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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세계어 ‘우니시’

    언어의 기원설은 실로 다양하다.중세때는 ‘하느님이 언어능력을 부여했다’는 언어신수설(言語神授說)이 지배했다. 이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하느님께서…빛을 낮이라,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는 구절에 근거를 둔다.다른 기원설로는 ‘흥흥설’이 있다.놀라움이나 두려움,기쁨 등의감정 표출 소리에서 언어가 발달했다고 보는 견해다.그런가하면 언어가 자연의 소리,예컨대 동물 우는 소리나 비오는소리, 바람 부는 소리를 모방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이른바 ‘멍멍설’이다.이처럼 다양한 기원설이 있지만 언어가 언제,어떻게 유래했는지 아직까지 정확히 알길은 없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언어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이다.언어가 변화하고 분화하는 사례는프랑스어·이탈리아어로 대표되는 로망스어에서 확연히 나타난다.라틴어는 기원전 3,4세기만 해도 이탈리아 반도의한 방언에 지나지 않았다.그 뒤 로마제국의 성장과 함께 중심어로 떠올랐지만 제국이 차츰 붕괴되면서 동질성을 유지하지 못해 오늘날의이탈리아어,프랑스어,스페인어,루마니아어로 갈라지게 됐다. 인공언어인 에스페란토를 고안한 사람은 유대계 폴란드인안과의사 자멘호프이다.그는 언어가 분화하면서 나라간에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어려워지자 1887년 국제보조어를 선보였다.‘평화를 열망한다’는 뜻을 담은 에스페란토는 실제사용되고 있거나 과거에 사용된 것이 명백한 언어만을 기초로 고안된 것이어서 비교적 쉽게 받아 들여졌다.그렇지만단어가 너무 긴 탓에 경제성에는 문제가 있다. 세종대 세계어연구소가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16개국 언어를 분석해 만든 인공어 ‘우니시(Unish)’를 개발했다고 해서 화제다.세계어(Universal Language)를 뜻하는 ‘우니시’는 16개국 언어 중에서 비교적 쉽고 공통점이많은 어휘를 선택했다고 한다. 또 문법이 단순하고 규칙적이며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돼 배우기가 쉽다고 하니 그 시도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라틴계열 언어에 바탕을 둔 에스페란토와 달리 세계 주요 공용어를 토대로 만든 만큼 보급도 수월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연구팀 소망대로 우리가 만든 세계어가 널리 쓰여 외국어를 배우는 데 눈물겨운 노력을 쏟지 않아도 됐으면 한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
  • [김삼웅 칼럼] 김지하씨 용기와 왜곡언론

    김지하씨가 10년 전 잘못 쓴 글에 속죄하고 1980년 광주학살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이 양심선언을 했다.반가운 일이다.과오는 인간 실존의 한계이기도 하다.문제는 참회하지 않거나 숨기고 계속 자행하는 데 있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에 김지하씨는 저항과 고난의 상징이었다.그런 김씨가 어둠의 두께에 눌렸던지 어느 날 독재를 비호하는 글을 써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군사독재가 마지막 발악으로 치닫던 1991년 5월,명지대 강경대군 사건 이후 대학생의 분신 자살이 잇따르고 민주세력과 독재정권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그 무렵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워라’는 김씨의 칼럼은 학생과 민주인사들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비수였다.이어서 박홍 서강대총장이 “최근 발생하는 죽음의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고 가세해 민주진영을 위협했다. 김씨의 변신은 양심적 지식인들에게도 큰 타격이었다.그래서 긴급 소집된 민족문학작가회의는 46대1이라는 압도적 다수로 김씨를 제명했다.이 단체는 김씨를 비롯,투옥 중인 작가들의 석방운동을펴면서 자유문인실천협의회로 출발했다. 이렇게 구성된 단체가 김씨를 제명할 정도로 충격이 컸던 것이다. 연세대의 ‘연세춘추’는 “수십만의 민중들에게 지하는 이제 의식화 아닌 세뇌를 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홍익대 ‘홍대신문’은 “아! 당신은 당신이 쓴 시 속의 오적”이라고분노했다. 김지하씨는 ‘죽음의 굿판…’ 외에도 ‘다수의 침묵 그 의미를 알라’는 또 다른 칼럼을 썼다.앞의 글과 크게 다르지않은 내용이었다. 우리의 오적(五賊) 시인은 이렇게 변신해 갔다.그리고 생명사상이니 율려사상이니 하며 거창한 담론을 생산해도 ‘동지’로서 김씨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마치 육당 최남선이 총독부의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하면서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 따위를 쓴대서 별로 인정해 주지 않았던 분위기와 흡사했다고 하겠다.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났던 김씨가 마침내 참회하고 해명했다.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고 젊은이들 가슴에 아픈 상처를 준 것 같아 할 말이 없다”는 김씨는 △‘말썽많은’ 조선일보에 칼럼을쓴 것 △흥분해 있는 학생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 점 △정권에 이용당할 만한 빌미를 준 사실은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김씨는 자신의 칼럼 제목이 ‘젊은 벗들,역사에게 무엇을배우는가’에서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워라’로 바뀌었다고 공개했다. 편집자가 제목을 고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엉뚱하게 변조한 의도는 무엇 때문이었을까.그런 언론인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필자는 김 시인과 ‘작은 인연’을 갖고 있기에 남달리 그의 행적을 지켜봐 왔다.사상계에 실렸다가 판금된 담시(譚詩)‘오적’을 ‘민주전선’에 게재해 신문이 압수되고,유신정변 때는 중앙정보부에 잡혀가서 다른 문제와 함께 이 시를싣게 된 과정과 김씨와의 관계를 추궁받고 당할 만큼 당했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김 시인의 굴절에 안타까워했던것은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었다.70,80년대를 거치면서 그의 존재는 많은 국민에게 큰 자랑이고 긍지였다.담시 ‘오적’에서 시작된 그의 길고 긴 고행(苦行)은 당대 민족양심의 고행,바로 그것이었다.이 때문에 그에 대한 애정과 증오가 겹쳤다. 김지하씨는 용기 있는 지식인이다.보통사람들은 자신의 과오를 덮으려 한다.벌써 10년 세월이 흘렀고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생명사상가로서 새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양심과 역사에 충실하고자 10년 묵은 응어리를 스스로 풀었다.참용기의 모습을 보여준다.이참에 80년 5월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았던 언론인들도 참회하고 용서를빌면 어떨까.공수부대원도 하는 일을 못한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 IPI 등 국제 언론기관에 ‘주문생산’까지 하면서 제 나라 얼굴에 먹칠하는 일부 족벌언론 사주,여기에부화뇌동하는 젊은 기자들도 자성해야 하지 않을까. 김삼웅 주필 kimsu@
  • ‘어둠’이 암 억제?

