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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혁신과 창의력이 필요한 녹색성장/박녹 한전원자력연료(주) 감사·영남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혁신과 창의력이 필요한 녹색성장/박녹 한전원자력연료(주) 감사·영남대 겸임교수

    1983년 초 삼성 고(故) 이병철 회장은 일본을 방문해 뜬금없이 ‘도쿄선언’을 발표했다. 반도체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발표에 비서실은 전문가까지 동원해 법석을 떨었다. “한국은 자본, 기술, 시장이 없다.”는 3불가론을 펴면서 “반도체 사업을 강행하면 삼성이 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회장은, 2~3년은 족히 소요되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준공시켰고, 삼성 신화의 첫 단계인 모방작업이 시작됐다.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 체제에서의 과감한 투자는 호황 불황을 반복하는 급속한 경영환경의 변화를 극복하면서 경쟁자보다 앞선 개발을 통해 선발주자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감한 투자로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한 64K D램은 미국·일본보다 10년쯤 처졌던 기술격차를 4년 정도로 좁혀 성공신화의 두 번째 단계인 따라잡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삼성은 기업 성공의 세 번째인 혁신 단계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세계 경기불황에 반도체의 공급과잉 상황이 겹치자 일본 기업은 가격덤핑으로 D램 가격 급락을 가속화시켰고 삼성은 한 개 팔 때마다 1달러씩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어둠의 터널은 길지 않았고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자 삼성은 세계적인 인재들을 영입하는 동시에 독자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1994년 삼성은 256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 일본을 넘어서는 개가를 거두었다. 기업성공의 최종단계인 독창단계에 접어들자 삼성은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삼성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장비들이 이제는 더이상 세상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창의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삼성이 만들면 그게 바로 세계 최초요, 삼성이 걸어가면 곧 길이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기업으로 최정점에 선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반도체 신화의 성공 4단계를 적용한다면 어디쯤일까. 많은 지식인들은 모방과 두 번째 단계인 따라잡기의 중간쯤이라 진단한다. 문제는 세 번째 혁신단계가 쉽지 않다는 대목이다. 몇년 뒤에도 지금 같은 녹색열풍이 불고 있을까. 그때는 이미 강자와 약자가 명확하게 나뉘고, 많은 패자가 너부러져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새 그린·신재생 에너지분야의 ‘독창기업’이 줄서기를 끝낼 텐데, 너무 늦지 않았느냐는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잠시 허둥대는 발걸음을 멈춰야 한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1개 신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에너지 분야 중에서 우리의 블루오션이 어디인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맨 먼저 떠오르는 건 세계 3대 기술국으로 손꼽히는 원자력 발전 분야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내의 정치 사회적 수용성이 미미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국의 환경단체는 올해 초 원자력 발전에 적극 나서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하원에서는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시켜 갖가지 특혜를 주려 안간힘이다.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일들을 오히려 저탄소·그린에너지 선진국들이 거침없이 헤쳐 나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최근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시행을 준비 중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회사들은 2012년 총 발전량의 3%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10%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원자력도 동참토록 계획 중인 데 있다. 전기 1kWh를 생산하는 데 풍력은 원자력보다 1.5배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태양광 발전은 6배, 연료 전지는 무려 11배나 배출된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원자력에서 재원을 갹출해 이산화탄소를 상대적으로 많이 내뿜는 태양광 등에 투자한다는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원자력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울 방법은 없는가. 우리의 원자력 정책이 곧 ‘길’이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이제는 자원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에너지 원천기술을 가진 나라가 부국이 될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모방을 넘어 창의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박녹 한전원자력연료(주) 감사·영남대 겸임교수
  • [영역별 지상강의-수능의 맥]언어, 수리 (가)·(나) 6회

    [영역별 지상강의-수능의 맥]언어, 수리 (가)·(나) 6회

    ■언어-두 개의 詩 비교땐 ‘개념어’ 정확히 파악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둠이 오는 것이 왜 두렵지 않으리 / 불어 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리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 가지들 휘고 꺾이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 손을 타고 흐르는 숨죽인 흐느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 더 단단히 뿌리와 몸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는 날 어깨와 가슴에 /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라는 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서 목 움츠린 나무들아 /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 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 지어 설 나무들아 - 신경림, 나무를 위하여 - (나) 사립을 젖혀 쓰고 망혜를 조여 신고, / 조대(釣臺)로 내려가니 내 노래 한가하다. 원근 산천이 홍일(紅日)을 띄었으니, / 만경창파는 모두 다 금빛이라. 낚시를 드리우고 무심히 앉았으니, / 은린옥척(銀鱗玉尺)이 절로 와 무는구나. 구태여 내 마음이 취어(取魚)가 아니로다 지취(志趣)를 취함이라. 낚대를 떨쳐 드니 사면에 잠든 백구(白鷗), 내 낚대 그림자에 저 잡을 날만 여겨 다 놀라 날겠구나. 백구야 날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다. / 네 본디 영물이라 내 마음 모를소냐. 평생의 곱던 임을 천 리에 이별하고, / 사랑은커니와 그리움을 못 이기어, 수심이 첩첩하니 마음을 둘 데 없어, / 흥 없는 일간죽(一竿竹)을 실없이 드렸은들, 고기도 상관 않거늘 하물며 너 잡으랴. 그래도 내 마음을 아무도 못 믿거든, / 너 가진 긴 부리로 내 가슴 쪼아 헤쳐, 흉중의 붉은 마음 보면은 아오리라. 공명도 다 던지고 성은을 갚으려니, / 갚을 법도 있거니와 이 사이 일 없으니, 성세(盛世)에 한민(閒民) 되어 너 좇아 다니려니, / 날 보고 날지 마라 네 벗님 되오리라. - 안조원, 만언사 - [문제](가)와 (나)의 시상 전개 방식을 비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 모두 설의적 표현을 활용하며 시상을 전개한다. ② (가)와 (나) 모두 계절의 변화를 축으로 삼아 시상을 전개한다. ③ (가)는 (나)와 달리 여러 대상으로 관심을 옮겨 가며 시상을 전개한다. ④ (가)는 시각적 이미지를, (나)는 청각적 이미지를 위주로 시상을 전개한다. ⑤ (가)는 시적 화자의 심리 묘사를, (나)는 외부 대상 묘사를 위주로 시상을 전개한다. ●함정에 빠진 이유 두 작품 모두 삶의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시련의 순간을 창작의 계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시상 전개상의 특징을 묻는 문제는 전개상의 특징만을 묻는다기보다는 시 전체의 맥락과 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문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선택지에 기술된 개념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함정을 피하는 방법 시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엇을(ㄱ) 어떻게(ㄴ) 전달하고 있는가의 문제에서 ㄱ은 주제를, ㄴ은 전개 방법, 시의 장치, 표현 기법 등을 말하는데, 이 문항은 ㄴ에 해당한다. 시의 내용 전개 방식만 파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시의 주제 구현의 측면에서 전개상의 특징을 올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가)에서 화자는 어둠과 비바람 속에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데, 비록 지금은 움츠린 나무들이지만 절로 터져 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 지어 설 나무를 생각하고 있다. 즉 화자는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나무의 생리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하고 있다. (나)에서 화자는 조대에 내려가 낚시를 하고, 백구를 바라보고 있다. 즉 낚시를 하는 행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 두 작품에 드러난 시상 전개상의 특징을 살펴보자. (가)에서는 ‘어둠이 오는 것이 왜 두렵지 않으리 / 불어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리’처럼 시의 전반부에 설의적 의문형을 배치해 놓고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나) 또한 ‘너(백구) 본디 영물이라 내 마음 모를소냐’와 ‘하물며 너 잡으랴’와 같이 설의적인 의문형을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면 ②의 경우를 보자. 계절을 드러내는 소재가 언급되었다고 해서 이 선택지를 고르면 함정에 빠지게 된다. 과연 계절의 변화가 언급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의 경우 ‘목 움츠린 나무들아 /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 나올 잎과 꽃으로 / 숲과 들판에 떼 지어 설 나무들아’에서 바뀔 계절의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나)에서는 자연적 배경이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계절의 변화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④의 경우도 비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곧 시각적 이미지가 중심이 되나, 청각적 이미지(바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도 연상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시각적 이미지가 중심이 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수리(가)-벡터 모든 내용 두루 출제 [대비전략] 벡터의 모든 내용이 수능에 골고루 출제되고 있으므로 기본 내용을 바탕으로 많은 문제를 풀어 벡터의 기본 유형을 숙달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위치벡터의 내적 및 직선과 평면의 방정식은 자주 출제되는 유형을 확실히 이해하고 정리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벡터의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점의 자취를 묻는 유형의 문제 등 다른 단원과 융합된 형태의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출제되고 있으므로 많은 관심을 갖고 다루어 보는 것이 좋다. ■수리(나)-‘경우의 수’ 잘 나누는 훈련을 [대비전략] ‘경우의 수’를 구하는 데 있어 답지의 풀이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같은 것이 있는 경우와 같이 자주 출제되는 유형은 잘 이해를 해 두고 특정한 조건이 있는 문제는 상황에 따라 경우를 잘 나누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순열, 조합, 이항계수들에 대해 무턱대고 암기하지 말고 그 원리를 파악해 두어야 새로운 문제나 변형된 문제에 당황하지 않는다. 남언우 이투스 수리영역 강사
  • 어둠과 침묵의 시대 깬 외침 불의 맞선 그의 전모 한눈에

