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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프리뷰] ‘개구쟁이 스머프’

    [영화프리뷰] ‘개구쟁이 스머프’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인기 만화 시리즈 ‘개구쟁이 스머프’가 53년 만에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들과 만난다. 1958년 벨기에의 만화가 피에르 클리포드에 의해 탄생한 스머프는 파란색 피부에 동그란 코, 사과 3개를 쌓은 아담한 크기의 캐릭터로 한국을 비롯한 40개 언어로 번역돼 세대와 국적을 초월한 인기를 누렸다. 오는 11일 국내 개봉하는 이 영화는 실사 배경에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제작한 스머프를 적절히 결합시켜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구현해 냈다. 영화는 사악한 마법사 가가멜을 따돌리려다 인간 세상에 떨어진 스머프 군단의 모험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 뉴욕 한복판에 떨어진 이들은 우연히 신혼 부부 패트릭(닐 패트릭 해리스)과 그레이스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게 된다. 놀라움과 적개심을 풀고 인간과 친구가 된 스머프들은 뉴욕까지 쫓아온 가가멜과 이즈라엘의 추격을 피해 스머프 마을로 돌아가려고 고군분투하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스머프의 매력은 개성이 잘 살아 있는 캐릭터다. 영화엔 빨간 모자의 파파스머프부터 노란 생머리를 휘날리는 스머페트, 어리버리 사고뭉치인 주책이, 스머프 군단 최고의 브레인 똘똘이, 매사에 투덜거리는 투덜이 등 반가운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특히 영화판에는 스머프 군단의 순정 마초 배짱이가 새로 추가됐다. 의리가 강하고 남성성이 강한 성향을 지닌 캐릭터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 멜 깁슨처럼 스코틀랜드 풍의 의상을 입고 갈색 구레나룻을 기른 것이 특징이다. 스머프들이 지하철과 택시를 타고 센트럴파크, 타임스스퀘어 등 뉴욕의 랜드마크 곳곳을 누비는 장면은 CG와 실제 배우, 배경 등이 잘 어우러져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스머프들의 피부와 머릿결, 미세한 움직임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실사와 CG의 이질감을 최대한 줄이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만화가 아닌 실사로 재탄생된 가가멜과 고양이 아즈라엘도 눈길을 끈다. 영화 ‘박물관은 살아 있다 2’에 출연했던 행크 아자리아는 과감하게 삭발을 감행하고 대형 틀니를 착용해 만화 속 캐릭터를 그대로 재현해 냈다. 가가멜의 동반자 아즈라엘은 총 4마리의 고양이가 돌아가며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패트릭이 스머프들 덕분에 직장에서의 위기를 넘긴다는 내용이나 스머프들이 가가멜과 벌이는 추격전이 다소 유치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추억과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고 아이들에게 재미와 상상력을 주는 데 크게 모자람은 없다. 특히 가가멜의 더빙을 맡은 개그맨 박명수는 자신의 장기인 호통 개그를 접목시켜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스머페트는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하늬, 주책이 스머프는 개그맨 김경진이 각각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패션잡지’ 보그, 10세 섹시모델 세웠다가 ‘뭇매’

    ‘패션잡지’ 보그, 10세 섹시모델 세웠다가 ‘뭇매’

    세계 패션계에서 깡마른 몸매의 모델 뿐 아니라 미성년 모델들의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가 10세 모델을 관능적 분위기의 화보에 출연시켰다가 여론의 뭇매를 피하지 못했다. 프랑스판 보그는 최신호 성인의류 화보에 미성년 모델 틸란 루브리 블론두(10)를 메인으로 세웠다. 그녀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성인모델들. 블라두는 나이답지 않은 조숙한 표정과 과감한 포즈로 화보를 장식했다. 문제는 이 화보가 지나치게 관능적인 분위기라는 점. 붉은색 립스틱의 진한 화장도 문제지만 앞가슴을 상당히 노출하거나 몸에 달라붙는 의상은 10세 어린이가 소화하기에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체로 “10살밖에 안된 소녀가 유혹하듯이 카메라를 매섭게 쏘아보고 관능적인 포즈를 짓는 게 어색해 보인다.”고 비판했지만 무엇보다 성인패션계가 새로운 소비욕구를 창출하기 위해 미성년자들을 성상품화 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심리학 전문가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비단 조숙한 활동을 하는 어린모델의 문제 뿐이 아니라는 것.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폴 밀러 교수 등은 “패션산업이 어린이에 어른의 이미지를 투영한 건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에게 그릇된 미적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화보 주인공인 블론두는 프랑스 전 축구 대표선수 패트릭 블론두와 연예인 출신 디자이너 베로니카 루브리의 외동딸이다. 유명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패션쇼로 5세 때 데뷔한 블라두는 나이답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로 패션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하산길 서두르지 마세요 느릿느릿 내려와야 야생화 친구들 사귄답니다

    하산길 서두르지 마세요 느릿느릿 내려와야 야생화 친구들 사귄답니다

    강원 태백의 금대봉과 대덕산은 흔히 ‘하늘 정원’으로 불립니다. 들꽃들이 무시로 피어 하늘과 맞닿은 산자락을 꽃밭보다 화려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가녀린 몸을 바람에 맡긴 들꽃들은 산정의 구름이 벗겨질 때마다 단아하면서도 고혹스러운 자태를 선보입니다. 숲그늘은 또 어찌 그리 짙은지요. 그렇잖아도 시원한 고원지대가 청량하다 못해 서늘하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벌써 가을꽃이 꽃망울을 열기 시작하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겁니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을 거쳐 대덕산까지 이어지는 ‘들꽃숲길’을 돌아봤습니다. 그 길엔 우리가 이름 불러주길 기다리는 들꽃들의 아우성이 한창이었습니다. ●‘3D 식물도감’ 같은 들꽃숲길 함백산 은대봉과 금대봉이 갈라지는 길, 두문동재(1268m)다. 싸리재, 불바래기라고도 불린다. 한때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국도(38번)였던 곳. 산 아래에 터널이 뚫린 뒤론 들꽃숲길의 들머리 노릇만 하고 있다. 금대봉(1418m)과 대덕산(1307m)의 들꽃들을 돌아보는 일반적인 방법은 두 가지다. 들머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분기점은 둘 다 분주령(1080m)이다. 검룡소 주차장에서 오를 경우 분주령에서 대덕산을 둘러보고 내려온다. 거리는 약 6.6㎞로, 원점 회귀가 가능하다. 두문동재를 들머리 삼을 경우엔 금대봉을 지나 분주령에서 검룡소 방향으로 곧바로 하산한다. 거리는 6.9㎞쯤 된다. 이참에 분주령에 대한 오해, 즉 ‘분주령=야생화의 천국’이란 등식에 대해 확실히 짚어 두는 게 좋겠다. 분주령은 금대봉과 대덕산 사이의 움푹 꺼진 재다. 인근에 야생화들이 없지는 않으나, 금대봉 자락이나 대덕산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이런 오해가 확산된 데는 ‘분주령’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이 한몫했다. 사진 속엔 범의꼬리 활짝 핀 산자락이 담겨 있는데, 사실 분주령이 아니라 대덕산이 주인공이다. 이 사진 탓에 탐화객들이 분주령과 대덕산만 보면 핵심은 모두 둘러본 것 아니냐며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이 경우 들꽃 산행의 중요한 한 축인 두문동재를 놓치게 된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대덕산을 거치지 않고 하산하는 경우도 완벽한 들꽃 산행이 못 되긴 마찬가지다. 들꽃 산행의 핵심은 두문동재를 포함한 금대봉 일대와 대덕산이다. 두 지역은 자생하는 들꽃들의 양태나 산행길의 분위기 등에서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인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분주령과 대덕산을 거쳐 하산하는 9.6㎞짜리 산행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산행 길이가 늘어난 만큼 산행 시간도 한 시간가량 늘어 4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단언컨대 어느 한쪽이라도 놓친다면 이는 명백한 손실이다. ●하늘 정원 걸으며 여름꽃을 배웅하다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 구간의 특징은 길이다. 줄곧 소로가 이어진다. 걷기 쉽고 아늑하다. 오르막도 거의 없다. 산악자전거의 다운힐(down hill)처럼 줄곧 내리막이다. 2.5㎞ 정도는 아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숲그늘이 이어진다. 그 길에 군데군데 야생화가 피어 있다. ‘3D 식물도감’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탐방로 이름이 ‘들꽃숲길’인 것도 그런 까닭이다. 들꽃들이 군락을 이루기보다는 점점이 흩뿌려져 있는 게 이채롭다. 두문동재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곧바로 숲으로 난 소로다. 하늘 정원으로 향하는 비밀의 문이다. 동자꽃이 길을 열고, 태백기린초와 큰까치수염, 노루오줌 등이 앙증맞은 꽃술을 벌려 탐화객을 맞는다. 간간이 강렬한 노란빛의 마타리가 눈에 띈다. 가을을 알리는 꽃이다. 김상구 문화관광해설사는 “8월 중순만 돼도 가을꽃이 피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산 아래는 이제 한여름이 시작되는데, 깊은 산은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금대봉에서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고목나무 샘’과 만난다. 한강의 시원(始原) 같은 곳이다. 하지만 샘은 한강 발원지의 지위를 검룡소에 선선히 내줬다. 물이 땅으로 스며든 뒤 비로소 검룡소에서 솟구친다는 게 이유다. 하긴 자연이 이런 일로 공명을 다툴까. 들꽃숲길에선 조심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일부를 제외하면 탐방로 주변이 모두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따라서 탐방로가 아닌 곳은 아예 발을 딛지 않는 게 좋다. 쐐기풀과 나무 뿌리도 조심해야 한다. 쐐기풀은 고목나무 샘 아래쪽부터 특히 많은데, 맨살에 닿았을 경우 독성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무 뿌리는 거의 얼음장과 같아서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길은 순탄하게 이어지다 분주령부터 곧추선다. 된비알이지만 숨이 턱에 찰 정도는 아니다. 40분 정도 숲길을 걷다 보면 느닷없이 하늘이 벗겨지며 분지 형태의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들꽃 세상, 대덕산이다. 김 해설사는 대덕산을 “산중 연꽃 같은 지형”이라고 표현했다. 사방을 둘러친 고산준령들이 연꽃잎이라면 대덕산은 그 가운데 꽃술처럼 들어 앉아 있기 때문이란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병풍 삼아 하늘 정원이 펼쳐져 있다. 일월비비추가 주종을 이루고, 양지꽃과 하늘말나리 등이 분위기를 돋운다. 꼭꼭 숨겨진 솔나리는 반드시 찾아볼 것. 잎이 솔잎을 닮아 이름지어졌다. 야윈 꽃대에 진분홍 꽃이 얹혔는데, 단아하면서도 고혹적이다. 속되게 비유하자면 ‘베이글녀’쯤 되겠다. 하산길에 검룡소에 들르는 것도 좋겠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철철 넘치고, 이무기가 승천했다는 폭포도 장관이다. ●축제로 여는 고원(高原)의 여름 이맘때 태백에서 꼭 기억해야 할 볼거리가 해바라기와 배추다. 소 아홉 마리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구와우 마을에서는 해바라기 축제(www.sunflowerfestival.co.kr)가 28일까지 열린다. 해발 900m 고원 마을에 물결치는 100만 송이 해바라기가 장관이다. 고랭지 배추밭도 빼놓을 수 없는 계절의 ‘별미(美)’. 곰곰 살펴보면 잘 익은 배추는 농염한 장미에 견줄 만큼 예쁘다. 태백 어름에서 삼척에 이르까지, 거의 대부분의 산자락마다 배추들이 가득하다. 풍경이 빼어나기로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와 귀네미 마을이 첫손 꼽힌다. 특히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태백의 대표 아이콘으로 여겨질 만큼 ‘전국구’ 관광명소다. 워낙 찾는 이들이 많아 배추 출하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는 주말에 외부 차량을 통제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하루 10회 오간다. 평일에는 적정 대수의 차량만 통행시킨다. 귀네미 마을은 아직 통행 제한이 없다. 태백쿨시네마페스티벌도 제법 쏠쏠한 재미를 안겨 준다. 올해 15회째. 7일까지 오투리조트에서 열린다. 행사장은 해발 1100m의 고원지대다. 영화가 시작되는 오후 8시 이후엔 기온이 15도 안팎에 그쳐 얇은 담요라도 걸쳐야 할 정도로 서늘하다. 행사장엔 가로 30m, 세로 20m 크기의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도 조성됐다. 매일 저녁 6시 30분~8시엔 벨리댄스, 핑거기타연주 등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초·중·고교생 1000원. 7세 미만은 무료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나들목→38번 국도→태백, 혹은 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영월→태백 순으로 간다. 태백시 관광문화과 550-2081. 들꽃숲길을 트레킹하려면 3일 전 태백시 환경보호과(550-2061)에 예약해야 한다. 카메라 삼각대는 반입 금지다. ▲맛집 태성실비집(552-5287)은 연탄불에 태백 한우를 구워 먹는 집이다. 초막손칼국수(553-7388)는 고등어조림, 두부조림 등으로 소문난 맛집. 김서방닭갈비(553-6378)와 승소닭갈비(553-0708) 등도 많이 알려져 있다. ▲잘 곳 오투리조트가 첫손 꼽힌다. 함백산 구릉에 터를 잡아 일출과 마주할 수 있다. 패스텔(553-1871), 알프스(552-2620) 등 모텔도 깔끔하다.
  • 한여름밤 반딧불이 ‘반짝반짝’

