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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테네 2004] 4관왕 펠프스 접영100m·혼계영400m 도전

    ‘수영 신동’의 ‘장밋빛 꿈’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아테네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전세계 팬들의 이목은 마이클 펠프스(19·미국)에게 쏠렸다.특히 미국 언론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4관왕과 월드컵대회 6관왕을 휩쓴 ‘수영 신동’을 두고 “아테네 다관왕은 떼놓은 당상”이라며 연일 나팔을 불었다.펠프스 자신도 “8개 출전 종목에서 전승해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남자 수영 7관왕에 오른 마크 스피츠(미국)의 신화를 깨겠다.”고 장담했다. 대회 초반 계영 400m에서 동메달에 그친 데 이어 ‘인간 어뢰’ 이언 소프(21·호주)와의 첫 맞대결에서도 3위로 참패,자존심을 구긴 펠프스는 목표에 적신호를 켜는 듯 했다. 그러나 자신의 주종목인 개인혼영 400m와 접영 200m,계영 800m에서 줄줄이 정상을 밟았고,20일 자신의 올림픽기록을 갈아치우며 개인 혼영 200m 타이틀까지 움켜쥐어 이번 대회 첫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경영 종료를 이틀 앞둔 20일 현재 펠프스가 손에 쥔 마지막 카드는 접영 100m(21일)와 혼계영 400m(22일) 등 2장. 접영 100m의 경우 세계기록 보유자인 팀 동료 이언 크로커가 함께 결선에 올랐지만 기량은 하향세라는 것이 중평.예선 기록도 펠프스가 0.22초 앞서 5관왕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문제는 마지막 혼계영 400m.여기서 펠프스는 또 한번 소프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미국 혼계영팀은 애틀랜타와 시드니올림픽을 차례로 제패한 ‘드림팀’이지만 앞서 자유형 200m 대결에서 소프에 쓴맛을 본 펠프스로서는 부담스럽다.계영 400m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신기록으로 ‘깜짝 우승’을 거둔 남아공 등 곳곳에 도사린 다크호스들도 6관왕의 걸림돌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계간지 ‘시평’ 가을호

    일본이 딴죽을 걸어온 독도 문제에다,중국이 고구려사를 두고 벌이는 음모적 편입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시인들의 현해탄을 노래한 시편이 소개돼 관심을 끈다. 계간 시전문지 ‘시평’ 가을호는 특집으로 ‘일본의 현해탄 관련 시들’을 기획,일제 때 서울에서 태어난 사이토 마모루의 ‘관부연락선’과 ‘달마 벼루’,다키구치 마사코의 ‘회상의 현해탄’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 시편이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가 역사적 수탈과 수난의 상징으로 기억하고 있는 현해탄이 일본인들에게도 결코 고통 이상의 기억일 수 없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토 마모루는 ‘관부연락선’에서 패망한 제국주의 신민의 회한을 왜곡없이 읊고 있다.‘배 아래의 삼등객실에 몸을 움츠리고/나는 어뢰가 숨겨진 바다의 겨울 추위에 눈을 감는다’거나 ‘나라가 망하고 난민으로서 부산의 불빛을 응시하던 날/나는 한 사람의 ‘왜놈’이었다’에서 드러나듯 패전으로 위태하게 몰려 벼랑 끝에 선 일본인의 표피적 감상이 자괴와 뒤섞여 역사의 복원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는 ‘조선 글자가 새겨진 연락선이 미끄러져 간다/아아,저것은 백제 관음상의 내 고향의 배’라며 태생지에 대해 갖는 원초적 향수와 ‘우리 민족의 죄없음’,‘조선인의 까닭없는 수난’에 대해서도 시인다운 회한을 토로한다. 그의 이런 정서는 ‘달마 벼루’에도 이어져 ‘나라가 망하고 목표도 없이 현해탄을 넘던 날/손에 익은 달마 벼루는 등에 있었다’며 자신의 일상을 단번에 바꿔버린 결정적 동인(動因)으로서의 패전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이토 마모루의 시가 지적 편향성,이지적 면모를 가졌다면 다키구치 마사코의 그것은 다분히 여류적이다.‘해조는 자라고/섬 게는 웅크린다/현해탄/그 앞에도 뒤에도/고향은 없었다’에서처럼 시인의 감성은 현해탄을 보며 ‘어디에도 없는 우리 민족의 실향’을 향해 시린 위안을 보내고 있다.또한 그것은 일본이든 중국이든,모든 나라의 제국주의적 침략행위에 대한 문학적 양심의 경고일 수도 있고….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아테네 2004] ‘허풍 신동’ 펠프스

    |아테네 특별취재단|‘펠프스는 허풍쟁이(?)’ 아테네올림픽 수영에서 8관왕을 노린 마이클 펠프스(19·미국)의 장담은 ‘허풍’으로 끝났다.17일 새벽 ‘세기의 대결’로 기대를 모은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인간 어뢰’ 이언 소프(21·호주)와 맞붙은 펠프스는 여전히 여유있는 모습이었다.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큼지막한 헤드폰으로 귀를 막은 모습도 예전 그대로였다.출발 신호는 함성에 묻혀버렸다.그러나 결승점에서 팔을 번쩍 치켜든 것은 펠프스가 아닌 소프. 소프가 1분44초71의 올림픽기록(종전 1분45초35)으로 터치판에 가장 먼저 손을 대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움켜쥔 반면,펠프스는 1분45초32로 시드니대회 챔피언 피터 반 호헨반트(네덜란드)에게마저 밀려 3위에 그쳤다.그러나 펠프스는 “역대 최강의 자유형 주자 2명과 경기한 것만도 엄청난 경험이라 실망할 일은 아니다.”면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6개 종목 결선 진출을 이뤄내지 않았느냐.”고 자찬을 멈추지 않았다. 펠프스는 첫날 개인혼영 400m에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8관왕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그러나 그것도 잠깐.계영 400m에 이어 거푸 금메달 추가에 실패하면서 앞으로 도전할 종목이 5개로 줄었다.지난 1972년 마크 스피츠(미국)가 세운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7개) 경신은 물론,타이를 이루는 것조차 물건너 갔다. 펠프스가 실력 이상으로 부풀려진 것은 미국 언론의 주특기인 ‘영웅 만들기’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시드니헤럴드의 지미 레이닝 기자는 “‘세기의 대결’ 운운은 어차피 미국 언론이 만들어 낸 것”이라면서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소프가 이길 것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window2@seoul.co.kr
  • [아테네 2004] 세기의 ‘맞대결’

    ‘세기의 라이벌전’이 시작됐다. 17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이언 소프(22·호주)와 마이클 펠프스(19·미국)의 ‘인간 어뢰’ 대결이 펼쳐진데 이어 18일에는‘올림픽의 꽃’ 육상경기의 막이 올라 아테네는 물론 지구촌이 열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금메달은 물론 라이벌전 승리를 통해 ‘지존’에 오르겠다고 벼르는 각국의 슈퍼스타들이 결전의 날을 기다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다. ●신·구스타 ‘맞장’ 육상 남자 100m(23일 오전 5시10분) 모리스 그린(30·미국)과 아사파 포웰(22·자메이카)의 ‘인간탄환’ 대결.최근 두 선수의 무서운 상승세로 볼 때 세계기록(9초78) 경신도 가능하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개인최고기록에선 ‘백전노장’ 그린(9초79)이 포웰(9초91)보다 낫지만 최근 맞대결에선 ‘신예’ 포웰이 앞선다.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 두차례의 국제대회에서 포웰은 보기좋게 그린을 제쳤다. 결전을 앞두고 신경전도 치열하다.시드니올림픽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하는 그린은 “내 자신만이 유일한 경쟁자일 뿐이다.”며 큰소리쳤다.그러면서도 포웰을 의식하는 눈치다.“그는 매우 훌륭한 선수지만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포웰도 기싸움에서 지지 않았다.“최근 대결에서 연승한 뒤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내 목표는 금메달을 넘어 세계기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흑·백스타 격돌 여자마라톤(23일 0시)은 ‘흑백 맞대결’로 관심을 끈다.세계기록(2시간15분25초) 보유자 영국의 폴라 래드클리프(31)와 2위 기록자 케냐의 캐서린 은데레바(32·2시간18분47초)가 나선다.각자 조국의 명예는 물론 흑백의 명예를 걸고 나선다.래드클리프는 최근 1만m를 포기하고 마라톤에만 출전하겠다며 열망을 드러냈다.지난해 각종 도로레이스에서 12연승을 달려 ‘도로의 여제’로 불린다. ‘대항마’ 은데레바는 비록 기록에선 뒤지지만 지난 4월 보스턴마라톤 우승으로 올림픽 금빛 영감을 얻었다.교도소 전화교환수 출신으로 일약 스타가 된 케이스.올림픽마라톤 노골드 악몽에서 조국을 구해내겠다며 아테네에 입성했다.특히 두 선수 모두 주부선수로 ‘아줌마의 힘’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녀들도 맞대결 여자 장대높이뛰기(25일 오전 2시55분)는 세계 1·2위 러시아 미녀들의 ‘집안싸움’.옐레나 이신바예바(22)와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의 순위경쟁 및 기록경쟁이 아테네에서도 불을 뿜는다. 체조선수 출신의 이신바예바의 기술과 페오파노바는 넘치는 파워가 맞부딪친다.개인 최고기록에선 세계기록(4.90m)을 보유중인 이신바예바가 페오파노바(4.88m)를 근소하게 앞선다.특히 두 선수의 최고기록이 모두 최근에 작성된 것이어서 ‘마의 5m벽’ 돌파도 기대된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2004 아테네 올림픽] 펠프스-소프 자유형200m 준결승서 ‘세기의 대결’

    |아테네(그리스) 특별취재단|‘세기의 맞짱,드디어 개봉.’ ‘신동’ 마이클 펠프스(19·미국)와 ‘어뢰’ 이안 소프(21·호주)가 나란히 첫 금메달을 움켜쥔데 이어 자유형 200m에서 첫 맞대결을 벌이는 등 수영 다관왕 경쟁에 불을 댕겼다. 펠프스는 15일 아테네 아쿠아틱센터에서 벌어진 남자 개인혼영 400m에서 지난달 미국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4분08초41)을 0.15초 앞당긴 4분08초26으로 우승하며 통산 최다관왕 등극을 향한 첫발을 기분 좋게 내디뎠다. 역대 최다관왕은 지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마크 스피츠(미국)가 세운 7관왕. 4년전 시드니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펠프스는 초반부터 월등한 파워로 팀 동료 에릭 벤트(4분11초81)와 라치오 크세흐(헝가리·4분12초15)를 제친 끝에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맛봤다. 시드니올림픽 3관왕 소프도 자유형 400m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시드니 3관왕’의 트레이드마크인 전신수영복을 입고 출전한 소프는 결선에서 3분43초10으로 그랜트 헤켓(오스트리아·3분43초36)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금메달의 기쁨을 누렸다. 소프는 초반 100m까지 3위로 처졌지만 중반부터 190㎝의 양팔을 힘차게 휘저으며 선두를 빼앗은 뒤 폭발적인 스퍼트를 해 2연패의 감격을 안았다. 소프의 2연속 금메달은 친구의 우정이 받쳐준 것이어서 뜻깊다.소프는 지난달 호주 대표선발전에서 어이없이 실격을 당했지만 국가대표로 동고동락한 크레이그 스티븐슨이 양보해 자유형 400m에 출전한 것. 당시 소프는 스티븐슨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올림픽 2연패로 보답하겠다.”고 말했고,결국 그 약속을 지켜냈다. 한편 두 선수는 예상보다 하루 이른 16일 새벽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8개조 59명이 참가한 예선에서 펠프스는 1분48초43으로 8조 4위로 골인했고,소프는 1분47초22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피터 후겐반트(네덜란드·1분47초32)를 제치고 6조 1위를 차지했다. window2@seoul.co.kr
  • 현대重 vs 대우조선 2차 ‘군함전쟁’ 불붙나