    어둠과 침묵의 시대 깬 외침 불의 맞선 그의 전모 한눈에

    어둠과 침묵의 시대, 번뜩이는 식칼의 시퍼런 서슬처럼 분연히 저항과 희망을 노래했던 시인이 떠난 지 꼬박 10년이 됐다. ‘국토’, ‘식칼론’ 등으로 민족·민중시의 전형을 만들어낸 조태일(1941~1999년)이다. 그는 1999년 9월7일, ‘국토 서시’(1975년)에서 노래했듯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인 듯 위암을 선고받은 지 불과 50일 만에 홀연 세상을 떠났다. 故 조태일 시인 창비에서 문학 세계 36년, 광야의 인생 58년을 되짚어 보는 ‘조태일 전집’(작은 전 4권)을 출간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아침선박’ 등이 담긴 동명 첫 시집(1965년)부터 시작해 숨지기 직전 내놓은 여덟번째 시집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1999년)까지 수록된 시 454편을 비롯해 시집에 묶이지 않았던 64편 등을 모두 아울렀다. 여기에 시론, 시대를 직접 평하며 조태일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산문 등까지 한데 묶었다. 또한 10주기에 맞춰 그의 고향이자 문학관이 설립된 전남 곡성군에서 추모 학술행사와 공연 등도 펼쳐질 예정이다. 전집을 보면 평생에 걸쳐 ‘불의와 겨루기’와 ‘희망 만들기’를 꾀해 왔던 조태일의 전모가 한눈에 보인다. ●광야의 인생 58년 되짚어본다 초기에는 2000년대 젊은 시인들을 부끄럽게 하는 감각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낭만적인 모더니스트로서의 조태일이 엿보인다. 김광섭, 조병화의 제자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1968년 육군 중위(ROTC 4기)로 예편한 뒤 내놓은 두 번째 시집 ‘식칼론’(1969년)부터 예의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의 조태일이 등장한다. 낭만의 언어가 잉태한, 저항의 리얼리즘을 노래한다. 독재자의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만든 시 전문지 ‘시인’도 비슷한 시기 김지하의 그 유명한 시론(詩論) ‘풍자냐 자살이냐’를 실은 뒤 창간 1년 만에 폐간의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이후 세 번째 시집 ‘국토’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판매금지되는 등 그간 밥먹고 차마시듯 판매금지, 구속, 투옥 등 광야의 삶이 거듭됐다. ●김지하·김준태 등이 그를 통해 발굴 1990년대 들어 그의 시는 다시 한 번 변신한다. 시인 신경림은 “그의 후기시는 우리 시가 침체의 늪에서 탈출하는데 단단히 한몫을 하리라 생각한다.”면서 “고전적 시의 미학이라 할 절제와 압축의 전범을 보여 주며 시 읽는 재미를 한껏 맛보게 해 준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렇듯 조태일의 시와 삶에는 암흑의 시기 침묵을 깨트리는 저항의 외침이 있고, 국토와 그 땅에 발딛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가없는 애정이 있다. 그의 서정성 가득한 민족·민중시가 후배들에게 이정표가 됐음은 물론이다. 익히 알려졌듯 김지하, 김준태, 양성우 등 1980년대의 독재자들이 지긋지긋해했던 시인들이 그를 통해 발굴됐다. 4년에 걸쳐 시집을 엮은 이동순 전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자료 정리를 마치고 나서 시인의 생애와 작품을 비교하다 보니 작품이 쓰인 시대상황과 시의 내용이 거의 합치하는 것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편 5일 오후 4시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백낙청 박석무 김정남 등 동료들의 시인에 대한 회고담과 도종환 나희덕 양인숙 등 후배 문인들의 시낭송, 노래로 변신한 조태일의 시 ‘봄이 오는 소리’, ‘어머니를 찾아서’ 합창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9月 극장가, ‘엣지 없어도’ 뜰 영화는 뜬다

    9月 극장가, ‘엣지 없어도’ 뜰 영화는 뜬다

    드라마 속 ‘엣지’(Edge) 바람이 대세다. ‘엣지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이제 ‘엣지 있게’는 대한민국 최고의 트렌드가 됐다.하지만 9월 극장가에 이 ‘엣지’ 하나 없는 영화 세 편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신 이 영화들은 ‘리얼리티’를 선물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눈물에 인색한 남자들도 울리는 영화 ‘블랙’과 ‘애자’, ‘나무 없는 산’이 그 주요 작품이다.먼저 지난달 27일 개봉한 ‘블랙’은 국내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는 배우들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점차 폭발적인 입소문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동일 개봉한 ‘코코샤넬’보다도 적은 전국 182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3일 오전까지 약 40여 만 명을 끌어 모으고 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예매현황집계 결과에 따르면 ‘국가대표’에 이어 예매율 2위(14.99%)를 기록했다. 이는 ‘해운대’(14.62%)를 뛰어 넘는 수치다. ’타임지 선정 최고의 영화 BEST 10’에 선정되기도 했던 영화 ‘블랙’은 세상이 온통 어둠뿐이었던 소녀 ‘미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셸’이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면서 모든 이들에게 기적 같은 희망을 선사할 때 우리는 가슴 벅찬 감동을 맛보게 된다.또한, 오는 추석 시즌 개봉하는 ‘내사랑 내곁에’(김명민, 하지원 주연)와 ‘불꽃처럼 나비처럼’(수애, 조승우 주연)이 선보이기 전까지 영화 ‘애자’의 적수는 없어 보인다.중견배우 김영애와 30대 ‘최강 동안’ 최강희의 혼신을 다한 연기로 주목 받고 있는 영화 ‘애자’는 시사회만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때로는 친구, 때로는 원수 같은 모녀관계의 유쾌한 묘사와 감동적인 드라마 ‘애자’를 본 관객들은 “엄마와 딸, 온 가족이 꼭 함께 봐야 할 영화”라며 높은 평점을 주고 있다.덕분에 영화 제작사는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9일 개봉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세계에서 먼저 주목받은 영화 ‘나무없는 산’은 평단과 관객들의 호응 속에 힘입어 지난달 27일 개봉했지만 현재 33개관에서 5000여 명을 모으는데 그치고 있다.흥행 수치로만 보면 아직 미약하지만, 저예산 독립영화인 ‘나무없는 산’은 올 초 신드롬을 일으킨 ‘워낭소리’의 뒤를 이을 수작(秀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영화는 가난 때문에 엄마와 함께 살지 못하고 고모집과 할머니집을 전전하는 여섯 살 언니 ‘진’과 네 살 동생 ‘빈’ 두 자매의 애틋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꾸며지지 않은 슬픔 속에 나 자신이 정화된 느낌”이라고 극찬했다.‘정화되는 느낌’, 바로 특급 스타도 화려한 볼거리도 없지만 ‘리얼리티’라는 정직한 무기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들 영화 세 편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新일본 열다] 美 반대땐 독자적 대북수교 어려워

