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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섬유’로 효성 반세기 이끈 조석래 회장 퇴장

    ‘꿈의 섬유’로 효성 반세기 이끈 조석래 회장 퇴장

    공학도 출신… 국내 첫 민간연구소 설립 폴리에스터·스판덱스·타이어코드 개발 ‘할 말 하는’ 재계 큰어른·민간 외교관 역할조석래(82) 전 효성그룹 회장이 14일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창업주인 부친 고 조홍제 회장의 요청으로 회사 경영에 뛰어든 지 51년 만이다. 효성은 이날 조 전 회장이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효성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효성은 “회사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조현준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됐다는 판단 아래 조 전 회장이 사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아들인 조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준 조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중 ㈜효성의 대표이사 직함만 유지해 왔다. 조 전 회장의 퇴진으로 효성은 창업 2세에서 창업 3세 체제로 완전히 전환됐다. 조 전 회장의 꿈은 원래 공과대학 교수였다. 경기고를 졸업하자마자 유학길에 올라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부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 대학원(화학공학)에서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공학도 특유의 꼼꼼함으로 현장을 챙기고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71년 국내 최초의 민간기업 연구소인 ‘동양나일론기술연구소’를 세워 한국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폴리에스터를 비롯해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꿈의 섬유’ 스판덱스 개발 등에서 효성이 약진한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두 번째 대표 상품인 타이어코드(타이어 고무에 넣는 심재)가 2000년대 초반 세계 1위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재계에선 민간 외교관으로 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2007~2010년), 한미재계회의 위원장(2000~2009년), 한일경제협회 회장(2005~2014년) 등을 지냈다. 할 말은 하는 재계의 어른이었다. 1990년대 초 국회 재무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적금과 예금으로 얼마씩 떼이고나니 정작 손에 쥔 것은 절반도 안 됐다”며 당시 은행의 ‘꺾기’ 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2006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는 FTA 체결을 반대하는 양국의 정·재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며 적극적으로 설득한 일화도 유명하다. 위기도 여러 차례 넘겼다. 그는 1983년 오일쇼크 때 채산성이 악화되자 그룹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해 24개 계열사를 8개로 대폭 정리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재 가치로 10조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을 처분하기도 했다. 덕분에 당시 1만 6000여명의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효성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봉사와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 가고 후진 양성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게 조 전 회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박수현 대변인 “文대통령 주선한 집, 계단 오를때마다 가슴이 뭉클”

    박수현 대변인 “文대통령 주선한 집, 계단 오를때마다 가슴이 뭉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임명 이후 자신의 거처를 마련해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드러냈다.박 대변인은 지난 5월 24일 대통령 경호실 빌라(대경빌라)에 입주했다. 문 대통령은 충남 공주에 거주하는 박 대변인을 위해 이 빌라를 숙소로 사용하도록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경빌라’ 계단 사진을 공개하며 거주 소회를 밝혔다. 그는 “청와대 출근 첫날, 문 대통령님의 첫인사는 저의 숙소 걱정이셨고, 대통령님께서 직접 숙소를 주선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 영광되고 엄청난 집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70년대식 작은 시멘트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미어지기도 하며, 행복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박 대변인은 이어 문 대통령이 주선해준 집에 대한 감정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대변인의 집 걱정까지 해 주신 대통령님의 마음이 계단계단마다 절절히 밟히는 감사함. 초가지붕과 사립문 시골집에 살던 내가 시멘트 벽돌집에 처음 들어가 봤을 때의 신기함과 부러움이 생각난다”고 밝혔다. 또 “초등학교 6학년 밖에 안 되던 누이가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는 2학년 나를 엄마나 된 듯이 어른스럽게 달래며 손 꼭 잡고 걷던 모습이 생각난다”면서 “누이 친구들의 머리에 논두렁 같은 가르마와 댕기처럼 땋은 머리가 생기고 여학생 교복을 입을 즈음, 내 누이들은 학교가 아닌 공장으로 갔던 서러움이 생각난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이면 시끌벅적했던 추석이 그리워지고,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고생하는 줄 알고 주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허리 굽은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님께서 구해주신 집으로 가는 길의 이 오래되고 못생긴 시멘트 계단은 제 마음의 심연을 끄집어 내는 보물”이라며 “이 계단을 걸어 저 모퉁이를 돌면 플라타너스 숲길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님께서 저에게 주신 것은 대변인이라는 과분한 역할뿐 만 아니라, 이 작은 계단에 감사할 줄 아는 ‘착한마음’ 이다”라며 “국가와 국민과 정치를 대하는 남다른 태도로 국가와 국민과 대통령님께 보답 드리겠다”고 글을 맺었다. ▼박수현 대변인 글 전문▼ 청와대 대변인 출근 첫 날, 문재인 대통령님의 첫 인사는 저의 숙소 걱정이셨고, 이미 많은 언론에 알려졌듯, 대통령님께서 직접 대변인의 숙소를 주선해 주셨습니다.  그 영광되고 엄청난 집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70년대식 작은 시멘트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오를 때 마다 가슴이 뭉클하기도하고, 미어지기도하며, 행복하기도 합니다.  첫째는, 대변인의 집 걱정까지 해 주신 대통령님의 마음이 계단계단마다 절절이 밟히는 감사함 때문이고, 둘째는, 초가지붕과 사립문 시골집에 살던 내가 시멘트 벽돌집을 처음 들어가 봤을 때의 신기함과 부러움이 생각나기 때문이며,  셋째는, 초등학교 6학년 밖에 안되던 누이가 다리아프다고 칭얼대는 2학년 나를 엄마나 된 듯이 어른스럽게 달래며 손 꼭 잡고 걷던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고, 넷째는, 누이 친구들의 머리에 논두렁같은 가르마와 댕기처럼 땋은 머리가 생기고 여학생 교복을 입을 즈음, 내 누이들은 학교가 아닌 공장으로 갔던 서러움이 생각나기 때문이며, 다섯째, 그래도 일년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이면 시끌벅적했던 추석이 그리워지기 때문이고, 여섯째,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고생하는 줄 알고 주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허리굽은 어머니가 생각나기 때문에, 대통령님께서 구해주신 집으로 가는 길의 이 오래되고 못생긴 시멘트 계단은 제 마음의 심연을 끄집어 내는 보물입니다. 이 계단을 걸어 저 모퉁이를 돌면 플라타나스 숲길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압니다. 대통령님께서 저에게 주신 것은 대변인이라는 과분한 역할 뿐 만 아니라, 이 작은 계단에 감사할 줄 아는 ‘착한마음’ 입니다. 국가와 국민과 정치를 대하는 남다른 태도로 국가와 국민과 대통령님께 보답드리겠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아시스뉴스 그후] 단짝과 결혼식 올린 5세 소녀, 결국 잠들다

