문화됐다.”면서 “전문 상담가 못지않게 다들 열정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상담 방법, 상담자의 자세 등 효율적인 상담을 위한 교육도 필수다. 노·노 상담가는 보통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복지관, 노인센터 등에서 활동한다. 경기 화성시의 경우 4개 센터에서 21명의 노·노 상담가가 맹활약 중이다. 시흥시의 경우도 비슷한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보수는 월 20만원 정도로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한번에 5~6시간만 일하면 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가장 큰 장점은 상담가로 활동하는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피상담자의 당면한 문제를 들어주고 해결해 준다는 것이 이 직업의 매력이다. 체력적으로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5080 직업들이 성별 편향이 있지만 노·노 상담가는 성별에 구애 받지 않는다. 경기시흥시니어클럽 조미라씨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노·노 상담가는 신청자가 굉장히 많은 편”이라면서 “어르신들이 웬만한 복지사보다 노·노 상담가가 훨씬 낫다고 평한다.”고 말했다. 직업적 특성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피상담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필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끈기 있게 들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조씨는 “친구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노·노 상담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다시 만난 그의 삶 그의 꿈] 사막에 10억 그루의 줄기세포를 심는다

    [다시 만난 그의 삶 그의 꿈] 사막에 10억 그루의 줄기세포를 심는다

    지구의 허파, 그리고 악성종양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두 개의 허파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는 남미의 아마존 밀림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밀림이다. 지구에 발생하는 전체 산소량의 70% 이상이 이들 두 개의 밀림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에서 나온다. 그러니 지구의 허파인 이들 밀림의 나무들은 말하자면 허파꽈리인 셈이다. 우리는 이 푸르고 건강한 허파꽈리들로 숨 쉬고 살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이들을 베어 집 짓고 신문 찍고 책을 만든다. 이처럼 인간은 모두가 이들에게 평생을 빚지고 사는 빚쟁이인 동시에 일방적인 가해자이기도 한 셈인데, 그러면서도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껏 몇 해 동안 수발해 기르던 애완동물의 아픔이나 죽음에는 기꺼이 눈물 흘리면서도, 몇 십 년을 우리에게 봉사만 하다 쓰러지는 한 그루 나무의 장엄한 최후 앞에서는 슬퍼하기는커녕 도리어 현실적인 용도나 경제성만 셈한다. 이에 반해 그 크기가 나날이 확대되어 가는 지상의 사막들은 이를테면 지구의 악성종양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지만 그렇다고 사막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지도 못한 실정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시야를 부옇게 흐려 놓는 흙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황사. 심한 날엔 학교가 임시 휴교를 하고, 어쩔 수 없이 길에 나서면 숨이 턱 막힌다. 중국의 사막에서 서해를 건너 황사를 몰고 오는 편서풍을 거대한 장벽으로 틀어막을 수도 없고, 자연 현상 앞에 불가항력으로 묵묵히 현실을 내맡기고 체념하고 있을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다. 가속화 되어 가는 지구의 사막화에는 분명 인간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10년째 보여주고 있는 분이 있다. 이분의 방법이 사막화를 막는 최선의 대안이냐 아니냐를 따져 묻는 것은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보다 소중한 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실제적이며 지속적인 이분의 노력이고, 이러한 노력이 맺어가고 있는 긍정적인 결과가 아닌가. 의욕과 의지, 권병현 전(前) 주중대사 비 내리는 날 찾아간 ‘미래숲’ 사무실에서 만난 이 어른을 재작년에 처음 뵈었으니,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루는 역사적인 일을 한국 측 수석대표로 진두지휘했고, 공직에서 은퇴한 지금은 2001년에 설립한 한중문화청소년협회인 ‘미래숲’을 이끌며 우리나라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 사막에 나무 심기. 세계의 어떤 관련 학자들이나 환경운동가들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다. 이른바 ‘한중우호 녹색장성’ 프로젝트로 이미 1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고, 250만 그루에 이르는 나무들이 쿠부치 사막에서 자라고 있다. 황막한 죽음의 땅에다 열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여덟 그루를 살려낸 의지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이식한 나무들의 생존율이 팔십 퍼센트 이상이다. 이는 정상적인 토양에서도 이루기 어려운 놀라운 수치. 일찍이 한중 수교의 초석이었듯이 이번에는 사막과의 전쟁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며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사랑하는 후손들이 황사 없는 깨끗한 봄날을 호흡할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세계인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사막 식수 사업을 내일의 주인공인 우리 청년 대학생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환경보호 사업은 국가도 국경도 없는 인류 공동의 과제라는 분. 한국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일흔 번이 넘는 황사의 봄을 경험한 이분의 의지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던 사막을 푸른 물결 일렁이는 생명의 바다로 바꾸어 가고 있다. 내 이름을 새긴 나무 ‘미래숲’의 지속적인 쿠부치 사막 식수 사업은 많은 중국인들의 반성과 각성을 일깨웠다. 작년 12월 중국의 《인민일보》는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이분에 대한 특집 기사를 냈다. “한 한국 노인의 녹색 열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쓴 장문의 기사는 이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조목조목 다룬, 말하자면 자신들 중국과 관계된 권병현의 일생을 ‘요약한 일대기’라 할 만하다. 전례가 없던 한 외국인에 대한 이 신문의 전면 기사에는 오래 전 한중 수교의 과정에서 이 분이 했던 역할과 중국의 사막 식수 사업을 하게 된 계기, 그간의 과정과 현재의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기사를 읽고 나면 자존심 강한 중국이 관심과 감동을 지나 이분에 대한 경이로운 존경의 마음마저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보도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알고 있는 중국은 역시 대단한(?) 나라다. 이분에 대한 《인민일보》의 기사를 꼼꼼히 읽어가다 보면, 유난히 눈길을 잡아끄는 대목이 나온다. 기사가 너무도 귀에 익은 익숙한 이름들을 줄줄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오고, 기사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세계적인 명사들이 모두 ‘미래숲’의 사막 식수 사업에 기부금을 낸다. 자신들과 자신들 가족의 이름으로 사막에 나무를 심어달라고 한다. 분신일 수도 있을 ‘자신의 이름을 새긴 나무’가 불모의 사막에서 자란다는 건 얼마나 감동적이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선생은 진정한 수목장(樹木葬)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물론 유명인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원하면 이 보람된 일에 참여할 수가 있다. 당연하다. 이 일은 사회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쿠부치 사막’의 정체 한국 크기의 아흔아홉 배에 이르는 거대한 땅 중국에는 6대 사막이 있다. 선생의 눈길이 한시도 떠나지 않는 쿠부치 사막은 이중 중국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는 사막으로 최근에 생겼다. 끊임없이 동진을 계속하며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살아 움직이는 사막으로 지구 사막화의 한 표징이다. 수도인 베이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죽음의 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인들도 미처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때, 선생은 지독한 황사를 경험했던 1998년 주중대사 재임시절 당시에 이미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쿠부치 사막이 매년 봄 편서풍이 불 때 베이징을 거쳐 우리나라에 황사 현상을 가져오는 황사의 발원지라는 사실을. 쿠부치 사막을 떠난 황사 군단이 24시간이 지나면 베이징에, 48시간이 지나면 한국에까지 진군해 온다는 것을. 이 쿠부치 사막의 막무가내 동진을 저지하고 황사를 없애기 위해 선생이 구상한 방법이 바로 사막의 동쪽 끝을 남에서 북으로 나무들의 숲으로 가로막는 ‘녹색장성건설’이었다. 하지만 선생과 함께 사막 현지를 답사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이론에 의거해 모든 가능성을 판단하려는 지식인들의 한계에 선생은 의지와 실천으로 맞섰다. 그리고 지금 중국 대륙의 황야 쿠부치 사막은 한 한국 노인의 손에 의해 생명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푸른 지구별의 꿈 선생은 앞으로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의 힘으로 혼수상태에 이르고 있는 지구에 온전한 새 숨을 불어넣을 수는 물론 없겠지만, 이러한 노력에 있어 지상의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선생의 말씀대로 우리가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일생 공기 속을 떠돌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가 지구의 세입자이며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채무자들이다. 그런데도 갚아나가려는 의지와 실천은 고사하고 채무감마저 잃어버린다면 어찌 될까. 현대인들은 너나없이 마음에 사막 하나씩 지니고 산다. 권병현 ‘미래숲’ 대표가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은 곧 우리의 마음 사막에 푸름을 덧입히는 일이다. 흙먼지 대신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고 크고 작은 생명체들을 보금자리 틀게 하는 일이다. 이건 참말로 기쁘고 아름다운 희망이다. 희망은 이루라고 존재하는 것. 머지않아 10억 개의 줄기세포를 이식한 지구의 악성종양 쿠부치 사막은 건강한 예전의 모습으로 부활하리라. 황사 없는 봄의 ‘미래숲’이 ‘현실숲’으로 그 이름을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 글 최준 기획위원
  • [스포츠 라운지]두산 핸드볼팀 한솥밥 윤경신·경민 형제