    일본 민주당 정권 등장으로 북한과 일본 사이에 드리워진 어둠이 하루아침에 걷힐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요지부동의 먹구름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북핵, 일본의 식민지배 과거사 청산 등과 같은 해묵은 현안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1990년 북·일 수교교섭이 시작된 이후 자민당 정권에서 누구보다 북·일수교 의지가 강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끝내 좌절했던 것도 이들 먹구름의 돌연한 엄습 때문이다. 하지만 어둠의 이면엔 북·일 양측 모두 국익 차원에서 수교를 필요로 한다는 속성이 언제든 빛을 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일본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우려를 수교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수교에 따른 식민지배 배상금 수수와 일본 자본 유치가 경제난에 숨통을 틔워줄 만하다. 진정한 문제는 북·일간 먹구름 해소가 수교로 직결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북핵 등을 이유로 미국이 반대한다면 일본이 독자적으로 대북 수교에 나서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새로운 민주당 정권이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단독 행보에 나설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나의 전투력은 돈에서 나온다…국적·충성심 따윈 없는 어둠의 전사들 ‘용병’

    나의 전투력은 돈에서 나온다…국적·충성심 따윈 없는 어둠의 전사들 ‘용병’

    “나는 청부인이오. CIA는 수십년 동안 민간 청부인을 써 왔소. 우리들은 공식적으로 군인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고, 정보요원도 아니오. 모든 건 베트남에서 시작됐소. 없다고 부인할 수 있는 요원들이 필요했으니까. 붙잡혀도 미국 정부에서 보낸 사람들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는 사람들 말이오. 요즘은 CIA가 돈이 많아서, 사람들을 새로 뽑아 훈련시키느니 그냥 우리를 고용하는 게 편하다오.” 막후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어떻게 조국도 없는 어둠의 전사들을 만들어 냈고, 또 활용했을까? 이런 상식 수준의 의문을 가졌다면 앞의 자술적 인용구가 상당 부분 답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용병(mercenary)’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고용인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주저없이 살육을 감행하거나 한 국가를 전복시키는 어마어마한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지만 누구도 이들의 후사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철저한 일회용 소모품일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은 국가적 혹은 도덕적 신념의 집단이 아니라 달러가 필요한 개개인의 결집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용병들에게 이데올로기나 조국, 신의 가호를 기대한다는 건 그들의 생존 방식에 대한 몰이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달러벌이’ 민간 군사기업 그렇다고 용병의 수요와 공급이 언제나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 로마제국은 기원전부터 누미디아, 갈리아 등 주변국에서 수많은 용병을 모아 전쟁을 치렀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제국들이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고, 미국은 이를 기업형으로 전환시켰다. 현대 용병의 효시인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Executive Outcomes)’나 ‘샌드라인 인터내셔널(Sandline International)’ 등의 ‘민간군사기업’이 그것이다. 옛날의 ‘건달’이 ‘조폭’으로 바뀌었듯 ‘용병’도 ‘청부인(Private Military Contractor)’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한다.’는 이들의 직업관이 바뀐 건 아니다. 개개인이 주체이던 ‘달러벌이’가 집단화된 비즈니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며, 이윤 창출의 바탕에는 투자라는 경제 형식이 개입된다. 기업화된 현대의 용병집단은 돈 되는 일이라면 한 나라를 뒤집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 나라의 실체와 지향이 악인지, 선인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사례가 있다. 2004년 2월 아프리카의 기니에서 음바소고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려는 쿠데타 음모가 사전에 발각됐다. 이 쿠데타 음모는 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의 아들 마크 대처가 핵심 투자자인 용병집단이 기니의 천연자원을 노리고 꾸민 일이었다. 이들은 ‘말이 통하는’ 통치자를 권좌에 앉혀 두고 기니의 석유와 천연가스 이권을 마음대로 주무를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쿠데타 비즈니스’였던 셈이다. 이 사건에서도 용병의 가치가 거듭 확인된다. 돈만 주면 용병, 즉 사설 병력은 주문대로 움직여 준다.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평가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러면 이런 용병이 우리와는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6월 철원 평화전망대에서 열린 ‘육군 토론회’에서 국방연구원 김종탁 박사는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육군은 2025년까지 제대군인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민간군사기업 설립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민간군사기업 관련 계획은 ‘2020국방개혁 기본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빈발하는 한국인 피랍사태에 대비해 민간군사기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계획이나 주장의 이면에 기업적 의도가 개입돼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머잖아 용병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분쟁지역 누비며 용병실체 파헤쳐 우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런 용병의 문제를 CNN과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영 펠튼이 전쟁산업의 시각에서 파헤친 신간 ‘용병-Licensed to Kill’(윤길순 옮김, 교양인 펴냄)이 나왔다. 펠튼은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발로 누비며 반군과 테러조직, 비밀작전의 실체를 파헤쳤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이런 청부인들로 구성된 비밀작전팀을 운영한 사실도 그의 탐사보도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펠튼은 세계 도처에서 전쟁산업 종사자들을 만난다. 미국의 3대 민간군사기업인 ‘블랙워터’의 최고 경영자, 베트남전쟁에서 빈 라덴 체포작전까지 수십년 간 미국의 용병작전을 수행해 온 CIA 비밀요원, 기니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잡힌 레바논 출신 용병대장과 이라크 바그다드의 전장에 몸을 던진 전쟁청부인 등을 통해 용병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실체를 드러낸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적이나 충성심, 도덕적 명분에 얽매이지 않는 용병들이 곳곳에서 정규군 대신 총을 들고 있다. 가장 근접한 계기는 ‘9·11 테러’였다고 펠튼은 진단한다. 그는 이런 용병산업이 신자유주의시대 최고의 블루칩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의 전망에서 세기말적인 우울한 징후를 본다. 신자유주의적 가치인 ‘저비용 고효율’을 명분으로 삼아 국가가 공권력을 민영화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2만 3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그래픽 김송원기자 nuvo@seoul.co.kr
  • 조선왕족들의 애절한 사연 무덤에서 깨어나 詩를 쓰다

    ‘활 들고 전장 누비며 구한 고려를 / 손수 무너뜨리고 세운 내 나라 조선에서 / 아들에게 자리 뺏기고 / 어린 자식까지 잃었을 땐 / 인왕산을 무너뜨리고 싶었다’(‘조선왕릉1’ 중)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무덤에서 일어나면 이런 노래를 부를까. 이오장 시인의 시집 ‘조선왕릉’(하트코리아 펴냄)에는 유구한 500년 조선 역사 속에 살다간 왕과 왕비들이 깨어나 자신의 기구한 삶을 노래한다. 책은 ‘조선왕릉의 사연을 얽은 서사시’라는 부제가 붙었다. 왕과 왕비, 후궁, 세자 등 왕릉 주인들의 입을 빌려 조선역사를 풀어내는 특이한 형식. 최근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면서 2007년 냈던 시집 ‘왕릉’을 개정해 낸 것이다. “왕릉의 주인들은 시대정신의 그물에 걸려 희생된 주인공”이라고 서문을 단 유승우 교수의 평가처럼 시인의 손에 의해 깨어난 46명의 화자들은 저마다 구구절절 애절한 사연을 전한다. 특히 작품마다 짙게 묻어나는 인물들 각자의 성품은 시구에 현장감을 더한다. 태조는 ‘조선왕릉1’에서 아들을 욕했지만, 아들 태종은 ‘무너지고 말 나라를 보고만 있으랴’(‘조선왕릉4’)라며 되바라진 댓거리도 하고 ‘먼 훗날까지 폭군으로 불린다 해도 / 나라와 백성을 위해 주저하지 않으리’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 / 어둠 속에서 들리는 내 목소리 두려워’(‘조선왕릉39’)로 시작하는 사도세자의 읊조림이나 ‘그날 아버지의 하늘은 무슨 색이었을 거나’(‘조선왕릉40’)라고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내뱉는 정조의 노래는 최대로 살린 시의 서정성을 자랑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5년이나 기다렸잖아요, 하루키!