    현대重 vs 대우조선 2차 ‘군함전쟁’ 불붙나

    현대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 사이에 ‘제2 군함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우해양조선은 최근 해군전력증강 사업으로 추진돼온 이지스함사업(KDX-Ⅲ)의 사업자로 현대중공업이 선정되자 12일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내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이들 양사는 지난 97년에도 잠수함사업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어 군함 사업권을 둘러싼 이들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된 것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9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의 유일한 잠수함 전문 방산업체로서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하지만 2차 잠수함 사업에 이어 이번 이지스함 사업권에서 현대중공업에 밀리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지스함은 군함에 중장거리 대공미시일과 대함미사일,함포 어뢰 등의 무장체계와 독자적인 작전수행이 가능한 최첨단 레이더시설을 갖춰 입체적 방어체제가 가능한 ‘전투함의 꽃’으로 불린다.수주액만 해도 25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대우조선,입찰결과 수용 못해 대우조선이 입찰 결과에 반발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조선측은 “입찰가격에 있어 현대중공업보다 130억원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한데다 한국형 구축함사업(KDX-Ⅱ) 1번함인 이순신함을 만들어 신인도면에서도 현대중공업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은 이순신함에 대한 종합평가가 올 11월에 이뤄지는 만큼 이번 심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대중공업측은 “부실사업 방지를 위해 적정가격을 써내야지 무조건 낮게 쓴다고 유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종합적인 평가가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경쟁입찰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한진중공업 등 3개사가 참여했다. ●잠수함 사업에서도 항상 맞수로 지난 87년 1차 잠수함 사업자로 선정,9척을 수주한 이후 대우조선은 10여년 동안 유일한 잠수함 방산업체로 승승장구해왔다.반면 지난 75년부터 잠수함 개발에 나섰던 현대중공업은 1차 잠수함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후 재기를 노렸다.잠수함사업은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도 할 만큼 현대중공업에서는 잠수함 사업권 수주에 많은 공을 들였다.특히 1차 잠수함 사업자 선정이 지난 87년 대선 직전,수의계약 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현대로서는 정치적 패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어 제2차 잠수함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지난 97년 대우조선과 수의계약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하자 현대중공업은 가처분신청을 내고,감사원에도 국방부 고위관계자 5명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입찰방식을 둘러싼 양사의 3년여 동안 계속된 갈등은 결국 2000년 입찰방식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 형식으로 바뀌면서 현대중공업이 사업자로 선정,최종 승자가 됐다. 대우조선은 이에 잠수함 건조실적이 전무한 현대중공업의 선정에 대해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1)삼천포 원시어법 ‘죽방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1)삼천포 원시어법 ‘죽방렴’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은 경남 사천시 삼천포지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연전,모 방송프로에서 이 발언을 입에 올렸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자기 터전을 나쁜 뜻으로 빗대는 것을 누가 좋아라 하겠는가. 그런데 이 글에서만은 이 말을 꼭 써야겠다.단,‘삼천포로 빠져야 바다가 제대로 보인다.’로 고쳐 쓰겠다.진주나들목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으면 고성과 통영 방향이다.삼천포로 가자면 ‘역시나’ 밑으로 빠져야 한다.육로로는 막다른 길이다.그래서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나왔음 직한데 막상 삼천포로 빠지면 정말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같은 말이라도 세월이 흐르면 전혀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실감한다. 얼마전까지 남해 읍내로 가자면 반드시 남해대교를 건너야 했다.아니면 삼천포에서 철부선으로 늑도를 거쳐 창선교를 다시 건넜다.번잡하게 ‘삼천포로 빠지는’ 일은 여유있을 때나 가는 코스였다.그런데 삼천포대교가 놓이면서 사정이 돌변했다.예전의 ‘하동~남해대교’ 길목 못지않게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삼천포~남해’로 곧장 들어가는 길목이 각광을 받는다. 삼천포는 사실 통영,여수 등과 더불어 남해안 유수의 어항이다.조선시대에도 번화한 포구였으며,일제 때는 일본인 이주어촌이 조성돼 어업침탈이 본격화했던 곳이기도 하다.삼천포 동금리(팔장포)의 에히메촌(愛媛村)이 바로 대표적인 일제 이주어촌.삼천포 어시장에 가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삼천포로 빠져야 바다가 보인다 더운 복중에 무슨 고기가 있을까 싶었는데,고등어 병어 삼치 새우 오징어 까치복 참복 상어 갈치 등이 지천이다.어판장의 활기가 퍼덕이는 멸치떼 같다.아주머니들은 고등어를 선별,얼음을 채워 포장하는 일에 여념이 없고,장정들은 갓잡은 상어를 끌어 내놓는다.리어카로 얼음과 고등어를 옮기는 짐꾼들도 대목 만난 듯 잰걸음들이다.삼천포수협의 차윤원(55) 지도과장은 ‘삼천포항을 모르고 어찌 남해안 수산업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실제로 수협 직영 횟집에서 함어 독가시고기 제도가리 같은 낯선 이름의 자연산 회를 먹어 보니 자원 고갈시대에 아직도 이런 자연산이 남아 있음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삼천포에 온 목적은 죽방렴(竹防廉)을 살피기 위해서다.삼천포는 죽방렴의 원조.어판장에서 벗어나 실안동에서 전마선을 탔다.문야성(45)씨가 운영하는 죽방렴으로 가는 길,싱싱한 멸치 냄새를 맡았는지 갈매기떼가 몰려들어 극성이다. 둥근 발통을 조심스럽게 오른다.양쪽 활가지로 갈라진 말목은 예전 통대나무에서 H빔이나 참나무 각목 따위로 교체되었다.발통 안의 통그물을 빙빙 돌아가면서 끌어올린다.그물에 붙은 멸치를 대나무로 툭툭 쳐가면서 떼내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멸치 못지않게 쓰레기도 많아 사둘로 연방 라면봉지나 스티로폼 폐물 등을 걷어내야 했다.통그물이 동그랗게 조여지면서 마침내 멸치떼가 하얗게 발광하며 모습을 드러낸다.문씨는 멸치떼를 능숙하게 거둬 저장박스로 옮겼다. 잡아온 멸치는 곧바로 가마솥에 삶은 뒤 그물을 펴고 노천에 펴말리면 하루만에 값비싼 ‘죽방렴 며루치’로 변신한다.사실,요새 죽방렴 멸치는 서민들이 넘볼 음식이 아니다.흔하던 죽방멸치의 생산량이 줄어 있는 사람들이나 먹는 ‘호사품’이 되고 말았다.2㎏짜리 특등품 한 상자에 30만원을 호가한다.최근 7월 말에는 36만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단다.경매가격이 그러니 실제 소비자 가격은 상상을 넘는다.물론 중품은 7만∼8만원,하품은 2만원까지 떨어지나,그 정도 가격이라도 싼 것은 아니다.죽방멸치가 점점 서민들의 식탁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위판된 죽방멸치는 서울의 유명 백화점 매장으로 직행한다. 죽방렴은 하루에 두 번 물을 보는데,당연히 사리물이 중요하다.조업은 여섯물부터 열물 사이에 집중되며,열두물부터 열다섯물,그리고 첫물과 둘째물 때는 거의 조업이 이뤄지지 않는다.조수간만때 조류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월간 노동시간이 길지는 않다.대부분 6∼9월 여름이 제철이며,겨울에는 소출이 적어 조업을 하지 않는다. ●있는 사람 밥상에나 오르는 ‘죽방렴 며루치’ 죽방렴도 거의 사라지고 없다.목 좋은 죽방렴에서는 연간 기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지만 대부분은 천만원 언저리의 수입이 고작이다.한가하게 방렴으로 뛰어들 물고기가 줄어든 탓이다.죽방렴 멸치가 비싸다고 하지만 어민들의 수입은 “엔간한 직장생활보다 쪼메 낫다.”는 수준이다. 삼천포대교 공사 때,죽방의 철거보상비는 대략 2억5000만∼3억원 수준.대를 이어 고기를 잡아왔고,또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생계 수단임을 감안하면 턱없는 보상이지만,일견 죽방의 ‘자본주의적 가치’가 만만치 않음을 입증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죽방멸치는 싱싱한 은빛이 차라리 눈부시다.햇빛에 반사되는 그 은빛의 찬란함은 자연산 멸치의 자존심을 고스란히 드러낸다.죽방렴에서 파닥거리는 멸치를 사둘로 건져내 차린 즉석 멸치회는 가히 일품이다.비린 멸치가 그렇게 맛있는 회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우리 입맛이 얼마나 심각하게 통조림문화에 길들여져 왔는지를 금방 깨닫게 된다.이런 단호한 선언도 가능하지 않겠는가.“죽방렴,남해안이 살아있다는 마지막 자존심!” 죽방렴은 말 그대로 대나무를 세워 만든 일종의 물고기함정이다.살,발이라고도 부르는데,모두 어살(漁箭)에 속한다.‘경상도 속찬지리지’(1469) 남해현조에 보면 ‘방전(防箭)에서 석수어 홍어 문어가 산출된다.’고 적었다.방전은 죽방렴의 다른 이름이다.이쯤에서 죽방의 어로 원리를 살피고 가자. 물살 빠르고 수심 낮은 곳에 V자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양날개를 설치하고,가운데에 고기를 몰아넣는 둥근 임통을 설치한다.날개는 참나무 장목으로 촘촘히 박고,쪼갠 대나무발로 장막을 둘러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둥근 임통은 일종의 ‘연못’이다.고기들이 이곳에 들어와 노닐다가 포획된다.조류를 따라 흐르다 임통에 든 고기를 거둬들이는 원시적 어로방식. 남해안 죽방렴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이는 담정 김려(1716∼1821)였다.일찍이 인근 우해(진해)로 귀양와 자산어보와 쌍벽을 이루는 어보인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를 남긴 김려의 눈길에 죽방렴이 빠질 수 없었다.자산어보(1814)보다 11년이나 빠른 1801년에 이 탐구서가 완성되었으니,한국 최초의 어보인 셈이다.자산어보가 서남해를 중심으로 해 ‘절반의 진실’만을 담고 있다면,우해이어보는 남해 중심의 또다른 ‘절반의 진실’을 담고 있다.양자의 결합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조선후기 어업 및 어류지의 복원에 한층 가깝게 다가설 수 있으리라.불우했던 그는 이 어보를 통해 민중의 삶을 수채화처럼 그려냈다.그가 본 죽방렴은 진해 인근의 것으로,당시에는 어뢰(魚牢)라고 불렀다.‘뢰’는 감옥이란 뜻이니,고기가 대나무발에 잡힌다는 의미이다.진해 바닷가에 수십개의 어뢰가 마치 바둑판처럼 펼쳐져 있다고 했으니,지금의 죽방렴 풍경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남중국·태국서도 성행 세계적 어법 김려가 본 죽방렴과 현존 죽방렴이 원리나 기능은 같을지 몰라도 형태의 변형이 있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일본식 죽방렴의 영향도 없지 않았겠지만,죽방렴이란 이름도 20세기에 만들어졌다.이 죽방렴이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멀리 남중국이나 태국처럼 대나무가 흔한 곳에서는 보편적으로 행해진 세계적 어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죽방렴이 가장 성행한 곳은 바로 삼천포와 사천교 인근 사천만,창선교 주변의 남해 지족해협 등 세 군데를 꼽을 수 있다.수심이 낮고 물살이 빠른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죽방은 조류를 타고 떠들어오는 멸치를 잡는 어법이어서 이 멸치를 노리는 갈치 숭어 전어 농어와 새우도 제법 잡혔다.삼천포항에서 경매되는 멸치 총량은 연간 260억원 규모로 무려 120만 관에 이른다.삼천포의 멸치는 정치망이나 죽방렴으로 잡기 때문에 선도가 으뜸이다. 그러나 아무도 삼천포 죽방렴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7∼8년 전부터 멸치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어서다.연륙교의 교각이 조류 흐름을 막아서 뜬물에 흘러다니는 멸치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공사가 진행중인 사천대교의 홈통도 조류를 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교각이 조류흐름 막아 어획량 급감 삼천포에는 실안동 9개,늑도 2개,마도 5개,신수도 3개,대방동 2개 등 모두 21개의 죽방렴이 우리 전통어법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다행히 어항 삼천포의 자존심을 지킬 죽방렴이 다리 건너 남해군 지족해협에도 있다.남해와 창선도를 연결하는 창선교에서 물길을 바라보노라면 죽방렴 20여개가 한눈에 들어온다.그걸 바라보면서 제발 오래오래 지켜내 주기를 기대해본다. 죽방렴이 전통적인 어로의 현장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또한 그만인 구경거리다.삼천포 시내가 바라보이는 돗섬 앞에 설치된 돗섬발의 일몰은 풍광이 뛰어나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지족해협의 창선교에서 본 돗섬발 일몰도 이에 못지않다. 사람들은 그저 불탑이나 불상,향교나 금석문,그도 아니면 음풍농월이 질펀한 경관에만 관심을 쏟을 뿐,정작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어로현장에서 창조해 낸 생산문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귀족중심,사대부중심,육지중심 등의 일방적 편향이 가져온 후과이니,지금껏 문화를 바라보는 수준과 취향이 제한적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죽방렴,이 얼마나 유서깊은 어업문화사의 자취인가.
  • [아테네 통신]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삼성전자)가 6일 새벽 아테네에 입성했다.이봉주는 곧바로 최종 적응훈련지인 아테네 북쪽 100㎞에 위치한 시바로 이동했다.지난달 15일 출국해 해발 1900m의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마지막 고지훈련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이봉주는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에 상관없이 당초 계획한 대로 충실히 훈련을 소화하고 결전의 날을 기다리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봉주는 8일 아테네 마라톤코스 중 가장 어려운 15∼32㎞ 일부 구간을 직접 달리면서 실전체험을 한다.오는 26일 선수촌에 입촌한 뒤 29일 오후 6시(현지시간) 레이스에 나선다. ●한국선수단이 총 1.5t 규모의 부식을 아테네로 공수했다.현지 무더위를 이겨낼 부식에는 김치 오이소박이 볶음고추장 김 등 기본 밑반찬에다 라면 등 간식류가 총망라됐다.태릉선수촌 급식팀 관계자는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는 11일 떠나는 전세기편으로 다시 부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릉급식팀에서는 지난 84년 LA올림픽부터 선수들의 먹거리를 뒷바라지해 온 조성숙 영양사와 조리원 2명이 현지에 갔다. ●호주의 수영 영웅 이안 소프(21)가 미국의 ‘수영신동’ 마이클 펠프스(19)에게 포문을 열며 아테네 올림픽에 앞선 장외 대결이 시작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6일 보도했다. 독일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는 ‘인간 어뢰’ 소프는 펠프스에게 집중된 최근의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 “빠른 수영 선수로 펠프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꼬았다.소프는 얼마 전에도 “그 누구도 마크 스피츠의 7관왕 기록에 필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해 아테네 7관왕을 호언한 펠프스를 자극했다. 아테네(그리스) 연합
  • [클릭 아테네 2004 D-9] 10대 바람분다