    [오아시스뉴스 그후] 단짝과 결혼식 올린 5세 소녀, 결국 잠들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꿈의 결혼식을 올려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 다섯살 소녀 에일레이드 패터슨이 결국 숨을 거뒀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0일 오후, 스코틀랜드 북부 머리주 포레스시에서 에일레이드의 장례식이 치뤄졌다고 보도했다. 3년 전부터 신경아세포종을 겪던 에일레이드는 의사에게 암말기 판정을 받은 후 버킷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버킷 리스트 1위가 자신의 단짝 해리스 그리어(6)와 결혼하는 것이었고, 지난 달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동화같은 결혼식을 치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신경아 세포종과 싸우던 에일레이드는 7월 1일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엄마 게일은(41)은 “지난 몇일은 우리 가족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었다. 에일레이드를 너무 갑작스레 잃으면서 채워질 수 없는 큰 빈자리가 생겼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몇주 전 딸아이의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딸의 마지막을 준비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슬퍼했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공주가 되길 원했던 에일레이드의 바람을 가장 잘 알았기에 딸의 마지막 가는 길도 결혼식때처럼 아름답게 재현해주고 싶었고, 또 한번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와 많은 사람들의 배려 덕분에 장례식에는 에일레이드의 꿈과 개성이 반영됐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화영화나 동화속 캐릭터 의상을 차려 입고 장례행렬에 가세했다. ‘에일레이드’라는 번호판을 단 핑크색 화물 자동차도 그 뒤를 바짝 따랐고, 에일레이드는 말이 끄는 마차 속 분홍색 관에 실려 화장터로 향했다. 미사 참석자 수잔 뉴먼은 “아름다운 장례식을 통해 에일레이드는 공주처럼 환송받았다.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감동적인 날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주와 영웅 분장을 하고 나타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참석자들이 보낸 메시지가 너무 많아 그 날 다 읽지 못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영원한 친구를 맹세했던 해리스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작별을 고하기가 힘들었기에 어른들은 그와 에일레이드의 친구들을 장례식으로 데려가지 않고 대신 공주 파티를 열어주었다. 결혼식에 이어 고별식을 진행한 자라 그랜트(32)는 “에일레이드는 병에 걸려서도 큰 힘과 결의를 보여주었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장례식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에일레이드는 떠났지만 결혼식 당시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만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브런치] 육아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을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브런치] 육아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을까

