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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플러스] ‘던전앤 파이터’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온라인 액션게임 ‘던전앤파이터’의 ‘ACT8 어둠을 먹고 피는 꽃’을 업 데이트해 내놓았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개편이 눈길을 끈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기본 능력치 조정과 함께 크레이지발칸, 베놈마인 등의 스킬이 추가됐다. 레벨이 높은 상대에게는 스킬 효과가 감소하며, 낮은 상대에게는 반대로 증가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높은 레벨 던전으로 ‘타락과 도둑’에 이어지는 스토리를 가진 ‘유혹의 마을 하멜론’은 매드니스 단원들과 떠돌이개가 등장하는 등 보다 편리하고 재미있게 업 데이트됐다.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4) 금강역사상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4) 금강역사상

    ‘피도 없고 물도 없고 정도 없는 화강석에서 맥박이 뛰고, 신성(神性)이 넘치고, 호흡이 고르고, 온(溫·따뜻함)과 엄(嚴·엄숙함)을 구비한 위대한 모습이 드러날 때, 환희는 장인의 손끝에 있지 않고 신라 천지를 휩쌌을 것이고 천지를 울렸을 것이다.’ 한국 미술사학의 선구자로 대접받는 우현 고유섭(1905∼1944) 선생은 석굴암 본존불을 바라보며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우현이 1934년에 쓴 글로 언제 읽어도 뿌듯하지요. 이렇듯 석굴암은 신기(神技)로 표현되곤 합니다. 하지만 석굴암은 범접할 수 없는 이상적 세계를 구현했으면서도, 인간적 한계 또한 드러내고 있어 더욱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금강역사상의 얼굴은 석굴암이 ‘신의 손’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졌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흔히 인왕으로도 불리는 금강역사는 석굴암의 입구 양쪽에서 주먹을 치켜든 기세등등한 자세로 본존불을 호위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중생의 미망(迷妄)을 때려 부수는 부처의 힘을 과시하지요. 그런데 일제 강점기인 1913년부터 1915년까지 석굴암을 해체·보수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깨버린 흔적이 역력한 금강역사상의 조각들이 발견됐습니다. 오른쪽 금강역사의 얼굴과 오른팔, 왼쪽 금강역사의 왼손이 수습되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지요. 금강역사상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이 입을 벌리고 있는 아(阿)형, 오른쪽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훔( )형입니다. 산스크리트어에서 ‘아’는 입을 벌리는 최초의 음성이고,‘훔’은 입을 다무는 마지막 음성이라고 합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상징한다지요. 입을 다문 경주박물관 것이 오른쪽 금강역사라는 것도 그래서 알 수 있습니다. 석굴암과 경주박물관의 금강역사는 한눈에 보기에도 같은 장인의 솜씨입니다. 하지만 경주박물관 것이 근엄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힌 모습이라면, 석굴암 것은 과장된 표정으로 위협하듯 고개를 외로꼰 채 치켜들고 있습니다. 통일신라의 금강역사는 중국이나 인도 것과는 달리 공포가 아닌 자비를 담은 부드러운 분노를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먼저 완성된 금강역사는 너무 점잖다는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손가락만으로 땅속의 마구니를 굴복시키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본존불까지 마무리지어 놓고 보니 역동적인 금강역사가 더욱 절실했겠지요. 석굴암과 불국사를 세우는 데는 751년부터 774년 이후까지 최소한 24년이 걸렸습니다.20대에 토함산에 오른 석공들이 대부분 같은 자리에서 50대를 맞았다는 뜻입니다. 경주박물관의 금강역사상은 석굴암의 완벽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보여주는 치열한 예술가 정신의 증거입니다.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뿐, 석굴암에 인생을 바친 석공들이 겪은 시행착오가 어디 금강역사뿐이겠습니까. dcsuh@seoul.co.kr
  • [현장행정] 성북구 주한외교사절 한글 강좌

    [현장행정] 성북구 주한외교사절 한글 강좌

    매주 월요일 어둠이 살포시 내려앉은 오후 7시가 되면 서울 성북구 성북1동 동사무소 한국어 강좌반에는 주한 외교사절 학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는다. 학생은 스웨덴 대사, 파푸아뉴기니 대사 가족, 폴란드 부대사 등 10명이다. 고려대 국제어학원 한국어문화교육센터 장미경 전임강사가 영어와 한국어로 2시간씩 강의를 진행한다. 성북구는 지역에 사는 주한 외교사절을 위해 지난달부터 오는 8월까지 한국어 강좌를 무료로 개설한다. 외교사절들은 “집 가까운 곳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어 너무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한글은 논리적인 문자” “지난 시간에 배운 단어를 복습해 볼까요.” 10일 장 강사가 노란색 한글 카드를 펴들었다. 여기저기서 어설픈 발음의 한국어가 터져나온다. ‘우유’ ‘바나나’ ‘이름’ ‘커피’ ‘한국어’ ‘성북동’…. 한글을 배운지 한 달밖에 안 된 초보자들인데도 단어를 척척 읽어 내려갔다. 한국에 온 지 3개월째라는 포르투갈 외교관 주앙 하말레리아(24)는 “한글은 논리적인 문자라 단어 읽기를 쉽게 배웠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은 자연스레 한국문화 전파로 이어졌다. 이날의 화두는 ‘박찬호’로 정했다. “박찬호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강사의 질문에 모두들 “몰라요.”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 선수입니다.” 알제리 대사부인인 파리다 하디스(47)는 “알제리에서는 야구가 인기가 없어서 몰랐다.”면서 “한국인들은 야구도, 축구도 다 잘하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주앙 하말레리아도 “스포츠에 대한 한국인의 열정이 대단하다. 택시를 타고 ‘포르투갈 대사관으로 가자.’고 한국어로 말하면 운전기사는 어김없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겼다.’며 축구 토론을 시작한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장 강사는 “외교사절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어 한국어는 물론 한국문화, 한국생활을 배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대사관저 24개…외국인 6000명 거주 서울 성북구에는 대사관저 24개, 외국인 6000여명이 거주한다. 성북구는 이같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작은 외교’를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매년 가을에는 삼청각에서 ‘성북에서 아름다운 추억을’이란 행사를 연다.4회째를 맞은 지난해 행사에는 18개국 100여명의 외교사절이 참여했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경험한 불편함을 털어놓으면 구가 해결책을 마련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조깅을 즐기는 한 외교사절이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운동할 때 여러 번 교통사고의 위험을 경험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곳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기로 결정했고,2005년 8월 폭 1∼1.5m에 연장 3.5㎞의 산책로(성북구민회관 입구∼종로구 경계)를 조성했다. 이달 말에는 북악골프연습장 주변 등 산책로가 끊겼던 곳에 구름다리까지 설치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전국 최초로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를 제정, 외국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토대를 마련했다.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외교사절에게 우리가 전한 작은 감동이 그들의 고국에 몇 배의 울림으로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백야홍’

    [거리 미술관 속으로]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백야홍’

    하얀 벚꽃 물결이 넘실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붉은 칸나’ 한 떨기가 피어 있다. 절정인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온 시민들은 한국투자증권 앞에 서 있는 성완경 작가의 ‘백야홍(白夜紅)’에 넋을 잃는다. 아니, 건물 조형물이 붉은색이라니. 도발적이고 도전적이다. 공공미술은 청동색이나 회색, 검은색이라는 고정관념이 단번에 무너진다. 작가는 “한국투자증권 건물이 안쪽에 들어와 있고 항상 그늘에 가려진 북쪽이다. 그래서 활기를 불어넣을 강력한 상징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조형물은 건물과 조화를 이뤄 상생 관계를 형성할 때 의미가 있다는 작가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백야홍은 신조어다. 백야(白夜)는 어두워지지 않는 밤을 말하는데 북극과 남극에 가까운 지방에서 여름철에 일어난다. 홍(紅)은 붉은색이란 뜻이다. 단어를 풀이하자면 ‘24시간 붉게 빛난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이 한국 경제를 24시간 밝히고, 한국 경제가 불철주야 성장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24시간 잠들지 않는다. 밤 12시가 넘어도 조명을 끄지 않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려앉을 때부터 여명이 밝아올 때까지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모양 또한 독특하다. 십자 축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조각이 얽혀 한 몸을 이루었다. 그래서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보는 모습이 각기 다르다. 작가는 “골판지를 자유롭게 잘라서 부스러기를 만들고, 그것을 한꺼번에 붙여 위로 올라가는 상승의 느낌을 살려 디자인했다. 그 모양대로 철강재 등을 잘라 붙여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가볍고, 에너지 가득한 조형물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삼각형, 원, 마름모, 직사각형 등 다양한 도형을 연결하자 작품의 표정이 다양해졌다. 때로는 타오르는 불꽃 같고, 때로는 한 떨기 꽃처럼 정열적이면서도 단아하다. 작가는 “관객마다 다른 해석을 내린다는 것이 추상 작품의 매력”이라며 다양한 해석을 반기면서도 “단조로운 회색 도심에 붉은 칸나 한 송이를 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1994년부터 자란 칸나 한 송이는 오늘도 변함없이 여의도를 붉게 비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꼭 햇볕을 다시 찾아야죠