    [스포츠 라운지]두산 핸드볼팀 한솥밥 윤경신·경민 형제

    2m가 넘는 당당한 ‘높이’에서 뿜어나오는 가공할 만한 왼손 슛을 앞세워 ‘한트발 마에스트로’로 불리던 형. 끈질긴 압박수비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살림꾼’ 동생. 친절하고 다정하게 농담을 건네는 형과 수줍은 듯 틀에 박힌(?) 모범답안을 내놓는 동생. 둘은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핸드볼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애정만큼은 아주 많이 닮았다. 마침내 두산 남자 핸드볼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윤경신(36)-경민(30) 형제를 만났다. 핸드볼 슈퍼리그가 한창이던 이달 초 전북 정읍국민체육관. 경기가 없는 날인데도 형제는 다른 팀 전력분석을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선수의 움직임을 꼼꼼히 체크하며 어떻게 경기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 ●“윤씨 형제의 한솥밥 힘을 보여주자” 충남도청에서 뛰던 동생 경민이 7월1일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형 경신은 지난해 7월 먼저 입단했다. 둘은 같은 중·고·대학교를 다녔지만 6살 차이가 나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국가대표팀에서뿐이다. 경신이 13년 동안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함께 피부를 맞댄 날도 드물다. 그래도 “전혀 서먹서먹하지 않아요.”라며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다. 경신은 동생의 플레이에 대해 “수비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공격은 더 가다듬어야 해요. 아무래도 포메이션이나 팀 플레이가 다르니까 두산에 적응하면 잘 하겠죠.”라며 일단 때리고 어루만진다. 옆에서 듣는 동생 경민은 장인어른의 말씀이라도 듣는 양 진지하게 고개만 끄덕인다. 장난스럽게 “형이 좀 무섭죠?”라고 묻자 “아니에요. 일상생활에서나 경기에서나 얼마나 자상하게 잘 챙겨주는데요.”라며 펄쩍 뛴다. 옆에 있던 경신이 “야, 그렇게 말하면 진짜 무서워하는 것 같잖아.”라면서 말린다. 경민이 두산 유니폼을 입은 건 형 때문. 형은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았다. 경신은 “은퇴 전에 같은 팀에서 더 많이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그동안은 다른 팀이라 눈치가 보였죠. 대놓고 응원할 수도 없었고….”라고 말한다. 사실 경신은 경민에게 칭찬보다 아쉬운 소리를 더 많이 한다. “다른 후배들한테는 칭찬할 수 있는 것도 경민이한테는 일부러 안해요. 아무래도 애착이 크다 보니까 그렇겠죠?”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하는 진한 마음에 동생 마음은 녹아내린다. ●형은 그림자에서 버팀목으로 경민에게 ‘월드스타’인 형은 벗어날 수 없는 그늘 같았다. 이제는 든든한 버팀목. “처음엔 부담스럽고 답답했는데 지금은 좋아요. 남들에게도 그렇지만 저에게도 형은 스타예요.”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같은 업계(?)에 있다 보니 형의 위대함을 더욱 피부로 느낄 터. 경신 역시 “날 우상으로 여기는 경민이가 있어 더 열심히 뛸 수 있었죠.”라고 전한다. 경민은 “형과 같은 팀으로 옮겼으니 잘 맞춰 꼭 우승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후, 한참 뜸을 들이더니 “후배들이 저를 ‘핸드볼 좀 잘했던 선수’라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인다. 국가대표팀은 물론 독일과 이탈리아 리그까지 누볐던 그에게는 조금 소박한 목표 아닌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룬 경신의 목표는 뭘까. 그는 “좋은 이미지로 남는 거죠. ‘최선을 다한다.’, ‘성실하다.’ 이런 소리를 듣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앞으로 2년을 더 뛸 생각이다. 형과 함께 있을 땐 마냥 동생 같은 경민이지만 다섯살 배기 딸 아진이를 키우는 어엿한 가장이다. 형의 아들 재준이도 다섯 살. 경신은 “동생 애가 더 클 뻔했어. 큰일날 뻔했지 뭐예요.”라면서 깔깔거린다. 정읍체육관을 찾은 꼬마들이 “우아~키 진짜 크다. 사인해 주세요.”라며 둘을 에워쌌다. “그래, 이름이 뭐야?”라고 물으며 살갑게 구는 형과 묵묵히 사인을 해주는 동생. 둘은 분명 달랐지만 사람냄새 나는 매력으로 똘똘 뭉친 형제였다. 글 사진 정읍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형 윤경신 ▲출생 1973년 7월7일 서울 ▲체격 203㎝, 95㎏▲학력 숭덕초-광운중-고려고-경희대-동 대학원▲가족 아내 권순균(36)씨와 아들 재준(5)▲포지션 라이트백▲경력 독일 분데스리가 Vfl굼머스바하(1996~2005), 함부르크SV(2006~07), 두산(2008년7월)~▲수상 큰잔치 최다골(556골), 분데스리가 득점왕 7회(97~2002년 6연패 포함) 및 통산 최다골(2908골), 국제핸드볼연맹 올해의 선수상(2001), 아테네올림픽득점왕(2004), 아시안게임 득점왕(90·94·98), 세계선수권대회 득점왕(95·97) ●동생 윤경민 ▲출생 1979년 10월31일 서울▲체격 193㎝, 90㎏▲학력 송중초-광운중-고려고-경희대▲가족 아내 이지현(30)씨와 딸 아진(5)▲포지션 센터백, 레프트백▲경력 1998년 국가대표, 올림픽 3회 출전(2000·04·08), 아시안게임 2회 출전(1998·2002), 독일 2부리그(2003) 및 이탈리아 리그(2006) 진출
  • “해마다 하수 역류… 15년째 이 고생”

