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어른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메모리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시골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기차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상권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863
  • [영화 多樂房] 동화책 찢고 나온 ‘꼬마유령’

    [영화 多樂房] 동화책 찢고 나온 ‘꼬마유령’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상식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의 상상력,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목표를 이루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주인공의 모험담 등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들이다. 판타지는 이러한 요소들을 잘 버무릴 수 있는 최적의 장르로서 많은 베스트셀러를 배출하며 사랑받아 왔는데, 전 세계에서 300만부 이상 팔린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꼬마유령’은 대표적인 동화라 할 수 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을 통해 스크린 위에서 재탄생된 동명의 영화에는 모든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는 꼬마유령의 움직임은 물론이요, 작은 독일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동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플롯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꼬마유령이 낮에 거리로 나오게 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유령의 존재를 알고 있는 소년 ‘칼’을 비롯해 경찰관, 시계수리공, 시장 등 여러 인물들이 갖가지 해프닝을 벌이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오래된 성에 살고 있는 꼬마유령의 소원은 낮에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소원을 이루려고 성 안의 모든 시곗바늘을 돌려놓던 중 유물로 보관돼 있던 귀중한 회중시계가 사라져 버리고, 칼이 도둑으로 오해받는다. 여기에 대낮에 거리로 나온 꼬마유령이 끊임없이 불미스러운 사고까지 저지르자 칼과 친구들은 꼬마유령을 찾아 시계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유령을 다시 밤에 활동하도록 만들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아이들의 모험은 영화의 두 가지 주요 갈등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갈등은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칼의 관계에서 발견된다. 칼은 교사, 경찰관, 심지어 부모에게까지 이상한 아이로 취급당하는데, ‘세상에 유령 같은 건 없다’는 어른들의 단호한 입장은 칼의 입을 막아 버리고 급기야 칼을 퇴학의 위기로까지 몰아넣는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지만 사회적 약자의 주장이 어떠한 확인 절차도 없이 쉽게 무시되고 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생각할 때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내용이다. 두 번째 갈등은 낮으로 활동 시간을 옮긴 꼬마유령이 마을 사람들과 대립하게 되는 상황에 있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하얗던 몸까지 검은색으로 변해 버린 꼬마유령은 마을에 해악을 끼치는 불한당으로 각인되고 만다. 결국 꼬마유령도, 칼도, 시계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결말은 여느 동화들처럼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오히려 주인공들이 변화하고 성장했다는 점이다. 칼의 위험천만한 모험은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 꼬마유령이 며칠간 즐겼던 대낮의 기행(紀行)-혹은 기행(奇行)-은 본래의 모습을 소중히 느끼기 위해 필요한 통과의례와도 같다. 그림책을 넘기듯 아기자기한 재미가 풍성한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11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 ‘내 자식은 내가 책임진다’ 페럿 어미가 주는 교훈

    ‘내 자식은 내가 책임진다’ 페럿 어미가 주는 교훈

    페럿(Ferret·족제비의 일종) 가족이 담벼락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영상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무리에서 뒤처진 새끼 페럿을 챙기는 어미의 모습 때문입니다. 이 영상은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Park City)에서 촬영됐습니다. 영상은 페럿들이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몇몇 새끼들은 이미 담벼락 위에 오른 뒤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에서 뒤처진 녀석들은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어 안쓰러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무리에서 뒤처진 녀석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담벼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7전 8기 자세입니다. 결국 담벼락 오르기에 성공한 새끼 페럿들은 뒤늦게 앞선 무리를 뒤따라갑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도 아직 한 녀석이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혼자 남은 새끼 페럿은 뒤늦게 담벼락 위에 올라서는데 성공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눈치입니다. 물론 높은 담벼락을 내려가는 게 무서웠겠지요. 이때 앞서가던 어미가 다시 새끼가 있는 담벼락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렇게 돌아온 어미는 무서움에 떨고 있는 새끼를 이끌고 담벼락을 내려가는 것으로 영상이 마무리됩니다. 지난 2013년 이와 유사한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된 바 있었습니다. 어미 오리가 새끼들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습니다. 계단 위에 먼저 올라선 어미가 새끼들이 제힘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단 위에 올라선 다른 새끼 오리들이 마지막 한 마리가 오를 때까지 녀석을 격려하며 기다립니다. 요즘 어떤 부모는 단지 자신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자식을 버리기도 합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영아유기 숫자가 2013년 285명, 2014년에는 28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른 새끼들과 달리 어딘가 조금 부족한 새끼 한 마리까지도 챙기는 펠렛과 오리 어미의 모습은 이 시대에 아이를 버리는 무책임한 일부 어른과 대비돼 눈길을 끕니다. 사진 영상=Jeff Zenger, Jason David(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멘사테스트 최고점 IQ 162 받은 10살 천재 화제

    멘사테스트 최고점 IQ 162 받은 10살 천재 화제

    영국 블랙번에 사는 10세 소년이 멘사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어린이’ 임을 증명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7일 보도했다. 올해 10살인 아힐(Aahil Jouher)가 최근 받은 멘사 가입 테스트에서 받은 IQ는 162로,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상위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힐은 “사실 높은 점수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멘사 가입이 통과될 수 있을 정도의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점수를 받고 매우 놀랐다”면서 “평소 과학과 수학을 매우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부하는 시간 이외에는 발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작은 컴퓨터를 만들고 있는데 작동도 가능하다”면서 “어른이 되면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아힐의 아버지는 “아들이 최고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매우 놀랐다. 나와 아내는 처음부터 아들이 10살이 넘었을 때 멘사에 보내고 싶었다”면서 “멘사 테스트를 보기 전 아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줬는데, 최고점을 기록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예전에 아힐의 꿈은 의사였는데 지금은 과학자라고 한다. 평소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아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전 세계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는 영국에서 창설된 단체로, 현재 세계 100개국에 10만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공인된 멘사의 IQ테스트에서 전 세계 인구대비 2% 안에 드는 148 이상을 받은 사람에게만 회원 자격이 주어지며, 세계 최고 IQ 보유자는 228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최연소 멘사 회원은 생후 7개월 때부터 글자를 읽었다는 이란의 3세 소녀이며, IQ 검사에서는 155를 받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어른스러워서 더 건강한 노후

