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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힐에 사인펜으로 눈 화장…조숙한 초딩들 아이돌 모방 심각

    경기도 D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이모(12)양은 올해 초 예비소집일에 학교를 갔다가 뜻밖의 장면을 봤다. 같은 반의 몇몇 친구들이 스키니진에 굽이 5㎝가 넘는 하이힐 워커를 신고 있었기 때문. 눈꺼풀에 아이라인을 그린 친구도 있었다. 이양은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싶어 그날 수업이 끝나자 지하철 지하상가로 가 5㎝ 뒷굽의 하이힐을 샀다.”고 말했다. ●초딩들 “나만 뒤처질까봐…”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하이힐’과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으로 아이라인을 그리는 화장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연예계에 나이 어린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일부 초등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이들의 외모를 모방하는 ‘조숙 키즈’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원래 어른을 흉내 내는 것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남보다 더 빨리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아이돌 그룹 티아라처럼 입고 싶은데 하이힐을 신어야 스타일이 날 것 같아요.”, “어디서 어린이 하이힐을 구할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성장기 어린이 건강 우려” 문제는 하이힐과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리는 아이라인이 모두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하이힐은 자라는 어린이들의 관절과 근조직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컴퓨터용 사인펜은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권대규 인하대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하이힐을 신으면 허리와 발 뒤꿈치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경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눈꺼풀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아이라인을 그릴 경우 눈 점막에 자극을 줄 수도 있고,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제주의 또 다른 풍경…올레길은 많이 봤잖아

    제주의 또 다른 풍경…올레길은 많이 봤잖아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엔 연중 100일 안팎 비가 내립니다. 눈은 15일가량 옵니다.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를 찾을 경우 하루나 이틀은 궂은 날씨와 만나게 된다는 뜻이지요. 비 오는 날엔 꼭 찾아야 할 곳이 있습니다. 폭포지요. 수량이 더해진 만큼 평소 보다 훨씬 장쾌한 자태를 뽐냅니다. 특히 70㎜ 이상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뒤라면 서귀포의 엉또폭포를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건천(乾川)인 탓에 평소 물이 흐르지 않다가도 중산간 지역에 비가 집중되면 높이 50m짜리 폭포로 변하는데, 그 자태가 여간 빼어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텐트 안에서 비 ‘듣는’ 소리를 ‘듣는’ 맛이 각별한 글램핑, 빗물에 씻긴 유리 조형물이 보석처럼 빛나는 제주유리박물관 등 새로 생긴 시설들을 돌아본다면 비 오는 제주의 또다른 맛을 느끼게 될 듯합니다. ●봄비가 선사한 풍경의 보물 엉또폭포 서귀포엔 폭포가 많다. 천제연(22m), 천지연(22m), 정방(23m), 소정방(5m) 등 명자깨나 날리는 제주의 폭포들은 죄다 서귀포에 몰려 있다. 여기에 강정동의 엉또폭포를 더해 제주 5대 폭포라 한다. 명성으로야 엉또폭포가 가장 뒤지지만 높이에선 가장 앞선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높이 50m로, 도내 자연 폭포 가운데 가장 높다. 엉또는 제주 사투리 ‘엉’(작은 바위 또는 작은 굴)과 ‘또’(입구를 뜻하는 ‘도’의 센 발음)의 합성어다. 폭포 바로 옆에 굴이 뚫려 있어 엉또폭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올란지내’라고도 부른다. 제주올레 7-1코스가 폭포 주변을 지나면서 점차 세상에 알려졌다. 엉또폭포는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여느 폭포와 달리 비가 많이 내린 뒤에야 볼 수 있다. 폭포 자체가 건천이기 때문이다. 보통 강수량 70㎜ 이상이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50㎜ 정도만 내려도 제법 그럴싸한 폭포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다만 엉또폭포 위쪽의 중산간 지역에 비가 집중되어야 한다. 목재 데크가 깔린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 가면 숲 가운데서 느닷없이 엉또폭포가 뛰쳐나온다. 세찬 물줄기가 벼랑 끝에서 흰 포말을 만들며 ‘엉알’(폭포 아래 움푹 파인 웅덩이)로 떨어져 내린다. 장관이다. 규모로나 자태로나 천지연 폭포 등에 뒤질 게 없다. 울창한 난대림에 둘러싸인 덕에 신비로운 느낌 마저 든다. 설령 비가 오지 않더라도 아쉬울 건 없다. 폭포의 물줄기 못지않게 아름다운 진입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엉또폭포는 오랫동안 세인의 시선에서 비켜서 있었다. 그 덕에 폭포로 들어가는 악근천 상류에 천연 난대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폭포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괴석을 보는 것만으로도 발품 판 게 아깝지 않다. 게다가 제주에서 입장료 받지 않는 곳이 어디 흔한가. 엉또폭포는 아직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아 더 고맙다. 서귀포 신시가지 종합경기장에서 중산간도로를 따라 800m 정도 서쪽(중문 방향)으로 가면 엉또폭포 입구 팻말이 있다. 이 팻말을 따라 1㎞ 쯤 북쪽으로 들어가면 월산마을이 나온다. 곳곳에 표지판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폭포 인근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064)760-2656. ●“우리 모영 놀게 마씸”(우리 모여서 같이 놀아요) 제주엔 볼거리, 놀거리가 많다. 가족이나 연인 등 개별 여행자들에겐 그렇다. 그런데 단체가 제주를 찾는다면 어떨까. 그간 외국 관광객처럼 줄 서서 관광지 둘러보는 것 외에 단체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반성에서 나온 것이 마이스(MICE·국제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상품 활성화다. 요즘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회장 김영진)가 각별히 신경 쓰는 분야로, 수학여행 이외의 직장인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관광 상품 개발과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지난 22~23일 전국 여행업체 관계자 등 70여명을 초청해 제주도 내 관광지에서 관련 상품 시연회를 연 것도 그 일환이다. 시연회는 팀 빌딩(Team Building)과 테마파티, 이벤트 공연 등의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각각 이름과 형식은 다르지만, 단체가 모여 즐기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팀워크를 다진다는 맥락은 똑같다. 지금까지 개발된 마이스 상품은 팀 빌딩 25개, 테마파티 16개, 이벤트공연 16개 등 모두 57개다. 팀 빌딩은 단체 정신을 고취하는 조직강화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말만 바뀌었을 뿐, 예전 MT(Membership Training)를 떠올리면 알기 쉽다. 리허설은 일출랜드에서 개발한 ‘우리 모영 놀게 마씸’ 중심으로 이뤄졌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주최한 MICE 상품 응모전에서 1위를 차지한 상품이다. 일출랜드의 너른 공간을 활용해 해녀 물질 옷 갈아입기, 물허벅 채우기, 정낭걸기, 돌하르방 찾기, 염색체험 등 팀별 미션을 벌인다. 최대 2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테마파티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것은 제주유리박물관의 ‘투명유리 청정제주의 신비를 담다’였다. 유리공예 체험을 통해 유리의 역동적인 변화를 발견하는 동시에, 유리 조형물들이 전시된 공간에서 다양한 테마의 파티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신혼 부부를 위한 ‘렉씨웨딩 샹그릴라’, 생각하는 정원에서 개발한 ‘제주갈라테마파티’, 프시케 월드의 ‘어메이징 레이스(몸으로 익히는 제주어)’ 등의 프로그램도 선을 보였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홈페이지(www.hijeju.or.kr) 참조. ●럭셔리한 캠핑 ‘글램핑’ 트렌드 선도 요즘 제주의 새로운 아웃도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게 ‘글램핑’(Glamping)이다. ‘호화로운’(Glamorous)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아프리카 같은 오지의 화려한 텐트호텔에서 머물며 승마, 요트 등 고급 레저를 즐기는 걸 일컫는다. 글램핑을 처음 선보인 곳은 제주신라호텔이다. 2010년 10월 첫선을 보였던 ‘호텔 캠핑’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당시 제주신라는 숨비정원 한쪽에 ‘캠핑 존’을 마련, 텐트와 셀프 바비큐 시설을 설치했다. 이게 이른바 ‘대박’을 쳤다. 최근엔 수도권 등지의 특급 호텔은 물론, 일반 레스토랑에도 ‘글램핑 존’이 들어서고 있다. 제주발 글램핑 열풍이 뭍에까지 상륙한 형국이다. 글램핑 존은 캠핑 존 위쪽, 그러니까 서귀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숨비정원에 총 8동이 조성됐다. 호텔 객실 크기의 카바나형 텐트는 바닷바람에도 거뜬한 방풍 재질로 만들어 졌다. 텐트 안에는 고급 가구와 턴테이블 위에서 LP판이 돌아가는 오디오 시스템, 피로를 푸는 족욕기 등을 갖췄다. 바비큐 재료도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샴페인과 거위 간 테린 카나페 등으로 입맛을 돋운 뒤 바비큐가 이어진다. 꽃등심과 흑돼지 오겹살, 그리고 전복, 바닷가재 등 해산물과 단호박, 고구마 등 채소가 제공된다. 고객이 직접 요리하는 게 기본이지만, 호텔 셰프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레저 전문 도우미 GAO(Guest Activity Organizer)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올레길 트레킹, 노르딕 워킹, 승마, 요트 등 20여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간단한 다과와 음료가 들어 있는 배낭, 스틱 등은 호텔에서 준비한다. 참가비는 2만∼5만원. 글램핑 존은 오후 6시 입장해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다. 어른 1인 10만원(2인 이상 가능), 어린이 3만 5000원. 글램핑&트레킹 패키지는 34만~47만원(세금·봉사료 별도). 2박 이상부터 가능하다. shilla.net/jeju, 1588-1142. 글 사진 서귀포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젊은 공자 종손이 과학보다 강조한 것은

