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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체 급전환 후 폭발, 마당에 떨어져 연료 번지며 커다란 불길”

    “비행체 급전환 후 폭발, 마당에 떨어져 연료 번지며 커다란 불길”

    지난 17일(현지시간) 밤 짙은 어둠이 드리운 팔레스타인 가자시티 상공에서 빠르게 고도를 높이던 비행체가 갑작스레 섬광을 내뿜으며 방향을 급전환했다. 그 뒤 폭발해 더는 보이지 않는다. 지상에서는 포탄이나 미사일이 날아올 때 생기는 바람을 가르는 금속성 휘파람 소리가 들렸고, 곧 오른쪽 어딘가 아래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는다. 아랍권 뉴스매체 알자지라 방송이 송출한 20초 분량의 영상에 이런 내용이 생생히 담겼다. 소셜미디어(SNS)의 오픈소스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같은 시각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한 로켓 공격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 전했다. 알카삼 여단은 이날 내내 텔레그램으로 이스라엘 공격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오후 7시에는 이스라엘 남부 항구도시 아슈다드, 7시 3분에는 수도 텔아비브에 대한 ‘로켓 폭격’을 수행했으며 같은 날 오후 8시 14분에는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에 사거리 약 160㎞의 R160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알카삼 여단은 밝혔다. 이 와중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오후 7시가 조금 안 됐을 때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을 폭격해 ‘끔찍한 학살’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언론에 배포했고,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걱정스레 지켜보던 국제사회의 분노가 단번에 폭발하는 결과를 낳았다.그러나 이튿날 드러난 알아흘리 병원의 모습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이스라엘군이 투하한 항공 폭탄에 맞아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고 주변이 폐허가 됐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병원 주차장에 있던 차량 10여대가 불타고 바닥이 그을렸을 뿐 주변 건물은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았다. 병원 마당에 폭탄이나 로켓이 떨어지면서 생겼을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의 직경과 깊이도 수십㎝에 불과해 이스라엘군이 쓰는 대형 탄두로 생긴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서방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국방부 관료 출신 군사 전문가 마크 갈라스코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 구덩이와 주변에 발생한 피해는 (이스라엘 공군이 주로 쓰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항공 폭탄과 일치하지 않는다. 바닥의 구멍은 물리력으로 생겨난 것”이라면서 “이건 고장 난 무기가 넓은 면적에 탑재물을 흩뜨렸을 때 모습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J 안드레스 개넌 교수는 영국 BBC 방송의 질의에 낙하 순간 발생한 폭발 자체가 크지 않았던 점에 비춰볼 때 탄두의 폭발물이 터졌다기보다 남은 연료가 불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앞의 동영상에 포착된 발사체가 섬광을 뿜은 뒤 사라진 데 대해선 로켓엔진이 과열로 작동이 정지된 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연구원도 당장 결론을 내리긴 힘들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황을 보면 고장 난 로켓 추진부가 병원 주차장에 떨어지면서 연료가 폭발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이 쓰는 무기 중에도 큰 구덩이를 남기지 않는 종류가 없지는 않다. 리스크 평가업체 시빌라인의 발레리아 스쿠토 수석 중동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군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알아흘리 병원의 화재 패턴은 헬파이어 미사일이 남기는 흔적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규명할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이 될 낙하물 파편과 관련한 정보도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 BBC 등은 가자지구 현지의 자사 기자를 알아흘리 병원에 보내 취재를 시도했지만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튿날 아침 여러 외신이 타전한 현장 사진이나 소셜미디어 영상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이스라엘군은 또 알아흘리 병원 폭발 당시 확보한 하마스 첩보원들의 대화 녹취 음성을 엑스(X, 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건 이슬라믹 지하드 것”, “파편을 보면 이스라엘 것이 아니라 이쪽 지역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BBC 베리파이는 이 음성 파일의 진위를 검증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조악한 재료로 값싸게 만든 하마스 로켓 무기들은 예전부터 신뢰도가 낮기로 악명이 높았다면서 하마스가 이번 분쟁에서 발사한 로켓 중 무려 450발이 비행 중 고장으로 이스라엘에 닿지 못한 채 가자지구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물론 하마스와 팔레스타이니안 이슬라믹 지하드(PIJ)는 이스라엘 측의 폭격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범한 잔혹한 학살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알아흘리 병원에서 영유아와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471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군은 의도적으로 부풀린 숫자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규모 사상자가 나온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병원을 운영하는 성공회 사제 리처드 슈얼은 BBC 인터뷰를 통해 폭발 당시 주차장으로 쓰이는 이 병원 마당에 약 1000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었고, 병원 내부에는 약 600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 나치 ‘충복’→‘국민 영웅’→히틀러 청부로 청산가리 음독 [지구촌 소사]

    나치 ‘충복’→‘국민 영웅’→히틀러 청부로 청산가리 음독 [지구촌 소사]

    ■ 10월 지구촌 소사(小史): 인물 10걸 ❹/1944.10.14 자살한 나치 육군원수 롬멜“미친 운전기사가 버스를 몰고 있을 때, 기독교인의 본분은 그 버스에 치어 죽은 사람의 장례를 치러 주고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운전기사를 끌어내리는 것이다.”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지속하며 기독교 신앙 회복을 위해 활동했던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목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주변에선 나치 정권으로부터 생명에 위협을 받던 그에게 망명을 권유했다. 특히 미국 뉴욕의 유니온 신학교에서는 연구교수직을 제안했다. 학생을 가르치지 않아도 좋으니 연구에 전념하며 일단 독일을 탈출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동포들이 어둠 속에서 시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그들을 섬겨야 한다”며 정중히 거절한다. 그리고 더욱 위험한 일에 가담하게 된다. ‘발키리 작전’으로도 불리는 1944년 7·20 음모다. 2008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상영됐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암살시도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패배에 이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나치 독일에겐 패색이 짙어질 무렵 국방군 내 비밀조직 ‘검은 오케스트라’ 주도였다. 낮 12시 30분쯤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 시한폭탄을 사용했으나 히틀러는 생존했다. 그날 오후 4시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와 비밀회담에 빳빳이 고개를 들고 나타난 히틀러는 테러를 당한 회의장을 공개하며 “현재 전황이 이처럼 위험하지만 결국엔 자신이 살아남은 것처럼 끝내 우리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중 통신선이 복구되었으며 사방에서 반란 소식이 보고됐다. 히틀러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다 죽여버리겠다며 무시무시한 응징을 예고했다. 나치는 선전전을 위해 곧바로 재판부를 구성했다. 약 7000명이 체포됐으며, 5000명 정도가 사형을 선고받아 대부분 갈고리에 매달려 교수형을 당했다. 히틀러는 “푸줏간의 돼지와도 같다”고 묘사했다. 본회퍼 목사도 이듬해 4월 9일 새벽 플로센뷔르크 강제수용소에서 교수형으로 처형된다. 암살시도 뒤 뜻밖에 무거운 처벌을 받은 사람으로 에르빈 롬멜(1891~1944)을 빼놓을 수 없다. 히틀러 암살기도 사건엔 무지막지한 나치 행태에 질린 현역 장교들도 참여했는데 당시 야전원수 계급이던 그가 이들과 접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진정한 군인이기를 자부했던 롬멜은 1그해 6월 펼쳐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을 계기로 히틀러에게 “이미 패전한 상황이어서 연합국들과 강화를 맺어야 한다”고 자꾸 건의해 최고위 세력의 눈밖에 난 처지였다. 10월 14일 오전 11시쯤 사복을 입은 12명의 게슈타포 요원과 빌헬름 부르크도르프, 미하엘 비트만 장군이 독일 울름에 위치한 롬멜의 집을 포위했다. 이어 ‘총통의 위임을 받아 암살기도에 공모한 죄’를 묻기 위해 자살을 권유했다. 조용히 죽는 대신,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장을 치러준다는 조건에서였다. 롬멜은 집에서 500m가량 떨어진 숲으로 들어가 청산가리 독배를 마셔 일생을 마쳤다. 히틀러는 ‘국민적 영웅’으로 존경받는 그가 암살미수 사건에 관련됐다는 게 알려져선 곤란하다고 판단해 자살을 권유했다고 한다. 1911년 사관학교를 나와 제1차 세계대전 후 사관학교 교직으로 지내던 롬멜은 나치당에 관심을 가지게 돼 가입하고, 히틀러의 경호대장으로 임명됐다. 기갑사단 지휘관으로 있던 1940년 프랑스 전선에서 전격전으로 아르덴 숲을 돌파하는 등 혁혁한 전공을 남겼다. 특히 1941년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독일 군단을 이끌어 능수능란하게 지휘해 적과 아군 모두로부터 ‘사막의 여우’란 별명을 얻었다.
  • 전력 끊겨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이스라엘군 전면 봉쇄 철회하라”