    “비록 전투에서는 지지만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하리라.” 유명한 군인이나 역사학자들의 말이 아닌, 세상 모든 부모들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문장이다. 매일 순간순간 육아라는 전투에서는 패배하지만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는 한국의 부모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과학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사이언스, 네이처, 셀 같은 저명 학술지 이외에 이런저런 논문들을 훑다 보면 의외로 영유아나 청소년의 뇌, 심리 관련 연구들이 많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최근에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뇌파측정(EEG) 같은 첨단 기기 덕분에 단순히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심리를 유추하는 수준이 아닌 뇌가 어느 순간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속 깊숙한 곳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이는 게 싫겠지만 말이다. 사실 심리학이나 뇌과학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과 뇌의 움직임을 이해함으로써 건강한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론적 배경을 확보하고 타인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조작적 조건화’ 이론을 주장했다. 조작적 조건화란 동물이나 사람의 특정 행동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경험하면 그 행동을 반복하거나 중단하게 된다는 학습이론이다. 스키너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는지, 부인을 대신해 두 딸의 육아를 도맡아야 하는 고달픈 삶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둘째 딸을 ‘베이비 박스’에서 키웠다. 온도와 습도가 자동조절되고 아이가 배고파 울면 우유를 제공하는 등 일종의 아기 호텔이다. 그렇지만 베이비 박스에서 자란 둘째 딸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성장해 훗날 스키너는 윤리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자극?반응으로만 해석할 수 없으며 사람이 이론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신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천재 뇌과학자나 심리학자라도 아이들의 성장 후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아이가 잘 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모든 부모들의 고민거리다. 많은 연구들이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치 못하고 사회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거나 사회적 구조가 경직돼 있을 때 육아 불안감은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한국 부모들의 육아 불안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 과학은 부모의 불안감이 자녀의 성장에 별 도움이 안 되고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웃을 수 있을 거야’라는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려 준다. 지금 행복한 아이들이 미래에도 행복한 어른이 된다는 장기 추적 연구 결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육아의 길은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이야기한 것처럼 ‘가보지 않은 길’이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상 모든 부모에게 기운 내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 [열린세상] 말의 품격이 사회의 품격을 정한다/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말의 품격이 사회의 품격을 정한다/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되게 표현하는 말을 ‘막말’이라고 한다. 엊그제 어느 국회의원이 쏟아낸 막말이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냈다. 정당의 원내수석부대표가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미친놈들”이라 하고, 급식 조리 종사원들을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로 비하한 말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인 막말 행위를 보면서 정치의 품격 상실감에 스스로 아연실색한다. 막말은 언어폭력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저속어, 폭언, 욕설을 통해 열등감 또는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대리인에 불과한 국회의원이 국민을 향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제도가 부여한 자신의 처지를 잘못 알고 행하는 처신이다. ‘아가리가 광주리만 해도 막말은 못한다’는 속담도 있을진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막말이 넘치는 사회가 됐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들이 경험하는 학교폭력 유형 중에서 언어폭력이 3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순수한 청소년 시절에 학교에서 바른 교육을 받아야 마땅할 텐데,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고통을 받는다면 성인이 됐을 때 언젠가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학교폭력은 어떻게 해서라도 없애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다. 보고서의 결과대로 청소년들의 일상화된 욕설과 비속어가 학교폭력으로 전이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가 지혜를 모아 청소년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어른들은 왜 막말을 하는가. 연구에 따르면 막말은 상대방을 열등감에 빠뜨리기 위해 고의로 행하는 언어적 횡포라고 한다. 가해자는 상대방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공감과 배려 능력이 약하고, 성장 과정에서 자신도 언어폭력의 피해를 경험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학적으로 막말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정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막말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불쾌한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느끼다가 빈도가 잦아질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의 막말에 익숙해져 결국 자존감을 잃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막말은 초기부터 단호하게 대응해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난달 미국 예일대학에서 촉망받던 학장이 온라인 공간에 “백인 쓰레기”, “무식한 멍청이들”이라는 댓글을 남긴 것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자 학교에서 즉시 퇴직당한 사례가 있었다. 소위 명문대학 출신으로 일류 커리어 코스만 밟아 온 젊고 유능한 학자의 속내가 겉보기와 달리 백인에 대한 혐오와 노동자를 비하하는 인식을 보여 사회를 놀라게 했다. 막말의 발원지는 대체로 사적인 맥락을 띤다. 예일대학 교수도 온라인에 올린 자신의 짧은 댓글이 그토록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을 줄 몰랐던 것이다.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점을 보면 기자와의 일대일 질문에 평소 가지고 있던 감정을 쏟아냈을 수도 있다. 오늘날 미디어는 공인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미디어는 정치지도자나 유명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에게 사적 영역을 누리도록 가만히 두지 않는다. 공인이여, 그대의 일거수일투족이 미디어의 세포를 타고 끊임없이 대중의 눈과 귀로 퍼져 나간다는 점을 명심할지어다. 언어는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소통을 위해 정신적, 문화적으로 학습되고 축적된 자산이다. 사회 규범에 따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개인이 사용해야 하는 언어의 품격도 달라야 하는 법이다. ‘말의 품격’의 저자 이기주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중략)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했다. 언어폭력 연구자 패트리샤 에번스는 막말이 상대방의 경험, 가치, 계획, 성과를 무시하고 부정하며 궁극적으로 자존감을 잃게 한다고 주장한다. 막말은 인간적 품격뿐만 아니라 사회적 품격을 해치는 반민주적, 반사회적, 반교육적 행위다.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는 막말 논란으로 국민의 자존감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 ‘쌈 마이웨이’ 김지원♥박서준, 현실 연기로 빚은 ‘쌈맨틱’

    ‘쌈 마이웨이’ 김지원♥박서준, 현실 연기로 빚은 ‘쌈맨틱’

    ‘쌈 마이웨이’ 박서준, 김지원의 장인정신으로 빚어진 쌈맨틱에 빛난 8주였다.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 연출 이나정)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어린 시절부터 사회의 쓴맛을 아는 청춘까지, 도합 23년간을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고동만(박서준)과 최애라(김지원). 친구만이 가능한 편안함과 남녀 간의 설렘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온 국민을 남사친, 여사친 열풍 속으로 빠뜨렸다. 태권도의 꿈을 접고 방황하다가 10년 만에 격투기 선수로 링 위에 오른 동만은 매일 숱하게 싸우지만, 애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열 일 제쳐두고 가장 먼저 달려가며 설렘의 불씨를 지폈다. 바야바 같던 애라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고,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에 질투를 느끼는 과정에서 사랑을 깨달은 후에는 “나는 어제보다 오늘 니가 오백 배 더 좋아졌어” 등의 로코 돌직구로 설렘을 폭발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마이크만 잡으면 세포 하나까지 흥에 차올랐고, 그래서 방송국 대신 최초 격투기 전문 아나운서가 된 애라 역시 거침없는 솔직했다. 동만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일 큰 목소리로 편을 들었고, 첫사랑이었던 그에게 설렘을 느끼자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어른 여자의 멋짐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동만과 쌍방 연애를 시작한 후, 수줍음을 뽐내며 걸크러시와 사랑스러움 모두를 아우르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늦은 나이와 부족한 스펙일지라도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사고 쳐야 청춘이다”는 대사처럼 각각 격투기와 아나운서에 쉼 없이 도전, 청춘이 부딪힌 현실의 벽을 섬세하고 리얼하게 그려내며 짠한 공감을 선사하기도 한 동만과 애라. 꿈도, 사랑도 제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고 뜨겁게 직진 중인 두 청춘 앞에 꽃길이 펼쳐질지, 남은 2회에 궁금증과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 ‘쌈 마이웨이’는 오늘(10일) 밤 10시 KBS 2TV 15회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악어 옆에서 물놀이하는 간 큰 가족

    악어 옆에서 물놀이하는 간 큰 가족

    미국의 한 가족이 악어가 있는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플로리다의 한 호수에서 ‘악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간 큰 가족’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가까이에 있는 악어의 입 쪽으로 자신의 발을 가져다 댄다. 그 뒤로 악어가 있는 물에 들어가서 헤엄을 치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잠시 후 악어가 헤엄쳐가자, 또 다른 여성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300개가 넘는 질타의 소리를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나는 괜찮겠지?’라는 잘못된 생각이 순식간에 위험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특히 어린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내버려두는 어른의 나쁜 교육도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진 영상=레딧, 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대청호서 잡힌 거대 물고기 정체는...길이 1.1m, 무게 30kg