    [김병일 사람과 향기] 젊은 공자 종손이 과학보다 강조한 것은

    얼마 전 도산서원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공자의 79대 종손 쿵추이창(孔垂長·37)과 맹자의 76대 종손 멍링지(孟令繼·34)가 그들이다. 한국 유학의 태두인 퇴계 선생을 모신 서원에 그분이 공부했던 유학의 개창자인 공자와 맹자의 제사를 받드는 직계 후손이 방문한 것이다. 공자 종손의 도산서원 방문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 종손의 할아버지인 타이완의 쿵더청(孔德成) 박사가 1980년 첫 방문한 이후 몇 차례 찾아왔고, 2001년에는 베이징에 사는 쿵 박사의 누이 쿵더마오(孔德懋) 여사도 방문한 바 있다. 그럼에도 79대 종손의 이번 방문은 여러 면에서 유교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쿵더청 박사는 방문 당시 이미 60을 넘긴 나이였기 때문에 외모상으로도 ‘유교’의 이미지와 여러모로 어울렸다. 이에 반하여 손자인 지금 종손은 호주에서 유학한 30대 사업가여서 ‘공자 종손’이라는 말이 풍기는 이미지와 어떻게 조화될지 자못 궁금하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기우였다. 겉모습은 동년배와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사람다움의 본질을 타인을 배려하는 ‘인’(仁)으로 파악했던 대철학자의 후손답게 그의 생각 속에는 조상의 가르침을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방문 둘째 날 선비 수련을 위해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입소해 있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공자 종손은 ‘과학의 시대’를 살면서 현대인들이 범하는 가장 큰 과오는 인간의 가치를 외부에 두는 것이라 역설했다. 가치 중립적인 과학을 신앙으로 떠받든 결과 현대인은 내면적 가치라는 자신의 고유한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간다움의 조건을 자신에게 묻는 유학의 ‘반구저기’(反求諸己) 정신을 그는 강조하였다. 자신부터 되돌아보는 이 자세가 2500여년 전 그의 먼 할아버지가 강조했던 ‘인’의 근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자 종손의 이런 모습을 보며 그 조상에 그 후손이라는 생각과 함께 명문가의 전통이라는 것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낮추며 날로 새로워지고자 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정신이 이어지기 때문에 비로소 명문가인 것이다. 퇴계 종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80이 넘은 연세에도 방문하는 손님에게 무릎을 꿇은 자세로 퇴계 선생에 대한 한 마디 자랑도 없이 ‘예인조복’(譽人造福:남을 칭찬하는 것이 곧 자신의 복을 짓는 일이라는 뜻)을 이야기하고 글로 써 주시는 노종손의 삶 역시 자신을 낮춤으로써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전형이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명문가가 대를 이어 우의를 쌓아가는 데에는 이처럼 지향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와 퇴계라는 이 두 명문가 개창자의 역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두 선현이 뿌린 덕성의 씨앗이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런 지향의 밑거름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덕성의 향기를 피우는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동양에서 만대가 흘러도 없어지지 않을 사람의 세 가지 업적, 즉 삼불후(三不朽)로 입덕(立德:덕성을 세우는 일)과 입공(立功:공훈을 세우는 일), 입언(立言:학설을 세우는 일)을 말하면서 그 가운데 입덕을 제일로 친 것도 아마 이 때문이리라. 오늘 우리 앞에 얽혀 있는 문제를 푸는 열쇠도 결국 사람의 덕성이 아닐까? 근래 사회문제화된 학교폭력만 해도 그렇다. 부모와 교사 그리고 이웃 어른들이 평소 우리 아이들에게 절제하고 배려하는 덕성의 향기를 맡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그런 일들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 있는 명문가는 ‘온고’(溫故) 못지않게 ‘지신’(知新)에 의해 계승되는 측면도 크다. 역사가 일천한 현대의 명문가일수록 특히 그렇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덕성의 씨를 뿌려 우리 모두 새로운 명문가의 개창자가 되어보자.
  • [영화프리뷰] ‘열두 살 샘’

    [영화프리뷰] ‘열두 살 샘’

    소년의 이름은 샘. 겨우 열두 살인데, 지독한 백혈병을 앓고 있다. 서너 번은 재발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어느 날 소년은 캠코더로 자신만의 일기를 남기기로 한다. 동시에 병원에서 만난 절친 펠릭스와 함께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과학자 되기, 공포영화 보기,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오르기, 비행선 타보기, 술 마시고 담배 피우기, 여자친구랑 진하게 키스하기, 우주선 타고 별 보기…. 샘은 펠릭스의 도움으로 하나씩 소원을 이뤄간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이뤄 갈 무렵, 펠릭스가 먼저 세상을 등지면서 샘은 충격을 받는다. 새달 12일 개봉하는 ‘열두 살 샘’은 전 세계 13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샐리 니콜스의 소설 ‘영원히 사는 법’(Ways To Live Forever·국내판 제목 ‘아빠, 울지 마세요’)을 영화화했다. 2008년 발행 당시 유럽 최대서점 워터스톤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힌 수작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너무나 쿨하고, 어른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성숙한 꼬마의 버킷리스트는 흡인력 있는 소재다. 죽음의 무게에 짓눌려 신파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구스타프 론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잘 만들어진 신파영화는 많아서 죽음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삶과 꿈을 성취하는 것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라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말기암 판정을 받고 석 달 뒤면 죽을 소녀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소년의 만남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한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로브 라이너 감독이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과 만든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도 생각난다. 세상을 오래 산 두 남자의 버킷리스트에서 삶에 대한 통찰과 회한을 느낄 수 있었다면, 샘의 버킷리스트에서는 맥주의 쌉싸래한 첫 맛과 머릿속을 핑 도는 담배의 첫 맛, 소녀와의 숨이 막힐 듯한 첫 키스 같은 삶의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만듦새가 나쁘지 않다. 샘의 일기장과 함께 등장하는 내레이션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대목은 감독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마을을 떠나본 적도 없는 소년이 자신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걸 마법적인 방법으로 되살리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영국 영화의 새 얼굴들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영국 전역에서 몰려든 수백명의 아역배우를 따돌린 주인공 샘 역의 로비 케이(17), 대니 보일 감독의 ‘밀리언즈’(2004)에서 주근깨 꼬마로 낯익은 펠릭스 역의 알렉스 에텔(18), 헬레나 본햄 카터의 어린 시절과 묘하게 닮은 샘의 첫 키스 상대 엘라 퍼넬(16)은 쉽게 잊히지 않을 얼굴들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재채기만 해도 골절…희귀병 20대母 감동 사연

    재채기만 해도 골절…희귀병 20대母 감동 사연

    재채기만 해도 늑골이 부러지는 희귀병에 걸린 20대 여성의 감동적인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26일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를 따르면 뉴캐슬에 사는 카이 테이트(25)는 뼈가 쉽게 부러지는 유전질환인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 골형성부전증은 인체 골격 형성에 필요한 콜라겐을 생성하는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한다. 이 때문에 카이는 성인이지만 키가 114cm 정도밖에 자라지 않았으며 그녀의 6살 된 아들 루이스와도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 또 카이는 뼈가 워낙 약하기 때문에 단지 재채기를 하거나 친구들이 자신을 꽉 껴안아도 쉽게 골절될 수 있다고 한다. 카이는 지금까지 총 205번의 골절상을 입었다. 태어날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녀는 사람의 뼈 중 가장 크다고 알려진 대퇴골(넓적다리뼈)이 쉽게 부러졌고 이 부위만 지금까지 30번 이상 골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카이는 항상 휠체어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당당했고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서 마침내 스스로 걷게 됐다고 한다. 또 카이는 19살때 또다른 도전을 했다. 바로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당시 사람들의 반대에도 아이를 낳기로 했다. 카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기에 임신 이후 더욱 조심했지만 27주째 그만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이후 의사들의 권유로 만삭을 5주 앞둔 35주째 결국 선택적 제왕절개수술로 루이스를 출산하게 됐다.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태어난 루이스는 병원에서 집중 회복을 받은 뒤 2주 만에 엄마 곁에 돌아갔다. 다행히도 아들은 희귀 질환을 물려받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카이는 자신의 아들을 마음껏 안아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루이스는 거의 유모차 위에서 자랐고 본능에 따라 엄마의 상태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활발하지만 어른스럽다고 한다. 카이는 “22살 때 동성 친구가 내 병을 모르고 껴안았다가 늑골 하나가 부러졌었다”면서 “당시 친구가 매우 미안해했지만 난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태도에 대해 카이는 “정신력에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아픔이 아픔을 위로하다