    어둠이 암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ABC방송은 17일 광(光)생물학자인 조앤 로버츠 박사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 데 어둠이 필요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우리 몸은 어두워야만 유방암과 전립선암등 질병을 치료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생산하기 때문이다.한편 로버츠 박사는 밤늦게까지 TV를 보는 것이 낮에만활동해야 하는 호르몬들을 활동·소모시킴에 따라 감기에잘 걸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멜라토닌은 뇌중간 밑에 있는 콩알만한 크기의 송과선에서 저녁부터 만들어지며 아침이면 분비가 멈춘다.밤이 되면 망막에 맺히는 빛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따라서 밤이라도 밝은 조명 아래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경하기자 lark3@
  • 義人 이수현 추모글 책으로

    “무엇이 바름이고 그름인지 혼미해진 이 시대에 그대는 어둠을 깨뜨리는 한줄기 큰 빛,우렁찬 천둥,푸른 폭포수되어우리를 일깨웠네….” 지난 1월26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 지하철역 구내에서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 이수현(李秀賢·당시 27세)씨를 기리며 쓴 네티즌들의 글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인터넷 동호회 ‘이수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펴낸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 준 이수현의 여행’(도서출판 나비)이 그것이다.이씨의 의로운 죽음 이후 그의 홈페이지(home.nownuri.net/∼gibson71)에는 3만여건의 추모글이 올랐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엄선한 245건과 생전에 그가 남긴 자전거 여행기,그의 죽음을 다룬 언론보도 등을 담았다.이중에는일본인들이 보내온 글 10여건도 포함돼있다. 책이 빛을 보기까지는 이씨의 희생정신에 감동한 목사 김영배(52·金永培)씨의 역할이 컸다.80년대 후반 ‘나비(히브리어로 예언자란 뜻)’라는 출판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이번에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재등록하고 제작비 560만원을 전액 지원했다.“이수현 관련 책이 일본에 이미 5권이나 나와 있는 데 비하면 때늦은 감이 있다”는 김씨는 “내친김에 이씨의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곧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책 판매의 수익금은 이씨의 부친이 운영할 장학재단의 기금 등으로 활용할예정이다. 김종면기자 jmkim@
  • [대한광장] 너는 나의 또다른 이름이다

    나는 언제나 햇살이 투명하다고만 생각했다.그러나 사물을 깊이 있게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햇살은 계절마다,시간마다 우리에게 다른 색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일년 중 햇살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봄날이고,그때햇살의 색은 시리도록 눈부신 연두색이라는 것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뭇잎을 키우는 것은 뿌리만이 아니라 하늘의 태양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하늘과 땅과 태양과 바람이함께 모여 이룬 5월의 숲은 생명의 조화로 아름다웠다. 이른 아침 휘파람새의 노랫소리에 눈을 뜨고 기쁜 마음에문을 열고 나가 절 둘레에 가득한 5월의 숲에 눈길을 주었다.내 눈길이 닿는 곳마다,내가 귀를 기울이는 곳 숲은아름다운 생명의 합창을 강물처럼 펼쳐보여 주었다.텅 빈마음의 빈손을 내밀기만 해도 숲은 내게 연두색 햇살을 한움큼 줄 것만 같았다.그 순간,가진 것이 없어도 나는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시간도 공간도 그리고마지막에는 자신도 사라져 버리고,있는 것이라고는 눈부신5월의 숲과의 교감뿐이었다.아름다운 숲과 텅 빈 마음이만나 이루는 교감은 ‘황홀’ 그 자체였다.그것은 때묻지않은 행복이었다. 행복은 그렇게 ‘내’가 없어질 때 내게 온다.내가 있고네가 있다고 분별할 때 행복은 오지 않는다.너와 내가 있을 때 너와 나 사이에는 아득한 ‘거리’가 생긴다.그 ‘거리’는 때로 투쟁이고,때로 분별이고,때로 소유가 된다. 또한 그 거리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 있어 서로가 서로를느낄 수 없다.그 ‘거리’는 결국 불행을 의미한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모든 것은 서로를 의지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네가 없으므로 나 또한 없는 것이 우리들 사는 세상의 법칙이다.그러므로 너와 나는 서로 공경하고 사랑해야만 한다.하늘과 바람과 강물과 태양과 이웃,그 어느 것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그 모든 것을 섬기고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불행이라는결과를 맞이할 수밖에는 없다. 타인의 슬픔을 제거하고,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자비는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진리에 근거해 있다.이 세상 모든것을 한 생명으로 볼 수 없다면 끝없는 자비의 실천은 가능하지가 않다.자비란 결국 잃어버린 생명의 모습을 찾아함께 생명의 길을 향해 떠나자는 격려와 당위를 의미한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서 깨달으시고 제일 먼저 하신 말씀이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생명이라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이 땅에 오신 이유도 역시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진리를 열어 보이시고 중생들이 그것을 깨닫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진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우리만이눈멀어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오늘 나는 눈먼 사람들의 세상을 본다.같이 나누어야 행복할 자리에서 나만의 독식을 외치는 사람들의 불행한 모습을.편리를 위해 아무런 주저없이 파괴를 일삼는 사람들의 모습을.조금 불편을 감수하고,손해를 견딘다면 모두가행복할 수 있는데,그것을 거부하다 결국 모두가 큰 아픔을겪는 세상을. 모든 것은 인연을 따른다.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 생명이라는 의미다.너를 떠난 나는 없다.너의 행복 위에서만 나는 행복할 수 있다. 너는 나의,나는 너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부처님께서는 이미 오래 전 일깨워 주셨다.너의 모습에 비친 나의모습이 아름다울 때 오늘 나의 삶에는 향기가 넘치고,너의모습에 비친 나의 모습이 탐욕스러울 때 오늘 나는 그릇된 삶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타인은 나를 비추는 삶의 거울이고,나는 생명의 조화 속에서만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만 한다. 5월의 숲 앞에서 내가 진정 행복한 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 진리의 빛을 이제 비로소 만났기 때문이다.5월의숲은 그 진리의 빛으로 눈부시다. [성 전 옥천암 주지]
  • 오페라의 검은 여왕 ‘제시 노먼’

    ‘오페라의 검은 여왕’ 소프라노 제시 노먼이 28일 오후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 등 독일과프랑스의 낭만시대 가곡들을 들려주는 독창회를 갖는다. 180㎝ 키와 130㎏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성량과 풍부한 표현력은 빼놓을 수 없는 그녀의 매력.캐슬린 배틀,바바라 헨드릭스와 함께 세계 3대 흑인 소프라노중 한 사람으로 프랑스 장자크 베넥스가 감독한 영화 ‘디바’의 실제모델로도 유명하다. 깊고 묵직한 울림과 밝음과 어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목소리를 가졌다해서 ‘대양(大洋)’,또는 ‘검은 대륙’이라는별명도 얻었다. 지난 45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보험 중개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4살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른 ‘노래의 신동’이었다. 어린 시절의 우상은 흑인 성악가였던 마리안 앤더슨.15살때 그녀의 이름을 딴 마리안 앤더슨 콩쿠르에 참가했으나 낙방의 고배를 마신 뒤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성악공부에 열중했다. 하워드 대학,피바디 음악원,미시간 대학 등을 거쳐68년 뮌헨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혜성으로 떠올랐다. 69년 베를린 도이치 오퍼가 공연한 바그너 ‘탄호이저’에서 엘리자베스 역으로 데뷔했고 코벤트 가든,라 스칼라 등의 무대에서 맹활약해 오페라의 여왕에 등극했다. 수많은 신기록의 소유자이기도 하다.84년 코벤트 가든으로부터 15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는가하면 86년 잘츠부르크공연에서는 무려 55분간 커튼 콜을 받기도 했다.또 음악가들이 단 한번만이라도 서 보기를 꿈꾼다는 미국 카네기홀에서40회 공연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수년전부터 오페라 무대에 서는 횟수를 대폭 줄이고 가곡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는 연초 카네기홀에서 열린 가곡 독창회를 시작으로 전세계 투어에 들어갔다.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독일과 프랑스의 낭만시대 가곡들. 마크 마커엄의 피아노 반주로 슈베르트의 ‘뮤즈의 아들’‘실을 잣는 그레첸’‘마왕’,풀랑의 ‘파리로의 여행’,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체칠리에’등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 개런티는 국내 최고 수준인 10만불(1억3천여만원).예술의전당은 그동안 IMF등 경기침체 탓에 엄두를 못내다 지난해 3월 계약을 맺었다.총 2,600여 좌석표 가운데 현재 200여장이 남았다.(02)580-1300허윤주기자 rara@
  • 김영환 과기장관 인터뷰