    ‘아테네에도 10대 바람이 분다.’아테네올림픽에선 4년전 시드니대회에 이어 또 다시 10대 신동들의 돌풍이 거셀 전망이다. 시드니 때는 ‘인간 어뢰’ 이언 소프(21·호주)가 3관왕으로 바람몰이를 했고,단 한번의 실수로 동메달에 그쳤지만 ‘리듬체조 퀸’ 알리나 카바예바(22·러시아)가 빼어난 미모와 우아한 율동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는 ‘축구 신동’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19·포르투갈)가 앞장선다.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4)을 통해 이미 실력을 발휘했다.쟁쟁한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조국을 결승으로 이끈 것.지난해 10대 선수 사상 최고 이적료(1750만유로·246억원)를 받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그는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감독이 올림픽 출전을 극구 만류했으나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라며 10대 특유의 당돌함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19·미국)도 에게해에서 금빛 물살을 가른다.그의 목표는 72년 뮌헨올림픽에서 마크 스피츠(미국)가 달성한 이후 30년이 넘도록 신화로만 남아왔던 7관왕을 재현하는 것이다.시드니대회 때 만 15세의 나이로 출전했으나 메달을 따내지 못한 그는 이번엔 소프와의 재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영국의 소년 복서 아미르 칸(17)의 황금 펀치도 빼놓을 수 없다.영국 복싱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아테네행 티켓을 따낸 그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복싱 전설’ 무하마드 알리가 만 18세의 나이에 금메달을 따냈던 최연소 기록을 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그가 출전하는 60㎏이하 급에는 디펜딩 챔피언 마리우 킨델란(32·쿠바)이 버티고 있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당찬 자신감을 보였다. 만 19세 9개월의 나이로 1968년 스펜서 헤이우드 이후 최연소 미국 농구대표의 타이틀을 안게 된 ‘리틀 조던’ 르브론 제임스도 ‘에어 쇼’를 선보일 예정이다.지난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미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평균 20.9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리며 녹록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게다가 이번 대회에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샤킬 오닐 등 간판들이 대거 불참,그의 책임이 더 커졌다.지난해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중국 여자 다이빙의 간판으로 떠오른 위민샤(19)도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의 여왕으로 ‘다이빙’할 각오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산위에 뜬 바다 톈산의 ‘이시크쿨호’