    대청호서 잡힌 거대 물고기 정체는...길이 1.1m, 무게 30kg

    충북 대청호에서 낚시에 붙잡힌 몸길이 1m가 넘는 거대 물고기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대청호에서 이런 대물이 잡히자 낚시꾼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 옥천향토전시관의 전순표(63) 관장은 지난 4일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대청호에서 낚시를 이용해 몸길이 110㎝, 몸통 둘레 52㎝, 무게 30㎏에 달하는 대형 물고기를 낚았다고 7일 밝혔다.그는 “손끝에 묵직한 느낌을 받은 뒤 1시간 넘게 낚싯줄을 감고 푸는 사투를 벌여 가까스로 월척을 제압했다”며 “물가에 끌려 나와 퍼덕거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전씨가 잡은 물고기는 바로 세웠을 때 어른 가슴높이와 맞먹는다. 눈알 크기도 100원짜리 동전보다 크다.사진을 본 전문가는 이 물고기를 백연어로 추정했다. 김효진 충북도남부출장소 내수면지원과장은 “연회색 몸 색깔이나 생김새로 미뤄 백연어로 보인다”며 “30여년 전 대청호에 백연어가 방류됐는데, 이 중 살아남은 개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잉어과 잉어목인 백연어는 중국 원산의 초식성 어종이다. 1970년대 초반 어족자원조성 차원에서 국내에 들여와 일부 담수호 등에 방류됐다. 국내에서는 2003년 한강에서 몸길이 137㎝짜리 초대형 백연어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대청호에서도 10여 년 전 몸길이 1m 안팎의 백연어가 그물에 걸려 올라온 사례가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 혼자 산다’ 박나래, 머리 묶자 드러난 미모 ‘장나라 닮은꼴?’

    ‘나 혼자 산다’ 박나래, 머리 묶자 드러난 미모 ‘장나라 닮은꼴?’

    ‘나 혼자 산다’ 박나래가 숨겨둔 여성미를 드러내며 물오른 미모를 뽐냈다. 오늘(7일) 밤 방송되는 MBC ‘나 혼자 산다’(기획 김영진, 연출 황지영 임찬) 212회에서는 박나래의 꽃시장 방문기와 꽃꽂이 수업이 공개된다. ‘실물 미녀’ 박나래는 꽃시장에서 상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꽃시장의 아이돌’에 등극했다. 그녀는 ‘장나라 닮았다’ 등 쏟아지는 외모 칭찬에 “너무 예뻐서 깜짝 놀라셨죠?”라고 자화자찬하며 답했다고 전해져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박나래가 ‘청담동 며느리’ 분위기를 한껏 뿜어내며 꽃 쇼핑에 나선 모습이 함께 공개돼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사진 찍어도 되냐는 상인의 요청에 발끝까지 우아함을 가득 담은 포즈를 지으며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꽃을 구경하는 모습은 그녀의 여성미가 절정에 달한 듯해 감탄을 자아낸다. 이어 박나래는 꽃꽂이에 돌입했다. 그는 꽃꽂이 수업 도중 “여자들도 남자들한테 꽃 선물 하나?”라며 꽃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음을 드러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녀는 “나의 거칠면서 뜨거운 열정을 꽃으로 표현했으면 좋겠어요”라며 꽃꽂이 수업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박나래는 꽃꽂이 수업 내내 예비 썸남의 취향을 신경 쓰고 무의식적으로 핑크빛 미래를 고백하는 등 김칫국을 들이켰다는 제작진의 전언이다.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꽃의 꽃말이 ‘순수한 사랑’임을 알게 되자 바로 꽃을 내려놓으며 ‘어른의 연애’를 꿈꾸고 있음을 밝혀 수업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박나래는 꽃을 꽂으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사랑과 연관 지어 의미를 부여했고, 자신의 성격만큼 화려한 꽃꽂이를 완성했다고 전해져 완성품의 주인이 누구일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나래의 마음이 향한 곳은 어디일지 오늘(7일) 밤 11시10분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영한의원 송파 가원중 통학로 안전시설 마련 요구

    서울시의회 김영한의원 송파 가원중 통학로 안전시설 마련 요구

    서울시의회 김영한 의원(국민의당, 송파5, 기획경제위원회)은 송파구 가원중학교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위해 지난 4일 가원중학교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이날 김영한 의원은 시의회사무처 시민권익담당관 직원들 및 학부모와 함께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 되었던 가원중학교 앞 보도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보도는 가원중학교 정문에 위치한 통학로로서, 형태가 매우 높고 좁아 통행 불편뿐만 아니라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장소로 학생들이 차도로 떨어지면 교통사고 및 발목부상의 위험이 커,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되어온 곳이다. 김영한 의원은 해당 학생 및 학부모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현장을 면밀히 살펴 본 후 김영한 의원은 송파구 담당 공무원에게 보도 폭 확장 및 안전펜스 설치 등 사고방지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은 어른들이 해야 할 가장 기본중의 기본이다”라고 말하며, “가원중학교를 비롯해 앞으로도 많은 학교의 안전실태를 점검해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실향민’ 윤이상 묘에 고향 동백나무 선물