       건강한 노후에 대하여 그로부터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일년감 할매’의 주름이 깊어 쪼그라든 얼굴이 떠오르거나, 문득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년감 할매가 돌아가신 게 30년도 전이니, 지금쯤 하늘 어디에선가 어설픈 작대기 하나로 굽은 등 버티며 바지런히 일년감 밭을 일구고 계시겠지요. 요새 흔한 토마토를 예전에는 흔히 일년감이라고들 불렀습니다.  나이가 들어 ‘노친네’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 ‘어른’ 노릇 대신 한사코 세상에 대거리를 하려고 드는 분들을 볼 때마다 그 할매 얼굴이 떠오릅니다. 너무 바싹 말라붙어 불씨라도 얹히면 금새 활활 타오를 듯 살벌하고 강퍅한 세상이어서 나이 잘 든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인가 봅니다. 나이 든다는 건 건강 상태가 점차 취약해진다는 뜻이니, 누구라도 건강한 노후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이지요. 그런데, ‘건강한 노후’라고 하니 자꾸 신체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예전의 체육정책의 슬로건이 틀린 건 아니지만, 뒤집어서 정신이 건강하면 몸의 건강이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니, 다 생각 나름인 것 같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양보와 배려를 안다는 것  나이 드신 분들은 체력은 물론 면역력이나 섭생 등 건강의 기초가 취약한 데다 자칫 세상의 일에서 배제되고 소외됐다고 여기기 쉬워 잘 살펴야 하는데, 요즘의 세상을 보면 뭐가 그리도 바쁜지 젊은 사람들이 노인을 따로 돌아보는 일도 없어 뵈고,그래선지 더러는 한사코 엇나가 세상일에 버럭질이나 하려고 드는 노인들이 더 많아지는 듯도 합니다.  ‘경로(敬老)’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나이 들어 근력이 약해진 고령의 노인들을 고된 일터에서 물러서게 해 노후를 편하게 맞으라는 기성세대의 배려이기도 하고,이제는 몸을 내세워 일하기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삶의 경륜을 잇게 하는 소위 ‘어른 노릇’을 하시라는 주문일텐데, 어른 노릇을 하려는 쪽이나 가르침을 받으려는 쪽이나 다 그런 염의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온몸으로 아이들 지키려다가 그만 실신해 자빠진 옛날의 그 일년감 할매가 두고 두고 그리울 밖에요.  이웃에 사셨던 그 할매는 노인 반열에 들어서도 여전히 숫기가 없어 말도 가려서 하셨고, 오지랖 넓게 이 일, 저 일 설치지도 않는 그냥 찬찬한 성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가세가 풍족해 몸을 놀리지 않아도 먹고 사는 일이 어렵지 않은 살림이 못 됐던 탓에 종일 들에 나가 하다 못해 밭두렁에서 쇠비름이라도 뜯어야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간다는 타고난 농투산이 일꾼이기도 했지요. 워낙 말수가 없어 하루 종일 들일을 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았는데, 젊은 아낙들이 “아니, 고되실텐데 죙일 입 막고 무슨 일만 그렇게 하시느냐”고 농이라고 건넬라치면 그제서야 쪼글쪼글한 얼굴에 소녀같은 웃음을 지으며 “쉰소리 해봐야 배나 꺼지지”라고 내뱉듯 대꾸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잘 가꿔 탐스러운 일년감의 유혹  아마 제가 초등학교 1∼2학년 무렵이었을 겁니다. 그 할매가 한 해는 마을 초입의 텃밭 귀퉁이에 토마토를 심었는데, 조석으로 돌보고 갈무리한 덕분에 어떤 놈은 어른 주먹을 둘쯤 보태놓은 것처럼 크고 실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오가면서 발그레 맛이 들어가는 토마토를 볼 때마다 한 입 베어물고 싶은 생각에 한참씩 그걸 바라보곤 했는데, 코흘리개가 입맛을 다시며 토마토를 쳐다보는 모양이 그랬던지 그 할매는 “다 익으면 너도 한 개 줄테니 좀만 기다려라”시며 오져 하곤 했지요. 그 뒤로 학교가 끝나면 굴렁쇠를 굴리며 부리나케 집으로 향해 그 집 텃밭에서 익어가는 토마토를 곁눈질하며 지나치곤 했는데, 하루는 어린 나이에 그 탐스러운 일년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일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그 날, 저녁을 먹고 나서 또래 동무와 둘이 슬그머니 마을을 빠져나왔습니다. 일부러 마을을 멀리 돌아 나간 뒤 다시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잡아 들어오면 그 텃밭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아이들이라도 상당한 지능범 수준이어서 요즘 신문, 방송에서 뉴스 보도하는 식으로 말하면 ‘계획 범행’임에 틀림없습니다. 벌써 어두워졌지만 어둠이 눈에 익어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가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주변을 쓱, 살핀 뒤 날다람쥐처럼 생울을 비집고 텃밭으로 들어가 손에 잡히는대로 토마토를 서너개 따 들었는데, 아뿔싸, 마을쪽 텃밭 어귀에서 할머니의 쇠된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눔들, 가만 있거라. 그거 먹으면 안 된다”며 토마토밭 고랑을 타고 후적후적 달려오는 소리에 그만 오금이 얼어붙었습니다.  어느새 이마에는 찐득하게 진땀이 배고,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 숨조차 쉬기가 어려웠는데, 그 때 밭고랑에 바싹 엎드려 있던 동무가 다급하게 나를 잡아끌고는 냅다 줄행랑을 쳤습니다. 그 와중에 간이 쪼그라들어 토마토는 어디다 내던졌는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어둑한 밭두렁을 타고 걸음아 날 살려라 내달리는데, 참 일이 난감하게 됐습니다. 그 할매가 한사코 뒤쫓아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들 다람쥐같이 뛰는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한참을 뛰다가 돌아보니 멀리 신작로 어귀에서 그 할매가 가쁜 숨을 내쉬며 여전히 고함을 질러대고 계셨습니다. 가만 들어보니 “그거 먹지 말고 이리 가져와라. 내가 사탕 주마”라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할매는 숨길이 가빠 몇 걸음 떼다가 이내 길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는데, 그 때까지도 숨을 헐떡거리며 “그거 갖고 이리 와라”고 쇠된 소리로 외치고 계셨습니다. 부리나케 뛴 덕분에 잡힐 걱정은 없었습니다. 사방이 어두워 우리가 누군지 알 턱도 없고, 이 길로 뽕밭은 가로 질러 마을 뒷편으로 돌아 집으로 들어가면 쥐도 새도 모를 일이었지요.  막 따 쥔 토마토를 내버리고 튀는 동무도 마찬가지여서 둘 다 헛웃음만 내뱉으며 몰래 마을 뒤 고샅길로 들어섰는데, 마을 어귀에서는 그 할매의 고함소리에 놀란 아낙들이 두런거리며 눈을 꿈벅이고 있었습니다. 텃밭이 마을 입구여서 요요한 저녁에 할매가 내지른 고함소리가 마을 곳곳으로 퍼져나갔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니까요. 벌렁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집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어머니가 닥달을 하십니다.  “이눔아, 토마토 어쨌어. 당장 내놔” 불문곡직 불호령부터 쏟아내는 어머니에게는 둘러댈 말도 생각나지 않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웅얼대다가 마침내 전말을 죄다 토설해야 했는데, 그 때 골목 어귀에 나와 있던 아낙들이 두런대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와박혔습니다. “찬호 할매가 실신해 신작로에 나자빠진 걸 찬호 아부지가 업어왔대. 이게 무슨 일이래” 뜻밖에 사단이 지경이 되고 보니 당장 제 멱살을 거머쥐고 찬호 할매한테 달려가 이실직고라도 할 태세이던 어머니도 목소리를 낮추고 가만 바깥 동정에 귀를 기울이십니다. 그러면서도 “이 일을 어쩔래”라며 연방 머리통을 쥐어박았는데, 저는 낯이 뜨겁고 가슴이 울렁거려 숨도 크게 쉴 수 없었습니다.  웅숭 깊었던 그 할매의 배려  그 밤, 찬호 할매가 기를 쓰고 우리를 뒤쫓았던 사연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 날 해질녘, 찬호 할매가 토마토밭에 농약을 쳤는데, 요즘처럼 기능성이 강화된 농약이 없던 시절이어서 무식하게 독성만 센 DDT를 뿌렸다는 겁니다. 그 시절에야 분무기도 없어 그냥 하얀 DDT를 삼베주머니에 넣은 뒤 밭고랑을 따라가며 막대기로 툭툭, 쳐서 뿌리곤 했는데, 낮이라면 허연 DDT 가루가 금방 눈에 띄어 따먹을 엄두도 못 냈겠지만 밤에 일을 벌였으니 그게 눈에 보일 리도 없고, 그래서 철부지들이 주린 배에 그걸 맛있다고 따먹었더라면 아마 개거품 물고 나자빠졌겠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전신에서 힘이 빠지며 왈칵,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린 ‘세견머리’에 토마토가 아까워 그렇게 악다구니를 부렸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혹시라도 토마토를 먹고 어찌 될까봐 당신은 실신하도록 우리 뒤를 쫓으며 “그거 먹지 말고 가져와라. ‘아메다마’(사탕) 줄테니 이리 와라”시며 한사코 우리 뒤를 쫓으신 거지요. 찬호 할매가 절규처럼 토해낸 외침이 밤새 귀 속에서 징징 울렸습니다.  어른스러워서 더 건강한 노후  다시, 그 날을 생각합니다. 다들 잠자리에 드는 저녁까지 혹시 농약 사단이라도 날까봐 텃밭을 떠나지 못한 그 할매의 심지 깊은 사려가 없었더라면 제가 지금 이 곳에 있지도 못했겠지요. 그 어른스러운 마음씀이 자꾸 지금의 노인들과 겹쳐 새삼 가슴이 아려옵니다. 막말로, 누군가 야밤에 토마토를 서리해 먹고 죽어나가도 요즘 정서로 말하자면 그 할매는 책임질 일이 없는 일이지요. 그 시절에야 그냥 서리였지만 요즘으로 치면 절도니까요.  나이를 잘 먹는다는 것, 그 수준을 넘어 아름답게 늙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노탐의 무게에 짓눌려 아귀처럼 남의 것 뺏으려고만 들거나,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젊은 사람을 마치 변종 바이러스처럼 여기는 건 천박하고 강퍅해 보여 싫습니다. 도대체 세상을 어떻게 살았길래 나이 들어서도 젊은 사람에게 충고는 언감생심 권고 한 마디 건넬 요량을 못 갖췄으며, 이념에 대한 생각은 또 왜 그렇게 꽉 막혀 있는지 한심합니다. 나이 들어 수수함의 격을 잊고 비싼 옷, 값진 장신구로 겉치장만 해대 돈자랑 하려고 드는 것도 저급하고, 뭘 그리 세상을 올곧고 바르게만 살았는지 허구헌날 목에 핏대만 세우려 드는 관용을 모르는 노후도 안타깝습니다.  찬호 할매야 초등학교도 못 나왔으니 당연히 글을 읽고 쓰지 못하고, 평생을 빈천하게 살았으니 노탐이라야 이밥에 쇠고깃국 한번 원없이 먹어보거나,안 아프고 편하게 죽는 것이었을테고, 주제를 아는 탓에 그 나이토록 누군가를 단죄하거나 가르치려는 생각도 꿈에도 못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살면서 무시로 그 할매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런 추억이 몰래 토마토 하나 따먹으려다 들통 나 뽕밭 어름에 납작 엎드려서 들었던 개구리 울음이 그리워서라기엔 그 분의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곱습니다. 저의 철 없는 서리 행각이 부끄럽다고만 여기기에는 그 분의 정이 너무 이타적입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는 당연히 몸의 건강을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좋은 것 찾아 먹고, 운동도 열심이지요. 그런 노후가 보기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나이 들면서 마음 건강을 도모하는 지혜도 몸 건강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아직 그 나이에 이르지 않아서 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수 있다면 이기심, 노탐, 벽창호 같은 옹고집을 좀 덜어내고, 그 자리에 배려와 양보, 넉넉한 포용과 비움의 미덕 같은 걸 채워넣고 싶습니다. 정신 건강에는 그런 것들이 약이니까요.  아마도 찬호 할매는 하늘에서도 자그마한 땅에 일년감을 키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삶이 지상에서든, 천국에서든 모든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노후를 고민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피할 수 없는 게 많고, 한사코 운명을 회피하려다 추해질 수도 있을 터이니 너무 애 닳아 하지 말고, 찬호 할매가 그랬듯 주변도 돌아보면서 사는 게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선택 아닐까요. 내려 놓을 것 조금씩 내려 놓으면서….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포토 에세이] 추억이 흔들린다…내 마음이 흔들린다