    군더더기 없다는 게 이런 것일 듯 싶다. 미사여구 없이 상황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무리해서 자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내지 않고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간다. 지난해 제5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자인 기준영의 첫 장편소설 ‘와일드 펀치’(창비 펴냄)는 그렇게 읽힌다. 1부와 2부로 나뉜 소설에서 네 번 나오는 인트로와 아우트로는 이층집 주인 ‘현자‘의 시점으로 풀었다. 현자는 “내게 중요한 사람은 남편 강수와 아들 완주”라고, “더 값진 것을 갖기엔 역량부족”이라고 못 박았지만, 이내 “내 팔자엔 손님이 끓나 봐.”라고 인정해버린다. 그렇게 불쑥 ‘남편의 손님’ 태경과 ‘내 손님’ 미라가 현자의 이층집에 찾아온 것이다. 부부가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홍콩으로 떠나고, 빈집이 오롯이 손님들의 것이 된 사이,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했다. 이들이 갖는 유대감은 가족사다. 아내와 딸에게 버림받은 태경은 ‘밀고 당기기 하기에 지친 영혼’이고, 미라는 사랑하는 남자의 폭력에 시달렸다. 강수는 물놀이하다가 동생을 잃은 아픈 기억을 태경과 공유하고 있고, 현자 역시 미라네 여관에서 묵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와 사고사의 고통을 품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인물이 끼어든다.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이는 어머니와 사는 열여덟살 우영이다. 우영은 1년 전 시점부터 차근차근 현재로 다가오면서 이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태경과 미라는 ‘시들한 부부’ 강수와 현자에게, 소년 우영은 강수와 태경에게, 또 어른 넷은 외로운 우영에게 위로를 드리우고,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 기준영 작가는 “제목은 중의적 표현이다. 여러 가지 원액이 섞이는 칵테일처럼 감성이 충돌하는 의미도 있고, 거친 한 방이라는 의미도 품는다.”고 설명한다.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거칠고 강하기 때문에 와일드 펀치를 떠올렸다.”고 덧붙였다.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살아남으려 일본 순사가 됐다”… 친일파의 서글픈 변명

    “살아남으려 일본 순사가 됐다”… 친일파의 서글픈 변명

    “지나고 나면 흐름이 보이지만, 그 시대 속에 푹 파묻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만으로 힘겨울 수도 있지 않겠나. 일제강점기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는 친일파라면 매장하는 분위기다. 그들을 변호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과 고통이 있지 않았겠느냐, 함께 생각해보자고 쓴 것이다.” 장편 역사소설 ‘북성로의 밤’(한겨레출판 펴냄)을 최근에 펴낸 조두진(45)씨는 잘 팔리지도 않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 소설을 써낸 이유를 22일 전화로 이렇게 설명했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성로는 대구 도심 한복판에는 있는 조선시대 대구성의 흔적을 말한다. 남성로, 동성로, 서성로 등과 한 묶음이다. 대구성은 1590년 왜구의 침략을 우려해 흙으로 축성했다가 임진왜란 때 허물어지자 1736년 돌로 성을 다시 쌓았다. 전국에 척화비를 세우던 흥선대원군이 1870년 대구성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는데, 불과 40여년만인 1906년 경상도 관찰사 서리 박중양의 묵인 아래 일본 상인들이 이 성을 허물었다. 그 성을 허물어뜨린 대표적인 일본 상인이 ‘북성로의 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미나카이 백화점의 창업주 나카에 도미주로였다. 나카에 도미주로는 일본 시가현 곤도에서 반농·반상인의 아들로 1903년에 조선 땅을 밟았다. 1905년 1월 대구에 잡화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포목점을 열었고, 경부선 열차와 함께 전국으로 지점을 넓혀가던 중 1933년 미나카이 백화점 대구 본점과 경성점을 개장했다. 1941년 중국 남경점까지 연 그는 1945년 해방 직전까지 18개 지점, 종업원 4000명, 연매출 1억엔을 자랑하는 백화점 그룹으로 성장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 일본이 미국에 선전포고한 전후다. 주인공은 미나카이 백화점의 성실한 조선인 배달부인 노정주와 창업주의 딸이자 의전에 진학한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나코로 설정돼 있다. 마치 청춘소설 같다. 하지만 독자들은 ‘개천의 용’으로 똑똑하지만 일본 순사로 전락한 노태영, 야마모토 쇼시에 더 주목할 것 같다. 소작인의 아들로 일등을 해도 일등 자리를 양반 지주에게 내줘야 했던 태영에게는 설움이 많다. 신분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설움, 가난의 설움, 고문에 이골이 난 악질적인 순사지만 물렁한 일본인 동료에게 승진에서 밀리는 설움 등이다. 가족의 주린 배를 책임져야 할 가장 태영에게 나라 잃은 설움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태영은 독립운동에 나선 친동생 치영을 거론하며, 사촌 동생인 노정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금 그어진 대로 살아라. 치영은 세상에 금이 잘못 그어졌다고 말하는데, 금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따라 이렇게도 그어지고, 저렇게도 그어진다.”라고. 또 태영은 “조선 농민은 종일 뼈가 빠지도록 일해도 멀건 죽으로 연명해야 하고, 일본 농민은 쉬어가면서 일해도 쌀밥을 먹는다. 농민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의 잘못이다.”라고. 그는 또한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태평양전쟁으로 조선인 징용과 징병에 열을 올리자 “쓸모가 없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야 쓸모가 있는 것이다.”고 말한다. 치영이 “신념을 팔아서 배를 채우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추궁할 때도 태영은 “배를 채우는 것이 내 신념이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식민지에서 생활인으로 살아야 하는 태영의 모습은 독재시대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살아온 1970·80년대 산업역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두진씨는 “북성로에 가끔 70~80세가 된 백발의 일본인들이 찾아오는데, 다가가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보면 몹시 두려워한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중년까지 살았던 일본인들인데, 고향을 잃어버린 불행한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뤄지고 나서 아나코는 대구에 찾아와 이렇게 독백한다. “나는 조선에서 22년을 살았고, 일본에서 22년을 살았다. 지금쯤 하얀 찔레가 한창이겠지요. 나는 사쿠라 향기를 몰라요. 어른이 돼서 사쿠라를 접한 사람은 그 꽃향기를 알 수가 없다고 해요.” 이 책은 독일 법학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와 오버랩되는 지점이 있다. 나치 전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문맹의 한나와 그녀를 사랑한 법학도 마이클의 이야기는 단순 연애담이 아니다. 현대 독일(마이클)이 유대인 학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구(舊)독일(한나)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과거와 화해가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과거와 화해할 것인가는 과거를 청산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북성로의 밤’은 말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세금 탓하지 마라 다 투자하는 거다

    #1 표가 걸린 정치권에서는 아직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시대의 화두인 복지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느 정도의 증세가 불가피하다. 아니, 지금도 세금투성이인데 또 세금을 내라고? 2009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된다. 한국의 소득세율은 17.2%로 조사대상 30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낮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두 번째로 낮다. #2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록펠러 가문의 적자 데이비드 록펠러 시니어, 언론재벌 테드 터너, 빌 게이츠의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의 공통점은? 조시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 정부가 추진한 상속세 폐지 정책 반대 운동을 벌였다. 잠자코 있으면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던 이들은 “세금을 사회에 투자하겠다.”고 생각했다.세금폭탄 피해자 대신 사회에 대한 적극적 투자자를 택한 것이다. #3 복지논쟁이 불붙으면서 보편적 복지냐, 잔여적 복지냐 하는 논쟁이 뜨겁다. 잔여적 복지란 복지혜택이 돈 없고 불쌍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의료보험부터 잔여적 복지식으로 개편해 보면 어떨까. 미국을 참고할 법하다.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지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메디케어(Medicare)와 빈민층을 위한 메디케이드(Medicaid)가 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미국의 출산비용은 병원비만 2000만원이다. 감기에만 걸려도 15만원이다. 결국 문제는 세금을 어떻게 더 많이 걷을 것이냐보다, 그 돈을 사회에 대한 투자라는 목적에 맞게 얼마나 더 제대로 운용하느냐다.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시민 교과서’(전국사회교사모임 지음, 살림 프렌즈 펴냄)에 담긴 내용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하는 ‘선생님 저자되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 7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중·고등학교 때 배우고 넘어갔어야 할 이 내용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많으니 난감하다. 1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마당] 우리 집 안방의 언론과 언론파업/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우리 집 안방의 언론과 언론파업/신동호 시인