    “미래는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이고,과학기술이 생활혁명을 주도하는 시대입니다.과학기술이 사회의 중심이 되고 국정의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변해야 합니다.” ‘과학의 날’(21일)을 하루 앞둔 20일 과천 청사에서 만난 김영환(金榮煥) 과학기술부 장관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사회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 입국만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6일 취임 한달을 맞는 김 장관은 “과학기술이 이토록 중요한데 우리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대접은 ‘무관심’ 그 자체라는 데 놀랐다”면서 “과학자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모든 국민이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사이언스북 스타트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이언스북 스타트 운동이란=영국의 버밍엄에서 ‘북 트러스트’라는 단체가 펼친 ‘북스타트’운동에서 착안한것입니다.조기에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북트러스트 회원들이 어린이들에게 책을 선사하는 운동으로,지금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요.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과학기술자들이 오지에 있는 어린이 한명 이상에게 과학입문서를 보내주는 겁니다.차세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일찍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자연히 높아질 겁니다. ◆이 운동이 과학자들의 사기진작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요=연구비를 얼마 더 준다고 과학자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과학자들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과학을 전파시키려는 운동을 전개,운동의 효과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날 때 자연히 사기도 올라갈 것입니다.사회운동은 모두가좋아하는 것을 할 때 효과가 높습니다. ◆다른 기대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과학자들이 존경받는사회구조가 되고 과학기술이 사회 관심의 우선순위가 되면 많은 우수 인력들이 과학기술계에 유입될 것입니다.그러면 인적자원 문제는 자연히 해소됩니다. ◆과기부장관 취임 후 한달 가까이 일해오면서 느끼신 점은 무엇입니까=과기부장관은 과학기술 정책과 투자결정에관여하고 종합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각종 회의에참석해 과기부의 입장을전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많은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라는것을 새삼 느꼈습니다.과학기술계의 현안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대부분이어서 솔직히 부담을 느낍니다.과학기술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장관이 돼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마련돼야 할까요= 생명공학·나노기술·우주기술등 미래 성장잠재력이 있는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집중육성해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체제를 확립해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또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을 강화시켜 부처간중복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부처간 역할과 정책을 조정해야 합니다. ◆재임 중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과학정책은 무엇입니까=과학기술이 사회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사회관심의 우선순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의전도사’가 되겠습니다. ◆자작시 중 한편을 고른다면=80년대 초 부천에서 노동자생활을 할 때 쓴 ‘목련’을 들려주고싶습니다.‘지난 일이 온통 아픔이 되는 때가 있다/지난 날이 온통 슬픔이 되는 때가 있다/바람 부는 대로,/꽃잎 지는 대로,/흘러간 날들이 온몸으로 어둠을 밀어가는 때가 있다/밤이 진다/꽃잎 진다/’●김영환장관은 1955년 충북괴산에서 태어나 청주고를 졸업했다.연세대 치대에 다니다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2년간감옥생활을 했다.일당 3,000원짜리 노동자 생활을 하며 노동운동도 했다.전기기사 1급,소방설비 1급 등 각종 자격증 덕분에 현장소장을 했고 벤처사장도 하다가 15년 만에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92년부터 6년간 치과의사 생활을 했다.사회운동의 연장으로 정치에 뛰어들어 재선(민주당·경기 안산)에 성공했다. 함혜리기자 lotus@
  • 2001 길섶에서/ 드라큘라 백작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는흡혈귀가 된 눈물겨운 사연을 붙여 드라큘라에게 다소 면죄부를 주었다.[루마니아 백작 드라큘라는 전쟁에서 돌아와아내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그는 자살한 자의 영혼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교회계율을 저주,어둠의 힘으로 아내를 위해복수하겠노라 맹세한 후 흡혈귀의 왕으로 군림했다]는 것이 그 줄거리다. 드라큘라는 16세기경 터키의 침공으로부터 루마니아를 구한 전쟁 영웅이었다고 한다.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그는 루마니아에서 탈출한 사제들에 의해 살인마라는 악명이 붙여졌다.그에 대한 저주는 수세기에 걸쳐 덧칠이 돼 마침내 1897년 영국의 통속 소설가 브람 스토커는 그를 흡혈귀로 만들었다.스토커는 드라큘라 백작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소설로 대단한 명성과 수입을 올렸다.할리우드의 많은 영화제작자들도 그를 향한 저주에 참여했다.누군가 저주의 대상이있어야 안심하는 심리,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지금도 우리는 한국판 드라큘라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김재성 논설위원
  • 외국인 에세이/ ‘내인생의 행운’ 서울을 떠나며

    6월이면 주한미군으로 1년간 근무하던 한국을 떠나게 된다.한국을 떠나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고국으로 돌아간다는 기대감 못지 않게 제2의 고향이 된 서울을 떠난다는 아쉬움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 나는 미국 뉴저지 출생으로 줄곧 그곳에서 살아왔다.결혼했고 아들도 한명있다.한국으로 가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무척이나 착잡했다.가족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슬펐지만 아시아 국가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 한국행은 두려운 것이었다. 한국에 처음 도착했던 지난해 6월의 무더운 여름밤을 결코 잊을 수 없다.무척 피곤했지만 새 보금자리가 된 용산으로 향하면서 펼쳐지는 광경들을 하나도 놓칠 수 없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빌딩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수많은사람과 차들.어둠 속에서 빛나던 한강과 그 위를 떠다니는 유람선….서울은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러한 도시였다.마치 뉴욕처럼 ‘잠들지 않는 도시’….나는 그 때 내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있는 이방인이 아니라 바로나의 고향과 같은 곳에 잠시 머무는 외국인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같이 근무했던 한국인 카투사 친구들 덕분에 많은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나의 새로운 가족이자 친구였던 이들이 없는 한국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이들이 없었다면 이태원을 벗어나지 못했을 내가 전라도,경상도 등 많은 지역을 여행했고 다양한 한국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었다. 주한미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그것과는별도로 많은 한국인들과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이제 한국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한국산 사과와 배,그리고 목이 아플 때 즐겨 마시던 인삼차를마실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많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국생활은 내 인생에 있어 정말행운이었다’는 것이다. 서전 카 주한 미군 중사
  • 정진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부활절 메시지

    정진석(鄭鎭奭)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부활절(15일)을 앞두고 6일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겨레를 사랑하는마음을 갖자는 내용의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정대교구장은 메시지에서 “우리 사회에는 죄악과 어둠의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면서 “우리는 모두가 힘을 합쳐 사랑과 생명이 충만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대교구장은 특히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지도층 인사들은 먼저 솔선수범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하며 남북으로 분단된 채 살고있는 우리 민족이 통일의 길로 들어서려면 지속적인 만남과 사랑의 나눔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편집위원 칼럼] 한반도와 미국 논리