    ‘실향민’ 윤이상 묘에 고향 동백나무 선물

    “윤이상 선생님이 항상 통영을 그리워하셨다 해서…우리나라를 기념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해서 동백나무를 생각했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된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공식 방문하면서 공군 1호기로 경남 통영에서 공수한 동백나무 한 그루를 윤이상 선생의 묘비 바로 앞에 심었다. 통영은 윤이상 선생의 고향이다. 동백나무는 통영의 상징이기도 하다. 윤이상 선생은 1967년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2년간 복역했고 이후 독일 국적을 취득한 뒤 돌아오지 못했다. 어른 어깨 높이의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김 여사는 “이걸(동백나무) 통영에서 갖고 오느라 애 많이 썼다. 병충해가 같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식물 통관은 굉장히 힘들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했던 김 여사는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관심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이 살아생전 일본에서 타신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 보시고 정작 고향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면서 “그래서 고향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는 6일 ‘눈물의 궁전’과 ‘유대인 학살 추모비’를 방문했다. 눈물의 궁전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경계에 있는 프리드리히슈트라세역 내 출입국 심사장으로 이산가족이 방문 후 헤어질 때 눈물을 흘리며 작별인사를 했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김 여사는 “제 시어머니도 피란 내려와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계시는데 이것이 가슴에 한으로 맺힌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도 어서 통일이 되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과거를 덮으려 하지 않고 진정한 화해를 시도하는 것만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 선생의 묘소에 동백나무를 심은 뜻은...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 선생의 묘소에 동백나무를 심은 뜻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 독일을 방문하는 동안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동백(冬栢) 나무를 심으면서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돼 있는 윤이상 선생의 묘소 참배에 앞서 한 그룹의 동백나무가 심어졌다. 길이 130㎝가량의 동백나무는 이날 베를린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공군1호기를 타고 한국 통영에서 공수됐다.경희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정숙 여사는 윤이상 선생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한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그 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면서 저도 통영에 가면 동백나무 꽃이 참 좋았는데, 그래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동백나무는 통영을 대표하는 나무로, 시목(市木)으로도 지정돼 있다. 사철 푸른 기상을 품고 있다. 김정숙 여사는 “다행히 검역도 통과된다고 해서 이렇게 큰 나무를 심어도 되나 물어봤는데 된다고 해서 ‘아 선생님하고 저하고 뭔가 마음이 맞나’ 하면서 심었다”며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어른 어깨높이의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올해 탄생 100주년이 된 윤이상 선생은 한국 출신 작곡가 가운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 50년 전인 1967년 동백림(東伯林·동베를린의 한자식 표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념 논쟁에 계속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받았다. 윤이상 선생의 향수를 달래줄 동백나무는 공교롭게도 동백림 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실제 ‘윤이상평화재단’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김 여사는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 통영에서 가져갔던 동백나무는 세그루였다. 통영시 관계자는 6일 “지난 3일 급하게 연락이 와서 튼튼하게 잘 자린 10년생 동백나무 세그루를 통영시에 있는 조경업자에게서 사서 보냈다”고 말했다. 윤이상 선생 묘소에 한그루를 심었고, 나머지 두그루의 동백나무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난한 딸바보 아빠가 롤러코스터 태워주는 법(영상)

    가난한 딸바보 아빠가 롤러코스터 태워주는 법(영상)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가보길 원하는 미국의 디즈니월드. 하지만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에 있는 이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의 입장료는 매직킹덤파크 기준으로 10세 이상 성인 1명이 124달러(약 14만 3000원), 3~9세 어린이 1명이 118달러(약 13만 6000원)로 매우 비싸다. 여기서 숙박시설 비용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여행 못지않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한 ‘딸바보’ 남성이 기발한 방식으로 딸의 소원을 들어줘 화제가 되고 있다. ‘켄터키프라이드이디엇’(KentuckyFriedldiot)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유튜브 사용자는 4일 자신의 계정에 ‘가난한 사람들의 롤러코스터’라는 제목으로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그는 “내 딸은 디즈니월드에 가고 싶어 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우리는 차선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이 남성은 우선 TV 화면에 1인칭 시점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재생했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찾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고 나서 그는 딸아이를 파란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태운 뒤 TV 앞에 들고 화면 속 롤러코스터가 트랙을 따라 바뀌는 방향에 맞춰 바구니를 조종하는 것이다. 이때 그는 입으로 바람이 부는 소리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딸도 이 남성의 롤러코스터가 즐겁고 신이 나는지 시종일관 웃음소리를 내며 아빠표 롤러코스터를 만끽했다. 이날 롤러코스터 체험은 그야말로 성공적인 것이다. 사진=KentuckyFriedldiot/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명예기자 마당] “이젠 개답게 살아야지” 풍요로워진 반려견 세상

    [명예기자 마당] “이젠 개답게 살아야지” 풍요로워진 반려견 세상

    더위가 가시는 저녁 집 앞 공원을 걷다 보면 수많은 반려견을 만나게 된다. “그 집 애는 요새 어때요?” “스트레스가 많은지 대소변을 제자리에 보지 못해요.” 마치 수의사와 대화하듯 반려견과 관련된 얘기들이 꽃핀다. 개들끼리 싸우면 주인들의 사이가 좋지 않고, 개들끼리 잘 놀면 주인들도 금세 친해진다. 그만큼 반려견은 사람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다.혼자 사는 이른바 ‘혼족’이 늘어가면서 반려견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흔들고’ 있다. 최근 모 종편에서 방영되는 ‘개밥 주는 남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입양 이후 유일한 식구로 같이 사는 생활상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반려견을 입양하는 사람들은 ‘사서 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세세한 부분까지 뒷바라지를 해줘야 한다. 먹는 것도 단순한 식사에서 영양을 고려한 식단으로 바뀌고 있다. 반려견을 위한 것이라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고 해주는,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개들을 대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펫(pet) 산업’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애견유치원에 애견상조까지 사람의 일생을 그대로 쫓아가고 있다. 반려견 여행, 수제간식, 보험 등 어떻게 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산업보다 번창 속도가 빠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뒤따른다. 펫 산업 관련자들에 따르면 반려견을 보면 주인들의 수준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깨끗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개와 그렇지 못한 개의 차이를 주인의 수준으로 재단하는 것이다. 반려견 세상이 풍요로워지면서 “사람답게 살아야지”에서 이젠 “개답게 살아야지”라는 말이 유행할 태세다. 옛 어른들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반전(?)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은 아직 사랑과 학대의 길목에 서 있다. 아낌없는 사랑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대나 유기도 심심찮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사람은 키울 자격이 없다는 당위를 넘어서, 동물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동물 학대를 신고해도 사실상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 애호 인구가 1000만명이 넘은 상황에서 부끄러운 현실 아닌가. 김희영 명예기자(인천시 행정6급) rlagmldud@korea.kr
  • 김정숙 여사, 故윤이상 묘소 참배…통영→베를린 ‘동백나무’ 수송