    전력 끊겨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이스라엘군 전면 봉쇄 철회하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거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무력충돌 닷새째를 맞은 11일(현지시간)에도 이어진 가운데 주 전력마저 끊긴 가자지구에는 어둠과 신음이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따른 연료 부족으로 이날 오후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주 전력이 끊겼다. 병원들은 비상 발전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마저 이틀이나 나흘정도만 버틸 수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는 수 세기를 거슬러 중세시대로 돌아갔다”며 “붕괴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25만명이 넘는 피란민을 위한 음식과 식수가 12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거나 전면 봉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6시간 휴전을 제안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알아라비야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집트가 제한적 휴전 상태에서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유일한 통로인 라파 통행로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계획을 미국 등과 함께 논의했다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물자가 반입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현재 비상 발전기로 가동되고 있으며 (발전기용) 연료가 며칠 안에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생명을 구하는 데 필요한 일은 의료시설에 최대한 빨리 부족한 물품과 연료를 공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봉쇄는 민간인이 필수적으로 누려야 할 식량과 에너지 등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적십자의 구호 인력이 활동할 여건을 만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전기·수도·식량·연료·의약품 공급을 차단하는 전면 봉쇄는 국제인도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데 유엔과 유럽연합(EU), 튀르키예 등이 목소리를 모았다.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연설에서 “테러리스트들은 고의로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살해하지만, 우리는 전시 법률을 옹호한다”며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전술에 에둘러 우려를 나타냈다. 이스라엘은 예고 없는 공습에 인질을 한 명씩 살해하겠다는 하마스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날 밤에도 200곳 이상을 타격하는 등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사용하는 가자지구의 대학을 공격했다고 밝히는 등 모스크와 주택, 병원, 학교 등 무차별 공습을 이어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예비군과 대화에서 “우리는 하마스 무장대원과 지도자들의 알려진 거처는 제약이 있더라도 모조리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는 전했다.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 과정에 팔레스타인 의료진 4명이 숨졌다. 지난 7일 밤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주택 2만 2600채와 병원 10곳, 학교 48개가 파괴됐다고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에서는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으려는 필사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수장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과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저녁 가자지구 접경 인근에서 “공중에서 공세를 시작했고 나중에는 지상에서도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장병들에게 학살자에 대해 자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주춤했던 하마스의 로켓 공격도 다시 이어지고 있다. 하레츠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는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최소 2명이 부상했다. 이 밖에 남부 스데로트와 니르암, 이빔, 에레즈, 가자 인근 네티브하아사라는 물론 중부 텔아비브 지역에서도 로켓 경보가 울렸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는 군인 169명을 포함해 1200명이 숨지고 3007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에서는 가자지구에서만 어린이 260명을 포함해 최소 1100명이 숨지고 5339명이 다쳤다고 현지 보건 당국이 밝혔다.요르단강 서안에서도 28명이 숨지고 150명이 부상했다. 양측의 사망자를 합하면 2300명(하마스 대원 시신 1500구는 별개)을 넘어섰고, 부상자 합계는 8000명을 훌쩍 넘는다.
  • 브라질, 리우 파벨라서 대규모 카르텔 소탕작전 개시 [여기는 남미]

    브라질, 리우 파벨라서 대규모 카르텔 소탕작전 개시 [여기는 남미]

    브라질 경찰이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빈민가)에서 대대적인 범죄카르텔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은 9일(이하 현지시간) 1000명 규모의 병력을 투입해 리우에서 가장 위험한 3개 파벨라에서 작전을 개시했다. 파벨라를 장악하고 각종 악행을 일삼고 있는 범죄카르텔 조직원 100명 생포가 목표다. 브라질 경찰은 “작전 첫 날 마약과 폭발물을 생산하던 공장 1곳을 폐쇄하고 조직원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헬기 2대가 범죄카르텔의 공격을 받아 긴급 착륙하는 등 긴장 상황이 발생했지만 사상자 유무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파벨라 주민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밤새도록 총격이 이어졌다”면서 “학교와 보건소가 모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보복이 두렵다면서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범죄카르텔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타이어 등에 불을 붙여 경찰의 진입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경찰은 드론을 이용해 파벨라 내 범죄카르텔의 동향을 살피는 등 이번 작전을 2년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드론을 이용한 정찰에선 군대처럼 군사훈련을 벌이는 범죄카르텔이 포착됐다. 브라질 경찰에 따르면 범죄카르텔은 파벨라 내 체육공원을 훈련장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공원에서 훈련을 한 범죄카르텔은 수영장에서 몸을 닦는 것으로 훈련을 마감하곤 했다. 영상을 본 군사전문가들은 체계적인 훈련에 혀를 내둘렀다. 현지 언론은 총격전이 발생했을 때 전진하는 법, 기습에 대응하는 법, 어둠 속에서 작전 전개하는 법, 폭발물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 범죄카르텔이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체육공원 주변에는 유치원 1개와 학교 5개가 자리하고 있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아 브라질 경찰이 작전을 전개하는 데 부담이 큰 곳이다. 현지 언론은 민간인 피해가 걱정돼 경찰이 자유롭게 작전을 펼 수 없는 곳이었다면서 “범죄카르텔이 전략적으로 그런 곳을 훈련장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편 브라질 경찰은 최근 리우에서 발생한 의사 3명 살해사건도 파벨라에서 활동 중인 범죄카르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년 넘게 준비한 경찰이 결단을 내리고 작전을 개시한 데는 최근 발생한 의사 살해사건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더 이상 작전을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선 5일 새벽 학술회의 참석차 방문한 3명의 의사가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처음엔 정치테러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브라질 경찰은 “3명 의사 중 1명을 적대적 라이벌 조직의 대원으로 착각한 범죄카르텔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최근 밝혔다.  
  • 잔혹하게 만들어진 중세, 정말 ‘야만의 시대’였을까

    잔혹하게 만들어진 중세, 정말 ‘야만의 시대’였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세는 흔히 암흑시대(Dark Age)로 묘사된다. 나병과 흑사병이 창궐하고, 마녀가 ‘발명’된 시기였다. 서양인들에겐 좀더 구체적이다. 영예로운 두 시대,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 사이에 낀 정체되고 외떨어진 시기로 여긴다. 대략 300년에서 1500년 사이, 고통과 무지가 만연한 세상에서 가엾을 정도로 불결하게 살아가며 스멀거리는 어둠을 틈타 전쟁을 벌일 궁리만 했다는 식이다. 이는 고정관념이 낳은 산물이다. 이런 불온한 관념을 낳은 원흉이 누군지는 불분명한데, 이처럼 일그러진 중세의 실제 모습을 밝혀 보겠다고 나선 책이 ‘중세 시대의 몸’이다. 저자는 영국의 미술사학자다. 그가 중세를 분석하기 위해 프리즘으로 쓴 건 ‘몸’이다. 머리부터 시작해 감각기관,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그리고 발까지 저자는 인간의 몸 이곳저곳을 각 장의 제목으로 내걸고 중세 시대를 탐색한다.저자가 책의 출간을 위해 10년 동안이나 ‘몸’에 천착한 것은 “몸은 과거 일상생활의 본질을 이해하는 경로”라서다. 그는 “삶과 죽음을 살피다 보면 우중충한 중세 너머의 다른 이야기가 우리 눈앞에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한다. 예컨대 저자가 피부를 통해 드러내는 견해는 이렇다. 피부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몸의 내부 기관을 보호하는 1차 성벽이다. 한발 더 나아가 사람의 살갗, 동물 가죽 등으로 만든 양피지를 통해 당대의 출판문화를 이끌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정체성, 인종 같은 문제를 외부로 투영해 한 개인의 공적인 겉모습을 빚어내기도 한다. 한센병 같은 질병은 종종 피부보다 깊숙한 개인의 인성, 종교적 도덕성 등의 척도로 여겨졌고 피부색의 차이는 구별 짓기와 헐뜯기, 악마화 등의 주요 명분이 됐다.제2의 피부도 생겨난다. 옷이다. 옷차림이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준다는 관념은 생전뿐 아니라 사후에도 중요했다. 이를 남용하거나 공공연하게 드러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현대에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사는 곳이 그 사람을 말해 주듯 걸치는 옷이 자신을 드러낸다고 믿으니 말이다. 뼈는 거의 항상 죽음과 연계된다. 중세 때도 그랬다. 뼈가 마지막으로 찾아가 쉬는 곳은 극히 중요한 장소로,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이뤄지는 영적 교감의 현장이었다. 무덤이 거래성을 띤 추모의 현장으로 변해 가면서는 망자들의 안식처를 어디에 정하고 어떻게 꾸밀지 등 일종의 공간적 역학 관계가 서서히 생겨났다. 가난한 자, 평민, 부자, 귀족 등은 매장지부터 달랐고 특별한 경우엔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처럼 거대한 기념물로 발전하기도 했다.저자는 이어 머리를 통해 광기와 대머리가 당대의 정치 및 종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고, 발에 이르러선 여행과 지도 제작에 관해 알아보는 식으로 논지를 이어 간다. 중세는 여러 면에서 현대의 각종 제도와 체계가 마련된 시기다. 중세인들은 인간의 몸을 신비하고 특별한 대상으로 보고 문학, 예술, 건축 등에 적극 활용했다. 저자는 “우리는 단순히 스스로의 비위를 맞추고 싶다는 이유로 시간상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를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문재인 “한반도 긴장 고조에도 대화 없어…평화로 힘 모아야”

    문재인 “한반도 긴장 고조에도 대화 없어…평화로 힘 모아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4 남북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현 정부에서 가속화하는 남북관계 퇴색을 우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페이스북에 “남북관계가 또다시 앞이 캄캄한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섰다”며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고 대화의 노력조차 없어 걱정이 크다”고 썼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10.4 남북공동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은 한반도에 평화의 지도를 그리며 번영의 미래를 구상했던 10.4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라며 “10.4 선언의 담대한 구상은 우리 겨레의 소망을 담은 원대한 포부이면서 동시에 남과 북이 실천의지를 가진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역사적 선언 이후 11년의 긴 공백과 퇴행이 있었지만,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되살아남으로써,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문 전 대통령은 “다시 평화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함께 절실하게 평화를 바라며 힘을 모은다면, 보다 일찍 어둠의 시간을 끝내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문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가짜 평화를 부여잡고 종전선언에 집착하던 문 전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여전히 시대의 변화에 눈 감고 있다”며 “아직도 헛된 북한몽에 빠져 있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9.19 평양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서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결국은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위기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 변경을 촉구한 바 있다.
  • 文 “남북관계 캄캄한 터널 속… 대화 노력조차 없어 걱정”

    文 “남북관계 캄캄한 터널 속… 대화 노력조차 없어 걱정”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4 남북공동선언 16주년을 맞은 4일 “남북관계가 또다시 앞이 캄캄한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고 대화의 노력조차 없어 걱정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오늘은 한반도에 평화의 지도를 그리며 번영의 미래를 구상했던 10·4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10·4 선언의 담대한 구상은 우리 겨레의 소망을 담은 원대한 포부이면서 동시에 남과 북이 실천 의지를 가진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역사적 선언 이후 11년의 긴 공백과 퇴행이 있었지만,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되살아남으로써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시 평화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국민들이 함께 절실하게 평화를 바라며 힘을 모은다면 보다 일찍 어둠의 시간을 끝내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야만 다시 대화의 문이 열리고 평화의 시계가 돌아갈 것이며, 10·4 선언이 구상했던 평화번영의 한반도 시대가 꿈이 아닌 현실로 가까이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되곤 했다”며 보수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10·4 남북공동선언은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함께 개최한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 및 서명한 선언이다. 6·15 공동선언을 적극 구현하고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 수도 계량기 부터 맨홀 뚜껑까지…각종 부품 도난 극성 [여기는 베트남]