    이번 장맛비의 특징은 많은 비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국지성 호우’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 피해가 예년보다 클 것으로 예측했다. 주택가 비 피해의 대부분이 제대로 된 배수로가 만들어지지 않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습 침수지역이나 저지대 거주민, 빈곤층 등 호우취약계층은 해마다 이맘때면 고달픈 여름나기를 걱정한다. 이들은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올해도 연례행사처럼 물난리를 치르는 것 아니냐.”며 하나같이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저지대로 여름철 집중 호우 때마다 물난리를 겪는 공항동 일대. 지난 7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본 H아파트 주민 이모(43)씨는 15일 “현재 개발 중인 마곡지구 때문에 구청에서 좀처럼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2012년 마곡지구가 개발되면 나아진다지만 그 때까지 물난리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건가.”라며 가슴을 쳤다. 배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하수구 밑바닥을 긁어내는 등 특별한 배수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어 하수가 역류하는 등 매년 물난리를 치른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 공항동 근처 내발산동의 한 빌라촌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날 쏟아진 호우로 상당수 주택의 지하실이 물에 잠겨 쌓아놓은 물건들을 고스란히 버려야 할 처지였다. 강서구에서 15년을 살았다는 주민 박모(68)씨는 “폭우로 물이 들어온 데다 낙후된 배수펌프 연결파이프가 고장 나는 바람에 물이 어른 무릎 높이까지 가득 찼다.”며 울상을 지었다. 산동네나 판자촌에 사는 빈곤층도 ‘호우취약계층’이긴 마찬가지다. 전날 191㎜의 비가 내린 개포동 구룡마을. 개천이 범람 직전까지 차오른 가운데 남성 주민들이 모래 자루를 나르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여성과 아이들, 노인들은 집을 떠나 마을의 주민자치회에 모여 불안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을 주민 김모(56)씨는 “텃밭이 물에 잠기고, 방에 물이 들어차는 등 주민 여러 명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설치해 놓은 펌프가 고장 나 집에 물이 들어가려는 찰나 강남소방서에서 출동해 방재작업을 도와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주민들은 하지만 “비온 뒤가 더 문제”라며 말했다. 구룡마을은 대모산 아래 있는 고지대이지만 배수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건물이 낡고 허술해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호우취약계층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4월 풍수해보험을 만들었다. 풍수해보험은 태풍, 홍수 등으로 인한 주택, 축사 등의 재난 피해에 대해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주는 정책성 보험으로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험료의 약 60%를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94%, 차상위계층은 80.5%의 보험료를 지원해준다. 하지만 가입자는 총 41만 8417가구로 저조하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은 올해부터 시작된 탓에 아직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강원 산간 뗏목체험장 입소문

    강원 산간 뗏목체험장 입소문

    한여름 뗏목체험을 운영하며 떼돈을 버는 강원 산간 오지마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강원 영월군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이 그곳이다. 마을주민 6가구 16명이 설립한 영농조합법인 한반도뗏목마을이 지난 4월18일부터 뗏목과 줄배타기를 운영하며 쏠쏠한 돈벌이를 하고 있다. 뗏목 체험장은 운영 3개월 만인 지난 12일 유료 이용객이 2300명을 넘었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씩(단체 20% 할인)을 받아 지금까지 순수 체험 수익금만 1100만원에 이른다. 관광객들이 마을에 머물며 먹고 자는데 쓰는 비용까지 합하면 마을발전에 미치는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선암마을의 뗏목 체험은 평창강 물줄기가 만들어 놓은 한반도 지형의 동해안을 출발해 서해안까지 1㎞ 구간을 왕복하는 것으로 주말·휴일·피서철에는 매일, 평일에는 단체 예약을 받아 운영된다. 본격 피서철이 시작되는 이달 말부터 피서객이 폭주할 것으로 보고 현재 나루터 인근에 얇은 돌 조각인 너와로 지붕을 엮은 황토 체험관을 신축, 휴게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다음달에는 영화제와 친환경 농산물 판매장터, 먹을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한반도뗏목마을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영월군 농업기술센터 송초선씨는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뗏목체험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 폭발이다.”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 한 해 이용객이 7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월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광주 ‘도심 주말농장’ 주민 쉼터로