    냉전이 끝나자 세계화라는 이름의 ‘게임의 법칙’이 새로운 시대 흐름으로 나타났다.세계화도 냉전을 주도한 미국작품이다.세계화 흐름 속에 지구촌은 하나의 세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그런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정권이 들어서며 미국은 또 다른 모습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러시아·중국등과 대결구도의 틀을 만들고 있다.그 대표적인 예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강행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의 첨예한 대립이다.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비행기 공중 충돌사건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강경한 ‘힘의 외교’는 한반도에도 찬기류를 몰고왔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변화를 검증해야 한다는 강경자세를 보였다. 토머스 슈워츠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미국 상원청문회에서 북한의 위협이 강화됐다는 ‘북한 위협론’을 강조했다. 북한은 미국의이러한 강경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북한의 강경 대응은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식적인 남북대화가 중단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단절은 정부가 추진하는 햇볕정책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불행한 일이다.남과 북은 미국의 강경책이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지금 가장 경계할 일중의 하나는 북한을 냉전시대의 적으로만보는 냉전사고 세력이 미국의 ‘북한 위협론’에 편승하여한반도를 다시 냉전의 동토로 만들려는 책략이다. 우리나라의 냉전사고 세력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을반기고 있다.NMD 구축에 대해서도 미국 논리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인다.그러나 NMD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북정책이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던 냉전시대에는 NMD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냉전시대가 아닌 지금은 다르다. NMD는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의 미사일 경쟁을 가져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할 위험성이 높다.우리는 국제정치에서의 강력한 미국의 힘을 잘 인식해야 하지만 미국 논리만을 일방적으로 좇아서도 안되는시대에 살고 있다.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하면서도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생각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북한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하지만 북한을냉전시대와 같은 적으로만 보아서도 안된다. 미국과 중국 등의 갈등으로 새로운 냉전시대가 오는 것은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와 같은 첨예한 대립의 냉전시대는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인터넷과 광케이블로 촘촘히 연결돼 있는 세계화시대에 냉전시대와 같이 세계가 두개의 거대 세력으로 나뉘어 단절된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미국도 단절된 세계가 자신의 국익에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냉전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강경책은 한동안 계속될것 같다. 북한에 대한 강경책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햇볕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햇볕정책은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는 대북정책이어야 한다.국민의 불만이 많은 햇볕정책은 국론을 분열시켜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밀릴 위험성이 있다.많은 국민이공감하고 민족의 미래와 이익을 위한 햇볕정책이 돼야 그햇볕이 미국의 강경책과 한반도의 차가움을 녹이고 북한의어둠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이창순 위원 cslee@
  • [다가오는 시베리아](5)행정수도 하바로프스크

    하바로프스크의 밤은 아무르강 위로 지는 석양으로부터 시작된다. 중심가 무라비요부 아무르스키 거리의 가로등과 상가에 불이 켜지고 자작나무 숲에 둘러싸인 극동러시아의 행정수도는 서편에서 휘감아도는 아무르강과 함께 어둠에 묻힌다. 도시 서편 부두 선착장은 아무르강을 따라 러시아 내륙과중국으로 향하는 선박과 승선을 기다리는 승객,화물로 밤을지새운다. 시베리아산 목재,석탄을 싣고 오호츠크해로 향하는 화물선, 중국 국경도시 헤이허로 향하는 여객선 등 아무르강은 가끔 눈에 띄는 철갑상어의 유영(遊泳)속에 선박과선착장의 불빛으로 아른거린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도 하바로프스크에서 아무르강을 건넌 뒤 강과 평행선을 그으며 내륙으로 달린다.우수리강도이곳서 세계 9번째로 긴 강(4,350㎞)인 아무르와 만난다.중국인들은 헤이룽장(黑龍江)으로 부르는 아무르강은 중국과1,890㎞를 맞대며 국경을 이루는 주요 운송로다. 극동군관구 사령부,극동철도관리국,주 법원의 유럽풍 대형건물과 극동최대라는 경기장도 ‘극동의 심장부’에 권위를더한다. 콤소몰스카야 거리엔 극동전역의 TSR를 컴퓨터로 조종하는10층 건물의 철도국 전산소도 보인다.1992년 군항 블라디보스토크의 개방으로 경제적 역할은 퇴색했지만 도시 전체가교통·운수의 중심이면서 군과 행정의 사령탑이다.상주 5년째인 조창호(趙昌浩) C&S코리아 사장은 “이곳은 교통요지·물산 집산지로 모피,목재,철재,광산물을 매매하는 한국무역상들이 모여든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연방국기가 펄럭이는 셰로노브거리 22번지 8층 건물의 극동지역 대통령대표부.주 정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중앙집권 강화를 위해 전 러시아를 TSR처럼 7개 구역으로 나눠 그 중심에 대통령대표부를 설치해 지방정부를 감독하는 푸틴의 눈과 귀”라고 설명했다.콘스탄틴 브리코프스키 대표는 3성 장군 출신의 체첸전쟁 영웅.푸틴 측근이다.법률전문가들이 지방정부의 입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여부도 심사한다. 최근 주변지역인 사할린의 가스·유전개발이 본격화되면서사할린과 하바로프스크주 북부를 터널로 연결하고 원유를파이프로 수송하는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르게이 로파틴 하바로프스크주 경제국장은 “사할린 개발 및 자원개발진전,군수공업의 순조로운 민영화 과정에 힘입어 생산량이15%나 증가하는 등 주춤했던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로파틴 국장은 “하바로프스크주가 극동 제일의선박,항공기,중기계 등 중공업 중심지란 점도 저력”이라며“석유·천연가스는 매장량만도 5억t이고 알루미늄,주석 등광산개발, 군수공업의 민영화 참여 등의 협력전망이 좋다”고 말했다. 이고르 보스트리코프 극동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지역 경제생산량의 60%나 되던 군수산업이 소련 해체후 정부 수주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민수품 생산과 민영화로 극복중”이라고 설명했다.비행기엔진과 장갑차를 만들던 공장이자동변속기,변압기, 산업용 엔진을 제조하고 냉장고,압력밥솥까지 만들며 시장경제 적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그러나군함 제조로 유명한 하바로프스크 선박회사측은 약속을 하고 방문자 안내소에 기다리던 기자 일행에게 팀추크 바실리예비치 부사장을 보내 “외국기자의 취재에 최고경영자가난색을 표시했다”고 사과하면서 허가를 취소하는 민감한태도도 보였다. 하바로프스크 남서쪽 70㎞지점의 바트스코예.모스크바방송국 기자를 지낸 이주학(李柱鶴)씨는 “1940년대 북한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한국·중국·러시아 혼성부대인 88여단의 한인부대 대대장으로 주둔했던 곳”이라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출생지”라고 설명했다.미국,일본 등주요국가와 직항로가 개설된 항공교통 요지인 이곳에서 서울까지 직항로로 1시간40분.고대 한민족의 활동영역이었던이곳에는 지금도 중앙아시아에서 민족차별을 피해 몰려드는고려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바로프스크 (러시아) 이석우특파원 swlee@. *“러 군수기술 한국기업 활용 가능”. [하바로프스크 (러시아) 이석우특파원] 주정부 경제부처가몰려있는 푸른츠 거리.러시아 무기수출공단 ‘로스아바드’의 극동대표부가 자리잡고 있다. 수리진 알렉산드로비치 대표는 “개인 화기는 물론 수호이(SU-35)전투기,잠수함,군함등도 판매 목록에 들어있다”고밝혔다. 수호이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콤소몰스크의 가가린항공회사는 외국 구매자들의 관심 대상.알렉산드로비치 대표는 “80년대 이후 항공기를 3,000대 이상 수출했고 최근에도 해마다 100∼200대 가량을 수출한다”면서 “한국 항공전문가들도 지난해 공장을 방문,구매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품판매와 함께 기술이전도 가능하다”면서 “레이저 박막기술,극한지에서 활용 가능한 유압기술,특수합성 세라믹 등 러시아 군수산업이 보유한 기술을 한국기업들이 민수부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무기수출은 전략적 육성부문. 소련 해체후 정부 주문 급감과 민영화 속에서 활로모색을 위해 민수품 생산과함께 해외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는 “흑상어란 뜻의군용헬기 ‘아쿠’를 만들었던 아르시니예프 군수공장은 전자제품 생산과 민용 헬기생산으로 전환했다”고 소개했다. ‘로스아바드’ 극동대표부도 군수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위해 중앙정부 지시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드로비치 대표는 “한국측은 전투기 잠수함 등 첨단군수품의 구입에 긍정적인 자세고 러시아도 적극적이지만이를 원치 않는 나라가 있는 등 아직 국제정치 역학상 여러난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 산과 호흡한 그림인생 30년…한진만교수 개인전