    수도 계량기 부터 맨홀 뚜껑까지…각종 부품 도난 극성 [여기는 베트남]

    최근에는 호치민~롱탄~다우자이를 잇는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가로등 기둥 덮개와 내부 전기 케이블이 도난당해 호치민시의 고속도로가 어둠에 휩싸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9월 17일 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열흘 만에 수십 개의 케이블이 도난당했고, 시공업체에서 교체하면 또다시 도난이 발생했다”면서 “지금은 자재가 없어 교체 작업을 못 하고 있어 고속도로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야간 운전의 안전성에 다소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치민 투득시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한편 베트남에서는 인프라 건설 중 장비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 8월에는 호치민 시내에서 약 수억동(수 백만원) 상당의 수도 계량기가 잇달아 도난당했다. 앞서 호치민 1군과 투득시를 연결하는 바손 다리에서도 맨홀 뚜껑 40개 이상을 도난당했고, 투티엠 도심의 투후 보도의 맨홀 뚜껑도 12개나 도난당했다. 호치민시 깐저군 차강을 건너는 다리는 조명 시스템 전원 케이블이 80% 이상 사라졌다. 눈부심 방지망 57개, 가로등 기둥, 전기 케이블 수십 개도 도난당했다. 총피해액은 110억 동(약 6억원)을 넘어선다. 도둑들은 주로 인적이 드문 밤에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없는 곳을 찾아가 수리공을 위장해 장비 부품들을 뜯어 간다. 이렇게 훔친 물건들은 고철, 전기 케이블 중고상에 팔아 이득을 챙긴다.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인 베트남에서 운전자들이 맨홀 구멍에 빠져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고속도로 가로등 전기 케이블을 도난당해 불빛이 들어오지 않아 야간 운전에도 위험이 도사린다. 베트남 당국은 인프라 장비 도난 방지를 위해 보안 인력, 감시 카메라, 경보 시스템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 
  • 아내 살해 후 ‘아궁이’에서 불태웠다…“좋은 곳 보내주려고”, 끔찍한 궤변[전국부 사건창고]

    아내 살해 후 ‘아궁이’에서 불태웠다…“좋은 곳 보내주려고”, 끔찍한 궤변[전국부 사건창고]