    광주 ‘도심 주말농장’ 주민 쉼터로

    “토마토가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자라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지난 주말 광주 서구 풍암동 풍암제와 이웃한 중앙공원 빈 터에서 채소류를 돌보고 있던 이모(66)씨는 “요즘 화초와 채소류를 돌보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손자들을 데리고 틈나는 대로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는 지난 5월 빈 땅으로 방치된 이곳 일대 7000㎡를 10㎡ 단위로 쪼개 주민들에게 무료로 임대했다. 모두 360개 텃밭이 생겼고, 주민들이 고추·상추·토마토·화훼류 등을 가꾸기 시작한 지 3개여월 만에 ‘도심 속의 농촌’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주말마다 가족 단위로 텃밭에 나와 밭을 일구고 채소류에 물을 주는 등 체험과 여가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모(56·여)씨는 “텃밭에 심어진 화초를 가꾸다 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며 “이를 오래도록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구가 이 주말농장 임대사업을 시작한 것은 잡초가 우거진 빈 터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을 막고 주민들에게 친환경 유기농사법을 보급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에 80m 깊이의 관정을 파고, 모터 펌프를 설치하는 등 급수 시설을 마련했다. 공모를 통해 주민을 선발하고 농사를 짓도록 했다. 농약 사용을 금지하고 비닐 피복 등은 설치하지 못 하도록 했다. 또 희망근로사업과 연계해 무단경작과 쓰레기 불법투기 등을 막았다. 구는 당초 이 농장을 추수기인 10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주민의 반응이 너무 좋아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일대는 불법 투기한 쓰레기와 무허가 건축물이 철거되는 등 ‘웰빙테마파크‘로 변신하고 있다. 1956년 농업용으로 축조된 저수지는 면적 24만여㎡에 총 저수량 43만t에 달한다. 주변엔 풍암·금호지구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서구는 이에 따라 2007년 중앙공원, 금당산과 연계한 생태공원화 사업에 착수했다. 주말농장 주변의 무허가 음식촌 등을 정비하고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 2600여그루의 나무와 꽃들을 심었다. 벽천분수, 한식정자, 생태습지, 목교, 1300㎡ 규모의 튤립동산 등 수변과 어우러진 자연친화 시설물을 설치했다. 황톳길, 자연 쇄석길 등 1.7㎞의 웰빙순환산책로와 경관조명 공사도 조만간 마무리한다. 전주언 서구청장은 “풍암호수 일대를 생태체험이 가능한 가족 쉼터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세계 최연소 3살 ‘패러글라이더’ 파일럿

    성인도 타기 어려운 패러글라이더를 자유자재로 즐기는 브라질 소년이 해외언론에 소개됐다. 올해 세 살이 된 ‘루안’은 하늘을 나는 꿈만 꾸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실제 매일 하늘을 날며 자유를 만끽한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어린 파일럿일 루안은 작은 몸집에 맞게 맞춰진 끈을 조종하며 어른 못지않은 패러글라이딩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 해, 패러글라이더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아빠와 동승해 바람의 방향을 읽거나 착륙하는 법을 배워야 했지만 지금은 전문가들도 놀랄 만큼 ‘즐길 줄 아는’ 프로가 됐다. 루안은 “하늘을 나는 것이 내게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매우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없다.”면서 “처음에는 아빠와 함께 날았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잘 한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루안의 아빠 카를로는 “아이의 실력이 생각보다 빨리 늘어 매우 놀랐다.”면서 “몇몇 주위 사람들은 아이를 차에 매달고 하늘을 날게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짓이라고 하지만 패러글라이더를 탄 아이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EU FTA 타결] 李대통령 막전막후 활약

    │스톡홀름(스웨덴) 이종락특파원│스웨덴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 그동안 기울인 숨은 노력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초 폴란드와 이탈리아가 한·EU FTA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때마침 이 대통령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순방을 통해 이들 두 국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투자 늘 것” 강조에 수긍 이 대통령은 “폴란드의 경우 유보적인 입장이 상당히 강했고 대통령과 총리의 관장 업무가 다른만큼 견해도 달랐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EU FTA가 체결되면 폴란드에 대한 한국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미 진출한 한국 기업도 폴란드를 EU와 러시아로 통하는 수출 관문이자 전초 기지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며 설득했다. 레친스키 대통령은 회담 직후 EU 통상장관 회의에 FTA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탈리아도 정상회담 직후 ‘우군(友軍)’으로 돌아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기업인 피아트 때문에 FTA를 망설였다.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의 입장 전환과 관련해선 “정말 극적으로 됐다.”고 회상했다. 이 대통령은 “피아트가 만드는 것은 소형이지만 서울에서 실어오는 자동차는 쏘나타 같은 중형 또는 그 이상이어서 피아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伊총리 신념 치켜세워 효과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는 EU의 의장국이고 G8의 의장국을 맡았고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유럽에서 최장수 3번째 총리로 우리말로 하면 어른인데 누구보다고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이 강하지 않으냐.”고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말했다. 결국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FTA 지지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에 맞는 맞춤형 설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jrlee@seoul.co.kr
  • 초등생이 듣기싫은 말 “공부 안하니?”

    EBS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가 14일 1500회를 앞두고 초등생 1500명을 상대로 ‘어른들이 이런 말 하면 상처받아요’라는 주제의 설문 조사를 한 결과, 38%가 ‘공부 안하니?’를 꼽았다. 2위는 ‘키 좀 크고, 살 좀 빼라’(17%), 3위는 ‘엄마 친구 아들은’(11%), 4위는 ‘야! 바보! 멍청아!’(6%), 5위는 ‘애들은 몰라도 돼’(3%) 등 순이다.
  • 서해안 해파리떼 습격 비상