    “수묵의 조형성은 산이나 도시 어디에나 있다.나는 그 조형성을 어느 한순간 어둠 속의 마이산과 석탑에서 찾았다. 생명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30년이 넘도록 산을 오르며 작업한 대탁 한진만 교수(53·홍익대 동양화과)에게 산은 그림을 그려야할 이유이다.80년대 정형화된 준필에 의한관념적 연산에서 90년대 자유로운 묵필에 의한 실경의 산,그리고 최근의 점필법에 의한 사념적인 산에 이르기까지 그는 산과 더불어 호흡하며 그림을 그려왔다. 산의 진실을 찾는데 몰두해온 그가 3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02-730-0030)에서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550호 안팎의 대작 13점을 포함해 모두 35점이 내걸린다.금강산과 마이산,그리고 청량산의 영적인 기운이 듬뿍 담긴 작품들이다. 작가가 그려온 산의 계보를 보면 청량산과 금강산은 비교적최근에 만난 소재라 할 수 있다. 경북 안동에서 봉화로 가는 중간에 있는 청량산은 그 산세가 드높은 기상을 전해주는 영산이다.붕긋이 솟아오른 모습이 마치 시루떡을 포개어놓은것 같다. 작가는 그 청량한 산의 영기를 화폭에 담았다.“나는 아직도 정신세계가 작품에 이입될 수 있도록 수도승처럼 화도를 닦아가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빈말이아님은 그의 작품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그가 공인 3단의실력을 갖출 만큼 검도에 열심인 것도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한 정신수련의 한 방편이다.“진검은 한 선으로 가야조용히 그어지는 법”이라는 게 작가의 말.그의 힘있고 정제된 선은 그러한 검법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작가는이를 ‘검필법(劍筆法)’이라 불렀다. 작가의 마음 속에 줄곧 자리잡아온 또 하나의 산은 금강이다.작가는 지난 99년겨울 금강산을 다녀왔다. 그리고 구룡폭포·연주담·만물상·안심대·삼선암·장전항 등의 풍경을 화폭에 옮겼다.겸재·소정·청전으로 이어지는 금강산의 ‘모범답안’과는 또다른 금강을 그려낸 것이다.자신의 말대로 “대상을 간결하게 선으로 묘사함으로써 불필요한 잡티가 걸러지고 정신의진수만 남은” 것이 대탁의 금강이다. 소용돌이의 이미지로때론 파장을 일으키는 듯한 형상으로그려낸 만물상 그림은금강의 생명감을 생생하게 토해낸다. 동양화의 요체인 기운생동이란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전통 수묵산수의 경지를 추구하면서도 작가는 기법과 재료에 대한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안료 대신에 황토를 사용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작가의 ‘황토 수묵화’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그는 그릇에 물과 흙을 넣고 가라앉힌 뒤맨 위의 고운 입자만을 골라 아교액과 섞어 사용한다. 검무를 추듯 ‘일필(一筆)의 묘’를 구사하는가하면 어떨 땐 화선지 뒤에서 칠하는 배채법(背彩法)을 시도하기도 한다.그렇게해서 나온 흙색과 먹의 조화는 유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푸근하고 웅숭깊은 맛을 전해준다.자연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의 그림은 동양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한껏느끼게 한다. 김종면기자jmkim@
  • [대한광장] 꽃들에게서 배우는 행복

    황사 바람 속에서도 맑은 꽃길을 열며 봄이 오고 있다.뿌연 대기 아래서 생명의 처녀성을 드러내며 세상을 향해 희망의 손짓을 하는 꽃들이 애처로워 보인다.오지 않을 세상에 두려움도 없이 찾아온 꽃들.그러나 이렇게 긴 겨울을건너 희망의 눈빛으로 이 세상에 다시 찾아와 주어서 한없이 고마운 꽃들. 어느 봄날,남쪽 바닷가에 자리한 절에 법회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남해 바다를 돌고 돌아 가는 길에 꽃들이 너무나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들이켠 꽃의 향기는 법회를 보는 다음날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나는 법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물었다.“꽃이 왜 아름다운 줄 아세요?”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대답을 찾지 못하는 물음에 나는 스스로 답을 들려주었다.꽃이 아름다운 것은 행복하기 때문이라고.행복한 모든 것은 꽃처럼 아름다운 것이라고.여러분이 아름답지 못한 것은 불행하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은 나의 대답에대한 동의라기보다는 ‘행복’을 찾았으면 하는 그들의 희망에 대한긍정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그러나 찾아가는길을 모르기 때문에 행복은 언제나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소유나 집착의 길을 열심히 걸어갔지만 거기서 만난 것은 행복은 아니었다.소유는 언제나 끝없는 갈증의 자취만을 남길 뿐이다.많으면 많을수록 빈 자리가 더욱 커지는것이 소유의 자리고,작아도 더 이상 부족함이 없는 자리가행복의 자리다. 소유는 경쟁을 길벗으로 하지만,행복은 사랑을 동무로 하기에 언제나 여유롭다.작아도 크게 느끼고,흔해도 정답게 바라보는 눈길과 가슴 속에 행복의 길은 조금씩 조금씩 열리는 것이다.욕심을 버리고,만족함을 알고,명상을 통해 내면의 자아와 자주 만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행복의 길 위에 선 사람이리라.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이 있다.더러운 곳에 살아도언제나 깨끗함을 잃지 않는 연꽃을 이르는 말이다. 연꽃을보고 있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느낄 수 있다.연밭의 더러움과는 달리 연꽃의 자태는 너무나 맑고 아름답기만 하다. 연꽃의 가치는 더러움을 이기고 깨끗함을 피워내는 데 있다.사람의 가치도 역시 욕망과 집착과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마음의 어둠을 갈아 눈부신 행복을 피워내는 데 있을터이다. 상황에 쉬이 무너지고,욕망에 쉽게 이끌려 행복과는 정반대인 불행의 길을 걷는다면 사람의 가치는 그 어디에서도찾을 수 없을 것이다.자주 자신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그러면 볼 수 있을 것이다.자신이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고,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아름답지 못하다면 가던 길을중단하고,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지워야만 한다.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배워야 한다.처음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는 행복에 이르는 길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이면 나는 언제나 산수유를 떠올린다.빼어난 절색의 아름다움이 아닌 수더분한 아름다움이 산수유에는 가득 배어있다. 화엄경을 보던 시절,봄날이면 나는 지리산 골짜기를 오르며 무던히도 산수유를 보았다.화엄경을 바랑에 담고 가끔씩 이마에 고인 땀을 훔치며 오르는 고갯길에 핀 산수유를보는 것이 그 시절 내게는 행복이었다. 우체부가 와 반가운 편지를 전하고 돌아가는 길에도,먼 곳의 도반이 지리산에 찾아온 봄날에도 산수유는 피어 있었다.산수유는 사람들이 오가는 산길에서 봄날을 내내 나와 함께 했다. 이 봄에도 산수유는 황사바람 부는 산야에 또 피어 조용하고 남루한 자리의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다.황사바람 부는 봄날에도 어김없이 꽃들이 찾아왔듯이,황사바람 같은이 땅의 오늘 위에서 우리도 꽃처럼 행복한 존재로 남기위해서 애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꽃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성전 스님 조계종 옥천암 주지
  • [굄돌] 백자의 아름다움