    ■ 톈산의 진주 ‘이시크쿨호’ ‘하늘 위의 산’ 톈샨(天山)산맥 속의 내륙국 키르기스스탄엔 하늘의 별처럼 수없이 많은 호수가 반짝인다.크고 작은 호수가 전국에 무려 1900개가 넘는다.그 중 제일 큰 호수는 해발 1600m에 위치한 이시크쿨호.넓이가 제주도의 3.5배나 돼 호수라기보다 ‘산 속에 떠 있는 바다’라는 표현이 더 맞다.사실 이 호수는 바닷물처럼 짠 염호(鹽湖)다. ‘톈샨의 진주’ 이시크쿨호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청정지역 가운데 하나.물이 수정같이 맑고 깨끗해 물 속 20m까지 들여다보인다.이시크쿨호의 원시적 아름다움은 여행객을 신비와 경이로 몰아넣는다. 만년설의 파노라마를 머리에 이고,하늘색 푸른 물이 출렁이는 이시크쿨호의 풍광은 정말 절경이다. 아스라이 펼쳐진 수평선이 안개에 잠길 때면 그 너머 눈 덮인 산들은 4000m 고공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다.그야말로 천상(天上)의 천산(天山)이다. 이시크쿨호는 신비롭다.어떤 혹한에도 어는 일이 없다.이시크쿨은 키르기스어로 ‘따뜻한 호수’라는 뜻.수심 702m의 호수 바닥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솟는다.겨울이면 월동하려는 백조가 몰려들어 ‘백조의 호수’라고 부르기도 한다.이시크쿨호는 이웃 아랄해의 10분의1 크기지만,수량은 아랄해의 2배나 된다.수심이 깊어서다. 이 호수엔 80개의 강이 흘러들지만 물이 나가는 데가 없다.그런데도 지난 500년 간 수심이 2m나 줄었다.이 호수 물 밑에 2000년 전의 고대 도시가 누워 있다는 사실도 신비를 더해준다. 이시크쿨호의 소금기 밴 맑은 물은 상처와 병 치료에 효험 있는 약수로 유명하다.톈샨의 빙하에서 녹아내린 청정수와 지심(地心)에서 끓어오른 미네랄 온천수가 합환(合歡)한 물이니,특별할 수밖에 없다. 소련시절부터 이시크쿨호는 중앙아시아 제1의 여름 휴양지였다.그러나 외국인에겐 출입금지구역.중국과의 민감한 국경문제와 비밀군사시설 때문이었다. 이시크쿨호의 소련 해군기지는 서방측 눈을 피해 극비리에 고성능 어뢰를 테스트하던 곳이다.공산주의 몰락 후 이곳 리조트도 엉망이 됐지만 요즘은 다시 부유한 카자흐인과 러시아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태양,바다,산이 하나로 어우러진 자연을 심호흡하며 스쿠버다이빙,수영,낚시,서핑,요트를 즐기고,스파나 휴양시설에서 진흙목욕,마사지,사우나,동굴치료,테니스,당구로 피로를 푼다.특히 이 나라의 때묻지 않은 자연을 탐승하는,좀 고된 여행을 마친 후 이시크쿨 호반에서 쉬는 건 매력적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은 국토의 90%가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며,3분의1이 만년설에 덮여 있다.아직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비경(秘境) 속에 정복을 기다리는 처녀봉만 수백개다. 치열한 암벽등반과 트레킹,말타기,래프팅,스키,사냥은 이 나라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실크로드의 유목문화가 여행객을 귀빈처럼 반기고,‘현대판 디아스포라’ 고려인 2만명이 키르기스스탄에 살고 있다는 것도 우리의 관심을 끈다. 金好俊(충남대 초빙교수· 전 서울신문 논설주간) ■ 키르기스스탄 러시아의 오랜 지배를 받다 1991년 독립한 다민족국가.면적은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19만 9000㎢에 인구는 480만.키르기스인이 50%를 조금 넘고,우즈베크인 14%,러시아인 12.5% 순이다.농·축산국으로 1인당 GDP는 300달러로 소련 몰락과 함께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했다.이곳 고려인 2만 명은 원래 소련 연해주에 살다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한인과 그 후예들이다.농업과 전문기술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잘살고 활기찬 민족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현재 교민은 5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 이시크쿨호 4박5일 일주코스 수도 비슈케크에서 이시크쿨호를 일주하고 돌아오는 여정은 약 1100㎞.비슈케크 관광 이틀을 포함해 10박이 넘는 여행상품이 많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4박5일 정도에 돌파할 수 있다. ●비슈케크 해발 800m에 위치한 인구 80만의 비슈케크는 나무가 우거지고 가로가 잘 정비된 러시아풍 도시.도심에 스몰 카지노와 환전상이 유난히 많아 눈길을 끈다.시내관광과 함께 역사예술박물관,두보비 공원,오슈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4000m 고봉이 늘어선 알라아차 국립공원을 찾는다.가벼운 트래킹으로 악사이 폭포까지 올라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거나,강가에서 피크닉을 하며 키르기스 전통음식 샤슬릭(양고기 꼬치구이)을 맛보는 재미는 일품이다. ●이시크쿨 가는 길 비슈케크에서 동쪽의 이시크쿨호로 가는 길은 지난 2000년간 동서양을 연결해준 실크로드,바로 그 길이다.넓은 농토가 펼쳐지는 추이 계곡을 60㎞쯤 가다 만나는 곳이 상업도시 토크마크.인근에 10세기 때 세운 ‘부라나 탑’과 온천이 있어 들를 만하다.평원이 끝나고 언덕길이 시작되는 붐 협곡에 이르면 차들은 그 옛날 대상(隊商)을 실은 낙타처럼 가쁜 숨을 몰아쉰다.도중에 하루 머물며 추이강에서 래프팅을 하거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코노르체크 협곡에서 ‘바위의 성’을 트래킹하는 것도 괜찮다. ●촐폰아타 이시크쿨호가 시작되는 항구도시 발릭치는 트럭운전사와 보드카의 마을로 소문난 곳.고려인이 주인인 ‘서울식당’에서 소고기국밥을 판다.발릭치에서 조금 가면 나오는 코슈쿨에는 한국의 유기농단체 ‘한농’의 자연치료센터(연락처 996-312-67-2038)가 있다. 첫 숙박은 이시크쿨 북부 호반의 가장 큰 마을 촐폰아타로 잡는 게 좋다.유명 호텔과 요양소가 이곳을 중심으로 전개돼 있다.촐폰아타 동쪽 20㎞ 보스테리 마을에 있는 아브로라 호텔은 고위층들이 즐겨 찾는 곳.동유럽의 운동선수들도 고산적응훈련을 위해 자주 이용한다.이 호텔의 7∼8월 숙박료는 1인당 60∼110달러. 필자가 작년 여름 아브로라 호텔에 투숙했을 때 정원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한국군을 발견하고 담소를 나눈 일이 있다.유엔평화유지군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중 휴가 나온 장병들이란다.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이루어지면 한·이라크 중간지대인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군 휴양지로 각광 받을 것 같다.촐폰아타에는 들판에 산재한 1000여 개의 고대 암각화를 비롯하여 이 나라 최고의 말 사육장,박물관,모래 해변 등 볼거리가 많다.이곳에 3∼4일간 머물며 호수뿐 아니라 트래킹과 말타기도 즐길 만하다.산악국 키르기스스탄은 말을 타고 탐승하는 게 가장 좋다.키르기스 말은 강인하고 산을 잘 타며 먹이를 조금 먹어 고산용으로 적격이다.촐폰아타 동쪽 그리고리에브카 협곡은 강폭이 아주 좁고 아름다워 인기 있는 유람코스.일명 ‘울부짖는 바위’라고 부른다.주변 숲에선 약초가 많이 난다. ●카라콜 두 번째 숙박은 촐폰아타에서 140㎞ 떨어진 전원도시 카라콜.도중에 아나니에보의 유서 깊은 코사크 정착촌을 들린다.이시크쿨호와 톈샨의 거대한 산악장벽 사이에 있는 해발 1770m의 카라콜은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곳.꽃과 과일로 유명하고 마을을 벗어나면 바로 산악자전거,등산,승마,스키,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19세기 러시아 탐험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기념관,불교식 목탑이 눈길을 끄는 둥간족 회교사원,러시아 정교회의 아름다운 19세기 교회당도 찾을 만한 명소다. 카라콜 주변에는 말을 이용한 탐승 프로그램이 많다.말을 타고 알틴아라샨 협곡까지 들어가 뜨거운 라돈 온천에서 목욕을 즐기거나,제티오구스 계곡을 찾아 ‘일곱 황소’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붉은 바위산에 감탄하며 유목민 천막인 유르타에서 1박하는 재미는 잊기 어렵다.톈샨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사리자스 협곡에서 야크를 구경하는 것도 멋지다.카라콜에서 200㎞ 떨어진 에닐체크 마을로 가면 관광헬리콥터를 타고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포베다봉(해발 7439m)과 칸텡그리봉(6995m)을 눈 아래 깔며 중부 톈샨의 장엄한 얼음 성채를 감상할 수 있다. ●교통편 인천공항에서 비슈케크까지 직항편이 있다.비수기엔 2주일에 1편,성수기인 여름엔 매주 1편 운항한다.비자는 키르기스스탄 공관업무를 대행하는 서울 주재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받는다.그러나 비자 없이 탑승한 뒤 도착지인 비슈케크 마나스 공항에서 1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받는 게 편하다.수수료 31달러.항공편 및 여행 문의 ▲서울=조이코여행사 (02)775-8295 ▲비슈케크=SELBI항공사 (996- 312)68-0063. ●숙박 고급 호텔에서 값싼 민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유르타 인’(천막 여관)은 여행업자가 운영하는 곳.침실,부엌,화장실,세면장이 갖춰져 있고 하루 숙박료는 1인 2식 기준 250∼600솜.마을이나 유목민 야영지 부근에서는 안전한 캠핑도 가능하다.민박은 보다 가까이서 키르기스스탄을 느낄 수 있지만 화장실이 집밖에 있다는 점이 흠.주인이 내놓는 코유미스(발효된 말젖)와 빵은 사양 않고 받아먹는 게 예의다.아침 포함 1인당 200솜 정도이나,20% 정도 얹어준다. ■ 이시크쿨호 4박5일 일주코스 수도 비슈케크에서 이시크쿨호를 일주하고 돌아오는 여정은 약 1100㎞.비슈케크 관광 이틀을 포함해 10박이 넘는 여행상품이 많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4박5일 정도에 돌파할 수 있다. ●비슈케크 해발 800m에 위치한 인구 80만의 비슈케크는 나무가 우거지고 가로가 잘 정비된 러시아풍 도시.도심에 스몰 카지노와 환전상이 유난히 많아 눈길을 끈다.시내관광과 함께 역사예술박물관,두보비 공원,오슈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4000m 고봉이 늘어선 알라아차 국립공원을 찾는다.가벼운 트래킹으로 악사이 폭포까지 올라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거나,강가에서 피크닉을 하며 키르기스 전통음식 샤슬릭(양고기 꼬치구이)을 맛보는 재미는 일품이다. ●이시크쿨 가는 길 비슈케크에서 동쪽의 이시크쿨호로 가는 길은 지난 2000년간 동서양을 연결해준 실크로드,바로 그 길이다.넓은 농토가 펼쳐지는 추이 계곡을 60㎞쯤 가다 만나는 곳이 상업도시 토크마크.인근에 10세기 때 세운 ‘부라나 탑’과 온천이 있어 들를 만하다.평원이 끝나고 언덕길이 시작되는 붐 협곡에 이르면 차들은 그 옛날 대상(隊商)을 실은 낙타처럼 가쁜 숨을 몰아쉰다.도중에 하루 머물며 추이강에서 래프팅을 하거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코노르체크 협곡에서 ‘바위의 성’을 트래킹하는 것도 괜찮다. ●촐폰아타 이시크쿨호가 시작되는 항구도시 발릭치는 트럭운전사와 보드카의 마을로 소문난 곳.고려인이 주인인 ‘서울식당’에서 소고기국밥을 판다.발릭치에서 조금 가면 나오는 코슈쿨에는 한국의 유기농단체 ‘한농’의 자연치료센터(연락처 996-312-67-2038)가 있다. 첫 숙박은 이시크쿨 북부 호반의 가장 큰 마을 촐폰아타로 잡는 게 좋다.유명 호텔과 요양소가 이곳을 중심으로 전개돼 있다.촐폰아타 동쪽 20㎞ 보스테리 마을에 있는 아브로라 호텔은 고위층들이 즐겨 찾는 곳.동유럽의 운동선수들도 고산적응훈련을 위해 자주 이용한다.이 호텔의 7∼8월 숙박료는 1인당 60∼110달러. 필자가 작년 여름 아브로라 호텔에 투숙했을 때 정원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한국군을 발견하고 담소를 나눈 일이 있다.유엔평화유지군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중 휴가 나온 장병들이란다.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이루어지면 한·이라크 중간지대인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군 휴양지로 각광 받을 것 같다.촐폰아타에는 들판에 산재한 1000여 개의 고대 암각화를 비롯하여 이 나라 최고의 말 사육장,박물관,모래 해변 등 볼거리가 많다.이곳에 3∼4일간 머물며 호수뿐 아니라 트래킹과 말타기도 즐길 만하다.산악국 키르기스스탄은 말을 타고 탐승하는 게 가장 좋다.키르기스 말은 강인하고 산을 잘 타며 먹이를 조금 먹어 고산용으로 적격이다.촐폰아타 동쪽 그리고리에브카 협곡은 강폭이 아주 좁고 아름다워 인기 있는 유람코스.일명 ‘울부짖는 바위’라고 부른다.주변 숲에선 약초가 많이 난다. ●카라콜 두 번째 숙박은 촐폰아타에서 140㎞ 떨어진 전원도시 카라콜.도중에 아나니에보의 유서 깊은 코사크 정착촌을 들린다.이시크쿨호와 톈샨의 거대한 산악장벽 사이에 있는 해발 1770m의 카라콜은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곳.꽃과 과일로 유명하고 마을을 벗어나면 바로 산악자전거,등산,승마,스키,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19세기 러시아 탐험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기념관,불교식 목탑이 눈길을 끄는 둥간족 회교사원,러시아 정교회의 아름다운 19세기 교회당도 찾을 만한 명소다. 카라콜 주변에는 말을 이용한 탐승 프로그램이 많다.말을 타고 알틴아라샨 협곡까지 들어가 뜨거운 라돈 온천에서 목욕을 즐기거나,제티오구스 계곡을 찾아 ‘일곱 황소’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붉은 바위산에 감탄하며 유목민 천막인 유르타에서 1박하는 재미는 잊기 어렵다.톈샨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사리자스 협곡에서 야크를 구경하는 것도 멋지다.카라콜에서 200㎞ 떨어진 에닐체크 마을로 가면 관광헬리콥터를 타고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포베다봉(해발 7439m)과 칸텡그리봉(6995m)을 눈 아래 깔며 중부 톈샨의 장엄한 얼음 성채를 감상할 수 있다. ˝
  • 산위에 뜬 바다 톈산의 ‘이시크쿨호’

    산위에 뜬 바다 톈산의 ‘이시크쿨호’