    최근 전남 완도·영광 등 서해안 일부 지역에 보름달물 해파리 등 해파리떼가 대량 출현하면서 어민들이 조업을 포기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영광원전 냉각수 취수구 등에도 같은 종류의 해파리떼가 출몰해 원전 측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12일 이 지역 어민들에 따르면 최근 각종 해파리 떼가 극성을 부리면서 그물을 걷어올리지 못하는 등 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영광 안마도와 칠산앞바다 등지에는 지난달 초부터 어른 손바닥 크기의 해파리 떼가 출현, 갈수록 그 크기와 개체수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물을 조류에 흘려 민어·조기 등을 잡는 유자망 등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어민 김모(58·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씨는 “그물을 올리다 보면 해파리 무게를 견디지 못해 그물이 찢어지기 일쑤”라며 “당분간 조업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완도 인근 해역에 형성된 멸치어장도 이달 초부터 대형 독성 해파리 떼의 공습으로 쑥대밭이 됐다. 어민 이모(55·완도군 소안면)씨는 “멸치를 잡는 낭장망에 멸치는 없고, 대형 해파리만 가득차 개당 300만원이 넘는 그물이 훼손됐다.”며 “최근 조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영광원자력본부도 6개 냉각수 취수구에 몰려드는 해파리 퇴치에 애를 먹고 있다. 원전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보름달물 해파리를 하루에 2~24t정도 수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정보센터는 전국 해안에 보름달물 해파리가 급증하고 있고, 영광에 대량 출현한 해파리도 같은 종류라고 분석했다. 보름달물 해파리는 독성이 없지만, 가을까지 대량 습격할 경우 정치망·저인망 등의 어구가 파손돼 어장이 황폐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5080] “배려하는 마음 전파… 삭막한 사회에 인간미 불어넣죠”

    [5080] “배려하는 마음 전파… 삭막한 사회에 인간미 불어넣죠”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간의 예절을 명시한 신라 화랑의 세속오계(世俗五戒)가 전통으로 이어졌고, 유교의 삼강오륜(三綱五倫)도 사회 기본 윤리로 존중돼 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코리안특급’ 박찬호 선수는 마운드에 올라 경기 시작 전 심판에게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 모습을 본 미국인들은 당시 한국인의 예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오랜 전통인 예절이 급격한 사회 변화속에 많이 퇴색했다.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예절이 점점 등한시됐고,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부모형제, 부부, 스승과 제자, 상급자와 하급자 간에 지켜야 할 도리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이다. ●전통예절 체득 세대가 교육 맡으면 좋아 우리 사회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고유 전통인 예절을 되살리자는 목소리가 높다. 삭막해지는 사회를 보다 인간미 넘치는 사회로 만들자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5080세대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5080세대는 한국 전통 예절을 몸에 체득하고 있는 세대다. 사회가 급변하기 전 고유 문화와 예절의 본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던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 5080은 최근 변화된 사회의 실상까지 함께 경험해 우리나라 예절의 변화 양상을 그 어떤 세대보다 훤히 잘 안다. 해서 5080세대는 예절을 가르치는 ‘예절강사’로 제격이다. ●예절 교육에 필요한 자격은 예절강사를 하려면 우선 자격증을 따야 한다. 물론 나이 제한은 없다. 예절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에는 대표적으로 한국예절교육협회의 ‘예절사’와 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의 ‘실천예절지도사’가 있다. 두 곳 모두 예절교육자로서 공인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을 실시하며 교육 내용도 예절에 관한 전반적인 분야를 다룬다. 차이점이라면 예절사는 생활예절, 기업예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실천예절지도사는 전통예절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절사는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시험은 1년에 2회 실시하며 1회에 30명 정도가 자격을 얻는다. 예절사 2급에 응시하려면 예절교육기관에서 3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시험과목은 예론, 현대·생활·기업예절(30%), 관혼상제(30%), 면접 및 실기(40%)이며, 70점 이상 획득해야 합격한다. 예절사 1급은 2급 자격이 있는 사람만 응시할 수 있다. 1급 응시자는 한국예절교육협회에서 주관하는 예절 대학원 과정 150시간을 이수하고, 논문과 연구발표를 통과해야 합격할 수 있다. 합격 기준은 90점이다. 실천예절지도사는 만 19세 이상이면 특별히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하지 않아도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시험은 필기, 실기, 면접 3단계로 이뤄지며 단계마다 60점 이상 받아야 합격한다.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기시험에서 불합격하면 다음번 1차 필기시험은 면제된다. ●자격증 따고 예절강사로 거듭나기 예절강사는 초·중·고·대학 등 교육기관, 시민·복지단체, 기업체, 예식장 등 예절 교육이 필요한 어디든 파견된다. 급여는 시급으로 시민·복지단체의 경우 3만 5000~5만원, 교육기관은 5만~10만원, 기업체는 10만~15만원선이다. 그리고 강의는 보통 2시간씩 하기 때문에 시급의 두 배가 하루 일당이라고 보면 된다. 예식장 주례는 통상 10만원 정도를 받는다. 자격을 따고 난 뒤 혼자서 바로 현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예절교육협회는 초보 예절강사들을 데리고 선배 예절강사의 강의 현장을 견학한다. 견학 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면 복지·시민 단체에서 연습·경험 차원으로 선배와 동반으로 예절강의를 한다. 또 뛰어난 전문 예절강사 앞에서 예절강의 발표를 하고 평가도 받는다. 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보습교육도 실시한다. 이렇게 해서 강의력이 쌓인 예절강사는 본격적으로 단독 예절강의에 나서게 된다. 처음에는 협회의 도움을 받지만, 강의력을 인정 받은 예절강사는 각 단체에서 서로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하기도 한다. ●예절강사 무엇을 가르치나 예절강사는 말 그대로 예절을 가르친다. 전통예절, 생활예절, 직장예절, 관혼상제, 예학 등에 대한 이론 강의와 실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특히 5080세대라면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 주는 데 안성맞춤이다. 가르치는 세부적인 것은 절하기, 다도예절, 한복 입기, 상황별 친절 매너교육, 음식예절 등 예절이 필요한 전 분야에 걸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절강사의 역할은 예법 자체를 가르치는 것보다 예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예를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전파하는 데 있다. 예절은 인격의 표현이자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조능자 한국예절교육협회 상임이사는 “다른 사람에게 바른 인성과 삶의 모습을 전해야 하는 예절강사는 전통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면서 “많은 양의 독서를 통해 품성을 계발하고, 꾸준한 자기관리로 내·외적으로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지러운 풍속을 바로잡기 위해 어르신들이 발벗고 나선다면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인기 예절강사 되려면 ”학생 눈높이로… 이해 못하면 끈기있게”  예절강사는 비교적 노인이 일하기 쉬운 직업으로 꼽힌다.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육체·정신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노동 시간도 많지 않은 편이어서 예절강사로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많다.  최근에는 동화구연·한자·전통문화강사 등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 동화구연 강사는 주로 여성이, 한자강사는 남성이 많이 하는 편이다. 전통문화강사의 경우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예절강사로 보면 된다. 모두 학생을 상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일의 성격이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예절교육을 받는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천문화원에서 노인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송기동 사무국장은 “어린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때는 끈기를 갖고 가르쳐 줘야 한다.”면서 “어른이 보기에 당연한 내용을 어린이들이 모른다고 해서 혼내거나 다그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압적 강사 호응 떨어져 수업에 지장  송 국장은 너무 엄한 선생님이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간혹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대하는 강사도 있는데, 이럴 경우 수업 호응도가 떨어지고 수업 흐름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예절교육협회 윤경란 교육팀장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기가 알게 된 것만 고집하고 예절을 고정관념과 같은 ‘틀’로 생각하면 주위 사람이 힘들어진다.”면서 “예절을 무조건 가르치려고만 해서는 안 되고, 가르치면서 본인도 그 예절을 수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나이가 들수록 외모를 더 잘 가꾸어야 인기 예절강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인도 예절 ‘무장’ … 외모 단장·유머 필요  적극적인 성격은 기본 덕목이다. 남 앞에 나서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예절강사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에서는 대부분 ‘두려움 극복’ 전용 수업이 있을 정도다.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예절’을 재밌게 가르칠 수 있는 센스도 필요하다.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이정화 부장은 “예절강사들은 학생들의 호응이 떨어질 때 가장 힘들어한다.”면서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본인만의 기술이 있으면 좋다.”고 귀띔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현직 예절강사들의 조언 “예절교육, 특별할 것 없어 우리생활 후손에게 전하는 것” “곧 손자도 볼 텐데 미리 손자들 교육시키는 셈치고 시작했죠. 특별한 노력이 필요 없으니 처음부터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충남 천안시에 사는 최정자(59·여)씨는 어린이집 전문 예절강사로 맹활약 중이다. 평생을 주부로 살아온 최씨는 두 딸이 모두 출가하면서 적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갱년기 우울증도 찾아왔다. 그러다가 친구로부터 ‘예절강사’를 소개받았다. 아이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과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구쟁이 말썽엔 모두 내 손자려니…” 요즘 최씨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돌며 예절강사로 활동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어린이집을 돌며 기본적인 예절교육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성격이 다정다감한 최씨는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 때문에 간혹 애를 먹기도 하지만 ‘모두 내 손자려니 생각한다.’는 최씨다. 그는 “예절은 특별한 게 아니다. 우리 생활을 후손에게 전수해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힘 안들고 지식 발휘… 노인들 직업 강원 원주시에 사는 허만봉(64)씨는 2년 전부터 예절공부를 시작하며 예절강사로 활동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헌신해온 허씨에게 ‘예절강사’만큼 적합한 직업도 없었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기 때문에 은퇴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예절강사를 접하게 됐다. 허씨는 현재 교직경험을 살려 예절강사의 또 다른 선생님 격인 ‘예절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들과 직접 접촉하며 예절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직업을 원하는 또래에게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도 보람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예절강사야말로 60~70대에게 정말 좋은 직업”이라면서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고, 본인의 지식을 십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살고 있는 최성호(72)씨는 경찰공무원으로 총경까지 진급했다가 정년퇴임을 한 후 예절강사가 됐다. 현재 최씨는 한국예절교육협회 전국 지회에 출강하며 ‘예절사들의 예절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현직 경찰 시절 무술솜씨가 뛰어났던 최씨는 예절 강의에서 무도(武道)를 가르치기로 유명하다. 그는 2007년 71세의 나이로 전국 태권도대회 장년부문에 출전해 입상하는 등 지금도 변함없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민영 이영준기자 min@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한국인의 다양한 삶을 조망