    꼭 햇볕을 다시 찾아야죠

    월드컵의 열풍이 막 지나간 3년 전, 고교 동창에게 전화가 왔다. 학창 시절 둘이 학교에서 사고란 사고는 모두 도맡아 치고 다녔다고 할 만큼 절친한 사이였기에 가슴이 뛰었다. 바로 그날 약속을 잡아 우리는 13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간 것처럼 당시 별명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그동안 서로 살아온 얘기도 나누고 또 학창시절 추억도 되살렸는데 자리를 파할 무렵 친구 얼굴이 매우 굳어졌다. 말 못 할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친구한테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우거지상이냐고 했더니, 요즘 회사가 너무 안 돌아가서 죽겠다고 끙끙거렸다. 제대로 말도 못 하고 계속 안주도 없이 소주만 들이키는 녀석이 너무도 쓸쓸해 보여 혹시 내가 도울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친구는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내 손을 꽉 잡더니, 안 그래도 꼭 부탁할 일이 있었다며 보증을 서달라고 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보증은 서주기 힘든 현실이지만 술이 머리끝까지 올라 있던 터라 남자는 의리라며 사내자식이 뭔 그깟 일로 눈물까지 흘리냐고 큰소리를 쳤다. 뒤돌아서서 후회했지만 만약 내가 그렇게 어려운데 녀석이 모른 체하면 얼마나 섭섭하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총각도 아니고 이미 가정을 꾸린 몸인데 이런 일을 혼자 결정하기는 곤란했다. 그래서 우회적으로 보증 얘기를 꺼내자 아내는 펄쩍 뛰었다. 자신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돈을 빌려주는 게 낫지 보증은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만약 자기 몰래 보증을 섰다가는 당장 이혼할 줄 알라고 말하는 아내를 보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생각을 고쳐먹고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자 친구가 달려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마음이 무너졌고, 바로 그날 우리 집을 담보로 친구에게 돈을 빌려 주었다. 친구는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곧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녀석과의 마지막이었다. 학창 시절 친구와의 우정을 제일 소중하게 여겼던 녀석이라 나에게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친구는 은행에서 4억을 받자마자 이미 정리된 회사를 내팽개치고 자기 가족까지 나 몰라라 하고 내연의 여자와 외국으로 사라졌다. 친구와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했지만 회의 때문에 전화를 못 받는 거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이자 납부가 나에게 떠넘겨지고 계속 소식을 알 수 없어 불안했다. 그래서 회사로 찾아갔더니 이미 오래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하는 게 아닌가. 곧장 친구네 집으로 갔지만 가족들 모두 친정으로 떠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 연이어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동태처럼 바짝 얼어붙은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힐끗힐끗 쳐다보고 개가 짖어도 몸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남의 집 대문을 막지 말라는 주인의 손에 이끌려 그 자리를 벗어났지만 전신주에 등을 기댄 채 밤을 꼬박 샜다. 아내에게 쉼 없이 전화가 걸려왔지만 차마 아내의 목소리를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숨을 쉬면 쉴수록 목이 더 막혀오는 게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동료들이 몇 번씩 불러도 듣지 못했고 계속 죽고 싶은 마음만 들어 엉뚱한 층에 올라갔다 내려오길 반복했다. 퇴근을 했는데 아내가 왜 아무 연락도 없이 집에 안 들어왔냐고 걱정을 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아내는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물었지만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은행 직원의 전화로 아내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는 한마디 말도 없이 불 꺼진 방을 홀로 멍하게 지켰다.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유산과 은행 빚으로 겨우 마련한 우리 집을 불과 1년 만에 다시 뺏겨야 한다는 사실에 아내는 넋을 놓고 울기만 했다. 당장 사라지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는 그녀에게 나는 큰 죄인이었다. 다른 건 우리 손으로 다시 하면 된다지만 돌아가신 아버님의 마지막 사랑을 어찌할 거냐고 항변하는데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 우리 형편에 4억은 하늘보다 높은 산이라 결국 정든 집에서 내쫓겼다. 하지만 우리의 불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경매 하루 전 아내가 아무 말 없이 홀연히 사라졌다. 동네 인근을 샅샅이 뒤져도 보이질 않았다. 두 시간쯤 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음독자살을 시도했으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경찰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달려갔더니 정말 아내가 있었다. 다음 날 저녁에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아내는 이미 정신적으로 폐인이 되어 있었다. 우리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건 절대 눈 뜨고 볼 수 없다며 그냥 놔두지 왜 다시 살렸냐고, 아내는 링거병을 깨고 그 파편으로 팔뚝을 내리그으며 2차 자살을 시도했다. 결국 아내는 사지가 모두 묶인 채 강제 입원이 됐고 퇴원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몸은 완치되었지만 정신은 더욱 추락했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아이한테 맡기고 출근을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나마저 집에 있으면 우리 생활이 완전히 끝장날 것 같아 회사에 나갔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울면서 전화를 거는 딸의 다급한 목소리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아내의 입원비와 남은 빚을 정리하기 위해 사표를 썼다. 꽤 많아 보이던 퇴직금을 모두 쏟아부었는데도 빚은 남아 있었고 생활비와 아내 병원비 때문에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어차피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글렀고 또 아내와 아이도 보살펴야 했기 때문에 시간대별로 나눠서 일을 했다. 새벽엔 도시락 배달차를 운전하며 배달 일을 했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엔 전기배선 공장에 나가 건설현장을 따라다니며 일했다. 두 가지 일을 해도 아내의 입원비와 생활비 대기가 벅찼다. 그래서 형의 도움으로 얻은 중고 1톤 트럭을 개조해 붕어빵과 떡볶이 장사에 나섰다. 장사를 마치고 나면 새벽 2시, 세 시간 정도 눈을 붙인 뒤 곧장 도시락 공장으로 달려갔다. 하루에 너덧 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매일 육체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하루쯤 쉬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자포자기하고픈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병원에 있는 아내와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 모든 걸 해내는 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죽어라 고생했는데도 이자와 병원비를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유치원에서 하는 연극에 출연하는 딸의 모습을 보러 가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딸에겐 멀어서 못 갔다고 변명했지만 마음만 먹었다면 갈 수 있었는데 일당 5만 원 때문에 포기했다. 세상 모든 게 암울했고, 또 마음속으로 수천 번도 더 넘게 자살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눈물 흘릴 시간도 내겐 사치였다. 그러나 항상 어둠만 들진 않았다. 아무리 긴 터널도 때가 되면 밝은 태양을 만나듯 우리에게도 기쁜 일이 하나 있었다. 1년이 지나도록 차도를 보이지 않던 아내가 작년 2월 초에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제 발로 병원 문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온 아내를 본 순간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비로소 우리 집은 사람 사는 모습을 띠었다. 지금도 아내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지만 그래도 한자리에 우리 가족이 다시 모였다는 것이 행복하다. 강력한 태풍이 우리 집을 휩쓸고 지나간 지 벌써 3년, 친구는 여전히 소식이 없고 가족들도 친구를 포기한 지 오래이다. 가끔씩 친구가 혜성같이 나타나서 나한테 가져간 돈을 돌려주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개꿈에 불과하다. 아직도 아내는 완치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사회생활도 다시 시작했다. 힘을 모으면 우리 집에 머문 먹구름이 빨리 사라지지 않겠냐며 월 70만 원을 받으며 대형 할인점의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아내…‘…. 지난 일은 이제 가슴에 묻고 우리의 행복을 되찾을 일만 생각하자는 아내가 고마워 눈물을 펑펑 흘렸다. 아직도 우리의 불행은 그치지 않았지만 이제 내리막길은 끝난 것 같다. 다 내려왔으니 이제는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흩어지지 않고, 깨지지 않고, 한자리에 모인 우리의 행복을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2006) ‘이승욱‘_ 작은 트럭에서 어묵을 팔고 도시락 배달을 하며 사랑스런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한 번의 실수로 소중한 모든 것을 잃을 뻔했지만 가족들에게 밝은 웃음을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를 이겨냈습니다. 그는 “이 세상 최고의 보물은 가족의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희망예보 <오늘은 맑음>
  • [책꽂이]

    ●세월에 인생을 도박하고(이유식 지음, 문학관 펴냄) “임신기간 중에 태교가 중요하듯 문학작품의 회임 기간 중에도 ‘태교비평’이 필요하다. 태교비평이란 산후 비평이 아니라 산전 비평이다.” 경남 하동군 평사리 토지문학제 추진위원장인 저자는 작품을 쓰기 전에 혹은 발표하기 전에 미리 조언 내지 비평을 들어볼 것을 제안한다. 책에는 ‘한강의 강안(江岸)문화를 살리자’ ‘청부(淸富)의 정신’ ‘넓고도 깊은 인연, 풍운남 이병주 소설가’등 60여편의 에세이가 실렸다.1만원.●원자바오(마링 등 지음, 지해범 옮김, W미디어 펴냄) 중국의 외교전략은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들어선 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을 기른다, 즉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몰래 실력을 기른다는 뜻)에서 화평굴기(和平起·평화스럽게 일어섬)로 바뀌었다. 이 책은 제4세대 지도자 그룹의 핵심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다양한 면모를 살핀다.1만 3000원.●알파 신드롬(케이트 루드먼 등 지음, 안진환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인 알파(α)는 첫째, 처음, 시초라는 뜻.‘알파형 인간’이라고 하면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지배적인 역할을 맡으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 또는 리더십에 대한 자질과 자신감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을 가리킨다. 책은 이런 알파형 인간이 그릇된 길로 접어들 경우 그 조직까지 파멸로 몰고갈 수 있음을 경고한다.1만 6500원.●건강수명을 늘리는 영양의학 가이드(레이 스트랜드 지음, 유호상 옮김, 푸른솔 펴냄) 심장질환의 주범은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혈관의 염증이다. 미국에서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이다. 영양보조제는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혈관의 염증을 크게 감소시키거나 완전히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영양의학에 대한 충실한 안내서다.2만 8000원.●신정환, 김변에게 부자되는 법을 배우다(김병철 지음, 청림출판 펴냄) 중국은 토지가 모두 국가나 집체(농민집단)의 소유이므로 우리나라처럼 토지를 사고판다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 다만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건물을 매매할 수 있을 뿐이다. 이를 ‘출양’이라고 한다.1990년대 초 선전 근처의 화남지역에서 대규모 출양이 이뤄졌을 때는 투기바람이 불 정도로 토지사용권은 재산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해외부동산 투자법을 소개한 실용서.1만 2000원.
  • [서울 4色 탐험-야경 스케치] 시내버스로 즐기기