    ■ 톈산의 진주 ‘이시크쿨호’ ‘하늘 위의 산’ 톈샨(天山)산맥 속의 내륙국 키르기스스탄엔 하늘의 별처럼 수없이 많은 호수가 반짝인다.크고 작은 호수가 전국에 무려 1900개가 넘는다.그 중 제일 큰 호수는 해발 1600m에 위치한 이시크쿨호.넓이가 제주도의 3.5배나 돼 호수라기보다 ‘산 속에 떠 있는 바다’라는 표현이 더 맞다.사실 이 호수는 바닷물처럼 짠 염호(鹽湖)다. ‘톈샨의 진주’ 이시크쿨호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청정지역 가운데 하나.물이 수정같이 맑고 깨끗해 물 속 20m까지 들여다보인다.이시크쿨호의 원시적 아름다움은 여행객을 신비와 경이로 몰아넣는다. 만년설의 파노라마를 머리에 이고,하늘색 푸른 물이 출렁이는 이시크쿨호의 풍광은 정말 절경이다. 아스라이 펼쳐진 수평선이 안개에 잠길 때면 그 너머 눈 덮인 산들은 4000m 고공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다.그야말로 천상(天上)의 천산(天山)이다. 이시크쿨호는 신비롭다.어떤 혹한에도 어는 일이 없다.이시크쿨은 키르기스어로 ‘따뜻한 호수’라는 뜻.수심 702m의 호수 바닥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솟는다.겨울이면 월동하려는 백조가 몰려들어 ‘백조의 호수’라고 부르기도 한다.이시크쿨호는 이웃 아랄해의 10분의1 크기지만,수량은 아랄해의 2배나 된다.수심이 깊어서다. 이 호수엔 80개의 강이 흘러들지만 물이 나가는 데가 없다.그런데도 지난 500년 간 수심이 2m나 줄었다.이 호수 물 밑에 2000년 전의 고대 도시가 누워 있다는 사실도 신비를 더해준다. 이시크쿨호의 소금기 밴 맑은 물은 상처와 병 치료에 효험 있는 약수로 유명하다.톈샨의 빙하에서 녹아내린 청정수와 지심(地心)에서 끓어오른 미네랄 온천수가 합환(合歡)한 물이니,특별할 수밖에 없다. 소련시절부터 이시크쿨호는 중앙아시아 제1의 여름 휴양지였다.그러나 외국인에겐 출입금지구역.중국과의 민감한 국경문제와 비밀군사시설 때문이었다. 이시크쿨호의 소련 해군기지는 서방측 눈을 피해 극비리에 고성능 어뢰를 테스트하던 곳이다.공산주의 몰락 후 이곳 리조트도 엉망이 됐지만 요즘은 다시 부유한 카자흐인과 러시아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태양,바다,산이 하나로 어우러진 자연을 심호흡하며 스쿠버다이빙,수영,낚시,서핑,요트를 즐기고,스파나 휴양시설에서 진흙목욕,마사지,사우나,동굴치료,테니스,당구로 피로를 푼다.특히 이 나라의 때묻지 않은 자연을 탐승하는,좀 고된 여행을 마친 후 이시크쿨 호반에서 쉬는 건 매력적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은 국토의 90%가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며,3분의1이 만년설에 덮여 있다.아직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비경(秘境) 속에 정복을 기다리는 처녀봉만 수백개다. 치열한 암벽등반과 트레킹,말타기,래프팅,스키,사냥은 이 나라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실크로드의 유목문화가 여행객을 귀빈처럼 반기고,‘현대판 디아스포라’ 고려인 2만명이 키르기스스탄에 살고 있다는 것도 우리의 관심을 끈다. 金好俊(충남대 초빙교수· 전 서울신문 논설주간) ■ 키르기스스탄 러시아의 오랜 지배를 받다 1991년 독립한 다민족국가.면적은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19만 9000㎢에 인구는 480만.키르기스인이 50%를 조금 넘고,우즈베크인 14%,러시아인 12.5% 순이다.농·축산국으로 1인당 GDP는 300달러로 소련 몰락과 함께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했다.이곳 고려인 2만 명은 원래 소련 연해주에 살다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한인과 그 후예들이다.농업과 전문기술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잘살고 활기찬 민족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현재 교민은 5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 이시크쿨호 4박5일 일주코스 수도 비슈케크에서 이시크쿨호를 일주하고 돌아오는 여정은 약 1100㎞.비슈케크 관광 이틀을 포함해 10박이 넘는 여행상품이 많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4박5일 정도에 돌파할 수 있다. ●비슈케크 해발 800m에 위치한 인구 80만의 비슈케크는 나무가 우거지고 가로가 잘 정비된 러시아풍 도시.도심에 스몰 카지노와 환전상이 유난히 많아 눈길을 끈다.시내관광과 함께 역사예술박물관,두보비 공원,오슈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4000m 고봉이 늘어선 알라아차 국립공원을 찾는다.가벼운 트래킹으로 악사이 폭포까지 올라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거나,강가에서 피크닉을 하며 키르기스 전통음식 샤슬릭(양고기 꼬치구이)을 맛보는 재미는 일품이다. ●이시크쿨 가는 길 비슈케크에서 동쪽의 이시크쿨호로 가는 길은 지난 2000년간 동서양을 연결해준 실크로드,바로 그 길이다.넓은 농토가 펼쳐지는 추이 계곡을 60㎞쯤 가다 만나는 곳이 상업도시 토크마크.인근에 10세기 때 세운 ‘부라나 탑’과 온천이 있어 들를 만하다.평원이 끝나고 언덕길이 시작되는 붐 협곡에 이르면 차들은 그 옛날 대상(隊商)을 실은 낙타처럼 가쁜 숨을 몰아쉰다.도중에 하루 머물며 추이강에서 래프팅을 하거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코노르체크 협곡에서 ‘바위의 성’을 트래킹하는 것도 괜찮다. ●촐폰아타 이시크쿨호가 시작되는 항구도시 발릭치는 트럭운전사와 보드카의 마을로 소문난 곳.고려인이 주인인 ‘서울식당’에서 소고기국밥을 판다.발릭치에서 조금 가면 나오는 코슈쿨에는 한국의 유기농단체 ‘한농’의 자연치료센터(연락처 996-312-67-2038)가 있다. 첫 숙박은 이시크쿨 북부 호반의 가장 큰 마을 촐폰아타로 잡는 게 좋다.유명 호텔과 요양소가 이곳을 중심으로 전개돼 있다.촐폰아타 동쪽 20㎞ 보스테리 마을에 있는 아브로라 호텔은 고위층들이 즐겨 찾는 곳.동유럽의 운동선수들도 고산적응훈련을 위해 자주 이용한다.이 호텔의 7∼8월 숙박료는 1인당 60∼110달러. 필자가 작년 여름 아브로라 호텔에 투숙했을 때 정원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한국군을 발견하고 담소를 나눈 일이 있다.유엔평화유지군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중 휴가 나온 장병들이란다.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이루어지면 한·이라크 중간지대인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군 휴양지로 각광 받을 것 같다.촐폰아타에는 들판에 산재한 1000여 개의 고대 암각화를 비롯하여 이 나라 최고의 말 사육장,박물관,모래 해변 등 볼거리가 많다.이곳에 3∼4일간 머물며 호수뿐 아니라 트래킹과 말타기도 즐길 만하다.산악국 키르기스스탄은 말을 타고 탐승하는 게 가장 좋다.키르기스 말은 강인하고 산을 잘 타며 먹이를 조금 먹어 고산용으로 적격이다.촐폰아타 동쪽 그리고리에브카 협곡은 강폭이 아주 좁고 아름다워 인기 있는 유람코스.일명 ‘울부짖는 바위’라고 부른다.주변 숲에선 약초가 많이 난다. ●카라콜 두 번째 숙박은 촐폰아타에서 140㎞ 떨어진 전원도시 카라콜.도중에 아나니에보의 유서 깊은 코사크 정착촌을 들린다.이시크쿨호와 톈샨의 거대한 산악장벽 사이에 있는 해발 1770m의 카라콜은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곳.꽃과 과일로 유명하고 마을을 벗어나면 바로 산악자전거,등산,승마,스키,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19세기 러시아 탐험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기념관,불교식 목탑이 눈길을 끄는 둥간족 회교사원,러시아 정교회의 아름다운 19세기 교회당도 찾을 만한 명소다. 카라콜 주변에는 말을 이용한 탐승 프로그램이 많다.말을 타고 알틴아라샨 협곡까지 들어가 뜨거운 라돈 온천에서 목욕을 즐기거나,제티오구스 계곡을 찾아 ‘일곱 황소’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붉은 바위산에 감탄하며 유목민 천막인 유르타에서 1박하는 재미는 잊기 어렵다.톈샨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사리자스 협곡에서 야크를 구경하는 것도 멋지다.카라콜에서 200㎞ 떨어진 에닐체크 마을로 가면 관광헬리콥터를 타고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포베다봉(해발 7439m)과 칸텡그리봉(6995m)을 눈 아래 깔며 중부 톈샨의 장엄한 얼음 성채를 감상할 수 있다. ●교통편 인천공항에서 비슈케크까지 직항편이 있다.비수기엔 2주일에 1편,성수기인 여름엔 매주 1편 운항한다.비자는 키르기스스탄 공관업무를 대행하는 서울 주재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받는다.그러나 비자 없이 탑승한 뒤 도착지인 비슈케크 마나스 공항에서 1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받는 게 편하다.수수료 31달러.항공편 및 여행 문의 ▲서울=조이코여행사 (02)775-8295 ▲비슈케크=SELBI항공사 (996- 312)68-0063. ●숙박 고급 호텔에서 값싼 민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유르타 인’(천막 여관)은 여행업자가 운영하는 곳.침실,부엌,화장실,세면장이 갖춰져 있고 하루 숙박료는 1인 2식 기준 250∼600솜.마을이나 유목민 야영지 부근에서는 안전한 캠핑도 가능하다.민박은 보다 가까이서 키르기스스탄을 느낄 수 있지만 화장실이 집밖에 있다는 점이 흠.주인이 내놓는 코유미스(발효된 말젖)와 빵은 사양 않고 받아먹는 게 예의다.아침 포함 1인당 200솜 정도이나,20% 정도 얹어준다. ■ 이시크쿨호 4박5일 일주코스 수도 비슈케크에서 이시크쿨호를 일주하고 돌아오는 여정은 약 1100㎞.비슈케크 관광 이틀을 포함해 10박이 넘는 여행상품이 많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4박5일 정도에 돌파할 수 있다. ●비슈케크 해발 800m에 위치한 인구 80만의 비슈케크는 나무가 우거지고 가로가 잘 정비된 러시아풍 도시.도심에 스몰 카지노와 환전상이 유난히 많아 눈길을 끈다.시내관광과 함께 역사예술박물관,두보비 공원,오슈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4000m 고봉이 늘어선 알라아차 국립공원을 찾는다.가벼운 트래킹으로 악사이 폭포까지 올라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거나,강가에서 피크닉을 하며 키르기스 전통음식 샤슬릭(양고기 꼬치구이)을 맛보는 재미는 일품이다. ●이시크쿨 가는 길 비슈케크에서 동쪽의 이시크쿨호로 가는 길은 지난 2000년간 동서양을 연결해준 실크로드,바로 그 길이다.넓은 농토가 펼쳐지는 추이 계곡을 60㎞쯤 가다 만나는 곳이 상업도시 토크마크.인근에 10세기 때 세운 ‘부라나 탑’과 온천이 있어 들를 만하다.평원이 끝나고 언덕길이 시작되는 붐 협곡에 이르면 차들은 그 옛날 대상(隊商)을 실은 낙타처럼 가쁜 숨을 몰아쉰다.도중에 하루 머물며 추이강에서 래프팅을 하거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코노르체크 협곡에서 ‘바위의 성’을 트래킹하는 것도 괜찮다. ●촐폰아타 이시크쿨호가 시작되는 항구도시 발릭치는 트럭운전사와 보드카의 마을로 소문난 곳.고려인이 주인인 ‘서울식당’에서 소고기국밥을 판다.발릭치에서 조금 가면 나오는 코슈쿨에는 한국의 유기농단체 ‘한농’의 자연치료센터(연락처 996-312-67-2038)가 있다. 첫 숙박은 이시크쿨 북부 호반의 가장 큰 마을 촐폰아타로 잡는 게 좋다.유명 호텔과 요양소가 이곳을 중심으로 전개돼 있다.촐폰아타 동쪽 20㎞ 보스테리 마을에 있는 아브로라 호텔은 고위층들이 즐겨 찾는 곳.동유럽의 운동선수들도 고산적응훈련을 위해 자주 이용한다.이 호텔의 7∼8월 숙박료는 1인당 60∼110달러. 필자가 작년 여름 아브로라 호텔에 투숙했을 때 정원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한국군을 발견하고 담소를 나눈 일이 있다.유엔평화유지군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중 휴가 나온 장병들이란다.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이루어지면 한·이라크 중간지대인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군 휴양지로 각광 받을 것 같다.촐폰아타에는 들판에 산재한 1000여 개의 고대 암각화를 비롯하여 이 나라 최고의 말 사육장,박물관,모래 해변 등 볼거리가 많다.이곳에 3∼4일간 머물며 호수뿐 아니라 트래킹과 말타기도 즐길 만하다.산악국 키르기스스탄은 말을 타고 탐승하는 게 가장 좋다.키르기스 말은 강인하고 산을 잘 타며 먹이를 조금 먹어 고산용으로 적격이다.촐폰아타 동쪽 그리고리에브카 협곡은 강폭이 아주 좁고 아름다워 인기 있는 유람코스.일명 ‘울부짖는 바위’라고 부른다.주변 숲에선 약초가 많이 난다. ●카라콜 두 번째 숙박은 촐폰아타에서 140㎞ 떨어진 전원도시 카라콜.도중에 아나니에보의 유서 깊은 코사크 정착촌을 들린다.이시크쿨호와 톈샨의 거대한 산악장벽 사이에 있는 해발 1770m의 카라콜은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곳.꽃과 과일로 유명하고 마을을 벗어나면 바로 산악자전거,등산,승마,스키,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19세기 러시아 탐험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기념관,불교식 목탑이 눈길을 끄는 둥간족 회교사원,러시아 정교회의 아름다운 19세기 교회당도 찾을 만한 명소다. 카라콜 주변에는 말을 이용한 탐승 프로그램이 많다.말을 타고 알틴아라샨 협곡까지 들어가 뜨거운 라돈 온천에서 목욕을 즐기거나,제티오구스 계곡을 찾아 ‘일곱 황소’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붉은 바위산에 감탄하며 유목민 천막인 유르타에서 1박하는 재미는 잊기 어렵다.톈샨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사리자스 협곡에서 야크를 구경하는 것도 멋지다.카라콜에서 200㎞ 떨어진 에닐체크 마을로 가면 관광헬리콥터를 타고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포베다봉(해발 7439m)과 칸텡그리봉(6995m)을 눈 아래 깔며 중부 톈샨의 장엄한 얼음 성채를 감상할 수 있다.
  • [주한미군 감축] “자주국방 20년간 209조 필요”