    산 너머로 동이 터온다.산을 등지고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요장(窯場)으로 들어가는 새벽길.여명이 더할수록 하늘의 어둠은 땅으로 내리는지 등선의 윤곽이나마 희미하게보이던 요장은 가뭇없이 몸을 숨겼다.요장으로 가는 길은마치 산사로 가는 길목과도 같다.풍경은 사철 그 맛이 다다르겠지만 쌀쌀하여 상큼한 감이 도는 3월의 새벽길이 제격이란 느낌을 갖게 한다. 경기도 이천시 원적산 자락에 제비집처럼 붙은 한도요(韓陶窯).이곳에서 한도(韓陶)서광수(56)씨는 외곬 40년,흙빚는 일을 고집하고 있다.흙으로 벽을 쌓고 초가 지붕을 얹은 요장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돈다.지붕을 떠 받친,제멋대로 생긴 기둥과 서까래는 ‘한도요’인장이 찍힌 도자기와 쏙 빼닮았다.그만큼 든든하고 자유분방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와 마주한 아침.사뿐히 들어 올린 겨드랑이 밑에서 산바람이 솔솔 분다.조선 백자가 장구한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다시 부활하는 아침.참으로 오랫만에 담백하고 소박하여 차라리 눈부신 백자 항아리와 마주 앉았다.눈앞에 보이는 백자는 조선도공들이 빚어낸 백자의 핏줄임이 틀림없다.백자의 수작(手作)을 일컬어 ‘무기교의 기교’라고 찬탄했던가.나와 마주한 ‘백자 달항아리’는 조선의 그 어눌하고 넉넉한 백자와 무엇이 다른가하고 눈씻김질을 해본다.부질없는 짓.세월의 무게를 빼고 보면 될 것을…. 작은 성냥곽 크기의 연적을 대하며 오밀조밀한 맛을 즐기다보면 금새 의연한 선비의 단아함을 연상케 하는 백자.이것이 백자에서 풍기는 기품 아닌가.작은 것 뒤에서 있는듯없는듯한 유백(乳白)의 ‘백자 달항아리’는 원만구족(圓滿具足)한 형태미를 갖추고 약간 찌그러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이를 즐기는 듯하다. 무엇하나 거리낌 없는 백자와 마주 한다는 것은 즐겁다. 그래서일까.백자 달항아리는 한국의 미에 관한 일종의 화두이자 영험한(!)부적과도 같은 울림을 주었다.자리를 털며 한 생각이 일었다.“우리네 삶도 무기교의 기교로 가꾸어 가는 것은 어떨까.”이도형 도예평론가
  • 복지부 ‘역경속 희망찾기’

    보건복지부내의 최근 분위기는 “우리가 동네북이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항변속에 자괴감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위기 극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 또한 강하다. 어둠이깊어지면 새벽이 온다는 말처럼 역경속에서도 희망을 찾기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장관 불명예 퇴진 국민의 정부 들어 복지부 장관들은 릴레이식으로 쓰러졌다.‘의약분업’의 직격탄을 맞아 쓰러진 장관은 국민의 정부들어 최선정(崔善政)·차흥봉(車興奉)전장관.최 전장관은 재정위기에 대한 ‘비난여론’에무릎을 꿇었고,차 전장관은 ‘의료계파동’이 끌어내렸다. 이에앞서 주양자(朱良子)전장관이 부동산파문 등 개인 문제로,김모임(金慕妊)전장관은 국민연금으로 중도하차했다. 주 전장관을 제외하고 ‘실정’에 대한 문책성 경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전국민연금실시,의보통합,기초생활보장제도,의약분업)이 장관을속죄양으로 삼았다.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차곡차곡 여물어 가고 있다.이에앞서 문민정부 때는 한약파동으로 4명의장관(宋貞淑·徐相穆·李聖浩·金良培)이 물러났다. ■세대교체 최 전장관의 사임으로 복지부는 사실상 세대교체가 이뤄졌다.1세대의 퇴진이다. 고시출신 관리로 그동안 복지부의 모든 정책을 주도했던인물은 최 전장관을 비롯한 행시 10회 출신.장관 1명과 차관 3명(최 전장관 포함)을 배출했다.전계휴(全啓烋)·김용문(金龍文)전차관,최선정 전장관(차관을 거침),99년 직권면직된 김종대(金鍾大) 전기획관리실장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그동안 복지부의 정책을 입안했던 정책 책임자들이다.마지막 주자였던 최 전장관의 퇴임으로 미래의 보건복지정책은 이제 후배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최 전장관의 사임기자회견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읽을 수있다.그는 “30여년 공직생활 동안 복지부의 모든 정책이내 손을 거쳤으며 잘못된 것도 솔직히 많았다”면서 자신을 ‘모든 책임의 원흉’이라고 자세를 낮추기로 했다. ■책임론 “앞으로 복지부 직원이라고 하지 못하겠어”“아냐,복지부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서워 할거야”-여론의지탄을 받고 있는 복지부 직원들이 나누는 대화의 일부다. 이들이 특히 언짢아하는 것은 ‘책임론’이다.재정파탄의책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이 의약분업과 재정위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땀을 흘린 복지부의 일꾼들이라는 점이 이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접시를 닦다가 실수로 깬 사람과 접시를 닦지도 않은 사람,일부러 접시를 깬사람과는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항변으로 해석된다. 한 의약분업 담당공무원은 정부 인터넷 게시판에 학계,시민단체 담당자를 거명하면서 “의약분업 강행과 의보통합을 주장할 때는 언제이고,지금와서 복지부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심경을토로했다. 강동형기자 yunbin@
  • 눈이 내린다…욕망이 날린다…KBS1 TV문학관 ‘홍어’