    [서울 4色 탐험-야경 스케치] 시내버스로 즐기기

    6년 전 외국인 친구가 서울을 찾았다. 나는 친구를 경주와 제주도로 안내했다. 우리는 서울에 살지만, 서울의 매력을 잘 알지 못한다. 잠시 여행한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는 더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서울신문이 서울의 매력을 파헤치는 ‘4색(色) 테마여행’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여행의 주제는 ▲밤 스케치▲역사의 숨결 ▲예술의 향기 ▲박물관 천국 등 서울의 숨은 명소들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서울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현란한 불빛이 도시를 휘감고 거리마다 젊음이 넘쳐난다. 이런 야경을 저렴하고 편하게 즐기는 방법이 없을까. 정답은 파란색 402번 버스이다. 단돈 1000원(교통카드는 900원)으로 즐기는 1시간짜리 여행이다.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건너편 스타벅스 앞 버스 정류장(시청역)에서 버스를 타면 강북과 강남, 남산의 야경을 ‘한방’에 체험할 수 있다.‘찰칵´하고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버스에서 과감히 내려도 무방하다. 배차간격이 15분이라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새 다음 버스가 도착해 있으니까. 밤 1시10분까지 버스는 운행된다. 21:00 서울시청 서울시청을 출발한 버스는 서울광장, 청계광장을 거쳐 경복궁에서 유턴한다. 청계천 상징조형물 ‘스프링’(Spring, 세계적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쿠제 반 브르겐의 공동작업)이 우뚝 솟아 있다. 밝은 조명을 받아 모양, 색깔이 선명하게 보인다. 청계천은 경쾌한 물소리로 도심 속 자연을 한껏 자랑한다. 세종문화회관은 낮에 보던 그 멋 없는 건물이 아니다. 바닥에서 쏘아올린 조명이 건물을 감싸안아 우아한 멋을 뽐낸다. 숭례문도 색동옷으로 갈아입었다. 은은한 자태가 600년 역사를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하다. 21:20 남산도서관 버스는 어느새 숨을 몰아쉬며 고갯길로 들어선다. 남산 순환도로이다. 자동차가 꽉찬 큰 길을 벗어나자 가슴이 탁 트인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N서울타워가 보인다. 색색깔로 변신하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아파트 건물에 서울타워가 가려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타워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남산도서관 정류장에서 내려보자. 남산순환버스 2번으로 갈아타면 남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승용차 통행은 금지하고 있다. 21:30 하얏트호텔 야경의 백미는 후암약수터.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서울시내가 눈 아래로 펼쳐진다. 멀리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 행렬이 힘겨운 일상을 대변하는 것처럼 애처롭다. 이들은 초초한 듯, 다급한 듯 어딘가로 달려간다. 대형 건물에는 불빛이 요란하지만, 다닥다닥 붙은 주택 단지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고된 하루를 보낸 맞벌이 부부의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일상에서 벗어나 서울야경을 즐기는 내가 ‘선택 받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얏트호텔이 지나자 내리막길이 나온다. 창문을 열었다. 상쾌한 밤 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버스는 서울의 과거를 뒤로한 채 미래로 달리고 있다. 21:34 단국대학교 남산을 내려와 한남동으로 향했다. 도로가 확 늘어나면서 대형 간판이 와락 다가온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피곤할 정도로 요란하다. 저마다 크게, 밝게 자신을 뽐내다 보니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이 없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남대교가 강북과 강남을, 옛도시와 신도시를 잇고 있다. 강남의 밤은 화려하다. 강북에서는 어둠 속에서 빛이 도드라지만, 강남에서는 밝음 속에서 어둠이 발견된다. 거리도, 사람도, 불빛도 넘쳐나는 까닭이다. 진정한 밤 여행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 “경제 논리가 인간의 도덕률 넘어선 안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부활절(8일)에 앞서 2일 메시지를 발표,“예수님의 십자가는 인간에게 죄로 잃어버린 생명을, 어둠 속에서 빛을 다시 가져다 주시기 위함”이라고 부활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 추기경은 특히 메시지를 통해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어떤 종류의 배아 연구도 반대하며, 경제적 논리가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선포한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최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의 제한적 허용안을 의결한 것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봄비를 기다리며 3월 소식을 전합니다-이해인

    봄비를 기다리며 3월 소식을 전합니다-이해인

    ’사랑 옆엔 사랑만이 갈 수 있다’는 말씀을 피정 동안 되풀이 하여 들었지요. 여러분이 함께 기도해 주신 덕분에 저는 연중피정을 아주 잘 하였습니다.지도해 주신 조규만 주교님께서 신학생이던 시절엔 편지도 몇 번 주고 받았는데, 그분이 14번에 걸쳐 해 주신 강론들은 새삼 우리를 행복하고 긍정적인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마력이 있는 듯...참 좋았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피정은 늘 좋은 것이지만 말입니다.다 구정 설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우리는 황철수 주교님을 모시고 신년하례식을 하였고새로 나온 돈으로 세배값도 받았답니다. 물론.... 거액은 아니지만 지극히 소박한 그 액수는 비밀(?)이고요. 다들 어찌나 좋아하는지! 상상하실 수 있나요? 예비수녀,수련수녀,서원수녀..수도원의 밥그릇 수에 따라 액수가 조금 차이가 난답니다. 이번 설 연휴기간에 저는 이것 저것 옷장 책상 서랍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고 좋아요.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분은 난간에 화분을 갖다 두고 빨래하기 좋아하는 어떤 분은 침방에도 빨래걸이를 갖다 놓는 등....사람마다 방을 꾸미는 기호가 다른데요.저는 주로 책이나 종이 종류가 남들보다 많고 이것만 있으면 늘 든든하지요. 치우면서 보니 종류가 하도 많아 욕심에 대하여 반성도 좀 하였습니다. 종이나라의 원더우먼 클라우디아.. ..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지 뭐에요.조그만 쪽지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습성으로 다 치우고나도 거기서 거기...라고 수녀님들이 저를 놀리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고 있고요. 하옇든 흐뭇한 마음으로 새봄맞이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글방 소식은 그동안 쓴 해인의 시와 산문들 중에서 봄과 관련 된 글귀들을 찾아서 나누어 드리니 ‘봄비를 기다리며 첫 러브레터를 쓰는 달’이라고 제가 이름 지은 3월에 시인의 마음 되어 한 번 읽어 보시고 봄 편지를 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요즘은 아침마다 새 소리에 잠을 깨면서 ‘그래 봄이 왔다 이거지?’하며 더욱 밝은 미소를 짓게 되더군요. 광안리본원에서도 더러는 떠나고 더러는 새로 오는 수녀님들이 계시어 근본적으로는 변함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새로운 분위기입니다. 이제 곧 절제와 희생과 침묵의 사순시기가 시작 되네요. 부활축제를 준비하는 우리 마음에 푸른 봄까치꽃 같은 미소가 가득하길 기도하는 마음이어요. 여러분의 몸도 마음도 봄이라고 들뜨지 마시고(?) 내내 건강들 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 이번에 샘터사에서 나온 책<대화>도 한 번 보시라고 권면하고 싶답니다. 박완서.이해인/방혜자.이인호님의 대담집인데 내용을 먼저 본 우리 수녀님들이 좋다고 하니 저도 반가웠습니다. 그 밖에 지금 제 곁에 둔 책들은-- <하느님 나라>(조규만/가톨릭대학교 출판부), <내 영혼을 울린 이야기/존 포엘.강우식 역/가톨릭 출판사),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안셀름 그륀.이미옥 역/의즈덤 하우스), <삼라만상을 열치다:한시해설/푸르메>, <김풍기사람에게서 구하라>(구본형/을유문화사), <손 끝에 남은 향기:한시해설>(손종섭/마음산책), <호미>(박완서/열림원), <나무처럼 사랑하라>(웬디 쿨링 엮음.김용택 글.마음숲), <10분 이야기 명상>(김테광 글.김상아그림/영림카디널),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이철수의 나뭇잎 편지/삼인), <북한강 이야기>(윤희경/신세림)등입니다.♡ 저의 모친을 위한 정성 어린 여러분의 공동의 기도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말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시어 한동안 잊고 계시던 가스불까지 켜서 전과 다름없이 김치만두를 끓여 드시기도 하신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어쩌다 전화를 하게 되면 ‘작은 수녀야? 언제 서울 와?’하시곤 금방 동생을 바꾸어주시고 전과 같이 긴 대화는 잘 이어지질 않는 상황이지만 이것만 해도 반갑고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기도를 부탁드리면서 사랑을 전합니다. 3월의 실버소녀수녀가 천리향 향기 속에 천리향 미소와 사랑을 담아드리면서 안녕히! 이 외에도 “봄에 대한 해인의 詩”는 3월 동안 수녀원 홈페이지 영상시 코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봄 햇살 속으로 -이해인 수녀-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 있던 나봄 햇살 속으로 깊이 깊이 걸어간다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다시 웃음을 찾으려고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3월에 - 이해인 수녀 - 단발머리 소녀가웃으며 건네 준한 장의 꽃봉투새 봄의 봉투를 열면그애의 눈빛처럼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따뜻한 두 손으로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새벽바람이고 싶다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꽃는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봄 편지 - 이해인 수녀 -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나에게 오렴 풀물 든 가슴으로 - 이해인 수녀 - 보이는 것들리는 것모두 풀빛으로 노래로 물드는 봄 겨우내 아팠던 싹들이웃으며 웃으며올라오는 봄 봄에는 슬퍼도울지 마십시오 신발도 신지 않고뛰어내려 오는 저 푸른 산이 보이시나요? 그 설레임의 산으로어서 풀물 든 가슴으로올라가십시오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수녀- 어디선지 몰래 들어 온근심 걱정 때문에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꽃 한송이 피워내려고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아직은 시린 햇빛으로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늘상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살아있기에 바람이 좋고바람이 좋아 살아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당신이 계시기에나는 먼데서도잠들수 없는 3월의 바람어둠의 벼랑 끝에서도노래로 일어서는3월의 바람입니다
  • ‘어둠의 자식들’

    경기도 가평군 모 중학교 교내에서 남학생들이 같은 반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 성폭행 사건이 학교 밖 야산 등에서 발생했던 것과 달리 학교 내에서 그것도 학생들이 하교하지 않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범행도 3년간 같은 반을 다닌 여학생을 남학생 6명이 2개월여 동안 상습적으로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4명을 구속했다. A(14·중3)군 등 6명은 지난 2월 초 같은 반 B(14)양에게 “부모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고 속여 교내 병설유치원 놀이터로 유인해 성추행한 뒤 이를 약점 삼아 2개월여간 교내 샤워실 무용실 화장실 등에서 6차례나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았다.A군 등의 폭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B양이 최근 담임교사와 부모에게 털어놓은 뒤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모두 검거됐다.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조사과정에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 오히려 당황했으며, 성인문화를 소개하는 동영상 등을 보고 흉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교장은 “3∼4년 동안 학내 폭력이 단 한 건도 없었는데 교내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해 학교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가평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신나는 과학이야기] 형광등 왜 백색일까?