    [주한미군 감축] “자주국방 20년간 209조 필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감축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국방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특히 현 정부가 국방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주국방론’은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련장관회의에서 ‘협력적 자주국방’의 조기 구축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자주국방’ 문제는 결국 예산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국방비 증액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가속도 붙을 전력투자사업들 현재 한국군의 입장에서 자주국방에 가장 필요한 분야는 우리 군의 ‘눈’과 ‘귀’에 해당되는 감시·조기경보능력 확보다.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사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부는 약 2조원을 들여 2011년까지 4대를 일선에 배치할 계획이다.‘공중지휘사령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AWACS는 공중에서 반경 350∼400㎞ 내 수백개의 목표물을 탐지하고 지상레이더가 잡을 수 없는 저공 침투 항공기와 미사일을 원거리에서 포착할 수 있다. 전투 및 지휘체계까지 겸비한 차기 보병 전투장갑차 도입 사업도 2007년 착수된다.총 사업비는 2조 2000억여원에 이른다. 또 작전 반경이 500㎞로 현재의 10배 수준인 중고도 무인정찰기 연구개발 사업과 수백발의 장거리 대잠 어뢰개발사업이 2007년 개시된다.한국형 다목적헬기(KMH) 개발사업도 2010년까지 개발될 예정이다. 과거엔 전력투자사업이 예산상 이유로 지연·중도폐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한반도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사업추진에 가속도가 붙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일각에서는 차기 유도무기(SAM-X) 도입 사업 등 그동안 예산문제 등의 이유로 추진이 지연되던 일부 사업이 재개되거나,물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주국방,결국은 돈 문제 자주국방에는 예산 문제가 필수적이다.주한 미군이나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결국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이를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주국방과 선진국형 첨단기술군 육성을 위해서는 향후 20년간 순수 전력투자비만 209조원이 필요하다.구체적으로는 정찰위성과 중·장거리 정보수집체계,미사일 등 전략적 억제전력에 56조원,육군 기동군단과 해군 차기 구축함,AWACS 등 신속대응 전력에 98조원,육군 지역군단 등 기반전력 분야에 55조원 등이 소요된다.또 2010년까지 자주국방 토대 마련을 위한 전력투자비는 64조원으로 추산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방 중기계획에서 올해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전차 등 지상 전력분야에 6조 4000억여원,‘꿈의 전투함’이라 불리는 이지스함 등 해상 전력에 8조 6000억여원,공중급유기 등 공중 전력에 10조 8000억여원 등 총 55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이같은 예산이 확보되려면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2∼3.5% 수준은 되어야 하나,올해 우리 국방예산은 GDP 대비 2.8% 수준에 불과하다.지난해의 경우 국방 예산은 GDP 대비 2.7%에 그쳤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주한미군 감축] “자주국방 20년간 209조 필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감축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국방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특히 현 정부가 국방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주국방론’은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련장관회의에서 ‘협력적 자주국방’의 조기 구축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자주국방’ 문제는 결국 예산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국방비 증액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가속도 붙을 전력투자사업들 현재 한국군의 입장에서 자주국방에 가장 필요한 분야는 우리 군의 ‘눈’과 ‘귀’에 해당되는 감시·조기경보능력 확보다.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사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부는 약 2조원을 들여 2011년까지 4대를 일선에 배치할 계획이다.‘공중지휘사령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AWACS는 공중에서 반경 350∼400㎞ 내 수백개의 목표물을 탐지하고 지상레이더가 잡을 수 없는 저공 침투 항공기와 미사일을 원거리에서 포착할 수 있다. 전투 및 지휘체계까지 겸비한 차기 보병 전투장갑차 도입 사업도 2007년 착수된다.총 사업비는 2조 2000억여원에 이른다. 또 작전 반경이 500㎞로 현재의 10배 수준인 중고도 무인정찰기 연구개발 사업과 수백발의 장거리 대잠 어뢰개발사업이 2007년 개시된다.한국형 다목적헬기(KMH) 개발사업도 2010년까지 개발될 예정이다. 과거엔 전력투자사업이 예산상 이유로 지연·중도폐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한반도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사업추진에 가속도가 붙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일각에서는 차기 유도무기(SAM-X) 도입 사업 등 그동안 예산문제 등의 이유로 추진이 지연되던 일부 사업이 재개되거나,물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주국방,결국은 돈 문제 자주국방에는 예산 문제가 필수적이다.주한 미군이나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결국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이를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주국방과 선진국형 첨단기술군 육성을 위해서는 향후 20년간 순수 전력투자비만 209조원이 필요하다.구체적으로는 정찰위성과 중·장거리 정보수집체계,미사일 등 전략적 억제전력에 56조원,육군 기동군단과 해군 차기 구축함,AWACS 등 신속대응 전력에 98조원,육군 지역군단 등 기반전력 분야에 55조원 등이 소요된다.또 2010년까지 자주국방 토대 마련을 위한 전력투자비는 64조원으로 추산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방 중기계획에서 올해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전차 등 지상 전력분야에 6조 4000억여원,‘꿈의 전투함’이라 불리는 이지스함 등 해상 전력에 8조 6000억여원,공중급유기 등 공중 전력에 10조 8000억여원 등 총 55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이같은 예산이 확보되려면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2∼3.5% 수준은 되어야 하나,올해 우리 국방예산은 GDP 대비 2.8% 수준에 불과하다.지난해의 경우 국방 예산은 GDP 대비 2.7%에 그쳤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서울에 온 北위안부 할머니

    북한의 종군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가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방 이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일본의 과거 청산을 요구하는 국제연대협의회’ 2차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이 행사에는 남북한과 중국,타이완, 필리핀,미국,일본 등 7개국 피해자와 관련 단체 인사 94명이 참가했다. 위안부 피해자 2명을 비롯,모두 9명으로 이뤄진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11시20분 중국국제항공 CA123편으로 도착했다.북한 대표단장인 홍선옥 ‘조선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연행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행사장인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도착 기자회견을 갖고 “이념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일제의 인권유린은 더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면서 “피해자가 더이상 고령화되기 전에 일본이 잘못을 인정케 하고 사죄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강제연행 피해자인 황종수(78)씨는 1944년 5월 강원도 창도군 오천리에서 강제 징용된 뒤 일본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같은 해 7월 징용된 1000여명과 함께 수송선을 타고 사할린으로 가던 중 배가 미국 어뢰에 맞아 침몰,간신히 살아남아 또다시 홋카이도 군용비행장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다.위안부 출신 이상옥(78·여)씨는 황해도 신평군 출신으로,1943년 17세때 같은 동네 또래 처녀 2명과 함께 평남 순천 부근 산골짜기의 군 위안소에 끌려가 1년 남짓 치욕스러운 생활을 강요당하다 가까스로 탈출했다. 일본 대표로 참석한 쓰치야 고겐 변호사는 “일본이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죄를 그대로 방치하고 오늘날에 이른 것이 부끄럽다.”면서 “일본 정부는 전후 청산을 바르게 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
  • [아테네올림픽 2004] 이번엔 어떤 별이 뜰까

    ‘신화의 하늘에서 땅에서,그리고 물에서 별들의 잔치가 열린다.’ 올림픽의 영웅은 단연 다관왕.72뮌헨올림픽 남자 수영에서 마크 스피츠(미국)가 금메달 7개를 휩쓴 이후 이를 뛰어 넘은 선수는 아직 없다.88년 크리스틴 오토(옛 동독)와 92년 비탈리 세르보(옛 독립국가연합)가 수영과 체조에서 금빛 키스를 여섯차례 한 것이 가장 근접한 수치.이후 3개 대회에서는 3관왕이 최고였다. 시드니 3관왕에 이어 아테네의 물살을 가르며 ‘인간 어뢰’ 이안 소프(21·호주)가 온다. 주종목인 자유형 400m 호주 대표선발전에서 실격했으나 동료의 양보로 이를 포함,자유형 100m·200m,계영 3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릴 수 있게 됐다.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5개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19·미국)가 어뢰에 맞설 재목. 다관왕 다툼에선 역시 육상을 빼놓을 수 없다.‘돌아온 여왕’ 매리언 존스(28·미국)가 있다.시드니 3관왕을 차지한 뒤 출산으로 잠시 트랙을 떠났다가 올해초 복귀했다.100m,200m,멀리뛰기,400m·1600m계주 등 5관왕에 도전한다. 남자 100m에서는 현 세계기록(9초78) 보유자 팀 몽고메리(29)와 ‘인간 탄환’ 모리스 그린(30·이상 미국),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 리스트 킴 콜린스(28·세인트크리스토퍼 네비스)가 펼칠 ‘0.01초 전쟁’도 볼거리다.특히 몽고메리와 존스의 100m 부부동반 우승이라는 전설이 작성될지 주목된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러시아의 미녀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22)와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가 고공전을 치를 예정이다.전문가들은 미녀 스타들의 선의의 경쟁이 마의 5m벽을 뛰어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역사의 현장 ‘클래식 코스(마라톤 평원∼파타티나이코)’에서 펼쳐질 마라톤도 관심사.지난해 베를린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5분 벽을 돌파(2시간4분55초)한 폴 터갓(35) 등 케냐 광풍이 마라톤 평원에서 몰아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국의 이봉주(33)가 케냐의 아성에 도전한다. 홍지민기자 icarus@˝
  • 한·중·일등 18국 테러저지 해군훈련

    |싱가포르 AFP 연합|한국,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18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상수송 항로에 대한 테러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26일 싱가포르 해역에서 13일간의 다국간 해군 훈련에 돌입했다고 싱가포르 국방부가 밝혔다. 해군 선박 20척과 1600명의 인원이 참가하는 이번 다국간 해군 훈련은 세계의 해상 항로들을 테러 위협들로부터 보호하려는 다국간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되며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가 공동주최한다고 싱가포르의 테오치헤안 국방장관이 밝혔다. 훈련 내용에는 해상 폭발 훈련,어뢰 제거 등이 포함돼 있으며 다국간 협력과 정보 상호 이용을 강화하기 위한 세미나들도 열린다. 테오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수송 항로들과 무역 루트들 중 일부가 아시아·태평양 해역을 통과한다.”고 지적하고 이 해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알 카에다 등의 공격을 받으면 특히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해상 수송 항로들에 속하는 말라카해협과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사이를 흐르는 싱가포르해협에 대한 테러 위협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테오 장관은 세계 무역의 4분의1과,석유의 절반이 말라카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을 통과하며 이에 따라 이 두 해협은 세계경제 질서를 파괴하기를 바라는 알 카에다와 이슬람 테러분자들의 주요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단일국가도 이같은 위협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국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하프타임] 소프, 올림픽 자유형 400m 본선진출