    옛날 신문지에서 풍기던 휘발유 냄새는 왠지 새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아버지 손에 전달하기 전에 나는 갓 배달된 냄새로 세상을 읽었다. 흑백사진 속의 현장들은 대문 밖 일들에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신문을 펼쳐든 아버지는 또 얼마나 근사했던가. 하루종일 작은 가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아버지였지만 세계와 소통하는 듯 보였다. 그 풍경이야말로 어른들의 영역이라 여겼고 지금도 나는 버릇처럼 신문을 펼쳐든다. 그 안에 진실과 새것이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면서 말이다. 고백하자면, 대학생이 되어서 운동권이 된 것은 1980년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그해 봄의 기억은 온통 걱정이던 어른들의 얼굴이다. 여순사건과 6·25전쟁을 지나온 아버지는 특히 더했다. 불안한 아버지의 등 뒤에서 건너본 신문지 1면. 폭동, 간첩, 내란과 같은 단어들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러나 대학에서 만난 1980년 5월의 진실은 너무나 기가 찼다. 계엄철폐를 외치던 학생들을 향한 발포,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민들과 벌인 끔찍한 전투. 어렵게 들어간 학보사를 그만두고 나는 금서였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와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었다. 활자와 전파를 매체로 진실을 보도하는 저널리스트, 기자의 꿈도 그때 접고 말았다. 진실의 그릇이라고 끊임없이 언론을 짝사랑하면서 동시에 의심하는 악습까지 얻었다. 그로부터 삼십 몇 년이 흘렀다. 지금도 정부는 나치독일의 괴벨스같이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기자들은 견디다 못해 파업을 하고 있다. 거짓말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기술로 괴벨스는 히틀러의 환심을 샀다. 언론을 정치에 이용한 최초의 인물로, 괴벨스는 대중들의 증오를 한없이 가중시켜 결국 국가를 파멸로 몰아갔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이런 행동이 2012년 서울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마그리트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작품을 통해 보는 것을 경계하라 했다. 현대사회는 안방에서 세계와 삶을 본다. 보는 삶에 현혹되면 나의 삶은 세계의 부산물에 불과해지기 쉽다. 가난할수록, 지식이 충분하지 못할수록 활자와 매체에 더 지배되고 거짓에 더 노출된다. 마그리트는 그래서 보는 것보다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식을 쌓은 기자의 양심이 중요한 건 이런 까닭이지 싶다. 알 기회가 없고 언론이 진실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범부들에게 우리 언론이 괴벨스와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 또한 그들이다. 흥미 경쟁으로 치닫던 ‘경마저널리즘’과 뉴스 결정권자가 취사선택하여 내용을 왜곡하는 ‘게이트키핑’은 시청자를 우매하게 만들었다. 없는 사실을 생산하고 쟁점을 만들어 대중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몰아가는 언론의 모습은 독자를 지치게 만들었다. 권력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소위 진보언론들조차 이런 행동을 따라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실로 언론의 위기는 정부의 탓만도 아니다. 여기에 디지털의 발전이 극적으로 더해졌다. 디지털 문화가 가져온 쌍방향성, 다방향성은 단일한 시선에 대한 도전이며 기성 언론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다. 이제 안방에서 몇몇 아버지들은 스스로 세상을 읽고 뉴스를 생산한다. 소셜네트워크 안에서는 능동적인 행동을 통해 복합적인 시선이 시시각각 부딪친다. 등 뒤에서 아버지의 신문을 넘겨보던 아들도 나름대로 자기의 시각으로 가세하며 사건의 생산자가 곧 뉴스의 생산자인 경우도 많아졌다. 기성의 언론은 다종다기한 시선과 경쟁해야 하는 이 상황을 억지로 외면하고 옛 향수에 젖어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여전히 언론이 우리의 안방에 진실을 전달해 주길 바란다. 서로 각자인 세계를 연결하고 분석하며 그 의미를 집어낼 수 있는 이들은 기자들이다. 관청이 먼 서민들의 입이 되어 줄 이들도 그들이며 저 깊숙이 감춰진 정보를 캐낼 수 있는 것도 그들뿐이다. 하루빨리 기자들이 제자리에 돌아와 진실과 새것을 알려주면 좋겠다. 그때 나도 아들 앞에서 위엄 있게 신문지를 펼쳐 읽고 싶다.
  • 여수, 어디까지 가봤니?

    여수, 어디까지 가봤니?