    한여름밤 반딧불이 ‘반짝반짝’

    “정말 신기해요.” “서울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로워요.” 지난 2일 오후 8시 도봉구 창동 초안산근린공원. 여름방학을 맞아 공원에 산책 나온 학생들과 주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반딧불이를 바라보며 탄성을 쏟아냈다. 반딧불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어린 시절 이후로 반딧불이를 본 적 없다는 어른들도 모두 신기한 듯 반딧불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29일부터 도봉구에서 반딧불이를 방사했다. 주민들은 서식지 주변에 모여 밤하늘을 수놓은 반딧불이를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1982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한 반딧불이는 몸길이가 12~18㎜이며, 성충은 배 끝에 발광기가 있어 여름밤에 날아다니며 빛을 뿜어낸다. 자신의 짝을 찾으려는 신호다. 부모와 함께 산책을 나온 양승탁(11·자운초 5년)군은 “반딧불이를 책으로만 봤는데 앞으로는 집 앞에서도 볼 수 있게 돼 신기하고 매우 좋다.”며 즐거워했다. 반딧불이는 청정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환경지표종으로 2000년 서울시에서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구에서는 반딧불이 유충의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자 생태 복원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면에는 이끼와 통나무 등을 놓아 번데기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이번 사업은 반딧불이의 유충과 성충을 정기적으로 방사하고 생활상을 모니터링하는 등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생태복원 사업”이라면서 “자연 방사를 하면 개체가 자연에 정착할 확률이 30% 정도로 매우 낮아 2014년까지 모두 3500마리의 반딧불이 유충을 차례대로 방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초안산에는 2002년 사적 440호로 지정된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이 있는데 무덤 1000기 대부분은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으로 살아가지 못한 아픔을 가진 내시의 묘다. 초안산은 1993년부터 골프연습장 건설을 둘러싸고 17년간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졌던 곳으로, 구가 골프연습장 허가를 취소하고 이곳을 반딧불이가 반짝거리는 자연생태공간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더욱 의미를 새기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망우산 저류시설, 중랑구 물폭탄 막았다

    망우산 저류시설, 중랑구 물폭탄 막았다

    해발 281m의 중랑구 망우산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을 하고 있다. 때문에 폭우가 쏟아지면 빗물이 서쪽 주택가를 휩쓸고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비가 오면 망우산자락 마을 망우동과 상봉2동, 신내2동 주택가는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일례로 시간당 88㎜가 내린 2001년에는 면목·상봉·중화·망우·신내동 1만 970가구가 침수돼 176억원의 수해 복구비가 들었다. 시간당 78㎜가 내린 2003년에도 이 일대 1100여 가구가 침수됐다. 단골 수해 지역이었던 것이다. 당시 망우동 우림시장은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거대한 호수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중랑구는 상습 침수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고자 2003년에 서울시에서 예산 90억원을 지원받아 망우산 체육공원 내 운동장 지하에 망우산 빗물저류조를 만들었다. ●2004년 완공 뒤 상습 수해 사라져 3만㎥(시간당 95㎜ 대응 용량) 저류용량 규모의 서울 최대 저류시설로 2004년 완공됐다. 호우 때 망우산 계곡을 따라 유입되는 빗물을 임시 저장한 뒤 순차적으로 내려보내자 망우동 등 4만 3000여 가구가 물난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경선(60·면목2동)씨는 “1984년에는 허리까지 물이 차서 한밤중에 피난을 가는 등 난리를 친 적이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수해물자로 북한에서 쌀을 받아 떡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돌리기까지 했을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망우산 저류조가 생기고 난 뒤부터는 집중호우에도 물난리가 나지 않아 이젠 강남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뿌듯해했다. 이재호 중랑구 치수방재과장은 “이번 폭우에 ‘중랑천 범람’이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위기감이 높았으나 기우에 불과했다.”면서 “지속적으로 하수관을 정비한 덕에 큰 소동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는 2005년 봉우재길 하수관거와 용마산길 하수암거를 2005년에 설치했다. 또 중랑천 범람을 막기 위해 분당 4340t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중화2빗물펌프장을 신설했다. 2009년엔 분당 1660t을 처리하던 면목빗물펌프장을 400t 더 처리할 수 있도록 증설했다. 중랑천 주변에 설치된 펌프장은 중화빗물펌프장(처리 용량 분당 1320t), 면목4빗물펌프장(처리 용량 분당 400t)을 포함해 모두 4곳으로 늘어난 셈이다. 덕분에 7월 말 집중호우에도 서울의 대표적인 저지대인 중화동과 묵동 일대 5만여 가구는 수해 위험에서 벗어났다. ●중랑천 주변 펌프장 4곳도 한몫 문병권 구청장은 “2001년 폭우가 약이 됐다. 낡은 주택과 저지대가 많아 늘 폭우에 가슴 졸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면서 “앞으로도 유비무환의 자세로 꾸준히 수해 방지 사업을 펼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61년전 생이별 부친 명예회복 이제 시작”

    “61년전 생이별 부친 명예회복 이제 시작”