    5년이나 기다렸잖아요, 하루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0)의 열풍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10억원대 선인세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논란을 일으켰던 그의 신작 장편소설 ‘1Q84’(문학동네 펴냄)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일본에서는 지난 5월 출간 당일에 68만부, 7월 말까지 총 223만부가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했고, 지금까지 12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거기에다 저자를 다룬 비평서나 소설에 등장하는 작곡가의 음반까지 불티나게 팔리며 하루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국내에서도 만만치 않다. 책이 출간 이틀 만에 베스트셀러 8위(인터파크 도서)에 오르며 역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전 예약 주문만 해도 7000여권. 출판사 측은 밀려들 주문에 대비해 초판만 10만부를 찍었다고 한다. 전작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이니 독자들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오래 공들인 만큼 그동안 하루키가 보여 줬던 소설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능숙한 필치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얘기를 은근히 섞어 내는 솜씨도 그렇다. 옴 진리교를 위시한 종교집단 문제 도 놓치지 않았다. 주인공은 29살의 여자 암살범 ‘아오마메’와 소설가를 지망하는 학원강사 ‘덴고’. 상·하 총 48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둘의 이야기를 각 24장씩으로 나눠 교대로 제시한다. 아오마메는 스포츠 클럽 강사지만 사실은 솜씨 좋은 킬러. 여자들을 괴롭힌 남자들을 잔인하면서도 ‘깔끔하게’ 살해하는 일을 한다. 한편 덴고는 다른 이들의 작품을 고쳐 문학상을 타게 할 정도로 글솜씨가 뛰어난 작가 지망생. 소설은 각 인물의 서사를 따라 가다가 어느 순간 서로를 교차시킨다. 아오마메는 어떤 노인을 처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덴고는 한 학생을 만나 그의 작품을 손봐주게 되는데, 거기서 노인과 학생은 물론 자신들도 어느 신흥종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목은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따왔다. 소설의 배경인 1984년에 ‘Question’의 의미를 덧붙인 것. 꽉 막힌 길을 피해 어느 지하통로를 빠져 나온 아오마메는 자신이 도착한 세계가 전에 살던 곳과는 조금 다른, 또 다른 세계의 1984년이란 걸 깨닫고 그런 이름을 붙인다. 전작들도 그랬듯 ‘1Q84’도 소설 속에 끊임없이 음악이 흐른다. 작품 서두에 바로 깔려 나오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나 1984년 도쿄를 함축해 보여 주는 마이클잭슨의 ‘빌리진’ 등 소설 속 음악들은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빨아 당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잔혹으로 美를 발가벗겼죠”

    “잔혹으로 美를 발가벗겼죠”

    “영화가 아니라 영화폭탄이다.” “망막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이 영화가 영원히 안 끝날 줄 알았다.”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평들이다. 언뜻 봐도 만만한 게 없다. 대체 어떤 영화기에? 먼저 선 보인 영화제들에선 도중에 나가거나 우는 관객이 속출했다. ‘감독이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돌았다. 그렇게 심상찮은 입소문을 몰고온 논쟁작 ‘고갈’이 새달 3일 서울 명동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한다. “저도 사실 가슴이 벌렁벌렁거려요. 눈을 감고 벌벌 떨죠. 카메라 앵글 뒤에 무슨 장치가 숨었는지 다 아는데도, 폭풍우에 먼지로 날려가듯 영화 앞에선 기억들이 포맷돼 버려요.” 25일 만난 ‘고갈’의 김곡(31) 감독은 다 이해한다는 듯 넉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쌍둥이 형제 김선과 함께 영화창작집단 ‘곡사’에서 9년 동안 13편의 장단편을 연출했다. ‘고갈’은 김곡이 혼자 현장 연출한 첫 영화로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뉴욕 시러큐스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감독상 등을 거머쥐었다. ●신체 훼손·절단… 수간장면 뺀 뒤에야 청소년불가 등급 독립영화계에서, 또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건만 ‘고갈’ 개봉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성기 훼손과 유두 절단, 인간과 짐승의 성교를 담은 수간 비디오 등이 등장하는 영화에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한상영가를 판정했다가, 수간 장면(4컷)을 뺀 뒤에야 비로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겨주었다. 난관은 또 있었다. 상업성이 적다는 판단에선지 나서는 배급사가 없었다. 마침 활로 확대를 모색하던 서울독립영화제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말 그대로 ‘고갈’은 “인간의 바닥을 드러내는” 영화다. 한 남자가 길에서 데리고 온 여자에게 매춘을 시키고, 언어장애를 앓은 여자는 벗어나려는 듯 자꾸만 벌판으로 달려나간다. 불현듯 나타난 중국집 배달부는 여자에게 구원자가 될 듯하지만, 오히려 파국의 계기가 될 뿐이다. “흔히 ‘바닥을 쳐야 희망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바닥을 쳐본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세상에 출구가 없다고 말로는 많이 하지만 진짜 ‘출구 없음’을 영화사에서 보기 힘들죠. ‘희망이나 구원? 바닥을 치기 전엔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고갈’은 온몸으로 인간의 추락을 그린 ‘잔혹극’이다. 사막의 돌처럼 허허벌판에 공장이 하나둘씩 들어선 군산. 이미지를 담으러 갔던 감독은 그곳에서 마치 우주신호를 받은 듯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내가 보는 세계 너머에서 메시지가 올 때가 있잖아요? 타점처럼 오던 우주신호가 그 벌판에 섰을 땐 덩어리로 오더라고요. 마치 김종필을 보다가 허경영을 봤을 때의 충격이랄까요?” ●황폐하고 지글거리는 화면… 허무하고 불길한 배경음 도망치는 여자를 연기한 배우 장리우, 그 여자를 쫓는 남자 역의 박지환은 모두 감독의 오랜 친구들이다.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신체의 내장근육, 불수의근을 자기 의지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과 같은 연기” “매순간 자잘한 변주들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연기”를 그들은 흡사 그 캐릭터로 태어나기라도 한 양 펄떡펄떡 살아숨쉬게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고갈’을 ‘고갈’답게 한 일등공신은 화면의 질감이다. 슈퍼 8㎜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35㎜로 블로업(확대), 그레인을 저밀도화해 황폐하고도 지글거리는 느낌을 안겨준다. 허무하고도 불길하게 극 전체를 감싸는 앰비언스(배경음)도 빼놓을 수 없다. 노이즈 뮤지션 홍철기가 만들어낸 소리다. “우리는 태어나서 앰비언스로부터 한번도 빠져나온 적이 없어요.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서도 우리 몸 내부의 소리를 들으니까요. 이런 앰비언스의 가장 원초적인 단계를 표현하려고 했어요.”라고 감독은 말했다. 어떤 이들은 신체 훼손을 들어 ‘고갈’을 김기덕 영화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기덕 감독은 항상 천국과 지옥을 상정하지만, 저의 영화는 언제나 연옥만 있죠. 김기덕 영화의 여자들은 항상 창녀나 성녀지만, 여기서는 창녀도 아니고 성녀도 아니에요. 김기덕 감독은 미와 추, 성과 속 등을 연결하는 매개함수로 늘 관념이나 상징에 호소하지만, 저는 물질이나 신체를 접착제로 사용해요.” 현재 준비하는 작품은 김곡·김선 연출의 ‘방독피’다. ‘할리우드의 반골 감독’ 로버트 앨트먼에 대한 오마주 영화로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을 그린단다. 언젠가 김기영 감독의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1978년) 리메이크를 찍는 것도 김 감독의 꿈이다. ●“세상이 거짓말 같을 때 보러 오세요” 마지막으로 ‘고갈’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 “왜 이런 영화를 찍느냐?”는 물음을 던져봤다. 감독은 “계속 이런 영화만 만들 생각은 아니다.”면서도 찬찬히 대답했다. “모두들 천장을 얘기해요.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천장이 있으면 바닥이 있어요. 상승과 하강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상승을 즐기죠.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이 있으면 잔혹을 통해 미를 발가벗겨볼 필요가 있는 거죠. 시선의 그늘, 그 정체의 형상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세상이 거짓말 같을 때 보러 오라고 권하고 싶네요.” 글 사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DJ이후 한국사회’ 각계 인사의 제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각계에서는 고인이 평생을 두고 노력해온 민주화, 국민 대통합과 화해, 지역주의 극복, 남북통일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각계에서 듣는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 화해정신 담을 헌법개정 필요 민주주의의 선봉과 지식인들 사이에 반복된 반목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문병과 조문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전두환 전 대통령, 영원한 경쟁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방문은 그 자체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를 계기로 화합과 화해의 정신을 국민 모두가 깊이 새겨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 몸바쳤던 민주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국민적 대통합과 화해의 정신을 담은 헌법 개정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특히 대통령이 우리사회의 ‘큰 어른’이자 ‘지식인의 본보기’로서 권위를 세우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고민할 때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국가발전에 온 국민이 힘써야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에 원로를 잃게 됐다는 점에서 큰 불행이자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정착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고 외환위기 때 우리의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업적을 남기셨다. 이제 고인이 남긴 큰 뜻과 업적을 기리면서 국가 발전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고인이 그토록 강조하셨던 지역주의 극복이 이뤄지고 국민통합의 새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온 국민이 새 마음 새 뜻으로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제 막 어둠의 터널을 지나기 시작한 경제가 완전히 회복돼 많은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것을 고인이 가장 바랄 것이다. ●김창국 초대 국가인권위원장·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장 보복 않는 화합정신 계승을 김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공은 ‘보복을 하지 않는 화합의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또 이같은 사회통합 정신을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철학으로 계승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할 때 김 전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탄압을 극복하고 보복 대신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승인한 점에서 우리가 키울 자산을 찾아야 한다. 남북화합, 동서화합도 자산이다. 이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이 싹틔운 ‘과거사 창산’을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역사 인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결코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미완의 과제 노사선진화를 김 전 대통령은 수출증대정책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늘려갔고, 외국인직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빠르게 유입된 달러화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상환해 갔다.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으로 유수의 기업과 은행이 문을 닫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뼈를 깎는 고통을 주었지만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우리 기업과 금융회사가 버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4대 부문 개혁 중 특히 노동부문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 기업, 정부 모두가 지혜를 모아 노사관계의 선진화에 나서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한국문화의 비전 숙제로 평생 추구했던 민주화와 통일, 세계 평화의 뜻을 채 이루지 못해 가시는 마음도 편치 않으셨을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역대 대통령 중 문화에 대한 식견과 애정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문화 산업 정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셨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철저히 지켜내셨다.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분이었기에 문화인으로서 더욱 아쉬움이 느껴진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한국 문화의 비전에 대한 숙제는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고, 나 개인에게도 남겨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나라의 큰 어른들을 연이어 보내는 슬픔이 남아 있다. 이것이 슬픔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분들의 뜻을 이어받아 모두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천석 울산동구청장 해묵은 지역감정 뿌리뽑자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망국적인 지역감정 해소와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만큼 고인의 큰 뜻을 받들어 이제 해묵은 지역감정을 완전히 뿌리뽑을 때가 왔다. 영호남 지역감정은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노력과 대통령직 당선으로 상당히 해소됐지만 여전히 선거철만 되면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영호남은 다양한 교류와 공동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벌이면서 지역감정 해소에 노력해 왔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자칫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되살아나지 않도록 국민들의 성숙한 견제 의식이 필요하고 정치권도 선거제도 개선 등을 통해 지역감정의 불씨를 사전에 잡아야 한다. ●소설가 공지영 민주화의 후퇴 없었으면… 원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 뭐라고 말하기는 딱히 그렇지만 소설을 쓰면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을 알게 됐다. 2004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쓰기 위해 취재에 들어가면서 사형수들을 많이 만났다. 이때 구치소와 교도소 등의 시설과 상황을 새삼 보게 됐는데 일본보다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변화는 김 전 대통령 재임시절 대부분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사회가 대체적으로 약자와 소외자, 장애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을 평소 가졌는데 김 전 대통령은 이런 곳에 많은 관심을 가졌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더 있어야 하고 또 민주화의 후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장현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역사의 계승 발전 동기 찾을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게 사회통합이다. 남북문제든 내부문제든 간에 사회통합이 절실하다. 현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하는 지난 역사도 겸손하게 평가하고 계승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파도 속에 휘말린 나머지 정치·경제·사회·계층적으로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단절시키고 새로 쓰는 게 역사가 아니다. 남북 문제나 민주주의 문제 등 역사를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동기와 전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사회통합은 통합위원회 등 기구나 제도의 차원이 아니다. 용산참사나 비정규직, 노사문제 등 우리가 당면한 각종 현실에 진정성을 갖고 함께 아우르는 자세로 나아갈 때 이것들은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 크라잉넛 6집앨범 ‘불편한 파티’로 3년만에 컴백