    [포토 에세이] 추억이 흔들린다…내 마음이 흔들린다

    성하로 한 걸음 성큼 옮겨 가는 6월, 반포나루 폭 넓은 한강 한편에 보일 듯 말 듯 비켜 자리잡은 서래섬. 5월 화려한 노란 유채꽃이 공원 산책길 나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이 누렇게 변한 6월 밀밭이 어느새 화려함이 사라진 유채꽃을 대신해 산책길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시원한 강바람에 일렁이는 밀밭 바람결이 흐려진 어린 시절 추억의 편린을 또렷하게 한다. 하굣길 숨바꼭질에서 키 큰 밀밭으로 들어갔다가 개구쟁이들 눈길을 피해 숨어 있던 장끼의 날갯짓에 놀라 자빠져 놀림감이 됐었던 기억, 밀밭 속에 우리만의 비밀 공간 ‘아지트’를 마련했다가 쓰러뜨린 밀 때문에 혼쭐났던 기억, 틈만 나면 어른들 눈을 피해 밀밭에 들어가 노는 아이들에게 애들 ‘고추’만 따 먹는 ‘망태할아버지’가 밀밭에 산다는 황당한 말로 겁 주던 언덕 위 외딴집 아저씨도 저 기억 속에 묻혀 있다. 옛 시인의 노래같이 남도 삼백리를 출발하는 반포나루 건너 밀밭이 있어 그곳에 서서 나그네의 심정으로 둘러본다. 추억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밀밭길엔 여전히 이름 모를 꽃도 피고 나비도 날지만 추억 속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어 강 건너 빈 하늘이 허전하다. 엊그저께 톱스타 커플의 밀밭 결혼식이 화제다. 밀밭이 한창 예쁜 계절에 이뤄져 더 극적인 행복 스토리를 전한다. 밀밭에서의 ‘사랑의 맹세’는 더없이 낭만적이다. 이렇게 밀밭길 추억은 오늘도 차곡차곡 쌓여 간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찬반 양론 거세” 도대체 왜?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찬반 양론 거세” 도대체 왜?

    성남시장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찬반 양론 거세” 도대체 왜? 이재명 성남시장이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의 직장과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실명을 6일 공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1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성남시 조치 내용을 알리는 ‘<6.6 20:00 현재 성남시 거주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반응 환자 발생..현황 및 조치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시된 글은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대해 성남시 ○○구 ○○동 ○○아파트 거주자로, 서울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의료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의심자는 1차 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2차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의심자는 지난 2일 발열이 시작하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자 이용하는 자가용 편으로 출퇴근했으며 4일 근무지인 ○○병원에 격리수용돼 검사받았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또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이 사안과 무관하게 학부모 요구로 8일부터 휴교하기로 결정돼 있다”고 써 의심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실명을 밝혔다. 그동안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메르스 의심자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의 의심자는 현재까지 조사결과 발열시작후 격리수용될 때까지 접촉자는 가족 외에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시는 발열 후 접촉한 가족은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지만 모두 자택격리 조치했고, 접촉자 및 동선은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측이 이 학부모의 메르스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 차원에서 8∼10일 3일간 휴업을 결정한 뒤 학생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의심자의 자녀를 비롯한 이 학교 학생 일부는 지난 2일부터 예방 차원에서 등교 중지된 상태여서 최근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와는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이 거주지 등을 공개한 것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불필요한 혼란, 공포 확산을 막는다며 병원과 지역 명칭 등을 비공개한다는 중앙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시장은 직장과 직업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의심자는 의료전문가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인데 발열후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접촉을 줄이는 등 정말 노력했다. 이 점을 강조해 시민들께서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스 사태때 홍콩은 확진환자가 사는 아파트 동까지 공개한 사례 있다. 단지를 공개하지 않으면 모든 시민이 우리 동네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피해 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공개는 앞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이 의심자 때문에 성남지역 한 초교가 휴업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더이상의 혼란과 공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공개배경를 말했다. 개인정보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정보가 아니라 질병 발생 관련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전염성이 있는 질병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정보와 대응방법을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고도 했다. 정보 공개와 관련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거주자는 “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메르스에 걸린 게 죄인도 아닌데, 어른은 그렇다쳐도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방역당국이 갖고 있는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를 환자를 진료할 의무가 있는 의료인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시장의 행동에 선을 그었다. 추 회장은 “(성남시장의) 이번 행동으로 인한 의료인 자녀의 등교거부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며 “향후 환자의 개인정보보호 등의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료법 등의 실정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시장의 행위 자체가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형로펌 중견 변호사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는 의료법상 비밀누설금지 조항은 주체가 의료인이므로 이 시장의 메르스 의심환자 정보 공개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키기 때문에 해당 법률 위반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시장에 의해 개략적인 인적 사항이 공개된 의심환자는 이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거주 중인 아파트와 근무 중인 병원이 동시에 적시된 만큼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은 구체적 인적 사항을 특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원치 않은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의심환자의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소송에서 손해를 입증하면 배상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장이 자기 지역 시민의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장 개인의 지극히 돌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과도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이 감염병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네티즌 상당수는 이 시장을 옹호했다. 한 네티즌은 “메르스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반겼으며, 또 다른 누리꾼도 “일단 알고 조심해야한다. 가족 중 누구라도 걸려서 불행하게도 사망한다면 누가 책임져주냐”며 이 시장의 행동을 지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환자 이동 경로는?”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환자 이동 경로는?”