    “여든이 다 된 노인이 백주대낮에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길거리에서 엉엉 울었어요. 제가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아 다행이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61년 전 생이별한 아버지가 정부로부터 납북자로 인정받은 날, 어느덧 80세의 나이를 바라보는 아들은 벅차오르는 기쁨과 복받치는 회한에 말을 잇지 못했다. ●“5년전 평양 묘지에 안장 확인” 6·25 전쟁 중 납북자로 인정받은 김상덕(1891~?) 전 제헌국회의원의 아들 김정륙(76) 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은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납북 경위와 그간 납북자의 자식으로서 처절하게 살아야 했던 지난날을 털어놓았다. 세파의 고초를 겪은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지만, 아버지가 북으로 끌려가던 1950년 7월의 그날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전쟁이 터지자 이 박사(이승만 전 대통령)는 라디오를 통해 ‘우리가 곧 반격하니 도망가지 말라. 서울을 사수하고 나도 여기 있겠다.’고 말했어요. 이 박사의 안심하라는 말만 믿고 아버지와 저는 서울에 남아 있었죠.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낸 아버지는 납북을 피해 돈화문 근처 친척집으로 피신했어요. 안심하라던 이 박사는 이미 남쪽으로 피한 뒤였죠.” 그렇게 집에서 숨어 지낸 지 20여일이 지난 7월 초순, 비극이 시작됐다.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김 전 의원이 필동 자택을 찾은 것.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이내 인민군이 집으로 쳐들어왔고 그렇게 아버지와 이별했다. 인민군은 “남쪽에서 훌륭한 사업(반민특위)을 하신 어른이시니 걱정말라. 조금 있다가 돌아오실거다.”고 했지만 김 전 의원은 돌아오지 않았다. 2006년 남북교류를 통해 평양을 방문한 아들은 아버지가 평양 외곽의 한 묘지에 묻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영전에 무궁화훈장 바쳤으면…” “아버지는 분명히 북한에 강제로 잡혀갔음에도 과거 정부로부터 이적행위자 취급을 받았어요.” 김 전 의원은 1990년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김 부회장의 소원은 두 가지다. 다른 제헌의원들처럼 무궁화 훈장을 받아 아버지 영전에 바치고, 아버지가 못다 이룬 친일을 청산하는 것. 그는 “납북자의 명예회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 추가 납북자 규명을 위해 남북관계부터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바닷물로 끓인 라면 맛 궁금하시죠?

    바닷물로 끓인 라면 맛 궁금하시죠?

    시청자들의 다양한 호기심을 개그우먼 김민정(쇼킹한 걸)의 직접 체험과 실험을 통해 해결해 주는 시청자 맞춤형 프로그램, 서울신문 STV의 ‘쇼킹한 걸’ 해변특집이 2일 오후 3시에 방송된다. 이날 방송은 여름휴가 기간을 맞아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들의 호기심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모래사장은 얼마나 깊을까’부터 ‘바닷물로 라면이나 밥을 하면 어떤 맛일까’,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들 수 있을까’, ‘오리털 점퍼를 입으면 물에 뜰까’ 등 실제 바닷가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궁금한 일들을 예능프로그램답게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로 해소해 줄 예정이다. 바다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낸 뒤 먹는 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런데 만약 밥 지을 물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제작진은 피서객들을 대신해 ‘요리에 사용되는 물을 바닷물로 대체하면 어떤 맛이 나는지’를 라면과 밥을 조리해 보며 해결한다. ‘쇼킹한 걸’이 바닷물 뜨기부터 라면과 밥 짓기의 조리과정 하나하나를 직접 실험해 보고 그 맛을 보면서 해변 피서객들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바닷가에서 최고의 장난감은 모래다. 아이들은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모래찜질을 하는 등 남녀노소 모래를 이용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해변 모래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쇼킹한 걸’이 직접 모래사장을 파봤다. ‘쇼킹한 걸’과 제작진이 온 힘을 다해 모래를 파본 결과, 1m 정도를 파면 모래 사이에서 바닷물이 나와 더이상 파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들. 이들이 큰 몸동작 없이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오리털 때문이다. 오리털 점퍼를 입고 물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여름에 오리털 점퍼를 입고 ‘쇼킹한 걸’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확실한 실험을 위해 솜 점퍼를 준비, 두 종류의 점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솜 점퍼를 입었을 때는 솜에 흡수된 바닷물 때문에 뜨지 못했지만, 오리털 점퍼를 입었을 때는 마치 구명조끼를 입은 것처럼 물에 쉽게 뜰 수 있었다. 이번엔 ‘쇼킹한 걸’ 카페를 통한 실험의뢰. ‘고무장갑을 머리에 쓸 수 있을까.’ 시청자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한다는 마음으로 해변을 찾아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쇼킹한 걸’의 머리 크기가 결코 작지 않아서 다소 무리가 따랐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시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았지만, 정작 그 결과물에 비해 주인공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기록이 갖는 한계 때문에, 패망한 국가의 군주는 승자가 지워버렸기 때문에 그렇다. 히틀러가 폴크스바겐의 스테디셀러 ‘비틀’을 만든 주역이라든가, 그가 얼마나 문학적인 인물이었는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은 것은 누구도 말하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자연과학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만 인류의 삶을 바꿀 만한 발견이나 발명을 해낸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이거나, 은둔형 외톨이여서 앞으로 나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의 아마추어 수학자였던 피에르 드 페르마다. 그는 짧은 수식을 적은 후 “나는 이 문제를 풀 놀라운 증명을 찾아냈지만,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라고 썼다. 인류가 흔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불리는 이 문제를 푸는 데는 그 후로 무려 357년이 걸렸다. 이 밖에도 “다 알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결과만 내놓거나 “이걸 어떻게 풀었는지 내가 왜 설명해야 하나.”라는 식으로 잠적해버린 천재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남긴 업적과 함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생물학자들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과학자 중 업적에 비해 본인이 가장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 ‘그레고어 요한 멘델(1822~1884)’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근대 유전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그는 왜 그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을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주 주인공은 지난달부터 전 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전학자이자 수도사 멘델이다. 놀라운 발견을 한 그는 왜 철저하게 ‘재야의 과학자’로 머물러야 했을까. 그리고 최근 불고 있는 멘델에 대한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인터뷰가 진행되자 멘델은 오히려 “오늘날 내가 받고 있는 존경은 사실 어이없는 행운 덕분”이라고 털어놓았는데…. →중·고등학교 생물교과서를 덮은 이후 사실 처음으로 당신을 만나는 것 같다. 최근 전 세계 포털의 과학자 검색 순위에서 당신이 급상승했다. 완두콩도 검색어에 오르고 말이다. -나도 이상해서 좀 알아봤더니, 구글이 깜찍한 짓을 했더구먼. 지난달 20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날 구글이 로고를 ‘완두콩’으로 만들었더라고. 뭐 탄생 189주년이니 딱히 기념할 만한 시점도 아닌데, 워낙 엉뚱한 짓을 많이 하는 애들이니. →거 참 질문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답변이다. 검색어 덕분에 당신에 대해서 좀 찾아봤는데 의외로 알려진 게 없더라. 뉴턴이나 다윈 같은 과학자들은 몇 페이지가 모자랄 정도인데 말이다. 검색창에 당신 이름을 넣으면 ‘멘델의 법칙’이나 나오지 당신 얘기는 ‘수도사였다’ ‘유전학의 창시자다’ ‘완두콩을 가지고 실험했다’ 이 정도가 고작이던데. 궁금한 점 위주로 개인 신상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자. 무엇보다 수도사가 왜 과학실험을 한 건가. -그게 사실은 거꾸로란 말이지. 난 과수원집에서 태어났거든. 어렸을 때부터 나무 품종을 개량하면서 유전학자의 꿈을 키웠고 아버지도 내 교육에 열성적이었어. 문제는 집에서 내 뒷바라지를 해 줄 수 있는 처지가 안됐다는 거였지. 심지어 여동생 결혼자금까지 다 써버릴 정도였으니. 근데 대학 교수가 나보고 수도원에 들어가 신부가 되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별로 망설임도 없이 사제 시험을 보고 수도사가 됐지. 마침 내가 있던 성 토마스 수도원 원장은 신학 외에 과학이나 예술을 공부하도록 장려하는 사람이라 다행이었어. →근데 사실 당신 낙제생이었다는, 그것도 생물에서 망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수도사들은 근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는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중학교 교사 자격시험에서 생물과목 과락을 해서 자격증을 못 땄다. 착한 원장님께서 날 밀어준다고 빈 대학에서 특별 과외까지 시켜 줬는데, 또다시 떨어져서 아예 교사의 꿈은 접었어. 근데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 유행하던 다윈의 학설을 접했고 그게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계기가 됐지. →아 당신보다 유명한 과학자와 동시대를 살았군. 다윈이 당신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윈이 주장하는 진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어. 수도원 안쪽 뜰에 있는 작은 정원에 완두를 심고, 만 그루 넘게 심고 키우고를 반복하면서 하나하나 결과를 기록해나갔어. 생색을 좀 내자면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 완두 꽃가루를 모두 손으로 수분시켰고, 내가 원하는 종끼리 수분시키기 위해서 일일이 다 봉지를 씌웠지. 그 실험만 무려 8년을 꾸준하게 계속했고. 그 결과 1865년에 대를 물려도 변하지 않는 형질이 있다는 것, 형질 사이에 우성과 열성이 있다는 것, 독립적으로 유전이 되는 형질이 있다는 것 등을 밝혀낼 수 있었지.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부모의 형질이 왜 잡종인 자손에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걸 알아낸 거다. 청출어람이라고 해야 하나. →왜 하필 완두였나. -뭐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완두콩이 번식이 잘되고 하나의 가지에 콩이 많아서였다고 해야 하나. 물론 실험이 망하면 먹을 수도 있었고. 근데 결과를 보면, 정말 운 좋게도 유전형질이 딱 갈라지는 재료를 우연찮게 선택했던 것 같다. →근데 당신은 동네 학회에서도 무참히 밟혔다. 허무하지 않았나. -조그마한 소도시에 있는 자연과학협회 회원들이 내 연구결과를 이해나 했겠나. 딱히 큰 학회에 발표하지도 않았고, 다윈한테만 우편으로 보낸 정도였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사실 더 열받는 건 내가 다윈한테 보낸 논문이, 다윈이 죽은 후에 방에서 뜯지도 않은 채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지. 만약에 다윈이 그걸 뜯어봤다면 창조론자들과 맞설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자기 복이 그 정도였구나 하고 생각해야지 뭐. 근데 나도 몇 년 뒤에 수도원장이 되고, 수도원이 세금 때문에 정부랑 싸우는데 앞장서면서 딱히 과학에 관심을 쓸 시간이 없어졌어. 결국 내 연구는 내 시대에는 개인적인 만족으로 끝난 셈이지. →당신 연구의 존재감이 얼마나 없었으면 당신이 죽은 후에 당신 동료들이 논문하고 연구 자료까지 아무 생각없이 불태웠을까. 근데 이쯤에서 핵심적인 질문을 해야겠다. 당신의 논문에는 ‘유전’이나 ‘법칙’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도대체 ‘멘델의 법칙’은 어디서 나온 건가. -그게 사람 운인 것 같다. 내가 했던 연구가 한 35년 정도 아무도 모르게 묻혀 있었는데 말이지. 과학자들도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지 1900년쯤에 과학자 세명이 나랑 비슷한 실험을 했거든. 그래서 결과를 얻었는데, 누가 먼저인지 당장 싸워야 할 판이 된 거야. 사실 과학자들이 ‘최초’ 어지간히 좋아하잖아. 그 와중에 어이없게 내가 예전에 썼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논문 ‘식물 잡종에 관한 실험’이 도서관에서 발견된 거지. 싸우기 귀찮으니까 그 영예는 전부 이미 죽은 나한테 돌려버리기로 합의를 본 거고. 하긴 내용도 거기서 거기였다고 하더구먼. →당신이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에 뒤늦게 빛을 본 건가. -근데 그건 또 아니고. 난 잘 몰랐는데, 내가 좀 글을 못 썼던 모양이야. 후대 학자들이 심지어 “멘델은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고, 19세기의 학자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 건 글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했겠느냐고. →그래도 당신은 오늘날 위대한 유전학자로 좋은 점만 부각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어. 베이트슨은 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불명확한 대목은 손질하고, 원문도 좀 바꿔놓았지. 그 결과 당시 과학계를 주도하던 영국이나 미국의 연구자들은 절대적으로 시대를 앞서간 것으로 보이는 멘델만을 만나고 칭송하게 된 거지. 오히려 내가 사용한 독일어권에서는 인정받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지. →불운한 학자로 당신을 골랐는데, 듣다 보니 정작 엄청난 행운아 아닌가. -완두콩 1만 그루를 8년 동안 기른 정성은 보답받을 만하다고 생각해. 공부하기 위해서 수도사가 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런 노력을 하고도 내가 그 결과를 인정받기 위해서 애쓰지 않고 스스로 만족했기 때문에 중학교 교사자격시험조차 떨어진 내가 교과서에 길이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참고문헌 -교과서를 만든 과학자들(손영운/글담)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에른스트 페터 피셔·전대호/해나무) -멘델이 들려주는 유전이야기(황신영/자음과모음) -멘델, 현대 유전학의 창시자(비체슬라프 오렐·한국유전학회/전파과학사) -유전학의 탄생과 멘델(에드워드 에델슨·최돈찬/바다출판사)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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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가는 길에도 비가… 잘가거라 아들아…”