    크라잉넛 6집앨범 ‘불편한 파티’로 3년만에 컴백

    매일매일 TV 속엔 어지러운 세상만이(‘빈자리’) 있고, 신문은 보기만 해도 고문(‘귀신은 머하나’)이다. 세상은 끝이 없는 어둠 속으로 우리들을 데려간다. (‘불편한 파티’) 딱 3년 만에 세상에 던진 6집 앨범에서 크라잉넛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앨범 제목은 세 번째 트랙에서 따온 ‘불편한 파티’다. CD 북클릿에 아예 ‘불편’에 대한 사전 해설을 달아놨다. 최근 홍대 인근에서 만난 박윤식(보컬), 이상면(기타), 한경록(베이스), 이상혁(드럼), 김인수(키보드)는 불편을 뜻하는 온 세상의 언어를 모두 모아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생략했다고 껄껄 웃는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파티를 벌이고 신나게 놀기에는 세상이 너무 불편하지 않은지 이야기하고 싶었단다. 무엇이 크라잉넛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영어학원, 미술학원, 수학·과학 영재교육, 복장단정, 예의범절, 엘리트 코스, 학연·지연·혈연에 낙하산, 하늘 높이 쌓여가는 쓰레기, 돈이 돈을 먹는 세상, 올라 서면 권위, 멀어져 가는 정의사회 구현, 무관심 등등 숨이 차올라 일일이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직접 작사·작곡·프로듀싱·레코딩 작업까지 이상혁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고 걱정할 만한 위치는 아닌 것 같지만 이번 앨범 가운데 몇 곡에선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 보려고 했어요. 어떻게 해석하든 그것은 팬들의 몫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귀신의 직무유기를 질타한 크라잉넛에게 귀신이 잡아 갔으면 하는 사람들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라고 입을 모으며 웃는다. 이상면은 “요즘 김연아 선수처럼 신나고 감동적인 뉴스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요. (정치인들이) 프로레슬링하듯 싸우는 것을 보면 정말 답답하죠.”라고 덧붙였다. 물론 크라잉넛은 심각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펑크와 로큰롤로 신나게 달리는 게 이들의 본능이다. 한경록은 “우리는 팬들과 공감하려는 것이지 계몽시키려는 게 아니에요. 그럴 수도 없고요. 우리 음악을 듣고 유쾌, 통쾌해져서 피로를 날려버렸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즉흥적으로 만든 곡들을 모았다는 이번 앨범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흘러 넘친다. 역대 앨범 가운데 가장 만족스럽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해왔던 작사·작곡·프로듀싱 외에 레코딩 작업까지 손수 했기 때문. 그야말로 완전 자립형 앨범인 셈이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색다른 시도를 하며 크라잉넛의 아우라를 가장 진하고 여유롭게 담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트록적인 색채의 대작 ‘골드러시’는 녹음하는 데만 4~5달이 걸렸다고. 5집 활동을 하며 모은 자금으로 레코딩 장비를 구입해 연습실을 녹음 스튜디오로 만들었다며 은근한 자랑도 곁들였다. 스튜디오 이름이 ‘토바다’란다. 무슨 뜻인지 한번 상상해 보자. 힌트는 이들이 ‘주당’이라는 점이다. 10대에 밴드를 시작해 인디 1세대 바람을 일으켰던 크라잉넛. 어느새 30대에 접어든 고참 밴드가 됐다. 뒷물결이 치고 나오고 있어 위기감을 느낀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기분은 좋다. 박윤식은 “소비적이고 획일적인 음악이 많아지다 보니 식상한 팬들이 인디를 찾았고, 이런 상황에서 다양하고 음악성 있는 인디 음악이 나오다 보니 중흥기가 온 것 아닐까요. 아이돌도 필요하고 인디도 필요한 거죠. 이제는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고참 밴드로서 후배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공연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일년에 적어도 200회 이상 라이브 무대를 꾸리는 이들은 함께 무대에 서는 게 후배들을 돕는 길이라고 했다. 특히 ‘크라잉넛쇼’를 통해 여러 밴드와 공연하며 서로 듣고 배우고 나누며 시너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달 5일 6집 발매 기념 공연 이번 앨범은 후배들의 손길로 더욱 빛난다. 어렸을 때 예솔이로 유명했던 이자람이 ‘가련다’에서 박윤식과 듀엣을 이뤘고, 킹스턴루디스카가 브라스 연주를 해줬다. 럭스의 원종희도 ‘착한 아이’와 ‘귀신은 머하나’의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거들었다. 세상이 정해 놓은 ‘착한 아이’의 기준에 길들여진다고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크라잉넛. 그럴 바에는 차라리 철들기를 거부한다며 이들은 계속 달린다. “14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죠. 반면 변한 게 있다면 처음에는 막 달렸는데, 이젠 폼나게 달린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요. 하하하. 9월5일 6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해요. 딱 한 차례만 할 거예요. 시원하게 한판 벌이고 한잔하려면 두 번 하기가 힘들 거든요. 하하하.”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19시간 불꺼진 남이섬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는 강원 춘천시 남이섬에 19시간 동안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9일 남이섬을 관리·운영하는 ㈜남이섬에 따르면 8일 오후 6시쯤 변압기 과부하로 추정되는 정전 사고로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때문에 일부 놀이시설이 멈춰서고 남이섬에서 숙박하던 관광객 50∼60여명은 어둠 속에서 물도 구하지 못한 채 더위에 제대로 잠을 못이루는 등 불편을 겪었다.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남이섬 측은 복구작업을 벌여 19시간이 지난 9일 오후 1시쯤 전기를 다시 공급했다. 또 숙박객을 포함한 관광객 수백명에게 숙박료와 입장료 등을 돌려줬다. 남이섬은 외국인 20만명을 포함해 연간 180만명이 찾는 국내 대표 관광지인 데도 비상용 발전기조차 갖춰져 있지 않고 정전 등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이섬 관계자는 “처음 정전사태를 빚어 사고 대처에 미흡했다.”면서 “빠르면 9월에 일부 시설이 늘어날 예정으로 변압기를 승압하거나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올 여름 공포게임, 모바일ㆍ비디오 엇박자