    김정숙 여사, 故윤이상 묘소 참배…통영→베를린 ‘동백나무’ 수송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적인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윤이상 선생은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돼 있다. 이날 참배에 앞서 동백나무 한 그루가 윤이상 선생의 묘비 앞에 심어졌다. 윤이상 선생은 1967년 ‘동백림(東伯林·동베를린의 한문식 표기)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사건으로 문화예술계의 윤이상 선생 등이 간첩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정부가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김정숙 여사가 동백(冬柏)나무를 가져간 것은 당시 동백림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나무는 이날 베를린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공군1호기를 타고 한국 통영에서 공수됐다. 통영은 윤이상 선생의 고향이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그 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면서 저도 통영에 가면 동백나무 꽃이 참 좋았는데, 그래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다행히 검역도 통과된다고 해서 이렇게 큰 나무를 심어도 되나 물어봤는데 된다고 해서 ‘아 선생님하고 저하고 뭔가 마음이 맞나’ 하면서 심었다”며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어른 어깨높이의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김 여사가 헌화한 원형 모양의 꽃다발 리본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조국과 통영의 마음을 이곳에 남깁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 여사는 “통영의 나무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그래서인지 김 여사는 이날 참배에서 사회자의 ‘묵념’ 구호에 따라 묵념을 하다가 ‘바로’라는 신호에도 혼자서 20여초간 더 묵념을 이어갔다. 이날 참배에는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과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피아니스트인 홀가 그로숍 등 윤이상 선생의 제자들이 함께했다. 그로숍은 “윤이상 선생님은 저희에게 음악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셨다. 매우 훌륭한 (한국을 알린) 대사이셨다”고 말했다. 박씨는 “윤희상 재단이 2008년 고인의 생가를 매입했지만, 예산 문제로 기념관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제자들이 김 여사께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여사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읽기는 맛있는 기억이다/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읽기는 맛있는 기억이다/강의모 방송작가

    라디오 독서 프로그램(SBS 러브FM ‘최영아의 책하고 놀자’) 구성을 오래 맡고 있다 보니 책 추천 부탁을 종종 받는다. ‘인생 최고의 책’,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등등. 질문은 쉽지만 답하긴 참으로 곤혹스럽다. 분명 짜릿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준 수많은 책이 있는데, 내용이며 제목이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난 책에서 무엇을 얻기보다 읽는 행위 자체를 즐긴 것 같다. 어렸을 때 내게 책은 결핍이었다. 원하는 책을 척척 사줄 만큼 부잣집도 아니었던 데다 나이 차 많은 언니 오빠들 교육에 힘을 다 뺀 엄마는 늦둥이 막내딸에게 적당히 무관심했다. 어른들 틈에서 어찌어찌 한글을 깨치고 신문을 보는 아버지 옆에 붙어 앉아 떠듬떠듬 글자를 읽었다. 그땐 한자를 많이 섞어 쓸 때라 내용 파악은 어려웠지만, 아침이면 종이신문을 기다리는 게 지금까지의 습관이 됐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책에 굶주린 시절 읽을거리는 무엇보다 맛있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 방학은 늘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다. 사촌 오촌들이 열심히 들고 나던 사랑방엔 항상 책이 널려 있었다. 일본 역사소설 ‘대망’이니 월탄 박종화의 소설 ‘자고 가는 저 구름아’ 같은 대하소설들을 줄줄이 읽어 냈다. 고모가 남긴 5권짜리 ‘빨간머리 앤’을 단숨에 읽고 감동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때 읽은 것들 중 19금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가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나름 상상의 쾌락을 즐겼으니, 그 부작용으로 생뚱맞은 고민을 하며 잠을 못 이룰 때도 가끔 있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인생행로가 다 결정돼 있는데, 나도 어떤 거대한 이야기의 한 부분이 아닐까?’, ‘스스로 내 삶을 만들고 바꿔 나가는 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중학교 1학년 때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친구가 자기 집에서 같이 공부를 하자고 했다. 혼자만의 공부방을 가진 친구에 대한 부러움으로 선택한 외박이었는데, 그 집에 들어선 순간 내 시선을 붙잡은 건 거실에 있는 커다란 책장이었다. 졸음을 쫓는다며 귀한 커피를 타 준 친구가 곤히 잠들어 버린 후 살금살금 책장으로 다가가 책 몇 권을 빼들었다. 그렇게 잡은 황순원의 소설을 해가 뜰 때까지 읽었다. 학교 시험이 코앞이었지만, 어떤 두려움도 이 맛있는 시간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때 시험을 어떻게 망쳤는지, 그 선택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같은 건 생각나지 않는다. 오직 책장을 넘기는 데만 열중하다가 아침을 맞았을 때의 신비한 느낌과 감동만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책 프로그램을 맡은 이후로 참 많은 책을 모았다. 그만하면 어린 날의 결핍이 해소됐을 만도 한데, 욕심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리맡 스탠드를 켜고 책을 펼친다. 비루했던 하루, 쓸데없이 분주했던 하루의 번뇌를 지우는 시간. 비록 돋보기를 챙기고 인공눈물로 건조한 눈을 적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해도 소박한 쾌락을 위한 작은 의식으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떤 책은 그대로 수면제가 되고 어떤 책은 잠을 통째로 날려 버리기도 한다. 전자는 어지러운 불면의 밤을 예방하니 좋고, 후자는 책장을 덮고 새벽 창밖을 보며 희열에 들뜨던 열세 살 소녀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기쁘다. 무더위에 여름 나기가 걱정이지만, 나는 이독치열(以讀治熱·읽음으로 더위를 이김)을 믿는다. 지금 머리맡엔 여름밤을 삼킬 몇 권의 추리소설이 대기 중이다.
  • [이호준 시간여행] 방역차의 추억