    ‘존엄사’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고 품위 있게 죽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웰다잉’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죽음은 삶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웰빙 없이 웰다잉이 어렵고, 존엄사 이전에 ‘존엄로(老)’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품위 있게 나이 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태어나 자라나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인간으로서 위엄을 과연 얼마만큼 누리고 있는가. ‘생애의 발견’(인물과사상사 펴냄)은 한국인의 삶을 유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15개의 스펙트럼으로 나누어 조망한다. 청소년, 연애와 결혼, 주부, 중년 남성, 노인 등에 대해 다룬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 방대한 주제들을 하나의 책 속에 아우르는 작업엔 무리가 따른다. 그런데도 이 어려운 일에 도전한 것은 우리가 다른 세대나 이성(異性)의 경험 세계에 대해 워낙 무지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사회 현상으로 보면 나이와 성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듯하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흉내를 내고, 중년이나 노년은 젊게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남성들이 독점해온 공적 영역에 많은 여성들이 진출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하게 관리하는 ‘초식남’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기존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경험들이 섞이고 수렴된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더욱 간극이 벌어지는 듯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생애의 다른 단계나 처지에 있는 삶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입체적인 맥락 속에서 포착되는 자화상의 밑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살아온 날들의 경험으로 현재를 가치 있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다. 자기의 인생과 그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어른, 그 스토리텔링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젊은이들은 행복하다. 우리에게 그러한 성찰과 소통의 언어, 그리고 이질적인 세계에 대한 열린 마음이 절실하다. 표면의 차이를 넘어서 심층의 공감에 이르러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분석에 머물지 않고, 각각의 라이프코스를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이나 주장까지 나아간다. 그 부분이 저술의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상투적인 설교가 아닌 냉정한 물음과 뜨거운 모색을 시도했으나 내공의 부족을 절감했다. 지적 능력이 미흡하기도 하지만, 더욱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치열함이 모자랐다. 글쓰기는 그 비좁은 한계를 확인하고 돌파하는 모험이다. 외형적인 지표와 허세에 휘둘리느라 진정으로 좋은 삶이 무엇인가를 질문하지 않는 시대에, ‘너’ 속에서 ‘나’를 비춰보면서 ‘우리’의 테두리를 확장하고 다양한 생애를 상상하는 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1만 3000원.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관악산 무너미고개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관악산 무너미고개