    자고새면 무릎이 푹푹 빠지게 문간까지 쌓이는 눈.골방에유폐된 어머니는 하루하루 삯바느질로 집나간 지아비에 대한 회한을 삭인다.떠꺼머리 아들아이는 누이뻘 계집애와 눈싸움에,썰매타기에,어머니 속타는 줄은 까맣게 모른 척이고. KBS1의 TV문학관 ‘홍어’(김주영 원작,김병수 극본,장기오 연출,21일 오후11시)는 시종 브라운관을 짓누르는 눈이반은 말해주는 드라마다.눈은 카멜레온처럼 몸을 바꾸며,유예되는 욕망들로 핏기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톡톡한 방점을찍어준다.어스름 내려앉아 푸르스름한 눈,비끼는 노을자락에 겨자빛 도는 눈,어둠 풀려 흡사 심해같은 눈,염색천이나부끼는 희디흰 벌판, 흩날리는 진눈깨비, 먼 눈, 가까운눈…. 눈은 곱다시 배경으로 머물긴 커녕,그 자체 강렬한 캐릭터가 되어 등장인물에,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별명이 홍어인 아버지(임동진)가 기생집 ‘춘일옥’안주인과 눈맞아 도망친 지 5년.어머니(김해숙)가 문설주에 걸어둔 홍어는 말라비틀어졌다.어느날 이집에 18세 삼례(정다빈)가 흘러들자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세영(김수동)은 삶이확 달라져버린 기분이다.안으로 메말라만 가는 어머니와 달리 되바라지기 밤톨같은 삼례는 자전거포 총각과 밤도망을놓더니 어느날 기생이 되어 읍내에 나타난다. 드라마 관건은 엄청 쌓인 눈.3년전부터 기획안만 만지작거려온 KBS는 올해 20년만의 폭설이 내리자 강원도 평창 축산기술연구소 대관령지소에 세트를 짓고 2주만에 촬영을 해치웠다. 25년간 현장을 지켜온 장기오 대PD는 “열세살 시골소년의성장기를 한축으로,어머니의 욕망과 반란을 또 한축으로 한편의 수채화같은 드라마를 엮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수채화라면 합격점이다.이점 함박눈을 펑펑 쏟아준 올겨울하늘에 고마워해야 할 성 싶다. 하지만 두바퀴라는 드라마는 자꾸 한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엄마 품에서 벗어나 성에 눈떠가는 세영이쪽 삽화는 그런대로 깔끔한데 어머니 캐릭터가 종내 오리무중이다. 삼례에 목돈을 쥐어 쫓아보낸 뒤 아들에게 털어놓는 넋두리 몇마디에다 흰천에 핏방울 듣는 이미지 몇가지만으론 평온해 뵈는 삶에 섬뜩하니 묻힌 욕망,그 입체적 깊이가 드러나질 않는다.삼례 역시 마냥 발랄한 N세대일뿐 어머니 가슴에 확 불을 댕길만큼 ‘화력’있어 보이진 않는다.그런 탓에 막바지 대반전인 어머니 가출도 왠지 느닷없어 보였다. ‘산뜻한 화면’에 매달린 나머지 눈이 던진 질문들,저 자못 폭력적인 삶의 어둠에 대한 응시는 너무 쉽게 생략해 버린 것 아닌지 아쉽다. 손정숙기자 jssohn@
  • [김삼웅 칼럼] 진짜 언론인 함석헌 100주년

    오늘(13일)은 함석헌선생 탄생 100주년이다. 함석헌은 역사연구가·사상가·민권운동가·잡지발행인 등 여러가지로 분류되지만 ‘진짜 언론인’도 한 범주라 하겠다. 언론인이면 언론인이지 진짜는 뭐고 가짜는 뭐냐고 할지 모르지만 상품에 진짜와 가짜가 있고 진실한 사람과 위선자가있듯이 언론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랜 독재와 냉전시대에사이비언론(인)이 득세하고 판칠 때 함석헌이야말로 진짜 언론인의 역할을 했다. 제도언론에 지면이 허용될 때는 할 말을 하고,지면이 봉쇄당할 때는 ‘언론게릴라전’을 펴면서 독재와 냉전세력과 싸웠다. 최근 어떤 신문이 ‘할 말은 하는 신문’을 구호로 내걸었지만,그런 신문이 독재에 침묵하거나 곡필을 서슴지 않을 때함석헌은 진짜 할 말을 했다. 억압시대에는 비굴하고 민주시대에는 방종하는 사이비 비판이 아니라 남들이 입을 다물때,천지가 암흑에 덮일 때 그는 할 말을 했다. 친일언론이 식민지 백성들을 전쟁터로 몰아갈 때 함석헌은동지들과 ‘성서조선’을 만들며 어둠에 묻힌 조선역사를 쓰다가 투옥되고,자유당 천하에서 대부분의 언론이 어용족 또는 만송족(晩松族)일 때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논설을 썼다가 감옥엘 갔다. 5·16쿠데타로 온세상이 공포에싸일 때는 ‘5·16을 어떻게 볼까’란 쿠데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군사정권의 폭압 속에서도 정치군인들에게 할 말을다한 것이다. 당시 족벌언론이 쓴 쿠데타 지지 사설과 기사,논평은 한국언론사의 치부를 드러낸다. 독재권력이 강화되면서 지식인은 두 갈래 부류로 나타났다. 저항과 타협의 길이었다. 저항자는 설 땅을 잃고 타협자는풍요가 따랐다. 고려무인정권 때도 그랬고 일제식민시대도그랬다. 그리고 비굴하게 타협하면서 무인정권과 식민통치를찬양한 세력이 시대의 주류가 되었다. 군사독재 시절도 예외가 아니었다. 함석헌 등 진짜 비판자는 도태되고 사이비들이 득세하여 사세를 키우고 영향력을증대시켰다. 전두환정권에서 이런 현상은 절정을 이루었다. 언론통제가 심해지자 함석헌은 제도언론인들에게 언론게릴라전을 제창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언론활동이 불가능한상황이기에 게릴라전술로 언론투쟁을 하자는 것이었다. 게릴라전은 정규군이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특수임무가 요구될때 전개된다. 신문사주와 간부들이 군사독재와 유착된 상태에서 언론의 정상적 기능(정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게릴라전을 제창했던 것이다. 그러나 함석헌의 목마른 외침은 빈 산의 메아리에 그쳤다. 독재의 짓누름도 심했지만 그들이 던져준 이권과 고깃덩이도만만찮았다. 또 긴 세월 길들여진 보신주의 언론인들이 게릴라로 활동하기에는 너무 배부르고 비대해졌다. 특히 양심적 기자들이 자유언론의 횃불을 들었다가 쫓겨나면서부터 진짜 저항언론의 맥은 끊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함석헌은 ‘씨알의 소리’를 창간하여 직접 게릴라전에 나섰다. 함석헌은 사이비들처럼 사주의 지침이나 시세에 따라 아무권력이나 무조건 지지 또는 반대하는 따위의 언론인과는 격이 달랐다. 군사독재를 준엄하게 비판하다가도 통일문제는지극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나이기 때문에 하나되어야 합니다. 갈라진 이대로는 살 수 없고 산다고 해도 사람이 아닙니다. 남은 북을 믿고 북은 남을 믿고 일어섭시다.”(북한동포에게 보내는 편지) 30여년 전에 쓴 글이 지금 읽어도 감동을 준다. 참글은 이렇게 이념과 시공을 뛰어넘는다. 그 자신 진짜 언론인인 송건호씨는 함석헌을 타고난 언론인으로 평가한다. 신문기자나 논설위원의 경력은 없지만 타고난 언론인이란 두가지 논거를 들었다. 첫째,문장이 보통 언론인 이상으로 유려하고 평이하다. 언론인과 비언론인의 구분은 문장이 쉬운가 난삽한가라면 함선생의 문장은 간결하고 쉽다. 둘째,시대를 보는 눈이 예리하다. 나날의 시사문제에 날카롭다는 것이 아니라 시대 이면에 흐르는 사조를 꿰뚫는 눈이날카롭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 함석헌은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용기있는 언론인이었고 용기의 원천은 역사의식이었다. 역사의식이 없는용기는 풍차에 칼질하는 만용이거나 멧돼지의 저돌성이다.타락한 언론의 저돌성이 ‘비판’의 이름으로 설치는 시대에함석헌의 참언론정신이 그립다. △김삼웅 주필 kimsu@
  • [굄돌] 사랑의 오아시스를 꿈꾸며