    ‘인간 어뢰’ 이안 소프(21)가 팀 동료의 양보로 아네테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호주 수영대표 크레이그 스티븐스(23)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인 소프의 아테네행을 돕기 위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겠다고 26일 밝혔다.
  • [레저+α]

    ●에버랜드 국내 최대의 멀티미디어 쇼인 ‘올림푸스 환타지’가 매일 밤 9시에 열린다.20m높이에서 지름 4m 크기로 터지는 불공,수면 위에 설치된 12개의 불구멍을 통해 12m높이로 솟아오르는 불기둥,물위에서 60m에 이르는 띠를 형성해 불이 타오르는 어뢰형 불꽃 등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환타지’하다.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최고의 신 제우스와 저승 신 하데스와의 대결 장면이 압권이다. 에버랜드는 이 쇼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해 16m에 달하는 돌기둥,330W의 대용량 레이저,72kW의 서라운드 입체 음향 등을 설치했다.(www.everland.com),(031)310-5000. ●롯데월드 세계 최초로 삼국지 유물전시회인 ‘삼국지 체험전’을 6월24일까지 민속박물관에서 한다.2460개의 옥조각을 엮어 만든 옥의,조조의 딸이 사용했던 도장인 조헌인신,청나라때 제작된 관우의 동상 등 국보급 보물 230여점을 포함해서 삼국지 진품 유물 총 350여점을 전시한다.유물 감정가액이 약 500억원 규모에 이른다. 82근(49㎏)이나 하는 관우의 창인 ‘청룡언월도’를 비롯하여,4m20㎝의 길이를 자랑하는 장비의 ‘장팔사모’,쇠를 두부 베듯이 베었다는 조자룡의 ‘청공검’등 삼국지 영웅들의 창과 무기가 실제 형태로 복원돼 약 60여점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또한 삼국지 영웅들로 분장한 영웅 장수들과 사진도 찍을 수 있다.www.lotteworld.com,(02)411-2000. ●중앙M&B 7만 5000분의 1 축척의 ‘초정밀 전국지도’를 내놓았다.주요도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각도의 명소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등 여행자의 편의에 중점을 두었다.또 최근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위성항법장치(GPS) 사용을 위해 세계 측지계인 WGS-84 좌표 수치를 적색으로 표기하여,GPS가 측정한 위치를 지도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2만 5000원.(02)2000-6214. ●한국난재배자협회 동·서양의 다양한 난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2004 전국 난전시회’를 26일부터 4월5일까지 서울 양재동 꽃시장 옆 aT센터에서 연다.춘란을 비롯한 한란,풍란,자란 등 한국의 자생란 100여종 500점과 송매,용자 등 동양란 300여점,호접란,심비디움 등 서양란 3000여점을 선보인다.난 키우기 강좌 및 우수 난 콘테스트,디지털 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관람료 어른 7000원,청소년 4000원.www.lan.or.kr,(02)575-1248. ●서울프라자호텔 그랜드 웨딩 플라자는 오픈 5주년을 기념하여 4월20일까지 5월 결혼 예정인 신부들을 대상으로 ‘모녀간의 정’이란 주제로 사연을 공모한다.응모한 사람들 중 3명을 뽑아 조식이 포함된 딜럭스룸 1박과 프렌치 레스토랑 토파즈 저녁 식사권,정성껏 준비한 과일과 와인을 제공한다.보낼 곳은 이메일 wedding@hanwha.co.kr이나 서울시 중구 태평로 2가 23번지 서울프라자호텔 웨딩사업부.(02)310-7720.˝
  • [러일전쟁 100주년]박종효 前모스크바대 교수 본지 기고(하)

    1904년 2월8일 러·일전쟁의 첫 교전지였던 제물포항은 러시아·일본·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의 포함이 우글대던 열강의 각축장이었다.대한제국은 제물포항을 중립국의 항구로 선포해 러·일전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영국과 프랑스 등 다른 열강도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제물포가 중립국항임을 내세웠으나 일제의 야욕을 막을 수는 없었다.러시아와 일본은 각각 ‘제물포 해전’을 자신들의 “영웅적인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어 약소국의 비애를 되새기게 한다.박종효 전 국립모스크바대 교수가 러시아국립문서보관소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러시아의 입장에서 쓴 ‘러·일전쟁의 서막,러시아 바략함과 카레예츠함의 제물포해전’ 가운데 열강의 움직임과 대한제국이 처했던 상황을 요약한다. 1904년 2월8일 팔미도 앞바다에서 러·일전쟁의 첫 교전이 있은 뒤 러시아의 카레예츠함은 제물포항으로 돌아왔다.당시 제물포항은 대한제국이 중립국항으로 선언했으므로 절대적 열세에서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대한제국은 러·일전쟁이 임박함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중립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열강이 승인하면 일본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여,독립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러시아는 중립을 바로 승인했으나,기대했던 미국은 회피했다.하지만 일본은 중립 승인 단계에서부터 거부했다. 카레예츠함을 뒤따라온 일본함대는 제물포항에 닻을 내렸다.러시아함대의 지휘관인 바략함장 루든예프 대령은 제물포에 정박하고 있던 영국 탈보트함의 베일리 함장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당시 제물포항에는 러시아와 일본·영국 군함 말고도 프랑스의 파스칼함,이탈리아의 엘바함,미국의 빅스버그함이 머무르고 있었고,독일군함은 전날 출항한 상태였다. 베일리는 제물포에 정박 중인 외국 군함의 선임 함장 자격으로 일본함대의 우리우 제독을 만나 “중립국에서는 어느 국가의 군함도 다른 나라의 군함에 발포나 어뢰를 발사할 권한이 없다.그와 같은 행위를 하면 어느 나라 함정이든 영국군함이 발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베일리는 우리우에게 “제물포에 정박한 일본의 모든 함정에 러시아함에 대한 공격 중지 명령을 내리라.”고 요청했다.우리우는 마지못해 동의를 하면서도 러시아함의 갑작스러운 선제공격을 염려했다.베일리는 어느 나라 함정이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지겠다고 확언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수송선 3척에 나누어 태워온 3000명의 병력과 장비를 경비정의 보호 아래 8일 오후 5시30분부터 9일 새벽 2시30분 사이 제물포항에 상륙시켰다. 9일 오전 7시30분,우리우는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외국 함장에게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상태에 돌입했다.’는 통보장을 전달했다.러시아 군함에는 ‘정오까지 제물포항을 떠나야 하며,출항하지 않으면 오후 4시 이후 정박지에서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외국 군함들에는 ‘전투가 일어났을 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박지를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통보장을 받은 프랑스 파스칼함의 세네스 함장과 이탈리아 엘바함의 보레아 함장이 루든예프 함장을 만났고,세 사람은 다시 베일리 함장을 찾아갔다.이들은 장시간 논의했으나,별다른 방책을 찾아내지 못했다. 루든예프가 자리를 떠난 뒤 세 사람의 함장은 ‘러시아함이 출항하지 않을 경우 영국·프랑스·이탈리아 군함은 오후 2시까지 출항한다.’는 데 합의하고,이 결정을 루든예프에게 전달했다.우리우에게는 ‘일본함대의 중립 위반을 엄중히 항의한다.’는 항의서를 보냈다.세 사람의 함장은 루든예프를 동정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물었다.루든예프는 비장한 각오로 “일본 함대와 해전을 하면서 공해로 나갈 돌파구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오전 11시20분 러시아 순양함 바략함은 닻을 올리고 소형 포함 카레예츠를 앞세워 제물포 정박지를 출발했다.일본 함대는 이미 오전 7시에 항구를 벗어나 팔미도 앞바다에서 러시아 함대를 기다리고 있었다.초라한 2척의 러시아 함대가 출전하자 우리우는 전투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보고 항복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나 루든예프는 응답하지 않고 전투 깃발과 러시아해군기를 달고 전투자세로 항진해 나갔다.2척의 러시아 군함의 앞에는 아사마와 지오다,뒤쪽에는 나니바와 나다카,그 뒤로 다카치오,아카시 등 6척의 일본 순양함이 둘러쌌다.또 8척의 어뢰정과 3척의 수송선도 대기하고 있었다.팔미도에서 공해로 나가는 해로는 일본군함으로 모두 차단됐다. 두 나라 함대가 9000∼7000m로 접근한 오전 11시45분 아사마함이 8인치포를 먼저 바략함에 발포했다.이어 모든 일본 군함이 바략함에 집중포격을 가했다.카레예츠함도 일본 함대에 응사했다.바략함은 일본 함대가 사정권에 접어든 오전 11시57분 응사하기 시작했다.러시아 함대가 살아 돌아올 가망성은 전혀 없었다.일본 함대는 사전에 유리한 거점을 차지하고 있었고,무엇보다 군함 수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14대2였다.나아가 영국에서 건조한 철갑 순양함 아사마는 러시아의 바략함보다 월등한 화력과 기동력을 갖고 있었다. 바략함은 만신창이가 되어갔다.그래도 바략함의 포는 아사마함의 사령탑을 강타하여 함장을 즉사시켰고,다카치함도 크게 파손시켰다.다카치함은 결국 긴급 수리를 위하여 200여명의 부상자를 태우고 일본의 사세보 해군기지로 향하던 중 2월10일 침몰했다.나니바함 작전실에도 포탄을 명중시켜 함장에 중상을 입혔다.두 나라 함대가 격전을 벌이는 동안 포성은 서울까지 들렸다. 바략함은 마침내 여기저기 구멍이 나면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좌현이 기울어졌다.루든예프도 파편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루든예프는 피투성이가 됐지만 다시 일어나 독려했고,일본의 어뢰정 한 척을 그 자리에서 격침할 수 있있다. 낮 12시45분 바략함은 전투해상을 벗어나 추격하는 일본함대에 응사하면서 제물포로 후퇴했다.루든예프 함장은 파손된 부분을 응급 보수하고 부상자 대책을 세운 뒤 일본함대의 통보대로 오후 4시까지는 다시 출항하여 해전을 계속할 각오였다고 했다.일본함대는 제물포 내항까지는 외국 함장들의 항의 때문에 추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검해보니 40%가 파손된 바략함은 더 이상의 전투가 불가능했다.프랑스 파스칼함의 세네스 함장은 바략호의 참상을 이렇게 기술했다.갑판은 피바다였으며 사방에 시체와 사지가 찢어져 널려 있고 함정은 어느 곳 한 군데도 파손을 입지 않은 데가 없었다.철판은 구멍이 나고 환풍기는 부서져 있었으며,선실과 침대는 불에 타 아직도 뜨거웠다.산산이 파괴되어 브리지의 잔해는 포탄을 맞고 벌집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바략호에만 포화를 집중하는 바람에 카레예츠함은 단 한 발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루든예프는 장교들과 협의하여 함대를 일본에 전리품으로 넘겨주지 않기 위하여 폭파하기로 결정했다.외국 함장들에게도 함대가 자폭할 것이라고 알렸다.미국을 제외한 외국 함장들은 러시아 생존자와 부상자를 구조하기로 합의했다.곧 의사를 태운 보트에 적십자 깃발을 달고 바략함과 카레예츠함으로 향했다. 루든예프는 뱌략함을 폭파하면 주위의 외국 군함에 파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영국함장 베일리의 염려에 배를 전사자와 함께 침수시켜 수장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바략함은 40분만에 천천히 바다에 가라앉기 시작했다.카레예츠함은 외국 함대의 피해가 없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폭파하여 가라앉혔다.제물포항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여객선 순가리호도 불을 질러 침수시켰다. 해전 장면을 목격한 영국·프랑스·이탈리아 함장들은 러시아 해군의 투혼에 감격했다.프랑스의 파스칼함은 바략함장 루든예프와 카레예프함장 벨야예프를 비롯하여 237명의 장교와 수병을 승선시켰다.영국 탈보트함은 6명의 장교와 268명의 수병,그리고 순가리호 승무원을 태웠다.이탈리아 엘바함도 6명의 장교와 170명의 수병을 구조했다.일본함대는 이들 외국 함정이 적십자기를 게양하고 있어서 구조 장면을 어쩔 수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2월10일 서울의 알렌 미국 공사가 파블로프 러시아 공사를 찾았다.하야시 일본 공사가 러시아 공사관원의 서울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며,불응하면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 자리에 있던 프랑스 공사대리는 전쟁 중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이해는 프랑스 공사관이 보호하겠다고 밝혔다.파블로프는 공사관의 모든 재산을 프랑스 공사관에 위탁하고 철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고종 황제는 러시아 공사관의 철수 소식을 듣고 파블로프 공사에게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 “나는 일본군의 포로상태에 있으며 모든 권력을 빼앗겼다.곧 전황이 변하여 러시아가 승리하리라고 확신한다.앞으로 러시아군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겠다.”고 전했다. 12일 오전 8시30분 파블로프를 비롯한 공사관원과 무장해제된 공사관 경비병,그리고 러시아정교회 신부 등 민간인들은 제물포로 가기 위하여 서울역으로 향했다.도열해 있던 일본 군악대는 이별곡을 연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이로써 러시아는 본의 아니게 대한제국과 외교를 단절했다.이후 러시아는 포츠머스조약 체결로 1906년 서울에 공관을 다시 열었으나,을사보호조약으로 외교권을 없어진 만큼 공사관은 총영사관으로 격하됐다. 2월16일 외국함장들과 일본의 우리우,하야시 공사가 벌인 협상 결과에 대한 일본 정부의 승인이 있었다.일본은 프랑스 공사대리에 ‘제물포의 러시아 해군은 승선 국가 함장의 책임 아래 출항할 수 있으나,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해전에 참가할 수 없으며 상하이 이북으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각서를 요구했다.결국 프랑스 파스칼함은 러시아 공사를 비롯한 공사관원을 더 태우고 상하이에서 가까운 우순으로,영국함 탈보트함과 이탈리아 엘마함은 홍콩으로 각각 출항했다.제물포의 러·일전쟁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
  • [러일전쟁 100주년]박종효 前모스크바대 교수 본지 기고 (상)