    처남 묘 갈등 끝에 아내 살해 소각사망보험금 빼 쓰고 봉분 대신 ‘잔디장’ 2017년 1월 2일 오후 5시 30분쯤 강원 홍천군 내촌면의 한 폐가. 한모(당시 53세)씨는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와 이 집 아궁이에 깔고 20ℓ들이 말통에 담긴 등유를 부었다. 30분쯤 지나 어둠이 깔리자 한씨는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서 아내의 시신을 꺼내 아궁이 나뭇가지 위에 앉힌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30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1심 판결문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씨는 아내의 시신을 불태우기 3시간쯤 전인 이날 오후 3시쯤 강원 춘천시 동산면의 한 공원묘지에서 아내 김모(당시 51세)씨를 살해했다. 아내 김씨는 이날 낮 12시쯤 어머니가 입원 중인 춘천시 모 요양원에 갔다 한씨를 만났다. 한씨는 이 자리에서 1시간 30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 아내에게 끈질기게 재결합을 요구했다. 둘은 2006년 11월 재혼했으나 범행 5년 전부터 별거 중이었다. 별거의 원인은 한씨의 폭언·폭행과 함께 경제적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2015년 11월 아내 김씨의 오빠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사망보험금 일부를 고의로 빼돌려 쓰고 봉분으로 만들려던 오빠 묘를 잔디장으로 바꿔 안치했다. 둘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한씨는 아내 김씨가 전화를 받지 않고 피하는 데다 장인이 보험금을 가로챈 자신을 고소하자 이날 꼼수를 부려 아내를 요양원으로 유인했다. 한씨는 요양원에 “장모를 집으로 모시겠다”고 퇴원을 요구했고 요양원이 경기 남양주에 사는 김씨에게 방문을 요청하면서 이날 참혹하게 끝난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김씨는 한씨의 재결합 요구를 거절하고 “이미 법원에 이혼소송 서류까지 냈다”고 알린 뒤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한씨는 아내가 춘천에 오면 오빠 묘를 들른다는 것을 알고 동산면의 추모공원으로 가 김씨가 오기를 기다렸다. 1시간쯤 지나 김씨가 오빠 묘에 나타났고, 둘은 또 오빠 묘·이혼 문제로 다투기 시작했다. 한씨는 돌벽 앞에 서 있던 아내를 거세게 밀쳐 벽에 뒤통수를 부딪치게 했다. 김씨는 휘청거리면서 “너는 역시 안돼. 경찰에 신고할 거야”라고 말했다. 한씨는 아내의 머리를 붙잡고 벤치 모서리에 수없이 내리찍어 숨지게 했다. 한씨는 아내가 숨지자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실은 뒤 1시간 정도 떨어진 홍천의 폐가로 향했다. 자신이 부동산개발업을 하면서 눈여겨봤던 집이다. 한씨는 홍천군에 도착하자 슈퍼마켓에서 말통 2개와 장갑 등을 구입하고 인근 주유소에서 산 등유를 말통에 담아 폐가로 간 뒤 아내의 시신을 불태웠다. 김씨의 딸은 “춘천에 갔다 오겠다”고 나간 엄마가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한씨에게 전화했으나 그는 “모르겠는데, 왜 무슨 일 있냐”고 시치미를 뗐다. 딸은 이튿날 “엄마가 춘천에 갔는데 하루가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는다. 새아빠가 납치한 거 같다”고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시신 없음’에 범행 부인“풀어주면 아내 데려오겠다”아내 유골 찾아내자 자백 경찰은 추모공원 폐쇄회로(CC)TV를 통해 김씨 차량이 들어오기 1시간 전쯤에 한씨의 차량이 먼저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의 혈흔도 추모공원 일대에서 다량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남편 한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범행 1주일 만인 같은달 9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한 주차장에서 그를 검거했다. 한씨는 애초 ‘시신이 없는’ 점을 노려 “묘지에서 아내와 다투고 내가 먼저 추모공원을 떠났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범행한 날 밤 셀프 세차장에서 세차용 압력 분무기로 차량 뒷좌석에 물을 쏘아대며 마지막까지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쓴 그였다. 한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까지도 “나를 풀어주면 아내를 찾아올 수 있다”고 호기를 부렸으나 경찰이 그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증거를 찾아 들이밀자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폐가의 아궁이와 부엌 바닥에서 김씨의 유골을 찾아냈다. 또 김씨의 핸즈프리 기기와 한씨가 피운 담배꽁초도 발견했다. 둘 다 혈흔이 묻어 있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감식 후 김씨의 피라고 밝혔다. 한씨는 “아내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려고 시신을 가부좌 자세로 앉혀놓고 기름을 부어 불에 태웠다”고 진술했다.한씨는 살인 및 사체 손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전자발찌 부착 20년을 명령받았다. 한씨는 항소하고 대법원에 상고도 했으나 모두 기각돼 2017년 12월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시신 소각은 장례 아닌 범행은폐”징역 20년, “우발적 범행이다” 1심을 진행한 춘천지법 제2형사부(당시 재판장 이다우)는 2017년 6월 “한씨는 아내가 머리에 피가 나고 몸이 축 늘어졌는데도 머리를 벤치에 계속 내리찍었다.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하다”며 “한씨는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아내의 시신을 폐가의 아궁이에서 불태운 것은 통상적 장례 절차의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씨가 행주, 페브리즈 등을 구입해 아내 시신을 옮긴 차량을 닦고 셀프세차장에서 더 세척한 것을 볼 때 시신 소각은 수습이 아니라 범행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방청석에 있던 김씨의 딸 등 유족들은 “엄마를 무참하게 살해한 피고인이 이번에는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려 한다. 너무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눈물을 쏟았다. 한씨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거나, ‘국선 변호인에게 변론을 맡길 수 없다’고 진술을 거부하면서 재판이 계속 공전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법원 경위들이 소란을 수습하려고 하자 만류하며 “유족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유족을 다독인 뒤 “형사 재판은 모든 절차가 매우 엄격해 함부로 진행할 수 없고 절차에 하자가 생기면 자칫 파기될 수 있다. 재판이 미뤄져도 피고인에게 유리하지 않으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항소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당시 재판장 김재호)는 그해 10월 “살인의 고의가 충분하고 시신을 태운 게 장례 절차였다는 한씨의 주장은 범행 은폐 목적으로 보인다”며 “다만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의 형량은 합리적이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고흐가 남긴 ‘별빛의 주문’[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고흐가 남긴 ‘별빛의 주문’[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희망이 좌절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고흐가 그린 밤하늘의 별빛이다. ‘별’을 그린 화가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별빛’을 그런 방식으로 그린 화가는 고흐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고흐는 단지 별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니라 별빛의 아우라를 그리고 싶었던 것 아닐까. 고흐의 별빛은 불꽃놀이처럼 아스라하게 번져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물 위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소용돌이 같기도 하며, 초신성이 폭발하는 것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품어 안고 있는 듯하다. 고흐는 별빛을 그릴 때조차 마치 자화상을 그리듯 격렬하게 자신의 마음을 투사했다. 그리하여 고흐의 별빛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일종의 은밀한 암호나 신비로운 주문처럼 느껴진다. 제발 이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기를, 부디 내 안에 숨어 있는 최고의 빛을 그림을 통해 발현할 수 있기를. 고흐는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듯, 은밀히 주문을 외우듯, 별빛을 그렸을 것이다.“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없지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됩니다.” 고흐는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고흐는 별을 그릴 때만은 행복했다고 한다. 누이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밤하늘의 별을 그릴 때야말로 모든 시름을 잊는 행복한 순간이라고 고백했다. 아마도 그 간절함이 별빛에 그토록 많이 투사되어 있기에 전 세계 사람들은 여전히 고흐가 그린 밤하늘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별빛에 무슨 간절한 사연이 깃든 것처럼, 별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간곡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처럼, 그렇게 고흐가 그린 밤하늘은 아름답게 빛난다. 편안하고 지루하게 사느니 차라리 열정적으로 살다가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고흐. 그에게 열정이 없는 삶은 무덤과 같았으며 그 열정은 바로 사랑, 예술, 이상을 향한 멈출 수 없는 동경이었다. 그는 예술이야말로 삶으로 인해 망가지고 부서진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몸짓임을 알고 있었다. ‘밤의 카페 테라스’와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과 ‘별이 빛나는 밤’을 나는 ‘고흐의 별빛 3부작’으로 부르고 싶다. 이 별빛 3부작에는 뭔가 보이지 않는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아를에서 그린 ‘밤의 카페 테라스’에는 인간 세상의 환한 빛과 별빛으로 반짝이는 어두운 밤하늘이 대비되면서 밤하늘이 아름다운 조연처럼 그려진다면,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반대로 인간이 아주 작고 소박한 조연처럼 그려지고 강물 위로 쏟아지는 별빛이 비로소 진정한 주연으로 등장하는 느낌이다. 생레미에서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은 모든 주변의 풍경을 압도하는 별빛의 격동적인 불꽃놀이가 보는 이의 마음을 격하게 사로잡는다. 마치 별들이 장엄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거대한 군무를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흐가 별을 그린 모든 작품이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친근감을 느끼는 작품은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이 작품은 꼭 아를이나 생레미처럼 머나먼 유럽으로 떠나지 않아도 우리 동네 근처의 강물이나 호수에 비친 밤하늘의 별빛처럼 친밀하게 느껴진다. 내가 오르세 미술관을 여러 번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파리에 가면 또 오르세 미술관을 가야지’라는 결심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그림 때문이다. 고흐, 모네, 세잔, 마네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들의 걸작이 모여 있는 너무나도 볼 것 많은 미술관이지만,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나만의 원픽’은 바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론강의 별빛이 오르세 미술관에서 빛나는 한, 나는 오르세 미술관을 향한 그리움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나는 일부러 ‘고흐의 방’을 남겨두고 다른 작품들부터 쭉 먼저 돌아본다. 고흐를 마지막에 봐야 감동의 여운이 더 길게 남을 것 같아서. 언제 봐도 도발적이고 발칙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지베르니에 집을 짓고 자신의 집을 거대한 아틀리에로 만들었던 모네의 ‘수련’, 춤을 추는 댄서들의 동작을 평생 연구했던 드가의 연작들,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의 걸작 등을 벅찬 감동으로 천천히 관람한 뒤 나는 고흐의 방으로 거의 뛰다시피 걸어간다. 고된 노동을 잠시 멈추고 달콤한 낮잠에 빠진 농부의 ‘시에스타’, 하늘색과 민트색 붓 터치가 고흐를 마치 살아 있는 인물처럼 꿈틀거리게 만드는 ‘자화상’, 그리고 고흐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해 준 벗이자 의사였던 ‘가세 박사의 초상’ 등을 다 둘러본 뒤 나는 마치 ‘피날레 모멘트’를 오래오래 기다린 관객처럼 벅찬 감정으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선다.고흐는 ‘검은색을 쓰지 않은 밤’을 꿈꾸었다. 그가 보기에 밤하늘은 대낮보다 훨씬 풍요로운 색채의 스펙트럼으로 물결치고 있었기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 풍요로운 색채로 일렁이는 것은 바로 흔한 검은색을 쓰지 않고 파란색, 보라색, 녹색, 레몬색으로 밤하늘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밤하늘을 오랫동안 관찰해야만 바라볼 수 있는 다채로운 빛의 스펙트럼을 그는 이해했던 것이다. 그는 실제로 한밤 야외에 이젤을 세워놓고 이 그림을 그렸다. 보통 다른 화가들은 낮에 야외에서 스케치를 하고 밤에 아틀리에에서 보다 안전한 환경을 확보한 채 색칠을 했지만, 고흐는 바로 그 순간 별이 그 모습으로 빛날 때 반드시 현장에서 그려야만 별빛의 감동을 그대로 담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춥거나 바람이 불거나 무섭거나 고통스러울 때조차도 그는 오래오래 별다른 장비 없이 야외에서 버티며 ‘바로 그 순간의 그 빛’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나는 고흐의 이런 투지를 사랑한다. 내게 절실한 용기, 내게 부족한 용기이기 때문이다. 편안함에 이끌리고 아늑함에 매혹되는 나를 다그쳐 어서 바깥으로 나가 모험을 시작하라고, 내 안에서 새로운 실험과 떠남을 부추기는 사람이 바로 빈센트 반 고흐다. 고흐는 어둠 속에서도 어둠만을 보지 않았다. 어둠이야말로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 새로운 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세상이 힘들고 각박해질수록 우리는 어둠 속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빛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고흐가 편지에서 밝힌 것처럼 어두운 곳에서는 색조의 특성을 명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녹색을 파란색으로, 분홍색 라일락을 파란색 라일락으로 칠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더 그윽하고 미묘하게 타오르는 색채의 섬세한 일렁임을 그리기 위해서는 밝은 화실의 익숙한 조명이 아니라 ‘바로 지금 오늘의 밤하늘, 바로 이 순간의 별빛’이 필요했다. 고흐가 보기에는 기존의 화가들이 그린 밤은 대부분 ‘검은색’으로 그려졌고, 어둡고 창백하며 희끄무레하고 흐리멍텅하게 느껴지는 색채의 조합이 밤하늘의 대명사처럼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고흐는 보다 찬란한 밤을 꿈꾸었다. 촛불 하나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가장 풍요롭고 싱그럽게 빛나는 노란색과 주황색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밤을 그리고 싶었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검고, 단조롭고, 아무런 창조적인 해석이 느껴지지 않는 기존의 단조로운 밤하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흐의 시도가 마침내 성공한 실험이었던 것이다.위대한 예술작품은 우리 마음속에 ‘자기만의 독립적인 방’을 만들어준다. 내 마음속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방은 물론 클로드 모네의 방, 피카소의 방, 조지아 오키프의 방, 마크 로스코의 방 등 수많은 아름다움의 비밀 처소들이 있다. 나의 힐링 스페이스는 단지 지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뿐 아니라 지도에도 없는 곳, 주소조차 없는 곳,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첫사랑의 설렘이 시작되던 장소나 처음으로 그 사람과 손을 잡은 장소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고흐의 방, 모네의 방, 클림트의 방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곳은 내 마음속에서 예술이라는 눈부신 별자리가 그려지기 시작하는 장소이기에. 나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이 세상이 내가 꿈꾸던 것만큼 따스하고 친절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고흐를 생각하며 힘겨운 시간들을 버텼다. 바깥세상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고통과 충격으로 가득할 때조차도 ‘내 마음의 힐링 스페이스’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고 있어 비로소 내 지친 마음이 쉴 수 있기에. 한낮에도 눈을 감으면 군청색의 밤하늘과 레몬색의 별빛이 반짝이는 고흐의 별밤이 마치 3D 영화처럼 내 마음속에서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한낮에도 나는 언제든 내 마음속 고흐의 별빛으로 잠겨들 수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에 힐링 스페이스를 지을 수 있다. 사랑하는 존재의 흔적이라는 씨앗을 우리 마음의 토양 속에 영원히 심음으로써. 고흐의 별빛이라는 씨앗, 모네의 수련이라는 씨앗, 클림트의 키스라는 씨앗이 내 마음속에 둥지를 튼 한, 나는 결코 어디서든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예술의 감동이 내 마음에 뿌린 감동의 소나기가 언제든 내 마음을 촉촉이 적셔줄 것이므로. 당신에게도 내 마음속에 집을 짓기 시작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의 방들’, ‘힐링 스페이스의 씨앗들’을 고스란히 선물해 주고 싶다. 사랑과 희망이 있는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끝내 이 슬픔과 우울의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을 테니. 문학평론가·작가
  • 현명하고 용감한 사람들은 작은 불꽃입니다[어린이 책]

    현명하고 용감한 사람들은 작은 불꽃입니다[어린이 책]

    옛날 어느 나라에서는 월요일에 태어난 아이를 ‘쥐’라고 불렀다. 태어난 뒤 3개월이 지나면 등에 쥐 문신을 새기고 동물보다 못하게 취급했다. 어느 날 군인들이 아이들을 뺏으려 하자 문신 속에서 진짜 쥐들이 나타나 군인들을 공격한다. 공포로 가득한 나치의 포로수용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린 릴라에게 문느는 ‘쥐들’을 시작으로 매일 밤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짓말쟁이’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처형하는 거짓말쟁이 왕이 등장한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길들인 표범을 왕에게 바치고, 표범에게 물린 왕은 비명을 질러 댄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마저도 거짓이라 여기고 결국 왕은 표범에게 잡아먹힌다. 끊임없는 폭력이 이어지면서 맞닥뜨린 상황을 그린 ‘세상의 종말’, 왕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탓에 결국 시민들의 혁명을 부른 ‘물과 빵’, 한국 청소년들이 놓인 상황을 빗댄 듯한 ‘책과 채찍’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열두 편을 담았다.동화는 인종차별, 저항, 반란, 법의 부조리 등을 주제로 제시한다. 차별에 반대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부조리와 독재에 맞서는 이들을 통해 연대의 가치를 드러낸다. 희망 없는 내일을 두려워하는 릴라에게 들려준 이야기 속 현명하고 용감한 사람들은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꽃과도 같다. 수록된 이야기 중 일부가 연극으로 각색되기도 했을 정도로 하나하나가 수준이 높다. ‘프랑스 교육부 초등학생 권장도서’로 선정됐다는 스티커가 표지에 붙었는데, 읽어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NASA 도우미 다누리, 달 남극 지하 4㎞ ‘영원한 어둠’ 밝혔다