    [이호준 시간여행] 방역차의 추억

    여름마다 찾아오는 고역이 어찌 더위뿐일까. 가뭄에 좀 덜하다 싶었는데 7월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모기는 꽤 높은 아파트까지 거침없이 올라온다. 그 빈약한 날개로 어떻게 그런 비상이 가능한지. 더위에 뒤척이다 간신히 잡은 잠을 방해받을 땐 짜증이 치민다. 뜬금없이 어릴 적 골목마다 누비던 방역차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배경은 1970~80년대 무렵. 땅거미가 슬금슬금 스며들 무렵이면 어김없이 방역차가 나타났다. 차보다는 늘 요란한 소리가 먼저였다. 그 뒤로 뭉게구름 같은 연무와 특유의 냄새가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방역차 소리가 들리는 순간 아이들은 송사리 떼처럼 후드득 달려 나갔다. 골목에서 놀던 아이도, 엄마 손을 잡고 장에 다녀오던 아이도, 엎드려 숙제를 하던 아이도 예외는 없었다. 어른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모여든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연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차가 내뿜은 뭉게구름이 아이들과 동네를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 차량을 통한 방역이 1960년대부터 시작됐으니, 그 무렵 성장한 이들은 방역차의 추억을 조금씩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연무 속을 달리다가 전봇대에 부딪혀 별을 봤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에 누워 있더라는 친구도 있다. 누구는 짐을 잔뜩 실은 자전거와 부딪쳐서 아버지가 배상을 해 줬다고 하고, 또 누구는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아무도 없고 날이 어두워져서 울면서 돌아왔다고 회상한다. 방역차 소리만 나면 아이들을 일부러 내보내는 엄마도 있었다. 소독약을 온몸에 맞으면 이도 없어지고, 심지어 배 속의 회충까지 잡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날마다 방역을 한 이유는 물론 모기나 파리를 잡기 위해서였다. 경유에 살충제를 섞어 방역기로 가열하면, 점화되면서 연기 모양으로 뿜어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하지만 방역 효과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살충제 농도를 무척 옅게 했기 때문에 모기는 잠시 기절하거나 행동이 둔해지는 데 그쳤다고 한다. 그러니 옷 속에 붙어 있는 이나 배 속의 회충까지 잡는다는 믿음이야말로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구충제 사는 것조차 쉽지 않아 학교에서 나눠 주던 시절이었다. 아직도 차량 방역을 하는 지자체가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직접 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기회가 왔다. 남녘 땅 어느 작은 읍내에 들렀다가 방역차와 만난 것이다. 저만치 뭉글뭉글한 연무 덩어리가 보이는 순간 생각할 틈 없이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아, 정말 방역차가 있었구나. 차도 세련되고 소리도 많이 달라졌지만, 짙은 연무를 뿜으며 골목을 누비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가 가는 대로 구멍가게와 미장원과 기름집이 쓱쓱 지워졌다. 한데,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건 똑같은데 결정적으로 달라진 게 있었다. 방역차가 나타나도 소리 지르며 꽁무니를 따라가는 아이들이 없었다. 그만큼의 세월이 흐르고 세상은 달라진 것이다. 그나마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배회하던 아이 하나가 페달을 힘차게 밟아 연무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에 조금 위안을 받았다고 할까. 연무 속으로 사라진 아이의 뒷모습이 눈에 고여 있어서 그랬던지, 석양 속에 잠긴 마을 풍경이 쓸쓸하게 다가왔다. 내 어린 시절도, 젊은 날도 저 연무 속에 묻혀 버렸구나. 방역차와 아이가 떠나 버린 골목이 적막 속으로 깊게 가라앉는 저녁이었다.
  • 깜찍 외모에 시속 80㎞… 에어컨은 없어요, 집에서 3시간 반 충전하면 최소 60㎞ 주행