    성남시장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환자 이동 경로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의 직장과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실명을 6일 공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1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성남시 조치 내용을 알리는 ‘<6.6 20:00 현재 성남시 거주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반응 환자 발생..현황 및 조치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시된 글은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대해 성남시 ○○구 ○○동 ○○아파트 거주자로, 서울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의료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의심자는 1차 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2차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의심자는 지난 2일 발열이 시작하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자 이용하는 자가용 편으로 출퇴근했으며 4일 근무지인 ○○병원에 격리수용돼 검사받았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또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이 사안과 무관하게 학부모 요구로 8일부터 휴교하기로 결정돼 있다”고 써 의심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실명을 밝혔다. 그동안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메르스 의심자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의 의심자는 현재까지 조사결과 발열시작후 격리수용될 때까지 접촉자는 가족 외에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시는 발열 후 접촉한 가족은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지만 모두 자택격리 조치했고, 접촉자 및 동선은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측이 이 학부모의 메르스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 차원에서 8∼10일 3일간 휴업을 결정한 뒤 학생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의심자의 자녀를 비롯한 이 학교 학생 일부는 지난 2일부터 예방 차원에서 등교 중지된 상태여서 최근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와는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이 거주지 등을 공개한 것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불필요한 혼란, 공포 확산을 막는다며 병원과 지역 명칭 등을 비공개한다는 중앙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시장은 직장과 직업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의심자는 의료전문가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인데 발열후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접촉을 줄이는 등 정말 노력했다. 이 점을 강조해 시민들께서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스 사태때 홍콩은 확진환자가 사는 아파트 동까지 공개한 사례 있다. 단지를 공개하지 않으면 모든 시민이 우리 동네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피해 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공개는 앞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이 의심자 때문에 성남지역 한 초교가 휴업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더이상의 혼란과 공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공개배경를 말했다. 개인정보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정보가 아니라 질병 발생 관련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전염성이 있는 질병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정보와 대응방법을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고도 했다. 정보 공개와 관련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거주자는 “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메르스에 걸린 게 죄인도 아닌데, 어른은 그렇다쳐도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방역당국이 갖고 있는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를 환자를 진료할 의무가 있는 의료인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시장의 행동에 선을 그었다. 추 회장은 “(성남시장의) 이번 행동으로 인한 의료인 자녀의 등교거부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며 “향후 환자의 개인정보보호 등의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료법 등의 실정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시장의 행위 자체가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형로펌 중견 변호사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는 의료법상 비밀누설금지 조항은 주체가 의료인이므로 이 시장의 메르스 의심환자 정보 공개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키기 때문에 해당 법률 위반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시장에 의해 개략적인 인적 사항이 공개된 의심환자는 이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거주 중인 아파트와 근무 중인 병원이 동시에 적시된 만큼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은 구체적 인적 사항을 특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원치 않은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의심환자의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소송에서 손해를 입증하면 배상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장이 자기 지역 시민의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장 개인의 지극히 돌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과도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이 감염병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네티즌 상당수는 이 시장을 옹호했다. 한 네티즌은 “메르스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반겼으며, 또 다른 누리꾼도 “일단 알고 조심해야한다. 가족 중 누구라도 걸려서 불행하게도 사망한다면 누가 책임져주냐”며 이 시장의 행동을 지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거주지 공개 “법적으론 문제없는 이유는?”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거주지 공개 “법적으론 문제없는 이유는?”

    성남시장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거주지 공개 “법적으론 문제없는 이유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의 직장과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실명을 6일 공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1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성남시 조치 내용을 알리는 ‘<6.6 20:00 현재 성남시 거주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반응 환자 발생..현황 및 조치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시된 글은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대해 성남시 ○○구 ○○동 ○○아파트 거주자로, 서울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의료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의심자는 1차 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2차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의심자는 지난 2일 발열이 시작하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자 이용하는 자가용 편으로 출퇴근했으며 4일 근무지인 ○○병원에 격리수용돼 검사받았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또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이 사안과 무관하게 학부모 요구로 8일부터 휴교하기로 결정돼 있다”고 써 의심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실명을 밝혔다. 그동안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메르스 의심자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의 의심자는 현재까지 조사결과 발열시작후 격리수용될 때까지 접촉자는 가족 외에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시는 발열 후 접촉한 가족은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지만 모두 자택격리 조치했고, 접촉자 및 동선은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측이 이 학부모의 메르스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 차원에서 8∼10일 3일간 휴업을 결정한 뒤 학생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의심자의 자녀를 비롯한 이 학교 학생 일부는 지난 2일부터 예방 차원에서 등교 중지된 상태여서 최근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와는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이 거주지 등을 공개한 것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불필요한 혼란, 공포 확산을 막는다며 병원과 지역 명칭 등을 비공개한다는 중앙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시장은 직장과 직업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의심자는 의료전문가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인데 발열후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접촉을 줄이는 등 정말 노력했다. 이 점을 강조해 시민들께서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스 사태때 홍콩은 확진환자가 사는 아파트 동까지 공개한 사례 있다. 단지를 공개하지 않으면 모든 시민이 우리 동네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피해 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공개는 앞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이 의심자 때문에 성남지역 한 초교가 휴업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더이상의 혼란과 공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공개배경를 말했다. 개인정보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정보가 아니라 질병 발생 관련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전염성이 있는 질병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정보와 대응방법을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고도 했다. 정보 공개와 관련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거주자는 “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메르스에 걸린 게 죄인도 아닌데, 어른은 그렇다쳐도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방역당국이 갖고 있는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를 환자를 진료할 의무가 있는 의료인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시장의 행동에 선을 그었다. 추 회장은 “(성남시장의) 이번 행동으로 인한 의료인 자녀의 등교거부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며 “향후 환자의 개인정보보호 등의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료법 등의 실정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시장의 행위 자체가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형로펌 중견 변호사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는 의료법상 비밀누설금지 조항은 주체가 의료인이므로 이 시장의 메르스 의심환자 정보 공개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키기 때문에 해당 법률 위반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시장에 의해 개략적인 인적 사항이 공개된 의심환자는 이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거주 중인 아파트와 근무 중인 병원이 동시에 적시된 만큼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은 구체적 인적 사항을 특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원치 않은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의심환자의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소송에서 손해를 입증하면 배상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장이 자기 지역 시민의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장 개인의 지극히 돌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과도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이 감염병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네티즌 상당수는 이 시장을 옹호했다. 한 네티즌은 “메르스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반겼으며, 또 다른 누리꾼도 “일단 알고 조심해야한다. 가족 중 누구라도 걸려서 불행하게도 사망한다면 누가 책임져주냐”며 이 시장의 행동을 지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법적으로 문제 없는 지 보니…”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법적으로 문제 없는 지 보니…”