    “마지막 가는 길에도 비가… 잘가거라 아들아…”

    31일 오전 9시 인천 남구 인하대 운동장. 지난 27일 강원 춘천에서 봉사활동 도중 산사태로 숨진 인하대생 10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거행됐다. 꽃다운 생을 마감한 학생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탄식하듯 하늘도 구슬프게 비를 뿌렸다. 10명의 영정과 하얀 국화꽃으로 제단이 마련된 영결식 자리에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유가족, 친구, 학교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본수 인하대 총장은 조사에서 “사회적 덕목인 재능 기부를 몸소 실천해 온 우리 학생들, 아이들의 눈빛이 어른거려 폭우도 마다 않고 달려간 우리의 아들 딸들, 푸른 꿈 펴기도 전에 이토록 빨리 데려가십니까.”라며 고개를 숙였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고 김유신씨의 작은아버지 김현수씨는 북받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내 것만을 챙기기 바쁜 이 시대에 칭송받아 마땅한 숭고한 영혼들. 너희들은 춘천 상천초등학교 학생들의 영원한 선생님이다. 우리도 너희들이 가르쳐준 대로 그렇게 살아갈 것을 약속하며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쉬거라.”라며 영결사를 낭독했다. 김씨가 마지막으로 “유라야, 유신아, 재현아, 명준아…”라며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유족들의 흐느낌은 통곡으로 변했다. 고 이민성씨의 어머니는 “잘 가거라, 우리 아들아.”라며 아들의 영정 앞에서 빗물에 젖은 인하인 증서를 하염없이 손으로 쓰다듬었다. 앞서 개별 장례를 마친 고 성명준·최민하씨를 제외한 8명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량은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화장장으로 출발했다. 20여분 만에 화장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영원한 작별을 고해야 할 때임을 직감한 듯 관을 어루만지거나 부여잡은 채 그리운 이름들을 불렀다. 어린 발명가를 키워 보겠다던 학생들의 숭고한 꿈은 하늘에서 이루게 됐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아름다운 콘서트(MBC 일요일 밤 12시 40분) 가수 홍경민이 MC를 맡았다.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 ‘그 입술을 막아본다’, 바다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바다와 이태권이 함께 부르는 ‘상처보다 깊은 상처’ 등을 들을 수 있다. 송대관, 팀, 박완규도 출연해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름 마케도니아. 이름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나, 1991년 9월 8일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갓 20세가 된 젊은 신생 국가이다. 전통의 기독교 문화를 간직한 땅이자 사람과 물과 하늘이 맑은 땅, 마케도니아. 그곳으로 떠나 본다. ●문화탐험 세계의 유산(KBS2 토요일 오전 11시 5분)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국경 지역에 또 다른 마야의 고대도시 코판이 잠들어 있다. 코판은 조사 결과 마야 문명의 미술과 천문학의 중심지였다. 역대 코판 왕들은 돌기둥에 자신의 얼굴을 조각해 놓았다. 그냥 조각해 놓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되고 싶은 신의 형상과 같이 조각해 놓았는데…. ●드라마 스페셜(KBS2 일요일 밤 11시 15분) 작곡가 소준은 수년간 연애 경험이 없어 제대로 된 곡을 못써 괴로워한다. 그는 혼자서도 사랑에 빠지게 해 준다는 기계를 ‘큐피트 팩토리’에서 구입한 후 한참 이용하던 중에 헤어진 여자친구이자 잘나가는 가수 시윤과 맞닥뜨린다. 기계 사용 중 여자와 마주치면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부작용 때문에 소준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늘 푸른 인생(MBC 일요일 오전 6시 10분) 계절마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촌 체험 휴양마을. 뽀빠이 이상용과 함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운산5리 회포마을을 찾아간다. 책 10권을 써도 모자란다는 동네 어른들의 온갖 고생한 사연과 땀으로 얼룩진 그때 그 시절을 상기하며 회포를 풀어 본다. ●SBS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1992년생 이씨는 평소엔 수줍음 많은 학생처럼 보이지만 가족에게 곧잘 공격적인 화를 분출한다. 분노가 폭발하는 공격형의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밖으로 표출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는 수동형 사람들이 있다. 고요한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 끓고 있는 이들의 ‘화’ 이야기와 해결 과정을 따라가 본다. ●영상앨범 산(KBS2 일요일 오전 7시 40분) 일본 홋카이도 중앙부 이시카리 산지 북서부에 걸쳐 있는 산이 있다. 다이세쓰산은 고유 명칭이 아닌 국립공원 지역 내에 자리한 산들의 총칭이다. 최고봉 아사히다케를 비롯해 호쿠친다케, 구로다케 등 해발 2000m 안팎의 고봉들이 10여개나 이어져 있다. ‘홋카이도의 지붕’이라고도 불리는 일본 다이세쓰산으로 떠나보자.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첫 상설 취미박물관 ‘하비인월드’ 엄윤성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첫 상설 취미박물관 ‘하비인월드’ 엄윤성 대표