    빛은 아름다운 과학이다 빛이 없다면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햇빛은 우리로 하여금 물체와 색을 보게 한다. 햇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 조명을 켜 물체를 보고, 색을 본다. 최근에는 LD,CD,DVD처럼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기술이 보편화됐다. 빛을 보고, 빛으로 말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빛이 물체에 반사돼 색깔 인식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광원(태양이나 전등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물체)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반사돼 우리의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눈의 망막에는 빛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시세포가 있는데, 원뿔 모양의 원추세포와 막대 모양의 간상세포가 있다. 원추세포는 색을 구별하고, 간상세포는 명암을 구별한다. 원추세포는 3가지 색깔의 빛에 반응을 보이는 3가지 종류의 세포가 있다. 빛을 감지하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는 특정한 파장을 인식한다. 이 세포들은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을 감지한다. 우리 눈의 시각세포가 세 가지 색을 각각 비슷한 정도로 감지하게 되면 흰색으로 보이게 된다. 햇빛은 빨간색, 녹색, 파란색 감지세포를 같은 세기로 자극해 이에 따라 다른 빛들도 흰색으로 감지된다. 색을 감지하는 세포는 세 종류이지만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색은 다양하다. 이것은 두 종류의 세포가 동시에 감응할 수 있고, 두뇌가 이 정보를 복합된 색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빨간색(R), 녹색(G), 파란색(B)의 세 가지 빛을 혼합하면 모든 색을 만들 수 있다. 이를 빛의 삼원색이라고 한다. ●약 400~750㎚ 파장만 보여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약 400∼750㎚(1㎚=10억분의 1m)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가시광선이라고 하며 우리 눈에 보이는 햇빛은 가시광선이다. 그러나 햇빛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고 주파수가 낮은 적외선과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주파수가 높은 자외선을 비롯, 적외선이나 자외선의 더 바깥쪽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있다. 사람을 비롯해 열을 내보내는 물체는 보통 적외선을 방출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백열등도 대부분의 에너지가 적외선 형태로 낭비된다. 햇빛 속 숨은 자외선은 피부를 검게 태우고, 피부암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인체에 해롭다. 또한 살균효과가 높기 때문에 자외선의 파장과 같도록 만들어 살균소독기에 자외선 램프를 이용하기도 한다. ●빛이 보이도록 형광물질 발라 형광등은 필라멘트를 가열하지 않고 전기가 원자를 자극해 빛이 나게 한다. 그래서 형광등은 열이 나지 않아 적외선으로 인한 손실이 없으므로 에너지 손실이 적다. 요즘은 형광등의 색깔이 여러 가지이다. 그러나 가정에서 조명으로 주로 사용하는 형광등은 흰색빛을 낸다. 왜 그럴까?이는 유리관의 안쪽에 발라진 백색 형광 물질 때문이다. 형광등은 양쪽 끝이 봉해진 좁은 유리관으로 되어 있다. 관에는 아르곤, 네온, 크립톤 가스가 대기압의 약 0.3% 정도의 압력으로 차 있다. 관에는 액체 수은 한 두 방울 정도가 들어있어 일부는 증발해 수은 증기가 된다. 관 속 가스의 약 1000분의 1을 차지하는 이 수은 가스가 빛을 내는 역할을 한다. 전류가 흐르면 관은 빛을 내게 되고 양쪽의 전극을 통해 전류가 들어오고 나간다. 수은 원자가 내는 빛은 대부분 254㎚ 파장의 자외선으로 돼있다. 이 빛은 눈에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형광등은 안에 형광 물질을 발라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꾼다. 이처럼 형광물질을 통해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꿔내는 것을 형광(fluorescence)이라 한다. 그런데 만일 형광등에 형광물질이 발라져 있지 않다면 어떨까?수은 방전에 의해 생성된 빛의 대부분은 파장이 350㎚ 이하로 볼 수 없는 자외선 빛이기 때문에 희미한 푸른 빛만 볼 것이다. 한은주 숭인중학교 교사
  • 모든 평범한 삶은 특별하다