    성남시장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법적으로 문제 없는 지 보니…” 이재명 성남시장이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의 직장과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실명을 6일 공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1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성남시 조치 내용을 알리는 ‘<6.6 20:00 현재 성남시 거주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반응 환자 발생..현황 및 조치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시된 글은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대해 성남시 ○○구 ○○동 ○○아파트 거주자로, 서울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의료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의심자는 1차 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2차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의심자는 지난 2일 발열이 시작하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자 이용하는 자가용 편으로 출퇴근했으며 4일 근무지인 ○○병원에 격리수용돼 검사받았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또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이 사안과 무관하게 학부모 요구로 8일부터 휴교하기로 결정돼 있다”고 써 의심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실명을 밝혔다. 그동안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메르스 의심자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의 의심자는 현재까지 조사결과 발열시작후 격리수용될 때까지 접촉자는 가족 외에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시는 발열 후 접촉한 가족은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지만 모두 자택격리 조치했고, 접촉자 및 동선은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측이 이 학부모의 메르스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 차원에서 8∼10일 3일간 휴업을 결정한 뒤 학생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의심자의 자녀를 비롯한 이 학교 학생 일부는 지난 2일부터 예방 차원에서 등교 중지된 상태여서 최근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와는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이 거주지 등을 공개한 것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불필요한 혼란, 공포 확산을 막는다며 병원과 지역 명칭 등을 비공개한다는 중앙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시장은 직장과 직업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의심자는 의료전문가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인데 발열후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접촉을 줄이는 등 정말 노력했다. 이 점을 강조해 시민들께서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스 사태때 홍콩은 확진환자가 사는 아파트 동까지 공개한 사례 있다. 단지를 공개하지 않으면 모든 시민이 우리 동네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피해 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공개는 앞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이 의심자 때문에 성남지역 한 초교가 휴업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더이상의 혼란과 공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공개배경를 말했다. 개인정보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정보가 아니라 질병 발생 관련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전염성이 있는 질병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정보와 대응방법을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고도 했다. 정보 공개와 관련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거주자는 “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메르스에 걸린 게 죄인도 아닌데, 어른은 그렇다쳐도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방역당국이 갖고 있는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를 환자를 진료할 의무가 있는 의료인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시장의 행동에 선을 그었다. 추 회장은 “(성남시장의) 이번 행동으로 인한 의료인 자녀의 등교거부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며 “향후 환자의 개인정보보호 등의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료법 등의 실정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시장의 행위 자체가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형로펌 중견 변호사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는 의료법상 비밀누설금지 조항은 주체가 의료인이므로 이 시장의 메르스 의심환자 정보 공개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키기 때문에 해당 법률 위반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시장에 의해 개략적인 인적 사항이 공개된 의심환자는 이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거주 중인 아파트와 근무 중인 병원이 동시에 적시된 만큼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은 구체적 인적 사항을 특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원치 않은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의심환자의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소송에서 손해를 입증하면 배상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장이 자기 지역 시민의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장 개인의 지극히 돌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과도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이 감염병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네티즌 상당수는 이 시장을 옹호했다. 한 네티즌은 “메르스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반겼으며, 또 다른 누리꾼도 “일단 알고 조심해야한다. 가족 중 누구라도 걸려서 불행하게도 사망한다면 누가 책임져주냐”며 이 시장의 행동을 지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밀밭 단상/황수정 논설위원

    해질 녘 공원 산책 길에 셀카를 찍는 여학생 몇이 소란스럽다. “보리야, 밀이야?” 자기네들끼리는 밤을 새워 공론해 봤자 답이 안 나오지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플라스틱 화분 수십 개를 오종종하게 모아 붙인 ‘간이 밭’에서 누르께하게 익은 건 밀이다. 말려서 털어 내면 알곡이 얼마나 실할지야 모르겠다. 봄철 내내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등쌀에 시달렸을 텐데 제 모양을 놓치지 않고 반듯이 자라서 넘실넘실 저녁 바람까지 타고 있다. 제법 밀밭 흉내를 내 주고 있는 품새가 대견하다. 시골에서 자란 내 눈에는 한눈에도 밀, 보리 구분이 된다. 이삭의 씨알이 길쭉하고도 가늘면서 알을 감싸는 수염이 좀 더 긴 쪽이 밀이다. 봄 들판을 책임지는 밀, 보리에는 기실 구별하는 눈이 없어도 타박당할 일 없다. 바늘 가는 데 실 따라가듯 어차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통속이다.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봄날의 표상 같은 김동환의 시(산너머 남촌에는)에서까지 둘을 한 두릅에 엮어 놨을라고. 밀은 극심한 가뭄이나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기로 이름난 곡물이다. 우리 토종 밀은 키가 작고 단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는 미국 밀의 기원을 따져 보니 그 이력이 새삼 흐뭇하다. 오래전에 물 건너간 우리 것이었다 한다. 멀대처럼 키 큰 서양 밀은 본래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넘어져 수확량이 신통치 않았던 모양이다. 키가 작아 잘 쓰러지지 않는 우리의 앉은뱅이 밀을 일본이 가져가 개량했는데, 이를 다시 서양에서 교잡했다. 특유의 찬 성질 탓이었을까. 예전에 나라가 혼식을 그렇게 장려했던 와중에도 어른들은 밀가루 음식이 속을 갉아먹는다며 지나친 섭식을 경계했다. 무더위가 닥치면 미숫가루에 밀짚모자에 그 쓰임새는 말할 것도 없었다. 보릿고개를 넘겨 준 수훈감이었음은 물론. 그 무엇에도 앞서는 효용은 예술 소재였을 수도 있다. 거실거실 바람에 눕고 일어나는 밀밭의 몽환적 풍치는 시나 그림에 숱하게 인용됐다. 밀, 보리 걷이를 늦어도 이날까지는 꼭 마쳐야 한다는, 오늘은 절기상 망종(芒種). 원래 밀 소식은 남쪽에서 전해 와야 제격인데 올봄엔 강원 정선발(發) 위력이 대단했다. 적어도 지금, 가장 명민하고 대견한 배우는 원빈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주말 원빈·이나영의 밀밭 결혼식은 뒤통수 한 방을 제대로 얻어맞고도 기분 좋았던 반전이다. 광부의 아들을 스무 살까지 품어 준 고향의 넉넉한 밀밭. 그 사이에 조붓한 오솔길을 내고 걸어나온 게 전부였던 작은 결혼식이 오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밀밭이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가 되는 일은 또 있기 어렵다. 원빈의 밀밭 결혼 사진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봤다. 인간의 손에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자연이라는 것, 내부와 외부의 감각들이 자연에 순응된 인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부잣집 아이보다 가난한 집 아이가 인정많고 관대”-연구