    야구장에서 시원스럽게 날아가는 홈런 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해야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제목이 문득 생각난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과 삶을 미학화해서 그린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하루키는 맥주와 두부를 즐겨 먹고, 개미를 무서워하고. 이사하는 걸 좋아하고, 정든 고양이와의 이별을 슬퍼한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작지만 확실히 행복할 수 있는 ‘거리’가 많다. 그렇다면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미팅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확실하게 대답을 못할 수도 있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고는 다들 대답하게 된다. ‘네 이런 거요.’라고.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좋아하고 즐기는 취미 한두 가지씩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독서, 장난감 만들기, 만화보기, 영화보기, 인형만들기, 종이접기, 휴대전화로 문자질하기, TV보기 등 아주 다양한 저마다의 취미를 갖고 있다. 좋아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이러한 취미를 한군데 모아 보면 어떨까. 국내 최초의 상설 취미박물관인 ‘하비인월드’가 지난 22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정식 개장했다. 취미박물관이라는 말 자체가 눈길을 끌었지만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7200㎡(2200여평)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개인과 동호회에서 제공된 2000여점의 취미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프라모델(Plastic Model·조립식 장난감), 디오라마(Diorama·어떤 배경위에 모형을 설치해 놓은 것), 밀리터리(Military)모형, 미니어처(Miniature), 캐릭터(Character)인형, 테디베어(Teddy Bear·손바느질로 만든 곰인형), 코스프레(Costume Play·만화 캐릭터 흉내내는 것), 전통공예 등 가지가지다. 특히 국내 최초로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RC(Remote Control Car)트랙을 설치했다. 여기에서 연 9회 정도 국내외 대회를 열 예정이어서 이 또한 눈길을 모은다. 지난 25일 오후 취미박물관을 직접 가 봤다. 1층 전시관에는 지금 30~40대가 유년시절 한번은 만들어 본 추억이 서린 건담(Gundam) 등 로봇들과 피겨(figure), 디오라마, 미니어처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5m나 되는 국내 최대 크기의 항공모함과 40여대의 전투기(실제의 71분의1 크기), 철도 모형 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규방공예관에는 조선시대의 생활용품이 전시돼 있으며 닥종이인형관에는 여러 모습의 인형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2층 인형관에는 유니세프 아우인형, 테디베어 스타이프를 만날 수 있고,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3층에는 각종 폐품과 쓰레기 등으로 만든 정크(junk) 아트 작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조립식 키트로 불리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폐품예술가로 잘 알려진 기병선씨의 작품 수십점도 눈길을 끌었다. 탱크와 전차, 비행기 등 전쟁 스토리로 엮은 40여명의 동호인 작품은 만나 보기 힘든 작품이다. 박물관 대표 엄윤성(46)씨를 만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박사 출신으로 국립과학관 ‘동물의 신비’ 전시를 기획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이곳은 취미라는 동질성 아래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며 “부정적이든 아니든 취미활동을 양지로 끌어올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물관을 열게 된 동기를 얘기했다. 그러면서 취미라는 공통분모를 즐기는 동호인들에게는 소통의 장이며 일반인들에게는 색다른 취미문화를 즐길 수 있는 체험의 장소라고 덧붙였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취미들을 한 공간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전시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벌써 외국에도 입소문이 났다. 덕분에 개장식 직후 일본의 유명한 모형작가인 시게이토와 노리오 다케무라가 1945년 독일에서 사용했던 탱크와 아라비아 로렌스에 등장했던 영국군 트럭 모형의 작품을 선뜻 기증하기도 했다. 2층 전시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엄 대표에게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물었다. “3년 전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했지요. 취미에 대해서는 누구나 추억을 가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사는 게 바빠서 취미를 잊고 있습니다. 그런 기억을 되살리도록 하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엄 대표는 원래 ‘보고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다. 아울러 장난감이나 정크작품에도 관심이 많아 인터넷을 통해 취미 동호인들과 꾸준히 접촉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취미박물관을 만들 터이니 작품을 제공해 달라고 일일이 부탁을 했다. ‘한국구체관절인형협회’에도 여러번 찾아가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엄 대표의 진지한 설득에 동호인들은 함께 뜻을 모았고 결국 박물관을 열게 됐다. 사기꾼이 아니냐는 비난도 감수하면서 얻은 결과였다. “취미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제가 어릴 적에는 우표수집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취미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 추억을 느끼게 하고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거든요. 또 취미로 만든 작품도 하나의 예술입니다. 그런 것들을 한데 모아 전시를 하면 작지만 많은 행복을 전달해 주잖아요.” 그러면서 박물관을 열게 된 뜻을 다시 강조한다.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취미들이 존재합니다. 영화, 스포츠, 회화, 조각 등 예술로 불리는 것들도 결국 취미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취미활동의 결과물들이 굉장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사회에서는 음지에 묻혀 있습니다. 프라모델 같은 경우 대부분 집에서는 싫어합니다. 밖에서도 ‘오타쿠’라며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요. 주눅이 들어 오프라인으로 나오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활동을 하면서 1년에 하루 정도 장소를 빌려 동호인들끼리 작품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설 전시장을 만들어 취미들을 양지로 끌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박물관 수준의 장소에 자신의 결과물이 전시돼 있다면 자랑거리가 되고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고 일반인들도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 대표는 2003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룡전시회를 열었던 후배와 친구들을 만나 “앞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전시를 해 보자.”고 제의했고 지난해 11월 함께 ‘동물의 신비’ 전시를 하게 됐다. ‘인체의 속’도 중요하지만 ‘동물의 속’을 제대로 보여 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취미들이 전시대상이지요. 보여 줄 수 있는 것들은 뭐든 다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콘텐츠를 바꿔가며 항상 취미박물관에 가면 새로운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전시물을 꾸밀 계획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흉흉한 뉴스가 많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많은 정보를 주고 있지만 컨트롤을 하지 못하고 있지요. 아이들한테는 꿈을 주고 어른한테는 추억을 제공해 주면 우리 사회가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우리 박물관으로 오세요. 취미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푸는 것입니다.” 박물관의 위치가 장점이라는 것도 강조한다. 서울대공원에 놀러왔다가 한번쯤 들러 과거를 회상하면 나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끼리 사진을 찍어 유화로 만드는 체험공간도 마련했다. “최초의 상설전시장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전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동호인들은 원해 왔습니다. 더 넓게 보면 관광자원, 관련 산업 육성이라는 의미도 있지요. 일본에서는 시즈오카 하비쇼를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람객이 옵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글 편집위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엄윤성 대표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4년 오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희대 전자계산공학과를 나와 연세대 산업대학원에서 전자계산을 전공했다. 199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딴 뒤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위촉 연구원(2000),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2001), 한라대학교 경영학부 강의전담 교수(2002) 등을 거쳤다. 2003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룡전시회를 가진 후배·친구들과 함께 국립과학관 ‘동물의 신비’ 전시 총괄을 맡았다. 이어 지난 22일 경기도 과천에 국내 최초의 상설 취미박물관을 개관했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한국적 그룹의사결정 지원시스템·그룹웨어 개발에 관한 연구’(한국과학재단), ‘단위 그룹의사결정지원시스템 개발에 관한 연구’(삼성물산) 등을 비롯 ‘분산 데이터베이스의 설계 및 구현’ ‘의사결정 기술, 컴퓨터 자원, DB 등을 통합 설계하여 경영 제반 회의 등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 등이 있다. 건국대, 단국대, 상명대, 국민대, 성균관대, 연세대, 외국어대, 부천대 등 10여개 대학에서 강의했다.
  • 흙더미에 깔린 아내 맨손으로 구했지만…

    흙더미에 깔린 아내 맨손으로 구했지만…

    평온한 일상을 엄습한 수마(水魔)는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 남편의 순애보도, 다친 몸을 이끌고 아내와 아이를 구하기 위해 혼신을 다한 아버지의 부정도 외면했다. ●초교 동창 부부5쌍 산사태에 날벼락 27일 오전 초등학교 동창 부부 5쌍이 경기 포천시 신북면 금동계곡의 한 펜션을 찾았다. 우정을 60년간 이어온 이들의 마음은 모처럼의 여름 나들이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물놀이를 끝낸 이들이 펜션에서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고 있던 오후 8시 30분. 갑자기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시뻘건 흙더미와 통나무가 벽을 뚫고 이들을 덮쳤다. 염모(70)씨 등 7명은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상황에서도 질퍽한 흙더미를 비집고 겨우 빠져나왔지만 염씨의 아내 문모(68)씨 등 3명이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살려 달라.”는 절박한 외침이 들렸다. 황급히 다가가니 문씨와 다른 한 사람이 어른 몸통보다 굵은 통나무와 흙더미에 깔려 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염씨 일행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맨손으로 통나무를 밀쳐내고 진흙을 퍼내 가까스로 이들을 구해냈다. 하지만 산사태로 고립된 이들에게는 “무너지는 통나무에 가슴을 맞은 것 같다. 숨 쉬기도 너무 힘들다.”는 문씨 등 두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옮길 방법이 없었다. 염씨는 흙으로 범벅이 된 아내의 얼굴을 닦아내고 조심스레 물을 먹여 봤지만 문씨는 마신 물을 이내 피와 함께 토해냈다. 전기마저 끊긴 한밤중, 민박집 주인이 어둠을 뚫고 마을로 가 119에 신고했지만 구조대가 오기까지는 무려 5시간이 더 걸렸다. 그때는 문씨가 혼절한 지 3시간이나 지난 뒤였고,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염씨는 “물에 젖어 차갑게 식어버린 아내의 손길이 잊히지 않는다.”며 넋을 잃었다. 일행 중 염모(68·여)씨는 산사태 발생 직후 이미 숨졌고, 다른 부상자도 구조대를 기다리다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20대 부부 네 가족에 덮친 비극 같은 날 밤 10시, 포천시 일동면의 단란한 가정에도 흙더미가 밀려들었다. 빌라 뒤편의 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토사가 정모(26)씨 가족이 살고 있는 1층 집을 덮쳤다.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정씨는 1층 현관 출입구에서 10m가량 떨어진 도로로 튕겨 나갔고, 그 덕분에 매몰을 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곧장 정신을 가다듬은 정씨는 자신의 부상에도 아랑곳없이 사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4살과 생후 3개월 된 두 아들, 그리고 아내 위모(26)씨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정씨는 흙더미 속에서 작은아들을 찾아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내 숨졌다. 나머지 가족도 28일 오전과 오후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정씨는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수술대에 올라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화천 ‘파로호 100리 산소길’