    깜찍 외모에 시속 80㎞… 에어컨은 없어요, 집에서 3시간 반 충전하면 최소 60㎞ 주행

    “이런 건 대체 언제쯤 한국에 들어올까요.” 초소형 사륜 전기차 트위지를 처음 만난 건 2014년 봄 스페인 바야돌리드 르노 공장을 찾았을 때다. 공장 입구에선 오토바이인지 차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3~4대의 차량이 나란히 충전 중이었다. 꼭 타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고 시승까지는 그렇게 3년이 걸렸다.●500만원대로 누리는 ‘걸윙도어카’ 첫인상만 보면 트위지는 차라기보다 잘 만들어진 어른용 승용완구 같다. 2335㎜ x 1233㎜ x 1451㎜(길이x폭x높이) 크기로 생긴 것도 앙증맞고 깜찍하다. 앞뒤로 최대 2명까지 탑승 가능하지만 성인 2명이 타는 건 좀 무리다. 참고로 이 차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나 BMW i8처럼 문짝이 위로 열리는 ‘걸윙도어’다. 차 마니아 중에는 문짝이 위로 열리는 차를 갖는 게 평생소원인 이가 적지 않은데, 트위지는 500만원대에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차다. 디자인부터 작동법까지 모든 것이 단순하다. 계기판도 꼭 필요한 정보만 간단히 표시한다. 손바닥만 한 계기판엔 배터리 잔량, 변속기 표시, 속도, 시간, 재충전 상황 등이 나온다. 자동변속기는 골프 카트처럼 운전대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 조작하는데 주행(D), 중립(N), 후진(R)의 3가지만 있다. 이 때문에 주차를 할 땐 수동 브레이크를 꼭 잡아 줘야 한다. 배터리 용량을 고려하다 보니 전기가 드는 에어컨도 히터도 라디오도 없다. 키를 꽂고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목적지는 서울 상암동에서 10㎞ 남짓 떨어진 광화문이다. 차체가 적은 만큼 운전은 매우 쉽다. 프랑스나 독일 등에선 만 14세 이상으로 스쿠터 면허만 있으면 운전할 수 있는 차다. 골목을 나와 큰 도로에 오르면서 속도를 차츰 높인다. 최고속도가 시속 80㎞인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속 능력은 나쁘지 않다. 틈이 나면 끼어들고 앞이 뚫리면 좀 밟아야 하는 출퇴근길 시내 주행에는 큰 불편이 없다는 이야기다. 신호에 걸리자 무수한 시선이 꽂힌다. 단, 스포츠카를 시승할 때와는 결이 다른 관심이다. 보통 멋진 차를 보고 부러운 듯 고개를 돌리는 건 십중팔구 남자지만, 트위지를 향한 시선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그다지 우쭐할 필요는 없다. 차가 섹시하거나 멋져 보여서라기보다는 예쁜 강아지가 도로 위를 달리는 듯한 귀여운 느낌 때문이다. ●창문·히터 없어… 겨울엔 담요 ‘필수’ 단점도 하나둘씩 드러난다. 차를 탈수록 점점 이륜차를 모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문짝은 있지만 창이 없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옵션으로 판매하는 지퍼 타입의 간이 창을 달아야 하는데 비만 간신히 피할 정도다. 여름에는 달릴 땐 시원하지만 차가 밀리는 구간에선 곤욕이다. 겨울엔 추위 때문에 담요를 챙겨야 한다. 승차감 역시 포기하는 편이 맘 편하다. 서스펜션이 조악한 탓에 도로의 굴곡과 요철을 엉덩이로 스캔하듯 모두 느끼게 한다. 현행 법규상 강변북로나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도 달릴 수 없다. 그럼에도 트위지는 매력 있고 장점도 분명한 차다. 충전은 가정용 220V 소켓에 꽂기만 하면 끝일 정도로 간단하다. 3시간 반이면 완충되고 1회 충전으로 최소 6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왕복 30㎞ 거리를 출퇴근한다고 볼 때 한달 유지비(전기요금)가 1만원 이내다. 1500만원대지만 환경부 보조금에 각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서울 572만원, 대구 422만원 등에 구입할 수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안동호 상류에 떡붕어 떼죽음 원인 조사 나서

    대구지방환경청과 경북 안동시가 안동댐 상류에서 붕어와 잉어 등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채로 발견되자 원인 조사에 나섰다. 4일 대구환경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9시 30분쯤 안동시 도산면 안동댐 상류 약 30㎞ 지점 안동호에서 떡붕어 1000여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죽은 물고기 대부분은 크기가 어른 손바닥보다 컸고 붕어와 잉어 종류가 가장 많았다. 이 지점은 그동안 안동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등 환경단체들이 봉화 석포제련소 등에서 중금속이 유입하는 곳이라며 정밀 조사를 요구했던 곳이다. 이처럼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하자 대구환경청은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환경단체들은 최근 비가 내리면서 호수 바닥에 있던 중금속이 섞인 부유물이 수면으로 올라와 물고기가 폐사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구환 대구보건대 교수는 현장에서 폐사 물고기를 해부한 결과 내부 장기손상이나 기생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사고지점 수질을 측정한 결과 수온이 26도, 수소이온농도(pH) 7.5, 용존산소는 10.5㎎/L로 나타났다. 환경청 관계자는 “당장 수질 측정한 결과만 봐서는 수온, 용존산소 등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물고기 떼죽음 직접 원인이나 선행 원인을 추가로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청과 안동시는 경북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독성검사, 국립수산과학원에 어병과 중금속 검사를 맡겼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졸업파티에 세워진 장벽… ‘돈 없음 즐기지 마’

    [여기는 남미] 졸업파티에 세워진 장벽… ‘돈 없음 즐기지 마’

    멕시코에서 '트럼프 장벽'보다 더 얄미운 장벽(?)이 세워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멕시코 코수멜의 한 공립학교가 최근 개최한 졸업파티에서 벌어졌다. 학교는 호화판 졸업파티를 열면서 파티장에 나무로 장벽을 세웠다. 무대가 있는 곳을 감싸고 설치된 장벽은 웬만한 어른 키보다 높았다. 장벽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행사장 앞쪽에 있는 무대를 볼 수 없었다. 파티장을 VIP석과 ‘변두리’로 구분한 셈이다. 이렇게 구역을 나눈 학교는 돈을 내지 않고 파티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을 모조리 ‘변두리’에 앉혔다. 돈을 내지 않은 사람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졸업행사를 아예 보지도 말라는 뜻이다. 학교는 졸업파티를 열면서 학생과 학부모 등 참석자들에게 협조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내도록 했다. 형편이 어려운 일부 학생들은 돈을 내지 못했다. 학교는 공립이라 강제로 돈을 걷진 못하고 파티 참석을 금지하지도 못했지만 장벽을 세우는 심술을 부렸다. 무전유죄라고 했던가. 돈을 내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굴욕적인 대우를 받았지만 항의도 하지 못한 채 졸업파티를 음성으로만 즐겨야 했다. 문제의 사건은 파티가 끝난 뒤 한 참석자가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학교의 차별 대우를 고발한 이 참석자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세우겠다는) 트럼프의 장벽보다 더 나쁜 장벽이 코수엘에 세워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비판적이었다. 현지 누리꾼들은 “자존감을 짓밟는 차별행위”, “돈에 눈이 먼 학교, 트럼프보다 더 밉다”는 등 공분을 드러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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