    모든 평범한 삶은 특별하다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려 애를 쓸수록 문은 굳게 닫힙니다. 돌아서서 일에 파묻혔더니 문득 세상 밖에 나와 있습니다.” 심재명 엠케이픽처스 영화제작부문 총괄 사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 국문학을 전공하셨는데, 영화 일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심재명: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꿈꿨어요. 당시만 해도 청소년들에게 롤 모델이 될 만한 영화제작자가 드물었고, 또 한국영화라면 왠지 극장에 가서 보기 부끄러웠던 때였지만, 그래도 막연히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선망이 있었어요. 아무 이유 없이 영화 보는 게 좋았던 거죠.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감상을 끼적이거나 감독의 이름을 외운다거나 하는, 요즘 말로 하면 마니아 단계에까지 이르렀어요. 그렇게 그냥 좋아하다 보니까 꿈이 이뤄지더라고요. 혼자 있기 좋아하는 말수 적은 소녀, 영화사 사장 되다 공병호: 말씀은 쉽게 하셔도 그렇게 간단치는 않았을 테고, 과정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심재명: 대학을 졸업하고 두 군데 영화사에서 4년 반 정도 기획과 홍보 일을 했습니다. 이후 잠시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나이 서른하나에 창업을 했죠. 공병호: 요즘 표현으로는 ‘벤처’네요. 창업 이후에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발견하셨나요. 심재명: 아니, 그런 거창한 표현보다는…. 저는 직장생활이 참 힘들었어요. 회사에 동년배는 드물고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죠. 하도 신경을 써서 나중에는 위궤양에 시달리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독립을 하니까 싹 낫더라고요. 그때 아, 나는 생리적으로 조직에 맞지 않구나, 느꼈죠. 공병호: 자신의 길을 때맞춰 잘 수정해 오셨네요. 그나저나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신 지 근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신다면…. 심재명: 모험정신이 넘치는 도전적 삶을 살았다, 뭐 이런 모범답안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수세적守勢的으로 살아요. 만약 이십대에 몸을 담았던 회사가 제게 더 많은 동기 부여를 했더라면 계속 그곳을 다녔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다행히 제 곁에 결단력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저는 영화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구체화시키지 못했는데, 이른바 운동권 영화를 만드는 운동권 출신의 독립영화 감독이었던 제 남편(이은, 현 ‘엠케이픽처스’ 대표)이 저를 이끌었어요. 그렇게 1995년에 만든 ‘명필름’을 10년가량 운영하다가 주식회사 상장을 계획하게 되었고, 제작만으로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급과 투자를 겸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4년 <강제규필름>과 합쳐 <엠케이픽처스>라는 상장사가 생겨나게 된 것이지요. 10년도 안 돼 사라진 ‘21세기를 책임질 영화인’ 공병호: 일반인들은 영화 한 편의 제작 규모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 합니다. 심재명: 편당 평균 제작 비용 30억, 마케팅 비용 20억 등 도합 5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됩니다. 위험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결실도 클 수 있으니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이죠. 공병호: 50억 프로젝트라, 중소기업 규모의 영화사로서는 말 그대로 엄청난 리스크네요. 심재명: 작년에 제작된 한국 영화가 총 108편인데, 그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영화는 20편에 불과합니다. 이런 수치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공병호: 올해는 몇 편 정도 제작을 하실 계획인가요. 심재명: 저희 회사 브랜드로 여섯 편쯤. 공병호: 작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 제작기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심재명: 의외로 길어요. 아이템 발굴에서 극장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시점까지의 기간이 평균 2년쯤 되죠. 예를 들면 강제규 감독이 만든 <쉬리> 같은 영화는 시나리오 작업까지 포함해서 4년 이상이 걸린 거예요. 공병호: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입니다. 그 사이 소비자의 취향이 달라지지 않나요? 심재명: 영화는 정서적인 장르인 데다 더욱이 작품 수가 한정되어서 어느 정도의 여유는 있어요.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108편인데, 그게 너무 많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영화산업 규모에서 인구 대비 적정 편수를 7, 80편 정도로 보고 있어요. 한 편 만들면 주목받기 쉬운 거죠. 최근의 통계를 참조하면 한국 영화 1년 관객이 1억 7천만 명 정도 된답니다.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 앞으로 2억 명까지는 갈 것 같고, 치솟는 제작, 마케팅 비용만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우리 영화산업은 낙관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물론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려야겠지만…. 공병호: 집에서 비디오, DVD 등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심재명: 그것을 이른바 ‘2차 윈도우’라고 부르는데요. 이웃 일본은 그 시장이 굉장히 커요. 그러나 우리는 요즘 와이드 배급이라고 해서 영화 한 편이 개봉 첫날 수백 개의 스크린에 동시에 걸리는 까닭에 상영 기간의 호흡이 굉장히 짧아졌어요. 예전에 <공동경비구역 JSA>가 6개월 만에 6백만 명이 들었는데 지금은 3, 4개월 만에 천만 명이 들거든요. <괴물> 같은 영화를 전 국민이 알고, 보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공병호: 우리는 뭐든 참 급하군요. 심재명: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2차, 3차적 방법으로 보지를 않아요. 그렇게 비디오나 DVD 시장이 완전히 죽었고, 방송이나 케이블 판권도 기대만큼 금액이 상승하지 않으니까 개봉 첫 주에 승부하지 못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한국영화산업의 현안懸案이고요, 한류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해외 시장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심각한 타격이지요…. 인간이 되기 전에 성공을 논하지 마라 공병호: 그간 영화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부침을 지켜보셨을 겁니다. 저도 되돌아보면 재기발랄한 사람들이 의외로 중도에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이는 왜 쓰러지는 걸까,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살피는 것이지요. 심 대표께서 목격한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것입니까? 심재명: 성공하는 분들은 무엇보다도 ‘인간’ 자체가 좋아요. 반대로,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눈앞의 이익을 쫓아 판단이 흐려지는 분들은 길게 가지 못하죠. 며칠 전 방을 정리하다가 1999년에 나온 한 영화 잡지를 다시 읽게 된 일이 있습니다. 그 안에 ‘21세기를 책임질 영화인 50인’이라는 설문조사가 실렸는데, 오늘 시점에서 그 면면을 살펴보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분들이 많더라고요. 채 10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공병호: 퇴보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일이 그렇게 힘이 듭니다. 자, 그렇다면 좀 더 실질적으로, 과연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영화의 ‘키 석세스 팩트 Key Success Fact (성공요인)’는 무엇일까요. 심재명: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그중 첫 번째는 시나리오 즉, ‘이야기’입니다. 공병호: 결국은 컨텐츠라는 말씀이시군요. ‘이야기’를 판단하는 기준은. 심재명: 가장 먼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인가’를 스스로 묻습니다. 그다음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것인가’를, 마지막으로는 ‘돈이 될 수 있는가’를 따져보죠. 공병호: 와, 제가 책을 쓰기 전에 고려하는 관점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건 독자 여러분께 밑줄을 쳐서 보여줘야 합니다! 심재명: 두 번째 요인은 ‘탤런트talent’예요. 팀워크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우선 되는 것은 재능입니다. 공병호: 탤런트를 우리는 재능이라고 하지만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인재라는 뜻도 있어요. 그래서 인재 전쟁을 ‘워 포 탤런트War for Talent’라고 하죠.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심재명: 영화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터무니없이 비과학적이기도 해요.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제때를 찾아야 하지요. 공병호: 아주 좋습니다. 제대로 된 인터뷰라면, 뭔가 ‘프로페셔널’한 것을 끄집어내서 소개해줘야 해요. 심재명이라는 사람이 영화라는 업業을 저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테마가 있어야 해요. 오늘은 이 세 가지만 전해드려도 되는 거예요! ’해피엔딩’이 행복할 수 없는 까닭 공병호: 영화제작자에게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영화, 많이 보시지요? 심재명: 사나흘에 한 편, 1년에 100편 정도 될까요. 공병호: 좋아하는 장르는? 심재명: 결혼하기 전에는 굉장히 잔혹한 영화, 개성 강한 영화를 좋아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따뜻한 영화가 좋아지더라고요. 요즘 들어서는 구분 않고 다양한 영화를 봅니다. 이 분야의 종사자로서 잘 만든 영화는 칭찬하고, 그렇지 못한 영화는 한 쪽으로 골라내고…. 공병호: 조폭 스타일의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용감하지만 그건 또 질색이라서 항상 불만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크게 비난하지 못하는 것이 고객의 니즈needs 가 있으니까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심재명: 저 역시 그런 영화를 싫어해요.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어둠 속에서 자기 혼자 스크린을 보는 거고, 그 안에는 보통 사람들의 일탈과 욕망을 담아야 하니까 불량식품 같은 요소도 들어 있어야죠. 폭력, 섹스 이런 것들은 동전의 양면같이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이에요. 공병호: 듣고 보니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그것도 결국은 제작자의 취향을 따라가는 것이겠지요. 심재명: 사실이에요. 감독도 그렇지만 제작자들도 나름의 성향이 있지요. 저희는 남성 취향의 컨텐츠는 거의 없고요. 그보다는 발을 땅에 디딘 현실적 내용에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어요. 공병호: 말초적인 자극에 지친 관객들을 위해 좋은 영화 한 편 추천해주세요. 심재명: 최근에 본 〈리틀 미스 썬샤인Little Miss Sunshine〉(2006)이 괜찮을 듯하네요. 미국에서 만든 아담한 가족영화인데 소외되고 뒤처진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안는 작품이에요. 공병호: ‘가족’이라, 그러고 보니 심 대표께서 요즘 가족영화에 대한 사업적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심재명: 극장들이 이제는 주거지역까지 파고들 만큼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잖아요. 영화관에 들르기가 그만큼 쉬워진 거죠. 가족 단위 관객들은, 저도 딸을 키우고 있지만, 주로 방학 때 할리우드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교양물을 즐겨 봅니다. 이 점에 착안해서 이제쯤이면 우리 관객들도 우리가 만든 가족영화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거예요. <안녕 형아>(2005), <아이스케키>(2006) 등이 그런 취지의 작품들인데, 앞의 것은 조금 성공했고 뒤의 것은 조금 실패했죠. 어쨌든 이런 과정에서 한국영화 컨텐츠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공병호: <조용한 가족> <바람난 가족> <구미호 가족> 같은 연작물도 제작하셨지요. 가족에 대해서 할 말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심재명: 제가 가족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가족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내포하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주목注目하고 있을 뿐이에요. ‘우리’라는 말처럼 ‘가족’도 가끔은 강박으로 작용해서, 누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가족’에서 찾으려 하잖아요. 그리고 이들 영화는 앞서 말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영화의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아요. 저는, 예를 들어 가족을 다뤄도 어설픈 가족주의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태도를 혐오해요. 제가 얌전하게 보이고 또 실제로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기존의 체제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발심이 커요. 그런 의미에서 이들 작품들은 오히려 가족의 해체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 기존의 관념을 깨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거죠. 영화 같은 삶보다 삶을 꿈꾸는 영화가 좋다 공병호: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심재명: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분들이 저더러 너무 안 변한다고들 하더군요. 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칭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보다도 시대 흐름에 민감해야 하고 좀 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텐데, 좀 아쉽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비관적이고…. 이 일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게 되었지만, 그러나 저는 겉으로 드러난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환상이 없어요.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많은 여성 중에는 야심적인 전략가들도 계시죠. 물론 저는 ‘워커홀릭workaholic(일 중독자)이에요. 하지만 그런 분들하고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어요. 공병호: 일에 파묻히겠다, 세평世評에 관심 두지 않겠다…. 심재명: 저를 힘센 페미니스트로 보는 분들이 있어요. 육아에 대한 책임도 남편과 평등하게 나누어 질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러나 사실은 그와 달라요. 아무리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주말에는 꼭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죠. 공병호: 오늘 답변이 제 예상을 많이 빗나갑니다. 얼핏 생각하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적극적 성격을 지니셨을 것 같은데, 의외로 내부지향적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얻고 싶은 답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를 해보지요. 인생의 성공이란 무엇입니까,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심재명: 성공해야겠다, 이런 생각 전혀 안 했어요. 얼마 전 딸아이가 앨빈 토플러를 얘기하면서 금융, 경제 이런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하던데…. 이전에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하면 꼭 성공을 화제로 삼더라고요. ‘성공한 여자’가 어떻고 하는 것들…. 저는 스스로 성공했다는 생각은 한 적 없고요. 굳이 성공이라는 말과 연관을 시키자면 제가 몸을 담고 있는 일에서 발전을 이루는 일이겠지요. 지금도 가끔 제 능력의 한계와 위기의식을 느끼는데, 어느 시점에선가 현명하게 나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운신의 폭을 달리하면서 여전히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그것도 또 하나의 성공한 인생이라고 보는 거지요. 공병호: 음, 이 답도 굉장히 소박하네요. 내가 반성을 좀 해야겠어요. 아무튼 심 대표께서 꿈꾸시는 또 다른 방식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심재명: 박사님도 늘 건승하세요. 공병호 어떻게 그렇게 많은, 좋은 글을 쓰십니까.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러나 내 안에서 나온 그것들을,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렸습니다. 배를 타본 사람은 압니다. ‘이물’에 앉아 있으면 두 갈래로 물살이 갈라져 빠르게 ‘고물’ 쪽으로 달려갑니다. 화살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나간 일에는 아무런 기쁨이 없습니다. 실패하면 사람들로부터 잊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재능이 있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다작多作을 합니다. 밥 먹고, 글 쓰고, 책을 냅니다. 그것이 나의 일상입니다. 1960년 경남 충무 생. 고려대학교 경제학과(1983), 미국 라이스대학교 박사(1987).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2001~). 저서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한국> 등. 심재명 재테크요? 문외한이에요. 성격이요?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랄까, 지레짐작해서 일을 그르친다고 남편에게 늘 주의를 받아요. 화나는 일이요?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 만들까 고민하지 않고, 잘 살아남을까만 궁리하는 사람들을 볼때…. 어떻게 화를 내냐고요? 못 내요. 스트레스를 푸는 비법이요? 저는 비법이 없는 게 문제예요. 좌우명이요? 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자. 성공이요? 그런 걸 꼭 생각해야 하나요? 저 참, 별로지요…. (아, 사람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기에 언어는 너무 가볍다. 침잠沈潛하지 못하고 부유浮游하는 나뭇잎처럼.) 1963년 서울 생. 동덕여대 국문과(1987), (주)명필름 창립(1995), 여성영화인모임 준비위원회 위원(2000),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주)엠케이픽처스 이사. <조용한 가족, 1998> <해피엔드, 1998>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질투는 나의 힘, 2002> <바람난 가족, 2003> <그때 그사람들, 2004>.
  • [서울광장] 손학규는 길을 찾았을까/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손학규는 길을 찾았을까/진경호 논설위원