    올 여름 공포게임, 모바일ㆍ비디오 엇박자

    공포게임 등장에 웃고 울고… 여름 게임가의 단골 소재인 공포게임이 올해 모바일게임 분야와 비디오게임 분야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여름을 맞아 다양한 공포게임들의 등장으로 풍년을 이루고 있다. ‘화이트데이 모바일’, ‘악마의 초대장’, ‘검은방2’, ‘테레지아’ 등은 대표적인 예다. 이중 게임업체 엔트리브소프트가 선보인 ‘화이트데이 모바일’은 2001년 PC 패키지게임으로 선보인 토종 공포게임을 모바일게임화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비디오게임은 공포게임의 실종으로 상반된 여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름철을 맞아 ‘어둠속에 나홀로’, ‘뱀파이어 레인’, ‘사혼곡-사이렌 뉴트랜스레이션’ 등 다양한 공포게임이 출시되면서 더위 사냥에 나선 것과 비교해도 대조된 풍경이다. 이에 일각에선 최근 들어 공포게임의 소재를 영화 속에서 찾는 것만 봐도 알수있듯이 소재고갈 등의 문제로 신작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름을 맞아 다양한 공포게임이 등장하고 있지만 모바일과 비디오게임 분야에서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며 “모바일게임 분야는 향상된 휴대폰 성능을 바탕으로 기존 패키지게임의 추억을 재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 엔트리브소프트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객원칼럼] 한국 언론의 태생적 굴레/정인학 한국수력원자력 감사

    [객원칼럼] 한국 언론의 태생적 굴레/정인학 한국수력원자력 감사

    한국 언론의 태생적 이력은 ‘이유 없는 반항’을 연출한 드라마 한 편을 연상케 한다. 한국 언론은 1883년 9월 박문국에서 한성순보를 발간하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러나 한성순보는 정치적 격동에 휘말려 1년3개월 만에 비운을 맞았고, 한성순보의 비운은 일제강점기를 예고하는 먹구름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제의 한반도 침탈이 노골화되자 구국의 지성인과 지식인들은 언론에서 길을 찾았다. 숱한 신문들이 밤하늘 별처럼 빛났다가 스러졌다. 민족의 선각자들은 언론 활동에 매진하면서 당시 정치권력을 거부하고 일제에 항거했다. 일제는 조국을 강탈한 반민족적 외세로 절대 악(惡)이었고 따라서 정치권력을 매도하는 언론 활동은 절대적 선(善)이었다. 정치권력에 다가서면 어용(御用)이고 반민족적 변절(變節)이었다. 일제강점기라는 뒤틀린 세월은 40년이나 이어졌고, 어둠의 40년은 이유 없는 반항의 언론관을 만들어 냈다. 한국 언론의 태생적 굴레는 다른 나라 언론 발달사와 겹쳐 보면 뚜렷하게 도드라진다.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게 애국이요, 역사적 가치였다. 각국의 언론들이 저마다 국익을 최우선하는 논조를 펴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일제의 어둠은 한국 언론을 뒤틀어 놨다. 광복 이후 권위주의 정권이 잇달아 들어서며 정부 정책이라면 허물부터 끄집어내 비판해야 언론의 정도를 걷는 것처럼 오해되었다. 한국 언론의 ‘비판 지상주의’는 국익에 역행하거나 국가적 불이익이 우려되는 경우에도 그대로 관통한다. 미국 언론의 징고이즘(Jingoism)을 비롯해 일본 등 선진 외국 언론의 비이성적 애국주의가 도마에 오르는 현실과 크게 대비된다. 언론의 비판 기능은 물론 핵심적인 역할이다. 그러나 비판 기능이 기형적으로 강조될 경우 자칫 사회적 분란을 조장하고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키기 십상이다. 언론도 국가 공동체의 생산성을 강화하고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제도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선진 언론일수록 국가 사회를 발전시키고 구성원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사회적 의제를 발굴해서 공론화하는 의제설정(Agenda Setting)에 악센트를 두고 있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구석구석에 똬리를 틀었던 역사적·정신적 독소를 거둬 내야 한다. 일제에 기생하여 축적한 재산을 몰수하고 몇몇의 친일 행각을 들춰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는 떨쳐내야 한다. 반항의 언론관을 극복해야 한다. 7개월이 넘게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미디어법 논란을 보자. 언론은 간 데 없고 정치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비판은 없고 구호성 주장과 선전성 예단들이 넘쳐난다.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일한 인터넷 시대에 언론 매체를 어떻게 해서 여론을 장악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억지다. 백보를 양보한다 해도 지금 한국에는 미디어 문제가 국정의 전부란 말인가. 2009년을 온통 미디어법 논쟁으로 지새워야 하겠는가. 언론이 정치에 편승하는 시기는 지났다. 언론이 이념적 성향으로 패거리를 지어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 다녀서는 안 된다. 언론은 국가 사회의 건전성을 신장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누가 주장했느냐가 아니라 무슨 내용이냐를 보고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계산하기 이전에 국가 발전에 어떻게 밑거름이 되느냐를 새겨야 한다. 한국 언론은 지금쯤은 태생적 굴레를 벗어던지고 정론(正論)의 길로 나가야 한다. 정인학 한국수력원자력 감사
  • 어르신들이 밤길 책임집니다

    어르신들이 밤길 책임집니다

    백발의 노인들이 지역 주민들의 안전한 밤길을 책임져 화제다. 이들이 바로 ‘강서 실버순라군(巡邏軍)’이다. 30일 서울 강서구에 따르면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모범 노인 160명으로 구성된 실버순라군이 지역 우범지대를 평일 오후 8~10시 순찰한다. 동별로 2명씩 4개조를 편성, 현재 20개 동에서 운영 중이다. 실버순라군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지역 범죄 예방에 큰 성과 김재현 구청장은 “지역의 안전지킴이를 자청한 노인들의 봉사정신으로 어린이·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밤길이 한결 안전해졌다.”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노인들이 부담없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다양한 사회참여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구는 이외에도 노인 일자리 찾아주기 사업, 고령자 취업알선센터 운영 등을 통해 노인의 사회활동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또 독거노인 생활지도사와 노인돌보미, 바우처 등을 통해 노인 복지에 힘쓰고 있다. 30일 오후 9시 주황색 나트륨 가로등이 어둠을 밝히는 강서구 화곡동 한 아파트 단지. ‘딱, 딱, 딱~.’ 막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멀리서 조선시대 포졸 모습이 나타났다. 검은 색칠을 한 패랭이(챙 넓은 포졸 모자)에 하얀 저고리를 입고, 붉은 두루마기 위에 야광 허리띠를 맸다. 손에는 번쩍번쩍 불이 들어오는 경광봉(警光棒)을 들고 목에는 은색 호루라기를 걸었다. 밤 늦은 시간에 놀이터에 앉아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어디에 사니?”라고 실버순라군 조종수(73)씨가 묻는다. 학생들은 손가락을 한쪽으로 가리키며 “밑에 아파트에 살아요.”라고 대답한다. 조씨가 “늦은 시간에 놀이터에 있으면 혹시 나쁜 형들이 올지도 몰라.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고 타이르자 학생들은 인사를 꾸벅하고 집으로 간다. 바로 ‘강서 실버 순라군’은 이런 복장을 하고 지역 놀이터나 어두운 뒷골목을 돌며 지역 안전과 좀도둑을 책임지고 있다. ‘순라군’이란 조선시대에 도둑과 화재를 경계하기 위하여 야간에 궁궐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군인을 일컫는 말이다. 구는 이러한 순라군의 활동을 재현해 우리 조상들의 전통을 계승,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 어르신 자원봉사대인 ‘강서 실버순라군’을 창설했다. ●초고령 사회 대비한 복지모델 순찰을 하던 조귀암(75)씨는 “집에서 자식들이 위험하다고 많이 말렸다.”면서 “저녁에 건강을 위한 운동도 할 겸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도 되고 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종수씨는 “그냥 평상복을 입었으면 학생들이 우리 말을 듣지도 않지만 순라군 복장과 경광봉, 호루라기 등을 갖추니까 무시하지 못해.”라면서 “처음 순찰을 돌 때 놀이터 이나 후미진 골목에서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제 나무 딱따기 소리만 나면 어디론가 없어져.”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 이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 전화번호가 입력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 위험상황에 휴대전화 발신 버튼만 누르면, 인근지역을 순찰하던 경찰이 나타난다. 고상덕 가정복지과장은 “초고령 사회에는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면서 “구는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집에 있는 노인들을 사회로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작고 문인 이청준·최명희 재조명 추모 행사 잇따라