    NASA 도우미 다누리, 달 남극 지하 4㎞ ‘영원한 어둠’ 밝혔다

    지난해 8월 발사된 한국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가 영구음영지역으로 불리던 달 남극의 섀클턴 충돌구 안쪽을 환히 드러냈다.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한국의 다누리와 2009년부터 활동 중인 미국의 ‘달 궤도 정찰선 카메라’(LROC)를 이용해 역대 가장 상세한 섀클턴 충돌구 사진을 완성, 공개한다고 밝혔다. 섀클턴 충돌구는 영국계 아일랜드인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1901~1922)에서 따 왔다. NASA는 “LROC는 태양광이 미치지 않는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기 어렵지만 애리조나주립대 주도로 개발한 섀도캠은 빛 민감도가 200배 더 높아 극도로 어두운 조건에서도 촬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섀도캠은 지구나 달의 다른 지형에서 반사된 빛을 민감하게 받아 촬영한다. 반대로 태양광이 직접 반사돼 빛의 양이 많은 지역은 촬영이 어렵다. LROC는 밝은 곳을 촬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 NASA는 LROC와 섀도캠 이미지를 적절히 섞어 달의 남극 지도를 제작했다. NASA는 또 “영구적으로 그림자가 있는 지역을 이전보다 더 자세히 이미지화할 수 있었다”며 “얼음 퇴적물이나 기타 얼어붙은 휘발성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예상돼 연구 및 탐사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달 남극 지역의 더 완전한 지도는 미래 탐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NASA는 한국과 협조해 다누리에 섀도캠을 달았다. 대신 우리나라는 NASA가 보유한 심우주 통신망을 활용해 다누리의 항행을 지속적으로 추적했다. 달 남극의 거대한 에이켄 분지 내에 있는 섀클턴 충돌구는 지름 21㎞, 깊이 4.2㎞다. 달은 자전축이 거의 수직으로 서 있기 때문에 달 남극 충돌구의 봉우리 쪽엔 언제나 햇빛이 비치지만 충돌구 안쪽 깊숙한 곳은 영원히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이에 따라 섀클턴 충돌구 안쪽 바닥은 평균 영하 180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증발되지 않은 얼음 형태의 물이 아직 남아 있을 것으로 보는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 달 착륙은 물론 장기적인 달 거주를 위한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미국 역시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이 지역에 전초기지를 세울 계획이다. 과학계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금껏 인간이 탐사한 이력이 없는 곳이다. 수십억년 동안 퇴적된 얼음이나 여러 휘발성 물질이 고체 상태로 있을 것으로 예상돼 과학계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달과 태양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얼음은 수소와 산소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발사체 연료는 물론, 달 거주 시 생명 유지 체계에 쓰이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번에 제작한 지도는 내년 달에 착륙할 극지방 탐사 차량 바이퍼(VIPER·Volatiles Investigating Polar Exploration Rover)의 임무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다누리는 오는 2025년 12월까지 달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의 달 착륙 계획을 위한 후보지를 찾는 것은 물론, 티타늄이나 헬륨-3 등 주요 자원 위치도 탐사할 계획이다.
  • 우크라이나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러시아 음악 푸틴 것 아냐”

    우크라이나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러시아 음악 푸틴 것 아냐”

    우크라이나 출신 세계적인 지휘자인 옥사나 리니우가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은 푸틴의 것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리니우는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인 아람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 협주곡’,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2번’을 선보인다. ‘밤의 기도’는 지난 3월 리니우가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 초연한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으로 고국의 평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작곡가의 고향인 아르메니아의 민속 음악을 활용한 곡으로 2000년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이 협연한다. ‘교향곡 제2번’은 정밀함과 감수성을 겸비한 리니우의 무대로 관심을 끈다. 이번에 선택한 곡이 모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음악가라는 점이 흥미롭다. 리니우는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흐마니노프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면서 “인류 안에 있는 신적인 것을 발현시켜 구원받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르킨의 작품에 대해서는 “제가 같이 작업해 이번에 유럽 작곡가상을 받았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음악을 한국에 처음 소개해서 영광”이라고 했다.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 음악에 대한 보이콧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리니우는 “그런 움직임에 반대한다”면서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은 한 나라에 속한 게 아니라 세계가 공유하는 인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주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서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 작곡가의 음악을 국가별로 나눠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라흐마니노프가 살아 있었다면 푸틴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발발 이후엔 우크라이나에 못 가봤다는 리니우는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없다”면서 “버스나 기차로 30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그를 만나러 독일이나 체코에 오고, 그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의 연습도 외국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리니우는 지난해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 역사상 최초로 259년 역사의 볼로냐 시립 극장 음악총감독에 오르고 2021년에는 독일 바이로이트 오페라 축제에서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지휘하며 축제 14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이름을 남기는 등 지휘계 여풍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꼽힌다. 인기가 남달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이스라엘, 스웨덴 등 앞으로 조만간 가야 할 나라도 수두룩하다. 바쁜 활동 중에도 그가 놓지 않고 잊지 않는 것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세상에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예술가의 책무에 대해 강조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14살인 새 단원이 왔는데 뭐가 좋으냐 했더니 안전한 곳에 있어서 좋다고 했어요. 이 친구가 키이우에서 왔는데 방공호에 숨어있거나 공습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친구들 만나고 지원받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예술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세계에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게 해요.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는 힘과 정신적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어요.”
  • 서울 한복판 땅밑에 종유석?… 40년 만에 빛본 미지의 터널

    서울 한복판 땅밑에 종유석?… 40년 만에 빛본 미지의 터널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서울시청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 사이 숨겨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캄캄한 어둠 속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바로 밑으로 지나간다는 지하철 2호선의 열차 소리가 통로 가득 울렸다. 바닥에서는 열차가 이동하면서 만드는 진동이 느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2호선 노선 바로 위 공간이기 때문에 지하철의 이동이 온몸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5일 오전 서울광장 13m 아래 공개되지 않았던 3182㎡(약 1000평) 규모의 지하 공간을 공개했다. 시는 폭 9.5m, 높이 4.5m, 총길이 335m의 이 공간을 시민들에게 공개한 뒤 활용 방안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어둠 속 통로에는 자연 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종유석이 만들어져 있어 이 공간의 감춰진 역사를 가늠케 했다. 지하 공간 천장 위로 지나는 근대 배수로에서 떨어진 물이 종유석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시는 설명했다. 300m가 넘는 통로를 15분가량 걸어 밖으로 나오니 마치 잠깐 동안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날 공간 해설을 맡은 건축가 이재원 도시건축정유소 대표는 “서울의 도시 개발 역사를 지하 공간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1983년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하 공간은 당시 관리 기관이 서울시지하철본부(1974~1981년)에서 서울시지하철공사(1981~2005년)로 이관되면서 자료가 소실돼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다. 시는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추측하고 있다. 시는 이 공간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특별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었다. 이번 사업은 지하철 역사 공간을 도심 명소로 만드는 ‘지하철 역사 혁신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시는 여의나루역 전체를 러너 스테이션으로 조성하고 문정·시청역에 스케이트보드 등 이색 스포츠 체험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는 시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시청광장 지하 공간을 시민들이 최대한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는 오는 8~23일 매주 금·토요일 하루 4회(오전 11시, 오후 1·3·5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숨은공간, 시간여행: 지하철 역사 시민탐험대’를 운영한다.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출발해 시티스타몰~숨은공간~시청역~도시건축전시관 코스로 안전을 고려해 회당 10명 내외로 한정한다. 참가자들은 안전요원 3인과 함께 해당 공간을 체험하고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상상도 못 했던 서울광장 아래 지하공간을 눈으로 확인하고 걸으며 도심 속 숨겨진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으로 조성해 서울의 새로운 매력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 신산업 융합 국가대계 첨병… 현장형 업무 능력 타 부처도 호평 [윤석열 정부-2023 공직열전]

    신산업 융합 국가대계 첨병… 현장형 업무 능력 타 부처도 호평 [윤석열 정부-2023 공직열전]