    “부잣집 아이보다 가난한 집 아이가 인정많고 관대”-연구

    가난한 집 아이들이 부잣집 아이들보다 더 인정많고 관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취학 전인 4살 남녀 어린이 총 74명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소위 이타성 실험으로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더 많은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과 관대함을 알아보는 연구다. 실험방법은 이렇다. 먼저 아이들에게 여러 다양한 게임을 통해 총 20개의 토큰을 벌 수 있게 했다. 이어 게임이 끝나갈 때 쯤 토큰을 선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후 아이들에게 게임에 참여하지 못한 아픈 친구들에게 토큰을 기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후 연구팀은 비밀 공간에 마련된 토큰 박스에 어린이들 각자 알아서 토큰을 넣을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는 흥미롭다. 총 74명의 어린이 중 40명이 적어도 1개 이상의 토큰을 기부했으며 1개도 넣지 않은 아이도 34명에 달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부모의 연소득이 1만 5000달러 늘어날수록 토큰의 기부 숫자는 반대로 3분의 1 씩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하나 더 있다. 실험 전 어린이들에게 부착한 전극으로 미주신경(vagus nerve)을 모니터한 결과 기부를 많이 하는 어린이의 경우 더욱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요나스 밀러 박사는 "미주신경은 신체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부교감신경을 지배하는데 심장박동과 스트레스를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면서 "우리 감정을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어 건강과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잣집 아이들이 기부가 적은 것은 돈을 지키고자 하는 부모의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전해져 사회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여자애 아냐”...놀림 참고 머리 길러 ‘암환자 기증’한 소년

    “여자애 아냐”...놀림 참고 머리 길러 ‘암환자 기증’한 소년

    소아암 환자들에게 모발을 기증하기 위해 무려 2년 동안 주변의 놀림을 참아가며 머리를 기른 8살 소년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살고 있는 소년 크리스찬은 지난달 20일 미국 ‘모발 없는 아이들’ 재단에 2년여에 걸쳐 기른 자신의 머리카락을 전부 기증했다. 25㎝ 길이의 모발은 화학요법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무료 가발 제작에 사용된다. 이 재단 대표 크리스틴 웡은 “이토록 어린 나이에 선행을 시작하는 모습이 정말 큰 귀감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재단 기부자 중 남자 아이는 단 0.5%에 불과하다. 크리스찬의 사연은 2012년 크리스마스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인트 주드’ 아동병원의 홍보영상을 통해 머리카락을 잃은 소아암 환자들의 처지를 알게 된 크리스찬은 그 즉시 머리를 기르기로 결심했다. 2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크리스찬은 무수한 괴롭힘을 받아야 했다. 또래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크리스찬을 여자애 같다며 놀렸고 가끔은 어른들도 핀잔을 줬다. 하지만 그들은 크리스찬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 디애나는 “크리스찬은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에게 항상 당당하고 차분한 태도로 머리를 기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 아이는 단 한 번도 초심을 잃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찬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세인트 주드 병원 관계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를 미는 소녀들과 그 부모 곁에서 함께 울곤 했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작은 영웅 크리스찬에게 나와 전 의료진이 응원의 말을 전한다”는 글을 올려 크리스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크리스찬의 선행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리스찬은 이전에도 꾸준히 장난감이나 옷가지를 기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디애나는 “언제나 자신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서로를 돕고 공동체에 기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교육했다”고 자신의 교육 철학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원로가 그리운 사회/ 김인규(전 부천 오정구청장)

    원로가 그리운 사회/ 김인규(전 부천 오정구청장)

    오랜만에 퇴직 동료들과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요즘 어딜 가나 위아래가 없이 모두 자기 잘났다는 목소리만 크다”며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회의에서 공갈 발언으로 공격을 받은 최고위원이 사퇴하겠다고 발언한 뒤 자리를 뜨는데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원로’(元老)가 사라진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어떤 일에 평생을 바치면서 덕망이 높은 사람을 우리는 ‘원로’라는 이름으로 존경을 담아 부른다. 예전 마을에서는 원로라고 할 수 있는 분이 한 분쯤은 계셔서 마을의 모든 일을 그분에게 묻고 가르침을 받았지만, 정보화 시대 한가운데 있는 요즘 젊은 세대들 중에는 이러한 원로의 가르침을 받는 일이 드문 나머지 원로를 모시는 것조차 생소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관선시대 때 공직생활을 하면서 부서 간 업무 조정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부서 간 업무를 두고 서로 다른 부서에서 해야 한다고 거의 싸움 수준까지 이르러 결국 윗분이 주재하는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게 되었다. 우선 부책임자에게 구두 설명과 동시에 서류 결심을 받고자 했다. 설명을 들은 부책임자는 “이런 걸 가지고 윗분 앞에서 서로 대들고 언성을 높일 것이냐”며 필자에게 반문했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이 업무를 해야 한다고 하니 오늘자로 그 부서장들을 서로 바꾸는 인사발령을 내라”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필자의 업무 조정 능력이 부끄러웠다. 해당 부서장들에게 그런 뜻을 전하면서 결국 없었던 일로 매듭지었다. 이 일을 통해 윗사람이 지닌 경륜이 존경할 만한 가르침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국가적 이슈인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세월호 관련 시행령, 노인 연령 상향 조정으로 퇴직이나 은퇴로 인한 노인수당 수령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갈등 등으로 우리 사회가 혼란스럽고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때, 국민들에게 신망 받는 원로들이 나선다면 증폭되는 대립과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행 헌법 제90조에는 국가의 중요사항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국가 원로로 구성되는 국가원로 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신망과 경륜을 지닌 원로들이 모여 국정 자문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정당에서도 자기 정당 출신 원로만 모실 것이 아니라, 당의 어려움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각계 원로들을 모시는 모습, 지방정부 역시 그 지역에서 존경받는 분들을 모시고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원로의 존재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중심추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부터 사회 곳곳의 크고 작은 조직에 이르기까지 기꺼이 원로라 칭할 수 있는 분들의 존재 유무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집안에서도 어른의 부재는 특히 어려움이 닥쳤을 때, 허전함과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지금 국민들의 마음도 그러하지 않을까. 국민들의 허전하고 답답한 마음을 채워 줄 수 있는 현명한 원로들이 그리운 때이다.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모발 기증하려 놀림 참고 머리 기른 ‘소년’

    모발 기증하려 놀림 참고 머리 기른 ‘소년’

    소아암 환자들에게 모발을 기증하기 위해 무려 2년 동안 주변의 놀림을 참아가며 머리를 기른 8살 소년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살고 있는 소년 크리스찬은 지난달 20일 미국 ‘모발 없는 아이들’ 재단에 2년여에 걸쳐 기른 자신의 머리카락을 전부 기증했다. 25㎝ 길이의 모발은 화학요법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무료 가발 제작에 사용된다. 이 재단 대표 크리스틴 웡은 “이토록 어린 나이에 선행을 시작하는 모습이 정말 큰 귀감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재단 기부자 중 남자 아이는 단 0.5%에 불과하다. 크리스찬의 사연은 2012년 크리스마스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인트 주드’ 아동병원의 홍보영상을 통해 머리카락을 잃은 소아암 환자들의 처지를 알게 된 크리스찬은 그 즉시 머리를 기르기로 결심했다. 2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크리스찬은 무수한 괴롭힘을 받아야 했다. 또래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크리스찬을 여자애 같다며 놀렸고 가끔은 어른들도 핀잔을 줬다. 하지만 그들은 크리스찬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 디애나는 “크리스찬은 자신을 놀리는 사람들에게 항상 당당하고 차분한 태도로 머리를 기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 아이는 단 한 번도 초심을 잃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찬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세인트 주드 병원 관계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를 미는 소녀들과 그 부모 곁에서 함께 울곤 했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작은 영웅 크리스찬에게 나와 전 의료진이 응원의 말을 전한다”는 글을 올려 크리스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크리스찬의 선행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리스찬은 이전에도 꾸준히 장난감이나 옷가지를 기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디애나는 “언제나 자신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서로를 돕고 공동체에 기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교육했다”고 자신의 교육 철학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유승민 엄호 나선 非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이 당·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당·정·청 회의 제안을 청와대가 사실상 거부해 당·청 갈등은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비박계가 주도하는 당 운영에 대해 본격적인 반기를 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비박계 중진들은 이날 당 최고중진회의에서 당·청 갈등을 일으키는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재오 의원은 “국가 중대 사태인 메르스 해결은 뒷전이고 당·청 간에 내분이나 일으키고 있는 이 정부가 생각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정병국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이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지 왜 유 원내대표의 책임이냐”고 비판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에 불참했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후 당정협의 회의론에 대해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다소 늦추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병기 비서실장이)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는 안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비서실장이 국회법 개정은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고 설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법 개정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은 새누리당의 당·정·청 회의 제안에 대해 “메르스 수습이 중요한 만큼 지금 당·정·청 회의를 여는 것은 현재로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당·청은 한몸일 수밖에 없고 이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자 새누리당의 정권”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한편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동을 갖고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의 해법을 모색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가난한 집 아이, 부잣집 아이보다 이타심 더 많다”