    그의 심경이었을까. 손학규를 찾아 넘던 한계령은 먹구름에 푹 잠겨 있었다.10m 앞이 보이질 않았고, 눈이 몰아쳤다. 지난 여름 수마가 할퀸 산자락은 여기저기 벌건 속살을 드러냈고, 계곡엔 무너져 내린 바윗돌들이 제멋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여의도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린 지난 주말 손학규가 숨어 들어간 양양 낙산사와 설악산 봉정암엔 이렇게 눈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겨울이었다. 손학규는 아귀 힘이 센 정치인이다. 악수할 때 손을 꽉 쥐고 흔든다. 당당함과 자신감을 눌러 담아 상대 손에 건넨다. 민주화 운동도 여권 사람들 못지않게 했고,‘100일 민심 대장정’으로 땀도 흘려봤다.3선 의원에 경기지사도 했다. 언론은 ‘저평가 우량주’라 부르고, 여권은 ‘제3지대’에서 보자며 손짓한다. 그런데 정작 한나라당은 자신을 모른 체한다.127명의 소속의원 가운데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고작 세 명이다. 이념 때문일까. 그가 비교적 진보라서? 아니다. 한나라당 누구도 그가 빨갱이라 안 된다는 사람은 없다. 그럼 뭘까. 그저 지지율 3위,‘넘버3’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아니 대통령 후보도 안 될 텐데 줄 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 지구당위원장 말에 이런 세태가 담겨 있다.“A가 후보가 되면 당연히 좋고,B가 돼도 A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공천은 걱정 없다.” 유력후보 A쪽에 서서 꼼짝 않는 이유다. 내가 있어야 당이 있고, 나라는 그 다음이라는 식이다. 이러니 누가 넘버3를 거들떠보겠는가. 손학규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경기지사 시절, 의원들을 한명씩 한명씩 공관에서 만나며 꾸준히 ‘대사’를 도모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들이 온데간데없더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젊다는 ‘새정치 수요모임’ 소장파 의원들의 외면에 낙심했다고 한다. 냉정히 따져보면 그도 할 말은 없다.10년 넘게 몸 담고도 이런 당 사정을 몰랐다면 판단 부족이고, 알고도 지금껏 별무소득이라면 능력(?) 부족이다. 지사 시절 의원들을 따로 불러 줄세우기 흉내라도 낸 걸 보면 후자에 가까울 듯하다. 손학규 탈당 파동에서, 높은 지지율에 가려졌던 그와 한나라당 사람들을 새삼 보게 된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고, 줄이 아니면 서지 않는다. 참 변하지 않았다. 서청원 전 대표가 지난 두 차례 대선 때 후보만 있고 당은 없었다고 통탄했던, 그 모습 그대로다. 손 전 지사가 눈 내리는 봉정암에서 길을 찾던 시간 한나라당에선 개나리 꽃망울 운운하는 논평이 하나 나왔다. 예를 갖췄으나 손학규는 다른 마음 먹지 말고 어서 돌아와 한나라당의 꽃망울을 피우는 데 동참하라는 것이다. 여의도 봄볕에 벌써 나른해진 그들에게 낙산사의 칼바람은 그저 한가한 먼 나라 얘기였을 뿐이다. 손학규는 “깊은 산중에서 밤을 지새워 보니 어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서 새 우는 소리가 들렸고, 동쪽 하늘이 환하게 열렸다. 버리지 않으면 새 길을 만들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불가의 가르침에 견주면, 모든 것이 막혀 생각마저 끊기는 은산철벽(銀山鐵壁)에 선 끝에 비로소 화두를 잡았다는 말이다. 그럴까. 정말 그는 새 길을 찾은 걸까. 만약 자기 주장대로 한나라당이 선거인단을 50만명으로 했어도 그 길로 나섰을까. 여든 야든, 남는 자든 떠나는 자든 모두가 새 정치를 외치는데, 몽매한 국민 눈엔 왜 그 길이 그 길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녹색공간] 한민족의 생명줄 한강이 위험하다/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 교수

    요즘 한강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2300만 수도권 시민들에게 생명을 이어주는 물을 공급해 주는데도 일부 사람들이 경제가 우선이라며 엄청난 양의 공업용수와 100여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을 한강 상류에 짓자고 단체 삭발을 하고 떼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강은 많이 오염돼 예전의 한강이 아니다. 더욱이 올해는 겨울이 다 지났는데 한 번 얼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 한강은 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었지만 우린 한강이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한강이 화가 나면 큰 홍수를 가져온다고 믿었고 그래서 한강에 함부로 쓰레기를 던지지 않았고 오줌도 누지 않았다. 추억 속 행주나루터의 겨울은 눈보라와 함께 시작되었다. 아득히 멀리 빙평선이 얼음세상과 하늘나라를 맺어주고 점묘파 화가의 붓놀림처럼 흰 눈이 세상이라는 캔버스에다 분주히 붓질을 하며 순백의 설경을 그려 나갔다. 화공의 터치가 점점 열정적으로 빨라지면서 날이 저물면 대지를 매섭게 저미는 북풍이 밤새 눈보라와 함께 추위를 몰고 왔다. 다음 날 아침 어둠이 걷히면 언제 소동을 피웠느냐는 듯 바람은 조용해지고 신비로운 은세계가 펼쳐졌다.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부근으로 떨어지고 한낮 최고 기온조차 영하에 머무는 추위가 며칠간 계속되면 한강이 가장자리부터 얼어들어갔다. 강이 얼어붙으면 이제 악동들의 놀이터가 엄청 넓어졌다. 큰 돌로 얼음을 내리쳐 ‘쿠르릉’ 하는 소리만 들어도 얼음의 두께를 가늠할 수 있었다. 벼 그루터기만 남은 논에서 자치기나 축구를 하던 구릿빛 낯에 눈이 반짝이던 아이들은 놀이터를 한없이 넓은 언강으로 옮겨와 종일 썰매타고 연 날리며 해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겨울이 깊어져 30㎝가 넘는 두터운 얼음이 강을 채우면 강물 때문에 못 가보던 강 건너 방화산까지 썰매를 타고 건너가 낟가리에 쥐불을 싸놓고 도망오기도 하고 멀리 북쪽으로 오리쯤 가면 지금 일산 신도시 근처에 있던 방말섬이란 큰 무인도를 탐험하러 가기도 했다. 그곳엔 용처럼 큰 구렁이가 산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우리에겐 공포의 섬이자 호기심의 섬이기도 했다. 섬의 버드나무 숲을 헤매며 지난 장마에 떠내려 온 정구공과 돛단배를 깎을 수 있는 솔피를 줍다가도 해가 서산에 걸리면 서둘러 섬을 빠져 나왔다. 가끔 귀신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들려 도망치듯 섬을 빠져나오다 보면 언강은 쩌렁쩌렁대며 울어댔다. 지난 여름 홍수때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원혼이 우는 것이 아닐까 소름이 오싹오싹 끼쳤다. 그러나 이 소리는 사실 서해바다의 밀물이 얼음 속에서 부딪쳐 나는 소리였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로 한강의 기적과 함께 사람들의 손길을 타면서 한강은 거품이 이는 검은 물결로 변했고 더 이상 꽁꽁 얼지도 않는다. 겨울에 잡히던 1급수에만 사는 빙어는 물론 겨울 매운탕거리로 최고였던 배가사리나 쏘가리도 사라졌다. 점차 직강하천으로 바뀌면서 유량이 많아지자 모래섬이던 방말섬은 어느 해 장마철에 휩쓸려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이젠 어린 시절 전설의 섬으로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얼마 전 한강에서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옛 친구였던 한 어부를 만났는데 몇 년 전부터 귀한 황복이 다시 잡힌다고 한다. 이제 죽었던 한강이 다시 살아나려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다시 한강 상류에 맹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수만명 도시 규모의 하수를 내뿜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허가한다면 다른 공장들도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한강을 망가뜨릴 것이 뻔하다. 보수적인 분위기를 틈타 기업과 경제단체, 그리고 이들의 지원을 받는 정치가나 학자들이 법은 물론이고 교과서까지 기업에 유리하게 바꾸려고 준동하고 있다. 다시 살아나려는 우리 한민족의 생명줄 한강을 지키기 위해 이젠 서울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 교수
  • [19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아직도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밤새 공부한 흔적이 남아 있는 이 현장은 바로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학생들이 모여 있다는 서울 과학고등학교. 세계 과학계를 이끌어갈 과학 영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 과학 리더의 산실, 서울 과학고를 찾아가 본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5분) 집을 나가 첩과 함께 3년 만에 나타난 남편. 계속해서 이혼을 요구하고, 여자는 딸이 시집갈 때까지 이혼만은 안 된다고 한다. 드디어 딸의 결혼식 날, 여자는 이혼을 해주겠다며 재산의 반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25년간 별거 상태에서 재산형성에 기여한 것이 없으므로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히트(MBC 오후 9시55분) 늦은 밤 차 안에서 잠복근무 중인 차수경과 또 다른 형사. 버팔로가 떴다는 무전이 들어오고, 순간 냉철한 눈빛으로 변한 수경은 본청으로 급히 복귀한다. 회의실에 모인 강남서 강력4팀. 차수경은 현재 버팔로가 있는 불법 카지노바 구조도를 펼쳐보이며 버팔로를 체포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설명한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55분) 한국여성 최초로 미국 행정부 고위직에 오른 미국 노동부 여성국 국장, 전신애. 아버지의 결혼 반대로 미국으로 떠나 전업주부였던 그가 뒤늦게 공직에 진출한 사연. 미국사회에서 소수민족 출신의 여성인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여성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전신애 국장을 만나본다.   ●TV, 책을 말하다(KBS1 밤 12시30분) ‘나’ ‘너’ 그리고 ‘우리’와 ‘그들’. 수많은 관계맺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세상에는 다양한 규정들이 존재한다. 일상적인, 그리고 너무나 습관적인 모습들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우리 자신, 혹은 우리가 속한 사회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3권의 책을 추천한다.   ●생방송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입학 또는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고민과 스트레스를 겪게 되는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다. 부모도 아이를 한 학년 올려보내거나 새로 바뀌는 환경 등 모든 것에 고민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현직 교사들과 함께 풀어보는 소통과 이해의 장을 마련한다.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어린 시절 성폭행 상처로 부부생활 장애

    Q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어린 시절 친족에게 당한 성폭행 상처 때문에 아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밤만 되면 과거의 악몽이 생각 나 남편을 밀쳐내게 됩니다. 성에 대해 폐쇄적이었던 제 모습에서 순결한 여자를 기대하고 결혼했던 걸 알기에 늘 남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죽고 싶습니다. 이젠 밤이 두렵고 남편에게 언제까지 참아달라고 말할 수도 없어 이혼하려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송인숙(가명·33세)- A 어린 시절 충격 받은 상처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혼자 힘들어했을까요? 남편에 대한 죄책감에 이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금의 절규가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려움의 과거에서 당당히 걸어 나올 때라 생각합니다. 이혼은 상처를 회피함으로써 또 다시 과거 사건의 노예가 되어가는 불행한 과정일 뿐입니다.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회피하고 싶었던 과거의 사건과 직면하여 극복해야 합니다. 남편과의 애정어린 신뢰와 친밀한 관계 유지를 통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의지로 상황을 직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면 앞으로의 결혼생활은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당하면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몸부림치며 무의식의 세계로 자신을 억압시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보호자가 어린이에게 책임추궁이나 야단을 치거나 피해를 묵인 또는 비밀유지를 요구하는 경우, 이해나 지지를 통해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자기 존중감에 상처를 받아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고 스스로 과잉희생이나 통제를 하게 되고 불안, 공포, 분노, 좌절감으로 피해의식에 시달립니다. 성폭행은 어린 나이에 겪을수록, 가까운 친족에게 당할수록, 오랜 기간에 걸쳐 거듭될수록 후유증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이 극복되지 않으면 성폭행 당한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하게 되고, 자기학대나 공격 등으로 이어져 남자에 대한 혐오감과 원망감, 특히 결혼 후 배우자가 자신을 통해 성적 욕망을 채운다는 피해의식이나 강박관념으로 성관계를 가질 수 없어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장애를 갖게 됩니다. 성폭행당한 사건이 내 잘못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며, 수치스럽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죄책감과 수치심을 버리고 이제는 과거의 내가 아니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세요. 지나친 결벽이나 순결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더 이상 과거 피해의식의 노예가 돼 자신과 사랑하는 남편, 가정을 파괴하려는 나약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어떻게 인식하고 사고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뀝니다. 과거를 회피하거나 덮지 말고 직면하면서 성숙되고 강해진 자기 자신과 만나야 하며 무엇보다 성폭력의 고통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남편과의 친밀감을 높여나가기 바랍니다. 남편에게 무리한 성관계 등은 당분간 서둘지 말고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하고 기분 좋을 만큼 따뜻한 시선교환과 대화, 안아주기, 키스 등 가벼운 스킨십부터 순차적으로 늘려나가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남편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받아야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을 벗을 수 있으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긍정적인 체험을 통해 건강한 성을 되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현재의 감정을 적절하게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남편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원가족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처럼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남편과의 긍정적인 체험을 자연스럽게 즐기다보면 고통이나 악몽에서 많이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빠른 상처 치유와 부부생활의 중요성,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기 바랍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역술인 변신 종로에 점집 낸 이철용 전 의원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역술인 변신 종로에 점집 낸 이철용 전 의원