    ●서울·과천·시흥·안양 아우르는 불꽃산 서울의 조산(朝山)인 관악산(632m)은 전형적인 화산(火山)이다. 서울, 과천, 시흥, 안양 등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불꽃처럼 펼쳐진 웅장한 산세를 볼 수 있다. 주릉, 팔봉능선, 육봉능선 등 관악산이 거느린 산줄기는 예외 없이 바위가 발달해 어느 등산로를 택하든지 험한 암릉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관악산은 예상 외로 시원한 계곡이 흐르는 부드러운 길을 숨기고 있는데, 그곳이 무너미고개다. 험준한 관악산이 무너미고개를 품은 모습은 마치 무뚝뚝한 사내가 애틋한 순정을 가슴 고이 간직한 것처럼 느껴진다. ●관악산과 삼성산을 이어주는 무너미고개 무너미고개는 관악산과 삼성산(478m)이 연결되는 꼭짓점이다. 지도를 보면 관악산과 삼성산은 남북으로 평행선처럼 우락부락한 암릉을 늘어뜨리면서 슬그머니 오른손과 왼손을 내밀어 서로 맞잡고 있다. 관악산은 알아도 삼성산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아우 격인 삼성산은 삼막사를 품은 명산으로 관악산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마치 북한산이 옆에 있는 도봉산 덕분에 더욱 화려해 보이는 이치와 같다. 무너미고개는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안양을 이어주는데, 고갯마루를 정점으로 양편 모두 시원한 계곡이 이어져 여름철 산행으로 그만이다. 특히 이 길은 비탈이 거의 없고 안양 쪽으로 서울대 수목원이 자리 잡아 가족 단위 생태 산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산행 코스는 서울대 옆의 관악유원지에서 시작해 안양예술공원으로 넘어가는 게 정석이다. 서울대 입구의 관악유원지는 시원한 계곡과 호수공원, 다양한 등산로가 펼쳐져 등산객뿐 아니라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차장과 식당 건물이 들어선 광장에서 ‘관악산 공원’이라 쓰여진 커다란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야생화 학습장’이 나오는데, 연꽃·여우꼬리·노루오줌 등이 꽃을 피웠다. 여기서 15분쯤 가면 호수공원 입구에서 길이 갈린다. 삼성산은 직진, 무너미고개로 가려면 왼쪽 호수공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호수공원은 옛 수영장 부지에 약 800평 규모로 조성된 인공호수다. 정자에서 내려다 보는 공원의 모습이 그럴 듯하다. 호수공원을 지나면 시원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계곡은 제법 수량이 많아 아이들은 물놀이 재미에 푹 빠지고, 어른들은 발을 담그며 피서를 즐긴다. 이어지는 완만한 계곡을 따르면 아카시아 동산을 지나 널찍한 공터인 제4야영장에 닿는다. 여기서 길이 갈리는데, 왼쪽은 연주대 방향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그곳으로 간다. 무너미고개로 이어지는 길을 따르면 인적도 뚝 끊겨 호젓하기 그지없다. 삼막사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15분쯤 가면 무너미고개 정상에 닿는다. 관악유원지에서 여기까지 가파른 길 하나 없이 그야말로 구렁이 담 넘듯 고갯마루에 오른다. 고개 정상은 참으로 볼품없다. 옛사람들이 오가며 쌓아놓은 서낭당 돌무더기도, 잠시 숨을 돌린 작은 공터도 없다. 이곳을 통해 관악산과 삼성산이 연결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어쩌면 두 산이 만나면서 서로 자신을 낮추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관악산이 만든 한양의 풍경 고개 정상에서 5분쯤 내려오면 징검다리가 놓인 널찍한 계곡을 만난다. 다리를 건너면 삼거리다. 왼쪽 길은 팔봉능선, 오른쪽 큰길이 하산 코스다. 여기에서 잠시 관악산에서 가장 바위미가 좋다는 팔봉능선의 제1봉에 들르는 것이 좋겠다. 왼쪽을 따라 5분쯤 가면 팔봉능선을 타게 되고, 10분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암반이 나타나며 제1봉에 올라붙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동쪽으로 관악산의 넉넉한 품이 일품이고, 서쪽 계곡 건너편 삼성산의 수려한 암릉도 예사롭지 않다. 북쪽으로는 하늘과 맞닿은 북한산 아래로 서울 도심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관악산이 서울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지대하다. 조선왕조 건국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무학대사에게 관악산은 눈엣가시였다. 새 도읍지로 한양만한 곳이 없었으나 남쪽으로 한강 너머에 자리 잡은 관악산의 기가 너무 셌다. 다행히 북한산의 기가 관악산보다 웅혼했기에 한양 천도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음을 놓지 못한 무학은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고자 관악산 정상 일대에 연못을 팠고, 광화문 옆에 해태상을 세웠다. 또한 불로 불을 제압하는 원리로 음양오행설에 따라 불을 상징하는 ‘례’자를 써서 사대문 중의 남쪽 문을 숭례문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숭례문 현판 글씨가 불에 잘 타도록 세로로 달았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관악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 휘파람이 절로 나는 길을 30분쯤 따르면 서울대 수목원 뒷문을 만난다. 수목원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관계로 대개 문이 닫혀 있는데, 운이 좋으면 문이 열리기도 한다. 수목원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산길을 따라 다시 20분쯤 내려오면 안양예술공원에 닿는다. 관악유원지∼무너미고개∼안양예술공원 코스는 약 7㎞, 3시간쯤 걸린다. 중간에 팔봉능선을 다녀오는 시간은 1시간쯤 잡는다. <여행전문작가> ●가는 길과 맛집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서울대행 버스를 타고 관악유원지에 하차한다. 안양예술공원은 1호선 관악역에서 걸어서 15분 걸린다. 하산 지점인 안양예술공원에는 맛집도 많다. 3대째 자리를 지킨 봉암식당(031-471-7428)은 백숙을 잘하고 장비빔국수(031-472-7978)는 간단히 막걸리 마시기 좋다.
  • [여행가방]