    작고 문인 이청준·최명희 재조명 추모 행사 잇따라

    오래 전 떠났으나 쉽게 잊히지 않는 문인들이 있다. 최근 문단에서는 이런 거장들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박완서·신경숙 등 글모아 ‘영원한 축제’ 출간 지난해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청준(1939~2008). 오는 31일 작가의 1주기를 맞아 추모문집 ‘영원한 축제’(문학과지성 펴냄)가 출간됐다. 책은 지난해 영결식에서 각계 인사들이 읊은 추모시를 비롯해 소설가 박완서, 신경숙 등 후배 문인들이 지면에 발표한 추모글을 모았다. 타계 당시 언론 보도도 함께 실었다. 이와 함께 작가의 인간적 모습을 엿볼 수 있는 DVD도 제작한다. 추모행사도 마련된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를 준비위원장으로 한 이청준추모사업회는 28일 대학로에서 1주기 추모식을 열어 시낭송회, 영상물 상영, 추모 공연 등을 가진다. 기일에는 전남 장흥에 있는 묘소도 참배할 예정이다. ●대하소설 ‘혼불’ 재출간 소설가 최명희(1947~1998 )는 대표작 대하소설 ‘혼불’의 재출간(매안 펴냄)을 통해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혼불은 1930년대말을 배경으로 무너져가는 가문을 지키려는 종부(宗婦) 3대를 중심으로 남루한 생활을 이어가던 백성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 96년 한길사에서 완간 후 총 140만부가 팔리며 90년대를 풍미했다. 그러던 중 2005년 절판됐다가 작가의 동생 최용범씨의 손에 의해 4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혼불 출간과 더불어 다른 기념사업도 추진된다. 최용범씨는 “혼불 관련 학술제, 문학제를 계속 이어가고 작품의 서정성 짙은 문체를 살려 창극으로 공연하는 방안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껏 출간된 적 없는 작가의 단편소설집과 에세이집도 곧 묶어낼 예정이다. 한편 아직 펜을 놓지 않았지만, 마지막 개고(改稿) 작업 후 전집을 묶어 자신의 업적을 정리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66년부터 꾸준히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이야기해 온 소설가 김원일(67)은 전체 30권으로 전집(강 펴냄)을 기획했다. 그 중 먼저 손을 본 장편소설 ‘어둠의 축제’, ‘바람과 강’, ‘김씨네 사람들’ 등 3권은 벌써 출간했고, 이어 개고가 끝나는 대로 ‘불의 제전’이 출간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영화리뷰] ‘마법의 세계 녹터나’

    [영화리뷰] ‘마법의 세계 녹터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두렵거나 궁금하거나. 아이들에겐 ‘밤’은 대표적인 미지의 세계이다. 어른들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재우지 못해 안달을 한다. ‘도깨비가 잡아간다.’, ‘도둑이 올지도 모른다.’, ‘자정이 되면 귀신이 나온다.’ 등등은 어른들이 잠 안 자는 아이들을 강제로 눈감게 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미지의 세계인 ‘밤’을 매우 두려운 곳으로 여긴다.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초조해하고, 잠을 쉽게 들지 못하며 때로는 엄마와 떨어지지 못하고 매달린다. 하지만 어떤 미지의 세계는 아이들을 저절로 웃음 짓게 만들기도 한다. ‘산타의 세계’가 그러하다. 아이들에겐 밤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고 가본 적이 없는 곳이지만 산타의 세계는 아이들을 밝고 선하게 자라게 하는 힘이 있다. 스페인 애니메이션 ‘마법의 세계 녹터나’는 많은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밤의 세계’를 산타의 마을처럼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따뜻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마법의 세계 녹터나’를 접한 아이들은 이제 잠결에 들리는 고양이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조차 정답게 느끼게 될 것이다. ‘마법의 세계 녹터나’의 주인공인 ‘팀’은 다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처럼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착하게 살아간다. 다소 식상한 캐릭터라고 느껴지더라도 불우한 환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늘 감동을 준다. 이러한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꿈과 도전을 일깨워 주는 면에서 위인전과 똑 같은 역할을 한다. 팀처럼 선한 마음을 갖고 있으나 쉽게 두려워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아이들은 팀을 통해서 두려움이란 내가 만들어낸 것이며, 그러한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 또한 내 안에 있음을 발견한다. 많은 아이들은 팀이 역경을 극복한 것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두려움을 이긴 것처럼 감동한다. 팀이 다른 아이들과 당당히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감정이 정화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자신 또한 변화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마법의 세계 녹터나’는 어른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준다. 주인공 ‘팀’이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맞설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엄마와 아빠 같은 어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카’와 ‘고양이지기’는 마치 아빠, 엄마와도 같다. ‘모카’는 ‘팀’을 자연스럽게 이끌면서 팀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다. 반면 ‘고양이지기’는 팀을 보호하고 돌봐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아이들에겐 이처럼 독립을 격려하면서 돌봄을 제공하는 부모가 있을 때 가장 멋진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하거나 과장되진 않지만 ‘마법의 세계 녹터나’는 주인공 ‘팀’처럼 선하게 묵묵히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주는 예쁜 영화다. 밤이 무섭다고 칭얼대는 아이에겐 처방약과도 같은 영화이며, ‘납량특집’ 공포물로 심신이 쇠약해지고 덩달아 밤이 무서워지려고 했던 나에게도 위안을 준 영화이기도 하다. 새달 27일 개봉 예정. 이보연 아동상담전문가
  • 10년째 동굴에서 땡전 한 푼 안 쓰고…