    올 상반기 대한민국 최고의 ‘핫 플레이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를 꼽으라면 단연 전남 여수입니다. 오는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기 때문이지요. 미국 CNN의 여행관련 웹사이트에서 여수를 ‘2012년 꼭 가 봐야 할 최고의 여행지 7곳’ 가운데 1위,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이 ‘2012년 꼭 해야 할 10가지’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것도 그런 까닭일 겁니다. 박람회 구경만으로도 하루 해가 짧을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박람회장 언저리만 돌다 온다면 아쉽기 짝이 없겠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여수의 섬과 바다, 그리고 맛을 아우른 ‘여행종합선물 세트’입니다.[섬] 오동도·사도·금오도…317개의 섬, 그곳에 가고 싶다 가수 싸이의 춤사위를 연상해 보자. 배경음악은 ‘나 완전히 새 됐어’다. 양팔을 ‘ㄱ’자 형태로 든 뒤 허리춤까지 늘어뜨린다. 여수의 생김새가 그와 비슷하다. 여수의 대표 아이콘 오동도와 그 주변 해역이 가슴께라면 화양면과 돌산읍이 각각 ‘ㄱ’자로 꺾인 왼팔과 오른팔처럼 남해를 향해 뻗쳐 있다. 그리고 각각의 끝자락엔 사도와 금오도 등 탁월한 풍경의 섬들이 매달려 있다. 여수 앞바다엔 유·무인도를 통틀어 317개의 섬이 떠 있다. 그 가운데 요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섬은 역시 오동도다. 오동도 주변 해역이 죄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이기 때문이다. 오동도는 오동잎을 닮아서, 혹은 섬에 오동나무가 많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요즘엔 동백꽃 가득한 ‘동백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동백꽃이 한창인 요즘, 섬은 그 어느 때보다 붉다. 오동도엔 5000여 그루의 동백나무 등 190여종의 식물들이 자생한다. 섬 정상의 하얀 등대와 용굴, 코끼리바위 등 해변 기암들도 볼 만하다. 박람회장에서 오동도까지는 768m 길이의 방파제로 연결돼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길이다. 걷거나 ‘코끼리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오동도엔 목재 데크가 깔려 있어 노약자들도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사도는 ‘바다 한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섬인 사도를 중심으로 추도와 중도(간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의 섬이 빙 둘러 마주하고 있다. 사도 왼쪽의 연목과 나끝은 방파제로, 오른쪽 간도는 석교로 각각 연결돼 있다. 또 간도와 이웃한 시루섬과 장사도는 각각 모래해변과 바윗돌 지대로 이어져 있다. 최근 ‘사도 둘레길’이 조성돼 한층 수월하게 돌아볼 수 있다. 간도로 가는 다리 아래엔 공룡화석지가 있다. 간도와 시루섬 사이엔 양면해수욕장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폭 50m의 모래해변이 드러난다. 시루섬은 볼거리가 많다. 용암에 쓸려 내려가던 나무가 화석이 된 규화목과 용암이 식으며 형성된 용(龍) 모양의 용미암, 200여명이 앉아도 넉넉한 멍석바위, 바다에 파여 지붕처럼 형성된 처마바위 등이 눈길을 끈다.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백조호(662-5454, 이하 지역번호 061), 백야도 선착장에서 대형카페리3호(686-6655)가 사도를 오간다. 소요시간 1시간 30분. 금오도는 ‘비렁길’ 덕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섬이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 휴가지로 추천하면서 한층 더 유명해졌다. ‘비렁’은 벼랑의 사투리이니, 곧 해안 절벽을 따라 섬을 에둘러 돌아가는 트레킹 코스를 일컫는다. 전체 길이는 18.5㎞. 원래 비렁길은 함구미 마을에서 직포 마을까지 총 8.5㎞ 구간을 일컬었으나, 최근 ‘비렁길 2구간’이 조성되면서 전체 길이도 대폭 늘었다. 비렁길 2구간의 길이는 10㎞. 직포 마을에서 장지 마을까지 연결돼 있다. 1·2 구간 통틀어 7~8시간가량 소요된다. 코스마다 마을로 이어지는 하산길이 있어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달릴 경우 곧바로 내려올 수 있다. 원래 금오도는 섬 산행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다도해와 함께 매봉산(대부산)을 오르는 맛이 각별해서다. 다만 노약자들이 오르기엔 다소 험한 편이다. 돌산도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까지 하루 7회(7:45 9:10 10:30 12:00 14:00 15:50 17:00) 페리호가 오간다. 승객 운임은 5000원. 승용차는 1만 3000원, SUV 1만 5000원(이상 편도). 한림해운 666-8092. [바닷길] 돌산 해안일주도로·만성리 해변…봄바람 살랑, 몽환적 풍경과 눈맞다 여수의 드라이브 코스를 말할 때 첫손 꼽히는 곳이 돌산 해안일주도로다. 돌산도는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 큰 섬으로 돌산공원과 무슬목전적지, 향일암, 은적암 등 많은 관광 명소를 품고 있다. 해안일주도로는 총 60여㎞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밤에 돌산대교를 건너면 50여 가지 색으로 수놓아진 조명의 환대를 받을 수 있다. 여수의 왼쪽, 그러니까 화양면을 지나 끝자락 백야도까지 가는 여정도 탁월한 풍경을 선사한다. 율촌면 봉전리 해안도로도 이에 못지않다. 줄곧 드넓게 펼쳐진 여자만을 끼고 가는데, 해넘이 때면 몽환적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여수엑스포역에서 신덕 해변에 이르는 해안도로도 놓쳐선 안 된다. 최근 개통된 곳으로, 여수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해변은 죄다 이 코스에 몰려 있다. 철쭉 명산으로 알려진 영취산도 이 길 중간에 있다. 길은 여수엑스포역을 출발해 마래터널~검은 모래 만성리 해변~모사금 해변~신덕 해변~한구미터널을 오간다. 만성리 해변은 검은 모래로 이름난 곳. 모사금 해변은 어린아이의 작고 앙증맞은 엉덩이를 빼닮았다. 왼쪽 ‘엉덩이’는 모래, 오른쪽은 몽돌 해변이다. 영취산 끝자락과 맞닿은 신덕해변은 숨겨진 보석이다. 기암괴석과 금모래로 이뤄진 해변이 빼어나다. 여수국가산업단지도 예서 멀지 않다. 다분히 이질적인 모습의 고즈넉한 해변과 살풍경한 산업단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고소동 벽화골목길도 좋다. 벽화로 장식된 길이 1004m의 골목으로, ‘천사골목’이라고도 불린다. 벽화는 여수의 역사와 문화, 전설 등을 담고 있다. 벽화골목길은 여수 구항 해양공원 인근의 패밀리마트 골목에서 시작해 진남관까지 이어진다. [랜드마크] 여수세계박람회… 특급호텔서 쉬어볼까 박람회장에서 오동도로 향하다 보면 돛단배 형상의 파란색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엠블호텔 여수(The MVL Hotel Yeosu)다. 지난 16일 오픈했다. 대명리조트가 지은 지상 26층, 총객실 311실의 특급 호텔이다. 박람회 기간 동안 전 세계 국빈급 인사들이 묵게 된다. 건축물의 모티브는 평화로운 바다에 펼쳐진 돛이다. 역동적인 파도를 표현한 저층부와 유선형의 고층부가 오동도와 어우러지며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 엠블호텔 최고의 명소는 26층 마레첼로 스카이라운지다. 너른 여수 바다와 엑스포 단지 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한화호텔&리조트는 5월 12일 박람회장에 아쿠아플라넷(Aqua planet) 여수를 오픈한다. 연면적 1만 6400㎡, 수조 6030t에 달하는 국내 2위 규모의 아쿠아리움이다. 태양광발전으로 전력 수요의 일부를 충당한다. 벨루가(흰돌고래)와 바이칼물범, 고래상어 등 지금껏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300여종 3만 4000여 마리의 해양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맛집] 게장·서대회·금풍생이 구이…무한리필의 넉넉한 인심은 덤이요~ 맛으로 먹고, 멋에 취하는 게 남도 밥상이다. 어떤 재료로 만든 음식이건 푸짐하고 맛깔스럽다. 하물며 돈 자랑만큼이나 맛자랑 말라는 여수라면 더 말할 게 없다. 게장은 여수의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여수의 맛은 간장게장에서 시작해 양념게장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봉산동에 게장골목이 형성돼 있다. ‘반장’이라 불리는 돌게를 고추장 양념에 비빈 양념게장, 채소 듬뿍 넣어 끓인 간장게장, 된장으로 맛을 낸 된장게장, 갈아 만든 칠게장 등 다양한 게장을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7000~8000원에 ‘무한 리필’로 제공되는 데다, 밑반찬이라기엔 ‘황송한’ 갈치조림, 멍게젓갈 등이 곁들여진다. 소선우(642-9254), 여성식당게장백반(642-8529), 여수돌게식당(644-0818) 등이 여수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지정한 식당들이다.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여수의 별미로 꼽히는 게 서대회다. 살코기가 부드러운 서대를 막걸리 식초에 잰 뒤 새콤달콤하게 맛을 낸다. 교동의 구백식당(662-0900), 중앙동의 여정식당(664-3638) 등이 유명하다. 금풍생이 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본래 이름은 군평선이다. 서방에게는 안 주고 애인에게만 몰래 차려준다고 해서 ‘샛서방 고기’라고도 불린다. 깊은 바다에서 자라 뼈가 억센 금풍생이는 속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중앙동의 삼학집(662-0261), 향일암 아래 황토방(644-4353) 등이 많이 알려졌다. 장어탕도 인기다. 어른 팔뚝만 한 장어를 뭉텅 썰어 된장국에 넣은 뒤 푹 끓여 낸다. 국동의 자매식당(641-3992), 교동 여객터미널 입구의 칠공주식당(663-1580), 봉산동의 산골식당(642-3455) 등이 식도락가들 입에 오르내리는 집들이다. 글 사진 여수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타루 “난 톡톡 튀는 홍대 여신…내 앨범은 음악선물세트”

    타루 “난 톡톡 튀는 홍대 여신…내 앨범은 음악선물세트”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주인공 주원(현빈 역)의 휴대전화에서 울리던 ‘문자왔숑, 문자왔숑’의 효과음은 현빈 못지않은 큰 인기를 얻었다. 과연 이 귀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홍대 인디음악의 3대 여신이라 불리는 가수 타루(30·김민영)다. 그녀가 올봄, 새 음반 ‘BLAH BLAH’(블라 블라)를 들고 나왔다. 타루 특유의 상큼한 목소리와 발랄한 멜로디를 머금은 노래부터 서정적인 발라드까지. 이번 앨범은 타루 음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앨범에 대해 “본격적인 진정한 타루 음악을 전하기에 앞서 맛보기처럼 나오는 애피타이저와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화이트데이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탕처럼 달콤새콤한 싱어송라이터 타루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 앨범 소개 좀 해달라. -이번 앨범은 소속사를 옮기고 나서 내가 야심 차게 앞으로 내놓을 앨범 가운데 첫 요리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마음 편안하게 음반을 낼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며 식감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같은 음악들로 채웠다. →5곡 모두 각기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종합선물세트 같단 느낌을 받았다. ‘Summer day’(섬머 데이)와 ‘Blah Blah’(블라 블라)는 타루 특유의 발랄함이, 직접 작사 작곡한 ‘기침’이란 곡은 발라드라 그런지 서정적인 느낌이 났다. 게다가 ‘Jay bird’(제이 버드)는 가사가 죄다 영어라 팝송 느낌이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노렸다. 특히 제이 버드 녹음할 때가 제일 어려웠다. 발음이 어찌나 어렵던지…. 녹음을 하는데 내가 노래를 부르러 온 건가, 영어학원에 스피킹을 하러 온 건가 헷갈렸다. 하하. →앨범의 첫 트랙인 ‘봄이 왔다’는 지인의 프러포즈를 기원하며 만든 곡이라고. -그렇다. 굉장히 친한 친구인데 친구가 사랑에 빠졌었다. 그분을 응원하고자 만들었다. 그분에게 봄 같은 날이 찾아오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짝사랑으로 끝났다. →앨범 재킷과 가사를 담은 글씨체가 특이하다. 손 글씨다. -소속사 대표이사이신 ‘옐로우 몬스터즈’의 이용원 오빠가 만들어주셨다. 용원 오빠가 직접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그린 뒤 컴퓨터 작업을 해 완성했다. →타루의 노래도 유명하지만,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문자왔숑, 문자왔숑’ 효과음과 배우 송혜교씨가 출연한 화장품 광고에서 ‘예뻐져라. 예뻐져’라고 노래 부른 것은 물론, 영화 ‘러브픽션’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중 ‘Inside of me’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영화나 드라마에 목소리로 참여만 하면 그 작품은 대박 나는데. -‘문자왔숑’의 목소리가 타루의 것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가수니까 음악으로써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앨범을 10개나 내고 곡을 100곡이나 내도 드라마에 목소리 조금 내비치는 게 큰 반향을 일으키니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백지영씨처럼 타루가 참여하면 작품이 대박 난다는 일명 타루 효과가 빨리 전파되길 바란다(웃음). →이름을 직접 지었다던데. -타루(墮淚). ‘눈물이 떨어지다’라는 동사다. 이름 자체가 굉장히 동적이지 않나. 눈물이라는 거 자체가 감성에 있어서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클라이맥스, 절정의 결정체 혹은 몰입의 경지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로 타루라고 지었다. →이번 앨범 이후 방송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라고. -가요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보고 싶다. 특히 MBC 무한도전에 꼭 나가고 싶다. 실제 나를 겪어본 사람들은 내게 무한도전 멤버 노홍철 씨의 애칭 ‘돌+아이’, 또라이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알면 알수록 다양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솔직히 무한도전에 나가야 많이 알릴 수 있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꼭 무한도전에 나가보고 싶다. 하하. →친한 동료는 누가 있나. -두루두루 친하다. 특히 ‘7자매’라고 해서 여성 보컬들과 친하다. 7자매 멤버에는 나를 비롯해 가수 린, 정인, ‘라즈베리필드’의 소희, ‘어른아이’ 황보라, 한희정씨 등이 있다. 서로 맛집도 함께 다니고 의지를 많이 한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나는 옷도 매일 똑같은 건 입지 않는다는 주의다. 다양한 음악,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사노바나 제3세계 음악, 강력한 록 장르 등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주말 영화]