    8일은 러일전쟁의 첫 포성이 울린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일본은 이 전쟁에서 러시아를 이겨 사실상 대한제국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기 시작했다.최근 일제 식민시대의 서막을 연 러일전쟁의 발발지가 중국 뤼순(旅順)항이 아니라 제물포 팔미도(八尾島)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박종효 전 국립모스크바대 교수가 러시아국립 해군함대 문서보관소 자료에서 확인한 것이다.박 전 교수가 서울신문에 보내온 ‘러일전쟁의 서막,러시아 바략함과 카레예츠함의 제물포해전’이라는 글을 2회에 걸쳐 요약한다. 러일전쟁으로 대한제국은 위태롭게 유지하던 독립을 일본에 약탈당하게 되었다.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남한은 패전국 일본 대신 전승국 미국이,북한은 공교롭게도 제정 러시아의 후신인 구 소련이 점령하여 각각 자기 세력권으로 편입시켰다. 일본은 1896년 야마기다 원수를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사절로 보냈다.야마기다는 러시아 외무장관 로바노프 로스토프스키에게 한반도를 38선으로 분할하여 각각 러·일의 영향권으로 설정하자는 제안을 했다.러시아는 이 제안을 거부했으나,한반도 분할문제는 이때부터 러·일 사이에 잠정적인 논의 대상이 됐다.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소련에 제의한 38선 분할안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1945년 8월13일부터 청진과 원산 등으로 상륙한 소련군의 남하를 시급히 차단해야 했다.이에 제정 러시아 시대에 이미 일본이 제안한 38선을 상기했다.우리의 비극적 근·현대사의 기원과 원인 제공은 열강의 침투와 러일전쟁에서 비롯되었다. ●러 국립 문서보관소 자료에서 확인 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문서에 따르면 러일전쟁의 첫 포성은 중국 뤼순항이라고 한국학계가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제물포 팔미도 앞바다에서 울렸다.일본 함대는 1904년 2월9일 새벽 뤼순항에 앞서 2월8일 우리 영해에서 러시아 포함 카레예츠함과 처음 교전했다.고려인이라는 뜻의 ‘카레예츠’는 마산포 개항을 기념하여 러시아 해군이 붙인 이름이다.이날 밤 제물포에 상륙한 3000여명의 일본군은 대한제국군 2만여명과 청룡1호 해군훈련함이 있었지만,아무 저항도 받지 않고 서울을 점령했다. 앞서 1903년 말 한반도에는 동학교도가 일본인을 내쫓기 위해 다시 봉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일본군이 이를 진압하려 상륙하면 대한제국군은 동학교도들에 가담하여 폭동을 일으키고,독립을 위협하는 영일조약 당사자인 일본공사관과 영국공사관을 습격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놀란 영국은 12월 말 공사관 보호를 위해 순양함 시리어스함에 28명의 해병대원을 승선시켜 제물포로 파견하고,곧 이어 탈보트함에 도착했다.다른 열강도 제각기 함대를 급파했다.미국을 빅스버그,프랑스는 파스칼,이탈리아는 엘바,독일은 한사,일본은 지오다,러시아는 바략함을 보내 제물포는 마치 열강 해군의 집합소처럼 변모했다. 일본군은 전신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서울에 800명,원산에 400명,부산에 400명을 주둔시키고 있었다.그런데 1904년 2월 초부터는 마산포에 1만 2000명을 상륙시키고,군수품과 식량을 수송해 왔다.원산에도 민간인 복장을 한 예비군과 군인 및 군마를 비롯한 군수품과 탄약 등을 수송했다.일본은 이처럼 전쟁준비를 착착 진행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일협상은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이 무렵 러시아 극동총본부는 1904년 2월2일부터 4일까지 하바로프스크에 있는 아무르 군관구 사령부로부터 극동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귀국하고 있다는 긴급보고를 받았다.이미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일본인 귀국여객선이 대기하고 있었다.긴박감을 느낀 극동총독은 니콜라이 2세에게 총동원령과 함대 배치 칙령을 요청했으나,황제는 일본이 먼저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한반도 남쪽이나 동해안 원산 이남에 상륙할 경우 러시아가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그러나 서해안에 일본의 상륙군을 수송하는 군함이 나타나거나,38선을 넘어 북으로 진격하는 군함이 있으면 발포를 기다리지 말고 선제 공격하라고 덧붙였다.이처럼 러·일 양국은 이미 묵시적으로 각각 한반도 남북의 영향권을 인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러시아는 제물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뤼순항의 배후 항으로 서울의 러시아 공사관과 멀지 않은 제물포에 1903년 3척의 순양함을 파견했다.1904년 1월18일 두 척의 순양함이 뤼순으로 귀항하자,제물포에는 바략함과 소형 포함 카레예츠함,여객선 순가리(송화강)호만 남았다.일본은 1903년 말에 러시아가 아직 미완성이었던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하여 유럽지역으로부터 일부 군대를 연해주 군관구로 이동시켰다는 첩보를 받고 크게 놀랐다.대한제국 협상에서 러시아가 시간을 끄는 것도 일본에 불안감을 가중시켰다.일본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반대로 러시아는 태평양함대와 극동 주둔 육군이 일본에 열세였으므로 협상을 통하여 철도를 완성시킬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어떻게든 대한제국 문제를 카드로 만주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러시아는 일본과의 관계악화를 원하지 않았다.대한제국에서 일본의 우월권을 인정하면서 직접적으로 국경선을 접한 만주의 이권을 보호하고 만주개방을 요구하는 일본과의 완충지대로 한반도를 고려하고 있었다.극동 현상유지 정책으로 대한제국이 독립국가로 있는 것이 러시아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여,특히 고종에게 정치적의 호의를 보이면서 독립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1904년 2월4일 청나라 주재 일본영사가 뤼순항의 러시아군함이 모종의 중대한 임무를 띠고 출항했다는 급보를 도쿄에 보냈다.그러나 28척의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해상훈련을 나간 것이었다. ●日, 러 공사관·군함 통신망 봉쇄 일본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4일 밤 일왕 특별 어전회의를 열어 대 러시아전쟁을 결의했다.일본이 외교단절을 선언했지만 제물포의 러시아 함대와 서울의 러시아 공사관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일본은 한반도의 통신망을 장악하고 있으면서,전략적으로 서울 러시아 공사관이 외부와 통신연락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봉쇄했다. 5일 한 미국인이 중국의 상하이에서 제물포에 도착하면서 러·일 사이에 곧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6일 아침 일본 해군중장 도고는 사세보(佐世保)로 함장들을 소집했다.전 함대는 황해로 발진하여 제물포와 뤼순항에 정박하고 있는 러시아 함대를 습격하라고 명령했다.일본 연합함대는 6척의 전함,14척의 순양함,35척 이상의 어뢰정으로 구성됐다. 7일 제4전투함대사령관 우리우 소장은 5척의 순양함과 8척의 어뢰정,3척의 대형 상륙군 수송선으로 제물포로 향했다.제물포에 정박중이던 순양함 지오다함은 8일 새벽 출항하여 러시아 함대 동향을 보고한 뒤 일본함대에 합세했다.우리우는 러시아의 바략함과 카레예츠함은 제물포에 상륙하는 일본군을 방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 있었던 서울 주재 러시아 공사 파블로프는 바략함장 루든예프에게 공사관의 비밀 보고문서를 카레예프함으로 직접 뤼순항으로 전달하라고 지시했다.이 긴급문서 가운데는 고종 황제가 은밀히 전한 문서도 있었다.일본 함대가 압록강 하구로 항해하고 있으며,제물포에 일본군이 상륙할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카레예츠함은 8일 오후 3시40분 제물포를 출항하여 15분 만에 멀리서 2열종대로 다가오는 일본 순양함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마침내 제물포 남방 13.5㎞ 지점에 있는 작은 섬 팔미도 근해에서 일본함대와 조우했다.카레예츠함장 벨야예프 해군중령은 러시아와 일본의 외교단절을 모르는 상태였다.일본함대가 진로를 가로막고 공격태세를 취하자 카레예츠함은 제물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4척의 일본 어뢰정 가운데 한 척이 어뢰로 첫 공격을 했을 때 벨야예프도 전투경보를 내렸다.오후 4시35분이었다.제2,제3의 어뢰정이 잇따라 어뢰를 발사했다.벨야예프도 두 번째 어뢰공격을 받자 발포명령을 내렸다. 일본측의 ‘해전기록(海戰記錄)’은 카레예츠함이 일본의 어뢰정을 보자 갑자기 오른쪽으로 피하면서 어뢰정에 포를 발사했고,수송선에 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만 되어 있다.일본함대가 응사하여 교전이 이루어졌다는 대목은 없다.그러나 대형 함대에 소형 포함 한 척이 먼저 포를 발사했다는 일본측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 ●러 바략함 수장, 카레예츠함 폭파 이렇게 러일전쟁은 뤼순항이 아니라 2월8일 오후 4시40분쯤 제물포 팔미도에서 일본측이 먼저 발포하여 시작됐다.그러나 통신이 두절된 제물포의 러시아군은 본국에 보고할 수 없었고,다음날 새벽 뤼순의 태평양함대가 기습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페테르부르크에 먼저 전달되면서 전쟁 발발 날짜가 2월9일로 기정사실화된 것이다.한편 제물포의 일본함대는 9일 낮 바략함 및 카레예츠함과 다시 본격적인 교전을 벌였고,전함수 14대2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러시아군은 결국 바략함을 수장시키고,카레예츠함은 폭파시켰다.러시아는 제물포해전을 패전이 아닌 러시아 해군 사상 가장 영웅적인 전투로 평가하면서,전설적인 신화처럼 한 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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