    화천 ‘파로호 100리 산소길’

    강원도 화천의 아름다움을 꼽자면 절반은 물의 몫일 겁니다. 북한강과 화천천이 들녘을 적시고,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계곡물은 파로호에서 ‘내륙의 바다’를 이룹니다. 여기에 몽글몽글 물안개가 더해질 때면 도시 전체가 진경산수화로 변합니다. 고을 이름이 ‘빛나는(華) 내(川)’인 것도 그런 까닭이겠지요. 이번 주말부터 화천 붕어섬 일대에서 쪽배축제가 시작됩니다. 수상자전거 등 온갖 수상 레포츠가 한 곳으로 모이고, 덩달아 화천 전체가 물의 나라로 변합니다. 이쯤되면 능히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갈 만한 곳이지 싶습니다. ‘산소(O2)길’이라 했다.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처럼, ‘산소길 강원 3000리’를 모토로 강원도가 관내에 조성하고 있는 트레일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가운데 ‘물과 안개의 고향’ 화천에 조성된 길은 ‘파로호 100리 산소길’이다. 굽이도는 북한강변을 따라 42㎞에 걸쳐 조성됐다. 호수와 주변 산자락에서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실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도보꾼도 없진 않으나, 대개는 자전거를 이용해 돌아본다. 자주 자전거를 접해본 이는 3시간 남짓, 초보자는 4시간 넘게 소요된다. 원시림을 관통해 가는 숲속길(1㎞)과 북한강 위로 지나가는 수상길(1㎞), 물안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길(2㎞) 등 다양한 볼거리가 조성돼 있다. # 붕어섬·살랑골·통통다리… 정겨운 이름들 출발지는 붕어섬이다. 딴산과 살랑골, 원천리 통통다리, 서오지리연꽃단지 등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시골마을들을 돌아본다. 코스 중간중간 맞은편과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어 이용에 편의를 더했다. 백미는 강 위에 부교를 띄운 수상길이 꼽힌다. 위라리와 대이리 살랑골 사이의 험한 산길을 돌아가기 위해 만든 강상(江上) 도로다. 폰툰(상자형 부유 구조물) 위에 나무를 깔아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준다. 특히 비가 오고 난 뒤 물안개가 필 때면 더없이 몽환적인 풍경을 선보인다. 수상길은 용화산 숲길로 이어진다. 생태가 잘 보전된 원시림 산길이다. 난이도는 다소 높은 편. # 3개국 손길 닿은 아픈 역사… 꺼먹다리 숲길 중간 어름에서 꺼먹다리(등록문화재 110호)와 만난다. 1945년부터 건설된 다리로, 목재 상판에 칠한 검은색 타르 때문에 이름지어졌다. 김순동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다리는 3개국의 손을 거치며 완성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교각은 일제가 세웠다. 해방 뒤엔 러시아(옛 소련)가 철골을 올렸다. 그러다 한국전쟁 후 우리의 손으로 상판을 올려 완공했다. 붕어섬에서 자전거와 헬멧을 대여해 준다. 신분증과 5000원을 내는데, 5000원은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사실상 무료다. 산악자전거(MTB) 70대, 일반 자전거 100대가 준비됐다. 화천 읍내에서 북한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파로호(破虜湖)에 닿는다. 화천댐이 조성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로, 6·25전쟁 당시 ‘오랑캐(중공군)를 무찌른 호수’라는 뜻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이름 붙였다. 파로호가 숨겨둔 풍경들을 속속들이 찾아보려면 배를 타는 게 좋다. 물빛누리호는 파로호를 오가는 유일한 배다. 매주 주말과 공휴일마다 구만리 배터를 출발해 평화의댐까지 오간다. 물길 24㎞를 운항하는 동안 다람쥐섬과 비수구미 등 풍경의 보고를 줄줄이 지난다. 배터에서 마주하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 위로 물빛누리호가 그림처럼 떠 있고, 멀리 병풍산 등 파로호를 둘러싼 산들은 쉼 없이 구름과 희롱하고 있다. 서정적이고 목가적이다. # 휴대전화도 닿지 않는 비수구미 마을 선착장을 떠난 배가 맑은 호수를 미끄러져 간다. 물길에서 만나는 첫 풍경은 다람쥐섬이다. 파로호 내 유일한 섬이다. 1970년대 초반엔 섬에 수출용 다람쥐를 가둬 길렀다고 한다. 그러다 파로호에 얼음이 얼면서 다람쥐가 다 도망쳐버렸고, 이후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됐다. 배가 내륙 깊숙이 들어갈수록 풍경도 깊어진다. 햇살 머금은 호수는 물비늘로 반짝이고, 겹겹이 포개진 산자락들은 제법 웅숭깊은 자태를 선보인다. 오지마을 비수구미는 호수가 물뱀처럼 구부러진 끝자락, 그러니까 내륙을 달려온 산자락들이 호수로 조붓하게 길을 낸 곳에 들어서 있다. 아홉개의 아름다운 폭포가 있었다는 비수구미 마을엔 현재 4가구가 살고 있다. 마을에 들면 휴대전화가 기능을 잃는다. 굳이 끄지 않아도, 자연스레 세상과 단절되는 셈이다.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비수구미 계곡이다. 하지만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현재는 문이 닫혀 있고, 올 가을께 다시 열릴 예정이다. 종착지는 평화의 댐이다. 댐 주변에 비목공원과 세계 평화의 종 공원 등 둘러볼 곳이 제법 많다. 특히 세계 평화의 종 공원에는 세계 분쟁국가에서 보낸 탄피를 녹여 만든 평화의 종이 설치돼 있다. 물빛누리호 운항시간은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관광객 70명과 승용차 6대를 동시에 실을 수 있다. 30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평일에도 뜬다. 6월부터 10월까지는 하루 두 차례(오전 9시30분·오후 2시), 나머지 기간은 한 차례(오후 1시) 운항한다. 운임은 어른 편도 8000원(왕복 1만 5000원), 어린이 5000원(9000원)이다. (033)440-2732. # 물놀이 종결자, 쪽배축제 즐기려면 화천군은 30일~8월 15일 붕어섬과 생활체육공원 일원에서 ‘화천쪽배축제’를 연다. 행사기간 동안 수상자전거와 카약, 용선 등 온갖 수상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물미끄럼틀을 갖춘 강변물놀이장과 붕어섬물놀이장도 운영된다. 은하수 별빛콘서트 등 문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축제에 맞춰 짚라인도 선을 보인다. 붕어섬과 강 맞은편의 피니시 타워를 와이어로 연결해 오가는 신종 레포츠다. 요금은 1만원. 이 가운데 5000원은 화천사랑상품권(이하 상품권)으로 되돌려 준다. 상품권은 화천 관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수상자전거(2~4인용)는 100대를 갖췄다. 대여료는 1대 2만원(상품권 5000원)이다. 캠핑촌에서는 텐트(4~5인용)를 빌려 야영을 즐길 수 있다. 1박 당 대여료는 3만원(상품권 2만원)이다. 카약은 5000원(상품권 5000원)이다. 축제의 백미는 ‘창작쪽배 콘테스트’다. 참가자가 직접 제작한 쪽배로 경주를 치른 뒤, 디자인·과학성·연출성 등의 점수를 합해 순위를 정한다. 올해 9회째로, 다양한 쪽배들이 벌이는 경주를 보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쪽배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무동력 창작선이어야 한다. 축제 홈페이지(www.narafestival.com)에서 29일까지 접수받는다. 1688-3005. 글 사진 화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춘천간고속도로→춘천 나들목→소양2교→102 보충대→407번 지방도→화천 순으로 간다. 화천군청 문화관광과 440-2543. ▲맛집:화천어죽탕(442-5544)은 잡고기 어죽탕이 맛있다. 6000원. 콩사랑(442-2114)에서는 두부보쌈, 특선정식 등을 맛볼 수 있다. ▲주변 관광지:민통선 내 안동포는 잘 보전된 DMZ 특유의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화천군청 홈페이지나 자치행정과 민군협력계(440-2308)로 5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 만산동계곡은 가족 단위 야영지로 맞춤하다. 산천어 맨손잡이 체험도 가능하다. 매주 토·일요일 운영되는 시티투어도 이용할 만하다. 붕어섬과 물빛누리호 등 화천의 핵심 볼거리는 모두 들른다. 선착순 20명.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1만원. 440-2852. ▲잘 곳:군청에서 운영하는 아쿠아틱리조트(441-3880)가 깔끔하다. 비수구미에도 민박(442-0145)이 있다. 민물매운탕으로 소문난 집이다. 방값 3만원에 배삯 3만원은 별도다.
  • 집중 폭우에 강남은 거대한 강이었다

     시간당 최고 100㎜의 집중 호우가 내린 강남은 도심의 도로가 강으로 변하는 등 한때 고립됐다.  27일 강남구청과 트위터 등 SNS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지하철 3호선 대치역사거리와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겼다. 한때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은마아파트를 둘러싼 반경 100m내의 도로가 모두 물에 잠겼고 북문 한곳을 제외하고 단지로 진입하는 길이 침수됐다. 많은 고급 주택가들이 피해를 입었다. 물이 차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되는 곳도 있었다.  인근 학원가는 피해가 커지자 휴강에 돌입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수강생들에 전송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중국 네이멍구 차간누르 사막화 방지사업 현장에 가다