    “가난한 집 아이, 부잣집 아이보다 이타심 더 많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부잣집 아이들보다 더 인정많고 관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취학 전인 4살 남녀 어린이 총 74명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소위 이타성 실험으로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더 많은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과 관대함을 알아보는 연구다. 실험방법은 이렇다. 먼저 아이들에게 여러 다양한 게임을 통해 총 20개의 토큰을 벌 수 있게 했다. 이어 게임이 끝나갈 때 쯤 토큰을 선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후 아이들에게 게임에 참여하지 못한 아픈 친구들에게 토큰을 기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후 연구팀은 비밀 공간에 마련된 토큰 박스에 어린이들 각자 알아서 토큰을 넣을 것을 주문했다. 그 결과는 흥미롭다. 총 74명의 어린이 중 40명이 적어도 1개 이상의 토큰을 기부했으며 1개도 넣지 않은 아이도 34명에 달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부모의 연소득이 1만 5000달러 늘어날수록 토큰의 기부 숫자는 반대로 3분의 1 씩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하나 더 있다. 실험 전 어린이들에게 부착한 전극으로 미주신경(vagus nerve)을 모니터한 결과 기부를 많이 하는 어린이의 경우 더욱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요나스 밀러 박사는 "미주신경은 신체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부교감신경을 지배하는데 심장박동과 스트레스를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면서 "우리 감정을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어 건강과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잣집 아이들이 기부가 적은 것은 돈을 지키고자 하는 부모의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전해져 사회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슈&논쟁] 노인연령 기준 만 65→70세 조정

    [이슈&논쟁] 노인연령 기준 만 65→70세 조정

    대한노인회가 최근 각종 복지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의 연령을 ‘만 65세 이상’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높이자고 주장하면서 찬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100세 시대’를 맞아 만 65세부터 노인 복지를 제공하면 향후 정부 재정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년유니온, 빈곤사회연대 등 상당수 시민단체들은 연령 기준 상향조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50%에 육박하며 주요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5세나 높이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핵심 근거다. 노인 연령 기준이 만 70세로 올라가면 지하철·전철 등 교통수단과 박물관·공원 등 공공시설에 대한 무료 이용 기준도 바뀌는 등 노인들의 생활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만 65세 이상인 기초연금 수급 연령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월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贊] 김일순 前 연세의료원장 “후대 부담 줄이려면 상향 시급” 향후 40~50년간 우리나라에서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고령사회와 저출산으로 특징 지어지는 급속한 인구구조의 불균형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인류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현상으로, 문제의 규모가 너무 크고 심각하여 과연 현명한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마저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변화의 속도가 급격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의 말기에 들어섰다. 2018년이면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가 된다. 이어 2028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즉 1000만명을 상회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며, 2050년이면 최종적으로 전체 인구의 약 40%인 2000여만명이 65세 이상 인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출산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노인 복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은퇴연령 연장과 임금 피크제, 건강보험 재정의 불안, 과도한 지하철 무임승차 등 문제 등으로 현실화하며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하면 국가 부도와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리스가 좋은 본보기다. 우리나라에서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때는 현재 수적으로 가장 많은 연령대인 40대가 고령인구가 될 때다. 지금의 노인복지와 연금문제 등의 방향을 미리 개선해 놓지 않으면 국가 존립의 기로에 설 만큼 커다란 재정적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때에 가서 복지비용과 연금비용을 부담할 인구는 수적으로 크게 줄어든 지금의 20대와 그 이하의 연령대가 될 것이다. 즉 현재의 40~50대 및 그보다 높은 연령대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복지, 연금, 은퇴 등의 연령 기준을 지금과 똑같이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지금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비용의 부담을 전가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현 세대가 자기의 욕심을 버리고 아래 세대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번에 대한노인회가 노인 기준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 제안함으로써 스스로 양보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먼저 보여 주었다. 연금 문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도 자기 이익을 위해 집단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후손들을 위해 자기 이익을 양보하는 어르신들의 행동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명칭과 관련한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노인연령 기준을 말할 때의 ‘노인’은 가치중립적인 호칭이 아니라 나이 들어 이제 더이상의 생산적인 활동을 중지한 어떤 연령대를 폄하하는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노인 기준연령으로 하지 말고 고령자 복지기준연령 또는 이에 상응하는 용어로 개칭할 것을 제안한다. [反]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 빈곤율 높아… 시기상조” ‘개념’은 사회적 기호이다. 조형되고 공유되는 시공간에서 개념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수정된다. 노인은 일정 수준의 노화를 경험한 사람을 이르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연령 이상의 사람들로 규정된다. 인간이 건강하게, 더 오래 생존하게 됨에 따라 노인의 개념도 다시 정의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노인 기준연령 상향조정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지점이다. 노인의 기준연령은 일반적으로 65세이다. 1884년 독일 노령연금의 수급 자격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진 것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도 노인복지법상 경로우대 등 대상자 정의에 준거해 65세를 기준연령으로 한다. 이는 노인 기준연령의 설정이 건강, 노화 등 과학적 숙고와 무관한 판단임을 뜻한다. 노인 기준연령은 오히려 사회보장 제도의 자격 기준을 재단하는 정책수단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 등의 수급자격 조정과 다르지 않은 의미이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은퇴연령은 53세이다. 공적연금 수급 연령인 65세까지 약 12년의 ‘소득 절벽기’가 존재한다. 70세로 노인 기준연령이 상향조정되면 소득 절벽기가 17년으로 확대된다. 201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69세 이하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101만 3342명,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29만 1180원이다. 노인가구 월평균 소득 78만 3000원의 37.19%에 해당한다. 2013년 노인 기준연령이 70세였다고 가정해보자. 소득 절벽기의 확대만으로 101만 3342명이 약 37%의 소득 감소를 겪게 된다. 미래 노인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현 세대 노인보다 높다. 기초연금의 수급 연령도 증가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은 더 많은 대상에게 더 큰 폭의 소득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점진적 퇴직제, 시간선택제 등 고용 정책으로 소득 절벽기를 완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솔깃하다. 그런데 제도를 수용할 만한 기업체가 제한적이다. 젊은 은퇴 노인을 위한 그간의 고용정책 또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제시된 대안들은 수사적 위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들 고용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둔다 해도 문제는 정책추진의 선후관계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9.6%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소득조차 부족한 노인이 30% 이상이다. 취약한 공적 연금제도에 따른 예견된 귀결이다. 공적 이전소득은 우리나라 노인소득의 19%를 구성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가 60%에 달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섣부른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은 부실한 공적 연금을 축소하고 노인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다. 노인빈곤을 완화할 정책을 마련하고 성과를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에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을 논의하는 것이 수순이다.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을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국가를 염려해 권리를 내려놓고 고통 분담에 나선 일부 노인의 마음은 감동적이다. 그런데 극한의 고통에 처한 대상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고통분담의 결단이 여유로운 일부의 정치적 허세가 아니길 바란다.
  • 등단 시인들이 쓴 ‘잔혹’ 청소년 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단 시인들이 쓴 ‘잔혹’ 청소년 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어 선생님은/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열 가지를 쓰라고 했다./그 열 가지와 함께 배를 타는데/큰 파도를 만나 난파 직전에 있어서/한 가지씩 바다에 버려야만 한다고 했다./컴퓨터 자전거 일기장 이것저것 버리고/일곱 번째로 아빠를 버렸다./하나 더 버리라고 해서/나는 여친 명숙이를 버렸다./그런데 또 하나를 더 버리라 해서/엄마를 버렸다./마지막 가장 소중한 것으로 스마트폰을 남겼는데/다들 그 이유를 말하는 게 말하기 수행 평가다./나는 가족들과 연락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다들 웃었다. 어이없다는 듯 선생님도 웃었다./(중략) 또 한다면/소중한 것 가운데 선생님도 넣었다가/가장 먼저 바다에 던져 버릴 것이다.(난파선 위에서) ‘저 새끼가요./나보고 애자 새끼라고 놀리잖아요./그냥 참으려고 했는데/다른 반까지 가서 떠들고 다녔거든요./하지 말라고 좋은 말로 얘기했는데/실실 쪼개기만 하는 게 더 기분 나빠요./그냥 있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거 같아서/딱 한 대만 치려고 했어요./우리 아빠가 다리를 저시거든요.//그러니까 선생님/저 새끼를 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요?’(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요?) 최근 나온 ‘창비청소년시선’ 1권 ‘의자를 신고 달리는’에 실린 시들이다. 창비는 전문 시인이 쓴 청소년 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청소년 시를 정립하려는 문학사상 초유의 작업에 착수하며 2권의 시집을 내놨다. 20명의 시인이 쓴 100편의 신작 청소년 시가 수록됐다. 이 가운데 ‘난파선 위에서’ ‘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요?’ 등 일부 시가 ‘초등학생 잔혹 동시’ 논란을 재연하고 있다. 두 편의 시를 본 문학평론가들과 중견 시인들은 “청소년 성장소설과 달리 성장시는 취약하다. 성장시의 모형을 제시하는 건 의미가 있다. 사회적인 공론과 비평적 여과 과정을 거쳐 진정한 청소년 문학으로 자리잡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애정 어린 비판과 분석, 진단을 내놨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문학은 사회 통합 기능을 지향해야 한다. 리얼한 언어로 아이들 세계를 재현했는데 파괴적이고 패륜적인 내용이 아니라 통합 기능을 발휘하는 쪽으로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언가를 까발리거나 누군가를 향해 욕을 하는 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있다. 다만 그것이 활자화됐을 땐 충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아이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가감 없이 쓴 것 같은데 청소년의 심리를 그런 식으로 보여줘도 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청소년들 상태에 대한 날것의 리얼리즘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평가, 해석,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시가 주는 정화나 승화 기능, 감동을 통해 얻는 새로운 깨달음 등과도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은 이런 욕망이 강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가정하고 예단해서 쓴 게 문제다. 청소년 각자가 갖고 있는 욕망, 불안, 상상의 세계를 평면적으로 처리했다. 상상과 욕망의 주체가 돼 청소년이 직접 쓴 시보다 청소년 세계를 더 단순화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함돈균 문학평론가는 “시가 1인칭으로 발화하는 게 많아 흔히 시인과 시적 화자가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시적 화자는 기본적으로 문학적 ‘가상’이라고 봐야 한다. 둘 다 성인이 학생이 돼 발화한 시로, 청소년 화자 입장에서 그들 세계의 일상어를 사용하고 있다. ‘난파선 위에서’는 요즘 아이들의 솔직한 심경을 자기 고백 식으로 표현했다. 그것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건 어른들 시선이고 차후 문제다. 창작 차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시인들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한 중견 시인은 “시의 형식을 빌려 쓴 솔직한 내면 일기 같다. 은유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욕은 그냥 욕일 뿐이다. 미움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생명을 죽이겠다고 하는 건 용인하기 어렵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시를 쓰겠다는 이유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중견 시인은 “문학은 비유다. 지난번 잔혹 동시나 이번의 청소년 시나 ‘이게 말이 되느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문학은 설 자리가 없다. 우리 교육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통렬히 비판하고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쪽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창비 측은 “주된 독자층은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시인들이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시를 쓰려 했다. 학교 현장에선 학생들이 ‘난파선 위에서’를 엄청 좋아한다고 했다. 아이들 정서에 그런 시가 맞는다는 걸 알고 아이들 감수성에 접근해서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기고] 온 마을이 ‘학교 밖 청소년’ 지원해야/강신명 경찰청장