    ●라카와나 블루스(KBS2 토요일 밤 12시 15분) 벤 산티아고 허드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라카와나 블루스’. 뉴욕 라카와나 왓슨가 32번지에는 유모 혹은 엄마로 통하는 레이철이 운영하는 하숙집이 있다. 레이철은 오갈 데 없이 내몰린 흑인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어린 루벤은 부모가 이혼한 후, 엄마 에일린이 생활비를 벌려고 웨이트리스 일을 하게 되면서 하숙집 방에 혼자 방치된다. 이를 보다 못한 레이철은 에일린을 설득해 루벤을 돌봐 주기로 한다. 엄마가 멀리 떠나 버린 후에도 루벤에겐 레이철이 있어 전혀 슬프지 않다. 레이철의 하숙집에는 모두 사연이 있는 흑인들이 모여 있었다. 루벤은 이들을 통해 인종차별의 아픈 과거와 전쟁이 남긴 상처, 연인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을 배워 나간다. 한편 어른이 된 루벤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레이철의 사랑 덕분에 사람들이 진정한 공동체의 울타리를 마련했음을 느끼게 된다. ●맨발의 청춘(EBS 일요일 밤 11시) 건달인 신두수는 거리에서 깡패에게 핸드백을 빼앗기게 된 여대생 요안나를 구해준다. 요안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두수의 아파트에 찾아오고, 신분 차에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든다. 대사의 딸인 요안나는 레슬링장에서 첫 데이트를 하며 난생 처음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험을 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던 두수는 요안나가 즐겨듣는 클래식을 들어 보거나, 잠들기 전 성경책을 읽어 보며 자신을 변화시켜 간다. 요안나는 두수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면서 두수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안한다. 하지만 취직을 부탁하기 위해 요안나의 어머니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두수는 모욕을 당하게 된다.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된 두수는 위악적인 태도로 요안나에게 거리를 두게 된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OBS 토요일 밤 11시 15분) 강동서 강력반 꼴통 형사 강철중.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건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 하지만 15년차 형사생활에 남은 거라곤 달랑 전셋집 한 칸이 전부다. 형사라는 직업 때문에 은행에서 전세금 대출받는 것도 여의치 않다. 잘해야 본전, 잘못하면 사망 혹은 큰 장애를 입을 수 있는 힘든 형사 생활에 넌더리가 난 그는 급기야 사표를 제출한다. 때마침 한 고등학교에서 터진 살인사건 때문에 그의 사표 수리는 미뤄지고, 이번 사건만 해결하면 퇴직금을 주겠다는 반장의 회유에 말려들어 귀찮은 사건 현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살인사건은 도무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죽은 학생의 지문이 얼마 전 강동서 담당에서 일어난 도축장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칼에 남은 지문과 같다는 사실을 밝혀내는데….
  • [어린이 책꽂이]

    ●논어, 우리 반을 흔들다(최은순 글, 이보람 그림, 학고재 펴냄) 물질이 풍요로운 세상에 논어가 더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게임중독, 왕따, 학교폭력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관심, 철학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만 1000원. ●아낌없이 나눈 사랑 김수환(오은영 지음, 안승희 그림, 문이당어린이 펴냄) 한국 최초의 추기경 김수환의 일생을 담았다. 천주교계의 제일 큰 어른이니 영광의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가 그대로 내버려둘 리 없다. 그 내용까지 누락하지 않고 모두 담았다. 9800원. ●슈퍼스타 우주입학식(심윤경 지음, 윤정주 그림, 사계절 펴냄) 작가가 내놓고 있는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호찬이가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뭔가 대형 사고를 칠 준비를 한다. 8000원. ●신기한 새집 이야기(스즈키 마모루 글·그림, 김해창 옮김, 사계절 펴냄) 저자가 화가인 데다 20여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새들의 생태를 관찰, 기록한 사람이다. 그 생생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그림책이다. 1만 800원.
  • 공무원 선거개입 언제까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월 11일 치러지는 19대 총선과 관련해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다 적발돼 수사의뢰되거나 경고를 받은 사례가 이날 현재 전국적으로 12건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전남도가 3건으로 가장 많다. 서울, 경기 각 2건에 충북, 충남, 광주, 경북, 경남 등이 1건씩이다. 선거에 개입한 공무원들의 직위는 지방자치단체장에서부터 면장, 학교장까지 다양하다. 전남 화순군 A면장(5급)은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 신청서를 이장에게 배부하는 등 정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관여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 9일 경고를 받았다. A면장은 도의원 부탁을 받고 면사무소에 설치돼 있는 22개 마을별 발송함에 신청서를 넣었다. 이틀 후 자신의 이런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란 사실을 알고 수거에 나서 20장은 회수하고 2장은 이장에게 전달됐다. 서울시 노원구 B과장(4급) 등 공무원 3명은 지난해 3월 민주당 노원을 당원협의회가 개최하는 지역난방 토론회에 주민참여를 독려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관내 7개 동사무소에 보내 경고조치됐다. 광주 동구 선관위는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예비후보 명함과 의정보고서, 경선선거인단 모집수첩, 모바일 선거인단 선정실적표 등이 발견돼 최근 구청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충북 옥천군의 한 고등학교 C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이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한 뒤 학생 100여명에게 “후보자의 업적을 집에 가서 어른들에게 잘 얘기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영동지청에 고발됐다. 이 후보자는 성공한 옥천 출신 기업가로 초청돼 강연에 나섰다. 전남지역 D군수는 지역 농협회의실에서 열린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에 참석해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축사를 하다 지난달 경고 조치됐다. 전남도 선관위 박은배 공보담당은 “자기가 도운 정치인이 당선되면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상당수가 경미한 사안이지만 선거에 미치는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커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은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특별감찰단을 구성하는 등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충북도 선관위 정연우 지도과장은 “선거에 관여한 공무원을 지자체가 직접 적발한 사례는 그동안 보지 못했다.”면서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18대 총선과 관련해 공무원의 선거 개입 적발 사례는 총 39건이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한명숙 “노무현의 꿈 해수부 부활”… ‘낙동강 전투’ 지원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4·11 총선의 최대 격전지인 부산 ‘낙동강벨트’ 지역에 출마한 문재인(사상) 상임고문, 문성근(북강서을) 최고위원 등 후보들이 일제히 야권 바람몰이에 나섰다. 전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산 총선 지원에 대한 맞불 작전을 폈다. 한 대표와 낙동강벨트 후보들의 부산 공약을 관통하는 화두는 ‘노무현’이었다. 한 대표부터 문 최고위원, 박재호(남을) 후보, 이해성(중동) 후보 등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노 전 대통령의 꿈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14일 부산항만공사 대회의실에서 “부산은 새누리당의 텃밭이었지만 새누리당이 지배한 20년은 잃어버린 20년이 됐다.”며 “부산 청년 40만명이 타지로 떠났고, 전국 7개 광역시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도시로 전락하는 등 새누리당 정권이 대못을 박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해체한 해양수산부의 부활은 노 전 대통령의 꿈으로 그분이 부산 발전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노력했던 모습이 어른거린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해양수산부 부활 ▲북항 재개발 ▲해운·항만기업 본사 유치 추진 ▲선박금융사업 육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 최고위원도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때 동남권 신공항 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백지화됐고, 박 위원장은 남부권 신공항으로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은 부산의 미래가 바다에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문 상임고문은 새누리당 박 위원장에 대해 “과거 유신체제에서의 민주주의 억압과 인권유린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포문을 열었다. 문 상임고문은 전날에도 “박 위원장은 과거부터 유신체제를 단 한 번도 정면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었다. 이어 “박 위원장이 차기 정치지도자로 기대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소신과 철학을 국민은 알아야 한다.”며 “박 위원장의 말은 피해는 유감이지만 당시 국가 권력은 정당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9개 지역민방 공동 초청토론회에서 “박 위원장이 2007년 제주도를 방문해 ‘안보나 경제보다도 주민 투표를 통해서라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에게 ‘말을 바꿨다’며 계속 모르쇠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에 민주당이 휘둘리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는) 당장 있을 수 없으며 통일 이후에도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자주적으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는 (통합진보당과) 궤를 달리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협상 내용이 바뀌어 국익이 없어진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은 ‘폐기’까지 주장하지만 민주당의 입장은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통해 ‘재협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안동환·최지숙기자 ipsofacto@seoul.co.kr
  • 일상서 건진 깨알같은 詩心 …편협한 시인, 사랑을 말하다