    상처난 조개가 진주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중년의 한 남자가 이따금 사창가를 찾는다. 그 사내가 빨간 커튼을 젖히고는 현관을 들어선다.“오빠, 어서 오세요.”라며 반색을 하는 화장기 짙은 여인을 향해 씩 웃어보인 사내는 구석진 테이블 위에 놓인 돼지저금통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두어번 고개를 주억거린 사내는 점퍼 양쪽 주머니에서 동전을 한 줌 꺼내 하나, 둘씩 저금통에 집어넣었다. 이어 자리를 잡은 사내는 대뜸 “아가씨, 손 좀 줘봐, 손금 봐주지.”라고 말을 건넨다.“아가씨는 여기 올 팔자가 아닌데 말야. 손재주와 머리가 무척 좋아, 사주에 지살(地煞)이 끼었지만 주의만 잘 하면 돼.” 그곳에 잠깐 머물던 사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아가씨가 “뭐 하는 분이세요?”라고 묻자 “난 희망 디자이너야.”라는 한마디를 던지고 총총 사라진다. 그랬다. 불구의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우리 사회의 그늘진 도시 변두리나 빈민가를 30년 넘게 찾아다녔다. 전국의 집창촌, 노숙촌, 성인 PC방, 전화방, 시장, 시설보호소 등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들과 만나 온몸으로 숨소리를 듣고, 체취를 맡으며 함께 지냈다. 그러던 그는 1980년대 초,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어둠의 자식들’이란 작품을 발표, 문단과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산업화의 구조적 모순을 대담한 현장성과 통찰력으로 묘파했으며 도시빈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빈민층의 삶을 소재로 그려낸 작품만 무려 16권이나 된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빈민운동가’라고 불렀다. 장애인으로 헌정 사상 처음 국회의원이 된 이철용(60)씨.‘꼬방동네 사람들’,‘어둠의 자식’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처럼 그의 삶도 가히 ‘인생유전’이랄만 했다. 생후 6개월 만에 아버지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무렵, 자신도 결핵성 관절염을 앓아 한쪽 다리 일부를 잘라내야 했다. 때문에 어린 시절을 장애인이라는 놀림과 조롱 속에서 지냈다. 그 상처가 컸던 탓일까.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혼자 야학으로 배움을 보충했다. 사회의 어둠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랬던지 1970년대에는 간첩으로 몰려 70일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때 서울 도봉을(평민당)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한편,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계를 떠난 후에도 어둠의 그늘을 찾아다니며 각종 강연으로 희망을 주고, 바쁜 틈틈이 집필활동을 하는 등 ‘빈민의 목소리´를 자청한 삶을 살고 있다.2003년 가을에는 서울 힐튼호텔에서 ‘상처난 조개가 진주를 낳는 까닭은’이란 주제로 장애인을 위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런 그가 최근에는 역술가로 변신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인 종로구 안국동에 ‘通(통)’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말 그대로 사주팔자를 보는 집이다. 무엇이 그에게 ‘역술인’으로 나서게 했을까. 지난 7일 그와 ‘통’하기 위해서 ‘通’을 찾았다. 머리를 빡빡 깎은 그의 모습이 40대 초반 정도로 젊어보였다.“옥살이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1년여 동안 침술과 한의학을 배우며 몸을 회복했다.”는 그는 “덕분에 지금은 20대 청년과 다를 바 없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매일 두시간씩 양쪽 손가락만으로 팔을 구부렸다 펴는 이른바 ‘푸시업(Push Up)운동’을 5년째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때는 어깨 너머 배운 ‘혈기도’ 동작도 곁들인다. 스스로 건강 전도사라고 주장하는 그는 강연 때마다 “운이 나쁠수록 운동과 공부를 하라.”고 강조한다. 인간이 100년 산다고 했을 때 10년 단위로 대운(大運)이 찾아오며, 이때를 대비해 평소에 늘 운동을 해두라는 것이다. 아울러 아무리 좋은 사주라도 웃음을 잃으면 자연히 나빠지게 마련이라는 점도 그의 강연의 단골 주제이다. “복이란 밥을 짓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밥을 먹기 위해 농사를 정성껏 지어 좋은 쌀을 생산해 내는 것과 같지요. 또 밥 지으려면 물을 부어야 합니다. 이때 웃는 모습으로 물을 붓고 또 절제된 마음으로 불을 잘 때야 맛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그 다음에는 그릇에 밥을 퍼서 나눠 주잖아요. 그러니 각자의 사주를 ‘좋다’,‘나쁘다’로 미리 단정할 수 없지요.” 그는 누구나 사주(四柱·연, 월, 일, 시)를 갖고 태어난다면서 “사주, 즉 네개의 기둥을 각각 떼어내 세우면 그 상징이 되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 두 글자를 갖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팔자(八字)”라고 설명했다. 사주는 운명론이 아니며 그저 사람의 혈액형과 같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태어날 때의 기운, 즉 사주를 파악한 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등을 참고해 소우주적 지혜의 대안을 얻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사주론이다. 그는 이런 믿음을 토대 삼아 누군가의 사주를 꿸 수 있는 통계를 추출해 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삶에 대한 사주를 얻은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일이 그가 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한 작업이었다. 여기에 음양오행 사상에 뿌리를 둔 사주명리학을 접목해 삶의 형태에 대한 여러 기준을 마련했다. 결국 7년 동안의 작업 끝에 2만 4500명의 자료를 모았으며, 그 자료를 8000여가지로 분류해 누구를 만나든 인생의 길흉화복에 대한 대안적 지혜를 즉각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쯤에 이르러 지금 우리나라의 국운이 어떤지를 물었다.“상승국면이다. 짧은 시간내에 민주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면서 “하지만 정치인들이 돈을 죄다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에 왕(王)사주를 가진 이가 분명 1∼2명 정도 있다. 하지만 정치공학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인을 얘기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다만 올 대통령 선거는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그리고 통합신당 등 3당 구도로 치러지게 될 것이며, 충청도 지역의 표심을 얻는 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는 여론에서 한나라당이 우위이지만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치고받는 모양이 계속되면 통합신당의 융합 바람이 거세게 치고 올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신당은 ‘충청+호남+진보+민주진영’을 아우른 뒤 그 힘을 바탕 삼아 대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JP(김종필)나 YS(김영삼)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나설 것이며, 특히 DJ(김대중)는 9월쯤이면 공식적으로 모 후보의 팔을 들어줄 것이 분명히 예상된다고 점쳤다. 하지만 요즘은 ‘검증의 시대’이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누구든 무임승차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념문제로 화제가 옮아가자 “말이 좋아 ‘진정한 보수’니,‘진정한 진보’라고들 하지 다들 기회주의자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 정권은 혁명도 아니고, 개혁도 아닌 얼치기 정권입니다. 사회란 골고루 더불어 같이 살고, 또 정직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저에게 이념이 뭐냐고 묻는다면 ‘옷’이라고 대답합니다.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는 것이지요.” 부동산 문제와 관련,“과거 성호 이익은 토지소유 상한제를, 연암 박지원은 하한제를, 또 다산 정약용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여전제를 주장했을 만큼 오랜 세월에 걸쳐 논란과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이번 정권에서 단박에 때려잡겠다는 식의 정책을 펴 또다른 불씨와 문제만 키워냈다.”면서 부동산 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 삶의 문제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사주가 아무리 나빠도 지혜롭게 관리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다시 말해 그의 명함에 적혀 있듯이 ‘궁해야 通하고, 막혀야 通하며, 또 간절함이 극에 달하면 다 通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 절망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기에 ‘通’을 차렸다고 했다. 이 일을 통해 어둠 속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서비스하고 싶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요즘 ‘신들린 남자들’이라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사주 얘기와 힘겨운 세상을 잘 사는 법을 담고 있다고 했다. 희망을 디자인하는 이 책을 오는 5월쯤 출간할 예정이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으며, 이들은 언론계에서 일하고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8년 서울 출생(별칭 이동철) ▲59년 서울 종암초등학교 졸업 ▲72년 은성학원(야학) 원장 ▲78년 기독교 도시빈민선교협의회 위원장 ▲87년 한겨레신문 발기인 ▲88년 평민당 도시서민 문제 특위 위원장 ▲88∼92년 13대 국회의원(평민, 도봉을) ▲97년∼현재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사장 ●주요 저서 어둠의 자식들, 꼬방동네 사람들, 목동아줌마, 신문고, 아리랑공화국, 어둠의 어르신네,10시간, 나도 심심한데 대통령이나 돼 볼까 등 16권
  • [CEO칼럼] 고통의 가시도 축복/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CEO칼럼] 고통의 가시도 축복/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이 암초에 걸려 있어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기가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인생의 긴 여정을 걷다 보면 가난, 질병, 실직 등 사람마다 제각기 자기 인생을 힘들고 아프게 하는 고통의 가시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인간의 존재는 나약하므로 그런 고난을 겪을 때마다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가.’하며 불평하거나 낙담하지만, 고난 뒤에는 반드시 축복이 오는 것이 신의 섭리이다. 하나님은 바울 선생의 육신에 가시와 같은 고통을 내려주어 그가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그는 처음에는 육체를 찌르는 그 고통을 힘들어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겸손하게 기도했고 그 과정에서 믿음이 깊어져 나중에는 자기가 겪은 가시의 고통 속에 오히려 축복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이가 열병으로 밤새 부모의 애간장을 녹인 뒤 한 단계 성장하는 것처럼, 고난 속에서 더 겸허한 자세로 인내하여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면 이 고난이야말로 축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시련이 있어야 자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더욱 정진한다는 사실은 위인들의 생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충무공은 과거시험에서 예기치 못한 낙마(落馬)로 낙방했지만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재도전해 32세라는 늦은 나이에 무과에 급제했다. 당시 군관(軍官)의 문란한 기강 속에서 소인배들의 모함을 받아 번번이 좌천당했지만 그 때마다 의지를 잃지 않고 백의종군해 민족을 구한 영웅이 됐다. 명의 허준 역시 한때는 ‘중인(中人)’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실의에 빠지기도 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의술에 전념하여 ‘한(恨)’을 박애의 정신으로 승화함으로써 당대는 물론 오늘날까지 의료인들의 표상이 되고 있다. 만일 그가 신분상의 핸디캡이 없었다면 적당히 공부하여 평범한 양반으로 평생을 살았을 것이며,‘동의보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나 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헐벗고 굶주리던 신생 국가로 출발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남보다 몇갑절 노력해 전쟁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급속한 산업발전을 이뤘다. 그러다가 또다시 교만하고 경솔해져서 허세를 부려 외환위기라는 고난을 겪었지만, 온 국민이 하나가 돼 구조조정 고통을 감내하고 다시금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제대국(세계 11위)으로 거듭났다. 현재 우리 사회는 경제·양극화·북핵문제 등 사회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청년실업이라는 수렁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고통은 본질적 위험이 아니라 우리 몸 한 부분에 박힌 가시에 해당하는 고통이자,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필연적 성장통이다. 정말 위험한 것은 이러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열정을 잃는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남보다 더 창의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축복이 약속돼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다. 밤이 깊을수록 사방은 더 캄캄해지고 어디로 갈지 방향조차 잡기 힘들지만 인내하고 견디면 곧 희망의 새벽 동이 트기 마련이다. 우리의 고난과 고통도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은 해결할 길 없이 앞이 캄캄하지만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극복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축복이 있을 것이다. 고통의 가시가 앞에 있더라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희망의 끈을 붙잡고 나아갈 때 그 가시 위에는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날 것이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 시로 일깨우는 ‘사랑의 힘’