    중국 네이멍구 차간누르 사막화 방지사업 현장에 가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시린궈러맹 아바가기에 위치한 차간누르 호수. 한낮이 아닌데도 해가 중천에 떠 있다. 나무는커녕 풀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 마른 땅 위로 따가운 햇살이 반사돼 눈이 아렸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소속 대학생 120명은 연방 구슬땀을 흘리며 갈라진 땅 속으로 버드나무 가지를 촘촘히 꽂아 넣고 있었다. 나뭇가지를 어른의 무릎 높이만큼 꺾어 일렬로 심으니 마치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줄맞춰 서 있는 듯 거대한 나무 장벽을 이뤘다. 이 사업은 동쪽으로 2㎞가량 떨어진 곳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나문재’(감봉)를 강한 모래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장(沙墻)작업’이다. 환경보호단체 ‘에코피스아시아’ 중국사무소의 박상호 소장은 “모래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가 어린 나문재에 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버드나무 장벽이 모래로부터 나문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600㎞쯤 떨어져 있는 차간누르 호수는 총 면적이 110㎢에 이른다. 80㎢의 큰 호수와 30㎢의 작은 호수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큰 호수에 흐르던 물은 1980년대 이후 점점 줄어들더니 2002년 봄에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호수에 있던 염분이 말라붙어 밑바닥은 흰색 알칼리 먼지로 뒤덮였다. 다가가 보니 땅 위에 단단한 소금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 호수는 봄만 되면 알칼리 분진을 사방으로 날려보내는 천덕꾸러기 호수가 됐다. 이 ‘알칼리 황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차간누르 호수의 사막화 방지사업이 필수적이다. 환경단체 에코피스아시아는 지난 2008년부터 이 호수 위에 현지 자생식물인 나문재를 심는 ‘중국 네이멍구 차간누르 사막화방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2년까지 큰 호수 면적의 약 60%에 해당하는 5000만㎡(약 1500만평)의 땅에 나문재를 심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알칼리 토양에 초원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물이 가득 차 있던 수십년 전의 차간누르 호수는 아바가기 지역에 사는 몽골 목축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물이 넉넉하지 않은 초원지대의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호수를 찾아 목을 축였고, 말이나 소, 양들을 데려와 물을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알칼리 토양으로 변해버린 호수는 주민들에게 봄만 되면 ‘흰색 분진’의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호수 인근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우윈고와(50·여)는 “호수가 마른 뒤 해마다 봄이 되면 알칼리 먼지가 불어와 양과 소들이 뜯어먹어야 할 초지를 뒤덮어 말라 죽게 한다.”고 말했다. ●2012년까지 호수면적 60%에 심을 계획 차간누르 호수에서 생겨나는 알칼리 분진의 피해는 이 지역에 그치지 않는다.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차간누르 호수를 포함해 크고 작은 호수 700여곳이, 중국 전체로는 1년에 20곳 정도가 무리한 목축과 개발 등으로 인해 말라가고 있다. 2002년 3월 베이징에서 심각한 황사가 발생한 뒤 베이징사범대학과 중국지리과학원이 황사물질의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황사물질 가운데 포함된 알칼리성 분진들이 네이멍구의 마른 호수에 뒤덮인 분진들과 성분이 같았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2002년 이후 국내에서 채집한 황사 성분에는 나트륨이 국내 토양보다 최고 40배나 높았다. 이 나트륨 분진의 발원지가 바로 차간누르와 같은 중국의 마른 알칼리 호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반도에 불어오는 황사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한국 정부 및 민간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사막화 방지사업이 활발해졌다. 청소년단체, 환경단체, 지자체들이 네이멍구 사막에서 식목행사를 갖기도 하고, 한·중 연구소 간에 사막화 방지를 위한 학술교류를 갖기도 한다. 에코피스아시아의 활동 역시 그 일환이다. 에코피스아시아 이삼열 이사장은 “중국의 드넓은 사막 가운데 일부에 불과한 110㎢ 넓이의 차간누르에 초원을 조성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이 사업 하나로서 중국 내 황사방지의 열쇠를 쥘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피스아시아가 이 지역에 파종하고 있는 나문재는 대표적인 내염성 식물이다. 알칼리성 토양에 뿌리내려 토양 속의 염분을 빨아들이고 토양 위의 분진들을 단단히 묶는 역할을 한다. 에코피스아시아 이태일 사무처장은 “나문재는 이 지역의 ‘선봉 식물’로, 알칼리 토양을 다른 식물들도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시들어버린 나문재는 마른 가지 상태로 남아 자연스레 모래를 막아주는 사장 효과를 발휘한다.”면서 “씨앗이 자연 발아하면 마른 가지의 보호를 받으면서 자라고, 이듬해 다시 씨앗이 자연 발아하는 식으로 번식해 초원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염식물로 토양 알칼리성 개선 지금껏 파종한 나문재가 모두 싹을 틔워 초원을 이루게 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 900만평의 땅에 나문재를 파종했지만 안정적으로 자라 초지가 조성된 곳은 1650만㎡(약 500만평)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초기부터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는 초원의 자연조건을 고려한 덕분이다. 지난 3년 동안 현지의 토양과 기후 등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자동차를 타고 차간누르 서쪽 끝으로 향하자 일렬로 땅을 갈아 놓은 흔적만 남은 땅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해 땅을 갈고 나문재를 파종했지만 갓 싹튼 나문재가 모래바람을 맞아 말라죽은 곳이다. 박 소장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모래를 막기 위해 사장작업을 완료했지만, 예상 밖으로 강하게 불어닥친 서풍에 모래가 실려와 나문재의 생장을 막아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생 식물인 나문재의 경우 파종한 해에는 땅 속에 숨어 있다가 이듬해에 싹이 트기도 한다. 지난해 파종한 씨앗이 이제야 싹을 틔워 말라붙은 땅 곳곳에서 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 지역도 결국 ‘실패’는 아닌 셈이다. 아직은 나문재의 새싹을 발로 밟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 하지만 나문재의 씨앗이 퍼지고 자라면 차간누르 호수도 언젠가는 무성한 초원으로 뒤바뀔 것이다. 글 사진 시린궈러맹(중국 네이멍구자치구)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잠은 재우고 공부 시킵시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잠은 재우고 공부 시킵시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있다. 네 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도 이 말을 굳게 믿고 자녀들에게 잠을 못 자게 하면서 공부를 시키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심지어 잠을 안 자고 공부하고 있으면 벌써 성적이 올라가는 듯 흐뭇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정말 잠을 줄여서 공부하면 성적이 올라갈까? 수면이라고 하는 것은 ‘일시적이지만 다시 깨어나게 되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혼수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다. 그리고 필요한 수면 시간은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루 4시간의 잠으로 충분하지만 어떤 사람은 10시간의 수면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에서 보면 수면이 부족한 경우에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도 뇌의 일부분이 잠에 빠지고 작동을 중지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선 채로 잠을 자는 동물들에서, 또 일부의 뇌는 자면서도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새에서도 확인이 된다. 뇌는 부분적인 뇌세포들이 기둥처럼 뭉쳐서 하나의 실린더처럼 기능을 한다. 뇌는 수많은 실린더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기능을 하는 기계와 같다. 그런데 실린더가 너무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하면 한동안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게 수면부족 상태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히 깨어 있는 것 같으나 이곳저곳의 실린더들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정밀한 작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단순한 행동은 몰라도 공부나 기억 같은 기능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실험 결과에서도 수면 부족 상태에서 시행한 뇌 기능검사에서 틀린 답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이 오답률은 수면 부족인 날이 늘어날수록, 수면 부족 시간이 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다음으로 기억에 대하여 잠깐 살펴보자. 기억에는 처음 뇌에 입력하는 과정, 그리고 장기간 기억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과정,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과정이 있다. 잠깐씩 기억을 불러내어 이용하는 과정을 특별히 작업기억이라고 한다. 컴퓨터로 치면 램(RAM)에 해당하는 것이 작업기억이고 하드디스크에 해당하는 것이 장기기억이다. 그런데 수면은 기억에 관련된 세 가지 과정 모두에 필수적이다. 반대로 수면이 부족하면 기억이 처음 뇌에 입력되기도 힘들고 또 오랜 기억으로 저장되기도 힘들다. 더 중요한 것은 기억을 잠깐씩 불러내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머리에 집어넣어도 막상 시험 시간에 기억을 불러낼 수가 없다. 여기에다가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우울증을 앓기가 쉽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안 그래도 공부와 진로 문제로 걱정이 많은데 여기에다 우울증까지 오면 큰일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이 글을 읽고 잠 많이 자게 되었다고 좋아할 것은 없다.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자면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잠에 의해서 기억이 강화되는 현상은 공부를 하고 바로 잠을 잘 때 최고로 나타난다. 게임이나 TV 시청을 하고 자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깊은 수면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학습한 내용이 장기적으로 저장되는 데 지장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다시 말하면 잠자기 직전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자야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 잘 남는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수면 부족의 피해는 어른·청소년 할 것 없이 똑같이 적용된다. 아침 일찍 회의하는 상사는 본인은 잠이 없어서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고 싶겠지만 억지로 끌려 나온 부하 직원들은 죽을 맛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고사하고 하루종일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 수면 부족으로 악명이 높은 전공의 과정에서도 수면 부족으로 인하여 나타날 수 있는 판단 장애와 실수를 막기 위하여 미국의 경우 법으로 일정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래저래 잠은 자고 해야 한다.
  • 명품 천국·기부 천국 韓美의 두 얼굴