    국토교통부는 교통부와 부흥부를 모체로 한다. 1948년 교통부가 먼저 출범했고 1955년 부흥부가 신설됐다. 부흥부는 1961년 건설부로 변경됐다. 건설부와 교통부가 1994년 한 지붕 아래 모이며 건설교통부로 개편됐다. 2008년 해양수산부의 해양 업무와 행정자치부의 지적 업무를 흡수하면서 국토해양부로 몸집을 키웠다. 이후 2013년 해양수산부가 분리돼 현재 국토교통부로 재탄생했다.과거 건설과 교통으로 업무와 인맥이 분리됐지만 최근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1·2차관실을 오가며 일하는 간부와 직원이 늘었다. 국토부 1차관 산하는 국토·도시, 주택, 건설 등 옛 건설부가 맡았던 분야를 전담한다. 국토부 2차관 산하는 자동차·철도·항공 등 교통정책과 도로 건설·유지 정책 등을 다룬다. 광역교통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며 2019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출범했다. 신설 당시 별도 조직 정도로 분류되던 대광위의 위상이 올해 들어 특히 높아지는 분위기다. 전통적인 건설·교통 분야에 몰두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분야를 막론하고 스마트시티, 모듈러주택,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산업과의 융합이 국토부의 핵심 업무가 됐다. 업무 특성상 국토부 직원들은 현장에 강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다른 부처에 파견을 가서도 국토부 직원들은 일을 잘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고 한다.[장관 직속] 백원국 2차관은 열정이 넘치고 추진력 있는 ‘워커홀릭’ 스타일이다. 업무 그립이 센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백 차관은 국토·지역개발·도시정책 전문가로 공직생활 대부분을 주택 분야에 몸담았다. 행복주택정책과장으로 재직할 때는 일부 주민 반대로 지구 지정이 취소돼 사업 차질 논란이 불거졌던 행복주택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 밖에도 국가균형발전과 도시재생 등 갈등이 발생하는 정책 분야에서 중재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대통령실에 파견돼 국토교통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대응, 심야택시 대책,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등 교통 현안을 진두지휘했다. 이런 역량을 인정받아 기수를 초월해 2차관으로 발탁됐다. 현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및 지방 광역철도의 신속한 추진 등 교통망 확충과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민 관점에서 정책을 정교하게 기획해 실효성을 높이고 리스크는 줄이는 것이 목표다. 취미는 축구다. 서기관 때까지 현역으로 축구장을 누볐고 국장 시절에는 축구 동호회 회장이었다. 현재도 축구에 관심은 많지만 후배들에게 필드를 내주고 관전을 즐긴다. [교통물류실] 이윤상 교통물류실장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소통과 소신으로 해결하는 ‘합리적인 원칙주의자’다. 지난 6월 우리나라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서 참석국 만장일치로 국제철도운송협정에 가입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모나지 않은 성격에 직원들을 편하게 대해 주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 2021년 ‘국토부 노조 선정 모범리더’로 꼽혔다. 사우디 주재원 시절 해외건설협회 선정 ‘자랑스러운 해외 외교관상’을 받을 정도로 업계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국토부 대표 ‘흥부자’인 이 실장은 2년 전부터 기타 치며 노래하는 취미를 즐기고 있다. 영국 가수 스팅의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가 18번이다.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도 즐겨 부른다. 엄정희 종합교통정책관은 성격이 유하면서도 업무 추진력이 남다른 외유내강형 리더로 평가된다. 꼼꼼하고 섬세한 스타일로 평소에도 직원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2021년과 올해 노조 선정 모범리더로 뽑히는 등 직원들의 신뢰가 높다.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 당시 건축정책관으로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건축물 해체 공사에 대한 규제 강화에 앞장섰다. 노후 기반시설 안전 대책 수립을 주도하는 등 굵직한 업무를 무리 없이 잘 해결한다는 평이 뒤따른다. [항공정책실] 정용식 항공정책실장은 똑똑하고 부지런한 학구파다. 어린 시절부터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 현재도 메모장을 갖고 다니며 필요한 게 있으면 세심하게 기록한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깊이 고민한다. 조율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으로 모범리더에 뽑힐 만큼 신망이 두텁다. 특히 항공 업무에서 잔뼈가 굵었다. 항공안전정책관, 항공정책관, 신항공기획과장 등을 지내고 드론과 UAM 관련 기본계획, 법령 제정 등 산업 지원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 항공 정비·수리·분해조립(MRO) 산업 본격화를 위해 전문 법인 설립을 주도했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 제주2공항, 울릉공항 등 주요 공항 추진에도 선도적 역할을 했다. 국토부 내 자전거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평일 저녁에도 시간이 되면 라이딩을 즐긴다. 김영국 항공정책관은 섬세한 업무 스타일을 자랑하며 기획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안에 적극 대응하며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평이 더해진다. 김포공항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 설립을 주도했다. 대변인으로 근무해 언론과의 소통에 강하다. 대광위 광역교통정책국장 재직 시절에는 신도시 등 128개 택지지구 전수조사를 통한 광역교통 단기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는 항공정책 수장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 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름 때문에 ‘잉글랜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등산을 좋아해 관악산, 청계산, 서달산 등 서울 근교 산에 즐겨 오른다.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은 항공대를 나와 항공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항공 분야 전문가다. 7급으로 공직에 발을 내디뎠지만 5급 경력 채용으로 다시 국토부에 들어가 간부 자리에 올랐다. 책임감이 강한 데다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강단을 지녔다는 평이 많다. 2021년 제주 남단 항공 관제권을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38년 만에 되찾아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파견 경험이 밑거름됐다. 영어에 능통한 유 국장은 선출직인 ICAO 항행위원 19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혀 재선까지 6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세계사에 관심이 많으며 특히 항공 관련 역사를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평소 관련 서적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이상일 공항정책관은 온화하고 수더분한 성품을 지녔지만 강단 있는 업무 추진력을 발휘해 굵직한 정책을 다수 마련했다. 부동산산업과장 시절 공인중개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개수수료를 개편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자동차정책과장 때는 BMW 차량 화재 원인을 밝히고 자동차 결함을 숨기면 최대 5배를 배상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시행에 앞장섰다. 권위 의식이 없고 직원들과의 호흡을 중시해 올해 국토부 노조 선정 모범리더로 선정됐다. 평소 높은 산에 올라 능선을 타고 오랫동안 걷는 것을 즐긴다. 금수산과 가야산을 가장 좋았던 등산 코스로 꼽았다. 등산 중 절경 사진을 찍는 것도 취미다. [모빌리티자동차국] 전형필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자애롭기로 명망이 높은 ‘사람 냄새 나는 리더’로 꼽힌다. 국토부 내 대표 주당이어서 술집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많다. 수수한 성격으로 호불호 없이 따르는 후배가 많다. 짜증 내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직원들은 전한다. 잔잔하면서도 나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자질구레한 것에 목매기보다는 큰 틀을 제시하고 추진력을 펼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모빌리티자동차국의 수장을 맡으며 최근엔 자율주행, UAM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어둠이 드리워진 구산업과의 조정 역할을 해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 [도로국] 이용욱 도로국장은 공직생활의 절반 이상을 도로에 바친 ‘도로 전문가’다. 올해 말이면 고속도로 5000㎞ 시대가 열리는데 이와 관련해 굵직한 계획에 상당수 참여하며 전문성을 발휘했다. 이 국장은 전국에 있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다닐 때면 계획 사업을 집행한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릴 정도로 도로에 애착이 깊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졌을 때 전문성을 토대로 논란을 비교적 빠르게 봉합했다는 평이다. 과거 사패산과 천성산 터널 관련 환경 갈등 때도 민자도로사업팀장으로 중재 역할을 했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며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펼치는 정책을 추구한다. 취미는 등산이다. 한국의 100대 명산 중 절반을 올랐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꿈도 꿨지만 현재는 접어 둔 상태다. [철도국] 박지홍 철도국장은 직원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덕장’ 스타일 리더다. 잔정이 많고 유머와 재치를 가져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따를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기획통’으로 실력도 갖춰 국토부 내에선 승승장구할 에이스로 꼽힌다. 도를 넘지 않고 선을 잘 지키는 성격이다.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으로 2029년 조기 개항 추진을 이끌었다. 자동차정책관 시절엔 자동차 교환·환불 조정 절차를 도입하며 한국형 레몬법을 손봤다. 사람들과 소주 마시는 것을 즐기는데 평소엔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건강을 챙긴다. 정채교 철도안전정책관은 1·2차관실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열성적인 업무 추진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현재는 안전 업무를 소관하는 만큼 소명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예전엔 너그러웠지만 안전 업무를 담당하며 까탈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스타일로 호탕하고 소탈한 간부로 불린다. 취미로 수영을 배운 지 3~4년이 됐다. 겨울엔 스키도 탄다. 영어 공부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미지의 세계로 여행 가는 것을 꿈꾼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강희업 대광위 위원장은 전통 교통수단과 미래 모빌리티를 포괄하는 교통 전문가다. 주로 도시와 광역 모빌리티 업무에 특화돼 있다. 교통 전문 대학원인 영국의 리즈대에서 교통정책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에선 교통기술사를 취득해 이론과 실무에 모두 밝다는 평가다. 철도국장 재직 시절 GTX A, B, C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조직위 수송교통국장으로 파견 나가 사고 없이 선수단 수송 업무를 완수했고, 올림픽 최초 통합 교통앱 ‘Go 평창’을 개발해 지원했다. 현재는 대광위에서 철도·항공·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로 모은 앱 MasS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과 토론을 즐기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아이디어 뱅크’로 불린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사람을 좋아하는 스타일로 친화력이 좋다. 키가 188㎝로 국토부 내 손꼽히는 장신이다. 최근엔 기후변화의 역사와 다윈지능 등 진화심리학, 한국 경제 발전사 등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수상 대광위 상임위원은 실력과 인품을 갖춘 리더로 꼽힌다. 조용하면서도 직원들을 다독이며 배려하는 따뜻한 면모를 지녀 모범리더로 선정되는 등 신망이 두텁다. 옳다고 생각하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강한 면모도 가졌다. 주택과 물류를 두루 경험한 수재다. 주택토지실장 재직 당시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 마련과 공정한 부동산시장 질서 확립에 힘썼다. 교통물류실장 때는 화물연대 파업에 맞서 강대강 대치에도 원칙 대응을 고수하며 파업 철회를 이끌어 냈다. 김영한 대광위 광역교통정책국장은 스마트하면서 샤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 수줍음이 많고 온화한 성격이지만, 일을 할 때는 촌철살인의 면모를 드러낸다. 순간 판단력이 좋고 기획력이 뛰어나다. 또 자신이 맡은 업무의 중요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빈틈없이 처리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눈에 들어 직전까지 대변인직을 수행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업무 이해도가 뛰어나고 소통 능력이 탁월한 대변인으로 높은 신뢰를 받았다. 공과 사가 명확해 때로는 잔정이 부족하고 차가운 느낌을 준다는 평도 있다. 주택 분야에 오래 몸담은 ‘주택통’으로 분양가 기준 개선과 주택 공급 등을 주도했다. 안석환 대광위 광역교통운영국장은 솔선수범하는 듬직한 리더로 핵심을 명확히 파고드는 일처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황 판단이 정확하고 중재 능력을 갖췄으며 현장에 강하다. 출퇴근 시간 호흡곤란 승객까지 나왔던 김포 골드라인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버스전용차로 설치와 도로 확장 등 개선책을 내놓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파견 근무를 하는 등 국제적 감각도 탁월하다.
  • 사람 보듬는 ‘바람의 노래’… 오롯이 담아낸 공존의 공간[건축 오디세이]

    사람 보듬는 ‘바람의 노래’… 오롯이 담아낸 공존의 공간[건축 오디세이]