    일상서 건진 깨알같은 詩心 …편협한 시인, 사랑을 말하다

    세밑에 식구들과 오골계 백숙을 먹으면서 ‘오골계 자그만 몸을 젓가락으로 벌리는데 엄마야, 노란 알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조금씩 말줄임표처럼 사라지는 중인 것 같은 알들이 오오오오오’라고 감탄하는 시인 김선우는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푹 삶아진 알들을 식구들끼리 골고루 나눠 먹은 후 날지 못하는 가금류 두 발로 뛰어다니는 새의 비상에 대해 생각’하고 ‘위험해 위험해’(‘다만, 오골계 백숙 먹기’ 중) 하고 외쳐댄다. 지난 5년간 소설가로 외도하던 김선우(42)가 5년 만에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펴냄)를 최근 펴냈다. 네 번째 시집으로, 2008년부터 문예지 등에 기고했던 시 90여편 중 속이 꽉 찬 토란 같은 시 55편을 골라 실었다. 시집 제목에서 ‘혁명’을 운운하지만, 그는 무심하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상에서 깨알 같은 시심을 발굴해냈다. 이를테면 가을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척박한 땅이어서 더욱 단단해진/비구상(非具象)의 슬픔/할 말이 너무 많아 입을 꾹 닫은 심장 같다’면서 ‘너는 좀 넓은 데서 숨쉬라고 가만히 뱉어놓은,//주먹만 한 자줏빛 심장들이/그렇게 밭 하나를 이룬 것 같다’(‘옆-고구마밭에서’ 중)고 쫑알댄다. 자주색 고구마에서 ‘여리고 따뜻한 누군가의 목숨줄’을 떠올린 것이다. ‘거지 같다구 사는 게’라고 투덜대면서 약수터로 올라가는 길에 ‘사흘째 잠에서 깨지 않은 채 딱딱해진 그를 나흘째 경찰이 와 마대자루에 담아갔다’(‘눈많은그늘나비’ 중)는 잊고 싶은 사실을 기억해 기록해 놓기도 한다. 글쟁이란 늘 백수이기가 십상이라서 20대 백수에게도 ‘바다풀 시집’을 통해 동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쓴 시이자 표제시로 삼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도 김선우에게는 ‘2011년’의 일상을 기억하는 방식일 뿐이다. 김선우처럼 어떤 사람들에게 2011년은 ‘김진숙’과 ‘희망버스’라는 고유명사로 기억되기도 한다.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해고를 반대하며 300일 넘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여성. 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쇄도했다. ‘그 풍경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신을 만들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라거나, ‘흔들리는 계절들의 성장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사랑합니다 그 길밖에’라든지, ‘두근거리는 심장이 뾰족한 흰 싹을 공기 중으로 내밀었다/나는 들었다 처음과 같이/지금 마주본 우리가 서로의 신입니다/나의 혁명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라고 서술하고 있다. 니체처럼 신이 죽었다고 하지 않고, 우리가 서로에게 신이므로, 사랑한다고 해버린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신조어도 내놓았다. ‘사생어른’. 생각이 많다는 것이냐? 사색적이라는 것이냐? 자문자답했지만, 시집 끝에 달린 평론가 최현식이 해답을 줬다. 결혼제도 밖에서 낳은 아이들에게 낙인 찍는 ‘사생아’와 기원을 같이하는 신조어였다. 주류가 꽉잡고 있는 세상에 거부당하고 손가락질당하는 어른, 사생어른. 문단에서도, 독자로부터도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는 김선우가 자신을 사생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달방’이란 표현에서는 운치 있는 이름이라 보름달처럼 환해지다가, ‘월셋방’이 떠오르자마자 마음이 침침해졌다. 시집을 내놓고도 마케팅에 신경쓰지 않고, 있는 곳도 가르쳐 주지 않고 지방에서 버티는 ‘인기 시인’ 김선우와 전화로 몇 마디를 나눴다. 55편 중 한 편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김선우는 “단 한편도 버릴 수 없다.”며 55편 모두를 꼭 끌어안았다. 시들은 모두 다른 운명을 지닐 것이므로, 시인은 그저 자식을 낳아 놓고 잘 성장하길 희망하는 어미처럼 기다릴 뿐이란다. 다만 김선우는 “이번 시집은 명랑하고 다른 한편으로 처절한 연애시집인 만큼, 사랑으로 읽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는 것이 어디 처절하거나, 명랑하기만 하겠나. 뒤섞여 있는 것이지라는 생각이다. 시를 써서 개인적인 구원을 얻고, 소설을 써서 사회적 관계성을 획득해 나간다는 양다리의 김선우는 ‘편협한 사랑이 용서되는 시인으로 남기로 한다.’는 선언도 한다. 그는 소통을 이야기하며 불통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놓았다. ‘ㄱ과 ㄴ이 모여 ㄷ의 안부를 얘기한다/ㄱ과 ㄴ과 ㄷ이 모여 ㄹ의 안부를 얘기한다/ㄱ과 ㄴ과 ㄷ과 ㄹ이 모여 ㅁ의 안부를 얘기한다/(중략)/서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오늘의 개더링’ 중). 소통합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부산 상수도 폐가압장 4곳 문화공간 변신

    부산 상수도 폐가압장 4곳 문화공간 변신

    부산 상수도 폐가압장이 마을재생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정산 배수지 완공으로 쓸모가 없어진 상수도 가압장 4곳이 대상이다. 가압장은 고지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1960~80년대 수돗물 압력을 높여 주기 위해 설치됐다. 부산시는 첫 결실로 사상구 주례동 폐가압장을 문화예술공간(오른쪽 문화주례공터·면적 150.8㎡)으로 조성했다고 9일 밝혔다. 1층에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폐자재 활용 에코악기 제작·실습 체험장이 들어선다. 2층에는 청소년 게임 창작 워크숍, 청소년 커뮤니티 대학, 다문화 합창단 등 주민문화예술 창작 교실이 설치돼 지역주민, 청소년, 다문화 가족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사상구는 건물을 무상사용하며 이 공간을 문화예술 분야 전국 최초 사회적기업인 ㈜부산노리단에 위탁 운영했다. 부산노리단은 연말까지 ▲주례는 대학(마을의 문화예술자원 발굴) ▲주례에서 놀자(익숙한 마을공간의 재해석 및 놀이마당으로 변신) ▲주례쇼하자 (주민참여형 마을축제 기획) 등 3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개소식은 오는 12일 오후 3시 허남식 시장, 송숙희 사상구청장을 비롯해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송 구청장은 “구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제공을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새롭게 거듭난 문화공간이 창작 체험장과 문화예술 활동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이 밖에 부산진구 범천가압장(북카페 및 어른쉼터), 부산진구 범일가압장(소규모 창업지원 사업장), 남구 문현가압장(고동골 마을 문화·교육 거점)의 리모델링 및 신축공사를 하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영화 ‘청춘그루브’ 변성현 감독 “나의 영화그루브, 이제 시작”

    영화 ‘청춘그루브’ 변성현 감독 “나의 영화그루브, 이제 시작”