    명품 천국·기부 천국 韓美의 두 얼굴

    ■‘허영’ 키우는 韓 엄마들 129만원 장난감 세탁기 사려고 대기자 명단에… 진짜 드럼 세탁기보다 더 비싼 원목 장난감 세탁기가 한국 엄마들을 홀리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고 한국에 본격 상륙한 독일 아동가구 브랜드 ‘아이베’. 1438년 조그만 목공소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놀이와 교육을 접목한 원목가구와 놀이터를 만들어 벤츠 못지않은 독일산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300만원대 변신 침대도 수입 이 브랜드에서 파는 장난감 세탁기의 가격은 무려 129만원이지만 고급스러운 원목에 앙증맞은 자태로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까지도 유혹하고 있다. 세탁기뿐 아니라 원목 냉장고는 70만원대, 다용도로 변신 가능한 침대와 자동차 등은 200만~300만원대로 제품의 가격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객 수는 20여명. 이 때문에 부모들이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구계의 에르메스’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에르메스의 인기 제품인 버킨백처럼 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고 몇 개월을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아이베 관계자는 “워낙 고가의 제품들인 데다 아직 초기라 물량을 많이 들여오지 않는 대신 예약 판매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문의전화 10여통 아이베의 명성은 수년 전부터 국내 일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유명 백화점이 놀이시설에 이 브랜드의 제품을 쓰면서 조금씩 높아져 왔다. 최근에는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자녀들을 위해 꾸민 놀이터가 아이베 제품으로 2억원 상당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 평균 10통 이상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강남매장 주말엔 놀이터 방불 아이베가 한국 엄마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는 놀이와 교육을 접목시켰다는 점 때문이다. 조기교육에 열성인 엄마들에게 이보다 더 자극적인 홍보 문구는 없다. 말로만 듣던 제품을 눈으로 보고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논현동 매장은 주말마다 여느 놀이공원 못지않게 붐빈다. 어른들을 위한 무료 카페까지 운영해 입소문이 빠르게 번지며 매월 방문객이 20%씩 증가하고 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검소’ 즐기는 美 갑부들 17평 아파트 거주·자전거 출퇴근·이코노미석… 미국 금융소프트웨어회사인 인튜이트의 최고경영자(CEO) 아론 패처(30)는 2년 전 자신이 창업한 개인재정상담 사이트 민트닷컴을 1억 7000만 달러(약 1790억원)에 매각해 돈방석에 올랐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청년 갑부지만 사는 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호화 주택에 고급가구, 최첨단 가전제품 대신 그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팔로 알토 지역에서 600평방피트(약 56㎡) 크기의 방 한개짜리 아파트에 살며 낡은 소파와 TV를 사용한다. 물려받은 39년 된 갈색 가죽구두를 애지중지 아끼고, 12달러짜리 이발소를 애용한다.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로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27)도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서 산다. 새로 창업한 회사인 아사나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비행기는 일반석을 탄다. 반면 자신이 만든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하버드대 동창으로 페이스북을 함께 만든 마크 저커버그와 마찬가지로 생전에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富)는 큰 집이나 번쩍이는 차보다 더 가치있게 쓰여야 한다.”(패처) “명품을 지닌 나를 상상해 봤지만 이것들로 인해 삶이 더 의미있는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질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다.”(모스코비츠)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젊은 기업가들이 신분 상승의 전통적 상징인 스포츠카나 요트, 호화저택 등 물질적 풍요 대신 사회공헌 등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도 자신이 보유한 재산에 비하면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얼마 전 팔로 알토에 700만 달러짜리 주택을 처음 구입하기 전까지는 낡고 좁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지난해 공립학교 발전 기부금으로 1억 달러를 선뜻 내놓은 그의 페이스북 프로필에는 ‘미니멀리즘’과 ‘욕망 자제’가 관심사로 등록돼 있다. 뉴욕대에서 인터넷 기업가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앨리스 머위크 마이크로소프트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들은 신분상승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찾는 방식이 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은 훌륭한 외모와 눈에 보이는 부, 멋진 몸매를 가꾸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집단이 아니다.”라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의 척도는 무엇을 샀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업을 창업했는가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청년 갑부들이 과소비를 피하는 또 다른 이유로 에드워드 울프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갑작스러운 재산의 증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자신들의 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조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얼마 전 멸종위기 동물인 큰 돌고래를 불법 포획해 동물원 돌고래쇼장 등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국제 보호종을 무려 20년 동안이나 불법으로 유통해 왔다. 해당 동물원은 “전혀 몰랐다.”고 했지만 어쨌든 동물원이 불법 포획자들의 든든한 돈줄이 됐던 것이다. 동물 보호에 앞장서야 할 동물원이 불법포획한 짐승들을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사준 셈이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다른 동물의 수입과정에서는 불법 포획 따위가 없을까. 안타깝지만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동물원은 별로 없다. 겉으론 분명히 합법적인 경로이지만 불법포획 등이 개입될 구멍이 존재하는 탓이다. 대부분 동물원이 합법적인 통로로 동물을 수입하고는 있지만, ‘합법적=불법포획 없음’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동물원 관계자는 전했다. 보통 동물원은 필요한 동물이 있을 때 공식 수입업자를 통해 조달받는다. 하지만 수입업체 한곳이 모든 동물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국내 업체는 외국 현지 등을 연결해 그때마다 필요한 동물을 찾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거래하는 해외업체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해당 동물을 확보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묻지 않는 것이 관행이기도 하다. 희귀한 동물일수록 조달 과정은 생략된다. 국내 서류에는 분명히 ‘합법’이란 도장이 찍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불법’으로 포획된 야생동물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동물원끼리 직거래를 하기도 한다. 수입상을 믿느니 다른 나라 동물원을 통해 들여오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도 맹점은 존재한다. 이른바 ‘동물원을 통한 동물세탁’이다. 동물원 관계자는 “아프리카 등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는 현지 동물원을 마치 수출공장처럼 운영하기도 한다.”면서 “결국 서류상으로는 다른 동물원에서 사오는 것이지만 실상은 수출업자의 창고에서 포획된 동물을 꺼내오는 형태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편법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는 계약, 수송, 입식 등 동물 도입의 전 과정을 동물 보호단체에 공개하고 감사를 받기도 한다. 자국의 동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동물원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제2, 제3의 돌고래 파문이 어디에서 또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각 동물원이 수입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들의 동물원] (1) ‘크누트’의 돌연사 왜 어미곰은 새끼를 포기했을까? [어른들의 동물원] (2) 외로운 ‘블랙스완’ 대량학살의 슬픈 역사 간직한 그들. [어른들의 동물원] (3) 동물들의 사랑 몸짓(상) 고슴도치들은 어떻게 교미를 할까? [어른들의 동물원] (4) 동물들의 사랑 몸짓(하) 수컷뱀 성기 2개로 5시간 짝짓기 [어른들의 동물원] (5) 동물의 심리학 개장수 나타나면 동네 개들 조용해지는 이유 [어른들의 동물원] (6) ‘고리롱’ 박제논란(상) 숨진 로랜드고릴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른들의 동물원]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600년전 일본에서 실려와 비운의 삶 [어른들의 동물원] (8) ‘고리롱’ 박제논란(하) 서울동물원, 독자의견 따라 박제 않기로 [어른들의 동물원] (9) 잘못 알려진 진실들 백조는 물속에서도 발짓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동물원] (10) 동물들도 자살을 하나? 1주일 만에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선택 [어른들의 동물원] (11) 술 취한 원숭이들 먹던 과일 씹다 두면 발효돼 자연의 밀주로 [어른들의 동물원] (12) 더위 절대강자 낙타의 비밀 무릎 같은 발목이 하이힐 역할 [어른들의 동물원] (13)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마라 동물원 사팔뜨기 안경의 비밀 [어른들의 동물원]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사자도 공작도 과거를 숨기는지 몰라요
  • 스타일리스트 서래지나씨가 말하는 ‘연아 스타일’

    “김연아 선수는 노출이 많거나 여성스러운 스타일보다는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옷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의상 연출을 돕는 스타일링업체 ‘아장드베티’의 서래지나(39) 실장은 ‘김연아 더반 의상’이 화제가 되고 모두 팔린 것은 김 선수가 어떤 옷을 입든 너그럽고 예쁘게 봐 주는 대한민국 국민과 김 선수의 스타일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서씨는 ‘김연아 패션’에 대해 일단 김 선수가 노출이 많은 의상을 좋아하지 않고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색깔이나 장식이 많아서 러블리한 옷보다는 단색에 단정하고 똑 떨어지는 느낌의 의상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더반 의상은 “어른들 앞에서 튀지 않게 해 달라.”는 김 선수의 부탁에 맞춰 평소 선호하는 ‘블랙&화이트’ 색상의 옷을 주로 골랐다고 한다. 무채색이 신뢰감을 주고 카리스마를 풍기긴 하지만 자칫 나이 든 느낌이 들 수도 있어 포인트를 살리고자 했다. 제일모직의 정구호 전무가 직접 디자인한 검은색 망토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상징하는 브로치를 달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김연아 선수의 의상이 잘 팔리는 것보다는 “잘 어울렸다.”라는 평이 더 좋다는 서씨는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히면 입는 사람이 소화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가 김 선수의 패션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국내 브랜드의 옷을 주로 입은 것은 ‘국가대표’라는 자각과 스타일을 돕는 사람들의 의식이 함께 작용해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 뼈 추스려 162~170㎝ 여성 추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강남 성형외과 572곳 뒤져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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