    길을 묻거나 혹은 상점에서 물건에 관해 물을 때 흔히 듣는 말이 “몰라요”다.질문의 대상이 바로 옆집인데도 그 무관심한 “몰라요”라는 대답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없는 고생을 하고 귀중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가. 인생의 나그네 길에서 잊지 못할 살아있는 추억의 장면중휴스턴에서 대학 다닐 때의 일이 떠오른다.어두운 기숙사 방에 혼자 누워 고열·기침과 투쟁을 벌이고 있을 때,낸시라는 미국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목이 아파 쉰 목소리로 겨우 전화를 받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어둠 속에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고 있을 때 현관에서 벨 소리가 났다. 낸시와 그녀의 남편이 한 시간이 넘는 시골길을 달려 나를데리러 온 것이었다.차의 뒷 의자에 깔아준 담요에 누워 낸시의 집으로 가면서 차창 밖을 쳐다보니 반달이 처량하게 떠 있고 마른 내 얼굴엔 눈물이 흘렀다.너무 고마웠다. 불이 환히 켜진 낸시의 집에 도착하자 낸시는 나를 데리러오기 전에 찜통에 끓인 닭죽이 다 되었으니 감기에 좋은 따끈따끈한 닭죽을 먹으라고 주고 자기아들 방으로 안내했다. 초등학생인 낸시의 아들은 나 때문에 자기 방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그는 잠자는 포대를 들고 와 부모 방 침대 밑에 누우면서 호기심에 찬 눈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한밤중에기침을 계속하고 있는데 어둠 속의 내 침대 옆에 낸시가 꿇어 앉은 채 기침약을 숟가락에 부어 들고 먹으라고 했다.보통 사람 같으면 자기 집 식구에게 감기가 옮을까봐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낸시는 잠도 안자고 시간을 맞추어약을 주었다.아침햇살과 더불어 나의 기침도 가라앉고 낸시의 정성으로 며칠 후에는 열도 내려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사람들과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고 행복하게 살려면 친절과 신의를 지키라는 지혜서의 말을 낸시는 늘 아름답게 실천하며 무관심의 사막이 아닌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어 주었다. 곽수 서양화가
  • 관심 모으는 소설 2권

    여러모로 대조적이면서 다같이 뛰어난 두권의 소설집이 주목된다.피하고 싶은 현실의 어둡고 누추한 통로 속으로 행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힘이나,탁 터지고 화려한 길을 진지하고 깊은 생각의 집에까지 이르게 하는 솜씨나 모두 드문능력이다. 최인석의 소설집 ‘구렁이들의 집’(창작과비평사)은 1953년생 작가의 다섯번째 창작집이다.표제작을 비롯 ‘잉어 이야기’‘모든 나무는 얘기를 한다’‘포로와 꽃게’‘봉천동,그 찬란하던 날’등 최근 3년간에 발표된 5편을 싣고 있다. 편 수에서 보듯 그의 작품은 중편에 가까운 길이인데 속도만은 매우 급하다.졸졸 예쁘장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시냇물이 아니라 홍수진 뒤 거칠게 넘쳐흐르는 도랑물같은 작품들인 것이다.이야기 속 현실들은 탁류처럼 탁하고 앞뒤가 막혀 있는데,작가는 평소의 폭을 무시하고 넘쳐나는 홍수 뒤의일시적 분류처럼 말을 쏟아놓기 바쁘다.그러고 보니 탁류는대개 거센 분류이기도 한데,세상의 탁함을 휩쓸어가는 어쩔수 없이 유일한 방도이기 때문일까. 현실의 어두운 진상에서 결코 시선을 돌리지 않으려는 작가는 어둠을 끝까지 응시하기 위해 이처럼 분류같이 말하기에다 환상의 색칠 입히기를 더한다.환상이랬자 요즘 신세대 작가들처럼 무책임하게 울긋불긋한 것이 아니라 잘해야 탁류의 불투명한 황토빛에 그친다.먼저 적당한 원을 그린 뒤 그 안에서 아기자기하게 왔다갔다하는 흔한 작품들과는 유다르게최인석은 최단의 폭만 내고 나머지 힘을 쏜살같이 멀리 내지른 데 쏟는다. 소설가 임철우는 소설집 권말의 발문에서 “인물의 정서적감응이나 내면풍경에 대한 묘사를 거의 배제한 채 독자를 작가 의도대로 시종 긴박하게 압박하며 끌고나가는 그 집요하고 숨가쁜 화법 등의 특성”에 주목하며 “현실세계 및 인간 삶 자체가 완전히 뒤집히고 붕괴된 채로 마치 악몽이나 지옥도처럼 제시”된다고 말한다.이어 “작품에 들어 있는 극단적 비관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의 만연한 질병과 불구성을깨닫게 만들고,이 불구의 현실과 안락의 일상에서 우리 영혼이 함께 병들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강렬한 경고”라고 평한다. 이에 비하면 같은 53년생 여성작가 송혜근의 소설집 ‘이태리 요리를 먹는 여자’(생각의나무)는 터널을 막 빠져나온바깥처럼 환하고 따뜻하다.그러나 결코 경박하지 않다.겉과바깥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이같은 외양 또한 눈에 띄게 화사하다는 점에서,먼저 인상부터 쓰고 속말을 내뱉고 보는 대개의 한국소설과는 차이가 난다.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유채색의 외양들이 조금 놀랄 정도로 듬직한 무게의 배후를 지닌다는 점이 독자를 즐겁게 한다. 이 소설집은 장편소설을 세권 펴낸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십년전의 등단작 ‘누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죽였는가’까지 포함되어 있다.작가는 미국생활을 오래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고 6편 중 5편이 미국이 무대인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송혜근의 ‘미국’은 한국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미국’이 아니다.사물과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적경계를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할 때 환유·동원되는말로서 미국인 것이다.그래서 평론가 박철화는 ‘댄디’(멋쟁이)란 말을 끌어낸다. 튀게 멋을 부리지만 보통의 개멋쟁이들과달리 그 멋의 허무한 맛을 알아채는 감수성과,그 맛을 즐길 사고력도 가능한 멋쟁이를 댄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송혜근은 화사한외양과 그 외양 뒤의 허무적인 실체를 동시에 볼 줄 알고 또 동시에 보기를 좋아하는 것이다.“송혜근의 작품에 이르러우리 소설문학은 직관과 선험적 사유가 통합된 개성 있는 엑조티즘과 댄디의 세계를 가지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박철화는 평한다. 김재영기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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