    “온기와 생명을 밑바탕에 두고 그 지역의 전통과 문맥, 에센스를 어떻게 건축에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1937~2011)에게 바람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대지를 어루만지고, 사람을 보듬는 바람. 1937년 재일교포로 태어나 40여년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경계에서 활동했던 그에게 바람은 그런 것이었다. 자신의 정신적 뿌리인 한국의 역사, 전통, 문화를 탐구하고 고미술품을 수집하며 고유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고 마침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던 이타미 준의 예술정신을 오롯이 담은 유동룡미술관이 제주시 한림읍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에 들어섰다.#재일교포 이타미 준, 영감 원천은 바람 현무암이 불규칙하게 깔린 암괴 지대에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곶자왈의 풍광에 익숙해질 때쯤 나지막한 미술관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단단해 보인다. 강한 바람과 비를 이겨 낸 제주의 전통 민가, 혹은 오름처럼. 새들이 목청껏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담을 끼고 들어가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간다. 로비의 바닥과 벽은 온통 먹색이다. 미술관을 가득 채운 독특한 향기가 후각을 건드리는데 눈길은 자연스럽게 빛을 따라간다. 왼쪽에 있는 타원형의 매스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타원형을 살려 만들어진 통창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고 창 너머로 보이는 고요한 풍광은 무척 아름답다. 곶자왈의 자연 속에 차분하게 들어선 유동룡미술관을 설계한 이는 유이화 이타미준미술재단 대표다. 유동룡은 고국의 이화여대에 진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아 맏딸에게 ‘이화’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아버지 소원대로 이화여대에서 건축을 전공했다.“재일교포로서 경계에 살았던 아버지를 닮아 어둠 속 밝음, 고독함 속의 고요함과 따뜻한 온기가 흐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유 대표는 “이타미 준의 주요 주제인 ‘바람’을 의식하고, 제주의 풍토에 순응하며, 주변 곶자왈이 가진 수평적이고 고요한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을 한다는 것이 설계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건축이란 모름지기 지역과 역사 그리고 풍토에 뿌리를 두고, 관계에 대한 집중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타미 준은 저서 ‘손의 흔적’에서 “제주도의 지형이 타원형에 가깝다는 의식 때문인지 스케치 또한 자연스럽게 타원형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고 했었다. 그래서일까. 유 대표는 문화 용도로 묶인 제주의 도유지를 매입한 뒤 가장 먼저 대지에 타원형을 그리는 것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타원형 공간은 1층과 2층에서 모두 이 미술관의 핵심이 된다. 1층의 타원형 매스는 이타미 준의 라이브러리로 꾸미고 ‘먹의 공간’이라고 이름 지었다.“아버지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간은 늘 먹색이었어요. 미술관의 분위기를 어떻게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고요함 속에서 창작하던 모습을 떠올리고 공간의 컬러를 먹색으로 잡았습니다.” 같은 먹색이지만 각각 다른 재료를 씀으로써 빛을 받았을 때 소재가 내는 각각의 소리, 존재감이 다른 느낌으로 드러난다. ‘먹의 공간’ 한가운데에는 이타미 준의 첫 작품인 ‘어머니의 집’(1971) 모형이 설치돼 있고 한쪽 면은 라운드 형태의 통창을 설치하고 뒤는 책장으로 꾸몄다. 유 대표는 “아버지의 저서들, 아버지에게 영향을 준 건축가에 관한 책들, 재일교포 화가로 함께 모노하 운동을 했던 곽인식과의 2인전 전시 도록 등을 고미술컬렉션과 함께 배치했다”며 “아버지가 물려준 조선 말기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간에는 건축가 이타미 준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하다. 아버지 유동룡에 대한 그리움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타미 준은 본질을 중시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건축, 아날로그 건축, 온기가 살아 있는 건축을 추구했던 건축가다. 문의 손잡이, 용머리 모양의 손잡이 등 미술관을 이루는 하나하나에 그의 정신을 담으려 했다. 사진과 도면을 보고 이타미 준이 디자인했던 의자도 재현했다. 심지어 공간의 냄새와 차의 맛까지도 이타미 준의 기억을 재현해 내고자 했다. 곶자왈 자연 속 차분하게 들어서제주 상징 타원형, 미술관의 핵심이타미준미술재단 유이화 대표 작건축가 부친에 대한 오마주 가득1층 ‘먹의 공간’ 창작 분위기 살려2층 개관전 ‘바람의 건축가’ 만나3전시관 다큐·인터뷰 등 영상실티라운지선 특별 블렌딩 차 한잔 #공간의 냄새·차의 맛으로 기억 재현 유 대표는 “아버지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먹향과 함께 고서적과 오래된 그림에서 나는 냄새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면서 “‘먹의 공간’에 들어온 방문객들도 그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조향사와 함께 특별히 시그니처 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1층에는 라이브러리 외에 교육실과 티라운지 ‘바람의 노래’, 뮤지엄 스토어가 있다. 교육실에서는 아날로그를 추구했던 이타미 준의 철학을 바탕으로 손의 감각을 회복하고 자연 소재의 본질을 경험하게 하는 어린이 정규 교육 프로그램(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그램 ESD 인증)이 열린다.자연광이 흐르는 매스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2층 전시관을 만난다. 이곳에서는 개관전 ‘바람의 건축가, 이타미 준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다. 1전시관은 아래층 먹의 공간에서 이어지는 제주의 타원형 공간으로 이타미 준이 남긴 제주의 대표작들을 전시한다. 수·풍·석 미술관, 두손미술관, 방주교회 등 제주의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건축을 만날 수 있다. 2전시관은 40년에 걸친 그의 건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례대로 구성한 전시 공간이다. 물질과 본질 그리고 관계에 집중한 1970년대부터 인간의 온기와 야성미를 가진 건축을 추구했던 1980년대, 건축이 매개하는 관계에 집중했던 1990년대, 그리고 말년의 작품까지 대표작들을 글과 드로잉, 모형, 사진으로 구성해 보여 준다. 그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하게 작용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작품으로 구현됐는지를 볼 수 있다. 3전시관은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영상실이다. 이타미 준이 디자인한 의자에 앉아 그의 육성과 생전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관람 동선은 로비에서 2층의 전시실을 둘러본 뒤 아래층으로 내려와 티하우스 ‘바람의 노래’에서 차를 마시고 독서를 하며 좀더 긴 시간을 차분하게 보낼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특별히 블렌딩한 ‘바람의 노래’라는 차를 맛볼 수 있는 티라운지는 진정한 힐링의 공간이다. 평소 사유의 방식으로써 차를 즐겼던 이타미 준은 귀한 손님들에게 정성스럽게 녹차와 호지차를 내어주곤 했다. 그의 삶을 닮고자 바람의 노래에서 다양한 티서비스를 제공한다. 티세리머니와 더불어 곶자왈과 제주 지형 특유의 빌레(넓고 평평한 바위)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유 대표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타미 준의 창작 공간에 초대받아 환대받는 느낌을 받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간을 꾸몄다”고 설명했다.#“오리지널리티의 힘 회복 돕는 곳으로” 밖으로 나와 한 바퀴 둘러본다. 건물 외벽은 나무의 결을 느낄 수 있는 옹이 문양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 콘크리트 자체가 가진 물성을 나무의 패턴으로 상쇄시킨다. 미술관을 둘러싼 낮은 스테인리스 담장은 자연 속에서 가장 현대적인 소재와 대비되면서도 조응한다. 정원은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럽다. 바닥은 울퉁불퉁하다. 공사하면서 나무 덤불과 흙을 조금 걷어 냈더니 빌레가 나타났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그대로 살렸다고 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버지의 존재를 어떻게 건축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행여 누가 될까 걱정도 됐고요. 아버지께서 살아계시면 물어 가면서 하면 되겠지만 그럴 수도 없고. 기억의 하나하나 작은 조각이라도 끄집어내 모든 것을 재현해 내고자 했습니다.”유 대표는 “건축가 유이화가 설계는 했지만 철저하게 건축가 이타미 준을 의식하고, 이타미 준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 주기 위해 디자인한 공간”이라며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요즘 시대에 필요한 본질, 오리지널리티의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술관을 가득 채우는 먹향 속에서 눈과 귀로 전시를 즐기고 바람의 노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 먹의 공간에서 독서와 사유를 경험한다. 이렇게 유동룡 건축의 본질을 탐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은 ‘나’의 내면을 향하게 된다. 부드러운 바람이 노래하듯 스친다.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어둠 속에, 기적 속에… 악이 있었다[OTT 언박싱]

    어둠 속에, 기적 속에… 악이 있었다[OTT 언박싱]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여름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이에 맞춰 공포 시리즈 두 편을 소개하기 전,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식 하나를 전하고자 한다. 최근 극심한 이상기후의 원인인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는 계속 더워질 것이고, 이 때문에 올해 여름이 앞으로 겪을 여름 중 가장 시원할 것이라고 한다. 오늘 소개할 두 작품은 이 소식보다 더 큰 충격과 섬뜩함을 자아낸다. 먼저 티빙 파라마운트+관이 자랑하는 화제의 공포 시리즈 ‘프롬’을 만나 보자. 영어 전치사 ‘프롬’(from)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이 있을 것이다. ‘Where are you from?’(어디 출신입니까?)이라는 문장은 작품의 골격을 이루는 핵심이 된다. 극의 배경이 되는 한 마을로 미국 전역의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모이게 된다. 이들이 이룬 공동체에는 한 가지 중요한 규칙이 있다. 해가 지면 무조건 집에 들어가 나오지 말아야 하고 집에서는 문과 창문을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 열린 공간이 하나라도 있을 경우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들이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똑같은 장소에서 길을 잃은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 갇힌 사람들은 처음에는 속수무책으로 괴물들의 먹잇감이 된다. 보안관 보이드를 중심으로 안전한 울타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만 괴물들은 인간 내면의 가장 약한 곳을 자극한다. 아이는 동심을, 어른은 외로움을 자극해 문을 열게 만든다. 이 때문에 마을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공포에서 도망갈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여기에 미스터리를 통해 추리의 묘미를 더했다. 이 핵심 역시 ‘프롬’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이 모였다는 점은 우연이 아닌 운명처럼 누군가 마을을 이룰 구성원들을 선택했다는 인상을 준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알아서 나오는 숲,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등 그 시발점을 찾아야 풀리는 궁금증을 통해 흥미를 자극한다.‘프롬’이 어둠으로 대변할 수 있는 악에 빠진 이들의 공포를 다루었다면, 넷플릭스 시리즈 ‘어둠 속의 미사’는 회색과도 같은 선과 악, 그사이의 경계를 통해 두려움을 유발해 낸다. 영화 ‘곡성’ 속 대사인 “신의 존재는 믿으면서 왜 악마의 존재는 믿지 않는가”를 기억하는가? 우리는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신의 은총이라며 기뻐하지만 나쁜 일을 겪을 때는 악마의 저주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성장을 위해 부여된 시련이라 여기며 악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건실한 청년 라일리는 음주운전이라는 한 순간의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간다. 타인의 인생을 망쳤다는 죄책감에 피해자의 망령에 시달리던 그는 출소 후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연로한 존 대신 마을에 새로 온 젊은 신부 폴이 행하는 기적을 본다.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노인을 회춘하게 만들자 신도들은 예수의 재림이라도 본 듯 경의를 표한다. 하나 라일리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마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를 축적한 성당에 반감을 표한다. 작품은 존을 통해 우리가 시련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은총 또는 저주의 갈등을 공포로 표현한다. 그는 악마의 형상을 한 천사의 피를 얻어 젊음을 얻었다. 그리고 마치 뱀파이어처럼 햇빛을 두려워하고 피를 탐하게 된다. 마을로 돌아온 그는 폴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세우며 그 피로 기적을 행한다. 그는 ‘내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다’는 성경 요한계시록의 말씀을 통해 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살인을 반복하며 의문을 자아낸다. 폴처럼 천사의 피를 마시고 죄책감이 사라진 라일리의 모습은 회개를 핑계로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죄를 씻었다고 안도하는 종교적 맹신을 통해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한다. ‘힐 하우스의 유령’으로 넷플릭스 명품 호러 시리즈 창작에 앞장선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연출한 이 7일간의 이야기가 악마의 저주인지 아니면 ‘창세기’에 등장한 천지창조의 기적인지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 美 중고품 매장서 5000원 주고 산 그림 알고보니 3억원