    좀 놀았을 법한 인상이다. 옆과 뒷머리는 바짝 깎고 윗머리만 남긴 머리 모양, 가죽 재킷에 국방색 ‘야상’을 덧입은 모습은 기자의 판단에 색을 덧입혔다. 영화 ‘청춘그루브’(15일 개봉)의 잔상이 강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F워드’를 달고 사는 걸진 입담에 욱하는 성질, 여자만 보면 건드리려는 사고뭉치 래퍼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다. 동시에 이 작품은 인디영화판의 재능있는 신예로 소문난 그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기도 하다. ‘청춘그루브’의 변성현(32) 감독을 지난 7일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지성·김아중 주연의 ‘마이 PS파트너’를 준비 중이다. ●“힙합영화도 아니고 힙합퍼도 아니다” ‘청춘그루브’는 언더그라운드 힙합그룹 램페이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래퍼 민수와 래퍼 겸 프로듀서 창대, 보컬 아라의 꿈과 사랑, 엇갈린 운명을 그린 청춘영화다. 대형기획사에서 잘생긴 민수와 따로 계약하면서 찢어진 세 친구가 3년 만에 재회하면서 영화는 강한 비트에 따라 ‘그루브’를 탄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4억원을 지원받아 만든 영화지만 봉태규와 이영훈(‘후회하지 않아’ ‘GP506’), 곽지민(‘사마리아’) 등 제법 쏠쏠한 캐스팅을 했다. 그럼에도, 신인감독의 저예산 영화가 개봉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애초 예상한 개봉시기인 2010년 가을을 두 해나 넘겨서 극장에 걸리게 됐다. 그 심정이 궁금했다. 죽었던 자식이 살아돌아온 것만큼이나 지각개봉이라도 반가운 일일까. “늦게라도 개봉해 기분 좋다. 미성숙하지만 솔직한 청춘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라고 그는 말했다. 대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 같은 영화를 찍고 싶었던 변 감독은 다른 저예산 영화보다는 빠른 편집 호흡을 가져가고 싶었다. 기획단계에서 소설을 소재로 취했다가, 힙합을 끌어들인 것도 강렬한 비트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 아쉬움은 남는다. 가수 타블로의 최근 앨범인 ‘열꽃, Part2’ 가운데 ‘고마운 숨’에서 수준급 랩 실력을 뽐냈던 봉태규의 캐스팅은 이 영화를 주목받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그는 “코믹배우 봉태규가 아니라 임상수 감독의 ‘눈물’(2001)에서의 태규 느낌이 좋았다. 엇비슷한 역할을 되풀이하면서 그가 저평가됐다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내면서도 거절당할 거로 생각했는데 첫 미팅을 하고서 이틀 만에 연락이 왔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청춘영화를 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을 하는 분들이 힙합영화처럼 포장했는데 그건 본질이 아니다. 음악영화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은 배신감이 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알려진 것처럼 실제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 출신도 아니라고 했다. “집구석에 들어앉아 비트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을 뿐인데 심하게 와전됐다. 영화사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얘기했는데 홍보자료가 안 고쳐지더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목숨 걸고 하지 않아… 감독은 내 직업일 뿐” 그는 ‘할리우드 키드’와는 거리가 멀다. 중·고교 때는 물론, 20대 중반까지도 ‘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는 “부모님이 대학에 가기를 원했는데, 서울예대 영화과는 수능 점수가 필요 없었다. 연출은 머리가 아플 것 같아 연기 전공을 택했다. 당시만 해도 사회화가 덜된 탓에 면접에서 거침없이 대답한 걸 교수님들이 좋게 본 것 같다.”며 웃었다. 막상 대학에 들어가 보니 연기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연출전공 동기들이 술자리에서 무슨, 무슨 스키(동유럽의 유명감독 이름들) 얘기를 하는 건 어려워 보였는데, 곁에서 보니 할 만하겠더라. 필름과 디지털의 차이도 모르던 내가 동네친구들과 함께 막무가내로 덤벼 단편 ‘REAL’(미장센영화제 출품작·KBS 독립영화관 상영)을 완성했는데, 교수님들이 ‘네가 갈 길은 연출’이라고 하시더라. 내가 워낙 귀가 엷어서 그때 혹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0년 봄 ‘청춘그루브’의 후반작업이 끝나고 나서 그는 다시 백수가 됐다. 밤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놉시스를 끼적거렸다. 그 무렵 ‘청춘그루브’의 조감독이 권한 영화가 ‘500일의 썸머’. 그는 “원래 로맨틱코미디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500일의 썸머’는 아주 좋더라. 섹스코드를 조금 입히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보다가 ‘헉~’ 하고 숨이 막히는 순간이 있다. 회사에선 싫어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영화를 잘 ‘베끼는’ 편이다. 물론 가져다 쓰되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버무린다.”고 덧붙였다. 자기만의 세계관에 함몰된 영화광 감독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된 ‘마이 PS파트너’는 CJ문화재단의 콘텐츠 발굴프로그램 ‘CJ아지트’에 채택됐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하던 힙합 가수가 하루아침에 대형기획사와 계약을 한 셈. 하지만 “좋긴 한데 미쳐 날뛸 만큼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작 기뻐한 건 평생 그를 걱정스럽게 지켜본 어머니였다. “명절에 CJ에서 선물세트가 오고, 감독이라고 명함도 파주니까 어머니는 내가 대기업에 입사한 줄 아시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했지만, 영화를 대하는 자세는 달라질 게 없다. “감독은 현재 나의 직업일 뿐이다. 한 번도 영화를 목숨 걸고 한 적은 없다. 다만,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들을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찍을 뿐이다.” ‘청춘그루브’에는 ‘디제이가 비트를 만들면 MC(래퍼)들은 그 비트 위에 랩을 해.’란 대사가 나온다. 어쩌면 영화란 비트에 얹힐 변성현만의 랩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독자의 소리] 위험한 골목길 택배차량/서울 영등포경찰서 남신웅

    얼마 전 관내 학교 근처에서 택배 차량이 후진하면서 어린이를 다치게 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택배업은 제한된 시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해 내야 하고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거래처가 끊기는 사례도 있어서 운전기사들도 어쩔 수 없이 험하게 운전을 하게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부분 택배차량은 탑형으로, 후진할 때 후방이 보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다. 또한,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의 확률이 높고 대부분 피해자가 불특정 어린이 보행자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다. 탑형 택배차량에 후방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들이 골목길에서 뛰어나오면 즉시 정지할 수 있는 골목길 서행 운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물건이 차량 밑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어른에게 꺼내 달라고 부탁하도록 교육을 하고 골목길에서는 갑자기 뛰어나가지 말도록 하는 등 교통안전교육을 시행하여 해마다 반복되는 골목길 어린이 교통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남신웅
  • ‘영웅본색’의 스승 장철 감독 특별전

    1단계: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우위썬(吳宇森) 감독을 키운 스승은. 2단계: 왕위(王羽)를 당대 최고의 흥행배우로 각인시킨 감독은. 간단한 퀴즈를 풀어보자. 20~30대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40~50대에게 그의 이름은 홍콩 누아르의 모든 것이다. 선혈이 낭자하고 신체가 훼손되는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주인공이 순교하는 액션영화로 1960~70년대 열광적 지지를 끌어낸 장처(張徹·1923~2002) 감독의 얘기다. 홍콩에서 영화 평론과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던 장처는 1961년 영화사 쇼브러더스에 입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로 역사극과 뮤지컬 영화를 만들던 쇼브러더스는 당시 열풍을 일으키던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와 일본의 사무라이·야쿠자 영화에 자극을 받아 장처에게 새로운 영화의 제작을 맡겼다. 1966년 첫 번째 무협영화 ‘호협섬구’부터 장처의 폭력미학이 꽃을 피우게 된다. 1967년 ‘외팔이’의 기념비적 성공은 쇼브러더스뿐 아니라 홍콩 영화계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폭력의 의미와 관련, 장처는 한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감정과 폭력, 반항이 1960년대 홍콩을 휩쓸던 ‘반영(反英) 폭동’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콩 젊은이들은 학교와 사회라는 무대에 너무 빨리 등장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공간을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은 힘이 넘치기 때문에 싸움을 좋아하고 어른보다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액션과 흥분을 선호하는 내 영화는 그에 대한 답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쇼브러더스의 최전성기를 이끈 장처 감독의 15편을 엄선한 특별전 ‘피바람이 분다’가 오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외팔이’와 ‘돌아온 외팔이’ ‘신 외팔이’ ‘쌍협’ ‘사조영웅전’ ‘마영정’ 등 대표작이 망라됐다. 18일 오후 3시 ‘대자객’의 상영이 끝난 뒤 장처의 팬을 자처하는 ‘킬리만자로’의 오승욱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가 참여해 관객들과 감독의 작품세계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시간표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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