    10년째 동굴에서 땡전 한 푼 안 쓰고…

    대학도 나오고 한때 병원에서 연구원으로도 일했던 미국의 48세 남성이 땡전 한푼 쓰지 않고 10년 동안 동굴에서 기거하고 있다.  믿기지 않는 이 얘기의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수엘로라고만 밝혔다고 인터넷 매체 ‘멘.스타일 닷컴’의 크리스토퍼 케첨이 전했다.케첨은 유타주 모아브 근처의 한 계곡을 찾아 절벽 꼭대기에 자리잡은 동굴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이 남자를 만났다.모아브는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브라이스 케니언 근처다.  케첨은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둠이 내리자 별들이 윙크한다.그리고 한 시간 뒤 수엘로가 까마귀 우짖는 소리를 내면서 절벽을 기어올라왔다.’    사진에서 보는 대로 그가 완전 원시인처럼 살지는 않고 있다.랜턴이나 프라이팬 같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고 있다.그렇다고 어디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거나 하지는 않는단다.케첨과 만난 첫날 저녁 식사로는 메뚜기 튀김이 나왔다.전날 동굴 입구에 커다란 돌을 포개 쌓느라 그의 손은 먼지로 온통 시커맸고 머리는 새둥지를 연상케 할 만큼 엉클어져 있었다.  그는 콜로라도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뒤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병원 여러 곳에서 보조연구원으로 일했고 은행 계좌도 갖고 있었다.그러다 1987년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안데스 산맥 에콰도르의 한 부족 마을로 파견됐다.그곳에서 부족민들에게 문명의 이로움을 가르치고 소개했는데 그들이 밀가루나 설탕가루,국수 다발이나 인공감미료 MSG,TV 등에 익숙해질수록 건강을 해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또 “돈이 그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모아브로 돌아온 그는 여성 쉼터에서 5년이나 일했다. 그리고 1999년에 태국을 거쳐 인도로 들어가면서 탁발승, 고행자(苦行者)를 뜻하는 사두들과 함께 지냈고 이때 무소유와 고행을 통해 삶의 지혜를 깨치는 생활방식을 미국 대륙에 퍼뜨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모아브에 돌아왔다.  동굴이 절벽 꼭대기에 있으니 동물들 습격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지금까지 최악의 경험은 스컹크가 자신의 얼굴에 실례를 한 것이라고 했다.산사자가 계곡물을 마시는 장면이나 들고양이가 토끼들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생쥐가 몸 위를 타는 건 예삿일이고 잠자는 동안 자신의 피를 빨아먹은 벌레들과 입맞춤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믿기지 않지만 굶은 날은 한 번도 없었단다.모아브의 친구가 가끔 찾아와 음식을 주고 간다.한 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선인장을 잘못 먹었다가 심하게 앓았다.죽는구나 싶어 누군가 자신의 시신을 발견하는 이에게 발견되길 바라며 메모를 적어놓기도 했다.  근처에 더 큰 동굴이 있는데 그는 몇년 동안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은 노인과 이웃으로 지냈다.당시 그 노인은 꽤 돈을 갖고 있어서 맥주를 사와 함께 마시기도 했다.그 노인은 동굴 아래 계곡에 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꽤나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엘로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금이란 퍽이나 아니,진짜로 하등의 쓸모가 없지요.”  이런 말도 했다.”난 생명체들이 지난 수백만년 동안 해온 일들을 할 겁니다.내가 이 계곡에서 숨진다 해서 슬퍼해야 할 이유가 뭘까요? 자연 선택의 권능을 굳게 믿고 있어요.그리고 어느 날 내가 선택돼 나갈(죽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때까지는 자신을 까마귀로 여기며 살 거라고 했다.’우리 모두가 남긴 시체들을 정화하는 일을 하면서’라고 케첨은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공연리뷰]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공연리뷰]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눈이 오는군. 오늘은 산에서 자는 날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늦는고?” 머리가 하얗게 센 늙은 어미가 오지 않는 아들 온달(김수현)을 기다리며 혼잣말을 한다. 허공에는 끝없이 눈발이 날리고, 이윽고 그 위로 조용히 어둠이 내린다. 연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의 마지막 장면은 이전의 모든 비극적 서사를 압도하는 서정으로 관객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온달모(박정자)는 분명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들었고, 눈 앞에서 며느리 평강공주(서주희)의 죽음을 목도했음에도 마치 이 모든 일들이 한낱 나쁜 꿈이기라도 한 양 아들의 귀가를 걱정한다. 억울한 현실에 맞설 아무런 힘이 없는 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절박한 저항은 그저 현실을 부정하는 방법뿐이라는 것처럼. 평강온달 설화에 바탕을 둔 연극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며 이야기를 쌓아 나가는 대신 핵심적인 대목들을 뚝 떼어내 클로즈업시킨다. 평강이 가상의 인물로만 여겼던 바보 온달을 현실에서 만나는 장면, 평강의 도움으로 장수가 된 온달의 죽음, 그리고 권력암투에 의해 평강마저 목숨을 잃는 파국이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바닥과 수십개의 장대로 숲을, 커다란 검은 돌덩이로 가옥을 대신한 상징적인 세트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신화적 요소를 부각시킨다. 2층 객석 양 끝에 자리한 피아노와 드럼, 아쟁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은 불안한 기운을 사방에 퍼뜨린다. 소설가 최인훈이 1970년대에 발표한 첫 번째 희곡인 이 작품은 평강과 온달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인연과 업(業)을 얘기하는 한편으로 권력의 비극적 속성에 대해 경고한다. 정적을 피해 궁을 빠져나온 평강이 온달을 통해 권력을 되찾으려고 했다가 희생되는 결말이 상징하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하지만 평강에 비해 온달의 캐릭터가 희미하고, 등장인물의 내면이 긴 독백으로만 표출된 점 등 몇몇 대목에선 세월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나의 주제를 극점까지 몰고 가는 한태숙 연출의 스타일이 이 작품에선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크다.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1644-260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해리포터 시리즈 6 ‘…혼혈왕자’

    해리포터 시리즈 6 ‘…혼혈왕자’

    명도와 채도 모두 낮아졌다. 양감과 질감은 더 풍부해졌다. 시리즈 중 여섯 번째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어둡고 묵직한 판타지를 선보인다. 하지만 흡족한 완성도로 관객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15일 개봉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 대한 관심도는 예상보다도 뜨겁다. 이는 주연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해리 포터 역), 루퍼트 그린트(론 위즐리 역), 에마 왓슨(헤르미온 그레인저 역)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앞다툰 보도들에서 확인된다. 보다 확연히 드러나는 건 예매율에서다. 개봉 전후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줄곧 예매 1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 거는 높은 기대치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처음 등장한 지난 2001년 이래 ‘해리포터’ 시리즈는 매편 개봉 때마다 늘 화제의 중심에 서왔다. 이는 물론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조앤 K 롤링의 원작 판타지 소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렇다고 영화가 매번 긍정적인 평가만 이끌어낸 것은 아니다. 때때로 “원작에 비해 지루하다.” “원작만큼 세심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인기가 여전한 건 주인공들의 모험과 성장 여정을 수년째 함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8년… 변함없는 인기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어둠의 세력이 인간세상을 위협해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덤블도어 교장은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를 가진 친구 슬러그혼을 학교로 다시 초빙한다. 단서를 빼내기 위해 해리는 슬로그혼의 마법약 수업을 수강하고, 우연히 손에 들어온 혼혈왕자의 마법약 교재로 공부를 한다. 슬러그혼은 볼드모트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그의 영혼을 나눠 놓은 7개의 호크룩스를 파괴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선택 받은 자’ 해리의 어깨에 놓인 짐은 가혹하다. 덤블도어는 비극적 운명을 맞고, ‘혼혈왕자’의 정체를 알게 된 해리는 혼란에 빠진다. 환상세계뿐 아니라 인간세계로까지 확대된 영화의 무대가 두려움에 현실감을 더한다. 런던의 골목을 훑는 카메라, 밀레니엄 다리가 무너지는 광경 등이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긴박감 넘치는 화면으로 펼쳐진다. 호크룩스가 숨겨진 비밀동굴 탐험, 볼드모트의 학창시절을 향한 기억여행 등에서는 판타지 본연의 성격이 듬뿍 묻어 난다. 특수효과와 배경선율 등이 격조 높게 어우러져 녹아 있는 점도 돋보인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영화가 굉장히 어두우면서도 진지해졌으며, 여러 가지 코드가 숨겨져 있다.”면서 “학교 식당의 촛불이 한꺼번에 꺼지는 것은 성인이 된 해리가 맞이할 시련을 암시한다. 또 덤블도어의 비극에 대해서도 혹시 성장을 위한 트릭이 아닐까, 고도의 영화적 장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게 한다.”고 분석했다. ●훌쩍 성장한 주인공들 음울한 분위기의 극에서 세 주인공들의 로맨스는 유일하게 따뜻함을 안겨 주는 요소다. 론의 동생 지니와 해리의 키스, 애정공세를 펴는 라벤더에게 넘어가는 론, 그런 론을 지켜보는 헤르미온의 상심 등 본격적인 연애전선에서는 훌쩍 커버린 나이가 느껴진다. 어느덧 20대로 접어든 배우들은 사랑의 아픔과 충만함을 더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해 낸다. 정지욱씨는 “배우들이 이제 아이들의 연기가 아닌 내면을 보여 주는 성인 연기를 하고 있다. 영화 역시 아이들과 함께 보는 가족 영화에서 일반 영화로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53분이란 상영시간에 난색을 표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원작의 방대함을 생각하면 제작진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완결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아예 2부로 나뉘어 제작된다.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부터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예리츠가 계속해서 연출을 맡는다. 1부는 2010년에, 2부는 2011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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