    美 중고품 매장서 5000원 주고 산 그림 알고보니 3억원

    중고품 매장에서 푼돈을 주고 산 그림이 알고보니 무려 25만 달러(약 3억 3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은 뉴햄프셔 주의 한 여성이 단돈 4달러를 주고 산 그림이 다음달 9일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소 15만 달러에서 25만 달러 사이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그림은 우연히 주웠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지난 2017년 맨체스터의 한 중고품 매장을 방문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여성은 골동품 액자들 사이에서 먼지가 쌓인 한 그림을 발견했다. 여성은 "이 그림은 손상된 포스터와 인쇄물들과 함께 숨겨져 있었으며 마음에 들어 4달러를 주고 구매했다"면서 "집으로 와 그림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찾아봤으나 어떤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처음에는 그림을 침실에 걸어뒀으나 이후 옷장에 보관하면서 어둠 속에 묻혔다. 뒤늦게 그림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 5월 집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까맣게 잊고있었던 이 그림을 발견하자 여성은 관련 페이스북 그룹에 사진을 올려 도움을 요청했다.그리고 결국 이 그림의 정체가 밝혀졌다. 전문가들의 따르면 이 그림은 미국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인 NC 와이어스(1882~1945)가 그린 것으로 드러났다. NC 와이어스는 평생 3000점에 달하는 그림을 남겼는데, 특히 '보물섬', '로빈후드' 등 세계 명작으로 손꼽히는 소설들에 그의 삽화가 담겼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이름은 뉴웰 컨버스 와이어스인데 아들 앤드류 와이어스가 20세기 후반 미국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면서 아들과의 구분을 위해 NC를 붙이게 됐다. 이 작품은 NC 와이어스가 헬렌 헌트 잭슨의 장편소설 '레모나'의 1939년판을 위해 그린 4점 중 하나로 알려졌다. 와이어스 가문과 그림 작업을 함께 한 바 있는 큐레이터 출신의 로렌 루이스는 "이 작품이 진품일 가능성이 99%"라면서 "그림에 작은 흠집이 있지만 80년의 세월동안 아무도 모른 채 방치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상태"라고 밝혔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살아 있어 고마운 오후/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살아 있어 고마운 오후/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 보았다 지켜보는 동안 저녁이 오고 연둣빛 눈들에서 피가 흐르고 어둠에 혀가 잠기고 지워지던 빛이 투명한 칼집들을 그었다 (살아 있으므로)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 ―한강 ‘저녁의 소묘 5’ 번역을 하면서 정말 고민되는 부분은 난해한 어휘가 들어간 구절이 아니다. 쉬운 단어로 돼 있어 얼핏 심심하게 넘어가는 구절이 끝내 목에 걸린 듯 남아 마침표를 쉽게 찍지 못할 때가 있다. 이 시를 영어로 번역하던 새벽이 그랬다. ‘살아 있으므로’의 일. 주어 없이 진행되는 시에서 독자는 나무를 바라보는 어떤 이의 시선이 시인과 멀지 않다고 짐작할 것이다. 그래서 죽은 줄 알았던 나무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된 이의 그 참을성 많은 태도에 ‘아’ 하는 낮은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그런데 괄호로 처리된 그 작은 속삭임이 내게 동시에 말한다. 살아 있음은 나무의 일인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손을 뻗는 이의 일이라고. 이 시선은 아무나 갖는 게 아니라고. 검은 나무 밑동에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고. 그래, 나무만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죽은 나무를 새롭게 바라보는 이도 살아 있기에 그 시선이 가능한 거였다. 이때 살아 있음은 생물학적 차원의 목숨이 아니라 버려지고 가려진 것을 발견하는 어떤 정성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는 않은 시선이다. 그래서 세상의 폐허 속에서도, 패배 속에서도 끝내 사랑을 발견하는 이가 시인이라 했던가. 그 발견은 시의 독자로서 내게 기쁨을 주었지만 번역가로서는 곤혹의 시작이었다. 나무와 나의 만남. 우리의 살아 있음. 살아 있음의 주체가 나무뿐만 아니라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내 직관적인 읽기 앞에서 그 이중의 의미를 주어를 둘로 쓰지 않고 살려내야 했다. 이런 이야기를 시인과 두런두런 나누던 여름 끝자락. 번역은 힘들었지만 죽은 줄 알았던 나무의 살아 있음과 이를 바라보는 이의 살아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좁은 골목을 걸으며 나눈 것은 어떤 우정이었다. 살아 있어 가능한 대화였다. 번역은 단순히 언어적 등가성을 찾는 기계적 작업이 아니라 기민한 읽기이자 살아 있는 대화다. 나는 운이 좋았다. 작가가 살아 있어서, 우정을 나눌 수 있어서. 그럼 작가가 떠난 작품을 번역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 그럴 때도 번역가는 작품을 곱씹어 읽으며 우정을 나눈다. 그러다 많은 경우의 수 중 어떤 선택에 이른다. 시 읽기도, 번역도 즐거운 대화이자 결단이자 환대인 이유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줄 모르고 쉽게 파괴하고 죽이는 이 난폭한 세계의 한 자락에서 그날, 연한 시의 시선이 전해 준 강인한 생명의 힘으로 나는 한숨 대신 깊고 너른 숨을 쉬었다.
  • 음악은 발레가 되고 발레는 음악이 되어… 국립발레단 ‘트리플 빌’

    음악은 발레가 되고 발레는 음악이 되어… 국립발레단 ‘트리플 빌’

    아름다운 선율이 무대 위 무용수들의 몸짓이 됐다. 음악과 일체가 된 몸은 음표와 음표 사이 부드러운 긴장감을 타고 유연하게 움직였고, 곡이 품은 감정은 무용수들의 몸을 타고 관객들에게 얼굴을 비췄다. 다시 돌아온 국립발레단 ‘트리플 빌’이 음악이 발레가 되고, 발레가 음악이 되는 무대로 발레의 색다른 매력을 전했다. 지난 25~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 ‘트리플 빌’은 ‘Ssss...’, ‘Artifact Ⅱ’, ‘The Seventh Symphony’ 세 개의 작품으로 이뤄진 공연이다. 클래식 음악의 거장 쇼팽, 바흐, 베토벤의 음악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은 “‘트리플 빌’은 대가의 음악들과 발레, 이 두 장르가 얼마나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Ssss...’는 에드워드 클러그의 안무작으로 2012년 3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했고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였다. 어두운 무대 뒤편에 앉은 피아니스트가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고 관객들이 무용수들의 몸짓을 바라본다. 피아니스트의 섬세한 연주에 따라 춤을 추는 무용수들에게선 신비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위태로운 선율에 맞춘 무용수들의 처연한 몸짓이 관객들의 눈에 아름다운 그림자를 남겼다.바흐의 음악이 흐르는 ‘Artifact Ⅱ’는 집단 군무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윌리엄 포사이드의 안무작으로 1984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발레단이 세계 초연, 국립발레단은 ‘Ssss...’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였다. 무대 위에는 두 커플과 26명의 앙상블, 그들을 지휘하는 리더 ‘머드 우먼’이 등장한다. 막이 내리고 올라가는 짧은 순간 무용수들은 대열을 바꾼다. 공연을 보다 깜빡 졸고 나면 다른 장면이 펼쳐지듯 잠깐 어둠이 내려앉고 밝아지는 사이 다른 장면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고전 발레의 군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절정에 이르는 음악을 따라 무용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The Seventh Symphony’는 베토벤 교향곡 7번에 안무를 입혔다. 40분가량 되는 장대한 교향곡에 맞춰 무용수들이 관악기와 현악기처럼 쉼 없이 등장해 작품을 구성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다른 장르로 변환된 모습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발레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관현악단의 연주처럼 평소와는 다른 매력으로 춤추는 무용수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둘 다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더없이 만족스러울 수 있다. 우베 숄츠의 안무작으로 1991년 4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세계 초연했고 국립발레단은 2014년 10월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무용수들이 교향곡의 폭발적인 감정선을 따라 음표처럼 움직여 긴장감을 놓을 틈이 없다. 공연을 보고 나면 베토벤 교향곡 7번이 무용수들의 잔상으로 강렬하게 뇌리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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