    [기고] 온 마을이 ‘학교 밖 청소년’ 지원해야/강신명 경찰청장

    “아저씨, 죽어도 집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 가출 청소년 3명과 함께 4개월째 쪽방 생활을 해 온 상민(가명)이가 학교전담 경찰관에게 한 말이다. 상민이는 새 어머니·이복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강했다. 다소 폭력적 성향 때문에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중학교 3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상민이처럼 가정환경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매년 6만여명,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은 대략 28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숫자는 재학 중인 초·중·고 학생의 4% 수준이지만, 작년 한 해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 중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은 무려 43.7%에 달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생들을 위협하는 사례 역시 적지 않다. 지난 3~4월 적발한 35개 폭력 서클 중 절반에 가까운 16개 서클에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담하고 있었다. 자립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비행과 범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안전과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모습은 경찰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 됐다. 이에 경찰도 청소년에 대한 치안 패러다임을 바꾸어 가고 있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먼저 절도·성매매 등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가출팸을 찾아 가정과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하거나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와 연계해 의료·보호·복지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미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해서는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다시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선도하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계기로 지역사회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상민이는 현재 학교전담 경찰관의 도움으로 쉼터에서 생활하며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상민이가 수영도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제 상민이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러 아버지와 식사하며 조금씩 가족의 온기를 느껴 가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더이상 미루면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친다. 따뜻한 관심과 작은 배려가 상민이와 같은 친구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이끄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불안하고 충동적인 청소년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어른들의 책무다. 가정은 청소년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 학교는 불안한 청소년들을 칭찬과 격려로 보듬으며 올바른 인성과 지혜를 배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와 지역사회는 촘촘한 안전망과 복지망을 구축해 청소년들이 혹시라도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계기로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되새기며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하겠다.
  • 피터팬 증후군, 언제까지나 어른아이..이유 알고보니?

    피터팬 증후군, 언제까지나 어른아이..이유 알고보니?

    ‘피터팬 증후군’ 피터팬 증후군이란 성년이 되어서도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른아이’ 같은 성인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임상심리학자 D. 카일리 박사가 만든 용어로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이미 ‘어른아이’가 다수 나타난 바 있다. 피터팬 증후군은 전사춘기에서 청년기에 이르는 각 발달 단계에 따라 기본 증상을 차례로 나타난다. 초등학생에서 중학교 저학년 정도의 전사춘기 단계에서는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있고 싶은 마음에 책임 있는 행동을 기피하는 ‘무책임’ 증세가 나타난다. 중학생 정도의 전사춘기 단계에서는 겉으로는 명랑하게 행동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어른 되기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불안’ 단계가 나타난다. 여기에 ‘무책임’ 증세가 겹치면 자신은 본래 게으름뱅이라거나, 틀려먹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중학교 고학년에서 고등학생 정도의 중사춘기에는 따돌림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거나 집단에 끼어들려고 하는 ‘고독’ 단계가 나타난다. 유행에 특히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고등학교 고학년에서 대학생에 이르는 사춘기 후기에는 성 역할 갈등을 겪게 된다. 예컨대 남학생의 경우, 남성다움을 획득하고자 열망하면서도 여성으로부터 모성을 갈구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