    누군가 다가와 귀엣말로 돌연 이렇게 물어봤다. “당신은 사랑의 힘을 믿습니까?” 언제부터인가 꼭꼭 숨어버려 존재조차 희미했던 아련한 감정들이 닭살 돋듯 뭉클뭉클 솟아오른다. 그것은 어색함이기도 하고, 뜻밖의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이기도 하다. ‘절망의 시대’ ‘종언의 시대’에 사랑의 힘을 일깨워주는 시편들이 `톡’하고 튀어나왔다. 시인 정다혜씨의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고요아침 펴냄)과 서울 덕원여고 교사 손승의(본명 창수)씨의 첫 시집 ‘아버지의 강’(아버지의사랑 펴냄)에 그런 시들이 박혀 있다. 정 시인은 17년 전 자동차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자신이 운전하던 차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어린 딸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말하자면 한쪽 눈만으로 죽어가는 딸을 지켜본 셈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과 죄책감은 정 시인을 나락으로 몰고갔다. “…/잊고 살았던 슬픔의 오장육부에/검은 콩알들 산탄처럼 박힌다/아이는 그해 여름 길 위에서/콩 꽃처럼 피었다 떨어졌다/무심히 콩밥 담는 저녁밥상에서/다시 만나는 검은 화인火印/여태 너 나하고 살고 있었니?/내 안에서 너, 콩처럼 살고 있었니?/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죄인이었는데/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슬픔이었는데”(‘딸아이에게’ 가운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시인은 때로 ‘검은 콩’에서, 때로 ‘상자’에서 죄인의 심정으로 아이를 만났다. 하지만 이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정 시인의 남편 손춘식씨는 우울증에 빠진 시인을 사랑의 힘으로 ‘시’의 세계로 초대했다. 손씨는 아내의 시 쓰는 작업을 위해 매일 출근 전 아내의 ‘한쪽 눈’안경을 정성껏 닦았다. 그런 남편의 모습이 정씨에게는 ‘스피노자’가 안경을 만지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오늘도 안경을 닦아/잠든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그리하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푸른/새벽과 아침을 맞이하지만/그때마다 아픔의 무늬 닦아내려고/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 삼켰을까/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안경의 렌즈를 갈고 닦았다는/철학자 스피노자/잃어버린 내 한쪽 눈이 되기 위해/스피노자가 된 저 남자/안경을 닦고 하늘을 닦아/내 하루 동안 쓴 안경의/슬픔을 지워, 빛을 만드는/저 스피노자의 안경”(‘스피노자의 안경’ 전문) 아내를 위해 안경을 닦고, 그런 남편으로부터 ‘눈물’을 발견한 시인. 문학평론가 유성호(한국교원대 교수)씨는 “‘아내의 안경’은 남편에게 ‘한 그루의 사과나무’일 것”이라면서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편의 위대한 노동은, 시인으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주제에 눈을 뜨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형질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정 시인은 “시가 있고, 남편이 있고, 스피노자의 안경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사의 시집 ‘아버지의 강’은 ‘시련 중에 있는 모든 어버이들께’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때 가족들과의 ‘동반자살’까지 생각했던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해준 가족과 이웃들의 사랑의 힘을 시집에 담았다. 5년 전 손 교사 가족은 거리로 나앉았다. 빚보증 한번 잘못섰다가 20년간 맞벌이 하면서 공들여 마련한 집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온종일 햇볕이라고는 들지 않는 산동네 골목의 단칸방에서 절망의 싹은 점점 몸집을 키워갔다. “불운의 폭격을 맞은 듯 풍비박산이 된 집/겨울비는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무방비로 적시고/…/껍데기만 남은 것들을 빗속에 고아들처럼 남기고/…/마지막 남은 꿈들도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이사풍경’ 가운데) 하지만 그렇게 햇볕이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꿈까지 얼어붙는 와중에서도 이웃들은 나눔과 사랑으로 어둠 속에서 함께했다. 힘을 얻은 부부는 ‘아이를 등에 업고’ 백두대간을 걸으며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신혼을 떠올렸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파산자들이 속출하는 극단적 양극화의 풍경 속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희망의 두레박은 과연 있는 것일까. 동료 교사들과 이웃 화가들이 기꺼이 그려준 그림과 손 교사의 시편들에서 그런 두레박을 찾아보게 된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박종국 두번째 시집 ‘하염없이 붉은 말’

    박종국 두번째 시집 ‘하염없이 붉은 말’

    “어둠과 밝음의 대립/늘, 내 안은 전쟁터다/막고 찌를 때마다 번쩍이는/눈빛/그것이,/나의 색깔이고 존재다/바람에 시달리는 파란만장이다/빛을 향한 불멸의 물결,/가슴 안으로 모아 호흡하는 소망이다/끝까지 싱싱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나만의 색깔이고 에너지다/너와 함께 살려고 비지땀 흘리는/소통이다”(‘자서(自序)’에서) ‘늦깎이’ 시인 박종국(60)은 늘 색(色)을 쓴다.30년 넘게 색과 함께 살면서 색의 진리를 터득했다. 시인에 따르면 색깔 속에 사물의 속성이 그대로 들어차 있다. 우리가 보는 색깔은 사물이 싫어하는 것을 ‘뱉어내는’ 것이다. 얼굴의 색깔에서 사람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색깔은 인생이나 자연과 너무나 잘 결부됩니다. 동양 고전과도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지요. 주역의 음과 양, 성리학의 이(理)와 기(氣)처럼 색깔도 밝음과 어둠의 대립입니다. 어두울 때는 보이지 않지만 빛이 있으면 모습을 드러내지요. 세상 이치와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하염없이 붉은 말’(천년의시작 펴냄)에는 이런 그의 ‘색깔론’이 61편의 시로 정리돼 있다. “하나하나의 색깔이 모여/숲을 이룹니다/전체와 부분이 살아 굽이치는/아름다움, 색깔이 만듭니다/자신의 특성대로 살아가는/충실한 삶의 결과입니다/…/땀 냄새 물씬 나는 색깔,/내가 읽는 경전입니다”(‘色經’ 가운데) 시인은 색깔을 만드는 안료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첫 직장으로 8년간 색과 인연을 맺은 뒤 자신의 공장을 운영한 지 26년째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게 색은 오묘하다. 눈에는 같아 보이지만 복제 가능한 색은 하나도 없다. ‘문단’이라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20년 전부터 혼자 즐기며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은 199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그래서 시인이 좋아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혼자 즐기는 색이다. 자기성찰에 빠지는 고립형 인간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반 고흐가 노란색을 즐겨 쓴 이유를 알 만하다. “색깔은 마음의 언어/다 표현할 수 없는 無窮이다/무궁으로 이어지는/비밀한 색의 세계로 들어가본다/…”(‘색깔’ 가운데) 시인에게 있어 색깔은 언어이고, 소리이자 음악이다. 그는 모든 색을 끌어안는 검정색에서 ‘대덕(大德)’을, 하얀색에서 어린 아이를, 파랑에서 꿈을, 노랑에서 행복을, 보라색에서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를 발견했다. 평론가 유성호는 이번 시집에 대해 ‘색깔의 연금술’이라고 평했고, 시인 이재무는 “사랑도, 철학도, 생활도 모두 색을 통해 펼쳐 보이는 한국문학에 유례가 없는 시집”이라고 말했다. 수천자 분량의 노자 원전을 통째로 암송하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색깔’ ‘색경’ ‘본색’ ‘색깔론’의 시를 각 부분 전면에 배치해 색으로 풀어갈 수 있는 다양한 국면들을 소개해 나가고 있다.124쪽,6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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