    ●롯데월드 20주년 지난 7일 서울 롯데월드를 찾은 아이들이 퍼레이드를 펼치는 무희들을 지켜보고 있다. 롯데월드는 개원 20주년을 맞아 10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20주년 페스티벌’을 진행한다.‘20주년 페스티벌’은 특집 퍼레이드 로티스 어드벤처와 스페셜 쇼 삼바 브라질 등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름휴가, KTX스타일로 즐긴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바다로 기차여행’을 포함해 KTX 등 열차를 타고 전국의 휴양지로 떠나는 피서열차 100선을 선정했다. ‘바다로 기차여행’은 열차와 전용버스를 연계한 패키지 여행상품이다. 4만~5만원대의 당일 코스부터 시작해 가격 부담도 덜하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korai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바마, 배용준, 피카소가 한자리에 국내 최초의 밀랍인형박물관 ‘63왁스뮤지엄’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문을 열었다. 63왁스뮤지엄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환한 미소를 시작으로 링컨·김구·박정희·김대중 등 국내외 지도자, 히딩크·베컴·이승엽 등 스포츠 스타, 배용준·이영애·이병헌 등 유명 연예인 등의 밀랍인형이 전시됐다. 세계 3대 밀랍인형 작가인 마쓰자키 사토루의 작품으로 런던의 왁스 뮤지엄인 ‘마담 투소’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3D 입체 영상에 소리, 바람, 냄새까지 생생히 살려낸 ‘5D시어터’는 가족용 영화와 성인용 공포영화까지 준비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밖에 레드 제플린의 친필 서명이 있는 기타, 비틀스 전 멤버의 친필서명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어른 1만 4000원, 청소년 1만 3000원, 어린이 1만 2000원이다.
  • “마이클은 최고의 아빠…정말 사랑해요”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정서린기자│“아빠는 제게 최고의 아빠였어요. 그저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마이클 잭슨의 딸 패리스(11)의 말 끝에 결국 울음이 비어져 나왔다. 고모인 가수 재닛 잭슨은 조카를 품에 끌어 안았다. 세계인의 스타였던 잭슨. 그는 이순간만큼은 괴짜도, 팝의 황제도 아닌 그저 ‘아빠’였다. 이때가 7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시간여의 장례식 중 가장 가슴 아픈 ‘20초’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2만여 좌석을 메운 추모객들과 이를 TV 생중계로 지켜 보던 전세계 10억 팬도 함께 울었다. ☞ 마이클 잭슨 장례식 동영상 ☞ 잭슨 딸 동영상 보러가기   ☞’I’ll be there’ 보러가기 ☞스티브 원더 보러가기 ☞’Gone too soon’ 보러가기 ☞브룩 쉴즈 눈물 보러가기 ☞’Heal the world’ 보러가기 ●세 자녀 공식석상에 첫 출연 이날 무대에는 잭슨의 세 자녀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깜짝 등장’했다. 행사를 기획한 케니 오르테가 감독도 “아이들이 나올지는 우리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고 CNN이 전했다. 자신은 언론과 전쟁을 치렀지만 자녀들만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잭슨은 아이들을 줄곧 베일에 숨겨 왔다. 그러나 장례식 말미에 삼촌들의 추도사를 듣던 패리스는 자신도 “뭔가 얘기하고 싶다.”며 마이크를 쥐었다. 추모객들의 눈길이 집중된 또 한번의 순간은 잭슨의 시신이 무대에 등장했을 때였다. 가수 스모키 로빈슨이 조사를 마친 뒤 형제들의 손에 들려 나온 이날의 주인공은 14캐럿짜리 금띠와 붉은 장미꽃으로 뒤덮인 관 속에서 침묵만 지켰다. ●“당신의 노래를 기억할게요” 잭슨의 장례식은 그의 음악 인생 45년을 압축하는데 바쳐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참석자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활동,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 고인의 공로를 떠올리며 그의 안식을 기원했다. 팝스타들은 잭슨의 노래를 부르고 추도사를 읊으며 공연을 채워 나갔다. 솔의 제왕 스티비 원더는 ‘당신이 여름에 떠날 줄은 미처 몰랐어요.’(Never dreamed you´d leave in summer)라는 1971년 히트곡으로 안타까움을 전했다.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는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를 열창했다. 13살 때부터 잭슨과 알아온 옛 연인 브룩 실즈는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추도사를 이어 나갔다. “우리는 둘다 너무도 일찍 어른이 돼야 했어요. 그의 미소는 세상 누구보다 달콤하고 순수했습니다.” 농구선수 매직 존슨은 “흑인들에게 수많은 문을 열어 줘 고맙다.”고 했다. 유족과 추모객들은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가 함께 쓴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합창하며 식을 마무리했다. ●시신의 행방은 미스터리? 이날 행사에 대비해 LA경찰의 3분의 1에 달하는 3000명의 경찰이 질서유지에 투입됐다. 그러나 티켓을 얻지 못한 팬들은 집에서 지켜봐 달라고 당국이 미리 요청한 탓에 식장 주변엔 5000여명 정도의 팬들만 모였을뿐 순조롭게 행사가 진행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한편 잭슨의 시신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유족들은 당초 이날 아침 가족 추도식을 가진 포레스트론 공원묘지에 잭슨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례식 뒤에 시신이 어디로 갔는지, 실제로 매장이 이뤄졌는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LA경찰도 잭슨의 관을 실은 영구차가 한 장지로 향했지만 포레스트론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잭슨의 형 저메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네버랜드가 잭슨의 집이고 그가 이곳을 만들었는데 왜 그가 여기 머무를 수 없냐.”고 호소했었다. rin@seoul.co.kr
  • 3명 태우고 오르막길도 거뜬히~

    3명 태우고 오르막길도 거뜬히~

    우리나라도 ‘그린카(친환경차)’시대를 열었다. 현대자동차는 8일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 국내 첫 하이브리드 상용차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발표회를 갖고 판매에 나섰다. 공인연비는 ℓ당 17.8㎞(유가 환산연비 39㎞/ℓ)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만원 주유로 236㎞가량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9g/㎞로 국내 최저치다. 기존 아반떼에 견줘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이 매끈하게 바뀌었고, 리어스포일러와 에어댐 등이 추가됐다. 시동버튼을 누르니 전기모터가 먼저 돌아갔다. 가속 페달을 밟자 엔진이 작동하며 속도가 붙었다. 가속 성능은 기존 아반떼나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보다 낫다. 주행 성능도 만족스럽다. 트렁크에 배터리를 장착해 차량 무게가 기존 아반떼보다 100㎏ 이상 무거워졌지만, 앞·뒤 무게 배분은 좋아졌다. 소음도 적다. 어른 3명이 타고 에어컨을 켠 채 언덕길을 올랐으나 힘이 부치지 않았다. 1600㏄ 감마 LPI HEV엔진(114마력, 최대토크 15.1㎏.m)에 20마력짜리(15㎾) 전기 구동모터가 힘을 보탠 덕이다. ‘ISG(Idle Stop&Go:아이들 스톱 앤드 고 )’ 기능이 적용돼 멈추면 엔진이 꺼지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켜진다. 변속기를 ‘E모드’에 놓으니 엔진 성능은 낮아지지만 연료 소모는 줄어든다. 판매가는 차급별로 2054만~2324만원(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감면)으로 3년 정도 타면 가솔린 모델에 견줘 초기 비용을 뽑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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